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도 답사 일번지, 강진의 자연에 흠뻑 빠지다
- 강진은 여행기의 베스트셀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속 남도의 첫 번째 답사지다. 유배의 땅 강진으로 표현되는 곳, 오롯한 멋과 함께 풍미의 고장 남도답게 먹거리가 풍성하다. 맛과 멋을 찾아 떠나는 남도 여행, 전남의 끝자락인 강진의 자연에 흠뻑 빠져본다. 도심을 떠난 느낌을 단번에 느끼고 싶다면 강진의 백운동별서정원이 만족감을 높일 것이다. 서원의 시초라는 백운동서원이 아니라 백운동정원이다.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별서정원은 벼슬을 떠나 시골이나 산속에 집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살고자 만들어 놓은 정원을 말한다. 그 이름답게 산중에 감추어진 별천지다. 호남 전통 별서정원의 원형이 잘 보전된 곳으로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작은 계곡이 안온한 느낌을 자아낸다. 왕대 숲에 불어오는 바람과 월출산의 정기가 마음을 청순하게 한다. 정원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서다. 유배 중에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산하고 난 뒤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다산의 제자 가운데 이담로의 6대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다산은 정원에 흠뻑 빠져들었다. ‘백운동 12경’을 뽑아 그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초의선사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의 시와 함께 ‘백운첩’으로 남겼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곳곳에 다산의 경(景)을 칭하는 안내판과 시를 볼 수 있다. 백운동정원은 정원 자체의 정취뿐만 아니라 차의 산지이기도 하다. 백운동 옥판봉에서 나는 차라는 뜻의 백운옥판차가 바로 이곳 백운동 정원 왕대밭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생산되었다. 다산이 굳이 다도에 조예가 깊은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정원을 그리게 한 것은 이곳에서 나는 차의 풍미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좋은 차가 나오는 차의 산지임을 증명하듯 가까이 월출산 자락에 대규모 녹차 밭이 있다. 정원에서 나와 작은 오솔길을 지나 차밭으로 향한다. 바위산의 웅장함을 그대로 드러낸 월출산과 그 아래 펼쳐진 차밭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비경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많은 곳에서 재배하는 차가 떫은맛이 적고 강한 향이 난다. 백운옥판차의 명성을 잇듯 좋은 차가 월출산 자락의 정기를 흠뻑 머금고 자란다. 자연 여행을 꿈꾸는 강진의 두 번째 여행지는 강진만 생태공원이다. 갈대숲 우거진 데크길을 2.8km 걷는다. 햇살이 뜨거울 법도 한데 갈대숲이 불어다 준 바람 몇 점에 땀이 식는다. 갯벌 흙이 드러난 곳에서 칠게와 짱뚱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 짱뚱어는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갯벌 학습장이 따로 없다. 덩치가 비등해 보이는 짱뚱어 두 마리가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운 체 으르렁거리며 싸우질 않나 제법 덩치가 큰 짱뚱어 한 마리가 풀쩍 뛰어오른다. 점프는 수컷의 암컷에 대한 구애 행동이다. 갯벌 흙 사이에 짱뚱어 집들이 볼록볼록 솟아있다. 슬금슬금 칠게도 드나들고 짱뚱어도 드나드는 저 집은 과연 누구의 집일까 궁금해진다. 칠게가 원래 집주인, 짱뚱어가 뺏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게의 날카로운 집게발도 짱뚱어에겐 소용이 없다. 갯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더운 여름날인데도 호기심에 오래도록 갯벌을 바라본다. ◇강진 추천 맛집 청자골종가집 강진의 대표 맛집으로 꼽힌다. 방석만 있는 덩그러니 놓인 방에 착석하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잘 차려진 상이 상째로 들어온다. ‘이 정도는 돼야 남도의 한정식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식탐 삼매경에 돌입. 홍어삼합이 첫 타자, 톡 쏘는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육회를 한 점 집어먹고 새우 버터구이를 하나 집어 든다. 각종 나물과 찬에 멈추지 않는 손, 따뜻하게 내온 불고기와 녹차 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부세) 살 한 점을 얹는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강진군 군동면 종합운동장길 106-11 다온식당 가볍게 아침을 먹기 적당한 가정식 백반이다. 조갯국에 계란말이, 부담이 없다.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떠오른다. 강진군 대구면 수동길 17-7
- 2020-06-30 09:55
-
- 다산은 시를 짓고, 초의는 그림을 그렸다
- 조선 원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원림 양옆으로는 너르디너른 다원(茶園)들이 펼쳐져 풍경에 이색을 보탠다. 월출산 등산과 연계해 답사하기에도 적격이며, 원림 지척엔 천년고찰 무위사가 있다. 옛 선비들에게 자연은 배워야 할 경전이거나 미더운 연인이었다. 벼슬을 살며 지지고 볶을 때에도 늘 산수(山水)의 뜻을 되새겨 경책으로 삼았다. 언젠간 나 산야에 묻힐래! 그런 기약도 그들의 생필품에 가까웠다. 산수가 멀리 있더라도 그들의 머리와 감관에는 자연이 들어 있었다. 그래 늙어 흰 터럭이 갓 아래로 삐져나올 즈음엔 흔히 낙향을 해 자연을 벗 삼았다. 못 말릴 산야의 기질, 그게 옛사람만의 것은 아니다. 어제에서 면면히 전승되어 내일로 승계될 산천 애호의 민간 유전자. 우리의 뿌리에는 그런 뜨거운 게 들어 있다. 산림 선비의 살림살이에도 경향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청빈해 몸에 걸친 것만으로도 자족했다. 토방 하나에 뜯어먹을 고사리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름깨나 날린 이들은 경관을 골라 원림(園林)을 지어 이름값을 치렀다. 전국 곳곳에 그런 원림들이 의외로 많이 남아 있다. 강진 백운동(白雲洞) 원림은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원림’으로 꼽힌다. 월출산 옥판봉을 뒷배로 삼은 이 아름다운 원림은 조선시대 중기의 선비 이담로가 꾸렸다. 자연에 결례가 되지 않게끔 가급적 인위를 자제해 만든 게 원림이다. 집과 뜰, 누정, 연못 등속을 조영해 담장을 두른 내원과, 굳이 과욕을 부릴 거 없이 그저 자연숲 상태로 가만히 놔둔 외원으로 이루어진다. 백운동 원림은 그 전형이다. 슬그머니 자연에 편승해 유유자적 생의 하오를 살고자 했던 선비들의 꿈이 가시화된 공간의 표본이다. 쾌청한 한낮이다. 그러나 백운동 원림 숲 안은 어스레하다. 빼곡 들어찬 갖가지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서다. 한줌 햇살이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 까치발로 지내는 어린 나무들은 진땀을 빼리라. 저희끼리 마주보고 선 큰 나무들은 유년의 풍상을 얘기하려나. 나무들은 죽마고우로 자라 서로의 속사정을 잘 안다. 대나무는 곁에 있는 비자나무네의 살림 형편에 환하다. 비자나무는 옆집 소나무와 은근히 사귀는 사이일 수 있다. 숲속에 이미 파다하게 소문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동백꽃 개화 뉴스에 묻혀 입들을 닫았나? 숲이 고요하다. 동백나무들만 부산히 붉은 물감을 툭툭 찍어 제 몸에 칠한다. 이럴 줄 몰랐다. 여느 해보다 이르게 만개한 동백꽃을 볼 줄을. 동백꽃이 아니더라도 “이럴 줄 몰랐어!”라고 찬탄할 수밖에 없는 풍치의 연쇄다. 양껏 품을 벌려주는 대숲 사이 오솔길은 다정해 누이의 살가운 눈짓을 생각나게 한다. 예사로이 작은 숲이지만 능선과 계곡이 감각적으로 얼크러져 깊은 맛을 풍긴다. 계곡에 늘어선 나무들은 웅덩이의 명경지수에 홀렸구나. 물속으로 투신한 제 그림자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으니. 내원의 별서(別墅) 경관도 어엿하다. 초당과 정자, 담과 수로 등 근래에 복원한 게 많지만 원형을 충실히 재현해냈다. 지난 2001년, 백운동 원림의 전모를 알게 하는 ‘백운첩’(白雲帖)이 발견돼 이를 복원의 근거로 취한 덕분이다. ‘백운첩’은 강진 만덕산의 다산초당에서 유배를 살았던 정약용이 백운동 원림의 승경을 둘러본 뒤 흥에 겨워 만든 서첩이다. 귀양살이란 고독을 벗 삼을 수밖에 없는 것. 가끔은 산에라도 올라 갈증과 울화를 달래야 했을 게다. 어느 가을날 다산은 해남 일지암의 초의선사와 함께 월출산을 등산했다. 하산을 해서는 백운동 원림에서 하룻밤 묵으며 풍정을 누렸다. 이후에도 찾아가 재차 정취를 즐기고 풍색을 눈에 쏙 넣었을 테지. 이렇게 되면 뭐라도 써서 헌정하게 마련이다. ‘백운동 12승사(勝事)’라, 이는 백운동 원림 12경(景)을 연작시로 읊은 다산의 선물이다. 그러고서도 아쉬웠던 걸까. 초의에게 백운동 실경을 그리게 해 ‘백운동도’(白雲洞圖)를 얻었다. 이 둘을 집어넣은 게 ‘백운첩’이다. 백운동 원림 답사의 즐거움은 ‘백운첩’으로 용케 남아 전해진 다산 시의 안내를 받을 수 있어 한결 특별하다. 원림에 비치된 초의의 그림을 보며 과거의 백운동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 떠나 여기에서 다산과 초의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숲을 흔드는 솔바람처럼. 원림과 작별하는 길목엔 붉은 땅거죽. 떨어진 동백꽃들 나뒹굴며 선혈을 흘렸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낙화했기에 저토록 처연한가. 아서라, 동백에게 물을 일 아니다. 꽃 피어 절정의 일순에 서럽게 저무는 게 동백의 일이기만 하던가.
- 2020-02-26 09:02
-
- 제주도의 상징, 감귤박물관
- 제주도 서귀포시 효돈 순환로에 제주감귤박물관이 있다. 감귤을 테마로 개관한 공립박물관. 감귤 전시관과 감귤 체험관, 감귤 역사관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부대 시설로 제주 전통농가 전시실과 아열대 식물전시실이 있다. 1월 1일과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문을 연다. 입구를 비롯하여 주변에 온통 감귤나무를 식재하였고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감귤류의 원생지는 인도, 미얀마, 말레이반도, 인도차이나, 중국, 한국, 일본까지 넓은 지역에 이른다.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재배되어 왔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탐라지 과수총설(耽羅誌 果樹總說)에 1526년(중종 21)에 제주목사 이수동이 감귤밭을 지키는 방호소(防護所)를 늘렸다는 기록이 있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감귤류 생산지로 알려져 왔으나 그동안 많은 시험재배를 통해 최근에는 해발 200m 이하의 제주도 일원과 남부지방의 통영, 고흥, 완도, 거제, 남해, 금산 등지에서도 감귤류가 재배되고 있다. 감귤박물관 내의 세계감귤전시관에는 세계 각국의 감귤나무가 원산지별로 식재되어 있으며 연중 감귤 열매를 볼 수 있도록 전시되고 있다. 제주도 고유품종 13개, 일본 26개, 아시아 13개, 미국 11개, 유럽 7개 등 87개의 세계 감귤 품종을 볼 수 있다. 감귤의 형태도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 기형인 것 등 다양하다. 감귤 따기를 비롯하여 학습 체험, 족욕 체험, 피자와 쿠키 만들기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제주도의 특색을 살린 박물관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함께 할 수 있는 특색있는 박물관이다.
- 2020-02-24 18:11
-
- 봄 보리밭엔 종달새 울고, 산기슭엔 현호색 피네!
- 시냇가에 아지랑이 피고 보리밭에 종달새 우네 허나 무엇하랴 산에 들에 쟁기질에 낫질하는 총각이 없다면 - 김남주 시인의 ‘나물 캐는 처녀가 있기에 봄도 있다’ 中 눈 덮인 산기슭에 봄바람이 불어와 겨우내 꽁꽁 언 땅이 스멀스멀 풀릴 즈음 순식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다음 아차 하는 순간 사라지는 꽃이 있습니다. 이른 곳에선 1, 2월에도 이미 피어 춘삼월이 가기 전 꽃도 줄기도 이파리도 눈 녹듯 사라져 보통 사람들은 꽃이 피었다 졌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야생화, 바로 현호색입니다. 현호색(玄胡索)이란 국명은 중국 한자어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검은색 덩이줄기[塊莖]가 있고, 북쪽의 오랑캐 땅에서 자라며, 새싹이 올이 꼬인 매듭처럼 생긴 식물적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합니다. 그런데 높이 20cm 정도로 자라 10개 안팎의 꽃을 다닥다닥 달고 선 현호색을 가만 들여다보면, 그리고 다소 현학적인 한자어 이름과는 성격이 다른 라틴어 속명의 뜻을 생각하면, 일순 갑갑증이 풀리며 “맞다” 하며 무릎을 치게 됩니다. 입술처럼 위아래로 벌어진 두 장의 꽃잎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온 어미 새에게 먹이를 먼저 넣어 달라며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 새들을 선뜻 연상하게 됩니다. 속명 코리달리스(Corydalis)는 ‘관모(冠毛)가 달린 종달새’를 뜻하는 라틴어 ‘cŏrýdălus’(코리달루스)에서 나왔습니다. 날렵하고 긴 거(距, 꿀주머니)가 달린 꽃의 형태가 종달새를 닮았다는 의미이겠지요. “동구 밖 들녘엔 파란 보리 싹이 물결치고, 종달새는 하늘 높이 솟구치며 “지리 지리리…” 울고, 총각들은 탁 트인 논에서 “이랴, 워어…” 하며 쟁기질하고, 처녀들은 아지랑이 피는 들녘에서 나물을 캐던,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고향의 봄’의 한 주인공인 노고지리가 바로 종다리, 즉 종달새입니다. 그렇습니다.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며 지지배배 노래하는 봄, 양지바른 언덕이나 산기슭에는 종달새를 똑 닮은 현호색이 가득 피어나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봄놀이 가자고 채근합니다. 현호색은 꽃과 잎, 열매의 형태나 색 등의 변이가 워낙 많아 세계적으로는 300종, 국내에서도 20종 이상이 별도의 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현호색·갈퀴현호색·쇠뿔현호색·조선현호색·흰현호색·수염현호색·각시현호색·날개현호색·완도현호색·난쟁이현호색·남도현호색·들현호색·섬현호색·왜현호색·점현호색·좀현호색·줄현호색·진펄현호색·탐라현호색·털현호색 등등. 현호색은 구슬 모양의 덩이줄기로 인해 ‘땅구슬’이라고도 불리는데, 지름 1cm 정도의 이 덩이줄기에 코리달린(corydaline), 푸마린(fumarine) 등의 물질이 함유돼 있어 약재로 쓰입니다. 때문에 현호색과 그 꽃을 모른다 해도 많은 이가 이미 오래전부터 약으로 먹어왔으니 참으로 가까운 인연의 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등록상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소화제 ‘활명수’가 바로 한약재와 현호색을 섞어서 만든 의약품입니다. 1897년에 탄생해 어느덧 120년을 넘겼으니 많은 이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복용했겠지요.
- 2020-02-03 08:50
-
- 국내선 항공권 저가로 이용하기
- 우리나라 저가 항공사가 세워진 2000년대 초반 이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운송의 주축을 이루었다. 지금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기 대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승객 이용면에서도 가장 많은 대형 항공사로 분류되고 있다. 그 외에 저비용 6개 항공사가 있는 데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다. 대한항공이 국내선과 국제선을 포함하여 16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이 82대의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도 서울에서 제주도를 가려면 비행기 요금이 무서워서 제주도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곤 했다. 그때는 저가 요금이라는 것도 없었고 요일에도 관계없이 높은 항공기 요금을 내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비행기 요금이 없어서 부산이나 목포 그리고 완도로 배를 이용해서 제주도를 다니곤 했다. 티웨이항공(당시는 한성항공)이 2004년도에 운항이 되었고 제주항공(당시는 제주에어)이 2005년도에 그리고 진에어가 2008년도에 세워지면서 항공사별로 요일에 따라 저가 요금을 적용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제주도를 비롯하여 부산 등 비행기가 다니는 곳에 급하게 갈 일이 아니면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항공권을 예약하면 저가로 항공을 이용할 수 있다. 공휴일과 연휴에도 간혹 저가 항공요금을 적용하는 때도 있으나 공휴일이나 연휴 또는 휴가기간에는 대부분이 정상요금을 받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하든 제주도를 비롯하여 다른 지역을 항공을 이용해서 갈 때는 급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저가 항공권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항공사나 여행사의 항공권을 예약하고 티켓팅을 하면 된다. 비행기 요금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수시로 확인을 해서 조금이라도 싸게 저가로 나와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 요금은 예약할수록 할인이 많이 된 저가 요금이 많이 나오곤 한다. 하여튼 요금이 저가인 비행기를 이용하면 정상가격의 50%는 절약할 수 있다. 비행기 항공요금도 본인이 노력한 만큼 요금을 할인해서 저가로 예약하면 그만큼 절약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항공사 홈페이지나 여행사에 들어가서 비행기 시간과 요금을 확인하고 본인의 일정에 맞추어 예약을 하면 된다. 인터넷에서 가격이 저렴한 좌석이 있으면 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예약하기 때문이다. 예로 K항공사인 경우에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각 3만2400원 티켓이 있었고 T항공사인 경우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2만2600원, 대구에서 제주가 2만6400원 티켓이 있었다. 이렇게 싸게 나온 것이 있으면 티켓팅하면 된다. 요즘은 비행기 요금이 저가인 티켓이 있어서 다소 싸기 때문에 골프를 치는 서울 사람들도 제주도에 가서 골프를 치고 온다. 저가항공을 이용해서 아침 일찍 제주도에 가서 저녁때 늦은 비행기로 오면 서울에서 다른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치는 것보다 품위도 유지되고 비용도 덜 든다. 그래서 제주도 골프장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과거에 비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제주도외에도 비행기가 다니는 부산이나 대구 등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도 저가 비행기를 잘 선택해서 이용하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 2019-12-27 16:49
-
- 녹두꽃 만개한 세상에 살고 있는가
- '사람이 곧 하늘이니 마땅히 사람을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 인간 평등을 담고 있는 동학 이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로 거친 손을 맞잡고 저항했던 민초들, 그들의 이름은 사람이었고 위대한 백성이었다. 전남 장흥의 겨울바람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마주 보았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녹두꽃'이 있었다. 동학농민을 다룬 드라마가 여간해서 없었는데 근래에 드물게도 이런 드라마가 나와 세태의 흐름과 함께 생각해 보게 했다. 사람다움 없는 기득권자들의 자리싸움은 물론이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도 금수저니 놋수저니 숟가락 타령까지 만들어 냈다. 드라마는 영웅 일대기가 아닌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한 민초들의 삶과 항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겠다 이 말여” 배우 조정석이 울부짓던 것처럼 인간 존엄을 연결시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전남 장흥에 가면 이런 이야기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중의 한 곳이 바로 장흥이다. 공주 우금치, 정읍 황토현, 장성 황룡, 장흥 석대들.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석대들에 소나무를 앞세우고 조용히 앉혀져 있다. 1894년 이 땅에서 동학농민운동 사상 가장 치열한 '석대들 전투'가 있었던 곳, 대규모 농민군이 참여한 최후 최대의 격전지였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목숨 바친 항전의 모습을 이곳 전시관에서 찬찬히 돌아볼 수 있다. 그분들의 뜻을 기리는 상징적인 조형물과 깃발 광장, 기획전시실과 체험실, 시간순으로 나뉜 영원의 불, 개벽의 들불, 타오르는 불꽃, 분노의 불씨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넋을 추모하는 불꽃이었다. 혼란의 시대에 변화를 꿈꾼 백성들의 희생에 전율이 느껴진다. 대나무를 항아리처럼 엮어놓은 것이 있다. 그 안에 볏짚을 가득 넣어 굴리며 방어용 공격용 무기로 사용한 장태를 보며 들불처럼 타오른 농민 항거의 모습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그리고 영상실에서는 일본군에 쫓긴 동학농민들을 며칠 밤을 새워 완도와 고흥의 섬으로 피신시킨 열여섯 살 소년 뱃사공 윤성도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절박했던 순간에도 의연하던 소년의 모습 멋짐 폭발이다.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던 사람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 2004년이다. 그분들의 피의 투쟁이 100년이 넘어서야 인정된 것이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전시관 옥상으로 올라가면 드넓은 석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맞선 동학농민들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 세찬 겨울바람이 분다. 나라가 바르게 서지 않을 때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나선 사람들, 부패한 기득권자들이 득세할 때 짓눌리기만 하던 민중들이 손을 맞잡았던 곳, 석대산 자락에 서서 그분들의 열망과 흔적을 좇으며 생각해 본다. 살면서 가끔은 한 번씩 내 삶의 뿌리에 누군가의 노고가 있었는지, 이제는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장흥 석대들에 서면 그분들의 소중한 희생으로 꿈꾸던 세상이 우리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남외리 16 서울 기준,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장흥시외버스터미널→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평일 7번 주말 8번 운행 간 김에 장흥 둘러보기 -소등섬 고기잡이 나간 가족을 기다리며 섬에 소등(小燈), 즉 호롱불을 밝힌 데서 유래된 섬 이름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촬영지로 더 알려진 소등섬의 남포마을, 배우 안성기와 오정해가 거닐었던 영화 속의 포구가 지금은 찬 겨울 속에 있다. 소등섬 너머로 떠오르는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맛집 -내저마을 매생이 매생이는 청정한 갯벌의 내해에서만 자라는 건강한 안심 먹거리다. 장흥의 내저 마을엔 현재 매생이 수확이 한창이다. (11월 말부터 그다음 해인 2월 경까지가 수확시기다) -굴구이 자연산 굴 채취가 쉬운 이곳에 굴구이집이 많다. 석화가 가득 쌓인 입구부터 푸짐하다. 강당처럼 넓은 실내엔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덕 앞에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석화구이를 즐기는 맛과 풍취가 넘친다. 신선한 굴을 살짝만 익혀 껍질을 열면 짭조름한 굴즙이 흐르고 탱글한 굴을 호로록 입에 넣는다. 남포수산 전남 장흥군 용산면 접정남포로 763-96. -장흥삼합 장흥의 삼합요리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한 메뉴가 낙지삼합이다. 생물로, 익혀서, 볶아서 이렇게 삼 단계의 맛을 즐긴다. 낙지 삼합은 오래전 이 집의 주인이 개발한 메뉴로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맛집이다. 장흥의 맛있는 기억은 끝도 없다. -이 뿐 아니라, 운치있는 힐링의 숲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의 랜드마크 정남진 전망대, 용도 폐지된 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장흥교도소,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을 현대화해서 편리하게 구경할 토요시장 등 가 볼 곳이 지천인 장흥이다.
- 2019-12-12 18:07
-
- 광주자생한방병원, 노인 인구 35% 섬마을 의료봉사 진행
- 광주자생한방병원 의료진과 임직원이 31일 ‘도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한방 의료봉사’를 위해 전남 완도군 금일도를 찾았다. 이번 봉사활동은 광주자생한방병원에서 진료 중인 금일도 주민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섬 지역의 특성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 거동이 불편한 채 지내는 주민이 다수라는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염승철 광주자생한방병원장이 의료봉사를 계획한 것이다. 실제 국회 도서발전 연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 지역 병·의원 및 보건소는 인구 1000명당 0.23개소에 불과하다. 특히 금일도는 지난해 기준 주민 3842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353명으로 고령화 비율이 35%에 이른다. 의료기관의 수는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4곳 외에 한의원·의원 3곳이 전부다. 게다가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있지 않아 타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염승철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 임직원 등 9명은 금일도 신구리의 한 교회에 진료소를 마련해 만성·퇴행성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지역민 100여 명에게 침 치료를 진행했다. 여름철 척추·관절 관리를 위한 개인별 맞춤형 건강 상담과 한방파스 처방도 함께했다. 염승철 병원장은 “많은 섬 주민들이 전문적인 치료나 건강관리 등 의료복지로부터 소외돼 있어 이번 의료봉사를 추진하게 됐다”며 “광주자생한방병원 의료진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금일도 주민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한방 의료봉사 등 사회공헌활동 계획을 지속해서 세우는 등 농·어촌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추나요법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으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근골격계 환자들의 치료 부담이 최대 50%까지 줄었다. 이러한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광주자생한방병원은 약침, 한약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척추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관절염 등을 치료하고 있다.
- 2019-08-01 13:52
-
- 남녘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자란!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1925년 간행된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시이지요. 봄가을 없이 돋는 달이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나무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전에는 그토록 많은 꽃이 산과 들에서 피고 지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야생 난초의 존재는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난초는 으레 ‘잘 빠진’ 화분에 담겨 집 안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감상하는 원예종이라고 생각해온 탓이지요. 그런데 서울, 경기, 강원 등 겨울이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서도 봄이 되면 감자난초, 은대난초, 나도제비란 등이 돋아나 희거나 노랗거나 붉은 꽃을 저마다 피워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1차로 크게 놀랐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1순위 야생화로 꼽는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복주머니란, 보춘화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친숙한 이름의 난초들과 으름난초, 흑난초, 무엽란처럼 다소 생소한 이름의 난초 등 무려 90여 종의 야생 난초가 이 땅에서 저절로 자란다는 걸 알고는 두 번째로 놀랐습니다. 자주색, 즉 ‘짙은 남색을 띠는 붉은 색’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 자(紫)와 난초 난(蘭)의 의미가 더해진 자란(紫蘭). 군더더기 없이 단출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의 야생 난초는 이에 더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하고 진한 홍자색 꽃 색으로 인해 열대 지역이나, 고온의 온실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난초일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자란이 우리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야생 난초라는 걸 알고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나아가 한 야생화 애호가가 썼듯 “발에 밟힌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자생”하는 걸 보는 순간 더 큰 기쁨과 놀라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2018년 5월 5일 차마 건너기를 주저했던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珍島)의 남쪽 바닷가에 도착해 갯바위를 밟았습니다. 그새 무성해진 산기슭을 살피니 군데군데 불쑥불쑥 돋아난 홍자색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초록의 숲에 홍자색 꽃이 피니 눈에 확 뜨입니다. 자란이란 단순명료한 이름의 연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생 난의 화려한 개화 현장을 확인한 것만도 감격스러운데, 조금 뒤 더 놀라운 장면을 만났습니다. 수백 촉의 자란이 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이는 해안 평지에 한데 뭉쳐서 홍자색 꽃잎을 일제히 벌리고 선 장관을 본 것이지요. ‘어린이날 교통 체증’을 무릅쓰고 서울에서부터 500km 가까이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Where is it? 전라남도 무안, 신안, 진도, 해남, 완도, 고흥, 그리고 제주도가 자생지다. 남쪽 바닷가와 제주에서 자란다는 것은 자란이 열대식물까지는 아니지만 추위에 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남쪽에서 자라다 보니, 다른 야생 난초들에 비해 키도 크고 꽃도 큰 편이다. 50cm 안팎의 꽃대를 포함해 키가 60cm 정도까지 자란다. 길이 20~30cm, 너비 2~5cm의 길쭉한 타원형 잎이 5~6장이나 나와 줄기를 감싸며 위로 뻗는다. 5~6월 잎 사이에서 나와 50cm까지 자라는 꽃대 끝에 3cm 크기의 홍자색 꽃이 6~7개까지 달린다. 남서해안 10여 곳 미만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자생하지만, 개체 수는 지천이어서 진도나 해남 등 자생지 야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 2019-04-24 14:23
-
-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세배하는, 복수초!
- 기해년(己亥年) 새날이 밝았습니다. 오행(五行)에서 ‘기(己)’ 자는 흙의 기운을 표현하며 색으로는 노란색이기에, 기해년은 곧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고 합니다. 각별하고 신명 나는 일만 벌어질 것 같은 황금돼지해를 맞아, 노란색 야생화가 황금색 술잔을 높이 들고 원숙미(圓熟美)를 더해가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애독자들에게 경배하며 새해 인사를 건넵니다. “만복을 받으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지만 엄동설한의 추위는 여전한데 무슨 꽃 타령이냐고 타박하실 애독자들께는 선조들의 옛 말씀을 전합니다. “동짓날 밤 자시부터 새봄, 새해가 시작된다.” 즉 매년 12월 22일이나 23일, 가장 짧았던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 밤 자시(밤 11시~새벽 1시)에 이미 새봄이 시작된다고 했으니, ‘봄의 전령사’ 한두 송이쯤은 새해와 함께 핌 직하다고 말입니다. 북풍한설 중에 잉태되어 겨울의 한복판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야생화가 알고 보면 하나둘이 아닙니다. 동백꽃이 그중 하나이고, 매화가 또 다른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가 하면 수선화·갯국도 뒤질세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복수초도 노란색 꽃술을 반짝이며 귀티 가득한 금잔을 하얀 눈밭 위에 살짝 올려놓습니다. 복(福)과 장수[壽]를 기원하는 복수초란 이름 외에 원단화(元旦花)나 원일초(元日草)라고도 불리는데, 원단·원일이란 곧 새해 첫날을 의미하니 새해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인식되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강원도 동해시 냉천공원 산비탈에는 제주도보다도 이른 1월 초부터 복수초가 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석회암 동굴지대의 따뜻한 지형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와 냉천공원을 빼고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곳은 완도수목원. 1월 중순이면 복수초가 황금색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1보가 전해집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500여 km 떨어진 경기도 연천 지장산에서는 일러야 2월 말에나 복수초가 피니, 결국 봄은 하루 15~20km의 속도로 아장아장 북상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른 곳에선 1월 초 피기 시작하는 복수초가 경기·강원의 깊은 산에선 5월 초까지도 피니, 개화 기간이 5개월 가까이 됩니다. 참으로 긴 기간 피고 지는 봄 야생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얼음과 눈 속에서 핀다는 뜻의 얼음새꽃이나 눈색이꽃이란 예쁜 우리말로도 불리는 복수초는 마치 형광 물질을 뿜어내는 듯 강렬합니다.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 해서 설련(雪蓮)이라고도 부릅니다. 실제 활짝 핀 복수초 꽃 속의 온도는 바로 옆 50cm 떨어진 곳보다 7℃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Where is it? 학명 중 종명 아무렌시스(amurensis)는 헤이룽강(黑龍江)이라 부르는 러시아 아무르 강변에서 처음 채집되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시베리아와 중국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남단 제주도에서 함경도까지 폭넓게 자생한다. 다만 꽃과 잎, 가지 등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서너 종으로 나뉘는데, 제주도에 자생하는 꽃은 잎이 가늘게 갈라진다고 해서 세(細)복수초로 불린다. 남부와 서해 도서지역의 복수초는 가지복수초라 부르는데, 경기·강원 등지에서 만나는 복수초에 비해 꽃의 크기가 갑절 이상 크고 화려하다. 꽃이 필 때 잎도 무성하게 자란다. 꽃 크기가 아주 작은 애기복수초도 있다. 중·북부지역의 높고 깊은 산에서 난다. 복수초, 애기복수초는 잎이 나기 전 꽃이 먼저 핀다.
- 2018-12-28 08:47
-
- 숲길에서 보고 듣다, 완도수목원 숲길
- 봄꽃에 설레어 마음에도 꽃물 번진다. 처처에 흐드러진 벚꽃은 절정을 넘어섰다. 꽃잎마다 흩어져 비처럼 내린다. 만개보다 황홀하게 아롱지는, 저 눈부신 낙화! 남도의 끝자락 완도 땅으로 내려가는 내내 벚나무 꽃비에 가슴이 아렸다. 한나절을 달려 내려간 길 끝엔 완도수목원. 칠칠한 나무들, 울울한 숲이 여기에 있다. 사철 푸른 야생의 수해(樹海)다. 천연의 상록 난대림이 산자락을 뒤덮었다.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완도호랑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녹나무 등 770여 종의 난대성 목·초본과 희귀식물이 자생한다. 환호할 만한 종 다양성과 놀랄 만한 광활한 규모를 과시하며 씨억씨억 거센 숨을 쉬는 삼림이다. 산길로 들어서 초록 숲에 풍덩 빠진다. 숲길을 노니는 발걸음은 노루처럼 가뿐하다. 잡다한 소음과 미세먼지가 들끓는 도시에서의 보행과는 다르다. 인위와 허영이 난무하는 도회의 거리는 개운한 활보를 허용하지 않는다. 고뇌에 사로잡힌 카프카처럼 도시에서 사람들은 흔히 소심한 행보를 하지 않던가. 숲에서는 다르다. 깊은 근원으로 침잠한 숲 사이로 뻗은 오솔길이 발길을 보듬어 유유한 지경으로 인도한다. 숲길을 걷기란 그래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탈출처럼 자유롭다. 이럴 때 의식은 자명종처럼 깨어나고 오감이 열린다.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는 숲의 언어에 귀가 민감해진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숲속의 공인된 가수인 산새들의 악곡이 귓속으로 스민다. 이것들은 숲과의 협연의 산물이다. 유심히 귀를 기울이는 사람 역시 순간적으로 숲의 식솔이 된다. 물속 같은 적막이나 사무치는 고요마저 숲의 언어다. 이 묵묵한 숲의 좌정 앞에서 번잡한 혀처럼 날름거리던 욕망이 비로소 순해진다. 숲길을 가만히 걷는 일은 그래서 오롯한 순례다. 내밀하게 전개되는, 조촐하되 순수한 향연이다. 완도수목원의 무진장한 상록 숲은 한때 황무지에 가까웠다. 지난 1950년대까지만 해도 남벌과 도벌로 헐벗기어 황량했다. 재질이 조밀해 숯 재료로 널리 알려졌던 붉가시나무와 동백나무 군락은 한결 자심한 수난을 당했다. 수목원 곳곳에 발달한 ‘맹아림(萌芽林)’은 당시의 벌채가 남긴 상흔이자 재생의 현장이다. 맹아림? 밑동이 잘려나간 그루터기에서 새로 돋은 움싹들이 자라난, 여럿의 줄기로 이루어진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을 말한다. 생존의 고역은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무와 숲도 때로 부당하게 찢기고 스러진다만, 불굴의 인간처럼 용을 써 기어이 회생한다. 숲길에 상큼한 향이 감돈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 향기렷다. 피톤치드는 갖가지 균(菌)들의 내침으로 야기된 상처나 고난을 다스리기 위해 나무가 분비하는 휘발성 물질이다. 아픈 나무가 풍기는 향기, 우리는 그 피톤치드를 마시고 심신을 치유한다. 사람이 나무의 숨을 마시고, 나무가 사람의 숨을 마셔 서로 재미를 본다면 그건 공정거래이겠지.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주기만 하고 받는 게 없음에도 마냥 태연한 게 숲의 천성이다. 나무도 숲도, 사람과 멀면 멀수록 안전하고 온전하다. 사람의 속세는 아수라장. 나무들의 마을, 숲 안의 생명들만 격의 없이 어울려 자애롭다. 근원을 헤아리자면 나무와 사람은 다를 게 없다. 나무의 몸에 흐르는 수액과 사람의 혈관을 달리는 피가 서로 무엇으로 다르단 말인가. 나무를 남으로 알았던 시절엔 꽃이 피건, 무참히 낙엽 지건, 폭설에 가지가 우두둑 부러지건, 사시사철 보기에 좋았다. 나무가 남이 아님을 알고 난 뒤로는 꽃 피우는 진통에, 낙엽 떨구는 우수에, 겨울나기의 고역에 한결 마음이 쓰였다. 내 안의 나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나무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무들의 도가니를, 숲길을, 느릿느릿 천천히 걷는 행위란, 그렇기에 가상한 명상이자 성찰에 가깝다. 완도 앞바다를 건너온 바람일까. 하오의 숲은 세찬 바람을 품으며 한껏 부풀어 오른다. 등을 미는 바람 따라 들어선 ‘푸른 까끔길’은 어둑한 숲길이다. 기차게 무성한 동백나무 군락이 하늘을 가려서. 태초 이전처럼 심원한 적막에 휩싸인 동백 숲은 그러나 밝다. 순결한 몸을 붉게 연 동백꽃들이 초롱처럼 환해서다. 매달린 꽃도, 통째 떨어져 뒹구는 꽃도 성(聖)의 이미지로 다가와 내 안의 진흙탕을 헹군다. 향화(香火) 아니면 촛불 보살이다, 저 4월의 동백꽃! 탐방 Tip 완도수목원은 2000여 ha(약 600만 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난대림 자생지로 공립수목원이다. 숲길의 총길이는 약 94km. 한나절을 머물며 숲길 걷기와 삼림욕을 즐기기에 적격이다. 산림전시관, 아열대온실, 방향식물원, 수생식물원 탐방도 즐겁다. 개원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2018-04-27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