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세금부담, "넘겨라!"

기사입력 2020-03-11 13:25 기사수정 2020-03-11 13:25

[커버스토리 하우징의 품격을 짓다] PART03.집에 대한 고민들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한 보금자리는 누구나 필요하다. 그런데 내 집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고가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또 2주택 이상이라면? 최근 들어 “내 집인데 월세를 내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 집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셔터스톡)
▲내 집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셔터스톡)

비싼 주택이나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들의 고민이 늘었다. 개인의 부동산 이전을 압박하는 정부의 세제 정책에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고가 1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인데, 해당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집은 끝까지 소유해야 좋을까

어쨌든 세금 폭탄을 피하려면 가진 주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전하는 게 가장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유상이전인 양도와 무상이전인 증여를 고려한다. 양도는 보유한 주택을 팔아서 현금으로 주는 방식이다. 자산을 현금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 대상이 있을 경우 활용할 만하다. 또 자녀가 여럿일 경우 현금으로 나눠서 물려줄 수 있다. 다만 부의 효율적 이전과 원본 불변의 효과를 누리려면 양도보다는 증여가 나을 수 있다.

증여는 무상으로 이전돼 절세 효과가 있다. 양도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의 주택을 판 뒤 양도세를 납부하고 차액을 증여할 경우 자녀가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하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증여는 아파트처럼 매매사례가액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가로 증여세를 계산한다. 송재식 열림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세무사는 “기준시가 8억 원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하고 10억 원 가치의 주택을 승계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여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예컨대 과거 10억 원짜리 아파트가 현재 15억 원으로 올랐다면 내야 할 세금도 당연히 늘어난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저평가될 때 물려주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고가 주택 소유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도 증여로 완화할 수 있다. 2018년 7월까지는 연간 소득 1억20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9억 원 이하의 피부양자 요건을 만족하면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연간 소득 34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5억4000만 원 이하, 재산세 과세표준 5억4000만 원 초과 9억 원 이하일 경우 연간 소득 1000만 원 이하로 강화됐다. 따라서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줘 피부양자 요건을 확보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상속세 세율구간 및 누진공제액
▲상속세 세율구간 및 누진공제액

◇상속세 부담 덜려면 증여 활용

상속세는 다른 세금보다 세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상속 재산의 가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일수록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 이때 증여를 활용하면 상속 재산이 줄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상속세는 재산 전체를 합산해 과세하는데, 증여세는 증여건별로 부과하기 때문에 실효세율을 낮출 수 있다.

집을 세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전세금을 끼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담부증여’로 주택 숫자를 줄여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를테면 매매가격이 10억 원인데 전세보증금이 6억5000만 원인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3억5000만 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 이때 양도차액이 작은 주택부터 증여를 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택만 넘기는 순수증여의 경우 물려주는 순서를 달리해도 절세가 되지 않는다.

증여를 하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상속 개시 시점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과 다시 합쳐 세금을 재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의 가치가 10억 원이 안 되고 배우자가 있다면 사전에 증여할 필요가 없다. 상속의 경우 10억 원에 대한 세금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이상혁 하나은행 PB사업부지원부 상속증여센터장은 “손자녀의 경우 상속인 외자라서 상속 재산 합산기간이 5년이므로 이를 활용한 증여도 고려할 만하다”며 “손자녀는 자녀보다 증여세율이 30% 높지만 자녀를 거쳐 손자녀에게 상속할 때 생기는 추가 납부 세금의 합산액보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떠난 집, 어떻게 활용할까

최근 세대 분리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80~90년대 선호도가 높았던 대형 면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1주택 다가구’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많았기 때문에 대형 주택이 필요했는데, 요즘은 함께 살던 자녀가 결혼하면서 분가를 하고 부모의 별세 등으로 더 이상 넓은 면적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로 활용되는 방안이 주거공간의 용도변경이다. 1주택 다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면 과거 셋방을 놓는 것처럼 월세 수익을 얻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가구로 분리된 주택이지만 법적으로는 1개의 주택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세대 분리형 주택은 방을 세놓는 개념이라 세법상 사업자등록을 하는 게 원칙이다. 과거에는 연간 임대소득 2000만 원 이하일 때 비과세 혜택이 있었지만 지난해 귀속분부터는 임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 원일 경우 최대 50%에 해당하는 1000만 원이 경비용으로 처리돼 사실상 남은 1000만 원에 해당하는 세금만 내는 경우도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연간 임대소득이 1000만 원일 때 15.4%의 세율을 적용한 154만 원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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