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국의 시니어들은 많이 움직여요. 장거리 운전도 하고, 봉사도 하고, 집도 고치고, 바느질하고, 뜨개질도 해요. 책도 많이 읽고요.” 미국에 이민 와 20년을 현지 사회와 접해온 20대 후반의 딸이 바라보는 미국 시니어들의 모습이다. 이민 1세대로서 삶에 치여 그들과의 교제와 접촉이 그리 많지 않지만, 딸의 시각과 시선을 따라 미국 시니어들의 일상 습관을 들여다보았다.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은 피부가 좋지 않아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지런히 외모를 가꾼다. 손·발톱과 모발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가까운 마트에 갈 때도 옷·가방·구두의 색을 맞추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의 자존감이라 여긴다. 멋지게 차려입고 동네의 작은 박물관이나 아담한 식물원을 삼삼오오 방문한 후 카페에서 한가로이 담소하는 시니어들의 모습 역시 낯설지 않다. 시니어 관람객을 안내하는 제복 차림의 시니어 직원들의 활기찬 표정에도 자부심이 묻어난다.
미국의 시니어들은 대체로 부부가 같이 움직인다. 순한 눈을 한 나이 든 애완견을 사이에 두고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아름답다. 거동이 심히 불편한 늙은 아내나 남편을 똑같이 연로한 배우자들이 조심조심, 느릿느릿 돌보는 모습은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우리처럼 간병인에게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
남자들은 나이 불문하고 집 고치기가 일상화되어 있어 홈디포(대형 건축자재 스토어)를 즐겨 찾고, 차고에 깔끔하게 정리된 연장들은 그들의 재산 목록이다. 또한 백발 여성들은 수예나 뜨개질, 바느질 취미에 열중하여 옷감이나 실을 구입한 후 가게에 상주하는 강사들에게 직접 배워가며 각종 소품을 만든다.
미국 시니어들은 20대 후반부터 노후 대책을 세운다. 은퇴 후에는 사회보장연금이나 경제활동할 때 적립했던 퇴직연금 등으로 살아간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미국 은퇴자 협회에 가입하여 의료 및 각종 보험 안내, 신용카드 사용액 포인트 적립, 여행, 쇼핑 등에서 할인 혜택을 누린다.
한편 봉사는 미국 시니어들의 진정한 힘이다. 이민자 영어학교 봉사자인 70대 초반의 린다는 늘 웃는 얼굴이다. 그녀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건너온 이방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생활의 어려움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녀는 3남매와 남편, 어머니와 사별 후 홀로 된 아버지까지, 대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뒀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일터로 복귀했으나, 기업체의 중견 지위에서 은퇴한 후 빨래방 두세 곳을 운영하는 남편과, 아흔을 훨씬 넘겨 점점 더 완고해지는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그녀의 몫이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지역 봉사단체에 짬짬이 일손을 보태며 바쁘게 살아가는 그녀가 어느 날 자신의 SNS에 가족사진을 올렸다. 성인 자녀들, 귀여운 손주들, 그리고 남편 틈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녀에게서 70대가 아닌 20대의 눈부신 아름다움이 읽혔다.
보람 있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린다와는 대조적인 시니어로 신디가 있다. 미모와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81세의 그녀는 남편과 사별 후 늙은 개와 단 둘이 산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에는 20여 년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와 손·발톱을 매만져야 하기에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 중에도 미용사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미용사 앞에서 여왕처럼 군림하며 매번 처음처럼 미용사 가족 하나하나의 안부를 묻고 나름대로의 충고를 지치지 않고 해댄다. 조울증과 강박 증상을 가진 그녀는 배타적이고 안하무인의 고압적인 자세로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 한다. 외로운 그녀는 점점 더 괴팍해지는 중이다.
나이 들어 가족이 있고, 자신의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시설로 들어가는데, 그곳의 휠체어 노인들은 거의 무표정하고 타인을 경계하며 웃지 않는다. 그나마 유일한 행복감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할 때 잠깐 느낄 뿐.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주변과 따스하고 넉넉한 마음을 나누는 것은 나의 선택이자 나 하기 나름 아닐까.
치매는 노년기를 위협하는 질병이자 노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열 명중 한 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노화 관련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치매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 일본에서 이용하고 있는 세계의 신박한 치매 치료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치매 노인끼리 떠나는 버스 여행부터 해변에서의 소소한 휴가까지
네덜란드 두틴험 시의 한 치매 요양시설에서는 시내 버스를 운행하는 치매 노인과 그 뒤에 탑승해 농담을 주고 받는 치매 노인들을 볼 수 있다. 해변에서 가까운 하를렘 시의 요양시설에 머무는 치매 노인들은 시설 내 해변에서 소소한 휴가를 보낸다. 이 모든 일은 요양시설 안의 ‘시뮬레이션 방’에서 이뤄진다.
시뮬레이션 방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놓고 있다. 평소 외출할 때 탔던 버스에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수가 늘어선 네덜란드의 시골길을 볼 수 있다. 해변을 구현한 방에서는 진짜 모래가 깔려 있고 이따금씩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해변의 열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맛 보는 아이스크림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이 모든 것은 창문 위치에 달린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시골길 영상, 열기를 조성하는 램프 등으로 만들어진다.
네덜란드의 이례적인 치매 치료 방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네덜란드의 64세 이상 인구 320만 명 중 약 8.4%인 27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43년 전까지 그 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고령층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증상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심 끝에 고안해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고, 카페나 버스 정류장, 펍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소를 구현해낸 시뮬레이션 방을 가족이나 시설에서 함께 지내는 노인들과 함께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빛과 향, 마사지, 음향을 이용하는 시뮬레이션 방은 1990년대부터 네덜란드 전역의 의사와 치매 간병인이 개척해 온 방식이다. 침대 위에서 안정을 취하게끔 하거나 약물을 처방하는 정통적인 치매 치료법을 거스른다. 에릭 스헤르데르(Erik Scherder)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신경 심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환자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낮출 수 있다면 생리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네덜란드의 한 치매 환자 담당 간병인은 “이런 형태의 시뮬레이션이 실제로 치매 환자에게 투입되는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낮춘다”고 증언했다.
치매 환자도 자유롭게 지출하게, 시브스타(Sibstar)
영국에는 치매를 앓는 노인이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시브스타(Sibstar)’로, 치매 환자가 스스로 일상 지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보안 카드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한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으로 생겨난 금융서비스다.
시브스타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창업자이자 CEO 제인 시블리(Jayne Sibley)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시브스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Sibstar’에 게재된 인터뷰 동영상에서 그는 “치매 환자인 부모님이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무언가를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치매 환자인 부모님이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부모님이 치매라는 질병에 구애 받지 않고, 스스로 상점이나 카페를 가고, 요가 수업을 등록하는 등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사업을 구상했다.
시브스타는 앱이나 홈페이지로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에게 선불 체크카드를 보내준다. 시브스타 앱으로 체크카드에 연결된 계좌로 돈을 입금해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앱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상점, 현금이나 포인트 방식 등 치매 환자가 주로 카드를 사용하는 장소나 결제 방식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앱으로 카드 사용자인 치매 환자와 가족 또는 법적 대리인이 매일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어 치매 환자가 소비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영국 유일의 치매 환자를 위한 핀테크 기업인 시브스타는 아이디어와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설립돼 영국 알츠하이머학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Alzheimer's Society Accelerator Program)에 선정됐다.
테라피 독·테라피 캣과 함께하는 노인, 애니멀 테라피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치매 노인의 심리 치료에 활용하는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hy)도 있다. 지난달 26일 지지통신은 일본 환경성이 내년부터 지자체가 보호하는 개·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에 제공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니멀 테라피(animal theraphy)를 희망하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테라피 독’과 ‘테라피 캣’으로 노인의 심리치료를 담당한다.
다비드 쿠르토(David Curto) 알츠하이머성 치매 전문 의사는 스페인의 건강보험그룹 ‘사니타스’(Sanitas)의 소식지의 칼럼에서 반려동물을 이용한 요법을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법 7가지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킨다. 또 다비드 쿠르토는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보이는 애정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을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치매 노인의 신체, 인지, 감정, 사회적 부분 등 모든 면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적었다.
국내에서도 전자약이나 디지털 치료제, 추억의 가요 가사가 수록된 음악 퀴즈 책자를 제공하는 등 신박한 치매 치료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도입 단계에 머물고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2060년 치매 유병률이 20%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이 덜 아프고, 더 행복한 사회가 하루 빨리 준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의 손발이 돼 주는 고마운 존재, 간병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시가 간병인들의 노동권익 보호와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간병인 표준근로 계약서’를 개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단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간병인의 역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급속한 고령화,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간병인의 대부분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불안정하고 불공정한 고용관계에 놓여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에 업무내용, 근무일 및 시간, 임금조건 등 기본요건과 다양한 고용형태, 간병인의 업무특성에 맞는 노동조건을 명확하게 담을 예정이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 등 다른 돌봄노동자와 달리, 전담부처가 없고 규모와 고용형태 등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업중개소나 개인 소개로 일자리를 알선 받는 일이 잦은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간병인을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프리랜서 2명 중 1명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고 구두로 합의하는 등 관행에 의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간병 서비스 이외의 과도한 업무 요구를 받는 등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기 쉬워 집중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 의견이다.
서울시는 다음 달 개발을 시작해 12월 공공과 민간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개발된 표준근로계약서는 사업자(이용자)와의 계약관계에 있거나 일정한 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다. 간병인이 종사하는 민간병원이나 간병인 플랫폼업체 등을 중심으로 배포될 전망이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표준근로계약서 개발과 확산을 통해 간병인들의 공정한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상생하는 노동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직업군인이던 40대 후반의 A씨는 태양광사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제대 후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자금 3억 원으로 태양열 보일러 제조업을 시작했으나 2년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지자체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아 보니 아이템 분석 없이 ‘한방’을 꿈꾸며 사업에 뛰어든 것이 패인이었다. A씨는 순간의 아이디어를 믿고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 제품을 설명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다.
A씨 사례는 금융위원회 기업금융나들목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제 창업 실패 사례다. A씨 같은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업종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충분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업종을 선택하는가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주변 사람들의 괜찮을 것 같다는 말에 즉흥적으로 결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자영업자 매출정산 플랫폼 ‘더 체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고 결정하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창업 아이템 선정 기본 원칙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데 왕도는 없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때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다양한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
청년 창업은 실패해도 회복할 시간과 기회가 있다. 하지만 시니어가 사업에 실패하면 생활고를 겪게 된다. 따라서 시니어 예비 창업자라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니어 창업은 비수기가 없고 구매 행위가 계속 발생하는 업종이 적합하다. 편의점이나 종합분식집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만화대여점이나 컴퓨터 게임장 같이 계속 신상품이 공급되는 업종일수록 좋다. 다만 계절성이 강하거나 대기업과 경쟁이 예상되는 업종은 피해야 한다. 혼자 사업장을 운영하기 힘든 노인이라면 종업원을 구하기 쉬운 업종을 선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아이템을 정하기 전에 인허가 등록, 면허 같은 법적 요건도 사전에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창업자 본인이 업종에 관련된 자격이나 기능을 취득해야 하는 업종도 있다. 자격이나 기능을 보유한 종업원을 채용해야 할 때도 있다.
창업 아이템을 정했다면 선택한 아이템의 시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성은 선택한 업종의 입지조건, 시장규모, 경쟁현황 같은 것이 주요한 포인트다. 예컨대 편의점 운영을 계획 중이라면 주변에 편의점은 몇 개 있는지,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를 꼭 따져 봐야 한다.
수익성은 가깝게는 손익분기점 달성 시기와 관련된다. 인테리어 공사비,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고려해 몇 년 안에 흑자를 실현할 수 있는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멀게는 사업을 더 이상 못하게 됐을 때 그동안 지출한 고정비용을 권리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최적 아이템은 적성과 경험을 살리는 아이템
아동가족학을 전공하고 가족상담전문가로 일하던 B씨는 상담사 일을 그만둔 뒤 카페를 차렸다. 카페에서 음료를 제공하고 상담을 예약한 방문객에게는 상담을 해 준다. 전문가의 심리상담소이자 힐링을 위한 카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전문상담사인 B씨는 상담을 받는 이들이 집 주변이나 상담실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상담사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경험을 통해 카페 창업을 결심했다.
미국 창업전문잡지 ‘Inc.’에서 500여 개 창업회사를 선정해 창업 아이템 출처를 조사한 결과 43%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분야에서 아이템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적성과 경험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 최적의 창업 아이템인 셈이다. 창업자의 경험과 지식, 기술이 결합할 때 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유망사업군
다음은 자영업자 매출정산 플랫폼 ‘더 체크’가 선정한 유망사업군이다.
1. 고령화에 따른 유망사업군
ㆍ노인 주거 및 의료 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타운
ㆍ홈 헬스케어 기기 및 서비스 상시 원격 지원 카운슬링
ㆍ시니어 맞춤 여행 레저 서비스
ㆍ지능형 홈 시큐리티 단말 시스템 및 유아에듀테인먼트, 반려동물 전문점
ㆍ베이비시터, 간병인, 가사지원 인력 공급 서비스
ㆍ성형클리닉, 피부관리 클리닉
2. 사회가치 변화에 따른 유망 사업군
ㆍ유비쿼터스 지갑, 웨어러블 컴퓨터, 명함
ㆍ모바일 블로그, 스마트 카드, 디지털 저작권 관리
ㆍ복합 리조트형 테마파크, 개인용 멀티플렉스 영화관, 자가 진단 헬스케어 기기
ㆍ친환경 주택, 대체에너지
ㆍ친환경 자동차, 온실가스 격리, 고정시스템
ㆍ폐가스, 폐전기 재활용 설비, 시스템
실버 케어 플랫폼 ‘케어닥(Caredoc)’이 고객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서 모바일 앱을 리뉴얼했다.
케어닥은 국가기관 평가와 실사용자 후기를 통해 검증된 정보를 기반으로 노인 돌봄 서비스 전문가 및 요양 시설 정보를 중개하는 사용자 맞춤형 플랫폼이다. 전국 요양 시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양 업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 및 건강 상태 등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번 케어닥의 모바일 앱 리뉴얼 주요 내용은 ▲어르신 전문 케어코디 프로필 확인 ▲케어코디 24시간 매칭 서비스다.
케어닥은 정보의 투명성과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케어 코디의 프로필을 공개했다. 해당 프로필에는 성함, 나이, 경력을 비롯해 최근 케어닥 돌봄 이력과 자격증 그리고 실제 이용한 보호자의 후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내부의 교육 수료 과정과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엄격하게 검증한 결과를 바탕으로 총 5단계로 케어 코디를 세분화하고 있다. ▲처음 온 케어코디 ▲적응 중 케어코디 ▲인증한 케어코디 ▲우수한 케어코디 ▲전문적 케어코디로, 보호자가 어르신에 맞는 케어코디를 직접 선택하고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청 시각을 기준으로 4시간 이후부터 돌봄 시작이 가능한 케어코디 24시간 매칭 서비스를 선보였다.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돌봄 신청 보호자와 케어코디의 일정이 맞으면 언제든지 매칭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를 통해서 보호자는 돌봄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는 “기존에 간병인을 연결해 주는 다른 업체는 유선으로 신청을 받고 사람이 직접 연결하는 구조라 24시간 매칭이 힘들었다”며 “케어닥이 처음 시장에 간병비 정찰제를 도입했을 때처럼 이번 시도가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간병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여 가정,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공백 없는 돌봄이 제공될 수 있도록 ‘2021년 사회서비스원 코로나19 긴급돌봄 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원’은 시·도지사가 설립하는 공익법인으로 전국 11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해당 법인은 긴급 돌봄, 안전점검 및 노무·재무 컨설팅 등 민간기관 지원, 종합재가 서비스, 국공립시설 수탁 및 운영 등을 제공한다.
이번 사업은 본인 또는 가족의 확진 등으로 가정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돌봄을 받기 어렵거나, 요양 시설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돌봄 인력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력이 부족하거나, 간병인이 없어서 코로나19 치료병원에 입원이 어려운 고령 확진자 등을 돌보기 위한 요양보호사 등 관련 인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공백이 발생한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을 지원하여 아동·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공백 없는 돌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병원 등에서 의료진이 고령 및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돌봄 걱정 없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사회서비스원 코로나19 긴급돌봄 사업’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구시를 비롯한 일부 시도 사회서비스원에서 가정, 복지시설과 의료기관 등에 긴급돌봄을 제공해 온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긴급하게 돌봄의 손길이 필요해진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은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와 인근 시도 사회서비스원에 신청하면 긴급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박인석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발생한 돌봄 공백과 같이 민간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이 공공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치매를 앓는 환자의 보호자가 겪는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신체와 정신적 건강이 무너지기도 하고 심지어 환자를 돌보느라 사회와 단절되기도 한다. 보호자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결책들을 찾아봤다.
# 16년째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윤지수(48세·가명) 씨의 일상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계속되는 간병이 삶의 전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치매 초기에는 직장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어머니를 돌보면서 경력도 단절되고 외출도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결혼 적령기도 놓쳤다. 결혼 생각은 원래 없었다지만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치매환자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 따른다. 일반 고령자를 돌볼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족 중 한 사람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나머지 가족은 ‘보호자 병’을 앓게 된다.
◇보호시설 이용은 딴 세상 얘기
치매환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치매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수는 2012년 54만755명에서 2017년 72만5000명으로 34%나 늘었다. 나아가 2024년에는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치매환자의 70%가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 간병생활로 고통받는 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보호시설을 이용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환자는 특성상 치료기간이 길고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 요양보호시설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시설은 있는데 일반 서민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한정적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시 노인요양시설은 208개로, 총정원은 1만2671명이다. 이 중 서울형 인증 노인요양시설은 모두 52개로, 정원이 4545명에 불과하다. 공립 노인요양시설도 34개(정원 2877명)에 그친다. 매년 증가하는 치매환자를 수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 보조가 없는 시설의 경우 서민들에게는 이용료가 큰 부담이 된다. 심지어 일부 전문요양시설 중 1억 원에 가까운 보증금과 월 200만~300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 곳도 있다. 물론 정부 시책에 따라 무료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경우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생활비 부담 줄여주는 보험상품
그렇다면, 치매환자 보호자가 겪는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치매환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환자 가족은 연간 200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는데, 치매 정도가 심해질수록 비용은 더 증가한다.
물론 보험상품으로 어느 정도 치료비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정부는 치매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개선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비용 부담에서 온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보장하는 치매간병보험은 환자의 치료비와 간병비 등 금전적인 문제와 정신적 고통을 덜어준다.
과거에 출시된 상품은 중증 치매만을 보장했지만, 최근에는 경증 치매 진단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돼 보장 범위가 확대됐다. 다만 이런 보험상품은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에 미리 가입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도 관련 상품에 가입하는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단절 해소 돕는 지자체
또 다른 문제는 치매환자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한 사람이 늘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자는 친구, 이웃 등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고, 사회적 활동도 어려워진다. 보호자의 건강도 문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보호자의 66%가 요통, 심장질환, 고혈압, 관절염, 소화기질환 등의 신체적 질환을 한 가지 이상 앓고 있다.
하지만 간병인을 고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일반 간병비는 월 28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보험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령과 병력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월 1만~3만 원 수준의 보험료로 간병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문제는 물론 사회적 단절 문제까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 지역별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들은 치매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돌봄교육을 진행하고 삶의 질, 사회적 교류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치매환자 돌봄 지원공간인 가족카페도 상시 운영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도움은 경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중증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증 치매환자의 부양가족도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과 함께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노인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인생을 마치고 싶다고 응답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살던 곳, 익숙한 곳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병원에 드나들면서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4인실 병실엔 70~90세 노인들이 입원해 있었는데 대부분 간병인이 없으면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환자들이었다. 간호통합병동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중증 환자라 통합 간호를 받을 수 없어 1인 간병이 필요한 분들이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관리를 잘 받으셨다. 수시로 열을 재고 혈압과 맥박, 대소변 양을 체크했다. 열이 37℃로 오르면 얼음주머니를, 38℃가 넘으면 해열제를 주사했다. 그런데 이가 들떠 씹기가 어렵다 하니 잘게 다진 음식이 나왔다. 그저 불편하다는 하소연이었는데 말이다. 병원에선 환자의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진 않는다. 하지만 불안 두려움 같은 속내를 들어주거나 이해해주는 시스템은 없다. 환자들은 더 나아질 일 없는 목숨을 그냥 그렇게 이어갈 뿐이다.
어느 날 병원의 낮이 소란스러웠다. 어르신 한 분이 집으로 가겠다고 자식을 찾고 소리를 질렀다. 스스로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해 콧줄로 영양분을 공급받고 간병인 손에 대소변 처리를 맡기면서도 발버둥을 쳤다. 병원은, 안전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침대에 묶었다. 병실 사람들은 다들 그 환자의 괴팍한 성정을 탓했다. 밤이 되자 환자 몸에 달아놓은 기계에서 비상음이 울렸다.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분주해졌고 얼마 후 조심스럽게 침대를 옮기는 소리가 났다. 환자는 처치실로 옮겨갔을 것이다. 임종실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 이 병원에서는 처치실이 곧 임종실이었다. 아버지도 생사를 넘나들던 날, 처치실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당직의는 오늘 밤이 고비라고 말했는데 기적적으로 그날 밤을 넘겼다.
드라마를 보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사람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놓고 그동안 잘못한 일들의 용서를 구하고, “사랑한다”는 작별인사와 함께 삶을 마무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병원에서 목격한 건 달랐다. 마지막까지 병과 싸우다가 육체를 다 소진한 후 무기력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집으로 가고 싶다고 울부짖던 환자는 자식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침대에 묶여 있다가 처치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하려면 마지막이 잘 마무리돼야 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누구나 품위를 잃지 않고 존엄하게 죽기를 바랄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기가 눈감고 싶은 곳에서 맞이하는 죽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존엄함은 병원에선 불가능해 보인다.
‘어디서 삶의 마무리를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날이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나이 든 부모의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 주변에 많다. 치매나 뇌졸중, 암 등의 병을 앓게 되면 예전처럼 집에서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란 비관적인 말들을 한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셔보니 이런 말이 왜 나왔을까? 알 것 같다.
아버지는 폐암4기 진단을 받았지만, 통증 제어가 잘 되고 간병인 케어도 만족스러워 병원에서 안정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암이라는 몹쓸 병에 걸렸지만 이 정도만 지속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생각과는 달리 병원에서는, 더는 해줄 게 없으니 퇴원을 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열이 수시로 오르내리고, 콧줄을 끼고 산소 공급도 해야 하고, 통증도 잡아야 하니 자신이 없었다. 결국 요양병원으로 결론을 내리고, 아버지가 원하면 명절에 잠깐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요양병원 입원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시설이나 평판이 좋은 곳은 대기자가 많았고,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시설이나 의료진이 성에 안 찼다. 입원을 거절한 병원도 여럿 있었다. 발품을 팔고 눈으로 확인하면 좋은 병원을 고를 수 있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환자가 병원을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병원이 환자를 골랐다. 입원한 대학병원에선 퇴원을 종용하고, 마땅한 요양병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암 환자인 아버지는 결국 재활 전문 요양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제한 됐다. 전화로 간신히 안부를 주고받았다.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아버지가 불안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입원 이틀 만에 의식이 흐려지고 말이 어눌해졌다. 간병인은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빨대 컵과 기저귀를 챙겨오라고 했다.
부랴부랴 찾아간 아버지의 새로운 집, 5인실 병실은 비좁았다. 간병인까지 10개의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몹시 답답해 보였다. 바로 옆 침대의 환자가 기침할 때마다 커튼이 흔들렸다. 게다가 대부분 장기입원 환자들이어서 간병인들 살림살이가 병실에 가득했다. 여기서 아버지의 존엄한 삶이 가능할까? 의문이 생겼다.
점심이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아버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침나절만 해도 걸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는데 잠에서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인사도 못 하고 돌아왔다. 불안한 마음에 저녁에 다시 병실에 들른 동생은, ‘왜 나 모르게 기저귀를 채웠냐’고, 아버지가 간병인에게 언성을 높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 아버지를 돕던 간병인을 요양병원까지 모시고 왔다.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했다.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어했던 건 화장실이었다. 대소변을 끝까지 스스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간병인은 밤에 화장실 가는 대신 기저귀를 채웠다. 요양병원에선 다 그렇게 한다고, 자존심을 기저귀로 막아버렸다. 아버지는 기저귀를 찬 채 종일 잠을 잤다.
통증 관리만 잘하면 요양병원에서 잘 계실 줄 알았는데 그건 우리의 바람이었고 현실은 전혀 달랐다. 아버지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어렵게 입원한 요양병원이었지만 일주일만에 서둘러 퇴원을 결정했다.
요양병원에서 나와 다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한 아버지는 예전 상태를 회복했다. 식사도 잘 하고 화장실도 걸어서 가고 일기도 쓰면서 온전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까지 돌아왔다. 요양병원에 계속 있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그 후로 한참동안 아버지는 요양병원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저었다. 요양병원에서 일주일은 아버지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89세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병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병원 내 전문간호인력이 환자의 식사보조 같은 기본 관리부터 치료에 필요한 전문적인 간호까지 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호자가 환자를 간병할 수 없는 경우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써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데 통합병동은 그 문제를 해소해 준다. 아버지의 투병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안절부절못하였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질병의 종류나 중증도 등 별도의 제한이 없다고 했는데 현실은 좀 달랐다. 혼자 화장실을 가기 어렵거나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는 환자는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거동이 가능했고 혼자 앉아 식사했지만, 화장실에 갈 때 누군가 거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개인적인 돌봄서비스는 곤란하다고 통합병동 입원이 거절됐다.
아버지는 4인실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간병인을 구하는 일이었다. 간호사실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하니 1시간이 채 안 돼 간병인이 찾아왔다. 간병인은 식사보조와 화장실 수발은 물론 면도와 머리 감기 등 일상생활을 도왔다.
아버지는 가끔 ‘너희들이 올 때만 잘한다’라고 투정인지 고자질인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는 것 같아 간병인을 바꿔드리겠다고 하면 ‘그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통증을 잡아줄 약과, 지금 자기 곁에 있는 간병인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는 끝까지 스스로 화장실을 드나들려고 노력했다. 70살이 넘은 간병인은 아버지를 능숙하게 다뤘다
아버지를 보고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보다 간병인에게 더 깊이 인사를 했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내 부모를 위해 쪽잠을 자고 밥상을 치워주고 잠옷을 갈아입혀 주는 사람이다. 주말이면 하루는 병원에서 잤다. 좁은 침상에 누워보니 그 수고로움이 고마웠다.
그런데도 1일 10만 원 하는 간병비는 부담스러웠다. 자식 중 아버지를 전담할 사람도 없었고,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돌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간병비를 감수해야 했지만, 병원비를 빼고도 한 달에 300만 원, 석 달이면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눈덩이 같은 간병비가 걱정거리였다.
암 진단을 받고 중증 환자로 등록하면 산정 특례 대상으로 분류돼 진료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실제로 20일 동안 입원하고 병원에 낸 돈은 52만 원이 전부였다. 정부가 상당 부분의 의료비를 지원했지만, 개인의 부담이 해소된 건 아니었다. 그 기간 간병비로 200만 원을 지출했다.
아버지는 집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안정적인 병원생활을 위해 간병인이 그대로 따라가 1인 간병을 계속하기로 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간병비를 더 요구하기도 한다는데 말기 암 환자인 아버지는 오늘보다 내일이 나빠질 일이 불 보듯 뻔 했다. 간병비를 정산하며 든 생각은 ‘간병이 문제다’였다. 자식들은 ‘암보험보단 간병보험이 필요해’를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9 의료서비스경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이용자(84,5%)가 개인 간병인을 고용한 경우(60.2%)보다 만족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확대를 통해 간호, 간병이 필요한 모든 국민들이 불편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병상 설치 속도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진행된 정책이, 서비스가 절실한 중증환자보다 경증 환자 위주로 운영되는 현실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엔 대찬성이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어선 안된다. 나이든 부모가 병원에 입원하니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