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재래시장 경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싶어서 강동구 암사시장을 5월 27일 저녁 7시경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긴급재난기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확실히 재난기금이 시장에 온기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암사시장은 8호선 암사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손님들이 늘 북적이는 곳이다. 자주 암사시장을 방문하기 때문에 평소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숫자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부의 재난기금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난달보다는 확실히 손님들이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은 아직 아닌 것 같다. 기자의 눈으로 볼 때는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의 숫자가 코로나19사태 이전보다 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는 꼭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가벼운 군것질을 하러, 또는 놀이 삼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런 손님들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액은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입구에는 손님들이 언제든 손 소독을 할 수 있도록 상인회에서 비치해놓은 손 소독제가 보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특성상 시장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주변도 이전보다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장 안에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뒹굴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조명도 밝게 밝히고 상인들도 더 활기차게 움직였다. 손님이 늘어나자 저절로 활기가 생기는 모양이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평소에 먹기 어렵던 고기를 많이 산다는 얘기가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고기보다는 쌀을 사는 데 더 많이 썼다고 한다. 시장 안 정육점 여러 곳을 눈여겨봤는데 손님이 특별히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허례허식이 줄고 가성비를 많이 따진다. 천호동의 유명 순댓국집은 포장 순댓국 할인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기와 국물과 양념파만 주고 대폭 활인 된 가격 4900원을 받는다. 손님이 깍두기와 다진 양념을 요구하면 6000원을 받는다. 기본적인 것만 제공하고 가격을 낮춘 판매 전략이 눈에 띈다. 어떤 음식점은 밥이 부족한 손님을 위해 반 공기에 500원을 받는다. 밥을 더 주문하면 한 공기에 무조건 1000원을 받는 등식도 깨지고 있다.
시장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손님들은 필요한 물건만 사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알게 모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재래시장도 이제 가성비를 생각하는 손님들의 트렌드에 맞춰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