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입성,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의 세계적 성공과 K방역 선전 등이 새로운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는 요즘이다. 생활한복의 대명사인 ‘돌실나이’ 김남희(53) 대표는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모습으로 기자를 마주하며 최근 우리 문화에 대한 해외의 호의적 반응에 발맞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문화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어 27년을 버틴, 그리고 마침내 온몸으로 피워낸 돌실나이와 김 대표의 역사와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활한복의 대명사인 돌실나이의 인사동점 매장에서 김남희 대표와 인터뷰를 하기 전, 그녀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느낌을 전하자 김 대표가 웃으며 “대표라는 생각 별로 안 하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돌실나이의 역사와 함께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팀장들은 모두 근속 연수가 20년을 넘었고, 30여 개 매장 직원들도 10년 이상 일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혼자 했겠어요. 이 황무지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소박한 문화를 일구자
김 대표가 황무지라고 표현한 것처럼, 돌실나이는 ‘강한 자가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자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회사다. 그 시작은 오래전, 김 대표의 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이어야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식용으로만 정착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저는 의상학과 전공을 살려서 우리 옷 일꾼으로 나라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죠.”
김 대표는 의상학과를 다니며 ‘우리입거리연구회’를 만들었다. 한복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규합총서’ 같은 고서를 뒤지며 원료 염색하는 법을 익히고 실제로 만들었다. 그 일을 다섯 명이 시작했는데 끝까지 남아준 사람이 정경아 씨였다.
“그래서 경아와 돌실나이를 만들어 3년을 같이했죠. 회사 이름은, 함께 한 마을에 간 게 계기가 돼서 지었어요. 전남 곡성에 있는 석곡마을인데, 거기서 나는 삼베 이름이 돌실나이였죠. 다 사라져가는 문화가 그 마을에 남아서 이어지고 있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저런 일을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소박한 문화를 이끌어가는 일 말이죠.”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끝까지 뜻이 맞은 두 사람이 시작한 돌실나이였지만 예상대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환경오염을 하지 않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소색 의류를 만들자고 했어요. 소색은 염색하지 않은 흰색과는 다른 본디의 색을 이르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광목색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한 시즌 제품을 만들고 나니 이걸로 먹고살 순 없겠다고 판단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염색을 조금만 하자.(웃음)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 자연 염색이나 소소한 파스텔 계통의 연한 색을 쓰자고 했죠. 그렇게 점점 먹고살려다 보니 강한 색을 쓰게 되고 화학섬유도 쓰게 되고 변질되어 갔어요.(웃음) 월세도 내야 하고 직원도 생기고 물건도 만들어야 하고 재고회전율, 영업이익율도 신경 써야 했으니까요.”
이상은 높았지만 현실은 거칠었다. 김 대표의 ‘타협’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다. 그런데 극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IMF 금융위기가 도움의 손길이 되었다.
“사실 생활한복은 IMF 덕분에 큰 종목이에요. 1996년 12월에 우리 옷 입기 발족식을 문체부에서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한복 입고 출근하는 걸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거였죠. 그런데 특별한 행사 또는 결혼식할 때 입어보는 한복을 매번 입기는 불편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무원 사회도 생활한복에 눈을 돌리게 됐죠. 그리고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라는 인식과 함께 한복 붐이 일었어요. 매일 대리점 내달라는 전화가 올 정도였죠. 생활한복 브랜드가 눈만 뜨면 생겼는데 그해 2000개 가까운 브랜드가 생겼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숱한 시간 이겨내다
생활한복 업체들이 갑자기 난립하면서 민감한 사안이 생겼다. 바로 카피 문제였다.
“저희는 연구개발 비용을 많이 쓰면서 공을 들여 한복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다른 데서 저희 걸 베낀 제품을 팔더군요. 그런데 유행이라는 게 폭풍처럼 왔다가 거품처럼 꺼지잖아요? 3년 차 되니까 그 사람들은 돈 챙겨서 떠나더라고요.”
한탕주의가 망친 시장은 냉정하고 무서웠다. 상당수의 저품질 생활한복이 소비자에게 큰 실망감을 남겼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복의 생활화라는 순수한 뜻을 갖고 시작한 다른 문화 단체들이 하나씩 파산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재고를 사주고 하면서 돌실나이도 역경에 처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에 ‘생활한복은 천박한 것이야’라는 생각이 박힌 거였어요. 한철 장사를 한 사람들이 팔다 남긴 재고들이 한 2~3년 시장에 계속 돌더라고요. 볼 때마다 창피했어요.”
김 대표는 생활한복이 싸구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활한복의 고급화를 위해 ‘아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해외 패션쇼와 박람회 활동을 추진했다. 론칭할 때는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아회 한복을 입고 상견례하는 게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4년가량 추진한 아회는 결국 정리했다.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맞았어요. 고가 의류는 성공하는 비법이 있더라고요. 비싼 옷을 소비하는 이들의 마인드와 문화에 대한 어울림이 있어야 했는데, 제가 못 어울리겠는 거예요. 결국 내 정서에 맞는 일을 해야지 싶어서 담백한 생활한복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며 돌실나이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그 시점에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사업이 갑자기 커졌다가 줄어들면서 감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을 뽑는 일보다 줄이는 일이 열 배 더 힘들어요. 퇴사 예정자 중에 출근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고요. 30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죠. 한때는 화보 촬영할 돈이 없어서 마네킹에 옷을 입히고 인화해서 매장에 붙이고… 별짓 다 했죠.(웃음)”
지금이야 겨우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이지만 김 대표의 심신에 깊이 새겨진 씁쓸한 흔적들이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아파서 꼭 해야 할 일 외엔 못했다고 한다. 갱년기 같은 증상들을 겪었다. 수면장애 때문에 항상 졸렸고 저체온증에 시달렸으며 악몽도 꿨다. 생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동시에 팀장급 직원들이 개인 사정들이 생겨 휴직에 들어가면서 회사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작년부터 하는 일이 원활해졌어요. 내가 덜 아프게 됐고 휴직 들어갔던 책임자급 직원들이 다 돌아왔어요. 자리가 하나하나 채워지고 연말연초 계획도 끝내고 나니 일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 운동도 가능해졌어요. ‘아, 나 이제 이렇게 살 수 있나봐’ 했는데 딱 2주밖에 못했어요. 코로나 터지면서 도루묵.(웃음) 내 인생에 뭘 노냐, 그냥 일해야지.(웃음)”
왜 이렇게 미련한지 자신도 이해 못해
들으면 들을수록 김 대표와 돌실나이의 역사는 거친 현실에서 계속 깨지면서 앞으로 전진한 역사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활한복 브랜드이지만 이렇게 상처가 가득 새겨져 있음을 아는 이 누가 있을까.
“주어진 내 밥그릇이란 없는 듯해요. ‘너희는 자리 잡았잖아’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회사가 부동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번 건 다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회사에 있고. 저는 통장관리도 해본 적 없어요. 재무관리실에서 다 하고 월급만 받아요. ‘시즌 기획을 잘못했다, 고객들에게 외면받았다’ 하는 일이 두세 번만 일어나도 회사가 휘청이기에 실상 굉장히 피가 말라요. 하루하루 생존하기 위해서.”
한 번 잘하기도 어려운데 계속 잘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어제까지 잘했어도 한 번 실수하면 소비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사업은 그렇게 냉정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극복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죠.(웃음) 그래도 그냥 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첫사랑과 결혼했고, ‘이렇게 살아야겠다’ 생각한 삶을 지금까지 살고 있고, 초등학교 때 친구들도 아직 만나고 있는 걸 보면 한 번 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인가봐요. 돌실나이도 그래요. ‘계속 가보자, 잘하든 못하든 그 자리에 있자’ 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왜 이런 미련한 생각을 하며 사는지 저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요. 그런 DNA가 있나보죠.”
한 해에 600~700개 새로운 아이템 제작
김 대표에게 의상학과는 재수하기 싫어서 점수에 맞춰 들어간 학과였다. 그런 그녀가 27년 동안 계속 한복만 만들게 된 것은 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제가 돈으로는 안 움직이거든요. ‘그럼 내가 사는 힘이 뭘까?’ 생각해보니 스스로 정한 사명감일 듯해요. 나를 그 안에 가둬놓고 살고 있었다는 걸 중년이 돼서 깨달았죠. 한심하고 답답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 묵직한 무게감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무언가를 만지고 그리는 창의적인 일이 제 적성에 맞아요. 계속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버릇과 완벽주의가 옷 만드는 일에 적용이 돼서 오늘의 돌실나이가 있게 된 셈이죠.”
그녀의 말처럼 돌실나이의 옷 디자인은 매번 바뀐다. 철저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김 대표는 차라리 새로운 걸 하는 게 낫다고 웃으며 말했다.
“25년간 둥근 깃을 변형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조금 다르면 ‘똑같다’고 하고, 많이 다르게 하면 ‘어색하다’고 하는 그 사이에서요.(웃음) 대신 똑같은 옷은 안 만들기에 회전속도가 빨라요. 2016년에는 1년에 1000여 개의 새 아이템을 만들었고 지금은 좀 줄어서 600~700개의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어요. 계속 신상품을 내놓고 회전율과 품종 관리도 철저히 합니다. 물론 100% 자체 개발이고요. 외부 사람이 보면 ‘이 정도 매출이 나오는 회사가 개발비를 이렇게나 써?’ 하며 놀라요.”
떳떳하고 당당하게 우리 문화 만들어가겠다
마침 정부가 우리의 한복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부터 문체부와 교육부, 한복센터는 협업 아래 한복 교복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맞춤형 한복을 학생들에게 교복으로 보급하는 사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돌실나이는 2019년 한복의 전통과 멋을 살리면서도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실용화한 교복을 디자인해 ‘한복 교복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총 30여 가지의, 학생들이 스타일링하기 좋은 디자인으로 개발된 교복은 한복 특유의 곡선미와 세련된 색감은 물론 활동성까지 최대한 살렸다. 올해부터 20여 곳의 전국 학교 학생들이 돌실나이가 제작한 교복을 입게 된다.
김 대표는 최근 한복업계가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복이라는 장르를 유행 이상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요즘 고민이다.
“우리의 자존심으로 당당하게 한복을 지켜내고 싶어요. 그러려면 매출도 키우고 해외에도 눈을 돌려 한류문화에서 한복이 뒤처지지 않게끔 해야겠죠.”
돌실나이는 다양한 문화운동도 기획하고 있다. 인사동점 3층에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강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시험 삼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그녀는 돌실나이가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을 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구차하게 살지 않을래요. 자존심도 끝까지 지킬 거고요. 그리고 ‘버젓한 한복 브랜드가 일반 의류 브랜드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으니 젊은이들이여, 한복에 뜻을 가지고 오라,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의 한복을 자랑스럽고 번듯한 브랜드로 꼭 키우고 말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내밀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냉철해 보이지만 따뜻한 뚝심으로 걸어가는 김남희 대표. 그녀의 손끝에서 우아함과 실용성이 함께 닿게 될 우리 옷 문화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은퇴 후 집에서 세 끼를 모두 챙겨먹어 아내의 눈치를 보는 남편. 이른바 ‘삼식이’가 변하고 있다.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보다 가정간편식(HMR)을 활용해 직접 식사를 챙기는 ‘오팔 세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오팔 세대는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로, 고령화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최근 한돈 대표 브랜드 도드람이 30~50대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HMR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50대 전체 비율 중 55.5%가 HMR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HMR 제품에 대한 향후 구매 빈도 예상 조사에서는 50대의 35.5%가 현재보다 자주 살 것이라고 답변하며 30~40대보다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HMR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시니어 세대와 다른 오팔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오팔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배움에 대한 열망과 도전 정신이 강해 새로운 문화와 제품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오팔 세대가 최근에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신선식품 전문 배송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18일까지 50대, 60대 회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122% 증가했다. 50대 이상 회원의 매출은 120%가 늘었다. 50대 매출 증가율은 113%, 60대 매출 증가율은 160%로 집계됐다. 50대보다 60대 이상 회원의 증가율도, 매출도 더 높은 수준이다.
50~60대는 주문건수에 비해 매출 비중도 더 높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주문건수는 20~30대가 많지만, 매출은 50~60대가 더 많고 50대보다도 60대가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구매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노인의 건강 유지, 사회활동, 여가활동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식품의 경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혼선을 빚고 있다. 수많은 식품이 건강과 노화방지와 퇴행성질환 예방을 표방하며 시니어푸드, 푸드케어, 헬시푸드 등의 이름으로 난무하고 있지만 노인을 위한 식품으로 제대로 인정될 수 있는 식품은 보기 드물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장수 백세인을 중심으로 식습관과 영양실태를 조사해 신뢰할 수 있는 식품영양학적 정보를 확보한 뒤 새로운 개념의 장수식품 산업이 발전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장수인은 외국 장수인과 비교할 때 전통적 식생활에 근거한 매우 다른 영양 패턴을 보여준다. 백세인의 혈청 내 비타민B12 함량이 서양 백세인보다 높고, 과일 섭취가 적고, 생야채보다는 데치고 무친 형태로 먹고, 발효 음식을 많이 즐긴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 장수인의 식생활이 서양과 차별화된,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한 식습관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적 식단과 식습관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문제점을 규명하고 장점을 부각하면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의 안전성, 안정성, 효율성, 건강기능성, 생체이용성, 우수성을 확보하고 발효와 조리 과정에서 초래되는 변화를 연구해 생애기간에 유지해온 식생활의 패턴을 밝혀야 한다. 또 식이, 영양, 조리, 식습관 등의 측면에서 외국과 비교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총체적 노력을 통해 우리의 고유 브랜드로 시니어를 위한 K-Food(Senior K-Food, SK-Food)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목적을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령자의 생리적 변화를 알아야 하고, 맞춤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파악해 적절한 형태로 조리해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섭취하는 사람의 상태와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시니어를 위한 식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리적 변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율은 물론 심혈관, 폐, 신장, 간 기능이 감소하고 당내인성이 저하한다. 식욕부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소화기 변화와 미각, 후각 등 감각기관의 둔화 및 활동량 감소도 이어진다. 노화 상태에 따라 소화액 분비감소, 융모세포의 수축, 연동운동 감소와 같은 구조적, 물리적 변화 및 혈류량 감소도 일어난다. 더욱이 치근이 위축되고 장기간의 치아관리 소홀로 이가 부실해지면 저작(咀嚼)이 곤란하게 되므로 연질 또는 액체식품으로 음식 선택이 제한된다. 아울러 연동운동의 감소와 소화액 분비 감소로 영양소의 소화흡수율도 떨어진다. 장벽 근육층의 탄력성 약화, 잘못된 배변 습관 및 식사 습관에서 오는 만성적 변비 등 대장기능의 감소도 영양 섭취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식품 개발은 물론, 개개인의 건강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시니어푸드 개발 조건
고령자 식단에서는 식욕을 높여주는 식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대한 느낌이 둔화하고 여기에 치아까지 부실해지면 식욕이 줄어든다. 미각의 역치도 높아져 청년기와 비교해 10배 정도 강해야 맛을 느낀다. 후각의 예민도도 떨어진다. 냄새 분별 능력은 50대부터 감소돼 70대에는 크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냄새에 대한 기억과 쾌감도 떨어지고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생리적 요인 외에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 사회적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곤란과 불안감, 좌절감, 소외감, 욕구감퇴, 우울 등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생활 만족도를 저하함은 물론 삶의 욕망 상실과 함께 식욕감퇴를 일으켜 영양 결핍을 초래한다.
고령자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섭취하는 많은 약물은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증가시키고 체내 대사를 방해해 영양 부족 상태를 야기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음식 맛을 강화하는 방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무해한 미각 강화제가 있다면 과자, 음식 등에 첨가해 음식 맛을 좋게 하고 식욕을 북돋워줄 것이다. 음식 냄새를 강화하는 방법도 식욕을 올려주는 데 효과적이다. 과일, 채소 등의 향 성분을 추출해 첨가하거나 참기름이나 육류를 굽는 냄새를 더해주면, 지방질이나 염분을 높이지 않고도 맛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령자의 식욕감퇴를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 마련은 시니어푸드 개발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고령자 식단을 위한 기준
고령자를 위한 식품은 영양소도 충분하고 맛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선호하는 음식이어야 한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품질은 물론 신체적 상태, 사회적 환경이 누적되어 결정된다.
심리적으로는 사회활동, 자존심, 영양 지식, 건강 자신감, 고독, 식습관 등이 관여하며, 생리적으로는 식욕, 미각, 취각, 치아 상태, 만성질환, 건강 상태, 운동, 약물 사용 여부에 의해 변조된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연령, 성별, 재정 수입, 조리시설, 시간적 여유, 식품 구입의 편리성, 교육 정도, 기호식품 여부 등이 관여한다.
이 모든 요소는 간단히 정의하기가 어려우며 개인의 누적된 경험들에 기인한다. 고령자의 경우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편리성, 가격, 사회적 체면보다는 건강에 대한 개념이 식품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들은 유년 시절의 음식 또는 전통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식단은 식욕을 돋우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전통음식 중심의 메뉴가 바람직해 보인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식품으로 신뢰를 주고, 입맛을 돋우고,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식단이 고령자를 위한 식단의 충분조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백세인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된 전통식단을 바탕으로 시니어 K-Food 개발을 위한 총체적 노력을 하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메뉴는 ‘아메리카노’인 것으로 나타났다. 1958년 전후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는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연령대별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41.4%)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믹스커피(21%)로 조사됐다.
X세대(1975∼1984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5∼1996년생)는 1위를 아메리카노, 2위를 카페라테로 꼽았다. 믹스커피보다 신선한 원두에서 갓 내린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쪽으로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입맛이 바뀐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구매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커피머신 브랜드 유라는 지난 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온라인 524%, 오프라인 12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벽한 커피 맛을 위한 모든 과정들을 원터치 기술로 구현한 유라 커피머신은 취향에 맞는 원두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전문 카페 퀄리티의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등을 비롯해 플랫화이트, 라테 마키아토, 카푸치노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유라의 신제품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피머신, ENA8’은 총 10가지 스페셜티 커피를 원터치로 제공한다. 유라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원격 커피 추출, 레시피 설정도 할 수 있다.
유라코리아 브랜드팀 관계자는 “믹스커피를 즐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 원두 산지·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즐기는 커피 애호가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집에서도 원두커피를 본연의 맛으로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정용 커피머신에 대한 수요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2020년 국내 소비 트렌드로 ‘INSIDE’를 제시했다. 귀차니즘 소비(I), 큐레이션 마이 라이프(N), 마이 데이터 수집가(S), 팝업 경제(I), 디지털 힐링(D) 그리고 ‘젊은 취향의 시니어’(E)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영문의 철자를 따온 것이다. 특히 젊은 취향의 ‘뉴시니어’를 ‘Especially Lively Senior’라 일컬었고, 이를 축약해 ‘Senively’(시니블리)라 표현했다. 에이지리스, 그야말로 나이를 떠나 트렌드의 중심이 된 그들의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 현대백화점
과거 노인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중장년 세대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긴다. 이른바 ‘젊은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본인의 경제력으로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 및 에이지리스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랜플루언서(그랜드파더·마더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용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노인을 의미) 및 라이블리 시니어에 주목한 문화 콘텐츠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요즘 시니어들은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을 꾸미는 데 아낌없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며,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있으면 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니어의 젊은 취향을 고려하되, 그들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가 입어야 신상이 된다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이들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패션 산업에서도 필수요소가 됐다. 중장년 소비자의 경우 늙음을 인식하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들길 원하며,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지양하면서 보다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이들은 쇼핑을 단순히 구매 목적이 아닌 사회활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며,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와 감각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니어의 특성에 따라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소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시니어 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 등은 젊은이에겐 트렌디한 존재로 여겨지고 동년배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편,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 없이도 나이의 벽을 허문 에이지리스 패션을 선보이며 주니어와 시니어 세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패션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르베이지’, 한섬의 에이지리스 브랜드 ‘레트바이티’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목동점, 판교점에 이어 올해 미아점에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열었다. 4월엔 신촌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코너스는 ‘엄마와 딸이 함께 휴식하는 공간’을 콘셉트로 잡았다. 3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패션 상품은 물론 패션잡화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체험형 매장에 주안점을 두고 가죽공방 ‘토글’, 드라이플라워 클래스 ‘플라워 온실’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마음까지 젊어지는 ‘안티에이징 성형’ 원해
‘자기 나이로 보이면 노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근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안미모를 자랑하는 시니어가 많다. 사실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본능이다. 때문에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는 자존감 하락 및 심리적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젊음을 유지하고 자기만족 및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모를 가꾸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피부과,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관리실, 미용실 등에 소비하는 시니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성형외과·피부과’의 경우, 과거에는 흉터 제거나 치료 등을 위해 방문했다면, 근래에는 미용 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부각하고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한다.
안티에이징 성형 Q&A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은 “요즘 중장년은 외모를 위해 시술과 수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시니어 성형에 관한 트렌드와 조언을 들어봤다.
Q. 중장년 사이에서 떠오르는 뷰티 트렌드는?
남녀 구분 없이 80대까지 다양하게 찾아오신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가 많아, ‘빠른 일상의 회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수술은 조직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볼륨을 채워주는 수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피부 절개와 박리를 하고, 중력과 맞서기 위해 어딘가에 고정하기 때문에 멍과 붓기가 생겨 대부분 일정 기간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 해소를 위해 최소한으로 절개, 박리, 고정하는 다양한 수술 방법이 고안되었고 눈 처짐, 볼 처짐, 무너진 턱선 수술 등에 적용하고 있다.
Q. 시술이나 성형을 통한 기대 효과는?
간단한 시술, 즉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들은 비교적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속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남짓이다. 수술적인 방법은 개선 효과의 폭이 더 크지만, 이 역시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외모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동안 관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앞서 말했듯 안티에이징 수술은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영원히 젊어지는 마법은 아니다. 중력이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과도한 개선을 바라고 계획하거나, 수술 효과가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절개, 박리, 절제 등의 수술이 유행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Q. 에이지리스 뷰티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상담을 하다 보면 나이보다 유난히 젊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형들이 그렇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셔야 한다.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테크노부머 시니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시니어들의 영향으로 디지털페이 이용 고객 중 중장년층 비중이 증가했고,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와 달리 인터넷 기반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달되는 서비스)의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서도 ‘현재의 중장년층도 젊은 세대만큼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전 세대)이 55.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시니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모바일 앱 등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중장년의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가 ‘건강’이라는 점에 착안해, 헬스 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의 고립감 해소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와 데이트 서비스 등을 적극 개발하는 추세다.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마놀로블라닉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병 인도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멍 부회장은 왼쪽 발목에 위치추적기가 달린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대중은 전자발찌뿐만 아니라 그의 발목 아래에도 주목했다. 영국 하이엔드 슈즈 브랜드인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실루엣을 뽐내는 마놀로블라닉은 17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많은 여성이 선망하는 브랜드다.
마놀로블라닉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마놀로블라닉 한기시(Hangisi) 블루를 선물하며 청혼해 승낙을 받았고, 이 구두는 ‘꿈의 웨딩슈즈’라는 별칭을 얻었다.
통굽이 유행하던 1970년대에 킬힐을 부활시켰고 1974년에는 보그 잡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굽이 높지만 편안한 착용감으로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애용하고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생전에 마놀로블라닉 팬이었다고 알려졌다.
◇보테가베네타
‘재벌계의 완판녀’ 임세령 대상 전무가 지난해 11월 연인인 배우 이정재와 동반 출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대중의 관심이 그녀의 패션으로 향했다. 임 전무는 트렌치코트를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유독 레몬색 미니백이 눈에 띄었다.
당시 임 전무가 멘 가방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보테가베네타’의 230만 원대 ‘카세트백’이었다. 이 제품은 프리미엄 나파 가죽 조각을 정교하게 엮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드는데, 최근까지 상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로고 없는 명품’, ‘은밀한 명품’, ‘명품계의 반항아’라는 별칭이 따른다. 로고나 브랜드명을 과시하기보다 흔하지 않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로지 품질만을 내세운다.
2000년대 초 브랜드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토트백 ‘카바백’은 장인 2명이 이틀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배우와 셀럽에게 사랑을 받는 보테가베네타는 현재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피아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난 1월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으면서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한 방송사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손목시계 ‘피아제’를 받았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고 노 전 대통령은 열흘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주목받자 세간의 또 다른 관심은 명품 피아제 손목시계로 향했다. 피아제 시계는 보석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으로유명한데 단순한 디자인이어도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또 폴로 시리즈 등은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디자인만큼이나 기술력도 뛰어난 피아제는 지금까지도 핵심 동력 장치인 무브먼트를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2.3㎜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커머스 포털 11번가가 2월 ‘월간 십일절’ 행사를 오는 11일 ‘쇼핑의 재개발’을 주제로 진행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생필품과 건강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월간 십일절’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타임딜’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시각마다 5개씩 총 65개 상품을 최대 62% 할인 판매한다. 오전 11시에 롯데호텔 제주 숙박권, KFC e쿠폰, 빈폴키즈 책가방 세트 등을 특가에 내놓는다. 이어 한샘 샘 책장, 에브리봇 물걸레 로봇청소기, 트레이더스 3만 원권, 함소아 프로폴리스 등을 판매한다.
한 달가량 사용하기 좋게 다량으로 구성해 할인율을 높인 '월간 마트'는 총 20가지를 준비해 최대 35%까지 할인한다. 매일 상하목장 유기농우유(200㎖ 30팩)를 12% 저렴한 2만1500원에, 농심 백산수(2ℓ 30병)를 25% 할인한 2만2200원에 판매한다. 유산균 제품인 드시모네, CJ제일제당의 죽, 비타민 제품인 메디타민 등 다양한 생필품을 묶어 판매한다.
2월 ‘월간 십일절’의 톱 브랜드는 LG전자로, 인기 상품을 최대 25% 할인한다. LG전자의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75인치 UHD TV, 시네마 빔, A9 무선청소기 등을 준비했다.
이밖에 P&G, 매일유업, 나이키, 퍼시스, CJ제일제당, 탑텐, 닥터자르트, 하나투어, 아이허브, 랩, 메이크업포에버 등 2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e쿠폰 상품도 풍성하다. 이마트, KFC, 랄라블라, 뚜레쥬르, 드롭탑,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롯데시네마 등의 e쿠폰을 최대 42% 할인한다.
봄을 맞아 집안 인테리어를 싹 바꿀 수 있는 '우리집의 재개발' 이벤트도 실시한다. ‘월간 십일절’ 상품 구매 후 응모하면 총 18명에게 ‘한샘 키친앤바쓰’ 무료 시공 기회와 ‘씰리 매트리스 세트’, ‘리바트 공부방 가구 세트’를 증정한다.
‘월간 십일절’ 하루 신용카드사의 7000원 장바구니 쿠폰과 전 고객 대상의 3000원 장바구니 쿠폰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으로 각각 9위와 11위를 차지했고 두 회사의 실적을 합한 현대차그룹은 6위로 올라섰다.
자동차업계와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는 지난해 전세계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판매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220만9831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이브리드차(HEV)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사이드 EVs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시장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 문제로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수요가 꾸준히 늘어 전체적으로 10%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1위 브랜드는 글로벌시장에서 36만7820대를 판매한 테슬라가 차지했다. 중국의 비야디(BYD·22만9506대), 베이징자동차(BAIC·16만251대), 상하이자동차(SAIC·13만7666대)가 2~4위로 뒤를 이었다. 5위에는 독일 BMW(12만8883대)가 올랐다.
현대차(7만2959대)는 폭스바겐(8만4199대)과 닛산(8만545대), 중국 지리자동차(Geely·7만5869대)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기아차(5만3477대)는 일본 도요타(5만5155대)에 이어 11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 실적을 합한 현대차그룹은 12만6436대로 6위에 올랐다.
제1회 KMA시니어모델선발대회 대상 수상자인 이로익 씨. 훤칠한 키에 맑은 피부, 은빛 머릿결을 자랑하는 것으로 보아 평생 모델로 살았을 것 같은 인상. 하지만 그는 성공한 전문 기업가로 인생 전반전을 살아왔다.
“한국경제신문사의 자회사 대표로 오래 일했습니다. 한일 합작 회사도 만들고요. 중국 상하이에서 한스상해유한공사를 만들어 10여 년 일했습니다. 광고대행사를 할 때는 월간지도 발간하고, 광고 대행 일도 했죠. 딸에게 사업을 맡기고 모델 쪽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도 모델과 연예계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군 제대 뒤에 한 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아 모델계 입성 목전까지 갔다. 그러나 정치가였던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고 평범한 일을 택해 지금껏 살아왔다. “제 키가 180cm입니다. 또래에 비하면 크죠. 청바지를 즐겨 입는데 다리가 길어서 외국 브랜드를 입어야 좀 편합니다. 그런데 시니어 모델로 대성하려고 했는지 중학교 때부터 머리가 세기 시작했어요.(웃음)”
현재 이로익 씨의 머리는 완전 백발. 특이하게 머리카락 뿌리 부분을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요즘 젊은이들 보니까. 머리카락을 하얗게 염색하더라고요. 그런데 머리가 자라나면 검정 머리가 올라오잖아요? 젊음이 솟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 나도 그렇게 해볼까? 그래서 안쪽을 검은색으로 염색해서 덮었는데 마음에 듭니다. 머리를 좀 더 길러볼 생각이에요.”
1년 6개월 전 은퇴하고 나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운동을 하며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아왔다는 이로익 씨. 앞으로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봉사도 하고 시니어 모델을 넘어 엔터테이너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신과 신화, 인간들의 이야기가 풍성한 코카서스 3국의 첫 번째 여행지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Baku)다.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첫 여행지가 됐다.
먼저 한국엔 코카서스 3국으로 가는 직항 노선이 없다. 모스크바, 이스탄불, 카타르 혹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국제공항을 경유해서 가야만 한다. 둘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적대국이기 때문에 두 나라 간 국경 통과가 불가능하다. 셋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운행한 침대열차 1등 칸에 타보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아제르바이잔이 실크로드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었다. 세계에 몇 곳 없는 동서양 문화의 완충지대에서 출발해 유럽 문화의 변방을 향해 서쪽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자정이 넘어서야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기 때문에 ‘바쿠’라는 도시를 제대로 처음 본 것은 다음 날 아침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할 때였다. 흐린 하늘 옅은 구름 아래로 반듯하게 서 있는 황갈색 사각형 빌딩들, 민트색 둥근 아치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고풍스런 정취의 건물들이 창밖으로 보였다. 동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라는 거대한 캔버스가 희미한 푸른 잉크로 물들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여행이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솟아 있는 바쿠의 상징, 플레임 타워(Flame Tower)도 눈에 들어왔다.
바쿠는 구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세의 고건축과 현대 건축물들(플레임 타워,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사유의 길
12세기에 지어진 벽이 둘러싸고 있는 유서 깊은 ‘이체리 셰헤르’(Icheri Sheher)는 바쿠의 구도시다. 커다란 성문을 통과해 성 안으로 들어서니 오랜 세월 밟히고 마모되어 반짝이는 돌로 포장된 길이 열렸다. 서유럽의 도시처럼 위대한 건축물이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광장은 아니다. 사람과 시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길들이 성 안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골목은 관광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사유의 길이 도시 구석구석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큰길가 양쪽으로는 상점과 식당들이 죽 늘어서 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이 묵었다는 ‘카라반세라이’(Caravanserai)다. ‘물탄 카라반세라이’를 비롯해 16세기에 지어진 ‘부카라 카라반세라이’ 등 역사적 건축물들이 이곳이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옛날 이토록 먼 길을 어떻게 이동해 여기까지 왔는지 상상이 안 되지만, 곳곳에 실크로드의 흔적들이 보인다. 시간이 흘러 그 카라반세라이는 기념품 판매점과 고급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바쿠의 중세를 만나다
바쿠의 구도시 중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12세기에 지어진 ‘메이든 타워’(Maiden Tower)다. ‘처녀의 망루’라는 뜻을 지녔다. 바쿠 왕의 딸 메이든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이곳에 감금당하자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바쿠 왕이 감금한 여동생이 수치심으로 투신했다는 전설도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 성벽이 부서지거나 외부 세력에 정복당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탑은 직경 16.5m, 높이 29.5m 규모의 원통형. 성벽의 두께는 5m나 된다. 탑 꼭대기는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탑 위에 올라서니 구시가지와 카스피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카스피해를 넘어온 바람의 숨결을 느끼면서 다음 일정을 위한 휴식을 가졌다.
미로 같은 골목을 헤매다 도착한 곳은 ‘시르반샤 궁전’. 15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아제르바이잔 건축 양식의 진주로 불린다. 왕궁과 건물들이 균형감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궁전으로 가는 골목을 걸을 때 어디선가, 신을 부르는 듯한 애절한 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의 열기 속에 길게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아잔’(이슬람 사원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따라가 보니 이슬람 사원 ‘무하마드 모스크’(Muhammad Mosque)가 나타났다.
성의 바깥 서쪽에는 성곽길을 따라 바쿠에서 첫 번째로 조성된 ‘필라모니야 공원’(Filarmoniya Park)이 있다. 주변에는 노란색 건물의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 ‘예술 박물관’, ‘음악 재단’이 있다.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은 100년 전 유럽풍 스타일로 지어진 극장으로 운치를 더해준다. 오래된 성벽에 기대어 숲을 안고 있는 공원은 언제든 지친 여행자의 등을 쓰다듬어줄 것만 같다. 곳곳에서 공연을 하고, 한 레스토랑에서는 탱고 파티가 한창이다. 사랑에 취해, 춤에 취해 있던 커플이 카메라를 든 여행자를 보고 포즈를 취해준다. 계획에 없었던 장면들. 여행하면서 만나는 득템이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생의 피로를 씻어주는 경험이다.
예술을 존중하는 나라
아제르바이잔은 페르시아인을 중심으로 코카서스인과 튀르크족이 병합되는 과정을 거쳐 11세기에 셀주크 튀르크에게 정복당했다. 이때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크족에 동화돼 완전히 튀르크화됐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언어의 80%는 터키어다. 그래서 터키와는 ‘한 민족 두 나라’로 불리고, 아제르바이잔 언어를 ‘아제르바이잔튀르크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은 언어와 문자, 문학작품을 매우 존중한다. 도시 곳곳에 시인의 동상이 있다. 특히 성의 주 출입구인 동쪽 성문 밖에는 아제르바이잔의 국민 시인이자 신비주의자인 ‘니자미 간자비’(Nizami Ganjavi)의 동상이 세워진 기념 공원이 있다. 다섯 편의 서사시 ‘하므사’(Khamsa)를 발표하면서 페르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이 됐다. 기념 공원 바로 앞에는 ‘니자미 문학 박물관’도 있다. 이슬람식 문양과 디자인을 주로 사용한 건물이다. 건물 2층에는 유명 문인 6명의 동상이 있다. 이들 동상 때문에 박물관은 마치 성전 같은 분위기다.
바쿠의 로데오 거리는 이 박물관 앞에서 시작된다. 바쿠의 현재로 들어가는 길이다. 가성비 좋은 고급 레스토랑과 블링블링한 카페, 유명 브랜드 숍들이 이어지는 보행자의 거리다. 저녁이 되면 수많은 사람이 나와 밤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인종, 국적, 나이, 언어가 달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결을, 사물의 결을, 세상의 결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다른 영혼의 결을 안아줄 줄 안다. 이곳에는 여행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소매치기, 강도, 도둑질 같은 경직된 단어도 없었다.
바쿠의 속살들
구 소련 치하에 있었던 영향 때문인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젊은이는 많았다. 영어를 하든 못하든, 나이가 많든 적든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친절’이다. ‘28 May 광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한 아가씨가 도와줄 일 없냐고 먼저 물어왔다. 예약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만난 할아버지는 200m 정도를 걸어 숙소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줬다. 이곳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코카서스 3국 중 아제르바이잔의 물가가 가장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2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커피 한 잔은 3.0AZN(약 2100원), 슈퍼에서 파는 와인은 4.0AZN(약 2800원)쯤 된다. 지하철이나 버스(0.2AZN, 약 140원) 등 대중교통비는 놀랄 정도로 싸다. 전철은 2개 노선에 정류장도 많지 않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바쿠의 속살을 보려면 전철역에서 파는 충전식 바쿠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봐야 한다.
바쿠의 로데오 거리 끝으로 지나가는 큰 대로를 건너면 카스피해를 끼고 바쿠만을 따라 엄청 길고,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바로 ‘불바르 공원’(Bulvar Park)이다. 공원 한쪽 끝에서 반대쪽까지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카스피해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공원 안에는 여객선 터미널, 요트 정박장, 대형 쇼핑몰, 국립 카페 박물관, 아즈네프 광장, 대형 회전 관람차인 ‘바쿠 아이’, 대규모 고급 호텔 등 새 시설들이 호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첫눈에도 공원 조성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음이 짐작된다. 하지만 뭐가 문제일까? 바로 앞 바다에서 원유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데….
카스피해 보석에서 유럽 보석으로
카스피 해변과 근해에는 영화나 사진에서 많이 본 석유시추 시설이 곳곳에 있다. 지하를 뚫기만 하면 기름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나 많이 매장돼 있는 석유를 처음 유럽으로 가져가 막대한 부를 쌓은 이가 있다. 바로 노벨상으로 유명한 스웨덴 사람 ‘노벨’의 형이다. 그가 이 지역에서 석유를 발굴하고 정유소, 송유관, 원유소 등을 개발해 바쿠의 석유산업이 발전했다. 바쿠의 경제기반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쿠 시는 1884년 비잔틴 양식으로 지은 ‘노벨형제석유사’(브라노벨)의 복지시설 건물을 ‘노벨 박물관’으로 바꿔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현재는 이곳에서 생산된 석유를 바쿠에서 시작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1769km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보내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제이한 항구까지 이어진다. ‘Baku’, ‘Tbilisi’, ‘Ceyhan’ 세 도시의 약자를 따서 ‘BTC 파이프라인’이라 부른다. 카스피해에서 생산된 원유가 BTC 파이프라인을 거쳐 지중해로 가고 이곳에서 다시 유럽으로 공급되는 것이다.
불바르 공원의 중심인 ‘무감 센터’(Mugam Center) 건너편에는 ‘업랜드 공원’ 정상까지 올라가는 푸니쿨라 승강장이 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면 바쿠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보았던 플레임 타워가 보인다. 3개의 타오르는 불꽃 형상을 한 건물의 높이는 190m. 6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13년에 완공했다. LED조명을 설치한 건물 외곽은 형형색색의 불꽃을 보여주며 화려한 쇼를 한다. 이제 바쿠는 ‘바람의 도시’에서 ‘불의 도시’가 되었다. 그 랜드마크가 플레임 타워다. 타워 옆 바쿠만과 카스피해가 한눈에 보이는 공간에 ‘순교자의 길’이 있다. 우리나라의 현충원처럼 전쟁 때(주로 소련이 붕괴할 때 일어난 독립운동) 희생된 사람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분쟁’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순교자의 탑’도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 옆에 추모 공간을 마련한 깊은 뜻을 헤아리며 카스피해와 바쿠의 야경을 감상했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정신
여행이 끝나면 바쿠는 어떤 도시로 기억될까? 아름답거나 시각적인 즐거움만 제공한 도시로 남을 것 같지는 않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신을 향해 인간이 엎드리는 곳, 자그마한 모스크가 있다.
바쿠의 현재를 상징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여성 건축가로서는 처음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다. 우리나라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그녀가 디자인했다. 그래서일까. 친숙한 느낌이다. 건물의 경이로운 비정형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각형 건물이 가득한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바람에 흐르듯 우아하게 굽이치는 곡선이 숨통을 트이게 했다. 물결도 연상됐다. 멀리서 비탈진 광장의 초록과 물을 배경으로 놓고 봤을 때는 연체동물의 패각이 떠올랐다. 그 껍데기 집에 인간과 세계를 따스하게 감싸는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