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ibition
◇라이프 사진전 : 더 라스트 프린트
일정 5월 11일~8월 2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인 ‘라이프’ 사진전이 4년 만에 돌아온다. 1936년 창간된 ‘라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곳곳에 뛰어들었고, 찰나의 순간을 역사로 만들어내며 세상을 ‘읽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바꾼 전설적인 사진 잡지다. 전성기 시절 총 1350만 부가량 발행하고 정기 구독자 수가 800만 명에 이르렀을 정도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피, 땀, 눈물을 담은 이번 전시는 2013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과 2017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기 위하여’에 이은 마지막 시리즈로 3부작의 서사를 마침내 완성한다. 지난 두 번의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이번 전시는 우리 삶에 보다 가까운 일상을 포착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선동하거나 미래를 자극하기보다, 혼란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맞설 여유와 원동력을 선사한다. 1000만 장의 방대한 사진 자료 가운데 엄선한 100장의 작품과 더불어 ‘라이프’와 함께한 사진가 8명을 조명해, 프레임 저 너머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일정 5월 1일~8월 29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파리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70년에 걸친 피카소의 예술 인생을 살펴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미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화풍의 회화, 조각, 도자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광범위하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을 국내 최초로 감상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로써 고발한 이 작품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이라 불린다. 입체주의 시대를 함께한 페르낭드 올리비에, 피카소가 가장 사랑한 여인 마리 테레즈,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자클린 로크 등 그의 뮤즈를 그린 그림도 전시의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다. 총 7섹션으로 나눈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피카소의 전 생애를 탐험하는 듯한 신비롭고 생생한 시간을 선사한다.
● Book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 (김두엽 저·북로그컴퍼니)
미국에 ‘모지스 할머니’, 영국에 ‘로즈 와일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 할머니가 있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어느덧 12년 차 화가로 활동 중인 94세 김두엽 할머니다. 그녀의 소소하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가 최근 110여 점의 작품과 함께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했다. 늦깎이 화가를 결심한 사연부터 아들, 며느리,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지난 90년 인생에 대한 반추가 알차게 담겨 있다.
김두엽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굴곡진 언덕길 같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에 가족과 귀국하고, 우리말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해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으며, 80세가 넘도록 나물 장사, 세탁소 운영 등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삶이 원망스러울 법도 하건만,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지난한 인생과 달리 화사하고 포근하다. 로즈 와일리의 화풍처럼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면서도, 모지스 할머니처럼 일상 속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면, 아픈 날마저 고운 색으로 추억하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담고자 했던 그녀만의 강인한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책은 83세에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8세 일본에서 만난 첫사랑과 눈물겨운 시집살이, 택배 일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그림을 그리는 오늘날의 일상까지 그녀의 삶 면면을 모두 담아낸다. 그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훑고 나면, 영화 같은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힘들어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할머니의 염원이 아주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고독사를 피하는 법 (리처드 로퍼 저·민음사)
장례업에 종사하는 앤드루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관계 맺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살집팔집 (고종완 저·다산북스)
시니어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에 오른 저자가 아파트 매매의 ‘A to Z’를 말한다. 핵심 이론부터 전국 아파트 단지의 가치 분석, 슈퍼 아파트 목록까지, 뜨는 부동산 이슈를 총망라한다.
◇사라진 서울을 걷다 (함성호 저·페이퍼로드)
건축 평론가이자 시인인 저자의 서울 예찬기. 문학과 시, 역사 속에 그려진 서울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하는가 하면, 저자만의 시선으로 동네 곳곳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 Stage
◇레드북
일정 6월 4일~8월 22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김인성 등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독특한 여인이 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문제는 이 여인이 신사의 나라 영국, 가장 보수적인 시기 빅토리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도 개의치 않고 뛰어난 상상력과 글재주로 외설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레드북’을 출간한 그녀는 당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신성 모독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뮤지컬 ‘레드북’의 내용이다. ‘레드북’은 미래를 꿈꾸는 여성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잡지 ‘레드북’ 출간 후 벌어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한 편견에 맞서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시대, 갖은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마음껏 욕망하고 표현하는 안나의 진취적인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주인공 안나 역으로 차지연, 아이비, 뉴 페이스 김세정까지 합류해 3인 3색의 매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완벽한 타인
일정 5월 18일~8월 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극장
연출 민준호 출연 유연, 양경원, 유지연, 김재범, 박소진, 이시언 등
2018년 국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7명의 주인공이 저녁 식사 도중 서로의 휴대전화 알림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치밀한 심리전과 게임을 통해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무대 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극대화되며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1976 할란카운티
일정 5월 28일~7월 4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유병은 출연 오종혁, 이홍기, 산들, 김륜호, 안세하 등
1976년 미국 켄터키주 광산회사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함성과 투쟁을 그린다.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광부들의 희망의 노래가 감동을 전한다. 배우와 무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유병은 연출가와 젊은 창작진의 열정적인 협업으로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
※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원무과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진료를 기다리고, 치료 장소를 찾아서 복잡한 병원을 누비는 풍경. 병원에서 자주 겪는 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 집에서 진료를 받거나, 버튼 하나로 진료비 결제가 끝날지도 모른다. 실제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코로나19는 병원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병원에 대해 알아보고, 전망을 살펴본다.
도움 및 참고 이지선(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의료팀장), 각 병원 자료 제공
2013년에 개봉한 ‘그녀(Her)’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소재와 더불어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관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라 꼽기도 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생소한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놀라운 건 그로부터 3년 후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가 탄생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현재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AI 기술을 X-ray 판독 시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 대신 사만다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을 비롯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을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 병원’이라 부른다. 원격의료부터 시작해 출입 시스템, 병원 행정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대형 병원은 스마트 병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디지털 뉴딜 차원으로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병원 선도모델을 통해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을 다양한 의료 분야에 활용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한다면, 고도화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ICT와 의료의 융합
스마트 병원의 등장 배경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산업의 발달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까지 1269만 명으로 증가하고, 2060년에 이르면 1762만 명으로 인구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비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 진료비는 건강보험 진료비의 12.4%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에서 40.8%를 차지한다. 2060년에는 390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도래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감염병으로 인한 폭발적 의료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부양 부담과 국가보건의료 재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경상 의료비 증가율은 6.8%로 OECD 평균인 2.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혁신이 필요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스마트 병원 육성 방안’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술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술이 바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AI 헬스케어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하여 66억 달러(약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화에 따른 헬스케어의 현안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의료 비용 급증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령자를 고려하여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ICT와 의료의 융합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건강을 관리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 서비스는 ICT의 발전에 따라 원격의료로 시작해 스마트 헬스케어, 병원과 가정 등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지능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결정체가 바로 스마트 병원이다.
비대면 출입부터 의료진 메신저까지
스마트 병원은 출입부터 진료까지 다방면에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된다. 안전한 감염병 통제를 위해 출입 시스템을 변경하고, 더불어 접수 및 퇴원 시 환자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 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 게이트를 구축했다. 환자와 내원객은 감염병 예방 문진표를 작성하고 출입하는데,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스피드 게이트 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에서 발열 여부를 확인, 체온이 정상이어야 출입문이 열린다.
또한 내원 후 환자들의 대면 접촉 및 체류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페이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환자들이 검사와 투약, 처치를 받으려면 원무 창구에서 수납해야 했지만, 이제는 모든 진료가 끝난 뒤 한 번만 수납하면 된다. 특히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면 원무 창구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페이스루 시스템을 이용하면 환자가 귀가 후 당일 진료받은 내역만 정확히 자동 계산돼 등록된 결제 방법으로 진료비 납부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현행법상 금지됐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민간 규제 샌드박스 1호’ 안건으로 상정해 2년간 임시 허가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인하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는 내국민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서해 5도’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거주하는 분, 자가격리나 만성 질환으로 내원이 어려운 분,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나 같은 질환으로 오랜 기간 같은 처방을 받는 분을 대상으로 한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이 등장해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처리해주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배송 로봇 ‘클로이 서브봇’은 검체, 약품, 물품 등을 운반해 직원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돕는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수술 및 회진 후 수기로 작성하던 수술 및 경과 기록지를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기록함으로써 어떤 장소에서든 작성이 가능해졌다.
의료진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도 생겼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Y톡을 활용 중이다. 이 메신저는 담당 환자와 협진 환자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메신저상에서 협의가 이뤄진 진료 내용을 전자의무기록(EMR)에 즉시 입력 및 저장할 수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위해 더 빠르고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수가 제도가 미비해서 재정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AI 영상 판독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완성도가 높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 및 처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별도 수가가 책정되지 않기 때문에 도입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향후 더 많은 병원에서 쓰일 수 있도록 수가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스마트 병원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
2022년 개원 예정이며,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급성 병원, 커뮤니티 병원, 요양원이 함께 설립된다. 응급 단계부터 회복 또는 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환자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의료팀이 항상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톈탄 병원
대표적인 스마트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마트 병실에서 환자는 자신의 사례 보고서를 읽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을 수 있으며, 태블릿 컴퓨터로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병실의 침대 패드는 심장 박동을 포함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병실료도 다른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책정된다.
허페이 스마트 병원
길 찾기 시스템, 통신 시스템과 연결된 체크인 절차 등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좀 더 제고했다.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원격치료 옵션 또한 가능하다. 건물 관리 시스템, 병원 운영 절차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환자 치료 지원 등 중앙 척추 역할을 하는 통합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기술 중 하나가 짐 싸는 법이다. 가방 안에 여행 중 사용할 옷가지나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건을 오밀조밀 담아내는 일에도 여행 전문가들은 노하우가 있다. 가령 와이셔츠는 두 개를 겹치고 옷깃을 세운 채 개어서 넣는 것이 좋다. 이러한 팁을 알려주는 한 브랜드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21만 회로 인기를 끌었다. 그 브랜드는 다름 아닌 루이비통이다.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 루이비통이 여행 가방 싸는 법을 알려주는 이유는 뭘까?
루이비통은 여행용 트렁크로 출발한 브랜드다. 루이비통은 지금도 정체성을 여행에서 찾는다. 창업자 루이 비통은 스위스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재혼하자 그는 새 삶을 찾아 나섰다. 14세에 길을 떠나 파리에 도착하기까지 2년간 도보 여행을 했다. 이 여정을 루이비통은 브랜드 최초의 여행으로 꼽는다.
짐 싸주던 파리 청년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패커’로 일했다. 패커는 여행 짐을 대신 싸주고 여행 가방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풍성한 드레스와 깃털, 리본으로 장식한 화려한 모자를 쓰곤 했는데, 여행할 때 이 모자와 드레스를 구김 없이 갖고 다닐 수 있게 포장해주는 전문 일꾼이었다. 그는 솜씨 좋은 패커로 유명세를 얻어, 나폴레옹 3세 황후의 전담 패커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은 고급 문화였기에 그는 귀족들을 대상으로 일했다. 이 분야 전문가였던 무슈 파레샬의 공방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고, 1854년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차렸다.
당시 프랑스는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며 여행 문화가 널리 퍼졌다. 그때만 해도 여행용 트렁크는 포플러나무로 만든 위쪽이 둥근 상자였다. 그래서 몹시 무겁고, 여러 개를 쌓기 어려우며, 마차가 코너를 돌면 넘어지곤 했다. 이에 창업자 루이 비통은 새로운 여행 가방을 개발했다. 사각 형태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고, 방수 처리된 천 소재를 써서 가벼웠다. 운반과 적재의 편의성을 높인 그의 가방은 프랑스 부유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평평하고 네모난 트렁크는 현대 여행 가방의 시초가 되었다.
인기가 많은 만큼 모조품도 성행했다. 모조품을 막고자 아들 조르주 비통이 가방에 무늬를 넣었다. 체크 모양의 다미에 패턴, 창업자 루이 비통의 이름 철자 L과 V를 딴 로고와 장미 문양으로 만든 모노그램 패턴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도난방지용 자물쇠 역시 당시 함께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루이비통 가방에 장착되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핸드백 영역으로도 제품군이 넓어졌다. 샤넬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주문을 받아 만든 알마 백,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몸에 맞는 작은 사이즈를 주문해 만든 스피디 백 등 소형 핸드백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지금도 루이비통의 인기 핸드백이다.
셀렙을 위한 트렁크의 무한 변신
브랜드 창립 후 6년이 지나자 창업자 루이 비통은 파리 북서부 지역의 아니에르에 공방을 열었다. 이곳에서 각계각층 유명 인사를 위한 맞춤형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다. 1879년 탐험가 피에르 브라자의 아프리카 탐사를 위해 만든 여행용 트렁크는 펼쳐놓으면 침대가 되었다. 1923년에는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위해 트렁크를 만들었는데, 수십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어 여행지에서 펼쳐놓으면 서재가 되었다. 1926년에 인도 왕족을 위해 만든 트렁크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비롯한 티 세트를 담아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더욱더 유명세를 얻어 다양한 셀렙들의 의뢰를 받으며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고, 이는 오늘날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되었다.
아니에르 공방에는 지금도 장인들이 상주하며 세계의 명사들을 위한 맞춤형 트렁크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에는 그 영역이 넓어져 월드컵 트로피 보관 트렁크,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명화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운송하는 트렁크도 제작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위해 스케이트 트렁크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미국 프로농구협회와 NBA 우승 트로피 보관 트렁크를 제작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니에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트렁크는 매년 6월 NBA 우승팀에 전달되어 트로피 보관, 전시, 운반 과정에 사용된다. 마이클 버크 루이비통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승리는 루이비통 안에서 여행한다’는 전통을 다시 한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루이비통의 여행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 Exhibition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일정 5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에민쥔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1989년 발생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낀 유에민쥔은 다음 해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으로 그가 겪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 얼굴이 등장하지만, 이는 사회주의 붕괴를 목격한 국민으로서의 절망을 역설적이고 자조적인 웃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대규모 조형 작품, 최근 선보이는 꽃 형상의 얼굴 작업까지 1990년부터 이어지는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총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섹션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 속 감춰진 의미를 삶과 죽음, 인간 사회 등 다각도로 바라본다. 전시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도슨트의 대면 해설 대신 앱 ‘도슨트’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온유가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낸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일정 5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934년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다. 벽에는 그의 절친 구본웅의 그림과 쥘 르나르의 경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930~50년대 격동의 시기, 장르는 다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시대의 전위를 꿈꿨던 문예인들의 뜨거운 연대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은 정지용·이상 등 문학인과 구본웅·황술조 등의 화가를 통해 일제강점기 및 해방기 문학과 미술의 밀월 관계를 조명한다. 총 4부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방 ‘제비’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시작으로 신문·잡지 등 인쇄 미술, 대표적인 문학·미술인 커플의 관계도,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작가의 글까지 총 300여 점의 다양한 시각 자료로 두 장르의 지적 연대를 살핀다. 가난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 풍요를 잃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숭고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Book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이주희 저·청림출판)
50대에 들어선 저자가 여유롭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태도를 책에 담았다.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오늘날 중년들의 걱정 근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나미 저·쌤앤파커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죽음과 이별 등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고 소탈하게 풀어내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박찬일 저·인플루엔셜)
셰프 박찬일이 평균 업력 64년 노포의 장사 철학을 한데 모았다. 우래옥부터 할매국밥, 청진옥까지 화려한 장사 기술과 손익 계산 없이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는 노포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 Stage
◇팬텀
일정 3월 17일~6월 27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수 등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진한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 ‘팬텀’이 3월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흉측한 얼굴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에릭’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관객과 처음 만나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렇게 그대 품에’, ‘그대를 찾아내리라’, ‘그의 얼굴을’ 등 캐릭터 간 서사를 강화하는 곡을 새로 추가하고, 작품의 백미인 발레 장면의 비중을 높여 몰입도를 더했다. 어둠 속에 사는 에릭에게 빛 같은 존재인 크리스틴이 있듯이, 뮤지컬 ‘팬텀’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관객을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위로할 예정이다.
◇검은 사제들
일정 2월 25일~5월 30일 장소 유니플렉스 1관
연출 오루피나 출연 김경수, 이건명, 박가은, 지혜근 등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은 사제들’이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올해 초연 무대를 올리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신학생 ‘최부제’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가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무대와 연출, 음악 등으로 오컬트 분위기를 극대화해 숨 막히는 긴장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사건
일정 2월 15일~5월 9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김종구, 홍승안, 김찬종, 정민, 조풍래, 백기범 등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과 그의 손에서 태어난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의사였던 도일이 탐정물에 관심을 보이고 세기의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40여 년 동안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소설을 쓴 도일의 강렬한 열망과 내면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어 통·번역 분야로 진출하고자 했던 알렉스 강(57)은 우연한 기회에 ‘시니어 모델’을 접하고, 그 길로 뛰어든다. 이후 본격적인 시니어 모델 일을 시작한 그는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상반기에 시니어 모델 에이전시를 설립한다. 어학 박사에서 시니어 모델로, 시니어 모델에서 모델 에이전시의 대표가 된 그를 만나 그간의 여정을 들으면서 모델 및 대표로서의 철학과 멋지게 나이 듦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어느 날 우연히 본 한 잡지의 커버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남성 잡지 ‘맨즈헬스’의 커버에서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중년의 남자를 보게 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 덕분에 건강이나 몸에는 자신이 있던 그였다. 그때부터 꿈을 품었다.
“그 잡지를 본 뒤 그분처럼 잡지의 커버모델이 되는 꿈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일단 맨즈헬스가 주최하는 피트니스대회에 무작정 신청서를 냈지요. 그게 모델 시작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는 그 대회에서 유일한 50대였고, 그나마 비슷한 또래의 사람은 40대 참가자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20~30대들이었다. 하지만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멋을 어필했다. 그 결과 스포티즘 모델 분야에서 상위권에 드는 성과를 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지인이 시니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이 일을 계기로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 그가 시니어 모델이 된 것은 우연과 우연이 얽혀서 만든 필연이었다.
숨겨진 모델의 끼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오랫동안 공부하던 사람이라서, 모델 일이 순조롭고 쉽지는 않았을 터. 어학 공부는 혼자 묵직하게 정진하면 되는 작업이지만, 모델은 아무래도 남들 앞에 서고 주목을 받는 일이라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전혀 반대였다.
“막연한 불안함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이 일이 너무 즐거웠어요.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모델의 끼가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어학과 비슷한 점도 있었고요. 어학은 언어의 표현을 다루잖아요. 모델도 비슷해요. 단지 수단이 언어에서 몸으로 바뀐 것이에요. 개인적으로 모델은 나의 몸으로 어떻게 멋을 표현할지 고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모델로서 그가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다른 모델들에 비해 키가 작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어요. 대신 워킹 실력이라든지, 무대를 장악하고 스스로 멋을 표현하는 능력이 좋아요. 단점을 상쇄할 만큼요. 무대에 서면 조금 긴장이 되지만, 그 무대에서 한바탕 논다는 생각으로 즐겨요. 이것이 모델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시니어 모델로서 특별한 몸 관리법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운동을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하고,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멋을 간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건강과 더불어 체력 관리 차원에서 운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25년간 해왔더니 이제는 아예 습관이 된 것 같아요. 물론 대표가 되어 바빠진 이후로는 이전보다 운동 시간이 줄어서 아쉬움이 있죠. 예전에는 하루에 꼬박꼬박 2시간씩 일주일에 5일은 운동을 했는데, 요새는 4일 정도 하면 정말 많이 한 거예요.(웃음) 체력 관리는 물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흰머리가 나면 염색을 하곤 했는데, 모델이 된 후에는 시니어 모델로서의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기 위해 그냥 놔둬요. 그게 인위적인 것보다 훨씬 나아요.”
모델에서 대표가 되기까지
그렇다면 모델을 하다가 왜 갑자기 모델 에이전시를 설립하게 된 걸까?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 상황 속에서 어떤 의지가 그를 모델 에이전시 대표로 이끌었던 걸까?
“사실 에이전시 대표가 된다고 했을 때 가족부터 시작해서 지인들 모두가 말렸어요. 코로나 때문에 어떤 걸 해도 안 된다고 했어요. 원래는 지난해 3월에 오픈하려고 했는데, 조금 미뤄서 6월에 오픈했어요. 한 번 마음먹은 건 꼭 이뤄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그 연장선에서 제대로 된 에이전시의 필요성을 고민했어요. 절박함이 강력한 의지로 이어진 것 같아요.”
모델이 되는 것만큼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된다는 것도 상당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악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의 의지를 불러일으킨 절박함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제가 시니어 모델을 하면서 보니 모델 중에 자존감이 낮은 분이 참 많았어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살다가,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이제 자신의 인생을 찾으러 오신 분들이에요. 연극배우나 가수를 꿈꾸던 찬란한 시절을 가슴에 묻고 가정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셨죠.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왔던 탓에 자존감이 낮고, 남들에게 많이 휘둘리는 모습을 봤어요. 불합리한 대우도 문제지만,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분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에이전시를 설립해보고 싶었어요.”
고심 끝에 에이전시의 이름을 ‘엘리트’라고 정한 것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자존감 높은 엘리트 모델을 만들고 싶은 그의 포부가 담겨 있다. 엘리트에 담긴 최상의 의미처럼 좋은 강사진을 모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편법을 쓰지 않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욕심 없는 마음
모델 에이전시에는 전속 모델도 있는 법. 전속 모델을 뽑을 때 기준은 무엇일까? 그의 기준은 두 가지, 바로 ‘개성’과 ‘심성’이다.
“브랜드 가치가 있는 분을 전속 모델로 모시려고 해요. 단순히 외적으로 잘생기고 이쁜 사람보다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이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분을 뽑아요. 예를 들어서 키가 작은 분이라도 충분히 시니어 모델이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외적으로 아름답지만, 좋은 모델이 될 수 없는 분도 있고요. 최근에 뵌 분도 키는 작지만, 사진을 찍었을 때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더군요. 그런 분이 모델로서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봐요. 다른 한 가지는 심성이에요. 모델 일은 열정과 성실성, 그리고 좋은 심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힘들다고 봐요. 내면적으로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 표현력도 더 좋고요.”
최근에는 좋은 소식도 들려왔다. 엘리트 모델 에이전시의 전속 모델 윤영주 씨가 MBN 시니어 패션모델 예능 프로그램 ‘오래살고볼일’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녀를 어떻게 전속 모델로 캐스팅한 걸까? 사실 그녀와의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지인 소개로 슈퍼모델 출신 한 분을 알게 됐고, 그 사람을 원장으로 섭외했다. 알고 보니 윤영주 씨의 며느리였다. 그 인연이 전속 모델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계속된 우연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낸 셈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희 에이전시가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비결은 주위 분들 덕분이에요. 주변에서 제가 하는 일의 취지에 많이 공감해주셨어요. 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분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생각해보니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에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건 그의 욕심 없는 마음 덕분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해요. 소소한 욕심을 부리다가 큰 걸 놓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주 양보하고, 작은 것이라도 남들에게 베풀려고 해요.”
나만의 멋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회사 운영도 무탈하게 잘하고 있지만, 경영인으로서 고충은 없을까? 모델은 본인만 신경 쓰면 되지만, 대표는 모두를 아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므로 분명히 힘든 일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수강생이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죠. 모집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쉽기는 합니다.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대표로서 나름의 고충이죠. 또 사람을 많이 대하다 보니, 거기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있고요. 그래도 경영인으로 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운동할 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면 뿌듯한 것처럼 에이전시 대표로서 설정한 목표를 차례차례 이뤄나갈 때 참 보람 있어요.”
그가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모델 활동을 계속해서 하는 건 어떤 가치에서 비롯된 걸까? 그는 모델로서의 가치 중 하나로 ‘내면적 성장’을 꼽았다.
“외면적인 아름다움도 즐길 수 있지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내면적으로 성장했을 때예요. 사소한 것에 얽매여 치졸하게 굴지 않고, 누가 보든 안 보든 나쁜 짓 안 하겠다는 마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 이처럼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시니어 모델은 나만의 멋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모델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멋을 찾을 때 비로소 더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멋지게 늙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비결로 도전정신을 꼽았다. “도전하지 않을 때 비로소 늙는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그게 무엇이든 얼른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몰라요. 설령 실패했더라도, 한 줌의 가능성은 있어요. 저 역시도 계속된 우연과 인연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전했다면 취미 삼아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는 것보다는 프로정신을 갖고 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지거든요.”
어학 박사에서 시니어 모델, 모델에서 에이전시 대표까지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만큼 에너지가 뜨거워서인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았다. 대표 입장에서 얘기를 할 때는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신기한 건 그의 말처럼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수강생과 강사들이 와서 연신 그와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응원을 했다. 아카데미 내에 팬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타고난 인복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처럼, 튼튼한 몸과 더불어 단단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모델 활동과 대표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자만심은 없었다. 모델로서 외면보다는 내면에 더 집중한다는 알렉스 강은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사람답게 사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유혹과 변수에 휘둘리기 쉽고, 남들이 보지 않으면 나쁜 마음을 먹기가 참 쉬운 세상이다. 그렇기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늘 자신을 점검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려는 마음가짐. 진짜 멋지게 늙어가려면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가 평소의 소신대로 늘 자신의 멋을 잃지 않고, 멋지게 늙어가기를 응원한다.
살아있는 거장 왕가위 감독 작품 11편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 4일 CGV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 왕가위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6개 작품을 상영한 ‘All about 왕가위 : 프로듀서 왕가위’에 이어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가 연출한 작품 11편을 모아 선보인다. 왕가위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독특한 감성과 특유의 영상미학으로 전 세계적으로 ‘왕가위 스타일’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11일부터 상영되는 작품은 ‘열혈남아(1988)’,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 투게더(1997)’,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1999)’, ‘화양연화(2000)’, ‘2046(2004)’, ‘에로스: 왕가위 감독 특별판(2004)’, ‘동사서독 리덕스(2008)’, ‘일대종사(2013)’ 등이다. 특히,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5편은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향상된 버전으로 상영돼 관객들은 선명한 화질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있다. 먼저, ‘해피 투게더’ 더 스페셜 패키지 판매를 한다. 영화 티켓과 배지, 스틸 엽서 3종 세트를 1만 6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중경삼림’ 관람객 전원에게는 스페셜 포스터(A3)를 소진 시까지 증정한다. 아트하우스 클럽 아티스트 등급 고객이라면 스페셜 렌티큘러 포스터를 받을 수 있다. 전국 CGV아트하우스 전용관 및 CGV 명동 3, 4관과 CGV대구현대 2관에서 왕가위 특별전의 상영작을 유료 관람 후 매표소에서 인증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아트하우스 클럽 회원에게는 이번 특별전 상영작을 3천 원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돼 이번 특별전은 많은 마니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40개 CGV에서 진행되는 ‘All About Wong Karwai: 왕가위 특별전 시즌2’의 자세한 이벤트 정보와 예매는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CGV 김홍민 편성전략팀장은 “90년대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하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2021년에도 통하는 스타일리시한 왕가위 감독의 세계를 많은 관객이 함께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시계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는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누군가의 돌봄도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때 전염병은 돌봄의 방식도 변화시키고, 사각지대도 만들었다. 우울과 학대에 시달리는 노인도 생겨났다. 코로나 시대 속 노인들은 어떤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15.7%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UN 기준에 의하면, 65세 인구가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다. 정부 관계자는 “연금 재정이 우려된다. 연금을 수령하는 인원은 증가하는데, 연금에 보탬이 되는 인구가 줄어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경제력상 좋지 않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령자 중에서 홀로 지내는 분이 많다는 데 있다. 2020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22.8%이다. 가구 유형별로 살펴보면 1인 가구(34.2%), 부부(33.1%), 부부와 미혼자녀(9.7%), 부(모)와 미혼자녀(5.5%) 순이다. 이대로 간다면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49.6%)이 고령자 가구가 될 것이다. 10명 중 5명이 고령 가장이 된다는 뜻이다.
홀로 살면서 무병장수(無病長壽)하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51%로, 2008년에 비해 20.3%P 늘어났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형 교수팀이 발표한 ‘노인에서의 독거 여부와 복합 만성 질환의 연관성’에 따르면, 독거노인이 만성질환에 더 취약했다. 60세 이상 독거노인의 35.5%가 만성질환에 시달렸고, 독거노인이 아닌 경우 28.8% 정도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독거노인이 만성질환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다.
병상 간 간격 조정과 정부의 지원 필요
코로나19는 노인에게 더 치명적이다. 전 세계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특히 노인들은 이 전염병에 취약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대와 비교했을 때 85세 이상 확진자의 치명률은 630배, 75~84세는 220배, 65~74세는 90배 정도 높다. 실제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며, 특정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14일 기준 60대 확진자는 전체의 15.35%였고, 70대와 80대 확진자는 각각 7.78%, 4.53%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수치상으로는 다른 연령대와 비슷하거나 적다. 하지만 사망률과 치명률은 높다. 사망률이 높은 순으로 정리하면 80대 이상(51.11%), 70대(31.18%), 60대(12.27%)였다. 전체 사망률 1~3위가 모두 고령자에게서 나왔다. 10대와 20대 사망률이 0%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확실히 젊은 세대들에 비해 치명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노인 돌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노인 돌봄은 요양원 등에 입소한 노인을 돌보는 시설 돌봄과 요양보호사나 생활 지원사가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는 방문 돌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돌봄을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신청을 받으면 대상자를 상대로 대면조사를 통해 등급판정을 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비대면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하는 단계별 수칙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을 적절히 배분해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돌봄 현장은 취약한 요소가 있었다. 특히 노인 장기요양시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밀집한 곳이라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은 요양원들의 경우 병상의 구조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인력 보충이 문제로 제기됐다. 대형 병원의 경우 법적으로 병상 간 1.5m 거리를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지만, 요양원은 거리 규정이 따로 없다.
건양대학교 간호학과 이미향 교수는 “요양원에도 비말을 통한 전파를 막기 위해 병상 간 이격 거리가 필요하다. 역학조사관의 협조나 병원 내 감염병 예방 및 통제를 담당할 인력도 보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감염병의 지속적 확산을 막기 위해 요양병원에 감염 예방 관리료를 지원한 것처럼 규모가 작은 노인 장기요양시설에도 예방 차원에서 추가적인 재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돌봄 서비스 필요
코로나19 이후 노인 돌봄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돌봄을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2020년 6월 서울 지역 요양보호사 3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에 달하였고, 일 중단 사유로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이 74%로 가장 많았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로 중단’한 비율도 17%였다. 이렇게 공백이 생기자 각 지자체는 전화나 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돌봄을 제공 중이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가 노인의 마음을 보듬지는 못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이 잠정적으로 폐쇄되면서 노인들은 고립감을 호소했다. 이 고립감은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청이 노인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이후 우울 척도 11개 문항 평가(16점 이상 우울증 의심)에서 60대 남성(20.6점)과 70대 여성(19.6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전라남도 완도군이 관내 노인을 대상으로 우울증 정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3.8%의 노인들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7.5%는 중증의 고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도 늘었다. 영화관, 카페 등과 같은 여가시설이 문을 닫고, 정기적으로 도움을 받던 돌봄 서비스도 중단되면서 무료해진 노인이 많아진 탓이다. 젊은 세대라면 디지털 서비스라도 즐기겠지만,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의 증세가 심해졌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통한 교류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한편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노인도 증가했다. 코로나19와 맞물려서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부동산 관련 세법의 개정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해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경제적 고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가 제주지역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2020년 5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변화 중 경제활동 중단, 소득 감소 등의 경제적 변화(45.7%)를 첫 번째로 꼽았다. 코로나 시대 속 고령자들은 우울하고 외로운 데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삼중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돌봄서비스의 전환이 필요하다. 거주지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 내에서 스스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그것이다. ‘ICT 돌봄 2020 심포지엄’에 참여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김현미 센터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인돌봄서비스는 ‘셀프케어’(자기 돌봄)와 ‘심리방역’이 필요하다. 노인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혼자만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정서적인 함양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ICT를 기반으로 한 돌봄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ICT는 빅데이터를 통해 비대면으로 거리가 생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김 센터장은 “대면에 집중했던 서비스에서 이제는 온·오프라인 돌봄이 필요하며, 디지털 소외가 되지 않도록 노인들에게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방문을 통한 돌봄보다는 비대면을 활용한 돌봄이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ICT를 이용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소개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작은 동물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아프게 하던 고민거리들이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 가득한 나날들, 귀여운 동물로 ‘힐링’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기분 좋아지는 동물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내 어깨 위 고양이, 밥(A Street Cat Named Bob, 2016)
길거리 음악가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몸을 누일 집도, 찾아주는 이도 없는 외로운 신세다. 고된 인생을 마약에 의존하며 살아가다 죽을 위기를 넘긴 그는 담당 의사의 도움으로 임대 주택을 얻는다. 어느 날, 제임스의 집에 상처 입은 길고양이 ‘밥’이 찾아오고, 그는 가진 생활비를 모두 쏟아 밥을 치료한다. 그 후 여느 때처럼 공연을 시작한 제임스는 평소와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끼고, 머지않아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는 밥을 발견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2012년에 출간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마약 중독자이자 노숙인이었던 제임스 보웬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영화에 출연한 ‘밥’ 또한 대역이 아닌 실제 제임스의 삶을 변화시킨 고양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제임스의 곁을 지킨 밥은 지난 6월 1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를 통해 사랑스러운 밥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2.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 2016)
‘맥스’(루이스 C.K)는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평범한 반려견이다. 어느 날도 다름없이 문 앞에서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맥스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케이티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새식구 ‘듀크’(에릭 스톤스트릿)를 데려온 것. 간식부터 침대, 주인의 사랑까지 빼앗겨버린 맥스는 골칫거리 듀크와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고, 급기야 산책 도중 다른 길로 새어 나간 듀크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휘말린다.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지는 반려동물들의 발칙한 이중생활을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맥스’와 ‘듀크’를 비롯해 깜찍하지만 성격 있는 강아지 ‘기젯’, 난폭한 토끼 ‘스노우볼’, 식탐 많은 고양이 ‘기젯’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실제 반려동물들이 자주 하는 행동과 습관을 캐릭터 속에 녹여내 현실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3. 닥터 두리틀(Dolittle, 2020)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세상과 단절하고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기고 왕국은 위험에 빠진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신비의 섬을 찾아야 하는 상황. 자신의 능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리틀은 동물 친구들을 데리고 세상 밖으로 나와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아이언맨 수트를 벗고 처음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다. 악과 맞서 싸우는 영웅 대신 고릴라, 개, 여우, 기린, 오리, 타조 등 다양한 동물들과 귀여운 ‘캐미’를 선보여 웃음을 유발한다. 톰 홀랜드, 라미 말렉, 마리옹 꼬띠아르 등 최고의 배우들이 동물 목소리를 연기해 재미를 더한다.
비규제지역에 가려진 ‘알짜’ 호재들 6·17 부동산 대책이 호재로 작용한 지역이 있다. 부동산 규제를 피해 ‘아직 안전하다’, ‘투자할 만하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몰린 ‘김포한강신도시’다. 그렇다면 다른 호재는 없는 걸까. 김포한강신도시의 잠재된 미래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봤다.
2기 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조성 중인 김포한강신도시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관심이 쏠린다. 6·17 부동산 대책에 이어진 7·10 대책 이후에도 김포한강신도시의 부동산 가치 상승세는 여전하다. 오로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이 없어졌다는 평가 때문일까. 김포한강신도시의 지역가치 성장이 기대되는 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대출 규제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만이 아니다.
◇저평가된 풍부한 교통호재
김포한강신도시는 다양한 호재를 품었다. 운양지구, 장기지구, 구래지구 총 3지구로 나뉘어 개발된 이 지역은 광역M버스를 통해 서울 여의도, 서울역, 강남, 인천, 일산 등 인접 도시로의 접근성이 매우 좋다. 김포한강로~올림픽대로 이용 시 20분대 서울권 진입이 가능하다.
또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광역버스 대폭 확대와 정시성 개선을 위한 전용차로 도입 추진도 발표했다. 김포시가 추진하는 사업 구간은 김포한강신도시부터 올림픽대로 여의하류IC까지다. 여기에 김포시 직행좌석 9개 노선이 경기도형 준공영제인 ‘경기공공버스’ 사업으로 추가 선정돼 내년부터 총 14개 노선이 운영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지하철 9호선과 연계된 김포도시철도 개통에 따른 호재로 투자가치가 상승했다. 김포는 도시가 선형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도시철도 노선이 대부분 주요 아파트 단지 사이를 관통해 운행한다. 또한 김포도시철도의 배차 간격은 3분으로 현재 수송 능력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배차 간격을 2분으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보다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포한강신도시는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호재도 예상된다. 정부는 수도권 서부지역에 새로운 GTX 노선을 추가 검토해 내년 하반기까지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GTX 3개 노선 외에 새로운 노선(가칭 GTX-D)을 신설하겠다는 것. 다만 노선의 도입 시점과 대상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GTX-D 노선 등을 포함한 ‘4차 광역국가철도망’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현재 경기도와 인천시에 이어 서울 강동구가 자기 지역에 공개적으로 GTX-D 노선 유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기도와 김포·부천·하남시가 공동으로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진하는 만큼, 김포지역 GTX-D 노선 수혜가 예상돼 골드라인 개통과 더불어 일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김포한강선 노선과 차량기지 유치전도 재부상하고 있다. 김포한강선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선으로 홍철호 전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라 2018년 12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반영된 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같은 해 10월 명칭을 확정해 ‘대도시권 광역교통 2030’ 기본 구상안에 포함됐다. 이외에 인천지하철 2호선이 김포를 통과해 GTX-A 노선 킨텍스역까지 연결될 예정이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개통(예정) 등 교통호재가 풍부해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김포한강신도시의 교통개발사업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향상되는 만큼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서울 강서(마곡, 김포공항 등)와 양천구(목동), 마포구(상암, 공덕), 여의도, 서울역, 시청, 광화문 쪽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거주지로서 훌륭한 선택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값 견인하는 주거 인프라
김포한강신도시는 풍부한 교통호재와 인프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구래지구에는 이마트, 장기지구에는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있어 언제든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운양지구에는 CGV, 구래지구에는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예정) 등 영화관이 있어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경희대의료원이 인근 풍무역세권 개발사업에 참여의사를 공식 전달한 만큼, 향후 경희대 김포메디컬 캠퍼스가 조성될 계획이다.
주민을 위한 여가활용시설도 만족스럽다. 운양지구에는 가족의 쉼터와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제공하는 ‘야생조류생태공원’이 있고, 장기지구에는 총길이 2.7㎞로 조성된 수변형 공원 ‘금빛수로’가 있어 주민들이 쾌적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구래지구에는 도심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한강신도시 호수공원’이 있다.
이처럼 김포한강신도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생활 편의성과 자연을 품은 여가 환경이 풍부한 교통호재와 맞물리면서 미래가치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동안 하락세를 보인 김포 부동산 경기는 다시금 호황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7월 김포시 아파트 m²당 매매가격은 328만7000원으로 지난 6월 322만3000원보다 1.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김포와 함께 비조정대상지역으로 남아 있는 파주가 271만9000원에서 274만2000원으로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상승률이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최근 1년 아파트 가격을 살펴봐도 상승세가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운양지구에 위치한 ‘한강신도시 운양푸르지오’(이하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4억5000만 원에 매매됐으나 올 7월 5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 지난해 3억7000만 원이었던 ‘풍경마을 래미안 한강 2차’는 올 8월 4억6500만 원으로 뛰었다.
장기지구 내 아파트도 가격이 오른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2억7000만 원이었던 ‘고창마을’(자연앤어울림)의 매매가는 올 7월 3억1500만 원으로 올랐고, 3억 원이었던 ‘고창마을’(이지더원)은 올 8월 3억4000만 원에 팔렸다. 또 구래지구 내 ‘호반베르디움 더 레이크 2차’ 매매가는 지난해 3억9000만 원에서 올 7월 4억4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3억7000만 원이었던 ‘김포한강아이파크’도 올 7월 4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 일대의 가파른 매매가 상승세와 청약경쟁이 심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출과 청약 제한이 적은 김포시장에 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김포한강신도시는 그동안 저평가돼 있었고, 하나둘 현실화되는 교통호재로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집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배후수요 탄탄한 상권 기대
김포한강신도시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약 6만2000세대, 16만 명이 거주하는 자족형 도시로 거듭났다. 특히 구래지구는 김포 최대 번화가이자 중심 상업지구로 많은 주거 단지가 모인 곳이다. 인구밀집도도 한강신도시 내에서 가장 높고 소비력이 높은 젊은 세대로 구성됐다. 주거시설이 밀집돼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춘 데다 김포골드밸리, 김포도시철도 호재까지 더해져 김포한강신도시를 대표하는 중심상권 지역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먼저 김포골드밸리는 구래지구에 인접한 수도권 서북부 최대 산업단지로 현재 5개 산단이 조성돼 입주 업체 1만8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외에 학운3-1, 학운4-1, 학운5, 학운6, 학운7, 대포, 양촌2 등 7곳의 산업단지가 조성 및 계획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총 12개 단지 약 632만 ㎡ 규모의 산단 클러스터가 구축된다. 개발이 완료되면 총 20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하고 5만여 명의 상주 고용인구가 유입돼 배후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구래지구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교통 여건도 김포도시철도 개통으로 개선됐다. 이를 통해 서울 접근성을 높이고 서울 및 인근 지역 인구의 구래지구 중심상권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합리적인 분양가도 수요자들을 사로잡는다. 인근 산업단지는 3.3㎡당 평균 600만 원 안팎으로 공급되는데, 이는 2~3년 전 분양가 수준에 불가해 입주 후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김포한강신도시는 최근 상가의 공실이 많이 줄었는데, 지역 내에서도 구래지구는 김포골드밸리, 김포도시철도 수혜를 받아 김포한강신도시에서 핫한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구래지구는 주상복합, 업무시설, 대형마트 등 위락이 가능한 상업시설 분양이 대부분 완료됐다. 탄탄한 배후수요를 둔 만큼 상권의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과 교통호재를 발판으로 한 판교·광교 신도시에 밀려 2기 신도시 중 상대적으로 소외당한 지역이었다”며 “하지만 유동자금이 풍부한 환경에 정부의 규제마저 비껴가면서 풍선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 나만의 북큐레이션으로 무장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소소한 이벤트로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던 동네 책방을 되살려내고 있는 책방지기들이 등장했다. 이곳 동네 책방 한쪽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가슴속 묻어뒀던 작은 행복 하나가 ‘똑똑’ 심장을 두드리며 응답한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삶’이 좋다. 오늘 당장 떠날 것,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 가입된 독립서점들을 살피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이 있다. 마치 “저를 찾아와주세요…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드는 것처럼 시선을 붙잡아 맨 곳. 바로 ‘날일달월’이다.
일단 인터넷에서 ‘날일달월’ 웹사이트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봤다. 색다르다. 비건식당? 아니, 책방에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을 판다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에는 컬러풀한 채소들로 가지런히 상차림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번 호에 소개할 동네 책방으로 선택했다.
‘날일달월’은 2호선 강변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강변역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있어 늘 사람이 북적이고 어수선한 곳이다. 이런 번잡스런 곳에 독립서점이라니? 의아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동네 책방이 산골에도 생기고 우리 동네 구석탱이에도 있는데 터미널이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날일달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심히 채소를 씻던 분이 반겨준다. 먼저 점심 메뉴로 미역콩국수진지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았다.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 불리는 이효재 씨와 언뜻 인상이 비슷하다.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광목 앞치마를 둘렀다. 한눈에 봐도 대표인 듯 보였다.
창가를 제외한 벽면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 찬찬히 살펴보니 출판사별로 칸이 나뉘어 있다. 서가를 살펴보다 음식 준비에 바쁜 주방으로 다가가 물었다. “혹시 이곳 대표님이신가요?” 그러자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제가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답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여희숙 대표와 날일달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채식 식당과 작은 책방의 조합
‘날일달월’은 2018년에 문을 열었다. 비영리법인인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를 맡고 있는 여희숙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생채식 식당이자 작은 책방이다. 여 대표는 교사 생활과 독서시민운동 등을 하며 평생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2017년경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독립을 하고 은퇴한 남편과 덩그러니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큰 공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즈음 건강이 안 좋아진 남편 덕(?)에 먹거리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이래저래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할 때 거추장스럽기만 한 대형 아파트를 호기롭게(?) 팔고 두 부부가 살기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로 옮겼다. 그리고 집 앞의 빌딩 3층을 임차해 책방 공사를 시작했다.
나만의 공간인 동네 책방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전국 각지의 ‘도서관친구들’ 회원 성원이 하늘을 뚫을 듯했다. 이왕이면 전국 곳곳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이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식재료를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전국에서 도서관 서포터즈를 하는 이들의 경우 귀농을 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거나 여러 가지 먹거리 관련 일을 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희숙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책’과 ‘가장 필요한 생채식 먹거리’가 조합된 ‘날일달월’이 탄생했다. 책방에 식당?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날일달월에 들어서면 오묘한 조합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흔히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확’ 풍기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놀라게 된다. 여 대표는 생채식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채식이라 지지고 볶을 일이 없어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서 책을 읽거나 고를 때 거슬리는 게 전혀 없습니다. 채식동호회나 환우회 카페 등을 통해 알고 방문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오히려 이분들은 ‘채식 전문식당인 줄 알고 왔는데 책방이네?’ 하며 놀라고 가요.”
낭독모임, 희곡 대본 읽기 등 프로그램 다양
여희숙 대표는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꾸리고 진행해왔던 터라 작은 책방을 열고 나서도 꾸준히 모임을 이끌고 있다. 현재 4팀의 독서모임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데 성격도 다채롭다. 주로 시니어들이 함께하는 월요일의 독서모임은 낭독모임이다. 얼마 전 1년간 이어진 ‘열하일기’ 낭독이 끝나고 현재는 ‘돈키호테’를 낭독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새롭게 등장한 모임도 있다. ‘연극배우와 함께 희곡 대본 읽기’다. 연극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힘들어진 연기자들을 조금이나마 지원하고 싶어 ‘좋은 희곡 읽기 모임’ 대표인 장용철 연기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희곡 대본을 함께 읽으며 연기의 맛을 조금 맛봤다. 이후 6주 코스로 ‘햄릿’을 낭독했고 현재는 ‘오이디푸스’를 함께 읽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도 2팀이나 있다. 22년간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여희숙 대표는 어린 시절의 독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과의 모임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이끌어나가고 있다. “어느 날은 오전 오후 꽉 찬 독서모임을 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때가 많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밖에 ‘그림책 따라 그리기 100일 프로젝트’도 있다. 그림책 한 권을 정해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안승준, 홍나리 작가의 ‘어느 날 우리는’을 따라 그렸다. 이 책에는 고양이와 사자, 돌고래 등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그림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
또 백승우 감독이 진행하는 금요시네마는 2018년 8월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왔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둘째 주 금요일 백 감독이 큐레이션한 작품을 함께 보며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날일달월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편 8월부터 11월까지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금요일, 달이 뜨면 심야책방으로!’ 이벤트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단법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함께하는 ‘심야책방 2020’은 서울 지역에서 ‘날일달월’을 포함, 15곳의 동네 책방이 참여한다.
‘날마다 달마다 좋은 책과 음식을 먹으면 밝아진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는 ‘날일달월’. 이곳에서 금요일 둥근 달이 뜨면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조용히 책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심야먹방 아닌 심야책방을 꿈꾸며.
Mini Interview ‘날일달월’ 여희숙 대표
여희숙 대표는 출판계와 교육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마산과 하동, 광양, 포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22년을 근무했다. 교사 시절 교실마다 작은 학급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날 만큼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생활화를 몸에 익히게 했다.
교사 일을 천직으로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던 여 대표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포스코를 다니던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였다. 천직을 포기할 수 없어 주말 부부로 살기를 3년. 결국엔 사직서를 쓰고 남편과 합류하면서 서울 광진구에 정착했다. 낯선 서울 생활은 오로지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으로 버텨냈다.
독서시민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 역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여희숙 씨를 사서가 눈여겨보고 도움을 요청하면서였다고. 이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시작해 현재 전국 회원 1만2000명에 달하는 비영리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도서관친구들’은 보령, 정읍, 남원, 광주, 진주, 울산, 창녕 우포, 부산, 제주, 부천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활동했으니 16년의 세월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독서시민운동가로 활동한 여 대표는 KBS, EBS, 교통방송 등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와 토론 지도를 위한 학부모 강좌를 진행하거나 패널로 출연, 독서 토론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펴낸 책으로는 2001년 ‘1년을 쓰고 50년을 간직할 독서노트’를 시작으로 ‘책 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아이는 도서관에서 자란다’ 등이 있다.
‘날일달월’ 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57 서림빌딩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