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요즘. 바이러스를 둘러싼 궁금증과 그 해답을 정리해봤다.
감수 및 도움말 이찬희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참고 및 발췌 도서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대한바이러스학회)
Q1 바이러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은 명백하지 않다. 먼저 자체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는 특성 때문에 생명체 출현 이후 나타났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한편 가장 기본적인 생명 요소인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에 세포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주장도 있다.
Q2 인간이 바이러스를 만들 수도 있을까?
2003년 미국 생물에너지대안연구소에서 단 14일 만에 인공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8년에는 한국 과학자들이 치료 목적의 암세포 킬러 인공 바이러스를 제조해냈다.
Q3 바이러스의 크기는 얼마나 작은 걸까?
막대 모양 바이러스는 수백 ㎚(10억 분의 1m)이며, 둥근 모양 바이러스는 수십 ㎚에 불과하다. 일반 세균은 ㎛(100만 분의 1m) 단위로, 바이러스에 비하면 1000배 정도는 큰 입자인 셈이다.
Q4 지구상의 바이러스, 얼마나 될까?
1989년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닷물 1㎖ 속에서 2억5000만 개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상의 바이러스 수가 1030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렬로 죽 세우면 그 길이만 무려 2억 광년이 넘는다. 이는 태양계 너머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Q5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제로도 둥글까?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러스가 정20면체 구조를 가진다. 정20면체는 정다면체 중 면의 수가 가장 많고, 구에 가까운 안정된 구조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capsid)가 정20면체 모양을 띠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다.
Q6 모든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로울까?
바이러스 99.9%는 인간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0.1%만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셈인데, 이 또한 절대량으로 보면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염돼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Q7 착한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을 파괴하고 섬멸하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항생제 대신 전염병을 치료해 일명 ‘착한 바이러스’라 불린다. 이와 반대로 ‘나쁜 바이러스’도 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대표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를 꼽을 수 있다. 원래는 야생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였는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Q8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의 생존과 관련해 흔히 ‘바이러스가 죽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감염성을 잃어버렸다’(불활화)고 설명하는 게 정확하다. 바이러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수일은 물론 수년까지도 감염성을 지닌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외선이나 열, 에탄올 함량 70% 및 염소 함유 소독제 등에 노출되면 감염성을 잃는다.
Q9 바이러스가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해양 생태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20~40%는 매일 바이러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덕분에 수계 내 세균 개체 수가 조절된다. 이렇듯 바이러스가 특정 숙주 집단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걸 억제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Q10 간염 바이러스는 몇 종류일까?
A, B, C, D, E형 총 5가지
Q11 바이러스 감염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나?
전 세계 암 환자 중 약 12%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 유발 바이러스는 총 7가지인데, 20여 종의 암과 연관돼 있다. 자궁경부암과 B형 간암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신이 없어 감염 예방이 최선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니,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12 열대 모기 전염 바이러스는 안심해도 될까?
다양한 열대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기로부터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카 바이러스, 뎅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지구온난화로 열대 모기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들이 온대 지방의 모기에도 적응한다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뎅기나 지카의 경우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Q13 인간은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Q14 성인 90%는 암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인간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암 유발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다. 놀라운 건 전 세계 성인의 90%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암에 걸릴까? 결론은 아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주로 유아기에 가족에 의해 타액으로 감염된다. 그러나 성장하는 동안 면역 세포에 의해 거의 제거되고, 극히 일부만이 암을 유발한다.
Q15 중장년만 지닌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가 있다?
1980년 WHO가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선포한 천연두가 다시 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렸을 때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약하게 감염된 적 있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성인의 일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면역세포를 갖고 있어 이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예방접종 없이 지내다가 만약에라도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Q16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 영향이 있었나?
우리나라도 약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918년이 무오년이어서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됐다. 당시 인구가 1770만 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위협적인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Q17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사태는?
1918년 미국과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약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군 병사 4만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전투력 상실로 제1차 세계대전을 앞당겨 끝낼 수밖에 없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스페인 독감을 앓았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최악의 바이러스였다.
Q18 코로나19 이전 우리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병을 일으킨 여러 바이러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사스(2002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2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Q19 코로나19 사태 언제까지 계속될까?
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가능성 중 하나가 재발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잠복해 있다가(이때는 바이러스가 없는 것처럼 보임) 특정 조건에서 다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이다. 입술 포진이나 감기처럼 코로나19 역시 잠복과 재발이 일어나며 우리 일상에 만연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 Exhibition
◇ 프렌치 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
일정 6월 14일까지 장소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미국 최초로 인상주의 전시를 열었던 브루클린 미술관의 유럽 컬렉션 중 59점의 대표작을 만날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프랑스 모더니즘 예술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폴 세잔,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클로드 모네 등 총 45명 작가의 작품들을 풍경, 정물, 인물, 누드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했다. 각 작품의 의미와 특성을 통해 모더니즘 전반에 걸친 미술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간대별 관람 인원을 제한하며, 고양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사전 접수 후 입장 가능하다.
◇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 오브제 시리즈
일정 7월 28일까지 장소 아이러브아트센터 셀린박 갤러리
개인과 사회, 정치적 이슈를 테마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셀린박 디자이너가 작업한 사물 시리즈 전이다. 앞서 2018년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2019년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초청돼 전시한 바 있다. 비판적 디자인을 기반으로 사회 구조의 이면적인 모습을 사물기호증(움직이지 않는 특정 물체에 초점을 둔 성도착증의 일종)과 관련지어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관객 스스로 구조와 제도의 모순으로 생긴 결함을 통찰하도록 이끈다.
◇ 모두의 건축 소장품
일정 6월 14일까지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전관
서소문 본관 ‘모두의 소장품’ 전과 연계한 전시로, 동시대 수집의 범위와 행위를 성찰하고 미래의 소장품 형식을 탐색한다. 1980년대 초반 중구 회현동에서 현재 관악구 남현동으로 이축된 서양 고전양식의 구 벨기에 영사관을 중심으로 건축 수집의 기원, 의미, 방법을 체험하는 2개의 섹션으로 마련했다. 건축을 수집하는 8개 국·공·사립 기관과 40여 명의 건축가가 함께한 150여 점의 전통 건축과 근·현대 건축자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잠정 휴관으로 서울시립미술관 SNS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 메이커 탐구생활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크리타
과학과 예술의 유쾌한 연결을 이어가는 메이커 세 팀이 함께한 전시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학 유튜버 ‘긱불’(GEEKBLE), 을지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디자인과 메이커의 경계를 허무는 ‘프래그’(PRAG),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메이커테인먼트 콘텐츠를 선보이는 ‘크리타’(CR!TA)가 참여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은 일상의 탐구에서 시작된다”라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전시품 외 큐레이터 기획공간을 별도로 꾸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으로 최대 10인까지 입장 가능한 소규모 전시 예약제를 잠정 운영하며, 일일 8회 진행된다.
● Stage
◇ 2020 디즈니 인 콘서트
일정 5월 23~2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대극장 출연 디즈니 콘서트 싱어즈, 디토 오케스트라
미국 월트 디즈니 본사의 프로듀서이자 음악 작·편곡가로 활동해온 테드 리케츠가 전 세계를 무대로 선보였던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이다. ‘인어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을 비롯해 ‘겨울왕국 2’까지, 디즈니 대표 명작들을 대형 LED 화면과 더불어 60인조 이상의 풀 오케스트라 연주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으로, 손주와 함께라면 더더욱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 로빈
일정 5월 1일~8월 2일 장소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연출 정태영 출연 김대종, 임찬빈, 박정원 등
지구 밖 행성을 배경으로, 유능한 과학자이지만 자식과의 교감에 서툰 아빠와, 답답한 우주를 벗어나 지구로 돌아가려는 딸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부녀 사이에 중재자로 나선 로봇 ‘레온’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기억,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의미를 일깨운다.
◇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일정 6월 27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출연 클레어 라이언, 맷 레이시, 커트 올즈 등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최초 1만 회 공연을 돌파하며 가장 오래된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새롭게 단장한 월드 프로덕션 팀이 8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 더욱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와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 Movie
◇ 나는 보리
개봉 5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진유 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등
농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1세 ‘보리’는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다. 그런 보리가 소외감을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소원을 빌게 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정겨운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보리네 가족의 일상과 주인공의 고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과 켐니츠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해 국내외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개봉 5월 14일 장르 공연실황 감독 제임스 파우웰, 장 피에르 출연 마이클 볼, 알피 보 등
지난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였던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됐다. 콘서트 형식의 작품으로 모든 대사가 노래로 진행되는 송스루 공연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 보이콰이어
개봉 5월 14일 장르 드라마 감독 프랑수와 지라르 출연 더스틴 호프만, 캐시 베이츠 등
상처가 있는 소년이 국립 소년합창단에서 인생 스승을 만나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카데미 주연상에 빛나는 더스틴 호프만과 캐시 베이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참여로 기대를 모은다.
● Book
◇ 백세 일기 (김형서 저ㆍ김영사)
올해 4월, 만 100세 생일을 맞아 펴낸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신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의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 등 4가지 주제로 70여 편의 글을 엮었다. 한 세기를 살아보니 알게 된 깨달음과 솔직한 심정, 그간의 희로애락 등을 담담하면서도 재치 있게 들려준다.
◇ 천년의 수업 (김헌 저ㆍ다산초당)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인생에서 주요한 9가지 질문에 대해 통찰한다.
수천 년 동안 서양 고전이 던져온 물음들을 통해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한다.
◇ 50, 이제 나를 위해 산다 (호사카 다카시 저ㆍ상상출판)
50세를 앞두거나 접어든 사람이 참고할 만한 ‘행복 습관’ 80가지를 정리했다. 취미, 공부, 인간관계, 건강, 마음가짐 등 행복한 노후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 더 월 (론 란체스터 저ㆍ서울문화사)
2019년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황폐해진 미래 세상에서 벌어질 문제를 그린다. 시사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으로 갈등을 드러내면서 경고의 메시지도 담았다.
1935년에 태어난 박종규 씨는 무슨 일을 하든 올인했다. 중도에 포기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도(正道)와 성실(誠實)을 깊게 뿌리 내린 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두 번의 암 선고 앞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까짓것 죽어주지” 하며 담담하게 쳐내는 의연한 어른을 만났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알짜’이자 숨겨진 강자로 불리는 기업들을 강소기업이라고 부른다. KSS해운은 해운업계에서 강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고문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 KSS해운을 창업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만 하고 있는 그는 KSS해운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투명경영을 꼽는다. 자신이 세운 기준을 평생 추구했고, 그 결과로서의 기쁨을 오롯이 누리는 중인 그는 제주도에서 칩거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KSS해운은 해운 운송 전문업체로서 가스, 석유, 화학제품의 운송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현재 초대형가스선(VLGC) 선단으로는 국내 최고, 세계 9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2018년 매출 2025억 원에 영업이익 실적이 471억 원에 이르는 견실한 강소기업인 KSS해운은 올해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박종규 고문이 맨손으로 세운 회사다.
난생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만연했던 선원들의 밀수를 근절하며 회사를 정직하게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근저에는 독립군 출신이며 민족자본 형성을 위해 유한양행을 세워 윤리경영의 대명사가 된 유일한 박사가 있었다.
“꿈도 없이 막연하게 월급쟁이 생활을 10년 했거든. 그때도 유한양행의 유일한 씨를 존경해서 내가 만약 사업을 하게 된다면 유일한 씨처럼 해야겠다는 게 꿈이었어. 어떻게 하다 보니 사업을 하고 성공도 했는데, 그저 유일한 씨처럼 한 것뿐이야.(웃음)”
KSS해운, 스스로 떠나다
밀수를 근절하자 사고가 안 생겼고 화물 하역과 인도가 차질 없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였다. 그렇게 KSS해운의 성장이 지속되던 25년 차, 박 고문은 수장 자리에서 내려와 회사의 고문이 되었다.
그렇다면 KSS해운은 그의 자식들이 맡게 되었을까? 아니다. 정도경영, 윤리경영이라는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일. 회사는 그의 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후배 전문 경영인이 맡았다.
“아들들은 각자 자기의 길을 갔죠. 지금 서울에 한 명, 미국에 두 명 있는데 미국에 간 두 명은 과학자예요. 서울에 있는 아들은 사업가고. 다들 나한테 원조 받은 일도 없고, 원조 줄 아버지도 아니고…. 다만 독립심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 ‘각자 자기 살길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서로 신세지지 말자. 나도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에서 이렇게 됐으니까’라는 생각이었죠. 유산 많이 남겨야 소용없어요. 독립적인 정신을 갖게 하는 게 정말로 중요한 유산이야.”
제2의 인생, 바른경제동인회
그러나 박 고문이 KSS해운의 대표 자리를 물러날 즈음은 또 다른 제2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던 때였다. 1993년에 바른경제동인회를 창설했다.
“1990년대 초는 노동조합운동이 아주 격화되어 혼란한 시대였죠. 불법파업도 많았고. 그때 ‘회사를 노사 공동의 파트너십으로 생각하자, 사용자와 피고용인의 구분을 떠나서 함께 가자’는 생각에 바른경제동인회를 만들었죠.”
바른경제동인회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성이었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CEO의 의지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참여하는 사람 찾기가 어려웠어요. 현실은 돈을 갖다 줘야 일이 됐으니까. 그래도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했지만, 사회 전체가 워낙 불투명하니까 힘들었죠.”
박 고문이 바라본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지하자금이었다. 세무 신고를 하는 음식점이 30%도 안 되던 때였다. 나머지는 다 탈세였던 셈이다. 그러니 지하자금도, 뇌물도 엄청나게 돌았다. 그런 현실을 보다가 그는 마침내 세상을 바꿀 해법을 찾았다.
지하자금 줄인 ‘신의 한 수’
“지하자금을 정리해야겠다, 그래야 투명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런데 지하자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바로 신용카드를 많이 쓰도록 활성화하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도록 해서 신용사회를 만들자는 바른경제동인회의 아이디어는 지하자금의 양성화, 경제의 투명화와 함께 내수시장의 양적 증가와 자금 유동성 활성화를 이끌 방법이기도 했다. 때마침 IMF 체제를 돌파해야 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바른경제동인회의 솔루션이 채택되어 1999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지하자금의 축적은 줄어들고 전자화된 세금 징수와 보다 투명화된 재정 운영이 가능해진 국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박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이었던 셈이다.
2004년이 되자 그에게 또다시 큰일이 맡겨졌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이다. 박 고문을 그 자리에 올린 사람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1년 후배인 고건 전 총리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 정지가 되자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고, 그전까지 한사코 거절하던 그를 결국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그는 위원장 일을 하며 정부와 많이 싸웠다고 회고한다. 정치 논리로 새로운 안을 만들어서 규제를 하려는 걸 막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는 2006년까지 위원장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시기에 그가 싸워야 했던 대상은 또 있었다. 2006년 그는 서울을 떠나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담담하게 이유를 밝혔다.
“죽으러 간 거지. 위암에 걸렸거든.”
죽기 위해 제주도로 가다
박 고문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을 때 의학 책을 보게 됐다. 책에는 “위암 4기는 수술을 하든 안 하든 사망률이 90%에 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놀라진 않았어. 나이 71세에 암에 걸린 거니 죽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젊은 사람도 많이 죽는데 70년 이상 살았으면 많이 산 거다’ 싶었지. 그런데 죽을 때 서울에서 죽고 싶진 않더라고. 왜냐하면 사는 데는 아파트, 밖을 나가면 아스팔트잖아요. 사람이 흙을 밟지도 못하고 시멘트 안에서 아스팔트를 걸으며 살았는데, 마지막에라도 자연 속에서 죽고 싶었지.”
그는 병원에서 권한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죽을 장소를 찾아간 셈이었다. 그리고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한라산을 왔다 갔다 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암이 자연스럽게 나았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람에게 자연치유 능력이란 게 있는 거지. 항암 치료를 받았으면 아마 죽었을 거야. 거절한 바람에 살았어. 역설적이지.”
자서전을 반드시 써야 했다
그러나 박 고문의 시련은 위암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7년이 되자 또 다른 암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방광암이었다.
“괴로웠죠. 소변이 안 나오니까. 이건 항암 치료를 안 하면 죽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따랐는데… 그런데 못하겠어. 치료받다가 죽을 거 같았지. 여섯 번 하고 안 하겠다고 하니까,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로 바꿔주더라고.”
그의 몸에는 아무래도 방사능 치료가 맞았나보다. 그는 다시 한 번 기적처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때 그의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가 쓰였다.
“자서전을 하나 내보라고 해서 쓸까 말까 하다가 방광암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못 살 거 같았지. 그러니까 좀 섭섭하더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죽으면 안 되겠다, 책 한 권 남겨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항암주사를 맞으며 썼죠. 쉬었다가 조금 쓰고… 힘들었지. 제목을 뭐로 할까 했는데, 적당한 게 없어서 직원들에게 책을 보내 ‘자네들이 읽고 정해 달라’고 했어요. 그때 제일 많이 추천한 게 이 제목이었죠.”
직원들이 제목을 지어준 책. 어떻게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자기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금 사장은 내 의견이 들어간 사람이 아냐. 되려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웃음) 내가 그만둘 때 지금 사장이 대리급이었으니까 특별히 만난 일도 없어요. 그런데 경영을 너무 잘해. 투표해서 뽑힌 사람이 더 잘한다는 증거죠.”
그가 행복한 이유
창립자이지만 박 고문은 회사 경영에 일체 간섭을 안 한다. 당연히 보고도 안 받는다.
“‘이익 배당만 잘해다오’ 그러지.(웃음) 대신 투명한 회사야. 그러니까 맡길 수 있어.”
인터뷰 말미로 갈수록 박 고문 목소리에는 웃음이 많이 더해졌다.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복기하면서 즐거워진 것일까. 그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 암에 두 번이나 걸리면서도 겁을 안 냈고, 되려 ‘까짓것 죽어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 무조건적인 긍정성은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왔고 그를 통해 이뤄낸 성과들을 확인했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그의 정도경영, 투명경영이 사회적 의미와 더불어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회사를 세웠는데 직원들이 주인처럼 하니까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거지. 부의 창조만이 아니라 사회에 부가가치를 남긴 것 같아 그게 가장 행복해.(웃음)”
건강과 행복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또 그 행복을 통해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행복함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많은 뇌과학자는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도 모두 뇌가 만들어내는 화학적 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행복호르몬이다. 지금부터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호르몬 4종 세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호르몬이 있다.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기분을 들뜨게 만들고 신나고 즐겁게 해준다. 엔도르핀의 어원은 ‘endo+morphin’이다. 즉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르핀 같은 물질을 의미한다. 모르핀은 통증을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화학물질로서 주로 약물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는 상태가 되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인 NK세포를 활성화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개의 암세포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NK세포가 활성화한 상황에서는 암세포가 사멸된다. 엔도르핀이 많이 생성되면 건강해지는 이유다.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게 하는 방법은 활짝 웃는 것이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해주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엔도르핀이 많이 나오고, 그로 인해서 즐거워지고, 건강해지므로 웃을 일이 더 생긴다는 말이다. 실제 미국의 여러 암치료센터에서는 암 환자 치료 과정에 웃음치료를 도입했다. 실컷 웃게 하면 몸의 면역세포가 더 좋아진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둘째, 즐겁고 재미있는 감정이 있다. 바로 행복함을 느끼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감정만큼이나 행복한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인간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감정, 즉 ‘평안함’이다. 즐거움 못지않게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다. 평화로움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이러한 감정을 자주 갖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도 좋다. 그렇다면 평안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세로토닌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호르몬이다. 즉 평안함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잠도 잘 자는 것이다. 숙면은 치매 예방뿐 아니라 면역 증진, 비만 예방 등 신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 실제 우울증 약 중에는 세로토닌을 증대시켜주는 약이 있다.
세로토닌은 어떻게 하면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햇빛, 다른 하나는 리듬운동이다. 햇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 오래 지내면 세로토닌이 감소되고 우울해진다. 리듬운동의 기본은 걷는 것이다. 밝은 낮에 산책을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공원이나 숲 등 자연 속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 햇살을 즐기면서 산책을 하면 많은 세로토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셋째,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인간은 도전을 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는다. 이러한 고차원적 행복감을 갖게 해주는 호르몬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중독과 관련한 나쁜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 도파민은 양날의 칼이다. 잘못 사용하면 중독자를 만들지만, 잘 사용하면 자신감과 만족감을 키워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 평소에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의욕적이고 부지런하다.
도파민은 ‘새로움’, ‘호기심’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다. 누구든 새로운 것을 보면 호기심을 갖는다. 이 감정이 도파민을 불러일으킨다. 반대로 늘 똑같은 생활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사람은 의욕도 없고 게으르다.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에 하나씩 도전해보자.
마지막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관계다. 좋은 관계는 행복감을 준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연결되는 것이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자궁수축호르몬으로서 임산부가 분만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출산을 하면서 옥시토신이 흠뻑 분비된 엄마는 아기를 보면서 모성애를 느끼기 시작한다. 옥시토신은 관계에서 친밀감을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신뢰감도 키워준다.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끼리 느낄 수 있는 중요한 행복감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옥시토신이 잘 분비될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스킨십을 통해 분비된다. 서로 교감하고 바라만 봐도 옥시토신은 증가한다. 일부 학자들은 옥시토신이 미래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게 될 호르몬이라고 말한다.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친화력, 사회성이 좋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더 크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에서는 ‘쑥스러움 방지제’라는 이름으로 코에 뿌리는 옥시토신 스프레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옥시토신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행복호르몬은 좋은 부분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이들 호르몬은 홀로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서로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결정된다. 이제 앞에서 말한 방법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많이 웃고, 자연을 벗 삼아 햇빛 아래서 산책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과감한 도전도 해보자.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주 교감하고 대화하자. 행복호르몬을 잘 가꾸고 키워 슬기로운 피로 컨트롤러가 되면 우리 삶에 피곤함이 끼어들 틈은 없어질 것이다.
즐거운 노후를 위한 추천 도서 By 이근후
◇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은하계 및 태양계의 모습과 별들의 삶과 죽음을 설명하며, 동시에 그러한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과학서이지만, 철학적, 종교적, 인문학적 물음을 갖게 하며 우주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까지 고찰하게 한다.
◇ 삼국지 (나관중 저)
수백 년 역사 동안 ‘삼국지’가 스테디셀러였던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만이 아니다. 그 속에 얽힌 각양각색 인물의 특징과 그들 간의 갈등을 현실의 삶에 대입함으로써 다양한 문제와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한다.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저)
‘나이답게 사는 것’이 곧 ‘엄숙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야기하며, 재미를 찾아 살고자 했을 때 얻어지는 인생의 기쁨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 드는 게 두렵다고 말하는 이들을 위한 53가지 나이 듦의 지혜를 담았다.
◇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저)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각 계절을 살고 있는 세대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갈등과 행복감을 편지에 담아 이야기한다. 인생의 단계마다 힘겹게 고통을 견디고 있을 이들을 위해 진심 어린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손주들과 함께 읽고 싶은 과학서 by 진정일 교수
*진정일 교수는 특정 출판사와 저자(역자)를 추천하는 대신 무엇이든 아래 도서의 인물과 주제에 얽힌 책들을 읽길 바랐다. (이번만 넣어주세요)
찰스 다윈 평전 (김영사)
진화론은 창조되었는가, 만들어졌는가? 어떻게 다윈은 진화론의 경쟁에서 승리하였는가? 다윈이 쓴 수만 통의 편지와 일기, 수천 종의 논문과 연구서를 바탕으로 다윈과 진화론을 둘러싼 의문들의 진위를 밝힌다.
빛의 아버지 아인슈타인 (자음과모음)
상대성이론을 상시하며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의 삶을 소설처럼 쉽게 풀어쓴 평전이다. 성공적인 과학자의 삶 이면에 감춰진 고통과 아픔을 통해 인물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중나선 (궁리)
DNA 나선구조를 발견하며 노벨상의 영예를 안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공학의 발전과 DNA 연구과정을 보여준다. 논문 작업과정은 물론 여러 과학자들과 협력하고 갈등하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주기율표 (교유서가)
국제주기율표의 해를 맞아 읽어봄 직한 과학서다. 멘델레예프를 비롯해 주기율표의 발전에 기여했던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핵심적 과학 이론들을 짚어본다.
2019년은 국제주기율표의 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외워봤을 주기율표가 탄생한 지도 어느덧 150년. 최초의 주기율표에는 60여 개의 원소뿐이었지만,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오늘날 118개의 원소가 채워졌다. 그리고 올해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 50주년이 된 세계적인 화학자 진정일(陳政一·77)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 소년의 꿈으로 시작된 과학자의 길은 수많은 청소년의 꿈이 되어 우리나라 과학사의 면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길 바라며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 ‘진정일 교수가 풀어놓는 과학 쌈지’ 등을 펴내온 진정일 교수. 줄곧 청소년을 위해 집필해온 그가 폭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한 ‘오늘도 나는 과학을 꿈꾼다’를 출간했다.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2년 전 ‘제자들이 바라본 나’를 주제로 글을 엮어 ‘과학자는 이렇게 태어난다’를 펴낸 적 있는데, 이번엔 ‘내가 바라본 나’에 관해 직접 썼습니다. 학창 시절의 추억은 물론 교수로서, 가장으로서의 삶을 담아 중장년이 공감할 내용도 많지요. 책을 낼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고민하지만, 결국 내 의도보다는 ‘독자가 무엇을 읽고 얻느냐’가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는 과학자로서 그의 철학에 감탄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학창 시절의 일화와 가족사랑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책에는 진정일이라는 한 사람의 삶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는 제목 또한 이중적인 뜻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과학을 꿈꾼다는 건, 우리나라에 노벨상까지 거론될 수 있는 훌륭한 과학자들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의 의미가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실제 내가 과학을 꿈꾼다는 거예요. 농담 같겠지만 뭔가를 깊이 생각하면 꼭 꿈에 나타나더라고요. 며칠 전에도 제자들에게 이런저런 화학 연구에 대해 가르치는 꿈을 꿨어요. 깨자마자 얼른 적어뒀다가 잊어버리기 전에 애들에게 일러줬죠. 제자들이 ‘우리 선생님 정말 못 말려’ 그러더라고요.(웃음)”
융합적 사고를 통한 과학윤리
40여 년 동안 고려대학교 화학과와 융합대학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쳐오며 그가 전수한 것은 과학적 지식만이 아니었다. 진 교수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가치 있는 일을 찾길’ 강조하며 그 일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도 탐구해보길 권했다. 그는 자칫 행복만을 추구하면 쾌락의 길로 빠지기 쉽다고 염려하면서, 특히 과학자는 ‘과학윤리’를 함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학윤리라는 건 좁게 보면 논문 표절이나 아이디어 도용 등의 행위에 언급되는데, 넓게는 우리 사회와 인류의 문제까지 적용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지요. 가령 내가 연구해온 플라스틱 분야도 그것이 일상을 편리하게 했지만, 최근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걸 보면 정말 우려스러워요. 그러니 재활용 기술 등을 더불어 연구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특수상대성이론 공식(E=mc²)도 훗날 원자폭탄 문제에 영향을 주리라곤 예측 못했겠지요. 이렇듯 과학자는 설령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일지라도 그것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민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진 교수는 과학윤리 의식을 지니기 위해서는 ‘융합적 사고’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쉬운 예로 비빔밥을 ‘혼합’, 잘 익은 김치를 ‘융합’에 비유했다. 숙성된 김치는 여러 재료가 한데 어울려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맛을 내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각적 시선으로 한 가지 현상을 폭넓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학문이 세분화하고 있어요. 같은 과 후배들하고도 대화가 안 통해요. 화학 안에서도 서로 분야가 다르니까요. 인류의 문제는 날로 복잡해지는데 각자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요. 요즘 초연결시대라고 하지만, 인터넷만 된다고 소통이 잘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 예로 근래 러시아에서 운석이 떨어져 큰 인명피해가 난 적이 있어요. 당시 운석이 떨어진다, 폭발이 엄청날 거다, 사람들이 다칠 거다 등 다양한 위험 상황을 예측했음에도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주는 사람은 없어 재난을 겪고 말았지요. 이렇듯 전체를 바라보는 태도, 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적으로도 융합하는 사고를 지녀야 초연결시대에 참다운 소통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중장년이 과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아마 대부분 중장년은 그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를 향한 조언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진 교수는 노년의 지혜와 현대 과학 지식의 융합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끄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라 강조했다.
“중장년은 우리 사회와 가정의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 사회와 가정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과거 지식이나 인습에만 머문다면 과연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노인은 지혜롭지만,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신지식이 뒤떨어지면 결국 세대 간 소통은 물론 복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지식 습득을 위해 젊은 시절보다 독서량이 늘었다는 진 교수.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섭렵하면서도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이 있으니, 바로 대학교 1학년 ‘일반화학’ 교재다. 해를 거듭하며 개정되는 ‘일반화학’을 통해 학문의 기본을 되새기는 동시에 교육의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가끔 괴리감을 갖는다고 했다. 교재의 수준은 꽤 높아졌지만, 다루는 지식이나 학생들의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 진 교수는 ‘창의성 결핍’이 문제라 지적했다.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우리 교육의 화두입니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저 역시 고민이 많습니다. 그동안 제가 느끼고 공부한 바에 의하면 창의성이란 꼭 새로운 것의 창조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전혀 무관한 사물들 사이에서 남이 보지 못했던 연결성을 찾음으로써 창의력이 발현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것들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는 거죠. 그런 연결성이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그는 실제 ‘진정일 교수, 時에게 과학을 묻다’, ‘진정일 교수, 소설에게 과학을 묻다’ 등을 통해 과학과 문학을 연결 짓는 창의적 시도를 해왔다. 요즘도 과학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즐겁다는 진 교수다. 과학이라는 말만 나오면 쌈지 풀어 헤치듯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는 그의 모습에서 ‘천생 과학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건 ‘DNA의 자기(磁氣)적 성질’이에요. 이 역시 서로 다른 두 요소의 융합이라 볼 수 있지요. 요즘엔 이게 자꾸 꿈에 나타나고 그러네요.(웃음)”
소설을 좋아하던 문학 소년은 국가 발전을 위해 이 땅에 한 송이 꽃을 피우겠노라 다짐하며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 들어갔다. 머지않아 그는 알았다. 그 ‘화’가 ‘꽃’이 아니었음을. 낙담을 뒤로 하고 과감히 미지의 시공간으로 몸을 내던졌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순간의 선택은 평생을 함께해도 지루할 틈 없는 과업이 됐다. 인생 최악의 오작동 사건을 통해 진정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냈다는 서울시립과학관의 이정모(李庭模·56) 관장. 이 세상 모든 실패와 좌절, 오해로 꼬여 삶이 불편하다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천진함과 유쾌함이 가져다준 놀라운 긍정 에너지 효과를 경험할 것이다.
이정모 관장만큼 꾸준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이도 드물 것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과학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쇼맨십에 언변도 좋아 매스컴에서 반기는 인물. 정통 과학 TV 프로그램이었던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KBS)는 물론이고, 이 시대 명사들만 초빙하는 ‘차이나는 클라스’(JTBC)와 ‘어쩌다 어른’(tvN) 등에 출연해 과학을 포기했던 시청자들까지 TV 앞에 끌어들였다.
눈높이에 맞춰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능력자
“글 쓰고 책도 출간하니 강연 요청이 들어오더라고요. 글로만 과학을 설명할 필요가 없구나 했죠. 의외로 강의료도 꽤 괜찮고요. 방송에 나가 보니 영향력이 더 크더군요. 책이 제일 깊은 얘기를 하고 강연은 약간 깊이가 낮아지고, 방송은 더 낮고 표피적이지만 영향력은 엄청나죠. 보는 사람도 많고요. 처음에는 방송 출연을 경원시했지만 세상을 바꾸려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이 관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권위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자연사박물관장에 이어 과학관 관장이라는데 낙천적이고 푸근한 인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얼굴 알려진 명사라지만 아이이건 어른이건 반갑게 인사하고 만나는 ‘털보 관장님’. 과학의 범주에 있는 모든 것은 물어보는 순간 인터넷 지식 검색 수준으로 친절히 설파한다. 그는 언제부터 아는 것이 있으면 설명하고 말해주고 이해시키며 살아온 것일까. 얘기를 들어보니 인생의 과정 속에서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된 것 같다.
‘과학자’가 아닌 ‘과학 거간꾼’의 길을 걷다
“우리 부모 세대는 교육과정을 끝까지 못 마친 경우가 많았잖아요. 저희 어머니도 그랬고요. 아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니까 신기해서 매번 학교에서 뭘 공부했는지 물어보셨어요. 어머니가 다림질하고 있으면 옆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배운 것들을 얘기해드렸어요. 너무 좋아하셨죠. 그렇게 1년간을 했더니 어머니가 양복 한 벌을 사주시며 ‘너, 야학 선생 해!’라고 하셨어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서울 연동교회 산하기관이었던 연동청소년학교에서 야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관장이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과학과 수학은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야학 선생을 하면서 교직에도 관심이 생겼지만 마음을 접어야 했다.
“당시 저희 학과의 경우 교직 이수가 가능했지만 상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이룰 수 없었죠. 그런데 정작 교직 이수한 그 친구들 중에 선생님이 된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웃음) 가르치는 일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못해요. 애정이 있으면 ‘내가 어떻게 보여줄까, 뭘 알려줄까’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애정을 가질 수 없어도 자꾸 소통하다 보면 그런 마음이 생겨요. 그동안 사람들 만나고, 강연하고, 책 쓰고 방송 출연하면서 많이 변했어요. 물론 제게 타고난 성향도 있지만요.(웃음)”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예능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과학인” 같다고 말하니 “아주 잘 봤다”고 말했다.
“저는 실험실보다 도서관을 더 좋아했습니다. 한 개의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몇 년을 연구하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해요. 저는 남들이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이야기로 전달하는 재능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용어는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전부터 제가 써온 말입니다. 과학은 전문가 영역이니 대중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그게 바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우리말로 ‘과학 거간꾼’ 정도로 설명하면 되겠네요. 제 바람대로 과학을 알려주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실패는 당연한 것! 칭찬과 격려를
이 관장이 몸담고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설이다. 이곳 초대 관장으로 부임하면서 설계에서부터 세밀한 것들까지 펼치고 구현했다. 무엇보다 서울시립과학관의 벽면 어디에도 과학지식 등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손으로 모래를 모으고 펼쳐 등고선의 위치 변화를 알아보고, 걸어보고, 뛰어보고, 펌프질에 자전거까지 타보면서 스스로 의미와 답을 찾도록 장치들을 마련해놓았다. 특별히 손주들 교육에 관심이 많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를 위한 얘기를 들려 달라고 청했다.
“이곳은 몸소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질문을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과학관 방문객들 중 절반 이상의 친구들은 보고만 가고 절반 안 되는 친구들은 마음속에 질문을 안고 나가죠. 과학관은 과학자의 삶을 경험하는 곳입니다. ‘이 실험이 왜 안 되지?’ 하면서 실패를 양식으로 삼아야 하죠. 과학자들도 매번 실패해요. 어쩌다 한 번 성공하는 것이죠. 실패를 해봐야 회복탄력성이 생깁니다. 성공만 하다가 실패하는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없어요. 실패 앞에서 대처 방법을 모르면 안절부절못하면서 거짓말을 하게 돼요. 아이들에게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유쾌한 관장님 고액기부자 대열 합류
재밌고 그저 신나는 명강사 관장님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작년 말 통 큰 기부가 세상에 알려지고야 말았다.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푸르메재단에 1억 원 기부를 약정하고 고액기부자 클럽 ‘더미라클스’ 회원이 됐다.
“포토월 앞에서 사진 찍자기에 응했는데 보도가 될 줄 몰랐습니다. 푸르메재단을 설립한 백경학 상임이사가 동네 가까이 살기도 하고 고등학교, 재수, 대학교 동창이에요. 전 재산 들여서 재단을 만들었는데 병원을 짓는 등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기여를 좀 하고 싶었어요. 일단 책이 좀 많이 팔렸어요. 공무원은 공무원 월급으로 살면 되잖아요. 제가 무슨 대단한 일 한 거 아니에요. 저나 제 자식들은 너무나 멀쩡하잖아요. 발달장애아들의 부모는 잘못이 없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세금으로 해결이 되면 좋으련만 안 될 때는 조금씩만 모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한 달에 3만 원 월정액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1000만 원이 내고 싶었단다. 그 뒤로도 돈이 생겨 500만 원을 또 기부했다.
“처음에는 1억 원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1억 원을 낸 사람들의 클럽이 있다더군요. 그분들께 강연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다들 좋으셨습니다. 저도 그 클럽에 들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삽니다. 글도 열심히 쓰고, 특히 강연하러 갈 때 뿌듯해요. 얼마를 또 기부할 수 있겠구나 하고요!(웃음)”
1년 뒤면 관장 임기가 끝난다. 그는 어떤 자리이든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늘 다 잘됐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교육방송에서 제 이름 달고 과학 프로그램을 하고 싶습니다. 재작년에 여균동 영화감독 작품에 출연해 배우로도 데뷔했어요. 배우의 꿈도 마음에 있고 말이죠.(웃음) 관장직을 마무리하면 또 뭔가를 하게 되겠죠.”
은퇴를 막막함이 아닌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에 새삼 용기가 난다.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살아갈 이정모 관장의 미래에 박수를 보낸다.
행복한 인생은 살고 싶으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마음은 소통의 문이요 관계의 문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약점이 있어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자물통은 안으로 잠겨 있어 자기 자신밖에는 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사람은 밝게 살아가지만, 감추고 사는 사람은 힘들게 산다. 심지어 사람을 피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우울증에 빠져 지내다가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멋지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볼 때 힘차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신을 비관하고 부모를 원망하며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이 사람도 처음엔 그랬다. 그래서 8세가 되던 해 세상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삶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팔다리가 없어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다 하늘의 뜻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새로운 삶을 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닉 부이치치 이야기다. 그의 삶은 좋은 조건에 건강한 몸을 갖고도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장애에도 좌절하지 않고, 골프 수영 등 끊임없는 도전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일본의 오토다케 히로타다도 역시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장애는 “신체적 특징의 하나일 뿐”이라며 당당히 자기 삶을 살아간다. ‘오체 불만족’을 쓴 작가로 유명한 그는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 정치학과를 다녔다. 책가방을 메고 계단도 혼자 올라간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놓음으로써 세상과 멋지게 소통하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한 사람인 루즈벨트는 미국의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벗어나게 했고 네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소아마비 환자였다. 세계적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루게릭병으로 2년 시한부 선고를 의사로부터 받았지만 의지로 그 병을 이겨냈고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존경받는 우주 물리학자로 존경받으며 생을 마감했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닫힌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할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마음을 열고 세상과 만나야 한다. 그 문은 아무나 열 수 없다. 내가 열어야 한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열이 많다. 그래서 더운 걸 못 참는다. 반면 나와 딸들은 추위를 싫어한다. 남편은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맑은 날을 선호한다. 이렇게 다르다 보니 집 안에서 늘 신경전이 벌어진다. 미세먼지가 많은 봄날에 딸들이 모든 문을 봉쇄하면 남편은 몰래 안방에 들어가 창문을 열고 혼자 앉아 있거나, 요즘같이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의 문턱에선 창문 여닫기 숨바꼭질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우리 집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친구들도 다 그렇단다. 겉으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 남자는 체질적으로 양에 속하고 여자들은 압도적으로 음 체질이 많아서 그럴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러나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적응하며 다들 살아간다. 주변에 그런 이유로 분가한 경우를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신문 기사를 보니 이게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에선 이 문제가 남녀 차별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며 대대적으로 문제 삼을 기세이다. 말하자면 남녀가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 온도가 대부분 남성 위주로 설정되어 여성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약 22도가 알맞고 여성들은 약 24도 정도가 최적온도라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페미니즘이라는 도도한 시대의 흐름이 여성해방과 미투운동을 거쳐 이제 사무실 내 온도로까지 번지는 듯해 무섭고도 재미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충분히 문제 삼을 만하다는 느낌이다. 남녀 간의 생리적인 차이도 존중받아야 진정한 남녀평등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편으론 이렇게 가다간 남녀가 갈수록 멀어져 이젠 공간까지 나누어 아예 서로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
그러고 보니 옛 조상들의 삶이 이해가 된다. 과거 있는 집들은 대개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되어 있어서 부부가 독립적인 삶을 영위했다. 어쩌면 두 방은 서로 온도도 달랐으리라.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도 부부가 한 방에서 생활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남녀 간의 갈등을 미리 방지하는 기능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부가 서로 생활 속의 갈등으로 헤어졌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사실 요즘도 실내 온도뿐 아니라 생활 습관의 차이로 각방을 쓰는 부부가 늘고 있단다. 어쩌면 이 갈고, 코 골고, 방귀 뀌고, 트림하는 배우자를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사랑이 달아나는 것보다는 잠시 헤어져 있는 것이 그나마 사라져 가는 애정을 보존하는 지혜로운 방법일는지 모른다. 마치 시끄러운 스마트폰을 잠시 꺼 두고 마음의 평정을 찾듯이 말이다.
그러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니 그래도 부부는 한방을 써야 하는 건 아닌지? 옆방으로 옮긴 남편이 언젠가 문밖으로 옮길지 어찌 아는가. 누구처럼 졸혼이니 뭐니 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방 안 온도를 조금 양보하는 대신 이불을 각자 달리 덮으면 되고 코를 좀 골면 거꾸로 누워 자면 되지 않을까? 남녀평등은 싸워서 얻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아, 님아! 부디 옆방으로 가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