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내용에는 건강과 즐거움, 질병과 슬픔, 늙음과 죽음이 있다. 질병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죽음을 통해 삶의 귀함을 아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정현채 교수의 책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결국 죽음을 잘 준비할수록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변화하는 장례 문화를 통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 살펴보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세상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은 무엇인지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다시 곱씹어보고 생각해보고 그러면서 좀 성숙한 다음에 죽는 게 좋겠다. 한마디로 위엄이 있어야 하겠다. 밝은 눈빛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故 정기용 건축가의 삶과 마지막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 나오는 대사다. 죽음을 어떤 마음과 자세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곧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최철주 웰다잉문화운동 고문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생각하고 공부하는 모든 과정이 웰엔딩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제껏 살아온 삶을 잘 정리하는 웰엔딩이 필요하다.
최근 웰엔딩을 위해 생전 장례식을 하는 곳도 생겼다. 라온 피플은 ‘내가 준비하는 나의 마지막-웰엔딩페스티벌’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축제는 삶에 대한 회고와 죽음에 대한 성찰 등을 주제로 웰다잉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생전 장례식 체험 과정을 영상을 통해 보여줬는데, 유언장을 쓰고 입관 체험을 하는 생전 장례식장에서는 눈물을 보이는 참가자가 많았다. 생전 장례식을 마친 참가자 A씨는 “생전 장례식 이후 선물과 같은 두 번째 삶이 시작된 기분이다”라고 밝혔다.
친한 친구나 가족들을 불러서 생전 장례식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장례식은 보통 사후에 진행하다 보니 고인의 뜻과 마음을 미처 전하지 못하고 떠나기 때문에, 생전에 관계를 맺었던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보는 것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문상 절차’만 있지 정작 ‘장례식’은 없다. 장례식에서 문상객끼리 잡담하다 오는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생전에 자신이 직접 장례식을 디자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혼식처럼 장례식 식순도 짜보고, 초청할 사람도 미리 정해보고, 신세 진 분에게는 살아 있을 때 만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례의 새로운 대안들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적으로 화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는데, 그 결과 현재는 ‘화장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화장이 늘어났다. 실제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화장률은 90%에 육박한다. 묘지 면적을 줄인 점은 좋았지만, 화장도 역시나 문제가 있다. 증가한 화장률에 비해 화장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화장률은 높지만 화장 시설 설치 반대로 인해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화된 화장 시설을 개선하고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달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대안으로 ‘수목장’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수목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응답자의 65.4%가 수목장을 장례 방식으로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 관계자는 “현재 수목장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연 친화적인 장례 문화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로 소통하는 장례
코로나19는 장례식의 풍경을 언택트로 바꾸고 있다. 장례식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조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직장인들의 경조사 참석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남녀 직장인이 참석한 경조사는 평균 3회 정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조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직장인도 10명 중 4명에 달했다.
더불어 조의금 문화도 달라졌다. 최근 장례식을 치르는 유족들은 조문객 사절과 함께 계좌번호가 적힌 부고장을 보내기도 한다. 상주 측은 조문을 받지 않으며 계좌번호를 적은 문자를 통해 조의금을 받고, 조문객도 조문 대신 계좌이체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같은 모바일 간편 전송을 통해 부의금을 많이 전달했다.
언택트 기술은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고 있다. 모바일 앱 ‘다큐다’는 유족과 조문객에게 새로운 IT 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고 영상, 추모 메시지 및 영상을 통해 유족과 조문객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서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다큐다 관계자는 “회고 영상과 더불어 장례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어 해외 거주로 인해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조문객은 해당 앱을 통해 추모 메시지와 영상을 유족에게 보내며 위로를 전한다. 유족은 사진만으로 쉽고 빠르게 회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앱을 통해 부고 알림, 장례 일정 등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어서 편하다. 회고 영상, 추모 메시지 등과 같은 조문 기록은 모두 저장되며, 실물 앨범으로도 제작하여 유족에게 제공된다. 다큐다 관계자는 “고인과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분들은 앨범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삶과 함께하는 죽음
한편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장례식은 간소하게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3일장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1·2일장이나 무빈소 장례와 같이 규모와 기간이 줄어든 장례를 선호한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변한 장례 문화에 대해 10명 중 6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계층에서 모두 긍정적 평가가 높은 가운데 전통장례 문화에 익숙한 50대(68.1%)와 60대(73.4%)에서 특히 높았다.
장례 문화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 문화 확산’(37.9%),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 문화 축소’(27.1%), ‘검소한 장례 문화 확산’(18.3%),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13.8%) 등을 이유로 꼽았다. 장례 문화 스타트업 ‘꽃잠’ 유종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작은 장례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긍정적인 반응도 많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 작은 장례식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가족 중심의 작은 장례식이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로 위의 조사에서 장례 문화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1·2일장, 무빈소 장례 문화 확산(29.8%) ▲장례식 중 화장 문화 인식 확산(20.7%) ▲밝고 긍정적인 죽음맞이 문화로의 변화(16.3%)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 장례 문화 확산(14.5%) 순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장례가 아니라 가족 중심의 작은 장례로 변하면서, 유족 중심의 장례 문화에서 고인을 중심으로 한 깊은 추모로 장례가 변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장례 문화는 유족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는 겉치레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결혼식처럼 특정한 날과 장소에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행하는 의례가 없다. 일본이나 미국의 장례식은 어느 한 날을 정해 사람들을 불러 함께 의례를 치르며,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한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장묘 문화도 바뀌고, 장례의 규모나 일정, 조문 방식 등 여러 가지가 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인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장례의 본질은 변함없다. 또한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고 외면할 이유도 없다. 죽음은 삶의 피할 수 없는 단계이므로. 당사자는 죽음을 잘 준비하고, 이들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주변인들이 도와주는 것. 그것이 서로에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최 교수는 “죽음은 지상의 삶을 마치고 가는 인생의 졸업식과 같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죽음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일과 같으므로 슬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하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죽음을 삶의 적으로 두기보다는 ‘삶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100세를 상수(上壽)라 부른다.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100세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인지도 모른다. 백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과 장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송촌(松村) 김형석(102) 교수의 주치의이자 한의사인 박진호(54) 남산당한의원 원장과 김형석 교수를 만나 행복한 장수 비결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송촌의 삶을 가까이에서 접했던 박진호 원장은 그의 삶을 바탕으로 행복한 장수의 비결을 담은 책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을 최근에 출간했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는 어떤 동기로 이 책을 집필한 것일까?
“건강 비법을 알려주는 책은 시중에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다만 제시한 방법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대부분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해야 건강하다’는 것이죠.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싶었고, 마침 교수님의 주치의로서 살펴본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주치의로서 의무라고 할까요? 원래는 교수님께 논문으로 보여드렸는데 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권하셔서 이번에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한의사로서 다룰 수 있는 다양한 주제 중 건강과 장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에서 ‘건강식품학’ 강의를 맡으면서 올바른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흔히 한약을 보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약도 일종의 약입니다. 약효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죠. 이처럼 한의사로서 학생들에게 건강에 관한 올바른 접근과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 이렇게 결실을 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는 행복
진료실에서 숱한 환자를 만나면서 장수하는 분들을 유심히 살펴봤을 것 같은데, 한의사로서 바라본 장수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나이는 마음의 상태다”라고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료를 하면 60세의 노인도 보지만, 80세의 청년도 만납니다. 몸은 나이를 먹어 늙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청년일 수 있습니다. ‘연로한 견공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면 늙지 않을 수도 있죠.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건강해서 행복한가, 행복해서 건강한가?’ 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하는 것이죠.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라 다른 이와 나눌수록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송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건강과 나이에 대해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형석 교수는 “그저 마주한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뿐”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보통 건강과 장수에 관심이 많아서 내게 비결을 물어본다. 하지만 특별한 비결은 없다. 허약한 체질이라 어릴 때부터 매우 아팠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건강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살면서 나이를 의식할수록 더 늙는 것 같아 굳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긴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는 뛰면서 분과 초를 계산하지 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뛸 뿐이다. 나 역시도 살아가는 동안 모든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았다.”
실제로 김형석 교수는 남들에게 베푸는 행복을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줄수록 더 커지는 사랑처럼 나누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살면 욕심만 생긴다. 욕심은 가지기 위한 마음인데, 결국엔 잃는 것이 더 많더라. 대신 더불어 살려고 할 때 지혜가 생기고,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남들에게 베풀려고 할 때 더 큰 행복이 생기더라. 남에게 주는 행복의 가치,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다만 그것을 실천해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는 행복
더불어 사는 행복, 그것이 김형석 교수의 장수 비결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행복한 장수를 꿈꾸는 시니어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진호 원장은 꽃에 비유했다.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목표를 향해서 뛰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쉬면서 여유를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주위의 시선에 휘둘려 살았던 이전의 삶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화창한 봄날에 핀 꽃을 생각해보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핀 꽃도 충분히 아름답지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참사랑을 실천하려고 했던 송촌 선생님처럼 말이죠. 꽃은 피우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도 똑같습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때 ‘행복’이란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 삶에 자연스레 장수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김형석 교수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단한 사유와 더불어 풀어내는 이야기마다 늘 소박한 유머를 곁들이고,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온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태도가 행복한 장수 비결인지도 모른다. 주치의이자 인생의 제자로서 그의 사유와 철학을 세심하게 연구하며 기록하고 있는 박진호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박진호 원장은 김형석 교수의 삶을 바탕으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다음 책 출간을 위해 한의원을 운영하는 충남 예산에서 토요일마다 서울로 올라와 송촌을 만나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매주 송촌과 만나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재밌는 순간이라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주목을 빗대 ‘生千年 死千年’이라 부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말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자신만의 기개를 늘 유지한다는 뜻이다. 두 분이 품은 긍정의 힘으로 빚어지는 결과물이 주목처럼 오랫동안 남아서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응원하며 마친다.
● Exhibition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 만화, 음악 등 대중문화의 순간을 재탄생시킨 맥스 달튼의 개인전이 국내 최초로 열린다.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영화를 소재로 해 보는 이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일러스트를 작업했으며,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등 SF영화를 정교한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맥스 달튼의 영화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포스터, 드로잉,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 220여 점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포스터 및 미공개 연작 8점, 초안 드로잉 등을 최초로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 표지와 동화책 일러스트 등도 전시해 그의 작품 세계를 다방면으로 조명한다. 특유의 물 빠진 듯한 빈티지 색감과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관람객을 매료하는 그의 작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유영하는 듯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
일정 7월 11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는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전이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운명과 상담소, 두 공간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작가 17명의 작품으로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내면을 깨닫는 여정을 마련한다. 1전시실 ‘운명’에서는 베토벤이 악상을 떠올린 숲속을 재현해 운명이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빛과 어둠, 사계절, 음양오행 등 운명적 의미를 나타내는 신비로운 상징물이 내부를 가득 채운다. 2전시실 ‘상담소’는 사주포차, 본능미용실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이색 상담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사주, 타로, 연금술 등 운명론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고,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미신이라 여겨지던 우주관을 예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깊은 내면을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게임, 살풀이 굿판, 전자음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보다 입체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 Book
◇그러라 그래 (양희은 저·김영사)
데뷔 51년 차에도 한 그루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세월만큼 깊어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양희은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지나온 삶과 노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마치 오랜 친구의 사연을 낭독하듯 따스하고 정감 있게 담았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어떤 근심도 툭 털어버리는 양희은의 말처럼, 이 책에는 쉽지 않은 인생이라도 정성껏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애틋한 응원이 들어 있다. 그런 그녀만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된다.
늘 여유만만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녀도 순간마다 흔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무대에 섰으나 자신을 향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 방어기제로 똘똘 뭉쳐 있던 이십대, 난소암으로 석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서른 살까지, “모진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월이 많이 지나간” 인생이었다고 담담히 돌아본다.
“무릎이 ‘나 여기 있다’ 하고 위치를 가르쳐주고” 늘 서서 부르던 노래를 앉아서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일부였던 노래를 언젠가 떠나보내야 할 것을 예감한다. 몸은 자꾸 느려지고, 노년을 준비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의 말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또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엄마가 떠나시면 어쩌나’ 마음 졸이다가도 마음과 달리 틱틱 쏘아대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후회 없는 헤어짐을 준비한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몇 십 년을 살아도 어렵고 지난한 것이 인생이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실패와 어려움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덕분에 “마음의 자리가 넓어졌다”고도 덧붙인다. 인생의 시행착오를 ‘탓’이 아닌 ‘덕’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여유와 넉넉함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파도가 밀려와도 “그러라 그래” 하고 맞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백년 허리 1 : 진단편 (정선근 저·언탱글링)
스테디셀러 ‘백년 허리’의 개정증보판이다. 초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을 대거 보충했으며, 허리 통증은 진화의 축복이라는 요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저·을유문화사)
건축가인 저자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각종 공간의 변화를 진단한다. 단순 공간 이야기뿐 아니라 주거 문제부터 국토 균형 발전까지 사회를 위한 거시적인 조망이 담겨 있다.
세계사의 탄생 (데이비드 크리스천 엮·소와당)
케임브리지 세계사 시리즈 한국어판으로, 복잡다단한 세계사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200여 명의 석학이 저술에 참여해 주제별 다양한 시선으로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 Stage
◇나빌레라
일정 5월 14일~5월 30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조형균, 최인형, 강상준, 강인수 등
최근 tvN 드라마로 방영되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나빌레라’가 창작가무극으로 관객을 찾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품은 70대 ‘덕출’과 현실의 벽 앞에서 방황하는 20대 발레 유망주 ‘채록’이 발레를 매개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점점 희미해지는 덕출의 기억과 위태로운 채록의 삶을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발레단의 상황과 연결해 가슴 찡하게 풀어낸다. 창작가무극으로 만나는 ‘나빌레라’는 웹툰 한 컷의 감동과 드라마의 세밀한 감정선을 공연만의 매력인 현장성으로 살려낸다. 특히 독보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지나 연출가의 합류로 초연보다 안무 비중이 늘어났으며, 힙합,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활용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무대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일정 4월 28일~5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정태영
출연 박성훈, 권명현, KoN, 이혜란, 정은영, 서유진 등
1905년 러시아 유대인 마을, 중매결혼을 중시하는 아버지 ‘테비예’와 주체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다섯 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전통 앞에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갈등하지만, 마침내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의 모습이 감동을 전한다. 결혼을 허락받은 딸의 기쁨과 그런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극대화된다.
◇포미니츠
일정 5월 23일까지 장소 정동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김선경, 김선영, 김환희, 김수하 등
2006년 개봉한 실화 바탕의 독일 영화를 뮤지컬만의 매력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살인수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제니’와 60년 동안 여성 재소자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크뤼거’가 피아노를 매개로 만나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제목처럼 제니의 처절한 삶과 아픔을 담은 4분간의 피아노 연주가 강한 여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심장을 울리는 음악과 조명이 쏟아지는 런웨이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당당한 워킹을 선보였다. 그날을 위해 갈고닦은 몸과 마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에서 나이는 의미가 없었다. 외려 어린 모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연륜과 내면의 성숙함이 품격을 더했다.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회장에서는 평범하게 차려입은 이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화이트 슈트, 밝은 브라운 윙팁 구두, 투명 테 안경, 가죽 재킷, 탱크톱, 보타이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각자의 개성을 맘껏 뽐내니 누가 나이가 많고 적은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백발이었다. 백발마저도 세월의 상징이 아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액세서리처럼 보였다.
국내 최고 권위의 시니어모델선발대회
3월 13일 토요일 저녁, 잠원한강공원에 자리한 선상 카페 그랜드모스에서 KMA 한국모델협회가 주최한 제2회 시니어모델선발대회가 열렸다. KMA 시니어모델선발대회는 한국모델협회가 주관하고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한국모델콘텐츠가 함께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다.
본 대회 참가자는 45PLUS, 55PLUS, 65PLUS 세 부문으로 나뉜다. 45PLUS는 1967~1976년생, 55PLUS는 1957~1966년생, 65PLUS는 1956년 이후 출생자가 대상이다. 1차, 2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는 부문당 10명씩 총 30명이었다. 본선 대회는 본래 지난해 12월 11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3차례 연기되어 이날 개최되었다. 안전을 위해 무관중 대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임주완 한국모델협회 회장을 비롯해 도신우 모델센터인터내셔날 회장, 오민 뷰티아트 디렉터, 한지일 모델 겸 배우, 노충량 모델 겸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디렉터, 백학기 영화감독, 이화선 슈퍼모델 겸 한국모델협회 이사, 양지혜 뷰티&라이프 인플루언서 등 국내 패션·문화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았다. 이날 심사위원단은 총 27명으로 꾸려져 여느 대회보다 공정하고 세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대회는 모델 겸 배우 박재훈과 김태연이 진행을 맡았다. 박재훈 진행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모델협회는 대회 취소까지 고려했으나, 여러 시니어 모델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굳은 결의와 다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며 “힘들게 치러진 만큼 이번 대회가 시니어 모델들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연 진행자는 본 대회 예심 심사 소감을 “매년 해가 거듭할수록 심사하면서도 놀란다. 끼와 재능과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임주완 회장은 축사에서 “제2회 시니어모델선발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해 준 귀빈들,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미루고 미루다 출전하게 된 시니어 모델들에게 고맙다. 한국모델협회는 키즈 모델부터 학생, 주니어, 젊은 모델, 시니어 모델까지 아우르며, 모델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결집하고자 한다”며, “마스크 잘 써주길 부탁하며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모델들의 워킹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신우 회장은 “우리 모두는 2020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런웨이는 아예 사라졌고, 정말 힘든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본 대회를 열어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다. 2021년은 시니어 모델들의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미려 한국메이크업전문가 직업교류협회 회장은 “와서 보니 장소가 예뻐서 시니어 모델 대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도전하는 삶은 참 아름답다. 운을 거꾸로 뒤집으면 공이 된다고 한다. 공을 많이 들이면 그에 못지않은 운이 따른다고 한다. 시니어 모델들은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시니어 모델이라는 운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나도 시니어인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자로서, 남자로서 아름다움을 계속 지켜나간다는 것은 본인의 자존감과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회가 날로 발전해서 우리나라의 기둥과 같은 대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무대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단체복과 브랜드 패션쇼를 진행했다. 1회 대회 본선 진출자와 KMA 키즈모델선발대회 입상자들이 축하 공연을 했고, 참가자들이 드레스, 턱시도 패션쇼를 선보였다. 의상은 두칸, 자렛, 제이에이, 크리스탈드레스, 포튼가먼트에서 협찬했다.
외모와 내면의 멋을 두루 갖춘 시니어 모델 탄생
심사위원장인 도신우 회장은 심사에 관해 이렇게 총평했다. “올해가 제2회 대회인데, 작년보다 수준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 시니어 모델은 연륜이 있다.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몸과 얼굴에서 풍기는 아름다움과 멋이 중요하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건강미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이들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도신우 회장은 향후 시니어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이렇게 전망했다. “시니어 모델이 지금 굉장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분들, 젊었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이뤄보고 싶은 정열적인 분들이 많다. 나이를 먹어도 젊게 살고 싶고, 아름답게 살고 싶고, 멋있게 살고 싶은 게 누구나의 욕망일 테다. 참가자들은 그걸 실현하고자 나온 분들이다. 아마 전 국민이 시니어 모델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러 여건이 많이 좋아졌고, 이제 100세 시대이고 앞으로 120세까지 살 수 있으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과 건강, 경제적인 면에서의 여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그로써 결국은 우리나라 전체 문화 수준이 올라간다고 본다. 그래서 아름답게 살고 멋있게 살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시니어 모델들이 앞으로 각광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화선 모델은 심사 총평과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사했는데, 심사하러 왔다가 외려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존경심을 갖고 심사했다. 각자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까 그 삶의 모습이 다 보이는 게 신기하다. 시니어 모델은 그 사람만의 연륜, 내공, 향기가 더 짙게 묻어나온다. 이것이 시니어 모델만의 차별화 요소인 듯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심사했다.”
임주완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미뤄져서 출전자들한테 미안하다. 그래도 열정이 지금까지 식지 않았고, 마침내 개최하게 되었다. 시니어 모델들이 이 대회로 인해 자신감과 활력을 얻고, 중년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거기에 대회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심사위원단이 27명으로 폭넓게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임주완 회장은 “공정성을 높이고,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점을 고려해 심사위원들을 많이 모셨다. 여러 전문가들이 최고의 모델을 뽑기 때문에 어느 대회보다 투명하게 진행하고자 공들였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대상 박정윤, 65PLUS루비상 김사라, 55PLUS사파이어상 박종훈, 45PLUS에메랄드상 오명란, 특별상인 베스트워킹상 김은주, 협찬사상인 대게나라상 권영채, 제이에이상 유제숙, 지저스모델아카데미상 이혜진, 오픈오디션SNS상 백근영, 동안미소한의원상 정순원. 수상자 전원은 트로피와 상금을 받고, 패션쇼 광고 모델 혜택을 부여받는다.
대상 수상자 박정윤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대상은 상상도 못 했다. 너무 큰 상을 받아서 수상 순간 무척 행복했다. 주변에서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몇 번을 고사했다. 한데 자꾸 듣다 보니 한 번쯤 해볼까 싶은 마음에서 학원에 갔다. 그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 일에 매력을 느꼈고, 나랑 잘 맞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열심히 했다. 부산과 서울을 여러 번 오가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기쁨이 더 크다. 앞으로 참된 시니어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45PLUS 에메랄드상을 수상한 오명란 씨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모델이 학창 시절 꿈이었는데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자 시간이 많아져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지인들이 늦게라도 도전해보라고 권유해서 시작했다. 아직도 심장이 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상을 받아서 기쁘고 감동이다. 앞으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도 서보고 싶고, 밀라노에서도 런웨이를 해보고 싶다. 늘 배우는 자세로,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의 지혜로움을 채워가려고 노력하겠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과 그린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전망은 긍정적이라 예측한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당사자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 조직, 기업 등이 함께 고민하고 발전을 도모할 때 서로 힘을 얻고 성공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다. ‘50+일자리 특별포럼’의 세 번째 세션 ‘대전환 시대, 50+세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50+와 기업의 상생 대응 전략을 알아봤다.
【50+】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주)의 이철종 대표는 다가올 시대에 중장년 근로자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겸손한 마음과 포용적 태도를 꼽았다. 특히 디지털·그린 뉴딜과 함께 늘어날 사회적기업이나 스타트업기업 등 소규모 조직에서의 활동을 원하는 시니어라면 더욱 필요한 요소라고. 아울러 이들에겐 자칫 대기업이나 큰 조직에서 성공했던 1모작의 경험이 괴리감과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소기업에게 필요한 건 중장년이 한때 성공했던 경험이 아니라, 현재의 부족한 생산력에 하나라도 보태어줄 수 있는 실무 능력이다. 또 대기업에서 상용되던 기술이 그들에겐 별로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즉 소기업이 활용하는 업무 매뉴얼을 배우고, 그 안에서 생산인력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타트업 청년 리더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순간 50+세대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으로 젊은 직원들을 존중하고 다시 신입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실무를 배우고 실행함으로써 필요한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작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는 50+세대가 스타트업과 소기업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 경력 위한 경제참여형 디지털 업스킬링”
세계경제포럼(2016)에서는 디지털·그린 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대인관계(관리)’ 등을 전망했다. 황윤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이러한 역량 가운데 복잡한 문제해결력이나 대인관계 등은 50+세대가 경험을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어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창의성이나 뉴미디어 문해력, IT 활용력 등은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비롯한 평생교육기관과 일자리지원기관 등에서 저마다 50+세대 진로 재설계를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 시니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을 찾으며 적극적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변화는 노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특히 디지털 활용 능력이 관건이다”라며 “메신저, SNS 활용이나 교통, 지도, 은행, 행정 서비스 이용 및 제품 구매 등 생활 기반의 50+세대 디지털 활용 능력은 우수하다. 반면 정보생산 및 공유, 경제참여 기반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격차가 벌어진다. 특히 긱 플랫폼 시대에 경제 참여 및 활용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역량이 필수인 만큼, 이에 대한 자가진단과 학습이 필요하다. 즉 미래 노동시장에서 취약계층으로 남을 것인가, 업스킬링으로 무사히 전환할 것인가는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기업】
“시니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위해 앞장서야”
50+세대가 갖는 불확실성에 대해 기업은 어떤 입장일까? 손승우 유한킴벌리 대외협력본부장은 “개인이 불안하듯 기업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소비자가 줄거나 변화해 정확한 미래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유한킴벌리는 2010년부터 고령화 속도에 맞춰 시니어 비즈니스를 주요 사업으로 편입, 발전시키겠다는 계획하에 바지런히 혁신을 감행해왔다. ‘시니어가 자원이다’를 내 건 액티브 시니어 캠페인도 그 일환이다.
손 본부장은 “기대여명이 80세를 넘긴 지 오래인데, 언제까지 생산연령인구를 64세로 한정해야 할까? 이를 재정의해 우리가 더 역동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령자, 어르신, 노인 등의 호칭은 50+세대를 경제활동을 떠나 부양이나 복지의 대상으로 여기게 한다. 10년간 회사의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을 통해 시니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역동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중장년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경험과 지혜를 양질의 비즈니스로 연계한다면 고령사회를 극복하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기업은 시니어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소기업을 지원·협력하고, 시니어의 창의적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개발해야 한다”며 “시니어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라는 인식하에 복지와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적절한 구분과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겐 복지가 아닌 산업 차원의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득보다는 보람을 찾는 시니어도 많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 직장에서의 다양한 학습과 경험이 요구된다. 기업에서는 구성원이 은퇴 후 지역사회 문제에 관여하고 자원봉사자로, 일꾼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 지역 커뮤니티나 NGO 활동 등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사전에 이러한 경험을 한다면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일자리 외에도 시니어 벤처기업 등이 생겨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앙코르 펠로우십, 기업과 50+, 사회가 윈윈”
황 센터장 역시 손 본부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향후 노동시장은 긱 워커, 프리랜서 등의 노동유랑민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과 환경 변화를 개인이 주도하기엔 어려우니 결국 회사나 제도적 차원에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독일의 유급학습휴가 및 청년을 위한 일·학습 병행제 등을 50+세대를 위해 변경, 도입함으로써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 앙코르닷오르그의 ‘앙코르 펠로우’ 프로그램은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한 기업에서 퇴직을 앞둔 조직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좋은 일을 하도록 비영리단체 등에 파견하는 형태다. 사회적기업 등은 늘 사람이 부족하고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어려움을 기업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퇴직자에게는 점프업 기회와 동시에 공익활동 경험을 선사하는 일종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기능한다. 현재 50여 기업에서 활용 중이고, 지난 평가에서 약 95% 이상의 기관이 만족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사례에 착안해 사회공헌도 하고 퇴직자도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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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새로운 마음으로 새일을 시작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마음과 몸이 바쁘니 놓치기 쉬운 일도 있을 것입니다. 차분히 잘 처리해 나가고 다소 경쟁의 무리도 있고 방해요소가 있으니 잘 처리하라.
• 84년생 : 경쟁 중에 상을 받을만한 좋은 일로 가슴이 부듯할 것이다.
• 72년생 : 어른 대접받을 기운이라 더욱더 정진하면 좋은 일을 만나리라.
• 60년생 : 재수가 좋으니 생기는 것이 많으나 친구와 함께 함이 좋으리라.
• 48년생 :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면 몸 다침을 조심해야 한다.
◈ 소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좋은 것을 봐도 그냥 지나치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니 잘 보라.
•85년생 : 귀인의 도움은 있으나 마음을 고생시키는 하루가 된다.
•73년생 : 사 술의 꾀임으로 손 재가 없으면 몸이 상하는 기운이니 조심하라.
•61년생 : 힘든 일의 열쇠는 친구가 쥐고 있으니 찾아봄이 재운을 더한다.
•49년생 : 옛날의 명예가 다시 살아나는 상이라 좋은 길이 열리리라.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귀중한 정보를 유출 안되게 조심해야 좋은 운세를 열어갈 것이다.
•86년생 : 선배나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칭찬 듣고 좋은 제의를 받는다.
•74년생 : 어려운 일을 바로 하고도 억울한 소리를 듣는 운이나 참고 넘어가라.
•62년생 : 금전 융통에 문제점이 보이니 점검하고 소득 없는 일에 마음두지 마라.
•50년생 : 투자에 소득이 있으리니 단타로 움직임이 좋으리라.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무슨 일이든지 신경 쓰지 않고 되는 일이 없는 것이나 과민을 피하라.
•87년생 : 궁한 중에 용돈이 생기니 횡재수로 보이나 과함은 삼가라.
•75년생 : 사람으로 갈등이 일어나니 마음에 두면 재수도 어려 우리라.
•63년생 : 갈대같이 흔들리는 마음을 잘 잡아야 모든 것을 이루리라.
•51년생 : 원하는 일이 사 심 없는 정당한 일이라면 이길 수도 얻을 수도 있다.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많은 금전이 움직이는 운세라 잘못 만지면 부서지는 것이니 조심하라.
•76년생 : 과한 욕심이 아니라면 금전 운도 길하고 바라든 일이 다소 풀린다.
•64년생 : 시비를 피하고 다툼을 말라 관 재수가 보이니 구설 또한 조심하라.
•52년생 : 체력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심하니 건강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라.
•40년생 : 사소한 일에 감정을 보이면 상대에게 허점을 내주어 일이 힘들게 된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모든 일이 잘 풀리나 이룬 뒤에도 성실히 책임지는 마음을 갖자.
•77년생 : 지금 하는 일이 무리한 일이니 돌다리도 두들기고 가는 마음을 가져라.
•65년생 : 과욕을 피하고 중심만 잘 잡으면 의외의 소득이 따를 것이로다.
•53년생 : 들어오는 것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손재수가 보이니 지출에 신경 써라.
•41년생 : 횡재수가 아니면 술밥간에 좋은 자리가 마련되리라.
◈ 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힘들든 시기를 벗어나는 운이라 당당한 마음으로 받을 준비를 하자.
•78년생 : 새로운 일이 기다리니 접해봄이 앞으로 이득이 크리라.
•66년생 : 경쟁이 치열하든 건이 내게로 돌아서고 재운도 다가오니 받아들이자.
•54년생 : 침체 막힘을 푸는 것도 시간이 해결하니 오늘은 조용히 보냄이 좋다.
•42년생 : 떠오르는 공상을 없애야 바른 길이 보일 것이니 헛것을 보지 마라.
◈ 양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길 잃은 철새가 어두운 밤에 날개를 접는 형상이라 앞뒤를 조심하라.
•79년생 : 전후좌우를 잘 살피지 않으면 오는 재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67년생 : 귀인의 도움은 있어 일은 열리나 정신을 놓으면 손재수가 발동한다.
•55년생 : 결정키 어려운 일이 생기나 엉뚱한 구설 수만 피하면 자연히 결정된다.
•43년생 : 부부간에 갈등을 풀어야 모든 일이 열릴 것이니 집안 단속을 잘 하라.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무슨 일이든지 어려움을 겪고 당한 만큼 얻는 것도 큰 것이로다.
•80년생 : 마음 졸이든 일이 해결되고 애정 운도 풀리고 금전 운도 길해진다.
•68년생 : 관 재만 잘 다스리면 경쟁에서이기고 금전 운도 크게 열리리라.
•56년생 : 지금까지 손에 닿지 않는 것은 취할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44년생 : 약간의 재운은 있으리니 밖에서 찾을 이득을 안으로 찾아봄이 좋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항상 상대방을 진정으로 대하고 대접하면 꼬인 일이 잘 풀리리라.
•81년생 : 애정은 두터워지나 친구간에 갈등이 남아 마음을 괴롭힌다.
•69년생 : 문서 잡는 일은 다음이 좋고 계약 건은 오후에 결정되리니 기다 리라.
•57년생 : 등용의 문이 보이니 새로운 자리가 나오나 갈등이 생기리라.
•45년생 : 오래된 상처가 문제가 되듯 미결된 일을 그대로 두면 큰일이 생긴다.
◈ 개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재수의 깃발이 펄럭이나 잘 잡아야 내 것이 되는 것이리라.
•82년생 :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금전 운 또한 따라온다.
•70년생 : 설득력을 강하게 작용시킬 운세라 말로 많은 이익을 쌓으리라.
•58년생 : 무리 없는 일이라면 과감한 행동을 보일 때니 밀어붙임이 좋으리라.
•46년생 : 어려운 문서 일은 잘되나 서명이나 도장은 조심해야 손해를 안 본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하)
전쟁 중에도 휴식이 있는 것이라 머리도 쉬어야 굴릴 것이 아닌가.
•83년생 : 옴츠려진 가슴을 활짝 열어보는 운이라 나의 날이라 생각하라.
•71년생 : 횡재수가 아니면 좋은 의복이 생기는 운이라 나가봄이 좋을 것이다.
•59년생 : 금전 운이 좋아지니 모든 일이 풀려져 나가나 몸 상함을 조심하라.
•47년생 : 동방에서 귀인이 손짓하니 얻을 것이 있으면 동쪽으로 향하라.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바싹 마른 대지에 촉촉한 비가 내려주니 모든 일을 해갈시킨다. 때 맞추어 비가 내린 것과 같이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시기적절하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며 귀인이 도래해 이룸이 클 것이다.
•84년생 : 경쟁은 있으나 재주로 대처하니 경사스러운 일이 있다.
•72년생 : 단비가 어렵던 일을 적시니 힘차게 나가면 성공하리라.
•60년생 : 재운이 좋으니 나가는 곳마다 일이 성사되고 말하면 통한다.
•48년생 : 지금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손해를 덜 보는 길이 된다.
◈ 소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오늘의 일진은 폭풍우 속에서도 할 일은 하고 넘어가야 하루가 편해진다.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하나 해결을 해야 할 것이니 내일을 위해 오늘의 일을 마무리 함이 길할 것이다.
•85년생 : 내일로 미루면 공부도 사랑도 다 헛것이 되니 오늘 처리하라.
•73년생 : 막힌다고 아니 갈 것인가 융통성을 조금 부리면 어렵게나마 처리된다.
•61년생 : 시세가 약하다고 미루지 마라 내일은 더 어려우니 지금 결정하라.
•49년생 : 금일은 한 번 사고 두 번 내놓으면 이득이 많을 것이다.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뜻을 얻은 땅에는 두 번 가지 못한다. 같은 일로 인해 소득은 없을 것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기이다. 어리석게 반복하지 말라.
•86년생 : 새로운 스타일로 시작해봄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74년생 : 비둘기가 날아드니 좋은 소식은 오나 구 태를 벗어야 일이 열린다.
•62년생 : 변경하기 힘든 것을 해보면 재수가 대길하니 소득이 클 것이다.
•50년생 : 소란스러운 일을 잘 해결하면 명예와 금전 운이 열린다.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종종 걸음도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니 시기를 잘 맞추어 움직여라. 운기가 불길할때 행하는 것은 화를 초례할 우려가 있으니 사태를 잘 파악하여 행하라. 망동은 금물이니 때를 기다려 자중함이 길할 것이다.
•87년생 : 보람된 일로 땀을 흘려보는 것이 사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된다.
•75년생 : 이왕 나온 걸음이면 밑져야 본전이니 말이나 던져보자.
•63년생 : 위만 쳐다보지 말고 내려다보면서도 살면 위도 조금씩 보인다.
•51년생 : 멍석은 깔아져 있어 한 장단 놀 일만 남았으니 재주를 부려보자.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많이는 없어도 한사람은 옆에 두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것이니 세상은 혼자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알라. 서로 돕고 협조 할 일이 발생하니 여러명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76년생 : 친구가 어려워할 때 마음이라도 도와줌이 내 길을 여는 것이 된다.
•64년생 :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니 놓치면 후회한다. 재수를 가진 인연이다.
•52년생 : 인생을 다 살았다고 하는 사람과는 속임수가 보이니 말을 삼가라.
•40년생 : 새로운 일에 중용 되니 꿈을 잘 꾼 덕이로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악한 마음과 망설임은 일을 추진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길하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중용을 지킬 것이니 그릇된 행동은 화를 초례하니 처음부터 시작을 말길 바란다. 흉은 가까이 있고 길은 멀리 있다.
•77년생 : 여러 가지 묘책이 아무 소용이 없으니 진실을 가지고 돌파하라.
•65년생 : 구설수에다 손재수까지 보이니 투자는 조심하라. 융통은 된다.
•53년생 : 나아가나 그만둘 것인가를 갈등하니 그만 두는 것이 좋다.
•41년생 : 편애해온 자식이 더욱 애를 먹이고 미워하든 자식이 효도하는 구나.
◈ 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시비 구설을 미리 막아라. 곤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인간 구설에 시비, 손재가 발동하니 일신이 딱함에서 벋어 나기 힘들다. 망동을 삼갈 것이니 흉한 운을 사전에 막아라.
•78년생 : 기다리던 보람이 이제 나타나니 더욱 정진하면 크게 알아준다.
•66년생 : 길이 확 열렸으니 나아가면 될 것이나 본 마음을 잃지 마라.
•54년생 :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다시 확인해 두라.
•42년생 : 재운은 와서 좋으나 쓸 곳이 안보여 속만 무거우니 좋은 곳에 써라.
◈ 양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인기는 오르고 재수는 길하나 시기하는 자가 많으니 게을리 하지마라. 앞다투어 힘을 겨룰 경쟁자들이 분분하니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나태하기 일 수 이다. 목적지가 저기 있으니 혼신을 다해 매진하라.
•79년생 : 억울한 일이 발생할 여지가 많으니 사전에 차단해야 잘 넘어간다.
•67년생 : 아래위에서 입을 대던 일이 결국은 터지니 알아줄 때까지 기다 리라.
•55년생 : 공과 사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긴다.
•43년생 : 함정을 못보고 돌아다니니 낙마 수를 어찌 면할고.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옳은 말도 잘못하면 구설이요 나쁜 말도 잘만하면 구설이다. 구설 시비가 분분하니 인간구설이 그중에 일신을 가장 곤고하게 할 것이다. 입을 무겁게 하고 속내를 드러내는 말을 절대 삼가길.
•80년생 : 빨리 해치우고 싶으나 시간이 들어가야 되는 일이니 차분하게 하라.
•68년생 : 공연히 옳은 소리 한 번하고 욕먹는 격이니 말조심하라.
•56년생 : 성질이 사나와 질 때이니 음주 운행을 삼가고 시비를 조심하라.
•44년생 : 아니 오는 재수를 어찌하랴 억지 부리면 남은 주머니가 터진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사사로움을 벗어나는 것이 모든 것을 살리는 길이되니 대의를 살펴라. 마음을 크게 가져야 할 것이니 작은일에 연연하여 큰일을 그르치기 쉬우니 자중하여 사태를 잘 관철한 뒤 망동하지 말라.
•81년생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것이 없다고 다시 한번 노력해보자.
•69년생 : 곶감 빼듯하지 말고 나아가서 구하면 재수는 있으니 얻어진다.
•57년생 : 금전 운이 좋으니 던져 놓으면 물고 올라온다.
•45년생 : 안 되는 일은 억지로 하려면 답답한 고통만 남아 돌아온다.
◈ 개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인생은 어차피 운의 테두리 안에서 사는 것이니 운세에 맡기고살자.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법 하늘이 정한 일을 작은 인간의 힘으로 이루기란 어려움만 가중하니 때를 기다려 자중함이 길하다.
•82년생 : 사랑과 일거리가 함께 하니 즐거우나 방심은 금물이다.
•70년생 : 아무리 힘든 때라도 자기 몸단장을 잘해보자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58년생 : 방심하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흘러가 할 일을 제때 못해 고생한다.
•46년생 : 숲 속에서 빛을 찾은 격이니 새로운 일로 힘이 생긴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오늘의 일진은 토끼같이 놀란 가슴으로 무엇을 하랴 넓은 마음을 가져라.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반복되는 어려움에 진행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러나 흉함은 곧 멀리 사라질 것이니 뜻을 원대하게 가져라.
•83년생 : 잔재주는 알아도 부리지 않는 것이나를 알리는 것이 된다.
•71년생 : 재수가 좋으니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해봄이 좋다.
•59년생 : 마음도 생각도 몸도 쉬어감이 좋다.
•47년생 : 일은 처리되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소식이 온다.
인간은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비교한다면 후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앎’에 대한 강박으로 ‘모름’이 주는 자유를 뒤로한 채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정재현(鄭載賢·64)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모르고 사는 것’ 못지않게 ‘살고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렇게 이미 모름을 벗하며 살아왔으니, 더 좋은 내가 되겠노라, 더 열심히 가꾸겠노라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다. 그는 이러한 깨달음으로 우리의 삶을 넉넉하게 해줄 성찰들을 모아 ‘인생의 마지막 질문’을 펴냈다.
종교철학 분야 교수로 활동한 지 어언 30년. 정재현 교수는 개인의 삶과 전공의 현실적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한 글을 엮어나갔다. 그렇게 삶에서 일어나는 물음들에 대한 통찰을 추려 ‘인생의 마지막 질문’에 담았다. 제목 속 ‘마지막 질문’이 지니는 속뜻이 남다르리라 여겨졌다.
“우리는 살면서 맞는 수많은 물음을 피할 길이 없는데, 이에 즉답하려고 안달하거나 강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그러나 그 물음을 모으고 모아 더 큰 물음으로 만들어간다면 이전의 물음들은 작은 물음이 되거나 더 이상 물음이 되지 않죠. 이러한 삶의 오묘한 생리를 나누고자 ‘마지막 질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질적으로 깊이를 아우르는 통찰을 지향한다는 취지로 새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말하자면 ‘마지막’이라는 말은 시간적 최후가 아니라 ‘대답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않을 수 없는 물음’, 즉 ‘삶의 궁극적인 물음’을 가리킵니다.”
몸이 나를 살고, 마음을 다스린다
정 교수는 책에서 ‘내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살아가는 것’이며, 생명(生命)이란 ‘살라는 명령’과도 같다고 했다. 흔히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요즘, 그는 오히려 ‘인간은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이 우리를 더욱 편안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시작한 생명인데, 정작 난자나 정자의 주인도 그것을 소유한다기보다는 빌려주는 통로일 뿐입니다. 그러니 주도권은 생명 자체에 있는 셈이죠. 즉 생명은 나의 소유가 아니라 거꾸로 나를 이루는 존재이고 사건이라는 겁니다. 너무도 당연한데, 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대전제를 슬며시 잊어버리고 어느덧 잃어버렸습니다.”
물론 소외와 억압을 겪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주체성은 필요하다. 그러기에 주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고 자율일 테다. 정 교수는 “그 또한 소중한 가치이지만 우리 삶에서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강조하며 “이를 망각하면 주체는 인간에게 과잉된 자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그러한 관념에 지배당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것이 바로 주체의 모순이고 자유의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면 내가 갖는 알량한 앎으로 모든 삶의 무게를 재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지만요. 그러니 삶이 나를 산다는 깨달음은 자기강박과 자기기만을 벗어나게 하는 해방구입니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방종으로 가자는 건 아녜요. 혹시 내가 삶을 산다면 방종할 수 있겠지만 삶이 나를 살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거든요.”
정 교수는 비슷한 맥락으로 “몸이 나를 살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인문·철학서를 보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강조하지만, 그는 ‘몸의 소리를 듣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연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이던가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지 않나요? 물론 마음도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이 다인 양 여기면 오히려 부담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몸으로 가죠. 마음과 몸은 불가분리인데 마음만 부추기면 그것은 결국 ‘앎’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에 비해 몸은 ‘모르고도’ 사는 삶의 터이며 곧 삶이죠. 나는 몸을 다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잖아요. 바로 몸의 그러한 역할과 의미에 주목해 삶의 생리를 따르자는 겁니다. 마음을 구실로 몸을 혹사해온 것이 문명세계를 사는 우리의 현실이라면 이는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건강관리도 결코 부차적인 게 아니죠. 오히려 마음을 다스릴 몸의 선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알 수 없는 코로나19, 숨과 쉼 필요해
정 교수는 책을 통해 앎과 모름, 있음과 없음, 지식과 지혜 등 대조적인 두 단어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궁극적으로는 ‘모름의 모름’에 다가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모른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습니다. 앎은 모름을 없애는 걸 목표로 하지만, 모름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모름을 안다는 것은 한 단계를 뛰어넘는 거죠. 그런데 이는 막연합니다. 모름이 무엇인지 얼마나 넓고 큰지 알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 더 뛰어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모르는지를 모르는 단계까지 말이죠. 모름의 앎이 그저 ‘앎’이라면, 모름의 모름은 ‘삶’입니다. 무슨 대단한 경지를 뜻하는 게 아니라, 모름으로 에워싸인 삶에 보다 진솔해지자는 겁니다. 늘어나는 앎 속에서도 삶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에 견주어본다면 모름의 모름이 주는 편안함은 소중한 통찰이죠.”
정 교수는 삶을 편안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문제 대신 즐기기’를 제안했다.
“문제를 해결한 뒤 삶을 즐기겠다는 건 일종의 완벽주의입니다. 인생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문제 대신 즐기라는 건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뜻입니다. 문제를 옆에 두고서라도 즐길 방법을 찾으라는 거죠. 살면서 씨름할 문제들은 ‘해결’로 종결되기보다 ‘해소’로 흩어집니다. 앞서 말한 ‘물음’처럼 더 큰 문제를 만나면서 지금의 문제가 작아지고 결국 문제가 아닌 것이 되며 해소되는 셈이죠.”
최근 인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아닐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무증상감염자는 자신도 모르게 남을 감염시킨다. 이렇듯 없음과 모름이 에워싼 형국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인간의 ‘앎’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정 교수는 이러한 위기 속, 기도를 통한 ‘숨’과 ‘쉼’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했다.
“백신은 없는데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없음과 모름이 난무하는 현실에서는 달리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놓아야죠. 특정 종교를 떠나 기도는 바로 이렇게 놓는 길에 다가서는 몸짓입니다. 있음과 앎만을 붙잡고 삶을 헤쳐갈 수 없으니 이제 할 일은 없음 앞에서 숨을 고르고 모름 앞에서 쉬는 것입니다. 더불어 자연에게도 쉼을 주어 스스로 숨을 쉬게 해야 할 테니까요. 인간과 자연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숨과 쉼의 기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언니, 저 이번에 쇼핑몰 열었어요.”
학부모로 인연이 된 친구의 문자가 왔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알록달록 마스크 걸이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핑크핑크는 물론 투명한 유리알이 조르르 연결된 것 등 예쁜 스타일이 꽤 많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게 분명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미 사용하는 마스크 걸이가 있지만 몇 가지 아이템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꼬맹이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모양도 있었는데 손녀 몫으로 선택했다. 나중에 받아보니 내가 구매한 것 외에 2가지 아이템이 더 들어 있었다. 물건이 더 왔다고 연락했더니 "언니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더 넣었어요." 한다. 이렇게 주면 남는 게 있나? 염려가 된다.
주말에 딸이 왔다. 요리조리 다니며 장난칠 궁리를 하던 손녀가 거실 탁자 위에 둔 마스크 걸이를 발견하고는 "할머니, 이거 나 가져도 돼요?" 한다. "엄마, 마스크 걸이가 왜 이렇게 많아?" 딸도 묻는다. 딸은 가느다란 검은색 마스크 걸이를, 손녀는 제 것 외에 투명한 것 하나를 더 고른다. 몇천 원짜리 선물로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마스크 안 쓰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녀의 마스크 걸이가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겹치면서 예전에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 파는 아들을 걱정하고 활짝 갠 날에는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했다는 어머니.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친구인데 쇼핑몰을 시작한 걸 보면 코로나로 학원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게 분명하다. 요즘은 하나의 직업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땀 흘린 노동만 팔아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 자본이 많은 곳으로만 몰리는 시대. 경제적 자유를 외치면서도 성실하게 실력을 기르기보다 요행을 바라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시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경제적 불안이 늘어난 시대. 마스크 걸이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시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산이 높아 숲은 무성하고 마을은 밝다. 피고 지는 꽃이나 명멸하는 별, 그 덧없는 것들을 벗 삼아 지내기 좋은 곳이다. 마을 입구엔 ‘예술인 마을’이라 쓴 팻말이 있다. 아늑한 자연 환경에 이끌린 몇몇 예술인들이 들어와 사는 마을이다. 터줏대감은 서양화가 유휴열(71)이다. 그는 이곳에서 33년을 붙박이 장롱처럼 눌러 살며 그림을 그렸다. 다작(多作)을 하기로 소문난 화가다. 그가 올봄에 개인미술관을 개관했다. ‘유휴열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화가라면 다들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그림밖엔 난 몰라! 이렇게 속으로 외치며. 그들은 그림으로 존재의 가치를 돋우고, 그림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바라며, 나아가 상상력을 무한 확장한 그림 작업으로 자신만의 심미적 제국을 구축하고 싶어 한다. 그러자면 일단 열심히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약점이 많은 게 인간의 정신. 뜻대로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자만심, 혹은 매너리즘이 방문해 화가를 나태의 늪에 집어던지기 십상이지 않던가. 이 점에서 유휴열은 귀감으로 회자된다. 그는 그리지 않고서는 숨 쉴 수 없다는 양 치열한 창작을 하기를 평생토록 일관했다. 그렇게 해서 수장고가 미어터지도록 쌓인 작품이 자그마치 5000여 점.
“미술의 공익성, 공공성을 생각했다"
이 많은 작품을 다 어이하나? 노령에 접어든 유휴열은 숙고했던 것 같다. 머잖아 생을 다하는 시간이 찾아올 텐데, 그림들을 등짐지고 함께 떠날 방법은 없고, 다 불태워 없애는 광란(?)은 적성에 맞지 않고, 그는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민했을 것이다. 이건 유휴열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가의 사후, 그의 분신에 해당할 작품들이 처할 운명에 관해 많은 화가들이 심각한 모색을 하고 대책을 찾는다. 이상적이기로는 작품을 공공미술관에 기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공공미술관이라 하더라도 기증 작품을 수용하기 위한 물적 여건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휴열은 결국 개인미술관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개인미술관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화가가 대부분이라는 걸 고려하면 유휴열은 행운아다. 그리고 그 행운은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게 아니고 오직 자신의 힘으로 불러들였다. 어쩌면 꽤 오래된 숙원이었을 미술관을 드디어 출항시킨 그는 이제 사후에도 행운과 동행하기를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혼까지 다했다고 자부해도 좋을 자신의 작품들이 시간을 초월해 후세까지 불멸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유휴열이 미술관을 만든 목적이 다만 작품의 보전을 위한 데에만 있지는 않다. 그가 보기에 전주권, 혹은 전북권의 미술계 토양은 척박하다. 남원시에 있는 김병종시립미술관 외에는 개인을 기리는 기념미술관이 전무했던 현실을 그 하나의 증거로 꼽는다. 따라서 그는 유휴열미술관이 지역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라며 일을 추진했다. 유휴열을 알아보는 눈들은 서울에도 많지만, 전주권 문화예술계에선 단연 친숙하게 알려진 원로 화가다. “신기할 정도로 유휴열을 믿고 따르는 인사가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유휴열은 이처럼 그를 알아주는 지역의 애호가들에게 미술관으로 화답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지역에서 이만큼이나 화가 행세할 수 있었던 게 다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했겠는가. 늘 남들의 도움을 받았다. 알고 보면 내가 도움 준 일이 드물었다. 이제야 철들어 미술의 공익성, 공공성이라는 걸 생각하며 미술관을 만들었다.”
모악산 치맛자락에 안긴 미술관
유휴열미술관은 유휴열이 33년간 살아온 거처를 다듬어 만든 공간이다. 원래 있었던 살림채와 작업실, 수장고는 그대로 둔 채 전시공간과 카페공간을 증축해 틀을 구축했다. 초목들이 길차게 자란 널찍한 정원도 섬세한 보완을 해 야외 조각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자력으로 조달한 불충분한 자금 사정에 맞춰 시설을 구비하느라 미처 완성을 보지 못한 대목도 있다. 너무 작은 규모의 전시실이 그렇다. 차후 넓혀나갈 예정이라지만 현재로서는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풍치와 구성은 아름답고 안정적이다. 목가적인 전원에 터를 둔 근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전주 사람들이 즐겨 등산을 하며 서기가 아롱진 산이라 예찬하는 모악산의 치맛자락에 안긴 집이지 않은가. 33년간 이곳에 살며 그림을 그려온 유휴열은 33년간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어 주변의 자연과 동화를 이룬 정원 공간을 빚어냈다. 시인 김용택에 따르면 그는 “너부데데한 미륵을 닮은 사람”이다. 유휴열의 외적인 경관과 내면을 아울러 빗댄 표현이겠으나 일단 근골이 두루 짱짱한 외양부터가 돌미륵을 닮아 투박하다. 정원을 일부러 세심하게 가꾸는 버릇을 가진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심심파적으로 수목들을 즐겼으리라. 초목들은 햇빛과 물을 끌어들여 저절로 자랐으리라. 저 태연한 풀과 나무들, 무엇이 아쉬워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랴.
신생 미술관이라고 얕잡지 말자. 있을 것 다 있고, 볼 만한 것 다 볼 수 있다.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노루꼬리처럼 짤막하지만 고즈넉해 마음을 풀어놓을 만하다. 키 큰 노송들, 붉은 꽃떨기 매단 배롱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커피가 식는 속도보다 빨리 식어버린 사랑의 달착지근한 허무를 반추하기에 적당한 정원이다. 산책로 끝에선 계류가 솰솰 흐른다. 흐르는 물은 무정하다. 떨어진 꽃잎과 누런 낙엽을 속절없이 흘려보내다니.
전시실에선 ‘유휴열-산·나무·꽃’전(展)이 펼쳐지고 있다. 화가의 심상에 포착된 자연 풍경을 거친 붓질로 그려낸 유화 작품들을 내건 전시회다.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예쁘장하게 그려진 형상이 하나 없다. 자연물의 외형보다 내적 생명감의 표출에 치중한 유휴열의 의도가 여실히 비친다. 유정한 마음과 관조의 눈길이 아니고선 끄집어내기 어려운 추상적 구상이다. 속사포처럼 빠른 터치로 물감을 짓이겨 두텁게 바른 질감에서는 자연의 기운생동을 가급적 강렬하고 질펀한 화풍으로 드러내려 한 작의가 읽힌다.
속 깊은 그림이다. 분방하나 심층적이다. 거칠지만 흥겹다. 유휴열의 미술세계를 잘 아는 이라면 사족 없이도 금시에 알아차릴 것이다. ‘아하, 보지 않고도 알겠다, 유 화백이 흥겨워 시원하게 물감을 갈겼구나!’ 그렇게. 흥이라는 것, 이건 유휴열 그림의 키워드다. 우리 민족의 토착 정서를 흔히 한(恨)으로 보지만 그는 흥에서 원형을 찾는다. 한이 무르익으면 역설적이게도 신명이 뻗고, 신명에 겨우면 흥이 돋아 어깨춤들을 추며 삽시에 놀이판을 짜는 사람들. 이게 유휴열이 보는 민족의 초상이다. 해서 진정으로 토속적인 것, 전통적인 것, 정신으로 유전된 원초적인 것을 형상화하기에 주력해온 그의 미술 작업의 뿌리는 흥이라는 대지를 탐닉하는 것이며, 오방색을 즐겨 사용하지만 기법은 다분히 모던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촌평을 볼까.
“유휴열의 그림은 현대미술의 어법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 전통미술의 특성과 한국인의 기질 같은 것들이 마구 요동친다. 화면은 그 박동을 격렬하게 들려준다. 그것은 거의 색채와 붓질로 이루어진 춤이고 노래이고 판소리 사설이고 구음과도 같다.”
유휴열미술관에는 현기증이 나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유휴열의 작업실이다. 이 미술관엘 왔다가 그 뜨거운 작업실을 구경하지 않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에 속한다. 다산성을 본분으로 여기며 무슨 광포한 충동에 휩싸인 사람처럼 작품 생산에만 매진하는 사람의 예술적 생태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무진장한 작품들, 열정의 징후들, 또는 노화가의 미묘한 고독까지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명소가 아닐 수 없다.
<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