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걷고 실비로 먹는 ‘Road & Food’

기사입력 2019-11-11 11:50 기사수정 2019-11-11 11:50

탐라의 속살



트레킹과 맛집 순례가 대세다, 방송과 각종 매체들이 국내는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 등 해외 코스까지 샅샅이 소개하고 있다. 과장되고 억지스런 스토리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섰으니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겠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소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길과 맛 소개는 소홀하다. 시청률이나 구매력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동년기자들을 통해 편하게 걸으면서 그 지역의 특별한 맛도 즐길 수 있는 ‘Road & Food’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탐라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제주시 오일장 내 할망장터(황정희 동년기자)
▲제주시 오일장 내 할망장터(황정희 동년기자)


제주는 유네스코가 2002년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7년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0년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유네스코 3관왕인 셈이다. 문화유산이 아닌 자연유산이니 ‘자연’에 방점이 찍힌 지역이라는 얘기다. 그만한 가치를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었나? 동년기자들은 솔직히 제대로 몰랐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 죗값(?)을 치를 겸 제주도를 상세히 돌아보고자 4박 5일간의 일정을 촘촘하게 짰다. 다소 무리해서 차도 빌리기로 했다. 렌트 비용은 생각보다 쌌다!

공항 바로 옆 ‘렌터카’ 업체에서 렌트하자마자 제주 출신 동년기자가 바로 근처에 제주 오일장이 있으니 가보잔다. 제주시 민속 오일장은 규모도 크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터라며 열을 올린다. 끌려가다시피 오일장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제주 전통음식 빙떡을 말고 있는 할망(황정희 동년기자)
▲제주 전통음식 빙떡을 말고 있는 할망(황정희 동년기자)


가성비 좋은 제주 맛집

오일장이 서는 곳 바로 옆에 별도의 시장이 있다. 그 이름은 할망장터. 제주시가 할머니들을 위해 내준 장터로, 자리 사용료는 받지 않고 전기 사용료 명목으로 하루 1000원만 받는단다. 65세 이상 할망 200여 명이 산과 들,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와 과일 등을 판다.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꽤 기특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망장터 앞, 할망빙떡집에서 전병을 말고 있는 할망이 있다. 메밀빈대떡을 부쳐 그 속에 익힌 무채만을 넣어 만든 게 빙떡이란다. 메밀전병과 비슷하다. 제주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리고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들어 먹는다. 간은 약간 싱겁다. 그래서 자꾸 손이 가게 되고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제주 몸국(황정희 동년기자)
▲제주 몸국(황정희 동년기자)

▲춘향이네 식당 파전(황정희 동년기자)
▲춘향이네 식당 파전(황정희 동년기자)


장터에서 가장 인기 높다는 ‘춘향이네 식당’으로 향했다. 직원이 카메라를 보더니 한사코 파전을 먹어보란다. 아침부터 웬 파전?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들이 국밥과 파전을 먹고 있다. 속는 셈치고 시켰다. 독특한 파전 맛, 괜찮다. 국밥 세 그릇 1만8000원, 파전 1만 원, 세 명이 배부르게 먹고 2만8000원을 냈다. 요즘 말로 가성비 괜찮은 식당이네!

제주 시내의 물회 식당 소개는 생략한다. 방송을 많이 타서 손님이 줄을 서 있는데,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차별화된 맛도 느낄 수 없었다.


▲곶자왈(황정희 동년기자)
▲곶자왈(황정희 동년기자)


곶자왈 휴양림에서 힐링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일컫는 곶자왈은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여 수풀처럼 우거져 있는 곳을 지칭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형성된 용암에 따라 크게 4지역에 걸쳐 분포한다. 이른바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다.

그중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에 있는 교래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제주의 걷는 길 대부분이 그렇듯 천천히 걷기 좋은 자연휴양림이다. 시니어를 위한 1시간짜리 산책 코스로, 제주 방문 첫날 몸 풀 장소로 제격이다.

휴양림에서 힐링을 한 후 현지에서 합류한 지인이 예정에 없던 제안을 했다. 1년 가까이 운영해오다 10월 27일 끝나게 될 ‘빛의 벙커:클림트’를 관람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시큰둥해했으나 ‘키스’ 작품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주제로 한 전시란 말에 구미가 당겼다. 차를 타고 찾아간 ‘빛의 벙커’는 뜻하지 않은 첫날의 큰 행운이었다.


▲예술을 통한 힐링, ‘빛의 벙커’(황정희 동년기자)
▲예술을 통한 힐링, ‘빛의 벙커’(황정희 동년기자)


1시간 반가량 환상적인 음악과 미술이 조화를 이룬 빛의 향연을 즐겼다. 더 매혹적인 볼거리는 관람하는 젊은이들. 바닥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앉아 힐링하는 모습이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을 배운 세대들이라서?


제주에서의 첫날을 보내며

어쨌든 ‘낡은 세대들’로서는 꿈도 못 꾸던 자유분방한 모습의 젊은 영혼들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뿌듯해졌다. 덕분에 함께 힐링한 셈이 됐다. 저녁식사를 한 흑돼지구이식당 역시 소개를 생략한다. 이번 취재기간에 먹은 제주의 흑돼지 맛은 다 우수했다. 따라서 어느 식당을 특정하기보다는 코스에 맞춰 부근에 있는 흑돼지 식당을 찾기를 권한다. 주머니 사정은 좀 고려해야 할 듯.

둘째 날 취재에도 행운이 따라주기를 기대하며 숙소로 향했다.

(12월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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