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귀에 익숙한 노랫말에 나오는 산 너머 남촌은 산촌일까?
산촌일 가능성이 높지만 산촌이 아닐 수도 있다. 산자락 마을일지라도 개간을 통해 넓은 경지를 품고 있다면 산촌이 아니다. 또한 사람이 살기 좋아져 인구가 많아진다면 이때도 산촌은 아니다.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산촌의 구체적인 법적 정의가 대통령령(산림기본법 시행령 제2조)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제1호.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산림면적의 비율이 70% 이상일 것
제2호. 인구밀도가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제3호. 행정구역면적에 대한 경지면적의 비율이 전국 읍·면의 평균 이하일 것
우리가 정서적으로 인식하는 노랫말이나 서정시 속의 산촌과 산림기본법에서 정하는 법적인 산촌은 이렇게 다르다. 지역 사례를 통해 산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3가지 법적 조건 충족돼야 산촌
인제, 양구, 화천은 강원도 북부 내륙에 자리한 산골 중의 산골이지만 이곳에도 산촌이 아닌 곳이 있다. 펀치볼로 유명한 양구군 해안면은 면 전체가 너른 분지를 형성하고 있어서 산림면적 비율이 70%에 미치지 못한다. 3개 군의 나머지 14개 읍면은 모두 산촌이다.
김제는 경지면적 비율, 즉 농사짓는 땅이 많기 때문에 산촌이 아닌 농촌이다. 전북 김제시의 1읍·14면·4동 중 산촌은 금산면 한 곳이다. 금산면은 모악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예외적으로 산지 비율이 높다.
그럼 섬 지역도 조건만 충족된다면 산촌일까?
물론 그렇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와 주변 부속도서를 묶은 행정명칭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인데, 섬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데다 경지는 적고 인구밀도도 낮아 산촌에 해당한다.
신안군 흑산면뿐 아니라 영광, 진도, 완도, 고흥, 여수, 남해, 거제, 통영 등에는 이처럼 바다에 뜬 산촌이 흔하다. 다도해를 품고 있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해당하는 얘기다.
정리하자면 오지가 곧 산촌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섬도 산촌이다.
오지가 곧 산촌이 아닌 경우도
통상적인 인식과 실제가 다른 것은 산촌의 정의뿐만이 아니다. 산촌 체험의 범위 또한 모호한 것은 매한가지다.
산촌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이란 어떤 것이며, 이런 체험을 통해 방문객과 산촌민은 각각 어떤 이득을 얻게 될까?
우선 산촌 체험의 대강을 살펴보자.
① 임산물 채취 및 요리 : 알밤 줍기, 두릅 따기, 산양삼·버섯·산나물 캐기
② 숲길 탐방 : 숲 해설 및 삼림욕, 숲 놀이터, 숲속 음악회
③ 나무공예 : 목공예품 제작, 나뭇잎 조각 및 프린팅
이들 체험의 공통 요소를 꼽자면 산림이다. 산림은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임산물을 생산하는 기반으로서 국가발전과 생명체의 생존을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산(산림기본법 제1장 제2조)이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기꺼이 체험 소재로 활용하는 활동이라면 그 결과는 어떠한 형태로든 체험 당사자에게 이득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체험 당사자란 체험자인 방문객과 체험 제공자인 산촌민을 두루 아우른다.
이들 두 당사자를 주체로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산촌 체험을 정의하자면, ‘산촌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치유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산촌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산촌 지역의 진흥을 가져다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때 산촌이 진흥된다는 것은 산촌의 소득이 늘어나고 산촌주민의 복지가 증진되는 것(산림기본법 제8조)을 말한다.
시야를 넓혀 산촌 체험을 바라볼 경우, 체험자에게 치유와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넘어 귀산촌의 전초 과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임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귀산촌 준비의 8개 단계(① 귀산촌에 관심 갖기 ② 산촌 체험 ③ 가족 동의 ④ 작물 선택 ⑤ 기술 습득 ⑥ 정착지 물색 ⑦ 주택·임야 매입 ⑧ 산림 경영계획 수입) 중 두 번째 단계가 산촌 체험이다. 다시 말해 산촌 체험은 자신이 귀산촌 생활에 적합한지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므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귀산촌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등 현장 실습을 해보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산촌 체험의 부가적인 이득이 될 수 있다.(강원도 평창은 군 전체가 산촌이지만 고랭지 채소를 임산물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산촌의 소득과 복지 증진이 과제
산촌 체험이 활성화되면 체험자(방문객)도 좋고 체험 제공자(산촌민)도 좋은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산촌 체험이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임산물 채취, 숲 탐방, 나무공예 등이 산촌 체험의 대표적인 형태이지만 이들은 태생적으로 농촌 체험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비근한 예로 나물을 산에서 캐면 산나물로서 임산물이지만 밭에서 길러 수확하면 농산물이 된다. 도라지나 곤드레를 밭에서 캐보고 요리를 해보는 체험은 산촌 체험일까? 농촌 체험일까? 감자와 고구마는 분명한 농산물이지만 산자락 밭에 심은 감자나 고구마를 캔다면 과연 농촌 체험일까? 산촌 체험일까?
이처럼 농촌 체험으로부터 산촌 체험을 골라내는 것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멧돼지가 산돼지냐 집돼지냐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산촌생태마을이라 알려진 곳을 찾아가 보면 마을의 운영 주체는 대부분 영농조합법인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산촌 체험은 별도의 입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
상황이 이렇다면 산촌 체험은 장소가 아니라 재료를 기준으로 정의 내려야 할 듯하다. 다시 말해 산촌에서 진행하는 체험이 아니고 산림자원을 재료로 하는 체험을 산촌 체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돼지에 비유하자면 집에서 기르더라도 멧돼지는 재료(?)를 기준으로 그냥 멧돼지로 보자는 것이다.
자, 이제 재료를 기준으로 산촌 체험을 다시 분류해보자.
① 임산물로 분류되는 은행, 밤, 잣, 더덕, 도라지, 각종 나물, 구기자, 오미자 등은 자연산이 아닌 밭작물일지라도 산촌 체험의 대상으로 본다.
② 산촌 지역이 아닌 곳에 조성된 숲과 가로수에서 삼림욕 등을 하는 것도 산촌 체험으로 본다.
③ 목재를 체험 소재로 하는 목공예품 제작과 나뭇잎 조각 및 프린팅 등도 산촌 체험으로 본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 과정과 그에 따른 정교한 정의가 필요하다. 산촌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의재미술관은 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에 있다. 광주 사람들의 무등산 애호는 유난하다. 세상에서 가장 듬직하고 후덕한 산으로 친다. 흔히 대찬 줏대와 넘치는 예술적 풍정을 광주의 개성으로 꼽는다. 이는 무등산을 산소처럼 숨 쉬며 살아가는 지역민들에게 은연중 형성된 토착 정서의 산물로 해석되기도 한다. 무등산 하면 한국화가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그는 무등산 산방에서 30여 년을 살았다. 화가로, 다인(茶人)으로, 농업 교육가로, 실천적 도인으로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의재미술관은 의재의 웅장한 정신과 실천을 톺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초가을 잎사귀들이 바람결에 춤춘다. 머잖아 조락할 신세지만 아직은 산목숨이라 기쁘다는 투로. 나무들의 초록 물결 사이로 난 등산로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나무와 등산객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었다. 간혹 의재미술관으로 입장하는 이가 있을 성싶지만 도통 기척이 없다. 미술관에서 노니는 재미가 등산에 못 미칠 게 있나? 그러나 어딜 가나 썰렁하기 십상인 게 미술관이다. 게다가 의재미술관은 없는 듯이 있다. 티 내어 모습을 드러내길 애써 삼갔다. 숨은 듯이 있는 숲속의 미술관이다.
다시 말해 이 미술관은 자연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무등산의 가족이 되기 위해 몸을 낮췄다. 애초 설계가 그랬다. 산보다 돋보이거나, 산색보다 튀거나, 산허리를 갉아먹는 식의 무례를 범하지 않을 설계를 했다. 덕분에 무등산과 좋은 사이로 지낸다. 이런 미술관이 어디 흔하던가? 중견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를 주도했다. 그는 도드라지거나 요란한 건축에 질색한다. 사람의 욕망과 기술이 자연을 타고앉아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미술관은 일직선으로 늘어선 3개의 건물로 구성했다. 전시실이 있는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었다. 건물의 생김새는 극히 모던하다. 노출 콘크리트와 강화유리, 목재를 조합해 세련미와 기능성을 구현했다. 기발한 디자인과 미학을 주조로 삼은 건물은 아니다. 언뜻 보면 차라리 요즘에 흔한 건축 유형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참신하다. 자연환경에 녹아들어간 조화로움과 생동감을 불어넣은 섬세한 디테일로 품격과 미를 동시에 잡았다. 이런 미덕을 평가받아 개관한 해인 2001년에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의재미술관은 의재를 기리기 위해 문을 연 사립미술관이다. 의재의 종손 허달재 화백이 재단을 만들어 설립을 주도했다. 흥미로운 건 광주시 역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이다.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고 막대한 건립 재원까지 협찬했다. 사립미술관 건립에 시가 물심양면으로 거들었다? 드문 경우다. 의재의 삶에 서린 오라가 사후까지 여론을 움직여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그림은 물론 덕망과 신망으로 본을 보이고 떠난 이가 의재다. 광주의 ‘큰 어른’으로 똑떨어지는 행장을 남겼다. 다재(多才)와 이타(利他)로 사람들의 마음을 샀다. 광주 사람치고 의재의 됨됨이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의재는 남종화의 대가다. 보이는 대로 그리는 동양화가 북종화라면, 느끼는 대로 그리는 동양화는 남종화다. 이른바 ‘사의’(寫意)를 표출하는 남종화풍이 성행한 건 18세기 조선 화단의 거두 윤두서, 정선, 조영석 등에 의해서였다. 이후 강세황과 추사에게로 그 맥이 이어졌고, 소치 허련에 이르러 남종화의 토착화가 이루어졌다. 소치의 화풍은 그의 후손인 미산 허형과 남농 허건, 그리고 의재 허백련에게 상속돼 화려한 꽃을 피웠다. 20세기 이후 주로 소치의 혈육들에 의해 남종화의 전통이 계승된 셈이다.
“나는 차 한 모금만큼 향기로웠나?”
이제 본관으로 들어선다.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친 건물 내부는 외부처럼 말끔하다. 벽면과 천장과 기둥은 흰 칠을 입어 환하다. 게다가 병풍처럼 가로로 널따랗게 펼쳐지는 전면 유리창으로 외부의 빛이 물살처럼 솰솰 들이쳐 한층 밝다. 밝기만 하면 무슨 재미? 운치는 무엇으로 돋우나? 유리창을 즐비하게 배치한 이유가 다 있다. 채광은 기본이고 덤으로 차경(借景 : 외부 풍경 끌어들이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거다. 창 너머 나무들이 토하는 초록과 씽씽한 기세는 그저 본연일 뿐이다. 그런데 그게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일 경우엔 맛깔이 다르다. 그림에 맞먹을 흥취를 야기한다.
전시실에서는 ‘문향(聞香); 인연의 향기를 듣다’전이 진행되고 있다.(11월 28일까지) 산수화, 사군자, 화조도, 서예 등 의재의 작품 34점이 걸렸다. 모두 쌍낙관(雙落款 : 그린 이와 받는 이의 이름이 함께 들어간 낙관)이 찍힌 작품들이다. 의재가 지인들에게 그려준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라는 얘기다.
현대의 서양화는 전위적이고 도발적인 작풍으로 사람의 굳은 상식을 전복한다. 기상천외한 발상과 쇼로 갈채를 유발한다. 이에 비해 오나가나 산수를 소재로 삼는 동양화는 저만치 홀로 핀 들꽃처럼 얌전하다. 고답적이라 따분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가, 푸대접이 다반사다. 요즘은 아예 찬밥 신세다. 전통 수묵화를 그리는 이 자체가 드물어도 너무 드물다. 이 점에서 국내 유일의 남종화 전문 미술관인 의재미술관은 전통 회화의 마지막 보루일지도. 의재의 그림에 관해선 토를 달 게 없다. 필치는 능란하며 드러나는 세계는 따뜻해서 아름답다. 별유천지다. 개결하며 유현하다. 나 같은 석두조차 설레게 하는 화풍이다.
의재는 그림에만 정신을 쏟진 않았다. 그를 지배한 이상과 상상은 광활했다. 심중에 ‘삼애’(三愛)를 품고 살았다. 애천(愛天)·애토(愛土)·애가(愛家)를 푯대로 삼았다. 춘설차를 보급, 대중으로 하여금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진실을 체험하게 했다. 그 무엇보다 그의 생각과 실천은 항상 일치했다. 농업학교를 세워 농사꾼을 양성하기도 했는데, 그를 찾아온 화가 지망생들은 반드시 농사일을 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을 의재미술관 지척에 있는 자그만 산방 춘설헌에서 도모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의재는 “나는 실패한 화가”라 했다. 이런 말도 남겼다. “과연 내 한평생이 춘설차 한 모금만큼이나마 향기로웠던가? 얼굴이 붉어진다.” 말년까지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봤던 것이다. 도란 대체로 자성(自省)으로 무르익는다. 자성엔 끝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를 도인이라 하고.
[신문물 설명서]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휴가’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산책 삼아 울긋불긋 단풍진 숲속을 거닐거나 서재에서 여유롭게 책 읽는 시간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뙤약볕 아래에서의 골프 라운딩, 땀 흘리며 오르는 등산길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스포츠케이션’을 떠난 MZ세대다.
쉴 때도 운동할래요
스포츠케이션은 스포츠(Sports)에 휴가(Vacation)를 더한 신조어다. 휴가지에서 운동이나 액티비티 활동을 즐기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스포츠케이션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포츠케이션은 휴가보다 운동을 우선시하며, 운동을 위해 휴가지와 숙소를 선택하고 일정, 예산까지 모두 운동에 맞춰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한 휴식보다 액티비티나 스포츠를 위한 휴가를 즐기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이 지난 6월 MZ세대 4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휴가지에서 ‘액티비티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이는 무려 72.4%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28.8%가 휴가 계획을 세울 때 ‘액티비티 등 즐길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스포츠케이션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팬데믹이 있다.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여럿이 모이기 어려워서다. 실제로도 골프와 헬스, 등산, 자전거 타기 등 혼자나 적은 인문이 즐기는 스포츠 종목이 인기다.
여기에 MZ세대만의 특징이 더해져 스포츠케이션이 탄생했다. 건강과 자기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적 특성이 휴가와 맞닿은 것. 이들은 무기력해지기 쉬운 코로나 시국에도 자신만의 운동 습관을 만들고 공유하는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 이른 아침 일어나 운동하는 ‘미라클 모닝’을 유행시킨 주역이다.
호텔업계는 ‘호트’(호텔+트레이닝의 신조어)로 화답했다. 호텔 투숙객은 요가, PT, 필라테스, 농구, 카트 라이딩 등의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올여름 호캉스를 다녀온 A씨(26)는 “휴가 기간에 매일 호텔 내 헬스장을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MZ세대의 휴가를 책임지다
골프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은 운동인 골프로 눈을 돌린 것이다. 오상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4050세대의 전유물이던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시니어의 고급 사교장이나 다름없던 골프장을 ‘핫플’(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사업이나 친목 도모를 위해 골프를 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운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골프웨어와 아이템으로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즐긴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또한 골프장에서의 일상뿐 아니라 휴가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유튜브 브이로그로 공유 한다. 실제로 ‘#골린이’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만 9월 기준 53만7000건이 등록됐다.
골린이(골프+어린이의 신조어)들은 골프 여행을 휴가 방식으로 선택했다. 운동하면서 멋진 풍경을 즐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킬 수 있어서다. 인천 영종도, 남해, 거제도 등 골프장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어 휴가지의 선택 폭이 넓은 점도 매력적이다. 이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 펜션’까지 등장 했다. 이승찬 아체로 빌라&골프 대표는 “장년층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펜션을 찾고 있다”며 “1997년생 고객이 친구들과 방문하거나, 젊은 부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호텔들도 자체 스크린 골프 시설 이용권이나 골프용품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5060세대 전유물인 등산에도 스포츠케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 등산객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롯데백화점 올해 상반기 아웃도어 상품 매출에서 2030세대 고객의 매출 신장률이 31%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 ‘#등린이’ 해시태그가 23만7000개나 등록됐다는 사실 또한 인기를 입증한다.
등린이(등산+어린이의 신조어)들은 주말과 휴가철을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악회 대신 등산 크루나 등산클럽을 꾸리고 게임하듯 ‘명산 100 챌린지’에 참여해 배지를 모은다. 등산 후 기록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것은 물론, SNS 해시태그나 등산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다녀온 등산 코스, 주변 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기도 한다. 비닐봉투를 챙겨 쓰레기를 줍는 ‘클린 산행’으로 건강, 휴식, 환경까지 챙기는 ‘일석삼조’ 효과도 누린다. 등산 콘텐츠 크리에이터 조초록은 “거들떠도 안 보던 산을 올여름엔 10번이나 갔다”며 “MZ세대에게 등산은 체력도 기르고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 매력적인 취미”라고 말했다.
스포츠케이션은 ‘요즘 젊은 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장년층 건강관리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말하기도 입 아픈 수준이다. 재밌게 건강관리를 하고 싶거나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마냥 누워 있기 질린다면, 올가을 등린이 아들, 골린이 딸과 함께 스포츠케이션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여행이 위축됐다. 이에 호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호캉스족’이 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여행 욕구를 개별 공간이 보장되는 호텔에서 푸는 문화가 확산한 셈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명절 연휴조차 고향에 내려가기보다 호캉스로 시간을 보냈다. 여행 플랫폼 야놀자가 이번 추석 연휴(9월 18일~22일, 총 5일)의 국내 여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호텔 이용률이 전년 연휴 대비 40.7% 증가해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이에 발맞춰 호텔업계는 다양한 패키지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실버 호캉스'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가을을 맞아 11만2400여㎡(약 3만4000평) 숲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도심 라운딩 앤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라운드와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데다 골프클럽 짐맥클린 골프스쿨 프로에게 개별 레슨을 받은 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골프는 비거리 300야드, 3개 층 75타석의 완전 자동 티업 시스템을 갖춘 실외 연습장(90분)과 호수와 그린이 펼쳐진 파3 골프장 중 선택 가능하며 11월 30일까지 운영된다.
웨스틴 조선 서울은 필름 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고 고품질의 LP 음악을 감상하며 아날로그 감성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폴 인 레코드’ 패키지를 내놨다. ‘레코드(Record)’의 중의적 의미인 기록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담아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이용객에게 객실 타입에 따라 흑백 필름 카메라와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이 제공된다. 오는 11월 21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콘래드 서울은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실버 럭셔리(Silver Luxury)’ 패키지를 선보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할리우드 연예인이 다녀간 펜트하우스와 스위트룸에서 숙박하며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객실에는 뵈브 클리코 샴페인 1병, 콘래드 서울 타워 모양을 모티프로 하여 만든 시그니처 디저트 타워가 마련돼 있으며 세단 차량 픽업 서비스도 있다. 11월 29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투숙은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능하다.
건강검진과 호캉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있다. 부산미래IFC검진센터는 지난 5월 같은 건물의 아바니센트럴부산호텔에서 숙박하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HO캉스! 프리미엄 숙박검진 패키지’를 선보였다. 숙박 검진을 통해 검진 전 금식, 식이 조절, 약 복용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고 건강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대훈 부산미래IFC검진사업부 지원팀장은 “오픈 이벤트로 진행했었던 숙박검진 패키지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 고객이 비교적 많았다”며 “호텔과 센터가 같은 건물이라 이동이 용이함은 물론이고, 대장내시경을 진행하는 경우 검진 전 금식이나 약 복용 등을 집보다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패키지 진행에 대해서는 “현재 VIP 검진 항목에 한정해 조식을 포함한 숙박권이 포함돼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마땅히 쏟아부어야 할 재능을 넘치도록 쏟아붓고서야 존립이 가능한 게 사립미술관이다. 사립미술관 운영, 이는 사실 고난의 장정이다. 열정, 인내, 감각, 혜안, 리더십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자금력을 보유해야 한다. 극소수 사립미술관 외엔 다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다. 해서 부침과 명멸이 잦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한 사립미술관이 한둘이겠는가. 이런 난처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모란미술관은 파랑을 잘 헤쳐왔다.
개관한 게 31년 전인데 까딱없이 ‘생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 똑똑한 미술관은 국내의 첫 번째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출현했다. 남양주시 화도읍 외곽의 시퍼런 산 아래에 있다.
모란미술관에 닿자마자 만나는 건 작품이다. 미술관 정문이 통째 작품이니까. 제목은 ‘문’(門)이다. 페루 출신의 조각가 알베르토 구즈만이 1994년에 모란미술관을 위해 만들었다. 사각형과 타원형으로 구성한 프레임 안에 세로로 내리지른 문살과 원통형 구멍들을 조합한 이 철대문은 파란색을 입어 세련미로 차분하다.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예술을 즐기라고 만든 작품일 테다.
모란미술관의 부지는 넓어 8000여 평에 이른다. 안으로 들어서면 너른 정원 곳곳에서 보기 좋게 자란 나무들과 화초들, 그리고 잔디밭이 뿜는 초록이 눈길에 가득 차올라 상쾌하다. 뒷산의 무성한 숲과 광활하게 펼쳐지는 푸른 하늘, 느릿느릿 평온하게 흐르는 구름 역시 미술관의 안온한 분위기를 북돋운다. 마음 둘 공간 없는 도시에서의 긴장이나 불안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다. 자연스러운 경관에서 쏟아지는 활달한 기운이 완연하다.
이 미술관을 설립한 이는 이연수(76) 관장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한동안 그림을 그렸다. 한편 해외 미술관 순례를 통해 안목과 조예를 길렀고, 일찍부터 이상적인 미술관의 상을 그려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조용한 숲속에 미술관 하나 만들고 싶다는 염원을 키우게 됐다. 화가의 길을 잠시 걸었으나 마음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 미술관 건립을 인생의 숙원으로 삼게 되었던 것. 그는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국내 최초의 사설 공원묘원인 ‘모란공원’을 설립한 남편 홍석웅(작고)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조력을 얻어내고서였다.
조각정원의 물씬한 자연미
모란미술관의 구색을 볼까. 공간 중앙부에는 실내 전시회가 열리는 본관 건물이 있다. 단연 눈에 확 띄는 건 노란색을 칠한 박스형 건물인 수장고와 이마받이로 맞붙은 ‘노래하는 탑’이다. 피사의 사탑처럼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허공으로 치솟은 이 기묘한 노출 콘크리트 탑의 높이는 27m로 시각적 흥취를 자아낸다. 건축가 이영범(작고)의 작품이다. 2003년 미국건축가협회 뉴욕지부가 주는 디자인상을 수상한 건물로, 텅 비운 내부에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7개의 종을 매달아 바람이 불면 종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설계했다. 현재 ‘노래하는 탑’엔 로댕의 조각상 ‘발자크’가 전시돼 있다. 로댕의 원작을 석고로 주조한 것으로 루브르미술관의 ‘주물 아틀리에’가 제작했다.
모란미술관은 조각 전시를 본분으로 삼았지만 본관 전시장을 통한 다양한 작품전도 동시에 병행해왔다.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갖가지 장르를 선보이는 기획전을 꾸준히 펼쳤다. 그래도 초점은 역시 조각 전시에 있다. 이 미술관이 국내 어디에도 없었던 조각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며 등장했을 때 미술동네 사람들은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회화의 뒷전으로 밀려 대중성과 관심도가 낮은 장르가 조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30여 년을 굳세게 버텼다. 야심 찬 일련의 조각 기획전들을 펼쳐 과소 평가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모란미술관 측이 억누를 길 없는 자부심을 표하며 자랑하는 조각 관련 행사가 하나 있다. 개관 이듬해인 1992년에 펼친 ‘국제조각심포지엄’이다.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진 해외 조각가들을 초청해 한바탕의 조각 페스티벌을 벌인 것이다. 이 행사의 백미는 참여 작가들을 3주간 체류시키며 야외 작업장에서 조각을 빚어내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 완성된 작품들은 곧바로 야외 조각장에 전시됐으며, 현재까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개 사립미술관이 저지른 이벤트치고는 당돌하고 알찬 것이었다. 이 행사는 모란미술관이 부상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게 아닌가.
길차게 자란 수목들 사이로 난 모란미술관 정원의 길들은 아름다워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일부러 애써 단장하기는커녕, 식물마다 가진 제 재능을 알아서 맘껏 펼쳐보라는 듯 방임하기를 능사로 삼은 정원이다. 자연미 물씬한 야생 정원이라 할까. 푸근한 흙길과 잔디밭을 자박자박 밟으며 거닐 때 여기저기서 눈길로 뛰어 들어오는 사물들은 조각 작품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곳엔 국내외 작가들의 조각 100여 점이 산재한다.
미술관의 김유나 큐레이터에 따르면, 가장 인기를 끄는 작품은 백현옥의 ‘장날’이란다. 시골 장에 염소 일가족을 몰고 나온 노인을 조형한 작품이다. 조각이 일쑤 관심을 사지 못하는 건 과도한 추상성으로 골치 아프게 다가와서인데, 이 작품은 쉬워도 너무 쉬워 단박에 감정이입이 된다. 작가는 아마도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했을 것이다. 구본주의 ‘이 대리의 백일몽’도 재미있다. 곡예사처럼 절묘한 재주를 발휘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속 사회의 풍정을 코믹하고 쾌활하게 표현했다. 한국 추상조각 1세대 작가 최만린의 ‘095-9’는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작품이다. 대지가 지닌 원초적 생명력을 심오한 추상성으로 구현했다.
자연과 예술. 둘 중 힘이 센 건? 이게 우문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자연을 모방하고 추종하는 신하, 자연의 미와 비밀을 발견하기 위한 모험, 아마도 이게 예술이지 않을까. 예술을 만날 때 마음은 어느덧 자연으로 흘러간다. 사소한 풀 한 포기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모든 은성한 자연이 이미 예술을 품고 있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인데, 이 미술관의 후원엔 웬만한 예술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심원한 연못이 하나 있다. 깊고 서럽고 아름다운 전설이 스멀거리는 것만 같은, 아주 작은 연못이다. 이 연못 하나만으로도 모란미술관은 기억에 새겨진다. 밋밋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저 지나가는 이들이 많겠지만.
평균 수명을 80년으로 잡았을 때 잠으로 보내는 시간은 약 26년. 전 생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게다가 성인의 3분의 1은 수면장애를 겪는다니, 일생 3분의 1을 불면이나 수면 부족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질 낮은 삶을 이어가는 셈이다. 설상가상 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의 질은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수면장애 환자는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8년에 비해 1년 만에 13%나 증가해 2019년에는 64만 명 이상에 이르렀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니라 해도 통상 수면장애 환자는 연간 8%씩 증가하는 추세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30분 이상 뒤척이며,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는 일이 반복된다면 수면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 수면장애자로 분류한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평균 수면 시간 8시간 22분에 비해 한국은 7시간 51분이다.
잠이 부족한 경우 다음 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면역력이 떨어지며 수명과도 직결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화두는 면역력이다.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의 면역력에 달렸다. 흔히 말하듯 잠은 보약 정도가 아니라 치료제인 셈이다. 각종 성인병과 치매 예방 등 건강의 관건은 질 높은 수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수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잠을 부르기 위해 우유 한 잔 마신다거나 따끈한 욕탕에 몸을 담그는 수준을 넘어, 숙면에 대한 갈급함을 IT 기술에 접목한 결과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슬립테크(Sleeptech : 잠과 기술의 합성어),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 잠과 경제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나며 바야흐로 수면 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가 집계한 수면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조 원에서 2019년엔 3조 원으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통해 불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침구류를 비롯해 숙면을 돕는 가전기기 개발, 수면 앱 등 다양한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숙면을 위한 솔루션을 살펴보자.
▶스마트 워치
도대체 얼마를 자야 충분히 잤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의 적정 수면 시간은 얼마일까. 많이 잤다고 해서 질 높은 수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 워치는 적정 수면 시간 및 부족한 수면, 깊은 수면 등을 분석, 파악하여 맞춤형 수면을 관리해준다.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자주 뒤척거리면 ‘얕은 수면’으로 측정하고, 움직임과 심박수가 함께 떨어져 있다면 ‘깊은 수면’으로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 밖에 24시간 심박수 및 스트레스 모니터링,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에 의한 수면 무호흡증, 건강 평가와 헬스 기능을 제공한다.
▶숙면 알리미
IoT 이불 밑에 깔아두기만 하면 수면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IoT 숙면 알리미’ 기기도 있다. 일종의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상품으로, 수면 중 호흡, 맥박, 뒤척임 수를 측정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수면의 질을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잠이 들면 불을 자동으로 끄는 기능, 냉난방 시스템 조절 장치도 함께 제공된다.
▶수면 목걸이
미세한 전자기 신호를 이용,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는 원리로 만들어진 목걸이나 클립 형태 제품. 낮 동안의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숙면으로 유도한다.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비접촉 신경 자극 방식이라 피부에 직접 닿지 않아 수면 시 착용해도 부담이 없다.
▶스마트 침구
숙면을 방해하는 원인 중 하나인 코골이 감지 기능이 있는 침대가 출시되었다. 코 고는 소리가 감지되면 머리 부분을 자동으로 높여주는 센서를 장착했고, 발이 놓이는 부분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기능도 있어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한다. 수면 중 몸의 움직임에 따라 침대 각도가 달라지면서 침대와 몸의 일체감을 주어 잠자리를 편하게 하는 전동 침대, 안고 자면 수면 호흡과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도하는 로봇 베개도 출시됐다. 잠든 채 에어컨, TV 등을 꺼주는 기능도 갖췄다.
▶인공지능 베개
스스로 높이 조절을 하는 베개. 수면무호흡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코 고는 소리를 감안해 기도를 확보해주는 기능과 목 부분 높이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대 6단계까지 조절 가능하다. 잠이 깨지 않고 코골이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을 겪지 않게 하는 원리로 제작되었다. 연동된 앱을 통해 수면 시간과 코골이 정도 확인 등 수면 데이터를 주간, 월간, 연간으로 집계해 보여준다. 장기간 건강관리 측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다.
▶수면 안경
일주일을 기준으로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착용하면 밤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 수면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으로, 항염증·항노화 작용을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고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된다는 점이다.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검붉은 계열 조명이 도움이 된다. 푸른 계통의 조명은 각성 상태를 강화하여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안경의 녹색 자연광을 내뿜는 장치가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 밤에 집중적으로 활성화하도록 했다. 해외여행 때 시차 적응에도 유용하다.
▶숙면 앱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 약 10년 전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과 수면을 유도하는 앱으로, 고즈넉한 숲속의 텐트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려주거나,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잔잔한 바람 소리, 모닥불의 자작자작하는 소리, 고요한 물가나 경쾌한 파도 소리 등 자연 및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빚어지는 소리를 설정하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잠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휴대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편 숙면용 음악만 제공하는 콘텐츠도 있다. ASMR는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을 때 더 효과적이다.
아침부터 비가 뿌렸다. 그저 창밖으로 비를 바라보며 가라앉은 마음으로 있기에는 내 안에서 스멀스멀 삐져나오는 것이 있다. 그래, 흩뿌리는 가랑비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이럴 땐 뛰쳐나가 보는 것도 방법이다.
갯골생태공원의 소금창고
소금기 까슬하고 끈적하게 깊은 골이 파인 갯골이었다. 지금은 빗물이 가득 고여 흘러가고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에는 옛 염전의 풍광을 그대로 보여주는 둑길을 따라 푸르거나 붉은빛으로 자라고 있는 염생식물들이 비를 맞고 있었다.
생태공원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바닷물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과 각종 어류와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어서 국가습지보호구역이기도 하다. 붉거나 푸른 풀들이 얼핏 화려하기까지 하다. 바닥에서 자라는 아무 잎이나 뜯어서 맛을 보면 짭조름하다. 소금이 귀하던 그 옛날 가난한 이들은 염생식물로 소금을 대체하기도 했다 하니, 우리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과 염전의 위력을 되짚어보게 된다.
이곳 갯골생태공원에 전시된 붉은색의 ‘가시렁차’는 일제강점기에 소금을 실어 나르던 협궤열차였다. 가솔린을 연료로 가릉가릉 하는 소리를 내며 달렸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염전 구석구석에 깔린 궤도는 가까운 수인선 기차역까지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철도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던 소금은 일본의 수탈이고 약탈이었다.
서해 간석지가 발달해서 농경지나 염전으로 이용했던 곳. 이 일대의 갯벌이나 토질, 그리고 해수의 염도와 일조량 등의 중요한 조건이 잘 맞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도 이 소금밭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한때 소금값이 만만찮던 시절에는 40개 정도였던 소금창고가 보물창고였다 한다. 현재 갯골생태공원에 남아 있는 2동의 소금창고 원형은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늠내길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시흥 늠내길 4개 코스 중 2코스 갯골길에 해당된다.
‘늠내’는 고구려 시대의 ‘뻗어나가는 땅’이라는 의미로 시흥의 옛 지명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으로 탁 트여서 정말 그 말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비까지 내려주어 풍경도 마음도 촉촉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안개가 끼면 안개 속의 풍경대로, 날씨의 변수에 따른 정직한 풍경이 눈앞에 있다. 내 안의 뻣뻣함도 스르르 풀어진다. 갯골을 끼고 펼쳐진 풍광에 흠뻑 스며들어가는 순간이다. 비 내리는 갯골의 뿌연 모습은 서서히 빠져들기 딱 좋은 풍경이다.
처음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안개비였다. 하지만 갯골생태공원에 들어설 때는 우산을 써야 했다.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걷기에 적당한 분위기다. 안개처럼 내리던 비가 제법 뿌려서 카메라가 젖을까봐 급기야 가슴팍에 숨기듯 끌어안았다.
전망대에 올랐다. 흔들림이 감지된다. 구조적으로 풍하중에 대한 흔들림이 허용치 내로 시공되었다는 안내문을 읽었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느낌이 지금 눈앞의 풍경과 어울린다. 22m의 6층 목조 전망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이는 갯골의 전경이 안개처럼 뿌옇게 한 겹 가려져서 신비롭다. 아스라함이 수증기처럼 피어오르는 풍경이다.
생태공원을 둘러싼 너른 평야, 수로 밑으로 물이 가득 고여 흐르는 갯골, 비를 받아들이고 있는 생태공원의 해수 풀장, 빗속을 걷는 사람들… 흔들 전망대 공중에 높이 붕 떠서 빗속의 풍경에 마음껏 압도되었다.
시흥 늠내길은 4코스가 있다. 이 중에서 이날 2코스를 걸어보려고 마음먹었던 터다. 안개비로 시작한 비가 갈수록 제법 내려서 핑곗김에 갯골생태공원 산책으로 마쳤다. 빗속에서 갯골생태공원을 걸으며 상쾌함과 신선함을 흠뻑 맛보니 다소 가라앉았던 기분이 어느새 날아갔다.
연꽃테마파크 관곡지(官谷池)
드넓은 연밭에 홍련과 백련이 고고하게 자태를 뽐내는 시절. 여름이 시작되고 장마까지 겹치는 즈음 연밭에 들어서면 늘 후끈하던 기억이 있다. 폭염의 강렬한 태양 아래서도 연(蓮)은 우아한 멋을 지닌 채 물 위에서 기품을 보여준다.
연꽃 개화 시기가 되면 얼른 떠올려지는 곳, 관곡지(官谷池), 갯골생태공원에서 멀지 않다. 수도권에서도 찾아가기 쉬워서 일출 무렵의 새벽이나 비가 내리면 비를 받아들이는 연꽃을 보러 나서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또한 한밤중에 고고한 자태로 대관식을 하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장렬하게 사라지는 빅토리아 연(蓮)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여전히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역시 비를 맞는 연못의 풍경이 제맛이다. 개망초꽃이 새하얗게 피어난 둑길을 지나면 양옆으로 연밭이 펼쳐진다. 진흙을 딛고 맑은 얼굴로 여기저기 피어나 존재감을 보여준다. 수면 위로 삐죽이 모습을 내민 봉오리와 화사하게 만개한 연꽃들이 연밭을 채우고 있다. 몇 군데 물이 고인 웅덩이에는 갖가지 수생식물들과 수련이 청초하다.
가끔씩 저어새가 넓은 날개를 펼치고 푸드덕 날아올라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이곳 연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걸 간간이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05호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다.)
관곡지는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된 조선 세조 때의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꽃씨를 이곳에 심은 것이 시초였다. 관곡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잇고자 시흥시에서는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고, 그 덕에 해마다 잘 자라고 잘 피워내는 연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연밭 한편에 강희맹 선생의 묘역이 있으며, 연지 사적비와 은휴정이라는 정자와 문중 가옥이 있다. 후손들이 관리하는 개인 사유지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명심할 것. 잔디마당에는 설치 조형물 등의 볼거리가 있는데 요즘 출입이 가능한지는 확인해볼 일이다.
숲속 소래산길 소전미술관
연꽃을 둘러보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햇볕이 뜨거울 때는 주변에 미술관이 있음을 떠올릴 것. 관곡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도자 테마 박물관인 ‘소전미술관’이 소래산 자락에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숲속에 둘러싸인 미술관 앞의 넓은 정원이 비에 젖어 푸릇푸릇하다.
1층과 2층에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시대 백자가 전시되어 있어서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선이 아름다운 도자기의 단아함과 다양한 용도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특별한 시간이다.
2층에서는 특히 창문을 통해 바라보이는 야외 정원의 푸르름이 가슴을 촉촉하게 한다. 야외 정원의 조각품들과 미술관 풍경의 운치는 가랑비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오전 11시~오후 5시에 아트 마켓이 열린다고 한다. 주변에 요즘 핫한 카페가 있으니 연꽃테마파크와 미술관을 함께 볼 겸 겸사겸사 들러볼 만하다.
KBS TV에서 PD로 근무하던 심웅섭(62)은 어느 날 퇴근길에 뜬금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아파트를 올려다보면서였다. 저 메마른 잿빛 콘크리트 상자 안에 살다니, 이거 실화냐? 그렇게 중얼거렸던 모양이다. 심웅섭의 말에 따르면 눈물까지 핑 돌더란다. 그날 밤 그는 아내에게 선언했다. “나 아파트에서 못 살겠어!” 이후 그는 도시 변두리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해 살았는데, 그즈음 내심에선 귀촌을 향한 희망의 싹눈이 돋았다.
말하자면 심웅섭에게 귀촌은 일종의 묵은 숙원이었다. 늘 시골을 마음에 담고 살았으니까. 그의 근무지는 서울에서 충주로, 다시 청주로 바뀌었다. 청주에 살면서는 시골티가 나는 외곽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았고,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마침내 꽤 깊숙한 산골에 집을 짓고 귀촌을 했다. 충북 보은군 회인면의 산촌으로.
“내가 시골 태생이다. 과수원집 막내아들이었다. 과수원에서 강아지와 함께 뛰어놀며 사과를 따 먹던 추억이라거나, 그리운 게 너무도 많았다. 때가 되면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이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니었지. 그렇다고 미루기도 싫어 보은에서 청주로 출퇴근을 하기로 하고 이주했던 거다. 물론 아내의 동의를 얻어서였다.”
당시 불운하게도 그의 아내 홍근옥(59)은 암 투병 중이었다. 아내의 요양을 위해서도 물 좋고 공기 맑은 시골살이가 이상적이었을 테다. 청주로 출퇴근을 하며 시골 맛을 누리는 생활은 길게 이어졌다. 2년 전에야 퇴직을 하고 온전한 산골 생활로 접어들었으니까.
부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氣) 수련에 열중했다. 계룡산에 있는 수련원을 드나들면서였다. 귀촌을 추동한 요인 중에는 자연 속에 살며 영성이라는 걸 북돋우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귀촌지를 아예 수련하기 좋은 계룡산 자락으로 정하려 했다. 그러나 적당한 터를 찾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나기도 했으나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보니 집을 지을 수 없거나 길이 없는 터였다. 부부 연분처럼 땅하고도 인연이 돼야 일이 성사되는 것 같았다. 이곳 보은의 터와는 좋은 인연으로 만난 셈이다. 수월하게 터를 잡았으니까.”
어떤 경로로 매입했기에?
“인터넷에 나온 매물을 보고 답사를 왔는데, 용케 호의를 베푸는 주민을 만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는 초면임에도 가격을 좀 깎아서 살 수 있도록 땅 주인에게 다리를 놔주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해주었다. 집을 지을 때도 이모저모 도움을 받았다.”
집이며 조경이며 수려하고 안락한 모습이다. 어떤 기본 구상을 가지고 집짓기에 착수했을까?
“생태주의랄까, 생활 방식은 좀 간결한 게 좋다는 생각을 평소에 지녔기에 가급적 작은 집을 짓기로 했다. 그래서 바닥 면적 18평짜리 목조주택을 지었다. 나중에 자그만 황토방을 추가로 지은 건 필요성이 커서였다. 남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일단 작게 짓고, 차후 꼭 필요하다면 부속 건물을 지으라고.”
목공실도 있네?
“집짓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일찍이 목공학교를 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덕분에 갖가지 생활가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게 됐다. 집 안에 있는 탁자, 의자, 책장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문짝도 만들어 쓴다. 나무로 뭔가를 만든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직접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즐거워지거든.”
도시보다 생활비 30% 덜 들어
심웅섭이 손수 가구를 만들어 쓰는 데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렇다. 그는 알뜰한 소비를 지향한다. 무슨 ‘짠돌이’ 계열의 성향이어서가 아니다.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재미로 낙을 삼는 습성의 소유자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빠듯하게 살 뿐’이라는 얘기로 보자면 쟁여놓은 부가 있는 것도 아닐 거다. 여하튼 돈에 관한 주관이 뚜렷하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믿는 그는 과도한 물욕의 추구만큼은 자제하고 싶다.
“농사엔 햇빛이 필수지만 지나치게 높은 광도는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이걸 광포화(光飽和) 현상이라고 하더라. 돈이나 물질도 마찬가지다. 과잉 추구하느니 자제하는 게 낫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라는 믿음을 진심으로 간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건 이상적인 신념이지만 돈이라면 영혼까지 거래하는 게 현실이다.
“돈이 안 들거나 덜 드는 방식의 삶이 그래서 필요하다. 가령 내가 필요한 가구를 마트에서 사들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일에도 진땀을 쏟아야 하고, 여기에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쓸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귀촌자들은 흔히 생활비 절감 효과를 귀촌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도시에서보다 30%쯤 생활비가 덜 드는 것 같다. 돈이 덜 들어 돈 버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원하는 일에 선용할 수 있다는 건 시골 생활의 큰 장점이다. 우리 부부는 가급적 산길을 많이 걷고자 한다. 여기에 무슨 돈이 들겠나?”
그의 집 주변은 온통 산이다. 숲을 흔들며 불어온 바람이 솔향기를 흩뿌린다. 숲속의 인기 가수들인 온갖 새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지구재재구 명랑한 노래를 협연한다. 이 찬탄할 만한 오케스트라 공연엔 입장료가 없다. 산나물은 또 어떻고? 아내 홍근옥은 귀촌 이후 완연히 건강을 회복했다. 그녀가 누리는 최상의 기쁨은 산나물 뜯기인데, 앞산 뒷산에서 얻어온 풋것들로 몸도 씽씽해졌다. 그렇더라도 때로 무료하지 않을까? 산중의 반복되는 일상에 심심하지 않을까?
“귀촌 5년 차쯤 되면 슬슬 심심해진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렇긴 하다.(웃음) 그렇다고 심각하게 무료한 건 없다. 사실 시골에서 할 수 없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요즘의 시골이다. 차로 40분이면 닿는 청주로 나가 갑갑증을 해갈하는 식으로.”
부부 사이에 갈등이 늘어날 수 있는 게 귀촌 생활이다. 종일 함께 지내다 보면 불편한 일도 생기는 거라서. 상대의 장점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뭐든 항상 같이 한다. 소소한 다툼은 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태도로 풀어나간다. 세상에 부부 사이보다 더 귀하고 좋은 게 있을까?
햐, 부부간에 ‘귀차니즘’이 증대될 나이인데.
“우리 부부는 오랫동안 함께 영성 수련을 해왔다. 영성, 이건 함부로 말할 건 아니지만 자연 속에서 영성을 생각하며 사는 삶이 좋은 거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산다. 배우자는 물론 모든 사람이 영적인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도감이 느껴진다.”
독서는 주로 어떤 분야의 책으로 하지?
“우주에 관한 책이 재미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평행이론을 알게 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우주에 관심을 갖다 보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걸 깨우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가 유일한 우주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실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영적인 존재든 우주든 그것들이 나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럴 때면 깊은 위안을 얻는다.”
산야의 들풀 한 포기와 인간이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느껴질 때도 뭔가 삶이 더 넓게 보이는 것 같더라. 자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귀촌 생활의 유익함은 한둘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산중의 낙은 달밤에 한잔 마시는 데에도 있다. 음주는 간혹 즐기나?
“술은 전혀 못 마신다.(웃음) 명상 수련을 하면서 생활 패턴이 조용한 쪽으로 바뀌기도 해 술자리에 섞이지 않는 편이다.”
시골에서도 다이내믹한 삶이 가능하다
살면 살수록 더 가지고 싶고, 더 벌고 싶고, 더 욕망을 채우고 싶은 게 필부의 속성이다. 심웅섭은 여기에서 좀 벗어나 살고 싶은 것이다. 때로 산골 생활이 무료하지만 방안을 찾아 해소한다. 오디오 장비를 마련해 레코드 음악 감상에 입문하는 식으로.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남들에게 피해 주는 일을 삼가는 데에서 나아가, 뭔가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게 좋은 삶이라는 생각도 강화됐다.
“방송사 PD로 일할 때 휴먼 영상 다큐를 자주 만들었다. 이 경험을 살려 요즘 농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영상 자서전’ 강의를 하고 있다. 인근의 젊은 귀촌인들과 함께 ‘해바라기 문화공작소’를 만들기도 했다. 영상을 매개로 지역 문화를 돋우는 활동을 하기 위한 동아리다. 아내 역시 면 소재지에 꾸린 ‘작은 도서관’에서 일한다. 이건 봉사활동이자 알바다.”
시골이 따분한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심웅섭에 따르면 그건 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생각과 행동의 외연을 확장할 경우 다이내믹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는 게 귀촌 생활이라고 본다.
“집에 폭 파묻혀 풀만 뽑는 식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삶을 시도해볼 만한 게 시골이다. 이 점에서 귀촌은 하나의 도전 행위다. 그 무엇보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을 하면 즐거움이 커진다.”
심웅섭 씨가 주는 귀촌 Tip
•귀촌·귀농인들이 겪는 애환 중 가장 큰 건 원주민과의 갈등에서 발생한다. 문제의 원인이 어느 한편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알력과 닮았다. 일단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 배운 건 많지 않더라도, 대체로 나쁜 맘 없이 진솔하고 순수한 면이 있는 게 시골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에 녹아든 지혜를 배운다는 태도로 존중해주는 게 현명하다. 좋은 관계 맺기에 정 자신이 없다면 마을과 떨어진 곳에 터를 잡는 게 낫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에 화사하고 맑은 색감, 동화 같은 이야기.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 특유의 청량하고 활기찬 분위기 때문인지, 신록이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에서는 언제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여름의 싱그러움을 더해줄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 1988)
대단한 사건이나 엄청난 깨달음을 주는 교훈 없이도 위로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있다. ‘이웃집 토토로’가 그렇다. ‘이웃집 토토로’는 11살 사츠키와 4살 메이, 그리고 두 딸의 자상한 아빠 타츠오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세 가족이 새로 살게 된 곳은 녹음에 둘러싸인 작은 집. 자연 속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메이와 사츠키의 순수한 모습은 그 자체로 미소를 자아낸다. 어느 날 집 근처에서 혼자 뛰놀던 메이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독특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 도토리나무 요정 토토로를 만난다. 토토로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사츠키도 비 오는 날 토토로를 만난 뒤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영화는 ‘토토로’라는 신비스러운 캐릭터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해 시니어에게는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특히 스마트폰, TV 없이 산과 강에서 뒹굴고, 자전거를 타며 시골길을 가르는 등 작품의 배경을 나타내는 장면들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밤에 즐길 때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작품이다.
2. 고양이의 보은 (The Cat Returns, 2002)
평소 돌봐주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람의 언어를 쓰며 말을 걸어온다면 어떨까? 고마움의 표현으로 꾸벅 인사를 건넨다면? 영화 ‘고양이의 보은’은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보았을 상상을 지브리만의 동화적인 감성으로 펼쳐낸다. 영화는 평범한 고등학생 하루가 트럭에 치일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며 시작된다. 놀란 하루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고양이의 상태를 살피는데,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다. 네 발로 서있어야 할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우아하게 먼지를 털더니 “은혜를 갚겠다”며 인사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하루가 구한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룬 왕자였고, 그날 이후부터 하루는 고양이들의 보은을 받기 시작한다. ‘고양이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다룬 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동물답지 않다. 왕을 모시듯 대열을 맞춰서 걷고, 앉아서 신문을 읽는가 하면 옷까지 갖춰 입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질적이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줄거리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손주와 함께 보기에는 알맞다. 낮잠을 자다가 귀여운 꿈을 꾼 듯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3. 하울의 움직이는 성 (Howl's Moving Castle, 2004)
지브리를 논할 때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안 봤어도 OST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18세 소녀 소피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90세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주를 풀기 위해 마법사 하울의 집에 머물게 된 소피는 하울과 함께 수많은 모험을 헤쳐나가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늙기를 반복한다. 마녀의 저주가 허술한가(?) 싶지만, 사실 비밀은 소피의 내면에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에게 솔직한 순간에만 본모습을 찾을 수 있던 것. 저주를 푸는 열쇠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은 점점 당당해져 가는 소피의 모습에 자연히 그 비밀을 깨닫게 된다. 탄탄한 서사와 더불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집,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 불꽃 악마 등 판타지적 설정이 보는 재미를 더하는 작품. 지브리 영화사상 가장 잘생긴 주인공으로 꼽힌다는 하울과 소피의 풋풋한 로맨스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가 끝나도 ‘인생의 회전목마’ 등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귓가에 맴돌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임립미술관으로 들어서자 대뜸 눈에 들어오는 게 봄꽃들이다. 나뭇가지마다 꽃 걸렸다. 하얀 꽃, 노란 꽃, 붉은 꽃들 소담히 만개해 살가운 눈짓을 보낸다. 산중의 4월은 통째 꽃 천지다.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도 벚꽃들이 아우성을 친다. 여길 보소! 날 좀 보소! 그렇게. 궁벽한 산골에 꽃 제전 벌어져 볼 게 둘이다. 꽃과 미술이 겹을 이룬 게 아닌가. 이런 미술관이 드물다. 순전한 자연 속에 들어앉은 미술관이다.
임립미술관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한번 왔던 사람들은 다시 찾아온다. 미술관 일대의 목가적인 전원 경관에 홀딱 반해서다. 사람은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해진다. 때 묻은 마음을, 뒤틀린 생각을, 어찌해볼 길 없는 불안을 자연과의 해후로 헹궈낼 수 있어서다. 자연이 지닌 치유 능력. 이건 미술 작품이 주는 감동의 힘과 동일하다. 다른 게 있다면 자연은 ‘그냥 그렇게’ 날것으로 존재해 완전한 생태를 이루지만, 미술은 불완전한 인간의 간절한 꿈과 욕망으로 가공된 인위의 세계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미술이 자연과 맞먹을 길은 없다. 조물주의 영역에 있는 자연을 탐색하거나 탐닉할 뿐이다. 모든 미술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모방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자연의 비밀을 염탐한 게 많은 미술 작품을 우리는 명작이라 부른다.
자연은 결국 예술의 어머니다. 그 고귀한 어머니가 여기에서 생동하는 숨결을 뿜는다. 숲의 저 속삭임에서 보들레르는 시를 건졌고, 밀레나 루소는 그림을 얻었다. 무성한 숲속의 미술관을 만난 건 행운이다.
임립미술관은 새 둥지처럼 안락하다. 어린 것을 껴안은 어미처럼 산이 보듬고 있어서다. 굳이 멋 부려 미술관을 치장하지 않아도 절로 그윽한 미감이 살아나는 환경이니 자리 한번 기똥차게 잘 잡았다. 충남 공주시 계룡면에 있다. 충남의 제1호 사립미술관으로 서양화가 임립(77)이 1997년에 개관했다.
임립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서는데 그가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누룽지탕에 반찬은 달랑 김치 하나. 워낙 식성이 담백해 소찬 식사가 잦다고 한다. 이는 어릴 적 식습관에서 유래한 기호란다. 예전엔 흔히들 곤궁해 별로 올라온 것 없는 밥상을 받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그리운 게 어린 시절이요, 고향이다.
소음과 풍문이 들끓는 도시에서 화가로, 대학 교수로 활갯짓을 했던 그의 마음은 자주 흘러 고향으로 향했다. 눈에 아롱거리는 고향의 산천. 코끝에 감도는 고향의 흙냄새. 철없이 덤벙거리며 희희낙락 도랑에서 멱을 감고 가재를 잡던 기억이 야기하는 그리움. 마치 꿈속에 펼쳐지는 선경(仙境)처럼 고향의 풍정과 서정이 파랗게 살아나 남몰래 깊은 향수병을 앓았던 모양이다. 이건 원색적인 감정이라 억누르기 쉽지 않다. 결국 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동심으로 기뻤던 유년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풍진세상 가뿐히 떠나리라. 이런 생각으로 고향의 산골짝에 세운 게 임립미술관이다.
미술관의 눈, 푸른 호수
이 미술관의 모든 걸 둘러보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그마치 2만여 평이나 되는 부지 안에 갖가지 시설이 산재해서다. 전시 공간만 해도 가마 형상을 본떠 지은 본관과 특별전시관 A·B·C동 등 넉 동이나 된다. 야외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조각공원, 도예체험관, 세미나실, 학예실도 구비했으며, 편의 시설로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있다. 부지의 크기도 어마어마하지만 시설물의 수효로도 단연 독보적인 사립미술관이다. 임립이 쏟아부은 땀의 총량이 아마도 드럼통으로 여럿일 테다. 흘린 땀이야 그렇다 치고 자금은? 산중의 임자 없는 청풍명월이야 공으로 거저 얻는 것이지만, 개인미술관의 건립과 운영이라는 게 워낙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난해한 사업이다. 우리가 사립미술관을 귀하게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임립은 꽤 잘나가는 화가다. 작품을 팔아 모은 자금을 미술관 건립에 썼다. 창작의 실력과 단단한 심지로 하고 싶었던 일을 기어이 해낸 셈이다.
코로나19의 해일은 미술관에도 들이닥쳐 불황이 만연했다. 아예 전시회를 열지 않거나, 미루거나 축소하는 미술관이 흔하다. 임립미술관은 여기에서 예외다. 전시장마다 기획전이나 상설전이 진행되고 있어 쌩쌩하다. 그래도 찾아드는 이가 드물어진 건 어쩔 수 없다. 산책과 소풍에 적격인 산경(山景)이 찬연하고, 다수의 미술전이 극진한 갈망으로 관람객들을 기다리지만 감염병의 횡포를 당할 재간이 없다.
미술관의 역할은 단지 그림을 보여주는 데에만 있지 않다. 미술과의 접촉을 유도해 삶의 흥미를 북돋우는 데에서 나아가, 누구나 화가일 수 있고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걸 일깨우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의 가동 역시 미술관의 주요 책무다. ‘예술은 나의 신(神)’이라 주장하는 작가도 있더라. 그러나 희로애락으로 점철되는 일상의 고행과 눈물이 이미 예술이다. 그럼에도 예술 장르의 체험 기회가 없어 미술을 어렵다고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임립미술관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젝트’ 등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가을 18회째 펼쳐질 ‘공주국제미술제’(총감독 임립) 역시 임립미술관이 야심차게 끌고 온 대승적 미술운동의 일환이다.
임립미술관의 푸른 눈동자랄까, 공간의 중심부엔 멋진 호수가 있다. 호숫가를 한바탕 거닐자니 낭만적인 상념이 가슴에 고인다. 이래저래 임립미술관에선 하품 한 번 할 겨를이 없다.
< 2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