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수명과 함께 사회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액티브 시니어에게 또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외모다. 모임이나 대인관계가 계속 유지되다 보니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 그러나 중장년 남성의 경우 성형이나 미용시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자연스레 그 관심이 ‘다이어트’로 쏠리고 있다. “뱃살만 빼도 더 젊어 보일 텐데”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의들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이들의 뱃살이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것일까. 비만치료에만 집중하는 365mc의 노원점 채규희(蔡圭希·42) 원장을 통해 그 이유를 들어봤다.
“나이 들면 살이 잘 안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뭔가 손쉬운 해결책이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각오하라는 경고로 시작된다. 다이어트는 역시 쉽게 볼 일이 아닌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줄면서 체내 근육량이 감소해요. 또 젊을 때보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량 유지도 어렵게 되고요. 근육이 줄어드면 기초대사량이 줄어 섭취한 음식이 가진 열량을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하게 돼요.”
다이어트 약 거부감 되레 병 키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살을 빼고 날씬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역시 기대했던 마법은 없다. 채 원장은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음식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10%는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소모됩니다. 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 돼요.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음식을 적게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죠.”
의사들이 비만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비만도의 지표인 체질량 지수는 BMI(Body Mass Index) 지수라고도 부르는데, 체중(kg)을 키(cm가 아닌 m를 기준)의 제곱으로 나눈 숫자다. 만약 키가 170cm이면서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이 있다면 체질량 지수는 70/1.72, 즉 24.2가 된다. 채 원장은 이 지수가 치료 계획을 세울 때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체질량 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보고 약 처방을 합니다. 만약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이 있다면 27 이상일 때 처방을 시작하고요. 물론 혈압이나 당뇨 수치가 약으로 조절이 안 된 상태라면 그것을 먼저 안정화시킨 다음에 체중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요.”
“또 약을 먹으라고?” 처방 제안을 받으면 아마 많은 중장년들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흔히 4종 세트라고 말하는 혈압약과 당뇨약, 고지혈약, 통풍약까지 챙겨 먹어야 하는 시니어가 적지 않다. 여기에 약 하나를 더하라니. 하지만 채 원장은 성인병 치료를 위해서도 체중조절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혈압이나 혈당 조절을 할 때 체중 감량이 중요합니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요즘 나오는 약들은 장기간 복용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 약과는 다릅니다. 임상실험을 통해 장기간 복용해도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어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체중감량을 위해 처방되는 약은 크게 3가지다.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체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약, 음식물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으로 나뉜다. 안전하지만 넘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최소 3개월 이상 복용을 해야 효과가 나고, 끊게 되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약값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에 치명적인 술자리
사실 남성들에게 가장 큰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술과 외식이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식사를 해보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식당밥’을 먹는 경우가 대다수라 지키기 어렵고, 잦은 술자리는 뱃살을 더욱 두둑하게 만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중장년 남성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죠. 늘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다이어트 식단 같은 것은 꿈도 못 꿔요. 게다가 생맥주 3잔 혹은 소주 1병이면 밥 두 공기만큼의 칼로리와 맞먹어요. 여기에 안주까지 더하면 한 끼에 1만kcal에 육박할 수도 있어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은 2500kcal. 한 번의 술자리가 미치는 여파가 가늠이 된다. 그래서 채 원장이 권하는 것은 ‘야채 도시락’이다. 방울토마토나 오이 같은 야채를 도시락으로 갖고 다니다가 식사 때 꺼내어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주고, 염분섭취도 낮춰준다. 이것이 곤란하다면 식사마다 밥을 3분의 1가량 덜고 조금만 식사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이다.
특히 시니어에게는 과일이나 떡과 같은 간식도 치명적이다. 송편 3개만 먹어도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맞먹는다. 과일은 건강에 좋으니 맘껏 먹어도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다. 과일 속 과당도 엄연한 당분이다. 먹으면 살로 간다.
해야 하는 운동, 몸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릎이 나가 우리는!” 지난해 방영된 모 소화제 광고에서 소화가 되지 않으면 걸으면 그만이라는 젊은이에게 이경규는 이렇게 일갈해 화제를 모았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시니어 입장에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릎이나 어깨, 허리 등 주요 관절에 크고 작은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수중운동을 권합니다.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운동이 대표적이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심폐기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돼요. 복부지방을 빼고 싶다면 빨리걷기도 효과가 좋습니다. 이런 운동들이 익숙해지고 근력운동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죠.”
뽈록한 배, 지방흡입 효과 있을까
중장년 남성의 다이어트 지향점은 날씬한 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만 좀 날씬해진다면 다른 부위에 살이 좀 붙은 것쯤은 신경 쓸 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길거리에 붙은 지방흡입 광고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운동도 싫고 약도 곤란하다면 확 들어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채 원장은 “지방흡입도 만능은 아니다”고 말한다.
“복부는 윗배와 아랫배로 나눌 수 있는데, 윗배는 내장지방의 비중이 높고, 아랫배는 피하지방이 대부분이에요. 문제는 지방흡입 수술과 같은 방식이 효과적인 부분은 피하지방이라는 것이죠. 내장지방은 지방흡입으로 빼는 것보다는 운동이나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이 더 효과적이에요. 결국 또 제자리인 셈이죠.(웃음) 지방흡입 수술은 내장지방을 직접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체형 변화에 따른 동기부여 효과로 체중감량에 도움닫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지방흡입을 주목하는 것이지요. 남성들은 시술에 대한 거부감도 여성에 비해 크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도 최근에 지방흡입 수술에 비해 간단하게 주사로 지방을 추출하는 시술이 개발되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합니다.”
채 원장은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대부분 본인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어요. 말씀 나누다 보면 살찌는 원인을 파악하고 거꾸로 제게 알려줍니다. 갑자기 여러 가지를 뜯어 고치려 하기보다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한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한 대책을 만들어 생활에 변화를 줘보시는 것이 지키기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날씬해진 자신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열다섯 살 소녀는 키가 멀대같이 컸다. 친구들이 꺽다리라고 놀려댔다. 선생님은 운동을 권했지만 소녀의 눈에는 모델과 영화배우의 화려한 옷들만 아른거렸다. 아버지가 가끔 사오는 잡지를 들춰보며 무대에 오르는 꿈도 꿨다.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를 흠모하고 카르멘 델로피체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주 잠을 못 이루고 뒤척였다. 그리고 어느새 75세가 되어버린 은발의 소녀는 기어코 일을 내고야 말았다.
발가락 다섯 개만 겨우 집어넣은 하이힐을 신고 그녀가 무대 위에 오르자 관객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숨이 막혀왔다. 등짝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조명 속에서 쾅쾅 울려대는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런웨이를 돌아 나오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캣워크를 무던히도 연습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등 뒤에서 누가 자꾸 쫓아오는 것만 같아 도망치듯 걸었다.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키미제이’ 메인 모델로 런웨이에 오른 최화자 씨는 아직도 설레는지 두 볼이 발그레했다.
“너무 떨렸어요. 높은 구두를 신고 걸어가다 잘못해서 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죠.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요. 시니어 모델이 국내 최대 패션쇼 메인 모델로 발탁된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키미제이 대표 김희진 디자이너가 함께 모델 공부를 하는 김칠두 선생이랑 저를 부르시더니 무대에서 선보일 옷을 입혀보고 워킹도 해보라 하셨어요. 부족한 게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우리를 과감히 메인 모델로 세우셨어요. 김칠두 선생은 오프닝, 저는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죠.”
20대 젊은이들을 위한 패션쇼에 “웬 시니어 모델?” 하며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었을 터.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카메라 감독들도 이 낯설고 도발적(?)인 무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셔터를 눌러댔다.
“런웨이에 오르기 전, 실수만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 무대 분위기가 괜찮았나봐요. ‘신선하다, 젊은 모델과 견줘도 손색없다, 멋지시다’ 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시는 카메라 감독도 있었어요. 꿈만 같았죠.”
은발의 소녀는 수줍게 웃었다.
칠십 넘어 시작한 모델 공부
최화자 씨가 본격적으로 모델 공부를 시작한 것은 71세 때인 2014년. 강남에 모델 교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달려가 등록을 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너무 늦은 출발이었다. 대부분은 허리가 굽고 다리가 휘어질 나이였다. 친구들은 봉사나 하러 다니면서 손주들이나 돌볼 일이지 그 나이에 유난스럽게 별 걸 다 배운다며 한마디씩 했다.
“우리 집 애들도 ‘운동 삼아 다니시겠지’ 했대요. 엄마 나이에 모델? 전혀 상상이 안 됐던 거죠. 지금은 ‘우리 엄마 점점 더 멋져지시네!’ 하면서 좋아해요. 손주들도 ‘우리 할머니 짱!’이라고 해주고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내 품에 손주들을 안겨줬을 때도 기뻤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말하라면 바로 지금이에요.”
그래도 칠십이 넘은 나이에 하는 공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허리를 똑바로 펴고 걷는 것부터 연습했어요. 기본 워킹에 표정 연기, 포즈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처음엔 일자로 걷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비뚤어진 체형 바로 잡는다 생각하고 틈날 때마다 거울 보며 연습했어요. 또 장 보러 갈 때도, 친구 만나러 갈 때도, 전철 타러 갈 때도 일자걸음으로 걸으려 애썼죠. 그러기를 벌써 5년이 됐네요. 그런데 왜 표정 연기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웃음)”
중학교 때 소녀의 키는 168cm나 됐다. 선생님은 키가 크니 운동선수를 해보라 권했다. 그러나 소녀는 운동이 싫었다. 온통 예쁜 옷에만 관심이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상상도 자주 했다. 하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잡지 속 여인들처럼 예쁜 얼굴이 아니라서 주눅이 들곤 했다.
“‘나는 못생겨서 모델을 할 수 없을 거야’ 하면서도 자꾸 그쪽을 돌아봤어요. 한동안은 패션계를 주름잡던 모델 ‘루비나’에 푹 빠져 지냈어요. 제 롤모델이었지요. 움푹 들어간 눈이 묘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 여인,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카르멘 델로피체는 또 어떻고요. 부러움과 질투심을 동시에 일으키게 하는 여인이잖아요. 올해 87세인데도 무대를 누비고 다닌답니다. 그녀의 표정과 몸매를 보셔요. 전율이 느껴지지 않나요?”
열다섯 살 그 시절로 돌아가 다시 꿈꾸는 소녀처럼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휴대폰에는 델로피체의 사진이 한가득이었다.
파도가 몰아치던 시절
한 됫박의 물음표를 들고 걸어가는 것이 인생일까. 누구든 파도가 치는 시절을 겪는다. 40대 때 그녀의 삶도 물음투성이였다. 하루 종일 눈물이 흐르는 시간을 살던 어느 날 무작정 교회를 찾았다. 기도라도 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경제적 어려움과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로 휘청일 때 종교는 위안이 됐다. 아직 먼 곳을 바라볼 힘은 없었지만 그날그날 이겨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조금씩 생겨났다.
“경제적으로 크게 무너지니까 회복이 잘 안 되더라고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그러나 주부로만 살던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더군요. 하루는 막막한 심정으로 벼룩시장 광고지를 들여다보는데 간병인을 모집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우리나라가 서독으로 간호사를 파견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1970년대 무렵이었을 거예요. 결혼 전 저도 독일에나 가볼까 하고 간호 보조 교육을 받았어요. 결국은 못 갔지만 간호 업무를 배워둔 덕에 한전 부속병원 소아과에 취직도 할 수 있었죠.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병원일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이 일 저 일 가릴 형편이 아니어서 용기가 났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17년 동안 간병일을 했어요. 아직도 함께 일했던 몇몇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데 급한 상황이 생기면 가끔씩 도와 달라고 전화가 옵니다. 예전에는 돈 때문에 일했지만 지금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갑니다.”
간병일을 하면서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에게 병원은 나아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곳이지만 노인에게 병원은 저 세상으로 가기 전 들르는 정거장 같은 곳이었다. 가진 게 많든 적든 떠나는 길은 다 똑같았다. 모두들 후회하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녀는 더 건강을 챙기고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했다.
“모델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뒷방 노인네처럼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뒤늦게라도 시작한 공부가 삶의 원동력이 되었어요. 알게 모르게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지 대사증후군도 없고 당뇨, 고혈압도 없어요. 뱃살 하나 없이 몸무게도 일정해요. 의사 선생님도 깜짝 놀란답니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재미있고요. 10년, 20년 아래 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감각도 생각도 젊어지는 것 같아요.”
쇼호스트에도 도전
그녀는 현재 ‘더쇼프로젝트 모델컴퍼니’에서 공부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가 워킹과 표정, 포즈를 연구하고 연습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영주 대표는 청계천수상패션쇼, 광명동굴패션쇼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니어 모델 참여를 기획하고 도왔다. 정 대표 덕분에 그동안 10여 차례 패션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최근 메인 모델로 무대에 오르는 데도 큰 힘이 되어줬다. 소중한 인연이다.
그녀의 첫 무대는 무사했을까.
“당연히 진땀 흘렸죠. 무대에 오를 때는 대본을 먼저 짜요. 어디까지 걷고 어떤 포즈를 하고 어떻게 들어와라 하는 내용이죠.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얼마나 떨렸겠어요. 잔뜩 긴장해서 걷고 있는데 한 분이 ‘그쪽으로 가면 안 돼’ 하고 지적을 해서 순간 아찔했어요. 지금 같으면 표 나지 않게 수습했겠지만 그때는 무대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그래서 ‘어머나! 어떡하지? 내가 실수했나봐’ 하고 뒤로 돌아선 거예요. 뒤따라오는 사람 얼굴과 떡 마주쳤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잘못 알고 지적을 했더라고요. 교수님은 누가 실수를 해도 지적하지 말라고 조언하셨어요. 당황해서 더 큰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우왕좌왕 허둥댔던 그날이 어느새 추억이 됐네요.(웃음)”
최근에 쇼호스트 공부도 시작했다는 그녀. 건강할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시니어가 자신을 보며 ‘이 나이에 이런 사람도 있네’ 하면서 자극을 받아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불태우면 좋겠다는 바람도 슬쩍 귀띔한다.
영원히 박제될 뻔했던 꿈, 다시 꺼내어 펼쳤으니 그녀만의 무대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는 독일의 외무장관을 역임한 요쉬카 피셔가 쓴 책이다. 181cm키에 112kg의 뚱보였다가 마라톤으로 일 년 만에 75kg으로 감량한 체험 수기이다. 피셔는 택시 운전사에서 외무장관까지 지낸 사람으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체중이 그렇게 늘었다는 것이다. 현직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감량에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져 마라톤 마니아가 된 것이다.
피셔는 너무 뚱뚱해서 세 번째 부인에게 이혼 당했다. 돌아보니 그럴 만 했다는 것이다. 볼 품 없는 뚱뚱한 외모, 걷기만 해도 숨 가빠 하는 저질 체력, 그대로 가면 건강상으로도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고 한다. 이혼의 충격으로 그때부터 감량할 방법을 찾다가 마라톤을 선택한 것이다. 1948년생인 그는 그때 나이가 한창 50대를 향해 갈 나이였던 1996년이다. 정치 일선에서 한창 바쁠 때였다.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새벽 시간을 쪼개든, 밤 시간을 쪼개든, 달리고자 하는 의욕만 있다면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셔는 그렇게 했다.
살을 빼는 데는 달리기만한 운동은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먹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겸해서 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달리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고기, 술 등 살찌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 다 겸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주변의 약간의 오르막에서 걷는 것도 힘들었단다.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나가면서 1년 9개월 만에 풀코스까지 완주하게 된 것이다.
필자도 올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늘그막에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과연 너무 늦은 나이에 무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아직 풀코스는 뛰지 못했고 첫해인 올해 10km를 3번 뛰었다. 내년에는 10km를 몇 번 더 뛰어보고 하프 코스에 도전해 볼 목표를 세웠다. 피셔의 기록과 필자의 기록은 비슷하다. 10km면 한 시간, 하프 코스인 20km면 2시간, 30km는 3시간, 풀코스는 4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썼다.
피셔는 마라톤은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상관없다고 썼다. 심폐 기능이 좋아지고 다리 근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다리 근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오르막 계단의 경우 피로도가 많이 감소되어 좋아졌다. 마라톤에서 속도를 낼 때 땅을 박차는 다리 근육이 강화 된 것 같다. 뱃살이 당기는 것은 체감했지만, 아직 체중 감량 효과까지는 맛보지 못했다. 달리는 것을 생활화해야 감량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먹는 것도 아직 변화 시키지 못했다. 고기든 술이든 기회 닿는 대로 마다하지 않는다. 체중이 더 안 늘어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제 막 마라톤을 시작한 필자의 경우에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준다. 피셔나 필자나 프로가 되려고 마라톤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프로처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체력 배분을 위해서 초반에는 천천히 뛰어야 하는데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속도를 내다보면 무리가 온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도 그 분위기 때문에 초반 레이스에서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빨리 뛸 수는 있지만, 초반에는 그 기분을 억제하는 것이 요령이자 수양이다.
여름을 청춘의 계절이라 부른다. 그러나 시니어들에게 여름이란 때때로 가을 혹은 겨울보다 더 가혹하게 춥고 쓸쓸하다. 나이에 대한 실감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세상의 조연으로 내몰린 듯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다시 한 번 여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섹시한 패션 팁이 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섹시함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시청자분들이 선생님 다리가 섹시하다고 해요.”
얼마 전 종영한 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서진이 윤여정에게 한 말이다. 70세를 넘긴 여자(배우)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은 ‘곱다, 아름답다’는 말과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의미다.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여전히 여자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니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은 휴양지 발리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꿀처럼 윤기가 흐르는 젊은 여인들이 10초가 멀다 하고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 속에서 바닷가가 오랜만이라는 70대 여인은 어떤 모습으로 섹시하다는 평을 받았을까. 무작정 헐벗은 것은 아니다. 블랙 속옷이 살짝 비치는 화이트 티셔츠, 허벅지를 드러내는 쇼츠, 쇄골이 보이는 보트넥 블라우스 등 우린 이 여배우를 통해 여름을 나는 섹시한 팁을 얻을 수 있다.
20대는 온몸에서 산도 높은 섹시함이 뿜어져 나온다. 때론 너무 과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30~40대가 되면 뭘 좀 아는 것 같은 능글능글한 섹시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재미가 덜하다. 하지만 시니어는 적당한 농도의 섹시함을 발휘할 수 있다. 너무 시큰하지도, 과하게 느끼하지도 않은 섹시함. 물론 20대나 30대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여름이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속옷이다. 좋지 않은 예이지만,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면(엄마는 평균적인 60대의 여자다) 모든 속옷이 ‘살색’이다. 여름에는 꼭 러닝을 입어 속이 비치지 않게 하는 게 여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서 윤여정은 블랙 속옷이 자연스럽게 비치도록 거즈처럼 얇은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만일 이 티셔츠가 깊은 브이넥에 가슴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직접적인’ 노출로 이어졌다면 섹시함보다는 천박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시니어 노출의 핵심은 ‘직접’이 아닌 ‘간접’ 노출에 있다! 여전히 ‘나는 속옷까지 신경 쓰는 여자예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노출 말이다. 면 100%의 기능성 속옷이 아니라 레이스로 범벅된 블랙 속옷이 그런 표현이다.
이 공식은 하의에서도 적용된다. 윤여정처럼 태생적으로 얇고 예쁜 다리를 가졌다면 허벅지가 드러나는 쇼츠를 입어도 괜찮다. 중성적인 스타일의 면 팬츠라면 고상하면서도 섹시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샌들 대신 테니스화처럼 클래식한 슈즈를 선택한다면 더더욱 멋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발목은 가늘고, 종아리는 굵고, 허벅지는 절인 오이처럼 힘없이 말라 있다.
이럴 때는 간접 노출이 절실하다. 즉 슬릿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로 착시 효과를 주는 것! 하늘거리는 린넨이나 실키한 소재에 무릎 위까지 슬릿이 과감하게 들어간 바지는 우리가 원하는 ‘고상한 섹시함’이라는 아이러니컬한 과제를 잘해낼 수 있게 해준다. 아!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길이의 묘미다. 가느다란 발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섹시함이 농축된 부위라는 걸 잊지 말자.
슬릿 팬츠와 궁합이 잘 맞는 상의는 가슴보다는 등을 드러내는 블라우스나, 쇄골이 슬쩍 드러나는 보트넥 티셔츠다. 노화의 기운이 천천히 드리우는 등과 쇄골은 젊은이의 가슴이나 엉덩이만큼 시니어들의 핵심 노출 부위다.
수영복을 선택할 때도 이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등이 깊게 파인 원피스형 수영복을 고르고, 여기에 긴 스카프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살짝 가려주자(더불어 자신 없는 뱃살도). 스카프의 매듭이 앞이 아니라 허리 옆쪽으로 오게 해 슬릿 같은 효과를 주는 것도 잊지 말자.
얼마 전 영화 전문지 가 선정한 섹시한 배우 100인에 이름을 올린 샬롯 램플링. 그녀는 윤여정보다 한 살 많은 1946년생이다. 샬롯 램플링은 여전히 젊은 여배우의 독무대 같은 뷰티 광고에 등장하고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도 활동한다. 나이가 들면 여자가 아니라는 공식이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녀를 보면 맘이 설레는 남자들이 지금도 많다.
샬롯 램플링의 이름 앞에는 ‘섹시한’이라는 형용사가 20대부터 줄곧 따라다녔다. 20대에는 몸매가 섹시했다면 70대의 그녀는 눈빛과 에티튜드가 섹시하다. 블랙 셔츠를 입어도 20대의 그녀가 그랬듯 단추를 자연스럽게 풀어헤친다. 나이가 들어 바짝 말라붙은 가슴을 부끄러워하며 ‘뽕브라’ 같은 억지스러운 것을 더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가르마,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 입가로 번지는 우아한 미소, 주름마저도 당당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럽게 노화한 얼굴. 이 모든 것이 섹시하다.
억지로 노출을 하고, 빵빵한 젊음을 탐하지도 않는다. 느슨하지만 여유롭게, 그 수많은 틈들 사이에서 시니어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게 하는 20대의 섹시함과는 다른 농후한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는 현대인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보다 더 기준이 낮아져(?) ‘0.6 곱하기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즉 요즘 20세는 옛날 기준으로 보면 12세, 30세는 18세, 35세는 21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60세는 과거의 36세 정도의 나이가 된다. 60세가 과거의 36세처럼 젊게 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 아닌가. 더구나 섹시함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번 여름, 해변에서든 휴양지에서든 당신은 여전히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여인이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어떠세요?
어여쁜 여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바로 그거예요.
"아름다운 헤어스타일은 샤넬의 재킷보다 디올의 구두보다 당신을 빛나게 합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헤어스타일이 환상적으로 아름답죠? 옷 입는 것도 일종의 예술행위이거든요.
이왕에 입는 거 예쁘게.
여성이 아름다우면 남성이 행복하고 남성이 행복해지면 세상이 평화로워집니다.
"나는 애란씨를 첫눈에 보고 어떻게 저런 미인이 내 주변에 계시나 황홀했는데 장미의 가시에 찔릴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서초문화원에서 같이 수필공부를 하고 있는 남자 회원의 카톡문자다. 필자가 황홀할 정도의 미인? 천만의 말씀이다. 필자는 결코 선천적 미인은 아니다(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들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의 절세미인으로 태어나고 싶다). 자신에게 잘 맞게 연출을 할 뿐이다.
부모에게서 듣는 칭찬은 자녀들의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애란이는 코가 잘생겼어.” 10대 중반의 필자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세 살 위인 언니는 필자보다 예쁘고 머리도 좋고 키도 크고 성격도 좋았다. 여러모로 우월한 언니를 유독 사랑하던 아버지였다. 열여섯 살 무렵 어느 날 우리 집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필자 뒤통수에 대고 동네 총각이 휘파람을 불었다. 영 껄렁껄렁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감히 나를 넘봐? 필자는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마침 마당에 계신 아버지께 "아버지, 저 사람이 글쎄 나한테 휘파람을 부는 거예요. 뭐 저딴 사람이 다 있어! 아유! 자존심 상해!" 하며 신경질을 냈다. 그러자 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대전시장이 대전 제일의 미인이라고 한 네 작은고모도 너처럼 그러지는 않았다."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인물이 시원찮은 둘째 딸이 잘난 척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었던 것이다. 편을 들어주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 말이 서운했던 필자는 속상해하며 속으로 말했다. ‘아버지, 예쁘다고 다는 아니에요.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거예요."
아버지 형제들은 모두 탤런트 뺨치는 미남미녀였다. 아버지는 외탁을 한 필자를 늘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 '코만'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필자는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했다. 오늘의 필자는 그 결과다. 옷을 입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쁘고 멋지게 보일까 궁리하며 입었다. 그러므로 수필반 남자 회원은 말하자면 필자 옷발에 넘어간 것이다. 필자는 옷을 입을 때 잘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을 고민하며 입는다. 또 체형의 단점을 감추고 장점은 더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과 체지방량부터 체크한다. 거울에 전신을 비춰보고 뱃살도 확인한다. 사이즈가 66이 넘지 않도록 긴장한다. 필자가 좋아하는 백화점의 영 캐릭터 브랜드 옷들이 66까지만 나오기 때문이다. 학교에 재직할 때는 환상의 55사이즈였다. 그러다가 체중이 57kg까지 늘어나면서 옷맵시가 나지 않았을 때는 외출하기도 싫었고 기분까지 우울해졌다. 이러면 안 돼지. 그때부터 다이어트가 일상이 되었다. 식사는 하루에 두 끼, 채식과 현미밥 위주로 먹었다. 설거지할 때는 까치발로 서서 하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일주일에 세 번은 왈츠, 모델워킹, 탁구 등 운동도 한다.
"얘들아 너희들 좋은 남자 만나고 싶지? 그러면 내가 좋은 여자가 돼야 해. 이제 거울은 그만 보고 독서로 내면을 채워야 해. 몇 번 만나다 보면 얄팍한 지식이 드러나거든. 그럼 그 남자가 나를 계속 만나고 싶어 할까?"
학교에서 열여덟 살 제자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공짜인 삶은 없다. 지속적으로 탐구해 내면을 꽉 채우고 겉모습도 멋진 여성이 되고자 필자는 오늘도 노력한다. 사람은 몇 살이 되든 자신의 마음밭과 겉모습 가꾸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몸 여기저기에 공작 털을 듬성듬성 꽂은 까마귀는 아닐까?’ 한껏 치장을 하고 나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공작새로 위장한 까마귀면 어떠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3년 전(2014년 6월 기준)만 하더라도 월간 판매량 20위권 안에 드는 도서 중 9권이 ‘해독(주스)’과 관련된 내용이었을 만큼 디톡스(detox) 열풍이 불었다. 건강 관련 종편 프로그램과 연예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된 ‘해독 주스’의 영향이었다. 그렇다면 근래의 풍경은 어떨까? 지난 1년 동안의 건강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100권에서 뽑은 주요 키워드를 통해 알아봤다.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자료제공 교보문고
주요 키워드 하나, ‘백세’
베스트셀러 100권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책의 제목은 다. 백세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백년’이라는 수식어는 더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이밖에도 10위 , 33위 등 장수시대를 반영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순위에는 없지만 , 등 여러 건강 도서에 ‘백세’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 둘, ‘셀프(self)’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의 3분의 1(총 33권)을 차지하는 주제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 도서의 70%가량은 운동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 책들의 제목이나 소개 글을 살펴보면 ‘홈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2위 , 7위 , 16위 등).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의 줄임말인데, 피트니스센터나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에서 헬스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24위 , 34위 , 43위 등 독자 스스로의 실천을 촉구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때 종편 프로그램 건강 정보를 맹신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도서 역시 자신의 건강상태 등에 따른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 할 수 있겠다.
주요 키워드 셋, ‘통증’
근육, 척추, 무릎, 목 등 통증 완화와 관련한 치료, 운동, 스트레칭, 지압 방법 등을 소개하는 도서가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다(10위 , 38위 , 55위 등 총 11권). 질환을 소개하는 도서 중에는 가장 많이 사용된 키워드다. 중장년 대표 만성질환 중에서는 ‘당뇨’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30위 , 51위 등 총 7권). 주요 성인병 중 하나인 ‘고혈압’에 대한 도서는 100위권 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 ‘암’ 관련 도서는 94위 , 98위 등 4권 중 3권이 90위권 아래 머물렀다. 당뇨와 암에 대한 도서는 주로 완화 식품이나 식이요법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추세다.
주요 키워드 넷, ‘속 건강(inner health)’
겉으로 드러나는 건강 외에 호르몬이나 정신, 마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관리하는 도서들이 적지 않다. 전체 목록 중 5위인 와 22위 , 37위 , 40위 등이 그 예다. 이밖에도 60위 , 89위 , 90위 등 마음의 건강까지 살피는 콘텐츠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 건강도서 Top 100 ✽제목(저자)
1 백년 허리(정선근), 2 주원홈트(김주원), 3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박서희), 4 닥치고 데스런(조성준), 5 호르몬 밸런스(네고로 히데유키), 6 헬스의 정석: 근력운동 편(수피), 7 주원홈트 100(김주원), 8 NEW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9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나가오 가즈히로), 10 속근육을 풀어라(우지인), 11 헬스의 정석(수피), 12 닥치고 데스런 우먼스(조성준), 13 다리 일자 벌리기(에이코), 14 마흔 식사법(모리 다쿠로), 15 기적의 3분 시력운동 달력(히비노 사와코), 16 스미홈트(박스미), 17 약보다 울금 한 스푼(서재걸), 18 지방의 역설(니나 타이숄스), 19 속편한 식도 이야기(SOK 속편한내과 네트워크), 20 필라테스 아나토미(라엘 아이자코비츠), 21 죄수 운동법(폴 웨이드), 22 하루 15분 기적의 림프 청소(김성중), 23 지방의 누명(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24 내 몸을 비워야 내가 산다(이우재), 25 한혜진 바디북(한혜진), 26 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장민제), 27 병원 없는 세상, 음식 치료로 만든다(상형철), 28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곤도 마코토), 29 뱃살부터 빼셔야겠습니다(최성우), 30 당뇨약 끊기 3개월 프로그램(신동진), 31 눈은 1분 만에 좋아진다(콘노 세이시), 32 태초 먹거리(이계호), 33 마흔부터 시작하는 백세운동(나영무), 34 내 약 사용설명서(이지현), 35 나는 몸신이다: 하루 5분 생활건강법(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36 세 손가락 지압혈(야나모토 마유미), 37 장내세균 혁명(데이비드 펄머터), 38 등뼈 실학(이시가키 히데토시), 39 힘콩의 푸쉬업&스쿼트 100(유석종), 40 운동화 신은 뇌(존 레이티), 41 요가 아나토미(레슬리 카미노프), 42 닥치고 데스런 Basic(조성준), 43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마이클 로이젠), 44 최수봉 교수의 당뇨병 이제 끝! (최수봉), 45 마법의 림프 순환 다이어트(배은정), 46 근육운동가이드(프레데릭 데라비에), 47 그레인 브레인(데이비드 펄머터), 48 근육운동가이드 프로페셔널(프레데릭 데라비에), 49 스트레칭이라도 하셔야겠습니다(최성우), 50 1일 5분 평생 통증 없이 사는 기적의 목 지압 프로그램(시마자키 히로히코), 51 당을 끊는 식사법(니시와키 순지), 52 뻐근하고 아픈 몸 참지 말고 셀프 마사지(박성규), 53 당신의 눈도 1.2가 될 수 있다(해럴드 페퍼드), 54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되었나(여에스더), 55 통증 잡는 스트레칭(문훈기), 56 포니의 스타일 메이크업 북(박혜민), 57 디스크 권하는 사회(황윤권), 58 뷰티 페이스 요가(다카츠 후미코), 59 몸신의 바른 몸 3분 교정 체조(박숙희), 60 놓아버림(데이비드 호킨스), 61 요가 디피카(B.K.S.아헹가), 62 하루 한 끼 당뇨 밥상(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 63 이기는 식단(노박 조코비치), 64 클린(알레한드로 융거), 65 치아 절대 뽑지 마라(기노 코지), 66 림프의 기적(박정현), 67 스탑 스모킹(알렌 카), 68 1일 3분 인생을 바꾸는 배 마사지(나가이 다카시), 69 물만 끊어도 병이 낫는다(최용선), 70 필라테스 바이블(노수연), 71 스미홈트 다이어트 플래너(박스미), 72 최고의 당뇨병 식사 가이드(차봉수), 73 의식 혁명(데이비드 호킨스), 74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는 셀프 PT(김동현), 75 상위 4%를 만드는 1등급 다이어트(강태은), 76 미나리를 드셔야겠습니다(이희재), 77 천연식초 만들기 비법 노트(이제성), 78 바른 몸이 아름답다(남세희), 79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하비 다이아몬드), 80 2주 만에 복근 만들기(제이제이 박지은), 81 코어 운동 가이드(강창근), 82 새로 만든 당뇨병 희망 프로젝트(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83 당질 제한식 다이어트(에베 코지), 84 힘콩의 재미어트(유석종), 85 약 대신 주스(유승선), 86 내 몸 사용설명서(TV조선 ‘내 몸 사용설명서’ 제작팀), 87 내 몸 아프지 않은 습관(황윤권), 88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전홍준), 89 웃음혁명(김영민), 90 치유와 회복(데이비드 호킨스), 91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함익병), 92 달지 않은 명품 효소 만들기(김시한), 93 스트레칭 아나토미(아놀드 G. 넬슨), 94 명의 하정훈 교수의 갑상선암 두려움 없이 맞서기(하정훈), 95 남자는 힘이다(맛스타드림), 96 최고의 암 식사 가이드(노성훈), 97 정아름의 핫바디 멘토링(정아름), 98 유방암을 이기는 참 좋은 음식(한국유방암학회), 99 편강 100세 길을 찾다(서효석), 100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클린턴 오버)
*2016년 5월~2017년 4월, 온·오프라인 대형서점 교보문고 통계 기준
곧 환갑을 눈앞에 둔 중년 여성 A씨는 매일 한 번씩 홍역을 치른다. 외출 준비에 빠질 수 없는 보정속옷을 입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인데, 가장 괴로운 일은 입다 만 속옷 위로 처진 뱃살이 걸쳐질 때다. 누구는 두 아이를 잘 키운 훈장이라고 위로하지만, 뱃살을 볼 때마다 우울하다. 이런 숨겨진 살들에 대한 비밀을 안고 있는 중년 여성들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처진 살에 대한 고민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처지고 접히고 늘어져 처치 곤란인 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려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윤을식(尹乙植·52) 교수를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몸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근육은 지방으로 바뀌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가니까요. 가슴과 뱃살은 흉하게 처지고, 위팔의 살도 마치 알통이 흘러내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죠. 얼굴 곳곳의 살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옷 갈아입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합니다. 그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엔 대중목욕탕 가기가 두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젊을 때 자랑거리였던 큰 가슴은 이젠 흉물처럼 느껴진다고도 하시죠.”
윤을식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고민에 빠진 중년 여성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중년의 살은 자연스런 노화 현상이지만, 심하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늘어진 뱃살 없애는 복부성형술
그중 대표적인 부위는 역시 뱃살이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줄지 않고 늘기만 하는 뱃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뱃살을 없애기 위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방법은 역시 지방흡입술이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고, 특히 남성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윤 교수는 조언한다.
“남성과 여성의 복부비만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때문에 치료를 위한 접근 방법도 완전히 달라요. 무작정 지방흡입술을 해달라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을식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비만 치료 방법으로 지방흡입술을 원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지만, 실제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비만은 일종의 대사 질환이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 원인이 호르몬 이상이거나 선천적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암이 이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만 환자가 온다고 해서 무조건 지방흡입을 해주는 일은 없어요. 내분비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비만의 원인을 알아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도록 안내를 하죠.”
그렇다면 중년 남자들의 지방흡입술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의 경우는 대부분 내장비만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배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예요. 남성은 근육이 지방으로 변하면서 살이 찌는 경우가 많아, 지방이 근육 사이에 존재하게 돼요. 때문에 물리적으로 지방을 빨아들이는 지방흡입술로는 지방을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중년 여성인 경우에는 속 편히 지방흡입술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피부의 탄력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지방을 흡입해도 처진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탄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년 이후의 여성은 탄력이 부족하다. 배 밑에 몰려 있는 지방을 제거하고 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처진 피부가 더 흉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뱃살의 노화와 처짐은 출산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출산 과정에서 급격한 팽창을 하고, 이후 노화로 인해 탄력까지 잃으면서 심한 처짐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윤을식 교수는 “그래서 최근에 많이 시도되는 것이 최소절개 복부성형술이에요. 1980년대에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 시도되기 시작했죠. 팬티 라인을 약 14cm 정도 절개해서 지방을 제거하고, 피부도 팽팽해지도록 당겨서 남는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배꼽 위치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술 과정 자체는 다소 복잡하지만, 실제로 절개하는 부위는 한 뼘도 안 돼서 후유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죠. 무엇보다도 보정속옷으로부터 해방되고 옷맵시가 나기 때문에 중년 여성들에게 가장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 치료이기도 합니다(웃음)”라고 설명했다.
최소절개 복부성형술의 장점 중 하나는 요요 현상, 즉 다시 살찌는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세포 수는 정해져 있어 물리적으로 지방세포를 제거하고 나면, 세포 수가 원래대로 다시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윤 교수는 설명한다. 비만은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지, 세포 수가 늘어나서 부피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절개 복부성형 치료비용은 개인 성형외과의 경우 300만~500만원 정도이며, 대학병원의 경우는 더 높은 편이다. 수술 후에는 6주 정도 특수 속옷을 입고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방고정술로 자존심도 위로
여성의 경우 또 다른 처짐을 겪는 부위가 있다. 바로 가슴이다. 유방의 노화는 개인차가 있는데,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일찍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가슴 처짐의 기준은 유두 위치를 보고 판단한다. 유방 아래 접히는 부분보다 유두가 내려가 있으면 처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유방하수증이라고 한다.
문제는 가슴 처짐이 발생하면 외관상으로 흉할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브래지어만으로는 처짐을 보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꽉 죄는 속옷도 부담을 준다. 윤 교수는 나이에 관계없이 가슴은 여성에게 자존심이라서 답답함을 하소연하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사우나 모임 등 사회생활도 불편해지니까요. 또 무게 때문에 짐처럼 느끼기도 해요.”
유방하수증 환자를 위해 성형외과에서 권하는 것은 유방고정술이다. 이론적으로는 유방축소술과 비슷한데, 가슴 모양을 아름답게 잡아주는 과정이 복잡해 좀 더 어려운 수술로 알려져 있다. 수술 이후에는 젊었을 때의 가슴 모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가슴이 작은 환자의 경우 보형물을 통해 보정하기도 한다.
유방고정술의 치료비는 개인 성형외과에서는 약 300만원 정도이며, 대학병원의 경우는 좀 더 비쌀 수 있다. 수술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고, 3주 정도 심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아무래도 옷 입을 때 편하고, 체형도 보기 좋아지기 때문에 만족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가슴 처짐은 환자들이 참고 참다가 한 맺힌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그렇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최근에는 유방암으로 인해 가슴을 절제한 환자들이 가슴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다른 쪽 가슴에 유방고정술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방 재건수술은 유방암 제거수술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택하는 환자도 늘었고,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가급적 기존의 유두와 유륜 조직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간혹 인공 보형물이 싫어 재건수술을 반대하는 남편들이 있는데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어려운 방법 말고 좀 더 간단하게 체중과 체형을 조절할 수는 없을까? 윤을식 교수는 기계로 지방을 쏙쏙 뽑아내면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고 조언한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흡입술을 시행하더라도 뽑아낸 지방의 무게를 재보면 고작 1~2Kg정도예요. 부피만 보면 잔뜩 뽑아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적다는 것이죠. 비만환자의 체중을 생각해보면, 지방흡입으로 인한 1~2Kg 체중조절 효과가 얼마나 미미한지 금방 알 수 있잖아요. 퇴행성관절염 환자처럼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빠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제대로 된 비만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한 일이다. 간식도 많이 먹지 않는다. 요샌 과일도 잘 입에 대질 않는다. 음식이라곤 하루 세 끼 챙겨 먹는 식사가 전부다. 모임도 이젠 예전 같지 않아 술자리가 많지도 않다. 매일 걸으려 노력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가까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이놈의 뱃살은 변하질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중년들이 하는 이런 흔한 고민에 전문의들은 당연하다 말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무엇이 당연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비만전문의로 잘 알려진 365mc 신촌점의 김정은 원장과 의사·한의사 면허를 모두 보유한 예풍의원 백태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중년에 접어들어 살찌는 것은 당연하다. 속상한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두 원장 모두 입을 모은다. 김정은 원장은 평소같이 생활하면 조금씩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중년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갱년기를 겪으면서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져요.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줄면 복부지방이 증가하게 되죠. 이와 함께 근육량도 줄어드는데 이런 변화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해요. 생활습관이 변하지 않는데, 소비하는 칼로리는 줄어든다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은 당연해요. 덕분에 살이 빠지는 속도도 젊은 사람에 비해 느리고요. 따라서 젊은 사람에 비해 감량 목표도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빼야하는 살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혹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외신을 통해 나오기도 하잖아요. 정말 비만이 건강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흔히 4종 세트라고 표현하는 고협압, 당뇨병, 고지혈, 통풍과 같은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관련이 있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비만이에요. 미국에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가 골다공증과 골절인데, 이 역시 체중을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죠. 무릎 관절질환도 당연히 체중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니 결국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체중 조절은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살을 빼기 위해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달리기? 굶기? 여러 가지 답이 머리 속을 맴도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예방이다. 김정은 원장은 안 찌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중년이 되면 살빼기가 점점 힘들어지니 가장 좋은 것은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해서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공부나 교양을 쌓는 자기 관리처럼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꾸준하게 체중이 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물론 이런저런 노력을 다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약물치료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써야겠지요.”
이에 대해 백태선 원장은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인다. 다이어트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년에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생활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의외로 힘이 들어요.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문제는 이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다이어트에 성공하더라도 요요를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에요. 물론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도 되고요. 또 무조건 굶는 등 전문적인 정보 없이 하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까지 헤쳐요.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자책할 가능성도 크고. 어느 정도 노력했는데 큰 성과가 없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원장 역시 트레이너나 영양사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이어트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습관 문제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해서 중년들이 가장 실수하는 부분은 음식이다. 김정은 원장은 스스로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년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에요. 보통 채소와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하니까 즐겨드시죠. 하지만 과당이 많은 과일은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들어요. 또 하나는 바로 밥이에요. 보통 하루 세 끼 밥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나 하시잖아요? 밥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노후에 집에 두 식구만 살게되면 간단한 반찬 몇 가지와 밥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문제예요. 그 몇 안되는 반찬이 젓갈같이 짠 반찬이라면 최악이죠. 다른 영양소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만 늘어나는 불균형이 일어나요. 건강하고 체중관리에 도움되는 식사를 하려면 반찬량을 늘리고 밥의 양을 줄이세요.”
실제로 김 원장은 병원에서 환자의 생활습관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식사습관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의 식사 메뉴와 식사량을 점검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식단을 지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기에 백 원장은 고기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단백질 섭취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대부분 서구 기준인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섭취량을 따져 보면 결국 한국 사람 식생활 기준으로는 고기 섭취가 부족한 셈이에요. 서양인들과 고기 섭취량이 다르니까. 고기는 걱정말고 드세요.(웃음)”
중년에게 다이어트는 숙명적인 ‘장기전’
병원에서 환자들의 다이어트를 도울 때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약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지만, 그것은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쏟아붓는 돈의 규모를 모르고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이들이 의견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800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 원장은 “체중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같이 부작용을 이용해 처방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공복감을 줄여 식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어요.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은 기초대사량을 증가하거나 지방세포를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어차피 약물치료만으로 체중 조절을 완전히 해결할 순 없겠지만,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백태선 원장은 중년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급증을 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에 몸에 딱 붙는 옷들이 흔해진다던가, 마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정상 체중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의사와 환자가 생각하는 기준이 완전 다르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기준이 있어요. 또 그 기준까지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도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접근하세요”라고 말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이재동 척추관절센터장은 비만이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다. 살찐 형태에 따라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전신 비만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각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을 알아보자. 한의학적 관점에서의 체형별 비만관리 핵심을 4회에 걸쳐 게재한다.
1. 중년 다이어트의 중요성 2. 체형별 다이어트 생활습관 3. 체형별 다이어트 식이요법 4. 체형별 다이어트 운동요법
‘뱃살쯤이야’ 혹은 ‘살쪄도 건강하기만 한데’라며 배나 옆구리에 한가득인 살을 업신여기는 사람이 많다. 건강한 비만이란 없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경색, 천식 등의 질병 발병률은 물론 사망률(20%)도 높인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운동으로 관리해야 한다.
운동은 건강한 사람이든 병에 걸린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특히 관절염 환자는 움직이지 않을 경우 뼈로부터 칼슘이 빠져 나가 골다공증에 걸리기도 하고 근육의 힘이 빠지고 관절의 유연성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운동이 더욱 중요하다.
관절의 경직을 막기 위해 ‘관절의 운동범위’를 매일매일 움직여 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을 유연성운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매일 하루에 30분 이상의 과격하지 않은 운동을 하고 조깅이나 농구, 심한 에어로빅보다는 자전거 타기, 체조, 수영 등이 적당하다.
전신 비만
전신 비만은 순환기능이 떨어져 대사능력이 약해지면서 전신에 불순물이 쌓이는 체질로, 무엇보다 몸을 많이 움직여 대사능력을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큰 힘 들이지 않으면서 평소에 할 수 있는 운동은 몸통 돌리기 (우리 몸의 70%는 물이기 때문에 몸통 돌리기를 일명 ‘물통 돌리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이다.
전신 비만에 좋은 ‘몸통 돌리기 운동’
다리를 붙이고 차렷 자세로 서서 팔은 자연스럽게 내려트린다.
골반을 좌우로 돌려주면 골반 위의 몸통이 좌우로 회전을 하게 된다.
몸통회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려트린 팔도 원심력에 의해 좌우로 회전하게 된다.
이외에도 러닝머신이나 줄넘기 같은 운동과 함께 1주일에 2시간 정도의 근력운동을 병행해 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며 조깅이나 등산도 좋다. 족욕, 사우나 등으로 순환을 좋게 해 주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상체 비만
상체 비만은 비뇨생식기능이 떨어져 기운이 위로 올라가면서 상체는 비대해지고 하체는 가늘어지는 체질이기 때문에 평소 하체운동을 통해 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할 수 있는 추천운동은 발뒤꿈치 자극 운동이다.
상체 비만에 좋은 ‘발뒤꿈치 자극 운동’
발을 11자로 놓고 차렷 자세로 서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한다.
번의 방법을 하면서 들어 올린 뒤 공중에서 양쪽 발뒤꿈치를 가볍게 부딪치고 바닥으로 내려 준다.
번의 방법을 하면서 내려올 때 발뒤꿈치를 땅바닥에 쿵하고 부딪치면서 내려도 좋다.
이외에도 명상이나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아래로 내려 주고 또한 오랜 시간 지구력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하체 단련을 위해 천천히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도 도움이 된다.
하체 비만
하체 비만은 소화기가 약해 섭취한 음식물이 100% 다 소화되지 않고 복부에 쌓이기 때문에 복부와 하체가 비만해지는 체질로, 추천할 운동은 배꼽 당기기 운동이다
하체비만에 좋은 ‘배꼽 당기기 운동’
자연스럽게 배꼽을 힘껏 등쪽으로 당기면서 숨을 내쉰다.
당긴 배꼽을 풀어 주면서 숨을 들이마신다.
이렇게 배꼽을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숨을 내쉬었다 들이마셨다 하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되면서 위장과 복근이 강화되고 복부지방이 연소된다.
하체 비만은 소화기능이 약해 에너지 생성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기력을 떨어뜨려 대사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빠르게 걷거나 요가, 단전호흡,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이 좋다.
부위별 지방을 줄이기 위한 운동
목운동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어깨는 들어 올리지 말고 머리를 앞으로, 뒤로, 오른쪽, 왼쪽으로 굽혀 각각 2~3초 동안 자세를 유지한다. 목이 뻣뻣해지는 증상을 개선하고 앞뒤로의 움직임을 도와주며 흉곽팽창과 어깨의 운동성을 좋게 한다.
어깨운동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켜 견갑골을 가운데로 민다. 5초간 힘을 유지한다. 깍지를 끼고 바로 서서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린다. 5초간 힘을 유지했다가 천천히 팔을 내린다. 흉곽의 움직임을 좋게 하고 어깨 뭉침을 덜어 준다.
무릎운동
벽에서 두 걸음 떨어져 서서 손을 벽에 댄다.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양쪽 발뒤꿈치를 바닥에 대고 종아리 근육이 펴지는 느낌이 들도록 무릎관절을 곧게 펴고 엉덩이를 벽쪽으로 민다(10초간 유지 후 힘을 뺀다). 무릎관절 주위 근육을 튼튼히 하고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힘을 길러줄 수 있다.
발목운동
발가락을 바닥에 대고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힘을 주어 유지한 후 다시 발바닥을 아래로 내린다. 발목관절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반복한다. 발목관절의 유연성을 길러 준다.
‘여자는 허벅지’(바다출판사)는 일본의 여성 수필가, 소설가인 다나베 세이코 (田邊聖子)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1928년생이니 89세 고령이다. 남녀의 습성과 차이에 대해 집요한 통찰력을 보이며 폭 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작가라고 한다. 1971년부터 90년까지 20년간 ‘주간 문춘(週刊 文春)’에 고정적으로 에세이를 올렸다고 한다,
‘여자는 허벅지’는 1977년까지 쓴 에세이 중에서 본문 에세이 중의 하나인데 얼핏 포르노 영화 제목처럼 들리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게 야하지는 않다. 이 책은 저자가 남자와 둘이 술 마시며 대화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남자들 얘기가 많다. 그래서 여성 독자 팬들이 많은 모양이다. 대화 남 에게 “처음 여자를 알게 되었을 때 가장 깜짝 놀랐던 게 뭐냐”고 물어서 얻어낸 답이 “여자의 허벅지가 이렇게 굵은 것이구나.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굵고 하얗더라고요”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남자는 간을 상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간호원들의 스커트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요즘엔 심각하고 진지한 책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에 손이 간다.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내용의 책은 읽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책 표지 디자인도 좀 야해 보이며 가벼운 음담패설 수준으로 유쾌하게 썼기 때문에 품격도 있고 재미있다.
사춘기 때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이 책은 필자가 본 책 중에 가장 솔직하게 여자들의 이면을 노출했다. 사실 여자를 제대로 알고 나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들이 목욕탕에 갔을 때 하는 이야기와 처녀, 현역, 노인 여자가 목욕탕에서 보이는 습성 등 남자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생각도 솔직하게 풀었다. 저자가 태평양전쟁을 겪은 사람이라 남자들이란 전쟁에 나가서 목숨을 바치는 존재로 속물인 여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이었으니 제복을 입은 남학생의 손길만 스쳐도 자궁 밑이 빠지는 느낌이었단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이 많다. 먼 길 가기 전에 미리 화장실에 들렀어야 했는데 길은 막히고 차 안에서 실례할 수도 없어 곤욕을 치렀다는 얘기도 솔직하게 한다. 결국 집에 도착해서 화장실에 가서 해결했을 때의 그 기분을 얘기했다. 그걸 들은 남자는 그 기분을 남자들이 일을 끝냈을 때의 기분이라고 했다. 결혼식과 결혼 생활은 여자에게는 연극의 한 과정인데 남자들은 실리만 찾더라며 남녀는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으면 어느 정도 배가 나오고 머리숱도 적어져야 보기도 좋고 신뢰가 간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 늙은 사람 흉내를 내는 것과 달리 노인이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뱃살을 빼야겠다며 운동하는 사람을 보면 안쓰럽다고 했다.
대부분은 가모카라는 남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당시 47세 일본 평균의 남자란다. 저자 또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년 남자이니 양기가 입으로 올라 야한 얘기를 솔직담백하게 하는 남자로 나온다. 음담패설 에세이를 쓰는 작가이니 못할 얘기도 없을 것이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신단다. 에세이를 연재하는 사람이니 글감을 찾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남자의 3대 쇼크는 사춘기 때 성기 주변에 나는 털, 그리고 노안, 갱년기 때 성기 주변의 털이 하얀 색인 걸 보고 쇼크를 받는다고 썼다. 반면에 여자의 3대 쇼크는 남자가 생각하기에 초경, 첫 경험, 출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성에 대한 지식을 처음 접했을 때, 결혼 생활, 늙음이라고 했다.
‘주간 문춘’에서 일부러 남자들이 알고 싶은 여자의 속 이야기를 쓰라고 주문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자의 초경, 여자의 성욕, 여자들의 핸드백 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등에 관한 얘기들이 그렇다.
일본이 전쟁을 얼마나 준비했는지 ‘낳아라, 번식하라“는 구호까지 붙이며 인구 수를 늘렸다는 얘기도 있다.
재일교포가 많이 사는 오사카(大阪)에 살아서인지 조선 남자들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고 썼다. 마늘과 기름 냄새, 강한 소주 냄새, 역동적인 발음의 조선 말 등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예의바르고 소심한 일본인들에 비하면 훨씬 남자다운 것이다.
남자들의 속마음도 대화 남을 통해 털어 놓았다. 빚 대신 딸을 받아 맘대로 하는 상상, 공주를 납치해 요리하는 상상, 옛날 귀족들처럼 여자가 서른을 넘기면 침소를 다른 여자에게 넘겨준다는 관습 등을 알려준다. 일본인들의 잔인함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