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유래 없는 10일간의 추석 명절 휴일로 국민들은 긴 휴식의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젊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뉴스를 내보낸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명절을 중시하는 어른들에게는 괘씸한 젊은이들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 가운데는 명절만 되면 매년 두 번씩 반복되는 교통체증을 겪으면서도 성묘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 사람이 많다. 꼭 성묘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과 지인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으로 고향을 찾는다. 그런데 명절이 끝난 후에는 부작용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가족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고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통계도 보인다. 어찌된 일일까? 즐거운 명절이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명절은 오랜 전통을 계승하면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이 가진 특성과 농경문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계승과 소멸을 되풀이하면서 전통은 우리 앞에 서 있다. 관혼상제를 중시하던 문화를 돌아보면 지금 우리의 전통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관례는 단발령을 계기로 자취를 감춰버렸고, 혼례는 서양식으로 대부분 진행되고, 상례 역시 장례식장이라는 장소를 설치해 상조회사에서 대신 치루고 있다. 그나마 남은 것이 제사인데 그 역시 원형이 변형되고 있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낼 것이다. 그런데 농경사회에서 만들어진 성묘의 풍습은 급속한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장례 방식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옮겨가면서 묘지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형태로 진행되면 성묘를 가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고, 한 세대만 지나면 성묘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70~80세가 넘은 어른들에게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조상의 묘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는 일일 텐데, 그 후손들은 그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심지어 손자 세대로 가게 된다면 이마저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다.
변화는 자연스런 이치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과거에서 현대로, 현대에서 미래로 변화하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에게는 성묘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에는 제사를 언제 지낼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집안도 많다. 과거에는 늦은 밤 시간에 시작해서 새벽에 끝났지만 요즘에는 직장 문제로 늦은 시간까지 제사를 지내는 일이 불편해서 제사시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만약 시간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 날 결근을 하거나 휴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제사를 지내는 일 자체가 후손으로서의 의무감 이외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제사 절차나 상차림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다른 종교 시설에 모시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기 싫어서 종교를 바꾸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씁쓸할 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정말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성묘의 방법을 바꾼 가족이나 문중도 많다. 흩어진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조상들의 산소를 한곳에 모아놓고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이러한 문제를 두고 심하게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성묘나 제사가 사라지는 것보다 오히려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자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전통을 버리자니 불효자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 누구나 진퇴양난의 고민을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예학자였던 신의경 선생은 개장(改葬)을 논의하면서 “옛날의 개장은 분묘가 어떤 이유에서 붕괴되어 시신이나 관이 없어질 우려가 있을 때 하는 것이었으나, 요즈음에는 풍수설에 현혹되어 아무 이유가 없이도 천장(遷葬, 천묘)을 하는데, 이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장(移葬)이나 개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이것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훼손되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집안이 번창하기를 기대하면서 조상의 묘를 함부로 이전하거나 개장하는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상을 한곳에 모시고 성묘를 하는 것은 부득이한 선택일지 모른다.
과거 매장하던 풍습에서 화장하는 풍습으로 바뀐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지만 이제 70% 정도의 국민이 화장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신을 화장해 그 유골을 그릇에 담아 봉안당(奉安堂)에 모시는 가족이 늘고 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정책으로 화장을 권장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고, 봉안당이나 수목장이 관심을 받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필자가 평소에 노인을 많이 상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매장을 고집하는 사람은 드물다. 조상들의 묘를 돌보는 것은 자신들의 책무이지만 정작 본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후손들이 잘 해내기도 어렵고 선산에 묻혀도 수시로 돌볼 자녀도 많지 많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스스로 미래에 대해 포기하는 것일까.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선진국이 자신의 정체성을 전통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의 고민은 불편한 진실도 아니고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를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준 조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고, 동시에 죽음의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시대가 달라지면 조상을 생각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방법도 달라진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이 세상에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과 친척 혹은 문중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좋은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리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다. 이번 추석은 행복한 명절이 되기 위한 지혜를 모아보면 좋겠다.
‘삼포세대’, ‘비혼’, ‘1인 가구’ 등의 유행어는 전통적 가족 형태의 붕괴가 급속하게 진행됨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조차 시대와 트렌드에 뒤처진 박제된 구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취업난과 치솟는 집값 등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이 고조되고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꺼리는 ‘관태기(인간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의 사람들이 늘면서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TV 화면은 이 같은 현실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남녀 만남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포맷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젊은 남녀의 만남을 내세운 채널A의 , Mnet의 , E채널의 부터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된 중년의 짝 찾기를 다루는 KBS Drama의 까지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전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보다 진화된 채널A의 은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9월 1일 막을 내린 . 남녀 각각 4명의 출연자가 한 달 동안 정해진 숙소에서 동거하며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선택한다.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퇴근 후나 휴일에 숙소에 머물며 관심이 가거나 호감을 느끼는 상대를 찾는다. 매일 상황과 감정 변화에 따라 전개되는 밀당과 탐색전으로 달라지는 남녀 만남의 판도가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 윤종신, 이상민 등 판정단은 연애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출연자의 감정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며 성격, 취향, 심리, 직업, 외모 등 출연자의 상황에 따른 만남을 전망한다.
Mnet의 역시 과 기본 포맷이 비슷하다. 서로 ‘남사친(남자사람 친구)’, ‘여사친(여자사람 친구)’이라고 생각하는 네 쌍의 남녀들이 일상을 공유하며 만남에 이르는 과정을 관찰 카메라로 보여준다. 또한 은 최양락, 김태원 등 4명의 연예인 딸들이 남자 친구를 소개받고 만나는 과정을 보며 아버지의 입장에서 코멘트하는 포맷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다. 은 황혼 로맨스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된 연예인 어머니에게 데이트 상대를 찾아주는 과정을 담았다.
, 를 비롯한 요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취업난과 경제적 고통, 인간관계 맺기의 어려움, 가족 해체 등 사회경제적인 상황에 따른 남녀 만남 풍속도의 변화를 반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은 아득하고 연애조차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서로 좋아하고 자주 연락하며 데이트는 하지만 정식으로 교제하지 않는 ‘썸’과 사랑이 아닌 우정 관계인 이성 친구를 의미하는 ‘남사친’, ‘여사친’처럼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남녀관계를 흥미롭게 드러내 인기가 높다.
같은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의 역사는 오래됐다. 남녀의 만남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기에 방송사들은 오래전부터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만남의 트렌드와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연애와 결혼에서 사랑, 외모, 성격, 성적 매력, 직업, 재산, 학력, 지위 등의 영향과 비중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사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만남 과정과 행태를 공적 공간인 방송으로 드러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그 시대의 남녀 만남 풍속도나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을까. 남녀 만남 프로그램은 크게 일회성 이벤트로 보여주는 연예인 만남 프로그램과 일반인 남녀가 출연하는 일반인 만남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시청자와 대중의 관심을 이끈 것은 일반인 남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산업 성장기 초입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서민이 많았고 가부장적 분위기가 엄존했고, 남녀의 공개적인 만남이 자유스럽지 않았던 1970년대에 남녀 만남 프로그램이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바로 1977년에 방송된 MBC의 다. 코미디언 구봉서와 곽규석이 진행한 는 각각 3명의 남녀가 나와 대화를 나누며 데이트 상대를 찾는 TV 맞선 프로그램이었다. 공개적인 만남이 많지 않았던 시절의 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그 관심은 22 대 1이라는 출연자 경쟁률에서도 잘 드러났다.
고도성장과 가부장적 분위기가 감소하면서 남녀의 만남이 자유롭게 이뤄졌던 1980년대의 대표적인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1989년 MBC의 다.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이 출연해 만남 상대를 찾는 포맷이었다. 는 당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농촌 총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 총각과 도시 처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경제가 발전하고 가족 해체가 본격화하며 남녀의 만남이 매우 자유스러웠던 1990년대에는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한두 개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 남녀 만남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MBC의 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방송되며 높은 인기를 얻은 는 남녀가 각각 4명씩 출연해 게임과 대화를 하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는 일명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하는 남녀 커플이 데이트를 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1990년대 대학생들의 미팅 문화를 보여준 는 7년 동안 1432쌍이 출연했고 이 중 47쌍의 커플이 탄생해 화제가 됐다.
학벌, 재산, 직업, 외모에 의한 서열화가 본격화하면서 결혼이 재산, 외모, 학벌 등 외형적 조건의 교환시장 성격을 띠기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남녀 만남 프로그램도 물화된 조건이 중시되는 풍속도를 보여줬다. KBS2의 , Mnet의 , JTBC의 등 진화된 형태의 다양한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와 만났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된 SBS의 은 이전과 전혀 다른 포맷의 남녀 만남 프로그램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논란도 컸다. 남녀 9~16명이 ‘애정촌’이라는 공간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짝을 찾는 과정을 리얼리티 쇼 방식으로 보여준 은 연애와 섹스에 대한 개방적 자세, 외모, 재산, 직업 등 외형적 조건 중시 등 2000년대 남녀 만남의 현실을 반영했다. 여기에 관찰 기법, 사회자의 이야기 등 사실성과 일상성을 높이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남녀 만남의 극단적 상품화라는 논란 속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은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도중 자살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해 막을 내렸다.
이처럼 남녀 만남 프로그램은 시대와 현실, 그리고 남녀 만남의 풍속도를 반영하고 선도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남녀 만남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남녀 만남을 외형적 조건의 교환시장으로 전락시키거나 극단적으로 상품화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우울한 얘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요.” 파킨슨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신경과 김현아(金炫我·42) 과장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사과한다. 설명을 하다 보니 희망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파킨슨병은 전문의에게도 쉽지 않은 병이다. 의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환자를 어떻게 낫게 하느냐가 목표가 아니라, 정상적인 삶을 얼마나 더 연장해주느냐가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료는 환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중심에는 환자의 가족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발생하며 신체의 운동 능력에 이상을 가져오는 퇴행성 질환이다. 치매와 비슷한 병이지만 치매는 인지장애 등 기억이나 사고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반면, 파킨슨은 신체의 움직임에 장애를 일으킨다. 김현아 과장은 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보통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요. 파킨슨병 환자 중 5~10% 정도는 유전이 원인인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40대 이전에 발병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환자는 60세 이상 인구 중 1% 정도에서 발병을 해요. 그래서 퇴행성, 즉 노화를 원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발병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보면 농촌지역 거주자들의 비율이 높은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살충제나 농약에 노출된 분들이 많았어요. 이런 화학물질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요.”
손떨림 증상만으로는 진단 어려워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은 손떨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손떨림만 잘 관찰하면 파킨슨병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김 과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파킨슨병 초기에 관찰되는 증상은 크게 4가지 정도가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는 ‘안정떨림’과 근육이 굳는 ‘경직’, 몸의 움직임이 굼떠지는 ‘느린 운동’과 좀 구부정해지는 ‘자세불안정’이에요. 그런데 이런 증상이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손이 떨리지 않아도 파킨슨병이 이미 진행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과 달라진 몸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인 MRI(자기공명촬영)와 같은 고가의 검진이 필요 없어요. 숙련된 전문의가 환자와 직접 대면해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파킨슨병은 진단이 가능하니까요.”
파킨슨병의 특징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운동 능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손떨림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고, 근경직은 허리를 굽어지게 만든다. 종종 환자들이 “허리가 아프다”며 하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자세불안정으로 일어날 때나 앉을 때 뒤로 넘어지거나 평소 즐기던 자전거도 못 타게 된다.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증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인 ‘느린 운동’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다. 종종 낙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김 과장은 낙상이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낙상으로 고관절이나 다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나을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이 급격히 약해지거든요. 이렇게 운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결국 파킨슨병 증세도 빠르게 악화되어 심각한 상황을 만들죠.”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다. 약물은 도파민이 뇌에 공급되도록 돕는 기능을 하며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운동 능력도 평소처럼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는 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흔히 얘기하는 ‘약발’이 약해진다는 데 있다. 김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3년에서 5년 정도 약을 복용하면 소위 온오프(on-off) 현상이 나타나요. 마치 스위치가 켜졌다 꺼지는 것처럼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급격하게 사라져요. 결국엔 약을 자주 먹게 되는데 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서 힘든 상황이 되죠. 이럴 경우 뇌에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치매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는 가급적 하지 않고 제한적인 환자에게만 시술합니다.”
파킨슨병은 증세가 심해지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동반한다. 목소리가 작아지고 어눌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씹고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는 연하장애가 발생한다. 배뇨에도 문제가 생기고 변비 때문에 고생도 한다. 성기능 장애나 우울증, 어지럼증도 발생한다. 또 환각 증세도 일어나는데 개미 혹은 날파리가 떼로 몰려 있는 듯한 장면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들은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를 5단계로 나눈다. 마지막인 5단계까지 가는 기간은 보통 8년에서 10년 정도 걸리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이러한 개인차에 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라고 김 과장은 말한다.
운동 중요하지만 감퇴되는 의욕이 문제
“파킨슨병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재활치료입니다. 굽어지는 등을 의식적으로 펴는 훈련을 해야 해요. 관절이 굳지 않도록 보행 연습도 해야 하고요. 문제는 환자들의 감정이 조금씩 메말라가면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점이에요. 운동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도통 의욕이 생기질 않는 것이죠. 이때 가족들이 나서서 힘을 줘야 합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문턱을 없애는 등의 노력으로 환자가 좀 더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또 약을 투여했을 때 약효가 얼마나 가는지, 어떤 증상들이 일어나는지 기록해주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파킨슨병은 결국 가족의 사랑으로 치료 효과가 좌우되는 셈입니다.”
김현아 과장은 단기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환자의 거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한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환자의 발 앞에 선 하나를 긋고, 이 선만 넘어보라고 권유하면 생각보다 쉽게 넘어요. 단기적인 동기에 뇌가 반응해서 도파민이 생성되는 것이죠. 파킨슨병 환자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파킨슨병은 몸이 느려지면서 생각도 함께 느려지기 때문에 가족들의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걷기, 수영, 체조 등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운동이다.
의료용 대마초, 국내에서는 불법
최근 유튜브에서 한 편의 동영상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파킨슨병 환자가 의료용 대마초(Medical Marijuana)를 흡입한 후 약 5분 만에 운동 능력과 대화 능력이 완벽하게 정상인처럼 돌아오는 것을 보여준 영상이다.
“저도 그 영상을 봤어요. 3기 정도로 추정되는 환자였어요. 의료용 대마초는 그 물질이 뇌세포에 달라붙어 일시적으로 도파민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이런 효과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있죠.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의료용 대마초의 장기적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 명쾌한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의료용 대마초 사용 자체가 국내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적극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양한 신약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목욕탕에서 웃고 떠드는 한패의 젊은이들의 팔뚝에 전부 입을 벌리고 있는 물고기 잉어의 문신이 있다. 순전히 문신 때문에 이들로부터 조폭의 냄새를 맡는다. 요즘 들어 부쩍 문신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시용으로 또는 남들과 차별화된 멋으로 한다. 예전에는 문신한 사람을 경찰에서 불신검문 하기도 하고 문신이 지나치면 군대에도 가지 못했는데 요즘은 민주화 바람을 타고 처벌이 많이 완화된 모양인지 많다.
나이든 우리세대는 문신이란 조폭이나 행실이 나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큰 죄를 지은 사람에게 이마에 낙인을 찍기도 하고 노예의 표시로 새기는 불도장도 있었다. 지금도 가축을 구별하기 위해 인식표로 불도장을 찍는다. 우리의 조상들은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하여 우리의 몸을 훼손하는 것을 불효로 쳤다. 당연히 금방 자라는 머리카락도 자르지 않았다. 하물며 몸속에 검은 먹물이나 이물질을 넣는 문신은 생각지도 못할 큰일 날 자해행위였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조폭을 검거하면 조폭 조직을 나타내는 단체 문신을 보여줬다. 이런 학습효과로 목욕탕에서 등짝에 커다란 용무늬 문신을 한 젊은이를 보면 혹 조폭이 아닌가? 겁이 나서 슬금슬금 피하는 것이 일반인의 보편적 행태다.
오늘 보니 내가 자주 가는 편의점의 총각도 팔뚝에 꽃과 뱀의 조화를 이룬 문신이 있다. 그동안 문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여름이 되어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으니 확 들어났다. 평소 얌전한줄 알았는데 문신을 보는 순간 총각에 대한 이미지가 신선함에서 불편함으로 변했다. 혹시 이 총각이 조폭? 아니면 비행소년?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기분이 씁쓸하다.
편의점 총각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물어봤다.
“그 문신 얼마나 오래 가는 거야?”
“ 평생 가지요.”
말투와 표정으로 보아 당당하고 문신을 한 것에 자랑스러움이 배어난다. 이런 총각을 상대로 문신이 몸에 해롭고 어쩌고저쩌고 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고 꼰대소리만 듣는다.
문신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가 되었음도 잘 안다. 지하철 에서 가끔 보는 광경이지만 탤런트처럼 아주 예쁘고 날씬한 아가씨의 팔뚝에 꽃무늬 문신은 복점처럼 귀엽고 깜직하다. 스포츠 선수가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위한 문신은 팬 서비스의 일종으로 보기 좋다. 시대가 변했는데 미용의 한 방법으로 하는 가벼운 문신까지 나쁘다고 말하거나 이를 탓하려는 마음은 없다. 문신의 부작용으로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것도 감수하고 스스로 하겠다는 사람을 굳이 말릴 생각도 없다.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처럼 색조에 변화를 주면서 사람을 돋보이는 지워지는 문신은 애교로 봐주고 싶다. 하지만 문신이 흉악하고 저질스러워 바라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이나 위압감을 준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 한때 우쭐하는 만용으로 문신을 한 사람이 나중에 후회하고 돈을 들여 다시 지우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문신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친구와 그녀를 만나기로 한 7월 둘째 주 토요일, 새벽녘에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와 함께 요란한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렇게 비가 오고 궂은날 설마 거리 캠페인을 나가겠어?” 약속을 취소할 요량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평택에 살고 있는 친구는 “우리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그냥 밥이나 먹고 오자”고 했다. 전에 두어 번 본 적 있는 그녀는 평택 친구와 여고 동창이다.
일산 정발산역에 도착할 즈음 다행히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2번 출구로 빠져나와 일산호수공원으로 가는 길목,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몰리는 문화공원의 한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 ‘사단법인 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희(58) 대표.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정열적인 빨간색의 천막에 새겨진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독특한 내용의 글귀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정희 대표는 주인에게 고의로 버려졌거나 부주의로 잃어버려 가족과 이별한 애완동물들을 돌봐주고, 다시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거리에 나와 봉사를 하고 있다.
“비가 온다고 쉬면 되나요? 이 아이들을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이어주기 위해 태풍이 오든 폭설이 내리든 언제나 토요일엔 거리로 나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을 때 박 대표가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구수한 청국장찌개를 먹으며 그녀가 말했다.
“원래부터 고기를 안 먹었던 건 아니에요. 딸애가 사춘기일 때 저랑 갈등이 많았어요. 그때 모녀 사이를 풀어준 계기가 된 게 유기견 입양이었답니다. 그 후 하나밖에 없는 딸이 결혼을 했고 우울증이 몰려왔죠. 본격적으로 유기견 돌봄 봉사에 뛰어든 건 그 무렵이었어요. 6년째 유기견 봉사를 해오면서 식습관도 자연스레 채식으로 바뀌었죠.”
활달하고 적극인 성격의 박 대표는 처음엔 봉사할 방법을 몰라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송국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알선을 받아 동물보호소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란 맨날 똥 치우는 일이었다고. 그 뒤 맘먹고 개털을 깎아주고 예쁘게 다듬어주기 위해 미용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미용 봉사에 푹 빠져 지내던 중, 2011년 8월쯤 8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일산의 한 보호소로 미용 봉사를 갔다. “갈 데 없어 곧 안락사당할지도 모를 많은 유기견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우선 네 마리를 데리고 와 이태원에서 처음으로 거리입양 캠페인에 나섰죠. 참 신기하게도 그날 모두 입양이 됐어요. 용기를 얻어 용산에서 세 군데 더 확장했다가 지금은 맨 처음 네 마리를 데리고 온 인연을 생각해 아예 일산에다 자리를 잡았답니다.”
유기동물 거리입양은 일반 입양 절차에 비해 살짝 까다로운 편이라고 한다. 입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병원 검진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정된 동물병원에서 종합접종, 신종플루 예방접종, 외부 기생충, 마이크로칩, 심장사상충 검사,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비용은 20만 원 정도이고 입양자가 결제를 하고 데려가면 된다.
“요즘 팻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가 말해주듯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어요. 어느덧 반려동물 1천만 시대에 접어들어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한편에선 인터넷이나 불법 경로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고파는 등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어 안타까워요. 돈이 된다 해서 강아지 공장(puppy mill, 상업적 목적으로 강아지를 사육하는 농장)을 버젓이 운영하는 행위를 보면서 안타까웠죠. 그런 곳의 강아지를 사주지 않아야 그런 농장들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 곳에서 ‘사지 말고’ 제대로 절차를 밟아 ‘입양하세요’라고 토요일마다 나와 외치는 겁니다.”
박 대표는 이어 ”유기견은 보통 보호소에 입소하면 약 10일 정도 머무른 후 데려갈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죠. 그걸 보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동안 우리 ‘고유거(고양시 유기동물 거리입양 캠페인)’에 관심 갖고 도와준 좋은 분들이 많아 후원금도 상당히 모아졌어요. 그 후원금으로 ‘고유거 유기견 쉼터’도 오픈했답니다. 우리 쉼터에는 안락사 기간이 없어서 마음이 뿌듯해요.”
내후년이면 35년여의 국방부 근무를 마치고 정년퇴직을 하는 박정희 대표. 어떻게 하면 노후를 더 보람 있고 멋지게 보낼 수 있을까 구상 중이라 했다. 평소 수영과 마라톤으로 체력을 다지고 늘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있는 박정희 대표의 멋진 노후가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기대된다.
왼쪽 무릎을 다쳤다. x-ray를 찍어 보니 연골이 찢어졌다. 의사들은 수술을 해야 하는데 고통지수를 100으로 가정하면 수술 후 완전히 전과 같지는 않단다. 무엇을 해도 40~50 정도의 고통은 남기 때문에 설명을 자세히 해서 그나마 줄어드는 고통지수에 만족하게 한 다음에야 수술을 한다고 했다. 또 자신의 연골을 조금 뽑아 배양한 뒤 아픈 부위에 다시 집어넣는 자가연골배양술이 있는데 시술하면 좋아져야 하는데 실패율이 높아 권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공관절 역시 남자들에게는 잘 권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모든 수술의 실패율이 높아 책임 회피 차원에서 수술을 잘 안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무릎을 전처럼 사용할 수 없으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 한다. 아픈 무릎이 나을 때쯤이면 그동안 무리했던 다른 쪽 무릎도 탈이 생기는데 이번에는 그 무릎을 치료하면서 양 무릎을 오가는 고통의 악순환이 몰려올 거란다. 나빠지면 앉아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을 수도 있으니 그나마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6개월에서 3~4년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으라고 한다.
에스컬레이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기계는 외국에 비해 수명이 매우 짧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서 그런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도 내려갈 때까지 혹은 올라갈 때까지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걷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기계에 권투의 잽처럼 잔 충격이 누적되어 고장이 잦다는 설명이었다.
필자도 평소 많이 움직인 탓으로 무릎에 무리가 온 것이리라. 조금이라도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욕심에 하루에 정형외과와 한방병원 두 곳을 매일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는다. 두 곳 모두 환자가 많으면 대기시간이 길어져 3~5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루 일과 중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이로 인해 스케줄을 정확히 잡기가 어려워 일도 확 줄였다. 누군가 “기적이란 막대기로 바다를 가르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두 발로 걷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제 실감이 난다.
한 번의 실수가 인생 스케줄을 바꿔놓는다는 말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다니. 정신적으로 받은 충격이 뇌에 오랫동안 기억되어 생기는 트라우마라는 단어도 그저 흘려 듣기만 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장애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고민은 강력 소염 진통제를 먹다 보니 속이 쓰리고 어지러워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의사는 진통제를 처방해주면서도 진통제 복용으로 고통이 없어지면 현재 아픈 상태인 무릎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으니 참을 수 있는 상황까지는 참으며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걸으라 한다. 도대체 진통제를 먹으라는 건지 먹지 말라는 건지 헷갈려 반으로 잘라 먹으며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하려니 약도 마음대로 먹지 못 하는 입장이 또한 스트레스다.
아내는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면 바쁘게 강의 다니지 말고 그냥 쉬든지 앉아서 할 일을 찾아보란다. 그러나 젊은이들도 취업이 어려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에 아재를 넘어 꼰대 나이가 된 사람을 누가 써준단 말인가. 잠자리에 누우면 스물스물 고통이 몰려온다. 그럴 때마다 필자에게 스스로 묻는다.
“지금 바뀔래, 벼랑 끝에서 바뀔래?”
그러면서 약도 바짝바짝 난다.
미칠 노릇이다. 살면서 ‘힘’ 하나는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변마저 시원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민망하다. 아내는 소변 하나 제대로 못 봐 속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바로 전립선에 문제가 생긴 사내들 이야기다.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 노화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이 질환을 정말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한양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정기(趙正琪·39)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전립선은 최근 전립샘으로도 불린다. 영문 의학 용어가 일본식으로 번역된 것을 그대로 도입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전립선 모양이나 기능을 고려할 때 샘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사에선 아직 독자 편의를 위해 전립선으로 표기한다).
전립선이 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는 실제로 전립샘이 정액의 우윳빛 액체(전립선액)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 남성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은 부피로 따지면 약 20cc 정도의 크기로 밤톨 하나만 한 크기를 상상하면 된다.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가 시작되는 부위를 감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양이 하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사랑의 장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삶의 질 무너뜨려
조정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 중에서구화된 식생활 등도 있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피해갈 수는 없을까?
“실제로 발병률을 조사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 병을 앓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략 60대에는 50%, 70대에는 70%, 80대에는 80% 정도의 조사결과를 보여요. 결국 대부분의 남성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립선 비대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전립선은 맨 가운데의 중심부와 이를 감싸고 있는 이행대 그리고 이행대를 다시 감싸고 있는 말초부로 구분하는데 비대증의 경우는 이행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부피가 커지는 과정에서 요도를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광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일을 보고 나서도 잔뇨감이 들며,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모두 소변과 관계된 증상들뿐이다. 특히 한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게 되는 ‘야간 빈뇨’는 시니어들의 삶을 떨어뜨리는 전립선 비대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밖에 소변을 다 보고 난 후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배뇨 후 요점적),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증상(요절박), 소변을 참지 못해 옷에 묻히는 증상(절박성 요실금) 등도 중년 남성의 자존심을 뭉개곤 한다.
조 교수는 “실제로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 중 상당수는 수면장애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낮의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참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급적 초기에 치료를 받길 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라고 조언한다.
비대한 전립선은 종양과 유사
그렇다면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소변과 관련해 불편함이 생겼을 때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검사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정식 명칭은 ‘직장수지검사’라고 불린다.
“경험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는 손으로 만져보고도 전립선 비대증인지 아닌지 혹시 전립선암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또 전립선 비대증이라면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이 가능해요. 환자 입장에선 검사 과정이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웃음).”
이외에도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소변의 배출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도 진단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 일종의 종양과 비슷하다며 재밌는 설명을 한다.
“결국 궁극적인 방법은 수술을 통해 절제해내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전립선 비대로 인해 요로가 눌리는 것을 물리적으로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선 수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종양과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요즘엔 좋은 약물이 많지만, 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평소 드시는 약이 적지 않다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악성종양인 전립선암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전립선암은 비대증과 달리 말초부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전립선의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지 물리적인 개선 방법이 아니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같은 증상에 시달려야 한다. 또 약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한 수술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요도로 내시경 장비를 넣어 전립선 일부를 절제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를 사용한 수술법이 널리 쓰인다.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KTP 레이저 수술과 사과의 속을 파듯 레이저를 이용해 양성종양만 절제해 방광안에 넣고 갈아서 꺼내는 홀뮴 레이저 수술이 있다. 100cc 이상으로 부풀어오른 전립선에서 양성종양만을 적출해버리는 전립선 적출술도 있다. 최근에는 절개를 적게하는 최소침습적 수술방식이 선호되는데, 레이저 수술이나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여기에 속한다. 최신 치료 방법으로는 좁아진 요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전립선 결찰술도 개발되어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쏘팔메토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전립선 비대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쏘팔메토다. 쏘팔메토는 오래전 북미 인디언들이 민간요법으로 썼던 작은 야자나무 열매로 건강식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식약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지나친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 중에도 쏘팔메토를 드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효능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에요. 배뇨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전립선 비대 관련 시장도 커지고, 제약회사에서는 건강식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드셔도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를 받으시는 게 회복이 훨씬 빠를 겁니다.”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한 조 교수의 당부는 계속됐다. 바로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선입견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으면 요실금이 생길까봐 많이 걱정하시는데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수술 후 성기능 장애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립선결찰술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전립선 비대증을 더 이상 간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궈서야 되겠습니까(웃음).”
건강정보 홍수의 시대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접어든데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신문이나 방송의 주된 소비층이 시니어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흰 가운을 입은 의사의 단체 출연은 예사다. 음식을 소개하며 자연스레 효능을 소개한다거나, 병을 앓았던 환자가 본인의 경험을 ‘진리’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정작 의료계에서는 이런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유해성을 경고한다. TV 건강 프로그램, 제대로 시청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10월, 대한가정의학회 학회지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발표됐다.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으로, 50세 이상 성인의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건강 습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었다. 중앙보훈병원에 다녀간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 연구의 결과, TV 건강 프로그램을 신뢰하는 이유로 ‘의사가 출연해서’가 51%(122명)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줘서’(28.4%), ‘TV에서 전달하는 정보이므로’(11.2%), ‘실제 환자가 나와서’(7.4%) 순이었다. 또 TV가 제공하는 건강정보에 높은 신뢰도를 보이는 환자의 공통점은 TV 시청시간이 길다는 것이었다.
건강의 적은 쇼닥터?
이렇듯 시청자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하다. 시청자가 의학적 지식을 받아들일 때 의사의 의견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의 말을 100% 신뢰하기가 어려운 시대다.
한 예로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발모에 효과가 있다며 자신이 만든 어성초 제품을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한 A원장에 대해 회원 권리 정지 2년과 위반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A원장은 어성초가 탈모를 치료한다고 자신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 동맥 혈류량이 5배 증가해 발모 효과가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의사의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징계를 내렸다. 소위 쇼닥터에게 내린 첫 번째 징계로 꼽힌다. 쇼닥터(Show Doctor)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에 대해 과장하거나 근거 없이 이야기하는 의사와 의료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협에서는 쇼닥터에 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난 4월 의사윤리 강령·지침을 11년 만에 개정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 혹은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들이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의료법에 의해 광고게재 제약을 받는 병원들은 언론기사 노출이나 방송 출연에 목매는 경우가 많다. 올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4차까지 이뤄진 시정권고소위원회 결과를 살펴보면, 시정권고 총 374건 중 의료기관의 기사형 광고로 지적된 사안이 49건이나 된다.
체험 환자의 증언이 갖는 함정
의사들이 등장하지 않는 건강 프로그램들은 더욱 문제다. 특히 병을 앓았던 환자의 체험담은 시청자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방송사는 환자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검증이나 여과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분위기다. 말하자면 의사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의사는 믿지 않아도 이웃사촌은 철석같이 믿는” 심리를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의 경험담에는 효험을 얻은 음식이나 민간요법을 만나기 전 어떤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가 대부분 생략되어 있다.
이런 증언 형식의 방송은 언급된 내용에 대한 책임에서 제작진이 비켜설 수 있게 해주는 구조도 된다. 방송은 그저 환자 경험에 대한 내용을 옮길 뿐이다. 일부 인터넷 환우 커뮤니티에는 흥미로운 체험을 한 환자를 찾는, 방송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게시판이 운영될 정도다.
한 한의사는 “방송에서 특정 질환에 좋다고 소개된 약재나 음식을 살펴보면 몸에 다른 이상을 일으킬 정도로 비정상적인 분량을 섭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실제 치료 효과는 다른 데서 왔는데 음식이나 민간요법에서 얻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탁에 놓인 아내의 정리수납 전문가 자격증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삼십년을 같이 살면서 집안에 쌓인 짐들을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아내의 고집스런 성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사를 간다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로 여기저기 쌓인 짐이 많다. 이집에서 산 지 이십 년이 되었지만 이곳으로 이사 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지금보다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 이삿짐센터에서 아파트 평형을 기준으로 이사 비용을 책정하고서 실제로 이사하는 날 우리 집 물건을 들어내다가 경악을 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준비한 차량에 짐이 다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들어내도 자꾸 나오는 짐을 보며 더 이상 할 말을 잊었다. 도대체 어느 구석에 그 많은 물건이 박혀 있었던 것일까?
그랬던 아내가 어느 날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에 등록했노라고 했다. 속으로는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천지개벽할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혹시라도 중간에 그만둔다고 할까 노심초사했다. 정리수납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집안에 쌓여있던 많은 물건들이 버려지고 자리를 이동하고 정리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녁에 들어오면 아내가 자랑을 했다. “안방 옷장 한번 열어봐...”, “거실 콘솔 한번 봐줄래...” 아내가 자랑하는 곳을 열어보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잘 정돈되어 있다. 공간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는데 하루 사이에 마술처럼 여유 있는 공간으로 변해갔다. 이런 변화에 너무 과한 칭찬은 자칫 부작용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과한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필자의 이런 격한 반응에 아내는 신이 나는지 더 열심히 정리에 몰두했다. 정리수납 전문가 자격시험이 가까워질 즈음 집은 말끔히 정리가 끝났다. 비로소 아내는 자격시험을 볼 필요 없이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되었다.
손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이 다 정리되었다. 요즘 아내는 앨범사진과 작은 서랍에 들어있는 편지나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있다. 엊그제는 책장 구석에 오랫동안 먼지가 쌓인 작은 상자를 정리했던 모양이다. 거기에는 연애시절부터 필자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뭉치가 들어있었다. 연애시절의 달콤한 구애편지로부터 아이들이 어릴 때 쓴 편지, IMF의 암흑터널을 지날 때 아내를 위로하는 편지, 그리고 최근 까지 아내에게 수시로 보낸 편지가 상당히 많다. 그걸 정리하면서 하나하나 다시 읽어본 아내는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편지들은 필자의 뻥과 거짓말을 모아놓은 증거품이라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살면서 남들에게는 그러지 않았지만 아내에게는 뻥을 많이 쳤다. 대표적인 뻥이 곧 인천에 배가 들어온다는 거였다. 증거품이 확실하니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므로 확신에 찬 어조로 한마디 해 주었다.
“인생은 지금 부터다. 기다려라 이 여사!”
마침내 비주류 의학계의 연구로만 그치고 발표되지 않았던 비타민C의 효능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타민C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끊임없이 발표됐으나 주류의학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항암제로 인정받거나 사용되지 못했습니다. 주류의학계가 비타민C의 항암효과를 외면한 것은 왜일까요? 물론 경제적 이익 때문입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자본 다국적제약업체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값싸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비타민C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타민C의 항암효과를 적극적으로 밝힌 사람은 하병근 박사입니다. 하병근 박사는 1966년에 태어나 199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의사와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하병근 박사는 어린시절부터 호흡기 계통의 난치병에 시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현대 서양의학에 한계를 느껴 스스로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난치병 환자인 하박사는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의사가 되었습니다. 하박사는 비타민C메가도스 요법으로 삶의 희망을 찾고 비타민C 전도사가 되었으나 안타깝게 병마가 아닌 의료사고로 인해 2012년 47살의 젊은 나이로 끝내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하병근 박사의 투병기에는 항암제로서 비타민C의 효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때껏 의과대학에서 배운 비타민C 지식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광활한 대자연처럼 펼쳐지는 비타민C의 세계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에 견줄 만했다. 그 신대륙은 미래의 세계에 있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먼지를 뒤집어쓴 채 창고에서 잠자고 있었다. 비타민C를 이용한 치료법을 찾던 나는 ‘비타민C 치료법으로 소아마비를 고쳤다’는 논문이 인용된 한 저술을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논문의 발표시점은 1948년. 이미 반세기가 지나 있었다. 논문을 찾으러 한달음에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도서실을 찾았지만 워낙 오래 전 것이라 바로 찾을 수 없었다. “창고에 보관 중”이라는 사서에게 “그래도 꼭 찾아 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얼마 후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고전들. 반세기 전의 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의학의 뒤안길을 따라갈 수 있었고, 주류의학이 전하지 않고 물려버린 의학의 단면을 마주하게 됐다. 소아마비 치료에서 간염을 비롯한 여러 바이러스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타민C 치료법이 논문으로 소개돼 있었다. 왜 이런 사실을 의사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비타민C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있는데 왜 그들이 전하는 치료 효과는 알려지지 않은 걸까, 주류 의학이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만큼의 임상례를 확보하고 있는데 왜 그동안 임상시험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병근 박사의 투병기 중에서)
이처럼 주류의학은 항암제로서 또는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제로서 비타민C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하병근 박사는 비타민C를 만나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병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았으며, 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또 다른 많은 환자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비타민C가 암 재발과 전이의 원인인 암 줄기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암 줄기세포는 항암 치료 등을 받고 암을 치료한 후에도
일부가 몸속에 남아있어 암을 재발시키거나 전이를 일으키는 세포입니다. 암 줄기세포가 자라나기 위해서는 당을 분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비타민C는 이 과정을 억제하는 억제제로서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타민C는 암 세포만을 골라 공격하기 때문에 기존의 항암 치료처럼 신체에 부담이 없고 구토나 피로 등의 부작용도 없으며 몸 스스로의 자연치유력도 높여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국제 의학전문지 ‘온코타깃’ 최신호에 실린 영국 샐퍼드대학 마이클 리산티 교수팀의 최근 암세포 제거 실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 팀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암세포에 여드름 치료제로 쓰이는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을 투입했습니다. 3개월간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렸고, 그 뒤에 비타민C를 추가 투입했습니다. 비타민C는 암세포가 체내에서 흡수하는 여러 영양소 가운데 포도당 한 가지만을 흡수하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후 영양소 중 포도당을 들어냈더니 포도당만 먹는 데 익숙해져 있던 암세포가 굶어 죽었습니다. 기존 항암제에 비해 100배 이상의 항암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리산티 교수팀은 지난 3월에도 비타민C를 효율적으로 투입할 경우 항암제보다 암세포 제거에 최대 10배까지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리산티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비타민C와 항생제의 결합제가 암세포 제거에 탁월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이 암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앞으로 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래도록 비타민C의 항암효과를 연구했던 하병근 박사와 같은 비주류 의학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냉소주의로 가득했던 다국적제약업체를 중심으로 한 주류의학계에서 비타민C의 항암효과를 인정하고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끌어 간다면 인류의 건강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니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