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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속 자연·자연인 붐! 왜?
-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 요즘 ‘청산별곡’을 부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귀농·귀촌한 사람도 50만 명에 달한다. 자연과 농촌, 어촌, 산촌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TV 화면 속으로 옮겨졌다. 자연·자연인 열풍이 TV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연과 농촌·어촌·산촌·오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도 높아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들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자연과 자연인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으로는 오지, 산골 등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사연과 일상, 자연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는 MBN의 , 전국 방방곡곡 산간 오지를 찾아 그곳의 생활을 경험하는 TV조선의 , 오지를 찾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꾸미지 않은 삶과 생활을 보여주는 SBS의 등이 있다. 또한 도시생활에 지친 연예인들이 자연으로 떠나 그곳에서 만난 젊은 자연인(30~40대)과 함께 생활하며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는 O tvN의 , 강호동·김희선·정용화 등 도시에서 사는 연예인들이 섬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섬사람들의 생활과 일상을 경험하고 도시인이 생각하는 자연과 자연인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는 올리브TV의 , 농촌이나 어촌에서 생활하며 먹거리를 직접 구해 식사를 해결하는 tvN의 등이 자연과 자연인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주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연과 자연인을 여행이나 체험 등 다양한 소재·형식과 결합해 만든 프로그램들도 양산되고 있다. 외국의 오지 사람들을 만나 용기, 지혜, 위로를 얻는 MBC의 ,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에서 생활하는 이효리·이상순 부부 집에 일정 기간 민박을 하며 바다와 자연을 접해보는 JTBC의 , 김병만·이상민 등 연예인들이 어촌과 바다를 찾아 혹독한 미션을 수행하며 어촌 생활과 먹거리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보는 SBS의 등도 자연·자연인의 모습과 의미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귀농·귀촌인이 많기로 소문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사람들의 일상을 방송한 KBS의 (6월 25일 방송분) 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도 최근 들어 자연인과 귀농·귀어·귀촌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농촌·어촌·산촌의 사람들과 그들의 모습을 전달해주는 KBS의 은 근래 들어 코너도 다양해졌고 시청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왜 이처럼 자연과 자연인, 귀농과 귀촌 등을 다룬 TV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는 것일까. 의 박상혁 PD는 “많은 사람, 특히 도시 주민이 일, 건강(힐링), 가치관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농촌·산·숲·바다·섬으로 대변되는 자연에 대해 관심이 많이 늘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욕구와 관심이 자연과 자연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증가 원인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하고 돈과 물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끼거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을 꿈꾸며 자연 속의 삶을 동경하기 시작한 것도 자연과 자연인 관련 프로그램의 증가를 초래했다. 또 환경 변화와 의학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지만, 은퇴시기가 빨라져 인생 2막을 열어야 하는 장·노년과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 중 여생을 농촌이나 어촌에서 일하면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자연·자연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졌다. 일자리가 감소하고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에 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주거비와 생활비도 저렴해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된 농어촌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현상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부부가 결혼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은 따로 하는 졸혼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가족 때문에 선택하지 못했던 자연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증가했다.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현상을 프로그램에 수용하는 방송 제작진의 움직임이 자연과 자연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양산으로 연결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귀농어·귀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을 선택한 사람은 49만 6100명에 달했다. 도시에서 읍·면으로 이주한 사람 중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귀농인은 2만 600명, 읍·면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귀촌인은 47만 5500명이었다. 자연과 자연인을 다룬 프로그램은 대중,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힐링과 위로의 시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귀농과 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 사업하는 박문수(57)씨는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도시의 피곤한 일상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는다. 노년에 서울을 떠나 농촌으로 내려가 생활하고 싶은데 이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어 좋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과 자연인, 농어촌과 농어민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의 폐해도 적지 않다. 이들 내용이 농어촌, 농어민의 현실과 실상이 거세된 것들이 주류여서 시청자에게 자연과 자연인에 대한 왜곡된 환상을 심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에서 미디어가 농촌 현실과 농민의 노동을 도외시한 채 농촌을 목가적 이상향으로 그리거나 촌스러운 곳으로 취급한다고 비판했듯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자연과 자연인의 삶을 이상적인 삶의 전형으로만 현시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TV 프로그램에서의 농어촌과 자연은 각박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휴식 공간이자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재기 무대인 경우가 허다하다. TV 속 농어촌에는 심화하고 있는 도시와 농어촌의 양극화 문제, 1년 365일 일해도 빚만 느는 현실, 악화하는 가족 해체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 2017-08-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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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으로 버무려진 시대극 <더킹>
- 지난번 에 이어 딸 덕분에 마저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본의 아니게 설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두 편을 모두 본 셈이다. 1+1 티켓이 생겼다니 안 보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선호하는 취향의 영화가 아님에도 보고야 만 것이다. 마트에 가서 1+1이라면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사 들고 나오는 심정으로 딸과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물론 지난번 를 볼 때도 주인공 현빈으로 마음을 위로하며 극장으로 향했지만, 뜻밖에 재미와 함께 새로운 김주혁을 얻었듯이, 에서도 정우성과 조인성만이 아닌 새로움과 재미를 어느 정도 기대하긴 했다. 더욱이 감독이 (2005), (2013) 등을 연출한 한재림이라니 어느 정도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이나 같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정치 풍자극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흥행에 성공하는 사회적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그것이 선진국으로 향한 대중의 열망 때문이라면 좋겠는데 갈수록 양극화로 삶이 팍팍해지고 거기에 기름을 쏟아부은 최 모 씨 덕분에 이런 영화들이 잘 된다고 생각하니 입맛이 조금은 씁쓸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싸움질만 하던 문제아 태수(조인성)는 사기꾼 아버지가 검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아 “저게 힘이다. 진짜 힘!”이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한다. 그리고 마치 영화처럼(?)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 사법시험에 패스한다. 게다가 방송국 아나운서이자 재력가의 딸인 상희(김아중)와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검사가 되고 나자 현실은 99%의 검사들이 온종일 서류뭉치와 씨름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다 학교 선배이자 전략부에서 일하는 검사 양동철(배성우)의 소개로 차기 검사장 후보라는 한강식(정우성)을 알게 된다. 이 나라 고위층을 기획수사라는 미명으로 쥐락펴락하는 한강식을 보며 태수는 권력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는다. 그 뒤로는 다른 영화에서 익히 본 듯이 조폭이 등장하고 어두운 정치 현실의 뒷이야기가 펼쳐진다. 유사한 장르의 전작들과 비슷비슷해 보이는 장면과 스토리가 반복된다는 것은 어떤 문제의식보다 어느새 이런 스토리들이 소비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근거가 된다. 지나치게 무거운 문제의식은 명절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는 영리한 생각이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한 편의 시대극을 보는 느낌이 든 것은 실제의 역사가 배경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과 이회창이 겨룬 15대 대선이 나오고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현대사가 기본적 뼈대를 이룬다. 감독은 그런 현대사에 디테일한 인물을 심고자 했지만, 역사의식보다는 재미를 앞세우다 보니 어정쩡한 팩션 사극을 보는 느낌이 되고 만 것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몰락한 태수가 다시 일어서죠.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천박과 부조리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과 국민이 의뢰한 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모두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요.”라고 말했다. 가벼운 스토리 전개치고는 너무 과한 메시지를 바란 것은 아닐까. 극 중 30년이 지났음에도 도통 늙지 않는 인물들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정우성의 절제된 악역과 온몸으로 비열함을 뿜어내는 배성우의 연기가 기막히다. 어떤 옷도 가뿐히 소화해내는 조인성의 변화무쌍한 연기에 관객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친구가 열광하는 류준열(최두일)의 몰입연기도 한몫했다. 재미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니 명절 종합선물세트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급급한 흥행실적 때문에 유능한 감독이 제빛을 다 발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 2017-0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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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공감]<더 언더독> 내가 만약 동물 보호센터에 있는 유기견이라면…
- 뮤지컬 하면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신나는 음악에 짜릿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완벽한 해피엔딩을 생각한다. 창작 뮤지컬 은 뮤지컬 상식을 깨고 실질적으로 관객의 의식 속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길에 버려지고, 이용당하고 또 주인이 잃어버린 유기견의 처절한 생활, 뮤지컬 속 노래와 대사를 통해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슬픈 삶의 끝을 조명해본다. 잔뜩 녹이 슬은 철창 안으로 꾸며진 무대. 이곳은 유기견 보호소다. 버려진 개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행가방 속에 버려졌던 푸들, 투견장 진돗개 ‘진’, 폐기 처분된 군견 셰퍼드 ‘중사’, 그리고 강아지공장 모견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던 말티즈 ‘마티’까지. 다양한 학대와 이유로 들어온 유기견의 일상과 아픔이 공연 속에 펼쳐진다. 어두운 밤. 한 마리의 새 유기견이 들어오면 보호소에 있던 유기견 중 한 마리는 입양 보내진다. 유기견들은 보호소에 후원된 다양한 사료를 먹고 더욱더 예쁘게 돼 새 주인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그 문이 도대체 어디로 통하는지는 오직 셰퍼드‘중사’만 알고 있다. 뮤지컬 은 SBS 프로그램 속 코너 ‘더 언더독: 개를 버리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반향이 컸던 인기 프로그램이 소재였기에 계획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유기견의 안락사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흥행 양극화가 분명한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 절대 즐겁게 웃고 손뼉 칠 뮤지컬이 아니다. 극 초반 멋진 군무와 주연 배우의 솔로곡 열창으로 박수가 터지지만 극에 몰입하면서 손보다는 눈이 무대에 집중하게 된다. 모견으로 강아지공장에서 숱한 학대를 받아온 강아지가 노래를 부르는데 박수 치기가 미안할 정도. 뮤지컬이라는 매개로 극을 만들었지만 떠들썩하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사실에 근접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새끼 잃은 만신창이 엄마 말티즈 ‘마티’ 말티즈의 실제 끔직한 모습은 TV 프로그램과 각종 포털사이트에 보도된 사진을 통해서 접했을 것이다. 동그란 슬픈 눈의 말티즈 배는 수십 번의 강제 임신·출산으로 해지고 뜯겨 있었다. 에서 하얀색 털 가운을 입고 힘없이 등장한 말티즈 ‘마티’가 바로 강아지공장에서 구조된 모견이다. 무대 뒤 영상은 강제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최악의 삶을 사는 모견 ‘마티’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티는 살아갈 힘을 잃은 생명처럼 죽기를 바라고 아파하고 힘들어 신음한다. 실제로 불법 유통되는 강아지공장의 새끼는 어미와 35~40일도 같이 못 있고 경매장으로 팔려 나간다고. 공연 속 모견 ‘마티’는 강아지로 보이는 인형을 안고 다니며 애착을 보이고 분리불안증에 시달린다. 맹인견 늙은 골든리트리버는 눈이 멀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극 후반에 안락사되는 골든리트리버는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도 주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주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맹인견은 다시 하늘로 가 주인과 만날 날을 꿈꾼다. 사설 보호소가 아니면 차갑고 딱딱한 그곳에 누워야 한다 유기견이 보호센터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10일에서 많게는 20일 전후다. 이들이 그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입양 혹은 안락사다. 극 초반, 신이 나서 한 유기견이 사람을 따라 보호소 밖으로 달려나간다. 다다르게 되는 곳은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는 차가운 스테인리스 탁자 위. 너무 기쁘게 유기견 보호소를 뛰어나왔지만 주인이 아닌 주삿 바늘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5분 뒤 신나게 달리던 몸은 생명을 잃는다. 몸이 늘어진 채 커다래진 동공 속으로 자신이 살았던 세상의 마지막 장면을 담아낼 뿐이다. 뮤지컬 은 유기견과 학대 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박수갈채를 연발하고 신나서 소리 지르는 공연을 생각하고 공연장에 들어간다면 적잖이 당황할 수 있다. 대형 뮤지컬에 현실 상황을 적극 반영했다는 것만으로도 은 신선한 도전이다. 무엇보다 은 착한 공연으로 불리며 공연 외 유기견을 위한 다양한 봉사와 사회 계몽운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공연장 로비에는 반려견을 맡겨놓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또한, 유료 티켓 1매당 사료 100g이 자동으로 기부되는 ‘유기견 후원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웃고 즐기는 뮤지컬을 넘어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볼 수 있는 공연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다. 물론 시니어에게도 뮤지컬 을 권할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유기견이 되는 순간 벌어질 끔찍한 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2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한다.
- 2017-01-0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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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사랑나눔을 실천하는 스타들
-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유흥업소에 안 간다. 2006년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다. 왜냐하면, 4만5000원씩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이면 쓰레기더미 안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파리가 눈에 알을 낳아도 쫓을 힘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를 살리면 그 아이가 변해서 사회를 살린다. 내가 번 돈이 이렇게 소중한 일에 쓰인단 걸 목격했기 때문에 큰돈을 그렇게 쓸 수 없게 됐다.” 구호단체 컴패션 홍보대사에서부터 북한 어린이 돕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부인 신애라와 함께 사랑나눔 실천을 하는 스타 차인표씨의 말이 큰 울림을 준다.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사회적 관계 최하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0월 발간한 보고서 이 적시한 한국의 상황이다. 취업난, 양극화 등으로 인해 가족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고 부모에게 버려지는 아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사랑나눔이 절실할 때다. 하지만 후원, 기부, 봉사 등 사랑나눔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 스타들이 선행에 적극적으로 나서 많은 사람을 사랑나눔 실천에 참여시키는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연예인 스타들이 사랑나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1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회장을 맡아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3년 전부터는 제로캠프라는 청소년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의 이사장직을 맡아 문화 예술을 통한 비행 청소년의 교화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랑나눔 실천을 펼치고 있는 최불암씨와 백혈병 어린이, 위안부 할머니, 네팔과 중국 지진 피해자 등에게 거금을 쾌척하는 등 전방위적 선행을 펼치고 있는 송중기씨 등 많은 연예인 스타가 사랑나눔 실천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연예인 스타들의 사랑나눔의 양태가 진화하며 선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불우이웃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성금 기부나 자선단체의 홍보대사, 방송사의 자선 프로그램 출연 등이 스타 선행의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김혜자·한지민·유재석의 재능기부, 김정은·이영애·문근영·한혜진·박해진의 국내외 빈민지역에 학교, 병원, 도서관, 우물 등 시설 기부, 최불암·정애리·고두심·김제동의 재단을 통한 불우 청소년 지원, 이효리·송혜교·송중기의 위안부 할머니 지원 등 스타들의 사랑나눔의 스펙트럼이 크게 확장됐다. 기부 형태도 불우이웃과 시설에 대한 후원, 청소년과 학교의 장학금 쾌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기탁 위주에서 벗어나 한지민·송혜교 등 스타들의 책 인세 기부, 이승기·박해진 등 쌀 화환 기부, 최강희의 골수 및 장기기증, 차인표-신애라·정혜영-션 부부의 제3세계 어린이 후원금 지원, 김장훈·하춘화의 행사와 캠프를 통한 기부 등 매우 다양해졌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던 연예인의 사랑나눔과 선행은 수십 년 동안 지속해서 전개해나가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혜자·최불암·고두심·하춘화·안성기·정애리·차인표·김장훈·최수종·유재석·션·장나라 등은 10~40년에 이르는 장기적 선행을 펼치고 있다. 사랑나눔을 시스템화하거나 조직화하는 스타들도 많다. 공연 등 수입원이 생기는 이벤트 수입의 일부를 계속 기부하는 김장훈을 비롯해 적지 않은 스타들이 자신의 연예활동 수입의 일정 부분을 떼어 소년 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 장애인들을 지속해서 돕는 것을 체계화했다. 김원희·김정은 등은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을, 최수종·오윤아·김수로 등은 ‘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봉사활동과 기부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지던 스타들의 사랑나눔은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안성기·김혜자·정애리·박해진·이영애·송혜교·문근영 등 많은 스타가 세계 각국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나누고 있다. 이민호·장동건·이승기·장근석처럼 스타와 팬클럽이 함께 자선활동이나 선행활동에 나서는 행태도 이제는 일상적 풍경이 됐다. 스타들은 왜 사랑나눔에 나서는 걸까. “조그마한 도움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삶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아이가 커서 사회와 이웃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참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오랫동안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기부를 하고 장애인단체 홍보대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랑나눔을 실천하는 고두심씨의 말이다. 40여 년 동안 불우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온 최불암씨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투자만큼 소중한 일이 없다. 더욱이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면 아이가, 사회가, 국가가 긍정적으로 변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국내에 있는 고아는 물론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아이들까지 몸과 마음으로 포근히 감싸 안는 김혜자씨는 2019년까지 후원금을 미리 내고 이렇게 말했다. “광고를 찍거나 돈이 생기면 후원하는 아이들 것을 떼어놓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늘 불안하다. 내가 돈이 없어 안 주면 걔네들은 굶으니까. 나야 돈이 없으면 우리 아들이 밥이라도 먹여주겠지만, 그 아이들은 안 되지 않나. 당연한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오랫동안 9억 원에 가까운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고 시골 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등을 지원한 문근영씨는 “제가 기부 등을 하면서 더 행복하고 매우 기쁩니다. 이런저런 상황들, 사연들, 사정들이 있지만 기부할 때 ‘우리 같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봐요’라는 그런 메시지 정도는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 루게릭병 환자 돕기에서부터 어린이 재활병원건립 후원까지 다양한 자선사업과 캠페인을 왕성하게 펼쳐 ‘선행천사’라는 별칭을 얻은 션. 그는 사랑나눔 실천 공개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사랑 나눔을) 조용히 할 수 있는데 왜 공개하냐고 말한다. 연예인이기에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알려서 그걸 공유하면 더 빨리 이룰 수 있다.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연탄이 300만 장인데, 혼자서 기부할 수 없는 양이기 때문에 많은 분에게 알리면 300만 장의 기적을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16-11-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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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방 전성시대의 빛과 그늘
- 요즘 TV를 틀면 예외 없이 먹는 방송이 나온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제작되는 연예 프로그램의 거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먹방’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다. 왜 이리도 갑자기 방송사들이 ‘먹방’에 사활을 걸게 되었으며, 또한 시청자들은 왜 먹는 방송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먹방’이 늘면서 숱한 ‘먹방’ 스타가 배출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음식점 주방장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셰프’라는 근사한 이름을 달고 등장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연복, 최현석, 오세득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가 되어 TV프로 섭외 1순위가 됐다. 이는 전문적 교육을 받은 셰프들만의 일이 아니다. 대중음식점을 운영하는 백종원 씨는 ‘집밥’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웬만한 연예인은 저리 가라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심지어 요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배우, 가수들까지 가세해 잘생긴 얼굴에 요리까지 잘하는 ‘반칙(?)’을 일삼고 있다. 과거에는 한낮이나 심야시간대에 그것도 상업 방송이 아닌 채널에서 아줌마 요리사가 나와 재미보다는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건조하게 방송되던 요리 프로그램의 이러한 진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갑자기 우리 사회가 먹는 문제에 골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은 우리가 먹고살 만해지니 웰빙이라든가 고급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먹방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의 견해는 다른 것 같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먹방이 급격히 늘어난 시점이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였단다. 그러니까 먹방의 범람은 희망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경제가 퇴조하는 데 따른 증상의 하나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는 점차 가라앉고 있으며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있다. 먹방 프로그램을 보며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기분은 이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주변에서 심정적으로 공유했던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해마다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하고 가족 단위의 외식을 즐기던 문화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패밀리 레스토랑이 자취를 감추고 가족 단위 패키지여행도 줄어들었다. 다시 말하면 먹방의 범람은 역설적으로 해외여행 못 가고, 좋은 음식 먹을 형편이 못 되는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해방구로 작용하는 셈이다. 오늘도 에릭이 조심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삼시세끼’를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형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슬며시 일본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유행하는지 넘겨다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남편이 요리가 유행인 틈을 타 용감하게 우리 집 요리를 거들게 된 것은 흐뭇한 일이다.
- 2016-11-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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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문주현 MDM 회장의 돈의 철학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 놓은 것, 사회를 위한 나눔으로 거듭나야”
- “어느 언론사 기자가 문주장학재단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내가 환갑이 되기 전에 기금 200억 원 달성이 목표라고 마음대로 쓴 거야. 그래서 당신 때문에 200억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랬지. 그래서 달성해 버렸어(웃음).” 국내 디벨로퍼(부동산개발 업체) 1세대의 대표주자인 문주현(文州鉉·58) MDM 한국자산신탁 회장은 유쾌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서 비범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문 회장은 자신의 회사와 함께 문주장학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재단은 어느새 회사 자본금보다 더 큰 규모가 됐다. 이제 남부럽지 않은 경력과 성취를 이루게 된 그가 어째서 그토록 사회 환원을 추구하는 걸까? 문 회장이 갖고 있는 돈과 사회, 그리고 시니어로서의 삶에 대한 철학을 들어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 사진 이준호 기자 jhlee@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일만 하는 ‘노예’처럼 살았던 그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독하게 가난했다. 후배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벌어 겨우겨우 필요한 돈만 메꿨던 생활. 2015년 매출액 4193억원을 기록한 MDM의 회장이자 한국자산신탁 회장을 겸하고 있는 국내 디벨로퍼 1세대 성공 신화의 주인공 문주현 회장의 20대 시절 얘기다. 가난한 사람이 돈의 소중함을 안다 “그러던 시절, 대학교 3학년 때 모 독지가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시작이었어요. 세상에 아무런 조건 없이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과 약속했습니다. 내가 돈을 벌게 되면 나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그의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현재 200억 원가량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문주장학재단을 갖고 있다. 2014년 기금 100억 원을 달성한 후 불과 2년 만에 그 두 배를 달성한 것이다. 재단은 2002년부터 초·중·고·대학생 175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1년에 장학재단을 세우니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 일을 안 하려나 보다 하고 소문이 났어요. 그러나 사람은 자기만족이잖아요? 내가 약속한 거고 신세를 졌는데, 해야지.” 문주장학재단의 수혜 대상자는 무조건 형편이 어려운 사람으로 선정된다. 그 외 특별한 선정 기준은 없다. 요즘은 돈을 많이 가질수록 공부도 더 잘하는 세상이다. 문 회장은 가난한 이들은 돈을 소중하게 쓴다는 신념이 있다. 그것은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세상에 증명한 사실이다. “장학 대상자는 웬만하면 바꾸지 말라고 해요. 다만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면 바꾸라고 하죠. 돈까지 대주는데 공부를 안 하는 건 기본이 안 된 거니까.” 돈이란 내 것이 아니다 문 회장은 장학재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쑥스럽다고 말했다. 그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할 뿐이라는 말이었다. “장학재단을 하다 보니 나를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개를 안 해주고 좋은 일을 한다고 소개해줘요(웃음). 아 세상이 이렇구나 싶었죠. 물론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회사보다 자본금이 더 큰 장학재단을 갖고 있어서 그렇겠죠.” 문 회장의 사회를 향한 지원에는 장학재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고향인 전라남도 장흥의 모교에 씨름부를 만들고 공공버스도 운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전국 우승도 다수 경험하는 강한 씨름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서울책방이 다시 문을 여는 데는 문 회장이 쾌척한 1억원이 있었다. 국내 최초의 여자바둑대회에는 2억원을 내놨다. 모교인 경희대학교에도 매년 1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그가 갖고 있는 돈의 철학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인가? 내 것인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사회로부터 얻은 거고, 신앙적으로 보면 하나님이 나에게 관리하라고 맡긴 겁니다. 이걸 갖고 자기 거라고 유세를 떠는 건 잘못된 거예요. 그리고 이 돈이 내게 관리하라고 온 것은 일정 부분을 사회에 내놔야 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을 돕지 않으면 이 사회의 양극화가 해소될 방법이 없고 시장경제가 지탱할 수 없다. 문 회장의 ‘돈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그러한 진실을 우회해서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그가 유독 젊은이들에게 기부의 타깃을 맞춘 것도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못 만난 것은 자기 탓이 아닙니다. 대신 정신이 올바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주장학재단은 예술계 쪽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아직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는 중이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보니 문화예술계 쪽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 사람을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능력 있고 자질 있는 사람을 골라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상문학상’처럼 공모를 통해 권위가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아직 밑그림을 정확하게는 안 그렸지만 오페라, 소설, 악기 쪽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시재생,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인생 목적 최근 문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도심재생 사업이다. 그에게 시기가 괜찮은지를 물어보자 확신처럼 ‘해야 할 시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시재생을 지금까지는 자기 지역, 구역 별로 민간에서 했는데 민간이 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앞으로의 세계는 도시가 국가 브랜드입니다. 싱가포르, 홍콩, 도쿄, 뉴욕 등등을 봐요. 관광할 때 그 나라를 왜 가느냐는 겁니다. 관광은 자연관광과 도시관광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연관광이 취약합니다. 그렇다면 도시관광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을 도시 관광 국가로 만들려면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살 거주 공간으로서의 도시의 공급이 부족했다. 그래서 신도시를 마구, 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출산, 저성장기가 도래했다. 더 이상 신도시는 안 만들어질 것이라고 문 회장은 진단했다. 그렇다면 오래된 도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도시재생이 중요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문 회장은 발 벗고 뛰는 적극적인 ‘전도사’였다. “공청회나 세미나를 하자,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을 토론해보자. 하다못해 광화문, 테헤란로 등등으로 나눠 섹터 별로라도 하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민간과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도시 부동산은 대개 개인 소유라.” 문 회장은 우리가 아이디어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관광을 대개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로 가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가서 보는 게, 결국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지어 놓은 걸 보는 거예요.” 실로 예리한 한마디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개발과 보존은 공존해야 합니다. 북촌이나 서촌 같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은 보존해야죠. 다만 재개발해야 하는 곳은 과감하게, 제대로 개발해야 합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성공하면서 흔히 강남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막상 강남을 가면 갈 데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밤이 되면 거리는 죽고 뒷골목만 살아난다. 문 회장의 주장대로 도로 옆에 문화공간을 배치하여 문화 향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함으로써 진짜 ‘강남스타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건설회사는 도면대로 짓고, 도면이 없으면 한 삽을 못 떠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디벨로퍼는 지휘자고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상상력을 실현하는 이들이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종합부동산 금융그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버타운, 도시와 함께 하는 공간이 되어야 “나이 들어 은퇴하면 인생에 낙이 없어요. 즐거움, 기쁨, 재미가 없어지죠. 젊었을 때는 뭐든 재미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손주에게 끌리는 거겠죠. 나도 늦둥이가 있어요. 지금 제주도에 있는데 ‘네가 아빠 희망이지’라고 말하곤 해요. 손주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시니어이자 부동산 전문가로서 문 회장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마음도 꿰뚫고 있었다. “실버일수록 도심으로 들어오고자 합니다. 전철, 공원, 병원 옆으로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손주들을 못 보기 때문이에요. 실버가 되면 외롭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전철역 근처에 자리를 잡게 되는 거예요. 어느 성공한 시니어가 하는 말이, 자식들이 손주를 데리고 와서 자신에게 맡기고, 장을 보러 간다든지 하면 손주와 함께 있는 게 그렇게 즐겁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신이 지방에 있으니 전화만 하고 안 와서 섭섭하다는 겁니다.” 문 회장은 실버타운을 짓는다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으로 기능적인 구분을 꼽았다. 몸이 불편하여 간병인 등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과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친구들과 취미 생활 등을 할 수 있는 시니어 타운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두 영역을 합친다 해도 중간에 병원을 두어 병원을 중심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둘 다 도심에 있어야 한다는 건 공통된 조건이다. “실버타운은 구성원의 특성상 죽음과 밀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젊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람들과, 도시와 섞여 살아야 해요. 구분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이 시장은 굉장히 성장할 것이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주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산다 문 회장은 올해로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됐다. 그에게도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 있을까? “사실 후회를 좀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돈은 벌었을지 모르지만 내 청춘이 가버렸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제가 연애를 잘 해봤겠어요? 당구도 못 치지. 그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삶 자체가 옆을 볼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죠. 아내가 저에게 ‘음악을 알아?’, ‘그림을 알아?’ 하고 물어요. 그럼 저는 ‘몰라’라고 대답할 수밖에요. 저는 솔직한 얘기로 너무 안 해본 게 많고 모르는 게 많아요. 내 업무와 내가 하는 부분만 알지. 그래서 요즘은 정말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비행기로 6시간 이내로 끊어서 가려고 해요. 좀 더 많은 여행을 하는 것, 그게 제 인생을 위한 중요한 일이겠네요.” 문 회장은 아내가 자신을 보며 종종 불쌍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일밖에 모르니까. 그런데 그는 일이 없으면 공허해지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말하자면 문 회장은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데 익숙하지 않은, 그 부분을 일로 채우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렇게 안 하려고 해도, 그게 쉽게 안 돼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비빔밥이에요. 비벼서 빨리 먹고 일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리고 비생산적인 데에는 투자를 안 하려고 해요. 와이프는 왜 남은 도와주면서 자기는 그렇게 안 하냐고 타박합니다. 그런데 남을 도와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는 일이죠.” 힘들었던 어린 시절, 서른 살이 넘어 입사한 나산에서의 승승장구, IMF 한파로 인한 퇴직, 퇴직 후 MDM 설립과 한국자산신탁 회장이 되기까지. 고난과 성공을 오가며 쉼 없이 살았던 그가 살면서 이것만은 지켜야겠다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주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내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뭘 하든지간에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일을 우선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 참여자들이 만족하느냐, 소비자가 만족하느냐, 사회가 만족하느냐가 기준이었죠. 그래서 저는 디벨로퍼의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이걸 짓다가 멈춰 서버리면 사회적 악이 돼요. 금융사, 시공사, 협력업체, 분양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의 흉물이 되잖아요. 그만큼 디벨로퍼란 정> 문주현 MDM 회장 1958년 전남 장흥에서 9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1978년 대입 검정고시를 보고 군대까지 다녀온 뒤 1983년, 27세의 늦은 나이에 경희대 회계학과에 입학·졸업했다. 1987년 나산실업에 입사, 부동산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고, 7번의 특진을 통해 최연소 임원이 됐다. 하지만 나산그룹은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를 맞았다. 그는 재취업을 고민하다가 1998년 분양대행 업체인 MDM을 만들었다. 2007년 첫 시행사업에 나서기 전까지 ‘분당 코오롱 트리폴리스’, ‘분당 파크뷰’,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 등 굵직한 주상복합 건물의 분양대행을 도맡았다. 2001년 재단법인 문주장학재단을 설립해 현재 출연금을 200억원까지 늘렸다. 2010년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했으며 2012년 한국자산캐피탈을 창립했다. 2013년부터 서울시탁구협회 회장, 2014년부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2015년부터는 전국검정고시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 2016-08-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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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한 투잡, 쓰리잡 시대
- 2015년 말 한국직업사전에 직업으로 등재 된 총 직업 수는 1만1440개이다. 그러면 다른 나라 직업의 수는 얼마나 될까? 미국은 30,000개, 일본은 25,000개가 넘는다. 그럼 왜 이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직업의 수가 많을까?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업 발달로 직업이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 말 치과의사, 음식 조각가등 우리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이 많다. 예를 들면 애완동물 전문 변호사는 애완동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법률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변호사이다. 대한민국의 일자리와 직업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크다. 특히 전 분야에 걸쳐 고용율이 중요한 지표가 됐고, ‘학교, 기초자치단체, 정부’가 발 벗고 뛰지만 고용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 만큼 일자리는 옛날과 달리 고도의 전략과 선행적 산업구조에 따른 직업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20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직업을 가지려고 해도 만만치 않은 경제양극화가 취업 동기에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첫 직장을 갖는 청년들은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초임 차이가 2~3배에 이르는 임금격차인데 자신의 능력이 2배, 3배 낮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첫 직장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국제적인 통용 기준에 따른 능력중심사회를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구축하고 스펙, 학벌보다 직무능력(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과 기초직업능력을 중시하는 현장 중심의 인적자원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그럼 실제로 투잡, 쓰리잡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11월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장인 아르바이트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29.8%가 본업 외에 아르바이트(투잡)를 하고 있다. 한편, 투잡을 하고 있지 않은 직장인 중에도 70.6%가 여건이 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투잡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투잡 쓰리잡은 선진국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고 우리도 그런 사회가 도래됐다. 그래서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한 가지 기반위에 다양한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가 필요하게 되었다. 미래에는 현명한 제너럴리스트가 요구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무림의 고수들이 많기 때문에 얇고 넓게 공부하는 시대다. ‘데이비드 마호니, 리처드 레스텍’의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에서 “밀려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장성이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다양화하고 개별화 할 방법을 지금부터 연구하기 시작하는 길이다.”라고 했다. 정신과 의사도, 신경과 의사도 어디에나 넘쳐난다. 그래서 그는 두과의 혼합영역인 신경정신과 모두 수련을 받았다. 직업을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두세 가지를 생각해 둬야 하고, 뒤에 지핀 불위에 주전자를 2,3개 얹어놓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 2016-06-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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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시대, 제조업의 변화 방향은 무엇인가?
- 국가 경제에서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분야가 제조업이다. 그런데 최근 조선업의 구조조정 등 제조업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인천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은 지난 8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쉐라톤인천호텔에서 아침포럼으로 '기로에 선 한국의 제조업'이란 주제로 산업연구원 주현 부원장의 강연회를 열었다. 주 부원장은 “한국이 2015년 GDP 규모 세계 11위, 수출 규모 세계 6위, 경상수지 1,075억 달러(약 126조760억 원) 흑자(2016년 980억 달러)고 세계은행(WB) 기업환경평가 세계 4위,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무디스와 S&P 국가신용등급 각각 Aa2 등급, AA- 등급으로 중국 및 일본보다 높은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하였다. 그는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30.3%로서 중국 28.3%, 독일 22.6%, 일본 19.0%, 미국 12.1%, 영국 10.6%보다 높으나,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 한계기업 비중이 매년 증가(2002년 4.5%, 2007년 6.9%, 2012년 8.0%, 2014년 11.6%)하고 조선,철강,전기 전자업종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 요인을 보면, 제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신기술로 노동력 대체와 일자리 양극화 등 고용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GDP에서 아시아는 34.0%(동아시아 비중 22.2%)이고,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2%(동아시아 비중 21.3%)로서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 중이고, 특히 중국경제의 비중이 급등세를 보인다”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는 50%, 수자원 수요는 40%, 식량 수요는 35%(US NIC 2012)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나 경제개발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2016년 잠재성장률 생산요소별 기여도(한국경제연구원)는 2016~20년 2.7%(총 요소생산성 1.3, 자본 1.5, 노동 –0.1), 2021~25년 2.3%(총 요소생산성 1.3, 자본 1.3, 노동 –0.3), 2026~30년 2.0%(총 요소생산성 1.3, 자본 1.2, 노동 –0.4)로 전망된다“고 했다. 주 원장은 “그동안 한국은 투입주도형 경제성장 구조로서 1980년대의 경우 풍부한 저임 노동력, 90년대는 설비투자 확대, 2000년대 이후는 연구ㆍ개발(R&D) 투자 확대로 경제가 성장했고, R&D 투자 규모가 2014년 기준 63조7,341억 원으로 세계 4위, GDP 대비 R&D투자 총액은 4.29%로 세계 1위로서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러나 정치와 정부의 신뢰성(정치인 94위, 정부규제 97위, 정책 투명성 123위 등), 기업경영의 전근대성(기업윤리 95위, 이사회 유효성 120위, 소수 주주 이익보호 95위 등), 노동시장 비효율성(노사협력 132위, 고용 및 해고 관행 115위, 정리해고비용 117위, 조세의 근로유인 효과 99위, 남녀근로자 비율 91위), 금융시장의 미성숙(금융서비스 유용성 99위, 대출 편이성 119위, 금융 건전성 113위) 등 구조적 비효율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다변화, 다양화 추세에도 최상 기업집단에 대한 의존성이 크고, 중국기업의 대거 진입 등으로 대기업의 투자수익률이 하락함에 따라 대규모 자본투입을 통한 대량생산에 의한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고,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이 적체되는 등 기업가 정신의 퇴조현상이 뚜렷하며, 시장에서 상시적 구조 조정 부재와 공공금융기관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인해 역동성도 저하되고 있다" 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으로 “△노동은 생산가능인구 하락 저지(출산율 제고), 여성 및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이민정책 등 외국노동자 문제 제고 △자본은 지식재산 생산물 투자확대 △총요소 생산성은 노동생산성 향상, 인적자본 투자 확대, R&D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노멀 시대의 산업정책으로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발전, 첨단기술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 기술혁신 친화적 규제시스템 구축, 기후문제 능동적 대처, 제조업의 소프트화, 글로벌 고부가가치 전략 추진, 여성 및 고령자 친화적 산업환경 구축, 경제민주화와 역동성 강화,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 기업경영의 선진화, 사회적 대화 촉진, 시장 친화적 산업정책, 새로운 정책 거버넌스 구조 모색 등으로 산업정책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 2016-06-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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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을 맞으며] 6월은 ‘희망의 달’이다
- 한해를 반으로 접는 유월을 ‘희망’의 달이라고 부르고 싶다. 과연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유월은 신록이 절정을 향해가는 시기다. 신록은 우리에게 평안과 위로를 준다. 무엇보다도 신록은 희망을 준다. 한해를 시작한 1월은 시무식을 비롯한 이런저런 행사로 쏜살같이 지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2월이 지나면 3월은 입학식으로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달이다. 목련꽃이며 진달래꽃이 벚꽃의 화사함과 함께 추운 계절을 지낸 우리의 마음을 마음껏 위로한다. 푸른 하늘 속에서 노란 물을 들이는 것 같은 산수유가 활짝 핀 오솔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추억 속의 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이렇게 노란 꽃물이 가슴에 들어 서서히 깊어지면 가을에는 빨간 사랑이 솟아나는 것인가. 5월에는 어린이, 어버이 챙기느라 이런저런 행사며 식사자리가 넘쳐 난다. 이렇게 바쁜 상반기를 보내고 숨을 좀 돌리며 호흡을 가다듬을 때 푸른 신록이 몰고 온 6월이 마음에 위로를 전한다. 6월은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담장을 타고 오르며 경쟁하듯 빨간 얼굴을 뽐내는 장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욕이 솟구친다. 수줍은 듯 하얀 감꽃이 피고 청초하게 하얀 미소를 띤 개망초가 들녘을 순결하게 수놓는 유월에는 희망도 녹음처럼 우거지는 것 같다. 올해 6월 5일은 24절기에서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망종(芒種)이다. 이때가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기다. 보리를 추수하기 전까지 식량이 떨어져 어려웠던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한다. 유월이 되면 식량문제에서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6월이 우리 민족에는 역설적으로 가장 아픈 상처를 겪은 달이다. ‘6·25동란’이 일어났고 ‘6·10민주항쟁’도 있었던 달이다.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푸른 유월에 우리 민족에겐 뼈아픈 시련이 닥쳤던 것이다. 우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하여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유월 초 농촌 들녘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었고 산등성이에서는 뻐꾸기 소리가 종일 심사를 흔들어 놓았다. 바쁜 시기였던 만큼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집안 일손을 도와야 했다. 학교에서 ‘반공 웅변대회’, ‘호국·보훈 글짓기’가 연례행사로 열렸던 것도 6월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두 손을 치켜들어 주먹을 불끈 쥐며 열변을 토하던 그때 연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충일이면 집집이 대문 앞에 태극기를 달았다. 성물처럼 고이 간직한 국기함을 열 때면 어떤 경건함을 느끼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때는 그랬다. 세계는 이념의 대결과 냉전의 시대를 뒤로하고 지구촌 시대의 물결 속에 꿈의 사회(Dream Society)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6월은 어떤 의미여야 할까?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는 대한민국은 노령인구와 양극화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찾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가 700만 명 정도이고 ‘5575세대’(55세~75세)가 1천만 명에 이른다. ‘은퇴가 없는 나라’의 저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김태유 교수는 “고령화는 고령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 시니어들은 복지의 수혜대상자를 의미하는 용어가 아니다. 시니어는 이 시대를 만들어낸 우리의 토대고 비빌 언덕이다. 시니어는 새로운 경제의 잠재력이고 보물이다. 시니어를 무기력하고 힘없는 노인들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시니어는 지혜의 샘이고 발전의 원천이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은 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의 문제가 아니라 샘솟는 상상력과 넘치는 감수성과 의지력이다.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공급되는 신선함이다.” 늙음은 낡음이 아니다. 늙음은 거꾸로 가는 신비한 새로움이다. 제대로 된 늙음에는 더욱더 원숙한 삶과 깊은 깨우침이 펼쳐진다. 늙음에는 심오한 맑음이 있다. 연륜에서 샘솟는 품격과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늙음과 낡음을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이 삶의 질을 갈라놓는다. 원숙한 인격에서 풍기는 그윽한 삶의 향기는 늙음의 고상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정한 멋과 아름다움이다. 이것이 바로 거꾸로 나이 드는 신비로 빚어내는 진정한 청춘이다. 농촌에서는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치는 이 무렵이 가장 바쁘다. 그만큼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라는 의미다. 본분에 충실한 생명체들의 활력이 우리의 마음에도 짙푸른 희망을 가득하게 한다. 인생에서의 유월은 인생 이모작 모내기를 하는 시기다. 시니어여! 이 유월, 우리야말로 인생의 유월을 맞이한 사람들임을 기억하자.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아프고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희망이 있었기에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던가. 역사학자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는 “모든 역사는 현재 역사다”라고 했다. 지금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5575세대’는 지금 이제까지 지내온 것보다 더 깊고 넓은 이모작 파종의 시점에 서 있다. 이런 이유로 유월을 ‘희망의 달’이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 2016-05-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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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낙 그림 이야기] 중국·일본 식탁에는 숟가락이 없다
- 근래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라는 새로운 시사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조장하는 표현으로 웃어넘기기보다 거북하게 다가오는 것은 ‘네오 계급론’의 냉소적 내음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같은 동양 문화권인 한중일 삼국의 식탁 중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왜 숟가락을 볼 수 없으며, 왜 우리는 숟가락 없는 식탁을 상상할 수 없을까 곰곰 생각해본다. 일본 나라(奈良) 현 도다이지(東大寺)에 자리한 일본 왕실 유물들의 보관 창고 쇼소인(正倉院)에는 “756년 쇼무 왕이 죽자 왕비는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숟가락을 비롯한 칼·거울·무기·목칠 공예품·악기 등 600여 종의 애장품을 49재(齋)에 맞춰 헌납하였다”(참고: )는 기록이 있다. 즉, 옛 일본 왕가에서는 숟가락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수년 전 일본 나라 현 소재 덴리교(天理敎) 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안견(安堅, ?~?)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1447)’를 비롯해 그곳에 소장된 조선 시대 귀인(貴人)들의 초상화를 연구하기 위해 덴리교 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것이다. 그때 대학 부속 세계민속박물관에서 일왕의 식탁을 찍은 영상 자료를 보았는데, ‘놀랍게도’ 우리의 잔치 밥상을 연상케 하는 그 식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나란히 놓여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컨대 일본 식탁에서 숟가락을 볼 수 없는 것은 일본 왕실의 생활 문화와 평민의 생활 문화 간에 넘지 못할 장벽이 존재했음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숟가락을 사용하는 풍습이 왜 없을까? 필자는 오래전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중국 송(宋)나라(960~1279) 휘종(徽宗, 1082~1135) 시대에 그려진 ‘문회도(文會圖, 184.4×123.9cm, 1100~1125?)’에서 숟가락을 본 적이 있다.(참고: 사진 자료 1,2) ‘문회도’는 당시 궁중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인데, 상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하는 숟가락이 출토되기도 했다. 이런 사실로 보아 중국인은 숟가락을 오랫동안 생활 용기로 사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명나라 이후 차츰 기름지고 뜨거운 음식에 숟가락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숟가락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온갖 찌개류와 국물류가 주도하는 식탁에서 숟가락을 빈번하게 사용해온 것이다. 숟가락과 관련해 흥미롭게도 중국의 경우에는 ‘진화 의식’을, 일본의 경우에는 ‘순응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를 지배하는 ‘평등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 논쟁을 보며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중국과 일본의 사회 계층 간 갈등은 어떤 양상을 띠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중일 식탁 문화의 차이점을 찾아서’, 월간지 내용과 일부 겹침을 밝혀둔다. >>>글 이성낙 현대미술관회 회장 독일 뮌헨의대 졸업(196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교수, 아주대학교 의무부총장, 가천의과대학교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명예총장(現), 한국의약평론가회 회장(現), 간송미술재단 이사(現)
- 2016-03-08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