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언제나 그렇듯 추모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1년마다 어김없이 해온 일이다. 특별히 나들이 철도 아니고 성묘객이 몰리는 명절도 아닌데 길이 막히는 것이 짜증스러웠지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내색조차 못 했다. 평소에는 앞차가 시야를 가리고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되면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내뱉곤 하지만 아내의 성묫길에는 교통체증에도 입을 꾹 다문다. 옹졸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늘 통 큰 남편인 척하는 것도 솔직히 지겹다. 아내는 내가 통 큰 척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통이 크든 작든 아내에게는 아무 상관도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벌써 20년째다. 이제는 그만둬도 되지 않나. 그런데 왜 나는 아내에게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 같이 갈까?”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운전해줘서 고마워요. 쉬고 계세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무거울 텐데… 제수(祭需)만 들어다주고 난 내려올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늘 하던 일인데요, 뭐.”
그래, 늘 하던 일이지. 20년을 한결같이. 추모공원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대화도 늘 똑같고. 그런데 왜 오늘따라 짜증 나고 답답하고 억울한가 말이다. 아니 억울할 것까진 없지만.
전남편 제사 지내는 아내
아내와 나는 20년 전에 재혼했다. 아내와 나 둘 다 30대 중반에 배우자와 사별했다. 혼자 지낸 지 3년쯤 지나 지인의 소개로 만났을 때 동병상련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만 해도 이혼보다 사별이 재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별은 불가항력이니까. 그러나 이혼은 선택이니 사정이야 어쨌든 자기주장이 강하고 드센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특히 여자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보수적이라고 비난해도 하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그랬다.
혹자는 이혼은 자기 의지로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전 배우자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지만, 사별은 생전에 사이가 나빴던 부부조차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애틋한 환상에 빠져 없던 사랑도 만들어내서 내내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아내의 경우가 그랬던 것이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럼 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때 죽은 아내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따금 꿈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아이들 엄마로서 아이들을 볼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내 삶에서는 이미 떠나간 사람이었다.
아무튼 재혼 상대로 나온 여자가 전남편과 사별했다는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결혼 전 아내가 들고 나온 약간 이상한 조건도 상대에 대한 나의 호감을 더했으면 더했지 감하지는 않았다. 그 조건이란 재혼을 하더라도 전남편의 기일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겠다는 건 아니고 성묘를 가고 싶다고 했다.
죽은 사람 못 이기는 산 사람
아내가 좋았기 때문에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제안을 할 줄이야! 그토록 지고지순한 사람일 줄이야! 세상 떠난 남편에게 그 정도의 순정이라면 살아 있는 내게는 얼마나 정성스러우랴. 죽은 남편을 못 잊어 하는 것은 남이 들어도 그 자체로 칭찬받을 갸륵한 마음씨 아닌가. 그런 여자를 흔쾌히 받아들인 나는 더 넓은 마음씨의 소유자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상상 속 이야기이자 착각이었다 해도 나는 통 큰 남자가 되기로 하고 그렇게 해온 지 20년째다. 그랬던 내가 뒤늦은 심술이 동한 것일까. 설마 죽은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 왜 내 심사가 이리 꼬이냔 말이다. ‘죽은 남편을 죽도록 사랑했나 보지. 그렇다 해도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몇 년 그러다 말겠지.’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랬다면야 예상이 빗나간 게 약올라서 심통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왜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전남편과 산 기간보다 나와 함께 산 기간이 두 배나 긴데도. 세월조차 지우지 못하는 둘의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얼간이는 아니다. 자존심이 있지. 그렇다고 아내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둘은 잘 지낸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지만 재혼할 때 각자 데리고 온 남매들끼리도 무난하게 잘 지낸다.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나도 아내도 내 자식, 네 자식 나눠서 서운한 마음이나 갈등을 겪은 일이 없다. 오히려 상대의 자녀들을 서로 잘 챙긴다.
우리는 건강한 편이며 돈도 아주 없지 않고 주변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만하면 노후를 대비해 부족함 없는 복 받은 중년 부부다.
문제는 아내의 전남편이다. 전남편이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니, 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일에 끼어든다고? 하긴 산 사람은 결코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아내는 죽기 전까진 ‘저 짓’을 그만둘 의향이 없는 듯하다. 저러다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내 제사는 안 지내고 저 인간만 챙기는 거 아냐?
아내가 전남편을 못 잊는 이유
아내의 전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늦은 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었다고 했다. 빨간색 보행자 신호등에서 건너간 남편 쪽 과실이었다고. 딴생각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자투리 초록 신호등에서 무리하게 뛰어 건너다 변을 당한 것일지도. 남편은 즉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재혼 후 5년쯤 되었을 때 아내의 친구에게서 사고 당일 밤 부부가 크게 다투었다고 들었다. 화가 난 남편은 술이라도 마실 생각으로 집을 뛰쳐나간 것 같은데 진정되지 않은 마음에 보행자 신호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아내의 친구는 그 순간은 일부러라도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지 않았겠냐는 야릇한 여운을 남겼다. 아내의 전남편이 죽고 싶을 정도로 격렬했던 싸움의 원인은 뭐였을까. 내 얼굴에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친구는 당시 아내가 잠깐 한눈을 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아내의 외도 사실이 남편 귀에 들어가 부부가 대판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구태여 내게 말하는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고 말았다. 그 사실 자체로 불쾌했고, 무슨 속내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치부를 폭로하는 그 여자에게도 불쾌했다. 안달이 난 쪽은 아내의 친구, 그 여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입을 더 이상 열게 하지 않았다. 불쾌를 넘어 불안했다. 아내에 대해 내가 모르는 무슨 말이 더 나올까 싶어서.
그냥 아내에 대한 시기 질투로 이해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 친구는 아내가 사별한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재혼 생활을 하는 아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더구나 캐묻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내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자존심을 지켜주고 오히려 아내를 이해하는 쪽으로 작용한 나머지 전남편의 기일 성묘를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영혼은 누구에게?
그랬다. 지난번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의식으로 20년간 남편의 기일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그것도 아름답지 않은 일에, 따라서 보람도 없는 일에 나까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이 일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테지. 무엇보다 저 여자는 너무 뻔뻔하지 않나. 아무리 내가 허락했고 약속했다고 해도 20년을 한결같이 그의 기일을 챙기고 있으니. 나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없고서야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알아서 그만뒀어야 하지 않나.
더구나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성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현 남편인 나를 전남편에게 한 번쯤 인사를 시켜줄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전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뭔가. 아내는 죽은 남편의 묘 앞에서 매해 무슨 말을 할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용서를 비는 걸까. 만약 그날 그 사고가 없었다면 저 사람이 아닌 당신과 해로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눈물을 찍어내는 걸까. 그나저나 조신한 아내가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자동차 사이드미러 저 멀리서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내가 보인다. 가까워올수록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난다. 아까 올라갈 때의 스산한 표정이 아니다. 상념에서 깨어나, 시동을 걸어놓고 아내의 손에 들린 제사 음식 보따리를 받아들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이제 아내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차지하고 산 건 아내의 몸뚱이뿐이고 아내의 영혼은 늘 저곳, 저 남자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몸조차 거기에 있고 지금 내게 오고 있는 여자는 아내의 모습을 한 허깨비가 아닐까. 내 아내는 여전히 묘 앞에서 전남편과 도란도란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건 아닐까.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는 4년 사이에 164개의 마을이 사라졌다. 인구가 단 한 명 남은 마을도 있다. 2014년 ‘마스다 보고서’에서는 2040년까지 일본의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진행되자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방치되는 집이 늘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방뿐 아니라 도시에도 빈집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가장 심한 도시 교토는 결국 빈집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일본은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고 재정 능력이 취약한 지자체를 ‘과소(過疏)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2021년 과소 지역은 820개에 달했다.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1억 명을 사수하라
일본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이주정착금, 출산축하금 등으로 이주를 유도했지만, 인구는 늘지 않고 재정만 줄었다. 이제는 인구 유치를 포기하는 곳도 생겼다. 오이타현 나카쓰에무라에서는 인구를 늘리기보다 ‘마을을 품위 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늘릴 수 없다면 소멸을 준비하자는 것.
일본 정부는 ‘지방 창생’(地方創生)을 내걸고 지방 활성화 정책을 펼치며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한 ‘1억 총활약사회’ 캠페인을 하는 등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평가는 좋지 않다. 일본 인구는 2004년 말 1억 2784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들고 있다. 1억 명의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1.8 이상 되어야 하지만, 2020년 출산율은 1.37에 그쳤다. 내각부는 2065년 일본 인구가 8808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방치된 주택 ‘아키야’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사회 문제는 또 있다. 빈집 문제다. ‘아키야’(空家)는 일본어로 빈집을 뜻한다. 집주인이 사망하거나 상속인들이 관리를 거부해 방치된 주택 문제를 일컬어 아키야라고 부른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마을일수록 빈집이 많긴 하지만, 빈집 문제는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도쿄조차도 10%는 빈집이다. 총무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빈집은 850만 채다. 전체 주택의 14%에 달한다. 노무라연구소는 2038년 전체 주택의 31%가 빈집이 되리라 전망하기도 했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원인이다. 고령자인 거주자가 죽으면 빈집이 되는데, 주택 노후화와 상속세 등의 문제로 방치되는 곳이 늘었다.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소유자가 사망한 후 상속받은 빈집을 3년 안에 매각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헐값에 내놓아도 집이 팔리지 않자 공짜로 집을 내놓는 경우까지 생겼다. 하지만 양도세, 재산세에 방치된 집의 수리비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집값이 ‘0원’이어도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을 철거하기도 쉽지 않다. 집을 부수고 나대지로 두면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가 3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 만약 집을 철거하려면 재건축을 하거나 그 집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빈집 “세금 내세요”
빈집이 많아지면 도시가 폐허가 되고 범죄 위험도 높아지기에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교토시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2026년부터 빈집 1만 5000채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교토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빈집 문제가 특히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교토시는 도시 공동화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세금을 매긴다는 입장이다.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주택이 방치되기 전에 주택 개조나 매매를 활성화할 목적이다. 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빈집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은 빈집 중과세(Empty Home Premium)를 통해 빈집이 저렴하게 팔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2년 이상 비어 있는 집에 대해서는 지방세(Council Tax)를 최대 300%까지 중과한다. 캐나다 밴쿠버 역시 6개월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빈집세(Empty Home Tax)를 부과하는데, 2020년 1.25%에서 2021년 3%로 올리더니 올해에는 5%로 크게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빈집은 41.4% 증가했으며, 빈집 수는 2020년 기준 전체 주택의 8%로 세계 10위 안에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20년 전부터 빈집을 관리하고자 여러 정책을 펼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 든 일본의 빈집 관련 정책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원인을 밝혀냈다. 더불어 기억력 회복 사실까지 확인해 치매 치료제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단장과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경과학연구단장, 주연하 KIST 박사후연구원 공동연구팀이 뇌에 있는 별세포 안의 활성화 요소회로가 치매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요소회로는 주로 간에서 유해한 암모니아를 해독해 소변의 주성분 요소를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 요소회로가 뇌 속 별세포에도 존재하는 걸 밝혔다. 또한 이 요소회로가 푸트레신과 가바 생성을 유도해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별세포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나 염증 같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 별세포 수와 크기가 증가하면서 ‘반응성 별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가 푸트레신을 증가시켜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푸트레신은 단백질 부패성분이다.
하지만 푸트레신이 어떻게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류훈 단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평소에는 신경세포에 도움을 주는 반응성 별세포가 임계값을 넘으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라면서 “반응성 별세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뇌 연구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진 별세포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약 5000만 명이며, 세계 사망 원인 5위로 치매가 꼽혔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추정되는 치매 환자는 2018년 기준 74만 8945명이다. 2024년에는 1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치매 증상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별세포에서 요소회로를 이루는 효소인 ODC1을 제거하자 푸트레신과 가바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생쥐의 기억력이 회복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로운 치매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동안 치매 치료는 치매의 주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어 왔다. 하지만 이미 나빠진 상태를 회복할 수는 없어 치매 진전 속도가 늦어지도록 할 뿐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 기억력 회복 현상이 나타난 만큼, 치매 상태를 호전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준 단장은 “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면 7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2020년 별세포가 만드는 과산화수소가 치매를 유도하는 다른 원인임을 확인,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치료제 임상 1상에 착수한 상태다.
2050년까지 자사가 판매하는 차와 관련된 사망 사고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혼다가 2030년 도입을 목표로 운전자의 신체를 분석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일본 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와 함께 자기공명영상(MRI)과 센서로 운전자의 뇌와 눈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로 파악한 도로 상황과 운전자의 상황을 AI가 분석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운전 실수 원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사고가 날 상황을 예측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자동차 앞을 지나는 사람을 잘 보고 있는지 카메라로 시선을 확인하고 일치하지 않는다면 ‘차 앞에 보행자 있음’이라고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안전거리가 짧아지는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인지 기능이나 공간 파악 능력이 낮아지고 있음을 알리는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운전자의 의심 질병까지 분석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교통신호에 대한 운전자의 반응이 늦어진다면 시야가 좁아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녹내장에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몸 상태의 변화를 스스로 알기 전에 AI가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알리면 치매나 녹내장의 조기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혼다는 운전자의 시선이 졸음으로 풀렸다고 판단되면 운전석 등받이를 진동시켜 주거나, 평소보다 차의 흔들림이 커지면 핸들 조작을 지원하는 기능 등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운전면허 보유자의 25%가 65세 이상이다. 이에 혼다는 특히 고령 운전자의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막는 것을 목표로 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일본에서는 교통사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다. 특히 7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 사고 건수는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절반을 고령자가 차지하고 있다.
혼다는 지역 교통 지도원에 의해 혼다의 교재를 활용한 교통안전 교실을 열고, 전국 7개의 혼다 교통 교육 센터에서 고령 운전자의 체험형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혼다는 자사 자동차에 관련한 사고 사망자를 2030년까지 2020년의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0명이 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령 위암 환자는 위암이 아닌 기저질환과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이 고령층 위암 환자의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위암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뇌혈관질환 등 위암 이외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밝혔다. 위암 연관 사망률보다 합병증 등 위암 이외 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는 것이다.
만 40세 이상 대상으로 격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국가암검진 사업이 효과를 보이면서 위암 치료 성적 역시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조기 위암 단계에서 발견하면 완치율이 90~95%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위암에 의한 사망률은 국내 주요 암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다. 위암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연령대별 발병률은 60대에서 가장 높고, 70대 이상 역시 젊은 층보다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내시경이나 수술적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개인차가 커서 고령층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 진단 및 수술을 받은 환자 2983명의 데이터를 65세 미만, 65세 이상 75세 미만, 75세 이상 세 그룹으로 분류해 노인 위암의 특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위암 환자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위암 연관 사망률이 6.3%(65세 미만)에서 10.4%(75세 이상)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이외의 질환에 의해 사망할 위험은 2.8%에서 18.8%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폭이 작았다.
또한 위암 연관 사망률이 약 1.6배 증가하는 동안 위암 이외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약 6.7배 증가했다. 위암 이외의 사망률을 높인 질환으로는 심뇌혈관 질환, 폐질환, 패혈증 등이 꼽혔다. 이는 모두 기저질환과 합병증에 큰 영향을 받는 요인들로, 이번 연구로 환자의 연령과 위암 연관 사망 위험, 기저질환이나 합병증으로 인한 위험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났다.
김나영 교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위암 자체도 위험하지만, 위암 이외의 합병증 등에 의한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고령 위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연령과 함께 수술 전 기저질환을 확인하고 수행 점수 체계(Performance Score System)를 활용한 전신 상태 평가 등 적극적인 노인포괄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노인병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nnals of Geriatric Medicine and Research’(AGMR)에 게재됐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내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장식장과 콘솔 등 소품 자리가 빈 휑뎅그렁한 거실 한가운데에 찌무룩이 섰다가 주방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켰다. 찬 기운이 정수리를 타고 올라가는가 싶더니 가슴께로 싸하게 번졌다.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뱉었다가 크게 들이마셨다.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긴 출근길에 아내의 딸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을 보았으니 오늘 짐을 빼겠구나 짐작은 했다. 그리 놀랄 일이나 새삼스러운 충격은 아니란 뜻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재혼한 지 1년 반 만에. 말이 1년 반이지 한 공간에서 지낸 것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다툴 때마다 아내는 버릇처럼 집을 나갔으니까. 친정도 없는 사람이 변변히 갈 데가 있을 리 없건만 마치 가출 자체로 위로를 삼는 것처럼 수틀리면 훌쩍 집을 나갔고, 그렇게 한번 나갔다 하면 몇 달씩 들어오질 않았다. 그럴 때마다 거의 내 쪽에서 화해를 청했고, 아내가 마음을 풀고 돌아오면 이번에는 내가 불안해졌다. 다시 나가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올 일은 없으리라. 불안할 일도 없으리라. 서로가 재혼이라 혼수를 따로 장만한 것도 없고 아내가 아끼던 자잘한 것들만 가지고 내 아파트에서 합쳤던 터라, 이번 가출은 전과 달리 물건을 모두 실어서 나간 걸 보면 이로써 우리의 인연도 끝난 것일 터. 그렇게 자꾸 나갈 거면 아주 나가버리라고 했던 건 나니까.
다시 혼자가 되어
이렇게 둘이서 서둘러 결정할 게 아니라 그 흔한 부부 상담이라도 받아봤어야 했던 거 아닐까. 갈등의 뿌리는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서로 자존심만 세우다 아내도 나도 얼결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건 아닐까. 나는 아내를 사랑했을까. 아내는 나를 사랑했을까. 함께 연주를 하기도 전에 조율 중인 악기를 내팽개쳐버린 것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뒤엉키며 혼란스레 오갔다.
아내와 나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다. 그저 잠깐 동거한 관계일 뿐. 그렇게 생각하면 홀가분하다가도 성대히 치른 결혼식이 마음에 걸린다. 그랬다. 우리는 결혼식을 꽤나 성대히 치렀다. 남들 눈에 그럴 듯해 보이고 싶었던 허영심, 과시욕에서만큼은 아내와 내가 의기투합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니 허탈감과 자괴감이 든다. 재혼의 형식만 그럴 듯했지 부부의 내실은 너무나 허약했고, 그나마 이제는 관계를 쌓아갈 토대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내가 재산을 지키자고 아내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내도 그건 인정할 것이다. 내 재산 못지않게 아내도 자기 몫이 알찬 사람이니까. 그러니 혼인신고를 미룬 이유는 서로 속 깊이 사랑하지 않아서라 할밖에. 말이 부부지 결속의 끈은 느슨했던 것이다.
동병상련의 사랑
나는 20년 전에 상처(喪妻)를 했다. 대학 선배의 소개로 만난 두 살 아래 전처와의 10년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서른 살에 결혼하여 이듬해와 또 그 이듬해에 연년생 남매를 낳았다. 아이들은 건강하고 영리했다. 안정된 나의 직장과 가정을 소중히 보살피는 아내, 무엇을 더 바란다면 죄를 짓는 느낌이 들 만큼 평범하지만 안온한 생활이었다. 아내가 간암 판정을 받을 때까지는. 그랬던 우리가 무엇을 더 바라는 죄라도 지었던 것일까. 서른여덟 살 젊디젊은 아내는 그렇게 우리 세 식구를 남겨두고 1년 투병 끝에 훌쩍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사랑하고 아끼던 아이들을 남겨두고. 아홉 살, 여덟 살 남매는 엄마를 잃었고 나는 나이 마흔에 아내를 잃고 홀아비가 되었다. 이후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여 돌봐야 했던 지난 20년, 고달프고 서글프고 버거워 견딜 수 없을 때면 아내의 묘를 찾아가 “나는 이렇게 힘든데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태연히 누워 있을 수 있냐”고 원망과 푸념을 쏟아내곤 했다.
아내가 떠난 후 남은 우리 세 식구는 함께 외식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내가 없는, 엄마의 자리가 빈 가족 외식은 그 존재의 부재를 더욱 각인시키며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건만 식당에 앉아 있는 내내 위축감을 느끼게 했다. 부부와 자녀들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볼 때는 더욱 그랬다. 저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더 이상 주어질 수 없다는 쓰라림과 함께.
아내를 따라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내 책임을 다한 후 이담에 저세상에서 아내를 만나 단단히 생색을 내자며 오기 아닌 오기로 버텨온 것이 어느덧 20년. 30세가 가까운 남매는 아직 미혼이긴 해도 둘 다 직장이 있으니 내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할 즈음, 지금 막 헤어진 두 번째 아내를 만났다. 그간 주변에서 재혼 권유나 소개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마다해왔던 것을 이제는 마음을 좀 열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때였다.
막 헤어진 지금의 아내도 나와 비슷한 시기인 38세 때, 세 살 많은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살아왔다. 설 명절을 지방 시댁에서 보내고 귀경하던 눈길 고속도로에서 타고 오던 차가 미끄러지면서 중앙 분리대를 박으며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피로를 덜고자 부부가 교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운전대는 아내가 잡고 있었다. 옆자리의 남편은 중상을 입은 후 병원에서 사망했고, 뒷자리에 앉아 있던 다섯 살 딸과 자신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허울뿐인 결혼
딸을 키우며 20년 가까이 혼자 살아온 아내. 야무지게 자신을 지키며 강한 생활력과 다져진 실력, 철저한 자기 관리로 직장의 잔뼈가 제법 굵어져 나를 만날 무렵에는 꽤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나는 지금 대표 자리에 있는 회사에서 당시는 중역이었기에, 어느 경제인 조찬 모임에서 회사를 대표하여 참석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열 개 남짓 마련된 원탁 가운데 마침 한 테이블에 앉게 되어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눈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사별의 아픔을 겪은 공통점으로 인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같은 모임에서 다시 한번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자 우연을 인연으로, 인연을 필연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갈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을 열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봤다고 할까. 느낌이란 게 있다고 할까. 우리는 연민과 연정으로 그렇게 한 마음, 한 몸이 되었다.
우리의 성대한 결혼식은 조찬 모임 참석자들을 의식한 점도 작용했다. 경제인 단체 회원 중에 커플이 탄생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그들의 사회적 신분을 고려할 때 아예 가족끼리 조촐히 치르면 모를까, 식을 올린다면 하객들의 신분에 걸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은 모두 부질없는 짓일 뿐 아니라 크게 벌인 만큼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실상 말이 가족끼리지 그녀에게는 부모님도, 가까운 친척도 안 계셨고, 나도 다른 형제 없이 홀로 자라 연로하신 어머니 한 분뿐이니 조촐하다 못해 초라한 모양새가 될 게 뻔했다. 결국 사회에서 연결된 지인들을 모시다 보니 나와 그녀의 직장 관계자까지 초대하여 그만 식이 커져버린 것이다.
기가 막히게도 아내는 대학 3학년 때 양친을 한날한시에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때도 어느 해 설에 부모님과 함께 지방의 조부모님을 뵙고 올라오던 때였다고 한다. 뒷좌석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졸고 있었던 그녀는 사고 후 혼자 살아남았다. 운명이란 게 있다면 그녀에게는 같은 운명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학생 때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결혼 후에는 역시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으니. 또한 부모를 잃은 자신의 운명을 딸에게 그대로 넘겨줬다.
굶주린 애정
아내와 그녀의 딸은 처음에는 나와 한집에 살았다. 아내를 위한 나의 배려였다. 또한 두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나의 두 아이는 따로 거처를 마련해서 내보냈다. 한평생 의지하고 살아온 아내와 아직 미혼인 아내의 딸을 떼어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을까. 모녀는 한 몸처럼 결합되어 도무지 내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다. 다툼의 원인이 아내의 딸 때문일 때도 종종 있었다. 가령 무질서한 생활 습관이나 늦은 귀가 시간에 대해 몇 번 주의를 줬더니 그게 서운했던지 내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제 엄마랑만 속닥거린 후 독립을 해버렸다. 그때 나는 내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 발로 나가준 것이 고맙기도 했다. 내 아이들을 생각할 때 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아내와 나 본격적인 둘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을 나가는 아내의 버릇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딸의 아지트가 있었으니까. 채 정이 들지 않은 나와 사는 것보다 딸과 지내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했던 거겠지. 관계가 본격적으로 엇나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부부로 정이 들기도 전에 균열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고는 오늘의 결별을 맞은 것이다.
나도 아내도 첫 결혼에서 배우자를 일찍 여의고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다. 외롭고 팍팍한 길을 걸으며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상대의 빈 가슴을 채워주기보다 나의 허기가 먼저였다. 그만큼 새로 만난 사람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다. 남자로서 내가 좀 더 아량이 넓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 또한 생각일 뿐, 그게 말처럼 쉽다면 지금의 이 상황을 마주하지는 않았을 터. 누구를 탓하랴. 탓할 것은 내 팔자요, 그녀의 팔자일 뿐. 여하튼 지금은 쉬고 싶을 뿐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결핵 치료를 위한 환자의 병원 방문을 지연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한국 결핵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결핵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및 치료 지연을 비교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인 질환.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지체될 경우 결핵균이 몸속에서 천천히 증식하면서 신체 영양분을 소모하고 폐뿐만 아니라 다른 체내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당연히 사망률도 높아진다.
김주상 교수팀은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등록된 결핵 환자 1,557명 중 1~2월 신고된 724명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으로, 3~5월 신고된 833명을 팬데믹 그룹으로 각각 분류했다.
연구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상관없이 기침, 가래, 열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결핵 환자들은 코로나와 무관하게 병원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그룹에서는 병원 방문 후 치료가 시작될 때까지 평균 4일만 필요로 했지만, 코로나 펜데믹 그룹에서는 하루가 더 걸렸다. 코로나19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수도권(인천, 경기) 지역과 대구, 경북 지역은 많으면 일주일이 더 소요됐다.
방문 지연은 증상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14일 이상의 방문 지연과 관련한 다변량 분석에서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4배나 방문을 망설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팬데믹 기간 동안에 5일 이상의 진단 및 치료 지연 역시 그 이전과 비교해 1.26배 증가했다. 특히 폐 이외의 침범이 나타난 환자들은 이 기간에 1.58배 더 높게 나타났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 확진자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결핵 환자가 심각한 상황이 될 때까지 자신의 질병을 숨기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여기에 의료기관의 방문 및 치료 지연까지 더해지면서 결핵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로 인해 정부와 의료진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결핵 퇴치 전략 목표 달성이 매우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계속해서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5일간의 설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되는데 말이다. 이에 아쉬운 대로 영상 통화를 통해 부모님의 건강을 체크해보자.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과 전조 증상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국내 고혈압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은 없더라도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전체 뇌혈관 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동맥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혈압은 찬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노인이나 마른 체형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노인 혈압 조절 목표는 수축기혈압 140~150mmHg, 이완기혈압 90mmHg를 추천한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국내 고혈압 인구의 절반 이상을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할 정도로 노인 비중이 높다"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고혈압의 경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만큼 평상시 주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고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65세 이상 인구서 환자비율 2배 높아져
고혈압만큼 고령자가 주의해야 할 질환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국내에서 6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족부괴사,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당뇨 합병증은 전신에 나타날 수 있고, 또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들고 심지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비만, 연령, 식생활, 운동부족, 호르몬 분비, 스트레스, 약물 복용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에서 당뇨병 환자 비율이 2배 정도 높아진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가 안경을 쓰는 것을 치료라고 말하지 않듯 당뇨병 역시 평생 관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모님의 체중이 갑자기 빠진다거나 갈증을 심하고 소변을 참지 못한다면 이미 어느 정도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져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골절 등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는 한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척추 압박골절로 키가 줄어든다거나, 허리가 점점 휘고,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여성에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우유나 단백질을 적절히 섭취하고 술, 담배는 멀리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과 관절에 과도한 무리가 가지 않는 걷기 운동이 좋다.
한제호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부모님들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지고 허리가 굽는 것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회복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 하지 통증으로 보행 시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늘듯 척추와 추간판(디스크)도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된다. 척추나 그 주변의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게 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척추관협착증이 발생한다.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아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명 ‘꼬부랑 할머니병’으로 부르기도 한다.
최두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척추관협착증의 증상은 서서히 나타나는데 자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곧 치유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며 "부모님의 허리가 굽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면 질환 초기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무릎 통증․붓기 지속하면 퇴행성관절염 의심
무릎 관절은 평지를 걸을 때 체중의 3~4배, 내리막길에선 체중의 5~6배의 무게를 지탱한다. 노화는 무릎 관절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무릎 관절을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의 충격 흡수 기능도 떨어진다. 또 관절액의 윤활 작용도 약화된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다리가 맞닿는 내측 무릎에 통증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자세에서 통증이 생기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한다. 휴식이나 수면 시 통증이 심해지고, 아주 심할 경우 일상적인 보행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노동영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님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무릎 주위가 붓거나 아프다고 호소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살 부위 뻗치는 통증 1~2주 지속하면 고관절질환 의심
고관절(엉덩이관절)은 넓적다리뼈와 골반뼈가 만나는 곳으로 척추와 더불어 체중을 지탱하는 몸의 기둥 역할을 한다. 항상 체중의 1.5~3배에 해당하는 강한 힘을 견뎌야 한다. 걷기만 해도 4배, 조깅은 5배, 계단 오르내리기는 8배의 하중이 가해진다.
고관절 질환은 반복적인 사용과 노화로 발생하는 일차성 고관절 골관절염이 대표적이다. 골관절염이 생기면 넓적다리뼈와 비구가 모두 망가지고,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진행을 막을 순 없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샅이 시큰거리고,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거동까지 불가능해진다.
전상현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샅(사타구니, 두 다리의 사이) 부위나 엉덩이, 허벅지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1.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령대 별 비중은 20대가 19.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0대(16.8%), 50대(15.6%), 60대(15.6%), 40대(13.6%), 70대(11.0%), 80세 이상(7.1%), 20세 미만(1.1%) 순이었다. '독거 노인'과 2040의 '독거 청년'이 나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령층은 소폭 증가했다. 2019년 60세 이상 1인 가구의 비중은 33.6%였지만, 2020년에는 33.7%를 기록했다.
지난 8일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664만 3000가구다. 이는 전체 가구의 31.7%를 차지한다.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 2017년 28.6%로 증가하다가 2019년 30.2%로 30%를 넘어섰다.
1인 가구의 연소득(2019년 기준)은 2162만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5924만원)의 36.5% 수준에 해당한다. 10명 중 8명 가량(77.4%)은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연 소득이 1000~3000만원 미만인 경우가 46.6%로 가장 많았고, 1000만원 미만이 30.8%였다. 3000~5000만원 미만은 14.7%, 1억 원 이상은 0.8%다.
이와 함께 일하는 독거 노인의 비중 또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취업 상태인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전체 취업 1인 가구 중에서 10.8%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1.6%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2.7%로 상승 폭이 커졌다.
그러나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미취업 상태다.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1인 가구 중 취업 가구 비중(2020년 10월 기준)은 59.6%로 전년(60.8%)보다 떨어졌다. 취업자인 1인 가구 비중은 2016년 60.5%에서 2018년 61.1%까지 늘어난 뒤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이 늦어지고, 1인 가구 중 고령자(60대 이상 33.7%)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9년 1인 가구 중 60대 이상은 33.6%였다. (60대 15.2%, 70대 11.3%, 80세 이상 7.1%) 고령자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생활비 원천 중 부모의 도움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60세 이상은 자녀의 도움(10.7%)보다는 공적 연금(11.2%),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의 보조(11.1%)를 더욱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젊은 층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본인의 학업·직장 때문(24.4%)이 꼽힌다. 배우자의 사망(23.4%), 혼자 살고 싶어서(16.2%), 본인의 이혼(1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자녀의 학업·직장(4.9%), 가족과 지내는 것이 불편해서(4.1%), 부모나 자녀의 사망(4.0%), 배우자의 학업·직장(1.8%)도 원인으로 꼽혔다.
연령대에 성별까지 고려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남자 1인 가구는 30대(21.6%)가 가장 많고 20대(19.7%), 50대(18.0%), 40대(17.3%) 순이었다. 30~50대가 56.9%로 대다수였다.
여자 1인 가구의 경우 20대가 18.5%로 가장 많았고, 30대는 12.0%였다. 오히려 60대가 17.6%, 70대가 16.0%, 80대 이상도 11.5%나 돼 60대 이상 고령 층의 비중이 45.1%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에 통계청은 남성 30~50대는 직업 때문에 1인 가구로 사는 경우가 많고, 여성 30~50대는 보통 자녀와 같이 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60대 이후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이유는 사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2020 인구 주택 총 조사 결과를 보면 돌봄이 필요한 인구(60세 이상)에서 배우자가 돌보는 비중은 남성(71.4%)이 높고, 자녀 및 자녀의 배우자가 돌보는 비중은 여성(81.2%)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요양보호사(73.4%) 및 주간보호시설(71.7%)을 이용하는 비중 또한 여성이 높으며, 돌봄이 필요하나 돌볼 사람 없음도 여성(71.7%)이 남성(28.3%)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1인 가구의 어려움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가 42.4%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30.9%는 아프거나 위급 시 대처가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1인 가구의 25.0%는 가사 어려움을, 19.5%는 경제적 불안을, 18.3%는 고립으로 인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은 노인에게 특히 취약한 계절이다. 추운 날씨는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기후 변동에 적응력과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이 계절에 따른 연령별·원인별 사망자 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고연령일수록 겨울에, 저연령일수록 여름에 사망 비중이 높았다. 70세 이상 고연령층의 사망자 수는 12월에 4605명으로 월평균 대비 13% 높았다.
심뇌혈관 관련 질환
노인들이 겨울철에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은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심뇌혈관질환이다. 뇌졸중이란 ‘뇌가 강한 일격을 맞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뇌에 있는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을 모두 포함한 것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뇌의 정상기능이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러한 뇌졸중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추운 날씨는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온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고 혈관이 약해진 노인들은 갑자기 차가운 날씨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뇌내출혈을 일으키면서 돌연사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고연령층의 주된 사망 원인을 보면 1위인 암(26%)에 이어 심장질환(15.9%)과 뇌혈관질환(8.4%)이 뒤를 잇는다.
고혈압이 있는 시니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면 누구나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올라가는데 고혈압 환자들에게 급작스러운 혈압 상승은 특히 치명적이다. 심장에 부담이 가면서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나 작은 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출혈의 원인 75%는 고혈압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고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받고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넘어지며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
추운 날씨는 근육도 굳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노인은 빙판길에 넘어지기도 쉬울 뿐 아니라 넘어졌을 경우 뼈가 부러지는 중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특히 노화에 따라 골밀도가 저하된 노인들은 낙상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손목이나 엉덩이뼈 등에 골절과 치명상을 입기에도 쉽다. 특히 엉덩이뼈인 대퇴부에 골절을 입은 경우에는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겨울에 노인들은 낙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연골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면서 생긴다. 주로 체중을 많이 받는 관절인 무릎과 엉덩이 관절 등에 심한 통증과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장기간 방치하면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하는 흔하고 위험한 관절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관절염은 낮은 기온과 관련이 높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 활동이 줄면서 근육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적어지는데, 이때 근육 자체의 신진대사도 줄면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근력운동을 통해 충분한 근력과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칼슘 섭취에 신경 쓰고,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근육과 인대에 활력을 찾아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겨울에는 빙판길은 피하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지 말고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활용해 균형을 잡으며 이동하는 것이 좋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허진욱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체중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통증이 계속되면 약물 및 주사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뿐 아니라 관절보호 및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근이완제, 진통제 및 관절보호제 등을 적절히 함께 사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겨울 폐렴 등 호흡기 질환
감기를 비롯한 호흡기질환 역시 겨울철 노인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겨울엔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건조하고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와의 온도 차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노인들이 감기에 쉽게 걸리는 이유다. 노인은 감기에 걸리기에도 쉽지만 감기에 걸리면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크다. 겨울을 앞두고 정부가 고령자 대상으로 폐렴 예방 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젊은 환자들에 비해 노인성 호흡기 질환은 증상이 완만하게 오고 고열이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악화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폐렴이나 만성폐쇄성질환으로 발전되기 쉬운 이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가 있는 식단, 금연 금주 등 기본적인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낮 시간에 환기를 주기적으로 시켜주고 잠자는 방에는 가습기나 빨래를 널어 60~80%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시엔 1.5~2리터 정도의 충분한 물을 섭취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고령자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독감‧폐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