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중년 독신 남녀를 그려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뒤틀려 있거나.
김유준 영화 전문 프리랜서
나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중년 독신들의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을 있을 법하게 그려낸 대표적인 영화들. 현실에서는 남성이 멜 깁슨이나 조지 클루니처럼 ‘멋지고 튼튼하게’ 늙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중년 독신 여성이 헬렌 헌트나 미셸 파이퍼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이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는 그 힘든 것들을 가볍게 해낸다. 중년들의 세상에서는 ‘노티’가 으레 공기처럼 떠다니지만 그들에게서는 그 비슷한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할 때마저 위트 있고 경쾌하다. 그런 그들은 영화 내내 활기찬 모습으로 중년의 사랑을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이끌어나간다.
미국의 낸시 마이어스는 이 카테고리(중년 독신들의 사랑)를 대표할 만한 감독. 2000년의 에서 시작해 2003년의 과 2009년의 를 거쳐 최근의 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중년들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득 차 있다. 때로는 설정들이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반면 스티브 매퀸 감독이 거머쥔 (2011)의 카메라는 혹독하다. 영화 속에서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전문직 중년 독신 남성.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의 마음은 결핍으로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낸시 마이어스는 영화 에서 “내 삶에 뚫린 구멍을 메우고 싶다”는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에게 인터넷 쇼핑몰 회사 인턴으로 지원하게 만들지만, 스티브 매퀸 감독은 그와 같은 낭만적 상상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에 없다.
브랜든이 빈 곳을 채우려 집착하는 것은 동물적 성이다. 광적인 포르노 영상 수집에 음란채팅에 성 매매에 이르기까지… 섹스를 갈구하는 그의 발걸음, 섹스와 마주하는 그의 몸부림은 쾌락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기학대에 가깝다.
브랜든의 여동생 씨씨(캐리 멀리건) 또한 다르지 않다. 다만, 스스로는 결코 채우지 못하는 마음속 어딘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씨씨는 그러면서 말한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영상을 지켜보는 우리 또한 그녀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안다.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녀의 삶을 녹록하게 풀어줄 생각이 없다. 스티븐 매퀸의 차가운 영상을 좇다 보면 브랜든과 씨씨가 평생 구원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리고 남매의 삶이 곧 우리 것처럼 느껴져 흠칫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한 편.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감독 스티브 매퀸은 올드 팬들이 로 기억하는 그 불세출의 명배우가 아니다(이미 세상을 떴으니 그럴 리 없다). 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에 안은, 최근 미국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한 가지만 더. 독일 출신으로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시리즈에서 매그니토 역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브랜든을 연기해 베스니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9월 29일)에 개봉된 프랑스 영화 은 좀 독특하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지나치게 뒤틀려 있다’는 두 가지 시선의 가운데쯤 위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년 독신을 다룬 영화들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 나탈리(이자벨 위페르)가 맞닥뜨리는 불행은 우리 또한 종종 겪는 그런 종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어머니를 여의며, 아이들과의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진다. 경력 쪽에서도 마찬가지. 예전 같으면 가볍게 해치웠을 일들이 점점 더 힘겨워지다가, 끝내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집필해온 철학 총서를 유행에 맞게 바꾸는 작업에서도 밀리고 만다.
나탈리가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그녀가 이 별별 종류의 불행을 거의 동시에 맞닥뜨린다는 점.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람이 들통난 뒤의 남편 태도. “그냥 좀 모른 척하면 안 돼?” 숫제 적반하장 수준이다. 이제 나탈리의 신세는 늙고 뚱뚱해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어머니의 고양이 ‘판도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탄할 만한 것은 그런 불행을 받아들이는 나탈리의 자세. 그녀는 통곡하지 않는다.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억울할 법도 하건만,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모든 것들을 껴안는다.
우리가 불행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녀는 변화라고 여긴다. 남편과 함께 들었던 브람스와 슈만이 지겨워지고, 어린 제자의 차에서 들려오는 포크송이 좋게 느껴지는 것. 중년의 시점에서 찾아온 불행들이 그런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것이 그녀의 인식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영상은 달빛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단단한 통찰력을 더불어 지니고 있다.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국민 여배우’로 통하는 베테랑 여배우.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연기를 펼쳐 보인다. 프랑스 영화의 깊이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에서는 2014년 발표된 를 꼽을 만하다.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유독 야멸찬 것이 우리 영화(또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특징 중 하나이지만, 강제규 감독의 이 영화만은 경우가 다르다. 성칠(박근형)이 금님(윤여정)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약속…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든, 울지 맙시다. 어차피 잠깐 떨어져 있는 거니까” 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물론 그조차 미국 영화 이 원작이라는 점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진 세계문학사 편집장
비로소 편안해졌다
20대, 30대의 소위 결혼 적령기를 지나 40대에 이르도록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결혼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자리에서나 ‘남자’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고, 나는 원하지 않는 대답을 강요받아야 했다.
“독신주의자는 아니지? 그래도 결혼은 할 거잖아.”
40대에는 심지어 내가 아무 남자라도 만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결코 내가 원하지 않는 만남을 주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자리를 만들거나 모임을 만들어서 슬쩍 남자를 끼워 넣어서는 강제로 짝을 맞춰주는, 그들의 호의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제발 나를 내버려 둬!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사람과 할 테니까!’
이런 외침을 수도 없이 했다.
나는 물론 독신주의자가 아니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결혼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불안을 나 자신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경우를 많이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50대가 되자 그런 일들도 거의 사라졌다. 50대쯤 되면 이젠 어떤 변화라든가 새로운 시작을 꾀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비로소 편안해졌다.
마냥 자유롭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먼저 음악을 틀고, 느긋하게 저녁 준비를 한다.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은 않는다. 그때그때 마음에 달렸다. 어떤 날은 국수를 삶는다. 멸치육수를 내고, 호박과 양파 등을 볶고 달걀지단을 부쳐 고명을 만들어 근사하게 먹을 수도 있고, 그냥 삶은 국수에 간장을 휘휘 뿌리고 참기름 둘러 슥슥 비벼먹기도 한다. 어떤 날은 삼겹살을 굽는다. 그리고 어떤 날은 햇반을 돌려 김치 한 가지를 놓고 먹어도 된다.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아무렇게나 먹기도 하고, 성찬을 차려 먹기도 한다. 식구가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식구들의 취향도 생각해야 하고, 건강도 생각해야 하고, 예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자유롭다. 무엇을 하든 내 맘 대로다. 멍하니 있어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고 영화를 봐도 좋다.
혼자 사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자유로움이다. 행동에 걸림이 없다.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있다. 얼마든지 게을러질 자유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으름을 ‘불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게으름이야말로 최대의 자유이고 정신의 빈 공간이며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무한한 여백의 공간이기도 하다. 게으름은 혼자 있을 때만 완벽하게 가능하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게으름이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두려움이 찾아올 때면
우주의 물질이 가진 총 질량은 물질이 변화를 가져와도 변하지 않는다는 질량보존의 법칙이 있다. 흔히들 이를 빗대 인생에는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삶을 살면서 겪어야 할 고통이나 기쁨, 즐거움, 외로움, 두려움 등등은 누구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그것은 인생 어느 때든 주어진 양만큼은 꼭 채운다는 것이다. 그저 재미있는 농담처럼 만들어진 이 말은 사실은 우리 삶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이 총량의 법칙으로 헤아려보면 삶은 참 공평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질적으로 많이 가지거나 가지지 않거나, 혼자 살거나 가족과 살거나 총량의 법칙은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혼자 사는 나의 두려움은 지금보다 더 늙고 병들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이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문득문득 그런 고민에 가슴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몇 년 전 한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면서 몹시 아팠던 적이 있다. 그때 이러다가 혼자 죽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생긴 고민이다. 아플 때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자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죽음 앞에서 사람이 있든 없든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두려움을 가라앉히곤 한다.
외롭지 말고 고독하라
“외롭지 않은가.”
혼자 사는 사람들이 흔히 듣는 질문이다. 물론 외롭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적인 정서다. 오욕칠정처럼 밑바닥에 있는 감정이다. 외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다. 관계 속에서 소통을 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위로를 받고자 한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외로움은 괴로움으로 변질이 되고 만다. 부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인 외로움이 혼자 산다고 더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때때로 나는 외로움보다는 고독하기를 즐긴다. 외로움은 타인을 통해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고독은 스스로의 힘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고독은 내면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힘이 있다. 고독할 때만이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성찰할 수 있다. 인간은 성찰을 통해 성숙해진다. 고독의 공간이 넓을수록 삶은 평화롭고 고요하고 아름다워진다.
최상의 노후는 미니멀리즘으로
백세시대라고들 한다. 나는 이 말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산다는 것은 단순히 수명의 연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비로소 사는 것이다. 건강한 몸으로 사유와 성찰을 하며, 삶을 살지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진 삶을 위한 가장 큰 요건은 경제적 문제이다. 수명의 연장은 비용이 드는 일이다. 정년까지 근무해서 벌어놓은 돈은 한정되어 있고, 이에 반해 삶의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차츰 삶의 규모를 줄이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로 했다. 일단 새로운 물건은 가급적이면 구입하지 않는다. 사실 물건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비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갑자기 소유한 물건을 줄이려면 그것도 큰 비용이 든다. 지금부터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 소유한 것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정신의 여백은 넓어지고, 보다 풍요롭고 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잠을 못자는 고통도 대단하다. 여름밤 너무 더운 열대야(熱帶夜)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안다. 10여 년 전 재개발을 기다리는 대구의 5층 아파트 최상층 5층에 살 때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독신자용으로 18평짜리를 얻어준 곳이다. 혼자사니 그 정도 크기면 충분했다. 문제는 여름의 열대야다. 열대야는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어서는 밤을 말하는데 아파트 구조가 그렇다보니 여름의 여러 날들을 열대야로 시달려야 했다.
사람이 ‘미치고 팔딱 뛰고 환장하겠다.’는 말이 있는데 열대야의 밤이 꼭 그런 심정이다. 열대야의 밤에는 누워 잠이 들었다가도 안개처럼 아주 느리게 더위의 열기가 몸을 뱀이 휘감듯이 공격해온다. 누어있을 수가 없었다. 벌떡 일어나 반바지에 짧은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인근 공원을 어슬렁 거렸는데 열대야의 밤에는 이런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나마 산책할 숲이 있는 공원이 집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성질 급한 사람은 돗자리를 들고 아예 공원으로 잠자리를 옮긴 사람도 있었다.
평소에 잠을 잘 자는 사람이므로 잠을 잘 자기 위한 특별한 준비과정은 없다 다만 여름철 열대야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대구의 악몽도 되살아나 조심을 한다. 우선 녹차나 커피처럼 카페인이 든 음료수는 먹지 않는다. 음주는 취할 정도로 많이 먹으면 술김에 잠을 잘 잔다 하지만 몇 잔 설 먹어두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새벽에 잠을 깬다. 새벽에 잠을 깨면 디시 잠을 들기도 어렵지만 잠이 들었다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나 정신이 개운치 못하다. 새벽에 무슨 이유로든 잠이 깨면 다시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내 잠의 신조다..
마라톤 등 심한 운동도 나쁘다 몸이 너무 피곤하면 식욕도 없어지고 잠 또한 쉽게 들지 못한다. 그러나 10km정도의 달리기나 테니스 두게임 정도는 몸을 기분 좋게 피곤하게 하여 잠이 잘 온다. 보통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되고 나는 별 개의치 않는다.
열대야는 밤 1시가 지나면 온도가 내려간다. 더워서 잠이 잘 안 오면 인근 공원을 산책하며 대지의 온도가 내려가기를 기다린다. 우리나라 여름철 시원한 바람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분다. 바람이 창문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길이다. 집에도 바람이 잘 부는 곳이 있다. 나는 이를 바람통로라고 부른다. 바람통로에 바닥에 까는 요도 없고 이불도 없이 팬티하나만 걸치고 맨바닥에 누워 있으면 거실바닥의 시원한 냉기가 등줄기를 통해 올라온다. 쉽게 잠이 든다.
배를 열어놓고 자면 보통의 사람들은 배탈이 나기 쉽다. 런닝셔츠 정도를 입어 배를 덮어 보호하는 것이 좋다. 나는 소양인이여서 그런지 배탈이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배를 열어놓고 자도 배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더위에 잠 잘 자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잠 잘 자는 방법을 터득해서 자기만의 노하우로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시니어의 삶과 우정을 주제로 한 tvN 드라마 .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신구, 윤여정, 주현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인물 간 갈등이나 사건을 통해 그들만의 우정을 진솔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드라마 속 주인공과 에피소드를 통해 친구유형에 대해 알아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김동철 ㈜김동철 심리케어 대표원장·표현심리 박사
tvN 제공
◇ 시니어 친구유형
김동철 원장은 왼쪽 페이지의 드라마 속 캐릭터 성격을 참고해 각각의 인물을 동물, 색깔, 도형(모양)으로 표현했다.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어떤 유형인지 알아보자.
△오충남(윤여정)
정이 많고 오지랖도 넓어 손해 보는 스타일. 결혼, 연애 경험 없는 골드미스. 학력 콤플렉스가 있어 젊은 지성인들과 어울리려 한다.
Dr. Say: 코끼리/노랑/뒤집힌 하트
독신자들을 보면 자신은 자아성찰이 잘됐기 때문에 혼자 살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아 솔로인 경우가 많다. 커다란 코끼리처럼 아무도 덤비지는 못하지만 알고 보면 여린 존재. 애정이 필요하지만 결핍된 상황(뒤집힌 하트). 노랑은 콤플렉스의 상징.
△이성재(주현)
여자에게 다정다감한 현직 변호사. 학벌, 경제력을 갖췄지만, 아내와 사별 후 뭐든 후회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루라도 더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
Dr. Say: 버팔로/검정/사각형
재미있게 살려고 해도 관계는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평안할 수 없다. 편안한 사람일수록 주변에서 갈등을 안고 찾아올 확률이 높다. 중후한 멋의 검정과 버팔로, 안정을 유지하려는 사각형.
△조희자(김혜자)
순수하고 얌전하지만 때론 집착이 심하다. 남편이 죽고 홀로서기를 다짐하지만, 막상 혼자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고, 망상성치매를 앓고 있다.
Dr. Say: 나이 든 강아지/연분홍/타원형
늙은 강아지처럼 보호와 손길이 필요하다. 타원형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다는 뜻. 삼각형이나 별 같은 반대 성향 또는 빨강, 파랑처럼 색이 확실한 친구를 두는 게 좋다.
△장난희(고두심)
생활력이 강하고, 화끈한 성격. 10년 전 남편이 죽고 ‘무조건 즐기자’가 인생 모토다. 사람들을 모으고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총무스타일.
Dr. Say: 치타/빨강/별모양
치타처럼 거침없다. ‘무조건 즐긴다’ 스타일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만, 많은 사건에 휘말릴 위험이 커 절제가 필요하다. 리더·총무 역할을 잘하는 열정적인(빨강) 별 성향.
△이영원(박원숙)
화내거나 짜증 내는 법이 없는 쿨한 성격. 남자와 스캔들이 많은 화려한 배우로 살며 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고독하다.
Dr. Say: 카멜레온/보라/스프링
다양한 매력의 카멜레온. 자기를 꾸미기 위해 무언가를 발산하지만 알고 보면 경계심도 많고 외롭다. 빨강도 파랑도 아니지만 분명히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보라색. 누구와도 잘 어울리며 유기적인 스프링 같은 사람.
△문정아(나문희)
검소하고, 매사 긍정적이며 쾌활하다.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남편이 있지만, 구두쇠에 고지식한 남편에게 억눌려 산다. 늘 자유를 꿈꾼다.
Dr. Say: 수달/초록/마름모
남편에게 억눌려 도전의식이 강해진 타입. 그녀에겐 현재가 청년기와 다름없다. 에너지가 충만하고 노련한 수달과. 에너지를 뜻하는 초록, 쾌활한 느낌의 마름모가 어울린다.
△김석균(신구)
꼰대 중의 꼰대, 남녀차별이 심하고, 짠돌이에 불 같은 성격. 중졸 콤플렉스가 있어 학벌과 관련해 자기 방어를 심하게 하는 편. 거칠고 화도 잘 내지만, 속정은 깊다.
Dr. Say: 말/군청/높은 원기둥
겉으론 험해도 아이가 자면 몰래 이불 덮어줄 사람. 삐죽삐죽한 도형이 어울릴 것 같지만, 마음은 동그라미. 가끔 야생마처럼 뒷발질도 하지만, 일 잘하고 묵묵한 말 유형.
◇ 가장 좋은 친구 유형: 장난희
나이가 들면 ‘소진 증후군’을 겪게 된다. 예전에 많은 것을 가졌고, 활동도 많이 했는데 늙으니 다 소진했다고 느끼며 우울해 하는 증상이다. 활발한 사람 곁에 있으면 활발해지고, 우울한 사람 곁에 있으면 우울해지는데, 노년기일수록 후자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장난희처럼 사람을 이끌고 활달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유익하다. 즐겁게 살려는 목표의식이 뚜렷해 곁에 두면 긍정적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 궁합이 잘 맞는 친구 사이
△문정아 & 김석균
고집이 세고 까칠한 배우자와 헤어졌다면, 부드러운 성격의 이성 친구를 만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 배우자와 비슷한 유형을 만나 더 잘해주게 된다. 이미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훨씬 유연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성재 & 이영원
가능하다면 사회적 지위나 지적 수준, 경제력이 맞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좋다. 인물 중에서 그런 조건이 가장 잘 맞는 것은 이성재와 이영원이다.
◇ 에피소드를 통해 본 갈등 사례&솔루션
△이성재 vs 김석균
중졸 콤플렉스를 가진 석균은 잘 나가는 변호사 성재에게 묘한 질투를 느낀다. 베풀고도 욕먹는 성재와 계속 자존감이 떨어지는 석균.
Solution: 콤플렉스로 인해 생긴 갈등은 과거에 형성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좋은 대학을 나온 성재와 중졸인 석균의 경쟁은 나중에 자녀들 사이의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 두 사람은 자녀의 학벌이나 직업을 두고도 콤플렉스로 괴로워할 수 있다. 성재보다 석균의 자녀가 우월하다면 콤플렉스는 해결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석균을 모임의 리더로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석균처럼 갖은 고생을 한 사람들은 잔재주가 많다. 그런 강점을 부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성재가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해주면 석균의 자존감은 올라간다.
△장난희 vs 이영원
절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난희의 남편 외도 문제에 영원이 오해를 받아 사이가 틀어진다. 20년도 더 지난 일로 다투는 두 사람 때문에 친구들도 난감하다.
Solution: 사실 두 사람은 속으로는 오해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했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책임 지려고 하는 심리가 있다. ‘책임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증상이 심해진다. 오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상황을 인정해버리면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온 인생이나 소신 등이 모두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먼저 화해하지 않는 것. 제삼자가 중간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때 누군가에 편에 서거나 잘못을 따지면 오히려 싸움이 커질 수 있다. “얘는 이거를 잘했어”라는 식으로 서로 칭찬을 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자.
“한 번 선택하면 18년을 좌우합니다.”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만난 후 내내 온화한 의사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였는데, 이야기 주제가 동물 입양으로 옮겨지자 갑작스레 진지해졌다. “사람을 입양하는 것과 같죠. 개와 고양이 모두 최근 수명이 길어져 평균 18년 정도 사는데, 함께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굉장히 긴 기간입니다. 신중해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박효철(朴孝哲·55) 대표는 국내 최대의 애견 프랜차이즈의 최고경영자이자 진료도 함께하는 대표원장 역할도 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쿨펫(Cool Pet)은 전국에 150여 개 가맹점이 있고, 전국의 롯데마트나 이마트 등 대부분의 대형마트를 선점하고 있다. 이 밖에 호텔이나 놀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서비스 전문의 프랜차이즈 위즈펫(Wizpet) 등 그가 론칭한 크고 작은 애완동물 브랜드는 모두 5개나 된다.
수명 얘기가 나오니, 돈벌이만 생각한다면 순환이 빠른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나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그의 진중한 태도에 얄팍한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한다.
박효철 대표의 말에 따르면 애완동물, 반려동물 시장은 최근 급속도로 커지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최근 혼자 사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애견인(愛犬人), 애묘인(愛猫人)들이 늘었어요. 최근에는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빈자리를 반려동물로 채우려는 시니어들이 늘어났습니다. 동물별 비중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개를 선택하는 인구가 90% 정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고양이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20% 이상을 차지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인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이 추세라면 30%를 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니어 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은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신인구 중 70% 정도가 시니어층이라고 한다. 시니어들이 개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선호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특징이다. 시니어의 반려동물로 선택되는 개와 고양이의 비율은 4대 6 정도다.
생활공간 등의 문제로 망설였던 반려동물의 사육을 이제라도 시작하려는 시니어들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그의 사업영역인 동물병원이나 관련 매장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지인 중에서 이미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실제 기르고 있는 사람을 찾아 밥은 어떻게 주는지, 훈련은 어떻게 시키는지, 그 외의 관리상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미리 듣고 학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사육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 이후에 본인이 기르고자 하는 동물의 특징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입양은 맨 마지막 단계입니다. 천천히 해도 늦지 않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입양을 하다보니 유기견의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유기견의 입양도 캠페인처럼 펼쳐지지만, 사육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시니어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유기견의 경우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상태에서 구조되는데, 관련 기관에서 육체적인 상처는 치료해도,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 둔 채 입양을 보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준비가 몇배 더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입양된 유기견들이 파양(罷養)되어 돌아올 확률은 절반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니어에게는 어떤 동물이 키우기 좋을까? 물론 개인의 취향이 우선시되어야겠지만, 개와 고양이 중에서 선택하라면 고양이가 편하다고 조언한다.
“개는 의존적이어서 항상 곁에서 돌봐줘야 하지만,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과 음식만 준비된다면 며칠 동안 집을 비워도 문제없을 정도죠. 배변 훈련도 모래만 준비하면 됩니다. 가르칠 필요가 없죠. 그래서 키우기 편한 쪽은 당연히 고양이입니다. 만약 강아지 중에서 추천하자면 몰티즈나,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추 같은 소형견이 적합하죠. 하지만 인위적으로 몸집을 줄인 아주 작은 견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최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확대되면서 관리에 대한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 등이 늘어났지만, 지나치게 과잉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너무 병원을 자주 찾거나, 보호에 힘쓰는 것보다는 산책을 하는 등 같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 하다고 설명한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병원을 가 버릇하면 계속 탈이 나게 되어 있어요. 병원은 큰 문제가 없으면 일년에 한 번 정도 예방접종하러 가면 되고, 먹는 것도 그냥 사람 먹는 것을 함께 먹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그렇게 동물들을 키워왔고, 동물들은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요.”
입양할 동물이 결정되고 집에 들이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라고 조언했다.
“개든 고양이든 한 일주일 정도는 일부러 만지려 들지 말고, 먹이를 줄 때를 제외하고는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고 나서 적응이 되면 먼저 가까이 다가올 겁니다. 산책할 때도 목줄을 조금 여유 있는 길이로 맞춰,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가는 형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내다 보면 상대도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을 통해 얻는 장점을 박 대표는 ‘교감’으로 이야기했다. 사람과 사람은 말로 교감을 하지만, 사람과 동물은 원초적 감정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좀 더 근원적인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일부에선 동물이 수명을 다할 때의 상실감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죽기 전에 동물을 한 마리 더 입양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나이 많은 동물에게도, 그를 잃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식구가 힘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니어가 동물을 키우게 되면, 동물이나 사람의 수명을 고려할 때 평생을 함께하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반려동물이라는 말 그대로 남은 생을 함께 할 식구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입양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80년을 추적한 사상 초유의 수명 연구 프로젝트, 터먼 프로젝트가 그 공식을 공개한다.
1500명의 인생 추적을 통해 밝혀진 건강장수의 변수
미국 스탠퍼드대 루이스 터먼 교수팀은 10세 전후 어린이 1500여 명의 인생을 80년 추적 연구한다. 결혼, 교육정도, 자녀, 직업, 라이프스타일, 종교, 애완동물 등 다양한 삶의 조건에 따라 삶의 건강도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건강에 대한 통념을 깨고, 오래 살기 위한 “건강한 삶의 경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계와 성실성으로 나왔다. 장수한 사람일수록 가족, 이웃은 물론 사회적으로 단단한 유대관계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것은 남을 돕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누구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니 무척 고무적인 결론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예상대로 평균수명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흥미로운 것은 남자와 여자의 경우 그 양상이 달랐다. 아내가 있는 남성의 경우 사별 후 독신남보다 평균수명이 훨씬 길었다. 반면에 여성은 결혼 상태에 있는 것이 장수와 직결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별한 여성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여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남자는 기혼, 독신, 재혼, 이혼 후 독신의 순으로 장수하였다. 그에 비해 여성은 ‘기혼’과 ‘이혼 후 독신’의 수명이 비슷했고, 그 다음 ‘독신’, ‘재혼’의 순이었다. 독신이라는 조건이 남성과 여성에 미치는 영향이 달랐다. 이에 대해 “독신이 된 여성은 자신을 걱정하기보다 자녀나 친구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리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독신 남성들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친밀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삶에의 의지를 잃어버린다”고 밝히고 있다.
75년에 걸친 하버드대학교 인생관찰 보고서
“노년에도 계속 발전하는 삶, 젊은 시절보다 더 만족하며 살 수 있다”
하버드대생 268명을 포함 800여 명의 인생을 70여년간 추적한 하버드대 의대교수 조지 베일런트의 연구는 잘 사는 삶의 절대적 공식은 없고, 50세경까지 형성한 인간관계가 이후의 생애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다.
생의 마지막 10년을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지는 50세 이전 형성해놓은 ‘행복의 7가지 조건’으로 예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관계였다. 나머지는 (평생) 교육 연수, 결혼생활, 비흡연,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었다. 연구를 주관한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다행히도 행복과 불행, 건강과 쇠약함을 좌우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었다.
장수의 비밀은 어울림
1인 가구 비율이 60%에 이르는 스웨덴 사람들이 소통 단절과 고독사의 위험을 극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맞는 비결은 40대부터 90대까지의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페흐드크네펜 덕분이다. 또 그리스 이카리아섬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이웃과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형태 덕분이다.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건강한 장수의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혈액과 뉴런이 그러하듯이, 소통은 곧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후 준비는 다름 아닌 친밀함을 나눌 수 있는 동성 또는 이성 친구, 취미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 남을 돕는 봉사활동, 다양한 소통의 통로와 대상 등 사회적 자본에의 투자에 있다. 독신 상태가 장수에 더 치명적이 되는 남성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
건강과 행복의 미스터리를 향한 세계 석학들의 연구
장수 요건의 통념을 깨다 ( or 진실을 밝히다)
2050년이면 평균수명 100세가 예상된다고 한다.
건강한 슈퍼 100세인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글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시중에 나도는 ‘혼자 사는 법’에 관한 어느 자기계발서는 무려 마흔여섯 가지의 과제를 제안한다. 목차가 온통 ‘~하기’로 빽빽하다. 하긴, 목록대로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 혼자 살기는 이미 성공적일지 모른다. 마흔여섯 개를 외우느라 지루할 틈이 없을 테니까.
나는 그 방대한 과제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다. 광야를 내달리는 초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히, 책의 저자도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만약 다 해냈다면 책 따위 쓰는 대신 가부좌를 틀고 하늘로 훨훨 올라갔을 것이다. 숙제를 내팽개친 패배감으로 뒤돌아서서 툴툴거리는 게 아니다. 마흔여섯 가지를 빠짐없이 해내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나 빡빡하다.
평생 독신을 고수하면서 ‘혼자 살기’에 나름대로 노하우를 간직한 나는 딱 세 가지를 추천한다. 그 정도라면 삶이 제법 풍성해질 테고, 그 정도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글 김유준 프리랜서 dongbackproject@gmail.com
첫 번째
:
말 걸기
“거기 어떻게 올라갔니?”
영국 런던에 갔을 때다. 처음 그곳을 찾은 사람답게 버킹엄궁전으로 갔다. 왜 있잖은가. 파리에 갔다면 루브르박물관을 봐야 하고, 베이징에 갔다면 자금성에 들러야 한다는 식의 이른바 ‘촌놈 관광 리스트’. 버킹엄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은 리스트 중에서도 맨 꼭대기에 자리 잡은 필수 코스. 그곳을 놓칠 수는 없었다.
나 같은 촌놈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날따라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덩치 큰 서양인들 틈바구니에서 교대식을 구경하겠답시고 까치발을 들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린 결과, 좋은 곳을 발견했다. 2m 조금 넘는 장벽이었다. 그 위라면 멀리까지 훤히 보일 터였다. 가벼운 몸으로 두 손을 짚고 풀쩍 뛰어 벽 위에 걸터앉았다. 또래의 금발 여성이 말을 건 것은 그때였다. 어떻게 올라갔느냐고. 내 자리가 탐났던 모양이다.
이쯤에서 고백해야겠다. 두 가지다. 첫째, 영어를 아주 잘하지는 못한다. 회화 쪽은 특히 시원찮아서 대답하기가 수월치 않았다. 가녀린 여성에게 “점프!”라고 말할 수도 없고…. 둘째, 현실은 영화가 아니었다. 머리카락만 금발이지 메릴린 먼로나 니콜 키드먼 같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긴 말 할 것 없이 손을 내밀었다. “원한다면 내 손을 잡아” 하면서. 금발 여성은 한 손으로 햇살을 가리며 잠깐 생각하더니 곧 손을 잡았다. 손에 힘을 줘 끌었고, 금발의 그녀가 금방 딸려 올라왔다. 곁에 앉고는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촌놈 리스트 ‘대화’ 편의 1번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어디서 왔니?”
금발은 스웨덴에서 왔다고 했다. 어릴 때 죽어라 외운 그곳, 수도 스톡홀름에서. 다시 말하건대 매릴린 먼로는 아니었다. 다만, 처음 본 남자 손을 잡은 게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는 게 꽤 귀여웠다(이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털어놓으면 북유럽 여성답게 몸매가…).
남한에서 왔고 이름은 무엇이고 하며 주절거렸더니 금발은 ‘잉그리드’라고 이름을 밝혔다. 찬스를 놓칠쏘냐. 촌놈답게 물었다. “버그만? 잉그리드 버그만?” 잉그리드가 많이 웃었다. 그러면서 성은 요한손이라고, 영어식으로 조핸슨이라 불러도 좋다고 했다.
‘그 인연으로 금발의 잉그리드와 동서양을 넘나들며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사랑하였으므로 헤어졌네라…’고 하면 거짓말일 게 뻔하고, 이실직고하면 꽤 오랫동안 이메일을 나눴다. 아무리 못해도 1주일에 한 번은 쓰거나 읽은 것 같다. 손꼽아 보니 5년을 그랬다.
편지가 끊긴 것은 순전히 내 탓이었다. 검은 머리 여성에 사로잡혀 금발을 잠시 잊었고, 그 틈에 왕래가 뚝 끊겨 버렸다.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은 잉그리드의 한마디 말에서 비롯됐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물어주지 않았다면 나의 5년은 훨씬 초라하고 삭막했을 것이다. 잉그리드 또한 “어디서 왔느냐”는 나의 물음을 반겼으리라 믿는다. 장문의 영어 편지를 꼬박꼬박 보내온 것을 보면. 아, 참 좋았다. 편지를 읽을 때, 편지를 쓸 때. 읽을 때마다 반가웠고 쓸 때마다 흥분됐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그토록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것이다.
지금 혼자 산다면, 그래서 삶이 건조하다면 산책 도중에, 여행 도중에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를 권한다. 가볍게 툭 던진 한마디가 삶을 한결 싱그럽게 만들지도 모른다. 비밀을 밝히면, 낯선 사람과 시답잖은 대화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 우리네 삶은 이미 풍성해져 있다.
물론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먼저 소재가 있어야 한다. 생뚱맞은 말을 마구잡이로 던질 수는 없는 노릇. 상황과 형편에 맞지 않는 뚱딴지급 의문문은 상대의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할 뿐 미소 짓게 만들지는 못한다. 구체적 방법까지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란데, 어쨌든 제법 신중하고 현명해야 한다.
혹시 “뭐라는 거야?” 하면서 별 싱거운 사람 다 봤다는 식으로 무시할지도 모른다. 경험에 비춰보면 열에 한 번은 그럴 것이다. 겁낼 것은 없다. 별 쌀쌀맞은 사람 다 봤다는 식으로 역시 무시하면 된다. 언제 또 볼 거라고….
두 번째
:
취미 살리기
주위에 변변한 취미 하나 없는 이가 뜻밖에 많은 데 종종 놀란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술 마시기”라고 답하는 사람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술 마시기는 취미가 아니다. 숨어 있는 명주를 찾아 방방곡곡 훑는 수준이 아니라면,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은 생활일 뿐이다. “사람이 좋아 마신다”는 정도로는 취미라고 이름 붙이기가 민망하다는 뜻이다.
취미에는 나름대로 철학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뭔가를 좋아한다면 왜 좋은지 A4 용지 댓 장 안팎으로 늘어놓을 정도는 돼야 한다. 그쯤은 돼야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내 친구는 야구를 좋아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관중석에서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응원해서 방송 카메라에 잡혔을 정도다. 친구는 말한다. 야구는 팬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한다고. 그러므로 승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꿈과 희망은커녕 몹쓸 인생관을 강요할 뿐이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야구는 최선을 다할 뿐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야구라고. 현실에서 그러기는 쉽지 않으니 그래서 야구를 사랑한다고. 나는 친구의 야구관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듣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도 알고 있다. 그 전까지는 클래식에 일자무식이었다고 한다.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인지 ‘지고이네르바이젠의 사라사테’인지도 몰랐다니 더 할 말 필요가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봄의 제전’을 들은 뒤로, 꼼꼼히 관련 서적까지 쓸 정도가 됐다. 몇 권 팔리지는 않았지만 어디 그게 중요한가. 공교롭게도 그 남자는 나와 동년배에다가 홀로 지내는 삶의 방식까지 같은데, 그 모습이 결코 측은하지 않다.
함께 술을 마시고 그네 집에서 하룻밤 머물렀다가 아침에 들려오는 모차르트 음악 소리에 눈을 뜨면서 그만 탄성을 낮게 내지르고 말았다. 멋지네! 친구가 따라 주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좋은 게 없는데 뭐 어쩌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인생관을 먼저 둘러볼 일이다. 자신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면밀히 돌아보다 보면 어울리는 뭔가가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게 취미가 되고, 그게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세 번째
:
동아리 만들기
취미가 생겼다면 동아리 만들기도 생각해봄직하다. 나는 앞서 말한 야구 좋아하는 친구의 동아리에 몸담고 있다. 열심히 참석하는 회원은 모두 여덟. 응원하는 팀이 똑같다. 모두 잠실야구장 3루 관중석에서 만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형태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의사고, 어떤 이는 월급쟁이다. 방송 외주 제작 스튜디오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후배도 있다. 이 친구가 아주 걸물이다. 덕분에 프로야구 선수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도 있다. 지금도 내게는 그 추억이 작지 않은 자랑거리다.
동아리 들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인터넷 뒤지기. 내키지 않는 분들도 많을 줄로 안다. 생면부지 사람들 앞에 나서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다. 나부터 그랬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거니와 겁도 많아서 함부로 마우스를 놀리지 못했다. 어린애들 노는 판에 괜히 끼어드는 것 아닌가 싶고, 혹시나 못된 사람들 만나면 어쩌나 싶고….
우리 동아리 만드는 데 결정적인 몫을 했던 프로듀서 후배의 충고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직접 나서면 됩니다. 동아리 만드는 게 어렵다면 어렵지만, 쉽다면 또 쉽거든요. 가장 힘든 것은 사람 모으기겠지요. 취미도 맞아야 하고 시간대도 맞아야 하고 생각도 맞아야 하고…. 우선, 두세 명쯤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수월하지 않을까요? 큰 욕심 내지 말라는 거지요. 그렇게 만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모양새가 갖춰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동지들이 뭉치게 돼 있습니다.”
동아리가 생기면 뭐가 좋을까? 하나마나한 대답이겠지만 정답은 ‘여러 가지로 좋다’이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같은 것에 대해서 갑론을박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 흔하겠는가. 건전한 취미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어느 책에서 읽은 ‘친구 사귀는 데 필요한 자세’를 덧붙이면 이렇다.
일일이 따지지 말라. 이 말 저 말 옮기지 말라. 사생결단 내지 말라. 예스, 하고 받아 들여라. 육체 접촉을 자주 하라. 팔팔하게 움직여라. 구구한 변명 늘어놓지 마라. 10%는 베풀면서 살아라….
참고가 됐으려나 모르겠다. 어찌 보면 성인군자가 되라는 말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동네 바보처럼 굴어라 싶기도 해서….
미국인들의 가족 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한 기독교의 나라, 미국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 전체 성인 중 독신(미혼, 이혼, 사별 포함)은 지난 1950년 22%에서 최근에는 50%를 넘어섰다. 이 여파로 혼자 사는 1인 가구도 전체 가구의 9%(400만 명)에서 28%(3100만 명)로 급증했다. 저명 사회학자인 에릭 클리넨버그(Eric Klinenberg) 교수는 7년에 걸쳐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라는 저서를 발간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글 남진우 뉴욕 통신원 / 출처 미국은퇴자협회(AARP)
- 미국에서도 1인 가구가 대세
- 경제력 높을수록 혼자 살려는 경향 높아
- 재혼보단 친구로 지내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
- 혼자 사는 연령 그룹 갈수록 낮아져
- 피붙이와 정 나누되 떨어져 살기 희망
- 혼자 사는 이가 더 건강하고 사회성 높아
- 환경 보호에도 혼자 사는 사람이 더 기여
이제 미국에서 1인 가구는 핵가족이나 다세대가족, 룸메이트나 그룹형 가구보다 더 보편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런 현실이 사회적으로는 외면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아예 무시하거나 잘못된 사회현상으로만 보고 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20대 솔로들은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혼자 살 때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하고, 30대 솔로들은 일터에서 이래저래 부대끼다 보니 집에서는 혼자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젊은 세대만 그런 게 아니다. 나이 90의 할머니도 그간은 가족들을 위해 살았지만 이젠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혼자 사는 데 대한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솔로들의 실생활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이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으니 혼자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클리넨버그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적 능력만 되면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도 나 홀로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대료나 관리비 등 생활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지만, 그럼에도 혼자 사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어쩔 수 없어 같이 산다는 말이 더 적절한지도 모른다.
혼자 사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나이를 보면 35세에서 65세 사이가 가장 많다.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솔로족은 18세에서 34세 그룹이다. 1950년대에는 50만 명에 불과했던 이 젊은 솔로 그룹이 이제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가면 솔로족의 연령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녀나 손자와 함께 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일반 인식도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몇 년 전 는 “노인들도 같이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다루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기사의 골자는 노인들도 피붙이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기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클리넨버그 교수의 인터뷰에서도 80대 할머니가 “딸과 사위는 정말 화나게 하며, 11살의 친손자는 귀엽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너무 삐뚤어져 있어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가급적 떨어져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성이 독신으로 혼자 살면 결혼을 굉장히 하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직장을 다니는 많은 여성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편의 병수발을 하다가 사별한 노년층 여성들은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겨도 결혼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여성들은 남자친구와 집에서 함께하기보다는 외출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고 불행하고 고립됐을 것으로 보는 인식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57세에서 85세 사이의 미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사람이 배우자가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친구나 이웃들과 잘 사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보통 가난하고 절망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회보장제도와 개인연금 덕분에 전혀 그렇지 않다.
클리넨버그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들은 예전에 비해 재정적으로 훨씬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인지 1950년대에는 노인 10명 중 1명이 혼자 살았지만 지금은 3명 중 1명이 혼자 살고 있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혼자 살기가 쉽지 않다.
흔히들 미국인은 개인주의에다 자립심까지 강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사실과는 좀 차이가 있다.
세계에서 혼자 사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4개국이다. 이처럼 스칸디나비아인들이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 것은 세계 최고의 사회복지제도 덕분이다.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으니 구태여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기대어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이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하면 좀 의아하겠지만, 사실이다.
클리넨버그 교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파트나 연립 같은 도시의 다세대 주거지에 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4인 가구의 경우 보통 70평 규모의 단독주택에다 차 2대를 굴리니 에너지 소비가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이 많은 사람이 혼자 살다가 몸이 아프면 정말 낭패 아니냐고 많이들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여 친구나 친지, 이웃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즈음 노인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활동적이어서 질병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어들고 사회적 네트워크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Iowa State University 대니엘 러셀(Daniel Russell) 박사의 고독측정법
10개 항목을 체크하여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보자.
살아가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알고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감기를 방치하다 큰 병을 얻듯이 외로움을 별 것 아니라고 여기다 우울증으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외로움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기법을 ISU의 대니엘 러셀(Daniel Russell) 박사가 고안했습니다. 먼저 아래 10개의 항목에 대해 자신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봅시다.
1. 어떤 일을 하면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해야 하는 것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2.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3. 혼자인 것이 견디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4.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5. 특별한 일이 없는데 누군가로부터 편지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릴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6. 완전히 외톨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7.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8. 누군가가 정말 그리울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9.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10.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고립됐다고 느낄 때가 있다.
① 전혀 그렇지 않다 ② 가끔 그렇다 ③ 자주 그렇다 ④ 항상 그렇다
자! 체크가 끝났습니까? 10개 항목별로 체크한 번호(①~④)를 다 더해봅시다.
합한 수치가 25점 이하면 평균, 25점 이상이면 상당히 외로운 상태이며, 30점 이상이면 매우 외로운 상태입니다.
침대 모서리에 무릎이라도 찧어 보면 알 일이다. 쓸쓸함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침에 눈 비비며 일어나, 아무렇게나 던져둔 트레이닝복을 집어 들었다가, 바짓가랑이에 발을 잘못 끼운 탓에, 외발로 몇 걸음 콩콩거리고는, 볼썽사납게 풀썩 쓰러진다. 얼굴을 찡그리고 두 손으로 무릎이 닳도록 비비다 보면 어느새 진면목을 내밀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불청객. 곁에서 누군가 위로만 해줬어도 이렇게 아플까. 아니, 깔깔거리며 비웃기만 했어도 이처럼 서러울까. 일상에서 고독은 으레 고통과 더불어 사무친다.
글 김유준 프리랜서 dongbackproject@gmail.com
20년 넘도록 그렇게 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면서 시작했으니, 네 자리 숫자에 네 자리 숫자를 빼는 나름대로 힘겨운 작업을 마쳐보면, 올해로 정확히 25년째 혼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7000일이 넘는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 많은 나날 동안 대부분 홀로 잤고, 홀로 깨어났다.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대학 졸업반인 딸아이가 연인에게 버림받고 일주일째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도, 고 3인 아들이 그 유명한 ‘PC방 폐인’이라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 이웃도, 잘난 부인이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면서 초대장을 건네는 후배도…. 혼자라서 편하겠다고, 자유로워서 좋겠다고. 그때마다 씁쓸히 웃었다. 시퍼렇게 멍든 양 무릎을 보고도 그런 소릴 할까.
인생의 좌우명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이지만, 왜 혼자 사느냐는 질문만은 질색이다. 대답할 말이 없다. 어차피 그러고 싶어 그러는 것도 아닐진대 까닭이 어디 있고 곡절이 어디 있겠는가. 살다 보니 그리 됐다. 딴에는 최선을 다한 답변에도 집요한 누군가는 재차 묻는다. 달리 살 수 있었다면 그랬겠느냐고.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다 했지, 아마. 개인사 또한 다르지 않다.
“살면서 점을 세 번 봤거든요. 첫 번째 점쟁이는 ‘마흔 이전에 결혼하면 이혼한다’고 하더라고요. 두 번째는 ‘횃불처럼 홀로 타오르는 사주’라고 하고, 마지막 한 명은 ‘일생이 낙목공산’이라던가. 나뭇잎 다 떨어져 텅 빈 민둥산 팔자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 뭐 더 있으세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팔자소관으로 돌려버리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쯤 되면 더 이상 내 삶의 방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않는다. 안타까움의 한마디로 대화는 종결된다.
“여자라면 그나마 좀 나았을 텐데….”
곰곰 생각해보니 그런 듯도 하다. 실제로 여자들은 혀를 끌끌 찬다. 세탁기가 고장 나 손빨래를 하다가 스며드는 창문 햇살에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는, 나의 구질구질한 경험담을 듣고 나면 말이다. 이야기 상대가 처지 비슷한 독신 여성이어도 안쓰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기 신세도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라면서 숫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가만 듣다 보면 위로하려는 것인지, 자신의 덜 불행함에 안도하는 것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인류학이나 동물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수컷이 혼자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수컷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가운데에는 홀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이 끼어 있다. 옛날이야 돈으로 어찌어찌 무마할 수 있었다고 쳐도, 요즘은 그조차 쉽지 않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구저분하게 사는지 모른다.
자괴감에 잔뜩 빠져들었을 즈음, 고등학교 선배와 술을 한잔하다가 생애 가장 큰 격려를 들었다. 그날은 무릎 대신 입술을 다친 터였다. 칫솔질 도중 잠시 딴 생각에 빠졌다가 그만 오른손에 힘을 너무 줘버렸다. 살짝 부운 입술을 혀로 매만지며 쓰라리기보다 처량하다고 툴툴거렸더니 선배는 엄살떨지 말라면서 나무랐다.
너만 그런 줄 아느냐고. 여섯 가족이 모여 살아도 아픈 건 아프다고. 어여쁜 마누라가 연고에 밴드까지 발라줘도,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서 후후 불어줘도 쓰라리긴 매한가지라고. 그러면 저절로 또 서럽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행복하기만 한 줄 알았던 선배의 신세타령이 하도 뜻밖이어서 아예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진짜로?”
남의 불행은 진정 나의 행복이었다. 얻다 대고 반말이냐는 핀잔도 듣기 싫지 않을 만큼 위로가 됐다. 선배는 어느 책에서 읽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삶은 완벽히 홀로 떠나는 여행이다.”
그리 참신하지는 않았지만 세상 어떤 비유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흡사 머리에 띠 두른 응원단이 곁에서 큰북을 둥둥 울리며 지옥에서 천당까지 반동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어느 책’이 무엇인지 인터넷과 서점을 뒤지기까지 했다. 읽고 싶어서였다. 나중에 사라 밴 브레스낙의 임을 알아내고는 문득 궁금해졌다. 어여쁜 부인에 토끼 같은 두 딸로 모자라 맏아들 부부까지 품에 끼고 살면서 제목이 그 모양(?)인 책을 왜 읽었을까? 전화라도 걸어 묻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았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그럼에도 못내 선배가 부러운 것은, 그에게 있는 것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뻔하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 쉽게 말해, 나는 이야기 상대가 그립다. 텔레비전 뉴스나 오락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순간순간 떠오르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 예리하기까지 한 비평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상대가 “그게 지금 웃으라고 하는 소리냐?” 하고 비웃어도 상관없다. 어쨌든 그러고 싶다.
때마다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거나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휴대전화는 한결같은 바탕화면이요, 곁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나 하나라 크지도 않은 방이 그처럼 적막하고 휑뎅그렁할 수 없다.
마흔 넘어 혼자라는 어느 방송진행자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오래간만에 사람들과 어울리니 정말 즐겁다”고 말하곤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다 사람들 속에 뒤섞였다면 자리를 파하기가 그리도 싫다.
“어디 가?”, “언제 와?”, “밥은?”
이 세 가지가 이른바 ‘나도족’ 또는 ‘젖은낙엽족’이 입에 달고 사는 3대 질문이라고 한다. ‘나도족’이나 ‘젖은낙엽족’은 젖은 낙엽이 빗자루에 엉겨 붙듯 “나도” “나도” 하면서 부인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남편들을 싸잡아 일컫는 신조어란다. 엉겨 붙을 부인은 없지만, 사람들과 만나면 엇비슷한 질문 세 가지를 자주 하기는 한다.
“벌써 가려고?”, “한 잔만 더 하고 가지?”, “에이, 내가 낸다니까 왜 그래?”
극구 가려는 사람을 주저앉히려 안달이다.
옛날에는 그런 스스로가 창피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되레 어엿하다. 같이 있자고 조른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어느 친구가 일깨워준 덕분이다.
“말상대가 그립다고? 곁에 붙어 있어도 괴롭기는 똑같다. 너는 없어서 괴롭고 나는 있어서 괴롭고, 그 차이다.”
원효대사가 동굴에서 해골 물을 마셨을 때 정도는 아니어도, 그 말에 느낀 바가 자못 크다. 블레즈 파스칼이 에서 “끝없는 공간의 영원한 침묵은 공포를 가져다준다”고 했다가 다른 페이지에서는 “사람은 외톨이로 죽으므로 외톨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적어놓은 것을 읽고 ‘이 사람, 거의 이랬다저랬다 장난꾸러기 수준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서야 그분이 왜 그랬는지 깨달았다.
고독이 비록 두려울망정 인간으로서 어쩌지 못할 운명인 동시에 평생 따라야 할 행동강령이라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니 친구는 ‘있어도 괴롭다’고 투덜거리고, 선배는 ‘삶이란 홀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주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주의 섭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배배 꼬여 있다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 남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어떻고, 그 작업에 실패해 홀로 덩그러니 남으면 또 어떤가. 어딘가의 결핍은 다른 어딘가의 풍요로움을 잉태하는 법이니, 내 외로움이 남들의 단란함만 못하다고 낙망할 필요는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게 인생이다. 그들도 힘들다지 않는가. 어차피 똑같다면 두려워도 괴로워도 말자.
나는 혼자 산다. 25년째 그러고 있다. 그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그렇게 살아서 때때로 외롭지만 마냥 불행하지만도 않다. 어떨 때는 더없이 좋다. 영화가 보고 싶으면 툭 털고 일어나 보러 가면 된다. 느닷없이 꽃구경이 당기더라도 문제없다. 훌쩍 떠나면 그뿐이다. 친구들이 모처럼 술 고플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바로 나다. 자랑삼아 말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내 별명이 ‘알비데’다. 부르기만 하면 언제든 “곧 갈게” 한다고 해서 그리 부른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절대 자유. 혼자 살지 않는 사람이 들었다면 혀를 내두르며 부러워할 삶을 나는 지금 한껏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 생각도 한다. 아주 옛날 영화 ‘벤허’에서 노예 신세가 된 주인공이 그러는 것처럼, 삶이란 상심의 바다를 노 저어 가는 거친 뱃길이 아닐까. 천둥 치고 벼락 치는 와중에 주위를 둘러보면 노 젓는 이들이 수두룩 눈에 띈다. 대부분 나와 달리 한 배에 여럿이 타고 있다. 적게는 둘, 많게는 여섯. 그들이 노를 서로 나눠 저으며 파도를 헤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룻배에 홀로 탄 신세라 그만큼 쓸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만족하려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남들이 사람을 태우려 내던져야 했던 기쁨과 행복이 내 배에는 제법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홀로 노 젓는 고달픔이나 외로움 따위는 감내하려 한다. 공간의 침묵이 괴롭더라도, 크지도 않은 방이 무섭도록 휑해도 견디려 한다. 호강에 겨워서 어딘가에 뭐 싸는 놈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나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하나를 잃었다면 다시 하나를 얻는다. 그것은 삶의 철옹성 같은 진리다. 누가 그랬던가. 목표의 7할만 이루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다만 외톨박이일 뿐, 그것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