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자가 근무하는 연지동 주변에 창덕궁이 있다. 점심식사 후 가끔 산책을 하기도 하는데, 궁(宮)을 죽 걸어 들어가노라면, 규장각(奎章閣)과 그 앞의 부용지(芙蓉池)라는 연못을 만난다. 이 연못 남쪽에는 열십자 모양으로 생긴 부용정(芙蓉亭)이라고 하는, 아름답고도 독특한 형태의 정자가 눈길을 끈다.
부용정은 궁궐지에 따르면 조선 숙종 33년(1707)에 이곳에 택수재(澤水齋)를 지었는데, 정조 때에 이를 고쳐 짓고 이름을 ‘부용정(芙蓉亭)’이라 바꾸었다고 한다. 즉, 정조임금께서 지금과 같은 톡특한 형태로 건물을 개축(改築)하였다는 말인데, 총명하기로는 조선 역대 임금 중 손꼽히는 그가 왜 이와 같은 독특한 형태의 건물을 지었을까? 여하튼, 정조임금께서는 이 건물을 짓고 난 뒤에, 꽤나 이를 사랑하셨던 것 같다. 과거에 급제한 이들에게 여기서 주연을 베풀고 축하해 주기도 했으며, 신하들과 어울려 꽃을 즐기고 시를 읊기도 하였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 나오니 말이다.
한문에는 ‘전고(典故)’라는 것이 있다. ‘용전(用典)’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의 유명한 사건이나 문장 등을 짧은 성어(成語)에 담아내어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부용정도 또한 건축물로서 표현한 하나의 전고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일단, 이 건물의 생김새를 보면 열십자형으로 되어 있다. 즉, 위에서 조감(鳥瞰)하면 ‘아(亞)’란 글자의 형태가 된다. 그러면, 이 ‘아(亞)’란 글자로 무엇을 나타내려 하는가? 유교의 세계에서 ‘아(亞)’란 곧 ‘아성(亞聖)’, 즉 ‘맹자(孟子)’에 대한 존칭으로 쓰인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조선은 유교를 이상향으로 삼은 국가였다. 유교(儒敎)의 세계에서 ‘성인(聖人)’이란 단어는 오직 한 분, 즉 공자(孔子)에게만 붙일 수 있는 단어였으니, ‘아성(亞聖)’ 즉 ‘성인(聖人)에 준하는 사람’이란 단어는 공자 다음으로 존경받는 맹자(孟子)에 대한 존칭이었던 것이다.
그다음, 이 건물을 보면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 있는데, 정자(亭子)의 받침대 중 두 개가 연못 속에 들어가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마치 두 발을 물속에 담그고 있는 형국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淸斯濯纓(청사탁영)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濁斯濯足矣(탁사탁족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 것이니,
自取之也(자취지야)
모두 다 자기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
즉, 백성들이 물에 발을 씻는가, 갓끈을 씻는가는 물이 흐린가 맑은가에 달려 있듯이, 나라가 잘되는가 잘못되는가 또한 임금인 나 자신, 또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신들, 그대들에게 달려 있다는 자경(自警)의 의미가 곧 이 아름다운 정자(亭子)속에 녹아 있는 ‘전고(典故)’의 의미라 하겠다. 정조께서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을 불러 여기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하니, 여기에 불려온 사람들은 정조임금의 깊은 뜻을 알아차리는 순간 엄숙한 가운데 한 번 더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해에는 이 아름답고도 의미가 깊은 부용정(芙蓉亭)을 한번 돌아보자.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하태형(河泰亨)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박사
보아스 투자자문 대표이사
수원대 금융공학대
학원장 등 역임
현재 현대경제연구원장
너희가 청춘을 아느냐?
요즘 한국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배낭여행에 도전하는 TV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이 인기를 모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나 또한 지난 2월 중학교 동창생 7명이 나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뜻하지 않게 첫 ‘도쿄번개’(이태문 객원기자는 현재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의 행복을 맛본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고등학교 동창생 4명이 어려운 시간을 만들어 도쿄를 찾아와 2박3일간 구석구석을 함께 누비며 추억 만들기에 성공했다.
평소 차를 타고 다니던 친구들은 내가 짜 놓은 코스를 열심히 걷느라 지치고 힘들어하면서도 다들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 그냥 떠나면 됐는데 왜 그리 망설이고 힘들었는지”라며 한결같이 여행이 주는 색다른 재미에 새롭게 눈을 뜬 것 같았다.
곧잘 인생은 연극, 혹은 여행에 비유되는데 리허설 없는 본 공연인 인생은 일상의 연속이면서도 종착점을 향해 떠나는 기나긴 여행인 셈이다.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내 자신이 분간하지 못한 채 함께 웃고 울고 떠들다가 공항까지 배웅한 뒤 돌아설 때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는 ‘논어’의 첫머리 학이편(學而篇)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 하지 않음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친구들의 방문을 통해 공자의 가르침을 새삼 되새겼는데, 특히 청춘(靑春)이 무엇인지, 여행(旅行)은 무엇이고, 삶(人生)은 뭘까 다시금 생각해 봤다.
되돌아보는 느림의 미학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자식을 키우다 보니 어느새 ‘기성세대’로 불리게 된 요즘, 그때 ‘청춘’의 한 복판에서 비판했던 부모님과 지금의 나 뭐가 다를까 곰곰이 따져 보니 아직 철없는 ‘철부지’ 아저씨가 거울 앞에 서 있다.
대학 수업에서 곧잘 ‘호기심을 잃은 사람은 청춘을 포기하는 것이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 앞서 주위에 끊임없는 관심으로 ‘알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라”고 전하는데, 맥없는 젊은이 이른바 ‘애 늙은이’가 늘어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또 익히는’ 정신이 바로 늘 푸른 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50대라고 하는데, 추수가 끝난 텅 빈 들판과 낙엽 진 앙상한 가지를 떠올리지 말고 풍성한 결실과 값진 수확만을 생각하자.
무한긍정의 힘이야말로 청춘의 밑거름일텐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첫 50대이기에 설레고, 다시 오지 못할 ‘청춘’이니 더욱 알차게 보내고 아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조용필 형님의 노래처럼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도시의 소음 수많은 사람 빌딩 숲속을 벗어나’ 보자. 그 길에서 알몸의 자신과 만날 것이며,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며, ‘우물 안 개구리’의 얼굴을 처음으로 볼 것이다. 단 뛰지 말고 걷자. 쉴새없이 듣고 만지고 맛보는 거다.
직립보행의 인간이 주마간산(走馬看山)의 시대를 거쳐 자동차, 고속철도, 비행기의 속도전 속에 일상을 소비하고 있는데, 그런 현대인들이 여행이랍시고 무서운 스피드로 관광지를 돌며 수천 장의 추억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컴퓨터로 복사한다.
이전 아놀로그 시절에는 한 장씩 앨범에 넣으며 그때 그곳의 향기까지 되새김질했지만, 대량 생산 및 대량 복사의 디지털 시대에는 하드디스크가 인간의 수고로운 ‘감수성’까지 저장해 버렸다.
걸으면 자세히 보인다. 아니 꼼꼼하게 보게 되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뛰면 풍경도 뛰고, 달리면 세상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다. 다 털고 인간의 오감까지 모두 열어 놓은 채 떠나는 여행의 묘미, 물결마다 향기가 다르고 바람결마다 색깔이 있다는 걸 느껴보자.
내 속에 잠들어 있던 ‘감수성’이 기지개를 켜고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여행은 결국 내 ‘감수성’과 세상의 만남인 셈이다.
실버에게도 필요한 눈높이
지난 10월 23일은 결혼기념일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프랑스를 시작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도는 여행에 나섰다. 출발 전날까지 허둥지둥 쫓겼던 성적 처리를 유럽미술사 책을 다 섭렵하지 못한 좋은 핑계거리로 삼고서 떠난 첫 유럽여행은 한 마디로 ‘청산별곡’이었다.
유토피아는 이상으로 그리는 가장 완벽하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하는데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도 갖고 있다. 유럽 도시를 돌며 그곳의 자연과 유적들을 직접 보면서 놀란 것은 고대와 중세의 흔적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 속에 숨쉬는 고대와 중세라는 점이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理想)사회가 아니라 공존하는 청산(靑山), 그렇기에 다가갈 수 있고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은 200년이 훨씬 넘은 아파트라고 밝힌 로마 가이드의 말처럼 실제로 이상 사회를 구현시키고자 1000 여년 전에 세운 건물 속에 현대인이 살고 있으며, 가장 이상적인 황금비율의 조각상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가 아니라 지금도 건재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을 비롯해 루브르박물관, 로댕갤러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크고 작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눈높이’의 즐거움도 함께 느꼈다. 미리 유명 작품을 체크해 잰걸음으로 달려 기념사진을 담은 뒤 다음 작품을 찾아 서둘러 자리를 뜨는 분주한 동양인들 틈에서 손주의 손을 잡고서 차근차근 그림을 함께 맛보는 여유가 참으로 부러웠다.
정작 ‘눈높이’ 교육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닐까 뼈저리게 느꼈다. 까놓고 말해 난 세계사에 자신이 없는데다가 중세미술은 문외한(門外漢)이다. 가이드의 설명이 어쩌면 그렇게 쏘옥쏙 귀에 들어오던지 저게 바로 명강의구나 싶어 고개가 숙여졌다. 그 눈높이 덕분에 그림들이 내게 말을 걸었고, 조각들이 움직여서 내게로 다가왔다.
또 한 가지, 파리, 인터라켄, 루체른, 밀라노, 베네치아, 로마 등을 돌며 내 눈에 들어온 거리이다. 여행의 ‘여(旅)’자는 한자옥편에서 ‘깃발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라가는 군사’라고 뜻풀이하고 있다. 그런 탓일까? 유독 동양인 관광객들은 깃발 아래 뭉치고 좋아하고, 줄줄이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정해진 코스를 예정된 시간대로 성실하게 돈다.
그런 이방인(異邦人)인 나는 쏟아지는 햇살 아래 노천 카페에서 몇 시간째 커피와 맥주를 즐기며 소일(消日)하는 유럽의 거리에서 ‘거리’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들의 ‘일상’이 나에게는 ‘비일상’이며, 그들과 같은 여유는 아예 처음부터 부재했던 사치였는지 모른다.
일상의 쉼으로 떠난 여행이지만 결국 우리는 ‘비일상의 탈출’속에서 다시 일상을 짜맞추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으면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짐 없는 ‘가벼움’의 여행을 꿈꿔 본다.
힐링은 몰라도 ‘나그네’
소풍 전날 밤잠을 설친 사람은 마약 같은 ‘설렘’을 알지 싶다. 운동회 가장행렬에서 맛본 ‘낯선 쾌감’도 중독성이 강하다. 여행 역시 떠나기까지가 귀찮아서 그렇지 한번 맛보면 인이 박이는 법.
속된 말로 ‘힐링’이다 ‘웰빙’이네 떠들지만, 또 언제부턴가 맨토라는 말도 불쑥 튀어나와 다들 쓰고 있다. 영어로 써야 더 고상한 느낌이 드는가 싶은데, 아무튼 여행은 ‘힐링’이자 살아있는 ‘멘토’이다.
三人行 必有我師焉
삼인행 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
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
기불선자이개지
다시 논어 ‘술이편’의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선한 사람을 가려 따르고 선하지 못한 자는 살펴 자신을 고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낯선 세계, 그 속에 던져진 꾸밈없는 자신과의 만남, 그리고 화보집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곳 사람들이 뿜어내는 삶의 향기 등 이 모든 게 나에게 스승이고 가르침인 것이다.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고 했는데, 여행에서는 ‘아는 것만큼만 본다’는 게 문제이다. 사전 지식이 결국 마지막 지식으로 고스란히 보존되고 자신만이 느끼고 얻어낸 새로움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시간과 돈의 낭비이겠는가?
오히려 선입견은 버리고 편견없이 旅행을 떠나자, 홀가분하게 비운 상태에서 호기심의 촉수가 움직이는 대로 여行의 ‘새로움’을 채워넣자.
첫 50대의 이 긴장감처럼 ‘낯선 체험’이 기다리는 여행이야말로 각 세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맞춤복일 수 있다. 50대만이 누릴 수 있는 여행의 참 묘미, 훌쩍 속옷 몇 가지 든 가방만 들고 집을 나서자.
내 발길 닿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나는 한낱 불청객(不請客)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들은 내게 값진 삶의 거울이자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다. 일탈을 두려워 말고 망설임을 돌파하자.
여행은 힘껏 발을 굴러 높이 올라가는 그네 뛰기, 더 높이 더욱 널리 세상을 구경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 그네’이기에 걱정하지 말라.
2011년 DBM과 Lee Hecht Harrison이 글로벌 합병한 결과, 세계 최대의 전직지원서비스 기업인 LHH/DBM이 탄생했다. 그 한국 지사인 LHH/DBM 코리아는 점차 미래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분야에 있어 다양한 글로벌 사례와 독보적 노하우를 갖고 국내에 아웃플레이스먼트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HH/DBM 코리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유홍열 사장을 만나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유홍열 LHH/DBM 코리아 사장은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의 규모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합쳐서 약 30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 퇴직자 모두가 필요로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유독 국내에서 확장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화적 차원의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직지원서비스 시장이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 성장이 더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외면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계속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은 서비스의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꾸준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여전히 퇴직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퇴직자에 대한 배려나 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추가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이 있는 편입니다.”
전직지원서비스의 성과에 대한 조급함 경계해야
유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직지원서비스를 통해서 퇴직자들이 서비스 기간 내 성공하기를 기대하나 서비스 종료 시점에서 보면 기업이 기대할 만한 결과를 내기가 어려운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물론 전직지원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소요기간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한국고용정보원의 객관적 통계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국내의 통상적인 서비스 의뢰 기간은 3개월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미국이나 일본은 6~12개월이 대부분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전직에 성공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재취업은 6개월, 창업의 경우는 1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지금의 서비스 의뢰 기간 내에 만족할 만한 성공률을 얻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 규모에 비해 후발 기업들의 과다 진출이 시장에서의 서비스 가격을 지나치게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저가 수주에 따른 간소화된 서비스 제공이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간 부문은 공공 부문에 노하우 뺏겼다는 피해의식 있어
고용노동부 및 정부 기관 등에서 수행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이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LHH/DBM 코리아는 공공 부문에 대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회사다. 오로지 기업만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담당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재취업 지원 기관들의 문제점은 ‘인력’이었다.
“정부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전직지원서비스가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준비된 인력으로 하여금 적정한 인원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다한 인원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서비스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가 안 나타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들의 경우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그 불신도 커지게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의 본질이 취업 알선 서비스 정도로 잘못 인식되게 하는데 공공부문이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 사장이 제시하는 공공 부문 기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민관 협력 방식이었다.
“공공 부문이 주도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를 담당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공공부문의 인력과 전직지원 업체의 전문인력 간의 공조 체제로 센터를 운영하거나 일선에서의 서비스를 민간 부문이 담당하도록 공공부문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부문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그러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2005년 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가 시작할 때 공공 부문은 초기 3년 정도를 민간 부문에게 위탁 운영을 맡겼다가 현재는 직접 운영하면서 공격적으로 26개 무료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간 부문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했다가 시장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토로라 아웃플레이스먼트 성공 사례의 교훈
LHH DBM코리아는 자사에서 수행한 국내 기업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하는 기업으로 한국 모토로라를 꼽았다.
“모토로라는 작년에 한국에서 사업 완전 철수를 하면서 저희 회사가 사후관리 포함 총 9개월 동안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수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수의 대기업에 90%에 육박하는 전직성공률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유 사장은 모토로라 아웃플레이스먼트의 성공에는 고객사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하에 전직지원센터 제공과 친밀한 파트너십이 형성될 수 있었고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에 앞서 사전 단계 컨설팅 제공(Pre-Outplacement)으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IT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역량 있는 컨설턴트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초기 성공 사례 다수 발생했고, 그 덕분에 소극적 고객에도 동기부여가 가능했습니다. 국내외 IT 및 연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네트워크 활동을 통한 폭 넓은 히든잡을 발굴한 것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미성공자에 대한 추가적인 밀착 지원을 추진한 것도 성공의 이유입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하고 있는 기업들 전반의 질적 향상 노력 필요
유 사장은 향후 아웃플레이스먼트가 활성화되기 위한 개선책으로 업체들 전체의 지속적인 질적 향상 노력을 주문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단순한 취업 알선 서비스로 인식해서 성공률 중심으로 요구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식해서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하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전직하는 고객에 대한 심리상담, 심경변화 인식, 경력 목표 설정, 필요 시 경력 개발, 시설 제공,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로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변화관리 서비스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하게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의 ‘최고위과정(KALP : KCGG Advanced Leadership Program) : 좋은 몸, 좋은 마음, 좋은 공동체’ 제1기 프로그램의 현장. 강의를 경청하는 30여 명의 수강생들은 자유롭게 의문을 제기하고 강사나 다른 수강생이 이에 대답하거나 새로운 의견을 덧붙이곤 했다. 감성으로 이뤄지는 강의는 딱히 마치는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았다. 교육이 끝나면 즐거운 호프 한 잔과 격의 없는 토론 등 애프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서로 공감하고 친구가 되어 공부를 한다는 장점이 최고위과정의 특징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장면들이었다.
인생을 관통하는 지혜의 정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최고위 과정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에서 연 ‘최고위과정’의 1기에서는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학과 교수가 몸공부를 맡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최갑수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가 마음공부를 맡았으며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최영찬 서울대 농업생명학과 교수,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유종일 원장이 공동체공부를 맡았다. 그리고 신동원 KAIST 박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정창이 특강을 진행했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철저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특징.
몸공부, 마음공부, 공동체공부…리더를 위한 고품격 학습의 장
한 명 부르기도 힘든 이와 같은 전문가 인사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최고위과정을 진행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자체가 가진 전문가적 강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환경 보호와 문화 발전, 평화와 협력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를 목표로 출발한 협동조합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책 연구기관을 표방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경제, 과학기술, 교육, 국토환경, 정치행정, 외교통일 등 총 14개 분과로 구성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
정책 의제를 개발하고 제시하는 사업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해결한다는 구조를 추구하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그러한 목표를 위해 대부분의 조합원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정책 관련 연구자로 이뤄져 있다. 기존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조합원이 가입되기에 연구 수준을 보장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유종일 원장은 “협동조합이야말로 국가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대안이란 판단이 섰으며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지식과 문화의 생산과 공유 및 확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협동조합’으로, 공동체를 위한 종합적인 싱크탱크 기능과 다양한 지식 관련 경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그 취지를 소개했다.
최진석, 허은아, 조영남, 도현명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 초빙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성공적인 1기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힘입어 2기 프로그램을 9월 17일부터 12월 3일까지 매주 수요일 총 12주 동안 진행한다. CEO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 관, 법조계 등의 전문지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접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기업인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공유하고, 융합한 지식 정보를 체계적으로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강사진 역시 리더 경험을 가진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 위주로 적절히 배분하여 구성했다.
이번 2기의 몸공부 부분에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홍이승권 가톨릭의대 교수가 직접 몸 건강의 개선법을 알려준다. 마음공부 부분은 노자에 대한 신선한 해석으로 유명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와 공자를 통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북촌학당의 주대환 이사장, 예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끊임없이 연구중인 유경희 미술평론가, 한학자인 학성강학연구회의 김종회 이사장이 맡아서 유교에서부터 풍수지리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인문학의 영역을 탐색한다.
은밀하고 깊게 격이 다른 연수 선보인다
공동체공부 부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전문가인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김용진 서강대 글로벌서비스경영학과 교수, 공유가치 창출과 사회적 혁신 컨설팅 분야 전문가인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박윤애 서울시 자원봉사협회 센터장이 나와서 공동체 중심으로 변화중인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강 강사로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가수 조영남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시선을 엮어준다. 또한 해외 워크숍도 준비되어 일본, 중국 중 하나를 택하여 2박3일 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지식을 체득한다. 교육비 800만 원이라는 고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프리미엄 연수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구성이 돋보인다.
비싼 돈만 내고 실속은 없는 연수 과정들은 이미 널려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기업인과 개인들이 직면한 여러 문제점들을 분야 전문가들 간의 컨버전스 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받아,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경영 난제들을 해결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위과정 2기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초로 개방병동을 시행하고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설립하는 등 정신과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소탈하고 편안한 얼굴은 맘씨 넒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았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인생은 덤’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는 철학을 갖게 된 이 교수는 자기 삶의 능숙한 선장으로서의 노하우를 정리한 책 를 베스트셀러로 올려놨다. 서울 신영동 북한산 자락에 있는 ‘가족아카데미아’에서 이 교수를 만나 노년을 재미있게 보내는 지혜들을 들어봤다.
인터뷰 송광섭 편집장 정리 김영순 기자
노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삶의 한 과정이다. 그러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해도, 나이가 드는 건 역시 슬픈일이다. 특히 나이듦을 슬프게 만드는 건 외로움이다.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외로움에 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이타심을 뛰어 넘는 이기심이 있어야
“노년의 삶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이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의 대비책은 바로 ‘적응’이죠. 살아남기 위한 욕구가 바로 적응입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적응이 필요합니다. 가족이란 내가 편하고자 자식을 가르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서로 적응해 나가기 위한 몸부림, 즉 ‘합의된 언어’를 만들어서 살아가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내가 얼마나 잘 살았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면 내가 지금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살펴 봐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이 교수의 충고는 다가오는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스스로가 임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내가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다보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시기가 옵니다. 외로움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도 능력이에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터득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면서 길러집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그쪽에서 내게 먼저 다가오기를 바란다면 점점 더 외로워질 뿐입니다.”
그는 ‘자기를 위한 적극성’의 실천으로 이타심을 넘어선 이기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외롭지 않으려거든 온전한 자기사랑으로 출발해야 한다. 남의 보살핌 없이 자기 앞가림을 잘하기 위해서 이기심이 필요하다. 결국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그럼으로써 나를 편하게 하는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길임을…”
존경받으려 애쓰는 건 인위적이고 즐겁지 않은 일
타인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존경받는 일과 흡사하다. 존경받기 위해서 시니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존경받는 행동을 하면 존경받는 것이고 존경받을 짓을 하지 않았으면 못 받는 겁니다. 존경받자고 어찌 한다는 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인위적인 건 즐겁지 않은 일입니다.”
이 교수는 젊은 후배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계속 변화하고 있기에, 자신이 배우기 위해서라도 젊은이에게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얘들은…, 내가 젊었을 때는, 너도 늙어봐라, 언제까지 젊은 줄 아냐’ 이런 얘기나 하며 자기 경험과 기억만 옳다고 고집할 일이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해야 해요. ‘젊은 세대가 내 선생이다’라 생각하면 존중하게 됩니다.”
이 교수는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는 제자들의 스승이었지만, 퇴임 후에는 “여러분들이 나의 스승이 되어 많은 정보를 주기 바란다”고 고마움을 전한 적이 있다고 한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한다.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쓸모’를 발견할 줄 아는 것도 나이를 먹는 기술 중의 하나라는 게 이 교수의 지론이었다.
“젊은 세대에게 대접받으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부하는 게 좋습니다. 비굴해지라는 게 아닙니다. 젊은이들 관심사에 동참하고 공감하려 애쓰라는 것입니다.”
자식과 갈등이 없을 리 없어… 연습이 필요
이 교수의 집에는 3대 13명이 한지붕 아래에서 사는 걸로도 유명하다. 21세기에 극히 드문 이 크고 복잡한 대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자가 말했습니다. ‘젊어서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늙어서는 자식에게 의지하라.’ 모든 것을 자식에게 내맡기고 기대어 살라는 뜻이 아니라 자식에게 의지하라는 것은 자식을 존중하라는 뜻입니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애를 쓰듯이 부모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식에게서 독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그래서 우리 가족은 철칙이 있습니다. 상호 불간섭 주의와 독립성 보장입니다.”
노후를 힘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자식과의 보이지 않는 감정 싸움이다. 갈등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 자체를 바라는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었다. 이 교수가 큰 며느리에게 강조한 게 바로 ‘거절하는 법’이었다고 한다. ‘노’라고 말해야 할 때는 솔직하게 ‘노’라고 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싫어요”보다는 “안돼요”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했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통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거절은 불편하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따라서 효도가 아니라 '효부(孝父)-효모(孝母)'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자식 입장에서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것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거꾸로 부모가 자식을 공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손주 녀석들에게는 이메일로 소통한다. 요즘 애들은 벅차다. 시대에 못 따라간다. 현실적인 정보를 알고 대한다면 가정안에서 조부모의 자리는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
“손자 손녀와 어울리면 최신 문화와 사고방식을 접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내 어릴 적 생각과 행동 성장 과정, 에피소드, 추억거리, 아픔, 혼난 일 등을 상세히 적어서 메일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손주들의 의견과 생각들을 교류하게 되고 함께 마음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공감대가 생깁니다. 4명의 손주들이 답장을 써주면 원고료(?)를 지급해요. 1명당 무려 100만원 씩,,,,이런 나를 멋쟁이라고 외부에서는 보겠지만 나는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죠.”(하하)
절박한 최선이 아닌 여유로운 차선을 선택하자
“저는 ‘최선’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라는 겁니다. 그런데 차선이라 해서 적당히 하다가 내키는 대로 그만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무엇이든 완벽에 매달리기 보다 잘하는 정도에서 즐기고 만족한다는 뜻입니다.”
이 교수는 50년간 환자를 돌보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와중에 30년 넘게 네팔에 의료봉사를 하고, 40년 동안이나 광명보육원 아이들을 돌보았다. 또한 76세의 나이에 사이버대학에서 늦깎이로 공부를 하여 문화학과를 최고령 수석으로 졸업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자신의 능력을 30% 가량 아껴 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등을 하기 위해 바닥까지 짜내다 보면 옆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풍경의 즐거움도 인생의 다른 가치도 놓치게 되죠. 최고가 되려는 노력을 조금 덜어 내어 여유를 갖고 살면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풍요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걸 잘 조율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어른입니다.”
우뚝 솟은 패루를 지나 계속 경사진 길을 300m가량 걸으면 T자형으로 길이 양쪽으로 나뉘고 주변 상가는 온통 중국의 거리에 온 듯이 느껴진다. 붉은색 간판과 홍등이 내걸리고, 음식점이나 진열된 상품도 대부분이 중국 일색이다.
인천차이나타운은 이렇게 화려하게 단장하고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지난 2002년 35만명이던 관광객이 2006년엔 67만5천명으로 급증, 최근엔 주말이면 거리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내·외국인들로 북적이는 등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 한중문화관
지난 2005년 건립된 문화관은 한중 양국의 역사와 문화 교류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인 화교의 역사와 삶, 중국 자매결연도시의 문물 및 경극, 기예공연, 중국어와 한국어 교실 등 다양한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다양한 중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 청·일 조계지
지난 1883년 일본이 현 중구청 일대를 중심으로 2만3천㎡를 조차지로 설정하자, 다음해 청국도 일본 조계지를 경계로 현 차이나타운 일대를 조계지로 설정했다. 한중문화관 옆길에서 자유공원으로 100여m를 오르다 보면 중간에 돌계단이 시작되는데, 이곳이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이다. 길 양쪽으로 설치된 석등도 중국식과 일본식으로 구별되고 중국 청도시 정부가 기증한 공자상은 계단 중앙을 기준으로 중국 측에 세워져 있다.
■ 화교중산학교
지난 1884년 인천에 조계지를 설치한 청국의 영사관이 있던 자리에 1934년 건립된 2층 조적조 건축물이다. 지금도 지역 내 화교를 교육하고 있는 인천 유일의 대만 교육기관으로 목조트러스의 모임지붕과 중앙포치(Poach), 아치형 창호 및 지붕 층의 출창 형태가 특징이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중국 붐을 타고 한국 학생도 많이 다닌다.
■ 삼국지 벽화거리
청일 조계지 계단을 올라가서 밑으로 난 길 양쪽의 벽면에는 삼국지의 중요 장면을 설명과 함께 타일로 제작해 장식한 벽화가 나온다.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림만 보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총 80여 컷의 장면이 있는데, 둘러보다 보면 삼국지 한 권을 다시 읽는 느낌이다.
■ 의선당
인천 개항 후 인천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불어남에 따라 교화 및 정신적 안녕을 기리는 중국식 사당을 지었다. 관음보살·관우상·삼신할미상·용왕상·호산할아버지가 모셔져 있으며, 산둥 지방의 도교 식으로 1893년께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전쟁 후 화교의 수가 줄어들고 찾는 사람도 적어 무술수련장으로도 쓰이다가, 지난 2006년 5월 수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다.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교류를 통해 양 국민의 우호증진과 두터운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축제다.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인천시가 10월19일을 ‘중국의 날’로 선포함에 따라 10월 중 사흘 동안 열리고 있다. 특히 중국 유명지역을 초청, 다양한 중국 전통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경기일보 이민우신동민기자 lmw@kyeonggi.com
지난해 은퇴한 김석현(62세) 씨는 아침부터 부산한 아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아내가 어디가는지 보다는 오늘도 점심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아내에게 한마디 건넨다.
“나도 같이 가면 안돼?”
은퇴한 부부의 싸움은 의외로 단순한 일에서 비롯된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냉장고 문 열었다 닫었다, TV 보며 빈둥거리는 남편들은 분노한다. “평생 고생하며 가족들 먹여 살렸는데, 퇴직하고 돈 못 버니 아내들의 괄시가 시작됐다”며 서운해 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누구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은퇴 이후 40~50년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몰라 빚어지는 갈등이라고 말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싫거나 미운 존재가 아니라 그저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남편이 직장 생활을 했을 때 하루 종일 ‘자유’를 누리던 것들이 갑자기 그 자유가 없어져버렸다. 그 때문에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부이혼 전문가는 "은퇴한 부부 사이의 가장 무서운 싸움은 ‘침묵’에서 시작한다. 남편은 뭐든 아내가 말하는 것은 ‘잔소리’로 생각한다. 서로에게 성의 없이 대답하면 대화를 조기에 차단함으로서 번거롭지 않고 필요이상으로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긴 할 것"이라 의사소통 단절을 지적했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소통이 될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퇴는 끝이 아닌 30~40여년이나 남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인생의 중간기착점이다. 따라서 은퇴 시기에는 남편과 아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부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게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 감정 소통이 안 돼 서먹서먹하게 지내거나 심지어 얼굴을 맞대면 짜증이 나는 사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며 “힘들겠지만 상대가 뭘 원하는지 뭘 하려는지 맞추려는 최소한 노력과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퇴와 함께 찾아오는 건강과 인간관계의 위기, 외로움과 허무함, 노후 계획 등 은퇴를 계기로 부부가 함께 우정을 나누듯 충분히 생각하고 작은 일부터 함께 하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길어진 노후생활을 위해 특히 감정이 동요하고 통하는 감성소통을 해야 한다.”
곽 교수는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어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배우자가 표현한 감정은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한다. 곽 교수는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가를 느끼고 그것을 상대에게 적절히 표현해서 그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통이 잘되는 부부는 외롭지 않아
프라우스 부부심리상담센터 송금희 원장은 “부부 간에는 풀 수 있는 것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훨씬 많다. 갈등 해소의 핵심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송 원장은 황혼 부부들에게 가장 먼저 ‘들어주는 연습’을 주문했다.
“소통이 안 되거나 갈등이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는 닫고 입만 연다는 것입니다. 자기 말만 하고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요. 상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야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배우자의 감정에 대해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이에 이혼전문 H변호사는 은퇴 후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황혼 부부에게 각자가 실천해야 할 두 가지를 제시했다. 남편에게는 아내와 하는 말의 수를 늘리라는 것과 본인 스스로에게 좀 더 유연해지라는 것이었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원하는 행동에 동행해주도록 노력하라는 것과 자신만을 위한 동적인 취미생활을 하라고 조언했다.
부부행복전문 A코치도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부부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대화라고 피력했다, "일상 속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만으로는 부부 사이의 갈등을 해소되거나 유대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는,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자주 해야 행복한 부부로 살 수 있다"고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얘기를 꺼냈다.
송 원장은 “상담센터를 찾은 중년 부부들의 대부분은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소통을 원하지만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의 의미를 자신에게 맞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요점, 자신의 주장에 맞춰서 진행되는 게 의사소통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자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답답해하고 심지어는 ‘우린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부’ 라고 결정 짓고 포기해버린다”며 “상대에 대한 어설픈 배려로 오히려 얘기를 혼란 속에 밀어 넣을 때가 많은데 그냥 다 털어놓고 밑감정을 얘기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훨씬 이해가 빠르게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부부행복 전문 A코치는 "아내가 ‘내 마음이 우울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이 ‘그래 너 마음이 슬프구나’ 라고 반응이 돌아와서, 아내가 ‘그래, 저 사람이 내 마음이 슬프다는 걸 알아주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소통이 이뤄진 것"이라 조언했다.
세상에는 싸우지 않는 부부, 문제가 없는 부부는 단 한 쌍도 없다. 갈등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을 하면 갈등은 해소되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 받을 수 있다.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를 하면 내편, 동반자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이상 외롭다고 느끼지 않게 되고, 부부 사이에 애정과 신뢰, 친밀감도 높아진다.
부모 자식간 소통 방법은 공감대 형성부터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다. 집안이 화목해야 바깥일도 잘 풀린다는 이야기이다. 화목한 집안을 만드는 중심에 바로 부모가 있다. 화합하는 부모는 자녀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이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원활한 소통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자녀, 그리고 가족을 변화시키는 부모의 소통방법이 더욱 중요해지는 오늘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직장을 다니거나 대학생이 되면 말 붙이기 조차 어렵다는 고백을 한다. 물론 중학생,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커져 말 붙이려 하면 “바쁘니까 나중에 말씀하세요.”라고 훅 가버린다. 부모는 배신감마저 든다. 특히 일만 해 온 아버지와 대화는 더 어색하고 불편해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다며 자식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아버지들은 자식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자식 붙들고 옛날 과거 얘기하면서 늘어지면 더 어렵게 된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기 위해서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갈등이 생겼다면 ‘난 그 말 듣고 좀 화나고 기분이 안 좋았어’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대광고 김철경 교장은 “마음을 전달하는 말을 할 때는 감정의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나 전달법’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 전달법은 ‘나는~’으로 시작해 자신의 감정까지 넣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죠”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내 마음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이때 ‘너는~’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 상대방은 그 말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느낀다. 그래서 상대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도리어 방어, 공격, 회피로 대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계속 늦게 집에 오는 경우 아버지가 ‘너는~’으로 시작하는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란노 아버지학교 관계자는 "부모자식 간에서는 반드시 자식이 잔소리로 여기면 세상없이 중요한 말도 잔소리임을 인정하고 중단해야 한다. 특히 요즘 부모들은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고 자녀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보내야만 부모 도리를 다 하는 것으로 믿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앞둔 고3만큼 바쁘고 고달프다. 부모는 그런 자식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알아서 저자세를 취하기 쉽다. 사소한 일로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도 공부만 잘하면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 습관이 굳어지면 자식이 성장해도 “어머니 그만 간섭하세요.” “아버지가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등의 무관심한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게 된다. 단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존경심이 우러나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버렸다고 한다.
김철경 교장은 "부모자식 간 대화부재의 원인은 가족들의 개인주의,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이 가장 멀어진 데는 서로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손을 먼저 내밀지 않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중년 남성이 가장 외로울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을 때 자녀들이 모른 척할 때’라는 응답이 50%를 넘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에게 대접하라
다양한 관계 속에서의 소통의 방법을 제시해도 나이가 들수록 그토록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사실,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전에 속내는 대접받고 싶기 때문이다.
한비자의 에서는 “논리나 말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상사의 의견이 명예와 명분을 중요시 하는데 실리를 따지며 얘기 하면 천박하다 할 것이고, 실리를 중요시 하는데 명예와 명분을 따지면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는 타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의 어려움을 설파한 것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존경과 신뢰가 있는 소통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선일여중의 호빵맨 최용범 교사는 SBS TV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학생지도 달인으로 소개됐을 만큼 유명하다.25년 경력의 베테랑 학생주임 최용범 (56)씨.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순찰을 돌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짜잔~’하고 나타나는 그는 학생들의 수호천사이자 효과 빠른 긴급 구조대다. 윽박 대신 애정으로, 강요 대신 믿음으로 인근 지역에서 학생 선도의 최고봉이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학생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위해 양팔에 찬 휴대폰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더 놀라운 점은 학생들에게도 그의 번호가 모두 저장돼 있다는 것. 학생들의 119 역할은 물론, 전교생의 생일까지 빠짐없이 축하 메시지를 챙겨 보낸다.
단순히 전교생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문자를 보낸다고 해서 쌍방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이든 선생이지만 그의 진심이 인성교육 철학과 만나 고스란히 아이들의 마음에 전해지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재능교육 양병무 대표(60)는 소통을 잘하는 CEO로서 “공자의 불치하문(不恥下問) 즉 아랫사람에게 묻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소통 덕목을 제시했다.
나이 먹었다고 세상사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이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윗사람이 말을 걸지 않으면 아랫사람은 입을 열지 않는다. 아버지는 열렸는데 왜 자식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느냐고 채근할 일이 아니다. 소통의 부재는 전적으로 윗사람 탓이다.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묻는 것은 사실 말을 거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음에는 답이 따른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고 저절로 소통이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묻고 대답하며 가르쳐 주는 관계가 형성되면 아랫사람도 어려워하지 않고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와 묻는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자식, 아내, 부하, 학생, 후배 등 이들에게 권위와 가식, 억압과 통제의 사슬을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건 자신의 위신을 깎는 게 아니라 자신의 관용과 적극적인 이해의 태도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권위는 강요하는 게 아니라 존경에서 온다. 윗사람이 어렵게만 느껴져서는 존경의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만 쌓이는 건 순식간이다.”
불치하문의 소통, 그것이 비로소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최적의 답이 아닐까 싶다.
결코 나이가 들어서 문제가 아니라 부부, 부모 자식, 스승과 제자 등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작은 진심부터 시도, 원활하고 건강한 소통 메커니즘이 작동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