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네모. 흰색 재생 버튼. 중간 광고. 이런 용어로 간단하게 설명만 해도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유튜브’다
페이팔 출신 공동창업자 3명이 파티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던 유튜브는 이제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KBS 2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등장인물 윤지후는 “하얀 천이랑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천과 바람 대신 유튜브만 있다면 세계 어디든, 그것이 무슨 분야든 상관없이 구경할 수 있다. 이제 건너뛰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볼 수 있다.
“외계인이 우리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다.” 유튜브 문화·트렌드 총괄 케빈 알로카(Kevin Alloca)가 저서 ‘유튜브 컬처’ 서문에 쓴 문장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은 지금 이 순간 유튜브를 보고 있다.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는 20억 명에 육박하고, 하루에 10억 시간을 유튜브에서 소비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유튜브를 얼마나 소비하고 있을까? 지난 4월 KT그룹의 디지털 미디어랩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20 NPR 인터넷 이용자 조사’(중복 응답)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시청채널 순위에서 유튜브는 93.7%로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네이버(43.1%), 넷플릭(28.6%), 인스타그램(26.4%), 페이스북(24.1%) 순이었다. 특히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전년 대비 16.7%P 증가했다. OTT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눈에 띄지만, 아직은 유튜브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관심 있는 카테고리는 연령대별로 달랐다. 전체 카테고리별 선호도는 요리·음식·맛집(39.4%), 유머·예능(36.9%), 게임(36.8%), 일상생활(35.2%), 운동·헬스·건강(28%) 순이었다. 비중도 조금씩 달랐다. 10대와 20대는 게임과 유머·예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30대와 4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유머·예능에 관심이 많았다. 5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운동·헬스·건강 콘텐츠를 주로 소비했다. 60대는 요리·음식·맛집과 일상생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령대별 관심사를 잘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다.
유튜브 사용 목적도 달랐다. 동영상 시청이 90%로 1순위였다. 그다음이 채널 구독(67%), 음악 감상(65.1%), 궁금한 정보·내용 검색(55.3%), 공감·비공감 클릭(29.5%) 순이었다. 정보 검색은 전년 대비 10%P 이상 증가했다. 유튜브가 단순히 동영상 시청용이 아니라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처럼 정보 검색 창구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는 ‘영화’, ‘게임,’ ‘연예인·아이돌’, ‘여행’, ‘맛집’·푸드’였다. 특히 영화가 34.8%로 가장 높았다.
더 나아가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할 때도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단순한 정보 검색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취미생활·자기계발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는 경우가 54.3%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유튜브에 ‘취미’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십자수, 라탄공예, 유화 그리기 등 다양한 분야의 취미를 영상에서 추천한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실내에서 주로 할 수 있는 취미를 추천하는 영상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런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유튜브 내의 영상 콘텐츠(4.0점)가 오프라인 학원·아카데미(3.87점)나 서적(3.54점)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높았다.
유튜브는 생물처럼 진화하고 있다. 영상 공유 사이트로 시작해서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되더니 이제는 검색 엔진의 자리를 엿보고 있다. 유튜브는 새로운 시대의 빅뱅이다. 빅뱅이 새로운 우주를 만든 것처럼 유튜브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알로카의 말처럼 미래에는 외계인에게 유튜브를 소개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날(?)을 위해서 알아두면 쓸모가 있거나, 무해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유튜브 채널을 다음 호부터 소개한다.
● Exhibition
◇퓰리처상 사진전
일정 10월 1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42년부터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까지 총 134점의 수상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사진 부문에서 수상한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공개된다. 제3전시실에서는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도중 사망한 여성 종군기자 안야 니드링하우스를 기념하는 특별전을 진행한다. 수상작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과 퓰리처상 주요 수상작을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한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일정 9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진행한 ‘프로젝트 해시태그’ 공모사업의 결과 보고전이다. 전시에 참여한 ‘강남버그’와 ‘SQC’는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로 구성된 팀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 간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 취지에 따라 선발됐다. 이번 전시에서 강남버그는 ‘천하제일 뎃생대회’, ‘강남버스’ 등 강남의 과거와 현재를 표현한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쟁점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SQC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종로3가 소수자를 ‘도시퀴어’라 명명하며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신규 지정된 국보·보물을 공개한다. 국보 제151-1호 ‘조선왕조실록 정족산사고본’을 비롯해 총 83건 196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총 3부로 구성돼 각각 기록유산과 예술품, 불교 문화재를 소개한다. 전시실 입구에서 보여주는 국보와 보물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인터뷰와 영상은 문화유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명상 Mindfulness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피크닉
‘코로나블루’를 겪는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형 전시. 명상이 주는 힘과 의미를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 총 8점의 설치미술 작품으로 설명한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 미디어 아티스트 미야지마 타츠오 등 실제로 수행을 실천하는 각 분야 예술인들이 전시에 참여한다. 동양적이고 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나선형 구조의 설치작품 ‘느리게 걷기’, 공간 전체를 주황빛으로 연출한 작품 ‘공간’ 등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품보다는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Stage
◇캣츠
일정 9월 9일~11월 8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트레버 넌 출연 조아나 암필, 앨리스 배트, 헤이든 바움 등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T.S. 엘리엇의 우화집이 원작이다. ‘젤리클 축제’에 모인 고양이들의 다양한 사연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디바 ‘조아나 암필’,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스타 ‘브래드 리틀’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한다. 2017년 한국 뮤지컬 사상 최초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진행되는 첫 공연이다.
◇킹키부츠
일정 11월 1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연출 조광화 출연 이석훈, 박은태, 김지우 등
팝 가수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폐업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살리기 위해 여장 남자용 부츠 판매에 뛰어든 두 남자의 도전기를 담았다. 1980년대 영국 W.J. 브룩스 공장의 실제 성공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리퀴리
일정 9월 27일까지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김태형 출연 김소향, 옥주현, 김히어라 등
과학자 ‘마리퀴리’의 삶을 각색한 팩션 뮤지컬로 리튬 발견이라는 업적 뒤에 가려진 인간 마리퀴리의 고뇌를 밀도 있게 그렸다. 초연 당시 5인조였던 라이브 밴드를 7인조로 보강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 Movie
◇오! 문희
개봉 9월 2일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정세교 출연 나문희, 이희준, 최원영, 박지영 등
평화로운 농촌마을,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문희’와 그의 아들 ‘두원’이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록이 빛나는 나문희와 리얼리티 연기의 대가 이희준의 호흡이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59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에 도전한 나문희는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로 논두렁을 달리는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정세교 감독이 나문희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쓴 만큼 ‘문희’가 나문희의 ‘인생 캐릭터’로 새롭게 등극할지 주목된다.
◇카일라스 가는 길
개봉 9월 3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정형민 출연 이춘숙
80대 최고령 오지탐험가 이춘숙 씨의 ‘카일라스’ 순례 여정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자연을 거닐며 인생을 돌아보고 다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 씨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개봉 9월 예정 장르 액션 감독 매튜 본 출연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등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로 베일에 싸여 있던 킹스맨의 기원을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을 모의하는 폭군과 범죄자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Book
◇나는 당신이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홍 저·비타북스)
대한민국 치매 주치의 박주홍 박사가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 루틴을 제안한다. 컴퓨터를 배우며 치매를 늦춘 할머니, 꾸준한 산책으로 기억력이 개선된 환자 등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뇌 활성화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8개 지압법과 31가지 부위별 뇌 강화 운동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소설여행 (김유정 저·나무나무)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발리 등 소설 속 도시를 향해 떠난 작가의 에세이. 17곳의 여행지 소개와 더불어 소설의 의미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이준영 저·21세기북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인 이준영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 트렌드를 7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홈코노미’, ‘로컬리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 지형을 조망한다.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 (빅터 프랭클 저·청아출판사)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이 1946년 오스트리아의 한 시민대학에서 했던 강연을 책으로 옮겼다. 고난 속에서도 삶에 대한 긍정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괴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그는 작업실에 갈 때면 정장 차림에 단장까지 들고 안방을 나섰다. 그 작업실이라는 게 몇 발짝이면 도착하는 집 안의 주방이었다. 힘들이지 않고 사람을 웃기는 이색 소극(笑劇)이다. 소다미술관(SoDA,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은 짓다가 버린 찜질방을 고쳐 만든 미술관이다. 이 역시 주방 화실만큼이나 이색이라 흥미롭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던 폐건물에 생명을 주입했으니 태생부터가 예술적? 스러지는 사물에, 무의미한 존재에 숨을 불어넣는 게 예술이지 않은가.
영국 런던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인 테이트모던(Tate Modern)은 공해 문제로 가동을 멈춘 화력발전소를 고스란히 살린 뮤지엄이다. 해마다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든다. 부산 망미동의 F1963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던 폐공장을 재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며, 청주의 골치 아픈 초대형 흉물이었던 구 연초제조창은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펼치는 공예 클러스터이자 시민 예술촌으로 부활했다. 이 특별한 공간들은 모두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되살아났다. 소다미술관의 발생 역시 ‘재생’을 키워드의 하나로 삼은 요즘의 건축적 사조에서 추동되었다.
소다미술관은 사립 미술관이다. 경영학을 공부한 디자인 컨설턴트 장동선 씨가 관장을 맡았으며, 그의 남편 권순엽(건축가, ‘SOAP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씨가 조력자로 움직인다. 이 부부는 어느 날, 찜질방을 짓다가 혼란에 빠진 어느 건축주의 컨설팅 의뢰를 받았더란다. 당시 건축주는 1층 철근 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까지 마무리한 과정에서 건축을 중단, 이후 4년여를 방치한 상황. 입지의 열악한 조건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준공을 해도 사업성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서였다.
‘재생’의 취지를 살린 별난 미술관
짓다가 포기한 찜질방 풍경은 슬럼화로 스산했다. 쓰레기와 풀들이 부지를 뒤덮은 채 뼈대만으로 멈춰선 건물의 내부로까지 틈입하고 있었다. 장동선 씨 부부는 숙고 끝에 지역사회에 유용할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이를 공감한 건축주는 완공 후의 운영 책임까지 장동선 씨에게 맡겼다. 이렇게 해서 2015년 소다미술관이 개관됐다.
리모델링은 최소한에 그쳤다. 건축주는 적극적인 구조 변경도 무방하다, 싹 부숴도 좋다 했지만 ‘재생’의 취지를 고수, 거의 건드린 곳이 없다시피 은근슬쩍 손질을 했을 뿐이다. 빛과 구름이 풍경을 연출하는 허공의 동향을 조사할 수 있도록 건물 일부의 천장만 도려냈으니까. 애초 부실한 공사라 바닥의 높낮이도 불균형했으나 그대로 놔뒀다. 휑하게 늘어선 콘크리트 벽면엔 약간의 그래픽 아트를 입혀 이곳이 예술 공간임을 나타냈다. 마당과 옥상엔 화물용 컨테이너 박스들을 조형적으로 배치해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렇게 해서 통째 건축 폐기물로 버려질 뻔한 쓸쓸한 건조물이 독특한 형태의 미술관으로 순식간에 진화했다. 정밀한 의도, 파격적인 실험, 대담한 근성이 발현된 공간임을 직감할 수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설 미술관의 안정적 운행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다. 흔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을 한다. 그럼에도 어떤 풍랑이 몰아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바다에 미술관을 띄우다니. 응분의 항해술과 순항에 관한 확신이 선행했을 테다. 미술관 측의 얘긴 이렇다.
“(소다미술관은) 기존의 고답적인 미술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미술관으로서, 문화 불모지인 인근 지역에 도시재생의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버려진 것들이 디자인 순환(Redesign)을 통해 재발견-재해석-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철학으로, 창작자들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적·체험적 문화 소통의 공간적 매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소다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줄여 해석하면, 값진 항해를 하겠다는 뜻. 개관 이후 5년이 흐른 현재, 소다미술관은 쿵쿵 뛰는 심장으로 생동한다. 초기의 고전(苦戰)은 살풍경이었겠으나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즐비하게 입장하는 요즘의 풍경은 자못 윤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미술관은 형상부터 편안한 느낌을 줘 다가가기 쉽다. 콘크리트 벽체에 으슴푸레 서린 잿빛. 이는 한때 퇴기처럼 버림받았던 건물이 지닌 상처의 잔영? 오래 낡은 사물이 아니면서도 미묘하게 허름하다. 그래 만만해 보이며, 그 내부에선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을 하게한다. 여느 화려한 대형 미술관들이 지닌 딱딱한 위압이 없다. 빈티지 풍색이면서도 세련된 모더니티는 또 어떻고?
와우, 별난 미술관이네! 단박에 호기심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외양은 어쩌면 이 미술관이 보유한 최상의 자산이 아닐까. 곁을 오가던 지역 주민들은 심심하던 차에 출현한 예술 공간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은 곰곰 생각해봤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들어가서 살펴보고 싶었을 것이다. 소다미술관은 이처럼 사람들의 내면에 잠재한 본능적인 문화 욕구를 수면 위로 쓰윽 끌어올렸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미술관의 힘과 개성을 돋우었다.
다양한 콘셉트로 보여주는 예술의 맛
소다미술관은 미술작품전은 물론,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기획전도 주기적으로 펼친다. 음악공연, 아트장터, 플리마켓,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파티 같은 이벤트도 잦다. 아이들 대상의 스카이샤워, 액션페인팅, 무빙아트 등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술과 놀이, 문화와 소비에 관한 엄밀한 분석으로 도출했을 이 다양한 콘셉트는 용케 먹혀들고 있다. 입장객이 늘어나면서 문화적 토양과 시설이 유난히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게 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지.
국내엔 엄마와 함께 찾아와 뜰에서, 전시장에서, 팔랑팔랑 뛰노는 아이들을 작품처럼 유심히 관찰하기 좋은 미술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다미술관이다. 어린아이란 천진난만한 요정을 하나씩 가지고 사는 존재. 이 미술관은, 알고 보면 저마다 맛이 약간 간 어른들(아닌가? 나만?)과 다른 종(種)인 아이들에게 예술의 맛을 살짝 보여주는 일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그게 미술관의 역할이라 믿어 담장을 팍 낮췄을 게다. 이 미술관의 종사자들은 국가의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동들과 동네의 평화쯤은 구현하는 게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미술관 큐레이터의 얘기를 들어볼까.
“우리의 의도는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소개하는 데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도 미술관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셉트를 마련했다. 전시실의 미술작품만 아니라, 건물의 구조와 디자인, 다양한 이벤트 등 이곳의 모든 게 예술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미술만 아니라 삶과 일상 전체가 예술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김모란 큐레이터)
기발하다, 예사롭지 않게 섬세하다
소다미술관의 창의적인 전시 기획력도 돋보인다. 개관하던 해엔 세계 3대 디자인상에 속하는 ‘레드 닷 디자인상(2015 Red Dot Design Award)’의 디자인 분야 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건축가들의 지어지지 않은 꿈’이라는 타이틀의 건축 전(展)에 주어진 상이었다. 이 미술관은 그간 건축가들이 작가로 참여하는 다양한 공간설치전을 펼쳐왔다. 현재 천장 없는 전시 동(棟)에서 ‘모으고 잇다: gather together’ 전이 진행 중이다.
실내 전시장에선 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테마로 한 ‘COMPLEX SOCIETY: 불완전한 아름다움’ 전이 펼쳐진다. 코로나19와 맞붙은 국면이라는 시의성에 착안한 전시회다. 감상자들에게 위안과 관조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기획했다. 앙리 마티스는 말했다. “예술은 진통제이거나 피로를 푸는 안락의자”라고. 그렇다면 예술가는 치료사? 감염병의 발호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감정은 자주 억압돼 감옥살이를 한다. 화가는 그 억압을 유심히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그가 발견한 감정의 본질을 표현해 억압으로 아픈 자신과 남들을 위로한다.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단서를 찾게 한다. 날뛰던 마음이 미술관에서 잠시나마 얌전하게 가라앉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소다미술관은 기발하다. 예사롭지 않게 섬세한 전시 디테일로 감상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전시실 한편에 정갈하게 진열한 마음 관련 책자들. 무료 벤딩머신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위안의 글귀들. ‘잘 지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탁자에 올라앉아 은은한 향을 풍기는 디퓨저. 미술관도 이쯤이면 미련퉁이 애인보다 낫다.
시니어들의 투자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1%가 채 안 되는 은행금리에 물가상승률까지 따지면 은퇴 후 자산을 지키기 어려워진 탓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상황도 투자 트렌드 변화를 이끈다. 이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변화할 세계에 대비하며 안개 낀 노후 자산관리의 탈출구를 찾는다.
특히 4차 산업과 관련된 투자처에 주목한다. 4차 산업 내에서는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모바일, 5G, 2차 전지 등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4차 산업 관련 국내외 상품 앞세우며 시니어 투자자 모시기에 집중한다.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살펴봤다.
◇IT 담은 애국펀드 주목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출시한 ‘필승코리아 펀드’를 추천했다. 이 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투자하며 ‘애국펀드’로 관심을 모은 상품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에 따르면 필승코리아 펀드는 출시 이후 1년간 56.12%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소재·부품·장비업종 중에서 국산화로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기업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달 말 기준 총 68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으며, 업종별로는 IT·하드웨어 비중이 32%를 차지한다. 이외에 반도체(28%), 소프트웨어(8%) 등을 담았다.
미래에셋대우는 IT업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를 소개했다. 이 펀드는 첨단 IT산업이 글로벌 트렌드로 각광받는 가운데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관련 핵심 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 투자한다.
또한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IT기업에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거나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투자한다. 편입종목은 제품경쟁력, 시장점유율,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주로 반도체, 2차 전지, 5G 통신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미국 IT 혁신기업 투자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IT 혁신기업 등에 투자하는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펀드’를 추천했다. 미국 IT 혁신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관련 비중이 높은 해외주식형펀드에 자금을 넣는 적립식투자가 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글로벌퀄리티펀드는 전세계 3000여 기업 중 기업 이익, 밸류에이션, 주주 이익 환원, 현금흐름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60~90개 종목에 분산투자한다. IT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순환소비재 등 다양한 투자로 경기 사이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에 투자하는 ‘KB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리츠 인덱스펀드’를 내세웠다. 지난달 출시된 이 펀드는 미국에 상장된 데이터센터와 IT 인프라 리츠 지수인 ‘Benchmark Data&Infrastructure Real Estate SCTR’을 추종한다. 이 지수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6%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1%), 다우존스 미국 부동산 지수(–13.9%) 대비 수익률이 높다.
이 펀드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외에도 유사한 성장성을 가진 물류센터와 저장창고 리츠에 선별 투자한다. 3년 이상 투자 시 5000만 원 한도로 일반 금융소득 세율(14%)보다 저율(9%)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받을 수 있다.
◇중국 정책 수혜주 투자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우량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삼성 중국 본토 중소형FOCUS펀드’를 소개했다. CSI500지수에 편입된 유망 중소형주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CSI500은 상하이, 선전시장의 3600여 종목 중 최상위 300개를 제외한 차상위 5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CSI500에 편입되는 50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200조 원에 달한다.
중국 중소형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의 수혜 업종들이 대부분 중소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차세대 핵심 산업은 IT, 필수소비재, 임의소비재, 헬스케어업종이다. 이 펀드는 IT(22%), 산업재(18%), 소재(16%), 헬스케어(12%) 등에 편입하고 있다.
KB증권은 중국과 홍콩 등에 상장된 주식 중 신기술 관련 테마 선두기업에 투자하는 ‘KB통중국4차산업증권자투자신탁[주식]’을 추천했다. 이 펀드는 중국 4차 산업기술의 경쟁력,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AI·빅데이터, 반도체 굴기, 스마트폰 밸류 체인, 로봇·공장자동화, 차세대 유니콘 등 5개 테마별 선두기업에 투자한다.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중국 정부 주도 아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예정으로 밝은 기업성장이 전망된다. 또한 홍콩과 중국 본토 중소형 고성장주 편입을 통해 추가 알파수익 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
◇전세계 주요 기업 편입
키움증권은 5G·IoT 기업에 투자하는 ‘키움글로벌5G차세대네트워크증권펀드’를 추천했다. 이 펀드는 국내를 포함해 북미, 아시아, 유럽 전역의 5G 관련 하드웨어와 케이블, 반도체 생산업체 등에 투자한다. 일반 대형 기술주만 담은 펀드들과 달리 성장이 본격화된 5G 관련 종목에 집중하는 펀드다.
세계적인 5G 네트워크 솔루션업체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와 세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시장 1위 업체인 자일링스, 반도체 소자 생산기업 아날로그 디바이스, 미국 통신 장비사 브로드컴 등 5G 네트워크 관련주도 집중 편입시키고 있다. 또 통신장비를 내장해 각종 기기와 장치를 연결시키는 IoT 관련 기업에도 투자한다.
KTB자산운용은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을 소개했다. 이 상품은 한국, 미국, 중국, 홍콩 등 글로벌시장에 상장된 4차 산업 관련 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KTB글로벌4차산업1등주증권투자신탁은 지난달 기준으로 3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 중국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업종에 투자한 펀드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있고, 또 코로나19 이후에는 4차 산업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5G, 클라우드, AI, IoT 등 IT업종과 소재·부품·장비기업 등 제조업 전반의 중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종서(74) 관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디자인 1세대로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예술 관련 잡지와 도록들이 꽂혀 있는 책장, 박 관장이 직접 만든 모자이크 작품과 다양한 소품들, 도자기들이 정갈하게 진열된 공간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옆자리에는 세 살짜리 고양이 금이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2019 디자인코리아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 헌정 대상자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 쑥스러웠다. 후배들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천을 못하게 했는데 일방적으로 받게 됐다. 나는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정도로 인품이 있지도 않다. 옛날에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데,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승낙했다.
코로나19로 미술관이 휴관 중인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생활은 식칼과 똑같다. 한쪽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고 한쪽에는 무딘 면도 있다.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제일 행복하다. 어려서 구석진 곳에 있으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책상 밑, 어머니의 재봉틀 발판 속, 장롱과 벽 사이로 들어가 있곤 했다. 어른이 되어 등산할 때도 바위틈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 미술관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유리로 만들어서 한눈에 다 보이면 안 된다. 내가 숨을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그런 공간을 확보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날 일을 기록한다. 어제는 잎이 삐죽삐죽한 씀바귀를 스케치한 다음 마시던 커피를 이용해 잎사귀를 채색했다. 이런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관장님에게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음악은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준다.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은 절대 사람을 울게 하지는 못한다. 감정적으로 음악만 못하다. 다만, 소유한 사람이 오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채워줘야 한다. 디자인은 항상 보편적인 개념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비행기다워야 하고, 자동차는 자동차다워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갖는 보편적 개념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운 게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안목이다. 공부를 잘한다고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 스킬은 배울 수 있지만, 창의력은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목을 키우려면 흙, 나무, 종이 등 기본 물질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다는 것은 10년 후나 20년 후에는 못 쓰는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지식의 반감기라고 하는데, 디자인은 90%가 없어진다. 지식이 반감되지 않으려면 내 손으로 만든 기억이 있어야 한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린 시절 진흙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린다. 진흙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떻게 해야 갈라지지 않는지, 머리가 아니라 손이 기억하는 것들을 디자인에 적용한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신데요.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연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고, 먼저 진화했다. 우리가 오늘날 겪는 시행착오는 이미 생태계가 오래전에 겪은 시행착오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을 못 따라간다. 황금분할 1:1.61803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았던 아이들 머릿속에 이미 다 들어가 있다.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그렇다. 그냥 척척 했는데, 재보면 황금분할이다. 특별한 툴이나 연장이 필요 없다. 무엇을 만들고자 할 때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 초기의 생각이 변질되고 왜곡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거짓일기처럼 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장인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디자이너는 월급이 아니라 명예와 사명감으로 살아간다. 윗사람이나 상대 부서 등 타인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모델이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도둑맞은 내 생각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독서를 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것들이 이미 글과 디자인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움직여야 한다.
아들 박찬휘 씨도 현재 아우디 디자인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요?
아들은 페라리, 벤츠를 거쳐 현재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 2022년에 나올 자동차 프로젝트명이 아들 이름을 딴 ‘CHAN22’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명예롭게 근무한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들을 키울 때 자연을 많이 접하게 했다. 내가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같이 그렸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렸다. 내가 그것을 모아 유학 준비를 하는 아들에게 “이게 네 진짜 그림”이라며 건네줬다. 덕분에 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들은 이제 진실한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 내게 많이 감사해한다. 자동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이 부딪친다. 언젠가 내가 티뷰론을 실험적으로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니, “은퇴 후 졸작들을 만들더라, 아빠도 그 꼴이 되고 싶으시냐,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비행기가 될 수 없다.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동차는 그럴 수 없다. 미래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 나와야 한다. 쓸데없는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떼어내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는 디자인 명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장식이 많아지고 허세가 넘친다. 지금 우리나라 차들이 그렇다. 대기업은 이제 소비자에게 판매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계몽적 마케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자동차부터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자동차의 미래 트렌드가 많이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이유는 앞쪽에 엔진과 미션이 들어가고 뒤쪽에 트렁크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라면 앞쪽이 텅 비어도 되니, 현재의 자동차 모습일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밀도 사회(high density society)가 도래하면 크기도 지금처럼 클 필요가 없다. 현재 패키지 레이아웃(package layout)은 가솔린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는 모양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도 그대로 하고 있다. 이게 급선무인데 관념에 묶여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제일 안타깝다. 소재도 철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 카본 파이버는 철판보다 30배나 더 가볍다. 현재 쏘나타의 무게는 1톤에 가깝다. 카본 파이버로 바꾸면 200㎏ 정도밖에 안 된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는 평생 메모를 습관화했다. 신입사원 시절 일본 출장을 갔다. 비행기 옆자리에 한 할아버지가 앉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가는데 그분은 뭔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기록할 게 많은 일을 하시나보다” 했다. 나에 관해 물어봐서 신입사원이라고 했더니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라. 윗사람이 지시하면 그것을 적어라.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윗사람이 물어보는데 내가 ‘아차’ 한다면 이미 회사생활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은 일본 스미토모상사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때부터 메모를 생활화했고 그 내용을 모아 책도 출간했다. 요즘 세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기록한다지만, 우리 세대는 바로바로 손으로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좌우명이 있으신가요?
취미로 1990년대 초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빙상 500m 쇼트트랙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취미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기초만큼은 제일 탄탄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확한 자세와 아름다운 폼은 기본이 튼튼해야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다.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는 건 자세가 흔들렸거나 승부욕이 넘쳤다는 의미다. 뭐든지 기본을 먼저 갖춰야 한다. 기본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테크닉부터 터득하려고 하니까 무너지는 거다.
아직도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신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뭔가 일을 벌이면 사람들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한다. 대부분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한다. 만약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생각날 때 바로 시작해야 한다. ‘포니정’으로 불렸던 정세영 회장은 “결론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오래하면 하지 않을 구실을 찾게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산에 가면 작은 꽃, 작은 버섯, 이름 없는 가랑잎을 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벌레 먹어 썩은 나무가 있으면 가져와서 그 흔적을 입체적으로 만들곤 하는데, 벌레가 그린 그림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남들이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수도 있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보이는 건 아니다. 보고자 하는 사람, 뜻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길을 열어준다. 즐거운 일, 사랑할 일이 구석구석에 많다.
우리 연배 사람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는 화물차처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노인들을 홀대한다. 이런 풍토는 바뀌면 좋겠다. 나이 들면 하찮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남을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버킷리스트가 있으신가요?
첫 번째로 이탈리아 스승을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페라리 자동차를 만든 명인 스칼리에티는 나의 스승이다. 14세 때 기름 1ℓ를 넣은 오토바이를 타고 모데나에서 베로나까지 100㎞ 구간을 갔다고 한다. 집에 돌아올 때는 적정 속도와 연료 소모량을 계산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다음 소량의 연료만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1950년대 벨로솔렉스 오토바이를 주문했다. 미술관 아래 밭 근처에 있던 밤나무가 죽었다. 지름이 1m 정도 되는 큰 나무였다. 그 나무와 오토바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스승에게 보답하는 오마주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번째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10년 전 ‘꼴, 좋다! 자연에서 배우는 디자인’이라는 책을 펴냈다. 강의 교재로 썼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것으로, 모든 형태는 자연을 따른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지금 두 가지 책을 구상 중이다. ‘꼴, 좋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새로 써서 큰 사이즈로 낼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스승에게 들은 자동차와 카로체리아(carrozzeria)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카로체리아는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집 뒤에 있는 500평(1652㎡) 규모의 정원을 영국의 채리티 가든(Charity Garden)처럼 만들고 싶다. 자선 정원으로 운영해 입장료를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이 사업은 아내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계신데요. 사재를 들여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술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꼭 자동차와 관련된 꿈이 아니어도 좋다.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미술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로 있는 김상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그가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뭘 할지 몰라 고민할 때 내가 “천장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을 가지고 연구해봐라” 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에 들어가더니 졸업작품으로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을 만들어 미국에서 올해의 과학자에 선정되었다. 많은 분이 여기를 자유롭게 방문하시길 바란다. 예약하면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진 흑연 연필은 꿈을 그릴 수 있다. 연필로 꿈을 그리듯 이곳이 모두의 꿈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소망도 커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노년층의 쇼핑 수단을 바꿔 놨다. 매장을 직접 찾아가 실물을 본 후 구매결정을 했던 노년층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상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전자상거래 트렌드’에 따르면 전자상거래가 글로벌 소매 유통시장의 13.2%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1.0%씩 성장한 데 이어 코로나19 기간에 핵심 쇼핑 수단으로 떠올랐고 이후에도 일상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노년층이 온라인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점이다. 데이터 조사기관 퍼스트 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쇼핑장소나 소비방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베이비붐 세대(56∼74세)는 지난 2월 28일 26%에서 3월 17일 71%로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사용률이 증가했다’고 답한 베이비붐 세대도 이 기간 8%에서 23%로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지출액을 줄였다’고 응답한 베이비붐 세대는 38%로, 전 세대 평균 응답률(47%)을 밑돌았다.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춘 노년층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소비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전자상거래의 회원가입, 전자결제 등 번거로운 절차가 고령 소비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했지만, 오프라인쇼핑이라는 대안이 없어지자 자녀나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노년층이 온라인시장의 다양한 품목과 우수한 품질을 경험하면서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사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수석연구원은 “온라인 전환은 신규 고객과 사업을 발굴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국경 없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쇼핑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기업들은 판매 채널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막힘없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보다 6.8포인트 오른 77.6으로 집계됐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현재생활형편(79)·생활형편전망(85)·가계수입전망(87)·소비지출전망(91)·현재경기판단(36)·향후경기전망(67)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19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번에 조사된 소비자심리지수(77.6)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77.9)과 비슷한 수치다. 다만 4월보다는 7포인트 가까이 올라갔다. 소상공인 카드결제 정보관리기업인 한국신용데이터의 5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소상공인 매출액이 전년도 5월 매출액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언론은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마중물 효과를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응했다.
실제 재래시장 경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싶어서 강동구 암사시장을 5월 27일 저녁 7시경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긴급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확실히 재난기금이 시장에 온기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암사시장은 8호선 암사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손님들이 늘 북적이는 곳이다. 자주 암사시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평소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숫자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부의 재난기금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난달보다는 확실히 손님들이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은 아직 아닌 것 같다. 기자의 눈으로 볼 때는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의 숫자가 코로나19사태 이전보다 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는 꼭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가벼운 군것질을 하러, 또는 놀이 삼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런 손님들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액은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입구에는 손님들이 언제든 손 소독을 할 수 있도록 상인회에서 비치해놓은 손 소독제가 보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시장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주변도 이전보다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 안에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뒹굴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조명도 밝게 밝히고 상인들도 더 활기차게 움직였다. 손님이 늘어나자 저절로 활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평소에 먹기 어렵던 고기를 많이 산다는 얘기가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고기보다는 쌀을 사는 데 더 많이 썼다고 한다. 시장 안 정육점 여러 곳을 눈여겨봤는데 손님이 특별히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허례허식이 줄고 가성비를 많이 따진다. 천호동의 유명 순댓국집은 포장 순댓국 할인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기와 국물과 양념파만 주고 대폭 활인 된 가격 4900원을 받는다. 손님이 깍두기와 다진 양념을 요구하면 6000원을 받는다. 기본적인 것만 제공하고 가격을 낮춘 판매 전략이 눈에 띈다. 어떤 음식점은 밥이 부족한 손님을 위해 반 공기에 500원을 받는다. 밥을 더 주문하면 한 공기에 무조건 1000원을 받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
시장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손님들은 필요한 물건만 사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알게 모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재래시장도 이제 가성비를 생각하는 손님들의 트렌드에 맞춰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난 13일부터 본격 지급되면서 편의점이 주요 소비 채널로 떠올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매출을 전주 동요일과 비교한 결과, 고가 생필품과 장보기 관련 상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고가 상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눈에 띄는 상품은 남성용 면도기와 화장품이다. 해당 기간 면도기와 남성화장품은 각각 45.2%, 48.1% 크게 증가했다.
아이스크림도 전체 11.3% 증가했는데, 그중 고가 아이스크림(나뚜루·하겐다즈 등) 매출이 21.6% 증가한 반면, 일반 저가형 아이스크림은 9.9%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류도 동일한 트렌드를 나타냈다. 해당 기간 전체 주류 매출은 7.5% 증가했는데 고가 상품인 와인과 양주가 각각 17.2%, 12.8% 오르며 성장을 주도했다. 맥주는 8.3%, 소주·막걸리는 4.1% 늘었다.
이들 상품들은 편의점에서 고가상품에 속하는 만큼 일상적 수요가 아주 크진 않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심리적 경제 부담이 줄어든 탓에 소비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샴푸, 비누, 칫솔 같은 생활용품들도 전체적으로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 13.6% 늘었고, 섬유유연제 및 세제 같은 가정용품도 24.0% 증가했다.
식료품에선 봉지면 17.3%, 건강식품 15.9%, 간편과일 34.9%, 반찬 9.0% 매출 증가세를 보였고, 냉장식품과 냉동식품도 각각 10.3%, 13.8% 뛰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만큼 기본적으로 가맹점의 매출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인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주 수요가 이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명 ‘욜드족’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욜드(Yold)란 ‘Young Old’의 줄임말로 젊은 시니어라는 뜻. 나이로 보면 노년층이지만 몸과 마음이 젊은이들 못지않다는 의미로 생겨난 신조어다. 주로 65~75세 사이의 시니어 세대를 통칭한다.
영국의 정치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20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만 30세 이상 인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수동적인 은퇴생활을 거부하는 젊은 시니어들을 비중 있게 다뤘다. 올해는 욜드 세대가 서비스, 금융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욜드족들은 지속적으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에 참여하는 걸 축복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는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재력까지 뒷받침되는 이 욜드 세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콘퍼런스와 전시회가 점점 많아지고 관광업계, 식품업계, 금융업계는 욜드족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새 판을 짜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트렌드를 모두 소화하는 젊은 시니어들은 이제 뒷방으로 물러난 노인네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키워드가 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2020년 국내 소비 트렌드로 ‘INSIDE’를 제시했다. 귀차니즘 소비(I), 큐레이션 마이 라이프(N), 마이 데이터 수집가(S), 팝업 경제(I), 디지털 힐링(D) 그리고 ‘젊은 취향의 시니어’(E)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영문의 철자를 따온 것이다. 특히 젊은 취향의 ‘뉴시니어’를 ‘Especially Lively Senior’라 일컬었고, 이를 축약해 ‘Senively’(시니블리)라 표현했다. 에이지리스, 그야말로 나이를 떠나 트렌드의 중심이 된 그들의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 현대백화점
과거 노인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중장년 세대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긴다. 이른바 ‘젊은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본인의 경제력으로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 및 에이지리스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랜플루언서(그랜드파더·마더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용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노인을 의미) 및 라이블리 시니어에 주목한 문화 콘텐츠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요즘 시니어들은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을 꾸미는 데 아낌없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며,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있으면 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니어의 젊은 취향을 고려하되, 그들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가 입어야 신상이 된다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이들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패션 산업에서도 필수요소가 됐다. 중장년 소비자의 경우 늙음을 인식하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들길 원하며,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지양하면서 보다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이들은 쇼핑을 단순히 구매 목적이 아닌 사회활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며,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와 감각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니어의 특성에 따라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소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시니어 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 등은 젊은이에겐 트렌디한 존재로 여겨지고 동년배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편,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 없이도 나이의 벽을 허문 에이지리스 패션을 선보이며 주니어와 시니어 세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패션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르베이지’, 한섬의 에이지리스 브랜드 ‘레트바이티’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목동점, 판교점에 이어 올해 미아점에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열었다. 4월엔 신촌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코너스는 ‘엄마와 딸이 함께 휴식하는 공간’을 콘셉트로 잡았다. 3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패션 상품은 물론 패션잡화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체험형 매장에 주안점을 두고 가죽공방 ‘토글’, 드라이플라워 클래스 ‘플라워 온실’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마음까지 젊어지는 ‘안티에이징 성형’ 원해
‘자기 나이로 보이면 노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근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안미모를 자랑하는 시니어가 많다. 사실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본능이다. 때문에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는 자존감 하락 및 심리적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젊음을 유지하고 자기만족 및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모를 가꾸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피부과,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관리실, 미용실 등에 소비하는 시니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성형외과·피부과’의 경우, 과거에는 흉터 제거나 치료 등을 위해 방문했다면, 근래에는 미용 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부각하고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한다.
안티에이징 성형 Q&A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은 “요즘 중장년은 외모를 위해 시술과 수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시니어 성형에 관한 트렌드와 조언을 들어봤다.
Q. 중장년 사이에서 떠오르는 뷰티 트렌드는?
남녀 구분 없이 80대까지 다양하게 찾아오신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가 많아, ‘빠른 일상의 회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수술은 조직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볼륨을 채워주는 수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피부 절개와 박리를 하고, 중력과 맞서기 위해 어딘가에 고정하기 때문에 멍과 붓기가 생겨 대부분 일정 기간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 해소를 위해 최소한으로 절개, 박리, 고정하는 다양한 수술 방법이 고안되었고 눈 처짐, 볼 처짐, 무너진 턱선 수술 등에 적용하고 있다.
Q. 시술이나 성형을 통한 기대 효과는?
간단한 시술, 즉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들은 비교적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속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남짓이다. 수술적인 방법은 개선 효과의 폭이 더 크지만, 이 역시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외모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동안 관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앞서 말했듯 안티에이징 수술은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영원히 젊어지는 마법은 아니다. 중력이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과도한 개선을 바라고 계획하거나, 수술 효과가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절개, 박리, 절제 등의 수술이 유행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Q. 에이지리스 뷰티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상담을 하다 보면 나이보다 유난히 젊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형들이 그렇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셔야 한다.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테크노부머 시니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시니어들의 영향으로 디지털페이 이용 고객 중 중장년층 비중이 증가했고,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와 달리 인터넷 기반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달되는 서비스)의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서도 ‘현재의 중장년층도 젊은 세대만큼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전 세대)이 55.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시니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모바일 앱 등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중장년의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가 ‘건강’이라는 점에 착안해, 헬스 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의 고립감 해소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와 데이트 서비스 등을 적극 개발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