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교사로서의 35년 삶을 뒤로하고 명예퇴직 후 시작한 택시 운전. 아내와의 유럽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속쓰림과 몇 번의 토악질 끝에 찾은 응급실에서 시작된 투병생활.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2년간 사투를 벌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갑자기 배의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오늘 예약한 외래 진료를 기다리며 진통제를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더 이상 항암치료는 권해드릴 수 없다며 호스피스 입원에 필요한 진단서를 써준 의사는 외래 진료실을 나설 때까지 끝내 제 눈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예정된 시간까지 이 고통을 견디는 일만 남은 걸까요? 차라리 그날이 오늘이면 좋겠습니다.
힘들게 견뎌온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말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주치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호스피스 입원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혹은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드릴 게 없습니다”라고만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사의 명시적인 말기 진단 이전에 이미 자신의 병이 악화돼가고 있음을 눈치 채는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말기 암 환자 가족들은 인터넷에서 말기 암 환자를 완치시켰다는 ‘OO주사, OO약침, OOO추출물’ 등에 대한 경험담을 보고 매달립니다. “호스피스 알아볼까?”라는 말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 같아 입안에서만 머뭅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지 3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밤이 정말 두려웠습니다. 물론 낮에도 통증이 끊임없이 몸을 웅크리게 했지만 특히 밤에 통증이 심해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밤새 안절부절못하는 저를 위해 며칠째 밤을 새운 아내도 연신 두통약을 삼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며 그렇게 망설이던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선택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의 첫인상은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의외로 병실 복도를 오가며 운동을 하는 환자도 있었고, 다리를 마사지해주는 봉사자들과의 대화 속에 간간이 웃음소리도 섞여 나오곤 하더군요. 저는 아주 엄숙하고 무거운 공기로 숨쉬기 답답한 병실을 예상했거든요. 입원하자마자 담당의사는 통증에 대해 이것저것 한참을 물었습니다. 바로 주사를 한 대 맞았고 수액병이 걸리자 10여 분 후부터 정말 놀라운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던 통증이 약간의 불편함 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통증이 사라지자 정말이지 제가 말기 암 환자라는 사실조차 잊을 수 있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통해 환자가 오늘을 잘 살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암 환자의 통증은 소위 ‘총체적 통증’(total pain)이라고 불리듯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가 겪는 우울, 불안, 분노, 두려움 등의 심리적 문제는 약물 치료와 함께 지지적 상담을 통해 돕다 보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 온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주부터는 물만 마셔도 구토를 해 얼음을 입에 녹여 갈증만 줄이고 금식을 하고 있습니다. 입마름 때문에 종종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편하지만 영양제를 맞아서인지 배는 별로 고프지 않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주선해 요법실에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양복을 입었습니다. 올가을에 아들과 결혼 예정인 예비 며느리도 사진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말렸지만 고집을 좀 피워 제 영정사진도 부탁해 찍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수고를 하나 줄여준 것 같아 내심 마음이 놓입니다. 미용 봉사를 받아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정돈해두길 잘했습니다.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임종을 앞둔 마지막 몇 주의 시간은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귀중할 것입니다. 호스피스 팀은 이 기간이 환자와 가족들이 사랑을 확인하고 혹은 갈등을 치유하는 금쪽같은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생전 장례식’, ‘자서전 출판기념식’, ‘미술 전시회’, ‘미니 결혼식’, ‘가족사진 촬영’, ‘가족음악회’, ‘가족여행’ 등등 다양한 이벤트가 오로지 ‘한 가족’만을 위해 준비됩니다. 종종 이런 시간들은 환자 사후에 가족들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마법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임종 과정의 환자를 위한 별도의 ‘임종실’(1인실)이 운영됩니다. 호스피스 팀은 임종 과정이 온전히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임종기의 신체적 변화에 대해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 불필요한 두려움과 오해가 생기지 않게 돕습니다. 또한 처음 경험할 수도 있는 장례 과정 등 사후 절차에 대해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돌봄은 환자가 병동에 머무는 시간뿐 아니라 사후 사별가족들에 대한 지지와 상담 등을 포함합니다. 대부분의 호스피스 전문 의료기관은 체계적인 사별가족 프로그램 및 고위험 사별가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근감소증과 복부비만을 모두 가진 고령자들은 일반 노년층보다 운동기능 저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 여성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아산병원 김원(재활의학과)·충북대병원 공현호(재활의학과)·경희대병원 원장원(가정의학과) 교수팀은 70세 이상 노인 2300여 명의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과 복부비만을 모두 가진 고령 여성과 남성은 운동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일반 노년층보다 각각 약 4배, 약 2배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신체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배가 나오고 근육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체 불균형, 느린 보행 속도 등은 건강 악화나 낙상·골절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기본적인 운동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연구팀은 여성의 운동기능 하락 폭이 남성보다 큰 이유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지방 조직 분포의 변화 등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연구(KFACS)에 참여한 70~84세 노년층 2303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팔과 다리에 분포된 근육량을 나타내는 사지골격근량지수(ASMI)가 하위 20%에 해당되면 근감소증, 허리둘레가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했다.
두 가지 질환 여부를 기준으로 근감소증이면서 비만인 ‘근감소성 비만 집단’, 근감소증은 아니지만 비만인 ‘비만 집단’, 근감소증이지만 비만은 아닌 ‘근감소증 집단’, 두 질환 모두 해당되지 않는 ‘일반 집단’으로 분류했다. 네 집단의 운동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보행 속도,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균형검사 등 세 가지 항목을 점수화한 신체기능점수(SPPB)를 측정했다.
운동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이, 흡연·음주력 등을 보정해 통계적으로 신체기능점수를 분석한 결과, 고령 여성의 경우 일반 집단보다 운동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비만 집단에서 1.89배, 근감소증 집단은 1.74배, 근감소성 비만 집단은 무려 3.75배 더 높아졌다. 이에 반해 남성의 경우 비만 집단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운동기능이 약화될 위험이 근감소증 집단은 1.62배, 근감소성 비만 집단에서 2.12배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원 교수는 “노년층의 운동기능이 저하되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져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운동기능을 떨어뜨리는 근감소성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주 3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뼈 손실을 막고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층의 단백질 섭취는 하루 권장량에 한참 못 미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노년층일수록 단백질 섭취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섭취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인된 것이다.
최근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팀은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3512명(남 1484명, 여 202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Nutrients) 최신호에 발표했다.
대한노인학회 기준을 적용하면 남성의 28.7%, 여성의 20.1%가 단백질 섭취 권장량을 충족했다. 대한영양학회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올라가 약 절반 정도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박 교수는 “고령자들은 혼자 혹은 부부끼리 살다 보니 반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단백질이 많이 든 고기나 생선, 우유 등 영양소 섭취에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가구 월 소득 사분위 수(70만 원 이하, 71만~170만 원, 170만~280만 원, 280만 원 이상)로 나눠 단백질 섭취량을 분석했다. 섭취 권고량은 영양학회 기준(하루 0.91g 이상)으로 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하루 0.95g)보다 가장 높은 그룹(1.14g)이 20% 가량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했다. 여성도 가장 낮은 그룹(0.83g) 대비 가장 높은 그룹(1.09g)이 약 31%를 더 많이 섭취했다.
단백질은 곡물, 감자, 콩류, 견과류, 버섯, 과일, 해초 등에서 얻어지는 식물성 단백질과 고기, 계란, 생선, 조개류, 유제품 등에서 얻어지는 동물성 단백질로 나뉜다. 노년층의 경우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소득이 낮을수록 부족했다.
학력도 단백질 섭취와 유의미한 경향을 보였다. 학력이 낮을수록 단백질 섭취가 최대 31.7% 감소했다. 한국의 60세 이상 노년층 약 3분의 2의 가계 소득이 평균 보다 낮고, 중학교 미만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고령자는 총 단백질 섭취량의 3분의 1 이상을 동물성 단백질로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단백질은 저장이 안 되는 영양소라 매 끼니 조금씩 챙겨먹는 게 좋다. 기름기 없는 살코기와 닭고기. 생선. 두부. 콩. 계란. 우유 등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통해 수많은 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한성희(韓星姬) 이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딸의 결혼을 앞둔 한 엄마이자, 정신과 전문의로서 건넨 진정 어린 조언이 큰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잠시 절판됐던 도서가 최근 다시 출간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시간의 흐름 때문일까? 표지에 그려진 딸의 모습은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당시 50대였던 한 원장 또한 어느덧 60대에 이르렀다. 딸 못지않은 인생의 전환점을 지났을 터. 그녀는 “잘 성장하고 있다”며 담담히 안부를 들려줬다.
하나뿐인 딸아이의 결혼, 그것은 한 원장이 책을 펴낸 계기이자 크나큰 성장통을 앓게 한 사건이었다. 자녀의 독립이 시원섭섭한 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녀의 상황은 좀 달랐다.
“딸이 미국 유학을 갔는데, 당연히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여겼죠. 그런데 어느 날 결혼 얘기를 꺼내더니 아예 미국에서 살 거라더군요. 제 나이와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20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본다 해도, 평생 딸을 볼 기회가 20번 남짓인 거예요. 너무나 기가 찬 노릇이었죠. 영원한 이별은 아니더라도, 그 못지않은 심정이었어요. 공항에서 서로 엉엉 울며 헤어졌지만, 즐거운 신혼을 앞둔 젊은 딸과 점점 늙어만 가는 엄마가 느끼는 아픔은 천지차이죠. 그 옛날 우리 친정엄마도 같은 마음으로 나를 보냈을 텐데, 이 정도로 상실과 아픔이 크리라고는 그땐 상상도 못했어요.”
아직 어린 딸을 이것저것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아쉬운 마음도 달랠 겸 그동안 딸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가 완성됐고, 덕분에 그녀는 엄마로서의 삶 1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도 어렵지만, 부모가 자녀로부터 독립하는 건 더욱 쉽지 않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모가 말로는 ‘독립하라’고 하면서도 막상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죠.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는데 내가 외롭고 힘들다고 계속 붙잡아두는 거예요. 겉으로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럴싸한 이유를 대겠지만, 사실상 소유욕에서 비롯된 착취나 다름없죠. 물론 저도 아주 쿨하게 딸을 보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만큼 자녀에게서 독립하는 건 누구에게나 참 힘든 일이죠.”
입체적 삶을 위한 경험 투자
그토록 힘든 일임에도 해내야 하는 까닭은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에 있었다. 딸의 성장은 물론 엄마의 성장까지 말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것, 그리고 엄마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것. 한 원장은 이러한 성장을 통해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고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 같지만, 역할 변화에 따른 전환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 시기가 고통스러워서 어떤 이들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죠. 자신에게 주어졌던 역할의 고리들을 과감히 끊어내는 용기가 필요해요. 물론 그것이 더러 외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라면 다 겪어야 할 일들이죠. 흔들리다가도 중심을 찾는 오뚝이처럼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이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렇게 성숙해야 왜곡과 갈등 없이 자녀와 잘 분리될 수 있습니다.”
삶의 키워드를 ‘성장’이라고 언급한 한 원장은 몇 해 전 과감히 유학을 결정했다. 딸도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하던 차였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을 의아해했다. 늦은 나이에 웬 공부냐는 반응이었다. 단순히 커리어만을 위했다면 단행하지 못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성장을 바랐기에 가능했다.
“커리어는 성장을 통해 얻는 일종의 부산물이죠. 애당초 그걸 목적에 둔 건 아니었어요. 물론 현실적인 면에서 내가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두고 저울질을 많이 했었죠. 금전적인 리스크도 있었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거예요. 그러나 돈이란 것은 결국 나의 잠재성을 실현하고 내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쓰이는 거잖아요. 나중에 죽음에 이르렀을 때 돈이나 나이 등등 때문에 성장의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갑자기 남자가 된다거나, 공학자가 된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바람도 아닌데 말이죠. 그저 내가 해오던 것을 더 심화하려는 욕구였기에 조금만 발돋움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돈을 경험에 투자하자’고 마음먹었죠.”
기품 있는 중년의 아름다움
그러나 이제 막 가정을 꾸린 자녀 세대의 경우 개인의 성장보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한 원장은 자신을 찾아오는 워킹맘들의 우울한 심정을 절절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워킹맘으로 고단한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단, 허덕이며 사는 삶 속에서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땐 당연히 먹고살려고 일하지 자기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생계를 위한 일이 꿈을 이루는 일이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죠. 그러나 그런 중에도 자기 꿈을 위한 여지는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아도 조각을 쌓다 보면 언젠가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애 키우고 일하느라 아직은 버겁더라도 가슴 한편에 꿈을 품고 살아야 언젠가 이모작, 삼모작의 기회도 잡을 수 있습니다. 짬짬이 단 15분이라도 취미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한 원장 역시 수십 년 동안 천천히 조금씩 즐겨온 취미가 있다. 바로 ‘첼로’다. 딸이 세 살 무렵 첼로를 샀는데, 이제 중급 정도의 실력은 된단다. 자신의 여든 살 생일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연주하리라는 야무진 꿈도 생겼다. “인생 별것 없다. 재미있게 살아라”라며 힘든 시절 그녀를 위로했던 친정어머니의 말씀처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도 해본다. 그런 한 원장 역시 딸아이가 늘 즐겁게 또 아름답게 중년을 맞이하길 바란다.
“언젠가 제인 구달이 한국에 왔을 때 백발을 늘어뜨린 수수한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여든이 넘은 나이에 민낯이었는데도, 메이크업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지더군요. 코코 샤넬은 ‘스무 살 때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의 공적이다’라고 했는데, 자기 삶을 잘 다져온 이가 뿜어내는 고유의 아우라가 있는 거죠. 그렇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만의 향기를 품는, 아름다운 중년의 딸을 보고 싶습니다.”
환절기에 한두 번씩 찾아오는 가벼운 감기부터 결막염, 장염 그리고 요즘 전 세계의 시계를 멈출 듯 확산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서 삽니다. 2002년의 사스(SARS), 2009년의 신종 인플루엔자, 2012년의 메르스(MERS,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유행) 사태 이후 한동안 빈번한 국지전에 그치며 소강상태를 보인 바이러스가 코로나19로 이번에는 대규모의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코로나19에 고전하는 이유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해진 인간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여러 단계에 걸친 방어체계로 대비를 합니다. 인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접근하는 낌새를 감지하는 순간 표피세포에서 산성물질을 분비하며 방어막을 치기 시작합니다. 만약 바이러스가 이를 통과해 세포를 감염시키면 인체는 바이러스와의 1차 전투, 즉 비특이적인 1차 면역반응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발열이 일어납니다. 열에 약한 바이러스는 발열반응에 무력해집니다. 따라서 감기 등에 걸렸을 때 무조건 해열제를 먹는 것보다는 체온 측정을 생활화해 열이 날 때만 복용하는 게 면역체계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염증반응을 통해 모세혈관을 확장해 인터페론 같은 항바이러스성 단백질과 백혈구를 감염된 조직에 대량 투입합니다.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면서 바이러스도 함께 죽입니다.
1차 전투에서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무찌르지 못하면 2차 전투, 즉 특이적인 2차 면역반응이 시작됩니다. 1차 면역반응에서 무차별적으로 바이러스 주변을 공격했다면 2차 면역반응에서는 바이러스만 콕 찍어 공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가진 항원을 인식하고 항체를 생성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고,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가 이들을 처리합니다. 면역에 관여하는 세포나 분자는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에는 반응하지만 원래 살고 있던 세균이나 자신의 세포는 공격하지 않습니다. 목표한 바이러스만 선별적으로 파괴하는 만큼 2차 면역반응은 강력합니다. 특히 2차 면역반응은 이전에 감염됐던 바이러스가 다시 침입했을 때 일어나는 만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현재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인간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부분(이전에 감염된 적이 없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지 못함)에 있습니다. 따라서 비특이적인 1차 면역반응을 통해 성공적으로 방어하지 못할 경우 마땅한 무기(항체)가 없어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고전하고 일부는 치명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건강한 성인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면역체계가 작동해 짧게는 10일, 길게는 3주 안에 항체가 생겨 병이 낫고 바이러스도 없어져 심한 증상 없이 완치가 됩니다.
우리 몸에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인위적으로 넣어줄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면역력을 높이는 노력을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의 대비이자 치료입니다. 평소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꾸준히 유지하며 어떤 바이러스도 이겨낼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면역력은 서른 살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마흔 살이 지나면 급격히 하락합니다. 이유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일부 과학자는 면역세포인 T세포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나이 들수록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T세포가 적게 생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령층일수록 감염증에 취약하고, 암도 더 많이 걸립니다.
고령 당뇨 환자, 면역력 키우는 식습관
면역력을 키우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과학자들은 부족한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 아연, 셀레늄, 철, 구리, 엽산, 비타민 A, B6, C, E 등과 같은 무기질이 부족하면, 면역체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몇몇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면역력을 향상하려면 특히 비타민 C(오렌지, 귤, 딸기, 브로콜리 등에 풍부), 비타민 B6(닭고기, 연여, 참치, 녹색 채소, 병아리콩 등에 풍부), 비타민 E(견과류, 시금치에 풍부)를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비타민들은 보충제(비타민제 등) 등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의 섭취를 통해 공급받는 게 가장 좋습니다. 비타민 E 등의 일부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보충제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당뇨 관리 중인 고령자는 적절한 혈당 수치를 위해 과일 섭취량 등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수분 섭취도 꾸준히 해야 면역력이 증진됩니다. 물은 몸이 백혈구와 다른 면역체계 세포를 운반하는 림프액을 생산하도록 돕습니다. 커피나 탄산음료 같은 오히려 탈수를 유발하는 음료수는 피하셔야 합니다. 오이, 샐러리, 멜론 등 수분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먹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꾸준히 면역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증진하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평소에 화를 잘 내거나 작은 일에도 노심초사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은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 하루 7시간 이상 숙면, 소식하되 거르지 않는 식사 등을 통해 면역력을 관리해줘야 합니다. 특히 하루 1~2개비의 흡연도 면역력을 감소시키니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한국노인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연구 사업단이 ‘코로나 감염을 이겨내자,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노인노쇠 예방운동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에서만 장기간 지내는 어르신들은 신체 장기의 기능 감소로 노쇠해질 수 있다. 이는 근감소증, 인지기능저하, 혈압·혈당 증가, 면역력 감소로 이어져 여러 감염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한국노인노쇠코호트 구축 및 중재연구 사업단장)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노년층의 신체활동 빈도가 급격히 줄고 있어 건강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노쇠, 근감소증,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예방운동법을 적극 활용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동아대학교 건강관리학과 박현태 교수(한국노인노쇠코호트 및 중재연구 운동중재 세부책임)의 주도로 제작된 이번 영상은 특별한 장비 없이 실내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하지근력 강화를 위한 5가지 운동법 △인지능력향상 유산소 운동법으로 구성됐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건강장수를 위한 운동이야기’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년층 남녀가 하루 8시간 넘게 수면을 취할 경우 악력이 정상보다 두배 가까이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아귀 힘을 말하는 악력은 전신 근력을 반영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최근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팀은 2016년∼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783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악력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결과(주중 및 주말 수면시간과 악력과의 관련성)는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의 연령에 따라 청년(19∼40세), 중·장년(41∼60세), 노년(61세 이상) 등의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6시간 미만(과소 수면), 6∼7시간(정상 수면), 7∼8시간, 8시간 초과(과다 수면) 등으로 나눠 조사·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에게 악력계를 쥐게 한 뒤 아시아 근감소증 연구회 기준에 따라 남성 26㎏, 여성 18㎏ 이상이면 정상 악력, 기준 미만이면 악력 저하로 평가했다.
61세 이상이면서 수면시간이 8시간 초과인 남성이 악력 저하일 가능성은 수면시간이 7∼8시간인 같은 나이대 남성의 1.8배(여성 1.7배)였다.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노년층 여성의 악력 저하 가능성도 같은 나이대 정상 수면 여성보다 1.4배 높았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8시간 초과 수면은 노년층 남녀에서, 6시간 미만의 수면시간은 노년층 여성에서 악력 저하 위험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가 시끄러운 요즘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돌입에 나섰다.
이전에 유행했던 사스나 메르스 때만큼은 아니지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거나 60대 이상의 고령인 경우에는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특히나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고령인 감염자에서 사망률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서민석 교수는 “아직은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사망에 이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렴이 발생하고, 2차 감염 및 중증 폐손상, 패혈성 쇼크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기저질환이나 고령일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
보통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신장 또는 간 부전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과 특별한 지병이 없어도 고령인 경우는 면역이 떨어져 있다고 판단한다.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외부에서 침투하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또한 몸의 여러 부위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백혈구의 살균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온 몸의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면역 세포의 기능도 덩달아 떨어진다.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생활 팁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지금, 면역력을 잘 유지하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서민석 교수는 “먼저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만성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처방 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과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고, 스트레스는 제때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술과 담배는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피해야 할 대표적인 생활습관이며 특히나 흡연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악화가 약 1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절주와 금연을 이번 기회에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며 “기저질환자들은 코로나19의 전염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하던 운동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은 오랜 실내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만성 질환을 잘 조절하는 일석 이조의 면역력 강화 방법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과 함께 균형 잡힌 식사를 한 뒤, 따뜻한 봄볕을 쬐면서 하는 가벼운 운동은 코로나 19로 한껏 움츠러든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는 면역 지킴이가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없었으면 하는데 꼭 함께하는, 피할 수 없는 동반자가 있다.
바로 각종 질병, 정신적인 외상, 스트레스, 사고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질환들이다. 그런데 이 중에는 질병도 아니고 질병의 징후도 아닌 일종의 하소연에 가까운 같은 증상이 있다. 바로 피곤(fatigue)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심지어 이 원고를 쓰고 있는 필자, 또 이 책과 글이 제대로 완성되도록 노력하는 구성원들 모두가 종종 피곤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15년 전 필자는 한국인의 피곤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의사를 찾는 환자의 15% 정도가 ‘피곤’이 주요 증상이었다. 미국 등 다른 여러 나라의 통계를 봐도 의사를 찾는 환자 5명 중 1명 이상은 ‘피곤함’을 호소했다.
‘피곤’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성별, 학력, 직업, 인종에 따라 “기운이 없어요, 고단해요, 힘이 쭉 빠져요, 모든 게 귀찮아요,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어요, 되게 우울하네요, 계속 자고 싶어요,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지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아요” 등등 그 표현 방법과 신체 언어가 매우 다양하다.
의사 입장에서, 피곤은 진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신체적, 정신적, 약품에 의한 피로로 나누어 살핀다. 그러나 잠시 숙면을 하고, 운동 조금 하고, 잘 먹고, 잘 쉬면 사라지는 피곤은 의학적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잠시 머물렀다가 지나가는, 일상의 고달픔에서 비롯되는 피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는 의학적 의미의 ‘피곤’에서 제외된다.
잘못된 생활 방식이 원인이 되는 피곤
피로 원인은 의외로 일상생활의 습관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다. 첫째 술, 담배, 습관성 마약을 하는 경우. 둘째 과하게 운동을 하는 경우. 셋째 운동을 거의 안 하는 경우. 넷째 수면이 부족한 경우. 다섯째 불량식품을 섭취할 경우. 여섯째 항히스타민제, 기침약 등을 자주 복용할 경우. 일곱째 의학적 증거가 없는 각종 건강식품, 건강비법(목욕법) 등을 맹신할 경우이다.
전반적 피곤이 되는 질병
나이 들어서 오는 피로의 원인 중에는 신체의 혈액순환이 안 되는 단순한 원인부터 난치병, 불치병, 암, 유전병 등 다양한 질환들이 있다. 그 종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급성간기능상실, 빈혈, 불안, 암, 만성피로증후군, 만성전염병 및 염증, 만성신장질환, 뇌진탕, 만성폐쇄성폐질환, 우울증, 당뇨, 폐기종, 섬유근육통, 슬픔, 심장병,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염증성장질환, 다발성경화증, 비만, 만성통증, 수면무호흡증, 스트레스, 뇌 외상 등.
필자가 질병의 종류를 기술한 것은 피곤을 증상으로 하는 각종 질병이 산재해 있고, 우리 몸 전체 기관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의 24개 질환들에서 이어지는 피로 증세를 제외하고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14가지 피로 증세를 소개한다. 피곤한 원인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누어 살펴보지만 이 둘은 ‘바늘과 실’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정신적인 원인이 신체적 질병을 만들고, 신체적인 원인이 정신적 질병을 만든다.
신체적 피곤으로 이어지는 질병
① 불면증 : 불면증은 그 원인이 다양해서 피곤함을 심하게 느끼면 신체적 질병을 초래한다. 반대로 신체적 질병이 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일단 수면 환경(조명, 온도, 이불, 베개, TV, 전화 등)을 숙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진료를 받는다.
② 수면무호흡증 : 일시적으로 수면 중 호흡을 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환자 자신은 모른다. 주로 비만자, 흡연과 음주를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서 증세가 나타난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유전적 불치병인 피크위크증후군(Pickwickian syndrome)도 여기에 해당한다.
③ 불충분한 영양공급 : 식사를 안 하거나,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적인 식사를 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저혈당일 경우 피곤하고, 식은땀도 난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과하게 다이어트를 할 경우 나타나는 상황이다.
④ 빈혈 : 빈혈의 원인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철분 부족으로 오는 빈혈이다. 특히 젊은 여성일 경우 생리, 다이어트, 골고루 먹지 않는 식습관 등이 이 질환을 일으킨다. 시니어는 노화로 젊을 때처럼 많이 먹지 못하는데 소식다채(양은 적게 채소는 많이)라는 잘못된 건강상식을 장수의 비결인 양 잘못 알고 있어 빈혈을 일으키키도 한다.
⑤ 다리 움직임증 : 주로 밤에 잠을 잘 때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이거나,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거나, 심한 통증이 발생할 경우 자동적으로 다리를 떠는 질환이다.
⑥ 갑상선기능저하증 : 갑상선은 신체의 목 앞쪽에 있는 방패 모양의 호르몬 생성기관이다.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이 부위의 기능이 저하되면(항진증도 포함) 피곤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진단은 피검사로 간단히 할 수 있다.
⑦ 카페인 중독 :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은 4잔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물론 개인 차이는 있다. 카페인은 정신을 깨우고 에너지 공급도 한다. 그러나 과하게 마시면 몸이 떨리고,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고, 불안함을 야기하고,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카페인 양을 줄일 때는 서서히 줄여야 금단증상을 이겨낼 수 있다.
⑧ 숨어 있는 방광염 : 나이 든 여성들 중 상당수가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볼 때 통증을 포함한 불편함 등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별것 아닌 상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숨어 있는 방광염 환자들이 자주 겪는 일이다. 증세가 악화하면 수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방광염은 소변검사로도 쉽게 진단할 수 있고 항생제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⑨ 당뇨병 : 당뇨병의 첫 증상은 ‘피로’다. 목이 심하게 마르고, 소변 양도 많아지고, 식사 양도 늘고, 체중이 감소하는 듯하면 당뇨병일 가능성이 크다,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이 되고 치료법도 다양하다. 첨언하면, 당뇨병뿐 아니라, 저혈당증도 ‘피곤’이 주 증상이다.
⑩ 다발성 경화증 : 신경을 감싸고 있는 보호 껍질이 자가면역 문제로 공격당해, 뇌와 신체가 연결되지 않고 신경이 파손되는 질환이다. 다리가 저리고 쇠약해져 걷기 힘들고, 목을 구부릴 때 전기에 쏘인 듯한 느낌이 든다. 떨림증, 시력과 대소변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⑪ 심장병 : 심장이 비대해지면서 펌프질이 제대로 안 되는 심울혈증, 부정맥, 관상동맥 질환 등도 ‘피곤’이 첫 증상이거나 동반한다. 최근에는 쉽게 진단, 치료된다.
⑫ 음식 알레르기 :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해도 경험을 통해 피부발진, 호흡곤란, 두통, 피곤 등이 나타나는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알레르기 음식을 피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
⑬ 약품 중독 : 주로 정신과적 질환인 우울, 불안 증세에 쓰는 약물, 피부질환,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항고혈압제 등이다.
⑭ 기타 : 암, 류머티즘 질환, 비만, 암 화학치료 요법, 방사능 치료 등이 피곤을 동반할 수 있다.
‘피곤’은 누구나 겪는다.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간단히 회복되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다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의사의 진료를 꼭 받기를 권한다. 첫째 피곤이 갑자기 올 때. 둘째 간단한 생활 방식의 변화로 피곤이 풀리지 않을 때, 셋째 피곤이 점점 심해지고, 만성이 될 때, 넷째 다른 증상이나 증세를 동반할 때, 다섯째 기절하거나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상황일 때 등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더러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피곤을 친구로 삼아라! 과민함이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의 5가지 피곤함은 반드시 원인이 있으니 의사의 진료가 필수다.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시중에 범람하는 피로해소제를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고의 건강회복제는 잘 먹고, 잘 걷고, 잘 즐기는 것임을 잊지 말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인천‧경기 호스피스전문기관을 지원하는 권역호스피스센터 개설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일 개소식과 현판식을 진행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홍승모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장을 비롯해 김혜경 인천광역시 보건정책과장, 장윤정 중앙호스피스센터장,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 최윤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 등 권역 내 호스피스·완화의료 11개 전문기관 실무 종사자 등 내외빈 8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는 가정의학과 교수인 김대균 센터장을 중심으로 인천시와 경기도 서북부 권역 내 호스피스전문기관을 위한 자문과 의료지원, 교육, 홍보, 연구, 행정지원 등 통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커뮤니티 중심의 생애말기돌봄의 기반을 조성해 고령 사회에 필요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1986년 3월부터 인천지역 최초의 호스피스·완화의료 활동(산재형)을 시작으로 입원형(2013년), 가정형(2016년), 자문형(2017년) 호스피스를 차례로 실시해 왔다.
김대균 센터장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는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호스피스전문기관들이 상호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서지역을 포함한 권역 내 모든 지역 등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