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 시니어들에게 골프 연습장은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단순히 골프라는 운동을 즐길 뿐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 도중 서로 조언을 통해 자세를 고쳐 잡기도 한다. 그렇게 인생의 피로를 건강하게 해소하던 공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골프 연습장 폐업이 줄을 이었다. 타석 간 거리가 좁은 연습장에서 다수의 사람과 한데 모여 골프를 치는 것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존재해서다.
그러나 야외·스크린 골프장 매출은 늘고 있다. 스크린 골프장은 단순히 '연습'의 개념이 아니라 지인들과 독립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시니어들의 취미였던 골프가 MZ세대들 사이에도 유행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스크린 골프장이 성행하는 현상도 골프 시장의 흐름에 한몫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6일 발표한 ‘코로나19가 갈라놓은 골프 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장 차별화’ 보고서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골프 연습장은 9317개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약 3000개의 골프 연습장이 폐업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00개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최근 10년 동안 골프 연습장 창업 수가 폐업 수의 연평균 1.5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폐업이 창업보다 5배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골프 연습장의 특성상 타석 간 간격이 다소 좁고, 불특정 다수와 줄지어 연습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방문객이 줄면서 폐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스크린 골프장 업체 골프존은 지난해 매출이 2019년보다 21.2% 늘어난 2810억 원을 기록했다. 소수 지인과 한 공간에 있으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인식과 새로 골프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실외 골프장보다 스크린 골프장에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점 등이 스크린 골프장 영업 호조의 배경으로 꼽혔다.
2020년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4670만 명)도 2019년(4170만 명)보다 12% 증가했다. 골프가 실외 활동의 하나로 감염 확률이 낮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보고서는 “골프 연습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창업 감소와 폐업 증가의 영향으로 업황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골프 산업의 전반적 성장과 신규 골프 입문자 증가로 코로나19의 진정 시기와 함께 골프 연습장의 성장세는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