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나중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에게 이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영국 버밍엄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아비데미 오타이쿠 박사 연구팀이 두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22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35~64세 남녀 약 600명과 79세 이상 남녀 노인 26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악몽을 얼마나 자주 꿨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 시작 당시 치매를 앓고 있는 참가자는 전혀 없었다. 연구팀은 중년 참가자들은 평균 9년, 노인 참가자들은 평균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주 악몽을 꾸는 중년의 경우 악몽을 덜 꾸는 사람보다 10년 동안 인지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약 4배 더 높았다. 또 매주 악몽을 꾸는 노인들은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2배 더 높았다. 이는 남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컸는데 남성 노인은 5배, 여성 노인은 1.4배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가능성은 악몽을 자주 꾸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서 치매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이 점차 쌓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혹은 악몽과 치매 모두와 관련된 어떤 유전인자가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 주요 저자인 아비데미 오타이쿠 박사는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은 진단 받기 이전부터 진행이 된다. 악몽이 이 질환의 초기 징후 중 하나일 수 있다”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일찍 알아낸다면 치매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의 자매지 ‘e임상의학’(eClinicalMedicine)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