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나 폐경을 앞둔 중년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무엇일까?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해 이들에게 직접 묻고 그 결과를 내놨는데 골다공증이 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폐경증후군과 뇌졸중이 뒤를 이었다. 여성들이 골다공증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뼈가 부서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고, 흔히 걸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몸을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요즘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다. 여의도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백인운(白寅運·44) 교수와 함께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똑~ 소리가 나면서 부러지는 거예요. 그것도 허리뼈가. 체중에 의해 척추 압박골절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상상만 해도 두렵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뼈가 부러질 수 있다니. 하지만 백 교수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멀쩡하게 진료실에 걸어 들어온 할머니가 척추 압박골절 상태였던 적이 있었어요. 모두 깜짝 놀랐죠.”
여성은 폐경이 주요 원인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뼛속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뼈가 약해져 쉽게 골절이 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노인 골절의 대표적 원인으로 고령화 사회에서는 특히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골 조직, 그러니까 뼈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를 통해 3~4개월 주기로 생성됐다가 사라져요. 나이에 따라 뼈의 양이 달라지는데 일생 중에 30세 전후가 골량이 최대치인 시기예요. 그 나이를 넘어서면 점점 생성보다 흡수가 많아져 뼈가 약해지는데 그 정도가 유독 심해지면 골다공증이 되는 거죠.”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50세 이상인 경우 남성은 10% 정도 발병하는 반면, 여성은 40%에 이른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골다공증 외에 여성은 갱년기에 나타나는 폐경 후 골다공증도 발생해요. 여성호르몬이 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폐경과 함께 호르몬 생성이 줄면서 뼈흡수가 급속히 진행되어 뼈가 약해지는 거죠.”
이외에도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다른 질환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2차성 골다공증이라 하는데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위나 장 혹은 난소 절제술을 받았거나 거식증, 폭식증 등으로 인한 무월경증이 있는 경우, 영양소 흡수장애나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만성신부전증,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도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어요. 또 스테로이드나 갑상선 호르몬, 일부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들도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잦은 흡연과 음주 같은 생활습관도 매우 위험합니다.”
자각 없어 더 무서운 병
골다공증이 무서운 것은 환자 스스로가 눈치 챌 수 있는 신호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병이 있는지 알 수 없고, 어느 날 몸의 어딘가가 부러지면서 알게 된다. 실제로 환자 본인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고. 또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 내외 정도다.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아요. 보통 여성은 65세 이상일 때, 남성은 70세 이상일 때 검사를 받으라 권고하고 있지만, 아주 건강한 상태일 때의 이야기예요. 내과적 질환 등 위험 요소가 한 가지라도 있다면 조기에 검사하는 게 좋아요. 만약 이 과정에서 정도가 약한 골감소증이 발견되었다면 2년에 한 번, 골다공증이 확진되면 1년에 한 번은 검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골밀도 검사가 그것. 흔히 병원에서 촬영하는 CT처럼 검사 과정도 단순하고 한두 시간만 기다리면 검사 결과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대상자는 5만 원 이하의 검사비만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뼈가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고관절이다.
“보통 많이 부러지는 부위는 척추, 손목, 고관절이지만 골반이나 갈비뼈 골절도 흔해요.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고관절 골절이죠. 사망률이 24%에 달해요.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폐색전증이나 폐렴, 욕창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서 위험해집니다. 고령자는 더욱 그렇고요.”
골절이 발생해 병의 존재를 알게 되어도 쉽지는 않다. 일반인에 비해 뼈의 양과 질이 낮기 때문에 치료가 더디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 부러진 부위가 치료 과정이나 치료 후에 또 부러질 수도 있다. 온몸이 유리그릇처럼 다루기 조심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예방·치료하려면 생활습관 바꿔야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예방만큼 좋은 치료가 없다고 강조한다.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약으로 극적인 효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뼈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30대에 되도록 많이 생성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 이후에도 뼈 생성을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칼슘과 비타민D,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죠. 운동도 중요해요. 운동은 뼈를 자극해 뼈 생성을 돕기도 하고, 근육과 균형 감각을 강화시켜 낙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니까요. 골다공증에는 수영보다는 걷기 같은, 체중이 몸에 전달되는 운동이 좋아요. 다만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시니어에게는 걷기를 추천합니다. 걷기를 오래하면 햇볕을 쬐는 시간이 늘어나 비타민D 생성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비타민D는 먹는 약이나 주사를 권하기도 한다. 장에서 칼슘을 흡수하는 것을 돕고 뼈의 무기질 침착을 증진시키는 비타민D를 음식이나 햇볕을 통해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에는 보통 생선이나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 꼽히고, 일반적으로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D 섭취량은 400IU다. 칼슘은 1000~1500mg이다. 또 발에 걸리는 물건을 치우고, 조명을 밝게 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낙상이나 이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신약 보험 적용으로 부담 덜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과 함께 선택되는 치료법은 약물 치료다. 비스포스네이트 계열로 대표되는 골흡수억제제는 골다공증 치료에 가장 중심이 되는 약이다. 그러나 간혹 턱관절 괴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오래 먹으면 골흡수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골형성도 억제하는 부작용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경구제제의 경우 먹는 방법도 까다롭다. 많은 물과 함께 먹어야 하고, 복용 후에는 30분 동안눕지 않도록 한다. 식도에 약이 걸리면 궤양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장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날짜를 맞춰 먹어야 하는데 시니어는 깜빡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아예 약 먹기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골다공증 치료 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부갑상선호르몬과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가 2016년과 2017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약물치료는 좀 더 쉬워졌다. 부갑상선호르몬은 인슐린처럼 집에서 하루 한 번 주사를 놓으면 되고, RANKL 단일클론항체 제제는 6개월에 한 번 피하 주사로 맞으면 된다. 다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골흡수억제제로 1년 이상 치료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결국 예방이 제일이라고 강조한다.
“병원에 올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의 뼈 상태를 확인해두시는 것이 좋아요. 정기적인 운동도 잊지 마시고요.”
“싫어, 끊어!” 서울 상계동에 사는 A(56) 씨가 거칠게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요즘 그녀의 일상 중 하나는 얼굴 좀 보자는 지인들의 전화를 거절하는 것이다. 최근 생긴 고민인
요실금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가벼운 기침만 해도 소변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이제는 생리대형 패드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앉아 있던 자리가 젖거나 소변으로 인한 악취를 상대가 알아차리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공포로 다가온다. A 씨가 두려움에서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강서미즈메디병원 김종현(金宗鉉·55) 비뇨기과 과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사회적 암(癌)입니다.” 김종현 과장은 요실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요실금 증상이 심각해지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스스로 대외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게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실금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증상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배출될 것 같은 응급상황 넘어가려면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배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이 몸 밖으로 나오는 상황이 신체적으로 크게 위해를 주지는 않지만, 위생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남성에게도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여성에게 나타난다. 발병도 매우 흔하다. 김 과장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40% 이상은 크고 작은 요실금 증상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요실금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전체 환자 중 90% 이상은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에 속한다. 이 두 가지만 알면 요실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김 과장은 조언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 약화돼서 기침을 하거나 웃을 때, 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변이 새어나오는 증상을 말해요. 심하면 걷거나 살짝 자세만 바꿔도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가장 흔한 요실금인데, 출산과 노화로 인해 소변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골반근육과 요도 괄약근이 손상되고 약해졌기 때문이에요. 특히 자연분만 과정에서 아이가 커서 난산을 하거나 다산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발병률이 더 높아요.”
또 하나의 주된 원인인 절박성 요실금도 노화와 관련이 있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의 신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변이 마려울 때 느껴지는 요의(尿意)가 느닷없이 찾아와 이를 참지 못하고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다.
“보통은 40대 후반 50대 초반, 갱년기를 겪고 난 후에 많이 나타납니다. 이 시기의 호르몬 변화와 신경 불안정이 주된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다 문 앞에서 실례를 해버린다거나, 설거지나 샤워를 하다가 소변이 새어나오는 경우는 절박성 요실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김 과장은 이럴 때 서두르면 더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일단 동작을 멈추세요. 그리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항문과 질을 최대한 오므리세요. 이 상태를 잠시 유지하면 배뇨근의 수축을 막고 이완시켜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 크게 달라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은 비슷해도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쉽게 표현하면 복압성 요실금은 고장난 수도꼭지를 고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절박성 요실금은 상수도 펌프가 제대로 조절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 약화돼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 골반근육 강화 운동이에요. 흔히 케겔운동이라고 하는 질과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을 반복하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운동을 말로 설명해도 제대로 따라 하는 환자는 절반도 안 돼요. 평상시에 사용하는 근육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인위적으로 해당 근육을 운동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체외 자기장 치료나 전기 자극 치료가 대표적이죠. 이 중에서 옷을 벗거나 질 안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아도 되는 체외 자기장 치료가 최근에는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의자 형태의 기구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니까요. 바이오피드백 장비를 통해 질과 항문 주위 근육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제대로 훈련이 되면 집에서도 수시로 운동할 수 있습니다.”
복압성 요실금이 심하거나 단기간에 효과를 얻길 원한다면 약해진 요도괄약근 부위를 수술로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수술시간은 30분 정도이고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 근육 부위에 뒤쪽에 테이프를 삽입해 떠받치는 ‘중부요도슬링’ 수술이 그것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근육이 아닌 신경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주로 약으로 치료한다. 방광의 배뇨근이 과도한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소변 저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약으로 완화하는 방법이다. 소변이 충분히 저장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정상적인 배뇨가 이뤄지게 한다.
“환자 나이가 젊다면 3개월 정도 복용하면서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세가 좀 있으신 경우에는 혈압약처럼 계속 드셔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요즘 약은 주로 방광에만 작용해서 부작용 없고 오랜 기간 드셔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요실금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복압성과 절박성의 치료 방법이 다른 만큼 비뇨기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가 많은 시니어의 경우 복압성과 절박성 요실금이 함께 올 수도 있어요. 이럴 때는 한 가지 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자 상태에 맞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 안 하고 미루면 악순환 반복
골반 근육의 퇴화를 막기 위해서, 혹은 요실금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 때때로 케겔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질과 항문을 오므리는 운동으로 5초 정도 힘을 주었다가 빼는 식으로 30번 정도 반복한다. 이렇게 하루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 하면 효과적이다. 이외의 다른 운동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
“살이 쪄서 복강 내 지방이 많아지면 복압이 높아져서 복압성 요실금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줘요. 문제는 이런 분은 운동할 때 소변이 새니까 집 안에만 있게 되고 그러면 살이 더 쪄서 요실금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죠. 이런 경우 수술치료를 해야 운동을 할 수 있어요.”
소변이 자주 나온다고 해서 무턱대고 마시는 물의 양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방광의 공간을 확보해 요실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분이 부족하면 방광염과 요로결석의 원인이 되고 신장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요실금이 발생하면 삶이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실금이 생기면 이제 노화가 시작됐다는 생각으로 우울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죠. 이제 기저귀를 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요실금 팬티 같은 보조적인 도구를 써도 악취나 피부염 등은 모두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비뇨기과 전문의로서 시니어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무라 생각해요. 만약 요실금을 앓고 계시다면 치료를 통해 젊을 때와 다름없는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
라면에 넣는 스프는 모두 맵다. 매워야 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침엔 오미자차를 마시고 땀이 많이 날 때도 설사를 할 때도 오미자차나 매실차를 마신다. 약한 신맛이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하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허열이 날 때는 약한 짠맛이 들어간 콩국이나 죽염수를 마시면 열이 내려 땀이 덜 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이렇듯 맛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이나 후끈한 맛, 짠맛을 오미(5가지 맛)라 한다.
약초는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맛을 머금고 있다. 야산 뽕나무의 오디는 새콤하고 단맛이 진하지만, 재배한 뽕나무의 오디는 맹맹하다. 야산에서 자란 작은 돌배는 시큼하지만, 재배로 키운 배는 그 맛이 싱겁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퉁퉁마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은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스스로 염도를 높여 짠맛이 난다. 즉 약초의 오미는 자연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맛인데, 이것이 약효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오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호에서는 오미 중 신맛에 대해 설명하겠다. 신맛에는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이 있다. 강한 신맛은 막힌 것을 뚫어주고 약한 신맛은 몸의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수렴한다. 강한 신맛은 끝 맛이 달지 않고 침도 은은하게 고이지 않는다. 그래서 식초를 예로부터 고주(苦酒)라 불렀다. 강한 신맛은 목을 마르게 하고 물을 찾게 만든다. 염산이나 황산이 옷에 떨어지면 옷이 녹아버리듯, 음식이나 약초의 강한 신맛도 강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녹여버리고 뚫어버리는 성질을 갖는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보통 매실 엑기스나 산사나무 열매, 식초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것을 먹는다. 또 연탄가스 중독으로 심장과 정신을 연결하는 통로가 막혀 의식을 잃었을 때도 식초나 신 김칫국 등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다. 막힌 것을 뚫어 의식을 찾게 하기 위해서다. 육류나 자장면을 먹을 때 식초가 빠지지 않는 것은 신맛으로 소화를 도우려는 것이다. 몸에 멍울이 만져질 때도 식초를 먹어서 녹인다. 고깃집 메뉴를 봐도 늘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가 있다. 역시 고기를 소화시키는 강한 신맛의 효과 때문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팥에 강한 신맛이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의 강한 신맛, 약한 신맛은 화학적인 pH와는 다른 개념이다. 강한 신맛은 pH가 낮고, 약한 신맛은 pH가 높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팥은 시큼한 맛이 강하지 않지만 강한 신맛에 해당한다. 현미식초는 강한 신맛인데, 100배 희석해도 강한 신맛이다. 현미식초를 희석하면 강한 신맛의 작용이 약해질 뿐, 절대 약한 신맛으로 변하지 않는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침이 은은하게 나와야 한다. 청매실은 강한 신맛이지만, 오래 묵힌 황매실은 약한 신맛이다. 먹어보면 끝 맛과 입에서 침이 나오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하나의 약재가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의 작용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일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대부분이지만, 약한 신맛이 나는 것도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침이 잘 나오지 않으면 강한 신맛이고, 침이 잘 나오면 약한 신맛이다. 팥은 강한 신맛이 난다. 그래서 붕어빵, 찹쌀떡, 호빵 등에 들어간 팥은 밀가루를 먹고 체하는 것을 방지해준다.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뼈와 이가 녹아버릴 수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보약을 먹을 때 식초를 먹지 말라 조언한다. 청매실, 산사나무 열매, 모과, 석류 등 강한 신맛이 나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뼈와 이가 손상될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식초, 탄산음료 등을 많이 마시면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은 대부분 발효시켜 먹는다. 풋과일(매실·살구·석류 등)이나 식초는 강한 신맛이 난다. 그러나 발효시키거나 오래 묵히면 강한 신맛의 부작용이 약해져 약한 신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약한 신맛은 끝 맛이 달고 입에 침이 고인다. 오미자, 산수유, 유자차, 괭이밥, 흑초를 먹으면 약간 시큼한 맛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피부 구멍이 닫힌다. 전신 피부가 긴장하면서 힘이 들어가고 심하면 닭살이 돋기도 한다. 약한 신맛 때문이다. 약한 신맛은 기침, 땀, 설사, 단백뇨, 냉 등 몸의 진액이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을 막아준다. 기운이 떨어져 설사를 하거나 땀이 많이 나면 오미자차나 황매실차, 괭이밥 등을 먹어주면 좋다.
기침에 오미자와 배를 쓰는 것은 약한 신맛으로 기침이 나오는 것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춘곤증에 괭이밥, 돌나물 등 새콤한 봄나물을 먹는 것은 기운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여름에 더위를 먹어 땀을 너무 많이 흘릴 때는 약간 시큼한 과일(오미자, 복숭아, 포도, 묽은 매실)을 먹고 땀과 기운을 수렴한다.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산수유도 약간 시큼한 맛인데 정액이 새나가지 않도록 수렴한다. 전통 식초는 대부분 강한 신맛이지만, 발사믹식초나 흑초, 홍초는 끝 맛이 단 약한 신맛이다. 그래서 이런 식초가 장수에 좋다고 한다. 같은 식초라도 오래 묵히면 끝 맛이 달달해진다. ‘동의보감’에는 “약에 넣을 때는 2~3년 묵은 쌀 식초가 좋은데, 이는 곡기가 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허실 개념이 중요하다. 약한 신맛은 허약한 사람, 허약한 질병에 맞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몸 여기저기가 잘 뭉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더 뭉치게 하기 때문이다. 기침에 좋다는 오미자도 감기 초기에는 좋지 않다. 기침으로 나가야 할 나쁜 것들마저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기운이 너무 좋거나 잘 뭉치는 사람은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개인 방송 중 진행자가 갑자기 8층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지막지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러한 사건의 근저에는 한국 사회를 옥죄고 있는 우울증이란 질환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항우울제 소비량은 꼴찌 수준일 만큼 우울증 치료에 인색하다. 2015년에 28개국 중 27위였다. 이런 상황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중병만큼이나 무섭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노성원(盧聖元·46) 교수를 통해 우울증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여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우울증이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남성의 2배 정도 된다. 노성원 교수는 남녀 간 우울증 발생의 차이가 나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월경을 통해 매달 호르몬의 변화를 큰 폭으로 겪게 되니까요. 또 출산 역시 엄청난 호르몬 변화를 가져오고, 폐경 전후에도 마찬가지죠. 심각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생리전 증후군이나 산후우울증, 갱년기우울증 모두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인 우울증 일종이라 보면 됩니다.”
노 교수는 여성이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 역시 우울증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목한다. 출산과 육아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오늘날에는 맞벌이 등으로 사회참여 폭까지 넓어지면서 스트레스의 종류와 양이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중년의 우울증에는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또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상실이다. 상실로 인한 대표적인 우울증으로는 빈둥지증후군이 있다.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집이 텅 비면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또 친구나 친지들이 아프거나 사망하기 시작하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질환에 걸려도 상실감은 찾아온다. 은퇴로 인한 사회적 지위나 직장의 상실도 마찬가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영향이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 수술 후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거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 뇌에 영향을 주면서 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만큼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한 병이다.
치매와 우울증 구분 방법은?
전문의들은 우울증에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 증상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가장 큰 증상은 기분의 변화다. 의욕이 사라지고 축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생리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사라진다. 그러다 사고의 변화까지 일으킨다. 모든 사안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이 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허무망상이 심해지면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인지능력 저하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흔히 말하는 ‘총기’가 사라진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흔히 치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를 잘하면 명의로 평가받기도 하죠. 치매가 치료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 장애와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은 다소 다릅니다. 치매의 경우는 본인이 잘 받아들이지 못해요. 떠올리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그런 노력을 귀찮아하고 포기해버려요.”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몸의 통증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내는 데 적극적인 서구권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울증 증상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표현에 서툴잖아요. 특히 남성들은 더하죠. 가면성 우울증은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우울증 환자인 경우를 말해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마음의 이상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몸이 아픈데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봐도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우울증일 수 있다고 의심해봐야 할 때는 언제일까. 노 교수는 평소에 비해 모든 것이 귀찮고, 우울하고, 입맛도 떨어진 것 같으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재미있게 보던 TV 드라마가 재미가 없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웃기지 않고, 평소 관심 있어 하던 주제에도 흥미를 잃어버렸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은 외형적인 변화도 일으킨다. 즉 행동이 느려지고, 외출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예정되어 있던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두문불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며칠 그러다 말지만, 2주 이상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발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료는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잘 알려진 것처럼 우울증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다.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주면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약물을 통해 보충해준다. 약물 치료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성분도 아니고 복용 방법도 아니다. 바로 끈기와 인내다.
“우울증 치료제는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려면 2~3주 정도 지나야 하고, 치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해요. 또 치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드셔야 합니다. 치료 중간에 약을 끊어도 변화가 아주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전에 이런 부분을 반드시 강조합니다.”
약물 치료 외에 전기나 자기로 뇌를 자극해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이 심해 당장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는 환자, 약물 치료가 어려운 임산부 혹은 고령의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일주일에 2~3회씩 2~3개월 동안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치료 효과는 높은 편이다. 마취 후 시술하기 때문에 통증 염려도 없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걸어라”
우울증처럼 환자들이 의학적인 치료 외의 방법에 매달리는 병은 많지 않다. 그만큼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고, 주변에 알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교수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 도움될 것 같지만 우울증 환자에겐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나만 비참하다 생각되면 증세만 심해질 뿐이니까요. 술과 담배 역시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만 나타날 뿐입니다. 치료 없는 상담도 큰 도움이 안 돼요.”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주변의 조언이다. 의지가 문제라거나 정신 차리라는 등의 충고는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섣부른 위로도 마찬가지. 우울증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그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노 교수는 조언한다.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창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걷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걷기는 가벼운 우울증에 좋다. 의료계에서 인정한 거의 유일한 자가치료 방법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우울증 관련 서적을 읽어본다면 스스로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도움이 된다.
2월 26일 일본에서는 재미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제1회 로즈마리산 연구회’가 그것. 오카야마대학교, 오사카대학교 등 일본의 여러 대학 학자들이 모인 이 행사의 목적은 단 하나, 로즈마린산의 효과를 알리자는 것이었다. 이들이 로즈마린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물질의 치매 예방효과 때문이다. 그만큼 치매는 일본의 사회적 문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되는 2025년에는 ‘치매 사회’에 돌입하게 되며, 이때 치매 환자는 최대 73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로즈마린산이 과학적으로 알려진 것은 1958년. 이탈리아 과학자가 이 성분을 허브 식물인 로즈마리에서 발견해 로즈마린산(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로즈마린산은 발견 이후에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들이 밝혀지면서 많은 연구자의 주목을 받았다.
로즈마린산은 폴리페놀의 일종. 폴리페놀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페놀 화합물로 노화 방지나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항산화물질로 손꼽힌다. 로즈마린산 역시 대표적인 항산화물질 중 하나로, 로즈마리뿐만 아니라 스피어민트, 레몬 밤, 페퍼민트, 타임, 바질 등과 같은 허브 식물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로즈마린산의 효과는 다양하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영향을 줘 우울감이나 불안을 완화해주고,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또 항균작용도 있어 식품의 부패를 방지할 때 활용되기도 한다. 인슐린 감수성에 변화를 줘 당뇨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과거 유럽인들이 페스트 전염을 막거나 액운을 쫓기 위해 로즈마리를 부적이나 울타리 재료로 사용한 것이 괜한 수고는 아니었던 것이다.
치매 치료제와 유사한 효능
실제로 국내에 발표된 다양한 학술자료를 봐도 급성전골수성백혈병부터 중금속에 고사한 청각세포를 살리는 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시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상지대 연구팀은 로즈마린산이 대장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중 일본에서 로즈마린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치매 예방효과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치매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는 뇌의 아세틸콜린을 생성하는 세포의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 때문에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 에스테라제의 작용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33년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등록된 타크린부터 1996년에 허가를 받은 아리셉트 역시 아세틸콜린 분해 억제제의 한 종류다. 문제는 이러한 치료제들의 심각한 부작용에 있다. 최초 치료제 타크린은 간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거의 쓰이지 않고 있고, 다른 약제 역시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서 흔한 깻잎에 ‘가득’
부작용 부담이 적은 자연 성분인 로즈마린산 역시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일본 학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일본인들이 애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이나 아마존에서 로즈마린산을 검색하면 다양한 건강식품을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조기(소엽)에도 로즈마린산 성분이 많은 것이 발견되면서 차조기 관련 식품도 많고, 항산화 작용에 초점을 맞춘 로즈마린산 성분의 화장품도 다양한 종류가 출시되어 있다.
국내에선 최근 여성 연예인과 다이어트 클리닉을 중심으로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레몬밤 속 로즈마린산 성분의 지방분해 기능이 주목의 이유였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며 향도 익숙하지 않은 외래 품종의 허브를 무작정 먹기엔 무리가 있다. 로즈마린산을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이 있다. 바로 들깻잎이다.
농업진흥청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들깨의 마른 잎에는 1g당 76mg의 로즈마린산이 들어 있다. 이는 로즈마리(11mg/g)보다 약 7배나 많은 수치다. 농업진흥청은 이러한 들깻잎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들샘’ 같은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귀가 닳도록 듣던 말이다. 세월이 갈수록 이 말이 실감 나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강건한 정신,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것인가. 건전한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 화두를 놓고 심혈관 세계적 권위자로서 대중을 위한 건강전도사로도 활약 중인 엄융의(73)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봤다. 대학로에 있는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영국 출장에서 돌아와 전작 ‘내 몸 공부’에 이은 후속작을 집필 중이었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엔 ‘온 세상 천지가 헬스 클럽이다’란 문장에서 커서가 반짝이고 있었다.
심혈관 분야의 권위자이신데, 요즘 일반인을 위한 강연 저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십니다. 건강 전도사로 나선 동기가 있으신지요.
“한마디로 내 몸을 알자는 것입니다. 건강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자신의 몸에 대해선 몰라요. 발에 신발을 맞춰야 하는데, 신발에 발을 맞추는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심장이나 혈관 건강에 좋은 식품, 심지어는 약 이름까지 줄줄 꿰면서 그것들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르잖아요. 아무리 많은 건강 정보를 알고 있어도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건강은 ‘내 몸 스스로 알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는 “육체적 건강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건강을 짐작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도스토옙스키나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적인 경우. 간질병을 앓고 있었던 도스토옙스키는 작품에서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간질의 전조증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내면 의식의 흐름을 추구한 것은 신병인 천식의 영향도 크다. 천식 발작으로 고생한 그는 외출하기가 힘들어 실내 생활을 주로 하며 내면에 집중했다. 모두 자신의 지병을 수용, 강점으로 역전시킨 경우다.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의 건강을 유추할 수 있군요. 혹시 사람을 처음 만나실 때 상대의 건강 상태 등을 유의해 살피십니까.
“그런 직업병은 없습니다. 다만 술, 특히 와인을 잘하게 생겼나, 아닌가는 꼭 봅니다.(웃음) 제가 와인을 즐기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프렌치 패러독스를 언급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기름진 것을 자주 먹고 담배도 많이 피는데 미국, 북구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심장질환이 걸리는 비율이 낮은 것은 지중해식 식생활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매일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살고 뇌졸중에도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평소 식습관과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젊은 제자들과 와인 담화를 나누는 게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세대 제자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시는지요.
“저는 제 동료, 동년배들보다 제자들,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재미있어요. 제가 그들과 어울리는 비결은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것이지요. 훈계하기보다 그들의 관심사, 와인에 얽힌 이야기 등을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우리 집은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지트예요.”
지난해 출간하신 저서 ‘내 몸 공부’는 서울대학교 비자연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셨던 교양강의를 기본으로 저술한 것이지요. 강의 당시에도 파격적 평가방식으로 화제였다고 들었습니다.
“평가를 내 방식대로 했어요. 출석, 시험은 각각 25%로 하고 나머지는 ‘우리 몸의 이해’를 자신의 전공과 연결해 자유 형식으로 제출하라고 했지요. 에세이든, 음악이든, 무용, 미술작품이든…. 단 자신의 주장을 담으라는 게 제 요구사항이었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한 범위를 정해주면 잘하는데요.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어쩔 줄 몰라 해요. 늘 밑줄 좍, 별 세 개의 참고서식 요약정리, 받아쓰기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지요. 대학은 내 주장을 펼치는 연습을 하는 곳이란 게 제 신조입니다."
그는 연구실에 놓여 있는 손 모양의 조각상을 가리켰다. “강의 때 학생이 제출한 과제물”이라며 “창의성 부족을 탓하기보다 자극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님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 외에 사회적 건강을 함께 강조하십니다.
“사회적 건강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말합니다. 그 지표는 배려지수입니다. 정신과 육체처럼 개인과 사회의 건강도 분리되지 않아요. 사회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어떻게 개인이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비교, 경쟁이 만병의 근원입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분노조절장애는 비교-경쟁의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객관성이란 명목 하에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다른 항목은 배제하고, 인정을 안 해요.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실력으로 인정되니 모두 한줄서기, 1등만 하려고 목을 매게 되는 것이지요. 내 뜻대로 이기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우울증, 사회적으로 분노조절장애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기,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사회적 건강 회복 운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엄 교수는 선진국에서 어린이들에게 팀 스포츠, 청년들에겐 오페어(Au-Pair) 제도를 활발히 시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딸이 영국에서 워킹맘으로서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은 오페어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페어 제도는 외국인 가정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대가로 숙식과 일정량의 급여를 받고, 자유시간에는 어학공부를 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도 점수따기 경쟁보다 이 같은 폭넓은 사회경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사회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가 말하는 대로는 실행하고, 하는 대로는 실행하지 말라”는 시쳇말이 있지요. 교수님이 직접 행하시는 건강 습관이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 방식에 맞춰 마음 편하게 사는 겁니다. 저는 의학 통념이나 유행을 무조건 따르지 않아요. 진리라기보다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한시적 학설이니까요. 먼저 나를 알고자 하고, 나에게 직접 실험해보는 편입니다. 평균적인 인간의 리듬은 말 그대로 평균이니까요. 내가 거기에 반드시 속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유행이나 학설이 내 몸에 맞나 실험해보고 관찰하는 게 내 기본 신조예요. 가령 예전에 ‘아침형 인간’ 바람이 불지 않았습니까. 저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에요. 새벽 두세 시까지도 너끈히 일하지만 아침엔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헌 나라의 노인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아침형 종달새 스타일에 맞춰 생활하는 실험을 해보니 나랑 영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내 올빼미 스타일대로 살기로 했지요. 나를 관찰하고 거기에 맞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것이 건강 비결입니다.”
엄 교수는 스마트 밴드를 팔목에 차고 있었다. 이를 통해 깊은 잠, 얕은 잠을 몇 시간 잤는지, 심장박동수를 체크해 그에 따른 생체리듬을 읽고, 자신의 건강상태는 물론 라이프스타일도 조정한단다. 이외에 그가 실천하는 건강 습관은 걷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되도록 앉지 않으며, 목적지보다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하루 1만 보 이상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중년 이상이 되면 영양제든 뭐든 약을 한 움큼씩 복용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요.
“모든 약은 기본적으로 독입니다. 한 가지 증상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기관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자연식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치유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음식은 가공이 안 된 것일수록 몸에 좋고요. 접시에 담겼을 때 원래의 재료를 알아볼 수 있는 음식일수록 몸에 좋습니다.”
그는 “한국의 의사들이 지나치게 복잡한 검사와 약, 주사 위주의 처방에 의존하는 것은 불합리한 의료수가 시스템, 보험 체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이요법에 대한 전문적인 조언은 수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 불행을 겪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청·장년기 이후의 건강관리는 예전과 달라야 하는지요. 특히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건강에도 내려놓기가 필요합니다. ‘건강 과신하지 말라, 비교하지 말라’입니다. 장년기 이후 건강 적신호가 울리는 사람은 두주불사의 타고난 건강체질파입니다. 이들은 젊었을 때의 건강을 과신하기 쉬워요. 오히려 한두 가지 지병을 안고 사는 사람이 건강한 것은 평소 주의를 하고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비교하지 말라’입니다. 만보계를 갖고 걷더라도 참여자 비교 순위를 체크하며 경쟁에서 꼭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어요. 피트니스 클럽에서 트레드밀을 뛸 때도 옆 사람의 속도를 따라 하려고 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뛰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경쟁심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기 스타일, 페이스, 리듬을 알고 즐기세요.”
교수님은 50대 중반부터 기러기 부부 생활을 시작, 1년 반 정도를 떨어져 사시는데 어떠십니까.
“손주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집사람과도 그렇습니다.(웃음) 평생 전업주부로 살다가 50대 중반에 애 다 키워놓고 영국 유학을 가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 해보라’고 찬성했지요. 우리 부부가 45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원만히 해온 비결은 ‘덜 간섭하기’예요. 부부 갈등은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 하는 데서 옵니다. 우린 체질, 습관, 성향이 다르지만 최대한 존중하려고 해요. 제가 주례사를 할 때 늘 강조하는 것도 ‘상대를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 하지 말라’입니다.”
교수님은 황우석 교수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활동을 같이하셨죠. 또 지금은 정계에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스승이기도 하셨고요. 이들의 부침(浮沈)을 보면서 깨달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입니다. 황 교수, 안 대표 모두 재능 있는 인물인데요. 황우석 교수는 능력보다 너무 많이 나갔어요. 자신의 관리 범위를 벗어났는데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몰랐다고나 할까요.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려면 학문 분야는 적절히 위임해야 합니다. 그걸 못 한 게 문제였어요. 안철수 전 대표도 기대가 되는 제자였지요. 학계에 딱 적합한 사람인데… 생각이나 꿈이 커도 현실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 기다리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진득함, 그게 아쉽지요. 너무 빨리, 높이 가고자 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즐기며 가는 게 내가 생각하는 인생 의미이자 재미입니다.”
공자는 일흔의 나이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한 바 있다. 종심(從心)은 세상의 기준에 휩쓸리지도, 나의 기분에 휘둘리지도 않는 중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마음을 풀어놓지도(방심, 放心), 잡아놓지도(조심, 操心) 않고 고삐를 늦췄다 당겼다 조절할 수 있는 경지…. 엄융의 교수의 인생 키워드는 종심과 통한다. 새로 보는(see) 내 몸,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새 봄맞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리더의 언어병법’, ‘성공하는 CEO의 습관’, ‘하이터치 리더’, ‘용인술, 사람을 쓰는 법’ 등이 있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2015년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유병률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폐암으로 나타났다. 폐암과 위암, 대장암 순서였는데, 폐암은 10만 명당 발생자 수가 2위인 위암에 비해 11%가 높은 253.7명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암종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시니어에게 가장 무서운 암으로 전문의들이 ‘폐암’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폐암이 고령층에게 골칫거리인 이유는 뭘까.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상(金周祥·46)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시니어에게 폐암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시간’ 때문입니다.”
고령층에 폐암이 자주 발병하는 이유를 묻자 김주상 교수는 “시간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예상한 답변과는 달랐다. 담배나 환경오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물론 흡연이나 오염물질도 원인으로 작용하죠. 과거에는 이런 오염물질이 영향을 줄 거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했어요.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것들이 왜 폐암을 일으키는지 밝혀지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은 장기간 폐가 독성물질과 접촉하면서 DNA에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이에요. 시간이 문제였던 것이죠. 다른 암에 비해 발병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발병이 많습니다. 또 그간 다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던 질환들이 조금씩 정복되면서 폐암이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도 작용을 했고요.”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가에서 담배 매출이 정점을 찍고 난 후 30년이 지나면 폐암환자 증가가 최고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고 한다. 이 이론을 국내에 적용하면 폐암 환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비흡연 여성도 안심할 수 없어
흡연이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금연을 했다고 해서,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도 안심할 수 없다. 폐암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일부 종류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 암이 발견되는 이유도 시간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이외의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되었을 것이라는 이론이죠. 아궁이에서 나는 연기나 요리할 때 발생되는 물질들이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시아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폐암 중 선암은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EGFR 표적항암제가 대표적이다. 유전자의 특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표적항암제의 경우 월 1000만 원이 넘는 비싼 약값이 문제였지만, 최근 2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까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월 30만 원 내외로 줄어 환자 부담이 낮아졌다.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는 화합물 등 폐암 유발인자가 섞여 있어요. 주거지역을 옮기지 못하면 가끔 청정지역에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폐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폐암이 가장 무서운 암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폐암 환자의 생존율은 26%. 10대 암 중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물론 1993년에서 1995년 사이에 조사된 11.3%보다는 비약적으로 향상된 숫자이지만, 위암(75.4%)이나 유방암(92.3%), 전립선암(94.1%)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은 수치다.
사망까지 1년밖에 안 걸리는 폐암도 있어
김 교수는 폐암의 문제점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서 발견된 경우에는 이미 손쓰기 힘들 정도로 병이 진행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폐암 중 소세포폐암이 더 심각합니다. 성장이 아주 빨라요. 보통 CT나 엑스레이와 같은 진단 장비로 확인 가능할 정도까지 성장하는 데 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후 발견 가능한 시점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정도로 성장하는 데도 3개월밖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수술로 치료 가능한 시기(1기~2기)가 3개월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는 거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를 사용하는데 완치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발생에서 사망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폐암의 자각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 흉통, 호흡곤란을 이야기한다. 간혹 폐의 가장 꼭대기 쪽에 암이 발생하면 어깨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오십견 등 일반적인 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어깨에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각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할 때는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3기 이후의 시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이가 쉬운 것도 문제다. 폐암은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가 되는데 그중 치료가 어려운 뇌나 뼈에 전이가 되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뇌에 전이가 되면 의식에 문제가 생겨 정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척추 등에 암이 발생하면 신경에까지 영향을 줘 하반신 마비 등이 오기도 한다. 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골절이다.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에서 골절이 일어나면 뼈가 붙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아닌 까닭이다. 이런 증상들은 환자 삶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고령자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받아야
반면 조기발견이 이뤄진다면 예후는 희망적이다. 최근에는 건강상태가 좋으면 90세 이상의 고령에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제 환자 중에 96세에 폐암수술을 받고 백순 잔치까지 하신 환자분도 있어요. 우리 국민은 대부분 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사니까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실 것을 권하고 싶어요.”
폐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저선량 CT다. 컴퓨터 단층촬영 장비 중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 장치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계에선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고위험군’에게 우선적으로 매년 촬영을 해보길 권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고령자라면 1년에 한 번 저선량 CT나 엑스레이 촬영을 통한 검진을 해볼 것을 권했다. 위암을 발견하기 위한 위내시경, 대장암을 찾기 위한 대장내시경처럼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에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는 아직 고려 중이다. 폐암에 관한 연구는 긴 시간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나이 들면 폐 이상 증상에 예민해져야
폐와 관련한 질환 중 시니어에게 심각한 게 폐암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에 폐 관련 질환만 4가지가 꼽혔다. 폐암, 폐렴, 결핵,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어 호흡기 질환이 쉽게 심각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벼운 감기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엑스레이를 자주 찍어봐야 합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큰 병이 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행운(?)은 종종 있습니다.”
그 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암 환자 중 생약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드시는 분이 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체력이 더 떨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평소에 사먹지 못한 유기농 제품이나 자연산 식재료로 음식을 해드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야채만 먹게 되면 장염을 유발해 되레 건강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적정량 먹어주면 좋습니다. 간혹 좋은 공기 찾아 산속으로 들어가시는 경우도 있는데, 병원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어요.”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 수분이 마르고 노폐물이 쌓이면서 피부색이 탁해진다. 여기에 근육의 긴장과 이완의 불균형이 더해져 노화가 진행되고 주름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피부 탄력을 회복하고 주름을 개선하기 위해 보톡스, 필러, 실리프팅, 지방이식 수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수술에 대한 부담과 부작용, 후유증에 대한 염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 역시 많다. 그래서 한때 성행했던 것이 동안침이다. 동안침은 보톡스나 필러 등 일반적인 시술과는 달리 시술 부위에 다른 물질을 주입하지 않고 피부 탄력을 되살려주는 방법으로, 부작용 및 후유증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동안침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알아봤다.
동안침은 주로 누가 맞나요?
40대 이상 여성분이 많이 찾는 편입니다. 허리, 어깨 등 통증 환자가 침 맞으러 한의원에 왔다가 동안침 안내를 보고 의사 처방 아래 맞는 것이 보통입니다. 최근엔 동안침 맞은 분들이 주변에 홍보를 많이 해서 환자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동안침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언제인가요?
제가 알기론 한방여성학회 주도로 10여 년 전쯤부터 동안침을 맞는 연예인들이 많아 인기를 끌었어요.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코스메틱 아큐펑처(cosmetic acupuncture)로 알려진 미용침 시술이 한의학이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로 역수입돼 동안침, 정안침으로 바뀌어 유행이 된 거죠.
동안침의 원리가 궁금합니다.
피부에는 진피층과 근육층이 있는데 이 부분을 자극해서 탄력이 생기도록 침으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침으로 자극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시키는 것이죠. 침 자극을 통한 콜라겐 생성은 인체의 물리적, 생리적 변화를 잘 이용한 자연적 성형이라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신체의 에너지 흐름인 기혈 운행의 장애로 생긴 외형 이상까지 제자리를 잡아주고 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동안침이 보톡스나 필러와 다른 점은요?
동안침의 장점은 얼굴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주름 개선을 위해 매선(침을 통해 흡습성 실을 인체에 삽입하는 시술)이나 보톡스를 많이 생각하는데, 보톡스는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을 마비시켜 근육이 못 움직이게 해서 주름을 펴는 거잖아요. 그런데 보톡스는 시간이 지나면 주름이 다시 생기고, 한 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합니다. 부자연스럽기도 하고요. 동안침은 얼굴에 침을 놔서 혈액 순환과 기 순환을 돕는 건데, 동안침을 맞고 나서 눈이 밝아졌다거나 어지러움증이 없어졌다는 말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동안침 종류를 알고 싶어요.
동안침은 크게 혈장 동안침과 원기 동안침으로 나눌 수 있어요. 혈장 동안침은 진피층을 특수한 침으로 자극을 줘 진피가 이를 회복하려는 기전을 이용하는 것으로서 피부 탄력을 살려주고 안색을 맑게 해줍니다. 원기 동안침은 국소적으로 처지거나 늘어지는 느낌이 있는 곳에 침을 놓아 순환을 도와주고 탄력을 회복시켜줍니다.
주름성형, 리프팅 등 동안침의 치료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주름, 각진 턱 외에도 기미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침 치료가 약이 아니라 피부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치료이기 때문에 연세나 체질 등에 따라 시간이 좀 걸리기도 합니다. 동안침은 자연스럽게 예뻐지는데 보톡스보다는 변화 속도가 조금 더뎌서 성격이 급하고 빠른 변화를 원하는 분에게는 안 맞을 수 있어요.
팔자주름이나 이마주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나요?
한 번으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보통 세 번 이상 맞아야 합니다. 얼굴 라인이나 붓기도 많이 잡을 수 있습니다. 동안침으로 미간, 이마, 눈가, 팔자, 입술, 볼 등의 잔주름 개선은 물론이고, 기혈 순환으로 얼굴이 환해지는 미백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부종도 제거해 젊은 시절의 갸름한 얼굴을 되찾아줍니다.
주름을 개선하려면 얼마나 맞아야 하나요?
마취크림을 바른 후 침 맞는 시간은 20~30분이면 됩니다. 침을 맞은 뒤에는 한방 팩을 해드리니까 동안침을 맞으려면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6회에서 10회 동안침을 맞으면 1년에서 2년 정도 효과가 유지됩니다.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있다면요?
50대 여성분 중 안면비대칭인 분이 있었는데 척추 라인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동안침 시술을 받을 때마다 나날이 좋아졌어요. 본인도 피부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씀하시고 그래서인지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임플란트를 잘못해 입 모양이 비뚤어진 환자도 동안침 시술을 하고 만족해했습니다.
매선침은 무엇인가요?
녹는 실을 얼굴에다 넣고 당기는 것인데 이 실이 녹으면서 콜라겐이 생기는 것입니다. 원래 한의원에서 시술해왔는데 양의의 실리프팅으로 넘어갔어요. 한의원에서는 마취주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매선침 시술을 잘 하지 않습니다.
동안침을 홍보하는 한의원이 많아졌던데 모두 같은 건가요?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동안침이 성형 후유증이나 붓기 관리에 탁월해서 성형외과와 연계해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데, 저희 병원은 연세 있는 분이 많이 찾는 편이에요.
얼마 전 책을 출간하셨더군요.
라는 책이에요. 제가 연세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는데 한의사라는 새 꿈을 품게 되면서 대구한의대에 진학하며 한의사가 됐어요. 한의사가 된 과정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우울한 얘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해요.” 파킨슨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 신경과 김현아(金炫我·42) 과장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사과한다. 설명을 하다 보니 희망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파킨슨병은 전문의에게도 쉽지 않은 병이다. 의사 입장에서 바라보면 환자를 어떻게 낫게 하느냐가 목표가 아니라, 정상적인 삶을 얼마나 더 연장해주느냐가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치료는 환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중심에는 환자의 가족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발생하며 신체의 운동 능력에 이상을 가져오는 퇴행성 질환이다. 치매와 비슷한 병이지만 치매는 인지장애 등 기억이나 사고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반면, 파킨슨은 신체의 움직임에 장애를 일으킨다. 김현아 과장은 파킨슨병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보통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요. 파킨슨병 환자 중 5~10% 정도는 유전이 원인인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40대 이전에 발병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환자는 60세 이상 인구 중 1% 정도에서 발병을 해요. 그래서 퇴행성, 즉 노화를 원인으로 보기도 합니다. 발병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해보면 농촌지역 거주자들의 비율이 높은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살충제나 농약에 노출된 분들이 많았어요. 이런 화학물질도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어요.”
손떨림 증상만으로는 진단 어려워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은 손떨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손떨림만 잘 관찰하면 파킨슨병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을까? 김 과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파킨슨병 초기에 관찰되는 증상은 크게 4가지 정도가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는 ‘안정떨림’과 근육이 굳는 ‘경직’, 몸의 움직임이 굼떠지는 ‘느린 운동’과 좀 구부정해지는 ‘자세불안정’이에요. 그런데 이런 증상이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손이 떨리지 않아도 파킨슨병이 이미 진행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과 달라진 몸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인 MRI(자기공명촬영)와 같은 고가의 검진이 필요 없어요. 숙련된 전문의가 환자와 직접 대면해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파킨슨병은 진단이 가능하니까요.”
파킨슨병의 특징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운동 능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손떨림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고, 근경직은 허리를 굽어지게 만든다. 종종 환자들이 “허리가 아프다”며 하소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자세불안정으로 일어날 때나 앉을 때 뒤로 넘어지거나 평소 즐기던 자전거도 못 타게 된다.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증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인 ‘느린 운동’은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다. 종종 낙상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김 과장은 낙상이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낙상으로 고관절이나 다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나을 때까지 누워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이 급격히 약해지거든요. 이렇게 운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결국 파킨슨병 증세도 빠르게 악화되어 심각한 상황을 만들죠.”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다. 약물은 도파민이 뇌에 공급되도록 돕는 기능을 하며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운동 능력도 평소처럼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는 이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흔히 얘기하는 ‘약발’이 약해진다는 데 있다. 김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3년에서 5년 정도 약을 복용하면 소위 온오프(on-off) 현상이 나타나요. 마치 스위치가 켜졌다 꺼지는 것처럼 약효의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급격하게 사라져요. 결국엔 약을 자주 먹게 되는데 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서 힘든 상황이 되죠. 이럴 경우 뇌에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치매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는 가급적 하지 않고 제한적인 환자에게만 시술합니다.”
파킨슨병은 증세가 심해지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동반한다. 목소리가 작아지고 어눌해지는 것을 시작으로 씹고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는 연하장애가 발생한다. 배뇨에도 문제가 생기고 변비 때문에 고생도 한다. 성기능 장애나 우울증, 어지럼증도 발생한다. 또 환각 증세도 일어나는데 개미 혹은 날파리가 떼로 몰려 있는 듯한 장면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들은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를 5단계로 나눈다. 마지막인 5단계까지 가는 기간은 보통 8년에서 10년 정도 걸리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이러한 개인차에 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족이라고 김 과장은 말한다.
운동 중요하지만 감퇴되는 의욕이 문제
“파킨슨병 치료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재활치료입니다. 굽어지는 등을 의식적으로 펴는 훈련을 해야 해요. 관절이 굳지 않도록 보행 연습도 해야 하고요. 문제는 환자들의 감정이 조금씩 메말라가면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점이에요. 운동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도통 의욕이 생기질 않는 것이죠. 이때 가족들이 나서서 힘을 줘야 합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문턱을 없애는 등의 노력으로 환자가 좀 더 편안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또 약을 투여했을 때 약효가 얼마나 가는지, 어떤 증상들이 일어나는지 기록해주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파킨슨병은 결국 가족의 사랑으로 치료 효과가 좌우되는 셈입니다.”
김현아 과장은 단기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환자의 거동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한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환자의 발 앞에 선 하나를 긋고, 이 선만 넘어보라고 권유하면 생각보다 쉽게 넘어요. 단기적인 동기에 뇌가 반응해서 도파민이 생성되는 것이죠. 파킨슨병 환자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파킨슨병은 몸이 느려지면서 생각도 함께 느려지기 때문에 가족들의 인내심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걷기, 수영, 체조 등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지속적으로 하기 힘든 운동이다.
의료용 대마초, 국내에서는 불법
최근 유튜브에서 한 편의 동영상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파킨슨병 환자가 의료용 대마초(Medical Marijuana)를 흡입한 후 약 5분 만에 운동 능력과 대화 능력이 완벽하게 정상인처럼 돌아오는 것을 보여준 영상이다.
“저도 그 영상을 봤어요. 3기 정도로 추정되는 환자였어요. 의료용 대마초는 그 물질이 뇌세포에 달라붙어 일시적으로 도파민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이런 효과 때문에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있죠.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의료용 대마초의 장기적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해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 명쾌한 연구결과는 없습니다. 국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의료용 대마초 사용 자체가 국내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적극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양한 신약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