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은 2월 16일 금요일로 주말을 포함해 나흘의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추석 황금연휴처럼 쉬는 날이 많지는 않지만, 30년 전만 해도 음력설에 이러한 연휴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989년, 민속의 날로 정했던 ‘구정’을 ‘설날’로 개명하며 동시에 이틀의 연휴가 더해졌으니 말이다. 한편 당시 3일 동안 쉴 수 있었던 신정연휴가 2일로 단축되며 설날연휴에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 점차 늘어났고, 연휴를 여유롭게 즐기러 고궁과 테마파크 등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설날 귀성 열차표 대란
1994년 설날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차에 탑승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 당시만 해도 설날 귀성 열차표를 구하려면 수개월 전부터 추운 날씨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기다려야만 했다. 그해 철도청은 승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예매제도 개선책으로 컴퓨터 추첨 방식 도입을 추진하는 등 귀성 열차표 예매 묘안을 찾기 위해 대규모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고속터미널에 시찰 나온 서울시장
1986년 설날(당시 민속절) 당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풍경. 새벽부터 귀성객으로 붐빈 터미널에 염보현 서울시장이 방문해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해 교통부는 귀성인파 총 200만 명 중 고속버스를 이용한 승객을 45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한복 입고 고궁나들이
1989년 첫 설날연휴가 시행되던 해, 일찍 세배를 마치고 귀경한 시민들은 한복을 입고 경복궁과 덕수궁 등 고궁나들이를 즐겼다. 또 가볍게 극장가, 어린이대공원, 대학로 등을 찾거나 스키장, 온천 등에서 여유를 보내는 이도 많았다. 당시 포근한 날씨와 긴 연휴 덕분에 거리에는 색동옷 차림의 아이들과 한복을 입은 어른들이 여느 해보다 많았다.
흥겨운 민속놀이
1990년대 초 설날을 맞아 가족이 함께 한복을 입고 널뛰기를 즐기는 모습. 당시 설날연휴 동안 서울 시내 고궁에서는 풍물과 남사당놀이 등 민속예술과 널뛰기, 투호, 윷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1988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테마파크 서울랜드와 1989년 개장한 롯데월드 등에서 열리는 놀이마당과 풍물패 공연 등을 보러 가는 것도 인기였다.
‘피카소를 그린 화가, 샤넬을 그린 여자’. 얼마나 대단하기에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그려냈을까?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프랑스 여성 작가의 전시회는 이렇듯 가벼운 궁금증으로 문을 두드리게 한다. 전시장에서 첫 인사를 나누듯 초기작을 접하고 생애 마지막 작품까지 감상하니 점점 그 이름이 각인된다.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1956).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화가, 사랑에 기뻐하고 아파한 여인의 대서사시가 ‘마리 로랑생-색채의 황홀 展’을 통해 펼쳐진다.
마리 로랑생에 대해…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마리 로랑생-색채의 황홀 展’. 우선 마리 로랑생의 그림을 보기에 앞서 그의 인생 이야기와 연애담을 조금이라도 알면 좋겠다.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아주 중요한 단서이자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과 맞물린 마리 로랑생 감정 변화는 깊이가 더해지며 다양한 색채로 화폭에 담겨갔다. 1·2차 세계대전 시대를 산 인물로서 누구보다 극적인 삶을 살아왔던 예술가, 바로 마리 로랑생이다.
여성 화가가 드물던 100여 년 전, 마리 로랑생은 미술교육기관인 ‘아카데미 앙베르’에서 교육받았다. 입체파 창시자로 불리는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화가가 된다. 이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작업실이자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세탁선(洗濯船, Bateau-Lavoir)에 다니며 활동했고 ‘입체파의 소녀’, ‘몽마르트의 뮤즈’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이곳에서 피카소의 소개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5년 여 뜨거운 열애를 나눴던 이들은 기욤 아폴리네르가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사건에 연루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독일인 남작과 결혼했지만 순탄치 않은 생활을 이어가다 이혼한다. 이후 마리 로랑생은 색채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독특한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해나갔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10년간 그는 예술 활동에 집중했다. 명사들의 초상화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의상과 무대디자인은 물론 도서와 잡지 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1956년 6월 8일,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숨을 거둔 마리 로랑생은 오스카 와일드와 쇼팽 등이 잠든 페르 라셰즈 묘지(Pere Lachaise Cemetery)에 안장됐다.
파리지엥 작가의 인생 궤적을 쫓다
‘마리 로랑생-색채의 황홀 展’은 마리 로랑생의 20대 무명 시절부터 73세 대가로 죽기 직전까지 작품과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다섯 개의 섹션이 친절하다고 생각될 만큼 깔끔하게 구성돼 작품을 이해하기 쉽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마리 로랑생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옛 추억을 엿볼 수 있는 사진 19점이 전시 돼 있다. 1부 ‘청춘시대’ 섹션에서는 마리 로랑생이 파리의 아카데미 앙베르에 다니던 시절 그렸던 풍경화와 정물화, 자화상과 피카소의 초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열애시대’로 구별한 2부. 입체파와 야수파의 흔적을 보이면서도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마리 로랑생의 고유한 스타일이 드러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3부 ‘망명시대’는 마리 로랑생 인생 중 역경의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사랑했던 기욤 아폴리네르와 헤어진 뒤 급하게 독일인 남작과 결혼, 신혼생활을 하기도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스페인으로 망명을 떠난 시기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프랑스에 있을 수 없어 택한 망명길이었다. 이 시기 작가가 느낀 고통과 비애, 외로움을 자신만의 색깔로 더욱 강하게 작품 안에 표현했다.
4부 ‘열정시대’에서는 이혼한 뒤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친 시기다.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그녀의 이름을 알리게 된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1924년 마리 로랑생이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담당해 성공을 거둔 발레 ‘암사슴들’의 공연 영상과 의상 도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5부 ‘콜라보레이션’에는 작가 앙드레 지드의 ‘사랑의 시도’, 오페라 ‘춘희’,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잡지 ‘보그’ 등 마리 로랑생이 북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할 때 발표된 작품 38점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 마리 로랑생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코올’과 마리 로랑생의 시집 겸 수필집 ‘밤의 수첩’ 등이 있고, 그의 시를 직접 필사해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전시 정보
일정 3월 11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관람시간 2월 오전 11시~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
3월 오전 11시~오후 8시 (입장 마감: 오후 7시)
입장권 성인 1만 3000원 / 청소년 1만 원 / 어린이 8000원
MBC 탤런트 극단이 창단하면서 올린 첫 연극 시연회에 기자 자격으로 초대 받아 갔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이었다. 최안규 각색, 정세호 연출, 안지홍 음악으로 되어 있다. 이 연극은 1952년 런던 앰배서더 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세인트 마틴 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연하는 작품이란다. 올해 66년째이다. 최장기 연극 공연이며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로 SH 아트홀 앞에는 낯익은 연예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연극이 MBC 탤런트 극단이 마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연회 이다 보니 이번 출연진 뿐 아니라 복수 캐스팅 되어 있는 다른 배우들도 총 출동한 모양이었다. 극장은 소극장보다는 규모가 커서 안락했다. 맨 앞줄에는 쟁쟁한 MBC탤런트들이 자리 잡고 바로 뒷줄에 앉았다. 2월1일부터 3월25일까지 목금토일에 2회씩 공연되므로 주인공 역은 무려 6명이 교대로 출연한단다.
쥐덫의 스토리는 미리 알고 가면 재미없다. 추리극은 결말을 모르고 같이 추리하면서 몰입해야 재미가 있는 것이다. 런던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폭설이 쏟아진 작은 호텔에 8명이 갇힌다. 형사가 나타나고 주인집 부부는 물론 투숙객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그 와중에 한 명이 살해된다. 범인은 누구일까로 궁금해진다. 다음 희생자는 또 누구일까 분위기가 긴장된다. 이런 추리극은 초반에 졸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는 결말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연진은 양희경, 임채원, 박형준, 윤순흥, 장보규 등 현역 탤런트들이므로 쟁쟁하다. 연기력 면에서는 나무랄 것이 없다. 다만 TV드라마와 연극의 차이가 있기는 있다. TV 드라마는 카메라에 맞춰 돌아가므로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다른 배우들은 안 보인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한눈에 전 출연진이 다 보이는 몹 씬이므로 관객들은 한눈에 다 본다. 이 점은 시연회가 끝나고 1시간 정도 가진 평론가와 기자들에 의해 옥의 티로 지적되었다.
MBC탤런트는 15년 전 공채에서 끝났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미 막내 기수가 4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450명 정도 된다고 했다. 15년 전 공채가 끝나고는 연기도 기본적으로 배우는 아이돌 스타 등이 특채로 들어오면서 공채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출연 드라마가 늘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연극이라고 결론지었다는 것이다. 연극 계 출신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연극무대야 말로 탤런트 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이 좋은 연기자들도 떠나고 좋은 관객도 많이 잃었다고 자평했다. 이런 때에 프로 연기자들이 아마추어리즘으로 다시 연극계에 들어 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입장료가 너무 비싸 보였다. VIP 66,000원, R석 5만원은 대학로 평균 입장료의 배 수준이다. 물론 중견 연기자들의 무대이니 그만큼은 받아야겠다며 책정된 금액이겠지만, 비싼 것은 사실이다. 영화 한편 보고 식사까지 할 수 있는 금액이다. 출연 배우들은 이 공연에서 출연료도 책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연극이 좋아서 연기할 뿐이라고 했다.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닦아야만 했으니까. 희망이 보이는가 싶더니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망연자실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초석이 다져졌고 단단한 징검다리가 놓였다. 노력은, 꿈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한 달여 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삼수(三修) 만에 이뤄낸 쾌거’라고 말한다. 세 번의 도전 동안 수많은 사람의 헌신과 노력,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올림픽 또한 없을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노장을 기억해냈다. 前 강원도국제스포츠지원단장이자 現 아라웰다잉연구회 회장인 박종흔(朴鍾昕·69) 씨. 꿈이 이뤄진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평창동계올림픽의 백전노장을 만나다
강원도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박종흔 씨를 만났다. 이미 10년도 더 된 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해드릴 대단한 얘기가 없다며 멋쩍게 웃는다. 박종흔 씨는 올림픽 관련 업적 외에도 공직자로서 명망 높고 존경받던 인물. 지금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09년 강원도청 지방부이사관으로 공직을 내려놓기 전까지 지방과 중앙정부 요직을 비롯해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업무까지 두루 섭렵한 박종흔 씨는 나랏일(?) 전문가였다. 현역 시절 인생을 걸고 몰두했던 일은 단연 ‘올림픽’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재수 시절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머릿속에는 오로지 올림픽 유치 생각밖에 없었다.
“2004년도에 국무총리실에서 재난관리과장을 하고 있다가 강원도로 내려와서 받은 첫 보직이 ‘강원도 국제 스포츠위원회 홍보부장’이었어요. 첫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고 난 뒤에도 강원도가 재도전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 유치에 관한 업무를 하는 조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국제스포츠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올림픽 유치를 위한 준비를 틈틈이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올림픽 유치 신청 뒤 후보 도시가 되기까지 각 도시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치열하다. 홍보 담당자로서 어깨가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경쟁 도시와 비교해 최대한 좋은 인상과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행동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밝힌 ‘드림프로그램’
국제스포츠위원회 홍보부장을 하면서 단연 보람되고 뿌듯했던 것이 드림프로그램이었다. 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는 중 가장 정열적으로 힘을 다하고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였다.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고, 성과가 이번 올림픽에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드림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오기 전부터 기획된 것이었어요. 눈이 내리지 않고 얼음이 얼지 않는 나라의 청소년을 강원도로 초정해 동계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죠. 스노보드도 타고 스키도 가르쳐주고 스케이팅도 가르쳐줬습니다.”
한편으로는 IOC 위원에게 한 표를 호소하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은 동계올림픽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왔던 참가자들을 통해 우리의 뜻을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진 드림프로그램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열매를 거두었다. 2009년 드림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말레이시아 피겨스케이트 선수 줄리안 지 지에 이(21)는 말레이시아 동계스포츠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었다. 박종흔 씨가 한창 활동하던 2005년 참가했던 남아프리가공화국의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타마라 제이콥스는 2월 초 성화 봉송 주자로 뛸 예정이다. 동계스포츠를 널리 알리고 올림픽정신을 실현한 소중한 프로그램이 시간이 지나 빛을 발하고 있다.
“그땐 정말 용평스키장에서 살았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요. 인솔해온 지도자들에게는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면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도록 IOC 위원들에게 말해 달라고 막후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돌아다니면서 다 한 거죠. 지금 생각해도 드림프로그램은 정말 잘된 프로그램입니다.”
겨울 스포츠의 장, 평창으로 오세요!
강원도청에서 홍보부장 업무를 보다가 국제부장직을 맡아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번에는 평창이 동계스포츠 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주는 일이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서 스노보드 세계 챔피언십 대회를 한다고 하면, 다음 대회를 우리가 유치해오는 것이었어요. 프레젠테이션도 많이 했고 또 큰 대회도 여러 번 강원도에서 유치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는 국제스키연맹, 스케이팅연맹, 바이애슬론 등이 쭉 있잖아요. 산하 연맹들이요. 거기서 다 호응을 또 해줘야 합니다. 대회를 유치하려고 많이 다녔고 유치도 꽤 했어요.”
국제부장에 이어 올림픽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스포츠지원단장이 되면서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렸다. 홍보부장 때 용평스키장이 집이었다면 이후에는 전 세계가 올림픽 유치를 위한 영업장이었다. 세계를 돌며 평창에 한 표를 호소했고 열정을 쏟았다. 유리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뛰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러시아의 소치와 대한민국의 평창이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개최지 결정은 남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전세기 한 대로 날아갔는데 러시아는 초대형 화물기 7대를 가지고 날아왔어요. 시내 곳곳에다가 공연장 만들고 엄청난 오일 머니를 갖다 부은 거죠.”
뭔가 전세가 밀리는 기운이었지만 우리 측도 표결이 있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발로 뛰고 평창을 알렸다.
“권양숙 여사님이 마침 저희를 도와주셨습니다. 드림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과테말라의 어린이들을 만나서 미팅도 하고 애써주셨죠. 나름대로 전략을 세웠습니다만 소치를 감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4표 차이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러시아 소치에 내주고 말았다. 2007년 7월 3일. 뼈아픈 그날이었다.
“평창은 벌써 2차 도전이었고 유치를 확신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더 이상 올림픽 업무를 보기가 싫어지더라고요.(웃음)”
쏟았던 정열에 비해서 얻은 게 없었다. 박탈감이 없었다면 세 번째 도전 때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었다.
“만약 있었으면 조직위원회에서 활동을 했겠죠. 그런데 한 3년 그렇게 하고 나니까 올림픽은 조금….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년을 2년 남긴 상황이었거든요. 좀 더 유능하고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유치 업무를 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올림픽 유치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뒤 박종흔 씨는 올림픽 업무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강원도지사였던 김진선 전 지사에게 학교로 보내달라고 청했다. 이후 주문진에 있는 강원도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9년 정년퇴직했다. 못다 이룬 평창의 꿈은 후배들에게 넘겨주었고, 올해 마침내 결실의 그날을 맞게된 것이다. 후배들이 선배님으로서 박종흔 씨를 좀 챙기고 있는지 물었다.
“안 그래도 후배한테 우스갯소리로 나를 잊은 게 아니냐며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나를 기억하라고 했더니 알았다 하더라고요.(웃음)”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들이 동계올림픽의 꿈을 실현시켰기에 자신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 과정 속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것에 새삼 보람을 느낍니다. 이게 끝내 무산됐더라면 우리의 노력도 물밑으로 가라앉았을 거예요. 우리가 못 이룬 일을 후배들이 이뤄낸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제 나름대로 훗날 기여할 일이 있다면 물론 당연히 해야겠죠.”
박종흔 씨는 지금도 눈이 내리면 ‘이 눈은 설상경기에 좋을 눈이구나, 아니구나’를 생각한다. 오랜 시간 올림픽과 함께했던 삶이 여전히 몸에도 생각에도 배어 있다.
나랏일 전문가, 웰다잉 전문가 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일궈낸 백전노장은 지금 그럼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의 제2인생도 궁금했다. 최근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웰다잉’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마침 기자와 마주한 곳은 현재 회장으로 활동 중인 아라웰다잉연구회의 공간이었다. 은퇴 뒤 인생에 대해 고민하다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 즉 ‘웰다잉’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과거에는 퇴직 공무원이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산불 감시, 교통질서 캠페인 같은 단순노동으로 봉사를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하죠. 저는 30~40년 공직에 있었던 노하우를 접목해서 전문 재능을 기부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생각했습니다. 퇴직 무렵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조심스럽게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박종흔 씨는 2013년 웰다잉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때 당시 *각당복지재단이 강원도의 동해가정법률상담소를 포함, 다섯 군데를 선정해 웰다잉교육전문지도강사양성교육을 실시했다. 이때 16주 교육을 이수한 뒤 웰다잉 지도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아라웰다잉연구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웰다잉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경로당과 노인복지원을 찾아다니면서 무료로 강의도 하고 봉사도 한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에 관해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해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 물었다. 또 봉사 이야기를 꺼낸다. 평생 공직생활에 국민들 염원을 담아 발에 땀나도록 뛰어온 사람이 지치지도 않나보다.
“퇴직 전부터 악기로 봉사하고 싶어서 한 10년 색소폰을 배워뒀습니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어르신들을 위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남을 돕는 것도 좋지만 지금껏 헌신하며 살아온 자신과 더불어 가족과 행복한 인생을 많이 즐기시길 바란다. 2월, 평창 밤하늘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면 손자에게 꼭 말하시라.
“저게 다 할아버지 덕분이었다”고 말이다.
*각당복지재단 1986년 설립된 각당복지재단은 인류애 정신에 입각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죽음준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말기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exhibition
다빈치 얼라이브: 천재의 공간
일정 2018년 3월 4일까지 장소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예술, 과학, 음악, 해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사적 업적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색과 빛, 음향으로 재조명한다. 전시는 ‘르네상스, 다빈치의 세계’, ‘살아있는 다빈치를 만나다’, ‘신비한 미소, 모나리자의 비밀이 열린다’ 등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제1섹션에서는 실물 크기로 재현한 다빈치의 발명품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이밖에 베네치아에 보관된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다빈치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에 관심이 있다면 제3섹션을 확인하자. 세계적 미술 감정 기업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모나리자 원화를 10년간 분석해 밝혀낸 25개의 비밀을 공개한다. 당시의 색감을 그대로 복원해 재현한 진짜 모나리자를 감상해보자.
더 아트 오브 더 브릭
일정 2018년 2월 4일까지 장소 아라아트센터
전시회의 주인공인 네이선 사와야는 세계 최초로 오직 ‘레고’만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지구본, 전화기 등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부터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까지 약 100만 개의 레고를 사용해 제작한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키스)’,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등 유명 예술가들의 대표작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품 관람 이후엔 레고를 활용해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디 아트 오브 더 브릭’전은 세계에서 꼭 봐야 하는 10개의 예술 전시 중 하나로 소개되었으며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book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저·나무생각)
늙은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가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으며 기적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황량했던 언덕이 생기를 되찾고, 말라버린 하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진정으로 옳다고 믿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언가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의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환자 혁명 (조한경 저·에디터)
현직 의사가 기존의 의료 상식에 반기를 들었다. 환자를 향해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저자는 ‘약과 병원에 의존하지 말고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고 주장한다. 성인병 치료의 열쇠는 환자에게 달려 있다며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쉬우면서도 다양한 ‘혁명’을 제시한다.
◇movie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스타워즈’ 시리즈가 첫선을 보인 지 40년이 되는 올해 또 하나의 시리즈가 탄생했다. “선과 악의 전쟁, 거대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문구가 눈에 띄는 이번 영화는 비밀의 열쇠를 쥔 ‘레이’를 필두로 ‘핀’, ‘포’ 등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되어 운명을 결정지을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결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는 ‘레아 공주’ 역으로 얼굴을 알린 캐리 피셔가 지난해 작고하기 전 연기한 시리즈로 그의 마지막 ‘레아 공주’를 감상할 수 있다. 전편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J.J. 에이브럼스가 제작에 참여하고 향후 시리즈 3부작 연출이 확정된 라이언 존슨이 연출을 맡았다.
개봉 12월 14일 장르 액션, SF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마크 해밀, 캐리 피셔, 아담 드라이버 등
아들에게 가는 길
코다(CODA, 청각장애인의 정상인 아이) 가정의 한 장애인 부부가 아들을 키우면서 겪는 문제를 다룬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지만 떨어져 지내는 만큼 아이와의 거리도 멀어진다. 진심으로 다가서려 하는 부모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하는 부모가 답답한 아이.
자식은 어떤 존재이고 부모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묻고 가족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가족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로 2016년 제17회 장애인영화제에서 우수상,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한 최위안 감독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봉 11월 30일 장르 드라마 감독 최위안 출연 김은주, 서성광, 이로운 등
◇stage
빌리 엘리어트
2010년 한국에서 최초로 초연된 뮤지컬 가 7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이 배경이다.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보여준다.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일정 2018년 5월 7일까지 연출 스테판 달드리 출연 천우진, 김갑수, 최정원 등
블라인드
시각을 잃은 후 세상과 단절된 청년 ‘루벤’과 몸과 마음이 상처로 가득한 여자 ‘마리’가 만나 마음으로 서로를 느끼며 교감을 해나가는 사랑 이야기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교감하는 둘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봐야 하는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2018년 2월 4일까지 연출 오세혁 출연 박은석, 이재균, 김정민, 정운선 등
거미여인의 키스
남성 2인극으로, 이념이 다른 두 주인공인 몰리나와 발렌틴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며 다가가는 슬픈 사랑을 연기한다. 몰리나 역은 배우 이명행과 김호영이, 발렌틴 역은 송용진과 김선호가 지난 공연에 이어 재연을 확정했다.
장소 아트원씨어터 2관 일정 2018년 2월 25일까지 연출 문삼화 출연 이명행, 이이림, 김주헌 등
타이타닉
타이타닉 사건이 발생한 지 105년, 브로드웨이 초연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상륙한다. 영화가 이 사건의 비극적인 사랑에 집중했다면 영화보다 앞서 제작된 뮤지컬 은 배가 항해하는 5일 동안의 사건과 인물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장소 샤롯데씨어터 일정 2018년 2월 11일까지 연출 에릭 셰퍼 출연 김용수 왕시명 이상욱 등
12년 만에 최고로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났다. 긴 연휴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수많은 며느리들에게 육체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늘어난 휴일만큼 더 많은 가사에 시달리면서 허리와 손목, 어깨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형외과는 명절 연휴 직후가 성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연세에이스정형외과에서 만난 이순옥(李純玉·64)씨도 명절이 고달픈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보통의 며느리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녀가 겪은 질환은 파스 몇 장으로 끝낼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처음엔 뒤늦게 시작한 취미가 문제라고 생각했죠.”
이순옥씨는 남편을 통해 알게 된 노래 모임을 통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6년 전 일이다. 처음 배우는 악기라 당연히 쉽지 않았고, 코드를 잡는 손부터 허리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기타를 다루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통증은 점점 사라져갔다. 연주로 인한 즐거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유독 왼쪽 어깨에 남아 있는 통증은 그대로였다. 이러다 말겠지 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명절이 지나면 통증은 더 심해졌다. 그러다 남편의 무릎 치료를 위해 들른 병원이 믿을 만해서 자신의 어깨도 검사해봤다. 진단 결과 석회성건염이었다.
원인 모를 석회화가 통증 불러와
석회성건염은 어깨에 돌덩이 같은 것이 생기는 병이다. 관절에 석회 물질이 저절로 발생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치료를 담당한 정형외과 전문의 윤홍기(尹洪基·46) 원장은 석회성건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석회성건염은 말 그대로 어깨 힘줄 부위에 석회 침착물이 생기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에요. 이 염증이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사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어요. 힘줄의 노화 과정에서 석회화가 일어난다는 가설과 힘줄 세포의 변성으로 석회가 생긴다는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지만 확인되진 않았어요.”
우리가 흔히 오십견으로 알고 있는 유착성관절낭염과는 완전히 다른 병이다. 어깨에 통증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비슷하다 여길 수 있지만, 오십견은 어깨 관절의 운동 범위가 직접적으로 감소되는 점이 가장 다른 부분이다. 석회성건염도 어깨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나을 수 있다는 오십견에 대한 속설이다. 어깨통증을 모두 오십견이라도 단정 짓고 병을 키울 경우 응급실 신세를 질 수도 있다.
“아팠을 텐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으셨어요?” 윤 원장이 이씨를 만나자마자 건넨 말이다. 윤 원장은 일반 환자보다 커다란 석회덩어리를 보고 걱정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다행히 덩어리 크기에 비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비교적 적었다. 석회성건염은 생성기, 휴지기, 흡수기의 3단계를 거치는데, 흡수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만약 어깨가 너무 아파 응급실을 찾을 정도라면 대부분 석회성건염일 가능성이 많다.
윤 원장은 환자의 통증이 심하지 않아 일단 보전적 치료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함부로 어깨에 칼을 대기보다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한 통증이 없다면 비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석회를 없애기 위해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쓰입니다. 석회물이 부드러운 상태라면 주사기로 빨아들여 크기를 줄이고, 딱딱하면 체외충격파 치료로 부순 다음 분산시켜요. 이순옥씨의 경우 체외충격파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어 결국 수술을 결정하게 됐죠.”
제사를 모셔야 하는 며느리의 숙명
올해로 결혼생활 28년째. 집안에선 둘째 며느리이지만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 성격 탓에 시어머니로부터 모든 제사를 물려받았다. 제사만 1년에 4차례. 설과 추석의 차례상 준비도 그녀 몫이다. 단 한 번도 빼먹은 적도, 소홀히 넘긴 적도 없다.
이순옥씨가 처음 병원을 찾은 것은 설 명절 직후인 지난 2월이다. 집안의 연이은 행사 때문에 어깨 질환이 생긴 거라고 지목하지 않았어도, 대소사를 챙겨야 하는 중압감은 그때마다 어깨 위로 쌓이지 않았을까?
“워낙에 내 일로 남 일로 바빠요.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향이니까. 한때는 백화점에서 일도 했고, 부대찌개 식당도 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올해부터는 제사를 한 번에 지내기로 했어요. 부담이 좀 줄어들었죠.”
그녀의 활달한 성격은 여가생활에서도 나타난다. 남편을 통해 알게 된 노래 모임 ‘관악산 통사모(통기타 사랑 모임)’는 활동한 지 10년째다. 이제는 보컬을 담당하는 남편보다 그녀가 ‘핵심 멤버’로 꼽힐 정도다. 이 노래 모임은 ‘관악산 통사모 7080 음악회’라는 제목으로 매달 2, 4번째 일요일에 관악산 제2광장에서 정기공연을 갖는다.
관악산 통사모를 통해 알게 된 티뷰크사회복지재단을 통해 봉사활동도 해왔다. 민원으로 인해 중단될 때까지 신대방동 인근에서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빵 봉사’를 6년이나 했다. 많을 때는 1000명 이상의 사람이 몰렸다.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는 나날들이었다.
어깨를 많이 쓰는 야구선수 사이에서는 “어깨는 쓸수록 강해진다”는 속설이 떠돈다. 그러나 이씨에게도 적용되는 말일까? 윤 원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모든 관절은 과부하가 걸리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많이 쓸수록 좋아지고 건강해진다는 말은 잘못된 것입니다. 나이 들면 어깨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배드민턴이나 탁구 같은 운동 역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전기나 배관과 같은 팔을 올리고 작업하는 직업군 역시 어깨 질환이 자주 발생합니다.”
석회성건염의 불편한 특징 중 하나는 여성들의 발병이 남자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는 것.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30대에서 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왜 여성이 더 많이 걸리는지, 나이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통증보다 더 무서웠던 것
지난 7월 결국 이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사실 수술은 그녀에게 그렇게 두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대장암 수술을 통해 투병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어깨 수술은 겁나지 않았다. 대장암은 이미 제거되었고 완치 직전에 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제가 폐쇄공포증이 좀 있어요. 아주 심한 편은 아니지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때가 있어요. TV 장식장 안처럼 좁은 공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요. 그래서 찜질방도 못 가요. 수술 전 MRI 촬영을 위해 관처럼 좁은 공간에서 30분 정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다 때려치우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죠. 눈 질끈 감고 노래를 부르면서 버텼어요. 그때 아는 노래 모두 불러버린 것 같아요(웃음).”
수술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얇은 튜브 모양의 관절경이 들어갈 수 있도록 어깨의 앞, 뒤, 옆에 작은 구멍을 내 수술을 하는 방식이다. 관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석회물이 생성된 부위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힘줄이 다치지 않도록 제거해낸다.
윤 원장은 “간혹 수술을 해도 석회물이 남는 경우가 있어요. 이순옥씨의 석회화 부위는 넓은 편이었지만 다행히 모두 제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수술 후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0일 입원 지시를 받았지만, 몸이 들썩거려 6일 만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퇴원했다. 어깨는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빠르게 좋아졌다.
“수술 후 첫날부터 어깨가 잘 움직여 물리치료사가 깜짝 놀랄 정도였으니까요. 운동 치료도 잘되고 몸 상태도 빨리 좋아지자 병원에 계속 누워 있기가 싫더라고요. 일반 사람들보다 회복이 빨랐던 이유는 아마 요가 때문인 것 같아요. 10년 정도 요가를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부지런한 성격과 평소에 해왔던 운동이 몸이 회복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병원에서 가장 말을 잘 듣는 환자는 자신일 거라며 웃었다. 병원 방문날짜를 어긴 적도 없고, 운동도 빼먹지 않고 했다. 시키는 동작은 통증이 느껴져도 모두 다 해냈다.
이씨는 부지런한 성격이지만, 석회성건염 환자들 대부분은 게으르다. 윤 원장은 석회성건염 환자들은 합병증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부 환자들은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다고 치료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치료가 지겹기 때문일 거예요. 운이 좋으면 석회물이 자연 흡수되는 경우도 있어 통증이 사라지고 힘줄이 회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어 일상생활이 더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당장 좋아지지 않아도 성실하게 치료를 받으시라고 권합니다. 아무리 느려도 그것이 가장 빨리 낫게 하는 방법입니다.”
2개월 만에 거의 회복된 몸
수술 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재미있는 답변을 했다.
“이제 차 앞자리에서 뒷자리 물건을 집을 수 있어요. 수술 전에는 뒷자리에 있는 물건을 전혀 집을 수 없었거든요. 기타 연주를 마음놓고 할 만큼 회복되진 않았어요. 통기타는 쇠줄을 잡아야 해서 힘이 필요한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요가도 비슷해요. 그러나 정상일 때에 비하면 90% 정도는 회복됐다고 봐요. 더 건강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수술 후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자상한 남편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녀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남편 얼굴만 보였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치료 후 어깨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최근 걷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많이 걸으면 두 시간도 너끈히 걷는다고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걸으려고 노력해요.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걸 좋아해요. 지하철 계단도 열심히 걷고. 걷는 속도도 꽤 빨라서 젊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도 앞장서서 가요.”
수술 후 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 그녀에게 묻자 또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요즘 유행하는 플라잉 요가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어깨가 완전히 나은 후에 해야겠죠. TV에서 연예인들이 하는 것을 봤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제게는 일종의 도전 같은 것이에요. 나를 위한 도전을 계속 하고 싶어요. 플라잉 요가를 위해서라도 빨리 완치되고 싶어요.”
뜨거운 호평 속에 지난 2월 막을 내린 뮤지컬 이 더욱 화려한 무대와 출연진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내 첫 라이선스 공연부터 앙코르 무대까지 수장을 맡은 한진섭 연출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초연 무대 연출 계기는?
작년 초 처음 SMG의 박영석 대표가 음악을 들려줬다. 바로 가슴이 뛰었다. 어린 시절 듣고 좋아했던 닐 세다카의 음악들로 만든 뮤지컬이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됐다. 꿈 많던 젊은 시절의 뜨거운 에너지가 삽시간에 되살아나 몸과 마음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작업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감흥을 나와 비슷한 시절을 보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아주 강렬하게! 또 젊은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어쩌면 단순하고 더딘, 답답한 템포의 시기였지만 느린 만큼 낭만적이고 진솔했던 그때를 이해하고 즐겨보기를, 그래서 세대 간 소통해 보길 권하고 싶었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이 작품은 ‘거창한’ 작품이다. 거의 창작한 작품이란 얘기다. 라이선스로서 이 작품을 처음 대했지만 거의 90% 창작했다 할 수 있다. 국내연출을 경험했던지라 주크박스 뮤지컬을 다시 만들 기회가 생긴 것이 무척 소중했다. 곡은 외국에서 왔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의 정서'를 담고 싶었다. 제작진, 크리에이티브 팀 모두가 뜻이 같았다. 한마음이 되었고 를 대적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했다. 우린 진정 이 작품이 세대를 아우르는, 모두 소통하는 가족극이 되길 희망했다.
뜨거운 호평 속에서 앙코르 공연을 올리게 된 소감, 앙코르 공연에서 보완한 부분
큰 사랑과 호응을 얻어 감사할 따름이다. 앙코르 땐 한층 업그레이드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 기회가 금방 찾아왔고, 부담감보다는 설렘으로 작업했다.
첫째, 드라마의 개연성과 풍요로움을 위해 몇몇 캐스트의 대사와 곡을 추가했다. 둘째, 디자인 면에선 쇼 장면 조명을 더 화려하게 연출했다. 음악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음향 디자인을 새단장했다. 안무와 쇼 의상도 더 화려하게 보충했다.
초연에선 ‘게이브’ 역에 대한 소개가 2막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다소 갑작스럽기도 하고 부족한 면이 있어서 1막에 자기소개 개념의 경쾌한 곡을 앙상블의 춤과 함께 추가했다. 또, ‘마지’와 결혼하기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결심한 ‘레오나드’의 속마음을 ‘허비’와의 대화를 통해 설명하는 장면도 넣었다. 더불어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1막 끝에 마지와 레오나드의 분명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과, 2막 후반부의 ‘오! 캐롤’ 넘버 때의 반전 장면을 조명과 음악을 통해 보충했다.
남경주, 서범석, 전수경 최정원, 김선경 등 중견 배우들과의 호흡은?
20~30여 년을 함께 호흡해왔다.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아 연습 중 오가는 깊이 있는 대화 덕분에 작품이 풍성해졌다. 내가 자칫 놓치는 주관적 대목도 그들의 예리한 지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튼튼한 골격은 이미 세워졌다. 한마디로 화려한 시너지의 잔치였다.
중장년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또는 음악이 있다면?
귀에 익은 노래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One Way Ticket To The Blues’가 그랬고, 에스더를 향한 허비의 사랑고백 노래였던 ‘You Mean Everything To Me’가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작품 제목으로 사용 된 ‘Oh! Carol’을 신나게 따라 부르며 모두들 좋아했다. 한편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King Of Clowns’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마 극에 몰두한 상태에서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어 감동적이었으리라 판단한다.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초연이 시작 될 무렵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태가 혼란스럽다. 그다지 경쾌한 뉴스가 없다. 화려함이 아닌 담백한 음식을 차려놓고 따뜻한 방에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길 바라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노력한 중장년에게 이 작품을 추천한다. 그들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의 가족과 그들이 속한 사회가 평안하면 좋겠다. 우린 ‘모두가 행복해지는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한진섭 연출가
뮤지컬 , , , , , 외 다수 연출. 제6회·11회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 등 수상.
△ 뮤지컬 디큐브아트센터, 일정 5월 7일까지
◇ 전시
YOUTH: 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일정 5월 28일까지 장소 디뮤지엄
자유, 반항, 순수, 열정 등 유스컬처(Youth Culture)의 다양한 감성을 선보이는 대규모 사진전이다. 래리 클락, 라이언 맥긴리, 고샤 루브킨스키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28명의 사진, 그래픽, 영상, 그라피티 작품 24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일탈과 자유, 반항과 열정 등 청춘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면적인 감정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스컬처의 역동적인 작품들을 통해 청춘의 불안이 기쁨과 환희로 승화됐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 Saimdang, Her Garden
일정 6월 11일까지 장소 서울미술관 제3전시실
최근 TV 프로그램, 드라마, 도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시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선시대 여류 예술가 신사임당의 기획 전시다.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자기계발에 매진했던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의 면모와 생애를 재조명한다. ‘초충도’를 비롯한 그의 대표 수묵화를 통해 뛰어난 미의식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묵란도’를 소개한다. 화폭에 자연의 이치를 담고자 했던 그녀의 예술정신이 농묵과 담묵의 절묘한 조화로 발휘됐다.
◇ 도서
두 번째 서른 살: 사랑을 이야기할 나이(마리 드 에느젤 저·베가북스)
프랑스 심리학자 마리 드 에느젤이 10여 년간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얻은 성(性)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저자는 시니어의 성생활에 대한 이상주의를 경계하면서 다양한 연구와 인터뷰, 대담 사례를 통해 사랑과 성을 추구하는 노년의 삶에 대해 피력한다.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히로세 유코 저·인디고)
50세가 되면서 달라진 낯선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저자의 산뜻한 시선과 경험이 담긴 에세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점들을 담담하고 편안한 어조로 풀어냈다.
◇ 영화
눈길
일제강점기 말,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났지만 위안부라는 비극을 함께 겪은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그렸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데 이어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2월 3일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오픈해 30분 만에 목표금액(4000만원)을 달성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영화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 시민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개봉 3월 1일 장르 드라마 감독 이나정 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장영남 등
아빠는 나의 여신
가상의 동네 오가와에 있는 작은 술집 ‘사요코’를 배경으로 트랜스젠더 아빠와 딸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트랜스젠더라는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일본 영화 특유의 따스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케이노스케 감독은 낡은 술집에 다녀가는 손님들의 인간미 넘치는 사연을 통해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개봉 3월 예정 장르 드라마 감독 하라 케이노스케 출연 스도 리사, 후지모토 이즈미 등
◇ 공연
유도소년
2014년 초연, 2015년 재연 당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세운 흥행작이다. 유도선수 경찬이 고교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도·복싱·배드민턴 훈련을 거친 배우들이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연기를 펼친다.
장소 수현재씨어터 일정 3월 4일~5월 14일 연출 이재준 출연 허정민, 박정복, 신성민 등
혜은이 콘서트 '열정'
가수 혜은이가 데뷔 45주년을 맞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연다.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하기 위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간 공연을 이어간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제3 한강교’, ‘열정’ 등을 마음껏 들어볼 기회다.
장소 대학로 SH아트홀 일정 3월 3일~4월 2일 출연 혜은이
머더 포 투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코미디 뮤지컬 의 국내 라이선스 첫 무대다. 두 명의 배우가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며, 형사와 용의자 간의 실랑이를 그린 2인극이다.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극으로 빠른 전개가 흡입력을 높인다.
장소 DCF대명문화공장2관 일정 3월 14일~5월 28일 연출 황재헌 출연 김승용, 안창용, 박인배 등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창작가무극이다. 일제강점기, 비극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청년 윤동주와 송몽규의 순수한 애국심을 노래한다. 윤동주의 대표 시 8편이 독백 대사와 노래가사 속에 담겨 있다.
장소 예술의전당 일정 3월 21일~4월 2일 연출 권호성 출연 온주완, 박영수, 김도빈 등
몸속 깊이 파고드는 아라비아 음악의 선율이 천장이 높고 너른 교실 안에 울려퍼진다. 이에 반응하듯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인들은 신에게 제사를 올리듯 땀을 흘리며 경건하게 춤을 춘다. 지난 1월 문을 연 수원시 영통구 ‘영통2동 주민문화센터’. 이곳 벨리댄스반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진지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벨리댄스 매력 속에 푹 빠진 그녀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봤다.
감이 오지 않았다. 벨리댄스를 춤추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문 무희가 도전하는 고난위도 춤으로 인식했다. 반짝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 초, 영통2동 주민문화센터 다목적 연습실에서 만난 벨리댄스 강좌 수강생들은 코끝에 맺힌 땀을 닦아가며 새로운 춤 배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 벨리댄스 강좌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뉘어 진행되지만 수업에 임하는 태도만큼은 초급과 중급 왕도를 가릴 수 없다. 연습실이 무대처럼 반짝이는 이유는 동작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수강생들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중급반 중에는 외부 공연은 물론이고 각종 벨리댄스 대회에도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동아리 팀도 있다. 벨리댄스 강좌가 개설된 지는 8년쯤 됐다. 주민문화센터 개관 전에는 주민센터에 마련된 공간에서 강좌가 열렸다. 희망하는 사람들은 3개월 단위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여성에게 유익한 춤으로 소개되고 있는 벨리댄스는 여성이 갖고 있는 둥근 곡선의 아름다움이 강조된 춤으로 나이를 초월해 멋진 율동을 따라할 수 있다. 강사 최상미씨는 시니어 여성에게 벨리댄스를 권하는 이유에 대해 “복부와 골반을 자극하는 동작이 많아 장운동과 근육운동에 특히 좋다. 요실금이나 자세 교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미니 인터뷰
한영숙(65세) 환갑 넘은 저에게 딱 맞는 춤입니다!
벨리댄스는 2년 정도 했어요. 이 춤을 전에는 전혀 몰랐어요.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60세가 넘으니까 몸이 점점 안 좋아지더라고요. 운동 좀 해보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40대 때 잠깐 해봤던 에어로빅을 하려고 갔더니 너무 많이 뛰더라고요. 제 나이에는 무리한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에 살 때 마침 지역 복지관에서 60세 이상만 배울 수 있는 벨리댄스 강좌가 있어 부담 없이 시작했습니다. 젊을 때도 클럽 같은 데 가본 적 없습니다. 춤하고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았지요. 그런데 벨리댄스를 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초보 때도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했어요. 벨리댄스가 마음에 드는 것은 음악이 좋아서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벨리댄스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일 때 기분이 좋습니다. 라인댄스도 해봤는데 제가 하기에는 몸을 너무 과격하게 움직이는 춤이었어요.
벨리댄스의 장점은 근육운동이 된다는 겁니다. 허벅지하고 골반,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춤을 추면 근육이 서서히 생기는 게 느껴져요. 제가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닌데도 환갑이 넘으니까 배가 막 늘어나서 충격을 받았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 옷으로 막 가리고 의상을 입었는데 이젠 과감하게 입고 운동해요. 벨리댄스는 내 몸을 보면서 해야 운동이 돼요. 춤을 출 때 배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많이 쓰기 때문에 군살이 살살 빠져요. 건강만 허락하면 벨리댄스를 계속하려고요. 그래서 옷도 더 과감하고 좋은 걸로 샀어요.
이봉순(58세) 딸들과 함께 벨리댄스대회 나가는 게 꿈이에요.
우리 큰딸이 이곳 벨리댄스 강사예요. 작은딸이랑 함께 수업 들은 지 8개월 됐어요. 오늘이 돼서야 다른 분들에게 말씀드렸고요. 우리 딸이 원래 유치원 원감이었는데 벨리댄스가 너무 좋은 것 같다며 진로를 바꾸더라고요.
저도 딸이 좋다고 권유해서 최근에야 시작했어요. 딸이 하는 거만 봐도 굉장히 쑥스러웠는데 해보니까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지금 알았나 싶을 정도예요. 변비가 심했는데 하루아침에 몸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벨리댄스를 한 날하고 안 한 날하고 완전 달라요. 직접 느꼈어요. 제가 약을 안 먹으면 화장실에 못 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약을 먹지 않아요. 소화가 정말 잘됩니다. 벨리댄스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웃음).
오늘은 좀 과하지 않게 옷을 입었는데 과감한 벨리댄스복을 입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옷을 제대로 입었을 때와 안 입었을 때 자세가 달라요. 옷을 잘 갖춰 입으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몸이 드러나니까 틀리지 말고 잘해야지 다짐하게 돼요. 또 다리에 힘이 생겨서 좋아요. 모녀 벨리댄스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대회에도 나가보고 싶고요. 아니면 해변에서 셋이서 한번 벨리댄스를 멋지게 춰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언제라도 그럴 작정을 하고 있어요. 집에 돌아가도 셋이서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서 너무 좋습니다.
※3월 20일부터 영통2동 주민센터 홈페이지 (yeongtong2.suwon.go.kr)에서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4월 3일 개강한다.
2월의 막바지인 지난 주말 새봄을 기다리며 '따뜻한 콘서트'가 열렸다.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2013년 이후 5년째 개최하고 있는 음악회라고 한다.
오전부터 하루 종일 눈보라가 흩날려 저녁 나들이가 좀 걱정스러웠지만 출연하는 어떤 가수 때문에 필자는 꼭 참석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KBS 콘서트홀에 가니 오랜만에 보는 동년 기자님들이 많이 계셨다.
글로만 대하던 동년 기자님들과의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는데 부부가 동행하신 기자님도 여러분이셔서 보기에 참 좋았다.
우리 동년 기자의 좌석은 2층으로 자리에 앉으니 벌써 무대는 화려한 조명으로 예쁘게 반짝여 신나는 공연을 기대하는 설렘으로 마음이 들떴다.
출연 가수를 보니 어린 걸그룹 '모모랜드'의 귀여운 아이들과 중견 여가수 '린' 그리고 독보적 존재를 자랑하는 '전인권' 씨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김장훈' 씨가 있다.
김장훈 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고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는데 김장훈 씨와는 몇 년 전 작은 에피소드가 있는 사이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기부도 많이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는 멋진 사람이라 필자는 그의 왕 팬이 되었다.
오늘 약간 실망스러운 건 좌석이 2층이라 가수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김장훈 씨는 공연 중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하는 유명한 가수이다.
앞자리였다면 언젠가처럼 좀 더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몇 년 전 강남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김장훈 콘서트가 있었다. 제법 큰 무대를 춤과 노래로 종횡무진 휘저으며 신나는 공연을 펼치던 중 갑자기 김장훈 씨가 어시스턴트가 필요한데 누가 도와주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간 친구 삼총사가 내게 손들라고 부추겼고 나는 용감하게 조용한 침묵을 깨고 “저요!”하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누가 나오시겠느냐고 했지만 점잖은 관객들이 잠시 생각하는 동안 아줌마 기질을 발휘한 필자가 큰 소리로 답을 한 것이다.
좀 더 젊었을 때라면 부끄러워서 상상도 못 했겠지만 나이가 들으니 너무 용감해지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했다.
용감하게 소리친 덕분에 무대에 올라가 김장훈씨 옆에 서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본 김장훈 씨는 매스컴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훤칠했다.
잠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필자가 도와야 하는 일을 말해 주었다.
무슨 큰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고 김장훈 씨가 하모니카를 불 때 필자는 마이크를 그 앞에 잘 대어주는 일을 맡았다.
별일이 아니었으므로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졌고 무대도 매우 화기애애해졌다.
하모니카 연주가 끝난 후 감사하다며 불었던 하모니카를 선물로 주었는데 꽤 값이 나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그 작고 앙증맞은 하모니카를 가보로 간직하겠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고 신나는 공연을 즐겼다.
그렇게 김장훈 씨는 공연 도중 관객과의 소통을 꼭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래층의 어떤 여성관객이 전의 나처럼 큰소리로 답을 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만약 필자의 좌석이 가까웠다면 필자가 소리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어린 아이돌의 무대도 깜찍했고 ‘린’의 노래도 좋았지만, 김장훈 씨와 전인권 씨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노래에 감동적이었다.
신나는 콘서트의 여운으로 돌아오는 길의 차가운 바람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투데이에서 매년 주최한다니 다음에도 초대되어 꼭 콘서트를 보러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