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윤병남(71) 씨는 과거 20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통신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10년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국가정보화사업단장으로 일하다 2010년 퇴직했고, 2017년에는 경기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직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가정보화전략으로 펼쳤던 주요 에피소드들을 글로 남기고자 했다. 그러던 중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NIPA 자문단에 참여했던 한 카이스트 교수에게 관련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그 교수가 말하길 전자정부 구축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관심이 지대하고, 베트남국립대학교 내 정보화연구원에 연구·교육 환경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더군요. 또 이를 지속 발전시킬 교육수요원 육성과 박사과정 개설 소식도 들었죠. 그 교수가 내 이력을 알던 터라, 관련 사업에 적임자라며 추천했어요. 그때부터 관심을 두고 플랜을 짜 나갔죠.”
그렇게 윤 씨는 교수직을 은퇴한 그해 8월 NIPA 자문단이 되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떠나기 전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확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성사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부터 다듬기로 했다.
“아무래도 해외 파견직으로 나가면 동료 없이 혼자 처리할 일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현직에 있는 후배들과 협력해서 풀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죠. 어느 분야든 이러한 활동을 원하는 분들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점검해보고 연락처 관리 등을 미리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베트남 청년의 꿈을 이뤄내다
NIPA 자문단이 된 그는 베트남국립대학교 정보기술연구원에서 전자정부연구시스템 구축과 기술자문, 정보화기술정책세미나 및 아키텍처 설계 교육과정 개발 등을 맡았다. 윤 씨는 국내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전자정부 구축에 많은 예산과 인력,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예상했다. 포부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고, 강력한 입법화를 통한 실행체제 구축과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선행돼야 함도 잘 알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의 현 수준은 한국 GDP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30년 전 한국 전자정부가 떠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정보화 수준과 예산 편성을 고려한, 미래 지향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보화 인적자원 확보 및 마인드 확산 관련 자문이 필요해 보였죠.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국립대학교에 전자정부연구소를 구축해 인적자원개발 활성화 작업을 진행해나갔습니다.”
윤 씨는 2년간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베트남 인재를 한국 내 대학원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추진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해당 학교에서 한국어능력자격증 등을 요청하는 바람에 진행이 불가능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성사해낼 수 있었단다. 개인의 성과보다는 한 청년이 꿈을 이루도록 자신의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베트남 컴퓨터소프트 경진대회에서 3년간 우승권에 있었던 아주 유능한 인재였어요. 촉박한 일정이었기에 그 학생과 몇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수많은 행정 서류 등을 준비했죠. 덕분에 공식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3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 박사과정 장학생으로 말이죠. 그 청년이 눈물을 글썽이며 드디어 한국 유학 꿈이 이뤄졌다고, 당신이 없었다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라 말하는데, 무척 감격스럽더군요.”
대한민국 시니어의 경험을 세계로
윤 씨의 공을 높이 산 베트남국립대학교 학장은 그가 임기를 다하던 날 송별식에서 교수 임용장과 감사장을 수여하며 지속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 아직도 보람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학장의 바람처럼 다시 자문단으로 베트남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포부를 물었다.
“전자정부연구소에 설치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베트남국립대학을 대상으로 대학정보화 프로젝트를 수행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대학을 종이문서를 사용하지 않는 정보화 시범 장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요.”
은퇴 직후와 비교해 NIPA 자문단 활동 이후 윤 씨의 목표는 더욱 확대된 듯 보였다. 아울러 그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국가정보화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개발도상국 관련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자문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물론, 자문의 바탕이 되는 것은 지난날의 시행착오와 그가 쌓아온 경험들일 것이다. 윤 씨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성과도 낸 시니어라면 이러한 자문단 활동이 은퇴 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화라는 흐름 속에 우리가 쌓아온 경험을 개도국들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으면 해요. 이는 도움을 베푸는 차원을 넘어, 본인이나 국가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나아가 자신과 대한민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윤병남 자문단원
ㆍ파견 국가 베트남
ㆍ파견 기간 2017년 8월 14일~2019년 8월 13일
ㆍ파견 분야 정보통신
ㆍ파견 직종 ICT정책
ㆍ파견 기관 베트남국립대학교
ㆍ자문 내용 베트남 전자정부연구소 구축 기술 자문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근무 첫날은 쥐가 날 것처럼 다리가 저렸습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거든요. 안 해봤던 일이라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것조차 못하면 앞으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4일째 되니 아픈 곳이 없어지고 진즉 일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일하는 순간순간 최상의 기쁨을 느낍니다.” 30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 CGV 인턴십으로 근무하는 김기영(61) 씨는 일을 시작한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나이에 일? 큰 기대 없이 구직
김기영 씨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차근차근한 말씨로 달라진 삶에 대해 풀어내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땅속에서 오래도록 씨앗으로 있다가 싹을 틔워 한 뼘 정도 자란 나무가 그려졌다.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진아 컨설턴트가 그녀를 처음 상담했을 때 취업에 대한 의지는 있어 보였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일자리희망센터를 방문한 김 씨, 그것이 그녀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을까?
“작년 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해 집에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보통 문화센터, 구청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수강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이래저래 답답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하다 이제야 쉬게 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어 답답함을 참고 있을 수밖에요. 어느 날 친구가 동구 새로일하기센터에 구직 등록을 하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더라고요. 사실 못 미더웠지만 신청을 했어요. 돌파구가 필요했거든요.”
호텔 룸메이트 교육에 관심이 있었지만 침대보 하나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자신을 볼 때 포기가 답이었다. 경력도 없지, 체력은 약하지, 그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의심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직 등록을 한 지 두 달 만에 CGV 시니어 인턴십 활동을 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두 줄짜리 이력서 들고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방문
CGV 시니어 인턴십 관련 핸들링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했다. 김기영 씨는 이력서를 가지고 방문했다. 결혼 전에 5년간 은행에서 근무했던 경력과 문화센터에서 컴맹 탈출 교육을 받다 흥미를 느껴 땄던 컴퓨터 자격증 내용을 적은 두 줄짜리 이력서였다.
첫 상담을 했던 이진아 컨설턴트는 이력서 내용을 보충하고 자기소개서를 꼭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에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꼭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코칭 포인트였다.
“극장에서의 근무는 서비스 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기영 씨가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봤어요. 고객 응대 서비스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조언했지요.”
이진아 컨설턴트는 긴 경력 단절로 인해 재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는 김 씨에게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되찾도록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그러자 점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면접 스킬을 코칭받고 CGV 면접에 응한 그녀는 결국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다.
CGV 극장에서 일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 흡수
출근해서 하는 일은 입장 티켓 확인, 고객 퇴장 후의 간단한 청소다. 하루 5시간 일하고 30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출근 첫날에는 내내 서 있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조태임 컨설턴트에게서 전화가 왔다. 힘들긴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4일째부터는 아픈 것이 사라졌다. 그 후로는 만족도 최상이다. 취업 후에도 일자리희망센터의 관리는 지속되었다.
“근무를 시작한 후 조태임 컨설턴트가 2~3일에 한 번꼴로 전화를 해서 힘들지는 않은지, 어려운 점은 없는데 꼼꼼하게 묻고 관리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취업을 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큰데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까지 불어넣어주니 더할 수 없이 감사해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한테 ‘노인네들 데리고 일하니 힘들지요?’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며 기꺼이 가르쳐줘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0세 시대라는데, 70세까지는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찾고자 하면 일자리 정보는 많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일은 널려 있다.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라도 자신처럼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니 조경 관련 자격증을 따서 연관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은 오후 근무가 있는 날이라며 출근을 서두르는 그녀는 일에 대해 100% 만족한다고 했다. 근무 9개월 5일의 인턴십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 씨에게 CGV 인턴십은 삶의 질과 방향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낸 작은 용기가 불러일으킨 나비 효과다. 조금씩 도전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내디뎌갈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취업상담, 교육, 일자리 연결의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한다. 취업상담을 통해 예전에 하던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해 가능한 훈련과 교육정보를 알려주고 워크넷에 구직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생애경력설계, 전직지원서비스, 일일직업체험(타일시공, 드론 촬영 등)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의 직업 역량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기영 씨처럼 구직 단계에 방문하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스킬 등 구직활동에 필요한 실용정보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 후의 관리까지 진행한다.
‘아빠 오늘부터 출근한다.’
‘재취업 축하해요! 안녕히 다녀오세요.’
집안 식구들의 대답을 귓전으로 흘리며 쾅! 하고 현관문을 닫고 쿵쾅쿵쾅 힘 있게 내딛는 구둣발자국 소리를 내보는 것이 재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퇴직한 시니어의 속마음이다. 기술을 갖고 있으면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직업인으로 살 수 있다. 기술이 있다는 증명이 기술 자격증이다. 그러나 그 기술은 현장에 기반을 둔 최신기술이어야 한다. 해마다 기술자격자는 변화된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기술 자격증을 직접 활용하지 않는 즉 장롱 자격증에 대해서는 교육의 의무가 정지된다. 기술계에서 오래 떠나있으면 기술능력은 퇴보한다.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이미 지난 기술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
서울 광장동에 사는 김성수(65세,가명) 씨는 공대를 나오고 30년간 대기업에서 마지막에는 임원으로 승진까지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격인 기술사 자격을 30대 초반에 취득할 만큼 젊어서는 기술력이 탄탄했다. 그는 점점 승진하여 수백 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리며 그들의 보직 배치와 승진의 전권은 김성수 씨 손에 있었다. 점점 기술자면서 기술 현장과는 멀어져갔고 회사의 경영진의 한사람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사람 관리능력은 향상했겠지만 기술력은 정체된 아니 퇴보한 오늘의 기술현장을 모르는 옛날기술자에 불과했다.
김성수 씨는 퇴직하면 이곳저곳에서 스카웃 제의를 해 올 것으로 믿었다. 최악으로 급여만 반 토막으로 줄인다면 일할 곳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퇴직하자 그를 부르는 전화벨은 별로 울리지 않았다. 대기업체는 나이제한에 걸렸다. 소규모업체는 북치고 장고치고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그는 너무 커버렸다. 자랄 때로 다 자란 큰 나무를 이식해서 자기 정원에 심으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술사라는 자격증의 힘으로 중소업체에 기술고문으로 취업했다. 일감을 수주해 오는 일도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영업능력은 인맥이 중요한데 그가 알고 있는 인맥은 이미 은퇴를 하고 다른 자리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일감을 그에게 줄 이유는 없었다. 밑에 직원들이 만들어준 보고서를 검토하고 결재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스스로는 아래한글 정도만 해봤지 액셀이나 워드, 파워포인트 등 문서 생산능력이 부족했다. 남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문서를 만들지 못했다. 현장의 기술도 변화되고 향상되어 그가 하는 말은 옛날이야기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결국 스스로 자격지심에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현장에서 너무 멀리 떠나버린 무늬만 고급기술자로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한 일반적 사례에 불과 하다.
기술자로서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현장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과대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로 대접받는다. 김성수 씨는 기술직이면서도 현장을 잊고 사무실에서만 앉아 부하 직원들의 인사관리만 해 왔기에 현장 기술력은 옛날기술자에서 머무르고 만 것이다. 영국인이면서 30여 년간 한국에 산 어떤 분이 웃으면서 한국에 와서 한국말만 했더니 영어를 잊어버렸다고 영국 사람임에도 영어 배우러 영어학원에 다녀야겠다는 말을 했다. 모국어도 오래 쓰지 않으면 점점 잊어버리는데 변화하는 현장을 잊어버린 기술은 환영받지 못한다.
세상에 변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기술도 변화하고 진화한다. 현장에 있었던 기술자는 건강만 하다면 재취업에 별 어려움이 없다. 현장을 떠나 오랜 시간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만 다루던 사람은 서류상 경력으로 인정받아 스펙은 화려해도 면접에서 낙방을 한다. 옛날 기술만 알고 있는 옛날 기술자는 현재로는 기술자가 아니다. 현재에 살면서 옛날 이야기하는 사람을 아무도 채용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에서 승진이 되어 직접 현장 업무를 하지 않게 된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서도 신기술을 늘 새롭게 익혀야 한다.
글쓰기 동호회에서 내 나이 또래의 하유수 선생(이하 하 선생)을 만났다. 첫인상이 웃는 얼굴상이어서 그런지 까다롭지 않고 마음씨 좋겠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시니어라는 나이가 되면 직관력이 발달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척 보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아차리는데 3초면 충분하다. 한발 더 나가서 내가 피해야 할 사람인지 다가가야 할 사람인지도 몇마다 말을 섞으면 느낌이 있다. 경륜이라는 시간 덕분이지만 신통하게도 대부분 적중한다.
하 선생은 전직이 고위소방공무원이었다. 문무를 겸비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격인 ‘소방관리사’자격증을 갖고 있다. 소방관리사는 소방시설물을 점검하는 업체에서는 법적으로 의무고용을 해야 한다. 시험이 어려워 배출된 소방관리사가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아 현재로서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자격증이다. 평소 배우기를 좋아해서 자식들이 해외여행이나 다니시라고 권해도 공부가 좋다며 요즘도 다양한 교육장소를 찾아다닌다.
하 선생을 몇 번 만나다보니 이분이 한문에 관심이 많고 박식 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한 번도 못 가본 서당을 두 번이나 다녔을 정도로 한문 기초가탄탄하다. 한시(漢詩)를 여러 편 줄줄 외운다. 이옥봉, 허난설헌의 작품을 줄줄 외운다. 특히 ‘황진이’를 좋아해서 황진이 관련 여러 자료들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황진이 평전 같은 책을 써보겠다고 야심만만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 선생이 과거 폐암에 걸렸는데 치료를 위해 명예퇴직을 했다는 아픈 과거사 최근에야 알았다. 등산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체력을 보강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하 선생은 산행 중에 꼭 쓰레기를 줍는다. 처음에는 선행으로 쓰레기를 줍는지 알았는데 직업인처럼 산행 시 마다 쓰레기를 줍는다. 길거리에서도 쓰레기를 줍기는 귀찮은데 위험한 산비탈에서 곡예 하듯이 쓰레기 줍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무슨 사연이 있거나 굉장한 결심을 한 사람이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기로 작심하고 기회를 기다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방콕’시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봄의 꽃과 새싹들을 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뒷산으로 잘 알려진 관악산에 하 선생과 등산을 가기로 했다. 역시 이번 산행에서도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다 줍는다. 전에는 쓰레기를 손으로 주어 등산 가방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검은 비닐봉지와 손 집게를 준비했다. ‘쓰레기 줍겠다고 집에서부터 작정하고 나왔군요.’ 하고 내가 말하자. 코로나 사태로 쓰레기를 직접 줍거나 가방에 그냥 넣기도 비위생적인 것 같아 집게로 집고 검은 비닐에 담아 집으로 갖고 가서 쓰레기봉투에 버린다고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나라 위생 개념을 크게 발전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쓰레기를 줍는 하 선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느냐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내가 계속 조르자 그는 슬픈 듯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자신이 한때 폐암에 걸려 항암주사를 맞았는데 4번째 항암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너무 두렵고 아픕니다. 저를 고쳐주시면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습니다.’하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성경 이사야 10장 10절의 말씀인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하는 성경 구절이 불현듯 생각나더란다. ‘아 나는 나을 수가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갑자기 솟구치고 스스로 감동의 전율이 몰려오더란다. 간절한 기도의 보람인지 항암주사의 효과인지 잘 모르지만 김 선생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암의 사슬에서 벗어나자 하나님에게 약속한 데로 무슨 봉사활동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찾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쓰레기를 줍자는 생각이 들더란다. 쓰레기는 더럽기 때문에 자기가 버린 쓰레기도 자기가 줍기를 싫어한다. 혐오 물질인 쓰레기를 치우면 더럽던 곳이 깨끗해지고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보시(普施)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 이 일을 내가 해보자 하고 결심을 굳혔다.
행복이나 즐거움은 내 마음속에 있다. 내가 만족하고 즐거워하면 아무리 더러운 일을 해도 기쁜 마음이 우러난다. 내가 주운 쓰레기 덕택에 주위가 깨끗해지면 쓰레기 버리는 사람도 줄어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기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더 즐겁다고 한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행복 해한다. 스스로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하니 만나는 사람에게도 좋은 말을 하게 된다. 덕택에, 덕분으로는 말을 자주 했더니 진짜로 자식들이 진급도 하고 아파트도 당첨되고 하는 일마다 술술 잘 풀린다. 손자 손녀들도 공부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웃는다. 하 선생의 웃음은 웃음 바이러스로 보는 사람에게도 전파되어 우리를 웃게 만든다.
은퇴한 시니어도 젊은 세대처럼 돈을 번다. 만족스런 일자리에 재취업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자산투자로 매달 고정수입을 올리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던 이들의 투자 성향도 공격적인 태세로 전환됐다. 활기찬 투자 성향은 이제 젊은 세대 못지않다.
소득 창출의 대표적인 방법은 ‘일자리’다. 노동활동은 급여라는 현금과 교환되고 이 돈은 소비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은퇴 후 고정수입이 사라지면 노후를 고민하는 시니어가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노후준비에 충실했다면 고민을 덜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0세 시대를 풍요롭게 보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
은퇴 이후에 직장을 구하는 ‘시니어 취준생’이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자신에게 투자하고 자격증을 얻어 일자리를 찾는 시니어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자기계발을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와 흡사하다. 그동안 관심이 많았지만 먹고사느라 평생 미뤄온 일에 뛰어드는 도전정신도 돋보인다.
하지만 은퇴 후 일을 하는 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지만,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건 젊은 세대와 닮았으나 나이에 따른 한계를 넘어서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젊은 세대 못지않다. 체력은 달리지만 도전하고 성취하려는 의지는 넘친다. 금융투자시장에 뛰어들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중위험·중수익 이상의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의 과감함은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공격적인 성향이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금융상품에 투자해 주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니어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의 투자는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게 특징인데 그 이유는 초저금리 시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위험·중수익’으로 간 투자 성향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 마이너스금리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제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내야 하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보다 적은 돈을 갚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전 세계 거래 국채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금리다. 자산을 늘리기는커녕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 은퇴를 한 시니어라면 과연 은행의 예·적금으로 만족스런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을까. 시니어들의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뀐 배경이다.
과거에는 원금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 투자가 노후 대비의 밑바탕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고개를 젓는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된 3층 연금만으로 희망하는 노후를 충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이에 시니어들은 노후를 대비해 모아둔 금융자산을 활용해 지속적인 소득을 낼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상품 투자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100세시대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THE100리포트’를 살펴보면 시니어들은 가격변동에 따른 자본손익보다 이자, 배당 등으로 구성되는 인컴(income)에 주목한다. 금융에서 인컴이란 매매와 상관없이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꾸준히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으로 채권 이자, 주식 배당, 부동산 임대수익 등이 해당된다. 인컴자산은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편이지만, 원금손실의 리스크가 있는 ‘중위험·중수익’으로 분류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펀드에 5억 원을 투자한 A(66세) 씨는 3개월마다 600만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해당 펀드는 5년 만기 상품으로 4~6%의 배당수익률을 자랑한다. 또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B(63세) 씨는 지수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통상 매달 3~4%의 이자를 받는다. 3억 원을 투자한 B씨의 배당금은 월 100만 원 정도다.
해외 고배당주도 체크해볼 만하다. 최근 블룸버그가 분석한 주요 국가의 배당수익률은 러시아(6.6%), 호주(5.6%), 영국(4.3%), 대만(4.1%), 홍콩(3.7%), 스웨덴(3.6%), 싱가포르(3.6%), 프랑스(3.0%), 독일(3.0%), 중국(2.9%), 일본(2.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1%다.
인컴투자는 현재의 금융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한 투자전략이다. 은퇴 후 자산관리 관점에서도 좋은 투자전략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활용한 투자는 크게 손실을 보면 복구할 수 있는 시간과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인컴자산의 종류와 특징
대표적인 인컴자산은 채권이다. 채권은 발행 시점부터 앞으로 받게 될 이자와 원금이 확정돼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쉽다. 일정 수준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이려는 투자자라면 신흥국 국채, 하이일드 채권 등이 적합하다. 반대로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투자자는 선진국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등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 좋다.
주식도 꾸준히 발생하는 수익인 배당이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이지만 몇 년 사이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고배당주’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고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반면 글로벌 고배당주는 더 많은 인컴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설 등 대체투자자산을 통해서도 인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하는 동안 계속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임대수익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임대수익은 개인이 직접 투자해 얻을 수 있고,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시니어 일자리로 떠오르는 직업이 있다. 바로 ‘도그워커’(Dog Walker). 바쁜 일상으로 시간이 부족한 견주를 대신해 함께 산책을 하며 반려견의 건강을 챙겨주고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주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고소득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가 늘면서 국내 도그워커의 수요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반려견에 대한 기본 정보와 도그워킹에 필요한 지식을 갖춘 뒤 자격증을 취득하면 일할 수 있다. 도그워킹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과 도그워커를 매칭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국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없다. 민간자격증 취득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국제 인증 도그워커 아카데미 등의 교육기관에서 반려견과의 소통법, 교육법, 성향 파악법,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운 뒤 취득하는 방법과 도그워커를 고용하는 업체에서 주관하는 4주 과정의 교육을 받고 수령하는 방법이 있다.
간혹 지자체에서도 수강생을 모집한다. 수강료는 교육기관에 따라 10만 원선. 강의를 다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되면 전액 혹은 반액을 환급해준다.
수입은 업무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 1시간씩 월 5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평균 40만 원 정도를 번다.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견주들이 단골이 되면 하루 두세 시간 일하고 한 달에 70만~100만 원의 고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도그워커의 수입은 월 200만~300만 원 선이다.
하루 종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이 힐링도 되고 운동도 할 수 있게 해줘 특히 시니어에게 일석이조의 일자리로 소개되고 있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총 9회에 걸쳐 알아봤다. 이번 호에는 연재 마지막 순서로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인기·유망 분야에 대해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9년 6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의 응시자와 취득자는 매년 늘고 있다. 중장년층 역시 제2직업을 위한 스펙 마련을 위해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하는 추세다. 2018년 기준 50대 자격증 취득자 수는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60세 이상의 경우 무려 30%가 증가하며 전 연령대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취업 지원 누리집 워크넷 기준 자격증과 관련된 구인 건수는 28만1675건(23.8%)으로 4건 중 1건가량은 채용 시 자격증을 요구하거나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구인 건수가 많은 자격이 대체로 취득자도 많은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고용노동부는 취업이 잘되는 자격 10선(구인 공고가 많은 자격 기준)을 [표1]과 같이 발표했다.
구인 공고와 별개로 2018년 기준 자격 취득 현황을 보면 3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지게차운전기능사 취득이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더라도 50세 이상의 취득 종목 1위는 지게차운전기능사였다. 한식조리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등은 그 뒤를 이었다.
PART1. 국가공인자격
상위를 차지한 자격에 해당하는 업종들의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자격증 취득자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앞서 소개한 목록에는 없지만 근래 들어 주목받는 국가공인자격 중에는 ‘드론(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교통안전공단)가 있다. 올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미래가 온다 새로운 직업이 뜬다’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내 직업 찾기’ 등에서도 드론전문가는 유망 직업으로 손꼽혔다. 단순히 촬영 도구의 일부가 아닌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수색하거나, 먼 섬에 택배를 보내고, 논밭에 비료를 뿌리는 등 다양한 업무에 접목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드론 자격 취득자, 드론 장치신고 건수, 사용자 업체 수 등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그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자격증 돋보기] 드론전문가가 하는 일은?
크게 드론조종사와 드론개발자로 구분한다. 드론조종사는 드론에 부착된 촬영 장비를 조작해 항공 촬영 및 측량, 농약 살포, 택배, 군사용 무인기 조종 등의 업무를 맡는다. 드론체험교실 등 관련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드론개발자는 새로운 드론을 개발하거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에 힘쓴다. 군사, 촬영, 스포츠, 관측, 정보통신, 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응용 장치를 개발한다.
2018년 각종 자격증 취득 현황에서 1순위를 기록한 지게차운전기능사의 경우 전체 취득자 3만6441명 중 남성이 3만5819명으로 98%를 차지했다. 그에 반해 여성의 경우 상위 5개 종목 중 1위 한식조리기능사를 제외한 4개 종목이 모두 미용사 자격이었다(미용사 일반, 네일, 피부, 메이크업 순). 물론 두 자격증 모두 젊은 층이 주를 이루지만, 제2직업이나 창업을 위해 관심을 두는 중장년도 적지 않다. 다만, 합격률이 높지 않은 편이고, 실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기술을 익히고 실전에서 발휘하기까지는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3D 프린터 관련 자격에 주목하라
지게차운전기능사나 미용사의 경우 오랜 세월 익히 알려진 자격이라면, 드론처럼 새롭게 뜨는 자격이 있다. 바로 3D프린터운용기능사다. 3D 프린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제조, 건설, 의료, 로봇,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모형 제작이나, 부품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3D 프린터를 사용하며 응용 분야가 확대됐다. 이에 관련 제조업체나 콘텐츠 사업도 많아졌고, 3D 프린터 산업 시장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3D 프린터 산업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며, 2018년부터 3D 프린터 관련 자격증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회 시험 결과만 놓고 보면 아직 중장년에겐 자격증 취득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전도유망한 분야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
PART2. 민간자격
과거에 비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매해 새로운 직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거 유망했던 직업들은 하나둘 퇴보하거나 사라지고, 관련 분야에 종사했던 중장년들은 더 이상 경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이에 자신의 커리어에 접목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자 다양한 민간자격을 준비하는 이가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미래가 온다 새로운 직업이 뜬다’를 살펴보면 신체 건강을 넘어서 정신과 마음 건강까지 살피는 직업들이 눈에 띈다. 웰빙, 힐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다. 모바일건강관리코치, 음악치료사, 식생활지도사, 라이프코치, 수면컨설턴트, 자살예방상담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 직업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취미 또는 자신의 심신 건강을 위해 이러한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그 밖에도 애견산책도우미, 김치소믈리에, 유품정리사, 조부모-손자녀 유대관계 전문가, 층간소음관리자, 디지털장의사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소개됐다. 이들 직업에 도전하려면 관련 민간자격을 찾아보게 되는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 민간자격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자격들이 나온다. 이 중 취득을 목적으로 한 자격을 고를 때 다음 사항을 확인해보면 좋다.
민간자격 취득 시 꼭 확인할 사항
첫째, 민간자격의 등록 여부와 공인 여부, 광고에 나온 문의처가 해당 자격을 등록한 업체와 동일한지 확인하기.
둘째, 검정료 외 교재비나 수강료가 있는지, 취득 이후 별도의 등록비나 회비 등을 요구하지 않는지, 변심 또는 불만 등의 이유로도 환불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셋째, 광고 내용과 같이 실제 자격이 활용되고 있는지 본인이 취업하려는 곳에 직접 문의해 확인하기.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농업·원예’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추억이 있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아예 귀촌을 하거나 도심에서 텃밭을 가꾸고, 원예나 정원 관리 등 자연을 벗삼은 활동을 통해 유년 시절의 향수를 달래곤 한다. 집에서 취미로 꽃이나 나무를 키우기도 하지만, 농업·원예 분야 자격증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꾀할 수도 있다.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이 늘었고,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원지원센터가 곳곳에 생겨나는 등 관련 시장과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먼저 농업 분야에서 중장년의 관심이 가장 높은 국가기술자격은 ‘유기농업기능사’다.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나 농약, 제초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미생물 등 자연재료만을 활용한 농사 방식이다. 최근 환경오염이 화두로 떠오르며 유기농업의 중요성과 수요가 증대되는 추세다. 실제 도심에서 직접 먹을 농작물을 키우거나, 귀농 후 농사를 지을 때도 유기농법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자격시험에서는 유기농 재배 및 관리를 비롯해 생산, 토양관리, 가공, 유기축산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평균 합격률은 95.6%로 꽤 높은 편이다(2018년 기준). 특히 50대 이상 합격자 수가 타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관심 있는 중장년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응시자격제한 없음).
또 다른 국가기술자격으로는 ‘원예기능사’가 있다. 원예기능사는 묘목을 재배하거나, 생육 시설 설치 및 관리, 관수(물주기), 시비(거름주기), 제초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자격시험을 치르려면 시설 원예를 비롯해 채소·과수·화훼 원예에 대한 이론과 실제 작업 과정 전반을 익혀야 한다. 지난해 시험 결과를 보면 필기시험 평균 합격률 35.4%, 실기시험 평균 합격률 61.1%로, 합격이 수월해보이지는 않는다. 근래 합격자 수 역시 한 해에 100명이 채 안 될 정도로(2018년 80명, 2017년 95명, 2016년 69명) 적었다.
농업·원예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에는 종자기능사와 화훼장식기능사도 있다. 전체 합격자 수로만 본다면 유기농업기능사나 원예기능사보다 훨씬 많지만, 젊은 세대가 주를 이룬다. 농업·원예 분야의 자격증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및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 중 필기시험 면제자를 위한 실기 응시기간이 따로 있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PART2. 민간자격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농업·원예 관련 민간자격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스마트 기술 또는 예술 분야와 접목된 종목들이 눈에 띈다. 드론농업장제전문가, 스마트정밀농업전문가, 힐링농업지도사, 원예심리상담전문가, 생활원예아트, 정원놀이지도사 등 단순히 작물 재배나 가꾸기에 머무르지 않는 참신한 자격증이 많다. 물론 이들 종목들 대부분이 아직 시작 단계인 경우가 많아 관련 제도와 훈련 기관 등이 미흡한 편이다. 관련 교육과 양성 과정이 궁금하면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또는 농업기술원)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원예활동생활화 교육’, ‘치유농업 프로그램’,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특별교육’, ‘도시농업 힐링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치유농업, 원예치료 등 농사가 목적이 아닌, 심신 회복과 안정을 위한 농업·원예 분야 자격과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이번 호에는 ‘컨설팅·중개’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고용정보원(한국직업전망 2019)
현역에서의 직무 경험을 살려 경영 및 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퇴직자가 늘고 있다. 직장에서의 오랜 경력이 무기가 되지만, 컨설팅에 대한 기본 지식과 영업 능력이 뒷받침돼야 원활한 활동이 가능하다.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업무 패턴이나 자기계발 면에서는 ‘중개사’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물론 꾸준히 업계 동향을 살펴야 하고,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고객(거래처) 확보와 실적 등에 따라 수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PART1-1. 국가전문자격 '컨설팅 관련 분야'
경영·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전문자격으로는 경영지도사와 기술지도사가 있다. 경영지도사는 마케팅, 생산관리, 인적자원관리, 재무관리 등으로 나뉘고, 기술지도사는 기계, 생명공학, 생산관리, 정보처리, 전기전자, 환경 등으로 세분화된다(2차 시험의 경우 지도 분야별로 구분해 실시).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1차에서 경영학을 비롯한 관련 법령 및 외국어 등 객관식 시험과, 2차에서 전문 분야 논술(약술) 시험을 치러야 해 공부 분량이 만만치 않다. 관련 분야 종사자라면 유리하겠지만 자격시험을 위한 이론을 익히고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와는 또 다른 맥락이다. 지난해 경영지도사 합격자는 215명, 기술지도사 합격자는 21명이었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합격률(2018년 경영지도사 18.6%, 기술지도사 28%) 역시 저조해 도전이 쉽지 않은 분야로 예상된다.
자격증이 없더라도 경영·기술 컨설턴트로 활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근래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투자, 영업 관리 등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대부분 국가전문자격을 요구한다. 더불어 인공지능, 스마트사업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경영·기술 컨설턴트의 인력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젊은 세대와 경쟁에서 중장년이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대기업이나 고수익을 내는 프로젝트에 욕심내기보다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대상 컨설팅, 또는 청년기술창업 멘토 등에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는 것이 경력관리에 효율적이다.
PART1-2. 국가전문자격 '중개 관련 분야'
흔히 알려진 중개 관련 분야 자격증으로는 ‘보험중개사’와 ‘공인중개사’가 있다. 두 자격증 모두 취득 후 나이 제한 없이 직업으로 연계가 가능해 중장년층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먼저 보험중개사는 보험회사를 위해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리하는 보험설계사와 달리, 보험회사별로 상이한 상품의 담보내용 및 요율, 조건 등을 비교해 보험계약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더불어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 사이에서 계약 체결을 중개하거나 그에 따르는 위험관리 자문 업무 등을 담당한다. 보험중개사 시험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은 없으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이 저조한 편이라 취득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중개사가 되려면 국가전문자격인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후,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대학에서 위탁받아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대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여는데, 실무 경험이 없고 영업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부동산중개법인이나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소속공인중개사로 취업해 경력을 쌓으면 도움이 된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합격자 통계를 보면, 50대 이상의 합격률은 16.7%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응시자 수로만 보면 40대(2만5964명) 다음으로 50대(2만863명)가 높았다. 합격률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청년층에 비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전문가로서 원활한 활동을 위해 관련 대학이나 대학원, 민간학원 등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PART2. 민간자격
최근에는 창업 및 취업 컨설턴트, 퍼스널컬러 컨설턴트, 이미지메이킹 컨설턴트 등의 민간자격이 늘어났다. 대부분 일정 시간 교육 이수와 시험 등을 통해 취득이 가능하다. 다양한 민간자격 중에서도 중장년층이 주목할 만한 분야는 귀농·귀촌 컨설턴트, 정리수납 컨설턴트 등이 있다.
‘귀농·귀촌 컨설턴트’는 반드시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민간에서 발급하는 축산컨설턴트, 농업경영컨설턴트 등을 취득하면 업무에 도움이 된다. 주로 정부(지자체)와 귀농귀촌종합센터 등의 정책 사업에 참여해 귀농·귀촌자의 정착을 위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한다. 귀농·귀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다양한 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밟고 자격관리를 하면 안정적인 직업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엿보이는 분야다.
직장 경력이 적거나 전무한 주부들도 일자리로 삼을 수 있는 ‘정리수납 컨설턴트’ 분야의 민간자격도 인기가 높다. 관련 업체나 협회, 여성인력개발센터, 평생교육원 등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주로 업체에 소속돼 일하거나 SNS 등을 통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