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변한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변화는 꾸준히 이어진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쓴다. 근래엔 어느 시대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름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어제와 오늘이 급변함을 피부로 느낀다. 다가올 미래엔 더 심해지지 싶다. ‘리쇼어링(reshoring)’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리쇼어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한다. 즉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해외로 나갔던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대표적 사례로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를 들 수 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1993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던 아디다스는 23년이 지난 2016년,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도리(Speed Factory)’ 공장을 설립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신발을 만들려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몇 주의 시간이 걸렸으나 하루면 가능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로봇과 3차원 프린터로 무장한 완전 자동화 공장인 ‘스피드 팩토리’ 덕분이다. 일본의 소형 오토바이 ‘슈퍼커브’의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사실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값싼 인건비에 기초를 둔 해외 공장 운영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 후발국이었던 아시아의 나라들은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선진국의 공장을 유치하여 선진기술을 익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 일본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경공업 분야를 넘어 제조업의 무게 중심을 정교한 제품 생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일본의 기술을 이전받으며 일본이 떠난 경공업을 맡아 수출 활동에 나섰다. 그 뒤 한국도 일본처럼 경공업을 졸업하고 정교한 제조업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자 대만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의 경제개발 모델인 셈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값싼 인건비가 제조업 발전에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과 다르게 되어 해외에 공장을 둘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값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성장을 이루어 왔던 아시아 성장 모델은 옛이야기로 사라져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인공지능 로봇과 3D 프린터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이 큰 현지에서의 생산은 나름으로 장점이 있을 수 있으나 인건비에 기초한 해외 제조업 공장 설립과 운영은 의미를 잃게 되었다. 최근에 큰 쟁점이 되었던 한국GM 군산공장의 문제도 리쇼어링 현상의 하나로 보아도 좋을 듯하다.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 이전을 한 많은 우리 기업들과 정부에서도 깊이 고뇌해보아야 할 변화다. 세계 선진국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간 제조업 공장의 본국 회귀를 종용하고 있음과 극심한 금융위기에서도 피해를 적게 본 나라들은 제조업 기반이 튼튼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26년 6월 10일 있었던 순종의 장례식. 조선 왕조 역대 임금 중 가장 많은 영상자료를 남긴 이날, 후대의 역사가들은 재미있는 간판을 하나 발견한다. 바로 종로 저자거리 사진 속 등장하는 ‘이 해 박는 집’이라는 간판. 이곳은 1907년 개설된 국내 최초의 치과 ‘잇방’.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치의학 교육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이후 100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치과의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치료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고 고통스럽다는 인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암 치료에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오늘날에는 부정적 요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니어가 치과를 가장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보철치료다. 보철치료는 틀니나 크라운, 임플란트로 대표되는 ‘의치’와 관련한 치료 분야. 일반적으로 보철치료의 순서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먼저 의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치과의사가 사전 작업을 진행한다. 임플란트를 심거나 기둥이 될 치아를 깎아 정돈하는 등의 작업이다. 이후 치아의 본을 떠 석고 모형을 만든다. 구강 상태를 고려해 치과의사가 작업을 의뢰하면, 치과기공사가 의치를 제작한다.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크라운이나 부분틀니, 임플란트에 사용되는 세라믹 의치는 도자기 제작 과정과 비슷하다. 치아 색깔과 유사한 반죽을 발라 고온에서 구운 뒤 광택을 내 기존 치아와 구분하기 어렵게 제작된다.
점차 사라지는 치과용 석고 모형
최근 대학병원 등 대형 치과에서 도입하는 기술은 이러한 전통적 치료 과정과 많이 다르다. 가장 먼저 ‘본을 뜨는’ 과정이 사라지는 것이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치아의 모습을 석고 모형에 옮기기 위해 필요했던 인상재를 입에 물고 굳기를 기다리던 과정이 생략되고 있는 것이다. 구강스캐너라 불리는 장비가 이 과정을 대신하고 있는데, 환자가 구강스캐너를 입에 물고 있으면 몇 분 사이에 입속 치아의 모습이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져 옮겨진다. 이를 통해 치과의사나 치과기공사는 더 이상 석고 모형을 들고 하는 치료와 의치 제작을 고심하지 않아도 된다. 모니터 속에서 디지털화한 치아 모형을 3차원으로 확인 가능하고, 주변 치아와는 잘 어울릴지, 턱관절이 움직이는 저작운동에는 문제가 없을지 가상으로 의치를 만들어 확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설계된 의치 데이터는 치아를 깎는 밀링머신인 CAD/CAM 장비로 옮겨져 실제 인공치아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장비는 설계된 대로 지르코니아라는 세라믹 덩어리를 깎아 의치를 만든다. 초기에는 깎아 만들어진 결과물의 색상이나 투명도가 치아와 달라 그 위에 치과기공사가 세라믹을 덧씌우는 작업을 해야 했지만, 최근 제조되는 의치용 재료는 치아 모형을 깎으면 광택 등 간단한 후반 작업만으로 바로 환자 구강에 장착할 수 있다. 의치를 깎는 CAD/CAM 시스템은 일부 동네 치과도 갖추고 있지만, 구강스캐너를 통해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한 치과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치과진료에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이유는 역시 환자가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중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설계와 첨단장비를 통한 제작이 치과 치료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부분은 ‘시간’이다.
‘손재주’에 따른 진료 편차 사라져
일반적으로 보철치료를 위한 의치의 제작기간은 3일에서 5일 정도. 치과에서 대부분 “다음 주에 오세요”라는 안내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전에 치료를 시작해 오후에 의치까지 마무리되는 ‘원데이 치료’가 가능하다. 이 시간도 점차 짧아져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한두 시간 정도로 모든 치료 과정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또 진료의 특성상 치과의사나 치과기공사의 ‘손재주’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문홍석 연세대학교 보철과 교수는 “디지털 치과치료는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일관성 있는 의치의 제작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며,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법과 정확도·내구성에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향후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로봇기술 등 다양한 분야가 접목돼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진료 방식이 근거 중심의 일관성 있는 방법으로 변화할 것”이라 예측했다.
첨단기술 치과 곳곳에 영향
디지털 치과치료는 보철 제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치과에서는 임플란트 치료를 위한 ‘서지컬 가이드’를 임상에 적용해왔다. 서지컬 가이드는 임플란트 시술 시 식립을 위한 구멍의 위치와 각도를 안내하는 장치. 치과의사는 CT 촬영을 통해 얻은 환자의 치조골 3D 영상을 검토해 임플란트를 어떻게 식립할지 설계한 후 각도와 위치가 적용된 이 서지컬 가이드를 3D 프린터나 CAD/CAM으로 제작해 수술할 때 사용한다. 또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의 깨진 부분이나 충치균을 확인하는 장비도 보급되고 있다. 치아우식 진단장치는 눈으로 확인이 어려운 치태나 치석, 치아의 깨진 금, 충치균을 탐지해 구강 상태를 확인해준다.
치아우식 진단장치 큐레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아이오바이오의 대표이사이자 치과의사인 윤홍철 대표는 “구강 내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질환이 예상되는 부분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고, 평소에 등한시했던 구강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자극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화가가 그린 진짜 그림과 AI(인공지능) 화가의 그림을 구분하기 힘들다. 4자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분야는 사람의 감정을 활용하는 창작이라고 여겨왔다. 그 판단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이 평생 갈고닦은 재주를 인공지능(AI)이 너무나 쉽게 모방할 뿐만 아니라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현실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위로하는 감정 로봇도 발전하고 있음에 충격은 더 커진다. AI 인공지능, 창작도 접수해 가고 있다.
2월 초 한 언론사 기자들이 세계 각처에서 취재한 내용을 담은 “테크 트렌드 2018” 북 콘서트에 참여했다. IT 기술 분야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필자는 시대 흐름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어서다. 아홉 가지 트렌드를 적시했다. 첫째 디지털 식스 센스 시대, 혼합현실, 둘째 뇌와 컴퓨터의 연결, 뇌-기계, 인터페이스, 셋째, 인간을 위로하는 도라에몽, 감정 로봇, 넷째, 의학. 약학에 생명공학을 더하다, 레드바이오, 다섯째, 인간을 넘어서는 인간, 포스터 후먼, 여섯째, 장인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생성적 적대 신경망, 일곱째, 절대 뚫을 수 없는 철옹성, 양자암호, 여덟째, 본토로 돌아가는 생산공장,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그리고 아홉째로 실리콘밸리에서 부활한 마르크스, 기본소득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 “장인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 사진작가인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창작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화가 “Deep Dream”이 그린 고흐 풍의 그림을 진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려낸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경매에서 딥드림이 그린 그림 29점이 약 1억 1천만 원에 경매됐다. 앞에 실린 그림은 인공지능 화가(딥드림)에게 고흐 화풍을 배우게 한 뒤 광화문을 그리게 했다. 고흐 화풍대로 그렸다. 시인이 쓴 시와 AI가 쓴 시를 65%가 분간하지 못했다. 의료분야도 마찬가지 현실에 접어들었다. 하버드대 도신호 교수가 인터뷰에서 “신장결석 등 비교적 잦은 질병을 판별하는 AI 시스템의 경우 정확도가 99.9% 수준에 달했다”고 적고 있다.
세상의 화두가 온통 “4차 산업혁명”인 듯하다. 그 변화의 물결이 빠르게 다가옴을 느낀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가리켜 “빅도미노”라 이르기도 한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거대한 도미노와 같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쓰나미와 같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일들이 대중화하는 데는 적잖은 세월이 걸렸다. 텔레비전은 10년, 스마트폰은 5년이 걸렸다.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과 관련한 스피커, 로봇 등의 발전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라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전시된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 스피커, 인공지능 로봇,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등이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체의 광고를 비롯한 전반부문에서 급격히 나타난다. 우리 생활 전반에 파고들고 있음이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혹자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모든 일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라 우려하듯 인공지능을 경쟁 상대로 보며 걱정을 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어떻게 대응함이 바람직스러울까? 환경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경쟁하는 사회가 아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는 전자가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 그렇기에 걱정을 하기에 앞서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날씨가 매우 차가워진 1월 10일 오전 코엑스 홀에서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로교육 페스티벌의 개막식이 있었다.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 페스티벌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17개 시도 교육청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데 학교와 마을의 여러 주체가 학생들의 진로개척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네트워크 조성의 중요성에 따라 마련되었다.
‘온 마을이 함께하는 우리 아이들의 꿈’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큰 코엑스 홀의 행사장에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수많은 진로에 관한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 너무나도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주입식교육과 수행평가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문제에서 진로 탐색의 부재를 실감하는 부분이다.
행사 부스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개막식은 충남 공주의 석송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합주로 시작되었고 많은 내빈이 참석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염태영 수원시장의 축사가 이어졌는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찾아가는 미래를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진로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확대, 진로교육 집중 학년 학기제 안착, 아이들 스스로 행복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모두의 참여와 협력 속에서 진로개발역량을 더욱 튼튼히 키워주어야 하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이런 진로교육프로그램이 살아있는 교육일 것이니 교육현장에서 꼭 필요하다는 실무자의 영상인터뷰도 있었다.
학교 교육과정에 스며드는 진로교육정책으로 학교 진로설계코칭 강화와 수요자 중심 진로교육 기반 구축,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체험기회제공으로 진로 탐색 활동 지원을 강화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창업 체험교육을 활성화한다고 했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얻고 당당하게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이자 추구해야 할 가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응원하고 아이들의 진로, 희망찬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주제마당, 교류마당, 체험마당, 창업 경진마당으로 구분되었다.
다양한 부스 중 특히 관심이 갔던 곳은 창업동아리 경진마당이었다.
진로교육 차원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육성된 전국의 60여 개 청소년 창업동아리가 총출동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었다.
젓가락이 서툰 동생이 파스타 먹는 걸 어려워하자 한 번에 감아 입에 넣을 수 있도록 개발한 ‘전동포크’가 흥미로웠는데 이 제품은 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광 구명조끼도 관심이 갔다. 구명조끼에 GPS를 장착해 조난당한 위치를 알릴 수 있고 구명조끼에 열선을 설치하여 태양광 전지판으로 충전해 체온을 지켜주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파라솔에 태양광을 설치한 아이디어작품도 있었다.
파라솔은 자외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동시에 햇볕을 많이 받게 된다.
파라솔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얻는 에너지로 전구나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60여 개나 되는 창업동아리 부스에서 각각 반짝이는 재치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 흐뭇했다.
진로교육페스티벌은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는 인재육성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학교라는 고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 꿈과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수 있는 진로교육의 장을 마련해 청소년에게 꿈을 키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마을과 지역사회, 정부의 몫일 것이다.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청소년의 꿈을 진로교육의 장을 통해 더욱 튼튼히 키워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차 산업혁명, 근래 들어 회자하고 있는 최대 화두가 아닐까? 비트코인도 어떻게 보면 같은 부류로 여길 수 있지 싶다. 많은 사람이 시대 변화를 어느 때보다 더 실감하면서도 직접 참여는 머뭇거리는 듯하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 사안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나 나름의 확신이 서지 않은 점도 있어 관망한다. 지난해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의한 음성인식 수준이 인간의 대화 인식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전한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서 이해도는 95%에 그친다고 한다. 사람끼리의 대화도 그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데 인공지능 음성 인식도가 지난해에 95%를 넘어섰다. 음성인식 로봇이나 관련 장치가 사람이 명령하는 말을 사람끼리 서로 말하고 이해하는 수준인 95%와 맞먹게 되었다.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사람 말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고 한편으로 두려움마저 든다.
최근엔 음성인식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가전박람회 “CES 2018”에도 예상 이상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TV를 향해 필요한 채널을 말하면 TV는 제가 알아서 채널을 찾아준다. 요즘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에서 활용하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중에게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알렉사, 아리아, 헤이카카오, 기가지니, 샐리야, 시리야, 오케이 구글 등이 해당 회사의 스피커 이름이다. “아리아, 신나는 음악 틀어줘~!”라고 명령하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마트폰에 이미 말로 검색하는 기능이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대부분 사람은 문자로 검색하는 데 익숙해 음성인식 기능 활용엔 다소 무디다. 음성인식 지능을 이용한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글이나 문자보다 말로 하는 일이 훨씬 수월하고 빨리 접근할 수 있어서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기계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시각지능도 마찬가지다. 고양이와 애완견을 식별한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기분을 파악하여 대응하는 로봇도 개발되었다. 말 잘 듣고 제가 알아서 기분을 맞춰주는 인공지능 로봇을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다. 애완 로봇이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혹자는 “빅도미노”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어느 순간 세상을 확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앞의 예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이나 장치가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서게 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과 같은 생각으로 대비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는 저서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이제 자기만의 두드러진 가치를 찾아야 한다. 평균 시대는 끝났다.”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의 발달로 남들과 같은 일을 하면 평균 이하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기만의 두드러진 가치, 즉 개인 브랜드를 가져야 함을 이른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전 반생에서 한 경험이 미래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학 시절에 배운 이론들이 지금 효용 가치가 있는지 반문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릴 적부터 우리 세대,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남과 비교하여 우위에 서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그런 수단과 방법을 공부해왔다.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 전략을 구사했다. 돌이켜보면 경쟁이 능사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넓은 길이 아니라 선뜻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을 선택해 성공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돈이 아니라 인생의 가치를 남기는 직업을 찾아낼 필요가 있는 시대다. 후반생은 자기실현의 시기로 살아야 하므로 더욱 그렇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보이게 되는 데도 과거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환경이 다른 시대에서 한 경험이 변화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없는 잡동사니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전환이 필요하다.
100세 장수 시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120세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예측한다. 100 현역은 아니어도 80세까지는 현역으로 살아야 하고 남은 20년은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로 하여야 한다. 쉽고 편한 길로만 가려 하지 말고 어렵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려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어 가자.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많은 일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 보자.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을 만들어가는 길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노후준비의 답이다. 그런 일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직업으로 승화시키면 평생 경쟁 없는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A 씨의 사례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금속, ‘로보트 태권V’ 같은 추억 속의 만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이 최근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서비스 로봇’은 청소에서 간병까지 일상에서 쉽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셜 로봇’
특히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셜 로봇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대화도 나누고 교감하는 감성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이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데다 모습이나 체형도 사람 또는 동물과 비슷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소셜 로봇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을 융합한 음성 인식과 감정 표현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봇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령화사회는 소셜 로봇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혼자 사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다양한 케어 로봇을 개발해왔다. ‘케어 로봇’은 쉽게 설명하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봇이다.
중소기업청의 로봇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케어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체 지원 로봇’이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목욕할 때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생활 지원 로봇’이 있다. 생활 패턴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정서 지원 로봇’이 있다.
로봇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치매 예방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와 간병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간호 인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38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소셜 로봇으로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소셜 로봇인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했다. 키가 120cm로 작지만,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며 감정도 공유한다. 또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페퍼는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로봇도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퍼는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거뜬하게 수행한다. 또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소프트는 페퍼의 대항마로 40cm짜리 케어 로봇 ‘팔로(Parlo)’를 출시했다. 팔로에 내장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요양시설 등에서 혼자 30분간 체조를 진행할 정도로 실무형 로봇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어 로봇으로 ‘파로(Paro)’가 있다. 파로는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이다. 귀여운 모습의 파로는 인조 항균 섬유로 덮인 피부에 센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고, 간단한 단어도 이해한다. 연구 결과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기도 했다.
장·단점 꼼꼼히 파악해야
일본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로봇 구입 자금을 보조해왔다. 20만 엔(약 190만 원) 이상의 로봇을 구입하면 전액을 지원하고, 1개 시설당 총 300만 엔(약 2890만 원)까지 한도를 두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간병 로봇에 개호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호보험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을 말한다. 간병 로봇에 보험이 적용되면, 이용료의 80~90%를 보조받을 수 있어 간병 로봇 시장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간병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16%나 성장한 34억 엔(약 328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유럽,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한 대표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현재 노인복지관,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인 느낌 때문에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도 많다. 로봇이 간병 업무를 보조하면 간병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로봇은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서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기 쉽다.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현재 케어 로봇은 보행을 보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배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등 세분화된 실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를 교체할 다음 패러다임이 ‘로봇’이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상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로봇이 간호를 한다는 비판에 “기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 중 어느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어령(李御寧·83) 전 문화부장관은 언제나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분이다. 이 시대의 멘토, 아무도 따를 수 없는 기억장치, 외장하드다. 어제 만났더라도 오늘 다시 만나면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가 샘솟는다. 그사이 언제 이런 걸 새로 길어 올렸을까 싶을 정도로 그에게는 늘 말이 차고 넘친다. 스스로 ‘아직도 비어 있는 두레박’, ‘여전히 늘 목이 마른 두레박’이라고 말하고 있을 만큼 새로운 ‘샘’에 대한 열정과 욕구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회적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한 뒤 지금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직만 유지하고 있는 그를 만나 AI(인공지능)와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문명과 시니어 세대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글은 10월 중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의 대면 대화와 그 뒤의 이메일 인터뷰를 종합한 것이다.
우선 시니어의 관심사인 건강문제부터 질문했다. 올해 83세인 이 이사장은 종전 그대로 활기차게 말했지만 4년 전 병을 만나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투병이나 치병(治病)이 아니라 병과 함께하는 친병(親病)을 말하고 있었다.
요즘 어떠신가요.
“글 쓰는 사람들이 병이 나면 글을 못 쓰게 됩니다. 자기가 겪은 불행한 일은 글로 쓸 수 있으니 불행까지도 재산이 됩니다. 그러나 병은 그렇지 않지요. 병이 나면 서양에서는 구술을 많이 하지만 우리말은 논리적 바탕이 약해 말한 걸 풀어놓으면 주술(主述)관계가 안 맞고 비논리적인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구술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나는 컴퓨터를 일곱 대나 가지고 있는데 병이 나니 그게 다 소용이 없더군요. 우선 키보드를 치기 힘들고 모니터 보기도 힘들고. 그래서 전자펜으로 필기를 해 텍스트 파일로 바꾸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조사(助詞) 하나 가지고 온종일 씨름할 정도로 까다로운 사람인데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병이 나자 글도 못 쓰고 구술도 못 하고 써야 할 글은 많은데 아무것도 못 쓰니까 병 자체가 글 쓰는 사람에게는 그대로 글을 쓰는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부디 건강하세요. 나처럼 병으로 시달리지 마시고.”
병의 문학적·문화적 의미가 크군요.
“사람들은 병이 나면 피해요. 피병(避病)이야. 병은 자랑하라지만 실제로는 직장인이건 정치인이건 밝히면 손해니까 속이고 피하지요. 그런데 지병(持病)이라는 말이 있잖아? 휴대전화처럼 병을 갖고 다니는 거지요. 옛날 선비들의 글을 보면 ‘강호(江湖)에 병이 깊어’ 이렇게 읊거나 답장에 꼭 병 이야기를 하곤 했지요. 늙고 병든 몸이라는 걸 내세워 정치적 수난을 피하고 정쟁의 위험으로부터 피했어요. 병을 자기 재산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거지. 그래서 한국에서는 병이 갖는 문화적 의미가 큽니다. 당쟁 사화(士禍)가 많았던 시절, 병이 오히려 목숨을 지켜준 일이 많았지요(웃음). 근데 병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어요. 내가 건강했더라면 하고 땅을 쳐도 시원찮아. 그런데 병까지도 인간을 이길 수 없게 하는 방법은 친구로 삼는 거지요. 적으로 맞서 싸우면 병에 이길 수 없어요.”
그동안 그런 마음을 작품으로 쓰신 게 있으면 소개해주십시오.
“많이 썼지요. 그런데 다 메모 정도이고 알파고 때문에 쓴 시 하나가 생각나는 군요.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다는 내용입니다.”(‘이어령의 근작 시’ 참고)
이사장님은 은퇴를 선언했지만 정보시대는 그걸 허용하지 않는 거지요?
“은퇴 후 스마트폰을 없앴으면 신문사 전화를 안 받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알파고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하고 봇물 터지듯이 라디오 TV에 나가 말을 하지 않았겠지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은퇴에 관한 책 한 권을 썼지만 정보시대에는 은퇴가 불가능합니다.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지요. 그래서 TV, 인터넷, 휴대전화 일체를 일정 기간 플러그 오프하는 것을 정보단식이라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영화배우 사진을 보여주고 그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물으면 제대로 읽고 대답할 줄 아는 아이가 반도 안 된다고 해요. 하지만 스마트폰을 빼앗고 1주일 동안 캠프생활을 하게 한 뒤 같은 테스트를 하면 훨씬 능숙하게 사진 속 인물의 감정을 읽어요. 스마트폰 대신 서로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나눈 결과죠. 사람의 안면을 보지 않고 화면을 보는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자찬명(自撰銘) 같은 글을 써놓으신 게 있는지.
“그런 건 없습니다만 스스로 묘비명을 쓰라고 한다면 ‘평생 퍼내도 퍼내도 항상 갈증을 느껴 우물을 판 사람’이라고 말하겠어요. 영원히 두레박의 갈증을 가지고 평생 살아온 사람. 두레박은 늘 비어 있어야 물을 퍼낼 수가 있지요. 이 비어 있는 것이 갈증입니다. 영원한 갈증이지요.”
스스로 우물을 파는 사람이라고 말해오셨는데, 요즘 어떤 우물을 찾고 있습니까?
“지금 파고 있는 우물은 아주 특이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판 우물은 주로 글로, 펜으로 판 것입니다. 문학평론, 에세이, 소설, 희곡,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많은 땅에서 우물을 파왔죠. 그런데 이번에는 글이 아니라 말입니다. 이야기꾼이 되는 것입니다. 이젠 문학평론가나 인문학자가 아니라 나무꾼처럼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지요. 책을 읽기 전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옛날 얘기를 듣다가 잠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였지요. 꼬부랑 할머니가 한 고개도 미처 넘기 전에 잠이 들었지요. 꼬부랑꼬부랑, 꼬부랑길을 따라 고개를 넘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듭니다. 이제는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입니다. 팔십이 지난 이제야 그 꼬부랑 할머니가 한국인인 우리를 낳아주신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힘없어 보이는 그 할머니가 바로 보릿고개를 넘고, 나운규와 같이 일제 압박시대에 아리랑고개를 넘고, 전쟁과 가난과 모든 수난의 고개를 넘어온 영웅이었던 것이죠. 노자가 ‘곡신불사(谷神不死) 현빈(玄牝), 즉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를 현묘한 암컷이라고 한다’고 했듯 그것이 바로 할머니의 생명력의 원천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지팡이는 미사일이나 원폭이 아니라 생명력을 지탱해주는 자연의 힘이었던 겁니다. 마녀의 요술지팡이도 아니고 신선의 지팡이도, 개화기 때 개화장(開化杖)이라고 했던 서양의 단장도 아니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폭력의 몽둥이가 아닙니다.”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계신다는 거군요. 신문에도 연재하고 방송에서도 들려줬던 그 글을 마무리하시는 건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시즌1밖에 쓰지 못한 ‘한국인 이야기’를 전부 정리하면 12권이 됩니다. 물론 그것을 정리 중이지요.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의 우물 파기는 알파고에 관한 것입니다. 왜 하고많은 땅 다 두고 일본, 중국 제쳐놓고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서울 광화문에 와서 전 세계에 AI 시대를 선포했겠습니까. 바둑을 두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알파고는 바로 우리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혁명을 일으키고 자율자동차가 되어 세계 모든 도시의 길을 달리게 될 겁니다.
그뿐이 아니죠. 병실의 환자들 머리맡에, 소외된 장애인들 곁에, 전쟁과 테러의 현장이나 폭력의 골목 속에서 알파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 되느냐, 또는 꼬부랑 할머니의 지팡이처럼 인류를 도와주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냐 그것이 한국인 손에 달렸다는 거죠. 할머니의 꼬부랑 지팡이는 곤봉이 아니기 때문이죠.”
왜 하필 알파고에 대한 이야기입니까?
“이유가 있어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을 떠날 때의 내 마지막 강의가 바로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었지요. 당시 미국의 컴퓨터과학자 빌 조이의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글을 학생들에게 읽히고 리포트까지 받았어요. 그 글은 ABC(Atom, Bio, Chemical) 기술(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화생방 기술이죠)이 21세기에는 GNR(Genome, Nano, Robotics)로 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인공지능, IT(정보기술)가 이 기술들과 결합되면 인류는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였죠. 그런데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미국 기업인은 그러한 시대를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 부르면서 2045년이면 천지개벽해서 인간이 불로장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커즈와일이 바로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AI 분야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AI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문제이고 그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특히 바둑권 문화인 아시아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 자손들을 위한 한국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AI와 4차 산업혁명 등은 아주 중요한 화두이지만 시니어 세대는 낯설고 어려워합니다. 이런 시대에 어떤 생각과 자세로 살아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은 생각 혁명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동안 전문 분야에서 인간처럼 생각하는 도구는 일부 있었어요. 컴퓨터가 인간을 대신해서 탄도탄 발사 거리를 계산하는 식으로 군사용으로 사용되고, 이어 기업에서 물자를 만들 때 컴퓨터를 썼어요. 군에서 IT나 컴퓨터를 사용하면 강병(强兵)이 되고, 기업이 사용하면 부국(富國)을 이루었던 거지요. 그런데 IT를 금융과 연결해 금융공학을 만들어 파생상품을 판 결과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제 산업사회와 부국강병의 패러다임은 끝났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노동과 작업은 인공지능(AI)이 합니다. 사람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 검색에 매달리지 말고 사색을 해야 합니다.”
AI를 잘 활용해야겠군요. 시니어 세대일수록 백세건강, 수명연장을 위한 인공지능의 기여에 관심이 높습니다.
“알파고는 사람보다 글을 잘 쓰지 못합니다. AI가 효도를 하고, 사랑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AI 시대의 의학은 치료 위주에서 병을 미리 가려내주고 발병의 위험을 알려주는 예방의학, 미리 수술해주는 선제의료, 나아가 개인별 건강을 설계해주는 맞춤의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부작용도 참 많지만 좋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결국 인공지능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지능이 문제입니다. AI가 발달했다고 무서워할 게 없습니다. AI가 하지 못하는 심성이나 덕성, 아름다움, 봉사를 사람이 하면 됩니다. 이제 가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늘 즐겁게 일을 해오셨는데, 그런 자세야말로 은퇴 세대, 시니어 세대에게 절실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누가 시켜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다 좋아서 한 거지요. 장관도 안 한다고 고사하다가 초대 문화부장관이라고 해서 했습니다. 각종 이벤트를 많이 했는데, 먹고 놀면 안 됩니다. 놀면서 먹어야 합니다. 내가 돈벌이하자고 책 쓰고, 88서울올림픽을 하고, 교수를 했으면 다 실패했을 겁니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대로입니다. 인터넷 시대의 지지자(知之者)는 인간이 아니라 AI입니다. 지지자 위가 호지자(好之者)이고, 또 그 위가 낙지자(樂之者)입니다. 바로 지호락(知好樂)이지요. 연애가 노동이라면 비 맞아가며 연인을 기다리겠어요? 골프가 땅을 파는 노동이라면 18홀을 돌 마음이 들겠습니까? 이 지호락을 추구하면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마음과 자세로 사는 게 중요합니다.”
이어령의 근작 시
차멀미가 나면 내리시게.
그게 자동차라면 길 이름 묻지 말고
그게 기차라면 역 이름 알 것 없이
얼른 내리시게나.
그런데 그게 배멀미라면 어쩌시겠나.
그게 비행기멀미라면 어쩌시겠나.
그래도 눈 딱 감고 뛰어내리시게나.
바다 속이면 발광어(發光魚)가 되고
하늘이라면 별똥별이 되겠지.
그러나 묻지 마시게.
그게 TV, 인터넷, 정보멀미라면 어쩌시겠나.
옛날 사람들은 ‘사람’멀미가 나면
산림 속으로 숨었지만
정보시대에는 숨을 곳이 없으니
황진이의 시조 한 수라도 읊어보시게.
‘나도 몰라 하노라’
중소기업 중앙회는 분기별로 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체를 대상으로 오전 7시부터 조찬회를 겸한 강연을 한다. 12월 6일 포럼의 주제는 ‘패권과 행복의 비밀’이었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의 특강은 지난번 강의 ‘은퇴가 없는 나라’에 이어 두 번째로 듣게 되었다. 김 교수 강연의 특징은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와 연구로 경제와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해주는 데 있다.
포럼의 주제도 그러하다. 국가 경제가 발달한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과 후진국인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기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모든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고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선진국에서 사업이 훨씬 더 잘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라의 기업가나 국민은 후진국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 오늘 강의의 핵심이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 추구라면 우리는 과거에 왜 불행했는가? 김 교수는 이 질문으로 강의의 서두를 열었다. 그리고 서양보다 기술력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가까운 나라 일본과 똑같이 인식하면서도 대처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인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일본은 19세기 중반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운 외세의 개방 압력을 받았다. 요시다 쇼인과 같이 대양이(큰 서양 오랑캐)를 인정하고 화혼양재(和魂洋才)의 정책으로서 산업혁명을 이룬 전기를 마련했지만 우리나라는 위정척사를 앞세워 척화비를 세우고 과거 성리학에 집착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람들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눈 대분기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제1차 산업혁명 때 영국이 석탄, 금속, 직물 부문을 통해 발전을 이루었다면 제2차 산업혁명 때는 독일과 미국이 화학, 전기, 강철을 통해 발전을 이루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당시 산업혁명을 주도한 나라가 지배자로 등극한 사실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이 처음 언급한 제3차 산업혁명은 1970년대 ICT와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의해 일어났고 오늘날은 이른바 클라우드 슈밥이 말한 제4차 산업혁명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Bio Technology, Nano Technology 등 초연결 기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1963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로 125개 국가 중 101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는 공업인구 2.7%, 농업인구 68%였다. 이제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맥킨지 보고서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창조한 한국 스타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맥킨지 보고서 내용은 다소 부정적이다. “북핵보다 한국 경제가 위기다”라고 썼고 “1997년 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한국경제의 동력을 상실시켰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1차 산업혁명이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옮겨가는 1차 대분기점이라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은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넘어가는 2차 대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산업혁명은 어떻게 오는가? 김 교수는 시장에서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할 때 저절로 온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산업혁명, 네덜란드의 산업혁명 등이 그런 사례로 언급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해 현재 부처에 소속된 일반 행정관료(Generalist)를 전문정책관료(Specialist)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엘리트의 힘을 4차 산업혁명 분야로 대거 집중시켜 산업 역군으로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세계화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켰듯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기업들과 함께 나아간다면 2차 대분기점에서 선도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은 공감이 갔다. 강의의 결론은 “행복은 기업과 기술에서 나온다” 는 말에 집약되어 있는 것 같았다. 행복의 근원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될 수 있겠지만 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의 행복에 대한 시각은 그만의 특성을 잘 함축한 말이라 아주 인상적이었다.
세상에 이기지 못할 것이 운발이라고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0%라면 재능과 노력은 30%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운11. 기 마이너스 1이란 이야기조차 있다. 운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은기(66)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은 그 답을 협조와 협업에서 찾는다. 그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공생, 상생하는 것이 운을 좋게 만들고, 지속가능경영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가 아니라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가 그의 신조다. 남과 나눠야 운이 따른다. 운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별명이 ‘미스터 콜라보(Mr. collabo)’인 그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 회장께선 일찍이 미래의 물결, 정보화사회를 이야기하는 등 미래 트렌드를 남보다 앞서 예측하시고 강의해왔습니다. 그런데 운 이야기를 강조하시는 게 좀 모순 같습니다.
“정보화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운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내가 말하는 운이란 덕행의 인과법칙입니다. 지극히 과학적입니다(웃음). 남을 돕지 않는 자에겐 운이 따르지 않아요.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남이 도와주지 않거나 방해를 하면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남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는 점입니다. 귀인을 만나야 운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귀인을 만나려면 먼저 인간 존중,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최근 를 쓴 일본의 원로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운=도덕과학’이라고 풀이한 바 있다. 니시나카 변호사는 “도덕적 과실이 운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라도 갚지 않으면 운이 나빠진다. 은혜를 받기만 하면 ‘도덕적 부채’로 쌓인다”고 말했다. 도덕적 선행과 나눔이 운을 불러온다면, 도덕적 부채와 독과점은 금전적 부채보다도 더 큰 불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보다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 남을 돕는 봉사를 하고 난 뒤에는 거의 모든 경우 심리적 포만감, 즉 ‘하이(high)’ 상태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된다. 의학적으로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도르핀이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친다. 이른바 마더 테레사 효과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리더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개인의 사회적 공헌(PSR, Personal Social Responsibility) 실행은 이타적이라기보다는 운을 불러들이는 이기적 행위인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은 많이 합니다. 반면에 일반 개인의 사회적 공헌(PSR)은 그만큼 강조되진 않지요.
“‘사회 공헌, 기부’ 하면 거대 담론으로만 생각합니다. 나중에 여유 생길 때 기부한다고 미뤄두면 평생 하기 힘듭니다. 기부는 물질적 여유가 아니라 평상시 태도, 습관입니다. 저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군에 강의를 갑니다. 또 공군 순직 조종사 유자녀 장학금을 매년 1000만원씩 지원하는 일을 7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기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남을 위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비결입니다.”
그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앰뷸런스를 이용하며 운전기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부자들은 앰뷸런스에 시체가 실리는 순간부터 가족이 싸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렇게 산다면 부자인들 무슨 삶의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는 있어야 나누는 것이 아니고 나누어야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부자는 돈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1년에 기부금 1000만원을 약정하고 꾸준히 하는 것, 쉬운 일은 아닌데요. 사모님도 처음부터 동의하셨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저는 집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 집에서는 절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하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데려가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사는 게 뭐 별것 있나, 잘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등으로요. 먼저 길을 닦고,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 뒤 본론을 꺼내지요. ‘우리 여행 한 번 덜 가고, 골프 한 번 덜 치자, 소비를 조금 줄이더라도 좋은 일을 해보자, 돕고 사는 게 재미지, 혼자 잘사는 게 무슨 재미인가’ 하고요. 똑같은 이야기라도 반응이 전혀 달라요. 집사람이야 콩나물값 깎아가면서 알뜰살뜰 살림하는 전업주부인데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보다 더 기부에 적극적이랍니다.”
윤 회장은 스스로의 전공을 심경학, 즉 심리경영학(그는 학부는 심리학, 석·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이라고 말하곤 한다. 심리를 경영할 줄 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정의파, 대의명분파들이 설득에 실패하고 저항에 부딪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옳으냐’로 ‘좋으냐’를 무시하거나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진정한 소통은 ‘옳다’를 넘어, 마음속으로 ‘좋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성보다 감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베스트셀러 비결도 사모님과의 심경학 소통 덕분이라면서요.
“하하. 네. 제 책의 첫 독자, 안테나 마켓은 집사람입니다. 작가에겐 책 내용이 정리돼 영감이 오는 ‘유레카’의 순간이 있습니다. 한밤중이라도 깨워 한바탕 책 내용을 설명하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심드렁해하면 책의 콘셉트 혹은 틀을 바꿉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대부분 집사람이 한밤중 잠결에 들어도 흥미롭게 들은 책, 말 된다고 집사람이 동의를 표한 책이었습니다(웃음).이번 협업 책도 그렇고요.”
진정한 소통은 같은 세대, 같은 수준의 말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이질적 그룹의 사람과 통하는 것이다. 그의 강의가 폭넓은 호응을 얻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 차동엽 신부, 장용동 목사 등 숱한 명사들이 윤 회장의 강의를 ‘내 인생에 영향을 준 명강의’로 꼽는 것도 소통력 때문이다.
윤 회장께서 살아오시면서 겪은 가장 큰 고비는 무엇인가요.
“1980년도에 발간된 앨빈 토플러의 을 읽고 우리나라가 살 길은 정보화사회에 빨리 도전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잘 다니던 종합무역상사에 사표를 내고 1983년 여의도에 정보전략연구소를 차렸는데 2년 만에 퇴직금까지 모두 까먹고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된 거예요. 하루가 지나면 부채는 늘고 철수하자니 빚 감당을 못하겠고. 그때가 내 인생의 최대 위기였습니다. 마침 1985년 앨빈 토플러가 방한해 붐이 일어나면서 극적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세상 모든 일은 반드시 때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너무 늦어도 안 되지만 너무 빨라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이후, 무슨 일이든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내려고 심사숙고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자신감이 넘쳐 성급하게 뛰어드는데 그러면 실패하기 십상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 칼럼니스트로 골프와 경영을 접목한 글로 인기를 끄셨지요.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치고 저랑 골프를 치지 않은 사람은 드물지요. 골프를 치면서 인생의 깊은 내공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글로 써본 것이지요. 특히 김종필 전 총리랑 골프를 치면서 들은 인생 허업(虛業) 이야기가 제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치는 허업이야. 잘났다고 하는 저 사람(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뭐가 있어? 온갖 폼은 다 잡지만 남는 게 뭐 있어? 정치는 자기들끼리 싸우다 다 잃는 거야. 제일 어리석은 직업이 정치야’라고 허무하게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분께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허명(虛名), 허업(虛業)에 대한 내려놓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많이 부리면 반드시 터지거나 넘어지게 돼 있다. 윤 회장은 인생의 욕심을 풍선과 계단오르기에 비유해 설명한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면 문제가 없지만 한꺼번에 많이 오르려 하면 반드시 고꾸라지는 게 인생의 법칙이다. 풍선도 마찬가지다. 있는 힘껏 풍선을 끝까지 불 수는 있지만 그러다가 터질 수도 있다. 그래서 80~90% 정도만 불고 남겨둬야 한다. 너무 빵빵하게 불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힘을,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탈속의 이야기만 했네요. 세상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정보화사회, 협업 등 늘 기업 경영의 화두를 먼저 설정, 새바람을 일으키셨습니다. 또 시(時)테크, 골드칼라 등 시사용어를 선도해 유행시키셨는데요. 그 촉(觸)의 비결이 무엇인지요.
“지도자라는 것이 무슨 의미겠습니까. 선지자, 선견, 먼저 보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지도자는 지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즉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청년기에 군에서 훌륭한 리더를 만나 생각의 틀을 다진 게 제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청년 장교(중위) 때 투스타 김동호 장군의 부관을 하다 보니 엄청난 용량의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인생의 한창때 존경할 만한 롤모델을 만나는 것은 큰 운입니다. 책 100권, 아니 1000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책 에서 귀인효과를 말씀하시는데요. 김동호 장군이 윤 회장님의 귀인이셨나보군요.
“맞습니다. 김 장군은 영어, 일어 등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시고, 유도, 검도 유단자에다 특히 인품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덕체, 문무를 겸비하신 분이었습니다. 김 장군이 면접하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실력을 묻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력, 종교, 꿈을 들려주시며 리더로서 이렇게 노력하겠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겁니다. 당시 제 주변 동료 장교들은 퇴근 후 취직 공부를 해야 한다며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부관을 기피했어요. 저는 퇴근 후 두 시간 공부보다 이분을 모시는 게 훨씬 큰 공부가 되겠다는 느낌이 한 번에 오더군요. 존경받는 것도 기쁘지만, 존경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는 것이 더 기쁜 일입니다.”
윤 회장은 그 후 4년간을 한결같이 김 장군을 곁에서 ‘모셨다’. 제대하는 토요일, 오후 3시까지 초과 근무를 자청한 것은 초급 장교 중 전무후무해 공군 본부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윤 회장은 김 장군과의 인연을 40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1년에 두세 차례씩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예전 어록과 교훈을 같이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김 장군도 훌륭하시지만 그분을 한눈에 알아본 윤 회장님도 대단합니다. 더구나 20대 중반의 청년 장교 때요.
“그런가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알아보는 용인술도 중요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알아보는 ‘역용인술’도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롤모델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 찾아보려고 노력하진 않거든요. 존경하는 사람이 없으면 반쪽 인생이에요. 한 번도 사랑해보지 못하고 죽는 것보다 더 불행하고 불쌍한 삶이지요. 어려운 의사결정을 할 때 ‘김 장군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자기객관화가 되면서 답이 보여요. 존경할 대상이 생기면 상대의 장점 DNA가 보이고 배워야 할 사항이 쏙쏙 들어와요. 존경하는 사람을 가지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앞으로 10년 정도는 우리나라 모든 영역, 모든 분야에 협업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그 후에는 청소년 시절부터 꿈이었던 소설가로 데뷔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현실에서는 추진할 수 없는 이상향을 마음껏 그릴 수 있으니까요. 제가 존경하는 소설가 김주영 선생님도 수시로 만나고 있고 최근에는 김홍신 선생님도 몇 번 만났습니다. 평생 동안 경험한 일들과 상상했던 일들을 융합시켜 멋진 소설을 쓰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될 겁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