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한여름 더위가 기승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훌쩍 떠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은 요즘, 브라보가 서울 사는 ‘1970년생 영숙’ 씨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산림휴양지 3곳을 꼽아봤다.
서울시 중구 기준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초여름 숲의 싱그러운 경치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잠시 여유를 찾아 역병과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산캉스(산+바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처럼 삼성(三聖)산에서 누리는 푸른빛 힐링, 삼성산산림욕장
삼성산은 안양시 명칭이 유래한 곳이다. 고려가 세워지기 전의 일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금주(지금의 시흥)와 과주(지금의 과천)를 점령하기 위해 삼성산을 지나다 산꼭대기에서 피어오르는 오색구름을 목격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능정이라는 승려가 “이곳에 절을 짓고 안양사라 칭하면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말했고, 이에 왕건이 절을 세워 안양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다. 이때의 안양사는 폐사되고 없다. 하지만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뜻하는 ‘안양’이 지명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안양사는 1950년대 후반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재창건한 사찰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윤필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산산림욕장에서는 성인이 된 듯 삼성산 일대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안양예술공원에서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삼성산산림욕장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서부터 안양사와 제1·2전망대를 지나는 5km 구간이다. 관악산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삼성산은 안양예술공원 주차장 인근의 마애정 옆 작은 샛길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1전망대나 2전망대를 거쳐 삼막사까지, ‘등린이’ 시니어라면 1전망대까지만 오르기를 추천한다. 이번 주말에는 성인처럼 녹음 속에서 마음 수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하철 타고 떠나는 치유와 힐링의 숲, 계양산산림욕장
계양산산림욕장은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천 명소다. 봄에는 튤립꽃 전시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어 수도권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계양산의 명소는 둘레길과 장미원이다. 이 외에도 계양산성과 문화회관, 어린이공원, 어린이과학관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림욕장 내에는 계양산 능선을 따라 ‘치유의 숲길’, ‘측백나무길’ ‘하늘길’ ‘우리꽃길’ ‘해맞이길’ 등 계양산 둘레길로 향하는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돼 있다. 이 중에서 무장애데크길이나 계양산성 탐방로는 걷기가 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아, 연로한 어르신이나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이용하기 좋다. 특히 무장애데크길 옆에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해 주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있어 매력적이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시니어에게 무장애데크길을 추천한다.
계양산 둘레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언택트 여행지 100곳’에 선정된 바 있다. 야외 관광지이면서, 자체 입장객 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지로 인정받았으니 마음 놓고 다녀와도 좋겠다.
한 마리 학처럼 자유로와 한강, 북한까지 관망하는 심학산산림공원
경기도 파주에 있는 심학산은 조선시대 왕이 애지중지하던 학 두 마리가 궁궐을 도망나왔는데, 이 곳에서 찾았다고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산으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학이 좁은 궁궐에서 벗어나 심학산에서 탁 트인 전망을 구경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추측을 부를 정도로 심학산은 멋진 전망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서해의 낙조가 일품이다. 이 외에도 파주출판단지와 자유로, 한강 하구, 김포, 관산반도를 바라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심학산만의 매력이다.
심학산은 다른 산에 비해 높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심학산 둘레길 역시 난이도가 높지 않아 무릎이 좋지 않은 시니어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우거진 숲이 햇빛을 가려주니 무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심학초교에서 약천사,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끝에는 정상전망대가 있다. 날이 좋다면 저 멀리로 북한까지 볼 수 있다. 또 전망이 가장 좋은 낙조전망대도 있다. 멀리 나서지 않고도 빨갛게 저무는 노을을 보며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심학산 둘레길을 걸어보자.
국내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며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치명률이 높은 시니어들은 외출을 자제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15명이라고 밝혔다. 일주일째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최대 규모의 일일 확진세를 보였다.
4차 유행은 지난 3차 유행에 비해 활동 영역을 공유하는 동일 연령대 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은 서로 다른 세대 간 접촉을 통한 감염이 뚜렷했던 3차 유행과 달리 동일 연령대 간 접촉을 통한 감염만이 전 연령대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대본에 따르면 4차 유행(6월1일 ~ 7월11일)의 확진자 접촉에 의한 전파는 43.6%로 3차 유행(2020년 11월13일 ~ 2021년 1월20일)의 32.2%보다 11.4% 증가했다.
가족을 통해 감염되는 비중은 61.7%에서 41.9%로 감소했지만, 지인 또는 동료를 통해 감염된 비중은 23.8%에서 40.0%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1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는 동일 연령대 간 감염 전파 비중이 가장 높았고, 특히 20~30대와 40~50대의 경우 동일 연령대 선행확진자 비율이 각각 19.9%, 23.5%로 높게 나타났다.
이 단장은 “4차 유행의 감염 패턴은 주로 지인·동료들 간의 접촉과 모임을 통한 전파가 있었다. 한 유행이 다시 다른 유행으로 전파하는 경향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 달간 수도권의 코로나19 전파 패턴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 추세다. 하루 평균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6월 3주 1.3명→6월 4주 1.4명→6월 5주 2.0명→7월 1주 3.1명으로 높아졌다.
이 중 활동성이 높은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1.6명→2.0명→3.8명→5.2명이다.
20대 확진자 급증의 원인으로는 백신 미접종과 함께 잦은 외부활동이 꼽힌다. 방역당국은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 식당, 주점,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확산세를 꺾고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젊은층을 비롯한 국민의 지속적인 방역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서울 마포구 음식점·경기 영어학원' 관련해 지난 6월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주점·클럽 등 8개 시설과 이용자의 직장 등에서 총 307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환기가 되지 않은 지하공간에서 밀집·밀접한 접촉이 이뤄진 점과 코로나19 증상 발생 기간에 다수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해 감염이 더욱 확산된 점이 꼽힌다.
이 단장은 "최근 클럽이나 주점과 같이 밀집·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아달라"고 거듭 권했다.
이렇게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감염병에 취약한 시니어들에게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면역기능이 약해진 시니어는 젊은층보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감염될 경우 중증화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니어는 백신 접종, 면역력 증강, 방역 수칙 이 3가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자에게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비용 효율적인 예방책 중 하나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만 접종해도 고령층의 감염 예방 효과가 80%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자는 전반적인 면역기능의 저하로 백신의 효과가 젊은 성인에 비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 뿐 아니라 면역력 증강을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챙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집단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가급적 외출이나 외부활동을 삼가는 것이 권고된다.
지난 1~3차 유행에도 정부의 신속한 방역 조치와 국민들의 참여로 위기를 넘겼다. 지속되는 4차 유행 확산세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참여로 꺾일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며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제 내린 비로 씻긴 하늘이 말끔하다. 덕수궁 돌담길도 밝아 상큼하다. 돌담길 따라 늘어선 나무들을 흔드는 바람결엔 뜻밖에도 향기까지 묻어 있다. 이건 흡족한 기분의 반향일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느껴지는 서울이 모처럼 유쾌하다. 고적한 정취까지야 아니지만 싱그러워 삼삼한 운치를 맛본다. 미술관은 돌담길 모퉁이에 있다. 기분 좋게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미술관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초입은 온통 초록이다. 크고 작은 수목들로 빼곡하다. 숨쉬기 좋은 작은 숲이며, 물먹은 소금자루처럼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홀가분해질 수 있는 소공원이다. 소음과 미세먼지와 풍문이 들끓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만한 숲이라도 만날 수 있는 건 요행에 가깝다.
이 소공원은 조각 전시장으로 쓰인다. 작가들의 작품이 산재하다. 저기 숲에 불타오르는 것처럼 붉디붉은 꽃 한 송이 솟아 있다. 최정화의 설치 작품 ‘장미꽃 인생’이다. 그는 싸구려 물건의 대표인 플라스틱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이골이 났다. 이 ‘플라스틱 연금술사’는 플라스틱 조형물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위계를 깬다. 불온한 물질문명에 딴죽을 걸며, ‘싸구려’로 표상되는 모든 낮고 만만한 것들의 꿈과 상상에 날개를 부여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가 펼치는 미술운동의 전진기지다. 시의 거대한 지원을 돛으로 삼았을 이 미술관은 공립 기관이 속성처럼 지니기 쉬운 관료주의의 따분한 틀에서 벗어나 서울특별시민들을 위한 특별 문화 공간으로 부상하고자 하는가. 표방하기론 ‘서울을 보듬는 모선(母船) 미술관’이다. ‘현대미술을 매개로 활력과 매혹이 가득한 서울과 세계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희망을 천명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1988년 구 서울고등학교 건물을 고쳐 입주, 개관하면서 발동을 걸었다. 이후 초기 10여 년간은 난항이었다. 학예 인력은 물론 관장조차 없었다. 1999년에야 전문 관장 체제를 구축했으며, 2002년엔 현재의 위치인 구 대법원 자리로 이전, 건물을 새로 지어 재개관했다. 당시의 신축 상황이 흥미롭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재판소로 지어졌다가 광복 후 줄곧 대법원 청사로 쓰였던 원래의 건물은 근대 고딕 양식과 미국식 모던 빌딩 스타일을 절충한 건축으로 보존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 근대 건축의 전면 아치형 현관 부분만 그대로 놔두고 지하 2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을 붙여 지은 게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이다. 웅장한 맛과 장식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현관 파사드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를 이루고 있다.
미술관 내부 중앙홀에 들어서자 크넓은 공간이 펼쳐져 시원하다. 유리로 만든 천장과 벽면의 창으로 자연광이 물살처럼 들이친다. 인위를 최대한 자제한 조명 기법을 구사했다. 빛은 자유롭게 들이쳐 벽면을 하얗게 표백하고, 빛이 침투하지 못한 공간엔 잔잔한 음영이 깔린다. 광폭의 층계와 직선의 교직으로 이루어진 난간의 간결한 구성도 인상적이다. 군더더기 다 털어내고 골자만 담아 기능성과 미를 동시에 돋우었다.
1층 전시실에선 현재 ‘기후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전이 열리고 있다.(8월 8일까지)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전시회다. 기후위기로 가속되는 생태 파괴의 진상과 인간의 무신경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획전이다.
재미있다, ‘호민과 재환’전
2층과 3층에서는 ‘호민과 재환’전이 진행되고 있다.(8월 1일까지)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 웹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주호민(40)과 그의 아버지 주재환(81) 화백이 펼치는 2인전이다. 그런데 이 전시회의 분위기가 후끈하다. 부자가 의기투합해 함께 작품을 들고 나온 것부터 이색적이지만, 두 사람의 작품이 뿜는 재미와 개성이 각별해서다. 특히 노화백 주재환의 그림이 인기 ‘짱’이다. 그의 그림은 쉽고 기발하며 번뜩인다. 위트와 유희, 심드렁함과 너스레로 별별 작품을 다 만들어냈다. 오잉? 이것도 그림인가? 관람객은 평소 보지 못한 작풍에 머리를 득득 긁으며 난처해하다가 아하! 찬탄한다. 주재환이 발신한 메시지가 유리창을 뚫고 날아온 돌멩이처럼 돌연하고도 신속하게 관람객의 심중으로 박혀들어 급기야 의표를 찔러서다. 그는 물구나무 선 세상을 물구나무 선 그림으로 뒤집는다. 세상의 꿍꿍이와 잘난 권위를 풍자로 전복한다.
주재환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볼까. 마르셀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2’를 패러디한 이 그림엔 계단에 서서 소변을 갈기는 남자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계단 상층에서 발사된 오줌발은 아래층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데,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굵어진다. 계급사회의 질곡과 잔혹을 까발리는 은유다. 뒤샹의 다다이즘 그림을 향해 내지른 어퍼컷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재환의 쉬운 그림은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 이슈에 하고 싶은 말 다 하지만 심각하게 폼 잡진 않는다. 따뜻한 감성으로 비튼다. 재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대부분의 작품이 구작(舊作)인 건 아쉽다. 회고전 성격의 전람회로 보면 되겠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천경자(1924~2015)의 그림 93점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작가가 기증한 작품이다. 이 가운데 20여 점을 골라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라는 타이틀의 전시회를 펼치고 있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 초현실로 비상하고자 하는 내면적 갈구, 몽환과 이국 정서, 슬픔과 우울의 정조 등을 일관되게 표출한 그의 작품을 다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천경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내 전설의 슬픈 22페이지’도 만날 수 있다. 혀를 날름거리는 뱀 네 마리를 화관처럼 머리에 두른 자화상이다. 팁 하나! 이 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시립이라서.
눈을 감고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오톨도톨한 점자혼용 명함을 손끝으로 더듬어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상생 염원을 담은 정 이사장의 평생 화두 ‘동반성장’ 의지가 명함에도 아로새겨져 있다. 그의 일생은 동반성장이란 궤적을 따라 굵고 길게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의 ‘동반성장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참 좋은 시절, 그때는 그랬지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본다.
운이 꽉 찬 아이, 그래서 운찬이지
‘정운찬’, 이름을 짓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녀석 운이 꽉 찬 놈이구먼. 사주가 이렇게 좋은데 이름이 뭐 그리 대수라고 식전 걸음을 하셨나? 세상 나올 때부터 운을 가득 차고 나온 놈이니 이름은 운찬이지.”
충남 공주가 고향이지만 7식구가 상경, 도시빈민으로 동숭동 언덕배기 단칸방에서 살았다. 식구마다 칼잠에, 한 사람은 앉아서 자야 할 만큼 방은 비좁았다. 11남매 중 살아남은 5남매의 막내, 그나마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으니 대박 운과는 애초 거리가 멀었다. 하기야 그는 태아 적 자궁이란 방마저 허락되지 않을 뻔했으니 세상 빛을 본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할지.
당장 밥 한 숟가락이 절실했던 곤궁한 살림에 입 하나 더 느는 것이 무서워 어머니는 독한 약초를 진하게 달여 마셨다. 그런데 하필 그게 시궁창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익모초(益母草)였으니, 이름 그대로 산모와 태아를 ‘이롭게’ 하여 노산임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그로서는 기가 막힌 첫 운이었다.
그러나 27세 결혼 때까지 운찬은 여전히 ‘5무(無)의 흙수저’로 ‘운 찬’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키가 크나, 인물이 좋나, 부모가 있나, 돈이 있나, 장래가 있나.” 예비 장인 장모의 평가는 가혹했다. 그러나 타고난 운은 그를 저버리지 않아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컬럼비아대 교수, 서울대 총장, 대한민국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 KBO 총재 등 올해 74세에 이를 때까지 그의 운은 숨 가쁘게 펼쳐졌다. 물론 그에게 운이란 성실성, 정직성과 같은 뜻, 다른 말이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가르치든 대학에 맡겨야
▶서울대 총장 시절 / 2002. 7 ~ 2006. 7
서울대를 없애려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학교를 지킨 것을 비롯, 학원자율화 및 지역균형선발제, 소수정예화 정책을 폈다.
“대학에는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을 어떤 식으로 선발하여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든 전적으로 대학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역 균형을 위해서는 전국 1700개 고교에서 최대 3명씩 추천받아 그중 1200명을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제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서울대 정원을 4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여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도쿄대나 베이징대학이 3000명대, 하버드대는 1600명대, 프린스턴대·예일대·컬럼비아대는 1300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 수준이 양질의 교육과 비례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밖에 기초교육 강화를 위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여 재학생들이 여유 있게 진로를 모색토록 했고, 대학 내 건물 증설보다 연구비 후원에 중점을 두었다. 삼성, 웅진 등에서 현금으로 1600억 원을 지원받아 그 가운데 100억 원을 자연과학대에 투입, 생명과학부에서 탁월한 인재를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삼성의 도움이 커서 현금으로만 500억 원을 지원받았다. 한편 총장 공관을 부수고 그 자리에 교수 아파트를 증설하여 250여 세대에 삶의 터전을 보급했다. 그 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세종시 총리 “한 나라에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다”
▶국무총리 시절 / 2009. 9 ~ 2010. 8
그가 국무총리가 된다고 했을 때 서울대 관계자들은 실망했다. 옛말로 하자면 총장은 대제학이고 총리는 영의정인데 자고로 대제학이 더 품위 있는 자리가 아니냐며. 그깟 총리가 뭐라고, 그것도 시시하게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하냐며.
“당시 광우병 사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탕평책의 일환으로 제가 발탁된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신도 서민 출신이고 나도 서민 출신이니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마음을 움직였죠. 경제, 사회 양극화 완화 기회가 아닌가. 어려운 사람 사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싶었던 거죠.”
양극화 완화, 경색된 남북관계 유연화라는 나름의 청사진을 품었지만 취임 6개월 만인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관계는 곧바로 얼어붙었고, 설상가상 세종시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임기 시작도 전에 ‘세종시 총리’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반쪽 행정수도 세종시는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한 나라의 행정부가 둘로 나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대신 세종시를 기업도시, 문화도시, 과학도시화하자고 제안했으나 수도의 꿈에 부풀었던 지역민의 반대는 거셌다. 공주 출신인 총리가 되레 고향 발전을 저지한다며 ‘매향노’란 소리마저 들었다.
“그 당시 매 주말마다 15차례 이상 방문하여 지역 대표들을 설득하고, 삼성·롯데·한화·웅진 등에서 기업도시 투자 명목으로 4조5000억 원을 약속받았어요. 그런데 그 안 자체가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세종시 구상은 끝내 무산됐죠. 반대파한테서 차기 대권 노림수라는 오해까지 받으며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총리를 그만두게 된 거죠. 제 성정이 모질지 못하고, 무엇보다 정파적 언어를 이해 못 했던 데다 정치적 센스도 부족했다고 봅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2010년 5월, 한 중견기업인이 찾아왔다. 연 매출이 7000억~8000억 원 되는데, 대뜸 이민을 가겠단다. 납품가 후려치기를 더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 사유였다.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 길로 대통령을 만났다. “중견기업인이 이민 가겠다고 하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오죽하겠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 나라 파탄난다”고 직언했다. 그해 9월 경제인들이 청와대에 모였고, 같은 해 12월에 동반성장위원회를 설립, 발족했다. 총리직을 물러난 뒤라 그가 초대 위원장이 되었다.
코로나 무풍지대 한국 야구, 110개국에 중계방송
▶KBO 총재 시절 / 2018. 1 ~ 2020. 12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 매년 20여 회 야구장을 찾았고, 2008년에는 야구 해설도 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된 후엔 야구계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이대호의 연봉이 25억 원인 것에 반해 무명 선수는 2700만 원에 불과해요. 연 수입이 100배 가까이 차이 나는 거죠. 어떻게든 올려보려고 애쓴 결과 3000만 원으로 타결되어 미약하나마 선수 간 연봉 격차를 좁힐 수 있었지요.”
각 팀 간의 원활한 선수 교류를 위해 자유계약제를 개선하는 등 구단과 구단 간의 동반성장에도 주력했다. 세계야구연맹 총재와 미국, 일본, 대만, 호주의 커미셔너(총재)를 자주 만나 국제화에도 기여했다.
코로나 시대 최대 성과는 720회 전 게임을 다 치렀다는 것과 게임 기간 중 1군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 프로 스포츠에서 유일한 경우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자국에서 경기를 하지 못하자 미국의 스포츠 전문 방송 ESPN이 전 세계 110여 개국에 한국 야구를 중계한 것도 뜻밖의 수확이었다. 임기 동안 2018년 아시아야구대회 우승, 2019년 세계야구대회 준우승을 한 것도 큰 보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6월 스코필드 박사 동상 제막식 참석차 토론토를 방문해,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시구를 한 이후, 2018년 미국 올스타 게임 때 뉴욕양키스와 뉴욕메츠 경기에서 또 한 차례 시구한 것이 큰 추억이 되었죠. 메이저리그에서 한 팀의 시구자는 연 10명 정도라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여담이지만 역대 KBO 총재 중 경비원, 미화원들과 함께 식사한 유일한 총재이기도 했습니다.”
약자에겐 비둘기, 강자에겐 호랑이
▶멘토 스코필드 박사와 조순 교수
캐나다인이면서 3.1운동 민족대표 34인으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와의 만남은 그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았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 1970년 국립현충원에 묻히기까지 한국의 가난한 학생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했다.
“스코필드 박사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제게는 아버지 그 이상인 분이셨죠. 중학교 때까지 재정적 지원을 해주셨고 저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주 가정교사로 학비를 벌면서 약자에겐 비둘기처럼 자애롭고 강자에겐 호랑이 같은 기개를 보여주신 박사님을 본받고자 했습니다. 제가 평생 추구해온 동반성장의 모본이 되신 거지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멘토는 조순 교수. 조 교수는 한국 대학이 반정부 데모로 어수선했던 1960년대 후반에 경제학에 대한 그의 흥미를 북돋웠고, 미국 유학길도 열어줬다. 모교 강단에 섰을 때도 그의 옆에는 조 교수가 있었고, 반대가 극심했던 결혼도 조 교수가 중간에서 부드럽게 풀어준 덕에 성사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 동반성장이 해법이다
▶48년 해로한 캠퍼스 커플 아내와 가족 간 동반성장도
“2012년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9년째 그 해법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76차례 현장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뿐 아니라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남녀 간, 세대 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돼야 하는 희망의 가치입니다. 코로나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테죠. 지금도 재택근무자들은 또박또박 월급을 받는 반면 일용직이나 자영업자들은 고통에 내몰리고 있지 않습니까. 코로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동반성장으로 가야 합니다.”
한편 가족은 어떤 동반성장을 해왔을까.
“아버지는 어린 제게도 반말을 안 하셨어요. ‘~ 하게, ~는 아니네’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어머니는 저를 핥으실 정도로 아껴주셨죠. 가난했지만 사랑을 흠뻑 받고 자라서 저도 제 아이들을 민주적으로 대합니다. 48년째 ‘동반성장’을 하고 있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아내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존중하며 키웠습니다. ‘아빠찬스’를 쓴 적도 물론 없고요. 아들과 딸이 아버지,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정 내 동반성장도 이룬 것 아닌가요?”
‘신아연 작가와 나누는 참 좋은 시절’ 다음 호에는 서울신문사 발행인, 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사장, 국민일보 대표이사, 경향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거치고, 한국추리작가협회장을 지내며 400여 편의 장편 및 중단편소설을 낸 베테랑 신문인이자 소설가 이상우 씨를 만납니다.
자녀를 둔 젊은 부부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남보다 가까운 가족에게 자녀를 맡기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보니 바쁜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일은 주로 조부모인 시니어의 몫이 된다.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는 가구는 2019년 기준 250만 가구에 달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지만 육아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면 손목과 허리,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미 약해진 관절에 많은 무리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립국어원은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한데 묶어 ‘손주병’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는 일주일에 47시간을 일한다. 주 40시간 일하는 일반 직장인보다 더 오래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다보니 어느새 손목터널증후군, 관절염,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병이 조부모를 찾아온다. 손주를 돌보다보면 몸과 마음에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 자주 풀어야
손주병은 조부모의 손목 관절부터 위협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이름과 달리 손바닥이나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5060 여성일 정도로 시니어 여성에게 위협적인 질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손목 터널 자체가 좁아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손이 잘 붓고 뼈와 근육이 약해져 발생 확률이 더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을 자주 주무르거나 엄지와 검지, 중지가 자주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증세가 악화돼 자다가 잠에서 깰 정도로 손이 저리고 손가락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윤종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아이 들기, 안아주기, 기저귀 갈기, 설거지, 청소 등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일들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일상적으로 손가락과 손목을 굽히는데 사용하는 힘줄들 사이에 있는 정중신경이 심하게 눌리면서 손저림이 심해진다는 설명이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윤 교수는 "일을 잠시 중단하고 손저림이 사라질 때까지 손과 손목의 피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따뜻한 찜질이나 손목과 어깨의 이완운동도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인 만큼, 중간중간 일을 쉬면서 손과 손목 피로를 자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으로 허리 근육 풀어 척추관협착증 완화
황혼 육아를 도맡은 시니어의 허리는 쉴 날이 없다. 아이가 운다고 서둘러 안고 달래고 씻기다 보면, 이미 노화가 진행된 근육과 관절 등에 무리한 하중과 압력이 가해진다. 손주를 돌보다 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시니어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 평균 7만 명씩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166만 명에 달했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주 발병 요인인 질병이다. 하지만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주면서 오래 서있으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다리저림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하면 척추 중앙의 척추관, 신경근관 등이 좁아져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대개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넓은 부위에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누워있거나 앉아서 쉬면 증상이 없어진다는 게 디스크와 다른 점이다. 허리를 젖히면 통증이 심해지고 구부리면 완화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차이점이다.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엉덩이가 빠질 듯 아프거나 바로 누워 자는 것이 불편해 새우잠을 자는 경우에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윤종현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에 걸리면 오래 걸을 때 다리저림이 발생한다. 오래 서있거나 걷지 말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라며 "허리 주변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따뜻한 찜질이나 이완운동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이 들면 어깨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도 온다. 외상보다는 퇴행성 변화로 어깨가 불편해지는 시니어들이 많다. 3대 어깨 질환으로 알려진 회전근개파열, 오십견, 석회성 건염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 몸에서 운동 범위가 가장 큰 관절 부위는 바로 견관절, 즉 어깨 관절이다. 어깨 관절은 운동 범위가 넓고 움직임이 가장 자유로운 만큼 노화도 빠르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부상의 위험이 더욱 높다.
요즘처럼 밤낮의 일교차가 심하게 벌어질 때는 인체의 적응력이 날씨를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관절 부분의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뼈가 시리고 아픈 느낌의 통증이 어깨 등 관절에 나타나기 쉽다.
이상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나이 들어 어깨 통증이 심해지면 자연스레 오십견으로 단정하지만 같은 어깨 통증이라도 회전근개파열, 석회성 건염 등 다른 질환일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위치나 정도, 양상에 따른 정확한 진단 후 초기부터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인공관절 수술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되고 밤에 더 심하다, ‘회전근개파열’
어깨뼈 사이에는 4개의 근육이 통과하는데 이들 근육의 주요 기능은 팔을 안으로 밖으로 돌리는 회전이다. 이들 근육을 ‘회전근’으로 부르는 이유다. 4개의 근육은 서로 균형을 이루며 탈구되지 않도록 유지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이를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한다.
통증 위치는 어깨 관절의 앞쪽이나 옆쪽에서 아래쪽까지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다. 팔을 들어 올린 채 10초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면 회전근개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누워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되고 밤에 더 심해진다.
처음엔 통증이 심하지 않고 관절 움직임의 제한이 적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4개 중 1개 근육이 망가지면 남은 3개의 근육이 더 열심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방치 시기가 길어질수록 파열 범위가 점차 넓어진다. 심한 경우 인공관절을 삽입하기도 한다. 이상욱 교수는 “통증이 경미하더라도 파열 부위가 작은 초기에 비수술적 약물 또는 주사를 이용한 통증 치료, 스트레칭을 이용한 관절 운동, 어깨 주위 근력 강화 운동 등으로 적극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깨 올라가지 않고 통증만 있다, ‘오십견’
오십견은 어깨 관절 사이에 안정성을 담당하는 ‘관절낭’이라는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회전근개파열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두 질환을 구별하는 자가진단법은 ‘팔의 운동 범위 비교’다. 오십견은 타인이 팔을 들어 올리려 해도 어깨가 굳어 올라가지 않고 통증만 심해지는 반면, 회전근개파열은 아프고 오래 버티지 못하긴 하지만 어깨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십견의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유착성 관절낭염이다. 흔히 50세 전후에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오십견으로 불린다. 하지만 30~40대 환자도 많고 7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팔의 운동 범위가 제한돼 굳어버릴 수 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스트레칭이나 약물요법, 주사요법을 3개월 이상 충분히 지속하면 호전될 수 있고,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관절경적 관절막 유리술’을 시행한다.
갑작스런 극심한 통증이나 어깨가 묵직하다, ‘석회성 건염’
석회성 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가 침착한 것으로, 석회가 녹아 힘줄 세포에 스며들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석회가 너무 크면 그 자체로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석회는 직경 1~2㎜부터 크게는 3㎝ 이상으로 수개월, 수년에 걸쳐 조금씩 커진다. 보통은 콩알 정도 크기가 가장 많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힘줄이 퇴행하며 세포가 괴사된 부위에 석회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인 경우 골절처럼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만성인 경우 석회가 주위 조직을 압박해 결리거나 묵직한 통증이 나타난다. 급성이거나 석회가 작은 경우에는 석회를 제거하는 수술 없이 염증 치료만으로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어깨 관절 풀어줘야
어깨 통증의 근본적 원인은 올바르지 못한 자세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굽어진 어깨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과긴장을 유발해 유연성을 잃게 된다. 이는 작은 외상에도 인대나 힘줄이 쉽게 파열되는 이유다. 따라서 평소 매일 3~4회 정도 어깨 스트레칭으로 굽어진 어깨를 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상욱 교수는 “건강관리를 위해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팔꿈치가 어깨 높이 이상 올라가는 자세는 어깨 천장뼈와 팔뼈 사이에서 힘줄이 마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때문에 반복적인 운동, 특히 중량을 들고 하는 어깨 운동은 힘줄 손상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운동할 때는 적당한 중량을 이용하고, 운동 전후에는 어깨 관절의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손상 위험성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자가진단법
1. 잠을 자다 어깨가 아파 깬 적이 있다.
2. 팔을 들어 올리고 젖힐 때 삐끗하는 느낌이 들고 통증이 있다.
3. 혼자서 옷 뒤의 지퍼나 단추를 채우기 어렵다.
4.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며 점점 심해진다.
5. 어깨 관절이 뻣뻣하며 통증이 나타나 어깨를 움직이지 않아도 지속된다.
6. 몸을 씻을 때 어깨를 씻기가 힘들다.
7. 멀리 있는 물건을 잡는 것이 힘들다.
출처: 인천성모병원
여행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여행문은 여전히 빗장이 걸려 있다. 정부에서 백신 접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관광 시장이 모두에게 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시니어들은 여행 대신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야외 활동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탓에 대면 활동이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시니어들은 어떤 활동을 하며 자신을 달래고 있을까?
임팩트피플스가 50대 이상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행을 대신할 활동을 시도한 시니어 중 35.2%가 등산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캠핑 22.2%, 낚시 17.1%, 골프 11.1%, 차박 6.9% 순이었다.
왜 등산일까?
시니어들은 등산의 장점으로 ‘건강에 좋다’ 63.7%, ‘힐링과 스트레스 이완’ 56.2%,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취미' 39.6% 등의 이유를 꼽았다(중복 응답).
등산은 캠핑, 낚시, 골프 같은 다른 활동보다 비교적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누릴 수 있다. 비용은 적게 들면서 체력을 키울 수 있고 답답함도 해소할 수 있어서다. 활동별 지출 비용을 조사한 결과 골프를 즐기는 시니어의 47.8%는 ‘2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의 40.3%는 ‘3~5만 원’을 지출했다고 응답했다. 즉 등산은 비싼 장비 없이 가볍게 동네 뒷산부터 시작할 수 있어 시니어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 1위도 등산이었다. 그 이유로는 ‘따로 준비 없이 바로 즐길 수 있어서’, ‘특별한 장비 구매 없이 쉽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같은 반응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시니어 A씨는 “집 안에만 있어 기분이 울적했는데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든 우울함이 다 사라졌다”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니어 B씨는 “무릎이 약해져 건강한 운동 방법을 찾던 도중 젊을 때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산에 가봤다”며 “산에 가니 생각보다 좋았다. 등산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뒷동산부터 시작하는 걸 권한다”고 설명했다.
등산, 시니어에게 무엇이 좋을까?
시니어들의 공통된 의견을 살펴보면 등산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에 좋다’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인체의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운동으로 등산을 추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등산이 골격 성장에 도움을 주고 뼈를 튼튼하게 해 준다"고 강조했다. 산을 오르고 내릴 때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보행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산행은 체중 부하가 근골격계에 자극이 돼 골밀도를 높이고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으로 순환계와 호흡계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심장과 폐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등산을 하면 심장의 용적이 커지고 탄력성이 증가해 혈관이 깨끗해지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포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효율도 높아진다. 심폐기능은 주 3~4회 1년 정도 등산을 할 경우 심박출량(1분 동안 심장을 수축해서 뿜어내는 혈액 양)이 12~13% 정도 증가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등산은 활발한 위장 운동을 도모해 소화기 질환에 좋을 뿐 아니라 칼로리 소모를 통한 지방 감량에도 효과적이다. 산에 오를 때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후에는 지방을 연소하며 시간당 소모되는 열량은 600~1080kcal다. 8~11km를 달리는 데 소모되는 열량과 유사한 셈이다.
무릎 부상에 취약한 시니어, 안전한 산행 필수
등산을 하면 울퉁불퉁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장시간 걸어야 한다. 부상 위험도 여기에 발생한다. 특히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무릎 관절 퇴행 증상이 많아 사소한 동작만으로도 파열될 수 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보통 체중의 5~7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전달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경사가 가파른 길을 내려갈 때는 무릎이 120도 이상 과하게 구부러지는 동작을 취하게 되고, 무릎에 더욱 과한 압력이 가해진다.
등산 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인대와 힘줄 손상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무릎 연골 연화증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릎 연골 연화증은 무릎뼈 안쪽의 연골이 무리한 자극을 받아 말랑말랑해지면서 균열이 일어나 결국 연골이 소실되는 질병이다. 무리한 등산을 자주 하거나 계단이나 언덕을 자주 오르는 경우, 무릎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은 연골이 빠르게 소실되고, 무릎 주변 인대와 힘줄 손상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
그렇다면 건강한 등산을 위한 슬기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자신의 몸이 최고 상태로 움직일 수 있게 산행 전 스트레칭이 필수다.
가슴과 무릎, 발끝이 일직선이 되도록 서고 허리를 약간 편 상태에서 평지보다 좁은 보폭으로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산에 오른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거나 무릎을 짚은 반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금물이다. 뒷짐을 지고 오르는 것도 호흡이나 관절 모두에 좋지 않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하중이 무릎과 발목에 더 많이 실리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힌 채 양팔을 가볍게 흔들고 무릎을 살짝 굽혀 보폭을 줄이는 것이 무릎과 발목 충격을 줄여준다. 힘들다고 터벅터벅 걷지 않도록 주의한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비를 준비하는 것도 안전한 등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발목까지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착용하고, 산행 시 지팡이나 스틱을 사용하면 하체에 집중되는 하중을 30% 정도 분산시킬 수 있다.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고 트로트 가수를 목표로 인생 삼모작을 준비했던 이금수(63) 씨가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고등학교 수학교사, EBS 수학 영역 스타 강사, EBS 입시 프로그램 방송 진행자, 서울진학지도협의회, 서울시교육청 대학지도단을 거쳐 은퇴 후 대진대학교의 입학사정관까지, 교육 분야에서 줄곧 일해온 이금수 씨의 트로트 가수 데뷔 스토리를 들어본다.
인생,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여~
이모작도 버거워하는 중장년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주는 사나이 이금수 씨가 인생 삼모작 주인공으로, 마침내 꿈꿨던 가수로 데뷔했다. 이금수 씨의 데뷔 앨범은 최근 트로트 가수 강진의 ‘막걸리 한잔’으로 주가를 올리는 류선우 씨가 작곡과 작사를 맡고, 트로트 업계에서 고급스런 편곡으로 소문이 자자한 장승연 씨가 편곡자로 나섰다. 아내 주현선 씨와 ‘금실은실’이라는 혼성듀오로 2곡을 녹음했고, 부부가 각각 2곡씩 녹음해 총 6곡이 수록돼 있다.
지난해부터 이금수 씨는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트레이닝을 받으며 트로트 창법을 익히고 연마했다. 워낙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에게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자신감’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내달렸단다.
이금수 씨의 솔로곡인 ‘중년고백’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중후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이다. 아내 주현선 씨의 솔로곡 ‘우야꼬’는 어쩌면 가수로서 단점이 될 수 있는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가사로 풀어내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함께 부른 ‘꽃노래’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부부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노래라 중년부부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이금수 씨 부부는 처음 이 노래를 연습할 때부터 애착이 많이 갔던 곡이라 기대가 각별하다고. 트로트 업계에서 실력자로 통하는 작곡·작사가와 편곡자가 힘을 합쳐서인지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에 세련된 사운드가 입혀져 감성을 건드리는 게 일품이다.
TV만 켜면 채널마다 트로트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요즘, 목소리만 꺾어대는 기교형 가수보다 진심을 담아 정감 넘치고 사람 냄새 나는 곡으로 승부를 던지는 신참내기 가수에게 기대가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8개월의 보이스 트레이닝 끝에 지난해 연말부터 녹음에 돌입, 올 초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트로트 가수로 도전하면서 트레이닝과 앨범 녹음 기간 아내와 줄곧 함께해 부부 사이가 신혼 때보다 더 각별해졌다고 이금수 씨가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다면 이금수 씨는 젊은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을까? 본인에게 가수의 꿈이 있다는 것은 언제 알았을까? 술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친구, 동료들과 술 한잔에 얼큰해지면 노래를 하고 싶어 꼭 마이크를 잡았단다. 주현선 씨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아이들이 어렸을 땐 잠을 재워놓고 같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온 적도 많다.
“지금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네요. 그래도 아내는 그렇게라도 노래를 부르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견디지 않았을까요? 올해가 결혼 37주년이니 37년 이상 노래를 불렀습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를 할 당시에는 축구, 테니스 등 운동을 마치고도 동료들과 함께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췄네요.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부르면서 말이죠.”
그는 동료들이 “노래 잘한다”며 치켜세울 때는 기분이 우쭐해서 술값도 많이 계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EBS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 수입이 짭짤하니 술값을 내라는 칭찬 아니었을까? 갑자기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이, 그런 이야기를 자꾸 들으니 노래가 더 좋아지고 일하면서도 쉬지 않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말 그대로 생활 속에 노래가 꼭 박혀버렸다. 이렇게 시작된 노래 사랑은 개포동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노래를 좋아하는 신도들끼리 모여 합창을 연습하며 세속의 노래인 ’마법의 성‘을 부르는데 너무 멋있어서 마치 천사들이 하늘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환희의 순간을 맛봤다.
“한번은 성가대 연습을 마치고 성가대 단원끼리 동네 맥줏집에서 한잔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동요를 조그맣게 불렀는데, 호프집 손님들이 맥주를 보내면서 노래를 좀 더 크게 계속 불러달라고 조르기도 했어요. 화음이 정말 훌륭하다고 격려해주면서요.”
37년 결혼 생활을 맞춰온 팀워크로 혼성듀오도 완벽 깔맞춤
인생 이모작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하루하루 심적인 안정을 찾아갈 때쯤이었다. 대진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실장을 하면서 인생 삼모작을 생각하게 되었고, 부부가 함께 노년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제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부부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니 가수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의견을 나누게 됐고, 뜻을 합하게 됐다.
마침 EBS에서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고, 그러자 지인은 자신의 아우가 작곡가라며 소개를 해주었다. 그 아우가 바로 ‘막걸리 한잔’의 작곡·작사가인 류선우 씨였다. 류선우 씨의 테스트를 거쳐 1년 가까운 훈련 기간을 마치고 마침내 신곡 ‘꽃노래’와 ‘중년고백’, ‘우야꼬’로 결실을 맺게 된 것.
처음 테스트를 받으러 간 날이 2020년 4월 19일. 그 전 3개월 정도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매주 1회씩 원장님에게 지도를 받았다. 류선우 작곡가는 부부의 노래를 처음 듣고 나서, 이금수 씨는 노래를 자주 불러서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주현선 씨는 목소리가 노래와 겉도는 등 익숙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목소리 자체는 깔끔해서 집중적으로 훈련하면 톤이 좋아질 것 같다며 격려를 해주었다.
이금수 씨는 목소리가 탁성이라 앨범 전체를 솔로로 하는 것이 걱정이었고, 주현선 씨는 노래에 익숙하지 않아 역시 솔로를 하기에 부담이 있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성듀오를 결성해 가수로 데뷔하자고 의기투합했다. 하긴 37년을 혼성듀오로 살아왔던 부부인 만큼 그 어느 팀보다 팀워크만은 탁월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트로트 가수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인생 이모작이야 30년 넘게 몸담았던 같은 교육 분야로 이동한 것이니 이질감도 없고 그런대로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인생 삼모작으로 목표한 트로트 가수는 완전히 트랙을 달리하는 분야이니 사실 막막함이 더 컸다고.
앨범이 나오기까지 부부는 매일 2시간 정도 수락산 아랫자락에서 노래 연습을 했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그래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앨범 발매 가수로서 무대에 서서, 부부가 함께 눈을 맞춰가며 노래 한 곡을 부를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엄청나다고 한다.
야외무대에 서며 관객과 호흡해
지난 4월 26일 부부는 엠스타 TV가 천안 ‘화수목 정원’에서 진행한 ‘유예진의 히트가요쇼’ 녹화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녹화 무대에 서니, 앨범을 발매한 가수로 확실한 대접을 받는 것 같아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계기로 ‘금실은실’ 듀오는 무대에서 불러주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예 무대를 직접 만들자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게 됐다.
유튜브 채널이 열리자 많은 분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기며 부부 가수와 소통을 했다. 진행자까지 투입된 유튜브 미니 콘서트 무대에 오르니, 비록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나만의 콘서트를 연 듯한 가슴 꽉 찬 시간이었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처럼 ‘금실은실’ 부부 가수의 첫 유튜브 콘서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실시간 조회수는 1000회를 넘었고 ‘좋아요’는 60개를 넘는 등 부부 가수의 첫 콘서트라고는 믿기지 않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6월에도 역시 야외 녹화 일정은 물론 유튜브를 통한 2차 라이브 콘서트 계획이 잡혔다며 “부부 가수 ‘금실은실’로 조금씩 알려지면 애초 계획대로 지역 봉사활동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트로트 맛깔나게 부르는 설운도 닮고 싶어
신참내기 트로트 가수로서 롤 모델은 마음속의 영원한 스타, 설운도란다. ‘58년 개띠’로 나이는 똑같지만 가수로 정점에 오른 후에도 꾸준히 노래 연습을 하며 곡을 쓰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부러운 것 하나는, 설운도 씨는 가사를 직접 쓰다 보니 자신만의 감성을 듣는 이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노래를 배워서 부르다 보면 기교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데 설운도 씨의 노래를 듣고 가사 전달력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됐다며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요즘도 보컬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는데, 이 훈련을 통해 가사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마디마디 창법과 트로트 가수들의 전매특허라 할 밀당 기술 등을 꾸준히 연습해 몸에 착 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요즘 배우는 노래는 ‘사랑반 눈물반’, ‘처녀뱃사공’ 등인데 나만의 노래가 됐다 싶을 때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릴 생각이다.
트로트 부부 가수 데뷔하니 주위 사람들 반응 뜨거워
“트로트를 한 것이 돈을 벌려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있어서 늦은 나이에도 목표를 세우고 정진해서 꿈을 이루며 살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는 세월에 순응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인생의 다음을 걱정하려면 2~3년 고심하며 탄탄히 준비하고 미리 계획한 후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 이모작과 삼모작의 목표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아마 실패하기 십상일 것이다. 단지 자신의 재능을 조금 더 사용해 여가생활에 보태고 이웃에 봉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말이다.
그래도 질투와 시기 어린 시선보다 격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주는 분들이 훨씬 많아 힘이 됐다는 그는, ‘금실은실’의 첫 유튜브 라이브 미니 콘서트 날 주위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크게 고무됐다. 그가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6070중년쉼터’ 밴드의 선배들과 동년배, 후배들이 접속을 독려하며 응원해준 것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이들의 격려와 응원을 장착하고 신인 가수의 패기를 얹어 야외무대와 유튜브 미니 콘서트를 멋지게 소화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먼저 섭외 전화를 받는 가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꿈을 나누며 이루어나가는 부부의 모습은 주위에 귀감이 된다. 결국 인생이란 바로 내 옆의 가장 가까운 가족과 소통하며 건강한 가족과 이웃,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만 하다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걱정만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딪혀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문턱을 넘을까 말까 걱정만 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루하루 손에 익히고 몸에 체화하는 것. 그렇게 매진하며 살다 인생 마지막에 내가 나를 인정하고 엄지를 치켜세워줄 수 있어야죠.”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크게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절반에 이르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들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 생활을 좋은 죽음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장례 위주로 죽음을 준비하는 경향도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7일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노인은 49.3%로 절반에 가까웠다. 2008년 24.4%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또 우울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2008년 30.8%에서 2020년 13.5%로 절반이 넘게 줄어들었다. 우울증상 보이는 여성이 15.5%로 남성 10.9%보다 많았다.
1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비율은 노인실태조사가 시작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 처음으로 줄어 2017년 89.5%보다 5.5%포인트 준 84%를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2020년 노인들은 평균 1.9개 만성질병을 앓고 있다. 종류별 유병률을 보면 고혈압이 5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당뇨병 24.1%, 고지혈증 17.1%, 골관절염 또는 류머티즘관절염 16.5%, 요통과 좌골신경통 10.0%으로 뒤따랐다.
과음주율과 영양 개선이 필요한 노인 비율도 줄었다. 과음주율은 2017년 10.6%에서 지난해 6.3%로 낮아졌다. 영양 개선 필요 비율은 2017년 19.5%에서 2020년 8.8%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흡연율도 2008년과 비교하면 소폭 줄었다. 흡연율은 2008년 13.6%에서 2020년 11.9%로 1.7%포인트 감소했다. 운동실천율은 2008년 50.3%에서 2017년 68%까지 늘었다가, 2020년 53.7%로 크게 떨어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상황이 발생하면서 활동에 제한된 탓으로 분석된다.
2020년 노인들의 건강검진 수진율은 다소 낮아졌으나 치매검진 수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율은 2014년 조사까지 계속해서 상승하다가 2017년 조사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건강검진 수진율은 77.7%로 2017년 82.9%보다 5.2%포인트 줄었다. 2017년부터 조사가 시행된 치매검사 수진율은 2017년 39.6%에서 2020년 42.7%로 소폭 증가했다.
노인 74.1%는 노인 연령기준을 '70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노인 20.8%는 대중교통 이용시 차별을 경험했으며,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16.1%, 의료시설을 이용하면서는 12.7%가 연령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좋은 죽음(웰다잉)을 희망하지만 아직은 장례식 외 준비사항은 초보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생애말기 좋은 죽음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이 90.6%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 90.5%,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 89.0%, 가족과 함께 맞이하는 임종 86.9% 등이 높은 응답을 얻었다.
죽음에 대한 준비로 장례를 준비(수의, 묘지, 상조회 등)하고 있다는 응답이 79.6%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 유서작성, 상속처리 논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장기기증서약 등 자기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답변이 24.7%를 차지해 전체적으로 장례 관련 비율이 3배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
노인 85.6%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했다.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 기간만 연장하는 조치들을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의사를 사전에 직접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같은 실천율은 4.7%에 불과했다. 실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캠페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 절반은 노후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에 가까운 49.6%가 삶의 전반에 걸쳐서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역별 만족도를 살펴보면 건강상태 50.5%, 경제상태 37.4%, 사회·여가·문화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42.6%였다. 배우자 관계는 70.9%, 자녀관계는 73.3%, 친구·지역사회와 관계는 58.9%에 달하는 노인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와 경제상태에 대한 만족도도 2014년도 조사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 만족도는 2017년 37.1%에서 2020년 50.5%로 13.4%포인트, 경제상태 만족도는 28.8%에서 37.4%로 8.6%포인트 높아졌다. 배우자와 자녀, 지역사회의 관계만족도는 이전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4060 시니어들에게 골프 연습장은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단순히 골프라는 운동을 즐길 뿐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 도중 서로 조언을 통해 자세를 고쳐 잡기도 한다. 그렇게 인생의 피로를 건강하게 해소하던 공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골프 연습장 폐업이 줄을 이었다. 타석 간 거리가 좁은 연습장에서 다수의 사람과 한데 모여 골프를 치는 것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해서다.
그러나 야외·스크린 골프장 매출은 늘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은 단순히 '연습'의 개념이 아니라 지인들과 독립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시니어들의 취미였던 골프가 MZ세대들 사이에도 유행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스크린 골프장이 성행하는 현상도 골프 시장의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골프 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장 차별화’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골프 연습장은 9317개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약 3000개의 골프 연습장이 폐업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00개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최근 10년 동안 골프 연습장 창업 수가 폐업 수의 연평균 1.5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폐업이 창업보다 5배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골프 연습장의 특성상 타석 간 간격이 다소 좁고, 불특정 다수와 줄지어 연습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방문객이 줄면서 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스크린 골프장 업체 골프존은 지난해 매출이 2019년보다 21.2% 늘어난 2810억 원을 기록했다. 소수 지인과 한 공간에 있으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인식과 새로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실외 골프장보다 스크린 골프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점 등이 스크린 골프장 영업 호조의 배경으로 꼽혔다.
2020년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4670만 명)도 2019년(4170만 명)보다 12% 증가했다. 골프가 실외 활동의 하나로 감염 확률이 낮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보고서는 “골프 연습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창업 감소와 폐업 증가의 영향으로 업황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골프 산업의 전반적 성장과 신규 골프 입문자 증가로 코로나19의 진정 시기와 함께 골프 연습장의 성장세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