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건강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지는 무더위의 계절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일 서울 최고기온은 39.6℃로 1907년 기상관측 이후 1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온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름이라 부르는, 평균기온 20℃가 넘는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시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가올 폭염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응급의학과 양희범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양희범 교수는 폭염이 예상되는 여름철에 시니어가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온열질환’을 꼽았다.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하는 증상들이 나타나면 반드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주목하고, 낮 시간대(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의 외출이나 운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폭염으로 인해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온열질환이 의심되므로 바로 그늘로 가서 쉬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응급상황 시 119에 즉각 신고해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시니어 체온조절 기능 쇠약해
인간은 외부 온도 변화에 대응해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고온 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계속할 경우 신체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피부 혈관을 확장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열사병 등의 고온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신장 질환, 심장병,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독거노인 등은 주의가 필요하다.
시니어가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신체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 감소로 땀 배출량이 줄어들어,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고, 대다수가 논밭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햇볕이 가장 강한 낮 시간대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사병과 열사병의 차이는 뭘까
더위로 인한 대표적인 온열질환으로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두 질환을 자칫 혼동하기 쉬운데 일사병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까지 상승하면서 탈수 증상을 동반하는 병이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진 곳을 찾아 쉬어야 한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이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 환경에서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체온 상태가 지속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40℃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근육떨림 등이 나타난다.
이밖에도 손과 발, 발목이 붓는 열 부종이나 땀으로 염분이 빠져나가면서 근육 경련이 발생하는 열 경련, 혈관 확장 등으로 체위성 저혈압이 발생하면서 실신하는 열 실신 등도 더위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여름철 무더위 극복, 신선한 과일과 채소 ‘제격’
여름철 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먹거리로 과일과 채소를 추천한다. 제철 과일과 채소는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손실된 뒤에는 수분과 당분이 많은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등이 좋다. 그러나 평소 위장이 약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다면 여름 과일의 섭취를 적당히 하고,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된 복숭아, 바나나 등을 먹는 것이 좋다.
여름철 채소로는 수분 보충과 이뇨에 효과가 있는 오이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를 추천한다. 냉국이나 무침으로 요리하면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면역 증강과 살균 작용이 있다. 비빔밥 재료 또는 겉절이로 무쳐 섭취하면 좋다.
● TIP #1 여름철 더위 건강하게 이겨내는 법
•낮 시간대(12:00~17:00)의 야외활동이나 작업은 피한다.
•외출 시에는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는다.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한 경우 옷을 벗고,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힌다.
•식사는 가볍게 하고 평소보다 물을 자주 많이 먹는다.
•에어컨, 선풍기 등은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사용한다.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핀다.
● TIP #2 여름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한다면
•시원한 곳으로 옮긴 후 편안히 눕힌다.
•옷을 벗겨 체온을 낮춘다. 이때 일사병 환자는 머리보다 다리를 높게 한다.
•의식이 없거나 위험해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의식이 있다면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며 휴식을 취한다.
•구토 등으로 물을 거부하거나 수분 섭취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 하나, 초록빛 생기를 머금은 자연과 만난다. 둘, 싱그러운 채소를 활용한 음식과 음료를 맛본다. 셋, 건강을 위해 적당한 육체 활동을 즐긴다. 이 모두를 누리려 애써 특별한 곳을 찾을 필요는 없다. 가장 가까운 ‘우리 집 텃밭’이 최적의 피서지가 되어줄 테니까.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야미가든 ‘참 쉬운 베란다 텃밭 가꾸기’ 저자
도심에서 한두 뙈기 땅을 가꾸며 도시농부의 일상을 즐기는 이가 늘었다. 그러나 무더위에 바깥에서 농사와 씨름하다 보면 비지땀을 흘리고 체력은 바닥나기 일쑤다. 그보다는 조금 더 손쉽게 농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농사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작물을 재배하게끔 실내 텃밭 키트나 상자 텃밭 세트 등을 판매한다. 또 일반 화분이 아니더라도 비닐 화분, 봉투 화분 등을 이용하거나 물꽂이 재배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통해 집 안에 텃밭을 들일 수 있다.
우리 집 텃밭이 좋은 이유
❶ 관리가 수월하다 주말농장이나 노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면 벌레뿐만 아니라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를 입을 수 있다. 또 텃밭이 멀면 자주 나가 작물을 돌보기가 어렵다. 우리 집 텃밭은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식물을 돌보고 키울 수 있다.
❷ 건강한 채소를 키워 맛보다 다양한 채소를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싱싱하게 키워 바로바로 수확해 먹을 수 있다. 익지 않은 작물을 미리 따 후숙하는 마트표 채소와 달리 직접 키운 작물들은 크기는 작지만 훨씬 맛과 풍미가 좋다.
❸ 감성 가득, 마음을 힐링하다 초록빛 가득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신비를 느끼면서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더운 여름에도 싱그러운 이파리를 보면 마음이 산뜻해진다. 향긋한 허브를 키우면 아로마 테라피까지 가능하다.
여름 실내 텃밭 이모저모
❶ 6월에 심으면 좋은 야채 6월에 파종할 수 있는 채소는 강낭콩, 쑥갓, 여름상추, 근대, 아욱, 열무 등이다. 다른 채소나 허브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가지 등은 6월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수확한다.
❷ 여름철 텃밭 가꾸기 주의할 점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 너무 건조하거나 장마철 때문에 습해져(고온건조, 고온다습) 병충해가 잘 생기는 편이다. 실내 재배의 경우 항상 바람이 잘 통하도록 창문을 활짝 열어준다.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제충국(벌레 잡는 국화)이나 목초액 등 친환경 해충약을 5~7일에 한 번씩 오전 중에 샤워시키듯 뿌린다.
❸ 텃밭 초보 시니어가 키우기 좋은 식물 새싹채소나 밀싹의 경우,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금방 수확할 수 있어 키우기 편하고 좋다. 특히 새싹채소는 수경 재배도 가능하다.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집 안 어느 곳에 재배 화분을 두어도 괜찮다.
텃밭 레시피 #1 심기만 해도 쑥쑥 ‘밀싹’
재배 Tip 파종시기 1년 내내 재배온도 20~28℃ 발아온도 25℃ 발아기간 2~3일 수확시기 파종 후 7~15일
노화방지, 해독작용,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로 인기가 높은 슈퍼푸드 밀싹은 집 안 어디서든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재배기간도 짧고 금방 수확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밀싹은 단기간 재배하기 때문에 얕은 화분도 괜찮다. 물에 5~6시간 정도 불린 밀 씨앗을 촉촉한 흙 위에 골고루 뿌린 뒤 분무기로 물을 충분히 적신다. 수시로 물을 뿌려 마르지 않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키운다. 파종 후 2~3일이 지나면 흰 뿌리가 생기고, 그 뒤에 초록 싹이 올라온다. 밀싹이 15cm 정도 자라면 밑동을 4~5cm 정도 남기고 가위로 자른다. 남은 밑동에서 밀싹이 자라 한 번 더 수확할 수 있다.
밀싹주스 레시피
수확한 밀싹은 바로 즙을 낸다. 하루 섭취량은 30㎖ 정도가 적당한데, 밀싹즙이 써서 그대로 마시기 어렵다면 채소나 과일을 넣어 주스로 즐기면 좋다.
클렌징 디톡스 밀싹주스 밀싹즙 40㎖+레몬 1개+사과 1개+키위 2개+오이 1/2개+케일 잎 3장
에너지밤 밀싹주스 밀싹즙 40㎖+오렌지 2개+바나나 1개+파인애플슬라이스 4조각+생강슬라이스 2개
텃밭 레시피 #2 골라 키우는 재미가 쏙쏙 ‘상추’
재배 Tip 파종시기 1년 내내 (한여름 제외) 재배온도 15~25℃ 발아온도 15~20℃ 발아기간 3~7일 수확시기 파종 후 50~60일
상추는 흔히 쌈으로 즐기는 꽃상추, 청상추 외에도 로메인상추, 버터상추, 흑치마상추, 라피드상추, 롤로상추 등 종류마다 맛과 식감이 달라 골라 키우는 재미가 있다. 상추 씨앗은 껍질이 두꺼워 1~2일 정도 물에 담갔다 심는다. 화분 1개에 씨앗 30개 이하가 적당하며, 햇빛을 받아야 하므로 너무 깊게 심지 않는다. 싹이 나기 전까지는 수시로 분무기로 물을 뿌려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한다. 빠르면 3~4일 만에 싹이 나는데, 본잎이 4~6장 나온 후에는 어린 상추를 중간중간 뿌리째 뽑아 간격을 넓혀준다. 1차 수확 시엔 바깥 잎부터 따고, 4~6장 정도 잎을 남긴다. 다음 수확을 위해 웃거름을 1~2주에 1회 정도 주고, 꽃대가 올라오기 전까지 수시로 잎을 따 먹는다. 팩 화분을 이용해 재배해도 편리하다.
상추 샐러드 & 마요 덮밥 레시피
상추는 종류마다 맛과 모양은 달라도 키우는 방법은 동일하다. 다양한 상추를 키워 쌈이나 샐러드로 즐겨보자.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좋은 ‘상추 마요 덮밥’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상추 마요 덮밥 밥 위에 잘게 썬 로메인상추(4~5장), 스크램블(달걀 1개), 통조림 참치(3큰술)를 올린다. 기호에 맞게 야키소바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린 뒤 비벼 먹는다.
병아리콩 상추 샐러드 병아리콩(100g)은 반나절 물에 불려 끓는 물에 넣어 20분 정도 삶아 찬물에 헹군다. 상추(8~10장)와 방울토마토(5~7개)는 먹기 좋게 썰어 병아리콩과 볼에 담는다. 드레싱(올리브오일 2큰술, 레몬즙 1큰술, 꿀 1작은술, 후추·소금 약간)을 뿌려 완성한다.
텃밭 레시피 #3 보기만 해도 시원 상큼한 ‘애플민트’
재배 Tip 파종시기 3~6월, 9~10월 재배온도 15~25℃ 발아온도 15~20℃ 발아기간 10~15일 수확시기 꽃피기 전 수시로
향긋한 사과 향이 나는 애플민트는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꺾꽂이(삽목), 물꽂이도 쉬워 화분으로 많이 늘릴 수 있다. 수확한 애플민트는 다양한 여름 음료에도 잘 어울려 활용만점이다.
씨앗 크기가 작아 작은 모종 포트를 이용해 파종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새싹도 작고 느리게 자라지만 점점 성장이 빨라진다. 한여름 장마 전 가지치기를 반드시 하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화분을 둔다. 애플민트는 금세 가지가 풍성해져 수시로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이때 물꽂이를 하면 여름철 실내 인테리어 효과도 낼 수 있다. 튼튼한 가지를 잘라 물에 들어가는 부분의 잎은 뗀다. 유리병에 물을 붓고 가지를 넣어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물을 매일 갈아준다.
애플민트 모히토 레시피
초여름 무성해지는 애플민트로 시원한 모히토 음료를 만들어보자. 일반 모히토는 라임즙만 들어가지만 자몽즙을 더하면 쌉쌀한 맛과 애플민트의 향이 더해져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무알콜 자몽 모히토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라임(3조각)을 넣어준다. 라임즙(30㎖)과 자몽즙(200㎖), 시럽을 약간 넣은 뒤 애플민트(2~3줄기)를 넣고 수저 등으로 살짝 으깬다. 칵테일처럼 즐기고 싶다면 화이트 럼주를 30~40㎖ 추가한다.
입버릇처럼 ‘세월이 빠르다’라는 말을 자주 되뇌다 보니 2018년 무술년(戊戌年)도 역사 속으로 휭하니 사라져버리고 황금돼지해인 기해년(己亥年)을 맞았다. 이쯤해서 동년기자로서 1년여의 시간을 정리해 보려한다.
우선 재작년 동년기자 송년모임에서 나는 ‘독자가 뽑아준 감동상’을 수상했다. 더 좋은 글을 쓰라는 뜻으로 마음속에 새기고 2018년도에는 한 해를 시작했으나 좋은 글이 잘 써지지가 않았다.
열심히 쓴답시고 장고(長考)를 거듭 하다보면 하품이 나오다 목까지 올라오는 게으름 탓에 손을 놓아버리곤 했다. 더구나 작년 여름은 전례 없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릴라 치면 금세 쏟아지는 땀방울로 정신까지 혼미해져 그만두어버리곤 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에는 손 놓고 쉬는 것도 한 방편이라 생각하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와중에 백두산 천지에 여행 계획이 잡혔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세 번째 순서인 백두산 천지와 압록강 두만강을 보러 6월 중순에 출발했다. 동년기자 3명과 함께 동행을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여곡절 끝에 백두산 천지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또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늘연못 천지. 천지의 말간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리도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데, 막상 드러난 고운 얼굴에는 평화가 한가득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감동의 여운이 서서히 가라앉을 무렵 브라보마이라이프에서 동영상 콘테스트 작품을 공모했다. 백두산 천지의 생생하고 그 평화로운 모습과 압록강 두만강을 아우르는 동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장려상을 받았는데 나로서는 최우수상을 받은 것보다도 더욱 기쁘고 의미가 깊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시니어 인생 2막을 응원하는 행사 ‘브라보! 2018 헬스콘서트’가 11월 7일 오후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에 참석하여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글과 함께 동영상을 편집하여 제출했다. 물론 촬영과 편집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술적인 문제는 늘 고민하게 만들었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동년기자로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함께했던 나에게 많은 자성(自省)과 함께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나도 할 수 있어. 하면 돼” 한 해를 보내면서 움츠러들지 않고 충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또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게 되어 감사하다. 그래서 ‘브라보마이라이프’와 함께 했던 2018년 한 해는 나에겐 축복이고 행복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무더위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기온이 갑자기 하강하여 부리나케 옷장을 열고 겨울옷으로 교체작업에 나선다. TV 화면에 비치는 설악산은 온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이 화려하다. 바야흐로 나무들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생의 다운사이징을 준비한다. 꽃이 만발한 청춘의 봄도 화사하지만, 인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의 중후한 미도 그에 못지않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생의 황금기로 언급한 6, 70대가 아마도 단풍에 물든 인생의 가을이 아닐까 한다. 아직 나무숲을 헤매고 있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백세의 눈으로 숲을 관조하는 시각에서 우리의 삶은 이미 단풍이 물드는 초입에 당도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삶이 아름답고 향기로워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비 맞아 누추하고 칙칙한 낙엽이 될까 걱정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름다움은커녕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온통 우울한 얼굴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관계마저 삭막해져 가는 듯하다. 오가는 언어에도 날이 서 있다. 해탈까지는 아니어도 나이 들면서 타인에게 너그러워지는 게 보통인데 편협하고 옹졸한 모습을 보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상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모임에 나가면 서로에 대한 덕담보다는 뒷담화로 모임 이후 감정이 상하곤 한다. 단풍처럼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다운사이징 하는 관계들이 늘어났다. 길지 않은 인생에 무슨 낙을 보려고 억지로 그런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야 하나 싶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풍성한 인간관계를 즐기고 살다가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데 우리네 삶은 그 반대로 단풍 근처에도 못 가보고 칙칙한 낙엽으로 하나둘 사라져 갈 것을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하다. 그러나 어쩌랴. 뾰족한 말의 창에 찔려 피 흘리며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외로워지더라도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이것이 작금의 노년이 겪는 삶의 애환이다.
행복이란 감정의 영역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성이나 의지로 행복하고자 해도 감정으로 느낄 수 없으면 행복이 아니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더라도 행복감의 유통기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큰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감정 환경은 그리 밝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진영 간, 지역 간, 세대 간, 상하 간, 남녀 간에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해 갈가리 찢겨 있고 온라인상의 참람한 댓글들을 보면 거의 인격살인에 다름없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정신 차리고 감정 추스르며 살아가기도 힘겨울 지경이다. 그러니 노년의 환경이라고 정상일 리 없다. 감정피로지수가 높은 사회를 살아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기시미 이치로의 에서처럼 인간관계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니 환경 탓만 하며 불행에 빠지지 말고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질’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엊그제 비가 오는 속에서도 춘천마라톤이 열리는 북한강 변 춘천 가도의 단풍은 선명하게 빛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백세 건강 챙기는 가정용 의료기 백배 활용법’을 연재합니다. 시니어가 흔히 가정에서 쓰는 의료기를 제대로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영상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영상은 네이버TV 브라보 마이 라이프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감수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연 안지현 인천성모병원 간호사
지난겨울의 극심한 추위가 아직 잊히지 않았는데, 올여름엔 무더위가 우리를 괴롭혔다. 심한 추위나 더위는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된다. 체온은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 몸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 때문에 정기적으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건강관리의 가장 기본으로 꼽힌다. 시중에는 다양한 형식의 체온계가 판매되고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컨디션의 급격한 변화를 느끼거나 열감(熱感)을 느낄 때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15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로 체온 측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늘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특히 지속적으로 열감을 느낄 때 체온을 측정하지 않고 서둘러 해열제부터 복용하는 태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감염성 질환 진단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체온을 측정하면 건강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체온계를 통해 나와 가족의 건강을 꾸준하게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01 비접촉식 체온계
피부적외선체온계, 이마체온계라고도 불린다. 피부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측정해 체온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체온계가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도 측정이 되기 때문에 위생적이며, 단체를 대상으로 사용할 때 적합하다. 또 제품 종류에 따라 실내 온도를 측정하는 기능이 포함된 것도 있다. 시중 판매가격은 6만~8만 원 선. 체온이 지나치게 높게 나오거나 낮게 나올 때 혹은 결과가 의심될 때는 여러 번 측정해서 정확한 체온을 가늠하는 것이 좋다. 체온계가 지나치게 차가울 때는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상온에서 30분 정도 놔둔 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또 몸이 젖어 있는 경우에는 물기를 제거한 후 측정해야 한다. 운동이나 목욕 후에 체온을 재면 올바른 측정이 어렵다. 실온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측정 방법
a 센서를 보호하고 있는 뚜껑을 제거한 후 전원을 켠다.
b 작동 중이 확인되면 체온계의 센서 부분을 이마의 중앙에 위치시킨다. 이마와의 거리는 1~3cm를 유지한다.
c 측정 버튼을 누른 후 1초 정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온다.
02 고막형 체온계
귀의 고막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측정해 체온을 알아낸다. 비접촉식 체온계보다 사용자에 따른 측정 편차가 낮다. 귀에 직접 센서 부위를 넣고 측정하기 때문에 위생 관리를 위한 일회용 커버가 필요하다. 시중 판매가격은 3만~5만 원 선.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어 귀가 차가울 경우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체온계가 차가운 곳에 보관됐을 때는 상온에서 30분 정도 놔둔 후 측정한다. 수영이나 목욕 등으로 귀가 젖었을 때, 외이염이나 중이염 등 귓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사용해선 안 된다.
측정 방법
a 센서를 보호하고 있는 뚜껑을 제거한 후 도구를 사용해 일회용 커버를 씌운다.
b 전원을 켜고 센서 부위를 귀에 삽입한다. 이때 귀를 살짝 당겨 귓구멍을 확장하고, 센서와 고막이 마주 볼 수 있도록 한다.
c 1~2초 후 측정 버튼을 누른다.
03 전자식 체온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체온계. 접촉식 센서를 통해 겨드랑이나 혀 밑, 항문 등을 통해 체온을 측정한다. 접촉식 체온계이기 때문에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 측정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단점. 그러나 측정 결과가 다른 체온계에 비해 정확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1만 원 이하의 제품도 있다. 운동 후에는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측정해야 정상적인 체온을 알 수 있다. 물이나 땀으로 겨드랑이가 젖어 있을 때는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측정 방법
a 체온계의 전원을 켠 후 건조된 상태의 겨드랑이 정중앙에 센서 부위를 위치시키고 팔을 내려 체온계를 감싼다. 센서 부위가 팔 뒤로 빠지지 않게 유의한다.
b 시작 버튼을 누른 후 완료 신호음이 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기다린다. 반대쪽 팔로 측정 중인 쪽 어깨를 감싸주면 좋다.
c 완료 신호음이 나면 액정에 표기된 체온을 확인한다.
검정고무신, 아이스께끼, 초가지붕, 푸세식 화장실…. 지금은 까마득한 시절의 우리나라 풍경을 오롯이 기억하는 사람. 1969년 미8군 장병으로 한국을 방문한 스물한 살 청년은 소와 함께 밭을 갈고, 어른을 공경하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나라가 무작정 좋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어떻게 하면 한국에 가서 살 수 있을까 궁리하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40대에 그 소원을 이뤘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는 ‘엉클 밥’으로 불리는,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교 로버트 그라프(Robert Graff·70) 교수의 이야기다.
그라프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주말 나들이객들과 벌초 성묘객들이 몰고 나온 차들로 빼곡했다. 4시간여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쪽으로 들어서자 ‘엉클 밥’ 간판이 걸린 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과 파란색 옷을 입은 2층 건물은 초록 논밭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다. 무더위와 막 헤어지고 온 초가을 바람이 살랑대는 오후였다. 대전에 있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주말에만 강릉에 와 있다는 그는 카페테라스에서 중학생과 마주앉아 있었다.
“우리 동네에 사는 학생인데 제가 올라오는 날 영어를 가르쳐주기로 약속을 했어요. 배운 지 이제 일주일 됐는데 아주 잘하고 있어요. 인터뷰할 때 통역 좀 해보라 할까요?(웃음)”
그가 장난치듯 말하자 학생은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며 쑥스럽게 웃었다. 안 그래도 평창올림픽 때 외국 관광객을 상대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에게 무료로 영어 회화를 가르쳐 신문과 방송에도 소개됐던 그는 여전히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었다.
“2007년도에 아내 고향인 강릉으로 이사 왔어요. 평창올림픽 개최를 2년쯤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시청 공무원이 택시 기사분들께 영어 좀 가르쳐줄 수 있겠냐면서 도움을 요청해왔어요. 강릉 시민으로서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흔쾌히 수락했죠. 터미널이나 역에 내린 외국인들이 처음 상대하는 사람들은 택시 기사예요. 그분들이 강릉의 얼굴인 셈이죠. 그래서 영어로 하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화 교실에서 공부를 시작한 뒤 기사분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동안은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가 안 돼 태울까 말까 망설였는데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Hello, welcome to 강릉!’ 하면서 인사 몇 마디 나눌 정도는 됐다고들 말해요.”
마을 사랑방이 된 ‘엉클 밥’ 카페
영어 회화 교실은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그의 카페에서 열린다. 여러 상황에 대비한 표현들을 배우는 시간이다. 자주 만나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해져서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함께 나눠 먹고 술도 한잔씩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카페를 연 지는 3년 정도 되어갑니다. 2층 집을 짓고 나서 1층을 우리 부부 놀이터로 만들었는데 주변에서 그러지 말고 커피도 한번 팔아보라 해서 시작했어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누구든 편하게 와서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커피가 팔리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카페 창문에 페인트마카로 크게 써놓은 글을 보여준다. ‘It’s not the coffee. It’s the people’. 아침에 일어나 카페에 내려올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기 위해 써놨다는 글이란다. 들여다보니 커피보다는 사.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누구에게나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시절이 있듯 강릉에서의 그의 삶도 그러해 보였다.
‘엉클 밥’은 그의 애칭. 동네 사람들은 그를 ‘밥 아저씨’라 부른다. 카페 이름도 ‘엉클 밥’으로 지은 걸 보면 자신의 애칭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가 대전에서 강의를 마치고 올라오는 주말에는 카페 주차장이 시끌벅적하다. 영어를 배우는 택시 기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엉클 밥 카페는 어느새 동네 사랑방으로 바뀐다.
소가 밭 갈던 풍경이 그립다
젊은 시절, 그의 한국 사랑은 특별했다. 1969년 미8군 장병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이 나라가 마치 오래된 고향처럼 편안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가난한 나라였지만 헐벗고 가난한 모습보다는 아름다운 경치와 순박한 사람들의 얼굴이 더 많이 다가왔다. 특히 마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에서 한없는 평화를 느꼈다.
“농기계가 없어 소와 함께 밭을 갈던 농부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요. 농부는 힘들었겠지만 제게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른이 차에 오르면 자리를 양보하던 젊은이들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예절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한국 문화가 좋았어요. 제가 살던 미국에는 그렇게 깊고 오래된 문화가 없거든요.”
1년간 짧은 사병 생활을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평화봉사단을 통해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정부가 가라 해서 한국에 왔지만 그다음부터는 자발적으로, 제 의지로 왔어요. 더 오래 머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고, 다시 가고 싶었어요. 방법을 고민하다가 평화봉사단을 생각해냈어요. 제대 후 대학교에 있던 평화봉사단을 찾아가 한국에 갈 기회가 있냐고 물었지요.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3개월 후에 그럴 계획이 있다 하더군요. 당장 단원 가입을 했죠.”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전라도 영광, 광주 지역에서 3년여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말은 이때 많이 배웠다. 이제 막 일흔을 넘긴 그는 시간여행을 하듯 20대 시절로 돌아가더니 하숙집 이야기, 맥주 마시러 아이스께끼 파는 가게로 갔던 일, 어니언스·펄 시스터즈·김추자·서유석 등 가수 이름들을 줄줄 꿰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영광읍에서 공무원인 하숙생과 친하게 지냈어요. 가수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을 같이 불렀던 기억도 나네요. 어디서든 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족들이 많았어요. 닮고 싶은 모습이었어요. 물론 불편한 점도 있기는 했죠. 그때는 한국에 가정용 냉장고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아이스께끼 파는 가게로 가야 했어요. 거기는 제법 큰 냉장고가 있었거든요. 푸세식 화장실도 경험했지요. 냄새도 나고 낯설었지요. 그때 새마을운동도 한창이었는데 초가와 기와집이 없어져서 저는 너무 섭섭했어요.”
결혼, 그리고 귀화
그 후로도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MBA 과정을 마치고 은행에서 일하던 그는 휴가 때마다 자비를 들여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을 찾아다니며 한국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운 좋게 1994년 광주은행 IT 보안 업무를 맡아 들어왔다가 삼일회계법인에서 IT 매니지먼트 일을 담당하게 된다. 드디어 그의 바람대로 한국에서 직장을 얻어 살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유학생 소개로 아내를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최화순(66) 씨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게 측은지심이 밀려왔다고 했다. 그 마음이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질지는 당시엔 그녀도 몰랐을 터.
“남편 키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어요. 197cm였거든요. 그렇게나 큰 키에 테가 굵은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를 한번 상상해보세요. 왠지 쓸쓸해 보였어요. 남편은 화가 나도 내색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아주 작은 일에는 엄청 기뻐하고 크게 웃더라고요. 작은 것들을 참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저 사람이 좋았어요.”
이들 부부는 지금도 여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가끔 네 나라, 내 나라 하면서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단다.
“최근 남편이 TV를 보면서 요즘 왜 그렇게 먹는 프로그램이 많은지 모르겠다면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애국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비판하면 은근히 화가 나더군요. ‘하도 가난해서 못 먹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다, 그런 당신네 나라는 뭐가 그리 대단하냐’ 하면서 다툽니다. 제가 거의 일방적으로 떠들지만요.(웃음)”
그라프 교수가 한국말이 유창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도 있다.
“어느 날 몸이 아프다 해서 약국에 가서 소염제를 사 먹으라 했는데 수면제를 받아가지고 온 거예요. 기겁을 했지요. 남편은 분명 소염제라 말했을 거예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약사가 잘못 알아들었던 것 같아요. 그 후로 큰일 나겠다 싶어서 꼭 함께 다녔어요. 지금은 혼자 다녀도 문제없지만요.”
그는 현재 대전에 위치한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교에서 IT 관련 비즈니스 강의를 하고 있다. 강릉에선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이지만 학교에 가면 학생들에게 “여기 놀러 왔냐, 배수의 진을 치고 공부하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2007년 삼일회계법인에서 퇴직한 후 한국인으로 귀화한 그에게 그동안 향수병은 없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이란 심리적 거리의 문제이지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는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마치 오래 떠나 있었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던 그 기분을 강릉에서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사람들은 늘 바쁘고 옷, 백화점, 돈, 물건에 관심이 많은데 강릉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도시에서는 길에서 서로 눈 마주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여기서는 인사도 하고 손도 잡습니다. 오래전 한국의 시골에서 봤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들을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고 돌아왔을 때 한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면 즐겁게 쉬다 가셔요.”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 이것이 엉클 밥, 로버트 그라프 교수가 한국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가 이웃과 만들어내는 공명(共鳴)이 더 멀리 울려 퍼질 것 같다.
지금 전라북도에 닥친 경제적 위기는 위중하고 국가적인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 등의 무거운 사건들은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조업의 위기 외에도 농업 기반 지역이라는 특성상 농업의 사이즈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다른 측면에서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장근 NH농협은행 전북 본부장이 처한 상황은 이처럼 녹록지 않다. 그가 바라보는 농촌에서의 은행의 역할, 그리고 농업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NH농협은행은 기본적으로는 농협은행 주식회사이지만 정체성 면에서 다른 은행들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면이 있다.
“큰 틀에는 농협법의 정신이 있어요. 그 정체성을 지키며 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방식이나 지향점에서 다른 은행들과 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김장근 NH농협은행 전북 본부장은 ‘농협이 왜 돈장사를 하냐’는 말에 “재일동포도 와서 돈장사하고 외국 사람도 와서 돈장사하는데 농민이 만든 곳이 돈장사하는 게 왜 문제냐”며 우스갯소리로 되받아친다고 한다. ‘농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농협’, ‘도민과 고객의 사랑을 받는 농협’을 목표로 은행 영업에서 일등을 목표로 하는 그는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야 농민들이 기뻐한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의 기반에는 지역과 연결되어 우리가 모르는 공익적 사업들을 병행하는 농협의 특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특별한 사명
최근 은행들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업의 극심한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상이 있다. 상당한 양의 거래가 온라인에서 점점 간편하게 이뤄지는 현재, 당장 은행 점포를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화두다.
“여전히 은행 창구에서 일을 보는 사람들을 보면 노약자분들이 제법 많아요. 그래서 지역사회 관점에서 보면 점포가 있는 게 괜찮아요. 그러나 주식회사인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에서 적자가 나면 문제가 되는 거죠.”
김 본부장에 따르면, 전라북도의 한 지역에는 은행 점포가 농협은행 두 군데뿐이라고 한다. 유지비용을 생각한 다른 은행들이 다 빠져나간 결과다.
“지역을 지켜야 합니다. 이익이 덜 나더라도. 은행의 공공성을 생각하면 점포를 무조건 빼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물론 우리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딜레마는 있죠. 그러나 포용적 차원에서 존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지키며 마을공동체로 거듭나는 은행
그러나 은행 창구에 오는 고객들 수가 줄어드는 큰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은 없다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포가 존재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기존 은행 점포 이상의 가치를 갖는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그 방법론으로서 마을 공동체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 금융위원회에서는 은행 점포들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한다고 공고했다. 그런데 농협에서는 발표 열흘 전에 이미 플래카드를 걸고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동사무소 등과 협력하는 등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 본부장은 그런 모습을 설명하며 ‘점포의 재발견’이라며 흡족해했다.
“어떤 은행은 ‘점포를 다 빼도 수요가 늘었더라, 직원들 안 자르고도 할 수 있더라’ 하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 흐름이 분명히 있다는 게 이해는 갑니다. 앞으로 은행이 과거만큼 중요한 시대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죠. 그런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어떻게 운용되어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함께 움직이는 농협
얼마 전 기획재정부에서는 폭염으로 물가가 올라가니 농협의 비축물량을 풀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기재부에서는 왜 농협과 연결해 정책을 운영하는 걸까? 이런 장면이야말로 농협의 특수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할 수 있다.
“선진국은 양질의 의식주가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합니다. 이런 목적을 위해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는 게 농협의 목표입니다. 정부에서 못하는, 농협에서 추진하는 협력 사업들이 많아요.”
누가 뭐라 해도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가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식량 안보의 이슈가 커져 더욱 민감해진 분야다. 따라서 농업은 공립적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도 국가 자금을 들여 농업을 부양하는 이유다.
“농협의 역할은 농업을 보호하고 알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민 숫자는 300만 명쯤 됩니다. 국민 전체에 비교하면 5퍼센트 이내예요. 말하자면 소수의 농민이 대다수 국민을 식량으로 부양하는 셈이죠. 이를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농협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농업가치를 생산하는 주체인 농민을 위한 농협의 중요 역할은 ‘농가소득증대’와 ‘안전한 농축산물 공급’이다. 때문에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 원을 달성하자는 농협의 목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보인다.
시니어의 로망, 귀농·귀촌의 현실
도시인이 귀농해 사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예를 들어 딸기는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가장 높은 농작물 중 하나로 조사됐다. 또 요즘의 논농사는 98%가 자동화해 노동투입 일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쌀농사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이렇게 변화되는 현실은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주는 증거들이다. 또한 최근 취재를 하다 보면 시니어의 로망이 바로 귀농·귀촌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분리되어 있던 문화가 합쳐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본부장도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부분이라 했다.
“귀농·귀촌은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죠. 금방 되지는 않을 거예요. 도시에서 살다 온 분들은 아무래도 고학력자에, 직책이 높은 사람들이었잖아요? 반면 시골에서 살아온 분들은 평생을 농촌에서 살았던 분들이라 이런 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있어요. 얼마 전 이장님이 마을에 일이 있어서 사람들을 모았는데 귀농·귀촌한 분들은 한 명도 안 왔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대해 원래 농촌에 살았던 분들은 ‘그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살면 되고 우리는 그들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지금처럼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외지인이라고만 생각하는 간극을 좁히는 방법이 필요해요.”
현장에서 함께 사는 은행을 꿈꾸다
김 본부장에게 영업 전략을 묻자 ‘현장을 많이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업은 매일 한두 군데 꼭 들른다고.
“돌아다니고 얘기도 들어야 알죠. 폭염이 이렇게 계속되면 소비가 줄어서 기업들이 어려워져요. 직접 애로사항도 듣고 욕도 듣고 그래야죠. 앉아서 영업이 될 리는 없잖아요?”
영업과 함께 병행하는 게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다. 그는 얼마 전 ‘희망나눔집 고쳐주기’ 봉사를 다녀왔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그가 기획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장애인 가구의 낡은 벽지와 장판을 교체해주고 있다.
“장판하고 벽지 갈아준다는 말은 쉬워요. 그분들이 생활 정리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짐을 꺼내다 보면 쓰레기도 많이 나와요. 닦고 정리하고 정리가 끝나 다시 짐들을 들여 넣어주다 보니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어제 간 집은 쓰레기가 1t이나 나왔어요. 그런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게 현실이죠.”
우리나라 농가 평균소득은 호당 3800만 원 정도에 머무른다고 한다. 도시 근로자 소득에 비하면 60% 내외 수준이므로 매우 낮은 편이다. 가치 있는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사는 농업인을 위한 도움, 그것은 그가 말하는 따뜻한 금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해마다 추석 연휴 즈음엔 가을의 정취가 절정으로 무르익는다.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날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때 즐기는 휴식은 더욱 알짜라 하겠다. 고향에도 내려가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저마다 연휴 계획이 있겠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들이라면 호텔 패키지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파크하얏트서울 더라운지 ‘라이츠아웃’ 프로모션
파크하얏트서울 더라운지에서 반짝이는 가을 야경을 감상하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라이츠아웃(Lights Out)’ 프로모션을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매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콜드컷, 치즈플래터와 와인, 맥주 등의 무제한 주류를 즐길 수 있다(가격 1인 6만9000원, 부가세 포함, 봉사료 없음). 호텔 24층에 위치한 더라운지는 전면 유리창을 통해 낮에는 풍부한 자연 채광을, 밤에는 아름다운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을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어줄 무제한 주류로 스파클링, 레드, 화이트 등 종류별 와인과 플래티넘 화이트에일 생맥주가 제공된다. 영동대로와 코엑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연인석은 좌석이 한정돼 있으므로, 둘만의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추석 시즌에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에 고급 육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미트말벡’ 프로모션(10월 7일까지)과 쌀쌀한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스키야키와 사케’ 프로모션(10월 31일까지)도 진행하니 참고하자.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시네마 홀리데이 패키지’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9월 22일부터 10월 8일까지 넉넉히 즐길 수 있는 ‘시네마 홀리데이 패키지’를 내놓았다. 스위트형의 객실 1박 이용권을 비롯해 파크카페 내에서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전, 송편, 식혜 등 명절 음식이 포함된 조식 2인 이용권을 제공한다. 더불어 젠가, 미니 사커 게임, 흔들흔들 해적 등 보드게임 이용(택 1) 혜택으로 아이들과 함께라도 즐겁다. 8만 원 추가 시에는 수 스파 페이셜&보디 60분 트리트먼트 혜택으로 명절로 지친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CGV 영화 티켓 2매’가 증정돼 바빠서 누리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2박 투숙 시 10% 할인, 3박 투숙 시 15%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스튜디오와 1베드룸 아파트먼트 객실이 문으로 연결돼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투숙하는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넥팅 룸 선택도 가능하다. 이 밖에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키즈풀&키즈룸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가격 스튜디오 23만6000원, 1베드룸 아파트먼트 26만6000원, 1베드룸 스위트 28만8000원, 커넥팅 룸 50만8000원, 10% 봉사료 및 10% 세금 별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 ‘스태리 나이트 & 해피투게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추석을 맞아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스태리 나이트(Starry Night)’와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패키지를 선보인다. 스태리 나이트 패키지에는 제주 경관을 품은 호텔 슈페리어 객실 1박과 조식 뷔페 2인, 바다를 바라보며 늦은 저녁까지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실내외 온수풀 이용권이 포함된다. 명절의 피로를 풀어줄 사우나 이용권 2매와 카페 디저트(커피 2잔 및 쿠키 세트)도 제공한다. 2박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별비치 가든과 칵테일 2잔 이용권을, 3박 투숙객에게는 보다 넓고 편안하게 머물도록 스위트 객실 업그레이드 혜택을 준다(가격 23만9000원부터, 세금 및 봉사료 별도). 해피투게더 패키지는 3인 가족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프리미어 트윈 객실 1박과 조식 뷔페 3인, 실내외 수영장 이용권으로 구성된다. 보드게임 ‘모드락’ 1시간 무료 이용과 사우나 3인 이용 혜택도 누릴 수 있다. 2박을 할 경우 해비치만의 노하우로 숙성시킨 흑돼지와 식사 메뉴로 구성된 ‘하노루 디너 세트’를 1회 제공하며, 3박에는 스위트 객실로 업그레이드 가능하다(가격 27만9000원부터, 세금 별도).
“여러분의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응원합니다”
2018 지방선거에서 초박빙의 승부를 보인 지역, 바로 강원도 평창군이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선거에서 현직 군수였던 심재국 후보를 단 24표 차로 이기고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면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에서 태어나 일생을 보낸 평창 토박이인 한왕기 군수는 요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가 그리고 있는 평창의 미래를 미리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왕기 평창군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요즘 바쁘게 움직이며 여론과 행정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림픽 후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서울올림픽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란 재단을 설립해 유산사업을 현재까지 하고 있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산사업에는 신경을 안 썼더군요. 그래서 평창올림픽법을 국회 문체위 상임위원장인 안민석 의원님께 요청했습니다. 이 법에 근거를 두고 평창올림픽에 대한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일관성 있는 올림픽 유산관리와 발굴을 할 예정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유산인 평화를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평화의 시대를 평창이 주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평화특례시 추진과 평화 관련 기관 유치, 세계평화포럼 개최를 실현해간다는 방침이다.
해발고도 700m의 쾌적함
평창군은 평균 해발고도가 700m인 지역이다. 이는 인간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은 고도라는 슬로건으로 ‘HAPPY700’ 브랜드를 론칭하는 계기가 됐다. 브랜드를 선포한 게 1998년이니 벌써 20년 전 일이다. 한 군수는 “이제 평창 하면 HAPPY700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불볕더위에 700고지의 쾌적한 공간을 찾아 평창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었습니다. 지난 8월 5일에 막을 내린 평창더위사냥축제는 지난해보다 1만2000여 명이 더 많은 8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몰렸어요. 지금도 대관령 고원지대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인구, 깊어지는 고민
이처럼 살기 쾌적한 도시로서의 평창의 명성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평창의 설질(雪質)이 좋다는 사실은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공인된 얘기다.
그러나 평창은 휴양도시로서의 딜레마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 외 대부분의 지역들이 앓고 있는 문제, 바로 지역 정착민이 적고,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창군 인구는 7월 말 현재 2만1071세대 4만2808명으로, 지난 1995년 5만 명 붕괴 이후 2005년 4만5033명, 2015년 4만3500명 등 점차 감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은 200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현상인 데드크로스와 타 지역 전출로 확인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창군은 2016년 10월 기술지원과 귀농·귀촌 부서, 2017년 10월 기획감사실 지역인구정책부서 등 전담부서를 신설 후 체계적인 정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귀농·귀촌은 평창으로
한 군수는 평창이 귀농·귀촌에 강점을 가진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평창은 기후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이상적인 온도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평창의 농산물은 특유의 기후 덕분에 식물 세포가 오밀조밀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져 시장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한 시간대 거리라는 점에서 교통의 강점도 있습니다.”
한 군수는 귀농·귀촌 현상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외지인과 평창인의 갈등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외지인이 평창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평창군 귀농·귀촌 페스티벌’을 시행하고 있다.
“무작정 외지인더러 들어오라고만 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습니다. 그래서 귀농·귀촌 페스티벌을 통해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도시민에게 우리 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하고, 귀농·귀촌 선배들을 만나 생생한 정착기를 듣게 해줍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농촌의 삶을 체험해보고 멘토 농가를 연결해 도움을 받게 합니다. 그래야 정착 성공률이 높아지니까요. 이외에도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창업 및 정착 지원, 집수리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휴양도시로서의 강점 극대화
한 군수는 최근 국민적 트렌드인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더욱 강화된 관광휴양도시로서의 강점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올림픽 기간 중 시범운영을 거쳐 현재 본격 운영 중인 ‘HAPPY700 평창시티투어버스’다. 시티투어버스는 코스를 나누어, 올림픽 개최 현장과 시설을 보며 올림픽의 열기와 영광을 느껴보는 올림픽 로드, 평창 지역의 시골장을 돌며 ‘진짜 촌스러움’을 맛볼 수 있는 전통시장 로드, 문화와 축제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페스티벌 로드 등 시기와 테마별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인 평창효석문화제는 9월 1일부터 9일까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이자, 가산 이효석의 고향 평창군 봉평면 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인연, 사랑, 그리고 추억’이라는 주제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추억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넓은 메밀밭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문학과 체험을 아우르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평창백일홍축제는 평창읍 평창강 둔치에서 오는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펼쳐진다. 시원한 평창강을 배경으로 백일홍 천만 송이가 장관을 이루는 낭만적인 축제다. 해마다 꽃밭 한가운데에 있는 포토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평창의 감자, 옥수수, 메밀로 만든 토속 먹거리와 낮과 밤에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문화예술공연도 운치를 더한다고 자랑했다.
농림축산업 고도화의 발판 마련
최근 평창군에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농촌 신활력 플러스 사업’에 선정돼 70억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전국에서 10개 지자체만 선정된 이 사업에서 평창군은 ‘평창 프리미엄 농식품 플랫폼 사업’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는 서울대학교 허철성 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해 ‘평창 프리미엄 농식품 플랫폼 추진단’을 꾸리고, 서울대학교의 기술을 활용해 지역의 우수 특용·약용 작물을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농식품으로 개발한 후, 지역 내 가공업체로 기술 이전, 해외시장 개척 등 산업 고도화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평창은 농림축산업이 경제의 근간입니다. 올해부터 4년 동안 체계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 평창의 우수한 특용·약용작물로 프리미엄급 농식품을 개발·생산하고, 이와 접목한 체험·관광을 통합 마케팅할 것입니다. 농업인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 농촌관광 활성화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향후 서울대학교와 연계한 고령친화식품단지를 조성해, 평창군 농식품 산업 혁신을 앞당기고자 합니다.”
평창의 주산업인 농업·농촌의 소득 안정을 위해 청년농·여성농·고령농을 지원하고 농산물 판로 확보와 가공유통시설 기반 구축, 산림농업 육성 등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한 군수는 농업 예산을 전체 예산의 2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평창에 귀농·귀촌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추고 부족한 농촌 인력을 해결하기 위한 농업인력 지원센터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군 전체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산림을 기반으로 산악관광, 산악스포츠, 산림 복합영농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갖춘 자립적인 농촌기반을 조성해나가는 데 힘써보겠습니다.”
아울러 평화올림픽 개최를 통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 된 평창을 평화의 중심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평창 평화특례시를 추진하고,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의 산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민생 현장을 돌면서 잘살게 해달라는 평창군민들의 희망을 듣고 1%의 가능성이 평창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평화의 시작 평창과 함께, 사람이 행복한 문화관광, 더불어 잘사는 지역경제, 소득이 안정된 농촌, 모두가 행복한 복지 등을 군정 5대 목표로 정한 한왕기 군수는 농촌 가치 살리는 평창건설을 위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평창의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한 달 넘도록 열대야와 40℃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폭염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열사병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매년 여름 이런 더위와 싸워야 한다면 서울 사람,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의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여름마다 이렇게 사람 지치게 하는 원인이 열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캐나다, 미국, 케냐, 호주에 가보면 기온이 40℃라 해도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당연히 열대야도 없다. 습기가 없기 때문이다. 습기는 열기나 한기를 더 잘 전파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여름에 그늘에 들어가도 덥다. 추운 날도 마찬가지다. 습기 많은 계곡을 가면 햇볕 속에 있어도 뼈가 시릴 만큼 춥다.
여름철에 대관령이나 태백 같은 고산으로 피서를 가는 것은 습기가 없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기 때문이다. 습기가 많은 물가에 살면 관절이 약해진다. 습이 몸의 순환을 막아 관절을 붓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습기는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힘들 때 우리는 몸이 마치 물먹은 스펀지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운이 순환되지 않고 정체되어 막히면 몸에 습이 쌓이기 때문이다. 습기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습이 있고, 인체 내부에서 생긴 습이 있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 이슬, 안개 등이 많으면 외부에서 습기가 들어오는데, 다리가 무겁거나 각기병이 생긴다. 이럴 때는 땀으로 습기를 배출해야 하는데, 오래된 습은 소변으로 빼줘야 한다. 날것, 습한 것, 밀가루, 유제품 등을 많이 먹거나 술을 자주 마시면 인체가 습해지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메슥거리며 온몸이 붓는다. 이때는 대소변을 통해 습을 제거해줘야 한다.
몸속의 습기를 제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주거 환경 개선, 음식 조절이 그것이다. 몸이 무거울 때는 대관령이나 태백, 백두대간 등 고산으로 가 쉬면 좋다. 습이 낮은 환경에 있어야 몸속의 습이 빠져나간다. 높은 산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개운한 것은 그 때문이다. 반대로 물가나 호숫가는 피해야 한다. 그러나 바닷가는 얼핏 보면 습기가 많은 것 같지만 소금기를 띤 습이라서 오히려 인체의 습을 제거해준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삼투압 때문에 몸의 수분과 습기가 빠져나간다. 그래서 장수마을이 고산과 바닷가에 많은 것이다. 습이 적어야 장수할 수 있다.
자연에서는 바람이 안개와 습기를 흩어지게 한다. 몸속에서는 향기가 바람의 역할을 하며 습을 없애준다. 술 먹은 다음 날 몸이 무거운 건 술로 인해 습이 몸속에 생겼기 때문이다. 이때는 유자, 모과 등 향이 나는 과일이나 깻잎, 배초향 등 향이 강한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칡꽃, 팥꽃, 국화로 만든 차도 좋다. 귤껍질이나 허브티를 달여 마셔도 도움이 된다. 안개의 나라 영국에서 향기 좋은 커피와 홍차가 발달한 이유에는 이런 맥락이 있다.
중국의 사천 요리는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사천 지방은 왜 매운맛을 즐겨 먹는 것일까? 중국 속담에 “촉나라의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는 말이 있다. 어쩌다 해를 보게 되니 개가 이상해서 짖어댄다는 의미다. 촉나라는 사천 지방에 있던 나라인데, 이 지방은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해를 보기 힘들다. 당연히 습이 많고 이 습을 제거하기 위해 매운맛의 화초(花椒)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한 거라 한다. 동남아 등 습도가 높은 지방에서도 향신료를 즐겨 먹으며 습기를 극복한다. 숙취를 깨기 위해 사람들이 얼큰한 해장국을 많이 먹는 이유도 매운맛이 술로 인해 생긴 습을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덩굴 식물도 몸속의 습기를 잘 뽑아내준다. 술을 마시고 칡즙, 칡차, 수박, 키위, 방울토마토, 포도 등을 먹으면 습 배출에 효과가 있다. 식물의 넓은 잎도 습기를 제거해준다. 연잎밥이나 호박잎밥, 바나나잎밥, 쌈밥은 습기 제거, 특히 여름철 습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몸속에 습기를 쌓이게 하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인공적인 식품은 대부분 습기를 조장한다. 미원 등 인공 조미료를 많이 넣은 음식을 먹으면 갈증이 나고 다음 날 몸이 찌뿌둥하고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음식, 정제 음식, 탄산음료, 튀긴 음식 등도 습을 조장한다. 또 음식이 아닌 에어컨이나 온풍기, 인공적인 빛과 소리도 몸속에 습을 조장해 몸을 무겁게 하고 머리도 띵 하게 만든다.
방 안에 숯을 갖다 두면 습 제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음식은 담백한 것 위주로 먹고 먹을 때는 10번 이상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을 너무 싱겁게 먹으면 습이 쌓이고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몸이 붓는다. 적절히 죽염으로 간을 해서 먹어야 습이 제거된다. 미역국, 다시마, 퉁퉁마디 등 해조류나 염생식물의 약한 짠맛은 습 제거에 좋다. 여름에 콩국수나 우뭇가사리를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붕어, 잉어, 미꾸라지, 게, 조개류 등 연못이나 갯벌에서 사는 생물들도 습 제거에 도움을 준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