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3 열풍이 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생선이나 물개 등 고지방 음식을 주로 먹는데도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은 이유가 오메가3 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이후 관련 논문과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왔고, 오메가3는 심혈관 질환을 겪기 쉬운 중장년에게 특히 주목받는 영양 성분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암, 알츠하이머, 눈 건강 등 다양한 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오메가3를 ‘영약’ 수준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일까?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를 바탕으로 오메가3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분석해봤다.
혈중 중성지방, 혈행, 기억력, 안구 건조증 개선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을 알아야 한다. 지방산은 지방의 구성 요소다. 체내에서는 탄수화물, 알코올, 단백질 등이 대사 작용을 거쳐 포화 혹은 불포화 지방산이 만들어진다. 포화 지방산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많이 들어 있는 동물성 기름이다.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운 뒤 방치했을 때 생기는 하얀 기름이 포화 지방산이다. 포화 지방산은 몸에 들어가면 잘 배출되지 않고, 혈관이나 몸에 쌓여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면 불포화 지방산은 생선, 씨앗, 견과류 등에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이다.
오메가3의 개념과 역할
불포화 지방산에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다. 필수 지방산은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불포화 지방은 다시 단일 불포화 지방과 다불포화 지방으로 나뉘며, 다불포화 지방에 대표적으로 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산이 있다. 인체에서 오메가3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데 많이 쓰인다. ALA(알파리놀렌산), EPA(에이코사펜타엔산), DHA(도코사헥사엔산) 세 가지가 주로 관심을 받고 있다.
ALA는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같은 식물성 기름에, EPA와 DHA는 생선 기름에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양식 물고기가 자연산 물고기보다 더 많은 EPA와 DHA를 함유하고 있다. DHA는 눈의 망막, 뇌, 정자에 많이 포함돼 있어 DHA를 섭취하면 두뇌가 발달하고 머리가 좋아진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세포막 구성 외에 오메가3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이 물질은 염증·상처 치유, 혈액 응고 등 여러 생기 과정에서 매개 역할을 한다.
‘암·인지 저하 예방’ 꼭 먹어야 할까
오메가3를 음식이나 보충제로 섭취하면 면역 염증 반응과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로 암에 의한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보충제까지 필수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조사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메가3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예방과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를 주지 못했다.
한편 인지 저하와 알츠하이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뇌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 DHA이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중 DHA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성분이 뇌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가설이 세워졌다. 그러나 오메가3 보충제 섭취와 대부분의 질병 사이에 일관된 인과 관계를 찾을 수 없고,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노화에 따른 황반변성, 안구건조증도 마찬가지였다.
이영호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면역학 책임연구원은 “오메가3가 우리 몸에 대량으로 필요한 물질이 아닌 데다 간혹 결핍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문제가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다”고 해석한다. 즉 지방산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하는 등 특수 상황이 아닌 사람에게서 오메가3 같은 필수 지방산의 결핍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택은 개인의 몫
보충제는 보통 피시오일, 크릴오일, 대구간유, 식물성 기름 형태로 제공된다. 1000mg짜리 피시오일의 경우 EPA 180mg과 DHA 120mg을 함유한다. 대구간유에는 오메가3 외에 비타민 A와 D도 포함돼 있다. 바다에서 유래한 오일은 수은 오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rTG, Natural TG, 또는 지방산 형태의 오메가3가 생체 이용률이 높다고 하지만, 어떤 형태의 오메가3를 섭취해도 혈중 EPA, DHA를 모두 상승시킬 수 있다. 크릴오일에는 인지(Phospholipid) 형태로 오메가3가 들어 있으며 해당 형태가 생체 이용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지만, 어떤 형태든 통상 95% 정도로 잘 흡수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오메가3는 음식을 통해 늘 보충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이하로 섭취해야 결핍 상태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미국의학한림원은 오메가3의 일일 제한 섭취량을 정하지 않았지만, 많이 먹을 경우 면역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혈액 응고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섭취 형태나 복용량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장 섭취량을 참고하고, 개인이 소화 가능한 범위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성핵상마비병증 등의 퇴행성 뇌 질환에서 타우 병리 진행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항체 가능성을 확인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연구진과 함께 단일 클론 항체 ADEL-Y01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ADEL-Y01로 명명된 항체는 특히 타우병증의 발달과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라이신 280에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tau-acK280)을 표적으로 한다. 타우병증은 뇌에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군으로, 뇌세포의 사멸과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타우병증의 가장 흔한 유형 중 하나이다.
연구진은 아세틸 타우(tau-acK280)가 뇌에서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이 증폭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아세틸 타우(tau-acK280)를 표적 하기 위해 Y01을 개발하여 세포 및 마우스 모델에서 그 효능을 테스트했다. 연구진은 ADEL-Y01이 각각 항체 매개 억제 및 포식 작용을 통해 신경 세포 배양 및 타우 형질 전환 마우스 모두에서 타우 병증 진행을 예방하고 신경 생존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관찰했다.
특히 N-말단 타우를 타겟하는 항체에 비해 타우 응집 저해 및 전파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이 확인되었다. 타우의 N-말단은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Biogen), 애브비(AbbVie), 로슈(Roche)사 등이 개발한 항체들의 표적으로, 이 항체들은 임상시험에서 최근 실패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제 1저자인 아델 송하림 박사와 김나영 박사는 "저희 연구는 아세틸 타우(tau-acK280)가 타우 병리 시작 및 증폭 활동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종류의 타우이고 ADEL-Y01 항체가 타우병증과 관련된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유망한 치료 후보임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한 협력 연구진인 연세대 홍민선 교수 연구팀은 아세틸 타우(acK280) 펩타이드와 복합체를 형성한 ADEL-Y01 항체의 결정 구조를 풀어 ADEL-Y01이 아세틸 타우의 라이신-280과 주변 잔기를 직접 인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동책임저자인 울산의대 뇌과학교실 김동호 교수는 “앞으로 인간에 대한 ADEL-Y01의 안전성과 효능을 결정하기 위한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미국 FDA 신속승인을 받은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인 레카네맙과 병용요법으로의 개발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델과 오스코텍은 2020년 ADEL-Y01의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고 2023년 올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아델 윤승용 대표는 “최근 바이오 벤처 업계의 투자 상황이 매우 나빠 임상시험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고통 받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델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에서 진행되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에 스핀오프하여 윤승용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 회사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비임상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인용지수 19.456의 의학 전문 학회지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저널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검은 토끼의 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토끼는 십이지 동물 중 네 번째로 성장과 번창 그리고 풍요를 상징한다. 특히 토끼는 영리하고 기민한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특성을 빗댄 사자성어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꾀 많은 토끼는 숨을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의미로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면 어려운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묘년 한 해에는 지혜로운 토끼처럼 미리미리 습관을 고쳐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자. 신년을 맞아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의 도움말로 토끼 하면 쉽게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통해 건강과 습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관리법을 알아본다.
깡충깡충 토끼처럼…’유산소 운동’으로 만성질환 극복
바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신년에는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건강을 위해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보자. 유산소 운동 중 특히 달리기와 걷기는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규칙적으로 달리기하는 사람 3만 3000여 명과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 1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6년간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달리기는 고혈압 발생 위험률 4.2%, 당뇨 12.1%, 심혈관 질환 4.5%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 운동의 경우 각각 7.2%, 12.3%, 9.3%를 낮추며 달리기보다 더욱 큰 효과를 보였다.
운동의 강도와 실천 시간도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을 위한 신체 활동 지침서’에 따르면 걷기 같은 중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주 5회 30분), 달리기 등 고강도 운동은 75분 이상(주 3회, 25분)으로 각각 권고하고 있다. 이때 운동 시간을 계산해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하는 인터벌 운동을 시행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
하지만 바르지 못한 자세로 달리기·걷기 운동을 하게 되면 척추·관절에 체중이 불균형하게 쏠려 부담을 안기고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운동 중 허리나 무릎 등에 지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면 즉각 운동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보도록 하자.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은 “유산소 운동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체지방감소를 통한 체중관리에 효과적”이라며 “하지만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야외 운동은 근육을 수축시켜 통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한 준비운동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초식동물 토끼처럼…’채식 위주 식단’으로 비만 탈출
초식동물의 대표주자인 토끼는 당근을 비롯한 각종 야채들을 주식 삼아 섬유질 위주로 식사한다. 섬유질은 장 건강을 활성화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 비만,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이다. 신년 건강을 위해 토끼처럼 채소와 통곡물 등 섬유질 식단의 비중을 높이면 각종 만성질환 예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를 비롯해 암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 우리나라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최근 비만 인구가 늘어가는 추세다. 실제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율은 2010년 30.9%에서 2020년 38.3%로 증가했다. 증가 폭이 큰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다.
비만 탈출을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채식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도 좋다. 하지만 채식만 할 경우 고르지 못한 영양 섭취로 인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 섭취량도 두루 살피는 것이 현명하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 준수, 과음·과식 절제 등의 습관도 건강한 한 해를 위한 좋은 건강법이다.
정온동물 토끼처럼…’적정 체온관리’로 면역력 향상
운동과 식단관리도 중요지만 평소 생활습관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정온동물로서의 토끼의 습성은 올바른 건강 생활습관을 돌아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바로 토끼의 길고 큰 귀를 통해서다. 토끼 귀는 뛰어난 청력보다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도구다. 온몸이 털로 뒤덮인 토끼는 땀샘이 없고 열이 많아 추위를 잘 타지 않지만 더울 때는 혈액을 얇은 귀로 보내 열을 발산해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인체는 추위와 더위에 매우 민감한 만큼 항상 체온 유지 및 관리가 필요하다. 체온이 1도 떨어질수록 면역력은 3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수시로 생활환경이 변하는 만큼 계절별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한의학적으로 체내 한기가 머물게 되면 혈액이 정체되는 증상인 어혈을 야기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방해한다. 이는 특히 생리불순, 자궁질환 등 여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몸의 중심이 되는 복부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면 내부 장기의 기능과 척추건강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혜로운 토끼처럼…빠른 두뇌 회전을 위한 ‘태양혈·풍지혈 지압’ 효과적
별주부전 설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용왕 앞에 끌려가도 살아남을 정도로 지혜롭고 임기응변이 탁월한 동물로 그려진다. 올해도 한층 더 똑똑해진 자신을 위해 신년 목표로 ‘공부’와 ‘자기 개발’을 설정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일과만으로도 녹초가 되기 일쑤인 만큼 빠른 두뇌 회전을 위한 지압법 숙지를 추천한다.
먼저 태양혈(太陽穴) 지압법은 머리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 된다. 태양혈은 눈과 귀 사이의 지점으로 음식을 씹을 때 따라 움직이는 부분이다. 5초간 10회 정도 지그시 눌러주자. 또한 풍지혈(風池穴) 지압은 머리를 맑게 해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풍지혈은 목 뒤 중앙에서 양쪽으로 1.5cm 정도 떨어져 있다. 하루 3번 10초씩 검지나 엄지로 자극해주면 좋다.
한의학에서는 육체적 피로감이 집중력·기억력에 악영향을 주는 증상을 기력이 부족한 ‘기허(氣虛)’의 일종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약 치료를 실시한다. 대표적으로 황제의 약이라고도 불리는 공진단은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이 노화를 억제하는 ‘시르투인1’ 유전자를 활성화해 신경세포 보호와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 최초로 확인되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 이남우 원장은 “새해 거창한 건강 목표를 잡고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한다거나 생활 방식을 바꾸는 등 무리하는 것보다 차근차근 건강에 도움 되는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은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 올해부터는 자신의 몸을 위한 배려로 건강한 삶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사는 '간 걱정'이다. 잦은 술자리로 인해 늘어나는 음주량을 몸으로 느끼며, 간에 탈이 나지는 않나 걱정하기 마련이다. 안타깝게도 괴로워하는 간은 우리에게 어떤 신호도 보내주지 않고, 홀로 앓는다. 간이 걱정되는 시기, 남순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칼럼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 내보자.
우리 몸은 여러 중요한 장기들의 상호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중에서도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리는 매우 중요한 장기다. 간은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는 공장 역할도 맡는다.
더불어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될 수 있도록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과 여러 응고인자를 생성해 몸을 해독한다.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몫이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다. 지속적으로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전체의 약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후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간암 3명 중 2명 5년 내 사망… 국내 암 사망률 2위
간에 생기는 악성종양은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는 6번째, 국내에서는 7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60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조발생률은 30.4명,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다. 성별로는 2.9:1로 남성에서 더 많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간(2015~2019) 상대 생존율은 37.7%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주요 다빈도 암 중 폐암(3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주목할 점은 간암이 한참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흔히 간암의 원인으로 음주를 떠올리지만, 그보다는 B형이나 C형 바이러스성 간염 등에 의한 만성간염과 그 합병증인 간경변증이 더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간암의 원인은 B형간염이 1위, C형간염 2위, 알코올이 세 번째 원인이다. 이외에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간경변증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경우 간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혹은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간세포의 종양억제유전자는 힘을 잃는 반면, 종양유발유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활성화되면서 간암으로 진행하게 된다.
‘침묵의 장기’ 조기 발견 어려워… 위험요소 있다면 정기검사 필수
간암은 초기에 발견이 어려운 암이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질 때,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혹은 배에 복수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일반적으로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간암은 간수치 혈액검사와 간암종양지표(AFP), 초음파 혹은 CT(컴퓨터단층촬영)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가진 환자는 주기적으로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위험군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암종양지표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초음파로 간 실질 내에 새로운 병변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종양지표 검사가 정상으로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살펴야 안심할 수 있다.
초기 간암, 간이식 가장 효과적… 중기 이후엔 간동맥화학색전술
대한간학회에서 사용하는 간암의 기수는 종양의 크기, 종양의 림프절 혹은 혈관 침범 여부,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환자의 간 기능 상태와 운동 가능 상태 등을 고려해 5단계 병기로 구분하는 바르셀로나 병기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간암이 한 개이고 직경 3㎝ 이하)에는 간을 절제하는 수술이 원칙이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해 주는 것이 좋다. 직경 1~2㎝ 미만의 작은 간암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를 통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 치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이식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넙다리동맥(대퇴동맥) 혈관을 통해 간 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만약 종양의 크기가 크고 암이 혈관을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에는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적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주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방사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전체 간에 시술하는 것보다는 작은 부위, 이를테면 혈관이 막힌 부위 등에 방사선을 조사해 간동맥혈전 등을 제거하는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맞춤형 면역치료 요법 등이 개발 중으로 미래에는 면역치료가 치료법의 하나로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경변증 원인 B형·C형간염 예방하고 과도한 음주 피해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한다. C형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활동과 식단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을 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할 경우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재시행할 수 있지만 만약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재발을 일찍 발견하기 위해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CT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광고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특유의 시원한 어투로 말을 던진다. 2030 여성 쇼핑 광고에 시니어 모델인 윤여정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꽃무늬 카디건을 즐겨 입고, 고소한 흑임자 디저트를 즐긴다. 가방에는 고운 색의 전통 매듭 키링이 달려 있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케이스에는 할머니집 장롱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개 봉황이 반짝인다. ‘할메니얼’이라 불리는 2030이다.
할머니 취향 즐기는 ‘할메니얼’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뜻하는 사투리 ‘할매’와 1982년부터 2000년생을 뜻하는 ‘밀레니얼’의 합성어다. 흑임자·인절미·쑥 등 할머니 입맛을 선호하고, 펑퍼짐한 꽃무늬 스커트나 엉덩이를 덮는 카디건을 즐겨 입는 등 할머니의 취향을 즐기는 밀레니얼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도 할머니를 의미하는 ‘그래니’(Granny)와 멋과 우아함을 뜻하는 ‘시크’(Chic)를 결합한 ‘그래니 시크’,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의 합성어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옛것을 세련되게 즐기는 밀레니얼의 부상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1~10위 중 9개가 전통 간식이었다. 70만 개 이상 판매된 1위 제품은 달고나였다. ‘발효 보리건빵’, ‘달콤바삭 누룽지 과자’가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오란다, 연근부각, 두부스낵, 꿀약과 등이 순위에 들었다.
밀레니얼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대는 단백질이 들어갔거나 칼로리가 낮은 과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운동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질 정도로 밀레니얼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팥, 인절미, 흑임자, 쑥은 왠지 건강할 것 같은 이미지의 식재료다. 밀레니얼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맛이라는 경험을 선사한다. 할머니가 즐겨 먹던 간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에게 인기를 끌게 된 셈이다.
음식뿐 아니라 ‘할머니 패션’도 유행이다. 알록달록한 색상과 펑퍼짐한 라인이 특징으로 B급 감성을 표방한다. SNS에는 ‘그래니룩’(Granny Look), ‘할미룩’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인기다.
10~20대에게 인기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3개월간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270%, 1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라인과 주름치마 등 과거 유행하던 제품이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매듭 공예품, 전통 무늬 스마트폰 케이스 등도 인기가 높아졌다.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화려한 플라워 패턴 벽지 등이 유행하는 등 할메니얼 열풍은 음식, 패션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할메니얼 열풍에 시니어 모델 인기
배우 윤여정은 지그재그 광고 티저에서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라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13초짜리 이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다. 본편 광고인 ‘니들 맘대로 사세요’ 편의 조회수는 470만 회를 넘어섰다.
MZ세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이번 지그재그 광고 모델 인지도는 93%로 매우 높았으며,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답변 비율은 41%에 달했다. ‘매우 구입 의향이 생김’이라는 답변도 33%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광고는 2021년 4월에 선보였는데, 이달 전체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상승했으며, 론칭 이래 최고 일간 사용자 수와 일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70대 시니어 모델이 2030 쇼핑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패션이든 인생이든 왔다 갔다 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공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할메니얼 열풍에 힘입어 2030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첵스 팥맛’을 신 메뉴로 출시하면서 64년 차 배우 김영옥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광고를 함께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했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배민 오더’ 광고에는 배우 문숙이 등장하고, 리더스코스메틱의 바이럴 영상에는 배우 강부자가 나온다.
밀레니얼은 ‘시원하고 스타일리시한’ 할머니들의 멋을 새롭고 재미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하나의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멘토로 삼기도 한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세련된’ 할머니가 트렌드로 거듭나는 이유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1947~49년생)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기는 시점은 2025년. 이때 일본의 고령화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장 비용 증가, 간호 인력 부족 등으로 일본 정부는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 스스로 관리해 간호받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도록 예방하자며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가 75세를 넘는다는 건 단순히 일본 인구 중 고령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로 분류하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신체와 정신 활동이 급격히 저하돼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요양이 필요한 상태에 다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곧 사회보장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 2022년 일본의 의료, 간호,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관련 비용은 36조 200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75조 4000억 원이다. 2022년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게다가 일본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평균 3.5명인데, 일본은 2.4명 수준이다. 후생노동성은 2040년 일본에 필요한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수는 1070만 명이지만, 실제 인력은 974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고령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의료 인력은 줄어들어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 비용 줄이고 인력 보충하고
후생노동성은 정책적으로 의료 비용 줄이기와 부족한 의료 인력 보충, 국민 개인의 관리로 간호 필요 시점 늦추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리필 처방전’ 제도를 시행했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고령자라면 같은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로 매번 의사의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했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처방전만 받아가는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2014년부터 해당 제도의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의료 인력 확충에도 집중하고 있다. 부족한 간호 인력은 영주권 또는 정주자 비자, 유학생 비자, 기술 실습생 비자, 특정 비자 1호를 소지한 외국인을 간호보조자로 채용해 보충하고 있다. 앞으로는 간호사·약사 등이 의사의 업무 일부를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의사의 업무를 분담하는 ‘태스크 셰어’와 업무 중 일부를 간호사에게 일임하는 ‘태스크 시프트’ 등의 의료 개혁 부분을 2022년 후생노동백서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의료법은 의사, 간호사, 약사의 업무 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해두어 업무 공유가 불가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약사가 약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수 있고, 영국과 스웨덴은 어떤 조건에서 간호사가 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직종 간 다툼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사회는 간호사 등이 의사의 일부 업무를 공유해야 한다 하더라도 의사의 관리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셀프 관리로 간호 늦추는 ‘프레일’
후생노동성은 간호의 대상이 되기 직전, 관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대상을 ‘프레일’(フレイル)이라 정의하고 ‘개호(요양 혹은 간호) 예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프레일은 영어 ‘Frail’로 ‘노쇠한, 허약한’이라는 뜻이다. ① 체중 감소(6개월간 2~3kg 이상 감소) ② 악력(근력) 저하 ③ 피로감(최근 2주간 어쩔 수 없이 지치는 느낌) ④ 보행 속도 ⑤ 신체 활동 등의 평가 기준에 따라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면 프레일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는 고령자의 10%인 약 360만 명이 프레일이라고 추정한다.
정부는 프레일 고령자를 관리함으로써 ‘개호 예방’ 효과를 얻으려 한다. 개호 예방이란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를 가능한 한 늦추는 일이다. 후생노동성은 “단순히 노인의 운동 기능이나 영양 상태 개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 기능 개선이나 환경 조정을 통해 개별 노인의 생활 기능이나 사회 참여를 높여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고령 인구의 건강을 관리하는 프레일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이 강조되면서 식품 시장에서는 단백질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고령자 전용 헬스장, 찾아가는 이동 트럭 슈퍼마켓 등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2007년 전통복식 분야 1호 유희경 박사의 집에 신사임당 초상을 그리기로 한 이종상 화백과 한국조폐공사 관계자, 석주선 단국대 기념박물관장 등이 모였다. 5만 원 지폐에 넣을 신사임당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날 신사임당의 초상 모델이 바로 임수빈 한국방송고전머리전문가협회장이다. 어딘지 모르게 닮은 선한 눈매와 은은한 미소를 가진 그를 만나 고전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에, 정말 이런 머리를 하고 살았을까?’
고전머리 미용대회를 준비하던 30대 늦깎이 학생은 머리를 올리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대회에 출품된 화려하고 다양한 고전머리 스타일이 신비로워 보였다. 고전머리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다. 1999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미용실을 운영하던 임수빈 협회장은 미용을 더 알고 싶었다. 파마약을 바르면 왜 머리가 구불구불한 채로 모양이 잡히는지, 머리카락 속 단백질과 미용 약품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이 발생하는 건지 원리를 알고 싶었다. 2005년 국제대학교 피부미용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해 서경대 미용예술학과에서 불화에 표현된 고전머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세월 흘러가는 줄 모르고 젖어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하래도 못 할 것 같아요.(웃음) 과거에도 지금도 고전머리를 하나의 학문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어요. 한복만큼 전통 가치가 지켜지고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K-헤어의 뿌리를 찾아서
어디에서도 고전머리를 배울 수가 없어 임 회장은 역사책을 뒤져가며 스스로 공부했다. 그는 고전머리야말로 현대 미용의 뿌리라고 했다. 고전머리는 청동기, 상고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도자기 항아리나 벽화 등에 그려진 여성을 통해 머리 모양을 추론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서민들은 쪽머리, 댕기머리, 둘레머리, 얹은머리 형태를 고수했다. 왕족이나 귀족은 시대에 따라 복식과 머리가 바뀌었다. 조선시대에는 소 한 마리 값에 맞먹어 부의 상징이 되어버린 가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개화기에 우리 전통 고전머리가 사라졌어요. 역사적으로 쪽머리는 기생이 할 수 없는 머리예요. 용, 봉, 개구리 등으로 품계를 나타냈던 첩지머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개화기에 나라도 잃고 신분을 나누던 품계도 사라지면서 무거운 머리를 풀어헤치고 기생들이 쪽머리와 첩지머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신여성이 등장했고, 서양에서 들어온 머리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고전머리는 유야무야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실은 1933년 화신백화점 미용부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조선인 미용사 오엽주가 시초다. 이 최초의 미용실이 우리나라 미용 역사의 시작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임수빈 회장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다 개화기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우리 머리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5천 년이라는 우리 고유의 머리 역사와 뿌리가 있는데도, 오엽주 미용사의 신여성 머리 스타일만 남은 거예요. 그런데 미용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 뿌리부터 배우는 게 정석 아닐까요?”
고전머리에는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한복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것처럼 머리 스타일도, 장신구도 역사에 따라 달라졌다. 한복에 관해서는 연구가 활발하고 이를 전통으로 지키려는 노력도 하지만, 고전머리에는 그 관심이 이어지지 않아 못내 아쉬웠다.
미용은 ‘학문’이 될 수 없을까?
임수빈 회장은 미용을 ‘과학’이라고 말했다. 미용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이르면 중학생 때부터 미용을 배운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그는 기술을 넘어 미용의 원리와 뿌리를 알고 싶었다.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면 더 깊이 있는 배움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머리의 역사에 대한 연구, 미용의 과학적 부분에 대한 연구, 조금 더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미용의 질을 높이고 싶었어요.”
각종 불화와 문헌을 뒤져 고전머리를 연구하던 임수빈 회장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5천 년 역사 속 장황하게 흩어져 있던 고전머리 자료를 모으고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귀족·사대부·천민들이 쓰는 장신구, 비녀, 꽂이, 장신구별 의미, 상징 등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문헌 속 고전머리를 전통 방식에 맞게 재현하고 트렌드에 맞춘 퓨전머리도 디자인했다. 이 내용을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게 ‘고전머리교실 : 이론과 실습’으로 펴냈다.
머리 스타일에 빠질 수 없는 게 장신구다. 또 복장과 머리 스타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인터뷰를 하면서 머리 장식에 대해 묻자 협회 곳곳에서 최소 100년 넘은 온갖 장신구들이 나왔다. 임 회장의 할머니가 사용했다는 청색 족두리와 담비털 모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도 등장했다. 거실 액자 속에 늘 걸려 있었다는 담비털 모자는 구한말 할머님이 사용하시던 것이라고. 임수빈 회장이 고전머리에 매력을 느꼈던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트레머리가 없어지고 쪽머리가 정착되면서 비녀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어요. 서민들이 쓰던 비녀도 새겨진 무늬가 다 달라요. 천연 옥비녀에는 특유의 고운 빛깔과 흉내 내기 어려운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죠. 천연 옥의 종류도 이렇게나 다양해요. 여름에는 옥 소재 비녀를 많이 쓰고 겨울에는 따뜻한 소재를 썼죠. 뒤꽂이 종류도 무척 많아요. 주로 매미, 벌, 꽃, 나비 등이 소재로 쓰였죠. 조선시대에는 생콩을 빻아서 조롱박에 담아 세면대에 두었다가 세안할 때 비누 대신 콩을 비벼 사용했어요. 그러면 콩 비린내가 남거든요. 그래서 향주머니를 차고 다닌 거죠. 이 매미 모양의 향주머니는 매우 드문 거예요.”
고전머리는 머리 장식, 의복, 의복에 쓰이던 장신구까지 모두 이어져 있고, 각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렇게 역사 이야기와 임 회장이 그동안 수집한 온갖 장신구를 직접 눈앞에 펼쳐두고 강의를 하니 학생들은 그의 수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머리에 몰입한 20년이라는 시간
고전머리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그는 2012년 한국방송고전머리전문가협회를 세웠다. 10여 년 동안 임 회장은협회비를 받지 않고 개인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협회를 운영했다. 더 많은 이들이 고전머리 관련 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더 많은 미용사가 고전머리의 매력을 알고 자신의 가치를 높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전가체 예능사 1~3급 자격제도를 만들었다. “고전머리도 머리를 만지는 일이기 때문에 미용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미용 관련 국가자격증이 여러 가지인데 고전머리 자격증은 없거든요. 수익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오색단장, 수빈헤어&메이크업, 한국방송협회 일을 현업에서 계속하다 보니 자격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활성화시키지 못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면서 저를 재정비하게 됐죠. 미용하는 분들이 고전머리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면 좋겠어요. 미용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개척해나가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고전머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고전머리 정보를 퍼트릴 때면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리 궁금한 게 많아 공부가 즐거웠다 해도, 매일 역사서를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치 과거에 사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기왕 여기까지 온 것, 조금만 더 해서 학생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하나는 만들어두고 그만두자’고 마음을 달랬다.
미용을 시작한 후 20년을 온전히 고전머리에 몰입해 살았다. 처음 수빈헤어&메이크업을 열었을 때는 손님 한 명 보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주말이면 고전머리를 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임 회장이 반한 고전머리의 매력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것. 이제는 ‘고전머리’ 하면 많은 이들이 임수빈 회장을 떠올린다. 그럴 때 그는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임수빈 회장은 우리나라 가체장 1호 명장이 됐으며, 2019년에는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문화예술부문 한국전통문화최우수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21년에는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을 받았다.
고전머리가 K-헤어 트렌드
임수빈 회장은 복장과 헤어의 어울림을 강조한다. 전통 한복이라면 전통 고전머리를, 퓨전 한복이라면 퓨전 고전머리로 꾸며야 한다는 것. 전통 고전머리를 응용하면 한국식 현대 스타일을 무궁무진하게 창작할 수 있다. 고전머리야말로 현대 미용의 뿌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요즘 흔하게 하는 ‘당고머리’는 ‘쪽머리’가 원조다. 쪽머리는 비녀가 없던 시절부터 해오던 머리 스타일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머리 스타일은 ‘벼머리’에서 시작됐다. ‘포니테일’이라고 불리는 묶음머리는 ‘후두부로 흩어진 머리’라는 고전머리에서 출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머리는 5:5 가르마예요. 우리나라의 기본 스타일이죠. 과거 여인들도 모두 반머리를 했어요. 우리가 반묶음을 하는 것처럼요. 다만 그것을 장식하는 장신구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현대의 의복에 맞춰 고전머리 스타일이 현대에 맞게 바뀐 거죠.”
임 회장은 고전머리를 기반으로 한 한국 스타일의 퓨전 헤어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고전머리를 가르쳐주는 곳이 없으니 미용사들도 배워본 적이 없어 응용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 하는 실정을 무척 아쉬워했다. 더 많은 미용사가 고전머리를 배워 자신만의 한국 스타일로 응용하면 그것이야말로 K-헤어가 되는 것 아닐까?
“고전머리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되는 게 마지막 꿈이에요. 고전머리를 만지는 기술도 서울무형문화재로 함께 인정받으면 금상첨화겠죠. 한복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처럼 고전머리도 우리의 것으로 역사성을 인정받고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합니다.”
중년에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나중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에게 이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국 버밍엄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아비데미 오타이쿠 박사 연구팀이 두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35~64세 남녀 약 600명과 79세 이상 남녀 노인 26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악몽을 얼마나 자주 꿨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 시작 당시 치매를 앓고 있는 참가자는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중년 참가자들은 평균 9년, 노인 참가자들은 평균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주 악몽을 꾸는 중년의 경우 악몽을 덜 꾸는 사람보다 10년 동안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약 4배 더 높았다. 또 매주 악몽을 꾸는 노인들은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2배 더 높았다. 이는 남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컸는데 남성 노인은 5배, 여성 노인은 1.4배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성은 악몽을 자주 꾸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서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이 점차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혹은 악몽과 치매 모두와 관련된 어떤 유전인자가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 주요 저자인 아비데미 오타이쿠 박사는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은 진단 받기 이전부터 진행이 된다. 악몽이 이 질환의 초기 징후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일찍 알아낸다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의 자매지 ‘e임상의학’(eClinicalMedicine)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70~81세 여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관련 국제학술지 연구(Alzheimer Dis Assoc Disord)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면 7시간 이상인 경우보다 기억력, 주의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졌다. 입면이나 수면 유지 혹은 규칙적인 수면이 어려운 등 불면 증상이 있어도 인지기능 점수가 전반적으로 더 낮았다.
국제수면의학저널의 연구(65세 이상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대상)에서는 수면시간이 6.5시간 미만인 사람은 10년 후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5~12세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제심리학회 조사에서도 수면시간이 짧은 경우 인지기능과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대학교의료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수면시간이 짧아질수록 치매 유발 단백질이 뇌에 침착돼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단순한 불면증에서부터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하므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수현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일 때 뇌에 여러 가지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는데, 뇌를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 '글림프 시스템'은 이런 단백질들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이 시스템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 단백질과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불면증에는 적절한 수면제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고 수면 무호흡증에 의한 불면증의 경우 수면제가 수면무호흡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잠을 잘 자기 위한 기본원칙
1.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2. 잠자는 환경이 조용하고 환하지 않도록 하며,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한다.
3.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되, 자기 전 지나친 운동은 피한다.
4.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나 음식은 피한다.
5. 자기 전에 흡연이나 음주를 피한다.
6. 자기 전 따뜻한 목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7. 허기진 상태나 과식은 피한다.
8. 잠자리에서 시계를 보거나 휴대전화, TV, 책을 보는 것은 피한다.
9. 잠이 오지 않거나 중간에 깼을 때는 일어나 다른 일을 하고, 잠이 오면 잠자리로 가도록 한다.
10. 밤에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출처: 대한수면연구학회)
이전보다 보행속도가 느려지거나 물건을 드는 것, 식사, 목욕, 청소와 같은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 하는데, 낙상과 골절 위험이 증가하고 일상생활 기능 유지가 어려워 다른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질병이다. 실제로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최대 2배가량 높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정의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하게 나이드는 ‘웰이이징’(well-aging)과 같은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는 요즘, 소윤수 경희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게 근감소증의 정의부터 원인, 진단, 치료 및 예방법 등을 물었다.
근감소증은 그리스어로 근육을 뜻하는 ‘사코’(sarco)과 감소를 뜻하는 ‘페니아’(penia)의 합성어다. 주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근육량의 감소뿐 아니라, 이에 따른 근력의 저하 또는 신체 운동 능력의 저하가 특징적 증상인 질병이다.
WHO는 근감소증을 2016년 국제질병통계분류 제10차 개정판에 병명코드(M62.84)로 정식 등재했다.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안에 진단코드를 포함해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국의 70~84세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연구에서 남성은 21.3%, 여성은 13.8%가 근감소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노화가 근감소증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뇌졸중, 치매와 같은 뇌신경계 질환, 당뇨, 만성콩팥병 같은 내과 질환이나 암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 피에 혈당이 높아져 미세혈관에 혈이 잘 지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말초 쪽의 근육이나 신경에 제대로 영양 공급이 되지 않아 근육 생성이 어려워지면서 근감소증이 발병한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르신의 경우 통증 때문에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근감소증 유병률이 증가하게 된다.
소윤수 교수는 종아리 둘레가 남성은 34cm, 여자는 33cm 미만일 경우, 근감소증 자가 진단 설문지(SARC-F) 4점 이상이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병원에서는 골격근의 양, 악력과 신체의 운동 기능 측정을 통해 근육의 양과 질을 모두 평가한 후 근감소증 진단을 하게 된다.
근감소증의 대표적인 치료 및 예방법은 운동이다. 소 교수는 “근감소증 치료제는 아직 없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근력강화 운동이다. 근력강화 운동은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 초기에 낮은 강도(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의 40~50%)에서 시작해 2~3주 간격으로 강도를 올릴 것을 추천했다.
근력운동 외에도 유산소운동, 근력운동(저항운동), 유연성운동(스트레칭), 균형운동 등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조합해서 해야 한다. 소 교수는 “3개월은 꾸준히 운동을 해야 근력 증가나 근비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의 경우,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밴드운동을 시도해보기를 권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는 65세 이상 노인이 12주간 밴드를 빠르게 당기고 천천히 푸는 탄력밴드 운동을 시행한 결과, 악력 등의 근력이 최대 49%, 걷기 등 간단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정도가 33% 늘었다. 단, 이 운동도 1세트를 12회로 구성해 3세트씩,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소 교수는 그 외에도 벽에 기대 스쿼트를 하는 벽스쿼트를 통해, 비교적 쉽게 하지 운동을 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운동 외에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1일 단백질 섭취량이 적을수록 근감소증의 유병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근손실의 방지를 위해 본인의 체중 1kg당 1.2~1.4g, 근성장을 위해서는 1.6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소 교수는 “인체가 근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 양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하루 적정량을 모두 섭취하기보다는 하루 세끼에 나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치아나 소화능력이 약해져 고기를 많이 섭취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식물성 단백질인 검정콩으로 대체할 수 있다. 검정콩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두 배 이상 높고 장내 흡수율도 더욱 높은 식품이다. 콩은 종류에 따른 단백질 함량 차이가 적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다른 콩을 섭취해도 좋다. 단백질 파우더,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두유, 요거트 등의 음료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도 근감소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