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실버타운 ‘분양’ 시장도 뜨겁다. 23일 청약 마감한 롯데건설의 ‘VL르웨스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대 1을 기록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가장 인기가 높았던 ‘4군’(전용 103㎡)은 20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버타운에 흥미가 생긴 당신은 더 많은 정보를 찾아 나선다. 듣자 하니 실버타운이 ‘현대판 고려장’ 취급 받던 것은 옛말이란다. 입주하면 직접 챙기지 않아도 전문가가 짜주는 식단을 삼시세끼 식사가 가능하고, 입주자 전용 시설에서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거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미래의 내가, 혹은 나이 드신 부모님이 이런 곳에서 지내면 좋겠다’. 실버타운에 대한 정보를 접할수록 생각이 커져만 간다.
그런데 잠깐, 빠르게 정보를 훑어 내리던 당신에게 의문이 생긴다.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실버타운은 폐지됐다’는 대목에 이르렀을 즈음일 것이다. 과장 광고와 부실 운영 등의 이유로 피해 입은 사례가 잇따르면서 폐지됐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봤던 ‘실버타운 분양’에 대한 언급은 다 무엇인가? 분양형이 폐지됐다면, 앞으로 실버타운 한 세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영영 사라진 것일까? 실버타운 초심자가 품었을지도 모르는 질문 몇 가지를, 실버타운 전문 유튜버 ‘공빠TV’의 문성택 씨에게 물어봤다.
Q 실버타운 ‘분양’과 ‘분양형 실버타운’의 개념이 헷갈린다.
A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의 사례를 떠올리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분양’의 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여러 부분으로 갈라서 여럿에게 나누어 줌’이다. 전세나 공공임대에서도 분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법적으로는 맞다는 뜻이다. 다만 여럿에게 나눠주는 실버타운이 ‘입주자 소유’이냐, ‘임대’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Q 그렇다면 분양형 실버타운이 무엇인가?
A 분양형 실버타운은 일반 주택처럼 주택 소유권을 갖되, 제공되는 실버타운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를 매월 운영사에 지급한다. 일반 주택과는 만 60세 이상만 살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90세대 이상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실버타운 중 30~40%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분양형이다.
Q 분양형 실버타운은 이미 폐지된 게 아닌가?
A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폐지된 것이 맞다. 그러나 분양형 실버타운이 폐지되기 전 허가를 받았던 실버타운은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해당하는 실버타운은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용인 고기동 실버타운 등이 있다.
서울시니어스타워의 실버타운 총 6곳 중에서는 서울시니어스 서울타워 한 곳만 100% 임대형이고, 나머지는 분양형과 임대형이 섞여 있다. 스프링카운티자이의 경우 대단지 아파트형이라 매물이 많고 거래도 활발한 편에 속한다. 용인 고기동 실버타운은 아직 사업이 진행 단계에 있는데,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새 매물을 자기 명의로 분양받을 수 있는 마지막 분양형 실버타운이 될 것이다.
Q 분양형vs임대형, 어떻게 다른가?
A 소유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임대형 실버타운은 실버타운 운영 업체에게 소유권이 있다. 운영사에서 거주자에게 전세 및 월세 등 임대를 내주는 방식이다. 실버타운에 따라 의무 거주기간이 정해진 곳이 있어, 이 기간을 채우기 전 퇴소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되므로 계약 전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청약이 끝난 마곡 VL르웨스트, 부산 VL라우어도 임대형(전세 분양)이며, 최소 의무 거주기간을 2년으로 두고 있다. 또한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은 대부분 임대형 실버타운이라고 보면 된다.
분양형 실버타운은 입주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매매 거래가 가능하다. 몇몇 실버타운에 한해서는 외국에 나가야 하는 등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 전세, 월세 등 임대를 주는 것이 허용된다. 확인한 바로는 스프링카운티자이와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Q 분양형과 임대형 중 무엇을 선택할지 참고할만한 기준이 있다면?
A 거주는 실버타운에서 하되, 본인 명의의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를 갖고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임대형이 적합하다. 반대로 '내 집'이어야 하고, 더 이상 거주지를 옮길 생각이 없거나 주택연금을 들어 연금 수령하며 평생 살겠다고 생각한다면 분양형을 추천한다.
Q 분양받은 실버타운을 주택연금 들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일반 주택에 비해서는 연금 수령액이 약 85% 정도로 적다는 페널티가 있다. 만 60세 이상만 거래 및 입주가 가능하다는 조건 등으로 거래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Q 아직 남아있는 분양형 실버타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A 공인중개사를 통하기도 하고, 실버타운 운영사에서 직접 거래를 중개하는 사례도 있다. 스프링카운티자이처럼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는 부동산을 통해서 매물을 구할 수도 있다.
Q 임대형 실버타운의 보증금에 대한 안전 장치는 있는가?
A 있다. 다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으면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전세형의 경우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거나, 보증금 보증 보험을 들면 된다. 단, 이러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계약 전 확인해야 한다.
오래 사는 시대를 넘어 건강하게 잘 늙어가며 살고자 하는 ‘웰 에이징’ 시대가 다가왔다.
이와 같은 트렌드는 노후의 삶에 대한 지향점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급화되어 가고 있는 ‘실버 타운’이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과거의 실버 타운은 간단한 일상 케어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 요즘의 실버 타운은 기본적인 보살핌 이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후에도 오롯이 내 일상에 집중하며 삶의 질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실버 타운은 주거의 개념을 넘어 식사, 건강, 여가, 문화, 사회활동 등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적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실버타운에서는 여생을 즐기며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가능해지고 바로 ‘웰 에이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거지인 셈이다.
국내의 한 논문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 내에서 65세 이상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반 주거지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인복지주택의 거주 노인들의 생활만족도가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실제로도 실버타운에서의 주거만족도는 꽤 높다. 국내의 한 실버타운 입주민은 “실버타운에서 직접 생활해 보니 잘 짜여진 식단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입주민끼리 관계를 맺으며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으로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가장 싫어했던 집안 일에서 해방되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정도로 고급 호텔이나 마찬가지인 케어를 받고 있어 실버 타운에 늦게 들어오는 것은 낭비다.”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맞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3월 중 서울 마곡지구 마이스 복합단지에 들어서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가 시선을 끈다.
‘VL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총 810실 규모로 조성되며 특히, 시니어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의료 케어, 입주민 서비스, 특화 설계와 다양한 커뮤니티 및 프로그램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는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갖출 예정으로 시니어 입주민의 특성과 편의를 고려한 건강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 먼저, ‘보바스기념병원’과의 업무 협약을 통한 세분화되고 체계적인 건강관리센터를 운영 지원한다. 개인별 맞춤 건강도 체크, 질환별 특별관리 등과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국내 노인복지주택 최초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긴급SOS 알람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대 서울병원’과의 협약을 통해서도 입주자 대상으로 전문의 진료 및 건강검진이 가능하다. 해당 병원 이용 시에는 입주민 전용 창구를 통해 장시간 대기 없이 신속한 의료 케어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단지는 ‘강서 미라클메디특구’에 해당돼 고품격 의료 인프라도 함께 누린다. 이 특구에는 서울 시내 2위에 달하는 병원급 이상 전문 의료 시설이 집적되어 있고 척추 및 불임에 특화된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내 지하 보행 통로를 통해 보다 편리한 생활 인프라도 누릴 수 있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까지 있어 트리플 역세권을 갖추고 있다. 특히,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와 지하철 역이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어 역세권 이상으로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도심 속에서도 대규모 자연 환경을 이 단지 내 지하 보행통로를 통해 마음껏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약 15만평 규모의 ‘서울식물원’과 약 50만㎡ 규모의 생태공원 ‘서울 보타닉 공원’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연계한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이 마련될 예정으로 다양한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쇼핑, 생활 인프라도 눈에 띈다. 롯데몰, 롯데시네마, 대규모 공연장 LG아트센터 서울 등 대형 쇼핑몰 및 문화 시설이 단지 가까이에 있어 쉽게 이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도 누릴 수 있다.
호텔급 입주민 서비스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도 보낼 수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 지원하는 프리미엄 시니어 브랜드 ‘VL’을 통해 예약대행, 비즈니스 업무지원, 우편물관리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세대 내 각종 청소가 가능(주 2회 60분)한 ‘하우스키핑 서비스’, 호텔 레스토랑 운영 노하우가 담긴 ‘호텔 셰프 관리 식단’, 각종 문의 및 요청을 하나의 창구에서 운영하는 ‘원스탑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설계도 선보인다. 롯데건설이 개발한 시니어 주택 평면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의 독립성을 반영한 ‘원룸 원배쓰(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의 평면, 신체 및 안전을 고려한 전 세대 미닫이문 및 무단차 계획, 세대 내 순환형 동선 구조, 입주자별 취향을 고려한 ‘비스포크 발코니’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니어 입주민들은 불필요한 동선과 이동 없이 편안하고 효율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세대 내에 비상콜 시스템, 동작 감시 센서, 냉방시스템, 헬스케어 시스템 등 스마트한일상을 위한 ‘IOT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VL르웨스트가 갖춘 입지, 규모, 시설 등은 국내 실버타운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라며 “롯데건설과 롯데호텔이 함께 공을 들여 선보이는 만큼, 시니어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견본을 보고 싶다면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찾으면 된다. 청약 접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단순히 요양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요양보호사, 수급자 모두가 존중받는 선순환을 만든다. 더 많은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살며, 결국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시니어 케어 요양 기업 ‘케어링’의 목표다.
케어링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 가족을 돌보고 정부 지원을 받는 가족요양, 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및 방문목욕, 건강관리·치매 예방 등 간호를 지원하는 방문간호, 욕창 매트리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복지용구 커머스, 케어링 고객이라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공동구매 커머스, 장기요양등급 신청을 무료로 돕는 등급신청 대행, 주야간보호센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설립 후 2020년 매출 20억 원을 달성, 복지용구 및 방문간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2021년에는 매출 110억 원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브랜드대상의 ‘방문요양 서비스’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부터
케어링의 성장은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케어링 직원과 돌봄 종사자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수급자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믿는 점이 케어링의 성장 포인트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가 말하는 ‘존중의 선순환’이라는 가치다.
케어링의 돌봄 서비스는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혹은 간호사의 1:1 매칭에 공을 들인다. 방문요양의 경우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케어링이 매칭하면 가정에 직접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성향이 맞는지 살핀다. 일종의 면접인 셈. 2023년 1월 기준 케어링 이용자는 8358명, 요양보호사는 약 2만 7000명이다.
케어링은 가족요양이라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직계 가족을 요양하고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모르고 있었다. 또한 방문요양 시급 1만 3750원, 방문목욕 시급 2만 200원으로 최고 수준의 시급을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도 운영하며 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한다. 올해 3월에는 요양보호사 감사 축제로 ‘제1회 케어링 요양보호 사랑해 축제’를 연다.
케어링이 요양보호사의 처우에 신경 쓰는 만큼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 남춘화 요양보호사는 “요양보호사가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매달 확인해주고, 센터와 교류가 잘되는 게 좋다”고 전했다. 김은숙 요양보호사는 “현실적으로 가족요양 시급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케어링의 요양보호사 대기인력으로 등록하려면 홈페이지나 전화 상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원하는 지역 근처에서 일자리가 생길 경우 문자로 알림을 보내준다. 매칭이 완료되면 센터에 고용되어 시간제로 일하게 된다.
조용욱 케어링 운영총괄 이사는 “요양은 수급자에 따라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어 다양한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잘 맞는 요양보호사가 함께하는 것이 방문요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요양보호사를 위한 멤버십 제도나 커뮤니티 등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가 모여 사는 마을
최근 케어링이 집중하는 분야는 공동구매와 커뮤니티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일이다.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기저귀, 건강식, 물티슈 등 고정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생긴다. 거동이 불편하면 직접 구매하러 나가기도 어렵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 그래서 케어링은 공동구매라는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필요 물품을 판매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주야간보호센터를 말한다. ‘어르신 유치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르신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식사도 함께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 센터를 구심점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서로가 돌볼 수 있는 요양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다. 현재 부산에 4개의 지점을 오픈했으며, 4년 안에 전국에 100개 센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케어링은 고령자의 생활 주기에 맞게 거주지를 리모델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 후 시니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고자 한다. 일본과 미국에는 시니어 배리어프리 주택 단지가 있다. 김 대표는 15만 명이 모여 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시니어타운을 직접 다녀왔다. 그는 “몸이 아프기 전에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레저나 친목 활동을 함께하며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케어링이 이런 비즈니스까지 확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향후 목표를 설명했다.
케어링은 방문요양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종합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2022년 8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케어링은 데이케어센터를 늘리고, IT를 통한 돌봄 서비스 향상, 시니어 구인·구직 앱 서비스, 요양보호사 교육원 확장 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치솟는 난방비로 인해 소비자들의 공공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지역난방·중앙난방 기준)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해 12월 514원으로 53.9% 올랐다. 지역별로는 세종(1075원)의 난방비가 같은 기간 55.6% 상승하며 ㎡당 1000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기(848원), 서울(767원), 인천(675원), 대전(638원), 충북(515원), 대구(396원) 등의 순으로 ㎡당 난방비가 많이 들었다.
주택용·영업용 가스 요금 자체도 1년 전에 비해 1.5배 이상 올랐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용 도시가스 사용량은 8555만GJ(기가줄)로, 2021년 12월(7673만GJ) 대비 11.5% 증가했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38.4% 올랐다. 산업부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실질 난방요금이 2021년 12월과 견줘 작년 12월에 1.54배 오른 것으로 추산했다.
에너지바우처, 28일까지 신청
이에 정부는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에너지바우처(사용권)’ 확대 지원 대책을 내놨다. 에너지바우처는 취약계층에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 구입 시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산업부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기존 난방비 대책의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 2000원(에너지바우처 대상 생계·의료 수급자)까지 상향 지원한다. 동절기 4개월간(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의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이뤄진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에는 기존 가스요금 할인으로 지원받는 14만 4000원에 44만 8000원의 가스요금을 추가로 할인해준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생계·의료급여형 수급자에게는 기존 가스요금 할인으로 지원받는 28만 8000원에 30만 4000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주거형 수급자는 기존 14만 4000원에 44만 8000원을, 교육형 수급자는 기존 7만 2000원에 52만 원을 가스요금으로 추가 할인해줄 방침이다.
에너지바우처는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 수급자 가운데 본인이나 세대원이 △노인(1957년 이전 출생자) △영유아(2016년 이후 출생자)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복지로 누리집을 통해 2월 28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혜택은 고지서를 통한 요금 자동 차감 또는 국민행복카드 사용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국민행복카드는 보건복지부 17종의 국가 바우처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통합카드로 전기, 도시가스의 경우 각 에너지공급사(한전, 도시가스사)에 직접 카드 결제해 사용이 가능하고, 등유, 연탄, LPG의 경우 에너지바우처 가맹점(판매소)에서 바우처 사용기간 안에 결제하면 된다.
보일러 교체 시 보조금 지급
이 밖에 노후화된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가구는 10만 원, 저소득층은 6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에서 특정 제품(경동나비엔, 귀뚜라미)을 선택하면 해당 보일러 제조·판매사에서 자부담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무상으로 교체할 수 있다. 저소득층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족 등이 해당한다.
친환경 보일러는 열효율이 92% 이상으로 노후 보일러 대비 약 12% 정도 높아 연료비 절감에 도움을 준다. 환경부는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할 경우, 지난 1월 도시가스 요금을 기준으로 1대당 연료비가 연간 최대 44만 원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은 ‘가정용 보일러 인증 시스템’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관할 시군구 환경부서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보일러 판매자의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한편, 올겨울 강력한 한파가 연일 이어지면서 동상이나 저체온증 등 한랭(寒冷)질환 환자가 지난겨울보다 65.9%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의 ‘2022-2023절기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한랭질환 신고 환자 중 절반가량(52%)은 65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저체온증이 8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질병청은 “고령자와 어린이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보온을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추위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를 겪는 몸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노인의 나라에서 돌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돌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OECD는 2040년 우리나라가 2040년에 세계에서 요양 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벌어진 일인데, OECD는 2040년까지 노인돌봄인력을 140% 이상 충원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게다가 노인 스스로가 대표적인 노인돌봄시설인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장기요양기관 입소를 원치 않는다. 노인 스스로가 지역 사회를 떠나기 싫어하는 것은 다양한 통계자료로 검증된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그간 맺어 온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정서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주목한다. 서울연구원의 도시사회연구실 연구위원들은 책 ‘노인을 위한 동네-고령친화 지역사회 만들기’에서 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고령친화사회’의 열쇠가 노인의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동네에 있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노인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그러나 저자들이 책에서 짚었듯, “하나의 정책만으로 오랜 시간 고성장 산업화에 맞춰 형성되어 온 우리 도시와 동네가 금세 노인도 행복한 삶터로 바뀔 수 없다.” 노인이 집을 떠나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삶의 직접적 공간이 되는 지역사회가 ‘노인이 살기 좋은 동네’로 재편돼야 한다는 것.
이에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위해 어떤 지역사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차례는 미국이다.
WHO 기준 맞춰 운용, 뉴욕‧포틀랜드 참고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대해 일찍이 관심을 표한 바 있다. WHO는 2006년부터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를 시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고령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도시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교통, 주거, 사회참여 등 8개 영역, 84개 세부항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지역에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부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1개국, 1445개 도시가 가입해 상호 교류 중이며, 국내에는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마포구, 전라북도 완주군 등 40개 지자체가 가입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07년 ‘고령친화 뉴욕’ 정책을 발표한 뉴욕시는 2010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령친화도시에 가입했다. 이에 걸맞게 뉴욕은 고령자에게 친절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고령친화 안전도로조성사업을 통해 버스정류장의 휴식시설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택시 바우처를 개발하는 식이다. 또한 고령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을 통해,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고령친화지구’로 지정하고 교통 편의나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을 지원한다.
포틀랜드의 사례도 눈여겨 봄직하다. 2006년 미국에서 최초로 WHO 글로벌 고령친화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도시로, 현재까지도 주택, 교통, 디자인 등 물리적 환경에 중점을 두고 보다 고령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 정책을 펴고 있다. 지역사회 내 50세 이상 중장년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튜터링 자원봉사 프로그램 역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중장년 튜터 97%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중 57%가 읽기 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주택 수리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 정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2 가을호에 실린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도 WHO의 기준에 근거해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는 노인이 거주하는 집 안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주택의 안전 및 기능을 향상함과 동시에 주택을 소유한 저소득층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연 3천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한다. 프로그램은 화장실의 미끄럼을 방지하고 단차를 제거하거나, 안전바‧손잡이를 설치하고, 보조의자나 가정용 리프트를 두는 식으로 진행된다.
집을 수리할 금액을 마련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도 있다. 농무부는 △거주지 중위소득 50% 미만이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실거주자이고 △62세 이상 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자는 최대 1만 달러, 대출 받을 자격이 인정된 노인은 대출금 4만 달러를 합쳐 최대 5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노인 대상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s Act)에 기초한다. 고령자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의한 노인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과 장애인의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통수단이 부족한 지역의 비영리기관에 예산을 지원한다. 예산은 교통수단의 유지‧보수, 휠체어 관련 장비 구매, 대중교통 운행 시간표와 같은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분야에 쓰인다.
이러한 교통 지원 프로그램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요양인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노인법의 ‘가족 요양인지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이외에도 가족 요양인에게 상담이나 자조모임, 요양자 훈련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60세 이상 노인이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를 돌보는 18세 이상의 가족 요양인 혹은 55세 이상의 친척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당연해진 사회, 인터넷 요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대면 사회 교류를 돕는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21년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노인에게 매달 최대 50달러의 인터넷 요금 할인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용자들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구매할 때 최대 100달러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방면에서 고령자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국이지만 한계는 있다. ‘미국의 고령친화 지역사회 정책’ 연구의 저자는 “동‧서부의 큰 도시에만 정책이 몰려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작 시골에 사는 노인들은 지원 프로그램이나 혜택에서 빗겨나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를 대비해야 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아 변화된 정책 및 제도, 서비스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연금과 세금
[1] 노령 기초연금 수령 선정기준액 상향
올해부터 혼자 사는 노인 기준 월소득인정액이 202만 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80만 원보다 12% 늘어난 금액이다. 부부의 경우에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 월소득인정액 323.2만 원이면 기초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월소득인정액이란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실제소득에 금융재산 등 재산환산액을 더하고 각종 공제액을 뺀 액수다.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주소지 관할과 상관없이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연금공단지사 방문 또는 온라인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다.
[2] 연금계좌 세액공제 최대 900만 원까지 확대
개인⸱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퇴직연금까지 더한 세액공제 납입한도는 7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수령자부터는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 외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3] 과세표준 실거래가 적용,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5년→10년
1월부터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2023년 증여분부터 취득세 과세표준을 '시가인정액'으로 산정한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적용되는 ‘이월과세’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증여받은 부동산을 10년 내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은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의 취득가액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가령 아버지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한 뒤 10년 안에 팔면 자녀(수증자)가 아닌 아버지(증여자)가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증여와 관련된 절세가 어려워지며, 세금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4] 종부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랐다. 1주택자라면 공제 기준이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2주택자에 대한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로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보유한 경우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종부세를 내면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최고세율은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주택 수에 따라 달리하던 종부세 세부담 상한율은 150%로 일원화된다.
[5]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세액공제 혜택에 답례품은 덤
올해 1일부터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을 위해 도입됐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해당 지자체의 취약계층 지원 및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을 위해 쓰인다. 기부액은 연간 최대 500만 원이며, 금액에 따른 세액 공제를 받는다. 10만 원 이하는 기부금 전액, 10만원 초과는 16.5%를 공제해준다. 기부금의 30% 한도에서 해당 지자체의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아볼 수 도 있다. 고향사랑 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 그밖에
△복권 당첨금 200만 원까지 비과세
△제주 여행객 면세 한도 800달러로 상향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 연장(6월 말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 25%로 축소(기존 37%)
△중견기업 통합투자세액공제율 3%→5% 인상
△영화 관람료 소득공제 도입(7월 예정)
◇ 일자리와 평생교육
[6] 최저임금 9620원, 연장근로시간 주 69시간까지 확대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시간당 9160원보다 460원(5%) 올라 9620원으로 책정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 시급 1만1555에, 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감안해 계산했을 때 총 201만580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된다. 연장근로시간의 경우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탄력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이로써 하루 11.5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며, 장시간 노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7] 고령자 고용 연장 논의 시행, 경제활동인구 연령구간 세분화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고용 연장에 따른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60세 이상 계속고용 법제 마련 및 한국형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검토를 시작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시 중소기업의 공제액을 상향(수도권 1100만 원→1450만 원, 지방 1200만 원→1550만 원), 고령층 채용 지원에 나선다.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연령구간도 고령화에 맞춰 기존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세분화한다.
[8] 생애도약기 평생학습 지원 추진, 재직경력 학점·학위 인정 도입
교육부가 발표한 ‘평생학습 진흥방안’(2023~2027)에 따라 30~50대 국민을 생애도약기로 지정, 학습 시간·비용·콘텐츠·상담 등 종합적 지원을 해나간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민간 등과의 협업도 지속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직 경력을 국가에서 학점, 학위로 인정하는 ‘국가 학습경험인정제’를 도입하고 고령층, 저소득층 등 사회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한다.
[9] 50+캠퍼스 40대부터 이용 가능, 동부캠퍼스 개관 예정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플러스캠퍼스가 올해부터 만 40~64세로 이용 대상을 확대한다. 40대 서울 시민을 위한 특화 직업 전화 전문교육을 제공해 일자리 참여 기회를 증대할 계획이다. 기존 서부(은평), 중부(마포), 남부(구로), 북부(도봉)에 이어 올 하반기 동부(광진)캠퍼스 개관을 앞두고 있다.
[10] ‘서울런 4050’ 운영, 디지털동행플라자 조성
기존 평생학습포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서울런 4050’을 통해 중장년의 전직,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3월부터 예정). 참여자 개개인별로 맞춤 컨설팅과 학습을 지원할 100여 명의 ‘온라인 직업훈련멘토단’을 운영한다. 종합적인 지원을 통솔할 인생전환지원센터는 내년 중구 정동에 개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추진을 위한 장노년층 중심의 디지털 교육공간 ‘디지털동행플라자’가 연내 2곳 조성된다(장소 미정).
+ 그밖에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 중장년내일센터로 개편
△플랫폼 종사자 대상 특화훈련 시행(내일배움카드)
△중장년 기술창업 위한 ‘창업·창직 사관학교’ 연내 4개소 운영(2026년 6개소 확대 예정)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우리나라 폐지 수집 노인은 약 1만 5000명. 하루 11시간 일하고 1만 원을 번다. 폐지를 잔뜩 쌓아둔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있는 노인을 담은 사진 한 장은 ‘노인 빈곤’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이런 인식을 바꾸고 싶은 기업들이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올해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폐지 수집 노인에 관한 데이터를 제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폐지 수집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추산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도시의 단독·연립·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곳이다. 이 지역에서 이들이 수집하는 폐지는 전체의 28.4%, 재활용의 60.3%를 담당한다. 폐지 수집 기여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폐지 수집 노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 중 어떤 방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사회적기업들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다른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연계하고 알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동 가치 말하는 세 가지 시선
폐지 수집 노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사회와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가 있다. 사회적기업인 러블리페이퍼, 끌림, 아립앤위립이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신유진 끌림 대표,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는 “폐지 수집 노인을 빈곤하다는 관점으로만 보지 않고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유진 대표는 수입보다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불쌍하다는 시선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 빈곤보다 더 큰 문제”라면서 “끌림 리어카를 끌면 광고를 보고 ‘이게 무엇이냐’ 말을 거는 시민이 많다. 어떤 ‘끌리머’는 스스로 광고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갖게 되어 ‘이제 허리 펴고 일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드리는 수익에서 1만 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와 소통하고 인정받는 것에서 오는 삶의 만족도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심현보 대표는 “본질적인 변화를 원했다. 우리는 이분들과 얼마나 오래 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규직으로 함께하게 된 옥자 님의 경우 키보드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신이어뉴스’ 발행인이 되어 직접 글을 쓰고 댓글도 단다. 옥자 님을 좋아하는 팬도 생겼다. 우리와 함께 일하면 정부에서 나오는 수급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심 대표는 본질을 해결하려면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립앤위립은 앞으로 ‘노인 일자리’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기 대표 역시 새로운 비영리 스타트업을 통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 인식을 바꾸려 한다.
기우진 대표는 “우리는 폐지 수집 노인을 ‘자원재생 활동가’라고 부른다.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가치가 재평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분들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빈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이 가치 있기 때문이다. 폐지 줍는 이유를 ‘빈곤’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배제’당하고 있는 현상을 봐야 한다. 사회적·경제적 배제는 ‘노인’이 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러블리페이퍼에 고용된 세 명의 어르신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보다 “눈 뜨면 갈 곳이 있고, 함께 일하는 친구가 있어 회사 가는 게 설렌다”고 말한다.
‘자원순환법 개정안’과 같은 법과 제도 마련을 통해 사회 안에서 이들의 역할을 명명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 사회 안에서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정과 소통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기우진 대표와 이야기를 더 나누어봤다.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인터뷰
Q 폐지를 줍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데요. 빈곤이라는 것 외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구 통계학적으로 노인이 많아지면서 빈곤한 노인도 늘어난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를 대비할 시기를 놓쳤어요. 노인 빈곤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전기 노인과 후기 노인을 나누는 기준인 75세를 넘은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소득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요. 빈곤하다고 해서 모두가 폐지를 줍는 것은 아니에요.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은 사회 구조 때문이지만, 폐지를 줍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Q ‘폐지 줍는 노인’이 아니라 ‘자원재생활동가’라고 명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사회에서 이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요.
폐지를 줍는 행위를 ‘빈곤하기 때문이다’라고만 설명할 수 없어요. 저는 ‘배제’라는 단어를 씁니다. 빈곤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또한 단조로워집니다. 생필품이나 금전 지원의 형태에 그치고 말아요. 그런데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으로 배제되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거든요. 그렇다면 이 부분을 회복해줄 수 있는 문제 정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일을 인정해줌으로서 소속감, 자존감,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로 이뤄져있습니다. 그래서 ‘자원순환법 개정안’이라는 법으로 이 분들을 ‘자원재생활동가’라고 정의하고 바르게 불러줌으로써 이 분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빈곤의 관점으로 본다면 복지와 연결이 되는데, 사회적 배제의 관점으로 본다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중요한 점은 재사회화입니다.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 은퇴만 하더라도 내가 해왔던 것들이 쓸모없어진다는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폐지를 주우면서 우리 동네가 깨끗해지고 환경이 보호된다는 말을 하시거든요. 하지만 이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없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이 분들을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은 ‘빈곤’해서가 아니라 ‘가치 있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복지의 개념은 상당히 포괄적입니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활동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혜적 지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Q 궁극적으로 시혜적 지원 외에 어떤 점을 보충해야 할까요?
이 분들의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산정하고 사회·환경적 가치로 활용한다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을 거고, 복지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지게 되겠지만, 재원이 충당되고, 사람이 필요하고, 인프라가 형성되어야 하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시혜적 복지와는 다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중장년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폐지를 줍는 이유는 가처분 소득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이 서울에서 흔히 말하는 10억, 20억이 넘는 고가의 아파트가 아니라 1~2억 내외의 다세대 주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부분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있는 거죠.
Q 결국 노인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겠군요.
요즘 액티브시니어라고도 하는데, 이 분들이 65세가 넘었을 때에 이 분들에게는 어떤 복지가 적합할까요? 시니어가 시대에 따라 변하듯, 조금 더 세련된 복지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노인 일자리에 대한 관점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러블리페이퍼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저희가 매번 ‘멋있게 망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하는데요.(웃음) 명확하게는, 어르신들에 대한 법과 제도가 완비되어 행정적으로 어르신들이 지원 받는 센터 같은 곳이 생기고, 그 지원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저희는 문을 닫고 싶습니다.
저희는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사회 인식 개선이라는 두 가지 소셜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러블리페이퍼를 통해 고용과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스피커 역할을 해왔는데요. 사회적 기업으로서 한계를 조금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비영리스타트업을 통해 어르신들의 네트워킹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어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 자원순환을 활용한 기부도 해보려고 합니다.
노인의 삶을 수치화한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면 우리나라 노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된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돈이 없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여생을 보내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인이 서러운 삶을 산다고 결론짓기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을 꿈도 못 꾼다는데 노인은 자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인은 과연 빈곤한가, 부유한가?
‘부동산 불패 신화’의 주역, 60세 이상 노인은 여전히 노후 대비용 자산으로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산 중 80.9%가 부동산이었으며, 저축은 13.8%에 불과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낮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고령 가구가 보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자가점유율)은 75.4%로,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유독 높다.
부동산 가진 노인은 부유하다?
그러나 ‘노인은 부동산을 가졌으니 부유하다’는 판단은 섣부르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에 묶여 있고,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고 인식해 실제로 노인들 역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5~74세 노인 1000명을 재산 규모별로 ‘1500만 원 미만’부터 ‘10억 원 이상’까지 6개 집단으로 나눠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은 5억~10억 원 미만 집단으로 갈수록 줄어들다가 10억 원 이상 집단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재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비상시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곧 노인이 될 4050세대까지 시야를 확장시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2020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4050세대의 실물자산 9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이들의 노후 자금 유동성에 제약이 생겨 노인 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미 불붙은 노인 빈곤 문제에 부채질하지 않기 위해서는, 4050세대가 나이 들기 전 공적연금과 더불어 부동산 같은 자산을 유동화(현금화)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함을 시사한다.
간혹 집을 팔고 집값이 비교적 싼 지방으로 이사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의 83.8%가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5%가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했을 정도. 집이 노인에게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거주하던 집을 팔아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 노인이 가장 빈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하 빈곤율)은 40.4%다. 빈곤율은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2020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은 1809만 원이다. 이보다 소득이 적은 노인이 열 명 중 네 명이라는 뜻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높은 빈곤율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빈곤율 산출 방식 △공적연금의 미성숙 등에 따른 불충분한 노후 준비 △가구 분화(자녀 분가, 황혼 이혼 등) 등이 있다.
소득만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노인 빈곤율 계산법은 줄곧 문제로 지적돼왔다. 노인 빈곤율을 지나치게 높아 보이도록 왜곡해, 실제로는 빈곤하지 않은 고령층을 빈곤층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경우에 따라 집이나 자동차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뒤 실제 월소득과 합산해 계산하는 소득인정액 등을 현금화한다면 더 정확하게 빈곤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성숙한 공적연금 역시 노인 빈곤율을 높이는 주범 취급을 받는다. 공적연금이 일찍이 도입돼 운영된 선진국의 경우 연금 가입자 수가 많고, 가입 시기가 길다. 그만큼 연금에 기여하는 금액이 커서 추후 수령하는 연금소득이 충분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된 지 23년밖에 지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 강 센터장은 “만족할 만큼의 연금소득을 수령하려면 가입 기간이 30~40년은 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도입이 늦어 선진국에 비해 가입 기간이 짧고, 사각지대 문제 등으로 충분한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연금소득이 불충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녀 분가나 황혼 이혼 등 사회적 인식, 문화의 변화로 인한 가구 분화도 빈곤율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연구원 ‘가구 분화에 따른 노인 빈곤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노인과 자녀 세대로 구성된 가구의 월 소득은 407만 원이나, 자녀 세대가 분가하고 나면 월 87만 원까지 떨어진다. 황혼 이혼의 경우 노인 빈곤에 직면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그나마 모아둔 노후 자금으로는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비 등을 충당한다. 조기 퇴직 후 받는 퇴직급여나 공적연금으로는 버거운 수준이다. 이른 시기에 분가가 이뤄지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중장년들이 노후 준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가구 분화는 70세 이후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빈곤의 늪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져만 간다.
주택연금·주거복지, 빈곤 해결 열쇠 되나
노후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선 개인연금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 등 사회적 측면에서 노후 소득 원천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높은 주택 보유율과 선호 탓에, 부동산이 노후 빈곤의 단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제기됐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노후 소득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정책’ 보고서는 주택연금을 노후 빈곤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주택연금은 개인연금에 비해 연금 수령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으며, 개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빈곤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공시가격 3억 원 주택을 소유한 60세 주택연금 가입자가 평생 수급할 월 연금액은 63만 6940원, 연간 764만 원이다. 연간 300만 원씩 20년을 기여한 뒤 10년간 수령할 연간 개인연금 소득 744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역모기지 제도(주택연금·농지연금)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두 연금제도 가입자를 합쳐도 65세 이상 대상자 중 2~3%만이 가입한 상황.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국민연금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연금 가입을 하지 않은 노인, 소득은 낮지만 자가를 보유한 노인 같은 ‘빈곤의 차상위층’을 대상으로 주택연금 가입을 지원하면 현재의 노인 빈곤 상황을 비교적 빠르게 비용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어디까지나 주택을 보유한 이들만 활용 가능한 제도다.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노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절대적 빈곤층의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주보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거복지가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식인 월세를 지원하는 것 외에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복지·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을 예로 들 수 있다. 주 부연구위원은 “이미 알려진 미국과 일본의 ‘노인 그룹홈’처럼 노인이 살던 지역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고, 같은 지역 내에 거주할 수 있게 하면서 노인이 지역사회와 최대한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주거 시설로 이주하는 것을 노인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현 노인 주거복지 정책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보다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서비스 연계 주택’이라는 대안적 주거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통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입주 노인의 독립성·자율성이 보장되도록 1인 1실을 지원하며, 서비스 코디네이터를 통해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연계한다. 주택 자체적으로도 공동 식사 및 건강 증진, 사회적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인에게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마음 빈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자명해 보인다.
우리는 일상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까.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와 함께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금천구 G밸리, 동작구 스페이스 살림 일대를 탐방해봤다.
김진유 교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세계적으로 지향하는 도시계획 방향은 인클루시브(Inclusive) 시티, 즉 포용 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용 도시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 신체, 지식 등과 상관없이 도시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면서 “포용 도시가 되면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사회적 약자한테만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체가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교수는 그 예로 저상버스를 언급했다. 장애인을 위해 저상버스가 도입됐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이용하는 비율은 0.1%라고 한다. 이용률 99.9%를 차지하는 비장애인은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저상버스를 선호한다. 김 교수는 “그래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면 우리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 디자인 중 특히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일까. 김진유 교수는 “노인은 많이 걷거나 계단이 많으면 힘들어한다”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같이 대중교통을 바로 이용할 수 있게 조정하거나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분들은 손에 힘이 없지 않나. 적은 힘으로도 열리는 문이나 자동문이 좋다. 또한 영어로만 된 간판은 노인분들이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큰 글씨의 한글 중심 간판을 추천한다. 더 좋은 것은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운 심벌형 간판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M’은 멀리서도 보이는데, 이와 같은 심벌형 간판이나 안내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유니버설 디자인은 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김진유 교수는 “아무래도 건축비나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런데 가정을 해보자. 돈을 아껴 건물을 지었는데, 노인이나 장애인이 그곳 시설을 이용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게 되면 사회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인 비용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플러스가 될 수 있다”면서 “지자체에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밸리 2·3단지
곡선형 도로
“보행로 사이에 있는 도로길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었죠. 이것을 트래픽 카밍(Traffic Calming)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조물에 의한 교통 통제라는 뜻인데, 도로를 곡선으로 만들면 아무래도 차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사고가 줄어들죠. 그리고 차도와 인도를 잇는 돌을 연석이라고 하는데, 연석의 턱이 없고 보행로와 높이가 같죠. 노인분들의 보행이 편하실 겁니다.”
고원식 횡단보도
“방지턱처럼 높이를 높여서 만든 횡단보도를 고원식 횡단보도라고 합니다. 횡단보도를 높이면서 연석과 수평을 이루었죠. 보통의 횡단보도는 노인분들이 이용하려면 계단을 내려가듯 아래로 내려갔다가 건너서는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해요. 다리가 아픈 노인분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죠. 그런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턱 없는 출입문
“출입문에 턱이 없어야 휠체어를 탄 노약자분들의 이용이 편해지죠. G밸리 내의 건물은 모두 턱이 없네요. 특히 지반을 높여 길과 출입문이 수평을 이루게 해둔 곳도 있네요. 디테일이 돋보입니다.”
많은 휴식 공간
“길 중간중간 의자가 많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네요. 노인분들한테는 걷다가도 앉아 있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곳에 있는 손잡이 의자는 앉고 일어설 때 의지할 게 필요한 노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페이스 살림
대중교통, 건물과의 연결성
“도시계획에서는 내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외부와의 연결도 매우 중요해요. 스페이스 살림은 지하철역과 연결되어 있죠. 이런 것은 노약자분들이 이용하시기에 굉장히 유용해요. 건물과 건물이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경우 옆 건물로 가려면 내려갔다 올라가는 것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 불편함이 많이 줄어든 거죠. 그리고 여기는 길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서 방향성이 명확한 것도 장점이에요. 길이 사선이나 미로처럼 되어 있으면 노약자분들이 길을 잃기 쉽거든요.”
노약자 위한 손잡이
“건물 전체에 출입문 턱을 없애서 노약자분들의 보행이 편하도록 했네요. 더불어 출입문에 있는 손잡이 봉을 보면 매우 긴데요. 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보통의 짧은 손잡이와 달리 이렇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길게 만든 이유는 키가 작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봉을 쉽게 잡도록 한 거예요. 같은 이유로 보행길과 계단에 핸드 레일을 낮은 위치에 설치해놓았죠. 무엇보다 노인분들은 경사가 있는 길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레일을 잡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요.”
경사도 낮은 길
“요즘은 계단 옆에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이 쉽게 경사로를 마련해두죠. 휠체어가 이동하려면 경사도가 완만한 것이 좋아요. 일반적으로는 경사도가 매우 가파른 곳이 많은데, 이곳은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죠.”
동반 화장실
“스페이스 살림에는 남녀 화장실 외에 동반 화장실이 따로 있네요. 장애인분이나 어르신 같은 경우 화장실에서 혼자 일을 보기가 힘들어요. 옷을 내려준다든지, 뒤처리를 해주는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동반 화장실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은 노약자분들을 많이 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벌 안내판
“유니버설 디자인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나 외국인, 눈이 어두운 사람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 지하철 모양 같은 심벌로 간판을 하거나, 화살표로 방향을 알려주면 글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유니버설 디자인은 색깔도 중요해요. 색깔로 구분해놓으면 길을 찾기가 더 쉬워집니다.”
장애인 주차장
“주차장에서 장애인 주차 구역이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있네요. 차에서 내려 바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거예요. 제가 계속 강조하듯이 이동 거리를 줄인 거죠. 여기도 마찬가지로 턱이 없고 문을 열어두어 휠체어를 타고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김진유 교수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년간 국내외 주택과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전세’, ‘주거복지, 갈 길을 묻다(공저)’, ‘미래를 바꾸는 도시계획(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