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하남시 학암동이 맞닿은 위례신도시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정체됐던 개발 호재가 점차 뚜렷해지면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례신도시가 품은 호재와, 실제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가 밀집된 위례신도시는 강남과 분당, 판교 등으로 이동이 편리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전철역이 신도시 왼쪽에 쏠려 있어서 완벽한 투자처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위례신도시의 교통 호재들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례신사선 ‘위례중앙역’과 위례신도시 ‘트램’ 개통이 예정돼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2년 만에 ‘본궤도’ 오른 호재들
위례신사선 사업이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 개선계획에 포함된 후 12년 만에 본격적인 추진을 알렸다. 2년 전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1월 31일 서울시가 위례신사선 사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강남메트로주식회사(가칭)를 선정한 것. 서울시는 2022년 착공을 목표로 후속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착공 후 완공까지 통상 60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7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와 가락동, 강남구 삼성동, 3호선 신사역 사이를 잇는 경전철이다. 전체 길이 14.7㎞에 정거장 12곳, 차량기지 1곳이 조성되고 총사업비 1조4847억 원이 투입된다. 위례신사선이 개통되면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에서 20분 이내로 단축된다. 우리나라 대표 업무지구인 강남을 관통하고, 삼성역과 가락시장역, 학여울역 등 6개 역에서 다른 지하철로 갈아탈 수 있는 황금노선을 품는 만큼, 앞으로 위례신도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도 본궤도에 오른다. 이 사업은 5호선 마천역부터 8호선 복정역과 우남역을 잇는 5.5㎞의 트램 노선(12개 정류장)을 만드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7일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를 열고 올해 트램 사업 등의 업무계획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에 총 1800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은 2008년 광역교통대책에 포함됐다. 하지만 계획 공개 이후 10년 가까이 사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2년 전 이 사업을 LH·SH가 재원을 부담하는 공공사업으로 전환했다. 위례신사선과 마찬가지로 12년 만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은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3년 완공 일정으로 추진된다. 트램이 개통되면 역과 노선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해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 노릴 만한 아파트 ‘시세 차익’
위례신도시는 위례신사선과 트램 개통 등의 호재 외에도 이미 휼륭한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 북위례 쪽으로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과 이마트트레이더스가 있고, 위례중앙공원을 중심으로는 쇼핑몰과 영화관, 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형성됐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위례신도시의 집값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위례중앙공원 인근 아파트 매매가(전용면적 85㎡ 기준)를 살펴보면 최근 1~2년 사이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위례중앙공원 북쪽에 위치한 ‘위례중앙푸르지오 1단지’ 매매가는 2018년 11억5000만 원, 올 1월에는 14억4500만 원에 거래됐다. 2단지 역시 2018년 11억900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14억 원으로 뛰었다. 중앙공원 서쪽의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도 2018년 10억300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13억 원으로 올랐다.
최근 1~2년 사이 적게는 2억1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9500만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만큼, 위례신도시의 주택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지난 2월 27일에는 올해 첫 ‘로또 단지’였던 위례신도시 중흥S-클래스(하남시 학암동)가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426가구 모집에 4만4000여 명이 몰려 평균 청약률 104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위례신도시 북동쪽으로 치우친 곳에 있는 중흥S-클래스는 위례신사선의 영향을 덜 받는 아파트다. 5호선과도 거리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서울 송파와 가까운 입지인 데다, 트램으로 이어지는 8호선 위례선이 5호선 마천역과 연결되는 호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단지 근처에 남한산성과 청량산 등이 있어 추후 조망 프리미엄도 기대된다.
하남시 학암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년 전 남위례가 입주를 마무리한 뒤 신도시 인프라가 어느 정도 완료됐다”며 “북위례 쪽 청약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입주하자마자 새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위례신도시의 아파트들은 입주 당시보다 수억 원에 이르는 상승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호재가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찾는 사람은 없는데, 가게는 많다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아파트와 달리, 상가 투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위례신도시는 일부 지역이 서울에 포함되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 상권이 자리 잡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신도시가 그렇듯, 위례신도시 상권도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위례신도시는 장지동, 창곡동, 학암동의 접경구역 일대 675만3453㎡의 부지에 11만867명(4만4877세대)을 수용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하지만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는 그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상가거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위례중앙공원을 중심으로 300m 반경 내 주거인구는 2만5018명, 직장인구는 1183명으로 조사됐다. 일평균 유동인구는 10만8854명이다.
위례중앙공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대표는 “동네 장사라 근처에 사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 매출 타격이 크다”며 “근처에 회사도 많지 않아서 직장인 손님 매출이 적은 건 이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똑같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상권 규모에 비해 손님이 적다 보니 상가의 공실이 늘고, 임대료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위례신도시 부동산시장의 최고 히트상품은 상가주택용지였다. 2014년 8월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상가주택용지 45필지는 면적 253~287㎡에 필지당 분양가가 9억3400만~17억9000만 원대였는데도 1만7531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 2746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매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자영업 불황에 세입자가 줄면서 임대료는 하락세를 보인다.
성남시 창곡동 C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인근 상가주택단지 1층 점포 임대료는 3.3㎡당 12만 원 안팎이었는데, 올 초 7만 원까지 떨어졌다”며 “매매가는 호재를 타고 계속 오르고, 세입자는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임대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참 난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까지, 상가 투자는 고민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시장 밖에서 벌어진 사태이지만, 결국엔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 상황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상가가 가장 먼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례신도시 상권은 악재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3~6개월을 넘어 장기화되면, 부동산시장도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에 따른 큰 충격을 입을 것”이라며 “오로지 임대료로 평가해 가격이 매겨지는 구분상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주택시장에서는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재건축과 재개발과 일반 아파트, 토지 순으로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 위례신도시의 상권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렸다. 앞으로 공실은 계속 늘고 임대료는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위례신도시 상권에 대한 투자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권 교수는 “위례신도시 상권은 위례신사선과 트램 개통 호재가 있다고 해도 개통되는 시점이 와야 반영된다”며 “다만 주택시장은 좀 더 빠르게 호재가 반영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사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3월 9일 하루 1조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빼며 주가를 끌어내렸고 코스피는 1954.77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만에 4.19%가 내려앉은 대폭락이었다. 달러는 급등했다. 글로벌 증시 패닉에 미 연방준비제도가 3월 17~18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90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설 정도로 전 세계 시장은 다급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소식까지 더해지며 국제유가(WTI)도 3월 6일 10%나 폭락했다. 3월 18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동감산기술위원회 회의에서 극적 타결이 불발될 경우 유가 불안은 금융시장 전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의 코로나 확산세와 미국의 코로나 전파 속도가 제어되지 않는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호황은 막을 내리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상의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종합해볼 때,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보수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으로 코로나19발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IMF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를 냉철하게 돌아보면 금융위기 대처법이 나온다. 이러한 시점에 달러, 주식투자, 부동산, 금융 자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위기가 왔을 때 코스피는 급락했고 환율은 급등했다. 현재 환율은 1180~12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나스닥 등 미국 시장의 충격이 한두 차례 더 반복된다면 환율이 더 급등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회가 될 때마다 달러자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정기예금 등 원화자산 비중을 20% 정도 줄여 달러예금이나 3~6개월의 단기 달러 정기예금 비중을 높이면 원화자산 가치가 급락해도 달러자산 가치는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발 빠른 슈퍼리치들은 달러자산을 꾸준하게 늘려왔다. 펀드와 주식투자는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위험을 줄여주면서 자본이 대신 일하게 하는 부자 시스템 구축 방법이다. 또 그런 면에서 위기가 왔을 때는 신속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투자처이기도 하다.
위기가 왔을 때 펀드와 주식투자 자산 가치는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비중을 조금씩 줄여 현금자산을 확보하는 전략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시장의 충격은 반드시 전조 현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폭락에 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내 펀드, 주식투자 비중은 줄이고 그동안 높은 가격 때문에 투자를 망설였던 글로벌 해외 우량주식에 투자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마존 주식의 경우 2100달러 이상 거래되었지만 지금은 1800달러대로 10% 이상 하락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테슬라,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톱 기업들의 주가하락 조정도 예상된다. 과거 두 차례의 큰 금융위기 때 회복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이상이 소요됐다. 지금은 달러자산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금융위기 회복 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나갈 우량기업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분석해 투자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IMF 사례를 보면, 큰 폭락을 겪은 뒤 회복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재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몰리고 있어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간 측면이 있다. 내가 살 집 한 채는 꼭 필요하지만, 부동산 투자가 과거처럼 사면 오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슈퍼리치의 움직임을 보면 답은 나와 있다. 슈퍼리치의 아파트 투자에 대한 관심은 줄었다. 반면 적극적인 자녀증여를 고민하고 해외 우량주식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세계 경제는 점점 더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슈퍼리치는 글로벌 1등 기업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해나가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을 예측하고 부동산 비중을 줄이며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이외의 부동산은 금융자산처럼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꼭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는 시점, 예를 들어 큰 시장조정 후 회복기에 거품이 빠진 뒤 투자하겠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한 보금자리는 누구나 필요하다. 그런데 내 집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고가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또 2주택 이상이라면? 최근 들어 “내 집인데 월세를 내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비싼 주택이나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이 늘었다. 개인의 부동산 이전을 압박하는 정부의 세제 정책에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고가 1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인데, 해당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집은 끝까지 소유해야 좋을까
어쨌든 세금 폭탄을 피하려면 가진 주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전하는 게 가장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유상이전인 양도와 무상이전인 증여를 고려한다. 양도는 보유한 주택을 팔아서 현금으로 주는 방식이다. 자산을 현금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 대상이 있을 경우 활용할 만하다. 또 자녀가 여럿일 경우 현금으로 나눠서 물려줄 수 있다. 다만 부의 효율적 이전과 원본 불변의 효과를 누리려면 양도보다는 증여가 나을 수 있다.
증여는 무상으로 이전돼 절세 효과가 있다. 양도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의 주택을 판 뒤 양도세를 납부하고 차액을 증여할 경우 자녀가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증여는 아파트처럼 매매사례가액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가로 증여세를 계산한다. 송재식 열림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세무사는 “기준시가 8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하고 10억 원 가치의 주택을 승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여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예컨대 과거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현재 15억 원으로 올랐다면 내야 할 세금도 당연히 늘어난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저평가될 때 물려주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고가 주택 소유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도 증여로 완화할 수 있다. 2018년 7월까지는 연간 소득 1억20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9억 원 이하의 피부양자 요건을 만족하면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연간 소득 34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5억40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5억4000만 원 초과 9억 원 이하일 경우 연간 소득 1000만 원 이하로 강화됐다. 따라서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줘 피부양자 요건을 확보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속세 부담 덜려면 증여 활용
상속세는 다른 세금보다 세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상속 재산의 가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일수록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 이때 증여를 활용하면 상속 재산이 줄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상속세는 재산 전체를 합산해 과세하는데, 증여세는 증여건별로 부과하기 때문에 실효세율을 낮출 수 있다.
집을 세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전세금을 끼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로 주택 숫자를 줄여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테면 매매가격이 10억 원인데 전세보증금이 6억5000만 원인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3억5000만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이때 양도차액이 작은 주택부터 증여를 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택만 넘기는 순수증여의 경우 물려주는 순서를 달리해도 절세가 되지 않는다.
증여를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상속 개시 시점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과 다시 합쳐 세금을 재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의 가치가 10억 원이 안 되고 배우자가 있다면 사전에 증여할 필요가 없다. 상속의 경우 10억 원에 대한 세금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이상혁 하나은행 PB사업부지원부 상속증여센터장은 “손자녀의 경우 상속인 외자라서 상속 재산 합산기간이 5년이므로 이를 활용한 증여도 고려할 만하다”며 “손자녀는 자녀보다 증여세율이 30% 높지만 자녀를 거쳐 손자녀에게 상속할 때 생기는 추가 납부 세금의 합산액보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떠난 집, 어떻게 활용할까
최근 세대 분리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80~90년대 선호도가 높았던 대형 면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1주택 다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많았기 때문에 대형 주택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함께 살던 자녀가 결혼하면서 분가를 하고 부모의 별세 등으로 더 이상 넓은 면적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로 활용되는 방안이 주거공간의 용도변경이다. 1주택 다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면 과거 셋방을 놓는 것처럼 월세 수익을 얻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가구로 분리된 주택이지만 법적으로는 1개의 주택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세대 분리형 주택은 방을 세놓는 개념이라 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에는 연간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일 때 비과세 혜택이 있었지만 지난해 귀속분부터는 임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일 경우 최대 50%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이 경비용으로 처리돼 사실상 남은 1000만 원에 해당하는 세금만 내는 경우도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연간 임대소득이 1000만 원일 때 15.4%의 세율을 적용한 154만 원을 부과한다.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못지않게 핫한 지역이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다. 마곡지구는 지금까지 드러난 호재에 최근 또 다른 호재가 겹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곡지구가 품은 부동산 호재와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목동 뒤편과 상암동 건너편에 위치한 마곡지구는 지하철 5호선(마곡역)과 9호선·공항철도(마곡나루역)가 경유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서울 도심에서 20분(약 13㎞), 강남에서 40분(약 24㎞)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수도권 광역교통망과 직결된 서남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산업, 주거,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미래형 스마트시티로 조성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마곡지구가 가진 호재들
마곡지구의 매력은 자족기능을 가진 마곡R&D시티에 들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이다. 향후 약 16만 명의 근로자가 상주하는 서울 서남권 중심업무지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여의도의 1.2배, 상암DMC의 6배 크기의 마곡R&D시티에는 현재 롯데건설 컨소시엄, LG사이언스파크, 이랜드 R&D센터, 에쓰오일 TS&D센터, 코오롱 미래기술원,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등 대기업 50여 개사와 중소기업 100여 개사가 들어섰고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대서울병원이 들어선 것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서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은 지하 6층, 지상 10층에 1014병상 규모로 건립된 강서구 최초 종합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맞닿았고 푸른색 유리건물이 인상적이어서 강서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대형 병원의 특성상 3교대로 일하기 때문에 직주근접 효과가 기대되고, 인근에 건강검진센터와 중소병원 등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호재가 추가됐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가 융합된 산업이다. 이곳은 그동안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정부가 규제를 가해 사업이 정체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는 마곡 도시개발구역 특별계획구역 8만2724㎡ 토지에 약 3조3000억 원을 투자해 짓는 대형 개발 사업이다. 이곳에는 2만 ㎡ 이상의 컨벤션과 400실 이상의 호텔, 1만5000㎡ 이상의 문화 집회 시설 등이 들어선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은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 가능성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곡지구에 고층 랜드마크가 등장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앞서 강서구는 2014년 마곡지구를 표본으로 고도제한 완화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해발 119m까지 고도가 완화돼도 비행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강서구는 이를 근거로 2024년부터 김포공항 주변 고도제한이 완화되도록 추진 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도제한이 풀리면 용적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토지가격이 오르고 재건축 단지 호가 상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안인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되는 마곡
이 같은 호재들로 인해 마곡지구는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마곡지구에 호재가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곡지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인 마곡엠밸리(1·4·5·6·7·10·12·14·15단지)의 지난해 10월 이후 매매가격(전용면적 84㎡)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11억4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10월에는 7단지가 12억6500만 원에 매매됐다.
강서구 마곡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곡엠밸리의 2014년 분양 당시 전용 84㎡의 분양가는 5억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매매가는 10억 원대로 두 배가 올랐다”며 “호가는 12억~13억 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대기업의 입주와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오피스텔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곡지구 개발 초기 때만 해도 오피스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공실률이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마곡R&D시티에 새로 들어선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의 입주가 활기를 띠면서 현재는 오피스텔의 공실 우려가 사라졌다.
오피스텔 시세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인접한 오피스텔인 힐스테이트에코마곡역(20㎡)은 지난 1월 2억950만 원에 매매됐고, 같은 달 힐스테이트에코동익(25㎡)은 2억1500만 원에 팔렸다. 마곡역센트럴푸르지오시티(24㎡)는 지난해 12월 2억 원에 거래됐다. 이들 오피스텔 매매가는 2017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마곡지구 내 오피스텔 시세는 대부분 분양 당시보다 4000만~6000만 원이 올랐다”며 “마곡나루역보타닉푸르지오시티의 경우는 지난 1월 2억2500만 원에 팔렸는데 이 가격은 2017년 분양가 1억5400만 원에서 7000만 원 넘게 오른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전세 수요가 늘어 매물이 귀해졌고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마곡R&D시티에 입주한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이 늘어난 효과가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도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아파트와 오피스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세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높은 공실률은 해결과제
반면 마곡지구 내 상가는 공실률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꾸준히 들어섰음에도 인근 상가 1층과 2층이 비어 있는 곳이 많다. 공실률이 높은 결정적인 이유는 비싼 분양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다. 마곡지구 내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5000만 원 수준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상가의신’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 제외한 서울 시내 상가 1층 평균 분양가는 3.3㎡당 3300만 원대다. 마곡지구 상가의 분양가가 1700만 원가량 비싼 셈이다. 강남 3구의 상가 1층 기준 평균 분양가인 5200만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높은 분양가는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졌다. 상권 분석 사이트인 우리 마을 가게에 따르면, 마곡지구 내 상가 1층 평균 임대료는 3.3㎡당 21만4000원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강서구 내 상가의 평균 임대료 3.3㎡당 약 13만1000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LG사이언스파크 인근 상가에서 33.3㎡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C 씨는 “매달 200만 원 가까이 월세를 내고 있는데 오가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손님이 뜸한 편”이라며 “월세도 문제지만 마곡지구의 상권이 자리 잡으려면 적어도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사이 마곡지구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9월 기준 일평균 35만 명이다. 상권 1000㎡당 94명가량이 오가는 셈이다. 강서구 평균인 55명보다는 39명이 많다. 하지만 110~120명인 화곡1동, 화곡6동, 등촌3동에는 못 미친다. 실제로 마곡지구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낮시간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발산역까지 큰 대로변을 걷는 동안 기자와 마주친 사람은 20명이 채 안 됐다.
다만 LG아트센터를 비롯한 기업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고,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유동인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상가 공실률 상쇄도 어느 정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동인구가 늘어도 공실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마곡지구의 유동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공실 문제가 당장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셜마케팅에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어 앞으로 상가 거래는 하향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전반적인 상권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토털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정부의 도시정비 규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는 올해 181만 세대에서 2030년 521만 세대로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정부가 도시정비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사업기간은 10년 이상 걸려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하우스 중심으로 ‘외형성장’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한샘이 리하우스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먼저 대리점과의 상생구조로 인한 리모델링 활성화에 주목해야 한다. 한샘은 지난해부터 기존 제휴점의 전환을 시작해 4분기 대리점수가 450개로 늘었다. 대리점 전환 시 점주는 본사 제품과 직시공 인력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로써 대리점과 리하우스(리모델링)부문 매출이 모두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아파트 매매거래 회복으로 안정화될 다른 사업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하반기부터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중이다. 아파트 매매거래가 회복되면 한샘의 전 사업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거래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DB금융투자는 한샘의 올해 매출액을 전년 대비 4.5% 증가한 1만7790억 원, 영업이익을 5.8% 늘어난 591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미 아파트 거래량 저점이 확인됐고, 리모델링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DB금융투자는 한샘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20% 상향조정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리모델링 수요 증가와 아파트 매매거래 회복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3500원을 제시했다. 한샘의 지난 20일 주가는 종가기준 6만8300원이다.
다만 한샘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샘은 전방산업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리하우스사업 전략을 꺼냈다. 마감재시장이 정체 또는 위축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한샘은 리모델링사업을 확대했다. 주거아파트가 노후화되는 반면 재건축사업이 용이하지 않은 대한민국 주거시장에서 찾아낼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전략적 유효성과 무관하게 리하우스사업이 연간 500억원대로 하락한 한샘의 영업이익 반등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DB금융투자는 리포트를 통해 “리하우스를 제외한 사업부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실적 개선 기대감만으로 주가 상승이 지속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과거에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비를 했다면 최근엔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담긴 소비를 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과연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살펴봤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어떤 상품과 어떤 서비스를 구매할까. 이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비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소비성향이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주는 선물을 고를 때도 가치를 따진다. 슈퍼리치들이 소비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건 과연 무엇일까.
예술적 디자인 까다롭게 평가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무작정 비싼 상품과 서비스에만 돈을 지불할 것 같았던 슈퍼리치들이 언젠가부터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먼저 슈퍼리치들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부터 살펴보자.
슈퍼리치들은 미용과 패션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들은 다른 슈퍼리치와의 만남에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용에 대한 관심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데, 품위를 위해서라면 지불해야 할 가격이 높건 낮건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전 세계 여성 슈퍼리치들이 이용하는 런던 불가리 호텔의 샴페인 목욕 서비스는 부자들만 누릴 것 같은 사치스러움이 있지만 가격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약 67만 원의 호텔 예약비를 먼저 지불한 뒤 서비스를 받을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샴페인 목욕에 사용되는 수십 병의 와인은 따로 구비돼 있고 90분짜리 전신마사지는 약 9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슈퍼리치들은 까르띠에, 티파니, 부첼라티, 반클리프앤아펠 등의 명품 주얼리를 너끈히 구매한다. 이들이 수억 원짜리 주얼리를 구매하는 건 과시욕보다는 감상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액세서리다. 반클리프앤아펠의 베스트셀러 중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 가격이 무려 7800만 원이나 되지만 상상력과 기술이 낳은 예술적 자태를 뽐낸다. 반클리프앤아펠은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사랑한 주얼리로 유명하다.
‘희소성’ 있는 브랜드 선호
남성 슈퍼리치라면 자동차, 특히 명차를 빼놓을 수 없다. 벤틀리, 마이바흐와 함께 3대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는 과거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였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매를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명차였기에 슈퍼리치들은 자신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이 차를 더 간절히 원했고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여했다. 2009년 이후 롤스로이스는 ‘성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라는 콘셉트를 내세웠고 전 세계는 물론 국내 슈퍼리치들도 기꺼이 거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6억 원대인 ‘팬텀’보다는 저렴한 ‘고스트’. 이 역시 4억 원을 훌쩍 넘는다.
슈퍼리치는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JTBC의 ‘캠핑클럽’ 핑클 편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캠핑 열풍이 다시 몰아쳤다. 슈퍼리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이 캠핑카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를 개조한 프리미엄 차량 ‘화이트 하우스B’를 슈퍼리치용으로 내놓았다. 이 차는 다임러트럭코리아의 2차 제조사 화이트하우스코리아가 스프린터 편의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제작한 1억600만 원대 모델이다.
홈파티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안목
슈퍼리치에게 홈파티는 당연한 사교모임이다. 다른 슈퍼리치를 집에 초대해 그들만의 사교모임을 갖는 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일종의 관례와 같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슈퍼리치의 홈파티는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집 안을 럭셔리하게 꾸며놓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안목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재력을 과시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다.
홈파티를 즐기는 슈퍼리치들은 집 안 가구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구는 북유럽 감성을 담은 덴마크의 ‘프리츠한센’이다. 절제의 미학, 미니멀리즘 등 프리츠한센이 추구하는 디자인과 슈퍼리치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와 오랜 시간을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자들이 인기다. 동글동글한 디자인의 ‘에그체어’ 가격은 최고 1900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에는 하이메 아욘, 오키 사토, 세실리에 만즈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새 가구를 만들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도 슈퍼리치들이 당연히 신경 쓰는 장소다. 이곳에 놓는 오븐으로는 프랑스 ‘라꼬르뉴’가 손꼽힌다. 오븐계의 명품으로 알려진 라꼬르뉴는 전문 장인이 주문을 받아 제작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를 자랑한다. 구매자가 컬러부터 소재, 외관 등 디테일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슈퍼리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오븐’이라는 희소성은 가치 있는 스토리가 된다. 라꼬르뉴의 최고가 라인 ‘샤또 시리즈’ 가격은 오븐이 8700만 원, 후드가 2000만 원에 달한다. 이 오븐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등 수많은 유명인사가 애용하고 있다.
건강이 ‘최우선’
슈퍼리치는 건강을 위해 식재료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심지어 송로버섯이 들어간 소금만 먹는 슈퍼리치도 있다. 가격대가 20만 원을 훌쩍 넘지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식료품점도 아무 곳이나 이용하지 않는다. 영국 런던의 부촌지역 첼시의 대형마트나 세계 최고의 백화점으로 선정된 셀프리지 등은 슈퍼리치가 애용하는 마켓이다. 이곳에서 파는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 가격은 200만 원이 넘고, 알비노 철갑상어 알 1㎏은 무려 2000만 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가 건강관리를 위해 찾는 의료관광 패키지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W 빌라 메디카’가 있다. 세포재생시술을 한 번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00만 원, 3박 4일 의료관광 패키지는 약 3000만 원이다. 연회비가 1억 원이 넘지만 전 세계 부자들이 앞 다퉈 예약한다.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 영화배우 미셸 로드리게스 등 유명인사가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피트니스센터도 인기다. 슈퍼리치가 주로 찾는 해외 유명 피트니스센터는 1년 회원권이 900만 원이나 하는 곳도 있다. 국내에도 고액의 피트니스센터를 즐겨 찾는 슈퍼리치가 많다. 이들은 근육운동보다는 자세교정을 위한 운동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이 자세교정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시간당 7만~8만 원 선이다.
‘스토리’가 있는 선물
슈퍼리치들은 주변인들을 위한 소비에도 과감하다. 오히려 선물을 고를 때 까다로운 취향을 드러내며, 작은 펜 하나를 선택할 때도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슈퍼리치들이 좋아하는 펜을 꼽자면 희소성의 가치를 지닌 ‘파버카스텔’이 단연 최고다.
파버카스텔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 슈퍼리치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상품은 ‘클래식 퍼남부코’ 시리즈로, 가오리 가죽이나 상어 가죽, 스네이크우드, 말총, 상아 등을 소재로 사용하고 심지어 2억 년 이상 석화된 나무로 제작된 펜도 있다. 이 시리즈의 가격은 샤프와 볼펜이 각각 42만 원, 수성펜 55만 원, 만년필 80만 원이다.
그렇다면 슈퍼리치는 손자녀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영유아일 경우 유아용품을 선물할 것이다. 하지만 유아용품이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은 어린 손자녀를 위해 거액을 아끼지 않는다. 유모차 한 대를 사는 데 무려 500만 원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 유모차 제조업체인 실버크로스가 600대 한정판으로 만든 유모차는 이너시트를 양털로 만들었고 캐시미어 담요도 딸려 있다. 이탈리아의 유아용 고급가구 제작업체인 ‘수오모’는 순금으로 만든 침대를 165억 원에 판매한다. 침구는 비단과 최고급 면인 피마 면을 소재로 사용했고 금실로 자수를 놓았다.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국내 슈퍼리치는 자녀들에게 주식을 선물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후상속보다 사전증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선물한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5월,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59개사를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 미성년자 주주가 19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무려 335억 원에 달했다.
안타까운 한국 슈퍼리치의 ‘기부문화’
슈퍼리치에게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통한다. 세계 최대 면세점 전문기업 DFS의 창업주인 척 피니는 부자들이 롤 모델로 여기는 슈퍼리치다. 그는 15년 동안 약 8조4000억 원을 기부했는데, 정작 자신은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3만 원짜리 플라스틱 손목시계를 착용한다. 척 피니를 존경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도 40조 원이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고 추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부를 하면 돈의 가치가 한층 빛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국에도 기부에 앞장서는 슈퍼리치가 있긴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평소에 삶에서 돈은 큰 의미가 없어 기부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부자가 많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부자는 이기적이고 인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일까? 바로 세금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부를 하면 세금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데 반해 한국은 혜택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세금 혜택을 떠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침체된 시장과 강화된 규제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은 “시야를 넓게 보고 과욕을 버리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와 정년 60세. 평균수명이 늘자 노후 걱정도 늘었다. 퇴직 후를 설계하려니 한숨만 나온다. 50대는 소득이 가장 많은 시기인 만큼 공을 좀 들이면 별 문제 없이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50대 고소득자의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세금이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과세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고소득자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소득이 많은 50대라도 노후 준비가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자산관리시장에 20여 년간 몸담고 있는 재무설계 전문가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을 만나 노후 준비 해법을 들어봤다.
50대는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소득세율을 높이는 경계선인 과세표준, 즉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보면 66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인 경우 35%, 1억5000만 원 초과분은 38~4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실질 과세율이 높아지면서 저축 여력도 많이 줄어 노후자금 마련이 만만치 않죠. 물론 시장에는 아직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자주 있죠. 안정적인 보험사 상품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로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저조한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해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내 돈을 넣어 N분의 1로 나눠 쓰는 방법만이 유일해 보입니다. 투자, 세무 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봐도 노후 준비에 애로사항이 많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얘긴 아닙니다. 우선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연금신탁과 같은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소득이 높지 않을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해볼 만합니다. 또 그나마 남은 이런 종류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해야 합니다. 운용 수익을 높이려면 전문가들과 상담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해야 하나요?
“국내 시장은 침체 국면입니다. 과거에는 증시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증시 하락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무언가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헬스케어 등 성장산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이 안정된 국가 등을 IRP와 같은 상품에 담아 중장기적 관점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특히 신흥국과 동남아 시장에 투자되는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성장성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익이 실현될 수 있는 상품 관련 투자 펀드는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IRP에 이런 상품들을 넣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잡길 권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미국과 중국 시장은 주의해서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은 미래성장가치가 너무 빨리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조정이 예상됩니다. 또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조정 시그널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업종별로 투자하는 건 괜찮지만 미국 전체 시장으로 접근하는 건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하건 안 하건 여러 리스크가 잠재돼 있는 국가입니다. 미국 정부의 부채와 소비·경기 침체, 인건비 상승, 기업경쟁력 악화, 섀도 뱅킹 취약성 등이 그 요인입니다. 중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물론 근거가 있는 예측이죠. 부실화한 중소 규모 은행들이 금융위기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10년 새 다섯 배나 늘었습니다. 때문에 중국의 금융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는 이와 같은 위험이 있습니다.”
상가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 상가에 투자하는 건 많은 리스크가 예상됩니다. 특히 공실률은 꾸준히 리스크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상가 투자는 월세를 받아 수익을 얻는 방식인데 과거에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노후 준비로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에 따른 상황을 살펴보면 △임대수익에 따른 과세 강화 △부동산 과세 강화 △공실률 증가 등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상가에 잘못 투자하면 코너에 몰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노후자금으로 최고였던 부동산 월세는 이제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상가 투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아파트에 투자해 월세를 받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주도 세력으로 인해 일반 세력이 이용당할 수 있습니다. 추경매수를 하는 모습은 일시적으로는 반짝일 수 있지만 세금을 제외하면 실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출제한이 지속될 경우 발목을 잡힐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분간 관망하는 것입니다. 올해 4·15 총선이 있어 현금이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장이 형성될 수 있지만 장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동성 장이 이루어지면 잘 빠져나오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미 은퇴했다면 노후 준비가 늦었나요?
“이미 은퇴한 사람이라면 IRP 활용은 의미가 없습니다. 은퇴자의 경우는 노후 준비가 더 어려운 시기입니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세금 등 유지비용이 많이 듭니다. 때문에 비용 줄이기와 평수 줄이기, 세금 줄이기, 지출 줄이기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은퇴 후에는 세금에 시달리는 상황을 없애야 합니다. 12억 원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세금이 300만 원 좀 넘게 나옵니다. 은퇴자의 거의 세 달치 용돈이죠. 소득이 없는 사람이 이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주택으로 인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기회비용을 따져야 합니다. 작은 주택으로 옮기는 게 해결책입니다. 서울 주변으로 이사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고가주택 갈아타기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외에 건강보험료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은퇴 전 순수보장성(소멸성) 보험을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은퇴를 했다면 보험 가입에 한계가 있으니 구체적인 점검을 해봐야 합니다.”
소주택을 보유한 은퇴자의 노후 준비는요?
“최근 규모가 작은 주택 가격이 상승했는데 비정상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시장유동성을 살펴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길 권합니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습니다. 주택연금제도는 현재 가격으로 책정해 연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해볼 만합니다. 노후자산은 안전성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연금상품은 큰 의미가 없고 투자자산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를 쥔 나라가 미국인 만큼 굳이 투자를 원한다면 미국 달러를 들여다보길 권합니다. 미국 통화는 그 나라의 가치입니다. 인적자원, 에너지자원, 기술자원, 군사력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미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위치를 점할 것입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100~1130원 이하로 내려갈 경우 재테크로 활용할 만하다고 봅니다.”
김인응 우리은행 종로영업본부장은?
이론은 물론 실무 능력까지 갖춘 금융자산 재무설계 전문가. 20여 년간 한길만 걸어온 ‘금융장인’이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 가계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창의적인 자산관리 공적을 인정받아 금융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수백 회의 재테크 강연을 비롯해 각종 언론 기고 및 자문, 방송 활동을 해왔으며 지속적으로 금융 지식을 공유·전파하고 있다.
1935년에 태어난 박종규 씨는 무슨 일을 하든 올인했다. 중도에 포기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도(正道)와 성실(誠實)을 깊게 뿌리 내린 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두 번의 암 선고 앞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까짓것 죽어주지” 하며 담담하게 쳐내는 의연한 어른을 만났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알짜’이자 숨겨진 강자로 불리는 기업들을 강소기업이라고 부른다. KSS해운은 해운업계에서 강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고문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 KSS해운을 창업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만 하고 있는 그는 KSS해운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투명경영을 꼽는다. 자신이 세운 기준을 평생 추구했고, 그 결과로서의 기쁨을 오롯이 누리는 중인 그는 제주도에서 칩거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KSS해운은 해운 운송 전문업체로서 가스, 석유, 화학제품의 운송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현재 초대형가스선(VLGC) 선단으로는 국내 최고, 세계 9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2018년 매출 2025억 원에 영업이익 실적이 471억 원에 이르는 견실한 강소기업인 KSS해운은 올해로부터 50년 전인 1969년, 박종규 고문이 맨손으로 세운 회사다.
난생처음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는 만연했던 선원들의 밀수를 근절하며 회사를 정직하게 경영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근저에는 독립군 출신이며 민족자본 형성을 위해 유한양행을 세워 윤리경영의 대명사가 된 유일한 박사가 있었다.
“꿈도 없이 막연하게 월급쟁이 생활을 10년 했거든. 그때도 유한양행의 유일한 씨를 존경해서 내가 만약 사업을 하게 된다면 유일한 씨처럼 해야겠다는 게 꿈이었어. 어떻게 하다 보니 사업을 하고 성공도 했는데, 그저 유일한 씨처럼 한 것뿐이야.(웃음)”
KSS해운, 스스로 떠나다
밀수를 근절하자 사고가 안 생겼고 화물 하역과 인도가 차질 없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였다. 그렇게 KSS해운의 성장이 지속되던 25년 차, 박 고문은 수장 자리에서 내려와 회사의 고문이 되었다.
그렇다면 KSS해운은 그의 자식들이 맡게 되었을까? 아니다. 정도경영, 윤리경영이라는 그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일. 회사는 그의 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후배 전문 경영인이 맡았다.
“아들들은 각자 자기의 길을 갔죠. 지금 서울에 한 명, 미국에 두 명 있는데 미국에 간 두 명은 과학자예요. 서울에 있는 아들은 사업가고. 다들 나한테 원조 받은 일도 없고, 원조 줄 아버지도 아니고…. 다만 독립심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 ‘각자 자기 살길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서로 신세지지 말자. 나도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에서 이렇게 됐으니까’라는 생각이었죠. 유산 많이 남겨야 소용없어요. 독립적인 정신을 갖게 하는 게 정말로 중요한 유산이야.”
제2의 인생, 바른경제동인회
그러나 박 고문이 KSS해운의 대표 자리를 물러날 즈음은 또 다른 제2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던 때였다. 1993년에 바른경제동인회를 창설했다.
“1990년대 초는 노동조합운동이 아주 격화되어 혼란한 시대였죠. 불법파업도 많았고. 그때 ‘회사를 노사 공동의 파트너십으로 생각하자, 사용자와 피고용인의 구분을 떠나서 함께 가자’는 생각에 바른경제동인회를 만들었죠.”
바른경제동인회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투명성이었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CEO의 의지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참여하는 사람 찾기가 어려웠어요. 현실은 돈을 갖다 줘야 일이 됐으니까. 그래도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했지만, 사회 전체가 워낙 불투명하니까 힘들었죠.”
박 고문이 바라본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지하자금이었다. 세무 신고를 하는 음식점이 30%도 안 되던 때였다. 나머지는 다 탈세였던 셈이다. 그러니 지하자금도, 뇌물도 엄청나게 돌았다. 그런 현실을 보다가 그는 마침내 세상을 바꿀 해법을 찾았다.
지하자금 줄인 ‘신의 한 수’
“지하자금을 정리해야겠다, 그래야 투명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런데 지하자금을 줄이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바로 신용카드를 많이 쓰도록 활성화하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쓰도록 해서 신용사회를 만들자는 바른경제동인회의 아이디어는 지하자금의 양성화, 경제의 투명화와 함께 내수시장의 양적 증가와 자금 유동성 활성화를 이끌 방법이기도 했다. 때마침 IMF 체제를 돌파해야 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바른경제동인회의 솔루션이 채택되어 1999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지하자금의 축적은 줄어들고 전자화된 세금 징수와 보다 투명화된 재정 운영이 가능해진 국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박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역사의 변곡점이었던 셈이다.
2004년이 되자 그에게 또다시 큰일이 맡겨졌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이다. 박 고문을 그 자리에 올린 사람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1년 후배인 고건 전 총리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 정지가 되자 고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되었고, 그전까지 한사코 거절하던 그를 결국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그는 위원장 일을 하며 정부와 많이 싸웠다고 회고한다. 정치 논리로 새로운 안을 만들어서 규제를 하려는 걸 막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는 2006년까지 위원장 일을 했다.
그런데 그 시기에 그가 싸워야 했던 대상은 또 있었다. 2006년 그는 서울을 떠나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했다. 그는 그 일에 대해 담담하게 이유를 밝혔다.
“죽으러 간 거지. 위암에 걸렸거든.”
죽기 위해 제주도로 가다
박 고문은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을 때 의학 책을 보게 됐다. 책에는 “위암 4기는 수술을 하든 안 하든 사망률이 90%에 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놀라진 않았어. 나이 71세에 암에 걸린 거니 죽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젊은 사람도 많이 죽는데 70년 이상 살았으면 많이 산 거다’ 싶었지. 그런데 죽을 때 서울에서 죽고 싶진 않더라고. 왜냐하면 사는 데는 아파트, 밖을 나가면 아스팔트잖아요. 사람이 흙을 밟지도 못하고 시멘트 안에서 아스팔트를 걸으며 살았는데, 마지막에라도 자연 속에서 죽고 싶었지.”
그는 병원에서 권한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죽을 장소를 찾아간 셈이었다. 그리고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한라산을 왔다 갔다 하며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암이 자연스럽게 나았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람에게 자연치유 능력이란 게 있는 거지. 항암 치료를 받았으면 아마 죽었을 거야. 거절한 바람에 살았어. 역설적이지.”
자서전을 반드시 써야 했다
그러나 박 고문의 시련은 위암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7년이 되자 또 다른 암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방광암이었다.
“괴로웠죠. 소변이 안 나오니까. 이건 항암 치료를 안 하면 죽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따랐는데… 그런데 못하겠어. 치료받다가 죽을 거 같았지. 여섯 번 하고 안 하겠다고 하니까,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로 바꿔주더라고.”
그의 몸에는 아무래도 방사능 치료가 맞았나보다. 그는 다시 한 번 기적처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때 그의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가 쓰였다.
“자서전을 하나 내보라고 해서 쓸까 말까 하다가 방광암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못 살 거 같았지. 그러니까 좀 섭섭하더라고. 내가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죽으면 안 되겠다, 책 한 권 남겨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항암주사를 맞으며 썼죠. 쉬었다가 조금 쓰고… 힘들었지. 제목을 뭐로 할까 했는데, 적당한 게 없어서 직원들에게 책을 보내 ‘자네들이 읽고 정해 달라’고 했어요. 그때 제일 많이 추천한 게 이 제목이었죠.”
직원들이 제목을 지어준 책. 어떻게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자기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지금 사장은 내 의견이 들어간 사람이 아냐. 되려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웃음) 내가 그만둘 때 지금 사장이 대리급이었으니까 특별히 만난 일도 없어요. 그런데 경영을 너무 잘해. 투표해서 뽑힌 사람이 더 잘한다는 증거죠.”
그가 행복한 이유
창립자이지만 박 고문은 회사 경영에 일체 간섭을 안 한다. 당연히 보고도 안 받는다.
“‘이익 배당만 잘해다오’ 그러지.(웃음) 대신 투명한 회사야. 그러니까 맡길 수 있어.”
인터뷰 말미로 갈수록 박 고문 목소리에는 웃음이 많이 더해졌다.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복기하면서 즐거워진 것일까. 그는 천성적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 암에 두 번이나 걸리면서도 겁을 안 냈고, 되려 ‘까짓것 죽어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 무조건적인 긍정성은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왔고 그를 통해 이뤄낸 성과들을 확인했기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일 것이다. 그의 정도경영, 투명경영이 사회적 의미와 더불어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회사를 세웠는데 직원들이 주인처럼 하니까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거지. 부의 창조만이 아니라 사회에 부가가치를 남긴 것 같아 그게 가장 행복해.(웃음)”
문재인 정부가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을 꺼내들었다. 이번 18번째 부동산 대책은 대출, 세제, 청약 등을 강력하게 옥죄는 초강력 규제로 불린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국세청은 16일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보지 못했던 역대급 대책으로 부동산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대책을 살펴보면 시가 9억 원 이하분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40%, 9억 원 초과분은 20%(현행 40%)를 적용한다. 이를테면 시가 14억 원 아파트의 경우 5억6000만 원(4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9억 원까지는 3억6000만 원(40%), 9억 원 초과분인 5억 원에 해당하는 1억 원(20%)을 합쳐 4억6000만 원이 대출 한도가 된다.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다.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최대 0.8%포인트 올린다.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0.1~0.3%포인트, 3주택 이상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해서는 0.2~0.8%포인트 추가 인상한다. 양도세 비과세 범위는 축소한다. 일시적 2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기존 주택 처분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신규 구입주택으로의 1년 내 전입 요건을 추가한다. 다주택 보유 부담을 더 높이는 대신 10년 이상 장기보유 다주택자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6개월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서울과 경기(과천·광명·하남) 지역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지난 11월 서울 27개 동을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해 발표했다. 서울 13개구 전 지역 및 과천·하남·광명 13개동과 정비사업 이슈 등이 있는 서울 5개구 37개동을 추가 지정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다”며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을 거주목적의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주택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수엑스포역은 관광지 철도역으로는 만점짜리 자리에 있다. 열차에서 내려 역 구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엑스포 전시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왼쪽에서는 쪽빛 바닷물이 넘실댄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열차 도착 시각에 맞춰 역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택시를 바로 잡아탄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끌리듯 엑스포 전시장으로 직진한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설계된 전시장 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도 걸리는 곳이 없다. 시니어들에겐 맞춤 산책길이다. 자기도 모르게 왼쪽에 있는 바다 쪽으로 접근해 걷게 된다.
조금 걷다 보면 왼편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조그만 섬 하나가 눈에 잡힌다. 소문 난 오동도다. 전시장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다리가 있으니 그 섬에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만한 섬! 천천히 걸어도 30분가량이면 다 돌 수 있다. 이 섬이 소문난 건 동백꽃 덕분이다. 동백꽃은 한창 피어나는 겨울보다는 지기 시작하는 초봄에 장관을 이룬다. 바닥에 무리를 이뤄 떨어져 있는 빨간 꽃송이와 꽃잎들은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질 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그 교훈을 실감
나게 체득하려면 동백꽃이 떨어지는 3~4월께 오동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
실비로 먹는 ‘시골밥상...’ 식당
오동도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뱃속에서 신호가 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이곳이 맛의 고장 여수임에랴! 오동도 앞에서 돌산으로 가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밑에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8000원짜리 여수 가정식 백반을 파는 ‘뚱땡이 할머니의 밥상 시골밥상’ 집은 언제나 손님이 차고 넘쳐 끼니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칠순을 넘긴 뚱땡이 할머니와 마흔도 채 안 돼 아이를 넷이나 출산한 ‘애국자’ 따님이 운영한다. 맞은편 엠블 호텔 투숙객들도 이 식당을 많이 찾는단다.
특별한 반찬은 없지만, 하나하나 간을 잘 맞춘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매일 바뀌는 국 종류 때문에 밥 한 그릇을 더 시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식사를 끝낸 자리엔 종업원이 큰 통을 들고 가서 남은 ‘아까운’ 반찬들을 모두 담는다. 음식 재활용을 않는다는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좁은 자리가 꽉 차고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 사진도 못 찍고 문전에서 아쉬운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아쉽기는 뚱땡이 할머니와 따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문 앞에 서서 손님을 그냥 보내는 눈빛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진남관 앞 ‘서울해장국’ 식당
그렇다고 애써 맛집을 다시 찾아야 한다면 여수가 아니지.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전라좌수영(全羅左水營)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진남관. 그 오른쪽 앞과 길 건너편 거리에 여수의 오래된 먹자골목이 있다. 모두 다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서울해장국’이 있다.
아니, 맛집 고장 여수에서 엉뚱하게 옥호를 ‘서울~~’로 쓰다니! 그러나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수십 년 전 여수가 관광지로 채 발돋움하기 전에 개업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서울은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마치 50, 60년대 서울의 빵집과 양복점 등의 이름으로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많이 썼던 것처럼.
이 식당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한다. 바싹 말린 우거지를 장어로 국물 맛 낸 된장국에 넣어 푹 끓여낸 우거지국, 바삭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콩나물국, 두툼한 선지국은 모두 한 그릇에 6500원,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김치찌개(8천 원) 등이 하나같이 별미다. 이 식당은 특히 밑반찬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그 때 그 때 구워주는 생김을 찍어 먹게 집간장과 양념간장을 함께 내주고 갓 만들어 내오는 숙주나물, 고추멸치볶음, 계란부침 등도 모두 싱싱하고 맛깔스럽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이 조그만 식당을 무려 종업원 10명가량을 쓰며 운영한다. 김 굽는 직원, 식재료 다듬는 직원, 우거짓국 끓이는 직원, 김치찌개 끓이는 직원 등이 제각각이다. 맛집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불친절은 찾아볼 수 없고 직원들이 손님상을 수시로 체크하며 모자란 반찬은 알아서 채워주는 친절함까지 보인다. 손님들이 저마다 이 식당 칭찬하기에 바쁘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선짓국을 들고 계신다. 궁금해서 말을 붙여보았다. “40년 단골이지. 맛도 맛이지만 정성이 들어간 건강식이고 배고프던 시절 추억을 떠올려 더 좋지.” 여러모로 완벽한 맛집인 셈이다.
그 밖에도 복춘식당, 조롱박 등 여수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이 일대에 많다. 서대회, 아귀찜, 아귀탕, 생선 내장탕, 돌게장, 삼치회 등이 주메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많은 아귀찜 식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풍부한 아귀를 넣은 아귀탕이 1만 원. 둘이서 다 먹기 부담스러운 양의 아귀찜도 2만 원 미만이다. 마산 일대가 주산지로 알려진 아귀는 여수에서 더 풍족하게 요리된다. 여수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삼치의 선어회는 여수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다. 처음 접하면 물컹한 식감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삼치회만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구이로 먹는 삼치 머리는 클수록 맛이 좋다.
진남관. 이순신광장. 장군섬
식사를 마치고 여수의 상징인 진남관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순신 광장을 ‘참배’ 할 차례다. 여수를 하루만 둘러봐도 곳곳에 있는 이순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된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가 거처했던 곳까지 여수에 있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선소’도 세 곳이나 있다. 어머니 처소는 보존작업이 마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그 앞에 새로 이순신 공원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심지어 실재하지 않은 소설 속 인물까지 끄집어내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점잖은’ 여수 시민들은 ‘이순신 자원’을 그리 요란하게 활용하지 않는다. 기자도 여수를 몇 번 찾기 전까지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전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해 곳곳에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긴 줄은 알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은 사후에도 여수민들을 여러모로 ‘살려주고 있는’ 중이다. 거북선 빵집, 이순신 햄버거 등 여수 상가의 옥호 중 이순신과 거북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여수민들의 충무공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 역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전에도 사후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정이 한없는 불멸의 영웅은 여수에서 그 숨결이 가장 생생하게 느껴진다.
진남관은 2020년 봄까지 보수 일정이 잡혀있어 내부 관람이 금지돼 있다. 광장의 장군 동상 앞에 실물 크기로 지어졌다는 거북선도 기자 일행이 찾았을 때는 수리 중이어서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관람객이 너무 많아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단다.
진남관 입구와 장군 동상 너머 장군섬에 이르는 곳까지 장군의 위세가 당당하게 뻗쳐져 있는 일대를 보는 것만으로 성웅 충무공에 대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참고로 해방 즈음까지는 장군 동상 앞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단다.
종포공원 거쳐 오동도 가는 길
이순신 광장에서 오동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자산공원이 있는 방향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거쳐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여수의 포장마차 촌으로 유명해진 종포공원을 거쳐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다. 우선 종포공원부터 걸어보기로 한다.
이 일대는 여수의 오래된 바닷가 놀이터 중 하나다. 지금은 공원으로 명칭이 붙여져 있지만, 낚시꾼이 모여들고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옆에 새벽마다 경매가 열리고 종일 생선 판매가 이뤄지는 선어 시장이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꾼들도 간간이 모습을 보인다.
몇 년 동안 성시를 이루던 포장마차 촌은 인근 하멜기념관 옆으로 옮겨졌다. 정비 차원이었던 모양인데 아직은 포장마차 촌의 모습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다. 행정력도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져야 바람직한데...
종포 공원 일대에 펜션 서너 곳이 있고 펜션 부근에 맛집이 꽤 늘어서 있다. 포장마차와는 구분되는 식당들이다. 여수 특산물 중의 하나인 돌문어 식당이 많다. 돌문어삼합, 돌문어라면 등등. 진화한 여수 음식 종류 중 하나는 해산물을 활용한 라면 요리다. 이 돌문어 식당엔 점심때부터 줄이 늘어서 있다. 젊은 층이 많다. 돌문어라면 뿐만 아니라 해물라면, 돌문어삼합 등 새로운 메뉴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돌문어라면 1만 원, 네 사람이 먹어도 남을 정도의 푸짐한 돌문어삼합은 3만9000원.
기자도 몇 년 전 여수에 와서 라면 요리를 ‘개발’했었다. ‘꼴뚜기 라면’. 시장 아지매한테 1만 원만 주면 한 접시 가득 주는 꼬록(여수에선 꼴뚜기를 꼬록이라고 부른다)을 특별한 레시피 없이 라면과 함께 끓여주면 색다른 국물 맛을 내는 아주 맛깔스러운 라면이 완성된다. 강추!!!
몰포 나비와 나비 반도 여수
자산공원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걸어 올라가기에 좀 힘이 들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들도 코스로 잘 잡지 않는다. 그러나 노인 체력으로도 천천히 걸어 올라갈 만 하다. 아침저녁으로 산이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 하여 자산으로 이름 붙여진 그 산속 공원엔 여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또 생뚱맞은 이름의 전시관이 하나 있다.
곤충체험관인데 이름하여 ‘빠삐용(나비) 전시관’이란다. 여수에 빠삐용 전시관이라니.. 입구에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미국 배우 ‘스티브 맥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수에 빠삐용? 생각해보고 거듭 생각해 봐도 생뚱맞다!
전시관에 들어가 설명을 들어봤다. 여수시의 전직 공무원 한 분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집념으로 나비를 채집해 개인적으로 만든 전시관이다. 시에 기증해 지금은 시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나비 표본 중에서 대표적인 전시물이 저 멀리 중남미 원산의 몰포나비. 푸른 금속성 광택이 나는 아름다운 몰포나비와 그 나비 모양을 빼닮은 여수반도 그림이 나란히 전시돼있다.
아하! 그제야 조금 몰포나비 채집자의 의도가 이해될 듯했다. 그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폈음 직하다.
“지구 저편에서 몰포나비가 너울너울 날아와 한반도 끝자락에 앉았다. 여수반도다!”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에서
여수에서는 걷다가 가끔 시내버스도 타볼 만하다. 2층 관광버스도 좋지만 무작정 시내버스를 타고 한가롭게 시내를 돌다 보면 대충 여수 시내의 윤곽이 들어와 다음날 일정에 참고하기에도 좋다.
물어물어 버스 몇 번 갈아타고 여수의 강남이라는 웅천지역으로 갔다. 고급 아파트촌이 있고 인공 해변이 조성돼있으며 입구 상가엔 여수답지 않게 주차난이 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에겐 식상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원은 ‘예울마루’다. 전시회와 음악회를 수시로 여는 이 건물은 여수 산단에서 매출을 많이 올리는 어느 대기업이 외국인 건축가에 설계를 맡겨 지어서 시에 기부한 것이다. 건물 외벽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지어 건축물 문외한이 보기에도 시원하다. 건물 바깥쪽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있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예울마루 관람을 마치고 15분가량 옆의 산길을 돌아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짓고 수리했다는 선소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작품 ‘선소’
이 선소는 여수반도를 에워싼 바다의 ‘골목길’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적군에게 노출되지 않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실제로 가까운 웅천 쪽에서도 선소는 보이지 않고 웅천의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촌에서도 이곳이 보이지 않는다. 입지 선택이 탁월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유롭게 안정적으로 거북선을 짓고 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거북선과 수전의 각종 전략 외에도 이순신 장군의 지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영국의 넬슨 제독과 함께 세계 해전사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을 일본의 승리로 이끈 일본의 제독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에게 존경을 표한 것도 거북선 뿐만 아니라 해전 전술, 주민 친화력, 그리고 선소 운영 능력 등을 보았기 때문이다. 충무공께 새삼스러운 존경의 묵례를 보내고 이번엔 선소 길 건너의 그 유명한 보리굴비 식당으로.
명사들이 찾는 여수의 보리굴비 식당 ‘석정’
굴비 하면 영광 굴비, 법성포 굴비다. 그런데 여수에 명사들도 즐겨 찾는 보리굴비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옛 여천 지역, 여수 시청 부근에 있는 석정 식당이다.
이 식당도 덕장은 법성포에 두고 있다. 법성포에서 굴비를 말려 여수로 가져와 조리한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굴비 정식엔 굴비와 함께 해물 보쌈김치, 여수산 각종 나물 등 17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직원이 각 테이블을 돌면서 먹기 좋은 크기로 굴비를 찢어 준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보리굴비 속살, 군침이 돈다. 보리굴비 정식 2만 원. 여수엑스포 준비위원장을 지낸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씨, 지금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윤정희, 백건우 씨 부부 등 명사들이 오래된 단골이란다.
여수에서 11월에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때의 에피소드 한 토막. 대회기간 중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각자 이 식당을 찾았다가 우연히 만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단다. 각국 한인들에게까지 이 식당 소문이 났다는 식당 측의 자화자찬이다.
식당 판매보다는 전국에 보내는 택배 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물 포장된 다섯 마리에 택배비 포함하여 6만5,000원, 10마리 세트는 12만5,000원.
구여수와 신여수
여수시청이 있는 구 여천지역과 구 여수를 잇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내륙 쪽 버스들이 다니는 길과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이다. 웅천지역을 지나 구 여수로 가는 길목 왼쪽에 한국화약 소유 대지가, 있으며 그 건너편엔 여수반도에서 가장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있다.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대단위 리조트로 개발할 만한데, 웬일인지 방치되고 있다. 띄엄띄엄 바닷가 길을 둘러 가면 구 여수의 전통 항인 국동항이 나온다. 옛 여수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동항엔 항상 낚싯배들이 수백 척 정박해있고 경매장에선 새벽마다 활발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바로 앞 경도엔 미래에셋이 경도 리조트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경도는 골프장과 함께 여름 한 철 먹거리인 하모(갯장어의 일본말)의 주산지이다. 경도와 고흥 일대의 하모를 최고의 갯장어로 꼽는다. 경도 안엔 하모를 회와 샤부샤부(일본말. 유비끼라고도 함)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있다. 혹자는 일본사람들처럼 갯장어에 기름이 끼는 7월 이후엔 맛이 별로라고도 하고 혹자는 그때의 하모 맛이 일품이라고도 한다. 정답은 없고 각자 취향에 따르면 될 일이다.
자매식당 등 국동항의 맛집들
그러나 여름철이건 겨울철이건 바닷장어 요리를 꾸준히 하는 식당들이 여수에 많다. 특히 국동항 주변엔 갯장어를 통째로 끓여 내놓는 통장어탕 식당이 몇 곳 있다. 그중에서 여수 시민들 사이에서도 소문 난 자매식당을 찾았다.
장어를 잘라서 국 끓이는 게 아니라 통째로 넣어 끓인 후 손님상에 내와서 종업원이 국자로 장어를 으깨서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준다. 된장 국물에 우거지를 넣어 장어 맛과 함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는 토막 낸 장어를 숙주나물을 넣어 함께 끓여 내놓는다. 통장어탕 14000원, 장어 소금구이 2만 원을 받는다.
여수에 가장 많은 식당이 장어탕 식당과 돌게 간장게장 식당이다. 장어탕 식당은 수산시장 안, 시청 주변, 시내 곳곳에 있다. 그중 자매식당이 가장 생명력이 있다는 여수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놓는 멍게 젓갈이 또 일품이다. 자꾸 더 달라는 손님이 늘어나 포장 판매를 시작했단다. 한 통(3kg)에 3만 5000 원, 택배비 4000원이란다.
여수의 수산시장
여수에는 수산시장이 몇 곳 있다. 수산시장, 특화시장, 교동시장, 선어시장. 그중 수산시장이 중앙시장 격이다. 몇 년 전에 이 시장에 큰불이 나서 시장이 완전히 전소했었다. 주변의 지원과 상인들의 복구 노력에 힘입어 업그레이드된 새 시장 모습으로 태어났다.
시장 내 수십 곳 되는 활어 판매대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잡는 활발한 모습은 장관이다. 생선 잡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매우 좋다는 어느 보고서에 전폭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물새횟집 아지매. 수십 년간 온 가족이 이 업에 종사해왔단다. 종포공원 옆에 자그마한 건물도 소유하고 있다. 재빠르고 시원시원하게 생선을 잡고, 손님과 흥정도 시원시원하게 하며, 횟감은 그야말로 맛깔스럽게 썰어낸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일본 시장 상인들과 일 합을 겨루게 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회를 떠 가져갈 수도 있으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2층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으로 한 사람당 4,000원과 매운탕값 5,000원을 주고 식사를 한다. 서울의 가락시장, 노량진 시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실비다. 생선 산지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세 명이 싱싱한 돔, 갑오징어, 농어, 삼치 등 각종 회를 남길 정도로 푸짐하게 먹고도 6만 원 미만을 냈다.
시내의 실비식당 ‘와사비’
게장 골목 소개는 생략한다. 여수의 전통적인 먹거리 중의 하나인 간장게장 식당들은 이제 시설과 메뉴에서 한 등급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 시내의 횟집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여수의 맛집 소개를 마친다. 여서동 네거리 근처의 ‘와사비’식당. 옥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름 때문에 최근 곤욕을 치렀단다. 얼마 전부터 보는 시선들이 좀 누그러지더란다.
옥호를 ‘고추냉이’로 바꿀 생각은? 이제 겨우 정착단계인데요... 이 식당은 문 연 지가 몇 해 되지 않았다. 6년 전께 문을 열자마자 여수에서 오래된 횟집들을 제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유는 초간단. 남자 사장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직접 생선을 잡아 오고 여수 주변에서 구하기 어려운 건 통영 등지로 달려가 구해와서 오후부터 바쁘게 회를 만든다. 혼자서 몇 사람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게 몇 년을 일해 얼굴이 수척해졌을 정도다. 부인은 서비스 메뉴를 개발하고 상차림을 연구하는 한편 수시로 주방에 들어가 남편과 주방 보조 여인을 돕기도 한다. 이들의 노력은 상차림과 회접시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 식당도 갈치회, 삼치회가 일품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회 한 접시에 4만 원에서 6만 원이면 세 사람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집 몇 곳을 소개했지만, 여수의 장점은 어느 식당에 가든 다른 지방에 비해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마다 자부심이 대단하고 음식에 들이는 정성이 손님들 눈에도 보일 정도다. 전통인지, 요즘의 트렌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히 엑스포 이후 시설과 함께 식당들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먹방과 인터넷에서 칭찬은 많이 받고 악평은 덜 받는 곳, 여수가 됐다.
오동도 입구의 일출
여수에서 일출을 보는 장소로는 돌산섬 일대를 많이 꼽는다. 그중에서도 섬 끄트머리의 향일암(向日庵)은 일출로 유명해진 곳이다. 정동진과 함께 일출 사진이 워낙 많이 나돌아다녀 우리는 다른 곳에서 일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여수 현지의 정보로는 요즘 오동도 입구의 일출이 장관이란다.
새벽에 일어나 이틀을 기다렸다. 해는 우리의 애를 태우면서, 햇살만 내려보내 고기잡이배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 대신에 빛줄기만 담았다. 일정상 일출 장면 촬영을 포기하고 서울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철수하면서 여수 지인에게 일출 촬영을 간곡히 당부했다. 간곡히 간곡히 거듭 부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일출 사진이 메일로 왔다.
쌩큐 오 선생!
쌩큐 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