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안준호 전공의 연구팀이 2019년 서울시 강북구 폐지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다양한 인구집단 대비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폐지수거 노인 대상 건강 상담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아름다운생명사랑’과 협력해 총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88.33%였으며, 대부분 리어카 및 쇼핑 카트 등으로 폐지를 수거했다.
고물상에 평균적으로 가져오는 폐지 및 고물의 무게는 50kg 이상이 44.44%였고, 일부 수거 근로자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100kg 이상을 옮기고 있었다. 수거 업무 빈도를 살펴보면 20.37%는 일주일 중 1~2일만 수거했으며, 48.15%는 매일 수거했다.
폐지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각각에 대한 연령 표준화 유병률을 산출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반 인구, 일반 근로자 인구, 육체노동자 인구(혹은 실업 인구)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조군으로 비교했다.
직업적 손상에 대한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일반 인구 대비 약 10.42배, 일반 근로자 인구 대비 약 5.04배로 나타났다. 직업적 손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육체노동자 인구와 비교해도 4.65배 높았다.
근골격계 통증은 대조군과 비교해 연령 표준화 유병률이 어깨, 손목, 무릎, 발목 통증에서 높게 나타났으나, 허리 통증은 차이가 없었다. 우울 및 자살 혹은 자해 사고도 대조군들과 비교해 1.86~4.72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근골격계통증 관련 신체적 부담 및 자세의 위험성을 평가했다. 2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폐지 수거 시 신체 요구량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128.5kcal로 국내 형틀 목수 115.2kcal와 유사한 수준의 에너지 소모량을 보였다. 수거, 운반, 분류, 이동으로 구분한 작업별 자세 분석에서는 수거 작업이 특히 인간공학적 신체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로 인해 상지,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냈다.
또한 폐지수집 노인 5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시행한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고령에 우울증까지 있는 경우 더욱 취업 및 소득 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폐지 수거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폐지 수거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빈곤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고령 근로자들이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근로 형태인 폐지수거 노인들의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 증상의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 연령을 고려한 여러 인구집단과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며,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조례 등의 형태로 지원책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들의 실제적인 건강 및 안전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모열 교수는 “폐지 수거 일자리를 권유하거나 유도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실제로 존재하는 구성원이므로, 최소한의 안전 및 건강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안전 보건교육, 지속적인 야광 스티커와 조끼 배부 및 교체, 인간공학적 리어카 제공을 고려해볼 수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소득보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망 확충을 통한 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게재되었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요즘도 백일장(白日場)은 열리고 있다. 학교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글짓기대회가 많다. 초등학생들이 엎드려 글을 쓰는 모습은 귀엽고, 한시백일장에 나온 갓과 도포 차림의 노인들이 붓을 놀리는 광경은 멋지다. 글과 글씨만이 아니라 그림 공모전에도 백일장이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백일장을 써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써야 하나요?”라는 문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일 나가는 백일장은 날씨백일장인데, 백일장을 써본 적이 없어요”라고 호소하는 학생의 글도 보았다. 백일장을 쓴다는 말이 우스운데, 요즘 학생들에겐 그만큼 생소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일장은 조선조 때 각 지방의 유생들을 모아 글짓기를 겨루던 일을 말한다. 그런데 뜻이 두 가지인가보다. 하나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달밤에 모여 시를 지으며 노는 망월장(望月場)과 대조적인 뜻으로 대낮[白日]에 시재(詩才)를 겨룬다 하여 생겨난 말이라 한다. 다른 하나는 유생들이 시재를 겨루던 장소[場]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게 벼슬과는 관계없이 열리기도 했나보다.
직접적인 기원은 1414년(태종 14년) 7월 태종이 성균관 유생 500명에게 시무책(時務策)을 지어내라고 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일자무식꾼까지 나와 남의 글을 빌려 시험지를 내고, 수령의 가족이나 기녀(妓女)까지 끼어들어 심사를 하는 등 비리가 많아 난장판이었다고 한다. 과거시험장에서 커닝하다 들켜 쫓겨난 사람도 많았다지 않나.
나도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대학교가 주최한 백일장에 두 번 나갔었다. 물론 다 입선도 못하고 미역국을 먹었다. 그 대학에 다니는 고교 선배들이 점심을 사주어 카레라이스라는 걸 난생처음 먹어본 게 큰 소득이자 즐거운 기억이다. 1960~70년대에는 대학이나 사회단체가 주최하는 백일장을 휩쓴 스타가 많은 부러움을 샀다. 지금도 활약 중인 문인들 중에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문명을 떨친 사람들이 있다. 장학금 받고 대학에 들어간 글짓기 장학생이 그때의 아이돌이었다.
백일장이라는 말을 나는 그 뒤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을 때 소설가 최인호(1945~2013)로부터 백일장이라는 말을 다시 들었다. 그때 신문사들은 저마다 문인들을 섭외해 금강산 관광기를 앞다투어 실었다. 한국일보 문화부장이던 나는 최인호에게 글을 쓰게 했다. 최인호야말로 1963년 고등학생일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했던 ‘백일장 스타’ 아닌가. 금강산을 다녀와 글을 써 달라는 청탁에 최인호는 “야, 이거 신문마다 백일장이 시작됐구나”라고 말하면서도 즐겁게 다녀와 즐겁게 글을 써주었다.
1998년 11월 18일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남북 분단 50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큰 사건이었다. 남북의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다가 지금은 중단된 지 오래지만 갈 수 있다면 나도 다시 가보고 싶다. 최인호의 글은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한상억 작사)를 원용해 “아아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못 가본 지 몇 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로 끝난다. 금강석은 모든 보석의 대명사 아닌가. 금강산도 거기서 나온 이름이다. 글을 읽은 신문사의 최고 선배가 “최인호의 글이 바로 금강”이라며 좋아해 나도 역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백일장을 생각해본 건 초등학교 중학교 교문에 내걸린 격려·환영 문구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번진 이후 각 학교는 입학식과 개학을 늦추고 겨우겨우 1학기를 시작해 온라인 원격수업을 실시하거나 다시 쉬거나 하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안 가는 것도 아닌 상태로 한 학기를 마쳤다. 지금은 수도권 지역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서울·경기·인천 지역 유·초·중학교는 2학기 개학 이후에도 당분간 3분의 1 이내만 등교시키도록 제한된 상황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거나 뒤늦게 오게 되자 각 학교는 교문에 환영 펼침막을 저마다 내걸었다. 그런데 이게 내 눈에는 ‘교문 백일장’이 벌어진 걸로 보이는 것이다. “밝고 향기로워서 꽃이 핀 줄 알았는데 너희들이 온 거였구나”(남양주 미금중학교), “여름이 온 줄 알았는데 싱그러운 너희가 온 거였구나”(서울 대치중학교), “학교는 너희가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답단다 환영한다 얘들아”(서울 신사(新沙)중학교)… 내가 봄부터 눈에 띄는 대로 사진 찍은 문구다. 지금도 이대로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된 것들 중에는 이미 색이 바랜 것도 있다.
환영·격려 문구를 써 붙이기까지 선생님들은 얼마나 고심했을까. 이런 걸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한다면 뭐라고 쓸까, 누가 문안을 만들까, 이런 문제로 그야말로 ‘백일장 쓰는 법’을 많이 연구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 학교의 국어 선생님, 글 잘 쓰는 선생님, 그리고 제일 젊은 후배 선생님이 맡았겠지. 교육부나 교육청이 이런 걸 내걸라고 지시한 것 같지는 않지만, 인근 학교가 내걸면 가만있기 어려웠을 것이다.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지만 ‘교문 백일장’을 통해 선생님들의 글짓기 실력이 더 풍부해지고 세련돼진다면 그야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사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교문백일장에 펼쳐내고 드러낸 마음 그대로 학교를 사랑하고 학생들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다. 어떤 방식으로 열리든 백일장은 입상을 하든 못하든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 돼야 한다.
파주시 광탄면 야트막한 산 앞, 3305㎡(약 1000평) 규모의 야외 스튜디오에 푸른색의 인사하는 조각품들이 서 있다. ‘그리팅맨’(Greeting Man, 인사하는 사람)과 ‘월드미러’(World Mirror, 세계의 거울)의 조각가 유영호(55) 씨가 작업 중인 작품들이다. 유 작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유영호 작가는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에 선정되는 등 다수의 수상 경력도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와 교류가 중단된 초여름 날 만난 유영호 작가는 여전히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올해가 제일 바빠야 하는 해였어요. 연초부터 해외에 작품 설치가 계획돼 있었는데 다 연기됐죠. 베트남에도 3월에 보내려고 포장까지 해놨는데 미뤄졌어요. 멕시코 메리다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8월 말까지 작품을 보내달라고 해서 다음 주 중 컨테이너 작업을 할 예정이에요.”
6월에 프랑스 노르망디 쿠탕스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작품은 1월 말에 자리만 잡아놓은 상태다.
자비로 해외에 ‘그리팅맨’ 설치
유영호 작가가 그리팅맨 해외 설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미술계에서 작가가 성장해가는 데는 몇 가지 길이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뮤지엄에서 작품 발표를 해서 이름을 알리고 경력을 쌓는 것이죠. 선진국들은 그런 루트가 확실합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작가, 갤러리, 컬렉터가 어우러져 작품의 가치가 책정되는 케이스죠.”
그런데 한국은 대부분 국공립 뮤지엄이어서 작가들이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다음 국내에서 전시하는 방법을 선호한단다.
“국내의 조각작품 시장은 협소해요. 해외 극소수 작가의 작품만 거래되는 정도죠. 한국에서 조각가로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제 작품을 해외로 보내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그가 자비를 들여 해외에 작품을 설치하는 이유는 기증 프로젝트가 아니면 힘들어서다. 어느 한 장소에 영구적으로 외국 작가의 작품을 설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작가가 그리팅맨을 제작하게 된 동기도 궁금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깊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큰절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전시하자 그것을 본 네덜란드의 유명 작가 헨크 비스가 “그 행위가 인사가 맞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유럽 사람들은 인사를 잘하잖아요. 그러고 나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관계가 시작되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죠.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도 관계의 출발은 인사로부터 시작된다고 봤어요. 우리의 큰절 문화가 유럽인들에게는 낯설었겠지만 인사에는 어떤 보편성이 있다고 확신했어요.”
그는 헨크 비스의 질문에서 영감을 받았고 인사에 대해 재인식을 하게 됐다. 그리팅맨이 탄생한 배경이다.
“자존감을 지키면서 상대방도 존중하는 자세는 고개를 15° 숙인 각도예요. 너무 낮추는 건 가식적으로 느껴지거나 비굴해 보일 수 있거든요. 정치적 행위로도 인식되죠. 그리팅맨의 15° 각도 인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온 결과예요.”
이 작품의 푸른색은 인종을 초월한 중립적인 색으로 전 인류를 의미하며, 고려청자의 빛깔을 띤 색은 작품 배경인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해외의 폭발적 반응
2012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그리팅맨을 처음 세운 후, 지금까지 국내외 10여 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당시 우루과이에서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찬반토론을 할 정도로 반대가 극심했다.
“어느 곳이든 이질적인 것들에는 반감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리팅맨이 설치된 후에는 시민들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다음 해에 우루과이 관광청에서 만든 책자 앞 페이지에 그리팅맨이 소개될 정도였어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거죠. 작품이 설치된 자리는 우루과이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인데 현재 ‘대한민국 광장’으로 이름까지 바뀌었어요. 해외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 힘이 나요. 모두 자비로 설치하지만 문화 전파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얻고 있죠.”
설치비보다 문화적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일 게다. 해외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고, 유 작가는 그리팅맨이 전 세계 소통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설치되는 도시들은 나름의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천재지변을 당한 지역, 분쟁으로 고통을 겪었던 곳, 그리고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도시들입니다.”
조만간 작품이 들어설 멕시코 메리다는 한국과도 관계가 있는 도시다. 1905년 ‘지상낙원’이라는 말만 믿고 멕시코 이민선을 탔던 조선인들이 애니깽(선인장의 일종)이라는 농장에서 노예처럼 지낸 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5~6세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수만 명이 그곳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5월 4일을 ‘한국의 날’로 지정했고요. ‘대한민국로’로 이름이 바뀐 거리의 원형 광장에 그리팅맨을 세울 겁니다.”
연천 옥녀봉의 화해 메시지
국내에서는 2007년 파주 헤이리에 처음 그리팅맨을 세운 후 분단의 현장에도 작품을 설치했다. 유 작가에게 제일 의미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2016년에 10m짜리 그리팅맨을 세운 연천 옥녀봉이에요. 북한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곳이죠. 남북 화해의 메시지를 담았어요.”
북녘을 향한 그리팅맨은 현재 연천의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그는 언젠가는 북한에도 그리팅맨이 설치되어 남과 북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기를 바란다.
“옥녀봉은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으로, 남북 간 DMZ에서 6km 정도 거리에 있어요. 그리팅맨을 남과 북에 설치한다는 것은, 70년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이 작은 힘을 보탠다는 걸 의미하죠.”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평화의 작가’라고 부르는데 그는 아니라며 겸손해한다. 단지 분단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2014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월드미러는 영화 ‘어벤져스2’에서 소개돼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명 ‘미러맨’(Mirror Man)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두 사람이 붉은 사각 틀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거울이 없지만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우리는 결국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난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재작년에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월드미러를 설치했어요. ‘세상의 거울’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있죠. 에콰도르는 적도에 위치한 나라여서 남반부와 북반부가 만난다는 의미도 됩니다.”
현재 터키 북서부의 항구도시 차낙칼레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장 길이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 내년에 다리가 완공되면 동양과 서양 두 세계의 만남을 상징하기 위해 그의 작품을 세울 예정이다. 그리팅맨은 형태가 둥글둥글한 반면 월드미러는 각과 면으로 이루어졌다. 누드를 부담스러워하는 나라에서는 각이나 면으로 그런 느낌을 순화한단다. 그래서인지 월드미러를 원하는 나라들이 꽤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이슬람 국가들을 위해 옷을 입힌 작품도 만들고 있다.
5년 안에 20개국에 그리팅맨 세우겠다
그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에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했다.
“공공미술은 보기에 편안하고, 내용도 쉽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젊은 시절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러워요.”
공공미술로 선정된 작품들의 수익금은 해외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러한 뜻에 공감하는 지인들이나 친목 단체가 후원도 한단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리팅맨에 관한 이야기다.
“5년 안에 20개 나라에 그리팅맨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 일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업이에요. 지금의 시공간에서 선택한 특별한 일이기도 하죠.”
그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다. 몇 년 전까지 대학에서 강의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말년에는 은둔자로 살고 싶어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소통, 공감 등을 추구하는 그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니 아이러니하다. 젊은 시절에는 늘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요즘엔 글을 쓴다. 최근에는 그리팅맨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리팅맨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 중 한 명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그가 직접 낭송한 자작시 ‘프란체스코’, ‘형과 누나’ 등은 미세한 울림을 준다.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기자가 출발할 때까지 배웅하며 그는 그리팅맨처럼 15° 인사를 했다.
바이러스는 오래전부터 인류를 위협해왔다. 질병을 일으키고 전염시키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심지어 ‘가짜 정보’가 나돌아 피해가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잘못된 바이러스 정보는 이제 또 다른 공포가 됐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틈 날 때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서 더 무섭다. 과거에 발생한 전염병부터 최근 코로나19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바이러스의 위협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 속 재난이 현실화되는 것 같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사스)는 10%의 치사율을 보이며 이듬해까지 전 세계 774명의 생명을 빼앗았다. 201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등장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돌았다. 치사율 38%의 메르스는 2015년까지 전 세계 528명의 목숨을 가져간 후에야 조용해졌다. 이외에 조류독감, 에볼라, 신종플루 등의 바이러스도 빠르게 퍼져나가며 인류를 위협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4월 14일 기준으로 전 세계 확진자가 200만 명이 넘었고, 13만3400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가 1만 명 이상이고, 약 2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존재가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공포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공포, 근거 없는 가짜 정보
잊을 만하면 발생해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신종 바이러스도 무섭지만,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함께 확산되는 ‘가짜 정보’로 인한 ‘인포데믹’(정보전염병)도 심각하다. ‘표백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한다’거나 ‘알코올로 입을 헹구면 낫는다’는 등의 의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 정보가 자칫 실제 치료법인 양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루머는 세균이나 곰팡이를 사멸시키는 약효가 체내 바이러스까지 없앨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발상으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
심지어 가짜 정보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리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유언비어가 나돌 정도다. ‘확진자 아버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거나 ‘○○카페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등 마치 실제 행정기관이 발표한 것처럼 ‘의무팀’이라는 명칭도 썼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코로나19 공포에 따른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다.
가짜 정보는 해외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급기야 가짜 정보로 생명을 잃은 사례까지 발생해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3월 이란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메탄올이 코로나19를 치료한다’는 유언비어에 속아 술을 직접 제조해 마신 300여 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는 한 시민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내용도 등장했다. 유튜브에 실린 인터뷰에서 영국의 음모론 전문가 데이비드 아이크는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에는 나노기술 마이크로칩이 포함돼 사람을 통제할 것”이라며 “개발을 지원하는 빌 게이츠를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튜브는 관련 동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전염병보다 빠르게 퍼지는 유언비어
이런 가짜 정보는 전염병이 퍼질 때마다 비슷한 유형으로 등장했다. 성균관대학교 이재국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가짜 뉴스 확산 경로 추적’ 연구에 따르면, 조작된 거짓 정보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반복성’을 지닌다.
지난 1월 말 ‘○○마트 화장실에서 피 묻은 마스크 발견’이란 글과 사진이 유포되면서 경찰과 보건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2015년 메르스가 유행할 때도 ‘감염자 A 씨가 ○○학원에 다녀갔다’,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안 걸린다’ 등의 거짓 정보가 나돌았다. 이외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하거나 삭제한 허위 게시물만 170개가 넘는다.
가짜 정보는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커뮤니티가 가짜 뉴스의 단초를 제공하고, 회원들이 인터넷에 퍼다 나르면서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정치인이나 연예인, 방송인 등이 언급할 경우 ‘인플루언서 효과’로 파급력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재국 교수는 “가짜 뉴스가 반복해서 쏟아지고, 각종 커뮤니티에 축적된 음모론이 유튜브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어서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며 “언론 역시 속보 경쟁이 아니라, 철저한 사실 확인을 통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속 허구
가짜 정보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짜 뉴스와 목적은 다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속 이야기에 빠져들면 관객은 허구를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 실제로 재난 영화 속 설정이나 주인공의 행동은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픽션’(허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대표적인 한국 영화는 2013년 개봉한 ‘감기’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한 바이러스는 초당 3.4명에게 전파되고, 감염되면 2~3일 안에 모두 죽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얘기다. 치사율이 100%일 경우에는 이런 전염 속도가 나올 수 없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매개로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자가 죽으면 전파될 기회가 그만큼 낮아진다. 90% 치사율을 가진 에볼라바이러스가 최초 발생지인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빼고 자연적으로 전파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반대로 1918년에 발생해 1919년까지 전 세계 5000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10% 내외였다.
영화 속에서 성남시 분당 인구 48만 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5일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간 안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과정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 최근 동물세포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의 생산법이 새롭게 고안됐으나, 이 역시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구 속 또 다른 거짓 설정
허구성이 극대화된 사례이기는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물 영화에도 거짓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1968년 작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이후에 제작된 영화들은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이라는 콘셉트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린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가 살아 있지 않으면 증식이 불가능한데 죽은 시체를 움직인다는 설정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07년 작품 ‘나는 전설이다’는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황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이 다른 생존자들을 찾아다니지만 그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생존자는 극소수뿐이고 대부분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종 인류’ 좀비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인류보다 숫자가 많다. 물론 바이러스 자체가 사람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2차적인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메이즈러너: 데스 큐어’에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좀비 바이러스가 등장한다. 영화 속 단체 ‘위키드’는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자원으로는 한정된 수의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해 바이러스로 일정 수의 사람을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전파 경로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 인수공통감염이 동반되면 날아다니는 새가 바이러스를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트릴 것이다. 결국 위키드 구성원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은 하루에 평균 3600번 정도 사물을 만진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만약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일 것이다.
◇주인공의 행동, 현실에선 처벌 대상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행동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영화 ‘감기’ 속 주인공은 자신의 딸이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자 검사를 피하지만 별다른 처벌 같은 건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행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9조의3, 제80조에 따르면 감염병 의심자가 의료진의 입원 및 격리조치에 불응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감염병 병원체 검사를 거부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박쥐의 배설물을 먹고 자란 돼지를 요리한 셰프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내용이 코로나19의 최초 숙주가 박쥐로 예상되는 것과 흡사해 주목받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올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마스크 등을 매점매석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산 고시’에 따르면,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를 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해 우리나라는 정부 당국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대처를 잘했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의 모범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확진자 및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최근 1주일간 확진자가 20명 이하를 기록했다.
거리에 나서보아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렵고 수시로 손을 씻는 국민 위생개념도 놀라보게 달라졌다. 불편한 점으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문을 닫거나 이러저러한 제약이 달렸다. 건강한 사람이 즐겨 찾는 종합운동장의 공공체육시설까지 문을 닫는 초강수가 뒤를 이었다.
갈 곳이 없어진 건강한 시민들이 ‘방콕’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둘레길이나 인근 공원을 찾기도 하고 등산을 했다. 도심의 인근 산들은 넘쳐나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았다.
건강한 사람에게 계속 ‘방콕’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종합운동장의 실외 공공체육시설을 오픈해 달라고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감기 또는 고열증상이 있는 사람은 출입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아 허락이 되었다. 구체적 행동요령으로 입장 시에 발열 체크를 하고 회원들끼리 반갑다고 손으로 악수하지 말도록 했다. 다음 차례를 위해 대기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먹는 단체 뒤풀이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했다.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행동강령이다. 이제 건강한 사람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종합운동장의 축구, 족구, 인라인, 테니스, 육상 경기장 등이 문을 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26일 발표에 의하면 당일 신규 확진자 10명 중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가 9명이었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례는 1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이제 코로나19는 별일이 없는 한 서서히 소멸할 것으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 오픈하지 못한 학원이나 학교도 장소별로 적절한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준수토록 하여 단계적으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기다리던 공공체육시설이 일부 개방 되어 내가 즐기는 테니스코트에 들어서서 동호인들을 만나니 감개무량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는 소확행(小確幸)이 떠올랐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을 때,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정의했다. 테니스장에서 건강한 몸으로 함께 운동할 동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확행의 행복이 될지는 예전에 미처 몰랐다.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공기가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된 것이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
혼자 하는 걷기가 아니라 상대가 있는 시합이라면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지나친 승부욕으로 싸움까지 해서야 곤란하지만 어느 정도 승부욕이 있어야 운동경기는 재미있다. 이기려고 상대의 약점을 꿰뚫어 찾아내야 하고 나의 허점은 숨겨야한다. 파트너를 믿고 작전을 세우는 것도 묘미가 있다. 다치지 않는 범주 내에서 달리고 몸을 돌려 틀고 점프를 한다. 건강한 사람은 운동해야 한다는 소확행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겼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딸이 백혈병으로 그의 곁을 떠났고, 28년을 같이 살았던 사람과 헤어졌고, 아들은 해외에 있어 자주 만날 수도 없다. 게다가 자신이 쓴 분신 같은 책들을 모두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올 1월 이다빈 작가(55세)가 에세이집 ‘잃어버린 것들’에서 고백한 이야기다. 힘들었던 시기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내러 간 그의 책을 읽노라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1996년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작가, 글쓰기 강사, 출판편집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동화집 ‘모자 선생님’, 시집 ‘문 하나 열면’, 인터뷰 에세이집 ‘길 위의 예술가들’, 세계문학기행집 ‘작가, 여행’, 국내 테마여행기 ‘소소여행’ 등의 책을 썼다. 작년에는 24년 동안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글쓰기 치유기 ‘말하지 않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선보였다.
그런데 작년 말 배본사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던 책들이 모두 불에 타버리는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잠시 삶의 여행을 멈추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그는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생각해 보니 잃어버린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짐이 그동안 늘어난 모양이었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온통 결핍 덩어리들이었다. 그 결핍 때문에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이별을 했다. 이제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서 기억과도 이별을 하려 한다.”
1부 ‘잃어버린 나’에는 저자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에 관한 글을, 2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는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네서점에서 이다빈 작가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 일을 하느라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공부보다는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의 아버지는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고, 그는 오로지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후 학생회 일을 하면서 사회 모순에 대해 탐구를 하고 편집장으로 활동을 했다. 졸업 후에는 서울로 올라와서 10년 가량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했고, 잡지사에서 기자와 주간으로도 활동했다.
“서울에 와서 소설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죠. 남편의 직업상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평생 일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사단법인 부설단체를 운영하면서 초등학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모자 선생님’은 당시 가르치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동화집으로 문예창작기금을 수상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글을 발표하고 기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한국문예신문’을 발행하고, 폭넓은 글쓰기를 위해 학생들을 데리고 국내외 여행을 다녀온 후 아이들이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도서관 상주 작가로 일하기도 했다. 7년 전부터는 고양, 성남, 인천, 서울 등 시민대학이나 도서관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치유 글쓰기, 시 쓰기, 여행 에세이 쓰기, 자서전 쓰기 등 다양한 강의를 했어요. 강의하고 책을 쓰면서 저 스스로도 많은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국내 다섯 개 도시를 배경으로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곧 출판할 거예요.”
이다빈 작가에게 책 쓰기는 그리 어려운 작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생각만 하고 주저하는 이들이 보기에 그는 추진력이 대단해 보인다. 강의를 한 후 일반인들에게 매번 책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뭘까.
“책 쓰기를 하면 암 덩어리처럼 제 안에 뭉쳐 있던 고민 같은 것들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뭐든지 고이면 딱딱해지고 병이 되기 때문에 흘려보내야 해요. 혈액도 생각도 뭐든 흐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대인들은 받아들이는 정보량은 많은데 내보내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책도 내보내는 것이니 누구든지 책 쓰기가 필요하다고 봐요. 글쓰기나 책 쓰기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니까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기를 권해요.”
그는 누구나 시인이며 작가이자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라는 걸 자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코로나19도 이기고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는 뭘 하든지 간에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편이에요. 멋있지도 않은데 멋있게 쓰려고 하면 독자들도 부담스럽죠. 저는 진지한 편이어서 가볍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요. 독자들은 무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실수투성이고 완벽하지 않잖아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생각이 흐르다가 고이는 것을 담아내면 책이 되지요.”
여행과 글쓰기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다빈 작가는 여행이나 글쓰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는 다양한 곳에서 글쓰기를 강의하며 함께 책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서울시는 서초구 내곡동 소재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치유농장(5300㎡)’에서 운영하는 텃밭(원예)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 희망자를 이달 17일까지 선착순 신청받는다.
모집대상 및 인원은 서울시민으로 청소년기(만14~18세 ) 15명, 청장년기(만19~64세) 15명, 중노년기(만65세 이상) 30명, 총 60명 규모다. 교육기간은 5월~7월까지 총 10회 운영할 계획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생애주기에 따라 그룹별 텃밭을 운영하고 텃밭 및 농장 활동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활용해 꽃꽂이, 자연염색, 텃밭 요리, 심리극 등을 진행한다.
생애주기에 따른 대상별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분석을 위해 각 대상별 스트레스, 우울감, 고독감 첨도 및 스트레스지수 측정 등을 통해 치유농업 프로그램 사전•후 평가를 실시한다. 단 코로나19 확산방지 및 참가자 안전을 위해 프로그램 일정이 조정될 수 도 있다.
참여 신청은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공고문 확인 후 개인 또는 단체별로 이메일로 신청할 수 있다. 기타 문의사항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과로 문의하면 된다.
조상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치유농업 활동이 서울시민의 정신ㆍ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서 완성도 높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구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내 대기질 개선을 위해 올해 전기차 1만 대 보급을 목표로 17일부터 구매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으로 예산 1423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보급물량 1만대중 민간보급 8909대(승용 5632대•소형화물 587대•초소형화물 1000대•이륜 1690대) 물량에 대해서 17일부터 환경부 전기차 통합포털을 통해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구매보조금은 승용차 1055만~1270만 원, 화물차(소형)는 2700만 원, 이륜차(경형) 150만~210만 원이다.
시는 구매보조금과 별도로 대기질 개선을 위해 노후된 5등급 차량을 폐차한 후 전기차로 전환 시 7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녹색교통지역 거주자가 노후된 5등급 차량을 폐차 후 전기차로 대체 구매하는 경우 100만원, 국가유공자•장애인, 다자녀가구인 경우에도 50만원이 추가 지원된다.
내연기관 이륜차 폐차 후 전기이륜차로 전환한 때에도 20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차상위 이하 계층이 전기승용차 구매시에는 국비 지원액의 10%를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대상은 접수일 기준 서울시에 30일 이상 거주하거나 주사무소로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 기업, 법인, 단체, 공공기관이다. 신청방법은 구매자가 자동차 제조•수입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2개월 이내 출고 가능한 차량에 한해 구매지원 신청을 하면 된다.
신청대상 및 자격, 신청방법 등 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http://www.seoul.go.kr)에 게시된 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완석 서울시 기후대기과장은 "수송(교통)분야는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25%를 차지한다"라며 "전기차는 주행 중 배출가스를 발생하지 않아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올해 동지 시간은 양력 12월 22일 오후 1시 19분이었다. 동지는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낮이 길어지기 시작,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선조들은 동지를 작은 설로 부르면서 설 다음가는 날로 대접하곤 했다.
동짓날에 동지팥죽을 먹는 이유는 팥은 붉은색으로 양기를 나타내기 때문에 음기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문 근처 벽에 뿌려 악귀를 쫓았다. 팥죽은 동지 시간에 맞춰 뿌렸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나눠 먹는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나 기관이 많아졌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행사 현장을 찾아봤다. 오전 11시에 행사를 시작했다. 외국인들도 많았다. 오전 11시 정각 한옥마을 현관에서 민속 걸궁놀이로 행사의 개막을 알리면서 공연이 시작됐다.
30여 명의 걸궁놀이팀과 시민이 함께 어울려 개막 공연을 하고 잡귀를 쫓기 위해 팥을 뿌렸다. 걸궁놀이팀이 개막 공연 후에는 바로 한옥마을 마당으로 이동을 해서 한판을 신나게 놀고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냈다. 많은 시민들도 나와서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절을 올렸다.
부대행사는 한옥마을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동지 부적을 붙여서 잡귀를 쫓았으며 소원지에 소원을 담아 붙이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윷으로 점을 보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제주민속촌에서도 동지팥죽 체험행사를 매년 개최한다,
제주민속촌에서 자료를 얻고 현장 사진을 부탁했다. 제주민속촌에서는 12월 21일과 22일 양일 동안 제주민속촌 내 산촌목공예방 행사장에서 동지팥죽 체험행사를 개최했다. 팸플릿 타이틀에 '동지팥죽 맛봥 갑써'는 “동지팥죽을 맛보고 가십시오”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민속촌의 동짓날 팥죽 체험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민속촌을 방문한 가족이 함께 새알심을 만들어 보고, 방아를 찧고, 장작불을 때서 팥죽을 쒀서 시식하는 것까지 직접해보게 했다. 팥죽을 쑤는 솥도 옛날 가마솥을 이용했다.
동짓날을 기점으로 액운은 다 날려 보내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한다.
수도권 전철의 공간시설이 시민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다. 전철 승객만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쉬고 즐기는 공간이 되고 있다.
5호선 오목교역 지하에 있는 만남의 광장 휴식공간이 잘 돼 있다고 해서 지난 주말 오후에 찾아갔다. 아이들은 공부하고 엄마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수다를 떠는 공간이었다.
오목교역 휴식공간은 지난 7월에 새로 오픈했다.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별도의 방들이 있었다. 도서실과 같은 분위기의 공부방이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방마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좋은 방을 차지하려면 공휴일엔 아침 일찍 가야 한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큰 마루도 있어서 편하게 누워 쉴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여름이나 가을철에는 인기 있는 평상이 될 것 같았다. 단체나 모임에서 회의도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좋게 큰 방도 꾸며져 있었다. 이용료를 내면서 다른 데 갈 필요가 없이 20명 내외의 인원이 회의하기 적당하게 마련됐다.
음료숫값도 아주 싸다.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커피와 주스는 2000원을 받고 다른 음료수는 더 싸게 팔고 있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등의 대부분의 음식값이 6000원이다.
오목교역은 확실히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다른 역들도 역사 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건축할 때는 오목교역의 휴식공간을 벤치마킹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