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85세) 씨는 경기도 양평에서 2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22세 때 직업군인과 결혼했고, 배우자가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자녀는 없고 배우자가 2000년에 사망한 후 홀로 생활해왔다. 노년이 외롭기는 했지만, 배우자가 남긴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고혈압과 당뇨를 앓아오던 A 씨에게 2009년 가벼운 뇌출혈이 발생했고 이때부터 인지장애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 왕래도 자주 없었던 형제와 조카들이 서로 A 씨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결국 A 씨의 큰 남동생 아들인 B(63세) 씨가 자신의 집으로 A 씨를 데려갔다. 문제는 그 후 A 씨의 재산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다른 가족들, 특히 A 씨의 막내 여동생 C(78세) 씨는 2015년에 대표로 성년후견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의 부동산 대부분이 B 씨와 그의 아내, 자녀들 명의로 증여가 이루어졌고, 50여억 원에 달하던 정기예금 등 금융자산도 20여억 원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가사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그 당시 A 씨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요양원 8인실에서 홀로 지냈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A 씨의 가족들이 후견개시 여부와 후견인 선정에 관해 법정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중에 C 씨가 돌연 재판 신청을 취하한 것이다. 알고 보니 C 씨는 남은 금융자산 20여억 원을 자신 앞으로 빼돌리는 조건으로 B씨와 타협을 했다. 또 근거 자료를 남기기 위해 A 씨 명의의 증여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똑같은 내용의, 즉 유산을 물려준다는 A 씨 명의의 유언장까지 작성했다.
C 씨와 B 씨의 이 같은 밀약을 알게 된 나머지 가족들은 A 씨의 증여계약서와 유언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다시 성년후견신청을 했다. 이후 2년여 동안의 공방 끝에 A 씨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된다는 재판은 확정되었지만, 증여계약서와 유언 무효 소송이 진행되던 중 A 씨가 사망했다.
재산을 두고 가족과 친척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재산을 독식하기 위해 조카 중 한 사람을 아무도 모르게 양자로 만든 경우도 있다. 상속 순서로 따지면,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배우자가 없을 경우 방계혈족(형제자매)이 순위가 된다. 만일 형제자매까지 모두 사망했다면 그 자녀, 즉 A 씨의 조카들에게 상속권이 생긴다. 법정상속분으로 보면, 조카가 15명일 경우 15분의 1씩 상속받는다. 그런데 양자가 되거나 생전증여 또는 유증 방법으로 A 씨의 재산을 독차지(유류분은 별론)할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안하게 노년을 살려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한다. A 씨와 같은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고려하자.
첫째, 임의후견계약 체결이다.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믿을 만한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두고, 그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에 대해 미리 계약을 해두는 것이다. 이 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되어 법원의 후견등기부에 등기해둔다. 시간이 흘러 실제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후견인의 업무는 시작되고, 법원에서는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신변과 재산을 잘 돌보고 있는지 살핀다.
둘째, 유언장 작성이다. 사후에 재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처분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미리 결정해두는 것이다.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 시점에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사망 전까지는 미리 준비해둔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유언은 법에서 정한 형식을 따라야 한다.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녹음, 구수증서(유언자가 말로 하고 증인이 받아 적어 작성한 증서)와 같은 5가지 형태의 유언을 인정한다. 사전에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거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셋째, 신탁계약 체결이다. 신탁은 신탁자(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가 수탁자(재산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사람, 보통은 신탁회사)에게 소유권을 넘기되, 넘긴 재산을 신탁자가 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처분되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재산의 명의는 넘기되 실질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산을 사용하도록 하는 체결이다. 재산(부동산이나 예금, 주식 등)을 신탁회사에 맡기면서, 신탁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임대료, 이자, 배당소득 등)은 가져가되 사후에는 신탁자가 지정한 사람이 수익자가 되도록 정해둘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자녀(수익자)가 특정 학교에 입학할 것, 결혼이나 출산을 할 것, 일정 기간 직장을 가질 것 등을 수익 분배 조건으로 해둘 수도 있다.
임의후견, 유언, 신탁의 장점은 노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는다는 데 있다. 이들 제도를 활용하면 혹여 정신적 장애를 겪게 될 때에도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법률적·경제적으로 격리되거나 보호 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분에 한 번씩 접객을 하는 직업이 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 하지만 그의 업장은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손바닥만 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버티고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사명은 이곳을 지나친 사람들의 안위를 기원하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한 업무이지만 사선에 선 사람들은 그가 건넨 희망의 한마디를 꼭 붙잡는다.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난 나누미동행팀 김창원(金昶源·70) 씨 이야기다.
병원에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직종인 ‘이송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술을 앞두었거나 막 수술을 마친 환자를 수술실과 병실로 옮기는 일을 주로 한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안전하게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므로 대부분 젊은 청년들이 맡는다.
김창원 씨의 업무는 단순하다. 호출을 받으면 이송팀이 환자와 함께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이동형 침대의 승하차를 돕는 일이다. 시간을 때우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형식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바라보면 예사롭게 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씨의 소속은 강동성심병원 ‘나누미(美) 동행팀’. 병원 사회사업팀과 강동노인복지관이 주도해 진행하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이다.
2분마다 울리는 호출음
까톡! 정적을 깨는 소리와 함께 그의 휴대전화에 암호 같은 메시지 ‘3 12 ㅎ’가 뜬다. 대부분의 업무 요청은 이렇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이뤄진다. 바쁠 때는 2~3분 간격으로 계속 울려댄다.
“3층에서 12층으로 이동하는 환자가 있다는 뜻이죠. 다들 바쁘니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단한 메시지로 주고받습니다. 환자가 이동하는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아요. 수술 전에는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수술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회복실로 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호출음으로 전달받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놓고 기다렸다가 이송팀과 환자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겁니다.”
그와 이동하는 중에 문득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주변을 둘러보자 그가 핸드폰을 들어 보인다.
“환자분들을 대해보니 대부분 긴장하시더라고요. 큰일(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어찌 긴장이 안 되겠어요. 그래서 제가 유튜브에서 찾아봤죠. 환자의 회복에 좋은 추천 음악들이 있더라고요. 스무 곡 정도 다운받아 늘 틀고 다닙니다. 힘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이보다 환자들에게 더 힘이 되는 것은 그의 응원의 말이다. 강동성심병원 사회사업팀 관계자는 그가 건네는 여러 가지 위로의 말들이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많은 환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소통에도 능숙하고 적극적이어서 병원 직원들이 그의 계약 종료를 걱정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환자들과 소통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환자의 감정 상태라고 말했다.
“무척 조심스럽죠. 처음 얼마간은 눈치를 많이 봤어요.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걸어야 하니까요. 이제는 환자의 이동 목적을 잘 알아서 ‘수술 잘될 겁니다’, ‘치료 잘 받으셔요’, ‘수고하셨어요’, ‘쾌유를 빕니다’ 등등 상황에 따른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여유가 있으면 조금 길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간혹 환자분들이 제게 감사 표시를 할 땐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 나이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요.”
그는 자신의 업무가 비록 단순한 일이긴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쉽게 권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 점 때문이에요. 엘리베이터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고, 동선도 고려해야 해요. 한꺼번에 들어온 요청을 차례대로 처리하는 게 좋을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나을지 빨리 판단해야 하고요. 처음에는 고지식하게 요청 들어온 순서대로 처리하다 애를 먹기도 했죠. 지금은 요령이 생겨 운행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잘 해나가고 있어요.”
국가부도의 날에 나온 은행맨
김 씨는 외환위기 전까지는 꽤 잘나가던 은행맨 출신. 당시 5대 은행으로 불리던 곳에서 지점장까지 했다. 그러다 문제의 ‘국가부도의 날’이 도래하면서 실적에 시달리게 됐고 결국 은행을 나와야만 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본점에서 독려가 심했죠. 예금을 가져오라 하는데, 당시에 저축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겠어요. 결국 25년 만에 은행을 나와야 했어요. 다행히 안전용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어요.”
그는 젊은 직원들과 즐겁게 소통하고, 스마트폰도 자유롭게 다룬다. 컴퓨터에 해박하고 온라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선택한 직업도 컴퓨터 수리. PC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에 워낙 관심이 많아 몇 년 전까지도 관련 일을 해왔다. ‘K삿갓’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만든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와 있는데, 800여 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는데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곧잘 불렀어요. 명국환 씨의 ‘방랑시인 김삿갓’이 애창곡이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부르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레 김삿갓에 대한 동경도 생겼고요. 닉네임을 만들 때 그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실례 같아 K삿갓으로 지었어요.(웃음)”
그는 강동성심병원에서 나누미동행팀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최근 흥미가 생겨 드나들던 기원에서 지인의 추천을 받은 것이다. 막걸릿값 벌어볼 생각 없냐는 제안에 솔깃했다.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반가웠죠. 병원이 마침 집 근처라서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용돈이나 벌어야겠다 했는데, 환자를 자주 대하다 보니 이제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어요. 제가 옮기는 것은 침대가 아니라 생명이니까요.”
근무시간은 일주일에 30시간.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근무하는데 금요일은 격주로 일한다. 급여는 월 27만 원 정도. 근무시간 내내 앉아 있을 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체력적으로 문제없냐고 물었더니 끄떡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직은 문제없어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해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젊은 사람들하고 일하는 게 즐거워요. 첫 월급을 탄 뒤 친구들에게 기분 좋게 막걸리 한턱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일을 통해 얻은 행복이에요.”
최근 김 씨는 또 다른 공부에 한창이다. 바로 마술.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과 게시물을 통해 여러 가지 마술 기법을 익히는 중이다. 여생에 꿈 하나 더 갖기 위해서다.
“마술이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주변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생활시설을 돌며 공연을 하고 싶어요. 계속 같은 공간에 계시면 적적하잖아요. 유명 마술사에 비하면 보잘것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병원 일과 마술 공연 모두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권)정생 형, 이렇게 이름을 부르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온몸으로 밀려옵니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주 쓰던 부끄러움이라는 어휘도 호출됩니다. 부끄럽다는 것은 치기 어린 나의 문학청년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문학청년의 객기만 있었지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은 천방지축인 나와 우리 패거리들을 너그러이 대하셨지요. 그때는 형이 그냥 맘씨 좋은 동네 형인 줄만 알았습니다. 돌이켜보니 5월이면 형이 가신 지 12주기가 되네요. 형은 살아서 하느님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셨으니 지금은 하느님 곁에 계시겠지요. 형을 처음 만난 것이 20대 초반이었는데 저도 지금은 머리가 허연 할배가 되었습니다. 문학청년 시절 육사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생 신분으로 안동문학회 막내 회원이 되었습니다. 문화회관 다방에서 모임이 있어서 기다리는데 검정 고무신에 밀짚모자를 쓴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다방의 깔끔한 장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지요. 돌이켜보니 형은 평생 그런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작가나 시인이라면 예술가의 풍모가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형은 들에서 일하다가 잠시 장 보러 나온 사람 같았습니다. 현란한 말솜씨도 없고 작가다운 면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네 형이었습니다. 게다가 시골 교회에 종지기로 있다고 하니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외양으로만 사람을 보는 덜떨어진 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부끄러워서 이런 고백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씁니다.
첫 동화집 ‘강아지 똥’의 출판기념회가 시내 큰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우리 패거리는 낮술에 취해서 교회에 갔습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특권이나 되는 것처럼 기행을 일삼던 시절이었습니다. 축가를 부르는 순서에 우리 패거리 가운데 군에서 갓 제대한 친구가 자청해서 앞으로 나가 군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입술만은 돼도 가슴만은 안 돼요.” 이런 민망스런 가사가 있는 노래였습니다. 형은 그런 우리에게 이렇다저렇다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안동을 떠난 뒤 오래 형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형을 다시 알게 된 것은 ‘녹색평론’에서 나온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담담하게 군더더기 없이 전개되는 문장을 읽으며 성자라는 어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여 행하는, 이웃과 타자에 대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 ‘강아지 똥’, ‘몽실 언니’, ‘한티재 하늘’ 등의 동화를 읽으며 나는 형이 지구상에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지어준 방 한 칸 부엌 한 칸 오두막에 김 서방이란 이름의 강아지와 사실 때 오두막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소면 한 줌 삶아 그릇에 담고 까만 간장 한 종지 내놓고 “밥 먹시더” 하시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하고 싶었습니다. 형은 집에 먹을 게 있는데 왜 식당에 가느냐면서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습니다. 나는 “식당에 안 가면 식당 하는 사람은 뭐 먹고 사니껴?”라고 협박을 했고 마지못해 따라나선 형과 근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지요.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 화를 내신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늘 취해 사는 병호 형이 오두막에 찾아가서 밤새 술을 마시고 술이 떨어지면 술도 마시지 않는 형을 보고 술 사오라고 못살게 굴었다지요.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신 형이 한마디하신 것이 지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귀신은 병호 안 잡아가고 뭐하노?”
그때까지 나는 형이 가난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형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갑자기 하늘로 가신 뒤였습니다. 적지 않은 인세가 들어왔지만 모두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자신은 겨우 의식주만 해결하신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일을 할 때라서 상주 노릇을 한 것은 형도 아실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유언장을 읽을 때 각 지역에서 먼길 마다하지 않고 오신 손님들이 모두 울었습니다.
“죽거든 화장해서 빌뱅이 언덕에 뿌려 달라. 앞으로 나올 인세는 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젊은 시절에 병을 얻어 결혼하지 않고 병과 더불어 사신 것을 알았기에 우리들의 슬픔이 더 컸습니다.
장례식 준비로 모인 우리들은 유언대로 할지 무덤을 만들지에 대해 오랜 논의를 하다가 유언을 어기기로 했습니다. 사시던 집도 교육용으로 남겨두고 집 뒤 빌뱅이 언덕에 소박한 무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유언은 모두 지켰지만 형의 정신을 길이 남기기 위해 그리했으니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장례 후에 형의 방을 정리하던 윤환이 10억 원이 든 보통예금 통장을 찾았습니다. 통장을 들고 농협에 가서 왜 보통예금으로 했느냐고 따지자 농협 직원이 형이 그리하라고 해서 그리했다고 했습니다. 이자로 돈을 늘리는 것이 죄악이라고 여긴 형의 뜻을 알고 다시 숙연해졌습니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이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가장 멀리 있는 원수까지를 사랑하라는 불가사의한 사랑의 폭을 말씀하셨습니다. 형도 그러합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셨지요. 그래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았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새 옷도 사 입으시고 연애도 하시기 바랍니다.
권서각 시인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눈물반응’, ‘쥐뿔의 노래’, 산문집으로 ‘그르이 우에니껴?’, 논저로 ‘이육사 문학과 저항정신’ 등이 있다. 본명 권석창. 환갑 이후에 쥐뿔도 모른다는 의미로 서각(鼠角)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이대로 일만 하다 죽을 순 없다고 기를 쓰고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해서 놀러다니는 거야 탓할 일이 아니지만 아직은 일을 해야 할 형편인데도 내가 번 돈 다 쓰고 죽겠다고 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죽는 날이다. 언제 죽을지 예상하고 돈을 펑펑 쓰다가 막상 오래 살게 되면 어쩔 것인가. 생각지도 않은 암 같은 큰 병에 걸려 병원비에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돈 때문에 말년에 고생하는 사람도 많이 본다.
이미 종영된 방송이지만 ‘그 여자 그 남자'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부부간의 불화를 본인들이 해결 못해 방송사에 의뢰하면 전문가들이 개입해 원인을 찾고 함께 해결을 모색해나가는 줄거리다. 불화의 여러 원인 중 돈 문제가 적지 않다. 아니 돈을 벌어오지 못해 파생되는 문제가 많다. 자식 우윳값을 친정 부모에게 빌리러 가는 아내의 처절한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남편은 담배를 사서 피운다. 막노동은 몸이 약해서 못하겠단다. 이 일은 이래서 어렵고 저 일은 저래서 못한다는 핑계를 댈 궁리만 한다. 화목한 가정의 중심에는 돈 벌어오는 사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이 있다. 이분이 자기 아들에게 쓴 편지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아들아, 사내의 삶은 쉽지 않다. 돈과 밥의 두려움을 마땅히 알라. 돈과 밥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지 말고 주접을 떨지 마라. 사내의 삶이란 어처구니없게도 간단한 것이다. 어려운 말 하지 않겠다.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자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중략) 사내의 한 생애가 뭣인고 하니, 일언이폐지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알겠느냐?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다.”
김훈은 돈과 밥은 같은 것이라 했다. 돈이 있어야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위력을 제대로 못 느끼는 남자를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인생관이 어떻고 우리 가문이 어떻고 하기 전에 남자는 나가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 죽는 날까지 벌어와야 한다. 직접 근로소득을 하지 못하면 벌어놓은 예금에서 이자가 나오게 하든 건물에서 월세가 나오게 하든 여하튼 돈이 있어야 한다. 해외여행하다 낮선 곳에서 객사하지 말고 돈 벌다 가족 품에서 죽어야 한다.
전 국민이 일하지 않고 노숙이나 하고 얻어먹으려고만 한다면 나라가 유지되겠는가? 국가는 무소유주의자가 지켜내는 것이 아니고 돈 버는 사람의 세금으로 유지된다. 돈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부른다. 부자는 자유의 다른 이름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 먹고 싶은 것 먹고, 입고 싶은 것 입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가 번 돈이라고 나를 위해서만 쓰지 말자. 장학금도 내놓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도 하며 살자. 방문 꽁꽁 닫아걸고 혼자 소고기 구워 먹는 삶은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다.
법으로 정년을 보장한 60세까지 근무하고 후배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퇴직을 해도 쉬지 못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10여 년은 너끈히 더 현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이제 그만 일하고 쉬지 왜 자기네들 일자리까지 위협하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퇴직자들은 왜 계속 일하려고 하는가? 당장은 먹고살기 위해서다. 퇴직해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살아 있는 동안은 소비지출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별다른 수입 없이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퇴직자라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노후를 불안해한다. 퇴직금 1억 원을 은행에 넣어봤자 월 20만 원을 손에 쥐기가 힘들다. 여기에 세금 15.4%도 떼어야 한다. 은행 이자로 살아가기에는 이자가 너무 적다. 허드렛일로 월 100만 원을 번다 해도 은행에 6~7억을 예금한 것과 맞먹으니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목돈이 있다 해도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데 곶감 빼먹듯 하기가 불안하다. 수입이 없으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힘들다. 시골로 내려가거나 집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자녀들이 결혼도 안 하고 함께 살고 있다면 시골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집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수입에 맞춰 생활비를 줄일 뾰족한 묘안을 궁리해보지만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다.
일을 계속하려는 두 번째 이유는 집에서 노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가장이 놀고 있으면 집안 분위기가 저기압으로 변한다. 공원 벤치나 산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만나면, 딱히 갈 곳이 없어도 이렇게라도 집을 나와야 아내도 숨을 쉰다고 말한다. 매일 출근하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거실 소파에 젖은 낙엽처럼 붙어 있으면 아내가 답답해한다는 소리다. “아빠 낼부터 출근한다”라고 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퇴직자들은 반 토막짜리 급여를 주는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선다.
세 번째 이유는 인간관계가 급속도로 단절되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대로 방구석에서 시체놀이하다가 어느 날 세상과 단절된 채 저세상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난다. 내가 활동하는 한국 블로거협회(회장, 김봉중)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지역별로 ‘배우자, 잘 놀자, 나누자’라는 3가지 슬로건으로 시니어가 모인다. 만나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식사를 하고 헤어지는 ‘월요브런치클럽’인데 호응도가 높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동네 친구로 묶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본능적으로 어딘가에 소속하고 싶어 한다.
네 번째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실현해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아실현’이다. 봉사활동을 하든 돈을 받고 일하든 퇴직 후의 인간관계가 여전히 풍성하기를 누구나 바라기 때문에 일할 곳을 찾는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 시니어가 적절히 일하며 지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가적으로도 유휴 노동력 활용은 물론 일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으므로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니어 일자리는 극소수의 능력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젊은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 또는 각종 사설 단체에서 시니어를 위한 직종을 개발하면 좋겠다. 일종의 ‘노소동반성장’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때 파트타임이나 요일별 근무 등 가변성 있는 일자리를 시니어에게 제공하면 좋겠다. 시니어는 큰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강도 높게 오랜 시간 일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시니어에게 알맞은 일자리 마련은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
2018년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 중 요즘 밤잠 못 이루는 사람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한때 연 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하는 등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늘었다.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시장도 피난처가 되지 못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9년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격동의 세월을 맞아 ‘쥐꼬리’만 한 이자로 냉대받던 예·적금 등 안전상품의 가치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때마침 금리 인상으로 이자도 두둑해졌다. 다만 가입 조건이나 우대 혜택이 제한적이라, 자금 운용 목적에 맞는 꼼꼼한 비교가 필수다.
‘최고 6%대’ 예·적금 상품의 귀환
“또 허탕쳤어요. 오늘 1번이신 할머니, 손주 해준다고 오셨는데 새벽 1시부터 기다리고 계세요. 정말 핫하고 치사한 적금이다 싶네요.” (jhy***님)
최근 은행 문 앞에 새벽부터 대기줄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루 가입자 수 제한으로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고객도 상당수다.
SH수협은행은 ‘Sh쑥쑥크는아이적금’으로 인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아침마다 가입 전쟁이 벌어지자, 지점마다 하루에 10명씩만 선착순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비결은 금리다. 2018년 9월 출시된 이 상품은 타 시중 은행에서는 찾기 어려운 최대 연 5.5%의 금리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가입조건이 제한적이다. 월 10만 원 한도, 최대 만기는 5년, 만 6세 미만의 자녀 명의로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판매고 10만 좌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예상외의 뜨거운 반응에 수협은 2018년 12월 말까지만 한시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 계획을 변경했다.
2018년 12월 새롭게 출시된 새마을금고의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선착순 제한 없이 ‘최소 5%’의 금리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들어갔다.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대상으로, 아동 또는 부모 중 1인 이상이 새마을금고와 거래하는 경우 파격적인 우대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납입 금액은 월 5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이며, 전체 새마을금고 통합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직장인 차은진 씨는 “친정어머니께서 아이 통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해서 연차를 내고 가서 적금에 가입했다”며 “연 5%가 넘는 상품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데 다행히 통장을 만들었다”며 기뻐했다. 최고 연 6.5%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우리아기첫걸음정기적금’은 새마을금고 지점별로 금리 차이가 있다. 방문 전 해당 지점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비단 아이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도 연 5% 안팎의 고금리 상품이 다수 나왔다. 우리은행의 ‘우리 여행적금’은 최고 연 6.0%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여행 특화 상품이다. 정기적금으로 가입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며, 월 납입 한도는 50만 원이다.
금리는 가입기간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 연 4.2%포인트를 더한 최고 연 6.0%다. 우대금리는 우리은행 첫 거래고객, 우리은행 계좌로 급여 또는 연금 수령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0.7% 포인트, 우리신용카드 이용액과 공과금 카드납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5%포인트가 제공된다. 제주항공 국제선 왕복 항공권 할인권(최대 10%)과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 적립금(최대 8만 원) 및 1년간 최상위 멤버십 자격도 제공된다.
IBK기업은행의 ‘IBK W소확행통장’ 적립식의 경우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금이다. 계약기간 중 레저 업종에서 IBK카드를 사용한 실적, 온누리상품권 현금 구매 실적에 따라 최대 연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3년 만기 상품의 경우 최대 연 4.0% 금리를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의 ‘OK VIP 정기적금’은 최고 연 4.9%(만기 12개월)의 이자를 준다. 하지만 방카슈랑스 동시 가입이라는 조건이 있다. 월 보험료 납입액에 따라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 0.9~2.4%포인트가 더해진다.
최근 출시된 은행 예금 가운데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상품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가 연 2.55%(2018년 12월 12일 기준)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은 연 2.5%를 이자로 준다. 스마트폰 가입 전용 상품이며 우대조건은 없다.
파킹 통장을 아시나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갈 길을 잃은 부동자금이 ‘파킹 통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파킹(parking) 통장이란, 말 그대로 주차장에 차를 잠깐 주차하듯 단기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통장을 의미한다. 아주저축은행의 ‘더 마니 드림 저축예금’은 단 하루만 맡겨도 최대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는 예금 잔액별로 달라지는데, △1만~9만 원이 1.6% △10만~99만 원은 1.7% △100만~499만 원은 1.8% △500만~999만 원은 1.9% △ 1000만 원 이상은 2.0%다. 예치금액 제한이 없고 인터넷뱅킹 이체수수료도 면제된다. OK저축은행의 ‘OK 대박 통장’은 복잡한 조건 없이 하루만 맡겨도 연 1.7% 금리를 준다.
3개월 안팎의 단기 자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주목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한시 판매하는 상품으로, 단기 자금에 연 3%가 넘는 금리를 제공한다. 하이투자증권은 DGB금융그룹 편입을 기념해 특판 RP는 3개월(91일) 약정 상품으로 연 3.3%의 금리가 적용된다. 신규나 휴면고객 대상으로 가입 한도는 2000만 원까지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하는 특판 RP는 3개월(91일) 예치 시 연 3%의 이자를 준다. 1인 가입 한도는 10억 원까지이며, 선착순 판매로 한도 소진 시 종료될 수 있어 지점별로 가입 한도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달러 투자 상품도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달러 자산 수요에 맞춰 연 3%의 이자를 주는 ‘달러RP특판’을 내놨다. 만기는 3개월 약정이며, 달러RP에 신규 가입하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인당 최대 100만 달러까지 가입할 수 있다.
2019년 금리, 올라가나
주부 박지윤(가명) 씨는 ‘금리 인상시기’ 뉴스에 예금 운용기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박 씨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간다면 자금을 짧게 굴리다가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 텐데, 경기 침체 얘기도 많아 마냥 기다리는 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30일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했다. 종전 1.50%에서 0.25bp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새해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에서 2019년 2.6%, 2020년 2.5%로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새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2020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확인된 시점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도 새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 악화 속에 GDP갭 마이너스 폭이 추가로 확대되며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새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특판’ 고금리 상품 출시 경쟁도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던 2금융권에선 특판으로 상당 부분 목표를 채웠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의 시그널로 읽히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주목한다. 미국 국채 5년물과 2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고음이 들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8년 12월 5일 한국 국고채 3년물은 연 1.901%, 10년물은 연 2.058%로 마감해 금리 격차가 15.7bp로 줄었고, 장단기 금리의 축소 영향으로 단기 예금과 중장기 예금의 금리 차이도 크게 좁혀졌다.
박해영 하나은행 Club 1 PB센터 PB팀장은 “단기 상품(1개월짜리 등)의 금리와 장기 상품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상당수 자산가들이 3개월 이내로 짧게 자금 운용을 하는 추세”라며 “금리 동결 혹은 인하 등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단기 운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중한 예금 안전하게 지키는 법
높은 금리의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를 거치며 예금자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 파산 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제도다. 고금리를 겨냥해 저축은행 등에 예금을 맡길 경우 금융기관별로 5000만 원 이내로 나눠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다.
새마을금고, 신협, 농·수협 지역조합은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른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를 해준다. 새마을금고 예금은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은행과 마찬가지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하고, 신협도 신협중앙회를 통해 준비된 예금자보호준비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한다.
금융상품별로 예금자보호 대상을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적금은 기본적으로 보호 대상이지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주택청약저축 등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대형 증권사가 판매하는 발행어음 같은 경우 예금자보호법의 원금보장을 적용받진 못하지만, 신용도가 좋은 회사인 경우 파산 가능성이 희박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경기불황 예고 지표로 꼽히는 예·적금 및 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악화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금융상품으로 급전을 융통하려는 SOS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보험해지나 카드론 등은 더 큰 손실을 부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 50대 주부 정희주(가명) 씨는 최근 가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지난달 남편의 무릎수술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하면서 수입은 줄고 의료비는 늘어났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와 카드값 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이다. 그동안 근근이 유지해온 가족들의 보험부터 깨야 할지 알아보고 있다.
# 치킨집을 운영했던 김문수(가명) 씨는 최근 가게 폐업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금이 남았다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치킨집 폐업 후 다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갑자기 월급의 몇 배를 마련하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급전을 위해 카드론 등도 알아보고 있지만, 폐업 과정에서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개인 및 개인 사업자 명의의 정기예금과 적금을 중도 해지한 건수는 총 725만4622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75만927건(31.8%)이 늘어났다. 손해보험사 장기보험상품의 최근 1년(2017년 7월∼2018년 6월) 동안 해약 건수는 402만9737건으로 1년 전보다 30만5064건(8.2%) 늘었다. 해약환급금은 15조7851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조2290억 원(25.7%)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과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2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조5000억 원)보다 16.4% 증가했다. 대출 잔액이 늘면서 카드론 연체율도 올라가 신용 불안의 조짐이 짙어졌다.
◇ check point/ 보험
소득이 줄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금융상품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지를 고민하는 대상이 보험이다. 그러나 장기상품인 보험은 특성상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 또한 보장성 상품은 해지 후 사고가 닥칠 경우 가정에 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만일 매월 넣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어서 보험해약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낫다.
감액완납제도는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한도에서 보장을 받는 방법이다. 보장기간과 지급조건은 그대로 두고 보장금액을 낮춘다.
일부만 해지해 보장 수준과 보험료를 낮추는 감액제도도 있다. 감액한 부분은 해약 처리해 해약환급금이 지급된다.
보험 해약이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보험사에 즉각 해약을 알리지 않고 보험료를 연체하는 게 낫다. 해약 직후 사고를 당하면 아무런 보장도 받을 수 없지만, 연체 중이라면 실효 때까지 약 2개월간 보장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해약 대신 보험약관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 범위 50~95% 내에서 대출하는 계약으로 신용등급이 낮거나 빚이 있어도 간편한 심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을 통해 고객에게 지급 약정된 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확정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금리확정형 보험계약 대출 시 가산금리는 평균 2%로 집계됐다.
◇ check point/ 예금·적금
직장인 이광희(가명) 씨는 오는 연말 36개월 약정으로 부어온 적금의 만기를 맞는다. 문제는 지난 명절 준비로 지출이 늘어나, 당장 다음 적금을 넣을 돈도 부족하고 카드결제일 카드자금도 모자란다는 것. 이 씨는 아깝지만 적금 해약을 고려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이미 가입해둔 예·적금이 있다면 이를 먼저 활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만 예·적금의 경우도 중도 해지하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서는 손실이 거의 없지만) 당초 약정된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없으므로 중도해지 이율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일 1~2개월 적금을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기이연제도를 활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만기일 전에 적금 불입 횟수를 채우고, 입금이 지연된 만큼 만기를 늦추면 당초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적금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잠시 소액만 필요해 예·적금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에는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상 예·적금 이율의 1~2%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90~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 check point/ 카드대출
카드대출은 그동안 급전의 대명사였다. 카드 고객의 한도만 남아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애용됐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든 고객에게도 비교적 대출 승인이 까다롭지 않게 이뤄진다는 이점도 있다.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평균 연 15% 내외로 이자도 상당할 뿐더러, 신용등급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물품을 산 금액에 대해서는 연체하지 않는다면, 할부로 거래하더라도 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면 고금리 이자는 이자대로 내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이 높다.
소득이나 신용등급 등의 문제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카드대출보다는 은행대출을 활용하는 게 낫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24시간 비대면 대출도 가능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13일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KEB하나·롯데·비씨(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는 최저 5.9%, 최고 23.90%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는 15% 수준이다.
반면 17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8%에서 최고 연 6.69%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우수하다면 최저 연 3% 후반대에서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지원을 통해 대출을 지원하는 생계자금 지원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서민금융통합콜센터는 (국번 없이) 1397이다.
ELS란?
Equity Linked Securities의 약자로, 주가연계증권을 의미. 일반적으로 만기 3년 동안 기초자산인 개별주식 또는 주가지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6~7%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금융상품. 예금보다 높은 수익성,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안정성이 장점.
체크포인트① 기초자산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계해 수익률 결정. 제시수익률이 높아도 기초자산이 가격변동성 높은 고위험 자산이라면 정해진 수익구조를 벗어나 원금손실 위험에 빠질 수 있음. 투자위험이 낮은 지수형 ELS를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정적.
체크포인트② 낙인(Knock In) 조건
낙인(원금손실 발생구간) 조건으로 원금손실 발생 가능 여부 확인. 50KI(낙인 조건 50)의 경우, 기초자산이 만기까지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다면 만기상환 시 원금에 약속된 이자 지급. 단, 한 번이라도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 발생.
체크포인트③ 조기상환 평가기준
대부분 ELS는 3년 만기 기준 6개월에 한 번씩 조기상환 기회가 생김.
[예시] 조기상환 평가기준이 ‘90-90-85-85-80-75’(6개월마다 평가하는 조기상환 배리어)일 때, 6개월 후 1차 조기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모두 최초 기준가 대비 90%(-10%) 이상이면 이자와 원금을 받고 자동으로 청산,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90%(-10%) 이하로 떨어졌다면 다음 평가일까지 상환 연기
체크포인트④ 세금
ELS 발생 소득은 모두 배당소득세(15.4%, 주민세 포함)가 원천징수 됨. 비과세종합저축계좌, ISA계좌를 활용하면 절세효과를 높일 수 있음. 비과세종합저축계좌는 올해 기준 만 64세 이상 고령자·장애인·국가유공자는 2019년 말까지 가입 가능.
체크포인트⑤ 고령자 투자숙려제도
ELS는 일반 투자자가 상품구조와 손실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 결정을 하도록 투자숙려제도를 시행. 만 70세 이상이거나 투자자성향부적합 투자자라면, ELS 청약 후 2영업일간 투자숙려 기간을 통해 최종 투자 여부 결정.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은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맞췄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부동산 세제 강화로 ‘부자 증세’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큰 그림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이어 임대소득 과세 강화로 사실상 ‘집 부자’를 정조준했다는 평가다. 특히 주택 임대소득 연 2000만 원 이하에 적용되던 비과세 혜택이 올해로 사라지게 되면서, 은퇴 후 월세 수익으로 생활하는 시니어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개정되는 세금제도 항목은 총 246개에 달한다. 이 중 은퇴 세대가 알아두면 도움이 될 주요 세법개정안을 추려봤다.
종부세 인상, 3주택자 0.3%포인트 추가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편으로 부동산 자본가에 대한 과세 의지를 확고히 했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인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현행 80%에서 90%까지 인상한다. 2019년엔 85%, 2020년 90%로 연 5%포인트씩 올린다.
세율도 올렸다. 종부세 과표 중 6억~12억 원 구간의 누진세율은 0.75%에서 0.85%로, 12억~50억 원 구간은 1%→1.2%, 50억∼94억 원 구간은 1.5→1.8%, 94억 원 초과 구간은 2→2.5%로 개편했다. 특히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적용되는 모든 과표 구간에서 0.3%포인트 추가 과세한다. 3주택 이상 추가과세 대상은 1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돼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의 추가 부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16억5000만 원인 주택을 가진 1주택자의 경우 세금이 현행 187만 원에서 내년 215만 원으로, 28만 원 정도 올라간다.
그러나 주택 3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공시가격 총합 35억 원인 3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는 세금이 현행 1576만 원에서 내년에는 2575만 원으로, 약 1000만 원 늘어난다.
임대사업자 등록 안 하면 ‘세금폭탄’
월세를 받아 노후생활비로 쓰려던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에게 빨간 불이 켜졌다.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가 부과되며, 소형 임대주택 과세 면제 대상도 축소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을 경우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우선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특례가 예정대로 올해 말로 종료된다. 내년부터 2000만 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14%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이때 필요 경비율 공제금액은 임대주택 등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등록임대사업자는 기본공제 400만 원(주택 외 종합소득금액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필요경비율 70%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 미등록 집주인은 기본공제 200만 원·필요경비율 50%가 적용된다.
간주임대료(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 과세할 때 배제되는 소형주택 범위도 좁혀진다. 현재는 공시가격(기준시가)이 3억 원 이하이고 60㎡ 이하의 소형주택이면 과세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형주택 범위는 기존 60㎡에서 40㎡ 이하로 축소되고, 금액도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좁혀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임대사업자 신규등록이 전월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7월 신규등록 임대주택 수는 2만851채로 전월보다 18.7% 증가했다. 이 가운데 8년 이상 임대주택이 1만2552채를 차지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임대사업자 등록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라 등록사업자는 임대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종부세 혜택이 주어진다. 예컨대 연간 1956만 원의 임대소득을 얻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내년부턴 등록하지 않은 집주인은 세금으로 109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등록임대사업자(8년 이상 임대)는 6만5000원만 내면 된다. 임대주택 등록 여부에 따라 세금 차이가 16배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임대주택 등록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도 40~80% 감면된다.
농어민 아니면 비과세 혜택 사라진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농·수협 등 상호금융에서 판매하는 ‘비과세 통장’은 정식 조합원만 가입할 수 있다. 현재는 농어민이 아니라도 1만 원 내외 소액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어 3000만 원(출자금 1000만 원)까지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준조합원(고소득층)은 저율 분리과세로 바뀐다. 2019년에 5%, 2020년엔 9%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조합원·회원에 한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3년 더 연장된다.
근로·자녀 장려금, 최대 370만 원 지원
2018 세법개정안은 ‘부자 증세’와 더불어 저소득·서민층의 세제지원 강화가 주요 축이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을 중심으로 소득 향상을 지원하는 카드를 내놨다. 우선 정부는 근로장려금의 소득·재산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은 인상해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한다.
소득요건은 단독, 홑벌이 가구, 맞벌이 가구 등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총급여액이 단독가구는 1300만 원→2000만 원 미만으로, 홑벌이 가구는 2100만 원 미만→3000만 원 미만, 맞벌이 가구는 2500만 원 미만→3600만 원 미만으로 각각 상향된다. 연령요건도 폐지됐다. 현행 단독가구는 30세 이상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연령조건이 사라지면서 연 2000만 원 미만을 버는 1인 가구 청년들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산요건은 가구당 재산합계액이 1억4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완화된다. 단 1억4000만 원 이상이면 장려금이 50%로 감액된다. 근로장려금의 지급액은 최대 3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단독가구는 85만 원→150만 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 원→260만 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 원→300만 원으로 최대 지급액을 상향했다.
만 18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한 자녀장려금도 상향된다. 자녀장려금은 근로·사업종교인 소득이 있고 만 18세 미만의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로서 연간 총소득 4000만 원 미만이며, 가구원 재산 합계가 2억 원 미만이면 받을 수 있다. 최대 지급액은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올라간다. 자녀 1명당 장려금을 지급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은 동시 수급이 가능해 요건에 따라 연 최대 37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대상에서 제외됐던 생계급여 수급자도 장려금을 받게 됐다.
국제결혼은 아무나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국제결혼을 할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소득 금액 기준을 충족해야 자격이 있다. 2018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 기준 금액은 외국 배우자를 데려왔을 때 구성되는 가족의 수를 기준으로 대략 2인 가구 1700만 원, 3인 가구 2200만 원, 4인 가구 2700만 원 수준이다. 혼자 사는 경우 결혼하게 되면 2인 가족이 되는 것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면 외국 신부를 데려왔을 때 합해서 3인 가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득이 없거나 기준 소득 이하이면 국제결혼 신청 자격이 없다. 물론 보유 재산이 많을 때는 굳이 직장에 다닐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보유 예금, 부동산 등이 있으면 재산의 5%를 소득으로 인정해준다. 본인 이외에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하는 직계가족의 소득도 합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득이 없는 부모를 모시고 살 땐 부담이 되지만, 소득이 있는 직계 가족이 있다면 소득 합산에 도움이 된다.
농촌 총각의 경우 농사만 짓는 경우 소득 증명이 만만치 않다. 한 해 농사를 지어 그때그때 수확한 것을 팔아야 소득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으로 돈을 받으면 그야말로 증빙 자료가 없다. 그렇더라도 소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증명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는 농지 원부, 재산 증명 서류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 어촌 총각도 마찬가지라서 선박 증서, 승선확인 사실서, 어업종사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의무제출 서류는 아니지만, 국제결혼 중개회사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신상 프로필을 요구한다. 성명,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 사항은 물론 가족 관계, 월 급여 부분, 신용 상태, 질병 치료 경력 등 건강 상태, 범죄 경력, 음주 여부, 흡연 여부 등을 밝혀야 한다. 나중에 신부 측에서 사실과 다를 경우 이혼의 사유가 되거나 이의제기를 제기할 수 있다.
소득 증명이 되더라도 상대방과 프로필 교환을 할 때 소득이 부실할 경우 성사가 쉽지 않다. 외국 여성이 국제결혼을 하려는 이유는 경제력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이 변변치 않다면 굳이 국제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상대방도 다른 한국 남자들의 프로필을 보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 여성과 결혼하려는 국내 남자들의 소득 수준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국제결혼도 쉽지 않은 것이다.
종종 나이 많은 국내 남자와 어린 외국인 신부의 국제결혼이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나이가 많은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외국 신부가 여러 후보자를 동시에 검토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의 경우 가장 많은 재혼 나이는 40대~50대이다.
그전에는 한국 남성이 국제결혼을 하고자 하면 별 어려움이 없었다. 서로 프로필 교환하고 영상 통화 등 미리 상대방을 점찍어 가면 어지간하면 결혼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 여성들도 맞선 본 한국 남자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미 국제결혼을 한 주변 사람들 얘기나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남성들에 대한 환상이 그전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 교포들이 한국에만 오면 큰돈을 번다며 국제결혼이라도 해서 한국에 오려고 했었다. 그러나 중국교포들 입국이 쉬워지면서 한국 입국에 굳이 국제결혼이라는 방식에 매달리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