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를 선망하던 시대가 있었다. 차량의 증가를 운전자가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던 시절. 그때만 해도 운전면허증은 우월함의 상징이었다. 미래에도 그런 시대가 올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바로 최근 유행하는 드론 얘기다. 이제 드론은 사람을 나르고, 농기계로 쓰고, 짐을 배달하고, 군사용으로도 쓰인다.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드론을 보면 자동차 문화가 시작되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동차도 처음 나왔을 땐 지금의 용도를 상상하지 못했다. 드론도 그렇다.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성장은 시니어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할까.
드론을 정확히 정의하면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를 뜻한다. 드론 하면 떠올리게 되는,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형태의 비행체 외에 정찰이나 지상목표물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군용 무인비행기도 드론에 속한다. 우리가 드론이라고 생각하는 비행체는 항공안전법상 무인비행장치에 속하는 무인멀티콥터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려 멀티콥터라고 부르는데 장비에 따라 대개 4~6개의 프로펠러가 작동한다.
드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역시 기술 발전 때문이다. 과거 드론 형태의 원격조정 비행체는 제 몸 하나 띄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늘로 날아올라도 조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격조정 헬리콥터는 동호인 사이에서도 난이도가 최고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조종이 어렵다. 그러다 약 5년 전부터 드론이 일반인에게 보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메라를 거뜬히 싣고 날아올랐고, 방송용 헬리콥터에 사람이 타고 촬영한 것보다 떨림 없는 안정된 화면을 제공했다. 적재할 수 있는 무게도 늘고, 조종이 쉬워지면서 드론의 용도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방제 조종사 성수기에 연소득 올려
대표적인 드론 관련 직종은 역시 영상이나 사진 촬영 분야와 연관이 있다. 이미 드론을 활용한 항공촬영 업체가 여러 곳 성업 중이다. 일반 방송촬영뿐만 아니라 기업 홍보용 영상, 지도제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또 다른 유망 직종 분야는 농업. 그중에서도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농업용 드론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드론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약 1억원에 이른다는 발표도 있었다. 상용 드론 시장의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중국은 넓은 농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은 농촌의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제용 드론의 도입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부터 농약살포용 드론을 ‘무인항공방제기’로 분류해 정부융자지원 대상 농기계로 등록시키고 있다. 아직은 중국산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산 업체들도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선 드론을 이용한 수요가 늘면서 “3개월 일하면 1년 쉬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능숙한 드론 조종사는 월 소득이 300만~5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농약 살포시기가 정해져 있고, 아직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일부 지자체에선 공동구매 형식으로 지역 농민을 대신해 드론 방제업체와 일괄 계약하기도 한다. 산업용 드론은 12kg이 넘으면 자격증 소지자만 운용이 가능하다. 농가에서 정부 융자를 통해 드론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용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는 등 쉽지 않다.
농약 살포에 드론 활용이 선호되는 데에는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농민 5~6명이 하루 종일 살포해야 하는 면적을 드론은 한 시간이면 방제한다. 게다가 사람이 뿌리는 방식은 농약이 비처럼 떨어져 농작물의 윗면만 도포가 되지만, 드론으로 방제할 경우 강한 바람으로 와류가 발생해 농약이 앞뒷면에 골고루 묻는다. 면적당 농약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토양 관리에도 유리하다.
국내에서 대표적 드론 개발 기업으로 알려진 바이로봇의 홍세화 이사는 “방제용 드론은 아직 모든 조정을 사람의 손으로 해야 하는 수준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은 방제 지역의 위치나 면적을 사전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농약이 살포되고, 살포된 양까지 빅데이터로 기록해서 농작물의 생육까지 관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로봇에선 완구용 드론 생산뿐만 아니라 어린이 대상의 드론 코딩 교육도 하고 있는데, 드론의 위치, 고도, 동선, 비행시간 등을 프로그래밍해서 드론 동작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런 코딩 방식이 산업용 드론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방제 등 드론을 응용한 각종 작업이 간편해진다.
이 밖에도 드론은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분야에 쓰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드론 조종자를 미래 유망 직업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5년 내 부상할 새로운 직업으로 선정했을 정도. 군이나 경찰, 소방 등 공공기관에서 드론 운용 전문가 수요는 꾸준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수색이나 정찰, 구조 작업에 드론이 쓰이고 원자력 발전소 같은 주요 건축물 점검이나 교통 상황 분석 등에도 활용된다.
자격증 취득 비용은 300만원 선
기본적으로 완구나 경량 드론은 비행 가능 지역이라면 누구든 날릴 수 있다. 그러나 12kg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드론은 초경량 비행장치 비행자격증명 중 무인회전익비행장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4세 이상의 운전면허나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수준의 신체검사증명이 있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지정한 기관에서 20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쌓아야 한다. 파일럿의 숙련도를 인증받은 비행시간으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행시간을 쌓기 위한 비행은 교관 입회 하에 휴일과 날씨가 안 좋은 날을 제외한 날 중 낮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획득하기는 어렵다.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은 시니어가 자격증 취득에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격증 취득은 학과시험을 본 후 항공이론 구술과 실제 비행시험을 거쳐야 한다. 자격 취득을 위한 지정 교육기관은 항공교육훈련포털(www.kaa.atims.kr)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조종자격 취득 희망자는 포털을 통해 국내 모든 전문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교육이력 및 증빙자료, 자격증명 취득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자격을 획득한 인원은 지난 2월까지 총 1536명. 그간 전문교육기관이 부족해 배출 인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각종 규제혁신, 조종교관 요건완화, 교육기관 설립지원 등을 통해 전문교육기관이 확대돼 지난해 교육수용 가능인원 994명에서 두 배가량인 17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수강생이 부담해야 할 교육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가자격증 과정은 약 300만원 내외다.
시니어 취미로도 안성맞춤
전문가들은 드론이 시니어에게 알맞은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직업이 아닌 취미로 즐길 수도 있고, 또 맘만 먹으면 충분히 수익 사업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드론교육협회 이재윤 대구시협회장은 “시니어들이 드론을 배우고 나면 집중력도 늘고 손주나 다른 가족에게 아직 늙지 않았음을 자랑하는 계기로도 삼는다”며 “드론 조종이 산책이나 운동을 유도하고, 치매예방 등 교육 외적인 효과도 있어 노인대학 등에서 학과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드론은 잘 알려진 촬영이나 방제뿐만 아니라 드론의 유지 보수, 강사 등 다양한 직업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으며, 조종교관자격 취득이나 숙련도를 확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니어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부산인적자원개발원과 함께 시니어드론기술창업스쿨을 운영했던 동의대학교 임환섭 교수도 “모집과정에서부터 시니어가 상당히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과도 성공적이었다”며 “드론과 관련한 창업에 성공한 분과 수료생들의 취업 소식을 접했는데, 보람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또 방제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귀촌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역 주민들의 인심을 얻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귀촌의 성공은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드론 방제 기술이 있다면, 연고가 없거나 마을발전기금을 내놓지 않아도 환영받는 존재가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건강보험을 운용한다. 모든 국민이 가입하여 복지의 꽃을 피우고 있다. 건강보험이 발전하면서 종이문서가 소용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민건강보험 시행 후 수십 년 동안 신분확인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강보험증이 그렇다.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보험가입자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 제1항에 건강보험증을 발급하도록 하였다. 신분확인을 위해서다. 하지만 제3항에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증은 병원ㆍ약국 요양기관 어디에서도 소용없다. 묻는 사람도 없고, 제시를 요구 받은 일도 없다. 배달 받은 즉시 쓰레기로 변한다. 자원낭비의 현장이다.
신분확인용으로는 사진이 부착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이 필요할 뿐이다. 나머지는 전자방식에 따라 확인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건강보험증을 폐지하여야 할 이유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시행 후 40년 가까운 세월 이를 변함없이 발행하고 있다.
2017년 9월 19일 정보공개서에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건강보험증 9천8백여만 건을 발행하였다. 용지비 33억여 원, 우편비용 260여억 원 총소요비용은 293억여 원이다. 한해 평균 196만여 건, 소요비용 59억여 원에 해당된다. 장당 평균 3천 원 정도다. 관리 인건비와 기타비용을 제대로 계산하면 그 액수도 이에 못지않으리라 추정한다. 수십 년 동안 되풀이 된 종이 건강보험증 발급의 폐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는 전자시대다. 종이 건강보험증은 아무 소용없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 건강보험증 폐지를 서둘 때다. 법 개정 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산낭비 293억 원을 줄이자.
#2017.09.23 백외섭님께서 2017년 09월 22일 신청하신 제안을 보건복지부에서 접수하였습니다. 신청 번호 : 1AB-1709-005356
☞ '나의 제안'
제안 제목 : 소용없는 건강보험증 폐지하여 예산낭비 293억 원을 절감하자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썸타다
□광탈
□정주행
□금사빠
□문송합니다
□고답이
□불금
□일생가?
□멘붕
□솔까말
썸타다: 서로 호감은 있지만,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닌 상태.
A 둘이 매일 붙어 있는데 무슨 사이야?
B 아직 사귀는 건 아니고… 썸타는 중이야.
광탈: ‘빛의 속도로 탈락’의 줄임말로 그 누구보다 빠르게 탈락한 경우를 표현함.
A 운전면허시험 통과했어?
B 시작하자마자 앞차 박고 광탈했어.
정주행: 드라마나 웹툰 등 밀린 작품을 첫 회부터 차례대로 보는 행위.
A 이번 휴가 때 어디 놀러 가?
B 아니,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못 본 드라마 정주행할 거야.
금사빠: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줄임말. ‘금방 사랑이 식는 사람’은 금사식이라 부른다.
A 지금 쟤가 몇 번째 애인이지? 57번째…?
B 금사빠, 금사식이라 그래. 조만간 58번째 애인이 나타나겠지.
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합니다’의 합성어로 최근 인문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A 취업은 했니?
B 문과인데요. 문송합니다.
고답이: 고구마를 먹은 듯 속이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다.
A 손이 부러진 거 같은데 병원가기 귀찮다!
B 아휴 이 고답아. 병원을 가야지 그냥 두면 되냐!
불금: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 주말을 앞두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금요일을 뜻한다.
A 오늘 바로 집에 가?
B 무슨 소리야. 불금인데 첫차 뜰 때까지 놀아야지!
일생가?: ‘일상생활 가능?’의 줄임말. 엉뚱한 상상에 빠지거나 자기만의 생각에 푹 빠져 사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A 호빵 두 개… 엉덩이처럼 생겼네. 히히.
B 친구야 일생가…?
멘붕: ‘멘탈 붕괴’의 줄임말. ‘정신이 어떠한 이유로 붕괴됐다’는 의미다.
A 그 선수 지난번에 꼴등하면서 멘붕 온 거 같더라.
B 하긴 매번 일등만 하다가 꼴등했으니 그럴 수도 있지.
솔까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줄임말.
A 이 가방 좀 봐. 일…십…백…천…! 천 만 원이야!
B 솔까말 그 가격은 말도 안 된다! 내가 발로 만들어도 저렇게는 만들겠다.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필자 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해당이 안 되는 말인 줄 알았다. 부처님이나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성현이나 훌륭한 사람들이 얻는 고귀한 생각일 거라고만 짐작했다.
친한 친구 삼총사 중 한 명인 이 여사는 독실한 불자다. 그래서인지 폭넓게 우리를 포용해주고 마음 씀씀이가 컸다. 그녀는 집에서 가까운 절에 열심히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템플 스테이도 한다. 그러면서 템플 스테이에 언젠가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절에서 깨달음을 얻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깨달음이란 정말 훌륭한 분들이나 얻는 건 줄 알았는데 보통의 불자도 이 행사에서 깨달음을 많이 얻는다는 것이었다. 벽을 보고 앉아 묵언 수행을 하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스님과 면담 후 나오면 되지만 무언가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깨달음이 올 때까지 계속 벽을 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와 이 행사에 참여한 한 지인은 온종일 앉아 있어도 깨닫는 게 없어 중도 포기했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쉽게 오는 게 아닐 텐데 우리의 이 여사는 묵언 수행을 한 지 얼마 안 돼 무언가 깨닫고 스님께 이야기했더니 합격점을 주셨다고 한다. 그게 무어냐고 물어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며 자기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필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심이 깊은 그녀에게는 가능한 일인가보다 했다.
어느 날 우리 삼총사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마크 로스코’ 그림 전시회에 갔다. 잘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는데 안내장에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라는 소개가 있었다. 잭슨 폴락과 함께 현대 추상화의 양대 거장으로 불리며, 현대화가 중 세계에서 그림 값이 가장 비싸다는 ‘마크 로스코’의 대형 유화 작품 50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였다. 실제로 그림 한 점 가격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전시회의 보험평가액도 국내 전시회 중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5000억원이었다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작가였다.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관람객들이 근원적 감정과 만나 눈물을 흘리도록 하는 특별한 치유력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그저 어느 집 벽에 장식품으로 걸리기를 원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보면서 위로받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크 로스코’ 전시장에는 그림 앞에 방석을 놓아 사람들이 그곳에서 그림을 보며 명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필자 친구 이여사도 그 방석에 잠시 앉아 보았는데 그림에서 무언가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필자는 아무리 보아도 빨간색이나 검은색이 칠해진 캔버스로만 보였는데 깨달음을 아는 친구는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필자도 삶에서 뒤늦게 깨달은 바가 있기는 하다. 사소한 일로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며칠간 냉전을 벌일 때 그처럼 답답하고 불편한 시간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조심하면 그럴 일이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필자의 아들이 어렸을 때 학교 성적 좀 좋다고 천재인 줄 알고 회초리까지 들어가며 억지로 공부를 시켰던 적이 있다. 공부는 정말 하고 싶은 아이가 해야 하고 억지로 시키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것도 하나의 깨달음일 것이다.
젊었던 시절 오만과 착각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자꾸 백미러를 통해 필자를 흘끔거리며 쳐다봤다. 필자는 속으로 ‘내가 예뻐서 그러나?’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결혼 후 장롱면허를 꺼내 들고 운전을 시작하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당연히 백미러를 봐야 했던 것이다. 그때 택시 운전기사가 필자를 보려고 흘끔거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몹시 부끄러웠지만 그것도 아주 작은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깨달음은 성현이나 훌륭한 분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라도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사소한 일이라 해도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깨달으며 사는 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화와 공간: 홍콩’이라는 주제로 홍콩 영화 수작들을 상영했다. 상영작 중 두 편이 허안화 작품이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허안화(쉬안화, 許鞍華)의 작품들은, 일상을 통해 인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여백과 깊이를 안겨준다. 현실에 발 디디고 사는 서민의 삶을 그려내는 감독 중 허안화만큼 진실한 감독도 드물다. 허안화 작품 세 편을 차례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1
여인 사십(女人, 四十)
주연: 소방방, 교굉
1999년에 국내에서 개봉된 허안화 감독의 (1997) 리뷰에서, 국내의 한 영화 평론가는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성 감독 중의 일인”이라고 언급했다. 허안화의 작품은 수준 차가 심하고, 은 비슷한 주제의 걸작 멜로 (1996)을 이미 봐버린 우리의 눈높이를 채워주지 못하는 범작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녀의 20년 세월을 그린 (1990), 치매 노인을 둔 가정 이야기를 주부 중심으로 그린 , 매염방의 연기로 길이 기억될 (2002)을 보면, 과대평가된 감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허안화 감독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은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 이런 면까지 빠뜨리지 않고 보는구나.”
“대사 한마디 않고 저런 감정을 표현해 내다니.”
여성 감독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장면들이 많이 발견된다. 여류라는 수식어를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은 허안화의 이 같은 매력들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치매 노인을 둔 가정의 어려움, 부모와 자식, 자식을 거두며 직장생활까지 해야 하는 중산층 중년 여성의 애환을 이보다 더 잘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의 뒤안길, 그 허무까지 보여준 깊이 있는 작품이 이라면, 은 고령화 사회, 중년을 맞은 직장 여성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디테일하게 다룬 영화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거머쥔 의 수상 내역이 백 마디 칭찬보다 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작품․감독․연기․ 촬영 등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필자는 특히 각본을 칭찬하고 싶다. 자상한 시어머니와 생활력 강한 큰며느리, 엄격한 시아버지와 그에게 쩔쩔매는 가족들, 시아버지 모시는 일에 나 몰라라 하는 동서와 시누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소시민 남편, 여자 친구에게 채였다고 찔찔대는 아들. 마흔 살 생일을 맞은 며느리, 아내,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짐을 묘사하기 위한 가족 구성원의 행동과 대사, 세세한 삶의 장면들에 감독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이처럼 디테일한 묘사는 직접 체험 또는 발로 뛰며 수집한 자료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사실 소재는 너무 진부하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이렇게 평범한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게 옳은 것일까 생각하게 할 정도다. 차라리 TV 드라마가 소화해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어느 가정에서나 겪을 수 있는 진부한 삶의 조각들을 가지고 어떤 색과 모양을 빚어내고 통찰력을 이끌어내는가는 대본을 쓰는 사람이나 감독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맏며느리를 도덕군자 같은 여인으로 묘사하길 즐기는 전근대적이며, 비현실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선이 에는 없다.
자상한 시어머니에게는 마음을 열고, 못살게 구는 시아버지에게는 마지못해 공경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착하긴 하지만 가사 분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남편이나 아들에게는 투정도 부린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40대 가정주부가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잘 돌보는 것은 단지 맏며느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이해, 인간애, 연민 등에서 우러나는 보다 근본적인 행동임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허안화 영화의 힘이다.
허안화의 다른 영화들을 평가절하한다 해도 과 두 편은 홍콩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자격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40회 생일을 맞은 손 여사(소방방 蕭芳芳)에게 철없는 아들은 마른 거위를 사다 주고, 남편(나가영 羅家英)은 부모님도 오시니 재료를 아끼지 말고 요리하라고 주문한다. 큰며느리인 손 여사를 마땅찮게 여겨온 시아버지(교굉 喬宏)는 식구들이 식탁에 앉기도 전에 혼자 맛난 음식을 다 골라먹은 후 아내를 재촉해 휭 가버린다.
어느 날 시아버지는 “마누라가 일어나 밥할 생각도 안한다”며 큰며느리를 찾아온다. 큰며느리는 자상했던 시어머니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해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시아버지는 아들딸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데, 그토록 미워했던 큰며느리만은 알아보고 의지한다.
화장지를 만들어 파는 중소기업의 업무부 주임인 손 여사는 가사노동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주변머리 없는 남편, 철없는 대학생 아들과 함께 어린아이처럼 변한 덩치 큰 시아버지를 모시느라 고군분투한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며 실랑이를 하는 첫 장면에서 손 여사의 생활력과 성격을 알아챌 수 있다. “아직도 고르지 못했느냐?”고 다그치는 생선 장수. 살아 있는 생선이라 더 비싸게 받는 거라는 말에 몰래 생선을 때려죽인 후 죽은 생선이라며 억지를 부리는 깍쟁이 주부. 다음에 먹을 요량으로 생선 가운데 토막을 냉장고에 보관해두려는 아내를 보고 남편은 전부 다 요리하라며 잔소리를 한다. 시어머니는 새우 요리를 해와 주방에서 큰며느리에게 먹이고, 선물도 잊지 않고 건네준다. 유별난 성격의 아들과 살며 직장생활에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는 큰며느리가 기특해서 신경을 써주는 것이다. 시아버지는 식탁에 떡 버티고 앉아 배가 고프다며 젓가락을 두드리고, 슬리퍼는 여자가 신겨줘야 한다며 위엄을 부린다.
초반의 몇 장면만으로도 가족의 성격, 큰며느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장면은 이후로도 계속 나온다. 손 여사 남편이 동생 부부를 만나 시아버지 모시는 문제를 의논하는 자리에서 동생 부부와 조카들은 스테이크를 시켜먹고 손 여사 남편은 볶음밥을 시킨다. 먹성 좋은 조카들이 볶음밥도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자 두 조카에게 기꺼이 밥을 나누어주는 손 여사 남편. 잘사는 동생은 회사 일이 바쁘다며 밥값을 형님에게 떠넘기고 일어난다. 가정부를 두고 사는 동서는 두 말썽꾸러기 아들 뒷바라지와 강아지 돌보기, 영화 관람, 파티 때문에 시아버지를 모실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운전면허시험장 감독관인 손 여사 남편은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말단 공무원이다. 직장 동료들과 술집에 둘러앉아 자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인 이야기, 부모와 장모 모시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노래 한 곡조를 뽑으면 젊은 손님들은 "도대체 몇 년도 노래를 부르는 것이냐"고 야유를 퍼붓는다. 손 여사 남편은 자기 세대의 처지와 시대 변화를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받아들인다.
반대머리에다 안경을 쓴, 마르고 작은 체구의 손 여사 남편은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당당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일흔 살 아버지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한다. 손 여사는 “아버님은 저렇게 체격이 좋은데 당신은 왜 그 모양이냐”고 나무라며 파스를 발라준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중년 부부의 아름다운 한때를 정감 있게 표현한 장면이다.
손 여사 남편은 가끔 가장의 권위를 세우고 싶어 한다. 아내가 너무 힘들다고 투정을 하자 “내게 시집 온 게 최대 행복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맞받아친다. 그러나 “그건 다 옛날이야기”라는 아내에게 더 이상 한마디도 못하는 남편. 그는 아버지의 치매로 인한 소동이 그치질 않자 “차라리 내가 치매에 걸려 모든 걸 잊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소심하고 착한 이 시대의 중년 가장, 남편, 아버지를 대표한다.
손 여사는 남편에 비해 사회적 욕구와 책임감이 강하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보라고 하자 “회사 다니는 게 나의 유일한 낙”이라며 거절한다. 수십 년간 회사의 모든 업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신속하게 처리해온 손 여사는, 젊고 예쁜 여직원이 들어와 전산화를 구축하는 바람에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나 컴퓨터 고장으로 회사 업무가 마비되었을 때 수많은 거래처와 주문량을 완벽하게 처리해온 솜씨를 발휘해 다시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바이어의 식성까지 기억해두었다가 싸고 맛있는 음식점을 예약해 회사 경비를 줄일 만큼 애정과 완벽성을 갖춘 프로 직업인이다.
손 여사는 택시 기사가 요구대로 운전하지 않자, 교통불편처리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발하려 한다. 작은 불의도 참아 넘기지 않는 손 여사의 시민 의식. 물건 값을 깎는 깍쟁이이긴 하지만 그 선은 어디까지나 자잘한 생활의 눈속임을 넘지 않는 정도다.
손 여사는 재치 있고 영민한 여성이다. 공군 장교였던 시아버지가 전쟁 시절을 떠올리며 낙하산 타기, 포로 족치기와 같은 전쟁놀이를 할 때 그녀는 시아버지와 똑같은 전쟁놀이로 시아버지를 안전하게 돌본다. 남편이나 아들은 전혀 생각해내지 못한 지혜다.
할아버지의 치매로 인한 부모님의 고생을 바라보는 대학생 아들의 심정, 즉 젊은이들의 시선도 감독은 지나치지 않는다. “어머니, 아버지도 할아버지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요? 오래 살지 마세요. 모두 힘들잖아요”라는 아들의 말에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아들의 통찰은 여자 친구가 연락을 하지 않는다며 징징대는 사랑 투정에 묻힌다. 대학생 아들에게 늙음은 아직 눈앞의 일이 아닌 것이다.
반면 손 여사 부부에게 노년은 머잖아 닥칠 일이다. “당신이 추하게 오래 살면 내가 먼저 죽어버릴 거야”라고 남편이 말하자, 손 여사는 “당신이 추해지면 내가 죽여줄게요”라고 말한다. 노년의 두려움은 손 여사의 이모 부부를 통해서도 반복된다.
양로원에서 이모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있는 이모부는 이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경질만 부린다. 이모는 위암에 걸려 먼저 죽게 되자 남편과 이별을 고하며 이렇게 타이른다. “당신이 날 데려가야 하는데. 이제는 성질부리시면 안돼요. 저 세상에서 만나면 나는 당신 부인 노릇 안 해요. 다시 부부가 되어야 한다면 그때는 당신이 부인 노릇 해요.” 이 짧은 장면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긴 인고의 세월을 대신 보여준다.
가혹하게 따지고 들면,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여성상으로 그려진 손 여사와 이모는 남성들이 바라는 여성상일지도 모른다. 자기를 우선으로 내세우는 손 여사의 동서와 시누이가 현대 여성에겐 더 와 닿는다. 그러나 신뢰와 연민이 결여된 이기주의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옳지 않다. 손 여사와 시어머니의 관계처럼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살펴줌으로써 그리운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그리고 바람직한 모습 아닐까.
시시콜콜 장면을 설명하듯 이야기해봤다. 볼 마음이 없어진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의 설명만으로는 감독의 영상을 따라잡지 못한다. 옮기지 못한 장면이 더 많다. 특히 이 영화의 주제라 할 수 있는 ‘그래도 살 만한 세상’임은 직접 영상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인 ‘Summer Snow’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내리는 눈꽃을 맞아보는 기쁨을 만끽하길 바란다.
“여기가 수원인가? 어디니?”
“엄마, 이천이야.”
휠체어에 앉아 바람과 소통하고 계시던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을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집으로 모셔가라는 서울 S병원의 통보를 받고, 막내는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어머니를 이천 D병원으로 모셔갔다. 밖에서 마지막 식사로 평소 좋아하시던 우리밀국수를 드셨다. 엄마는 세상과의 이별을 그렇게 시작하셨다.
자식들이 오는 날이면 푸짐히 음식을 준비하셔서는 자식들 트렁크에 가득 채워 보내시곤 했던 엄마, 겨울철이면 손수 지으신 채소로 집집마다 김치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셨던 엄마는 어느 날 병이라는 악마 앞에 무너져 침대 위에 누워버리시고 말았다. 힘드니까 농사 그만 짓고 편히 쉬시라는 자식들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면서 “난 너희들 챙겨주는 재미로 산다. 농사를 안 지으면 무슨 재미가 있나?” 하시던 울 엄마. 울 엄마만큼은 안 아프시고 건강하실 거라 믿었는데 더 말리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되고 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현실은 가르쳐주고 있었다.
“엄마! 운전면허증 따면 내가 차 사드릴게.”
운전을 하시고 싶어 하시던 엄마의 말씀에 여동생은 한글도 잘 모르시고 농사만 지으시던 엄마가 설마 면허증을 따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속에 약속을 했다. 하시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아버진 운전학원에 등록을 해주셨고 엄마는 주경야독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
‘설마 엄마가 필기를 통과하실 수 있을까?’ 자식들은 엄마의 인지가 한 장을 채워 넘기는 것을 보고 애처로운 마음에, 최선을 다하셨으니 이제 그만하시고 관광이나 다니시며 즐겁게 사시라고 말씀드렸다.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하시던 엄마는 인지 한 장 반을 붙이신 어느 날 합격했다는 전화를 주셨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쏟아졌던 감격의 눈물. 68세가 되어 받으신 면허증을 우리 가족은 크게 확대해서 코팅을 한 뒤 대대손손 자식들에게 조상의 영광을 알려야 한다며 한바탕 눈물파티를 했다. 그리고 동생의 축하 선물로 자동차 시승식을 하시는 엄마를 감격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 후 엄마는 이건 아무개 친구가 병원에 데려가줬더니 준 선물이구, 이건 울 곗날 친구들 태우고 바람 쐬게 해줬더니 준거라며 콩에 들기름에 과자에 선물이 가득하셨다.
동생이 “엄마! 친구분들 모시고 다니다 사고 나면 큰일 나. 그니까 다른 사람 태우고 다니지 마” 하니 불호령을 내리셨다. “아파하는데 어찌 보고만 있냐.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셨다.
삶의 팍팍함에 지치고 힘들다가도 엄마가 해내신 노력의 결실을 생각하며 ‘나도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를 되새기며 나를 희망의 마술 속으로 끌어들이곤 했다. 그렇게 우리 자식들의 롤 모델이셨는데 엄마가 큰 병 앞에 갑자기 쓰러져버리셨다. 씽씽 달리던 시골 할머니의 자가용도 그렇게 멈춰버렸다. 그리고 누우신 뒤에는 오히려 자식들 마음 기둥이 흔들리실까봐 안타까워하셨다.
누워 계시는 내내 필자는 무력함으로 엄마를 바라만 봐야 했고, 엄마는 서서히 삶을 정리하며 가파른 호흡을 기계에 의지하시다가 미국 출장 간 큰아들을 보시고서야 눈을 감으셨다. 늘 사랑과 열정을 우리에게 심어주신 엄마. 아직 돌려드리지 못한 사랑이 너무나 많은데 울 엄마는 어느 날 우리 곁을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셨다.
“엄마! 죄송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몸이 굼뜨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반응속도가 느려 사고대처에 신속하지 못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차량은 물 흐르듯 흐름을 타야하는데 노인 특유의 망설임으로 자신이 직접 사고를 내지는 않지만 우물쭈물하며 갈까 말까 주춤주춤 하다가 뒤 따라오는 차량의 사고를 유발시킨다는 보도도 있다. 사고 통계를 봐도 고령자가 확실히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 더구나 수명100세 시대니 고령자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행정당국에서도 제도적 방지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옳다.
고령자들이 스스로 운전을 하지 않으면 좋다. 일본은 나이 들어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대중 교통비를 지원하면서 스스로 운전을 그만두게 하는 간접적 유인책을 쓴다. 우리나라는 고령자의 면허갱신기간을 짧게 하고 시력이나 사지 운동능력을 검사하여 부적합한 경우 운전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는 강제적 방법을 택한다. 너무 쉬운 행정편의 주의적 발상이다. 이런 방법은 전기가 부족하면 전기요금을 올려서 간단히 해결하려는 방법과 같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부자는 끄떡도 하지 않지만 가난한 서민은 에어컨이 있어도 켜지 못하고 부채를 들도록 강요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전기를 꺼주는 사람에게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택한다.
사고의 위험을 알면서도 고령자가 운전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심시숙고 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 98세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102세의 할아버지가 소개 되었다. 사회자가 그 나이에 왜 운전면허를 취득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어보니 고령의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고 아내 대신 장터에 가서 생활필수품도 구입하고 은행 업무도 보려면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해체되고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하는 셀프부양의 시대다. 자식이나 이웃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세상인 점을 이해하면 고령자가 자동차를 운전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기계장비가 아니고 전자장비다. 차선이탈 경고시스템도 있고 전방충돌 경고시스템도 개발되어있다. 사가지대 경고는 물론 주차보조시스템도 있다. 사람은 실수를 해도 기계는 실수란 없다. 돈을 더 주면 각종안전장치를 자동차에 추가 할 수 있다. 멀지 않아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도 도로에 등장 할 것으로 이미 예고되어있다.
고령자의 자동차는 필요 안전장치를 달도록 의무화해야한다. 추가 비용의 일부를 국가든 자동차 회사든 어느 쪽에서 부담해 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후진국처럼 강제로 못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원하면 하도록 해주고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선진국이다.
미국의 빈번한 총기사고를 보고 우리나라처럼 총기소지를 불법화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총기소지를 불법화 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총기를 갖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이들의 자유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총기를 갖고 있지만 스스로가 총기사용을 엄격하게 제어하기 때문에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 의한 총기사고는 거의 없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힘이다.
지금의 고령화세대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를 이만큼 잘 사는 나라로 발전시킨 공이 있는 세대다. 그들이 젊은 시절에 국가에 낸 세금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건물에 세를 산다고 볼 수도 있다. 노년이 행복하여야 인생이 행복하다. 고령자에게 지하철 무임승차를 가능하게 하여 움직이도록 유도하여 고령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국민의료보험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해 주거나 무료 예방접종 등 지원정책이 무수히 많다. 고령 운전자에 대해 지원을 못해 줄 명분은 희박하다. 소요비용 또한 별 것 아니다.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긍정적인 검토를 희망한다.
*동년기자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수명과 생물학적 수명의 간극은 시니어들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직업은 단지 경제적 자원을 얻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인생의 보람, 즐거움 심지어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자격증을 선택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결국 취업이든 창업이든 기술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을 위한 자격증, 무엇이 좋고 어떻게 딸 수 있을까?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시니어들의 자격증에 대한 관심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은퇴 후 삶을 대비하기 위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50~60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를 살펴보면 2015년 50대 자격증 취득자는 2011년 2만6307명에서 2015년 3만8260명으로 45.4% 늘었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2011년 571명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에는 101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은 78.1% 증가했다.
자격증 수요와 효용가치 잘 따져봐야
자격증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특정 기술에 대한 기능자격을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기술자격이 있고, 기술 외 전문 분야에 대한 자격인 국가전문자격 그리고 민간자격증이다. 국가기술자격과 국가전문자격은 크게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시행하는 자격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같은 관련 정부산하 기관에서 시행하는 자격으로 나뉜다. 이런 자격증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포털사이트Q-net(www.q-net.or.kr)에서 자세히 검색할 수 있다.
자격증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모든 자격증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일부 민간자격증의 경우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과 응시비용 자체를 ‘수익 모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잘 따져봐야 한다. 물론 민간자격증도 업계에서 공정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자격증 획득 전에 발급기관 연혁이나 회원수, 자격 보유자수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 취업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해당 자격증 보유자를 구인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액 공짜! 기술교육원을 아시나요
보통 자격증 취득을 생각하면 가까운 지역 학원에 가서 수강료를 내고 수업을 통해 응시 준비를 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면 온라인 학원을 통해 교재를 산 뒤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강의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운전면허증에서 공인중개사까지 마찬가지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만약 모든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다면 어떨까. 자격증 취득과 취업 알선까지 지원해주는 공립기관 중 대표적인 기관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기술교육원이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동부, 중부, 북부, 남부 4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4개 기관에서 1년짜리 정규 과정 53개 학과 1842명, 단기과정 25개 학과 915명을 교육시키고 있다. 교육 과정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을 우선시한다. 또 예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수료 후 취업자들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일단 합격만 되면 수료 때까지 교재와 실습 재료비를 포함해 전액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취업 알선과 취업 후의 생활 상담까지 가능하다. 일부 과목의 경우는 협력기관,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 지원금까지 제공받을 수 있고, 수업시간이 긴 과목은 점심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제공되는 혜택이 많다 보니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과목에 따라 경쟁률이 2대 1에서 4대 1을 넘기도 한다. 전형은 면접이 50%, 서울 거주기간(5년 이상 만점)에 따른 배점이 50%다. 면접에서는 기술을 익히려는 뚜렷한 목적이나 계획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전통기술에서 첨단기술 분야까지 다양
교육 현장의 실무자들은 시니어들의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남부기술교육원의 남혜성 팀장은 현장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니어 교육생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대까지 늘었고, 시니어들의 관심이 큰 학과의 경우는 40~50% 정도까지 비율이 늘었습니다. 창업 등을 고려해 바리스타나 외식조리학과를 지원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고, 옻칠나전, 조경관리와 같은 분야도 시니어들이 많이 관심을 갖는 분야입니다.”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과도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전기학과의 경우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건물 관리인 등으로 취업하기 쉬워 남성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 여성 중·장년층은 피부미용 관련 자격증을 통해 피부과, 성형외과, 피부관리실 등에 취업한다.
최근 구인 수요가 가장 많이 늘어난 자격증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보호시설이 늘어나면서 인력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 그러나 궂은일을 꺼리는 추세와 저임금의 처우까지 겹쳐 여전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같은 첨단 분야의 교육도 진행된다. 관계자들은 매년 새로 생겨나는 자격증이나 취업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부기술교육원의 박훈균 팀장은 “신재생에너지PM(프로젝트 매니저)학과가 대표적이죠. 전력 직거래를 통해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의 교육입니다. 협동조합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토지나 자본이 있으신 분들이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귀띔한다.
무엇을 할지 몰라도 방법은 있어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 중 상당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상담을 신청하는 시니어 중 대다수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자아실현, 취업을 통한 생계유지나 창업, 자기계발 등 어떤 목적을 갖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전문가와 함께 찾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목표가 설정되면 그다음부터는 교육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을 하므로 쉬워진다.
중부기술교육원 한국의상학과의 김경미 교수는 기술 전달뿐만 아니라 취업이나 창업 이후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개량 한복이 인기를 끌면서 한복 분야도 다양해졌어요. 중·장년 학생들은 창업에 관심이 많고요. 학생들과 옷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주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부기술교육원에서 옻칠나전공예를 가르치는 임충휴 명장은 교육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전칠기를 활용해 창업을 준비하시는 시니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중·장년층이 섞여 수업을 하다 보니, 오랜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너지 효과를 내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품으로 응용이 시도되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전통적인 디자인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각 지역 기술교육원은 이달 중순까지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희망찬 새해에 새로 시행되거나 달라지는 민생관련 제도들이 많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잔금대출 요건 강화다.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 공고를 내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아파트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한다. 보험료가 지금보다 25% 저렴한 실손 의료보험이 4월 출시된다.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예금가입ㆍ대출 등 주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2월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소득세 과세표준에 ‘5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고, 이 구간 세율은 40%가 적용된다. 현행 최고세율은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38%이다. 상속
및 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이 현행 산출세액의 10%에서 7%로 축소된다. 새해에도 군인처우는 크게 개선된다. 상병월급은 19만5,000원, 병장은 21만6,000원이 되며 숙소인 병영생활관에는 에어컨이 100% 설치돼 여름철 찜통
더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달 있었던 의무경찰시험이 3월부터 두 달에 한번으로 바뀐다. 탈락자들의 매월 응시에 대한 시간과 비용 절감 차원이다. 무자격 의무병의 의료보조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 관련 면허나 자격 보유자와 관련 학과 전공자들을 별도 모집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6,470원으로 인상된다. 일급으로 환산하면 8시간 기준 5만1,76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40시간 기준(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월 135만2,230원이다. 상시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ㆍ지방자치단체에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에 이어 올해는 정년 60세 의무화가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출산전후휴가 급여 상한금액이 월 13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라간다.
종이 계약서 대신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부동산매매ㆍ임대차계약을 맺는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상반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인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로 확대된다.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가 운행을 종료한 경우 어린이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위반하면 20만원의 범칙금을 물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6월부터 시행된다. 노후차량 운행 금지 규제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운행 제한 대상 차량은 2005년 이전 등록한 경유차 가운데 종합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한 차량이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된다.
면류(국수 냉면 유탕면) 및 즉석섭취식품(햄버거 샌드위치) 일부의 제품 포장지에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형태로 나트륨 함량을 표시하는 제도가 5월 시행된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ㆍ해썹)에 따른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대상이 전년도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인 식품제조업체의 전 품목으로 확대된다.
동네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공기업 헬스장에서 70세 이상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을 붙였다. 지금까지 함께 운동해오던 건강한 70대의 할아버지가 나이제한에 힘없이 되돌아가는 뒷모습이 안타까움을 넘어 불쌍해 보였다. 공기업이 동네주민을 위해 무료 운영을 하는 헬스장이니 경비절감을 이유로 코치도 없고 자율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운동하는 체제이다. 코치나 관리인이 따로 없다보니 혹 나이 먹은 사람이 운동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 헬스장의 공식 거절 이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70대 후반임에도 헬스장에서 몸을 멋지게 만든 할아버지가 미스터 코리아 육체미 대회에도 출전하고 90대의 할머니 마라토너도 있다. 예쁜 할머니 멋쟁이 할아버지가 방송에 패션모델로도 출연하는 세상인데 공사판 건설현장도 아니고 헬스장일 뿐인데 생뚱맞게 나이로 뚝 잘라서 출입 제한을 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사람마다 체력이 다 달라 실제는 70세 미만인데도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지만 70이 넘고도 젊은이 못지않게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나이로만 제한하는 것은 얼마나 편리한 행정편의주의인가?
이는 열심히 노력하여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온 사람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고 나이에 대해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국민인권 위원회에서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여 쓴 웃음을 지어본다.
나이로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70세 이상자는 해마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체력검정을 통과하면 (보건소에 가면 유료 체력검사를 해준다) 헬스장 출입을 계속 허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져본다. 좀 더 정밀하게 전문 의료진이 진단하여 가칭 ‘신체운동능력검증서’를 발부해주는 제도가 마련되면 신체나이에 자신있는 시니어가 더 증가하지 않을지 싶다. 지금도 부분적으로는 신체나이 얼마 현재나이 얼마를 측정해주고 있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발부된 신체운동능력검증서가 노인의 운전면허 계속 연장에도 쓰이고 재취업에도 역량을 발휘하면 시니어 스스로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금주· 금연은 물론 건강관리에도 열심히 하여 의료보험료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자기 몸을 잘 관리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사회 시설물의 이용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다.
나이든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물에서도 이러한 이용 기준을 갖고 합리적인 선발과정을 밟았다면 객관성이 충분히 있으니 행여 사고가 나도 성실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고 차후에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 예기치 못한 사고는 젊은 사람에게도 일어나고 나이든 사람에게도 일어난다. 무조건 나이든 사람만이 행동이 굼뜨고 사고우려가 높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편견이다.
맥아더 장군은 나이70에 유엔군을 지휘하여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은 70세에도 전장에서 펄펄 날았다. 나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엄격히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알게 모르고 사회통념상 나이라는 잣대로 불이익을 주는 일이 도처에 비일비재하다.
무슨 일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신체적 건강과 해야 할 일을 잘 알아야 실수도 줄어들고 효율도 오른다. 나이든 사람은 다소 체력이 달려도 경험이 있고 요령을 안다.
나이를 잣대로 무조건 자르려고 하지 말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나이든 사람도 선별해서 활용해야 고령화 저출산 정책에 따른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줄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