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례없는 슈퍼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 자치구들이 노년층의 건강 및 안전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집콕’ 생활자가 늘어남과 더불어 올 여름은 특히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된다.
이에 서초구는 27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 1125명에게 ‘여름용 마스크 키트’(덴탈 20매, KF94 2매)와 쿨베개, 쿨토시, 쿨스카프세트, 쿨내의 등 ‘맞춤형 냉방용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폭염특보 발효 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생활지원사 교육을 실시하고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한다. 사물인터넷(IoT)기기 286대를 활용해 어르신 댁의 온도, 습도, 움직임 등 생활데이터를 감지하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 대해 생활지원사가 전화나 방문 등의 방법으로 안전을 매일 확인하며 건강수칙과 온열질환 예방법을 문자로 발송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어르신들이 폭염에 특히 취약한 만큼 효도하는 마음으로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노년층을 비롯한 취약계층 가구에 에어컨 184대를 지원한다고 25일 밝혔다.
대상 가구는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비롯해 조손·한부모·소년소녀·장애인 등이다. 앞서 종로구는 주민센터 추천으로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다음달 중순까지 설치를 완료할 방침이다. 소요비용 절반은 구민 성금과 기업체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IoT 기술을 활용해 홀몸어르신에 건강관리 서비스도 도입한다. 온도, 습도,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장비를 설치해 상시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에는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한다. 어르신들이 폭염에 쉴 수 있는 무더위심터도 68개소 확대한다.
영등포구는 기초생활수급자·홀몸어르신 등 안전취약가구를 전기·가스 안전사고 및 화재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안전점검 및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영등포구는 오는 10월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안전취약가구를 중심으로 600여 가구에 대한 안전점검 및 정비에 착수한다. 화재경보기 등 화재예방 장비를 지원하고 노후화된 전기·가스설비를 집중적으로 정비해 화재에 취약한 노후 주거시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안전에 취약한 주거 밀집지역 등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취약가구에 대한 정비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안전을 지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느닷없이 맥주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좀 싱거운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술꾼치고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나 싶어서죠. 애주가 중에서도 위스키나 소주 같은 독주나 와인 등 다른 술은 좋아하면서 딱히 맥주는 즐기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요. 아닌 게 아니라, 술의 청탁을 그리 가리지 않는 저도 한때 맥주를 멀리했는데 해외에서는 와인에 빠져 있을 때 그랬고 국내에서는 맥주가 맛이 없을 때 그랬었죠.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밤 칵테일, 코리안 칵테일)나 소맥(소주 칵테일, 심플, 오로라, 레인보, 선라이즈 등등)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맥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지만 그건 맥주가 좋아서 마시는 것과는 다른 거죠. 맛나게 잘 만든 칵테일이라면 몰라도 소주 칵테일은 되도록 멀리합니다.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올리는 장점은 있지만 술맛으로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기 때문이죠.
무더위에 시달리는 여름철이나 운동 또는 일로 땀을 많이 흘린 후, 마실거리로 맥주만큼 당기는 술은 없을 거예요. 전통주인 막걸리도 좋지만 아무 때고 막걸리를 마시자고 할 수는 없죠. 빈대떡 등 부침류나, 도토리묵 같은 무침류, 그도 아니면 김치 몇 조각이라도 앞에 놓여 있어야 막걸리를 마실 기분이 납니다. 매콤하거나 걸쭉한 전통 먹거리와 어울리는 게 시큼털털한 막걸리가 아닐까요? 그렇다고 외래주인 맥주가 걸쭉한 안주나 한식차림에 맞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이 ‘맞다’, ‘안 맞다’를 잘라서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선택할 안주가 많다면 술 먼저 정하고 안주를 고르는 것이 애주가들에게는 더 익숙하겠지요.
음식과의 어울림을 따지는 데는 와인이 맥주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하겠습니다. 술과 음식의 조화(매칭, matching)를 진지하게 따지는 프랑스인들이 그런 매칭(Vins et Mets)의 전통을 만들어왔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맥주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많아 어떤 맥주에 어떤 안주가 어울린다는 설명이 더 많이 눈에 띕니다. 미식가나 애주가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만 고객의 눈을 끌기 위한 판매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건 제가 아직 진정한 맥주 마니아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술과 안주의 매칭은 많이 마셔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 아닐까요(술꾼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리오!).
지금, 맥주전쟁이 한창입니다. 대형마트에 가보면 새로운 우리 맥주 브랜드에 온갖 수입 맥주들이 가세해 진열대가 현란할 정도입니다. 눈이 즐거울 소비자들에게 맥주의 매력을 한껏 높이는 동시에 맥주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볼 수 있게도 해줍니다. 근래 ‘테라(Terra)’라는 국산 브랜드가 나와 엄청난 속도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7월 기준으로 출시 3개월 만에 1억 병이 나갔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는 클라우드(Kloud)가 나와 한동안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했지요. 이런 판에 수입 맥주들이 자유롭게 들어오고 있으니 가히 ‘맥주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라 하겠습니다.
다른 전쟁과 마찬가지로 맥주전쟁도 이따금 정치·외교의 바람을 타게 돼 있죠. 전장(戰場)을 들여다보면, 현해탄의 파고가 이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지금의 맥주시장이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지요. 수입 맥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일본 맥주가 전달에 비해 45%나 떨어진 것입니다. 그새 맥주 강국 벨기에가 1위를 차지하고 미국 맥주가 2위를 가져갔다고 합니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 맥주 애호가들이 다른 브랜드로 옮겨갔다지만 열혈팬들은 여전히 27%의 점유율을 지켜주고 있다네요. 현해탄의 파고가 다시 낮아지면 옛 팬들이 되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가 없는 상황이죠. 맥주 브랜드의 다양한 입맛에 길들여지면 다시 바꾸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군요.
벨기에 맥주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라거(lager)와는 다른 에일(ale) 맥주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데도 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맥주 기호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에일을 주로 하는 수제맥주(craft beer)에 대한 기호도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점유율은 아직 전체 5조 원 시장의 1.3%에 불과하다지요. 연평균 40%의 그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합니다. 오래전 영국에 체류할 때 펍(pub)에 가서 맥주 달라고 하면 그냥 에일을 가져왔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캠퍼스에도 맥주 카운터 같은 게 있는데 머그나 파인트에 받아와 잔디에 비스듬히 누워서 즐겨 마시던 불그스름한 에일의 추억이 생생하네요. 그래서 지금도 에일 맥주를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수제맥주는 브루어리(brewery), 즉 양조장과 판매장이 한곳에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형 양조장이 거느리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웬만한 큰 도시에는 길에 수제맥주 간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까요. 길에 나가서 수제맥주집이 안 보이면 큰 식당이나 골프클럽 같은 데로 들어가 신선한 생맥주(draft beer)를 시켜 마실 수도 있지요. 생맥주는 병이나 캔이 아닌 캐스크(cask)에서 직접 받아내므로 양조 과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사치(?)가 있지요. 게다가 “맥주는 글라스 안에서 성장해야 한다(Bier muss im Glas wachsen)”는 말도 있으니 기포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맥주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세계 맥주시장이 워낙 커서 우리나라 맥주의 점유율을 따져본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빠르게 질이 향상되고 있다지만 대동강 맥주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던 우리 맥주를 생각하면 수출이 되기나 할까 싶군요.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랍니다. 우리나라 맥주 수출은 2010년부터 소주를 제치고 주류 수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20만 톤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판매액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는데 해외에서 우리나라 맥주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주로 향수에 젖은 동포들과 케이 컬처를 업고 늘어나는 한식당들이 아닐까 싶네요. 맥아(麥芽)나 홉(hop) 등 맥주 원재료에서 취약하긴 해도 머지않아 우리의 제조기술이 올라 훨씬 맛 좋은 맥주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해야겠죠.
맥주는 거의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습니다. 기원전 2500여 년쯤 이집트 피라미드 공사 인부들이 맥주를 마시던 당시의 유적이 발견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렇다고 이집트가 맥주 제조의 시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곡물이 비에 젖어 자연발효가 이루어지는 순간 맥주가 탄생했다고 본다면 농경시대에 들어 세계 곳곳에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소설을 통해 보면 중세 유럽에서는 물 대신 에일 맥주를 늘 비치해놓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에일은 발효 온도가 높은 효모를 사용함으로써 윗부분[上面]에서 발효가 되도록 한 것이고 라거는 발효 온도가 낮은 효모를 사용해 아랫부분[下面]에서 발효가 되도록 한 차이가 있지요. 바로 그런 이유로 에일과 라거는 향미나 목넘김이 상당히 다르다 하겠습니다.
1561년에 독일 바이에른의 빌헬름 4세는 ‘맥주순수령(German Beer Purity Law, 麥酒純粹令)’을 공포했는데 맥주는 물, 홉, 보리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다른 원료가 들어간 맥주에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바람에 밀맥주 제조는 면세 지역인 수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지요. 빌헬름 4세를 취향 면에서 맥주 정통파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법령으로 인해 독일이 유럽 내 맥주 제조의 주도권을 쥐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지금도 어떤 독일 맥주 브랜드는 이 영(令)에 따라 주조했음을 밝히고 있죠).
독일과 경쟁이 될 만한 체코의 맥주가 뜨기 시작한 것은, 1842년 플젠(Plzen)에서 제조된 황금색의 필스너 라거가 나오면서입니다. 당시 새로이 등장한 투명 유리잔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장을 휩쓸다가 독일로 역수출된 것이 필스너인데 대표 브랜드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은 원조 필스너란 뜻으로 체코의 자존심을 지키는 한 축이죠. 맥주의 본방을 독일로 치더라도 맥주 강국이 의외로 체코라는 사실이 흥미롭군요. 체코의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43ℓ로 24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고 하네요. 체코 다음은 오스트리아(106ℓ), 독일(104.2ℓ), 미국(74.8ℓ)의 순이고요.
스텔라 아르투아, 벨기에産
맥주에 대한 취향은 계속 변하는 걸까요? 사람마다 기본적인 취향이 있다고 해도 여러 가지 브랜드를 접하다 보면 기왕의 취향과 다른 맥주들을 찾게 되지요. 언젠가 브뤼셀에 들렀을 때 미술관 옆 큰 광장에서 친구와 함께 마시던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생맥주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그 양조장이 1366년에 세워졌다 하니 연도만으로도 애호가들의 갈망을 채워주기에 족하다고 하겠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스텔라 아르투아를 멀리할 수 없답니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Positano)에서 옥빛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마시던 페로니(Peroni)의 완벽한 블론드 빛깔과 가뿐한 그 맛에 매혹되어 요즘도 이태원의 유명 피자집에 가면 찾아서 마신답니다. 마드리드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어느 광장에 헤밍웨이가 자주 찾았다는 맥줏집(Cervezaria)이 있는데 굳이 그 집을 찾아 헤밍웨이가 와서 앉곤 했다는, 창가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에스트레야(Estrella) 생맥주를 주문해 마셔보기도 했죠.
에스트레야, 스페인 바르셀로나産
지금까지 유럽 맥주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유럽 밖의 맥주에 대해서도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수입량 2위를 자랑하는 미국산 맥주 브랜드도 다양합니다. 버드와이저를 비롯해 밀러, 쿠어스 등. 미국 하면 무엇보다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떠오르죠. 오래전 뉴욕의 시(Shea) 스타디움에서 메츠와 양키스 게임을 보러 갔을 때 남들 하는 대로 종이컵에 든 버드와이저 생맥주를 사 마셨는데 솔직히 맛있다는 인상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 후 미국 맥주 하면 도매금으로 ‘별로’라는 판정을 내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광고 노래가 좋아서 한동안 미켈롭(Michelob)이란 브랜드를 즐겨 마신 적도 있습니다. 100만 달러짜리 목소리를 타고 멋진 블론드의 여인이 춤추듯 걸어가는 장면이라 아마도 거기에 정신을 빼앗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라거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보리와 홉의 사용량을 줄이고 옥수수나 쌀 등을 섞어 단가를 낮추면서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간 것도 미국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겠죠. 저는 맥주의 ‘아메리칸 스탠다드’는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 않지만 위스키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보리가 아닌 다른 재료들을 써서 버본이나 테네시 위스키 등으로 변화를 이뤄낸 것은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국 중의 대국인 중국의 칭따오(Tsingtao, 청도) 맥주를 잠시 언급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불공정한 일이겠죠. 사실 중국 식당에서는 칭따오 외에 다른 맥주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죠. 칭따오가 언제부터 유명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영국의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 요릿집에서 드러나게 눈에 띄는 맥주가 칭따오 아니겠습니까. 칭따오 맥주는 세계 어느 곳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중화요리에 얹혀서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칭따오 맥주는 19세기 말 삼국간섭(三國干涉)으로 독일의 지배를 받게 된 산둥반도에서 독일 기술자들이 맥주공장을 지어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의 높은 기술 전승 혜택으로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누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맥주 원료는 물, 맥아, 홉 그리고 효모인데 무엇보다 우선 물이 좋아야 좋은 맥주가 나오겠지요. 아무리 물이 좋아도 좋은 맥아가 없고 좋은 홉이 나지 않는다면 훌륭한 맥주를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홉은 덩굴식물의 꽃인데 종류에 따라 레몬이나 포도, 솔잎, 재스민 같은 다양한 아로마를 가미해주죠. 말하자면 맥주의 향신료라고 할 수 있는데 홉이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좋은 물은 정제해서 만들 수도 있다지만 좋은 맥아나 홉은 수입해 와야 합니다. 그러니 제조 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데 원가절감을 하다 보면 맛 좋은 맥주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죠. 아무튼 우리 스스로 근사한 맥주를 만들 때까지 다양한 수입 맥주가 들어와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채워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정달호 전 이집트 대사관 대사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줄곧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파나마, 이집트 대사를 지냈다. 은퇴 후 제주에 일자리를 얻는 바람에 저절로 귀촌을 하게 되었다. 현재 제주도 국제교류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한라산 자락의 텃밭과 꽃나무들을 가꾸는 등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노란빛은 늦가을이고 산국은 향기였다
산을 오를 때면 한 송이 따 맡는 향기
세상은 바뀌어가도 변치 않는 진한 향기
이상범, ‘샛노란 향기 - 산국에게’
뒷동산을 지키는 건 등 굽은 소나무뿐만이 아닙니다. 무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초가을부터, 무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도, 그리고 눈이 부시게 하얀 첫눈이 오는 초겨울까지도 노란 꽃잎을 잔뜩 매달고 선 산국은 아마도 소나무 못지않게 고향 뒷산을 소리 없이 지키는, 또 하나의 파수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갈수록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인적이 끊겨가는, 그리하여 사람의 온기가 사라져가는 삭막한 뒷동산을 넉넉하고 사랑 가득한 어머니의 품처럼 가꿔주는 게 바로 산국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에 피는 국화과 식물의 하나라는 정도의 뜻을 담은 산국(山菊). 가을에 피는 국화과의 야생화들을 통칭해 부르는 보통명사인 들국화와 달리, 산국은 키 1~1.5m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을 일컫는 고유명사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시베리아에도 분포합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 진달래처럼 우리 산하 방방곡곡에서 노랗게 피건만, 놀랍게도 그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꽤 긴 기간 개체 수도 풍부하게 피지만, 많은 이가 눈앞에 펼쳐진 꽃밭을 보고도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합니다. 식물학자나 야생화 동호인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들국화란 이름의 식물이 실제로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산국이니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등을 구분해 낱낱이 불러주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냐는 고루한 주장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인이 주목했듯, 산국의 진짜 매력은 우리의 눈을 선뜻 사로잡는 황금색 꽃잎보다는, 그 어떤 허브 향보다도 진한 향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온몸을 감싸는 자연의 향, 폐부를 찌를 듯 파고드는 알싸한 산국 향이 한 줄기 바람에 실려와 코끝을 스치기라도 할라치면, 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이처럼 꽃의 향이 매우 진해 꽃잎은 국화차 원료로 쓰입니다. 물론 독성을 빼는 과정을 거치지요. ‘국화 베개’에 쓰이는 베갯속도 바로 산국의 꽃잎을 말린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피는 감국(甘菊)은 바로 산국과 쌍둥이 같은 야생화입니다. 노란색 꽃색도 같고 꽃 모양도, 전초도 비슷해 전문가들도 헷갈리곤 합니다. 손쉽게 꽃 크기가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면 감국, 그보다 작은 100원·50원짜리이면 산국으로 구분합니다. 감국은 주로 바닷가 인근 산과 들에 피고, 전체적인 꽃 형태가 성글고 꽃잎이 깁니다. 물론 성질도 다릅니다. 쓴맛이 강한 산국보다 단맛 나는 감국이 차의 원료로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Where is it?
제주도에서부터 서해 5도, 강원도 철원과 설악산 등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자생한다. 그중 한강과 임진강, 강화도를 거쳐 서해로 이어지는 거대한 물줄기를 굽어보며 한가득 핀 김포 문수산 정상의 산국이 사진 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주시 건천읍 오봉산 정상 주사암 주변에 뿌리 내린 산국도 오래된 절집의 분위기와 어울려 운치 있다. 내륙 북쪽 지장산 석대암, 남쪽 경남 합천군의 오도산 정상, 그리고 서쪽 안면도의 꽃지 해변, 철원 한탄강가 등 이름난 산과 바닷가, 강변 모두가 초가을에서 겨울까지 산국꽃 더미로 노랗게 물든다. 이름은 산에서 피는 국화[山菊]이지만, 실제로는 높은 산은 물론 야트막한 언덕이나 들녘 어디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다.
촛불 하나
켜 놓고
바라본다
너의 모습이
보일 때까지
- 용혜원의 ‘고독’
찬바람이 불어 마음이 허(虛)하거든 주저 없이 산에 들 일입니다. 그곳에 가면 당신만큼 고독한 꽃 한 송이 기도하듯 명상에 잠겨 있을 것입니다. 가을밤 호젓한 산사에 밝혀놓은 촛불인 양 저 홀로 핀 꽃 한 송이 당신을 반길 것입니다. 폭염이 한결 누그러진 9월 초, 여름내 깡말랐던 숲은 생기가 넘칩니다. 지난여름의 무더위와 장마쯤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여기 불쑥 저기 불쑥 돋아나 가부좌 틀듯 앉은 애기앉은부채가 찾는 이를 반깁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눈이 밝고 기억력이 좋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애독자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야생화인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겁니다. 맞습니다. 2년 반 전인 2017년 3월 아주 흡사한 모습의 야생화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접두어 ‘애기’란 두 글자만 뺀 앉은부채였습니다. 물론 생김새는 아주 비슷하지만, 크기나 개화 시기 등 생태는 크게 다릅니다. 우선 꽃대의 길이가 앉은부채는 10~20cm로 어른 주먹만 하지만, 애기앉은부채는 1cm로 10분의 1 정도로 작습니다. 특히 꽃 피는 때가 크게 달라 애기앉은부채는 7~9월 여름이지만, 앉은부채는 2~3월 초봄입니다. 또 봄에 나온 잎이 7월이면 녹아 사라지고 그 뒤 엄지손톱만 한 꽃을 피우는 애기앉은부채와는 정반대로, 앉은부채는 꽃이 핀 뒤 잎이 무성하게 납니다. 하지만 부처의 후광(後光)을 닮아 불염포(佛焰苞)라고 불리는 꽃 덮개가 타원형을 그리며, 그 정중앙에 도깨비방망이 같은 육수(肉穗)꽃차례가 가부좌를 튼 듯한 모습은 매한가지입니다.
둥근 광배(光背)까지 갖춘 게 불상의 머리 형태와 흡사하니, 누구나 ‘애기앉은부채’란 이름을 ‘애기앉은부처’로 잘못 알아듣기 십상입니다. 도깨비방망이가 바로 수십 개의 꽃이 빙 둘러 핀 꽃 덩어리인데,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조각조각이 4장의 꽃잎과 4개의 수술, 1개의 암술을 갖춘 각각의 꽃입니다. 생김새만큼 꽃색도 독특합니다. 꽃 덮개인 불염포가 대개는 짙은 자갈색이지만, 경우에 따라 녹색부터 미색 또는 짙은 홍색, 선홍색, 심지어 연분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그야말로 색색의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영어 이름은 이스트 아시안 스컹크 캐비지(East Asian Skunk Cabbage)인데, 이는 잎이 배추처럼 무성하고 넓은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또 ‘스컹크’란 단어가 들어간 데서 알 수 있듯 꽃에서 고기 썩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로 곤충이나 육식성 동물들을 불러 모아 꽃가루받이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강원도 이북의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고만 돼 있는데, 설악산과 대관령, 점봉산, 오대산, 태백산 등 강원 지역뿐 아니라 최근 울산, 경남, 전북 등 중부 이남의 숲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다. 이 중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과 전북 순창의 쌍치(雙峙), 울산의 울산하늘공원 등이 야생화 동호인이 많이 찾는 자생지로 유명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일상의 소소한 물체나 풍광에서 독특한 형상을 찾아 사진으로 남기기를 즐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일반적 사진 개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게 내 브랜드가 되어 사진 취미를 싫증 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8월 초순 찜통더위를 피하려 소리산(小理山, 479m, 경기도 양평군) 계곡 나들이를 하였다. 카메라는 무거워도 빠뜨리지 않는 필수품. 높은 산은 아니었으나 무더위로 정상 오르기를 포기한 채 계곡의 물가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았다. 잠시 뒤 눈에 들어오는 장면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걸쳐 쓰러진 마른 나무 둥치와 나뭇가지가 마치 물을 마시는 동물 형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시각과 촬영 위치를 달리해가며 살폈다. 그래 그 모습이구먼~ 앞다리를 쭉 뻗은 채 목을 내밀고 물 마시는 사슴 형상과 비슷했다. 다시 보아도 그렇다. 목이 길어 슬픈 사슴. 뿔 잘린 흔적, 까만 눈(目), 물을 마시는 주둥이도 뚜렷하다. 게다가 옆으로 휘어진 나뭇가지 또한, 아래로 쏠리는 몸무게를 받쳐주듯 땅을 짚고 있는 오른쪽 앞다리를 연상하게 했다. “물 마시는 사슴”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몰입이다. 소소한 물체에서 사슴을 닮은 형상의 사진 한 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복사가 아니라 A를 B로 보는 시선과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예술의 한 분야다. 취미도 재미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일상에서 남다른 사진을 만드는 일도 사진 취미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푹푹 찌는 여름에는 바람이 그리워진다. 선풍기 바람, 에어컨 바람, 강바람, 바닷바람, 들바람 등등 바람 종류도 많다. ‘동의보감’이 물을 33가지로 구분했듯 바람도 위치, 세기에 따라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다.
강바람, 바닷바람은 먼 곳에서 불어오며 몸속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방이 뚫린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람을 맞으면 오장육부를 씻어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상의 스트레스로 꽉 막힌 기운도 풀어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마음이 괴로울 때면 “바람이나 쐬러 가자”는 말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숲속 바람에는 음이온이 있다
숲속에서 맞는 바람은 나무를 통과하며 불어와 산림욕 효과를 낸다. 한여름 숲속에서 바람을 쐬면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숲속에 음이온이 많기 때문이다. 건조함은 적셔주고 습기는 제거해준다. 땀이 금세 마르고 시원해지면서 마음의 안정도 되찾는다. 호흡도 깊어진다.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는 심호흡이 어렵지만 숲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폐가 좋은 공기를 알고 많이 들이마시려 하기 때문이다. 깊은 호흡은 횡격막의 상하 운동을 잘되게 해주고 위장관의 연동운동을 도와 소화력과 식욕을 높여준다. 심호흡을 하려면 큰 나무가 많은 숲, 오래된 나무로 울창한 숲을 찾아가면 좋다. 옛날에는 한여름이 되면 어르신들이 느티나무 그늘에 아래 앉아 무더위를 피했다. 이런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닷바람에는 염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염분 때문에 바닷가 근처 나무들이 말라죽기도 한다. 염분을 머금은 바닷바람, 즉 해풍을 맞으면 피부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탱탱해진다. 노폐물은 빠져나간다. 기관지의 가래가 제거되고 폐 기능이 살아난다. 폐 질환 환자들이 바닷가를 휴양지로 많이 찾는 이유다. 바닷가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폐가 좋고 목청도 좋다. 피부는 붉은 편이다. 강한 자외선, 염분을 띤 해풍 때문이다. 너무 급작스럽게 오래 바닷바람을 쐬면 피부가 따끔거리고 심하면 손상된 피부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에어컨 켠 채 잠들면 냉방병 위험
도시에서는 흙을 보기가 힘들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밖에 안 보인다. 숨을 쉬어야 할 땅이 그러지 못해 습기를 머금게 되고 이 습기가 햇볕과 결합하면 온도가 더 높게 느껴진다. 아스팔트가 달궈지면 그 열기로 사물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흙에서는 이런 현상이 안 나타난다. 도시에서는 바람이 불어도 습열이 가득해 시원하지 않다. 게다가 한여름의 열기는 건물 곳곳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습열과 섞여 무더운 바람으로 변한다. 습열은 흙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때문에 빠져들어갈 공간을 찾지 못하고 갇혀버린다. 도시의 여름 바람이 습하고 무더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건물 내부는 온통 에어컨 바람이다. 이 바람은 자연의 바람이 아니고 인공적인 바람이라 몸이 긴장한다. 즉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눈과 입, 피부가 건조해지고 근육도 긴장해 소화가 잘 안 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에어컨 켜는 것을 싫어한다. 더위 속에 있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 더 힘들기 때문이다. 에어컨 냉방병으로 한의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습이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기운이 떨어지거나, 찬 기운에 몸이 상할 때 냉방병이 찾아온다. 이럴 때는 대부분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으로 치료한다.
냉방병은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깜빡 잠이 들었을 때 잘 걸린다. 또 몸이 땀에 젖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에어컨을 켤 때도 감기에 걸리기 쉽다. 여름에는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 정수기 물이 아니라 상온의 생수가 좋다. 또 죽염 등 좋은 소금을 충분히 먹어야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한국 근대미술이 한 곳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2시간마다 해설도 있다.
전시회 이름은 이태준의 소설 ‘꽃나무는 심어 놓고’에서 차용해 왔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0명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좋은 기회다. 김환기, 김기창, 권옥연, 박수근, 이대원,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몇 작품을 소개한다.
이중섭의 “물고기와 노는 두 어린이‘는 1953~54년 종이에 유화로 그린 그림으로 한국전쟁 이후 가족을 일본에 보내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그림이다.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 작품이다. 2018년 홍콩 경매에서 ‘붉은 점화’는 85억원으로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의 경매가 이루어졌다. 김환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천경자 화백의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이다. 힘들었던 22세 때를 회상하며 1977년에 그린 작가의 자화상이다. 천경자의 데뷔작 ‘생태’도 전시되어 있다.
박수근의 ‘두 여인’은 1960년대 한국전쟁 이후 가난했던 시대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노상에 나와 좌판을 벌이고 있는 두 여인의 모습 등 서민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미술관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로 가볼만한 곳이다.
-전시장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2, 프로젝트 갤러리 2
가시는 길 : 지하철 7호선 중계역 3번 출구 도로 5분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02-2124-5201
-전시일정
2019년 7월 2일(화)-9월 15일(일)
-관람시간
평일 10:00-20:00
토.일.공휴일 10:00-19:00
-전시기간 중 관람료 : 무료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 7월, 시원한 음료 한잔하며 읽을 만한 신간을 소개한다.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김유라 공저ㆍ위즈덤하우스)
71세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와 할머니의 행복한 노후를 응원하는 손녀 김유라가 함께 쓴 에세이다.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박막례의 인생 전반전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향한 뒤 펼쳐진 인생 후반전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날 치매 위험 진단을 받고 온 박막례를 ‘그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한 손녀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며 할머니와 호주 여행을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된 동행이 두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들의 여행기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고, 이를 계기로 박막례는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차세대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박막례는 “부침개처럼 인생이 확 뒤집혔다”고 호쾌하게 말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70여 년 인생을 충실히 살아온 그녀 스스로가 만든 결실임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손녀 김유라가 관찰한 할머니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 할매의 탄생 (최현숙 저ㆍ글항아리)
‘할배의 탄생’의 저자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가 이번엔 대구의 한 산골짜기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농촌, 젠더, 노년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투리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까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김형석 저ㆍ열림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행복한 삶의 중요 조건으로 ‘성장하는 인생’을 꼽았다. 그런 그가 제안하는 성장하는 삶 속 진짜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인생의 조건’,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등 총 4부로 나눠 설명한다.
◇ 나만의 시크릿 홈카페 (예나 저ㆍ레시피팩토리)
레시피 제공뿐만 아니라 홈카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홈카페 추천 도구, 식재료, 식기를 비롯해 예쁜 얼음 만드는 법, 풍성한 우유 거품 내기 등 저자만의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 전원주택 짓고 즐기며 삽니다 (정문영 저ㆍ청림Life)
은퇴 전 전원생활의 로망을 이룬 저자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좋은 땅 보는 법, 건축주가 알아야 할 예산 설정법, 시공업체 선정기준 등을 공개한다. 전원주택 구매자를 위한 99가지 체크리스트 등 유용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무더위가 몰려오는 7월이다. 이번 호에서는 무더위에 도움이 되는 콩과 소금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여름은 습열이 무성한 계절이다.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몸에 습열이 침범하면 인체는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한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소변으로, 체력이 부족한 사람은 땀으로 배설한다. 습열 배설이 제대로 안 되면 더위를 먹는다. 변강쇠가 오줌빨이 강하다는 말은 체력이 좋아 습열을 잘 배설한다는 의미다.
콩과 소금은 습열 배설을 도와 무더위를 잘 극복하게 해준다. 땀을 줄줄 흘리는 사람도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증세가 멈춘다. 콩은 대표적인 덩굴식물이며 종류도 다양하다. 녹두, 백편두, 완두콩, 강낭콩, 동부콩, 병아리콩, 렌틸콩, 쥐눈이콩 등이 있다. 콩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빼주고 독소를 제거해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다만 콩을 잘 조리해서 먹을 때 이러한 효능을 볼 수 있다. 생콩에는 단백질 분해를 방해하는 트립신(trypsin) 저해제가 있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그러나 콩을 익혀 먹으면 트립신 저해제가 활성을 잃어버린다. 콩국수의 국물도 콩을 삶아서 짜낸 것이라 소화불량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콩은 종류에 따라 효능이 조금씩 다르다. 콩꼬투리가 짧을수록, 하나의 콩꼬투리에 들어 있는 콩이 작을수록 기를 보충하고 생식기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강하다. 약콩, 쥐눈이콩, 여우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이 이러한 효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콩이다. 부기를 빼주고 해독력이 강한 콩도 있다. 바로 녹두와 팥이다. 녹두는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해독력이 강하다. 그 효능은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 녹색 껍질에서 나온다. 특히 두통, 편도선염, 답답한 가슴, 당뇨, 고열, 양약 중독, 중금속 중독, 술독 등에 좋다. 녹두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머리가 시원해져 두통이 사라진다. 그러나 원기가 부족한 노인이나, 몸이 차가운 사람은 녹두를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한약 먹을 때 녹두와 숙주나물을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은 한약재의 약 성분까지 해독해버기 때문이다. 체했을 때는 팥을 먹으면 좋다. 찐빵, 찹쌀떡, 붕어빵에 팥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맛도 좋게 해주지만, 팥의 흩는 힘이 체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콩에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단당류가 많아 섭취하면 가스가 차고 방귀를 자주 뀌게 된다. 신부전 등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단백질이 많은 콩류가 오히려 부담이 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섭취하면 좋은 콩으로 백편두를 꼽는다. 까치콩, 제비콩이라고도 불리는 이 콩은 더위 먹었을 때 나타나는 구토, 구역감, 식욕감소를 해결해준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소금을 섭취해줘야 한다. 여름에 식당에 가면 대부분 식탁 위에 소금이 올라와 있다. 중국집에 가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식초와 고춧가루만 놓여 있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소금이 빠지지 않는다. 고대 실크로드 대상(隊商)들 중 낙타 등에 소금을 싣고 교역을 하던 카라반은 인체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을 섭취하며 사막을 횡단했다. 우리가 여름에 주로 먹는 콩국수, 우뭇가사리, 삼계탕, 보신탕 등에도 소금이 꼭 들어간다. 소금이 몸의 음액을 보충하고, 건강을 해치는 여름철 습열을 소변으로 빼내주기 때문이다. 소금을 섭취할 때는 구운 소금이나 죽염, 고산에서 캔 암염이 좋다. 갓 만든 천일염을 먹으면 열이 더 생겨 습열을 풀지 못한다. 천일염 구분이 힘들면 맛을 보면 된다. 짠맛이 강해 입이 바짝 마른다. 반면 죽염과 구운 소금, 암염은 짠맛이 강하지 않고 입에 침이 고이도록 해준다.
‘여름에는 소금이 필수’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맹물보다 이온 음료가 몸의 진액을 더 보충해준다는 말과 같다. 소금은 미네랄, 즉 이온의 보고다. 또 여름철에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고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을 때도 효과가 있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치유학교 ‘그루’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겨울은 껴입기라도 하는데 여름은 그게 아니라 힘들다.” 여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얘기다. 덥더라도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어야 할 때가 있고 취침 시에도 아무것도 덮지 않으면 숙면이 어렵다. 땀 흡수만 생각해 ‘면’ 100%를 고집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원단이 출시되면서 땀 흡수는 물론 시원함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2019년 여름을 준비하는 시니어에게 무더위를 견디게 해줄 시원한 원단 아이템을 소개한다.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이브자리, 까사미아, 연희데코, 유니클로, BYC
친환경 청량감 ‘인견·모달·뱀부’
여름 원단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통기성과 흡습성, 수분 발산성과 열 발산성이다. 공기가 시원하게 잘 통과하는 통기성, 자는 동안 흘리는 땀의 흡수는 물론 말려주는 흡습성과 수분 발산성, 흡수한 열을 빨리 식혀주는 열 발산성이 좋아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인견은 100% 레이온으로 면이나 종이 등의 원료인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다. 통기성도 좋고 시원한 촉감이 특징이라 누빔이불, 홑이불, 파자마, 여름 속옷 등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원래는 삼베, 모시같이 약간 까슬한 질감이지만 워싱(고온에서 삶는 공정) 가공을 거친, 좀 더 부드러운 인견이 인기다. 시원한 촉감 때문에 50~60대는 물론 전 연령층이 선호한다고. 요즘은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더 찾는다. 침구 전문 브랜드 이브자리는 시원하고 파란 색감의 현대적인 디자인을 더한 것과 은은한 회색빛과 하얀색이 조화롭게 배치된 인견 제품을 추천했다.
최근에는 원단의 촉감을 중요하게 여겨 100% 모달 소재도 많이 이용한다. 모달(modal)은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한 친환경 소재. 실크 같은 부드러운 느낌은 물론 흡수성이 뛰어나 민감성 피부에 좋다. 60수로 평직한 아사 원단 조직으로 얇고 부드럽게 직조해 여름철에 사용하기 알맞다. 촘촘하게 누빈 여름 이불, 에어컨 바람에 보온성을 유지하기 좋은 얇은 차렵이불로도 선호한다. 원래도 부드럽지만, 더 고운 질감을 위해 워싱 가공했다. 모달 소재도 여름용에 맞게 파란색과 남색 계열의 색감 디자인이 많다.
뱀부는 대나무(bamboo)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다. 마, 린넨 소재와 같이 흡습성과 수분 발산성이 뛰어나고 촉감이 상당히 부드러워 자극적이지 않다. 대나무 자체에 항균, 항취효능이 있기 때문에 민감한 피부에 적합하다.
모시와 리플 가공 원단
모시와 함께 아마가 원재료인 린넨도 여름철에 자주 쓰이는 소재다. ‘라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모시는 삼베(대마)나 린넨(아마)에 비해 결이 곱고 치밀하다. 직물의 강도가 마 섬유 중 가장 높고 튼튼하다. 전통적으로 여름 한복에 자주 사용된 소재로 시원하며 통기성이 뛰어나다. 린넨은 은은한 광택이 있고 구김이 잘 가기 때문에 침구류나 의상에는 면 혼방으로 사용한다. 모시와 마찬가지로 통기성이 좋고 피부에 닿았을 때 감기지 않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소재다. 유니클로도 2019년 여름을 겨냥한 린넨 소재 제품을 선보였다. 가벼움과 자연스러운 구김이 인상적인데 부드러운 감촉은 물론 땀을 빠르게 흡수해주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시니어가 선호하는 차분한 색상은 물론 분홍과 노랑 등 발랄한 색상과 스트라이프, 체크 등 다양한 무늬와 디자인이 있다.
이 외에도 원단 표면에도 엠보싱 효과를 주어 몸에 달라붙지 않게 하는 리플 가공법이 있다. 주로 면이나 린넨, 모달 소재가 리플 가공을 통해 상품화된다. 단, 이 과정에서 가공을 위한 화학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리플 원단을 선택할 경우 자연 소재 원단인지 따져봐야 한다. 리플 가공 원단은 피부에 닿는 면적이 적고, 몸에 감기지 않아 여름 침구는 물론 블라우스 소재 등으로 애용되고 있다. 까사미아의 모달 리플 소재 중에서도 연한 하늘색과 아이보리색 배치로 은은하고 시원한 감촉을 주는 제품이 인기가 높다.
옷 사이로 바람길 내는 냉감 의류
바깥 활동을 하는 동안 땀 흡수뿐만 아니라 통기성을 겸비한 기능성 원단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BYC 제품인 ‘보디드라이’다. 2019년에 나온 보디드라이는 시원한 성질의 냉감 원사에 땀과 습기를 빠르게 흡수하는 흡습기능과 건조기능, 그리고 자외선 차단기능을 강화해 활동성을 높였다.
유니클로도 최근 ‘에어리즘 심리스 V넥 브라 캐미솔’을 내놓았다. 봉제선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얇은 겉옷을 입을 때 유용하다. 특히 ‘브라탑’은 따로 속옷을 착용할 필요가 없고, 소재와 디자인이 다양해 이너웨어부터 패션 아이템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고, 신축성이 뛰어나 활동하기도 편안하다. 단, 여성 심리스 제품의 경우 바지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서 단단히 보정하며 입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