◇exhibition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
일정 11월 2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올해로 120주년이 되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기념하며 대한제국 시기를 모티브로 덕수궁이라는 역사적 공간에 조형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강애란, 권민호, 김진희, 양방언, 오재우, 이진준, 임수식, 장민승, 정연두 등 한국 작가 9명의 작품 9점이 덕수궁 내에 전시된다.
덕수궁 대한문부터 그동안 일반인에게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함녕전 앞 행각까지 전시는 관람객들의 입장 동선에 따라 이어진다. 특히 함녕전 앞 행각에서는 오재우의 VR 작품 을 행각 내부에서 누워 체험할 수 있다. 9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참여작가를 초청해 일대일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시와 연계해 특별강연과 영상 상영, 공연 등이 개최된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NUDE
일정 12월 25일까지 장소 소마미술관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는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등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며 영국 미술을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근현대 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소마미술관은 ‘누드’를 주제로 테이트의 작품을 엄선해 18세기 후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 동안의 누드 변천사를 살핀다. 윌리엄 터너, 헨리 무어 등 영국을 대표하는 30여 명의 작가를 포함해 세계적 거장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로댕, 루이즈 부르주아 등 총 66명의 작품 122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역사적 누드’, ‘개인 누드’,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 ‘에로틱 누드’ 등 누드를 시대별·경향별로 구분한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book
유토피아(미나토 가나에 저·영상출판미디어(주))
같은 마을에 살면서 소속된 커뮤니티도, 가치관도 다른 여성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등장인물은 표면적으로는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 선의는 선의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긋난 배려, 쌓이기만 하는 분노, 반전하는 선의 등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묘사했다.
감정이라는 무기(수전 데이비드 저·북하우스)
감정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수전 데이비드가 보다 단순한 삶에 대해 말한다. 아울러 감정 활용법을 제시하며 우리 사회가 감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감정의 핵심 가치를 약화시키는 부정적 요소를 잠재우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법을 사례와 이론을 근거로 다양하게 서술하고 있다.
◇movie
남한산성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등 연기라면 이미 증명된 영화계의 흥행 보증 수표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했던 47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은 신념이 달랐던 두 신하를 중심으로 팽팽한 구도 속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다. 같은 충심을 지녔음에도 다른 신념으로 팽팽히 맞서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의 팽팽한 대립이 긴장감을 선사한다. 5개월의 혹한을 견디며 1636년 병자호란을 재현한 은 생생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개봉 10월 3일 장르 드라마 감독 황동혁 출연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등
어메이징 메리
수학 천재인 7세 ‘메리’를 두고 행복한 삶을 위해 수학자의 길을 반대하는 삼촌 ‘프랭크’와 세상을 바꿀 수학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메리의 할머니 ‘에블린’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에서 세심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마크 웹이 메가폰을 잡으며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에서는 의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로 잘 알려진 크리스 에반스가 조카 바보 삼촌으로 변신해 ‘프랭크’ 역을 맡은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실제 천재 수학자들의 인터뷰와 자문을 통해 영화에 사실감을 더했다. 수학적 능력을 지닌 영재들을 스크린 밖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다.
개봉 10월 4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크 웹 출연 크리스 에반스, 맥케나 그레이스, 린제이 던칸 등
◇stage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뜨겁게 사랑했던 시인 ‘백석’을 잊지 못해 평생 헤어지던 순간을 기억하며 사는 기생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백석의 시와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로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여운을 선사한다.
장소 대학로 유니플레스 일정 10월 19일~2018년 1월 28일 연출 오세혁 출연 강필석, 정인지등
엘리펀트 송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그리고 그의 담당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렬한 스토리,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9월 6일~11월 26일 연출 김지호 출연 이석준, 고영빈, 고수희 등
M. Butterfly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前)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 오페라의 을 차용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 등의 주제를 기반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심리와 욕망에 대해 그렸다.
장소 아트원씨어터 1관 일정 9월 9일~12월 3일 연출 김동연 출연 김주헌, 김도빈, 장율 등
사랑해요 당신
연기 배테랑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배우의 리얼한 부부 연기를 무대 위에서 만난다. 아내와 자식에게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과 다르게 항상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장소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일정 9월 29일~10월 29일 연출 이재성 출연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등
이번 추석 연휴는 장장 10일이다. 추석 당일이야 차례지내고 가족 친척들이 모이니 그런대로 보낸다 치자. 나머지 9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혼자 아무 것도 할 일 없다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것도 없다. 그래서 미리 일정을 짤 필요가 있다. 연휴가 다가오고 있으면 늘 그래 왔다.
첫째 할 일은, 여름옷을 정리하고 가을 옷으로 준비하는 일이다. 반팔 옷과 얇은 옷들을 잘 세탁하여 내년 여름까지 잘 보관해두는 작업이다. 안 입었던 옷들과 버릴 옷들을 이 참에 가려낸다. 누구한테 줄 옷과 그대로 버릴 옷도 구별해 둔다. 가을 옷은 간절기에 잠깐 입는 옷들이다. 11월말쯤에는 다시 정리하고 겨울옷을 준비해야한다. 가을 옷도 꺼내면서 남 줄 옷과 버릴 옷으로 구분해야한다. 입을 옷은 다림질하여 언제라도 입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작업에 하루는 족히 잡아야 한다.
두 번째 할 일은 책 정리이다. 여름내 본 책과 보려고 꺼내 둔 책 등 양이 엄청나다, 역시 남에게 줄 책과 버릴 책, 그리고 필자가 볼 책들을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럭저럭 하루 일거리이다.
세 번째로, 책 정리하다가 눈에 들어 온 책 중 하나를 골라 집중적으로 완독하는 일도 하루 일거리이다. 마침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 꼭 읽어야 할 책을 고르는 것이다.
네 번째 할 일은 애창곡을 3곡쯤 마스터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배운 노래인데 잊어먹어서 다시 익혀야 하는 노래, 최근에 배웠으나 아직 내 노래로 만들지 못한 노래를 중점적으로 익히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가서 실습까지 마쳐야 내 노래가 된다. 이 작업도 하루 종일 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당구치는 지인을 물색한다. 보통 때는 저녁시간에 만나다 보니 시간 관계 상 보통 한 판 또는 삼판양승으로 끝냈으나 낮에 만나 한 나절 아예 당구를 신물 나도록 치는 것이다. 끝나고 저녁 식사 겸 막걸리를 마시며 하루를 보내면 된다.
여섯 번째로, 추석연휴에는 볼만한 영화가 여러 편 개봉된다. 하루에 2편~3편을 몰아서 보면 하루가 간다.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감상문도 써야 하니 바쁜 날이다.
일곱 번째, 혼자 등산을 가는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남한산성 성곽일주를 했다. 7시간 걸리는 난코스이다. 아침 식사하고 출발해도 하루 종일 걸린다. 집에 와서는 딴딴해진 종아리를 붙잡고 마사지 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여덟 번째, 다들 떠난 서울 도심에 카메라 들고 나가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전시회와 볼거리 등이 많다. 아직 서울길도 못 가봤다. 연휴에 서울을 벗어났다가는 교통이 막혀 고생한다.
아홉 번째는 채우지 말고 하루쯤 남겨둔다. 필자처럼 몸이 근질거려 연락해오는 지인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열흘 연휴 계획은 꽉 찬다.
‘세계여성문학관’은 2000년 11월 여성 문학 관련 연구 지원을 위해 숙명여자대학교 도서관 내에 설립됐다. 도서관 안에 문학관이라니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 ‘라키비움’인 세계여성문확관은 ‘라키비움’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여성 문학 연구를 지원하며 다양한 기획전과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일명 ‘막장’ 드라마계의 3인방으로 불리는 작가 문영남, 작가 임성한, 작가 김순옥.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 작가라는 점이다. 여기에 , , 등 많은 드라마를 흥행시키며 드라마 작가로서 한 획을 그은 노희경도 있다. 그야말로 여성 작가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문학사의 주류에서 여성 작가들은 소외되어왔다. 엄청난 변화임이 분명하다. 여성 문학이 이렇게 발전 가능했던 이유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펜을 쥐었던 여성 문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여성문학관’은 바로 이들의 발자취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도서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으면 세계여성문학관으로 들어가는 문을 바로 찾을 수 있다. 그 문을 열면 약 10만3000권의 세계여성문학 작품으로 가득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2층에 마련된 갤러리는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로 꾸며져 있다.
여성 문인들의 문학작품이 한곳에
1층을 빼곡하게 메운 서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장서(藏書)가 여성 문인의 이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이 관심이 있는 작가를 서가에서 찾으면 그 작가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한꺼번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서가 옆과 뒤쪽으로 마련된 책상을 이용하자. 이곳에 앉아 세계여성문학관 내에 진열된 도서를 얼마든지 꺼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문학작품으로 빼곡히 채워진 아래층에서 한가롭게 책을 읽다 지루해질 쯤 2층으로 가보자.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성 문인들이 발표한 작품집의 초판본과 애장품을 상설 전시해놓은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올라서자마자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동판이 시선을 끈다.
선정위원회가 고심 끝에 선정한 23인의 세계 여성 문인의 사진과 명문구로 꾸민 것이다. 최명희, 박완서, 박경리 그리고 제인 오스틴 등 여성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흔적을 감상할 수 있다. 동판 아래에는 한국 문학 초판본이 연도별로 구분, 전시되어 있고 바로 맞은편엔 외국 서적 초판본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1층을 내려다보면 특별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서가 위로 쓰인 문학 작품의 글귀들이다. ‘주요 문인 기증코너’에선 의 소재가 된 남편의 모자, 즐겨 쓰던 서예도구, 찻잔 등 김남조, 박완서, 한무숙의 작품에 드러난 소재들과 작가들이 평소 아꼈던 애장품을 볼 수 있다.
교수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
5월부터는 ‘내 인생의 행복한 책읽기’를 주제로 새롭게 기획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들이 직접 참여해 내놓은 기증품, 애장품, 추천도서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번 기획전은 내년 4월 말까지 이어된다.
숙명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팀 박성희 부장은 “이번 전시를 마친 뒤 시인 기념전이나 학생들이 꼽은 ‘내 인생의 책’을 모아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람 정보
주소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전화 02-710-9710
관람시간 학기 중 09:00~19:00 (평일) ~15:00 (주말) / 방학 중 09:00~17:00 (평일) ~12:00 (주말)
휴관일 일요일 및 법정 공휴일
입장료 무료
전시 및 공간 콘텐츠기획 전문기업 엘와이디 디지털스페이스(LYD DIGITALSPACE)가 전시 개최를 확정 지었다.
은 호주에 본사를 둔 전시 전문기업 그랜드 엑시비션(Grand Exhibitions)이 개발한 ‘다빈치 얼라이브-더 익스피리언스(Da Vinci Alive-The Experience)’를 서울에서 재구성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는 ‘르네상스, 다빈치의 세계’, ‘살아있는 다빈치를 만나다’, ‘신비한 미소, 모나리자의 비밀이 열린다’ 등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한 다빈치의 발명품과 실제 다빈치의 수기노트인 코덱스, 3000개의 걸작들로 이루어진 미디어 파사드, 모나리자의 비밀을 파헤지는 공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된 다빈치의 천재성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신비한 미소, 모나리자의 비밀이 열린다’ 섹션에서는 천경자의 를 감정하며 유명해진 프랑스 예술작품 분석가 파스칼 코테가 루브르 박물관의 의뢰로 10년간 모나리자 원화를 심층 분석해 밝혀낸 모나리자의 비밀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엘와이디 디지털스페이스의 이준희 대표는 “최첨단 전시기술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정한 천재성을 다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은 오는 11월 4일부터 다음 해 3월 4일까지 용산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3000원, 아동/어린이 11000원으로 유아는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전시 개막에 앞서 오는 9월 8일 오후 2시부터 1차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진행한다.
장소 용산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기간 2017년 11월 4일(토) ~2018년 3월 4일(일)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
다소 난해한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춰 대중과 소통하자는 취지로 네이버문화재단의 창작자 지원사업, 헬로!아티스트가 지난 18일 오종 작가를 통해 100번째 예술작가를 소개하게 됐다.
2013년 6월 시작해 4년째를 맞이한 네이버문화재단의 이 전시사업은 대중들이 시각예술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온라인 콘텐츠로 작가들을 소개하고 창작활동과 전시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기존 미술평론가나 미술계 수용자의 정형화된 작가 소개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작품과 작업 이야기를 하여 대중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헬로!아티스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어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950만 페이지뷰(PV)와 영상 51만 회 재생수를 기록했다. 네이버문화재단 관계자는 “작가 전시 기록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선정위원으로 참여한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헬로!아티스트는 4년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동시대 미술 흐름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전시활동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2014년부터 매년 헬로!아티스트 오프라인 전시를 열고 작가 도슨트, 아티스트 토크, 온스테이지 인디 뮤지션 라이브 공연도 함께 진행해 대중들에게 새로운 전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헬로!아티스트는 지난 11일부터 고가 보행길인 ‘서울로7017’에 헬로!아티스트 서울로 전시관을 개관하고 첫 번째 현대미술 전시를 진행 중이다. 헬로!아티스트 서울로 전시는 이우성 작가 전시를 시작으로 9월에 정혜련 설치미술가, 11월에 김종범 디자이너, 2018년 1월에 최윤석 작가의 전시로 이어질 계획이다.
그해 봄부터 매주 목요일 아침 10시, 목동 파리공원에서 우리들은 작은 모임을 가졌다. 연령도 20대에서 60대요, 직업도 틀리지만 쇠귀 신영복(牛耳 申榮福, 1941~2016) 선생의 책과 신문 칼럼 이야기를 듣고,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기탄없는 자유토론의 시간이 즐거웠다.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토론이 격해지면 인근의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분위기를 진정시키곤 했다.
신 선생은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육군사관학교에서 교관으로 경제학을 강의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무기징역에서 20년형으로 감형되고, 1988년 8월 15일 만기 출소했다. 한동안 몸을 추스르더니 11월 말엽,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건물 지하 ‘세실레스토랑’에서 40여 점의 서예 작품으로 첫 서예전을 열었다. 옥중에서 20년을 정진한 그 서예 작품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과 큰 감동이 가시지 않았다. 연말에는 이라는 옥중 서신들을 책으로 출간해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1889년 1월에는 결혼을 해 서울 목동에서 가정을 이루고, 성공회대학교에서 경제학 등을 강의하며 가히 생활인으로서 새 출발을 했다. 1993년에는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냈던 엽서들을 모아 를 출간했고, 1995년 11월부터는 중앙일보에 를 기고했다.
1995년 3월 17일부터 26일까지는 인사동 학고재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당시 학고재 사장의 소개로 처음 선생을 상면하고, 50여 점의 서예에 대한 소회를 직접 들었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었지만 선생을 돕고자 하는 여러 지성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음에 정해둔 작품이 금방 팔려 기회를 잃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다가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은근히 휘호를 받고자 하는 속내도 있었다.
그의 부드럽고 자상한 성품은 누구의 청(請)도 거절 못했다. 필흥(筆興)이 솟아 경오(庚午, 1990)년 황화(黃華, 가을)에 써두었던, 편의 한 구절인 야심성유휘(夜深星逾輝)에서 취한 ‘夜深星輝’와 임신(壬申, 1992)년 성하(盛夏, 한여름)에 시필(試筆)한 맹자 진심상(盡心上) 편에 있는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難爲水)에서 뽑은 ‘觀海難水’의 예서체(隸書體) 두 작품을 받아 소장하게 되었다. 소위 ‘신영복체’, ‘어깨동무체’라는 한글 휘호도 받고 싶었으나 너무 무례한 것 같아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해 섣달그믐께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그토록 소망하던 ‘어깨동무체’의 를 말아서 들고 계셨다. 펼치니 먹 향이 그윽하고 관지(款識)의 인주 빛이 선명했다. 이후 선생은 대학 강의와 신문 기고가 늘어나며 일정이 바빠져, 주 1회 모임에서나 잠깐씩 상면했다. 나도 바쁜 일이 생기면 서너 주 거르기가 일쑤였다. 아내를 비롯해 친구들이 선생의 전력(前歷)을 들어 모임 참여를 말렸으나 개의치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는 의미의 ‘야심성유휘’는 선생이 아주 즐겨 썼는데, 남다른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디어온 원동력이기도 했을 것이다. 맹자(孟子, BC 372~BC 289 추정)가 공자(孔子, BC 551~BC 479)를 언급한,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의 ‘관어해자난위수’는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깊은 함의(含意)가 있는 들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선생만의 독특한 서체다. 두 줄의 굵고 납작한 글자들은 서로 부딪치고 얼싸안으며 힘찬 기운을 발한다. 옥중에서 받았던 노모의 한글 글씨체에서 골격을 찾아 변용했다고 말하지만, 한글 서체의 미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목원대학교 미술대 교수인 김태호(1967~) 조각가가 이탈리아 카라라(Carara) 국립미술학교로 유학 떠나기 전에 부인과 함께 우리 집을 찾아왔다. 1996년 여름쯤으로 기억되는데, 식사를 대접하려고 불고기집으로 안내했으나 한사코 냉면만 먹겠다고 하여 조촐한 송별이 되고 말았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젊은 부부의 깊은 속내가 대견했다. 부인이 종교음악을 전공했기에 바흐의 음반을 건네는 게 고작이었다.
김태호의 조각작품과의 인연은 1993년으로 되돌아간다. 인사동 어느 화랑에 놓여 있던, 하얀 대리석으로 깎은 을 눈 깊게 만났다. 까까머리의 동자가 무릎을 두 팔로 감싸고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작품이었는데, 기교 없는 순수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화랑의 큐레이터도 ‘동자상’에 반해 매일 한두 번씩 쓰다듬는다며 화랑의 ‘지킴이’라 했다.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막 군대를 다녀온 풋풋한 조각가의 작품이었기에, 몇 주 동안 드나들며 “누구에게 팔지 말라”고 이르고 관찰만 했다. 화랑 주인은 ‘중진 조각가의 작품과 견줄 만한 수작(秀作)이라서 값싸게 팔 수 없고, 상당한 가격에 구입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화랑에서 소장한다’며 애를 태웠다. 아내와 상의해 통장을 비워, 기어이 혼자 들기 버거운 을 택시에 싣고 와 온 식구가 쓰다듬으며 한 가족으로 삼았다. 조각작품 수집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따뜻한 인간애’다. 지치고 고달픈 현대인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는 예술혼은 얼음처럼 차가운 대리석을 헤집고 인애(仁愛)의 형상을 쪼아낸다. 샐러리맨의 고독과 실직자의 아픔도 용해해 젊은이들에게 힘찬 형상을 선사하기도 한다. 은 2010년 벽두에 서울 서촌의 ‘갤러리 자인제노’ 전시회에서 만난 작품이다. 좌대까지 하나의 대리석으로 깎아낸 수작이다. 어린 남매를 배 위에 얹고 있는 따뜻한 모정이, 작품의 안정감과 리듬감을 균형 있게 전달한다. 세파(世波)에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가족사랑’이 위대한 성(城)을 구축하고 있다. 한낱 돌덩이에 맥이 돌고,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된다. 누구나 성(城)에 안주하려 들지만, 그 성을 쌓아가는 고뇌의 노정(路程)을 잊지 말진저.
>>이재준(李載俊)
1960년 경기 화성에 태어났고 아호 송유재(松由齋)로 미술품 수집가로 활동중이다. 중학교 3학년 ,을 읽고, 붉은 노을에 젖은 바닷가에서 스케치와 깊은 사색으로 화가의 꿈을 키웠다. 1990년부터 개인 미술관을 세울 꿈으로 미술품 천여 점을 수집해왔다.
나이가 들수록 더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백승우(白承雨·59) 그랜드하얏트 서울 상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 백 상무는 자신만의 시간관리로 호텔리어, 사진가, 교수, 궁궐문화역사 해설가,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클래식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싶다며 취미로 콘트라베이스를 배우고 있으며 그에 더해 오디오 수집에도 도전 중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활동이 단순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 프로의 경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 그가 취미의 고수로 삶의 활력을 얻고 있는 비결을 들어보자.
백승우 그랜드하얏트 서울 상무는 자신의 사진 작업을 ‘취미’라고 부르자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16년 7월 파리 ‘La Capital Gallery’ 초청의 사진전 에서 그의 전 작품이 솔드아웃됐다. 뿐만 아니라 2017년 4월에 파리 샹젤리제 ‘The Gallery Boa’ 초청으로 아시아 최초 개인 사진전이, 11월에는 ‘La Capital Gallery’ 특별 초청으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도저히 취미라고 할 수 없는 완전한 프로 작가. 전시할 때마다 작품이 매진될 정도로 그것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원숙한 작가의 모습이다.
파리 ‘The Gallery Boa’ 초청 아시아 최초 개인 사진전
“파리 샹젤리제나 뉴욕에 초대받는 건 극히 드문 일이죠. 지난번 전시에서 18점을 전시했는데 첫날에 모두 솔드아웃됐습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탑 갤러리에서 초청 전시가 열리고 있는 중이죠.”
그는 이미 2009년에 ‘The Window 시리즈’를 강남의 일반 상업 갤러리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 그때도 대규모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작품은 포스코와 호텔 등지에서 주로 구매가 이뤄졌다고. 그렇다면 사진으로 얻는 수익도 꽤 되겠다 싶어 물었더니 그는 손사래를 쳤다.
“다음 작품 준비하고 카메라 살 정도 들어와요. 제가 기자재비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이번 전시는 프랑스 쪽 은행과 정부 기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10여 년에 걸친 사진 프로젝트들 진행 중
프로 작가답게 그는 사진 작품의 제작을 특정한 테마를 잡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The Window 시리즈’를 10년, ‘My Korea’ 시리즈를 12년 동안에 걸쳐 만들었습니다. The Window 시리즈를 하면서 두세 가지 전시를 준비 중에 있어요. 당장 6월부터는 유럽의 아트 퍼니처(예술과 가구 디자인을 접목한 개념으로 예술적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가미된 일상 속 가구) 작가와 제 작품을 컬래버한 전시가 1년 동안 잡혀 있습니다. 제 작품의 테마는 나무가 될 거예요.”
그의 말에는 유난히 힘과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제대로 한국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12년 동안 진행한 ‘My Korea’ 사진 작업은 같은 제목의 책 로 정리되어 그에게 작가라는 직함을 하나 더 달아줬다. 텍스트가 모두 영어인 이 책은 반응이 좋아 속편을 발행하기로 했다. 책을 쓰는 작가로서의 성과 또한 성실히 거두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다.
일하는 데서 작품의 소재 찾아
사진작가 외 백 상무의 다채로운 취미활동들을 살펴보자. 그는 교수이기도 하다. 본업인 호텔리어로서의 역량은 대학원과 석·박사 과정에서 호텔경영학과 경제학 등을 가르치는 자리를 마련하게 했다. 또 궁궐문화역사 해설가이기도 하다. 문화재에 관한 사진을 찍으려면 알아야 할 지식이기도 했거니와,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인의 신분으로서는 문화재를 마음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그럼 내가 문화재청 해설가를 하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작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1년에 걸친 공부 끝에 그는 해설가 자격증을 땄다. 그의 사진 작품 세계가 더욱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활동은 철저히 호텔리어로서의 본업을 지키면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일하면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어렵지 않다고 대답했다.
“저는 일하는 데서 사진을 찍을 소재를 찾아요. 그러니까 백 퍼센트 호텔이 배경이죠. 출장 가서 남는 시간에 촬영을 하는 거예요. 주말에 일부러 어딘가를 가서 찍은 적은 없어요. 직장에서 일하는데 시간이 어딨어요?”
60대 이후의 인생은 40대부터 준비하라
마치 물 흐르는 것처럼, 은퇴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는 그의 성공에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법. 그는 자신의 성공이 결코 운이 따라줘서 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가 투자해야 했던 시간과 노력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퇴하면 모두 해외여행을 떠나요. 갔다 와서 돈이 떨어지면 자전거 타고 색소폰 불고 산에 가 있어요. 이게 (은퇴 후 삶의) 다예요. 그 세 가지를 하다가 그것들마저 안 되면 근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죠. 그러다 몸이 아프면 집에 있게 되고 가족들과 싸우게 돼요. 결과적으론 남들이 입어본 옷이 멋있으니까 자신도 입어보는데 자기한테 맞지 않는 거죠. 왜 그런가 하면 준비를 안 해서 그래요.”
그는 60대 이후의 인생은 40대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준비를 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도 타보고 교육도 받고 사진도 찍고 등산도 하고…. 다양한 걸 하면서 실패를 겪어야 합니다. 실패하다 보면 그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게 걸리게 돼 있어요. 저도 사진을 좋아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동료였던 일본인 아다치씨가 나보고 일만 한다고 취미를 가지라면서 저에게 카메라를 줬어요. 그러면서 시작된 거죠.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적어도 10년은 투자해야 고수가 된다
그는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맞는 게 걸리면 그것에 10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래야 은퇴할 때가 되면 남을 가르치면서 즐기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돈만 많이 쓴다는 게 그의 일침이다.
“40대 넘어가면 앞으로 20년은 짧아요. 저는 2007년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했어요. 그게 10년 전이죠. 그때부터 했으니까 이제 파리에서 전시도 하는 거지 갑자기 파리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는 또한 취미를 익히는 노하우로 전문가를 꼽았다. 자신은 뭔가를 한다고 하면 최고의 고수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가 사진을 배울 때는 진동선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 사이는 나중에 함께 미학 논문을 쓸 정도로 발전하게 됐다.
최고의 전문가에게 배워라
그가 최근에 열중하고 있는 취미 중 하나는 오디오다. 마치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그는 그냥 시작하면 안 될 거 같아 오디오 책으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이자 건축가인 박준씨에게 메일을 보내 오디오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고수라고 불리는 오디오 파일(오디오 마니아를 가리키는 말)들과 3년을 함께 다녔다. 또한 클래식을 배우기 위해 음대 교수들에게 3년 동안 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 결과 이제는 오디오를 들으면 오디오 너머의 악기 위치가 보인다고 한다. 듣는 게 아니라 음악이 보인다고.
그가 요즘 배우고 있는 콘트라베이스도 전문가를 찾는 그의 취미 철학이 적용된 경우다.
“전주에 사진에 관해 5년간 강의할 일이 있었어요. 그때 그룹 중에 한 명이 정형외과 의사였는데 기타를 칠 줄 알았죠. 그가 제게 콘트라베이스가 잘 어울리고 잘할 것 같다고 추천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2년을 고민하다가 바로 악기를 샀죠. 지금 2년 반째 독일 마인츠 국립교향악단 단원에게 개인지도를 받고 있어요. 어려워요(웃음).”
최고의 고수를 만나 학습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고수를 만난다고 해도 노하우 전수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그는 고수를 만나면 무엇보다도 정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티튜드가 중요해요. 배우는 일에 있어선 학생이 되어야 하는 거죠. 스승이 나보다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제대로 된 공부로 거듭난 제2의 인생
무엇을 해도 주저하지 않고 정직하게 접근하는 그에게 그렇게 공부하고 배우는 취미의 ‘참맛’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사람은 40대, 50대가 되면 가족, 회사, 미래에 대한 불만이 쌓이죠. 그런데 그것을 작품에 쏟으면 나도 행복해지고 주변도 행복해져요. 저는 평생 카메라를 잡아본 일이 없었어요. 오디오를 들은 일도 없죠. 클래식도 배운 일 없어요. 제가 한 일은 평생 회계학과 호텔경영밖에 없었어요. 그것 외에는 가진 게 없었던 거죠. 그런데 해보니까, 그리고 제대로 공부를 하니까 굉장히 재밌어져요.”
그는 보람이 단순한 감정의 승화를 넘어서 직업 수준으로까지 발전한 몇 안 되는 케이스다. 그래서 그의 도전이 이룬 성과는 그 희귀함에도 불구하고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 결과, 그의 미래는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보다 훨씬 바빠질지도 모르겠다.
“퇴임 후요? 강의는 계속할 거 같고, 펀드 컨설턴트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격주로 궁궐 해설을 하고 사진 작업도 해야죠. 책도 써야 하고 오디오 수집도 해야 하고. 콘트라베이스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갈 정도로는 해야겠고. 바빠요(웃음).”
눈 녹지 않은 시골길을 굽이굽이 지났다. 길게 늘어진 소나무의 그림자는 쓸쓸하고 차가웠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끼 낀 옛 유적을 찾아가는 기분. 굽이치는 소나무 숲길을 지나 만난 심훈기념관(충남 당진시 상록수길 97)에는 소설 의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 그리고 작가 심훈이 옛이야기를 나누 듯 서 있다.
, 로 대표되는 심훈(1901~1936)은 한국 근대사에 한 획을 그은 문학가로만 말하기에는 다재다능했고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문학인으로 각인돼 있지만 영화인이었고,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일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에 저항과 계몽의식을 잃지 않고 살아온 지표 같은 인물이었다. 1919년 3·1운동 가담으로 3월 5일 투옥됐다가 8개월 만인 11월 6일 석방된 심훈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지금의 경기고등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중국으로 망명했다. 말이 좋아 망명이지 밀항을 선택해 지인의 집을 떠돌아다니며 생활했다. 1923년 다시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난징과 상하이, 항저우 등에 머물며 견문을 넓히며 수학했다.
영화인, 소설가, 시인으로서의 삶
귀국 후 연극과 영화,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흥미를 가졌던 분야는 영화였다. 1924년 첫 부인 이해영과 이혼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에도 영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25년 조일제가 번안한 소설 이 영화화됐을 때는 이수일 역을 맡은 배우로도 도전했으며 1926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소설 을 동아일보에 연재했다. 다음 해에 일본에서 제대로 된 영화 수업을 받고 돌아온 심훈은 영화 원작 집필·각색·감독에 제작까지 도맡았다. 단성사에서 개봉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심훈이 마지막으로 제작한 영화가 됐다. 1928년에는 조선일보에 입사해 2년 후 무용수였던 안정옥과 재혼했다. 1931년 경성방송국(京城放送局)으로 이직하지만 사상 문제에 부딪혀 퇴사하고 말았다.
소설에 마지막 힘을 쏟다
영화 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성공적 데뷔를 한 후에는 신문 연재소설에도 관심을 갖고 매진했지만 검열 장벽에 막혀 1930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과 가 연재 도중 중단됐다. 같은 해 저항시 또한 검열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심훈이 세상을 뜬 후 1949년 유고집으로 출간됐다. 1933년 장편소설 (조선중앙일보), 1934년 장편소설 (조선중앙일보)이 연재됐고 1935년 심훈의 대표작인 장편소설이자 유작인 가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에 당선, 연재됐다. 1936년에는 단편소설 (신동아)를 발표했다.
뜻밖의 관심, 시에 담다
심훈은 저항시인이자 농촌계몽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작품세계는 꼭 그렇지 않다. 그가 쓴 작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사랑에 아파하는 마음, 동성애, 스포츠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 ‘오오, 조선의 자매여’는 1931년 4월 영등포역 기차선로에 뛰어든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를 접하고 쓴 시다. 결핍과 금지, 검열의 시대에 동성애 그리고 자살을 선택했던 여성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그의 유작시인 ‘오오, 조선의 남아여’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호외 뒷면에 쓴 시로 손기정 묘비에도 새겨져 있다. 우승을 접한 감격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1929년에 쓰인 ‘야구’ 또한 흥미롭다. 야구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라 그런가 야구장의 함성이, 홈런의 짜릿함이 시에서 느껴진다. 무엇보다 1929년에도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야구를 보고 느끼고 시로 표현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 시를 계기로 심훈의 종손 심천보씨는 심훈 80주기였던 작년 9월 16일 한화 이글스 홈경기 시구에 나선 바 있다.
심훈기념관과 집필 장소인 필경사
심훈기념관 이야기를 하면서 유작 소설인 를 빼놓을 수 없다. 심훈기념관 옆에는 가 집필된 곳으로 알려진 필경사와 심훈의 묘가 나란히 있다. 기념관 일대는 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 속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했던 남자 주인공 박동혁의 실제 모델은 심훈의 장조카 심재영이다. 당시 심재영은 청년들과 함께 당진 부곡리에서 공동경작회를 조직,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심훈기념관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농우회’ 회원의 실제 주인공들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들이 하나하나 전시돼 있다. 심훈은 1932년 서울에서 가족의 터전인 당진으로 내려와 를 집필하고 난 뒤 1936년 장티푸스로 생을 마감했다.
>>관람 정보
개관시간 10:00~17:00 입장료 무료 문의전화 041-360-6883 휴관일 매주 월요일 주소 충남 당진시 상록수길 97 ✽자가용 이용 바람
언제 친구가 되었는가에 따라 서로간의 친밀도가 다릅니다.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기억은 너무 멉니다. 그러나 몇몇 단편적인 상황은 의외로 또렷합니다. 예를 들자면 얘기를 나누던 표정과 쪼그려 앉아 있던 곳, 함께 맡던 공기 냄새와 햇살까지 분명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갈라져야 했던 몇몇 아이의 이름과 얼굴도 또렷합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며 친구들도 구체적으로 나뉘어 기억됩니다. 그렇게 중학교 때 만난 귀한 친구가 아내와 함께 지난여름 우리가 사는 몽골로 놀러왔습니다. 그 친구는 어렸을 적에 나에게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당시의 내 별명은 ‘용가리’, ‘하마’ 등 외모와 연결되었는데 의외의 ‘꿈쟁이’였습니다. 지금은 조금 이해되지만, 당시에는 부정적으로 들렸습니다. ‘꿈쟁이’라니 내가 그렇게 허무맹랑한가? 내가 그렇게 현실감각이 없나? 그렇지만 내 삶의 고비마다 ‘꿈쟁이’라는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으며 그럴 때마다 그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책에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라고 쓰인 말대로, 나는 이제 행복한 꿈을 만들어내는 늙은이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으로 예술과 꿈을 이해
꿈은 현실과 대비되지만 실제로 그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꿈을 꾸기 위해선 먼저 잠이 들어야 합니다. 손자가 생기고 갑자기 아기를 안아 재울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잠잘 때가 예쁘다는 말을 합니다. 거기에는 잠재우기가 힘들다는 경험도 스며 있습니다. 갓난아기가 주위에 반응하고 웃기 시작하면서 차츰 잠드는 순간을 구분하게 됩니다. 잠이 오면 스르르 잠에 떨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 깨어 있으려 뻐팅기기도 하고 갑자기 떼도 쓰고 울기도 합니다. 관성의 법칙이 잠에도 적용되나봅니다. 일단 잠들면 몸의 모든 긴장이 빠지고 전혀 다른 상태가 됩니다. 거기서 다시 꿈을 꿀 때는 또 다릅니다. 곁에서 봐도 그냥 자고 있는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꿈을 꿀 때는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현실과 잠이 다르듯이 현실과 꿈은 또 다릅니다. 그렇게 예술은 현실과 꿈처럼 또 다릅니다. 사진을 하면서 난 예술과 꿈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친구 말대로 내가 꿈쟁이라서 예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난 사진으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무의식에 끌려 다니는 꿈과는 조금 다릅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꿈입니다. 아내는 그 꿈이 무슨 가치가 있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난 열심히 아내에게 내 꿈을 설명합니다. 설명하다 아내에게 여러 번 망신당하고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난 지치지 않고 아내가 눈치 채지 못하는 방법으로 꿈틀대며 반항을 해왔습니다. 난 꿈쟁이니까요.
인문학이 사람의 꿈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난 이제 꿈만 꾸는 게 아니라 해몽도 합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해몽을 합니다. 우선 아내에게서 살아나야 합니다. 그 꿈과 해몽이 이젠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립니다. 조금 있으면 그 꿈과 해몽이 실크로드를 타고 우리나라와 몽골을 거쳐 중앙아시아까지 이어지길 바랍니다. 꿈이 돈이 될 수 있고 더 큰 것도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또 한 발짝 들어가 예술뿐 아니라 역사도 그 테두리 속에 꿈의 원자재로 넣었습니다. 인문학이 사람의 꿈임을 눈치 챘기 때문입니다.
사진가로 나는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해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LA캠퍼스 Kerkhoff Hall Art Gallery에서 2003년 11월 초대받은 Forgotten Terror–I SAW YOU! 그리고 한국에서 개최된, 20개국이 참여하는 역사NGO세계대회에 초대받았습니다. 주제는 동남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역사 교육이며 주최 단체는 세계NGO역사포럼과 동북아 역사재단이었습니다. 이어 일본군에게 성노예로 희생당한 필리핀 할머니 생존자들을 찾아 2009년 열린 역사NGO세계대회에서 필리핀 위안부 할머니들을 촬영한 사진을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발표했고, 일본국회의원회관, 노근리평화공원 설립을 위한 역사학자 모임 등에 초대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경부와 중앙일보 주최로 2009년 5월에 ‘Gems of Central Asia’를 용산국립박물관에서 초대 전시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사진에 역사를 담다가 사건은 보는 시각에 따라 같은 내용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는 것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치 요리사들에게 같은 재료를 주고 다양한 음식을 기대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하듯 관심을 가져온 실크로드 국가들의 역사가 그렇게 보입니다. 역사는 특히 사실만을 찾는 학문인 줄 알았습니다. 학자들이 힘을 다해 사실을 찾듯, 좋은 재료를 찾는 일이 역사의 전부로 생각했는데, 그 후의 작업, 즉 찾아낸 역사적인 사실로 어떻게 좋은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이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실크로드관련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역사에서 우리 대한민국만이 독점한 사건이고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조상들에 대한 언급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받았던 역사 교육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남의 역사를 건드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공통분모 찾기
생각을 멈추고, 같은 재료를 갖고 다른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해보았습니다. 나와 내 주위 나라들은 서로 다른 역사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닫힌 역사와 열린 역사관?
유목적인 이해와 농경적인 가치?
역사를 쪼개고 분열시켜 작게 방향을 잡는 방법과 합하고 어울려 크게 보는 대승적 관점.
다시 멈춰 주위 다른 민족과 분리해내었던 내 나라의 역사를, 그들과 서로 교차하며 만났던 공유된 역사로 짜보았습니다.
여행 중 만났던 중앙아시아인의 외모에서 우리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닮은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역사는 서로를 갈라내기도 하지만 서로의 공통분모가 찾아진다면 이제라도 반갑게 만날 수 있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며 국경을 초월한 유럽연합 국가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이 부러워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서로의 묻힌 역사를 재료로 아시아와 유럽-유라시아에 대승적 실크로드 연합 공동체를 건설하고 그 멋진 나라의 주인으로 사는 꿈입니다.
함철훈(咸喆勳) 사진가·몽골국제대학교 교수
1995년 민사협 초청 ‘손1’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 2012년 이탈리아 밀란시와 총영사관 주최로 전을 FORMA에서 개최. 2006년 인터랙션대회(NGO의 유엔총회)에서 대상 수상. 저서로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