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우울감, 무기력증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가 시니어를 덮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간한 진료비통계지표(진료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의원급에서 전체 내원일수가 4억 6822만일로 전년 대비 15.4% 감소했다.
다른 과들이 내원 환자들이 줄어든 것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심평원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일수는 1281만일로 같은 기간 10.0% 증가, 두 자릿수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 블루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충청권·호남권·강원권 트라우마센터가 6월 30일 새로 문을 열었다. 이로써 수도권역을 담당하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부곡병원)를 비롯해 전국 5개 권역에서 트라우마센터가 시니어들의 ‘마음 건강’ 지원을 본격화한다.
이번에 개소한 트라우마센터는 각각 국립공주병원, 국립나주병원, 국립춘천병원에서 운영한다. 세 곳은 지난해 12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따라 신설됐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는 ‘마음 안심버스’를 운영해 재난 시 신속한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평소에는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직접 찾아가 심리 상담을 진행한다.
보건복지부는 “국가-권역별 트라우마센터는 지역 자원과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전국적인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산불, 풍수해와 같은 지역 재난에도 심리 지원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60세 이상 시니어가 무급 가사노동에서 27.5%를 담당하며 처음으로 30대를 추월했다.
통계청은 ‘2019년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에서 2019년 무급 가사노동의 전체 가치 평가액이 490조9000억 원으로 2014년보다 35.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3.1%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통계청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가사노동으로 하루에 몇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조사한 뒤, 해당 시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노동 종류별 임금을 곱해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환산한다. 5년에 한 번 이뤄지는 해당 조사에서 60세 이상이 가사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1%에서 2019년 27.5%까지 늘며 처음으로 연령별 1위를 차지했다.
여태껏 1위를 지켜 온 30대 비중은 같은 기간 33.7%에서 23.1%까지 떨어졌다. 맞벌이 등으로 줄어든 30대 가사노동을 은퇴한 60세 이상 시니어가 채운 것으로 분석된다.
무급 가사노동에는 ‘황혼 육아’가 포함될 수 있다. 황혼 육아는 노후를 바라보고 있는 5060세대가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정기적으로 돌보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물론 자녀가 손주를 돌보는 부모님에게 소정의 수고비를 준다. 그러나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2018년 발표한 은퇴라이프트랜드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돈을 받는 경우는 34.9%에 불과했고, 금액도 평균적으로 70만 원이었다. 이는 외부 육아 도우미를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인 150만~20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니어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기꺼이 황혼 육아를 선택하고 있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몸에도 무리가 오기도 한다. 또 자식과 손주 양육 방식에 대한 차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임신·육아를 통해 가정 위기가 생긴다는 데 가장 공감하는 연령대가 30~40대가 아닌 60대란 조사도 나왔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팀이 지난 3~4월 전국 만 19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일반 국민의 임신 육아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임신·육아로 가정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데 공감하느냐’는 설문에서 60대의 92.8%가 공감하거나 매우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30대 88.8%, 40대 91.4%보다 높은 응답률이다. 윤 교수팀은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만 임신이나 육아가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조부모 세대까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253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보육 실태 조사'에서도 아이 부모를 도와 가정에서 영유아를 돌보는 사람 10명 중 8명이 조부모로 조사됐다.
황혼육아가 늘어나는 이유는 사회 전반에서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들이 황혼 육아로 지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족 친화 인증제’ 같은 임신·육아에 도움을 주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족 친화 인증제는 육아 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출산 전후 휴가 등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이 우수하고, 유연 근무 제도 등을 운영하는 기업·공공기관을 심사하는 제도다.
선정된 기업과 기관에는 정부·지자체 사업자 선정 시 가점, 중소·중견기업 투·융자 금리 우대, 출입국 우대 카드 발급 등 220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제도를 알고 있다는 비율은 이번 조사에서 33%에 불과했다.
윤영호 교수는 “자녀를 둔 직장인은 물론 황혼 육아에 시달리는 시니어까지 임신·육아는 심각한 위기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출산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임신·육아라는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가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화 기술이 세계를 혁신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시니어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니어들의 74.1%가 정보 제공 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연령별 정보화 기기 사용 역량을 살펴보면 ‘정보 검색’ 역량이 65~69세가 77.5%, 70~74세가 50%, 75~79세가 29%, 80~84세가 13.2%, 85세 이상이 5.6%로 나이대가 높아질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금융거래’ 역량은 65~69세 25.2%, 70~74세 9.7%, 75~79세 4.3%, 80~84세 2%, 85세 이상이 0.7%로 시니어에게 온라인을 통한 은행 업무 처리는 더 높은 장벽이라고 볼 수 있다.
시니어들은 인터넷을 통한 금융 거래 경험이 거의 없거나 이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직접 창구를 찾아가 은행원을 대면하는 게 편하다. 젊은이들이 카카오톡이나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1분도 안 돼 돈을 송금하고, 수수료를 면제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열풍인 주식거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앱 사용이 서툴면 적시에 매매하기도 어려운 데다 수수료도 더 비싸다. 그렇지만 정작 시니어들은 “휴대폰으로 돈을 보내다가 잘못 보내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창구에 가는 게 편하다”, “혼자 주식 상품을 이것저것 알아보면 헷갈리기만 해서 직접 설명을 듣는 편이 낫다” 같은 의견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시니어들의 디지털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보이스피싱 예방법과 금융소비자법의 주요 소비자 보호제도 같은 ‘시니어가 꼭 알아야 할 금융 꿀팁’을 2주간 온라인 동영상으로 교육하고, 7월 15일 목요일 오후 2시에 ‘온라인 금융골든벨’을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행사 당일 온라인 금융골든벨에 참여해 문제 풀이에 도전해 우수한 성적을 낸 시니어 10명은 총 200만 원 상당의 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
본 행사는 50세 이상 시니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 선착순으로 250명까지 접수를 받는다. 골든벨 문제는 객관식과 OX퀴즈 30문제가 출제된다.
온라인 금융골든벨 홈페이지(sfec.or.kr/goldenbell)를 통해 6월 16일 수요일부터 6월 3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속도가 느려서 뒷사람에게 미안함을 종종 느꼈다. 화면을 확대하기 위해서 돋보기 메뉴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뒤에 서있던 젊은이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한참 애먹었을 것 같다.” (64세 시니어 A씨)
“글자가 작아서 메뉴가 어디 있고 결제 버튼은 어디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사회적 추세니까 적응하려고 하지만, 글쎄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거라고 하는데 여러 사람이 화면을 터치하면 더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70세 시니어 B씨)
“무인점포가 너무 많아진 건 별로다. 내 뒤로 줄이 길어지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는데, 그러면 더 헤매고 버벅인다. 점원이 있는 가게가 훨씬 편하다.” (58세 시니어 C씨)
세 명의 시니어가 한 전자기기에 대해서 이용 경험을 말하고 있다. 무슨 기기에 대한 이야기인지 눈치챘는가? 신종 바이러스에 맞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의 대표주자, 키오스크(무인주문기)다.
AC(After Corona)시대 시니어, ‘에이씨’ 성질나게 만드는 키오스크
키오스크 증가 추세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크게 뛰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키오스크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키오스크 판매량은 2018년 1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에 2만 대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올해 국내 키오스크 예상 판매량은 3만 대로, 하루에 82대가 설치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이런 변화가 반갑지 않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로 식당 주문을 해본 노인 중 64.2%가 불편함을 느꼈다.
키오스크 뿐만이 아니다. 노인들은 일상 속 늘어나는 정보화 기기가 어렵기만 하다. 노인 74.1%가 온라인 중심으로 제공되는 정보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정보화 기기를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고 답했다. 키오스크보다 일찍 보편화된 ATM 기기도 노인 38.4%가 사용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이 65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복잡한 단계를 불편한 이유로 꼽는 어르신들이 51.4%로 가장 많았다. 다음 단계 버튼을 찾기 어려움이 51.0% 뒷사람 눈치가 보임가 49.0% 같은 이유를 시니어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고령 소비자 10명을 선정해 현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모두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 지연 등으로 심리적 부담감도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오스크, 정보화 시대 시니어의 ‘족쇄’에서 ‘도움닫기 발판’으로
이에 시니어도 사용하기 편리한 시니어를 위한 키오스크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격차가 노인 소외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대면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방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무인시스템 확충이다. 정보격차 해소를 ‘복지’ 차원에서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이 중 하나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지능정보화 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고령자·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정보접근성은 누구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과기정통부장관은 주민센터, 공립 노인요양시설 등의 국가기관에 정보접근성이 보장된 키오스크 우선구매를 요청할 수 있다. 강제책은 아니지만 해당 키오스크를 구매한 자는 정부포상도 받을 수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은 지난달 고령층을 위한 키오스크 개선을 위해 CJ CGV와 손을 맞잡았다. 어르신들이 더 편리하게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와 분석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한다. 서울디지털재단 관계자는 “어르신과 현장직원 등 키오스크 이용자와 제공자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방향을 도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제작 중인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접근성 표준안’을 CGV 키오스크에 시범 적용한다. 그 효과를 사전에 검증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접근성 표준안’은 올해 내로 제작하고 배포할 예정이다. 영화관과 노인복지센터. 시니어에게 친숙한 장소 안 키오스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80대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있었다. A씨에게는 50대 아들이 있는데, 퇴원을 권유하는 의료진의 말도 무시하고 수시로 병원에 찾아와서 의료진과 어머니에게 폭언까지 퍼부었다. 결국 병원은 A씨 아들을 노인학대로 신고했다. A씨 아들의 명함에는 요양보호사 이력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다수의 노인 학대는 가족과 자녀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에 신고된 노인학대 중 98.3%가 A씨 사례처럼 친족에 의한 학대였다.
노인학대 건수 자체도 매년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접수한 노인학대 신고는 2018년 1316건, 2019년 1429건, 2020년 18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신고가 790건 접수돼 하루 평균 약 6.59건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 관련 통계에서도 비슷한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9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가정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5년 85.8%, 2016년 88.8%, 2017년 89.3%, 2018년 89.0%, 2019년 84.9%를 기록하며 매년 8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했다.
학대당한 노인과 학대 행위자 관계를 나타낸 통계도 가족에 의한 노인학대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대 행위자는 2019년 기준 아들이 31.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족 중에는 배우자와 딸이 각각 30.3%와 7.6%로 뒤를 이었다. 노인학대 10건 중 7건 정도가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가족에 의한 노인학대가 늘고 있는 배경에 현행법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학대가 발생했을 때 외부인에 대한 규제나 처벌 위주로 마련된 현행법은 가족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노인학대 사건을 발견하거나 줄일 수 있는 조치가 이뤼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학대당하고 있는 노인이 섣불리 가족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신고가 접수돼도 학대 사실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인정받아 제대로 조치가 이뤄져도 학대자가 상담과 교육을 받는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가정 내에서 학대가 재발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에 다행스럽게도 노인학대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지난 14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해 노인학대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학대 우려 노인을 대상으로 합동점검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서울시·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합동으로 7월말까지 2회 이상 노인학대 신고가 반복된 가정을 방문해 노인의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또 서울경찰청은 6월 15일부터 한 달간 노인학대 집중 신고 기간도 운영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날 노인학대 대응을 전담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을 4개 권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남부·북부·서부 기관에 더해 올해 ‘동부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인학대 발생 가정을 방문하면 노인학대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경찰이 확인해 관리하기 쉽다. 또 시에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확대하면 그만큼 노인들에 대한 보호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제도도 보완됐다.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노인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이달 30일부터 노인학대 행위자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교육을 거부하거나 방해했을 때 최대 300만 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도 노인학대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선협 동국대 비교법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몇 가지 제도적 방안을 도입하면 노인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이 현재 부족한데 인력을 충원하고 전문상담원들을 배치해야 한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 한 곳이 잠재적 노인학대피해자에 포함되는 4만여 명을 담당하고 있다. 운영 인력을 확대해 노인학대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가족으로부터 격리하는 제도다. 현재는 아동학대를 막는 데에만 도입돼 있다. 노인학대 피해자는 친족이 형사처벌 받는 것을 꺼려하므로 노인학대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노인복지법에도 피해자보호명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밖에도 노인요양시설에 CCTV를 설치하고, 긴급전화 활성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UN은 6월 15일을 UN이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해 세계 각국에서 매년 노인학대예방과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6월 15일을 노인학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액티브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주거공동체 모델인 '미래형 시니어주거공동체'가 제시됐다. 반전세 형태로 35세대가 입주해 입주자들이 서로 많이 교류하는 소규모 주거공동체 형태다. 의료와 문화활동을 보장해 고독과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 시니어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와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은 11일 굿네이버스 회관 1층 대강당에서 ‘고령화 시대, 미래형 시니어 주거와 삶을 논하다’를 주제로 온라인 생중계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형 시니어 공동체 모형 및 조성방향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고령 친화 주거환경 조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고령사회가 가까워지면서 한국형 노인주거복지모델이 필요해져서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조강연에서 ‘인구변화와 고령사회 대응’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인구변화에 따른 고령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서형수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에이지 퀘이크(나이를 뜻하는 영단어 age와 지진을 뜻하는 영단어 earthquake의 합성어)’와 ‘고령화 쓰나미’를 맞닥뜨린 인구 재난 상태에 있다"며 "인구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기능과 주거정책을 융합한 새로운 고령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형 시니어 주거공동체 모형 및 조성 방향 연구’ 주제에 대해서 권순정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와 박화옥·임정원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각각 ‘시니어주거공동체의 개념와 해외사례’, ‘온라인 설문조사와 FGI 분석’, ‘한국형 시니어주거공동체 조성 방안’으로 나눠 발표했다.
공동연구진은 55세~70세 사이의 굿네이버스 정기후원 시니어회원 3799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미래형 시니어주거공동체 모델을 제시했다. 35세대 정도가 입주할 수 있는 소규모 주거공동체로 입주자들이 자주 교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연다. 특히 의료와 문화활동 시설을 갖춰, 시니어들이 고독해지지 않도록 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시니어들이 지인과 자주 교류하는 특성을 반영한 모델이다.
또한 중산층(월소득 200~400만원)을 대상으로 해 월세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인 반전세 방식을 도입한다. 소득은 일정하거나 불안정한데 반해 나이가 들수록 치료비 부담이 높아지는 시니어들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
‘한국형 시니어주거공동체 조성 방안’ 발표를 맡은 권순정 교수는 “이번 연구가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케어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앞으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후 주거 형태가 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친 시니어들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손주에게도 도움을 주는 방법이 ‘영상 통화’라는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19는 시니어들의 일상에 다방면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일수록 치사율이 높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거나 외부 활동을 크게 자제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주로 생활하다 보니 고립감에 우울해지는 시니어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시니어가 가장 의지하는 가족, 특히 자녀와 손주들과 왕래하거나 연락하는 비율이 점점 줄고 있어 정서적으로 외로움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니어가 자녀와 왕래하는 비율은 2008년 44.0%, 2017년 38.0%, 2020년 16.9%로 12년 사이에 절반 이후로 줄었다. 자녀와 연락하는 비율은 2008년 77.3%, 2017년 81.0%, 2020년 63.5%로 2017년까지 늘어나다가 지난해에는 3년 전보다 4분의 1가량이 줄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착용하는 마스크도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었다. 58세 직장인 A씨는 “오래 알던 사람은 걸음걸이나 신체 조건으로 그나마 파악이 가능하지만, 새로 알게 된 사람은 마스크를 낀 모습이 더 익숙하다 보니 돌아서면 다른 사람 같기도 하다”며 “마스크 탓에 목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하고, 기분이나 감정이 어떤지 몰라 의사소통하기가 힘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은 얼굴을 눈, 코, 귀 등을 각각 인식하기보다 눈 사이 거리, 눈과 코 관계, 입과 코 거리 등 전체를 ‘패턴’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눈 모양만으로 타인을 인식해야 해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 바로 ‘영상통화’다. 영상 통화는 시니어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고, 손자와 손녀에게는 비언어적 표현을 배우며 사회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은 언어를 사용해 대화하기도 하지만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도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쓴 사람 모습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마스크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보면서 얼굴 표정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다양한 비언어적 소통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은영 원장(소아청소년클리닉)은 “이제 막 언어를 배우고 정서 발달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자주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아이들이 학습할 기회가 생기는 것은 물론, 일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과정에서 시니어들도 우울감을 회복하며 손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영상통화는 음성통화보다 서로 얼굴을 보며 말을 하고 듣는다. 덕분에 아이들이 감각을 더 발달시킬 수 있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시니어와 손주 간 친밀감도 더 높일 수 있다.
덧붙여 오은영 원장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하는 영상통화는 아이가 다양한 표정을 배울 수 있다”며 “특히 용건만 간단히 하기보다 각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조언했다.
‘집콕’ 하느라 답답했던 시니어들의 일상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인 7월부터 수도권의 식당·카페·노래연습장·유흥시설은 자정까지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수요가 많은 공연 관람이나 스포츠 경기의 참석 가능 인원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높아진 국민적 피로도를 덜어내기 위해 새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10일 복지부는 7월에 시행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에 대해 “새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유흥시설은 24시까지 운영을 제한하고, 그 외 시설은 운영시간 제한이 없다”고 발표했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장 등에 대한 개편안은 14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로의 원활한 전환과 휴가철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공연과 스포츠를 즐기는 액티브시니어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대중음악 공연은 100인 미만의 행사제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다음 달 5일 체제가 개편되기 전까지는 최대 4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며, 임시좌석을 설치하는 경우 1m 이상 거리두기(스탠딩, 함성 금지)를 지켜야 한다. 공연 중 상시 촬영을 통해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적용된다.
스포츠 경기장은 실외에 한해 개편안의 중간 수준으로 관중 입장을 확대한다. 거리두기 2단계 지역에서는 전체 좌석의 30%, 1.5단계 지역은 50%까지 늘어난다. 기본방역수칙 준수를 전제로 하며, 지자체 상황에 따라 입장 인원의 조정 및 방역수칙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유지된다. 사적 모임이 잦은 시니어들에게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유지가 아쉬운 대목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11일 중대본 회의에서 “6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앞으로 3주간 현행대로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조치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 내 식당·카페·노래연습장·실내스탠딩공연장·파티룸·실내체육시설·목욕탕·방문홍보관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문을 닫고 있다. 개편안에는 기존 5단계 거리두기 체계를 4단계(1→2→3→4단계)로 재편하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완화 등이 담겼다.
바야흐로 액티브시니어 시대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열에 여덟은 여가나 문화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취미·여가 활동을 꼽았다.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고,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액티브시니어가 늘어나면서 각종 지자체와 단체에서 시니어를 위한 취미·여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니어들에게도 디지털기기 활용과 정보화가 필수가 됐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노인 74.1%는 정보화 기기를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화 기기가 낯선 시니어를 위해 맞춤형 IT 강의가 열린다. AK플라자는 액티브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헬프 클래스’를 개설했다. 생활 편의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사용법, 모바일 쇼핑몰 이용방법 등을 1대 1로 알려줘 인생 2막을 더욱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끔 돕는다. 이달부터 AK플라자 백화점 전점에서 정기적으로 월 1회 진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관련 자세한 내용은 AK플라자 문화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층 더 활동적인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면 다양한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평생교육원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오는 7월 여름학기 운영될 시니어 전문과정을 개설했다. 개설된 프로그램은 시니어 알렉산더테크닉, 시니어 성신 퓨어 발레, 시니어 필라테스 과정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자세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알렉산더테크닉을 포함, 신체활동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7~8명 이내 소수정예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외 플랜테리어(식물을 뜻하는 영단어 ‘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 피아노, 성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이번 여름학기 전문과정 관련 자세한 내용은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시니어의 여가생활에서 휴식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가 문화 활동을 즐기는 시니어의 절반이상이 산책이나 음악 감상을 하며 취하는 휴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여행 수요가 시니어에게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다시 기지개를 켤 모양새다.
길어진 코로나19 국면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해남 흑석산 치유의 숲에서 운영하는 ‘참숲’ 해피-시니어 프로그램이 주인공이다. 숲치유 레크리에이션, 참나무숲 치유명상, 참나무숲 족욕 등을 즐길 수 있다. 올해 말까지 예방접종 완료자에게 체험료 80%를 할인해 주는 자체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휴관일은 매주 화요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흑석산 치유의 숲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온라인 강의도 인기다. 참여비가 없거나 저렴한 점도 매력적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50플러스센터는 지부별로 다양한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다.
성북50플러스센터는 지역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맛집 사장님의 음식 레시피를 유튜브 강의로 공유한다. 금천50플러스센터에선 이달 내로 수화, 생활커피교실, 오카리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진행하는 ‘사랑에 빠질 바질’ 프로그램은 7월 제철 식재료인 바질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강의도 있다. 노원50플러스센터는 오는 17일부터 9월 2일까지 매주 목요일 ‘민화로 들여다보는 내 마음 ‘오! 팔색花’’ 강의를 진행한다. 이 외 오프라인 강의들은 수강 인원이 한정돼 있어 일찍 마감될 수 있다. 수강 신청이나 자세한 내용 확인은 각 서울시 각 지역에 있는 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서초구립 느티나무쉼터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강의는 서초구에 거주하는 시니어만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체스와 생활체육, 집콕콘서트, 도시농업처럼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온라인 강의도 제공하고 있다. 입맛 따라 강의를 찾아들으며 올 여름을 더욱 액티브하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제목처럼 삶의 마무리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웰다잉, 즉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71)를 만나 현시대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그리고 실천 방법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원혜영 대표는 은퇴 전 풀무원 창업주, 부천시장, 5선 국회의원 등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와 관련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웰다잉’이다. 실제로 마지막 의정 활동을 펼친 20대 국회의원 시절, ‘웰다잉 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웰다잉에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이 굉장히 유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연명의료 중단은 이렇게 특수한 경우에만 허락됐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19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조직해서 관련된 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2016년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사실 웰다잉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에 했던 수많은 의정 활동 중 하나에 불과한데, 인생 2막의 주제를 웰다잉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물어봤다.
“직접 법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삶에서 무수한 선택이 있듯이 하나의 죽음에도 여러 가지 절차와 수많은 선택이 있다. 장례식장 선정, 화장과 매장 같은 장묘법, 재산 분배, 장기 기증 등과 같이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전에 잘 결정하면 남은 가족 간의 분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결국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은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로 이어진다. 초고령화로 인한 장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회문화가 바로 웰다잉이라고 생각해, 은퇴 후 봉사활동 차원으로 열심히 웰다잉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웰다잉의 본질은 자기 결정권
‘웰빙’은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만큼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가 큰 터. 반면 ‘웰다잉’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전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다른 나라는 도심에서도 종종 무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에 대한 의존이 커서, 의학이 모든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망자의 약 70%는 병원에서 죽는다. 예전에는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병원에서의 사망률이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많이 감소했다. 대신 집에서 죽는 비율이 증가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회 내에서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의학으로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죽음을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마지막을 맞이한다. 그런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엔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남기는 고통이 크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제적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주변인의 임종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이 된 것 같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가족의 고통이 합당한가?’ 의문이 든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무조건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 소생 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게 맞다. 하지만 회복이 힘들다면 중단하는 것도 지혜로운 결정이다. 이제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계속 기름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 따라서 ‘우리 사회가 현대의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스로 죽음을 택할 권리를 사회에서 용인하고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결정권이 웰다잉의 본질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다만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상담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 등록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망 당시 입원한 병원에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를 보면 요양병원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는 상급병원과 비교해 윤리위원회를 갖춘 곳이 아직 많지 않다. 위원회를 구성하려면 비용도 들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회의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는 것이다.”
순리대로 정리하는 삶
그는 삶 속에서 웰다잉이 필요한 이유를 “일종의 순리다”라고 말하며, 첫 번째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소개했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가을에는 맺은 열매를 수확한다. 무릇 인생도 같다. 은퇴한 시니어에게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제는 삶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웰다잉의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단추를 유언장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내 삶을 정리하며 쓰는 일종의 종합기록부다. 생전에 고마웠던 이들에 대한 마음이나 남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재산이나 장례 방식 같은 문제를 글로 써보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기에 더 값지다.”
덧붙여 웰다잉을 준비하는 시니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웰다잉을 위해서 우리는 죽음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일상에서 웰다잉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진석 추기경이 장기 기증을 하고 돌아가셨다는데 나도 해볼까?’ 또는 ‘유언장을 쓰는 게 좋다는데 어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하면서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식이 먼저 꺼내는 것보다 당사자가 먼저 얘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웰다잉을 공통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웰다잉, 즉 좋은 죽음은 어떤 것일까?
“톨스토이는 ‘인간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죽음을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지만, 죽음은 필연적이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 준비하는 게 지혜로운 인생의 마무리다. 유언장 쓰기, 장기 기증 서약과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하면 삶의 자세가 달라진다. 웰다잉은 잘 죽는 일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을 한번 정리하고 새로운 자세로 인생을 살게 하는 중요한 중간 점검과 같다. 이는 곧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이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말했다.
“천만 노인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분들이 삶의 주인으로서,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웰다잉 문화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죽는 노인이 많을수록 사회가 건강해지고 품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만연하지만, 죽음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싶다. 병원에서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싶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웰다잉 문화 확산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