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 스타일리스트 곽영신
장소 협찬 키프레시(성신여대점) 그릇 협찬 덴비 코리아
초복, 중복이 있는 7월. 여름철 보양 재료로 많이 쓰이는 인삼을 활용해 수제비를 만들어보자. 깔끔한 야채 육수에 쌉쌀한 인삼 향이 더해져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든든한 한 끼를 원한다면 채소밥으로 속을 채운 깻잎롤을 곁들여 먹는다. 매실과 단무지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장아찌도 반찬으로 궁합이 잘 맞는다. 원기 회복과 위장 활동을 돕는 차조로 오메기떡을 만들어 후식으로 즐겨도 좋다.
인삼수제비 무(1/4개)와 애호박(1/3개)을 1.5cm 크기로 자른 다음 1/4씩 한입 크기로 썰어준다.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부어주며 수제비 반죽을 한다. 이때 수제비에 간을 하려면 소금을 약간 첨가한다. 냄비에 무, 애호박, 인삼(2뿌리), 물(350㎖)을 넣고 중불에 10분간 끓인다. 육수를 끓이는 동안 청·홍고추(각 1개)와 대파(1/3대)를 어슷썰기로 썰어준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수제비를 떼어 넣는다. 썰어놓은 야채를 마저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소금 대신 간장도 가능). 수제비가 익을 때까지 중불에 끓여 완성한다.
매실단무지장아찌 매실(60g)을 깨끗이 씻어 씨를 빼고 과육만 남긴다. 손질한 매실을 햇빛에 2일 정도 말린 뒤 고추장을 발라 서늘한 곳에서 2주 정도 숙성시킨다. 단무지(40g)를 2cm 크기로 잘라준다. 숙성된 매실장아찌에 준비한 단무지와 고춧가루(반 큰술), 참기름을 넣고 버무려낸다
깻잎롤 세척한 당근(1/3개), 브로콜리(1/4개), 만가닥버섯(1/4팩)을 잘게 다진다. 다진 채소들을 약불에 3분 정도 볶는다. 이때 아스파라거스도 살짝 구워둔다. 밥(150g)에 볶은 채소와 참기름, 검은깨를 넣어 비빈다. 깻잎을 깔고 비빈 채소밥을 넣어 김밥처럼 말아준다. 깻잎롤을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라주고 구운 아스파라거스와 만가닥버섯을 곁들여 플레이팅한다.
오메기떡 찹쌀(2컵)과 차조(70g)를 씻은 뒤 수분을 살짝 빼주고 약불에 50분 정도 쪄준다. 쪄낸 찹쌀과 차조에 소금물로 간을 하고, 쫀득쫀득해질 때까지 치댄다. 완성된 떡을 사각 틀에 넣고 모양을 잡아 마무리한다.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덴비 코리아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으로 가족 모임이 잦은 5월. 따뜻한 날씨에 온 가족 소풍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풍 하면 도시락, 도시락 하면 김밥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김밥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배추로 싼 닭가슴살 초회 말이는 어떨까? 칼로리 부담도 없고 차갑게 먹을 수 있어 봄소풍 도시락으로 제격이다. 도시락 인기 아이템 중 하나인 닭강정을 닭 대신 석이버섯과 가지를 이용해 만들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제철을 맞은 두릅과 배추를 새콤달콤하게 절인 우거지 두릅 김치를 곁들이면 좋다.
배추 닭가슴살 초회 말이 깨끗이 씻은 배추잎사귀(5장)를 끓는 물에 1분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서 준비해둔다. 파프리카(빨강, 노랑 각 1/3개)를 씻어 0.5cm 넓이로 길게 썰어준다. 밑동을 제거한 팽이버섯(50g)을 흐르는 물에 헹군다. 닭가슴살(100g)을 끓는 물에 6~8분 정도 삶은 후 한입 크기로 길게 찢는다. 김발을 이용해 물기를 짠 배추잎사귀 위에 닭가슴살(30g), 팽이버섯(10g), 파프리카(10g)를 올린 뒤 돌돌 말아 김밥처럼 썰어 플레이팅한다. 기호에 따라 원하는 재료를 바꾸거나 배추잎사귀 대신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해도 좋다.
땅콩버터칠리소스 땅콩버터 2큰술, 레몬청 2½큰술, 스위트칠리소스 3큰술을 넣고 잘 섞어 만든다. 배추 닭가슴살 초회를 찍어 먹는 소스로 곁들인다.
석이버섯 가지 강정 석이버섯(10g)을 찬물에 불린 뒤 물기를 짠다. 가지(1개)를 씻어 4cm 길이로 썬다. 표고버섯(1개)은 1.5cm×1.5cm 크기로 잘라둔다. 전분가루(1컵)와 물(1½컵)을 섞어 반죽을 만든 후 2시간 뒤 위에 뜬 물을 따라버린다. 준비한 전분 반죽을 가지에 묻혀 튀김옷을 입힌다. 이때 얼음물로 반죽하면 더 바삭해진다. 170℃로 예열한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가지, 석이버섯, 표고버섯을 넣고 30초 정도 튀겨낸다. 튀김에 데리야끼소스를 버무려 완성한다.
우거지 두릅 김치 두릅(1묶음)과 아스파라거스(1묶음), 배추(1포기)를 흐르는 물에 씻은 뒤 굵은 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절인다. 투명한 공병에 레몬청(150㎖)과 매실액(150㎖)을 넣고 섞는다. 기호에 따라 청의 양을 조절한다. 절인 채소의 물기를 꼭 짠 뒤 청이 담긴 공병에 넣어 보관한다.
따뜻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3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3월 5~17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 박영수, 신상언, 김도빈 등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윤동주, 달을 쏘다.’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완성도 높은 무대로 돌아온다. 시인 윤동주의 치열했던 삶과 예술을 담아낸 뮤지컬로 비극의 시대에 써내려간 그의 시(詩)들이 노래와 춤으로 어우러져 감동을 선사한다.
(행사) 2019 광양매화축제
일시 3월 8~17일 장소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강 매화마을 일원
전라남도 섬진강변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양매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축제다. 새하얀 눈처럼 만발한 매화와 아름다운 섬진강이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산책로를 걸으며 백(白)매화뿐만 아니라 홍(紅)색, 청(靑)색 다양한 매화의 색과 향기에 취해보자. 인근 청매실농원에서 광양의 특산품인 새콤달콤한 매실도 맛볼 수 있다.
(클래식) 송영훈의 클래식 큐레이터, 낭만에 대하여
일시 3월 10일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출연 해설가 및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이신규 등
클래식 음악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음악과 미술사의 숨은 이야기들을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 송영훈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과 수준 높은 연주로 풀어낸다. 차세대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연주로 낭만시대와 인상주의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일시 3월 15일~5월 12일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출연 이순재, 신구, 권유리, 채수빈 등
까칠한 성격의 고집불통 할아버지 ‘앙리’와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학생 ‘콘스탄스’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소통으로 풀어가는 주인공들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2017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 이순재와 신구가 ‘앙리’ 역을 맡았다. ‘콘스탄스’ 역에는 권유리, 채수빈이 더블 캐스팅되어 색다른 분위기가 기대된다.
(행사) 제20회 구례산수유꽃축제
일시 3월 16~24일 장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산수유꽃이 만발하는 지리산에서 봄의 정취와 시원한 고로쇠 약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꽃축제다. 행사장에서 산수유꽃으로 만든 먹거리를 맛볼 수 있으며, 산수유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공연도 펼쳐진다.
(오케스트라) 노다메 칸타빌레 인 클래식
일시 3월 24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일본과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이 드라마 속 정통 클래식이 오케스트라로 찾아온다.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인 KBS ‘내일도 칸타빌레’의 연주 대역을 맡은 피아니스트 이현진과 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즐길 수 있다.
간장새우
숙성이 잘된 간장새우는 간단한 술안주로도 좋고 밥, 버터와 함께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또 새우에는 글리신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동맥경화와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재료
생새우 500g, 물 1컵, 소주 ½컵, 마늘 30g, 청양고추 5개, 홍고추 2개, 레몬 1개
간장소스: 물 2컵, 맛 간장 1컵, 간장 ½컵, 피시 소스 2큰술, 소주 2큰술, 매실청 1.5큰술, 생강 슬라이스 30g, 통후추 1큰술
만드는 법
1 새우의 등을 꼬치로 찔러 내장을 제거한다.
2 손질한 새우에 물과 소주를 섞어서 뿌린 다음 채반에 받혀 물기를 뺀다.
3 간장소스가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여 10분 정도 더 끓인다.
4 용기에 새우를 담고 슬라이스한 마늘, 청·홍고추를 새우 사이사이에 넣어준다.
5 식힌 간장소스를 용기에 부은 다음 레몬 슬라이스를 얹어준다. 완성된 간장새우는 일주일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칠리새우
비싼 가격 때문에 중식당에서는 선뜻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칠리새우를 집에서 만들어보자.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튀김에 매콤달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이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인 칠리새우가 완성된다.
재료
중새우 20마리, 녹말가루 3~4큰술, 식용유 2컵
칠리소스: 대파 ⅓대, 마늘 1쪽, 생강 ½쪽,
물 ⅔컵, 고추기름 2큰술, 청주 1.5큰술, 설탕 3큰술, 케첩 3큰술, 두반장 1작은술, 물녹말 2큰술, 달걀흰자 1개,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새우 내장을 제거하고 물기를 잘 닦는다. 이때 중간 크기 이상의 새우는 등 쪽에 칼집을 넣는다.
2 넓은 접시나 큰 볼에 녹말가루를 넣고 새우를 잘 버무린다.
3 식용유의 온도가 170℃ 정도 되면 녹말가루를 묻힌 새우를 하나씩 넣어 튀긴다.
4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어 5초 정도 볶는다. 향이 살짝 날 때쯤 물과 나머지 칠리소스 재료를 넣고 끓인다.
5 물녹말을 넣어 걸쭉한 상태로 만든 다음 새우튀김을 넣어 잘 버무린다.
#레시피 #새우 #간장새우 #칠리새우
마늘·파·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고 만든 요리를 ‘사찰음식’이라 한다. 자칫 맛이 덜하거나 심심할 것이라 오해하지만, 다양한 레시피와 플레이팅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특별한 메뉴에 건강 밸런스까지 생각한 제철 사찰음식 한 상을 소개한다.
레시피 및 도움말 디알앤코 R&D총괄 장대근 셰프(조계종 한국사찰음식전문교육기관 이수)
장소 협찬 키프레시(홍대점)
그릇 협찬 지승민의 공기
거하게 차린 생일상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생일에 빠지지 않는 미역국은 특별한 날 먹지만, 음식 자체의 특별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흔히 사용하는 소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된장과 옹심이를 더해 색다른 미역국을 즐겨보자. 그럴싸한 상차림을 원한다면, 꾸밈새 있는 메뉴가 필요할 것이다. 주로 무침으로 먹던 가지를 편으로 길게 썰어 돌돌 말아주면 쉽고 간단하면서 보기에도 좋다. 메인 접시에 롤링한 가지와 연근 구이, 흑임자 소스로 버무린 양배추, 구운 버섯 등을 조화롭게 플레이팅해보자. 미역국과 더불어 각 요리의 색감이 어우러지는 것은 물론, 주재료인 미역, 가지, 연근, 양배추에 식이섬유가 풍부해 위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사용하고 남은 가지 꼭지로 차를 우려 마시면 부담 없이 속 편한 한 끼를 마무리할 수 있다.
가지새싹말이 가지(1개)는 길이대로 얇게 썬 뒤, 5분간 찜통에 쪄둔다. 냄비에 당근즙(당근 1개와 물 1/2컵을 넣고 갈아준다), 물(1/2컵), 매실청(3큰술), 간장(1큰술), 소금(1작은술)을 저어가며 끓인다. 한소끔 끓고 나면 불을 약하게 줄인 뒤 녹말물(1:1)과 당근즙(1컵)을 넣어 당근 소스를 완성한다. 쪄낸 가지를 펼쳐 각종 새싹(25g)과 당근 소스를 넣고 롤 형태로 돌돌 말아준다. 앞서 준비한 흑임자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옹심이 된장 미역국 미역(20g)을 먹기 좋게 자른 후 물에 불린다. 감자(1개)를 삶아 껍질을 제거하고 따뜻할 때 으깨준다. 으깬 감자와 찹쌀가루(2큰술)를 반죽해 옹심이를 빚어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헹구어놓는다. 냄비에 들기름(1큰술)을 두르고 미역과 표고버섯(5개)을 볶다가 70% 정도 익었을 즈음 물(1.2ℓ)을 붓는다. 된장(1큰술), 국간장(3큰술)을 넣어 간을 하고 준비한 옹심이를 넣어 완성한다.
연근 양배추 흑임자 무침 연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식초물에 담가 끈적임을 제거한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데친 연근을 팬에 노릇하게 구워 준비한다. 검은깨(2큰술), 통깨(1큰술)를 분쇄한 뒤 마요네즈(3큰술), 레몬즙(1작은술), 유자청(1큰술)을 섞어 소스를 만든다. 양배추를 한입 크기로 썰어 준비한 소스에 버무린다. 완성한 양배추 무침과 연근 구이를 함께 내놓는다.
가지 꼭지차 말리지 않은 가지 꼭지를 바로 졸이듯 끓이면 연한 풀잎색의 차가 완성된다. 물 1ℓ에 가지 꼭지 8개를 넣어 팔팔 끓여준 뒤, 약한 불에 10분 정도 더 우려내 마신다.
여름은 무더워 신체가 상하기 쉬운 계절이다. 누구나 기진맥진해하고 힘들어한다. 선풍기나 에어컨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몸이 허약하면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도 싫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절이다.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힘들다. 고산이나 북쪽의 서늘한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두 달 피서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의 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신체 내부의 환경을 바꿔 열을 식혀야 한다. 여름 무더위는 한의학적으로 습열이라 하는데, 폐가 이 습열을 식혀준다. 그런데 몸이 약해지면 폐가 손상되어 습열을 제거하지 못해 비위와 콩팥 기능까지 떨어진다. 이것이 바로 여름 병증이다.
이번 호에는 무더위를 이기는 맛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무더위를 이기는 맛은 약한 신맛과 약한 짠맛, 그리고 단맛이다. 이미 우리의 음식 문화에는 이런 맛이 여름 먹거리로 녹아들어와 있다.
첫째 약한 신맛은 약간 시큼한 맛이다. 황매실차, 오미자차를 먹어보면 새콤한 맛이 느껴지면서 침이 고인다. 그리고 전신의 피부가 닭살처럼 일어난다. 새콤한 맛은 피부의 땀구멍을 닫아주는 효과가 있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폐의 기운이 부족해 피부의 땀구멍이 열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기운이 떨어지고 밥맛도 없어진다. 새콤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기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중국 명의인 손진인 선생이 “여름철에는 늘 오미자를 복용해 오장의 기운을 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실차는 3년쯤 묵힌 황매실차가 좋다. 갓 담근 매실차는 강하게 시큼한 맛이라 체했을 때 소화제로는 좋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장수 음식으로 꼽히는 흑초도 좋다. 현미식초를 먹어보면 강하게 시큼한 맛이 느껴지다가 끝 맛이 쓴데, 이런 맛은 체한 것을 풀어주지만 여름 보양 음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흑초나 홍초는 약간 시큼하다가 끝 맛이 달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맛이라야 여름 보양 음료라 할 수 있다. 또 당연히 오래 묵힌 것일수록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미자가 들어간 생맥산(生脈散)을 여름 보양 음료로 추천한다. 맥문동 8g, 인삼 4g, 오미자 4g을 물에 달여 여름철에 늘 마시면 좋다고 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보신탕도 약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라 구분할 수 있다. 보신탕에 넣는 부추도 약한 신맛을 낸다.
둘째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이란 처음에는 약간 짭짜름하다가 단맛이 나면서 입에 침이 고이는 맛을 말한다. 찌는 듯이 더운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은 소금을 늘 먹어서 기운이 땀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한다. 약한 짠맛을 먹으면 진액을 끌어당겨 땀이 덜 나가게 한다.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음식점에 가면 보통 고춧가루나 식초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여름에만 특별히 놓이는 양념이 있다. 바로 소금이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주문하면 소금이 따라 나온다. 보신탕, 삼계탕을 주문해도 소금을 준다. 여름철 별미인 우무에도 소금이 들어간다. 뱀장어도 여름에는 소금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운동하고 나서 땀을 많이 흘린 후 마시는 미네랄 음료도 약한 짠맛이다. 약한 짠맛은 흡수가 빠르고 소변을 잘 보게 해 열을 가라앉혀준다.
그런데 어떤 소금을 쓰는가가 중요하다. 정제염이나 갓 만든 천일염은 아니다. 이들 소금은 매우 짜면서 끝 맛이 쓰고 입이 말라 물이 당긴다.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 죽염, 함초 소금은 약간 짜면서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여름에 기운이 없을 때는 생수 1ℓ에 죽염 4g 정도를 녹인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좋다. 기운이 나고 땀도 덜 난다. 너무 싱겁게 먹으면 여름이 힘들고 기운이 없어진다.
셋째 단맛이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 소모가 많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것을 많이 먹는다. ‘동의보감’에서도 “더위는 기를 손상시키니 진기를 보하는 것이 요체다”라고 했다. 더운 동남아와 중동 사람들은 단것을 엄청 많이 먹는다. 수박과 참외, 야자 등 여름철 과일과 열대 과일류는 대부분 달다. 이때의 단맛은 정제 설탕 맛과 다르다. 정제 설탕을 먹으면 달달하다가 입이 텁텁해지면서 물이 당긴다. 초콜릿을 먹어도 달다가 입맛이 쓰면서 물이 당긴다. 이런 맛은 여름 먹거리로 적합하지 않다. 야자즙, 망고 등 천연과일은 달달하면서 입에 침이 고인다. 이런 단맛이라야 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참외나 수박처럼 차가운 과일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더워서 겉으로는 땀이 나지만, 속은 반대로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워도 위장은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면서 배변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현대인은 에어컨 때문에 여름에 오히려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면서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셔야 한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을 쓰면 효과가 있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므로 과도한 성생활이나 음주를 주의해야 한다. 콩팥이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더울 때 갑자기 찬물로 세수를 하면 눈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력이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인체 내부로 갑자기 찬물이 들어가면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멍게비빔밥
멍게는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바다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 재료다. 살이 잘 오른 멍게를 손질해 밥과 비벼 먹으면 어느새 당신도 모르게 멍게의 매력에 빠져 있을지도! 멍게 속의 타우린 성분은 심근경색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재료
멍게 5마리, 마늘 5쪽, 부추 50g, 오이 ½개, 밥 2공기, 무순 약간, 참기름 약간
초고추장: 고추장 ½C(1C: 200㎖, 큰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레몬즙 1T(1T: 20㎖, 큰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다진 마늘1T, 설탕1T, 참기름1T, 생강즙 ½t(1t: 5㎖, 작은 숟가락 1스푼 정도 분량), 매실청 2T, 식초 2T, 올리고당 2T
만드는 법
1 멍게는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비빔밥에 들어갈 야채를 손질한다. 분량의 재료를 잘 섞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3 그릇에 밥을 담고 준비한 채소와 멍게를 위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잘 비벼준다.
양파 피클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피클만 한 음식이 또 있을까. 오이 피클이 지겹다면 오이 대신 양파를 사용해보자. 양파의 퀘세틴이라는 성분은 혈관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 고혈압을 예방해준다.
재료
양파 1개, 적양파 2개
피클 주스: 물 2C, 설탕 1C, 식초 1C, 피클링 스파이스 1T, 소금 2t
만드는 법
1 양파와 적양파를 링 모양으로 얇게 썬다.
2 냄비에 분량의 피클 주스 재료를 넣고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끓인다.
3 깨끗이 소독한 병에 얇게 썬 양파를 넣는다.
4 뜨거운 피클 주스를 병에 붓는다.
5 약 20분간 실온에서 살짝 식힌 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하루 이상 숙성시킨다.
#레시피 #멍게비빔밥 #양파피클
라면에 넣는 스프는 모두 맵다. 매워야 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침엔 오미자차를 마시고 땀이 많이 날 때도 설사를 할 때도 오미자차나 매실차를 마신다. 약한 신맛이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하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허열이 날 때는 약한 짠맛이 들어간 콩국이나 죽염수를 마시면 열이 내려 땀이 덜 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렇듯 맛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이나 후끈한 맛, 짠맛을 오미(5가지 맛)라 한다.
약초는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맛을 머금고 있다. 야산 뽕나무의 오디는 새콤하고 단맛이 진하지만, 재배한 뽕나무의 오디는 맹맹하다. 야산에서 자란 작은 돌배는 시큼하지만, 재배로 키운 배는 그 맛이 싱겁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퉁퉁마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은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염도를 높여 짠맛이 난다. 즉 약초의 오미는 자연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맛인데, 이것이 약효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오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호에서는 오미 중 신맛에 대해 설명하겠다. 신맛에는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이 있다. 강한 신맛은 막힌 것을 뚫어주고 약한 신맛은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한다. 강한 신맛은 끝 맛이 달지 않고 침도 은은하게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식초를 예로부터 고주(苦酒)라 불렀다. 강한 신맛은 목을 마르게 하고 물을 찾게 만든다. 염산이나 황산이 옷에 떨어지면 옷이 녹아버리듯, 음식이나 약초의 강한 신맛도 강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녹여버리고 뚫어버리는 성질을 갖는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보통 매실 엑기스나 산사나무 열매, 식초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것을 먹는다. 또 연탄가스 중독으로 심장과 정신을 연결하는 통로가 막혀 의식을 잃었을 때도 식초나 신 김칫국 등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다. 막힌 것을 뚫어 의식을 찾게 하기 위해서다. 육류나 자장면을 먹을 때 식초가 빠지지 않는 것은 신맛으로 소화를 도우려는 것이다. 몸에 멍울이 만져질 때도 식초를 먹어서 녹인다. 고깃집 메뉴를 봐도 늘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있다. 역시 고기를 소화시키는 강한 신맛의 효과 때문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팥에 강한 신맛이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의 강한 신맛, 약한 신맛은 화학적인 pH와는 다른 개념이다. 강한 신맛은 pH가 낮고, 약한 신맛은 pH가 높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팥은 시큼한 맛이 강하지 않지만 강한 신맛에 해당한다. 현미식초는 강한 신맛인데, 100배 희석해도 강한 신맛이다. 현미식초를 희석하면 강한 신맛의 작용이 약해질 뿐, 절대 약한 신맛으로 변하지 않는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침이 은은하게 나와야 한다. 청매실은 강한 신맛이지만, 오래 묵힌 황매실은 약한 신맛이다. 먹어보면 끝 맛과 입에서 침이 나오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하나의 약재가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의 작용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일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대부분이지만, 약한 신맛이 나는 것도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침이 잘 나오지 않으면 강한 신맛이고, 침이 잘 나오면 약한 신맛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그래서 붕어빵, 찹쌀떡, 호빵 등에 들어간 팥은 밀가루를 먹고 체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뼈와 이가 녹아버릴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보약을 먹을 때 식초를 먹지 말라 조언한다. 청매실, 산사나무 열매, 모과, 석류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뼈와 이가 손상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식초, 탄산음료 등을 많이 마시면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은 대부분 발효시켜 먹는다. 풋과일(매실·살구·석류 등)이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난다. 그러나 발효시키거나 오래 묵히면 강한 신맛의 부작용이 약해져 약한 신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오미자, 산수유, 유자차, 괭이밥, 흑초를 먹으면 약간 시큼한 맛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피부 구멍이 닫힌다. 전신 피부가 긴장하면서 힘이 들어가고 심하면 닭살이 돋기도 한다. 약한 신맛 때문이다. 약한 신맛은 기침, 땀, 설사, 단백뇨, 냉 등 몸의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기운이 떨어져 설사를 하거나 땀이 많이 나면 오미자차나 황매실차, 괭이밥 등을 먹어주면 좋다.
기침에 오미자와 배를 쓰는 것은 약한 신맛으로 기침이 나오는 것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춘곤증에 괭이밥, 돌나물 등 새콤한 봄나물을 먹는 것은 기운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여름에 더위를 먹어 땀을 너무 많이 흘릴 때는 약간 시큼한 과일(오미자, 복숭아, 포도, 묽은 매실)을 먹고 땀과 기운을 수렴한다.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도 약간 시큼한 맛인데 정액이 새나가지 않도록 수렴한다. 전통 식초는 대부분 강한 신맛이지만, 발사믹식초나 흑초, 홍초는 끝 맛이 단 약한 신맛이다. 그래서 이런 식초가 장수에 좋다고 한다. 같은 식초라도 오래 묵히면 끝 맛이 달달해진다. ‘동의보감’에는 “약에 넣을 때는 2~3년 묵은 쌀 식초가 좋은데, 이는 곡기가 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허실 개념이 중요하다. 약한 신맛은 허약한 사람, 허약한 질병에 맞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몸 여기저기가 잘 뭉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더 뭉치게 하기 때문이다. 기침에 좋다는 오미자도 감기 초기에는 좋지 않다. 기침으로 나가야 할 나쁜 것들마저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잘 뭉치는 사람은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대전 유성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오후 늦게 장바구니 하나 들고 가볍게 집을 나섰다. 한 시간 후면 남편 퇴근시간과 얼추 맞아 떨어지니 만날 시간과 장소를 카톡으로 보냈다. 무엇을 살지 작정하진 않았지만 내 눈에 푸성귀 하나가 자꾸 들어왔다. 미나리다. 저녁엔 미나리 전과 막걸리를 식탁에 올려볼까 싶었다. 모처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린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스스로 기특(?)했다. 나는 밭에서 자라는 손가락 한 뼘 길이의 향이 진한 돌미나리를 골랐다. 내 옆에서는 다른 손님이 무장아찌를 비닐에 대여섯 개 정도 담아 값을 흥정하는 중이었다.
“하나 더 줘요. 단골로 오는데.”
“큰 건 안돼, 쩌~기 째깐한 거 하나만 가져가.”
무장아찌를 놓고 두 사람의 오가는 얘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마나 맛있기에 장아찌를 저렇게 많이 살까싶어 손님한테 내가 넌지시 물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입맛 없을 때 괜찮지. 매운 고추 쫑쫑 썰어서 깨소금하구 참기름 살짝 둘러 먹으면 맛있어~.”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무장아찌다. 나는 5천원을 내고 돌미나리 한 봉지와 손바닥만한 무장아찌 한 개를 받았다.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가 돌아서는 내게 당부하듯 말한다.
“장아찌 간이 삼삼한 께 짠기(짠맛)를 따로 빼지 말구, 한 번 씻어서 먹기만 하면 되야.”
미나리와 무장아찌라니. 두 가지 다 먹고 싶어 산 건 아니다. 사 놓고 보니 남편 식성에 맞춰 산 게 되었다. 파장 분위기가 되면서 여기저기 떨이로 내놓는 물건들 값이 반 이상으로 내려간다. 혹시나 무거운 짐을 들었을까 싶어 남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집으로 가면서 저녁엔 미나리전과 막걸리를 먹을 거라고 하니 남편은 그렇잖아도 장에서 미나리를 사고 싶었는데 마누라 번거롭게 할까봐 말을 안했단다.
미나리를 물에 담그니 점점 생기가 돈다. 부침개를 하기엔 양이 너무 많아 반은 데쳐서 새콤달콤 무치기로 한다. 지글지글 부친 미나리전과 막걸리로 입가심을 하는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린다. 술은 딱 한모금만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나. 그 뒤에 오는 맛은 맛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라 술 한모금 뒤에는 물잔으로 술을 대신한다.
데친 미나리를 무치려고 다진 파와 찧은 마늘, 매실청을 넣었다. 주방에 서서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씽크대 선반 문을 열었다. 소금, 설탕, 고춧가루 등 양념통들이 올망졸망 모인 칸에 깨소금이 들어있는 유리병이 보였다. 그 병을 꺼내려면 병 위에 올려놓은 또 다른 병을 치워야 했다. 그 순간 병 하나가 손쓸 새도 없이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치며 뚜껑이 열렸다. 아마 지난번에 뚜껑이 덜 닫힌 것 같았다. 병은 주방 씽크대와 남편이 앉아있는 식탁, 그리고 냉장고를 둥글게 구르며 깨소금이 몽땅 쏟아졌다. 남편이 안 됐다는 듯 말했다.
“병을 층층이 쌓으면 위험하다고 지난번에도 얘기했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때도 치워야지 했다가 그만 잊어버리고 오늘 드디어 사단이 났다. 남편은 막걸리를 먹다 말고, 나는 미나리 초무침을 하다 말고 바닥에 깔린 깨를 쓸고 정리했다. 친정어머니가 국산 참깨 볶은 거라고 따로 챙겨준 건데, 그 깨를 쓰레기통에 넣는 마음이 쓰렸다. 미나리 초무침은 깨소금 없이 식탁에 올렸다.
무장아찌를 잘 씻어 채를 썰었다. 한 개 집어먹으니 오독오독 씹는 맛이 정말 괜찮다. 아주머니 말대로 짜지 않고 삼삼하다. 고추를 쫑쫑 썰어 참기름을 두르고 나니 깨 없는 아쉬움이 더 크다. 남편이 웃으면서 말했다.
“와, 당신 이런 거 별로잖아. 어찌 장아찌가 눈에 들어왔담?”
누가 ‘촌놈’아니랄까봐. 남편은 어릴 때 자주 먹던 장아찌라며 반색했다. 하긴 나도 이제 그 짭짜름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은근한 ‘촌맛’이 좋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막걸리와 미나리전, 거기에 무장아찌가 있는 식탁에서 기분이 업 되면 나오는 남편의 흥얼거림이 집 안으로 번진다. 덩달아 나도 상승되는 기분이다. 깨소금이 가 다 쏟아져 한 톨도 넣지 못했지만 또 다른 깨가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한약을 먹을 때 밀가루 음식을 주의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밀가루 음식을 주의해야 할까? 밀가루 음식은 정말 안 좋은 것일까? 밀가루는 ‘찰지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을 말할 때 글루텐을 자주 언급한다. 그런데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고, 반죽해서 면이나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보리를 이용해 보리빵을 만들고, 밀가루를 이용해 빵·국수·만두·라면을 만들며, 쌀을 이용해 떡을 만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찰지다는 데 있다. 찰지지 않으면 면·떡·빵을 만들 수 없다.
찰진 성질은 피부와 위장을 두텁게 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기름진 것을 먹으면 피부가 촘촘하고 두꺼워져 양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은 속에 열이 생기게 한다”라고 씌어 있다. 이때 기름진 음식은 고기뿐만 아니라 찰진 식재료까지도 포함한다.
이스트 속성 발효, ‘더부룩’의 원인
찰진 음식은 인체의 내부 껍질인 위장 점막을 두텁게 해서 소화기를 튼튼하게 한다. 또 피부와 땀구멍을 틀어막아 땀을 덜 나게 하고 인체 내부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면·떡·빵은 추운 지역이나 겨울철에 적합한 음식이다.
찰진 음식이 피부를 두껍게 하고 몸에 열을 발생시키면 풍선이 부풀듯 덩치도 커진다. 위도가 높은 곳에서 사는 유럽인들은 찰진 음식인 빵을 많이 먹는데 피부가 두텁고 단단하다. 중국의 북부 지역 사람들과 겨울이 몹시 추운 몽골 사람들 역시 밀가루로 만든 면·빵·만두를 많이 먹는다. 밀보다 찰기가 떨어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일본 사람들은 이들에 비해 피부가 얇다. 푸석푸석한 안남미(安南米)를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 사람들은 피부가 더 얇다.
찹쌀·찰기장·밀·보리·메밀 등은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그 지역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식은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법, 그야말로 신토불이다. “메밀묵 사려, 찹쌀떡!” 하는 소리가 겨울철에만 들리는 것은 찰진 음식이 겨울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살펴봐도 떡은 주로 가을과 겨울에 먹는다. 가을 송편, 동지팥죽에 들어간 새알, 설날의 떡국, 두텁떡 등. 그리고 만두와 붕어빵까지 모두 추운 날 자주 먹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이 몸에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밀가루가 위장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을 잘못 먹으면 쉽게 체한다. 특히 이스트로 속성 발효시킨 빵이나 기계식 반죽을 한 면을 먹으면 위가 더부룩하다. 햄버거를 먹으면서 탄산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은 이 때문이다. 탄산음료가 소화를 도와 체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배탈이 났을 때 면·떡·빵을 피하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동의보감’에는 “살찐 사람에게 중풍이 많다. 살이 찌면 피부가 치밀해져 기혈이 막힐 때가 많아서 갑자기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찰진 음식이 피부를 너무 틀어막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중풍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면·떡·빵의 재료가 되는 찰진 곡식들에는 모두 중풍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적당한 신맛은 소화에 도움
아토피는 피부가 호흡을 못하고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그런데 찰진 음식을 먹으면 피부가 더 두꺼워져 증상이 악화된다. 아토피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감기나 열병을 앓을 때 밀가루 음식을 금하는 것도 피부를 틀어막아 체온을 더 올리기 때문이다. 술 먹고 나서 국수를 피하라는 이유도 똑같다. 술독을 땀이나 소변으로 빼야 하는데 국수가 피부를 틀어막아버리니 술독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면·떡·빵은 피하기 힘든 음식이다. 부작용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소화력이 좋은 아이들은 자장면을 좋아하고 소화도 잘 시키지만, 소화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은 자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체하는 것을 막아주려면 흩어줘야 한다. 흩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강한 신맛과 매운맛이다. 중국집에 가면 테이블 위에 식초와 고춧가루가 놓여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초고추장이나 냉면에 넣는 식초와 겨자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강한 신맛은 뭉친 것을 녹여버린다. 그래서 체했을 때 매실 엑기스를 먹으면 위장이 편안해진다. 소화가 안 되는 음식, 즉 육류나 면을 먹을 때 식초로 드레싱해서 먹고 식초를 이용한 소스를 곁들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식초에 절인 단무지도 같은 역할을 한다. 팥도 강한 신맛이 있어 밀가루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떡처럼 뭉친 음식도 잘 풀어준다. 그래서 붕어빵, 찐빵, 송편, 다이야키, 팥칼국수, 동지팥죽, 찹쌀떡 등에 궁합이 잘 맞는 팥이 들어가 있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열이 나고 땀이 난다. 매운맛은 흩는 힘이 좋다. 중국집의 단무지는 생무다. 생무는 맵다. 같이 나오는 양파도 맵다. 밀가루로 만든 라면도 체하기 쉬운 음식이라 라면 스프가 모두 매운맛이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