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고령자의 여가 시간은 동영상 시청(88.3%)이 책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계청의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여가 활용 만족도는 4.3%p 증가했고, 불만족도는 5.6%p 감소했다. 동영상을 주로 시청하던 이들이 비대면 시대를 맞아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만족도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비대면 명절을 지내게 됐다 해도 아쉬워 하지 말자. 연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프로그램을 모아봤다.
향수를 불러일으킬 TV 프로그램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 ‘40년 만의 비행’
KBS2, 1월 21일(토) 오후 9시 20분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록 음악에 한 획을 그었던 전설의 록 밴드 ‘송골매’가 40년 만에 날아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날 공연에 총 5000여 명의 팬들이 송골매와 함께 가슴속 청춘의 뜨거움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송골매의 아이콘이자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배철수와 구창모를 40년 만에 함께 안방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간 송골매와 인연을 맺었던 배우 이선균과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 수호,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보컬 장기하와의 합동 무대 역시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휴 풍성하게 해줄 유튜브 채널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기 꺼려지거나 비용이 부담될 때 이용하면 좋은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집에서도 풍성한 명절을 즐기게 해줄 것이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국립합창단 유튜브
국립합창단은 비대면 명절 연휴에 랜선으로 즐길 수 있는 ‘국립합창단 언택트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연휴에 게재된 약 90분 분량의 여러 콘서트 영상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기획 및 외부 초청 무대들을 한 곡 단위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콘서트 클립’,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공연 실황을 다시 볼 수 있다.
찌뿌둥한 몸을 풀고 싶다면, 국립현대무용단 공식 유튜브
따뜻한 방 안에서 현대무용을 보고, 느끼고, 직접 즐기고 싶다면 국립현대무용단 공식 유튜브를 방문해보자. ‘현대무용가와 함께하는 온라인 홈트레이닝’은 현역 무용수나 예술감독이 유연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동작을 소개하는 콘텐츠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따라 하다 보면 맛보기 현대무용을 체험할 수 있다. 전문 무용수들의 현대무용 무대 영상을 눈으로 감상하며 대리만족하는 것도 방법이다.
색다른 명절 분위기 내고 싶다면, ‘공진단’ 감상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지난해 비대면 시기에도 예술가의 공연 무대가 사라지지 않게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명절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온통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현대미술·건축·미술사·문학 등과 접목한 영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된 ‘동화음악회’ 등 전통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 시니어도서관인 경기도 고양시 가원시니어도서관에서 시니어 그림책 특강 ‘시니어, 그림책으로 꽃 피어나다’을 개최한다.
강의는 오는 2월 9일(목)과 3월 9일(목)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가원시니어도서관에서 개최된다. 백화현 작가와 그가 활동하고 있는 ‘어른책연구모임’ 소속 회원들이 강의에 나선다.
백화현 작가는 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출판 브랜드 ‘백화만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도란도란 책모임’, ‘시니어 그림책 운동’ 등을 통해 시민을 대상으로 독서 운동을 활발히 펼쳐온 바 있다. 백 작가가 소속된 어른책연구모임은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찾아 읽고 함께 공부하며, 이를 토대로 서평을 작성하는 모임으로, 서평을 모아 엮은 책 ‘어른 그림책 여행’으로 ‘어른’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월 9일에 열릴 첫 번째 강의는 ‘시니어, 그림책을 만나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어린이의 전유물로 치부하기 쉬운 그림책에 대해 시니어에게 그림책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림책모임 사례를 소개한다.
3월 9일에 열릴 두 번째 강의에서는 ‘시니어, 그림책에 매료되다’를 주제로 시니어 그림책을 다룬다. 국내 최초 시니어 그림책 출판 브랜드 ‘백화만발’의 기획자인 백화현 작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후 시니어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그림책 읽는 법과 그림책에 대한 감상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수강을 희망할 경우 가원시니어도서관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강의 정원은 서른 명 내외로, 참가 신청은 선착순으로 진행돼 인원이 다 찰 경우 조기마감 될 수 있다.
가원시니어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조성된 민간 도서관이다.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노년층이 책을 통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독서 프로그램 및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만 55세 이상 어르신 및 보호자가 회원 가입 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매주 주말과 법정공휴일에 휴관한다.
우리 사회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동업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다. ‘관계를 끝장내고 싶으면 그와 동업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동업은 단순히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투자부터 노무 관계까지 다양한 사정으로 얽히기 때문이다. 서영열, 권순희 부부는 주변의 걱정을 딛고 연 매출 50억 원을 달성하며 ‘장사의 달인’이 됐다. 부부야말로 최고의 동업 파트너라 말하는 그들을 만나 가족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영열, 권순희 부부는 32년간 협업해온 ‘장사의 베테랑’이다. 경기도 수원시 근교의 논밭 터에서 ‘기와집’과 ‘초가집’을 운영했다. 현재 낙지를 판매하는 초가집은 친척에게 넘기고, 기와집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기와집의 대표 메뉴는 장어구이다. 두툼한 두께에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양념장은 구기자, 계피, 오미자, 감초 등의 한약재를 포함한 23가지 재료를 넣어 만든다. 장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탕으로 즐길 수 있으며, 전복구이와 잔치국수도 마련돼 있다. 이 집의 요리는 모두 연잎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기와집장어는 수원에서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하루 최고 매출은 6700만 원. 코로나19의 습격에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예비 창업자, 다른 지역의 자영업자, 유명 프랜차이즈 CEO 등 다양한 사람이 찾아와 부부에게 비법을 묻곤 한다. 폐쇄적 경영, 다양성 부재, 실패에 대한 부담 증가 등 가족 창업의 여러 위험을 뒤로하고 어떻게 부부 동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Q. 황제식당, 행운정육점, 육일축산, 초가집과 기와집장어 순으로 업을 이어오셨습니다. 안정적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경사진 비탈길, 테이블 서너 개 놓고 시작한 설렁탕집부터 2층짜리 장어집까지 철저한 계획과 연구, 그리고 노력이 있었죠.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아무래도 든든한 파트너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예요.
Q. 가까운 관계일수록, 특히 가족끼리는 동업하지 말라는 말도 있어요.
물론 한 공간에 하루 종일 같이 있다 보면 부딪치는 일이 많고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요. 가족이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서로 예의와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대화도 많이 해야 하죠. 우리는 시시콜콜한 것 하나까지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메뉴판의 글씨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까? 대문에 붙일 문구는 흐르는 느낌의 글씨체로 쓸까?’라면서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예요. 더 나아가 대화를 통해 서로의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사업에 접목시켰어요. 남편은 추진력이 엄청난 사람이라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내고 말죠. 그럴 때마다 아내인 제가 중간중간 빠진 부분은 없는지, 이 방향이 맞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요.
Q. 의견이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남이면 그럴 수 있지’ 하며 넘어갈 일도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까운 관계에서 말을 쉽게 내뱉다 보면 갈등이 심화될 수 있어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둘 중 하나가 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각자의 색깔이 너무 뚜렷하면 융화될 수 없죠. 그리고 일을 할 때 문제가 생기면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지, 부부 사이에 있었던 일까지 들먹이면 안 돼요. 그런 면에서 우리 부부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죠. 집안일은 집에 가서 생각하자!
Q. 안팎으로 모든 일을 함께하다 보면 가족일지라도 서로에 대한 피로가 쌓이지 않을까요. 부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요식업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터라 많은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일일이 맞춰줘야 하죠. 하루 종일 감정 노동을 하다 보면 정작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는 소홀하기 쉬워요. 별것 아닌 일에 섭섭해질 때도 있고요. 그래도 고생한 덕에 우리 생활이 안정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스려요. 바쁘지만 함께 ‘식당 투어’를 명목으로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개업한 식당에 찾아가 보고, 유명한 가게에서 배워올 건 없는지 살펴봐요.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시간 날 때마다 다니고 있어요.
Q. 가족끼리 동업을 할 때 꼭 지켜야 할 철칙이 있을까요?
서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영역을 넘나들지 않아야 합니다. 한식구다 보니 책임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서로의 업무를 미리 숙지하되 담당자를 정해두고,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의 말을 따르는 편이 좋습니다. 가게도 엄연한 직장이에요. ‘내가 안 하면 아내가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각자의 휴무일도 미리 정해두고 움직이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Q. 창업 준비는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
저성장시대에는 섣불리 창업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많은 돈을 벌 욕심에 준비되지 않은 채 직장을 그만둔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죠. 여생을 함께할 ‘내 가게’를 여는 것이 목표라면, 우선 다니는 직장에서 일하며 최대한 자본을 벌어두는 것이 유리해요. 혹은 우리 부부처럼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고 아내가 먼저 사업을 시작해본 뒤, 어느 정도 안정됐을 때 함께 일하는 방식도 괜찮아요.
Q. 창업을 앞둔 중장년이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요?
중장년은 청년에 비해 가진 자본이 꽤 될 거예요.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아요. 장사를 쉽게 생각하면 안 돼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다 안 되면 식당이나 하지 뭐”라고 내뱉는 분도 있어요.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각종 세금 등을 감당하면서 이익을 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 유명 프랜차이즈 CEO가 “규모만 클 뿐 늘 인건비 때문에 허덕이고 있어 실속이 없습니다. 혹시 제가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배우러 왔습니다”라며 도움을 청한 적이 있어요. 규모가 크고 자본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처음에는 가족끼리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창업을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연 매출 50억 부부의 ‘밥장사’ 노하우
1. 올인은 금물, 항상 앞뒤를 재야 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시작할 때 성공한다는 전제로 가진 자본을 쏟아부어요.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를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치킨집을 차렸는데 하루아침에 조류독감이 퍼질지, 고깃집을 차렸는데 구제역이 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부부 중 한 사람의 은퇴가 몇 년 남았다면 돈을 최대한 벌고, 나머지 한 사람이 먼저 시작해보면서 자리를 잡는 편이 좋아요. 섣불리 둘 다 하던 일을 내던지고 모험을 하다 갖고 있던 것도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2.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
“각자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아이템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음식도 유행이나 계절을 타죠. 경기가 어려울 땐 자극적인 음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일 땐 한식이나 발효음식으로 고객들의 선호도가 바뀌어요. ‘요즘 이 아이템이 대세래’라며 성급하게 창업하면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10년 이상 한자리에서 성업 중인 식당들의 주 메뉴를 분석해보고, 공통적인 키워드를 뽑아보는 것도 참고가 되겠네요.”
3. 핵심은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다
“자영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면 원하는 아이템을 잘 활용하고 있는 가게에 가서 일을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리 부부는 같은 메뉴로 대박 난 식당에 출퇴근하면서 몸으로 배웠어요. 그 가게만의 흐름을 이해하고, 보완할 점을 연구하다 보면 내 가게를 열 때 도움이 되지요. 이론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장사의 민낯을 보려면 현장에서 부딪히며 익히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돈도 벌고 기술도 터득하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4. 동선만 잘 짜도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식당이든 다른 자영업이든 매출 대비 수익을 판가름하는 것은 의외로 손님 수가 아니라 인건비입니다. 장사가 잘돼도 임대료와 식재료비,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들 해요. 그럴 땐 가게 내부의 동선을 가장 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동선만 잘 짜도 한 사람분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요. 우선 기와집과 초가집에는 문턱이 없습니다. 문지방 하나, 계단 한 칸이 일의 효율을 꽤나 좌우해요. 또 손님을 더 받기 위해 테이블을 더 두는 경우가 있는데요. 통로가 좁아져 서빙하기 힘들고, 손님들은 불편해합니다. 주방도 마찬가지예요. 조리 시설을 갖추기 전에 동선을 짜고, 움직여보며 연습해봐야 합니다. 주방 일을 맡는 사람이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라서 냉장고나 세척기의 위치도 달라지겠죠.”
5. 손님이 손님을 부른다
“장사의 목적은 다른 고객을 확보해주는 고객을 만드는 것이란 말이 있어요. 음식 장사는 입소문이 절반이죠. 한 번 방문한 손님이 두 번째 방문할 때 다른 일행과 함께 오고, 그 일행이 또 다른 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문어발식 마케팅이 잘 먹히는 업종입니다. 어떤 상황이든 손님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 손님은 스스로 최고의 영업사원이 돼줘요. 우리는 ‘미소를 짓지 않으려면 장사를 하지 마라’는 중국 속담을 매일 떠올리곤 합니다.”
경기도 안산이냐, 서울 마포냐, 단원 김홍도의 고향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지만 고증이 없어 미지수다. 그런데 단원이 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할 만한 단서가 있다. 안산은 18세기 조선 예원(藝苑)의 총수였던 표암 강세황이 30여 년을 머문 고장이다. 표암의 시문집 ‘표암유고’에 단원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가령 ‘단원은 젖니를 갈 때부터 나의 집을 드나들었다’고 했다. 일찍이 맺어진 표암과 단원의 사제 인연은 길게 이어졌다. 단원을 ‘금세(今世)의 신필(神筆)’이라 일컬은 이도 표암이었다. 정황이 이러니 안산 사람들은 뿌듯하다. 안산의 풍토와 풍정이 표암의 가르침과 함께 단원을 거목으로 길러냈다고 보기에. 안산시가 김홍도미술관을 만든 연유가 완연하다.
김홍도미술관은 안산시 외곽 노적봉 기슭에 있다. 야산 치맛자락을 거머쥔 형국이다. 노적봉 산책과 미술 관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입지다. 건물은 모두 네 동. 현대미술전이 펼쳐지는 1•2관, 단원콘텐츠관인 3관, 그리고 아동들을 위한 상상미술공장으로 구성했다. 너른 뜰엔 조각 작품도 많다. 전체적으로 독특할 것 없는 구색이지만 미술 작품으로 얼마든지 활갯짓할 수 있는 공간이라 훤칠하다. 뒷산의 수목들은 제법 울창해 조연으로 손색없다. 산기(山氣)를 싣고 스쳐가는 청명한 바람과, 연달아 착륙하는 햇살의 대열도 도회를 벗어난 관람객에겐 반가운 작품이다. 미술관 입구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단원콘텐츠관으로 들어간다. 이렇다 할 꾸밈과 치레 없이 간결한 전시관이다. 김홍도미술관의 핵심 공간이다. 단원의 광활한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기획한 콘텐츠 전시가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년 김홍도, 노적봉에서 세상을 담다’전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 때 안산에 있었던 단원이라는 이름의 숲과 서호(西湖) 바다를 모티브로 한 전람회로, 단원이 어린 시절을 보낸 안산의 옛 풍경을 상상해보게 하는 전시회다. 어물 장수나 고기잡이 풍속을 그린 단원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단원이 교유한 표암, 심사정, 최북의 작품도 있다. 단원의 예술 정신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낸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도 등장해 볼거리를 확대했다. 안산의 고지도를 전시한 건 관객을 과거의 안산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일 테다.
흥미롭기론 ‘균와아집도’(筠窩雅集圖)다. 아집도? 아집은 아회(雅會)와 같은 말로 묵객들이 모여 시와 술을 나누며 노니는 야유회다. 그걸 그린 게 아집도다. 즉 ‘균와’라는 산골짝에 화가 여럿이 모여 소풍을 즐기는 광경을 그린 게 ‘균와아집도’다. 때는 1763년 4월. 봇물처럼 터진 춘색이 영롱해 어지러웠으리라. 봄꽃 필 때 묵객은 유난한 ‘심쿵’으로 설렌다. 산야에서 작당해 꽃과 더불어 한잔 아니 마실 수 없다. 모인 이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그림 상단 오른편에 쓰인 발문에 다 나온다. 보자. ‘거문고를 타는 사람은 표암 강세황이다. 그 곁엔 어린 김덕형이 있다. 담뱃대를 물고 앉은 이는 현재 심사정이다. 차건을 쓰고 바둑을 두는 이는 호생관 최북이며, 퉁소를 부는 사람은 단원 김홍도다.’
등장인물 모두 안산과 연이 깊었더란다. 다들 일세를 풍미한 거장이다. ‘균와아집도’는 조선 후기 묵객들의 놀이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단원이 퉁소를 불고, 강세황이 거문고를 탔으니 고급스러운 피크닉이다. 일행이 한자리에 모여 그린 합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이채로워 우뚝하다. 학자이자 서화가인 허필이 쓴 발문의 귀띔에 따르면 그림의 전체 구도를 잡은 건 표암이다. 능란한 필치로 휘늘어진 솔과 옹골찬 바위를 그려 담황색을 입힌 건 심사정과 최북이다. 당시 19세였던 단원은 가는 붓을 날렵한 속필로 휘저어 인물들을 묘사했다. 10대 청년이던 단원이 대가들과 어울려 붓을 적셨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단원의 예술적 기량이 일찍부터 수승한 것이었음을 알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전시장에 나온 작품 전부가 영인본이라는 점이다. 애초 단원의 진본 작품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으나 빗나갔다. 단원의 현존하는 그림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파악하기 어려운 개인 소장 작품을 빼더라도 300점이 넘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이 다수를 소장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신선의 무리를 그린 ‘군선도 병풍’(群仙圖 屛風, 국보 제139호)을 소장했다. 안산시도 7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김홍도미술관이 2년마다 펼치는 진본 기획전을 통해 공개된다. 2021년엔 ‘표암과 단원’전을 열어 진본들을 전시했다. 진본 가운데 ‘공원춘효도’는 조선 후기 과거시험장의 풍속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료(史料)로 평가된다.
신기루처럼 미묘한 매화를 그려
단원 김홍도는 조선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이름을 들날린 화가다. 그의 돛을 밀어준 건 표암이었다. 인생의 눈을 트이게 하고 예술의 길을 열어준 이가 표암이었다. 단원을 궁중 화가로 천거한 이도 표암인데 단원은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표암이 괜한 선심을 베풀었으랴. 그는 일찌감치 단원의 됨됨이와 천재성을 발견했다. 단원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용을 보았다. 표암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글을 써 단원을 극찬했다.
‘단원의 화풍은 새로워 개벽을 이룰 정도다. 그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신기하다고 저마다 부르짖었다. 그림을 구하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단원이 잠을 자고 밥을 먹을 겨를이 없을 지경이다.’
나는 모자라 단원에 대해 아는 게 드물다. 그럼에도 김홍도미술관을 관람하며 그의 아우라가 허공에 감도는 것 같은 환(幻)을 느낀다. 전시작이 많지 않아 단원이 항해한 예술의 바다에 풍덩 빠졌다 나온 기분을 맛보긴 어렵다. 다만 단원의 옷깃에 살랑대는 실바람 한 오라기를 움켜쥔 느낌이다. 생각나는 건 언젠가 화첩에서 본 단원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가 불러일으킨 쓸쓸한 정취다.
주상관매라, 배 위에서 매화를 보다! 단원은 매화 마니아였다. 매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었다. 매화를 가슴에 담았으니 생애엔 매향이 난분분? 단원은 부끄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주상관매도’의 매화는 어이 아득한 허공에 떠 우련한가. 백일몽처럼, 신기루처럼 미묘한 매화를 그렸다. 천길 벼랑에 걸린 매화 위로는 하늘이 있고 아래엔 강물이 있지만, 뿌연 안개처럼 경계 없이 흐릿하게 그려 천하가 아득하다. 강기슭에 멈춘 조각배에 비스듬히 앉아 매화를 지켜보고 있는 노인의 모습엔 우수가 실려 있다. 초연하다기보다 쓸쓸한 기색이 여실하다. 노경이란 외로워 매화마저 무상감을 돋운다는 걸까? 이 그림은 단원의 노년기 작품이다. 이상을 좇는 열정보다 허무의 성분이 커진 시절에 그렸다.
말년의 단원은 곤궁했다. 정조가 붕어하면서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됐다. 가세가 기울어 고달프게 살았다. 단원의 종신(終身)은 미스터리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을 마쳤는지 전해오는 게 없다. 작품이야 불멸! 그가 그림 안에 가둔 자연과 인간사의 총량은 장강(長江)과 맞먹는다.
대중 요구에 부응하는 기획전으로 전진
정미영 김홍도미술관 문화예술교육사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와 입체파 창시자 피카소. 둘은 사제지간이었다. 마티스는 일찍이 피카소의 천재성을 읽어 지지와 조언을 했고, 피카소는 마티스를 평생 따랐다. 표암 강세황과 단원 김홍도. 이 조선의 커플 역시 사제지간으로, 예술적 동지로, 지음(知音)으로 평생 교유했다. 정미영 김홍도미술관 문화예술교육사의 얘기는 이렇다.
“복 중의 복은 인연 복이라 하는데, 단원이 표암 강세황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최고의 스승을 만났으니까.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단원은 흔히 표암에게 먼저 보여줬고, 표암은 강평을 해주었다.”
단원이 표암으로부터 화풍의 영향도 받았나?
“단원이 그 누군가에게 화풍상의 영향을 받았다는 흔적은 없는 걸로 알려졌다. 표암은 정신적 스승으로서 단원을 북돋았던 셈이다. 단원은 천재였다. 게다가 못 말릴 노력파였다. 부단한 노력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던 거다.”
단원은 풍속화가로 알려졌다. 그의 풍속화에 나타난 사회의식도 호감을 산다.
“안산시가 소장한 단원의 진본 7점 중 하나인 ‘공원춘효도’에도 사회의식이 드러난다. 과거제도에 만연한 부정행위를 풍자한 그림이니까. 단원의 풍속화는 30대 초반에 이미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단원의 작품 스펙트럼은 훨씬 드넓다.”
표암과 더불어 정조 임금 역시 막강한 스폰서 역할을 함으로써 단원의 순항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단원이 표암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이 됐다고 보더라. 그런데 단원의 출중한 재능을 알아본 정조가 대단한 후원을 했다. ‘그림에 관한 일은 모두 단원이 주장하도록 하라’고 할 정도였다. 궁중 화가로서 단원은 일종의 공공그림을 그렸으나 퇴근 뒤엔 자기 그림을 그렸다. 단원의 집 문간엔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었다고 한다.”
단원의 성향을 알 만한 일화가 있다면?
“풍류에도 일가견 있는 단원이었다. 특히 매화 사랑이 지극했다. 언젠가 한번은 단원의 그림을 원하는 이가 찾아와 작품값으로 3000전을 내놓고 갔다. 단원은 그중 2000전으로 매화를 사고, 800전으로는 술을 사 친구들과 매화를 즐기며 대작했다. ‘매화음’(梅花飮)이라는 이름의 술자리였다. 결국 남은 돈은 200전뿐이었는데, 이걸로 쌀과 장작을 사 집에 들였으나 하루 땟거리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중인(中人, 양반과 평민의 중간 계급) 출신인 단원의 신분 상승 욕구도 정진의 발판이었던 것 같은데.
“선비가 되고 싶은 마음, 선비정신의 정상에 선 삶을 갈망하며 끝없이 노력했다. 말년에 그린 ‘포의풍류도’에 이와 같은 지향이 드러난다. 문방사우와 악기 등 갖가지 기물과 선비의 모습 등을 그린 작품이다.”
‘포의풍류도’에는 이런 화제를 붙였다. ‘종이로 만든 창과 흙벽으로 된 집에 살지만, 평생토록 벼슬하지 않고 시가나 읊조리며 살고자 한다.’ 단원의 유토피아가 구현된 그림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말년은 고단했다.
“정조가 별세하면서 단원의 고난이 시작됐다. 아들의 월사금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으니까. 그러나 선비다운 태도는 끝까지 지니고 살았다. 이게 단원의 빛나는 정신이지 않을까?”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마켓발견’.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유럽의 빈티지 숍을 방문한 듯한 착각을 안긴다. 빈티지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매장 안에 빼곡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상품들은 사실 누군가가 기부한 리사이클 제품이다. 새로운 주인에게 다시 쓰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리사이클(재활용품) 스토어는 ‘마켓발견’의 일부에 해당한다. 마켓발견은 물건과 사람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주는 새로운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향점은 업사이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 여기서 업사이클이란 리사이클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은 친환경 용어다. 그러나 마켓발견은 비단 환경만을 생각하는 곳은 아니다. 물건과 사람의 가치를 발견해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꾼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잃은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다. 마켓발견은 사람도 물건처럼 업사이클이 가능하고, 다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에서 실현된 꿈
누구나 마음속에 꿈 하나씩은 품고 있다. 워킹맘 조소연 대표에게는 오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바로 덴마크 시민학교에 가는 것. 마음은 언제든 덴마크에 갈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어린 두 딸을 두고 해외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교육을 전공해 육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소연 대표에게 육아에서 벗어나는 황금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인 둘째 딸이 1년간 외국에 나가게 된 것. 조소연 대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7년간 잘 다니던 회사에 바로 사표를 내고 덴마크로 떠났다.
“덴마크 시민학교에서는 사람들이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라고 꿈에 관해 물어봐요. 제 꿈은 제가 추천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죠. 제 꿈에 대해 한 천 번쯤 말한 것 같아요. 전에는 너무 방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과 말하다 보니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덴마크에서 돌아온 후 약 7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조소연 대표는 2018년 마켓발견을 창업했다. 평소 재활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리사이클 스토어를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와 함께 조소연 대표는 ‘점프업5060’에 참여했으며, 마켓발견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저는 원래부터 서울시50플러스센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꿈꾸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점프업5060’을 하면서 컨설팅도 받고 배워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좋은 분들을 만나서 서로 협력한 점도 좋았고요.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추천합니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성장하면서 마켓발견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마켓발견에서는 업사이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부터 강사 양성 과정까지 다양하다. 업사이클 디자인 전문가 자격증 발급 클래스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간 대여도 가능해 문화 커뮤니티 활동도 할 수 있다.
“리사이클 매장을 운영하면서 판매 안 된 물건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업사이클 원데이 클래스를 하게 됐죠. 주방용품으로 조명 만들기부터 시작해 매월 한 번씩 원데이 클래스를 하다 보니 어느덧 300개가 넘더라고요. 그러면서 강사 양성 교육도 하게 됐고, 강사 파견도 하게 된 거죠.”
다시, 시작
마켓발견은 사람도 업사이클되는 공간이다. 조소연 대표는 “물건이 리사이클되고 업사이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 또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켓발견에서 취향에 맞는 클래스를 발견해 지속하다 보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나아가 업사이클 강사, 제품 판매자, 디자이너, 제품 제작자가 될 기회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하면서 변화해가는 것. 그것이 마켓발견에서 말하는 리사이클, 업사이클이에요. 그러니까 마켓발견은 엄청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활용해서 자신의 우울감을 해결해가는 곳이죠. 저희는 리사이클, 업사이클 회사가 아니에요. 리사이클, 업사이클은 저희 마켓발견 속의 ‘생활’입니다. 마켓발견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죠.”
조소연 대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당시에 마켓발견은 성장세에 있었다. 마켓발견의 주 수입원은 매장인데 숍인숍(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매장)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클래스도 다양해지던 시점이었다.
이제 빛을 보는가 싶었던 시기에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조소연 대표는 무기력해졌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힘들어서 폐업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마켓발견과 함께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지막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공모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 폐업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어요. 저희 직원들은 물론이고, 마켓발견을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거죠. 무엇보다 마켓발견을 통해 자기 삶을 찾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습니다.”
조소연 대표는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났다. 지난 11월 마켓발견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사했다. 3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자리 잡은 마켓발견은 건물 전체의 공간기획을 맡았다. ‘점프업5060’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였고, 공간의 감성이 업그레이드됐다. 조소연 대표는 새로운 공간에서 꿈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동안은 여러 가지 지역사업, 좋은 일, 비즈니스를 섞어서 운영해왔어요. 이사를 하면서 그 부분을 정돈해가고 있습니다. 마켓발견의 미션은 업사이클링을 매개로 신뢰 가능한 상품, 서비스를 가치 있게 제공하는 것이에요. 전에는 제 꿈이 말도 안 되는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은 도시재생 지역이다. 그 일환으로 지역에서는 돌봄 경제 조직을 육성하고자 도배기능사 자격 취득 교육을 지원한다. 지역 공동체 및 돌봄 서비스를 통해 도시재생을 정착·지속시켜나갈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다.
이보숙(53) 씨는 동네에서 우연히 도배기능사 교육 공고를 접하고 지원했다. 공예 강사이자 협동조합 일원인 그는 “도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봉사활동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증권회사를 오래 다녔는데요. 제2의 인생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뒀어요. 바느질을 워낙 좋아해서 공예 일이 적성에 맞다고 느꼈어요. 2018년부터는 공예 강사 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죠. 공예가 너무 좋기 때문에 도배를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2의 활동 영역으로 보는 거죠.”
이보숙 씨는 3개월간 수업을 듣고, 9월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교육을 같이 들은 동기 10여 명이 합격했는데,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보숙 씨는 “교육받을 때 다들 정말 열심히 하더라.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연습하는 사람도 많았고, 집에서 연습한 사람도 있었다”면서 “60대 이상인 분들도 꽤 계셨다. 우리 지역에 노후화된 주택이 많아, 도배를 배워두면 나중에라도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보숙 씨도 도배기능사는 현장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실기시험 때와 연습할 때의 시트지가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현장은 또 다를 거라고 예상했다. 많이 부딪히고 경험해보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현장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저는 자격증 취득 후 도시재생에 뜻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갔어요. 노인정 실습이나 물품 후원 전달을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거기서 도배 연습을 할 것 같아요. 기존에 공예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접목하고 싶어요.”
50대인 이보숙 씨는 “키도 작고, 나이를 먹으면서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면서 실기시험이 힘에 부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체력이 좋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도배기능사를 추천해주고 싶단다. 실기시험에서는 혼자 모든 과정을 소화하지만, 현장에서는 몇 명이 조를 이뤄서 함께 작업하기 때문이다.
이보숙 씨는 “도배에서도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체력이 떨어져서 부착은 잘 못해도 도배지 재단은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작업할 때 재단을 맡으면 된다”면서 “여성들도 얼마든지 도배 일을 본업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겁내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뭐든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금전적인 목표만 채우려고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뒷전으로 물러나잖아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내려놓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것을 찾았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육군에서 30년간 복무한 뒤 중령으로 전역한 김준한(63)이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신 귀농한 데엔 그럴 만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건강을 회복하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신념이 그의 푯대였던 것. 인간만큼 다양한 재능을 지닌 생명체가 드물다. 그러나 육신의 구슬픈 비명 앞에선? 비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자구책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김준한은 귀농을 치유 방편으로 삼았다. 농사에 쏟는 정당한 근로와 산골의 자연환경에 잠재한 갖가지 치료제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보았다. 그가 내심 비상 사이렌을 켜고 찾아든 귀농지는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산골. 올해로 귀농 12년 차다.
김준한의 거처는 거듭 휘어지는 농로의 끝, 살짝 외진 산기슭에 있다. 머리카락 보일라 장독 뒤에 숨듯이, 야트막한 야산의 품에 폭신하게 안긴 터전이다. 다소 은밀하면서 매우 아늑하다. 이른바 명당이란다. 그는 지관을 대동하고 예천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이곳을 찾아냈다. 처음엔 경기도 양평 지역에서 터를 물색했다. 그러나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지. 그래 고향인 예천에서 정착지를 찾았으며, 용케도 이곳을 발견하고 환호작약했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좋은 터와 인연이 되다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는 사람의 기운을 돋우는 땅이 따로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곳에 살면서 건강을 완연하게 되살렸다. 다시 말해 그에게 풍수는 아리송한 신비주의가 아니다.
여하튼 대뜸 편안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푸른 소나무 즐비한 야산이 두 팔을 벌려 집과 마당을 포옹하고 있으니 산이 보호자 역할을 하는 형국이다. 자연과 교류하며 은연중에 받을 수 있는 ‘인생 레슨’도 많을 환경이다. 이렇게 썩 이상적인 곳에서 김준한은 고독한 ‘나 홀로 귀농’의 막을 올렸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숙식하며 고추, 감자, 옥수수, 고구마, 메밀 등을 심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자두 농사로 전환했다. 사전 준비는 충실했다. 전역 3년 전부터 귀농이라는 거사를 위해 차근차근 대비했다. 중도에 퇴장하는 불상사만큼은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귀농을 하면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전통공예건축학교에 등록했다. 2년간 대목장 신응수 선생의 강의와 실습에 참여해 집짓기의 기본을 배웠다. 전역 직전에 ‘제대 군인을 위한 귀농 교육’도 받았다. 이곳에 내려와서는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농업 교육을 받았다. 귀농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초심자가 믿을 만한 매우 유력한 기회라 본다. 수년간 열성껏 교육을 받자 마인드 자체가 달라지더라.”
자신감이 붙던가?
“자신감은 물론 성격마저 바뀌는 걸 경험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쪽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안도했다.”
흔히들 재배 작목 선정에 귀농 성패의 관건이 달려 있다고 본다. 자두를 주 작목으로 정한 이유가 있겠지?
“처음엔 채소류를 소소하게 길렀으나 포기하고 자두 농사 하나에 집중했다. 집 앞의 밭 450평을 자두 과수원으로 꾸린 게 출발점이었다. 애초 블루베리 농사를 구상했었다. 그런데 예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류했다. 가격변동이 심해 안전하지 않은 작목이라는 얘기였지. 그러면서 권장한 게 자두였다. 이건 예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라서 유리한 요소가 많다는 설명에 이끌려 자두 농사에 뛰어들었다.”
귀농 이후 10여 년째 자두 농사만 하고 있다. 좋은 선택이었나? 아무리 작목 선정을 잘하더라도 이상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게 농사인데.
“주변을 보면 귀농에 실패하고 역귀농을 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 원인 중에 가장 큰 건 영농 실패이며, 이는 주로 작목 선택의 오류에서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난 매우 좋은 선택을 한 셈이다. 자두의 전망이 좋아 농장을 2300여 평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혼자 능히 운영할 만한 이상적인 규모라 생각한다.”
소득은 어느 정도 올리나?
“연매출 평균이 3500만 원 내지 4000만 원이다. 이 중 순소득은 70% 정도다. 물론 날씨에 따른 기복은 있다. 어느 해엔 너무 이르게 내린 서리 피해로 매출 제로를 경험하기도 했다. 자두나무 하나에 온전히 남아난 자두가 겨우 두어 개에 불과했다. 난 흙의 진리를, 땀 흘린 만큼 대가가 돌아올 거라는 진실을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자두 농사는 여느 작물에 비해 장점이 많아, 심지어 고행에 가깝다는 귀농 생활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
스트레스 사라지자 건강도 좋아져
김준한의 귀농 이력은 어언 12년 차. 10년이 지나고서도 수렁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는 귀농인들이 숱하지만 그의 자두 농사는 일찌감치 궤도에 올라섰다. 온갖 교육을 섭렵하면서 얻은 식견, 날이면 날마다 농장으로 달려가는 근면성, 그리고 자두나무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머리와 감성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대단한 매출은 아니지만 혼자 생활하기엔 섭섭할 게 없는 수입이라, 이쯤이면 자리가 잡힌 거라고 그는 자족한다. 무엇보다 귀농 목적을 이미 완수했다는 점이 그는 기쁘다. 농업 수익보다 건강 회복을 목표로 한 귀농이었는데 서서히 건강이 좋아지더라는 게 아닌가.
마음은 물론 몸이 아플 때 삶이 비로소 소중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아픔이, 고통이 지름길로 데려다준다는 소식이 고래(古來)로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쏟아진다. 불굴의 의지로 병든 몸을 추슬러 농사는 물론 건강까지 부양한 김준한의 행장은 고통을 차라리 견인차로 삼아 빛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묘미를 웅변한다. 그는 중증 당뇨병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어라, 농사에 병약한 육신을 투입하자 바뀌었다.
“오죽 암담했으면 아내의 격렬한 반대를 외면하고 달아나듯이 홀로 귀농을 했겠는가. 당수치가 600까지 올라가면서 시력이 나빠져 실명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도수 높은 안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서서히 당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안경을 벗었다. 당뇨병은 물론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건강 상태가 현저하게 좋아졌다.”
귀농의 무엇이 치유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나?
“내 병은 군대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누적에서 온 것이었다. 지시가 주어지면 임무 기간 안에 종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매우 컸다. 이건 고질적인 것이었으나,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조용한 산골로 귀농하면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됐다. 깨끗이 벗어났다. 과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소규모 농사라서 즐거운 기분으로 일했던 점도 몸을 정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좋은 공기와 물, 산야에 흔한 약초와 나물들을 섭취한 것도 득이 된 것 같다.”
일취월장일까? 이젠 예천 관내에서 알아주는 농가로 부상했다지?
“자두 농사에 관한 한 달인 소리를 들을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견학을 오는 농부들도 많다. 자두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 시설인 ‘Y자 다주지 방식’을 공부하러 오는 이들이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Y자 다주지 방식’은 Y자 파이프 프레임에 자두 가지들을 가지런히 펼쳐 재배하는 기술로, 자두 생산량이 최대 5배에 달하는 등 이점이 많다. 그는 이미 안전한 수준에 올라선 탄력으로 머잖아 매출이 더욱 늘 거라 예측한다. 귀농 이후 드센 파도를 겪는 일 없이 행진해왔으며, 향후 탕탕 질주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상황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과욕을 경계한다.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스스로 분수를 가늠해 매사 소박하고 조화로운 삶을 꾸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게 귀농의 목적 중 한 가지이기도 했다. 그리 살자고 집도 자그맣게 지었다. 흙과 나무로 지은 15평짜리 한옥이다.
“자금 사정도 고려했지만 소탈하게 사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간소하게 지었다. 내가 도연명을 좋아한다. 그의 ‘귀거래사’를 보면 소박한 생활 정경이 나오더라. 작은 초가를 짓고, 작은 텃밭을 만들고, 뜰엔 복숭아와 자두나무를 심어 자족하는 옛사람의 모습에서 감흥을 느꼈다. 감히 위인을 흉내 낼 수야 없지만, 나 역시 소소한 것에서 만족을 누리는 삶을 맛보고 싶었다.”
손수 집을 지었다지? 한옥 건축엔 까다로운 공정이 많은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았는데.
“미장이나 조적 등 난해한 부분은 기술자를 불러 썼다. 하지만 설계 초안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직접 처리했다. 원목 껍질을 벗기고 대패질을 해 서까래 164개를 손수 만드는 식으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업자에게 맡기면 두 달 안짝에 완공하겠지만 난 2년 반 만에 완료했다. 실로 고달팠다. 그런데 집을 완성하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일이?
“아내가 비로소 나의 귀농에 동의를 표했다. 애초 귀농의 ‘귀’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사람인데 집 지은 걸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이지. 내가 귀농한 후 이곳에 아예 오질 않았던 아내였으나, ‘이젠 주말마다 내려오겠다!’고 하더라고.(웃음) 비로소 어둡고 추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그의 아내는 안양시에서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한다. 남편의 도발적인 귀농에 오만정이 떨어졌었나? 빗장을 건 마음을 풀어놓기까지 긴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애당초 한결 매력적인 설득과 회유로 부인과 동행하는 귀농을 할 수는 없었을까? 인생의 가을에 부부가 유유상종하며 흘러가는 모습처럼 진실한 드라마가 드문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병을 안은 채 농사와 집짓기를 함께 했던 초기 2, 3년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내가 자청한 지옥이다. 그런데 아내가 건져준 게 아닌가. 머잖아 아내는 퇴직한다. 이후엔 이곳에 내려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아진 나이다. 귀농 12년 세월을 낭비라 느낀 적은 없었나?
“시간을 아껴 쓰며 살았다. 덕분에 건강을 되살렸고, 아내의 인정을 받았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겠나? 이 정도에 만족한다. 더도 덜도 필요 없다는 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인생을 통째 긍정하는 짧은 언설이 바윗장처럼 묵직하다.
김준한이 주는 귀농 Tip
•귀농으로 낭만적인 전원생활이 가능할 거라는 환상을 버리자. 이상향의 크기를 줄이라는 얘기다.
•기술집약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작물을 찾아내자. 그러자면 갖가지 귀농 교육을 충실히 받아 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귀농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기 자본 투자에 무리하지 말자. 길게 보고 서서히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스컴이 떠드는 귀농 성공 사례를 그대로 믿지 마라.
•혼자 하는 과수 농사의 경우 2000평 규모가 적당하다.
•농업 장비들은 가급적 임대해 사용하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잦은 음주는 금물이다. 무질서와 방황의 첩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미술관은 매력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자유롭게 개방된 화랑유원지 내부에 위치해 우선 접근이 용이하다. 자작나무 군락 등으로 조경한 공원과 호수가 있어 전원의 맛을 풍기기도 한다. 웅장한 건축물 안팎에 구현한 디테일도 볼거리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옹골진 게 많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난항을 겪었다. ‘마스크프리 세상’이 머잖은 요즘은 상황이 밝아졌다. 강민지 큐레이터에 따르면, 최근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그동안 어떻게 살았나 싶게, 흔히들 해방감을 느끼며 사적 활동을 늘리는 추세와 함께 미술관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애호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술관이 있는 화랑유원지엔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과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실로 많다. 하지만 정작 미술관에 입장하는 사람은 적다. 미술관 안과 밖의 온도차가 여실하다. 숙고할 대목이다.”
대중은 문턱 낮고, 즐겁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미술관을 원하는데.
“더 친근하고 더 재미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시회의 품질 향상은 물론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얼마 전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미술관 앞마당에서 버스킹을 펼쳤다. 휴게 공간 강화도 필수다. 이제 미술관은 복합 휴식 공간으로 가야 한다.”
당신은 젊은 큐레이터다. 요즘 청년층이 미술관을 향유하는 경향은 어떻다고 보나?
“작품 감상보다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와 역사를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도 많다. 예술에 호기심을 가진 이도 많다. 이들을 만족시킬 문화공간이 지방 곳곳에 산재하는 현상도 고무적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징후가 읽힌다.”
전시실을 주로 2층에 배치했다. 반면 너른 1층 공간엔 작은 전시실 하나뿐이라 다소 썰렁하다.
“간척지에 조성한 미술관이라 습기를 면밀하게 고려해야 했다. 전시 작품이 높은 습도에 훼손될 우려가 있어 주 전시장들을 2층으로 올린 것이다. 수장고를 지하층이 아닌 1층에 마련한 이유 역시 습기를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약간 허전한 느낌을 주는 건 맞다. 그래서 1층 로비 바닥에 전시 작품을 깔기도 한다.”
기획전 기간을 길게 잡았더라. 가령 현재 진행 중인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의 전시 기간은 자그마치 1년이나 된다. 안일한 방식은 아닐까?
“한두 달 전시를 하고 작품을 철거하는 방식엔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있다. 단기간 전시에 따른 폐기물 발생, 인력 낭비, 비용 등에 문제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가급적 최대한 소모를 아끼자, 미술관끼리 소장품을 공유하자,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게 요즘 미술관들의 고민이며, 전시 기간 확대는 그 실천 대안의 하나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꽃’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재미있는 직업이다. 전시회 소개 글을 통해 나름의 생각과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다. 글을 쓰다가도 중단하고 벽에 못을 박으러 달려가야 하는 식으로.(웃음)”
요새 큐레이터가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냐고 묻자, 독일 작가 팀 아이텔을 꼽는다.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그의 등 돌린 인물 그림이 야기하는 울림이 깊어서라고.
새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녹색 공원이 있고, 호수가 있고, 산책로가 있다. 안산시 외곽 개활지에 있는 화랑유원지다. 시월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산책 삼아 한가하게 거니는 이들이 많다. 이름은 유원지지만 왁자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안락하다. 경기도미술관은 화랑유원지 안에 있다. 자리 한번 기차게 잘 잡았다. 풍경과 산책과 미술품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관이라니.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입지이기도 하다.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가운데 몇몇은 미술관 관람의 목적을 호주머니에 담았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술관 보기를 소가 닭 보듯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소란스러운 세상을 생동감 넘치는 감성으로 수용하는 눈을 얻을 수 있는 게 미술관이다. 하지만 따분하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으로 외면한다. 미술관 운영자들은 이런 현실이 야속하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오나가나 골똘히 고민하는 문제가 그렇다.
얼마 전에 종료됐지만, 경기도미술관을 찾아간 날엔 ‘미술관의 입구: 생태통로’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는 고민의 한 결과물이다. 미술관의 진입장벽을 낮춰 관람객을 불러들일 방법을 모색해 꾸린 기획전이니까. 유원지를 가로지르는 통행로이기도 한 미술관 야외 길에 설치작품 다수를 전시했다. 하나같이 쉽고 재미있었다. 미술은 어렵다는 통념이 오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미술이 지닌 위계와 경계를 철거해 관람객들을 포용하고자 했다. 사람들에게 한결 친절하고 살갑게 다가가고자 하는 미술관 측의 선한 의도가 완연해 인상적이었다. 환경 악화로 고립된 동물들의 활로로 쓰이는 ‘생태통로’처럼, 외부 전시물 전체가 공감과 소통의 가교로 기능하고 있었다.
경기도미술관은 2006년 경기도가 설립했다. 운영은 경기문화재단이 맡았다. 공립미술관답게 건물 규모부터 크고 훤칠하다. 안산시에 사는 미술 애호가들은 언제든 찾아가 무료로 손쉽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 형성에 반색했겠다. 나는 경기도미술관에 관한 작은 기억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 미술관은 세월호 침몰 때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한결 절절한 애도 분위기에 이끌린 건 그래서였을까. 세월호 2주기인 2016년 4월, 경기도미술관 측은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사월의 동행’ 전을 열었다.
당시 정치권에선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 문제 등을 놓고 두꺼비씨름을 하고 있었다. 사립미술관도 아닌 공립미술관이 앞장서서 추모 전람회를 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학계에서는 추모시가, 음악계에서는 추모곡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미술계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던 때였다. 따라서 경기도미술관의 추념 미술전이 야기한 반향이 작지 않았다. 햐! 미술관이 진정 아름다운 레퀴엠을 헌정했구나! ‘사월의 동행’ 전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눈앞에 있는 현상과 형상을 넘어 무한으로 달려가는 게 예술이다. 그러나 현실의 거대한 아픔과 슬픔에 무디다면? 눈치를 보고 공기만 살핀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정치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사월의 동행’전은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전람회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작가들은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세상에 만연한 모순과 고통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졌던 셈이다.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해
미술관 건물 입구로 다가가자 최정화의 설치작품 ‘꽃꽂이’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플라스틱으로 꽃들과 열매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이다. 원색의 붉은 인조 꽃떨기가 밤에 쓴 성급한 연애편지처럼 격정적이라 강렬하다. 최정화는 한국에서 요즘 가장 바쁜 화가다. 자칭 ‘설치작품으로 설치는 사람’이다. 그는 플라스틱 폐품 등 ‘눈부시게 하찮은 것들’을 모아 이를테면 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외적 형상을 조형한다. 플라톤식으로 말하면 ‘저급한 모방’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메시지를 지체 없이 수신한다. 최정화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정말 그럴까? 플라스틱도 제2의 자연 아닐까?” 그는 아까 얘기한 세월호 추념 전시회에선 10m 높이의 대형 설치작품 ‘검은 꽃’을 선보였다. 공기주입기로 작품에 공기를 넣어 꽃잎이 피었다 졌다 반복하게 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활을 기원했다.
먼 과거에 경기도미술관 일대는 바다였다. 이후 바닷물을 밀어낸 간척지였다. 지금도 호수가 있지만 원래 물이 머문 자리였던 것. 이와 같은 역사성과 장소성에 착안해 물 공간을 디자인 요소의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건축 설계를 했다. 미술관의 남쪽과 동쪽 면에 사각의 대형 수조를 만들어 물을 채움으로써 저만치에 있는 호수 경관과 연계성을 갖도록 했다. 나아가 건물을 통째 물 위에 뜬 배로 간주하고 심벌을 입혔다. 거대한 철골 프레임에 유리판을 끼워 돛대 형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건물은 예술을 싣고 삶의 대양을 항해하는 중?
국내 미술관 가운데 거의 최초로 시도된 자동 개폐식 천창(天窓) 시스템도 비범하다. 전시실에 자연광을 뿌리기 위한 채광 장치다.
설계자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다. 일찍이 30대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을 설계해 세계 건축계에 표나게 데뷔한 인물이다. 국내에도 이미 이름난 사람이다. 경기도미술관 건물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건축에 자연 요소를 적극 융합한다. 세련된 기술로 추상적인 건축 언어를 발신한다.
지하 공간으로 건축을 끌어들인 데다 ‘빛의 계곡’까지 구현한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는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에 착공한 지하 건물 ‘영동대교 광역복합환승센터’도 페로의 작품인데, 태양광을 흡수해 반사하는 초대형 라이트 빔을 쏴 지하 깊은 곳까지 자연광을 배급하는 시스템이라니 흥미롭다.
전시 공간은 2층에 있다. 방문 당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욕망을 무한 소비하는 풍속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회다. 경기도미술관의 컬렉션 중에 ‘감각적인 작품’ 22점을 골라 선보이는 ‘소장품으로 움직이기’전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재미있기론 지구 곳곳에 이름을 알린 강익중의 대형 벽화 ‘오만의 창, 미래의 벽’이다. 미술관 1, 2층 벽면 한쪽을 통째 점유한 가로 72m, 세로 10m 크기의 대형 벽화다. 전국의 어린이 5만 명이 3×3인치짜리 나무판에 그린 그림 5만 점을 모둠으로 엮은 대작이다. 강익중은 뉴욕에서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습작을 했다. 퇴근길 지하철이 유일한 작업실이었으며, 지하철에서의 짧은 이동시간 중에 그림을 한 점씩 그렸다. 그렇게 해서 강익중표 ‘3×3인치 미니 캔버스 작품’이 나오게 됐다. 그는 5만 어린이들의 작은 그림들이 모여 뿜는 웅장한 에너지에 심취했나? 동어 반복적인 벽화 작업을 연달아 해왔다. 작은 그림들이, 작은 꿈들이 모여 삼라만상과 우주를 이루는 장관을 보라! 강익중의 메시지가 그렇다. 그는 백남준이 제자로 인정한 유일한 화가다. 명성과 감흥은 겉돌지 않는다.
분당자생한방병원이 경로의 달을 노인 척추∙관절 건강관리를 위해 한방 의료봉사에 나섰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이번 한방 의료봉사는 지난 13일 노인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근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생활이 어려워진 노인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고자 마련된 자리다. 박무진 분당자생한방병원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진 및 임직원들은 진료소를 찾은 노인들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에 따른 침치료를 진행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는 노인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실제로 심해지는 시기다. 낮은 온도에 척추∙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무리가 오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떨어질 경우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날 봉사에서는 건강 상담 및 침 치료와 더불어 환자 체질에 맞는 한약도 처방됐다. 분당자생한방병원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 한약과 함께 기력 회복을 위한 보약과 한방파스도 제공했다. 치료 이후 노인들의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한방 치료를 받은 환자 김옥자씨(76)는 “쌍화탕 가격도 곧 오른다는 시기에 직접 한의사 선생님이 찾아와 침도 놔주시고 보약까지 챙겨주시니 마치 오늘이 내 생일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경훈 분당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이달은 노인복지법에서 정한 경로의 달인 만큼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며 위안을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어르신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이어질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봉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 개원한 분당자생한방병원은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한 침∙약침치료, 한약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를 통해 허리∙목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등 시민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또한 의료사업 수익을 정기적인 한방 의료봉사를 비롯한 독거노인 혹서기 물품지원, 독립유공자 후손 의료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