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니 뭐니 해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에서 차디찬 냉기가 느껴지는 게 엊그제 불던 가을바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아, 정녕 봄은 아직 멀고 복수초는 눈 속에 묻혀 있는 12월입니다. 제아무리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라고 해도 한겨울 해변에는 세찬 바닷바람만 오갑니다. 초가을부터 서너 달 동안 바닷가를 지켜왔던 보랏빛 해국도, 제주 해변 특유의 왕갯쑥부쟁이도, 노란색 감국과 산국도 저마다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깡마른 흔적만 남긴 채 스러졌습니다.
‘봄은 아직 멀고 복수초는 눈 속에 묻혀 있는’ 한겨울, 그러나 제주도의 바닷가가 그저 텅 빈 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꽃이 지고 스러진 계절 바닷가 현무암 더미 위에, 그리고 바다를 에둘러 난 둘레길 길섶 곳곳에 송골송골 황금빛 꽃송이를 가득 단 국화가 노란색 카펫이 깔리듯 풍성하게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이름도 낯선 갯국입니다. 등심붓꽃이나 뚜껑별꽃, 국화잎아욱, 좀양귀비 등과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외국에서 들어와 제주도의 자연 상태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린, 일종의 귀화식물인데 기존의 자생식물들이 겨울나기에 들어간 시기 쓸쓸한 바닷가에 황금빛 활력을 불어넣는 ‘핀치 히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제주도와 남해안의 벼랑이나 길섶에만 자생하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일부 수목원이나 식물원 등지에서 일부러 심어 가꾸고 있지만, 대개는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대부분의 식물도감에도 소개되지 않고 있고,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재배식물로 분류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애초 원예용이나 조경용으로 들여온, 일본 동해안이 원산지로 알려진 갯국은 특히 제주도의 바닷가에 잘 적응해 갈수록 자생지가 늘고 있습니다. 덕분에 12월부터 1월까지 눈 내리는 한겨울 제주도를 방문하는 이들은 황금색 갯국이 핀 장관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생지의 특성을 따서 해변국화, 꽃 색을 반영해 황금국화라고도 불리는데 꽃 못지않게 잎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잎 뒷면에 하얀 솜털이 촘촘히 돋았는데, 그로 인해 잎 가장자리에 은색 띠를 두른 듯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촘촘히 난 솜털은 눈 내리는 동지섣달에도 갯국이 시들지 않게 보온재(保溫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겨울 살을 에는 추위와 바닷바람을 이기고 피는 갯국의 특성을 반영한 듯 꽃말은 곧은 절개, 일편단심입니다.
Where is it?
지금까지 알려진 자생지는 제주도 및 거제도 등 남부 다도해 지역에 불과하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해변 및 해안도로를 따라 자연적으로 피어난 야생 갯국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주택의 화단 등지에서 가꾼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서귀포 송악산 인근 해안도로변에 핀 갯국은 저 멀리 눈 덮인 한라산과 우뚝 솟은 산방산, 짙푸른 하늘과 바다, 검은색 현무암과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풍경화를 그려내고 있어 인기다.
어느덧 3월입니다. 통상 3월부터 5월까지를 봄이라고 하지만, 도회지에서 조금만 떨어진 산에 가더라도 옷깃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에선 매서운 한기가 느껴집니다. 산기슭이나 계곡을 바라봐도 파란 이파리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깡말라 거무튀튀한 낙엽만 잔뜩 쌓였을뿐더러, 자꾸 미끄러지는 게 겨우내 꽁꽁 언 바닥이 채 녹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정말 꽃이 핀 게 맞나요?” 아무래도 꽃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돌아가자는 성화에 스스로 찾을 때까지 지켜보자던 생각을 접고 낙엽 사이 곳곳을 가리킵니다. 그러자 “제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탄성을 쏟아냅니다.
“어머나, 세상에! 겨울과 다름없는 날씨에 이토록 작고 가냘픈 꽃이 피었다니…”
그렇습니다. 3월이면 꽁꽁 언 산골짝에 바람이 납니다. ‘너도바람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수십, 수백 송이가 활짝 피어 사방에 가득 찹니다. 덩달아 야생화를 찾아 나선 이들도 처음엔 한 송이도 보이지 않는다며 투덜대다가, 어느 순간 하나를 찾더니 곧 지천으로 너도바람꽃이 널렸다며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봄은 발끝에서 온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눈에 보이는 계곡은 아직 얼음투성이이지만, 발밑에선 손톱만 한 너도바람꽃이 봄을 노래합니다. 여리디여린 너도바람꽃이 얼음장 같은 땅바닥을 뚫고 나와 순백의 꽃을 피우는 걸 직접 목도하는 순간 많은 이들이 자연의 신비, 생명에 대한 외경을 체험한 듯 야생화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는 야생화인 너도바람꽃은 에란티스(Eranthis)란 라틴어 속명 자체가 본래 봄(er)과 꽃(anthos)의 합성어라고 하니, 그 어디서건 겨울잠을 깨우는 봄의 전령사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하는데, 주로 습기가 많은 산 계곡에서 자생합니다. 콩나물 줄기처럼 생긴 꽃대가 올라와 끄트머리에 흰색 꽃을 한 송이씩 피우는데 다 자라야 10~20cm에 불과합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의 꽃받침 잎이 5~9장 펼쳐지고, 그 안에 수술처럼 보이는 주황색 꽃이 원을 그리듯 빙 둘러납니다. 옅은 분홍색과 흰색의 수술과 암술이 여럿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대개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이 달리는데, 경기도 포천 지장산 계곡에서 꽃대 하나에 꽃이 두 개 달린 ‘쌍둥이’ 너도바람꽃을 여럿 보았습니다.
겨울의 끝이자 새봄의 첫머리에서 만나는 너도바람꽃에선?약자의 연약함보다는 강추위도 폭설도 이겨낸?의연함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비록?작고?가냘파 보이지만, 모진 세파를 이겨낸?강자에게서?느낄 수 있는?단단한 힘이랄까 그런 것 말입니다.
특히 복수초 등의 설중화는 꽃이 핀 다음 살짝?내린 눈으로 만들어지는 데 반해, 너도바람꽃은 두껍게 쌓인?눈을 헤집고 올라온, 진정한 의미의 ‘눈속의 꽃(雪中花)’으로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경기, 강원의 깊은 산에선 눈 속에 묻혔던 너도바람꽃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경이로운 광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Where is it?
전국 어느 산, 어느 계곡에서도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광주 무갑산, 남양주 천마산, 양수리 예봉산 등지가 유명하다. 특히 무갑산 무갑사 계곡과 예봉산 세정사 계곡, 천마산 팔현계곡이 너도바람꽃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마구잡이로 찾아다니는 발길에, 더 좋은 모델을 찾는다며 여기저기 훑고 다니는 사진작가들의 욕심에 무참히 훼손당하는 너도바람꽃의 비명을 함께 전한다.
“지난해 찢긴 얼굴 성형 몇 번 했어/나도 부러진 목에 디스크래/나는 꺾어진 허리가 펴지지 않아 키가 작아졌어/올해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해” 무갑사 스님이 전하는 ‘너도바람꽃의 속이야기’이다.
“자연은 이미 완성되어 있건만 예술가는 또 다른 완성을 꿈꾼다.” 어떤 책에서 읽은 글귀가 이 산 저 산 깊 섶에, 골짜기에, 벼랑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만날 때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 복수초 등으로부터 시작해 쑥부쟁이와 구절초, 좀바위솔 등등 늦가을까지 피는 산꽃 들꽃을 쫓아다니며,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쓰지만 과연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자연의 미를 제대로 전달하고는 있는지 회의가 들곤 합니다.
예로부터 매화와 국화, 대나무와 함께 4군자의 하나로 꼽혀온 난초,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야생난인 보춘화(報春化)를 대할 때면 그런 생각은 더 깊어집니다.
흔히 춘란(春蘭)이라고 불려온 보춘화는 이름 그대로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야생의 모습보다는 예쁜 모양의 도자기 화분에 담긴 모습에 익숙하다 보니, 으레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는 원예종 식물인 줄 알고 있지만,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는 3~4월 야산에서 피는 야생종 난초입니다.
고급 도자기에 담긴 원예종 난초가 제아무리 우아미를 뽐낸다 한들 겨울의 끄트머리 수북한 낙엽더미 속에서 날렵하게 삐져나온 청초한 초록색 이파리 사이에 연황색 꽃대를 곧추 들고 선 야성적 아름다움에 비할까 싶습니다.
투명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배경이 되고, 눈부신 햇살이 무성한 잎과 꽃송이에 쏟아지며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자연의 미를 제아무리 고가의 난초인들 감히 흉낸들 낼 수 있으랴…. 오랜 세월 숱한 묵객들이 그려온 난 그림들이 자연에서 제멋대로 자라고 제멋대로 핀 보춘화의 고졸한 풍치에 버금이나 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주로 서·남해안 숲에서 자생하는 보춘화는 지역의 특성, 생육 환경 등에 따라 잎이나 꽃 등에서 많은 변이가 발견되는 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변이가 보춘화의 남획과 훼손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변이종의 가치를 높게 사던 일본에 수출할 목적으로 많은 판매상들이 마구잡이로 채취하기 시작했고, 국내 난 동호인들이 변이종 채집에 덩달아 나서면서 서·남해 해안지역에 흔하게 자라던 자생난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머리에서 밝혔듯 ‘이미 완성되어 있는 자연의 미’를 그저 바라보고 즐기면 되는 것을, 어리석은 인간들이 집으로 가져다 고가의 자기에 담아 더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고, 저 혼자만 독점하겠다고 헛된 객기를 부리다 ‘야생난 멸종위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걸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내용의 ‘세한도’가 유명합니다. 그런데 한겨울에도 늘 푸른 기상을 간직하고 있는 게 어찌 소나무와 잣나무뿐일까요? 하얀 눈으로 덮인 산기슭을 무심히 오고가는 투박한 등산화에 속절없이 짓밟히면서도 송백(松柏) 못지않게 푸르른 잎을 유지하는 풀들이 여럿 있습니다.
보춘화는 물론, 전국의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보는 감자란도 비록 혹독한 추위에 질린 듯 검푸르지만, 여름철과 진배없이 푸르고 무성한 잎을 유지합니다. 특히 날렵하고 기품 있게 뻗은 잎이 일품인 보춘화는 땅속 알뿌리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고고성을 잉태한 채 한겨울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Where is it?
남부 및 중·서부 해안가, 도서 지역은 곳곳이 보춘화의 자생지이다. 보춘화의 북방 한계선이라고 일컫는 충남 안면도까지만 내려가면 안면도자연휴양림 앞산·뒷산 산책로 주변에서도 야생의 춘란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알려진 곳은 갈수록 개체수가 줄고 있어 풍성한 자생지를 만나려면 더 먼 남쪽이나 섬으로 가야 한다. 전남 고흥 봉래산이나, 가의도 등 남해 및 서해 도서지역에 가면 아직도 손때 묻지 않은 무더기를 볼 수 있다.
11월 만추(晩秋)의 계절입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던 단풍도 땅에 떨어져 찬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깡마른 나뭇잎일 뿐입니다. 갈수록 스산함만 더해가는 늦가을 숲 속이지만, 그러나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진주처럼 빛나는 영롱한 작은 꽃이 있습니다. 바로 좀딱취입니다.
꽃 찾아 전국을 떠도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좀딱취를 보았으니 이제 한 해 꽃농사도 끝이구나….”
그렇습니다. 이른 봄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으로 시작된 꽃 탐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바로 좀딱취입니다. 물론 개쑥부쟁이와 산국·감국 등 이미 9,10월에 피기 시작한, 이른바 들국화들이 늦게는 눈 내리는 초겨울까지 뒷동산을 지키겠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서 10월 이후 새로 피는 가을꽃으론 아마 좀딱취가 유일할 것입니다.
키가 작고 못난 사람을 좀팽이라고 비하하듯, ‘좀’자가 인간 세상에선 낮은 대우를 받지만, 자연계에선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란 말처럼 키도 작고 크기도 작지만 늦가을에 피는 좀딱취는 세상을 호령하고도 남을 만큼 의연하고 당찬 모습입니다.
곰취 등 ‘취’자 식물과 마찬가지로 국화과인데, 꽃의 생김새는 단풍취와 비슷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맞습니다. 국화과 중에서도 단풍취·가야단풍취와 함께 국내에 자생하는 단풍취속 3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름철에 피는 단풍취와 꽃 모양이 많이 닮았지만, 전초나 꽃의 크기는 키다리와 난쟁이만큼 차이가 납니다. 때문에 ‘딱취’란 식물의 존재를 알 수 없으니, 오히려 ‘좀단풍취’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내의 경우 제주도 및 남부 지방에 자생한다고 하는데, 안면도 어름이 북방 한계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도를 비롯해, 서남해안의 섬과 내륙의 그늘진 곳에서 주로 자생한다. 사진은 충남 태안 안면도 자연휴양림 뒤 숲에서 담았다. 태안군 안면읍 중장리 안면도해물탕 주변에 주차하고 숲으로 10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1년 전인 2014년 10월 중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중국인들이 ‘천하제일명산’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안후이성(安徽省)의 황산(黃山)을 오르내리면서 좀딱취를 줄기차게 만난 것. 안면도 숲의 그늘진 곳에서 보았던 좀딱취가 해발 1864m의 황산 등산로 주변에서 연이어 꽃을 피웠는데, 가을 황산의 대표 야생화라 일컬어도 될 만큼 개체수도 풍부했다. 황산의 경우 위도로 북위 30도가 제주도보다 3도나 낮지만 해발 1800m가 넘는 고산으로 식생이 대략 제주도와 흡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2월 중순 저 멀리 여수 금오산에 변산바람꽃이 피면서 꽃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복수초와 너도바람꽃·노루귀·꿩의바람꽃이 꼬리를 물고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리며 전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급기야 산이 산을 껴안고 강이 강을 휘감아 도는 강원도 정선 백운산 정상 아래 깎아지른 바위 절벽에도 봄바람·꽃바람이 불어 화창한 봄날이 무르익고 있음을 알립니다.
특히 영월·정선·평창 지역 사람들이 ‘뼝대’라 부르는 석회암 바위절벽 틈새 곳곳에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이 도도하게 피어나 첩첩산중 강원도 자연생태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냅니다.
앞서 고고성을 터뜨린 변산바람꽃이나 너도바람꽃·노루귀 등 손톱 크기의 자잘한 풀꽃에 비해 크기도 훨씬 클 뿐더러 많게는 10여 송이가 무리지어 피고, 꽃색도 자주·보라·분홍·흰색 등 형형색색이어서 가히 봄 야생화의 우두머리라 이를 만합니다. 헌데 그 이름이 동강할미꽃이니, 이른바 ‘5060세대’가 한창 피어나는 ‘아이돌’을 향해 “나 아직 안 죽었어. 어디 한번 붙어볼 테야?” 하며 황혼의 비장미를 불태우는 듯합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노랫말에서 알 수 있듯, 허리 숙여 땅을 보고 피는 다른 할미꽃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곧추세우고 꽃망울을 활짝 터뜨립니다.
1997년 생태사진가 김정명씨에 의해 처음 일반에 알려졌고, 3년 뒤 이영로 박사에 의해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이라는 이름의 한국 특산식물로 공인되었습니다. 동강할미꽃의 발견, 그리고 세계 식물학계의 한국 특산식물 인정은 결국 1990년대 논란이 되어온 동강댐 건설 백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 석회암과 맑은 물이 만나 환상적인 에메랄드빛을 만들어내는 동강과 그 상류 조양강을 따라 걸으며 형형색색의 동강할미꽃을 만나보기 위해 해마다 전국에서 수백, 수천의 야생화 애호가들이 줄지어 찾아옵니다. 그 행렬을 보면서 동강댐이 건설돼 동강할미꽃 등 자연생태계가 파괴됐을 상황을 상상하기만 해도 참으로 끔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Where is it?
강원도 영월·정선·평창 일대 조양강과 동강변, 정선 백운산, 그리고 삼척 덕항산이 동강할미꽃의 주요 자생지이자 탐사지이다. 특히 동강과 그 상류인 조양강 유역 어디에서나 한두 송이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지만,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정선군 신동읍 점재마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 등이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집단 자생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정선 백운산 정상 부근 칠족령에 올라 조양강이 굽이치며 만들어낸 ‘한반도지형’을 내려다보며 천애절벽에 핀 꽃(사진)을 만나는 것은 동강할미꽃 탐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글ㆍ사진 김인철
춘삼월 제주의 꽃시계는 벌써부터 봄입니다. 제주의 봄꽃을 대표하는 유채꽃은 이미 곳곳에 단지 형태로 피어 있고 동백과 매화,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린 지 오래됐습니다. 산중에선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정으로 치닫는 제주의 봄에 화룡점정을 하는 건 ‘맑고 깨끗한 향이 벼루에 떠돌고 편지지에 스밀 듯’ 그윽한 수선화 꽃입니다.
‘세한도’와 추사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 추사 김정희는 이미 160여 년 전 제주 유배 시절 “마을마다 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다. (제주의)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라며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면서 평생지기였던 벗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매화가 고상하다고는 하지만 뜰을 넘지 못하는데 “정월 그믐에서 2월 초 피기 시작한 수선화는 3월이 되면 산과 들, 밭두둑에 흰 구름이 깔린 듯, 흰 눈이 장대하게 쌓인 듯” 피어난다며 세세하게 설명합니다. 8년 3개월 동안 유배 생활을 한 서귀포시 대정 들녘의 수선화가 추사에겐 몇 안 되는 정신적 위안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 고장 사람들은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발로 밟아버리기도 합니다. 또 보리밭에 많이 나는 까닭에 마을의 장정이나 아이들이 호미로 캐어버리고는 하는데, 캐내도 다시 나기 때문에 마치 원수 보듯 합니다.” 이어지는 추사의 언급은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가 이미 160여 년 전에 원예종이 아닌, 야생식물이자 자생식물로 제주도 전역에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귀중한 현장보고서라 할 수 있지요.
현재 제주도에는 두 종류의 수선화가 피고 있습니다. 꽃이 크고(몰) 속 꽃잎이 마늘(마농) 뿌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주도 방언인 ‘몰마농꽃(사진)’이라고 불리는 수선화가 그 하나입니다. 또 다른 수선화는 흰색 꽃받침 위에 황금색 부화관이 동그랗게 자리 잡은 게 마치 흰 쟁반(옥대)에 황금 술잔(금잔)이 앉은 것 같다고 해서 금잔옥대(金盞玉臺)라 불리는 것입니다. 추사는 “화품(花品)이 대단히 커서 한 가지가 많게는 10여 송이에 화피 갈래 조각이 8~9개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노란 부화관과 속 꽃잎이 여럿으로 갈라지는 그림을 남겨 당시 제주도에 자생하던 수선화가 몰마농꽃이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3월 제주의 봄 들녘을 거닐며 오래전부터 이 땅에 뿌리내린 야생 수선화의 향기도 맡아보고, 그윽한 향을 가슴 깊이 들이쉬며 간고한 유배 생활에도 불구하고 일생일대의 걸작을 남긴 추사의 발자취도 한번 되짚어보길 권합니다.
Where is it?
제주도 전역이 수선화 자생지라 할 만큼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꽃 핀 것을 볼 수 있다. 바닷가는 물론 중산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마을길이나 들과 밭, 돌 틈 등 어디에서나 자라는데, 최근에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꽃으로 인식된 때문인지 사람의 손길이 미치는 화단에서도 금잔옥대(사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만 추사가 제주도의 수선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만큼 그의 유배지가 있는 서귀포시 대정 들녘을 찾는 발걸음이 많다. 특히 대정읍 안성리 추사 유배지에서부터 안덕면 사계리 대정향교까지 2Km 구간을 비롯해 산방산이 보이는 대정 들녘 일대에 피어있는 수선화가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추사가 바로 이곳을 거닐면서 일대에 펼쳐지는 풍경을 묘사하고 진한 수선화 향기를 글과 시로 남겼기 때문이다. 유배지 바로 옆에 세워진 추사기념관 내 추사 동상 앞에는 조화로 만든 수선화가 늘 놓여 있고, 적거지 주변 탱자나무 담장 아래에는 금잔옥대가 심어져 있다. 추사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대정향교 안 곳곳에는 몰마농꽃이 한창 피어있다.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첫눈이 온다며,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며 겨울 찬가를 부른지 얼마나 됐다고 너나없이 봄 타령을 합니다. 2015년 새해 첫 해돋이를 보겠다며 새해맞이 축제에 환호작약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꽃피는 봄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사람들의 이런 간사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꽃이 바로 변산바람꽃입니다. 해서 아직 엄동설한인 2월에 누구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꽁꽁 언 얼음장 밑에서 봄이 이미 저만큼 오고 있음을 전합니다.
“급하기도 하셔라/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반겨줄 임도 없고/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행여/그 고운 자태 상하시면 어쩌시려고요/살가운 봄바람은, 아직/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요./언 땅 녹여오느라/손 시리지 않으셨나요./잔설 밟고 오시느라/발 시리지 않으셨나요…”(이승철의 ‘변산바람꽃’ 중에서) 복수초와 함께 봄의 전령사로 꼽히는 변산바람꽃의 발 빠른 개화에 대해 이승철 시인은 “남들은 아직 봄 꿈 꾸고 있는 시절 첫 계절을 열어 고운 모습으로” 서둘러 온다며 “누가 이름이나 기억하고 불러줄까”하고 반색하면서도 안쓰러워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변산바람꽃이 학술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 내변산에서 채집된 표본을 근거로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이에 따라 학명에 첫 발견지인 변산(byunsanensis)이 속명으로 들어갔고, 선 교수(B.Y.Sun)도 발견자로 그 이름이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자생지가 변산반도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누구나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손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멀리 바다 건너 제주는 물론 전남 여수에서부터 북으로 강원도까지 거의 전국에서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지요.
제주 한라산과 여수 금오산 등 남부 자생지의 경우 이르면 2월 중순부터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는데,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가 거의 그렇듯 허리를 숙이고 낙엽 더미나 돌 틈 사이를 세심하게 살펴야 방긋 웃는 ‘변산아씨’의 환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키는 물론 굵기 또한 콩나물 줄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냘픈 줄기에 달덩이처럼 희고 둥그런 꽃을 한 송이씩 달고 있는 변산바람꽃은 지역에 따라 2월부터 4월 사이 북풍한설이 주춤하는 사이 잠깐 피었다가 이름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5~7장의 둥근 흰색 이파리는 사실은 꽃받침 잎으로, 깔때기모양의 자잘한 녹황색 꽃잎(4~11개)을 대신해 벌, 나비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변산바람꽃 외에도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꿩의바람꽃 남바람꽃 만주바람꽃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등 여러 종의 바람꽃이 자생하면서 봄철 산지 계곡 주변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일 주일여 간격으로 흰색의 꽃을 연달아 피웁니다. 다만 ‘원조 바람꽃’이랄 수 있는 바람꽃만은 한여름인 7~8월 홀로 피어나 설악산 정상을 하얗게 물들입니다.
where is it?
신종 발표 표본을 채집했다는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가 가장 널리 알려진 자생지. 특히 부안군 상서면 청림마을은 십수 년 전부터 변산바람꽃의 자생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년 전부터는 제주도 절물자연휴양림과 여수 금오산 등이 변산바람꽃의 조기 개화지로 알려져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국내 최고의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여수 향일암 1km 전에 차를 세우고 금오산으로 들어서면 무성한 칡넝쿨 아래 돌 틈 사이 곳곳에서 수십, 수백 송이의 변산바람꽃이 ‘여수밤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 수리산의 병목안 계곡은 수도권 인근의 변산바람꽃 자생지로 야생화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자생지이다. 경남 거제도, 전남 고흥의 봉래산, 울산 무룡산 등 남부 지역은 물론 전북 마이산과 내장산, 경북 주왕산, 그리고 멀리 설악산 신흥사 주변 등 강원도에서도 변산바람꽃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연천 지장산 원심원사 계곡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됐다. 접경지역에 가까운 지장산의 경우 3월 중순 이후에나 꽃이 핀다. 경기도 안산의 작은 섬 풍도에서 피는 꽃은 꽃잎이 조금 더 크고 모양이 다소 다르다는 이유로 풍도바람꽃이란 신종으로 등록되었다.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 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푸른 행복) 저자.
올해 궁궐 봄꽃 소식은 예년과 변함없이 창덕궁후원 연못인 관람지와 창경궁 경춘전 화계의 생강나무꽃이 다음 주부터 먼저 전한다.
이어 봄의 정령 매화꽃은 경복궁 경내를 비롯해 창덕궁 낙선재 앞과 창경궁 옥천교 어구 등지에서 다음달 초중반에 피어나고, 그밖에 궁궐 곳곳에서는 살구꽃, 앵두꽃, 산철쭉, 모란꽃 등이 다투어 핀다.
20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올해 봄꽃 개화 소식을 보면 왕릉에서는 여주 영릉, 융건릉, 김포 장릉 등지의 산책길 진달래꽃과 서오릉과 선정릉 산책길 산벚꽃이 피어난다. 또 동구릉과 사릉에서는 복수초와 금낭화 등의 야생화와 그 외 왕릉에도 산수유꽃, 개나리꽃, 산철쭉꽃, 때죽나무꽃 등이 피어난다.
기상청은 올해 봄꽃 개화가 평년보다 2~3일 정도 늦을 것으로 내다봤다.
봄꽃은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므로 개화일로부터 일주일 전후에 궁궐과 왕릉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봄꽃과 함께 즐거운 봄 길 여행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문화재청은 덧붙였다.
궁궐과 왕릉을 비롯한 주요 유적지 봄꽃 개화 예상 시기는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도, 봄을 상징하는 입춘(立分)도 지났다.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이고, 바야흐로 봄을 맞아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한다는 절기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한풀 꺾이고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예년의 기온을 보면 입춘이 지나고 설을 쇠어도 아직 춥기는 매한가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설을 쇤 대지는 한겨울과는 다른 온기가 차오른다. 매섭던 칼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진 듯 하고 깊게 쌓인 눈도 하루하루 녹아서 없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역시 이름답게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일 것이다.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한다. 특히 '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꽃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피는 꽃은 뭐니 뭐니 해도 복수초(福壽草)라고 할 수 있다. 새해 달력이나 야생화를 주제로 한 사진 작품에서 하얀 눈 속에 노랗게 꽃이 핀 복수초가 흔히 등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복수초는 자생지에서 2월 말께 개화하는 종도 있다. 복수초(Adonis amurensis)는 여러해살이 풀로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자생식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지역에 따라 독특한 개화습성과 형태를 지닌 복수초가 자생한다. 백두대간 산줄기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오는 특징이 있고 개체의 크기가 작으며 가장 일찍 개화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복수초는 잎과 꽃이 동시에 피고 키가 큰 것이 특징이다. 중부지방의 서해안 일대에서 자라는 복수초는 꽃이 크게 피지만 개화시기가 늦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이렇듯 외국에 비해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 다양한 복수초가 자생하고 있다. 복수초는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까운 일본에서는 무려 60여종의 원예품종이 육종되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식물체에서 아도닌(adonine)을 비롯하여 각종 유용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밝혀진바 있다. 따라서 이뇨제나 강심제 등의 생약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복수초 종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의 반대편인 중남부 유럽에도 복수초와 유사한 종이 자생하고 있다. 보통 아도니스(Adonis aestivalis)라고 부르는 종으로 꽃이 새빨갛고 1년생 풀인 것이 다르다. 유럽에서 이 식물을 재배한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아도니스는 잘 생긴 미소년으로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애인으로 나타나 있다. 사냥에 나선 혈기왕성한 아도니스는 연적인 아레스가 풀어놓은 산돼지의 날카로운 어금니에 물어 뜯겨 죽었다. 아도니스의 상처에서 떨어진 붉은 피는 붉은색 복수초가 되어 피어났고 이를 애통해하는 아프로디테의 눈물은 흰 아네모네(바람꽃)라는 꽃이 되었다고 묘사되어 있다. 희한하게도 유럽과는 환경조건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의 산야에도 복수초가 피는 곳에는 반드시 바람꽃이 함께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지구상에는 비슷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생물 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종의 다양성은 물론 인류 및 문화의 다양성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세계는 더욱더 글로벌화 되고 있고 가까워지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경제적 이유 등을 위해 방한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고 더 다양한 외국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반만년 이상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큰 충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생 복수초가 있듯이 지구의 저 편에 또 다른 복수초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복수초는 개발 여하에 따라 인류를 위한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 설 연휴동안 TV 방송에는 저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을 소개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제는 우리들 주변에 너무도 가깝게 다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들 의식도 이제는 보다 범세계적이고 포용력 있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건설적인 다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