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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도 4차산업 기술 혁명 혜택 보아야죠”
- 스마트폰 하나면 전국 어디서든 배달이 가능하고, 택시도 부르고, 기차 예약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기술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4차 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더풀플랫폼이 만들어진 계기다. 원더풀플랫폼은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회사다. 원하는 종류의 디바이스를 선택해 원더풀플랫폼의 ‘다솜K’를 탑재하면 된다. 다솜은 순우리말로 사랑을 뜻한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어떤 기기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솜이를 사용하는 전국 어르신은 약 1만 명. 2023년 10월 기준 94개 지자체와 147개 기관에 보급된 다솜이를 더 많은 어르신이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더풀플랫폼의 목표다. 어르신의 말벗 ‘다솜이’ 다솜이는 ‘다솜K’를 부르는 애칭이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특화된 것이 ‘말벗 기능’이다. “보통 구글 등의 음성 명령 서비스는 기기를 부르는 ‘명령어’가 필요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에서 끝나는데요. 다솜이는 대답 후 다른 질문을 덧붙이기 때문에 정말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부르지 않아도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한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다른 주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정진현 원더풀플랫폼 국내영업팀 팀장은 다솜을 만들 때 ‘대화’에 강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다솜의 또 다른 특징은 학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다섯 살 손자가 있다는 걸 언급했다면,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대화를 할 때도 적용한다. 어르신들의 어눌한 말투나 사투리도 학습한다. 따라서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다솜이는 똑똑해지고 고도화된다. 누가 다솜이와 대화를 했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다솜이의 성격이 달라진다. 쓰면 쓸수록 사람처럼 진화하는, 말 그대로 ‘말벗’이 된다. 말벗 기능은 챗GPT가 오픈되기 전부터 개발하던 것으로, 이제 5년 차가 됐다. 최근에는 챗GPT도 결합해 기능을 좀 더 다양화했다. 보고 듣는 기능도 있다. 젊은이들이야 유튜브에 검색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다솜이에게 “쫛쫛 검색해줘, 쫛쫛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음식 레시피가 궁금하면 “김치찌개 끓이는 법 알려줘”라고 하면 영상을 찾아 재생해준다. 정 팀장은 “요즘 시대에 나오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드린 셈”이라면서 “무엇이든 말로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기준 다솜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은 콘텐츠 재생, 날씨 정보, 화상통화다. 건강관리도 다솜이로 현재 다솜이는 지자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주로 보급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다솜이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댁에 방문해 설치해드리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원더풀플랫폼은 관리자 페이지에 대화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저장한다. 어떤 어르신이 다솜이와의 대화 중에 “오늘 다리가 아프네”라고 말하고 며칠간 이런 대화가 반복될 경우 어르신을 방문할 생활지도사나 간호사에게 ‘아픈 부위 1순위 다리’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어르신을 방문할 때 “어르신 요즘 다리가 많이 아프시다면서요?”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자주 말하는 단어를 기록하는데, 만약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자주 보인다면, 정서적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다. 알림 기능도 있다. 휴대폰 전용 앱을 이용하면 다솜이가 ‘어르신 오늘 보건소 방문하셔야 하는 날이에요’라는 일상 알림이나 재난 문자 등을 읽어준다. 지방의 경우 태풍이 불고 천둥이 치면 마을 방송 확성기 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기능을 개발했다. 다솜이에게 ‘도와줘’, ‘살려줘’라고 말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24시간 운영하는 관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응급 기능도 있다. 직원이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경우 119에 대신 신고해준다. 병원에서도 다솜이를 활용하고 있다. 큰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환자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 간호사들이 귀가 후 주의사항이나 해야 할 것들을 다솜이를 통해 알릴 수 있고,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 때 긴급 호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센터에서도 다솜이 이용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원더풀플랫폼이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 빌리지’ 사업이다. 지자체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복지관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에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더풀플랫폼은 각 기관에 있는 로봇과 집 안의 로봇을 연결하고자 한다. 몸이 불편해 경로당에 나가지 못해도 경로당에 나와 있는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고, 경로당끼리 노래방 대회 등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4차 산업 시대에 효과적인 기능의 혜택을 어르신들도 함께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솜이에게 ‘치약이 떨어졌다’고 말하면 치약을 대신 주문해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르신 곧 치약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주문해드릴까요?’라고 물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 2024-03-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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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중년의 성생활, 터놓고 말합시다!
-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 알음알음 퍼진 부정확한 기준과 정보 탓에 서로를 질책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쪽만의 문제,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던 섹스는 잊고 인생 2막, 3막을 위해 다시금 사랑의 도움닫기를 해보자. 섹스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예전에 비해 완화됐지만 아직 사람들은 ‘이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하길 꺼린다. “에이,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나이 들어서 가족끼리 왜 그래? 주책이야”라며 서로를 등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섹스는 단순히 쾌락만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성’과 ‘관계’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합쳐진 삶의 소중한 자원이다. 전문가들은 성적으로 친밀할수록 두 사람 사이가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자아 존중감 회복, 삶의 의욕 증가 등 정서적 효과를 누리는 건 덤이다. 성생활을 슬기롭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고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섹스=거시기하다’는 인식의 오류 우리는 부모의 사랑과 섹스로부터 태어났다. 2차 성징을 겪은 뒤 어른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섹스를 한다. 성은 요람부터 무덤까지 삶의 모든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인간의 근원인 셈이다. ‘거시기하다’며 민망하고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거시기’(성기)를 통한 삽입 성교만이 전부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는 섹스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애무, 오럴섹스, 키스, 포옹, 손잡기 등도 모두 섹스다. 건강한 섹스 경험의 부재 ‘나이 들수록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적 제약으로 인해 성행위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기부전이나 질 윤활액 분비 감소, 감각 둔화 등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있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를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과거의 정서와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 75세 노인이라도 청년 시절 행복한 섹스를 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대와 욕구가 커지고, 25세 청년이라도 관련된 트라우마나 혐오가 있다면 몸과 마음이 섹스를 거부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현대로 오면서 유튜브,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쾌락이 늘어난 까닭에 점점 섹스를 경험할 기회가 줄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현재 한국은 성관계를 적게 하는 섹스리스를 넘어 아예 성관계를 하지 않는 섹스오프 상태에 봉착했다”며 “코로나 시대와 불경기를 지내면서 연애나 사랑이 필수라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개인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 ‘섹스에는 정년이 없다’는 말, 이제는 흔한 표현이다. 그러나 여러 원인으로 성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한 상대와, 같은 방식으로, 매번 만족할 만한 섹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젊을 땐 좋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되는 패턴에 만족도가 떨어진 사람, 특정 이유로 사이가 소원해져 성생활까지 타격받은 사람, 사소한 습관이나 외모 결함 때문에 몸의 대화 자체가 단절된 사람 등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사실 좋은 섹스는 침대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함께 멋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좋아하는 꽃을 선물하고,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관계 시에도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섹스만이 쾌감을 주는 건 아니다. 섹스는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스한 온기, 떨리는 마음, 촉촉하고 매끄러운 느낌 등으로도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원하는 횟수나 시간대, 자극받고 싶은 부위, 성적 취향 등이 있다면 솔직하게 요구해야 한다. 서로의 신체적·정신적 유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단계다. 유외숙 상담21 성건강연구소장은 “연애·결혼 초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오랜 시간 불만이나 욕구를 참으며 한쪽 또는 둘 다 불만족스러운 섹스를 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으면 좋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모 아니면 도’라 여긴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계의 주체는 언제나 나여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만족을 위해 열심이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대화와 소통으로 중간중간 점검하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 소장은 “너무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욕구와 방식을 조율하며 서로 잘 싸워야 한다”며 “한 꺼풀, 두 꺼풀 덜어내다 보면 사람 관계의 본질은 같다”고 조언했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성을 위해 알아야 할 8가지 ●부부 사이 성생활의 질은 서로의 친밀감이 좌우한다. 문제가 있을 때는 섹스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 방법을 개선하는 등 친밀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중년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섹스가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통증 감소, 심장질환 예방, 자궁질환과 전립선질환 예방,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중년 이후 성기능 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은 남녀 모두의 성기능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남성의 걷기·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은 발기부전 예방에, 여성의 케겔운동은 실금을 줄이고 성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기부전 같은 남성 성기능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하자. 중년 이후 발기부전은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의 첫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성인병의 신호탄이다. 발기부전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거나 친구와 상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자.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발기부전을 해결할 수 있고, 성인병 동반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는 성교 시 통증은 해결할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질 윤활액 분비가 감소해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윤활제를 사용하면 된다. 이후에도 성교통이 계속된다면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충분한 애무를 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여성은 삽입 성교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힘들다. 성행위 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유 있게 애무해야 여성의 성적 만족이 높아진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는 질 속이 아니라 음핵(클리토리스)이다. 애무는 길게, 삽입은 늦게, 삽입 시기 결정은 여성에게 맡기기를 권한다. ●성적 호기심이 유발되도록 창조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체위, 새로운 장소와 분위기는 활력을 주기도 한다. 부부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멋진 장소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등 판타지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용불용설(用不用說), 규칙적인 성생활 여부에 따라 성기능이 유지되거나 퇴화한다. 중년 이후에도 꾸준한 성생활을 통해 성기능이 향상되고, 성적 만족도 높아질 수 있다. 중년 이후 많은 부부가 젊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처 ‘2015 대한성학회 추계학술대회’, 정리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
- 2024-03-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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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 시절 추억이 취미로, ‘프라모델’에 지갑 여는 중장년
- 1970~80년대 유년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학교 앞 문방구를 가득 채운 프라모델 키트와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즐긴 미니카 트랙을 기억할 것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이들이 어린 시절 추억을 취미로 바꾸고 있다. 누군가는 장난감 취급하고, 누군가는 마니악하다고 평가하지만, 프라모델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은 누구보다 몰입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프라모델은 스케일 모델과 로봇으로 나뉜다. 타미야와 반다이남코가 대표적인 제조사다. 스케일 모델은 네 가지로 나뉜다. 밀리터리, 항공, 자동차와 오토바이, 함선이다. 타미야가 제조하는 스케일 모델 중에는 미니카의 인기가 가장 높고, 로봇 프라모델은 반다이남코의 건담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어린 시절 미니카와 프라모델을 접해보지 않은 중장년이 없을 정도로 1970~80년대에는 대중적인 놀이였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를 즐기기에는 ‘장난감’ 취급을 받는 데다 심지어 ‘비싸기까지’ 한 취미로 오해받기 일쑤여서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한번 만들기 시작하면 하루 두세 시간은 기본이고, 키트 하나를 만드는 데 서너 달은 매달려야 하기에 기혼자라면 시간, 돈, 아내의 허락 세 가지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취미로 꼽힌다. 만든 작품들을 집에 두려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한다’는 가족들의 ‘핍박’(?)도 견뎌내야 한다. 장난감 시장을 주름잡았던 1980년대에 비하면 프라모델은 사양산업으로 꼽히지만, 어린 시절 품었던 프라모델에 대한 로망은 경제적 여유가 생긴 중장년의 지갑을 열고 있다. “건전하잖아요!” 미니카, 밀리터리, 건담 프라모델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 매력에 대해 묻자 한 명도 빠짐없이 한 말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도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이 키트 하나를 사서 완성하는 데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20만 원짜리 키트를 샀다면 한 달에 약 6만 7000원꼴이라며 꽤나 건전하지 않냐는 반론이다. 어찌 보면 구석에 몇 시간이고 앉아 꼬물거리는 게 ‘다 큰 어른이 장난감 하나 붙잡고 뭐하는 거지?’ 싶겠지만, 이들의 세계는 무척이나 심오하면서도 유쾌하다. 달려라 미니카! 본격적인 미니카 붐은 1987년 만화 ‘달려라 부메랑’의 연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이후 서킷과 트랙이 만들어지고, 대회가 열리고, 룰과 규정이 생겼다. 트랙의 모든 레일을 세 번 돌아 출발 지점까지 먼저 완주한 사람이 승리하는데, 코스를 이탈하면 탈락이기 때문에 스피드와 안정성 두 가지를 다 잡아야 한다. 또한 공인 대회에 나가려면 반드시 본인이 직접 조립한 차로 참가해야 해, 미니카를 취미로 삼았다면 튜닝은 필수다. ‘웨에엥~~~~’ 트랙 세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남짓. 잘 달리는가 싶던 미니카가 점프 혹은 코너 구간에서 튕겨나갔다. “아, 생각처럼 잘 안 되네”라며 강두일(46)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 씨의 작업대 위에는 각종 도구와 미니카 부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트랙에 따라 미니카 튜닝이 달라져야 하니까, 하다 보면 성취감이 엄청 커요.” 강 씨의 미니카 사랑은 어느덧 5년 차가 됐다. 수원 미니카 경기장 ‘브이엑스알’에는 강 씨를 비롯해 미니카에 진심인 ‘아저씨들’이 매일 삼삼오오 모인다. 브이엑스알은 이성원(35) 씨와 최지수(33)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미니카와 프라모델로 유명한 타미야가 공식 경기장으로 지정한 세 곳(인천, 수원, 부산) 중 한 곳이다. 이 씨는 이전에 VR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대기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미니카 트랙을 작게 만들어뒀다. 그런데 오히려 아빠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트랙을 보러 방문하는 손님까지 생겼다. 부부가 미니카 경기장을 열게 된 계기다. 수원 브이엑스알의 매력은 개인 지정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주로 40대 초반~50대 초반 고객이 많은데, 대부분 대표님이나 사장님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해서’라는 핑계가 필요해 자녀와 함께 오는 아빠들도 많다고. 매장 내에는 회원들이 받아온 상패 80여 개가 진열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2023년 국내 타미야 미니카 왕중왕전 1위 트로피가 눈에 띄었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김진오(40) 씨. 미니카를 만들기 시작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승리를 차지했다. “저희 어릴 땐 문방구마다 미니카 트랙이 있었어요. 또 그때는 뭐든지 고쳐 쓰던 시절이거든요. 아버지 어깨너머로 고쳐 쓰는 걸 봤으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익숙했죠. 지인 추천으로 시작한 취미인데, 다른 취미들의 특징과 매력을 총집합해놓은 게 미니카더라고요.” 김 씨는 미니카의 매력으로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꼽았다.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나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는 게 마치 초등학교 시절 미니카 트랙 앞에 모여 친해진 친구들 같아 재미있다고 했다.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취미라지만, 미니카 인기가 높아져서인지 올해 7월에는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타미야 미니카 아시아 챌린지’가 열린다. 국내에서 국제 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강두일 씨도, 김진오 씨도 예선을 통과해 챌린지에 국가대표로 나가는 게 목표다. 기동전사 건담 중장년에게 미니카 외에 또 하나의 로망은 ‘로봇’이다. 건담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다. 반다이남코에서 제작하는 건담 프라모델(이하 건프라)은 요즘에야 인기가 식었다지만, 중장년에게는 로망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취미다. 공덕수(54) 씨는 건프라 ‘해치 오픈’ 작가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로봇 키트를 몇 번 사다가 만들어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 30대에 건프라 키트를 처음 구매했는데, 다섯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고 ‘신세계’라고 느꼈단다. 2009년 여름, 건담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싶어 공방을 찾아간 게 본격적인 취미의 시작이었다. 취미는 이제 직업이 됐다. 공 씨가 만든 해치 오픈 작품들이 입소문을 타 작업 의뢰를 받기 시작하면서다. 지금은 작품을 만들어 판매도 하고 수업도 한다. 해치 오픈 설명 이미지를 판매하고 완성품 제작 주문을 받는 사이트 ‘만들자 닷컴’과 유튜브 채널 ‘FHO STUDIO’도 운영하고 있다. 건프라 조립은 방식에 따라 분야가 나뉜다. 설명서대로 만들면 스트레이트, 겉면을 손상시켜 낡게 만드는 웨더링, 건담과 멋진 배경을 만드는 디오라마, 외면에 금속 등 새로운 재료를 붙여 현실감을 높이는 디테일 업 등이 있다. 해치 오픈은 자동차 보닛을 열어 속을 보여주듯, 건프라의 갑옷을 열어 뼈대를 중심으로 2차 창작을 하는 걸 말한다. 공 씨는 해치 오픈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널리 알리고 다듬어 정립한 장인이다. 공방에 다닐 때만 해도 2차 창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20여 명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공 씨의 작업실에는 건프라 완성품이 거의 없다. 만드는 족족 판매됐기 때문이다. 2014년 처음 디자인한 이족 보행 로봇 ‘네피림’은 만들자마자 팔렸다. 주로 의뢰를 받아 작품을 만드는데, 그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인 ‘크샤트리아’는 최고 1200만 원에 팔린 적도 있다. 공 씨처럼 로봇을 분해하고 조립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면 로봇의 구조와 메커니즘을 100% 이해해야 한다. 그는 건프라의 매력으로 ‘커스텀’을 꼽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로봇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제 자신만의 로봇을 만들고자 세계관을 정립하고 로봇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건프라 키트를 모아서 다른 로봇을 만드는 데 부품으로 사용하거나 직접 재료를 자르고 다듬어 만들었는데, 이제는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어요. 1~2년 정도 프로그램을 배우고 1년 정도는 프린터로 재료들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죠. 머릿속에 상상만 하던 로봇을 이제 직접 만들 수 있게 된 거예요. 건담처럼 저만의 로봇 IP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밀리터리 프라모델 2023년 11월 영화 ‘탑건:매버릭’이 재개봉하면서 중장년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탑건’은 1986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로,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소련의 지원을 받는 어느 국가와 교전을 벌여 이기는 내용의 액션이다. 스토리는 뻔하지만 요즘처럼 CG(컴퓨터 그래픽스)가 보편화된 시절이 아니기에,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실제 항공모함과 F-14 전투기가 등장해 흥행했다. 당시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톰 크루즈가 후속작 ‘탑건:매버릭’으로 36년 만에 돌아오면서 중장년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다. “‘탑건’이라는 영화 아세요? 이게 바로 그 영화에 나온 실제 전투기예요. 이 오토바이는 톰 크루즈가 탄 거고요.” 유승식(61) 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실제 전투기와 오토바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가 스케일 모델의 매력이다. 회계사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유 씨는 스케일 모델 중에서도 밀리터리 덕후다. 어린 시절 프라모델을 구하러 다녔고, 일본에 사는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프라모델을 즐겨 만들었다.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던 아버지에게 일본어로 적힌 타미야 키트 설명서를 읽어달라고 하다가 직접 일본어를 배우기까지 했다. 스케일 모델의 매력은 ‘스토리’다.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크기를 줄여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각 제품마다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유승식 씨는 탱크나 전투기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이야기를 알아가는 게 가장 큰 재미라고 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천장까지 밀리터리 키트가 쌓여 있고, 한편에는 일본어 프라모델 책이 가득 찬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이 스케일 모델을 더 재미있게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그는 1991년 초 국내 최초의 모형 잡지 ‘모델러 2000’을 창간했다. 이후에는 군사 잡지 ‘컴뱃암즈’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유튜브 채널 ‘디오라마TV’를 운영하는데, 구독자가 약 1만 2000명에 이른다. 댓글에는 ‘작품으로 만난 분을 보니 반갑다’거나 ‘잡지에서 봤던 분’이라며 알아보는 구독자들도 있었다. 실제로 타미야 프라모델 팩토리 양재 본점에는 유승식 씨 외 세 명이 함께 만든 밀리터리 작품 ‘Lumbering Back to the Base to Refit’가 전시돼 있다. 유 씨는 어떻게 하면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실제 탱크나 비행기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특징이 있고, 언제 어디에서 쓰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준다. 언젠가는 다시 군사 관련 책을 만들고 싶단다. “이야기를 알면 이 키트가 갖고 싶어지거든요. 저도 창고에 제품이 1500개 정도 더 있습니다. 같이 해야 재미있잖아요. 더 많은 분이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즐기면 좋겠어요.”
- 2024-03-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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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이 돌아온다”…3월 풍성한 문화소식
- ●Exhibition ◇갑진년맞이 용을 찾아라 일정 4월 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십이지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부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 등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각 작품에 표현된 용은 용맹하면서도 사람을 닮은 친근한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전시품은 1층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의 서화관, 3층의 조각·공예관에 분포돼 있다. 전시장 키오스크에 떠 있는 QR 코드를 촬영하면 안내 지도와 목록을 볼 수 있어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구려 강서대묘의 ‘청룡도’가 있다. 널방(시체를 안치한 무덤 속 방) 동벽에 그려진 것으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의 오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 용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용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나타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 일정 4월 13일까지 장소 전쟁기념관 캐나다 가수이자 사진작가 브라이언 아담스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다. 크게 두 개의 존으로 구성됐으며, 총 140여 점이 전시됐다. 익스포즈드 존(EXPOSED ZONE, 노출)에서는 마이클 잭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유명 인물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운디드 존(WOUNDED ZONE, 부상)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당한 영국 장병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전쟁의 상처를 조명했으며, 전쟁기념사업회의 설립 정신과 취지에도 부합한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며, 전쟁의 교훈을 깨닫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Book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김웅철·매일경제신문사)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올 하반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자는 초고령화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며, 10여 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으며,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하며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기고, AI택시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도입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짝꿍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고령자 서비스를 확대한 편의점, 메디컬 피트니스 등 시니어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김찬호·날) 사회학자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가 60세를 지나면서 펴낸 첫 노년 에세이.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한 마흔 개의 열쇳말을 제시한다. ◇비만·당뇨·콩팥병 악순환 고리를 끊다(송정숙·북아지트) 약사인 저자는 당뇨와 비만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 관한 해법을 소개한다. 생활요법과 질 좋은 영양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비즈니스북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직업적·사회적 쇠퇴기를 맞은 중년들이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Stage ◇헤드윅 일정 3월 22일 ~ 6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손지은 출연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 장은아, 이예은, 여은 등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4년 뉴욕의 작은 록 클럽에서 첫선을 보인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세기 최고의 록 뮤지컬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으며, 이번 시즌에는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헤드윅 역을 맡아 연기한다. 유연석은 7년 만에, 조정석은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 조정석은 “예전에 마흔이 넘어도 헤드윅을 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게 됐다”며 “2006년부터 네 번의 시즌을 함께했다. 할 때마다 재밌고 여전히 내 심장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어서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 일정 3월 5일 ~ 5월 19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준영 출연 최정원, 배해선, 이건명, 마이클 리, 산들, 유회승, 홍기범 등 2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녀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탄탄하고 정교한 드라마로 풀어낸다. 다이애나 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최정원이 맡았으며, 배해선이 새롭게 합류했다. 남편 댄 역은 이건명이 지난 시즌에 이어 출연하며, 마이클 리가 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딸 나탈리와 아들 게이브 역에는 실력과 에너지를 갖춘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인다. ◇그때도 오늘 일정 3월 15일 ~ 5월 26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최영준, 오의식, 박은석, 이희준, 양경원, 차용학 연극 ‘그때도 오늘’이 극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022년 초연 이후 무대에 오른다. 1920년대 부산, 1940년대 제주도, 2020년대 최전방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2인극으로, 각 지방색에 맞는 사투리를 근간으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인하가 극본을 썼다. 공연 관계자는 “독립,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되짚어보게 한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3-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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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연애 예능 ‘홀로탈출’ PD를 만나다
- ‘나는 솔로’, ‘환승연애’ 등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실버세대도 사랑한다며 나타난 프로가 바로 HCN 충북방송 ‘홀로탈출’이다. 실버세대의 로맨스가 이렇게 귀엽고 순수하다니! 유튜브 채널 최고 조회수 57만 회를 넘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실버 싱글 남녀의 끝 사랑을 찾아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조미선·이창수 PD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홀로 된 인생, 다시 한번 로맨스를 꿈꾸다.’ ‘홀로탈출’은 60·70대 싱글 남녀 8명이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조미선 PD는 “문득 왜 젊은 사람들의 연애 프로그램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HCN의 주요 시청자층인 실버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면서 “처음 기획 때는 지금보다 출연진 연령대가 높았고, 경로당 미팅 콘셉트를 생각했다. 과거 ‘장수퀴즈’라는 프로그램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미선 PD는 든든한 후배 이창수 PD와 ‘홀로탈출’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PD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예능 프로그램 제작은 처음이다. 섭외, 연출, 편집 뭐 하나 쉽지 않았다. 괜한 도전을 한 것인가 싶었는데, 내부 시사회에서 ‘재밌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행이구나 하고 마음을 쓸어내렸더니 이내 대중의 뜨거운 반응이 터졌다. TV 최고 시청률은 5.08%(디지털 케이블 플랫폼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으며, 유튜브 채널은 3월 현재 총 조회수 780만 회를 향해 간다. 나이 먹어도 똑같아 ‘홀로탈출’의 기본 형식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출연진이 실버세대로 달라지니 변화가 확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보통 사람들이 짝을 찾는다. 그래서 그들의 로맨스가 친근하게 다가오며 더욱 응원하게 된다. 조미선 PD는 “우리 이웃 같은 사람들을 계속 출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부 연애 프로그램의 출연진은 방송계 진출이라든지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홀로탈출’은 이 부분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제작진이 출연진 검증에서 철저히 하는 부분이 있다. 면담 후 출연이 결정되면 혼인관계증명서를 무조건 받는다. 싱글임을 검증하는 것. 현재까지 지원자 및 출연자는 이혼 또는 사별을 경험한 돌싱이었으며, 미혼은 없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여성 지원자가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한다. “남성 싱글들의 성향은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하더라고요.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연인이 있거나, 아니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안 하거나. 그러니까 진짜 싱글은 후자인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서 방송 출연을 권유해도 내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즌1 때도 남성 출연자들을 겨우 섭외해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죠. 여성들은 방송국 프로그램이라는 안정감 때문인지 많이 지원하세요. 경쟁률도 매 시즌 높아지고 있죠. 시즌1 때는 2:1, 시즌2 때는 8:1 정도였습니다. 현재는 시즌3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경쟁률이 벌써 10:1을 넘어섰습니다. 시즌3는 꽃피는 따스한 봄날인 4월에 촬영할 예정이에요. 시즌1, 2는 추울 때와 더울 때 촬영이 진행돼 출연진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죄송했거든요. 출연자도 8명 이상 될 수도 있습니다.” 실버세대 싱글들이 원하는 이성상의 기준은 어떻게 될까. 조미선·이창수 PD는 “남성들은 여성을 볼 때 외모와 나이(연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성들은 남성을 볼 때 경제력 위주로 보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또한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 출연자들이 ‘평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패셔너블하거나 잘 꾸미는 남성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홀로탈출’의 여성 출연자는 대부분 ‘너무 튄다’면서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버세대와 MZ세대의 싱글 남녀가 원하는 이성의 모습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홀로 탈출이 필요한 이유 5070 싱글들이 사랑을 찾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사랑 앞에 매우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이다. 상대방이 좋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굴에 그대로 표가 난다. 또한 오랜만의 데이트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만 앞서 말실수를 하기도 한다. 조미선·이창수 PD는 “실버세대의 로맨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 층과 동일한데 좀 더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남성 출연자들은 살림을 해줄 여성을 찾는 것 같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그분들은 홀로 식사하고 살림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게 꼭 연애를 해서 이성이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봐요. 잘 포장해서 말할 수도 있는데, 너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하다 보니 여성 출연자와 시청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표현이 솔직하고 투박해서 벌어진 문제라는 거죠.”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시즌1의 자기소개 시간이 담긴 부분이다. 3월 현재 조회수 57만 회를 넘어섰다. 조미선 PD는 “연애 예능의 자기소개에서 사별 얘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우리 유튜브 채널 시청자의 90%는 50대 이상이다. 출연진이 사별과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셨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버세대가 사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미선·이창수 PD는 결국 ‘외로움’이라고 얘기했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 조미선 PD는 “출연진과 인터뷰를 해보면 그동안은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었는데 자식들이 결혼 후 혼자 남으니까 적적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이제는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로맨스를 나눌 친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창수 PD는 시즌1에 출연한 군인 출신 박영수 씨를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뽑았다. “처음엔 정말 밝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속사정을 들어보니 밝은 이면에 아픔을 가진 분이셨죠. 자신에 대해 ‘사별했고, 자식도 없고, 진짜 홀로라서 출연했다’고 덤덤하게 말하시는데, 외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의 취지와 정말 맞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할 때도 성격이 좋으셔서 인기남에 등극했고, 네티즌한테도 응원을 많이 받으셨죠. 좋은 짝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미선·이창수 PD는 젊은이들이 사랑하듯이, 실버세대도 똑같이 사랑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두 PD는 앞으로도 이 마음을 잃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홀로 되신 분들이 다시 설레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고, 더 나아가 실버세대가 당당하게 사랑하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홀로 탈출하세요!” ‘홀로탈출’ 커플 이충국♥최문숙 인터뷰 “사랑은 남사스러울 게 없다” ‘비주얼 커플’로 통하는 이충국·최문숙 씨는 ‘홀로탈출’ 시즌1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충국 씨는 촬영을 마친 후에도 직진 로맨스를 펼쳤고, 최문숙 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벌써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두 사람은 결혼도 계획하고 있다. ‘홀로탈출’ 촬영 당시 이충국 씨는 최문숙 씨의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최문숙 씨는 언제부터 마음이 열렸는지 궁금합니다. 이충국 최문숙 씨가 가장 예쁘기도 했고, 시니어 모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호감이 갔습니다. 사실 저는 여성분들한테 관심을 많이 못 받았어요. 최문숙 씨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내게 호감을 갖도록 많이 노력했죠. 하하. 최문숙 이충국 씨의 첫인상은 날라리 같았고 비호감이었어요.(웃음) 그런데 데이트를 하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생의 아픔이 있는 분이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이 있는 사람 같다고 느꼈죠. 그때부터 어떤 사람인지 탐구했어요. 촬영 후 5~6번 정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나눈 뒤 교제를 결심했습니다. 교제하면서 느낀 연인의 장점에 대해 칭찬 부탁드립니다. 최문숙 이충국 씨는 굉장히 긍정적인 분이에요. 또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배려심이 깊다는 것도 장점이죠. 요리도 정말 잘해요. 또 시니어 모델로 통하는 점이 많아서 좋아요. 커플이자 동료로서 HCN 광고 촬영을 같이 할 때 편해서 좋았는데, 또 광고를 찍고 싶습니다!(웃음) 결혼 계획도 세우셨나요? 이충국 앞으로 1~2년 안에 혼인신고도 하고, 전원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최문숙 씨가 대전에 살고 있어서 그곳에서 살 가능성이 제일 큰 것 같아요. 혼인신고를 안 하고 동거만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졸혼도 많이 한다는데, 저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어야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70세를 바라보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일할지 모르잖아요. 그 안에 빨리 자리를 잡아서 최문숙 씨를 행복하게 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문숙 씨의 자녀분들도 만나보셨나요? 자녀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충국 저는 방송에서 말했듯이 아들이 하늘나라로 떠났고 가족이 없죠. 자식을 먼저 보내면 평생 가슴에 안고 산다고 하잖아요. 최문숙 씨의 자식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최문숙 이충국 씨가 굉장히 사려 깊은 분이라 저희 애들이 잘 따르고, 응원을 많이 해줍니다. 손주들도 참 좋아하고요. 60대에 사랑을 찾은 소감과 함께 ‘홀로탈출’ 출연을 추천해주세요. 이충국 주변을 보면 방송 출연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번만 용기를 내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홀로탈출’에 출연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최문숙 씨를 만났죠.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하고, HCN 방송국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여왕님으로 모시고 살겠습니다! 최문숙 어렸을 때는 첫눈에 반해서 사랑할 수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여러 가지를 따지게 되더라고요. 동년배들에게 이제는 조건만 따지지 말고 나와 공통점이 있고 재밌게 잘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 지내면 외로운데 같이 밥 먹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세상사도 같이 논하는 사람이 생기면 인생이 참 즐겁답니다. 주변에서 ‘이 나이 먹어 연애하는 게 주책 아닌가, 남사스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랑에는 남사스러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홀로탈출’ 출연도 좋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길 바랍니다.
- 2024-03-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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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사랑의 계절, 중년도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 ‘연애’는 사전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익히 떠올리는 연애(戀愛),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 그리고 연애(煙靄),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 즉 봄에 만나는 아지랑이를 말한다. 뜻은 다르지만, 몽글몽글한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면 어쩐지 의미가 통하는 듯하다. 감정은 늙지 않는다는 말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다. 다시 돌아온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은 중년에도 충분히 찾아올 수 있다. 2022년 통계청 혼인인구 조사에서 부부 5쌍 중 1쌍(22.6%)은 재혼자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중 한쪽만 재혼인 경우(9.8%)보다는 양쪽 모두 재혼인 경우(12.3%)가 더 많았다. 지속해서 10년 넘게 혼인인구가 줄며 재혼자 수도 감소했지만, 그 비율(재혼자/혼인인구)은 소폭 상승한 상황이다. 고령화 흐름에 따라 황혼이혼 등이 늘며 중장년 재혼율이 앞으로 더 증가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수치뿐만 아니라 최근의 변화 중 하나는 이혼·재혼 사실을 숨기던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당사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고 있다. 상담 현장에서 신혼, 이혼, 재혼 등 수많은 부부 사례를 경험한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과거엔 이혼·재혼을 쉬쉬했다. 이혼한 지 20년 넘었는데 가족 외엔 아무도 모른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소개받기는커녕 외로움과 어려움을 나눌 길이 없었던 것”이라며 “100세 시대, 중년에 함께할 사랑을 찾지 않는다면 더 오랜 세월 홀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당사자들도 체감하는 듯하다. 죽을 때까지 혼자 살기보다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때는 자녀에게 새아빠·새엄마를 만들어주고 내조나 외조를 바라며 재혼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이유로 재혼을 수용하지 않는다. 오롯이 ‘사랑’의 감정으로 재혼을 결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초혼은 실패? 만회하려는 마음은 독! “돌싱(돌아온 싱글)이 되어도 정상적인 연애 가능할까요?” 한 이혼법률사무소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협의이혼을 진행 중인 작성자는 이혼 후 혼자 살기 외로울까 걱정하면서도 이전 같은 결혼생활은 무섭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한 번의 아픔을 겪은 중년들은 종종 양가감정을 지닌다. 사랑을 원하지만, 한편으론 사랑이 두렵기도 한 것이다. 때문에 어렵사리 사랑의 감정을 허락했을 땐 그만큼 더 절실한 마음에 노력을 기한다. 다만 상대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무언가를 숨기거나 문제를 덮으려는 행동은 훗날 독이 될 수 있다. 김숙기 원장은 “초혼을 스스로 실패라고 여겨 그걸 만회하려고 본모습과 다르게 포장하거나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흠이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상대가 안 좋게 보고 관계가 깨질까 봐 일단 감추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 문제가 발목을 잡게 되고, 뜻하지 않게 드러났을 땐 더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패를 만회하려다 생겨나는 또 하나의 오류가 있다. 전 배우자가 지닌 특성이나 문제를 배제한 상대를 고르려 하고, 계속해서 두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이다. 가령 전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서 고충이었다면, 새 배우자는 ‘술 안 마시는 남자’를 조건으로 하는 식이다. 물론 큰 갈등이 있었다면 고려는 해야겠지만, 그 기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 원장은 “가끔 전 배우자의 영향으로 ‘OO 지역 사람들은 성격이 별로’라거나 ‘OO대학 나온 사람들은 문제가 많다’ 등 혐오성 발언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는 일반화의 오류다. 전 배우자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재혼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야만 이전과 같은 문제가 안 생기고 재혼에 실패하지 않으리라 여기는데, 이 또한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어떤 분들은 나름 칭찬이랍시고 ‘전남편은 무뚝뚝했는데 당신은 다정해서 좋아’, ‘전부인은 씀씀이가 헤펐는데 당신은 알뜰해서 마음에 들어’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더라. 가끔은 기분 좋게 들릴지언정, 계속해서 전 배우자와 비교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한편으로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아직 이전 결혼생활의 갈등이나 감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혼 후 법적인 것은 물론 심(心)적인 정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음·관계 정리, 어렵다면 함께 다뤄야 가급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이를 함께 해결해가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내가 아직 이런 부분은 마음에 남아서 자꾸 말을 하게 되는데, 노력해보겠다”라든지 “전 결혼생활이 큰 상처였는지 쉽게 괜찮아지지 않는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등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숙기 원장은 “어떤 문제에 대해 ‘다뤘다’는 것과 ‘다루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큰 차이를 불러온다”며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이야기하고 다뤄본 경험이 중요하다. 한번 다룬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대화하고 조정해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묵인했을 때는 ‘왜 말하지 않았냐’, ‘나를 속였다’며 오해가 불거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재혼을 앞두고 상담을 청하는 이들 중에는 “아직 애인한테 말하지 못한 게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결혼 안 한다면 어쩌나”라며 물어오는 경우가 많단다. 이에 김 원장은 “그분에게 직접 말씀해보시라. 이런 얘기도 못 할 단계라면 어떻게 결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서로가 마음의 정리와 준비가 됐다는 건 “대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가령 재혼 커플이라면 어쩔 수 없이 전 결혼생활이나 자녀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 걸 껄끄러워하거나 금기하는 등 대화가 부자연스럽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위기는 기회,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 기왕이면 소통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두면 더 좋다. 재혼자들에게 특별히 권하는 항목이 있다면, 이전 배우자로부터 생겨난 관계에 대한 처세다. 다툼이나 사건 등으로 인해 이혼했다면 덜 어렵겠으나, 사별의 경우라면 전 배우자의 부모·형제·지인 등과의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고. 김 원장은 “재혼을 했다면 새로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 어영부영 전 배우자와 관계된 인연을 부여잡고 있으면 서로가 난처해진다. 새 배우자와 ‘어느 부분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논의해보길 바란다. 가령 자녀가 있으니 자녀를 조부모(전 배우자 쪽)에게 1년에 두 번은 보여준다든지, 사별한 배우자의 기일에는 그의 가족들을 만난다든지 재혼 전 함께 가이드라인을 정해둬야 큰 불찰이 생기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까다로운 주제를 두고 이야기하다 보면 때론 다툼도 생기고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도 기회로 보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게 좋다. 김 원장은 “문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느냐를 통해 상대의 성품과 인격도 확인해볼 수 있다. 가령 위기가 닥쳤을 때 폭언이나 폭행을 한다든지,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과 차원이 다른, 더 어려운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어려서는 연애에 대한 환상을 깨기 싫어서, 경험이 부족해서 그러한 문제들을 미숙하게 다루기도 한다. 서로의 경험과 혜안을 빌려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얼마든지 사랑의 낭만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중년기 연애의 장점이다. 인생에서 잘 무르익어 인격이 성숙해졌을 즈음, 중년에야말로 진정한 어른들의 연애가 가능하지 않을까?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언제나 사랑을 꿈꾸시라”며 응원했다.
- 2024-03-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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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와 함께 치유의 기적 얻어” 산에서 만난 제2의 인생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우연히 찾은 산에서 병마를 씻어냈다. 그렇게 산과 사랑에 빠졌다. 오세옥 씨의 이야기다. 한동안 힐링을 준 산에서 노년의 꿈까지 만났다. 안전산행지원단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4개월 넘게 구애한 오 씨. 그는 이제 산으로 출근한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한 해의 끝자락. 투박한 등산화가 무거워 보일 정도로 가녀린 여성이 씩씩하게 북한산국립공원 수유분소를 향해 걸어 내려왔다. 작은 체구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안전산행지원단 내 ‘끈질긴 집념’으로 유명한 오세옥 씨다. 수혜자로 도움을 받다 참여자가 된 그를 두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북부캠퍼스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추가 합격 없냐는 전화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몰라요. 저를 참 곤란하게 한 분이죠!” 예비 4번의 무한도전 전업주부로 오랜 시간 살림을 도맡아온 오세옥 씨는 한때 2개월가량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심신이 피폐해진 그에게 위로가 된 건 다름 아닌 산. 등산만 하면 생기가 돌았고, 자연스럽게 병원을 드나드는 횟수도 줄었다. 그 후로 오 씨는 산에 매료됐다. “아프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활기가 넘치더라고요. 기분이 좋으니까 가족들한테도 잘하게 되고요. 좋은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산이 인생을 치유해주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어요.” 오세옥 씨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을 매일같이 다녔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여로 도봉산 환경을 보호하는 봉사활동도 했다. 안전산행지원단을 만난 것도 도봉산에서다. 환경보호 활동, 안전설비 점검 등을 주로 해오던 안전산행지원단은 2023년부터 탐방객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오 씨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여성, 노인, 외국인 등 초보 탐방객에게 하는 탐방로 안내 등 여러 지원이 인상적이었어요. 스틱 사용법, 등산화 매듭법도 배우고 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다 제 맘대로였거든요. 제대로 알고 나니 필요성을 더 느꼈어요.” 팀으로 움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안전산행지원단을 접할 기회가 늘면서 오 씨 마음에는 새로운 꿈이 자리 잡았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에서 도움을 주는 참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안전산행지원단 이미지가 좋았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수교육, 전체회의 등 관리와 활동도 마음에 들어서 지원하게 됐죠. 결과는… 예비 4번이었어요.” 활동하지 못하는 동안 오세옥 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틈만 나면 담당자에게 연락해 추가로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장장 4개월여 동안 그렇게 집념을 보였다. 산 애호가에서 산 전도사로 “예비 4번이면 기회가 안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기가 높은 편이라서요. 그런데 마침 자리가 난 거예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안전산행지원단 담당자의 말이다. 오세옥 씨는 활동을 시작한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9월 15일부터예요. 4개월을 기다린 끝에 추가 합격했어요. 활동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낯설지만 팀원들 모두 좋아서 재밌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전산행지원단은 북한산국립공원 6개 분소(산성, 구기, 정릉, 수유, 우이, 도봉)에 40명이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오 씨는 집 인근 도봉, 우이분소에서 다소 먼 수유분소에 배정됐지만 마냥 즐겁다고 했다. 참여자로 활동하는 사이 재밌는 경험도 했다. “한 탐방객이 산행 도중 빈병을 길에 버리고는 발로 차 숲속에 숨기는 걸 보고 제가 얼른 주웠어요. 그랬더니 ‘왜 주우세요?’하고 묻더라고요. 안전산행지원단 참여자인 걸 알리고 주의를 주니까 그제야 무안해하며 빈 병을 배낭 속에 넣더군요. 이제 그분은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참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오세옥 씨는 산 전도사로 거듭나고 있다. 규칙적인 안전산행지원단 활동으로 힐링을 얻을수록 더욱더 강력하게 산을 권한다고 했다. “봉사하러 왔는데 사실 얻어 가는 게 더 많아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오 씨의 안전산행지원단 사랑은 계속될 예정이다. 또 한 번의 지원을 예고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제 예비 번호는 받고 싶지 않아요. 바로 합격하겠습니다!”
- 2024-02-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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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대교 건너 신안 가거들랑… 1004개 섬의 다른 이야기
- 겨울에 떠나는 섬 여행이다. 여름 무렵 사람이 몰려드는 섬과 달리 겨울 섬에서는 세상의 소음에서 해방되어 더 많은 자유와 더 넓은 시야를 얻는다. 신안은 섬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무수한 섬과 바다로 둘러싸였다. 도심에서 뚝 떨어진 신안 섬마을은 고즈넉하다. 시간이 정지된 듯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자연과 함께 잘 가꾸어진 섬의 다채로운 색채가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무려 1004개의 섬이 존재하는 신안이다. 밀물과 썰물과는 상관없이 흙과 식물이 물 위로 존재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는데, 신안군은 1004라는 이름으로 섬을 알렸다. 실제로는 72개의 유인도와 953개의 무인도가 있다고 전한다. 신안섬 가는 길은 늘씬하게 긴 천사(1004)대교가 아득할 뻔한 시간을 단축시켰다. 이미 도시화된 큰 섬과 달리 넓지 않은 각각의 작은 섬이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유연하게 코스를 이어갈 수 있는 자유로움 또한 좋다. 목포에서 신안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를 건너면 신안갯벌 세계유산 등재라는 묵직한 석재 안내판이 맞아준다. 길 양옆의 바다는 드넓은 갯벌을 이룬다. 습지보호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는,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내려다보는 겨울 하늘이 푸르다. 압해읍의 노을해변 쪽으로 가다 보면 애기동백으로 뒤덮인 1004섬 분재정원과 저녁노을미술관이 나타난다. 이곳을 둘러보고 해변으로 잠깐 내려가 보자. 신안갯벌 습지보호지역으로서 신안의 해상 영웅 수달장군상 저편으로 펼쳐진 드넓은 갯벌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갯벌낙지 맨손어업 전통 기술과 문화 계승을 위한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압해도에서 천사대교가 연결해준 섬은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와 자은도, 그리고 수많은 섬이 바다 위로 봉긋봉긋 평화롭게 떠 있다. 다리를 건너면 가장 먼저 암태도가 나타난다. 곧바로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소작인 항쟁 기념탑이 있으니 잠깐 들러보자.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비호를 받던 땅 주인들에게 소작인들이 맞서 승리한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무엇보다 기동삼거리 동백꽃 파마의 노부부 벽화는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얼핏 볼 때는 파마머리를 한 노부부인데, 다가가 보면 담벼락 안에서 자라는 동백나무가 절묘하게 머리 위에 얹혀 있는 모양이다. 재미있고 정겨운 벽화 덕에 천사대교 개통과 함께 암태도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평생을 사이좋게 잘 살아온 노부부의 얼굴이다. 인자하고 편안한 모습이 서로 닮아 사람들의 마음을 더 끌었을 것 같다. 자은도, 무한의 다리와 1004뮤지엄파크의 해변 암태도에서 은암대교를 거치면 자은도다. 해수욕장이 많은 자은도에는 백길해변과 분계해변의 노송 군락과 백사장이 눈부시고, 일몰로 이름난 둔장해변도 있다. 섬 북쪽에 위치한 둔장해변의 볼거리는 목교인 ‘무한의 다리’다. 신안섬을 상징하는 의미로 다리 길이도 1004m다. 다리 입구 안내석에 ‘Ponte dell Infinito’라 새겨져 있듯이 섬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이름이다.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박은선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다리 위를 걷는 이를 양옆에서 둥글게 감싸주는 듯한 곡선의 난간이 독특하다. 구리도와 할미도까지 천천히 걸어도 20분 남짓이어서 바다 위를 걷는 산책 코스로 적당하다. 물이 제법 빠져나간 다리를 걸으면 암석으로 이루어진 구리도가 눈앞에 있고, 금실 좋은 노부부의 전설이 담긴 할미도로 이어진다.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섬에 나가 애타게 기다리던 할머니의 그리움은 돌로 변했다는,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이야기처럼 바다를 향한 할미바위의 뒷모습이 아릿하다. 이번엔 자은도 서쪽 해변에 볼거리 푸짐한 ‘1004뮤지엄파크’가 기다린다. 천사대교에서 시작한다면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다. 하나의 섬에 하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는 ‘1도(島) 1뮤지엄’이라는 신안군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여기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청정 자연인 이곳에 7000여 점의 조개껍데기와 표본을 전시한 세계조개박물관, 신비롭고 아기자기한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사계절 각기 다른 꽃을 피우는 새우란전시관, 연구센터 등이 어우러져 있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바다를 앞에 둔 거대한 신안섬의 예술과 자연을 한 군데서 여유롭게 즐겨볼 만하다. 섬을 느끼고 섬의 질감을 누리는 일은 역시 바다가 아닌가.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높은 모래 언덕이 눈앞을 막는다. 고운 모래에 밀리며 느려지는 발걸음이 오히려 마음을 느긋하게 해준다. 모래섬 언덕 위에 얹은 피아노가 푸른 바다의 파도와 하늘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낮은 무음과도 같은 바람과 섬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헝클어진 머릿속을 헹궈내는 일, 해변의 고둥 조형물이 자연스러운 여기가 최적이다. 푸른 바다를 보며 꿈꾼 화가 김환기 고택 암태도에서 팔금도를 지나 안좌도로 들어서면서 보이는 길목의 보라색 다리가 퍼플섬을 예감하게 한다. 하지만 그전에 시원한 푸른색 지붕이 마을 가득하다. 푸른빛의 화가 김환기의 읍동마을 옛집이 이렇게 맞아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화가다. 안좌면 마을 안쪽에 위치한 옛집의 안채와 화실을 돌아보면서 방학이면 내려와 그림을 그렸다는 화가의 옛 모습을 떠올려본다. 화면 가득 푸른빛으로 채운 작가의 감수성은 고향의 푸른 바다와 하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예술가의 정갈한 목조 기와집이 조용히 자리한 작은 섬. 김환기 화백의 옛 시절과 그림을 향한 열정을 인문학적으로 느껴볼 기회다. 화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곁을 지켰던 김향안 여사와의 사랑과 예술혼의 바탕이 여기에 있었다. 현재 김환기 고택은 해체 보수공사 중으로, 1월 중순 마무리 예정이라는 공사 안내가 있었다. 보랏빛 세상, 퍼플섬 안좌도를 가장 핫한 섬으로 이끈 것은 ‘퍼플’이다. 안좌면의 작은 섬 박지도에 도착하니 눈앞이 온통 보랏빛이다. 할머니들이 쉬고 있는 정자의 지붕도, 표지판이나 안내 광고판도, 공중전화 부스도, 동네 길의 바닥도,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섬 쓰레기를 버리는 차량까지 모두 보라색이다. 정말 동화 속 같은 퍼플섬이다. 일단 길게 이어지는 목교인 퍼플교를 건너봐야 한다.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박지도까지, 그리고 반월도까지 총 1460m로 이어진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바가지를 닮았다는 섬 박지도가 있다. 해안 산책로와 퍼플 숲길을 따라 봄과 여름이면 보랏빛 라벤더 정원이 눈부시고, 가을과 겨울 초반에는 키 작은 아스타꽃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퍼플교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바람의 언덕과 다시 이어지는 반월도까지 한 바퀴 빙 돌다 보면 그저 보랏빛 세상이다. 퍼플섬 입장료는 5000원이며, 보라색 옷을 착용했다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요트 이야기, 숙소와 맛집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1004섬 세일링 요트 투어가 있으니 이용해볼 만하다. 요트 투어는 오도항을 출발해 천사대교를 지나는 1시간 정도의 코스로, 하얀 요트와 푸른 바다의 환상적인 조화가 멋지다. 기본 투어, 낙조 투어, 야경 투어 중에 선택하면 된다. 살다가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자신에게 이런 시간을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신안 맛집은 각 섬마을마다 수산물 메뉴가 지천이다. 신안섬을 달리다 암태도 도로변에서 만난 ‘신안맛집’은 가성비 좋은 회덮밥이 푸짐하다. 목포 하당로의 ‘어문당’은 큼직한 화덕에서 구워내는 신선한 생선구이가 일품이며 호불호가 없는 식당이다. 숙소는 섬에서 묵어도 좋고, 목포에 숙소를 두고 목포 도심과 신안섬 여행을 병행해도 좋다. 목포의 ‘누스테이 목포’는 집이나 회사가 아닌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형태의 워케이션이 가능한 숙소다. 평소의 일상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잘 갖추어진 단독 2층의 감성 숙소로, 목포항과 유달산, 목포 도심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보리마당로에 위치한다.
- 2024-02-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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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부자, 싱글대디… 배우 정찬의 행복 라이프
- 언제나 청춘, 오늘도 젊음을 향해 질주하는 정찬(53)에게 썩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연예계 대표 라이더’로 통하는 그는 바이크 라이딩뿐만 아니라 스킨스쿠버 다이빙, 사격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긴다. 이것이 젊음의 비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마음속에서 꽃핀 철학이 몸과 마음 모두 단단한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찬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작품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이 꼭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시기가 묘하게 맞물렸다. 간간이 작품 활동을 했지만 주요 배역을 연기한 것은 2019년 KBS 2TV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가 마지막이다. 일이 없는 괴로움과 상실감은 너무나 컸다. 과거 ‘한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불리며 청춘스타로 인기를 끈 시절도 있었으니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열심히 다잡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낸 끝에 마침내 선물처럼 작품이 찾아왔다. 지난달 첫 방송된 KBS 2TV 일일드라마 ‘피도 눈물도 없이’다. 청룡의 기운을 받아 활동 기지개를 편 그는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운 좋게도 데뷔 이후 계속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한 해에 세 작품을 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지난 고비의 시간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장염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요. 끙끙거리면서 배앓이를 하는 그 순간에도, 사실 우리는 아픔이라는 고비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픔의 감정에 휩싸이고 우울해집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다른 탈출구를 찾고, 공부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찾은 마음이 건강해지는 답은 감정 기복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죠. 모든 것은 나한테서 시작되거든요. 지금 죽을 것 같은 상황도 결국 내 판단일 뿐이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을 가지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정찬은 다양한 아웃도어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이것이 건강하게 천천히 늙어가는 ‘슬로 에이징’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취미 생활이나 운동을 하다 보면 감정의 기복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그의 유별난 취미 생활이 알려진 것은 2018년 국내 최초 실탄 예능 ‘방탄조끼단’을 통해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알고 보니 그의 밀덕 역사는 길었다. 1995년부터 BB건(BB탄 총)으로 즐기는 레저 스포츠인 에어소프트 게임을 즐겼다고.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강사로 활동한 적이 있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아웃도어 취미 생활도 ‘질주’ “드라마 데뷔작인 1995년 MBC ‘TV 시티’에서 스턴트맨 영태 역을 맡았어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안 배웠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촬영을 위해 배우게 된 거죠. 그런데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2002년에는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취득해서 계속 활동했어요. 저에게 수업을 받은 연예인 제자도 몇 명 있습니다. 저는 바다라는 존재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번 휴지기 때도 다이빙 여행을 다녔는데요. 덕분에 그 힘들었던 시간을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정찬의 대표적인 취미는 바이크 라이딩이라고 할 수 있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오토바이 업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인 수준이다. 정찬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OB찬_일기’를 통해 라이더로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오토바이 리뷰를 하거나 오토바이에 관한 이야기 등을 재밌게 전해준다. 여기에 더해 이번 달에는 유튜브 채널 ‘임볼든’에서 그가 MC를 맡은 라이더 관련 토크쇼 콘텐츠‘정찬의 술레바퀴’가 공개된다. “바이크 라이딩 취미는 30대 중반부터 갖게 됐어요. 이제는 대중들도 취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존중해주고 좋게 봐주신다고 느낍니다. 물론 위험한 취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바이크를 탈 때는 안전 장비를 철저하게 착용해야 합니다. 크게 한 번 사고를 당한 적이 있지만, 안전 장비를 하고 있었던 덕에 가벼운 찰과상에 그쳤죠. 아이들도 아빠와 함께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는 스쿠터 한 대를 갖고 있는데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거나, 병원에 갈 때 아이들을 스쿠터 뒤에 태우죠. 아이들 스스로 스쿠터 탈 때는 헬멧을 꼭 써야 하고, 반소매 옷은 안 된다는 걸 알고 딱 준비합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줄 때도 안전교육을 철저히 했어요. 아이들이 안전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취미 생활과 그의 작품 속 캐릭터는 정반대 지점에 있다. 도회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실장·사장 등 고위 엘리트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방영 중인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도 YJ그룹 회장 윤이철 역을 맡고 있다. 액션 연기를 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는 언젠가 한풀이(?)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작품 속에서 제복을 입어본 적이 아예 없습니다.(웃음) 당연히 액션물도 좋고, 장르물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업계에서는 제가 소비된 이미지가 있으니, 계속 그 이미지로 저를 불러주신다고 생각해요. 이번 ‘피도 눈물도 없이’도 회장님 역할이니까 그동안과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로맨티스트이고 허당스러운 캐릭터라는 거예요. 작가님께서 ‘젊었을 때 반짝이던 미남 배우가 와서 철없이 망가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캐스팅됐다고 하더라고요. 오랜만의 작품 출연에 신나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악역 전문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 ‘퀸’, ‘오만과 편견’ 등에서 악역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카타르시스가 있더라고요. 이제 중년으로서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법은 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도 50대에 액션 영화에 도전했고, 60세가 넘어서 전성기를 맞았어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늦깎이 아빠의 버킷리스트 정찬은 또 하나의 슬로 에이징 방법으로 ‘늦은 육아’를 꼽았다. 42세에 아빠가 됐다는 그는 “첫딸은 열 살이고 둘째인 아들은 아홉 살이다. 친구들의 자녀는 벌써 성인이다”라면서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인지 젊게 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2015년 이혼한 정찬은 올해 8년 차 ‘싱글대디’다. 방송과 SNS에서 보이는 아버지로서 그는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무서운 선생님 같은 모습이다. “싱글대디로서 부족한 부분은 많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크게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이죠. 친구들이 아빠가 되면서 많이 변했다고 그래요. 저 스스로도 긍정적인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평소에 저는 아이들하고 장난도 잘 치지만,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분명하게 짚어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부모의 역할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이 감정이란 괴물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싱글대디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정찬은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한 적도 있겠지만, 내색을 많이 안 한 것 같다. 주말마다 엄마를 자주 만나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혼 생각이 없다면서 “지금처럼 취미를 즐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일상이 행복하다. 연애 생각도 딱히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육아가 또 다르고 힘들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건 그때 일이고,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정찬. 최근에는 드론 강사 자격증, 무인 헬리콥터 교관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럼에도 아직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가 남았다. 첫 번째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 두 번째는 손자·손녀를 품에 안아보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우선적으로 소화해야 할 역할을 ‘배우’와 ‘아빠’라고 꼽은 사람답다. “당장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한 이력도 없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손자·손녀를 안아보는 게 더 힘든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혼적령기가 늦춰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애들은 결혼을 늦게 하겠죠. 결혼을 안 할 수도 있고요. 더욱이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안 낳을 가능성도 있죠. 제가 언제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지만, 아프면서 오래 살고 싶지는 않아요. 오토바이 타고,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습니다.” 정찬은 인생 모토를 ‘모든 인간은 죽는다. 죽음은 제2의 탄생이다’라고 표현했다. 잘 늙어가는 방법 중 하나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준비하는 것도 거론된다. 그래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법이다. 이를 몸소 입증한 정찬은 마지막으로 ‘나를 사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40~60대는 자신에 대해 심오하게 사색하고 고찰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사람들과 다툴 때 ‘내가 왜 그럴까’라고 원인을 생각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죠. 나를 사랑해야 하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나를 사랑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죠. 죽음이라는 제2의 탄생이 다가올 때까지 한 발짝씩 계속 걸어갈 겁니다.”
- 2024-02-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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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앙투아네트’ 10주년 공연” 2월 문화소식
- ●Exhibition ◇만년사물 일정 3월 10일까지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역대 수상 작가 18인의 대표 작품과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명은 만년필과 같이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다. 18인의 작품과 함께 그들의 일상과 작품 제작 과정을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 구역인 ‘물질을 탐구하다’에서는 새롭고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한 공예가들의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되살리고 덜 버리다’ 구역에서는 산업폐기물과 사물들을 재활용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을 소개한다. ‘일상에 기여하다’는 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공예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구역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의 작업환경을 조명한 ‘제작환경을 생각하다’ 구역이 준비돼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인류가 누려온 풍요와 지구의 안전을 양립하게 하는 생산과 소비 방식에 대한 이 시대 공예가들의 고민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전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지구적 의제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본창의 항해 일정 3월 10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 현대사진의 개척자’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자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제작한 50여 개 작품 시리즈 중 43개, 작품 500여 점을 소개한다. 동시에 600여 점의 관련 자료 및 작가 수집품을 더해 총 1100여 점이 전시된다. 작가의 연대기를 발단, 전개, 결말로 흐르는 5개 섹션으로 나눴다. 특히 빛과 어둠이 비치는 양상에 따라 보름달이 되는 과정을 구현한 ‘Moon Rising III’ 시리즈와 광화문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은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가 최초로 공개돼 관심이 집중됐다. 전시를 통해 구본창 작가의 작품 세계는 물론 한국 현대사진의 전개 과정 또한 살펴볼 수 있다. ●Stage ◇마리 앙투아네트 일정 2월 27일 ~ 5월 26일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연출 로버트 조핸슨 출연 김소향, 이지혜, 옥주현, 윤공주, 이아름솔, 이해준, 윤소호, 백호, 민영기 등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프랑스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10주년을 맞아 옥주현은 10년 만에 ‘마리 앙투아네트’ 출연을 결정했다. 2014년 초연 때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에는 대척점에 있는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연기하며 변신을 예고했다. 초연부터 프랑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욕 있는 인물 오를레앙 공작 역을 연기한 민영기는 이번에도 출연하며 작품을 빛낼 예정이다. ◇아트 일정 2월 13일 ~ 5월 12일 장소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연출 성종완 출연 엄기준, 성훈, 이필모, 박은석, 박호산 등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연극 ‘아트’는 세 남자의 우정이 고가의 그림 한 점으로 인해 와해되고 재봉합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지난 시즌 ‘시니어 페어’(이순재, 노주현, 백일섭)로 사랑받은 ‘아트’는 올해 다수 경력직, 뉴 페이스 배우들과 함께한다. 예술에 관심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은 엄기준, 최재웅, 진태화, 그리고 연극에 첫 도전하는 성훈이 맡는다. 고전과 명언을 좋아하는 항공 엔지니어 마크는 이필모, 김재범, 박은석, 손유동이 연기한다. 우유부단한 문구 영업 사원 이반 역에는 박호산, 박정복, 이경욱, 김지철이 캐스팅됐다. ◇비클래스 일정 2월 20일 ~ 5월 6일 장소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오인하 출연 성연, 이동수, 홍성원, 이진혁, 박준형, 권태하, 한선천, 조현우, 김병준, 정애연 등 연극 ‘비클래스’는 능력과 조건만으로 평가받는 봉선예술학원의 B클래스에 속하는 네 명의 학생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한선천은 지난 시즌에 이어 순수하지만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현대무용 전공 치아키 역을 연기하며, 정애연은 B클래스의 담임 선생님 서정인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제작사 측은 “원치 않는 경쟁 속에 놓인 학생 때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닮았다. ‘그대로 괜찮다’라고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2-02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