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그림체에 화사하고 맑은 색감, 동화 같은 이야기.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 특유의 청량하고 활기찬 분위기 때문인지, 신록이 짙어지는 여름의 초입에서는 언제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여름의 싱그러움을 더해줄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이웃집 토토로 (My Neighbor Totoro, 1988)
대단한 사건이나 엄청난 깨달음을 주는 교훈 없이도 위로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있다. ‘이웃집 토토로’가 그렇다. ‘이웃집 토토로’는 11살 사츠키와 4살 메이, 그리고 두 딸의 자상한 아빠 타츠오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세 가족이 새로 살게 된 곳은 녹음에 둘러싸인 작은 집. 자연 속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메이와 사츠키의 순수한 모습은 그 자체로 미소를 자아낸다. 어느 날 집 근처에서 혼자 뛰놀던 메이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독특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 도토리나무 요정 토토로를 만난다. 토토로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사츠키도 비 오는 날 토토로를 만난 뒤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영화는 ‘토토로’라는 신비스러운 캐릭터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해 시니어에게는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특히 스마트폰, TV 없이 산과 강에서 뒹굴고, 자전거를 타며 시골길을 가르는 등 작품의 배경을 나타내는 장면들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밤에 즐길 때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작품이다.
2. 고양이의 보은 (The Cat Returns, 2002)
평소 돌봐주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람의 언어를 쓰며 말을 걸어온다면 어떨까? 고마움의 표현으로 꾸벅 인사를 건넨다면? 영화 ‘고양이의 보은’은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보았을 상상을 지브리만의 동화적인 감성으로 펼쳐낸다. 영화는 평범한 고등학생 하루가 트럭에 치일뻔한 고양이를 구해주며 시작된다. 놀란 하루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고양이의 상태를 살피는데,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다. 네 발로 서있어야 할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우아하게 먼지를 털더니 “은혜를 갚겠다”며 인사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하루가 구한 고양이는 고양이 왕국의 룬 왕자였고, 그날 이후부터 하루는 고양이들의 보은을 받기 시작한다. ‘고양이 왕국’이라는 세계관을 다룬 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동물답지 않다. 왕을 모시듯 대열을 맞춰서 걷고, 앉아서 신문을 읽는가 하면 옷까지 갖춰 입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질적이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줄거리가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손주와 함께 보기에는 알맞다. 낮잠을 자다가 귀여운 꿈을 꾼 듯 기분 좋은 나른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3. 하울의 움직이는 성 (Howl's Moving Castle, 2004)
지브리를 논할 때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안 봤어도 OST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18세 소녀 소피가 마녀의 저주를 받아 90세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저주를 풀기 위해 마법사 하울의 집에 머물게 된 소피는 하울과 함께 수많은 모험을 헤쳐나가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늙기를 반복한다. 마녀의 저주가 허술한가(?) 싶지만, 사실 비밀은 소피의 내면에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에게 솔직한 순간에만 본모습을 찾을 수 있던 것. 저주를 푸는 열쇠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는 이들은 점점 당당해져 가는 소피의 모습에 자연히 그 비밀을 깨닫게 된다. 탄탄한 서사와 더불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집,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 불꽃 악마 등 판타지적 설정이 보는 재미를 더하는 작품. 지브리 영화사상 가장 잘생긴 주인공으로 꼽힌다는 하울과 소피의 풋풋한 로맨스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가 끝나도 ‘인생의 회전목마’ 등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귓가에 맴돌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