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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명의 하모니가 만드는 빈틈없는 감동
- 성악에서 진성으로 가장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남성을 테너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흉내 내기 힘든 높은 음을 내기 때문에 관객들은 테너의 노래에 열광한다. 오페라에서 테너가 여성인 소프라노와 함께 남녀 주인공을 독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런 테너 10명이 모인다면?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그룹이 있다. 바로 한국예술문화재단이 기획한 그룹 ‘더 텐테너스’다. 그룹 더 텐테너스는 한국의 젊은 테너 10명으로 이뤄진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10명 모두 개인 연주자(성악가)로 각자 활동하면서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공연이 있을 땐 뭉쳐서 화음을 이뤄낸다. 개개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악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음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리더인 이재필과 세컨드 백승화를 중심으로 강전욱, 김재민, 원유대, 유정우, 이경호, 이사야, 조찬욱, 최용석 등이 힘을 모았다. 더 텐테너스 멤버는 모두 외국의 음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해외파’로,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거나 각종 공연의 단골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함께 모여 있다고 이들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조연은 없는 주인공들만의 무대 늘 주인공을 차지하며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테너는 자존심이 세고 다루기 힘든 상대로 취급받는다. 어디서든 주목받는 존재라는 뜻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를 3대 테너라고 기억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이 3대 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토머스 햄슨, 브린 터펠에 대해서는 생소해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런 테너 10명이 어떻게 모이게 된 것일까? 리더 이재필은 “사실 이런 경험은 음악을 오래 한 저희도 낯선 일입니다. 오페라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같은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죠”라며 웃는다. 이재필 “텐테너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룹은 하나가 아닙니다. 몇몇 국가에서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룹들이 있어요. 국내에선 저희가 처음이죠. 목적도 비슷합니다. 가곡이나 팝송 등을 클래식화해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기 위해 모였죠. 저희도 지난해 6월 결성돼 활동 중입니다. 테너라고 모두 같은 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음역대를 통해 앙상블을 이룰 수 있고, 테너만의 강점인 청량한 고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죠. 한 곡을 10명이 나눠 부르다 보니 쉬지 않고 최대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사실 보수적인 성악계에서 성악가 10명이 모여 클래식이나 아리아가 아닌 다른 장르의 노래를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이경호 “성악 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가 늘었죠. 저희 입장에서도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양보이기도 하고요. 가요나 팝송이라도 그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저희의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반감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관객과의 만남 ‘감동’ 이들은 지난해 11월 오랜만에 관객들과 마주했다. 팝페라 페스티벌 ‘비상’이 그것이다. 이들에겐 지난 2년 가까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졌던 공연의 첫 재개였던 셈이다. 유정우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죠.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훨씬 심해 무대는커녕 집 안에만 갇혀 있었거든요. 더 텐테너스를 통해 큰 무대에서 함께 공연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도 정말 좋았고, 관객 덕분에 오히려 제가 힘을 받은 기분이었죠.” 원유대 “공연 덕분에 저희가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됐죠. 연습을 통해 더욱 가까워져,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의 우정으로 더욱 뜨거워진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멈춰 있었던 이들에게 무대를 통해 만나는 관객은 최고의 회복제라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며 입을 모은다. 김재민 “많은 에너지를 받아요. 호응을 잘 해주시면 힘이 나죠. 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래도 기복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공연 전에는 피곤한 기분이 들어도 관객의 반응이 뜨거우면 어느 때보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착각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이사야 “무대에 섰는데 아무도 환호해주지 않으면 민망하잖아요.(웃음) 최고의 환호를 끌어내기 위해서 늘 연구하고 노력하게 되죠. 우리에게 관객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만드는 자극제예요.” 자존심 강한 테너 10명의 조합에서 불협화음은 없었을까? 이들에게도 첫 경험이었을 ‘그룹 활동’은 어떤 의미였을까? 최용석 “몇몇은 해외에서 유학 중에 이미 알던 사이예요. 동문도 있고요. 좁은 음악계 안에서 추천을 통해서도 영입이 이뤄지다 보니, 서로의 어색함을 쉽게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승화 “공식적인 활동을 한 지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늘 즐겁습니다. 물론 모두 자존심 강한 예술가들이지만, 10명이 모여 하모니를 만들어가기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지내고 있죠. 궁극적인 목적은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이니까요.” 공연 소외 지역이라면 어디든 강전욱 “사실 다른 장소에서 만났으면 라이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죠. 이렇게 테너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사이좋게 긍정적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같은 테너라는 경쟁심이 건전한 긴장감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대단한 테너 10명의 조합이니 당연히 무대의 규모나 개런티 등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좁아진 공연 환경에서 이들의 활동이 걱정됐다. 그러나 리더 이재필은 “어떤 무대라도 설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재필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성악과 대중음악의 차이점 중 하나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의 울림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도 심리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요. 공연 관람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소외 지역을 찾아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금 이들은 2월 18일 공연 때문에 분주하다. 한국예술문화재단의 하다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같은 대형 무대는 아니지만 이들의 각오는 진지하다. 백승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가르쳐줬어요. 지금 연주자들 입장에선 크든 작든 관객이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라는 것은 결국 관객이 있어야 어우러지는 예술 분야니까요. 이제 무대의 크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 2022-02-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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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일자리 잡으려면 백신 2차 접종 마쳐야
- '2022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참여자 모집이 한창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참여 신청자 가운데 코로나 예방 접종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더욱이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추가 접종(3차 접종·부스터샷) 의무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2022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참여자 선정 기준이 있다. 이를 보면 참여자는 소득 수준 및 세대 구성, 활동 역량, 경력 등에 따라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된다. 공익활동·시장형사업단·사회서비스형 등 구체적인 사업 유형 별로 선발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동일한 부분이 있다. 바로 코로나 예방 접종 여부다. 선발 기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2차까지 완료했을 경우 5점을 받는다. 반대로 1차 접종 완료 또는 미완료일 경우 0점을 받게 된다. 앞서 2021년 하반기 참여자 모집 당시에는 1차 접종만 완료해도 5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2차 접종 완료자로 기준이 확대된 셈이다. 하반기 참여자 모집 당시인 지난 6월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을 한 번이라도 하신 어르신들에게 다음 달부터 노인 일자리 선발 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윤 반장은 "이들 일자리는 사람 간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은 특성이 있으므로 정부는 접종자에 대한 우대 방안을 마련해 접종을 독려하고자 한다"고 우대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하고 2주 이상 경과한 노인 일자리 참여자를 중심으로 야외 활동, 공연 관람 등 문화 활동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접종 독려뿐 아니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르신들의 마음 건강을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당시는 1차 접종을 맞기 시작한 때였으나, 현재는 대부분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현재 연령대별 2차 접종률은 50대 95.1%, 60대 94.9%, 70대 93.2%, 40대 91.2%, 18~29세 90.6%, 30대 87.9%, 80세 이상 82.7%, 12~17세 31.2% 순이다. 이에 따라 정책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노인 일자리 참여자에 대해 3차 접종을 권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2차 접종 완료자에 한해 가산점 부여라는 혜택을 줬다. 3차 접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그러나 지자체 별로 3차 접종을 권하는 발표가 나오고 있다. 3차 접종을 완료해야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라남도 곡성군은 "신청서를 우선 접수하고 백신 추가 접종(3차 접종)을 완료해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서울 김선갑 광진구청장 또한 "안전한 사업 추진을 위해 참여자로 선발되신 분들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까지 완료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의 경우는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만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고 경로당 내 취식행위가 금지된다. 더불어 경로당 회장 및 총무 등 경로당 방역책임자와 노인 일자리 사업단 중 경로당 운영관리도우미 참여자는 3차 접종 필수 대상자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자체 별로 3차 접종까지 완료해야 노인 일자리 사업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역 당국은 12월 한 달 간 60세 이상 고령층 집중 접종 운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인 경우 추가 접종의 필요성이 더욱 거론된다.
- 2021-12-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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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도 입었다…한국의 멋과 실용성까지 갖춘 ‘생활한복’ 열풍
- 2020 도쿄패럴림픽 개회식,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우리 선수단 모습에서 한국의 자부심과 아름다움이 뿜어 나왔다. 은은한 분홍빛의 훈색 저고리 자켓과 대님바지, 호랑이 문양과 금빛 동정까지, 유니폼 곳곳에 우리 전통의 멋스러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수단 단복은 전통적인 기존 스타일에 편안함을 더했다. 최근 한복은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으로 단순하게 나뉘던 과거와 달리, 신(新) 한복, 패션 한복, 모던 한복 등 다양한 이름과 디자인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 중 시니어들을 사로잡는 키워드는 바로 ‘생활한복’이다. 생활한복은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한복을 재해석했다. 한복이 대중화하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비단저고리 대신 한복셔츠와 한복자켓을, 긴 속치마 대신 허리치마와 원피스로 부담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최근 생활한복이 패션계와 의류산업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생활한복? 개량한복과 뭐가 달라? ‘생활한복’은 이전부터 ‘개량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생활한복과 개량한복은 전통한복을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바꿔 입는 한복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용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근대화를 맞이해 한복의 실용성과 변화를 강조하면서 ‘개량한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개량’이라는 용어는 ‘나쁜 점을 보완해서 고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개량한복이라는 단어는 ‘뭔가가 나빠서 고친 한복’이라는 의미를 담게 된다. 개량한복의 출발점인 전통한복은 불편함이 있을 뿐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량한복’은 지양해야 하는 용어로 인식됐다. ‘생활한복’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다가 1996년 12월 문화체육부가 ‘한복입기’를 추진하면서 공식용어로 지정했다. 생활 속에서 편하게 입도록 한 한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상복으로 생활화하는 '생활한복' 최근 생활한복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끈 대표적인 대중스타는 총 23개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이 그룹은 지난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에서 전통 기와 무늬를 새겨 넣은 퓨전한복을 의상으로 선택했다. 이후에도 멤버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2020년 9월 출연한 미국 NBC 인기 프로그램 ‘지미 팰런쇼’에서도 한복을 선보이며 한국의 멋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쓴 한복 외에도 일상에서 생활한복을 입으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9년 멤버 정국은 일본 오사카 공연을 위해 출국 시 생활한복을 입고 공항에 나타났다. 수많은 취재진들 앞에서 ‘사복패션’으로 생활한복을 선보이며, 한국 전통의상의 편리함과 멋을 전 세계에 홍보한 셈이다. 지난 8월 24일 2020 도쿄패럴림픽 개막식에서는 우리 선수단이 한복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면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 선보인 한복 유니폼이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단복은 우리 선수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한복은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날에만 입는 ‘행사복’의 특성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생활한복은 이런 개념을 넘어 실제 일상에 가까워지며 친숙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교육부는 지난 2019년 2월부터 업무협약(MOU) 체결해 ‘한국교복 보급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강진 작천중학교와 예천 대창중학교 등 16개 학교 2300여 명이 한복교복을 입었다. 또 문체부와 한복진흥센터는 한복의 생활화와 시장성을 넓히기 위해 지난 2020년부터 한복근무복을 개발했다. 문체부는 지난 5~6월에 문화역서울284 아르티오에서 한복근무복 전시회를 개최하고, 한복근무복으로 한복 생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복근무복은 일반 국민 또는 관광객과 만날 기회가 많은 문화예술기관에 시범적으로 먼저 보급하고 있다. 이후 여행업·숙박업 등 근무복을 통해 한국적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기관과 단체 등과 협업해 순차적으로 보급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떠오르는 생활한복, 인기 비결은? 생활한복 대표 브랜드 ‘돌실나이’의 김남희 대표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생활한복에 대한 뜨거운 인기 이유로 ‘K-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꼽았다. K-팝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가 세계로 확산하며 K-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드러내고, 한국 문화를 세계적으로 더 알리려는 바람에서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더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향력이 큰 한류스타들의 한복착용은 더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검색 추이를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 말 기준 전 세계 ‘한복(Hanbok)’을 키워드로 검색한 횟수가 최근 1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명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뮤직비디오에서 한복을 선보인 ‘How You Like That’이 발매된 직후다. 블랙핑크의 한복 착용이 평균적으로 45점에 불과했던 검색 점수를 100점까지 급증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정국의 생활한복 패션 역시 파격적인 연쇄효과를 일으켰다. 정국이 입은 생활한복 브랜드 ‘지장사’는 정국의 공항패션이 공개된 이후 공식 온라인 쇼핑몰 서버가 다운됐으며, 한 달 이상 배송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연이은 ‘동북공정’ 논란도 생활한복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추진한 역사, 문화 왜곡 연구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한국 고대사와 한국 고유 문화를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편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며, 지속적인 논란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20년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인플루언서가 “한복이 중국 한족의 전통의상인 ‘한푸’를 베꼈다”는 주장을 펼쳐 공분을 일으켰다. 이어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전통 문화에는 명나라 양식의 유물이 남아 있으며, 의류 문화 유물은 중국과 같다”며 “이것이 한복의 역사적 진실”이라고 주장하며 한복을 중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논리를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방영된 중국 명나라 배경의 한 중국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갓과 망건을 쓰고 나왔다. 같은 해 중국에서 제작한 모바일 게임에서는 한복을 중국 전통 의복이라 소개하면서 역사를 왜곡하기도 했다. 이러한 동북공정은 국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에 더 큰 불을 지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지난 6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김영진(차이킴) 한복 디자이너가 제작한 한복이 담긴 광고를 띄웠다. 이 같은 중국의 부당한 논리로부터 ‘K-컬처’를 지키고 한복 알리기에 대중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누리꾼들은 SNS에 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는 ‘#한복챌린지’를 잇따라 올리며, 한복이 한국 고유 문화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대중의 이러한 관심은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최초로 생활한복을 출시한 ‘스파오’의 신제품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와디즈에 따르면 스파오의 생활한복은 펀딩 목표치의 1만7000%에 달하는 펀딩액을 받을 정도로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생활한복은 업계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돌실나이의 김 대표는 “국가 경쟁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정체성과 애정이 뚜렷할 때 생긴다”고 말했다. 생활한복이 대중의 관심이 잠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뛰어 넘어, 우리 문화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정체성을 담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2021-09-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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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60 마음에 핀 청춘의 꽃, 팬덤 문화로 활짝 피다
- ‘뒷방 늙은이’를 거부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젊은 층 못지않게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이 ‘덕질’에 뛰어들며 새로운 ‘엄마·삼촌 팬’ 문화를 만들고 있다. 시작은 MZ세대와 비슷했지만 남다른 재력과 소비력으로 차원이 다른 덕질을 보여주는 ‘오팔 세대’를 들여다봤다. 요즘 어른들은 뭔가 다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남은 인생을 수용하는, 그저 나이 들어버린 존재가 아니다. ‘노(NO)노(老)’를 외치며 활발한 사회활동과 네트워킹으로 정체성을 찾고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한다. 이들은 바로 오팔 세대다.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 세대는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 개띠 ‘58’과 발음이 같고, 은퇴 이후에도 삶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세대의 다채로운 행보가 다양한 색을 담고 있는 보석 ‘오팔'과 닮았다는 의미다. “너네만 덕질하니? 엄마도 삼촌도 한다” 최근 오팔 세대 사이에서 ‘덕질’이 화제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 같았던 덕질이 전 세대로 퍼지고 있다.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분야는 연예인, 게임, 만화, 음식, 반려동물 등 매우 다양하다. 오팔 세대의 덕질은 MZ세대 못지않다. ‘내 가수’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은 무조건 본방 사수다. 관련 기사도 부지런히 확인한다. 음원 결제도 서슴지 않는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연령대별 음악·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증가율은 20~40대가 71%인 데 비해 5060세대는 101%로 크게 늘었다. 오팔 세대는 MZ세대 덕질의 필수인 ‘스밍 총공, ‘조공’, ‘기부 서포트’, ‘굿즈 구매’ 같은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스밍 총공은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올리고자 특정 시간에 일제히 해당 곡을 듣는 것을 말한다. 조공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보내는 행위다. 기부 서포트는 스타와 팬덤 이름으로 기부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굿즈는 사진과 DVD, 각종 소품 등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상품이다. “이것이 어른의 덕질이다” 바야흐로 트로트 르네상스다. 2019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 흥행을 계기로 그동안 ‘고리타분한 음악’으로 치부돼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가 오팔 세대 덕에 가요계에서 다시 급부상했다. 그 중심에는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 있다. 그의 팬클럽 ‘어게인’은 오팔 세대만의 팬 문화를 만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덕질’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들은 MZ세대 팬들과는 다르다. 팬카페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내며 댓글을 단다. 온라인에서 처음 만났지만 익명성 뒤로 숨지 않고 서로 예의를 지키고 싶어서다. 송가인이 한참 어린 딸이나 손녀뻘이라도 ‘가인 님’, ‘가인 씨’라고 부른다. 말도 잘 놓지 않는다. 송가인의 SNS에는 “송가인 님 덕에 힘을 얻고 있어요”와 같은 존칭 문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아이돌 SNS에서는 “언니 보고 벽 부수다가 우리 집 원룸 됐어”, “오빠는 경마장 가지 마. 말이 안 나오니까”와 같은 요즘 유행하는 ‘주접 댓글’을 볼 수 있다. 남다른 조공 문화도 눈에 띈다. ‘건강이 최고’라 생각하는 오팔 세대 팬들은 송가인에게 홍삼, 참치회, 산낙지 같은 건강식품을 박스째로 선물한다. 브랜드 의류나 액세서리보다는 몸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돋보인다. 미스트롯 흥행을 디딤돌 삼아 2020년 출격한 ‘미스터트롯’은 ‘엄마 부대’라는 새로운 광풍을 일으켰다.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6월 16일 임영웅의 생일을 기념하며 ‘착한 덕질’의 표본을 보여줬다. 전국적으로 선풍기 100대 기부, 취약아동 생계비 지원, 저소득 어르신 무릎인공관절 수술 지원 등 릴레이 나눔 캠페인을 이어갔다. 또 서울부터 부산까지 팬클럽·지역연합이 모여 전국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에 릴레이 광고를 진행했다. 전국의 영웅시대가 서울 지하철역 생일 전광판 광고를 보러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구매 대란 만든 삼촌 팬 오팔 세대는 ‘뒷방 늙은이’를 거부한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이 없다. 덕질도 이런 활동 중 하나다. 오팔 세대는 소비 력이 남다르다. 최근 브레이브걸스에 빠진 ‘삼촌 팬’들이 이를 제대로 보여준다. 해체를 앞두던 브레이브걸스(민영, 유정, 은지, 유나)가 올해 초 역주행을 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보통 역주행은 반짝인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인기를 계속 이어가며 대세로 떠올랐고, 광고계에서도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브레이브걸스의 잠재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삼촌 팬의 활약이 컸다. 통 큰 팬 일화도 끝없이 나온다. 한 팬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를 닮아 ‘꼬북좌’라는 별명을 가진 유정의 꼬북칩 광고 계약을 기원하며, 과자회사 주식을 3000만 원어치 매수했다. 주방용품 브랜드 해피콜은 브레이브걸스를 내세운 마케팅을 시도해 ‘쁘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해피콜에 따르면, 프로모션을 시작한 5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자체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00% 늘었다. 해피콜 자체는 물론, 주방용품 시장 전체로도 기록적인 수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브레이브걸스 삼촌 팬들은 일단 제품을 구매하고 본다. 멤버가 사용하는 제품은 일단 산 뒤 해당 업체에 ‘여성만 쓸 수 있는 거냐’고 나중에 문의하는 식이다. 이처럼 브레이브걸스가 광고하는 상품은 삼촌 팬 덕에 매출이 2~4배 이상 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덕질의 순기능 덕질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트로트 열풍으로 보는 오팔 세대의 부상과 팬덤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팔 세대에게 덕질은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팔 세대는 덕질을 시작하고 인생이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지난 4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임영웅의 ‘찐팬’ 68세 홍경옥 씨가 소개됐다. 그의 방에는 응원봉과 포스터, 그립 톡, 머그잔, 가방, 우산 등 임영웅 굿즈가 300개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생활용품 굿즈도 임영웅 얼굴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전혀 쓰지 않고 모셔두고 있다. 홍 씨가 이토록 임영웅에게 빠져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힘든 시절을 보내며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던 때, 임영웅의 사연과 노래가 큰 위로로 다가와서다. 홍 씨의 남편은 임영웅이 아내의 웃음을 되찾아준 고마운 존재라고 밝혔다. 덕질은 세대 간 격차를 좁혀주기도 한다. 엄마의 늦은 덕질을 본 자녀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지만, 점차 부모의 취미 생활을 응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27세 정소라 씨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는 콘서트 티케팅을 도와드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미뤄졌던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또 취소됐다. 기다린 지 1년이 넘었다. 예약 대기까지 걸어놓으며 부모님께 공연을 보여드리려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듯 많은 자녀가 부모의 취미 생활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의 팬카페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티케팅과 스밍을 하고 있다는 자녀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팔 세대도 공연 티케팅 같은 적극적인 덕질로 자녀 세대와 더욱 가까워질 지름길을 찾고 있다. 자녀들이 아이돌에 빠지거나 그들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현상을 이제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의 ‘좋은날’ 회원은 유튜브 채널 ‘니나노 텔레비전’에서 “처음 하는 덕질이라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처음에는 딸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딸이 음원 다운로드와 사이트 가입 등을 도와주면서 엄마 마음을 알게 됐다며 이해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팔 세대가 뒤흔든 팬덤 경제 오팔 세대는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며 팬덤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황선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오팔 세대의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는 등 디지털에 상당히 익숙한 세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비부머를 필두로 하는 오팔 세대의 거대한 규모와 높은 소비력 덕에 은퇴 후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이들의 문화나 행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팔 세대 덕질의 주요 동기는 ‘젊음’과 ‘향수’, 두 가지 키워드로 꼽을 수 있다.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소비와 여가 활동의 주요 동기가 돼 MZ세대의 전유물이던 덕질을 모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제 성장기 동안 억제됐던 문화 향유 욕구가 은퇴 이후 불이 붙으며 과거의 문화, 가치, 감성을 담은 콘텐츠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유통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친필 사인 양주잔, 실크 스카프, 돋보기 목걸이등 오팔 세대 맞춤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강좌와 학습, 여가 활동이 확산되고 삶의 단계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동호회를 비롯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세대로서 배워야 산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오팔 세대는 팬덤 문화에도 빠르게 정착했다. 서툴렀던 스마트폰 사용이나 온라인 세상에서 서로 도우며 디지털 기반 덕질의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새로운 덕질 문화를 만들고 있는 오팔 세대가 MZ세대를 넘어설 신소비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팬덤의 경제적 파급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은퇴 후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젊고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어 주 소비층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오팔 세대. 이들이 만드는 팬덤 경제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21-08-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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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부머에 가장 어울리는 여행지? 음악과 건축 도시 비엔나
- 베이비부머에게 가장 어울리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한 온라인 숙박 예약사이트가 지난 15일 여행 플랫폼 이용자(한국인 1003명 포함 총 2만8042명)의 의향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대별 추천 여행지를 집계했다. 이 중 1955년부터 1964년까지 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게 어울리는 여행지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선정됐다.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선호하는 여행지로 33%가 편안한 도시를 선택했다. 해당 사이트 사용자들이 ‘산책하기 좋은 도시’로 가장 많이 추천한 여행지 중 하나가 오스트리아 비엔나다. 비엔나는 음악과 건축의 도시다. 왕궁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지는 지역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 말러 같은 위대한 작곡가들이 주로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비엔나 곳곳에는 이들이 살았던 집과 흔적이 남아 있다. 이들이 활동했던 무대나 결혼식, 장례식이 열렸던 성당도 직접 가볼 수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 600년 역사가 깃든 고풍스러운 궁전 정원을 산책하거나 위대한 작곡가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은 시니어에게 매력적인 여행지다. 알베르티나 박물관 알베르티나 박물관은 원래 1805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으로 건축된 궁전이다. 왕궁과 미술관으로 활용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연못’(The Water Lily Pond), 마르크 샤갈의 ‘연’(The Kite), 파블로 피카소의 ‘녹색 모자를 쓴 여인’(Woman in a green hat)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 작품부터 근세 미술, 100만 점의 그래픽 아트까지, 시기와 장르를 초월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국립오페라하우스 뒤편에 있는 알베르티나는 멜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6)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알베르티나를 거닐다 보면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오페라하우스 비엔나의 국립오페라하우스는 파리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꼽힌다. 유럽 최대 규모로 객석 2200석, 객석보다 세 배 넓은 무대, 관람객이 악보를 볼 수 있게 한 천장 객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이자 짤츠부르크 음악제의 중심인 빈 필하모닉이 이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다. 클래식 애호가인 시니어라면 비엔나에서 빠지지 않고 들려야 하는 이유다. 오페라 시즌인 9월부터 다음해 6월 사이에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같은 인기 공연이 여러 차례 열린다. 7~8월은 공연 대신 가이드 투어만 진행하므로 오페라의 진수를 즐기고 싶은 시니어라면 이 시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쇤부른 궁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장인 쇤부른 궁전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자 유산이다. 공간은 50만 평으로 방이 1411개나 있다. 쇤부른 궁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이자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문화가 그대로 녹아 있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왕궁에는 ‘파노라마반’이라고 부르는 꼬마기차가 다닌다. 방문객은 이 기차를 타고 넓고 화려한 궁전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만든 글로리에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쇤부른 동물원, 야자수 식물원과 마차 박물관 등 9개 정류장을 돌면 쇤부른 궁전을 힘들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매년 6월마다 쇤부른 궁전 정원에서 밤의 음악제를 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험이 사라져 다시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6월을 노려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 2021-07-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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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인센티브, 어디까지 알아보셨나요?
- 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 2021-06-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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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식당·카페 자정까지...시니어 일상 숨통 트일까
- ‘집콕’ 하느라 답답했던 시니어들의 일상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인 7월부터 수도권의 식당·카페·노래연습장·유흥시설은 자정까지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수요가 많은 공연 관람이나 스포츠 경기의 참석 가능 인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높아진 국민적 피로도를 덜어내기 위해 새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10일 복지부는 7월에 시행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해 “새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유흥시설은 24시까지 운영을 제한하고, 그 외 시설은 운영시간 제한이 없다”고 발표했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장 등에 대한 개편안은 14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로의 원활한 전환과 휴가철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공연과 스포츠를 즐기는 액티브시니어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대중음악 공연은 100인 미만의 행사제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다음 달 5일 체제가 개편되기 전까지는 최대 4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며, 임시좌석을 설치하는 경우 1m 이상 거리두기(스탠딩, 함성 금지)를 지켜야 한다. 공연 중 상시 촬영을 통해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적용된다. 스포츠 경기장은 실외에 한해 개편안의 중간 수준으로 관중 입장을 확대한다. 거리두기 2단계 지역에서는 전체 좌석의 30%, 1.5단계 지역은 50%까지 늘어난다. 기본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하며, 지자체 상황에 따라 입장 인원의 조정 및 방역수칙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된다. 사적 모임이 잦은 시니어들에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유지가 아쉬운 대목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6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앞으로 3주간 현행대로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조치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 내 식당·카페·노래연습장·실내스탠딩공연장·파티룸·실내체육시설·목욕탕·방문홍보관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문을 닫고 있다. 개편안에는 기존 5단계 거리두기 체계를 4단계(1→2→3→4단계)로 재편하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완화 등이 담겼다.
- 2021-06-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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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기운과 함께 찾아온 6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 2021-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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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들이하기 좋은 날, 4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ANDY WARHOL : BEGINNING SEOUL 일정 6월 27일까지 장소 더현대서울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의 회고전이 이탈리아 주요 미술관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도착했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개관을 기념하며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된 앤디 워홀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앤디 워홀은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미술가로,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작품을 찍어내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택해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양극단에 있던 상업주의와 순수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매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유명 스타들의 얼굴이 담긴 셀레브러티 시리즈와 캠벨 수프 등 소비 상품을 소재로 한 판화가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드로잉 작품까지 총 153점을 공개한다. 앤디 워홀의 삶을 키워드로 돌아보는 인트로를 시작으로 총 6개 섹션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며, 마지막 섹션에서는 화려한 작품 뒤에 감춰진 내성적이고 겁 많던 앤디 워홀의 또 다른 모습까지 살펴본다. 그만의 예술적 감수성이 담긴 개인 소장품도 함께 엿볼 수 있다. ◇필립 콜버트 :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 일정 5월 2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에 앤디 워홀이 팝아트의 신대륙을 개척했다면, 21세기에는 필립 콜버트가 있다.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차세대 앤디 워홀’이라 평가받는 영국의 팝아트 작가 필립 콜버트의 전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기존 팝아트에서 한층 진화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필립 콜버트는 오늘날 미술 시장이 주목하는 팝아트의 비전이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영국 런던의 유명 화랑인 사치 갤러리 소속 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몽블랑, 벤틀리, 삼성KX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대중미술을 구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조형 작품과 미디어아트 등 60여 작품을 선보이며,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을 향한 필립 콜버트의 헌정작이 세계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인근에 설치된 3m 높이의 대형 조형작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독특한 회화 스타일로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지적하고, 예술적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영감이 필요한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 Book ◇은퇴의 맛 (한혜경 저·싱긋) “다 내려놓으면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내 삶의 의미와 재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교수로 재직 중 수많은 퇴직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들의 삶을 연구한 은퇴 전문가 한혜경이 교단을 떠나고 직접 마주한 달콤씁쓸한 은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맞이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은퇴 전문가로서 은퇴 후의 삶을 나름대로 잘 극복해나가리라 자부했지만 실상은 그와 달랐다고 말한다. 은퇴는 생각보다 더 씁쓸했으며,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듯한 기분에 온갖 상념과 불안,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은퇴와 관련한 책을 두 권이나 펴내며 간접 경험을 한 만큼 무언가 다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고 저자는 반추한다. 그렇게 1년 정도 지지고 볶으며 시행착오를 거치던 어느 날, 저자는 문득 행복을 깨닫는다. 재직 중에는 몰랐던, 온전히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살며 느끼는 행복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하는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놀이하는 인간’으로서 삶의 재미를 찾는다면 은퇴 생활의 불안감도 서서히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루이틀 사이에 끝날 놀이가 아닌, 여생을 바칠 수 있을 만한 가슴 뛰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일생의 중요한 기로 앞에서 멘토를 찾는다. 초행길을 떠나기 전 자신보다 먼저 첫발을 뗀 이들의 이야기를 지도 삼아 펼쳐보는 것이다. 은퇴 또한 수십 년의 인생 경험이 무용해질 만큼 낯설고 두려운 여정이다. 하지만 앞서간 이들의 진심 어린 격려와 조언이 있다면, 조금 더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국인의 종합병원 (신재규 저·생각의힘) 췌장암 4기를 진단받은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한 저자가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현안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제안한다. ◇걷는 생각들 (오원 저·생각정거장)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산책하며 발견한 삶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나이 듦, 인연에 대한 성찰 등 중년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저·미디어창비) 미국이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집으로, 인간과 개의 특별한 유대를 서른다섯 편의 시와 한 편의 산문에 담았다. 저자가 평생을 함께한 반려견의 그림도 함께 수록했다. ● Stage ◇시카고 일정 4월 2일~7월 18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김태훈 출연 최정원, 아이비, 박건형, 김영주, 차정현 등 매혹적인 하모니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가 돌아온다. ‘시카고’는 문화적 황금기인 동시에 도덕적으로는 쇠퇴기였던 1920년대, 미국 쿡카운티 교도소 여죄수들의 유혹과 욕망, 복수를 다룬다. 미모의 죄수 ‘록시 하트’가 정부를 살해한 죄로 수감돼 시카고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전직 배우 ‘벨마 켈리’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유명인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화려한 춤과 관능적인 재즈로 발칙하게 풍자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시카고’의 살아 있는 역사 최정원과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새롭게 선발된 걸그룹 소녀시대 티파니 영 등 클래식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캐스트로 전에 없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등 유명 넘버를 15인조 빅밴드의 풍성한 라이브 선율로 감상할 수 있다.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연출 오세혁 출연 도창선, 조풍래, 김재범, 김지온, 최석진 등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과 의심을 그린다. 친부 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를 통해 인간 내면의 모순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약 200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의 서사를 밀도 있게 집약해 고전 속에 담긴 위대한 철학을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겼다. ◇데스트랩 일정 6월 6일까지 장소 플러스씨어터 연출 황희원 출연 고영빈, 송유택, 이지현, 이현진, 선한국 등 한때 잘나갔던 극작가 ‘시드니 브륄’이 우연히 자신의 학생이 쓴 희곡 ‘데스트랩’을 발견하고, 이를 탐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978년 미국 극작가 아이라 레빈이 집필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자랑한다.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 2021-03-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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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뭇 수려한 숲속의 미술관
-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풍경은? 여주미술관에 와서 보니 그 답은 미술관이다. 산기슭에 살포시 기대어 앉은 미술관의 유려한 자태를 바라보자면, 이보다 오롯한 낙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풀과 나무들은 사람의 가슴을 보듬어주고, 미술관 건축물은 저만의 미학을 두런거리며, 전시 작품들은 마음으로 스며들어 삶의 피로와 권태를 씻어주는 게 아닌가. 그러니 낙원이다. 그러나 지방에는 찾아갈 만한 미술관이 드물다. 아예 미술관이 없는 지역도 숱하다. 여주미술관이 생기기 전에는 여주시에도 미술관이 없었다. 여주미술관은 2019년에 개관, 1년 반쯤 지난 신생 미술관이다. 이제 막 설레며 옷고름을 풀었다. 누구나 와서 미술의 속살과 내밀한 감흥을 만끽하라고 품을 열었다. 고려제약 대표이사이자 화가인 박해룡(86) 명예관장이 사재를 털어 지은 사립미술관이다. 오래 생각하고 깊이 헤아려 지었을 테다. 운영난으로 고전하다가 나자빠질 수 있는 게 사립미술관이다. 그러니 숙고가 많았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라서 낼 수 있었던 용기로 태동한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여주시 외곽 야산 자락에 자리한다. 재기 넘치는 나무들의 동향과 저만치에서 술렁거리는 숲의 모습을, 그리고 너른 터로 들이치는 햇살과 나그네처럼 지나가는 구름까지 다 누릴 수 있는 곳이니 이상적인 공간이다. 미술관 한쪽 저 멀리로 딱딱하게 솟은 고층 아파트가 보이지만 소음도 소란도 침범 못 할 전원 미술관이다. 부지 면적은 약 2000평이다. 산자락을 깎고 밀어내는 토목 공사가 필연적이었겠으나 원래의 지세와 형국을 존중해 인위를 자제한 티가 완연하다. 한참 터를 에둘러 오르고서야 미술관에 닿게 만든 진입로에서 단도직입적이고 과격한 성형을 배제한 뜻이 도드라진다. 곡선으로 연신 휘어드는 진입로는 심지어 음악적이다. 리드미컬해서다. 안단테풍의 선율을 연상시킨다. 급하게 조여진 마음의 현을 여기에서 순하게 조율해보라는 뜻일 게다. 망중한과 심심파적으로 미술관과 만나는 기분을 새삼 부추기는 들머리길이다. 미술관 건물로 들어서기 전에 너른 야외정원에서 한바탕 산책을 한다. 대담하게 구획하고 섬세하게 기획한 정원이다. 모두 3개 섹터로 구성했다. 미술관 초입에 있는 ‘야외정원 1’은 퍼포먼스나 공연 때 무대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필로티 계단을 통해 중정과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야외정원 2’는 국내에 드문 수령 100년의 백송과 탱자나무, 화살나무 등 다양한 수목과 조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야외정원 3’은 여주미술관이 표방하는 콘셉트 ‘숲속의 미술관’에 걸맞게 한결 다채로운 나무들이 모여 수군대는 공간이다. 이 정원은 미술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조망이 빼어나다. 미술관 전체의 경관은 물론 도시 외곽의 풍치와 저 먼 곳에서 물결치는 산경까지 한눈에 쓸어 담을 수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엔 서정이 서린다. 늦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원근 풍경은 괜스레 애틋하다. 소나무 빼곡한 숲은 푸르러 까닭 없이 슬프게 아름답다. 야심 찬 대형 기획전 펼쳐 이제 건축물을 볼까. 본동과 스튜디오로 쓰이는 부속 건물 하나로 이루어졌다. 철근콘크리트와 철골조를 주조로 지은 본동의 벽엔 온통 하얀 칠을 입혔다. 그래서 밝고 맑아 청량하다. 빨간빛, 초록빛, 파란빛을 한 지점에다 동시에 투과시키면 흰빛이 나온다던가? 유채색들을 무채색으로 수렴하는 흰색의 포용력은 어쩌면 자연의 관용에 가장 근접하는 속성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개성 없이 밋밋한 색상일망정, 사람들은 흔히 흰색에 평온과 호의를 느끼는 게 아닐까. 미술관 외벽의 색을 그냥 색으로만 보면 재미없다. 미술관 벽에 생각 없이 흰색을 채택했으랴. 색채 심리나 색상 미학을 고려했을 법하다. 본동 건물의 외관은 한마디로 간결하고 수려하다. 일부러 멋 부린 티 없이 멋스러우니 단순 구조란 인간의 처신에서나 건축에서나 두루 통하는 미덕이다. 건물의 전체적 모양새는 ‘ㄷ’자 모습이다. 특이한 건 지붕 디자인이다. 맞배지붕을 쌍으로 올려 옆에서 바라보면 ‘M’자 지붕이다. 이렇게 지은 집이 두 채라서 마치 지붕이 4개처럼 보인다. 이는 지붕을 잘게 분할, 건물의 덩치를 작아 보이게 하기 위한 매우 똑똑한 기법이며, 자연 속에 짓는 집이라면 마땅히 몸집의 스케일을 과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축주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M’자 지붕의 선을 그대로 반영한 내부 천장은 ‘V’자다. 따라서 예각을 그리며 뻗은 천장의 의외로운 선으로 전시장에는 긴장감과 역동감이 감돈다. 이 부분은 여주미술관 건축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품격은 건축물의 수준으로만 가름할 수 없다. 요리로 치자면 건축물은 그릇일 따름이고, 전시 작품은 거기에 담기는 음식이다. 그러기에 미술관마다 미술의 진수성찬을 차리느라 애를 쓴다. 여주미술관에선 현재 중견 서양화가 서용선의 ‘만疊산중서용선繪畫’전이 펼쳐진다.(6월 30일까지) 신생 미술관의 패기와 야심을 보여주기 위해 아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끝에 오픈한 대형 기획전이다. 서용선은 역사·신화·도시·자연·인간 등 다양한 주제를 구상화로 혹은 반추상화로 그려온 화가다. 그는 세상과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기 위해 방울방울 피를 뿜듯이 화폭에 심혼을 쏟아붓는다. 강렬한 원색 물감으로 붓을 갈긴 화면의 질풍노도를 보라. 통렬하나 진중하며, 거칠지만 유심하고, 능란하면서 과잉이 없다. 그림마다 튼튼한 서사가 박혀 있다. 애호가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전시회다. 전시실을 아예 개조하다시피 공간을 파격적으로 분할하고 임시 벽면들을 설치해, 마치 미로 속에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화의 첩첩산중을 거니는 판타지를 부여하는 구성법이기도 하니 황홀하다. 만사 새롭지 않으면 김새고, 새로우면 새록새록 돋는 게 많다. 미술관에서 그 이치를 또 깨닫는다. < 2편에 계속 >
- 2021-03-04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