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65세인 A씨는 실외 운동 마니아다. 친구들과 산에 오르거나 근처 근린공원의 배드민턴장을 찾아 배드민턴을 즐겨 한다. 운동에 대한 열정은 코로나도 막을 수 없었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니 때 되면 찾아오는 추위가 두렵다. 길 곳곳이 얼어 빙판길에 넘어지면 다치기 십상인 데다 새벽 운동이라도 나설라치면 앓고 있는 고혈압과 당뇨가 악화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출과 운동을 완전히 그만둘 수는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실내운동시설이다.
마침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오는 11월 1일부터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시간제한이 완화된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을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시설 내 샤워장도 이용 가능하다. 다만 시설 이용자는 접종완료를 증명하거나 미접종자의 경우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물론 실내시설이니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점점 추워지는 요즘, 시니어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시설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다양한 종목 즐기며 커뮤니티의 기능까지, 종합복지관과 국민체육센터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다면 시립종합복지관을 찾아가보자. 노인종합복지관에는 각 자치구 거주민들을 위한 건강관리실과 다양한 운동시설이 구비돼있다. 탁구와 당구, 포켓볼 등 장년층에게 인기 많은 운동들 위주로 마련돼있다. 뿐만 아니라 구민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시니어 커뮤니티의 기능도 수행한다.
대부분이 구민들에게 개방된 시설이지만,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서대문구의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의 웰빙운동실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 모두 이용 가능하다. 각 지역의 복지관에 직접 연락하면 더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를 벗어난 지역에는 국민체육센터가 있다. 지자체의 도시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국민체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생활체육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마련돼,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매년 시행한 안전점검결과가 공개된다. 양호 등급을 받은 시설은 이용자에게 위해‧위험을 발생시킬 요소가 없는 상태로, 안전시설로 분류된다.
고양국민체육센터는 2년 연속 양호 등급을 받았다. 헬스장, 체력측정실, 배드민턴과 실내구기 종목이 가능한 다목적체육관 외에 실외 테니스장, 무료 주차장을 갖춘 시설이다. 현재는 배드민턴과 수용, 탁구, 헬스 등이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및 이용 제한이 걸려있는 현재는 고양시민 회원에 한해 대관 및 유료로 일일 입장만 가능하다.
11월부터는 탈의실과 샤워실도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고양시민이 아닌 타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 이후로 이용이 막혀있었는데, 월말에 발표될 정부 지침에 따라 변경된 이용 규정이 안내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추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질 경우 타지역 회원도 이용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국민체육센터 역시 2년 연속으로 양호 등급을 받았다. 유료 주차장과 샤워실, 탈의실, 장애인 프로그램이 마련된 이곳에서는 배드민턴, 탁구, 수영, 에어로빅 등의 운동이 가능하다. 배드민턴과 탁구는 수시로 일일입장권을 구매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이용 요금의 5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단 광명시민이 아닌 관외 사용자는 이용요금의 30% 할증이 붙는다.
다만 아직까지는 샤워실과 탈의실 이용 및 타지역 회원 사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관계자는 “오는 금요일 정부 지침에 따라 사용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며 “변동되는 사항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재하고 있으니 공지 확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종목·지도 검색하고 싶다면 ‘체육시설알리미’
현재 방문 가능한 게이트볼, 배드민턴, 테니스 등 특정 종목 시설을 찾고 싶다면 ‘체육시설알리미’ 홈페이지를 활용해보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하는 체육시설알리미에는 체육관, 종합체육시설업, 간이운동장 등 전국의 체육시설들이 모두 등록되어 있다. 홈페이지 내 ‘시설 검색’ 기능을 이용해 골프, 수영, 테니스, 댄스, 배드민턴 등 특정 종목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시설 현황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집 근처 체육시설을 찾을 때는 체육시설알리미의 ‘지도 검색’ 기능이 유용하다. 이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체육시설 정보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사용자의 위치 파악 기능이 켜져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상세 검색’을 통해 지역을 특정하거나 이용자의 성별, 셔틀버스, 체육지도사 등 필요시설 조건을 충족하는 시설들을 확인 가능하다. 최근 1년 내 안전점검 완료시설, 스포츠강좌 이용권 이용가능 시설,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 이용 가능 시설 등 원하는 조건에 해당하는 시설만 검색할 수 있다.
터를 닦고 기틀을 탄탄히 마련하면 전성기가 찾아오기 마련. 1대 김성식 씨가 터를 닦고, 2대 김용세 막걸리 장인이 기틀을 마련한 신평양조장은 당진평야에 고목(古木)처럼 자리 잡았다. 3대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는 양조장에 ‘문화’라는 색채를 입혔다. 문화의 힘이 날로 세지고 있는 요즘, 양조장도 전통주 문화를 발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주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국내 양조 문화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 때문이에요. 17세기 즈음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국가가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 양조장이 생겨났습니다. 그 이전에는 양조장이랄 게 없었죠. 대신 집집마다 각자의 재료와 방식으로 빚는 가문의 술이 있었어요. 와이너리나 브루어리 같은 지금의 상업적 양조장은 근대화의 산물인데,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양조장 역사가 짧고, 서양에 비해 덜 과학화됐죠. 대신 집집마다 고유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는 남았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전통주 문화를 알리고 널리 전파하기 위해 우리만의 강점으로 승부하자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나?
술만 빚는 것이 아니라 쌀과 술을 빚고 남은 부산물로 누룩전을 만드는 등, 술과 어울리는 전통음식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누룩전 만들기는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발전시켰어요. 또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막걸리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두레를 만들어 함께 일하고, 술을 빚어 잔치를 벌이며 동고동락하던 우리네 농경문화를 새로이 답습하기 위함입니다.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양조의 역사나 술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풀어 전달하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고요.
연잎주 말고 새로운 술을 개발할 계획이 있나?
전통은 전통대로 두고,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술을 만들기 위해서 현재 연구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가양주를 빚는 분들을 찾아가 많이 배우고 있고요. 다른 양조장을 운영하는 분들이나 막걸리, 양조 전문가들과의 교류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연잎주를 두고 그리하셨듯, 저 또한 전통과 현대의 요소를 접목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려 하고 있어요.
미래의 신평양조장의 목표는?
전통주 문화의 성지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프랑스의 와이너리나 독일의 브루어리 등 외국에는 오래됐지만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양조장과 양조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가양주 문화가 남아 있지만 상업적인 부분은 여전히 약합니다. 그래서 신평양조장과 막걸리를 통해 약점은 보완하되 강점을 더욱 살리려고 합니다. 와이너리나 브루어리 투어처럼 전통주 생산 과정을 견학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통 양조 문화 기반 관광 콘텐츠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에요. 근현대 양조 문화를 연결하고 계승하는 연결고리를 맡는 동시에 새로운 양조 문화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흰쌀밥과 검은 김이 동시에 나는 고장, 당진시 신평면. 이곳에는 막걸리와 함께 시간이 익어가는 양조장이 있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손자까지 3대에 걸쳐 대물림된 방식을 고집한다. 해풍 맞은 쌀과 산에서 기른 연잎으로 익어간 세월만 100년이다. 참기름 바른 김이 흰쌀밥과 어울리듯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양조장, 바로 신평양조장이다.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 술이다. 술은 즐거운 자리, 위로가 필요한 자리에 함께했다. 이 중에서도 막걸리는 오랜 시간 서민의 곁을 지켜준 좋은 벗이다. 이런 서민의 술이 대기업 회장단의 건배주, 청와대 만찬주로 거듭나기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킨 아버지들이 있다. 찬란한 햇빛이 쏟아지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 시간이 켜켜이 쌓인 신평양조장을 찾았다.
전통 연잎주에 오늘을 입히다
‘아버지들의 익어가는 시간’. 신평 양조뮤지엄 전시 제목 중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양조장의 역사를 썼던 술독, 장인이 한 권씩 모았을 주조법이 담긴 고서… 잠시 자리를 비운 김동교 대표를 기다리며 조용하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좇았다. 얼마 뒤 도착한 그는 신제품 연구가 한창이라 많이 바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소탈한 차림에 어울리는 사람 좋은 웃음이었다.
늦춰진 시간을 무마하려 서둘러 양조장 투어에 나섰다. 그냥 시간도 아니고, 왜 하필 ‘아버지’의 시간일까. 양조뮤지엄 전시실 안 양조장 연대표 앞에 선 김 대표의 설명에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돈과 땅을 기부해 창건된 사찰이 있습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흥국선원이라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기른 연꽃으로 술을 빚고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사찰로부터 전수받은 연잎 활용법에 아버지께서 현대적 양조 기술을 적용해 지금의 백련막걸리가 탄생했습니다.”
예부터 주조에 사용하는 연꽃은 하얀색 꽃잎의 백련(白蓮)이었다. ‘규합총서’, ‘증보산림경제’ 등 연잎주 빚는 방법이 담긴 18세기 문헌에서는 공통적으로 술 빚는 시기를 강조한다. 전통 연잎주는 늦여름 채취한 생연잎으로 발효하고, 서리 내리기 전에 빚는 세시주(계절에 맞게 빚는 술)다. 하지만 현재는 발효 과정에서 건조시킨 연잎을 활용한다. 술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양조장에서 매번 생연잎을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잎의 전통과 현대의 양조 방식이 만나 더욱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의 백련막걸리가 탄생했으니, 전통과 현대의 바람직한 조우라고 봄직하다.
‘문화’라는 술독에서 미래를 빚다
해풍 불어오는 비옥한 평야와 물이 좋은 고장에서 나는 술이라 맛으로는 이미 정평이 났다. 김 대표의 조부이자 신평양조장의 1대 대표 김순식 씨 생전에는 막걸리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김 대표는 어릴 적부터 주전자에 막걸리를 떠다드리며 막걸리 맛을 보곤 했다. 나고 자랄 때부터 전통주 문화를 접한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양조장으로 돌아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가 연잎주의 전통을 이어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10년의 세월을 거쳐 백련막걸리를 개발해냈듯, 그 역시 백련막걸리를 생산해 판매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양조장을 전통문화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첫 번째로 선정된 뒤 신평양조장은 체험관광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미곡창고로 쓰던 건물을 전시관으로 개조하고, 최근에는 현대적 설비와 체험관을 갖춘 양조센터도 세웠다. 한국인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들이 전통술을 배우며 신기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구수한 냄새에 홀린 듯 밥덩이를 집어먹는 어린 손님도, 전통주를 낯설어하던 파란 눈의 외국인 손님도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폴란드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백련막걸리의 가치와 정신, 아름다움에 감동한 나머지 2대 김용세 장인과 그에게 축복의 노래를 불러준 일도 더러 있었다.
중장년층 방문객에게는 ‘연잎주 막걸리 빚기 체험’이 인기다.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직접 술을 만들기 때문에 옛 정취와 맛을 느낄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고객들을 직접 마주하며 그들에게 연잎주의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전하는 일”이라며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 주인으로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평양조장 바로 앞 골목에는 1930년대부터 들어선 신평5일장이 있다. 그만큼 목 좋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양조장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우리 민족은 이웃과 노동 공동체인 두레를 결성했고, 고된 농사일 중간중간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말하자면 ‘농주’(農酒) 막걸리는 노동력 공유와 이웃과의 교류를 위한 매개체였고, 흥겨운 잔치의 핵심이었다. 김 대표가 어렸을 때는 양조장이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주택에서 아파트로 환경이 옮겨져 공동체의 의미가 흐릿해졌다. 물 좋고 바람 좋은 고장에서 신평양조장은 스러져가는 옛 가치를 되살리려 한다. 100년의 세월을 품은 술독에 과거를 빚어 미래를 만들고자 함이다. 매일 항아리 속 막걸리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네는 장인의 한결같은 겸손함이 막걸리에 가 닿는다면 충분하다. 오늘도 고두밥 찌는 구수한 내음 사이로 건강하고 향긋한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독감 백신 접종 정책은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 안전성 논란이 언론을 통해 확대되면서,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 이상반응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 “독감 백신 안전성 확인”
지난 21일부터 만 65~69세(1952~1956년 출생) 노인을 대상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70~74세 고령자는 18일, 75세 이상 고령자는 12일부터 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8일 특집브리핑에서 "겨울철 독감 감염으로 인한 중증,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반드시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독감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가을 독감 예방접종 당시 ‘상온 노출’, ‘백색 입자’ 등 백신 품질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100건이 넘는 사망신고가 접수돼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1월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발간한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된 사망사고 모두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역학조사 결과 모든 사망자에게서 사망 당시 백신 이상반응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없었고, 심·뇌혈관계 질환, 당뇨, 만성 간·폐질환, 만성신부전 등 기저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검에서도 대동맥박리, 급성심근경색증, 뇌출혈 등 명백한 다른 사인이 발견됐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없음에도 사망신고 건수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질병청은 ‘불안감’을 꼽았다. 질병청은 “접종 초기에 상온 노출 문제 등이 생기면서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졌고 이것이 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임산부 등 독감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 고위험군은 자칫 독감 합병증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청이 고령층의 사망 경향을 보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5세 이상 연령군의 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백신을 접종한 이들보다 미접종군의 사망률이 6.2~8.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예방접종 유형은 ‘3가 백신’, ‘4가 백신’으로 구분되는데, 올해 예방접종사업에 사용하는 백신은 4가 백신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등으로 나뉘는데, 사람한테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3가 독감백신은 2종류의 A형 바이러스와 한 종류의 B형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4가 백신은 3가 백신에 B형 1종을 추가로 예방한다.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 가능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도 함께 이뤄져 일부 대상자 사이에서는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맞아도 되나”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동시 접종으로 이상반응이 생기거나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동시에 맞아도 문제가 없을뿐더러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는 11월부터는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비슷한 두 개 질환 동시 유행) 가능성도 커지니 두 가지 모두 접종하는 게 좋다”라며 접종을 권고했다.
두 종류의 백신 접종 시 일정한 접종 간격을 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지난 8월,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접종할 때 백신 간 접종 간격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을 비롯한 여타 백신의 접종 간격을 최소 14일간 둘 것을 권고해왔는데 이를 변경한 것이다.
다만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 기준 변경이 ‘연달아 맞아라‘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특정 백신 접종 후 발열, 통증 등 의미 있는 이상반응이 나타난다면 호전된 후 접종하는 등 환자 개개인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접종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주택연금 해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주택연금 가입 해지 건수가 3185건으로, 1257건이었던 2017년과 비교해 2.5배나 늘어났다.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2019년 1만 982건, 지난해 1만 172건으로 비슷한데 해지는 급증하는 중이다.
주택연금이 2007년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중도해지가 연간 3000건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24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825건, 부산 261건, 인천 209건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 4분기 통계가 산출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2931건을 넘어섰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해지 급증 원인에 대한 본지 질의에 대해, “주택연금 누적가입자 수 증가와 최근 주택가격 상승 등을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가입자의 노령화로 인해 자녀 봉양 또는 요양원 입소 등으로 가입주택을 처분하는 때도 있으며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을 통해 노후생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유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주택연금은 55세 이상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연금액은 약정 당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한번 연금액이 책정되면 변경할 수 없다. 그래서 예상 밖으로 집값이 급등했는데도 연금액이 오르지 않자 해지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김병욱 의원은 “현재 주택연금은 처음 약정 당시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되면 중도에 주택가격 변동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와 올해 해지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연금이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확실한 복지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주택가격 변동에 따른 이탈이 없도록 연구를 통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금공은 연금액을 주택 가격과 연동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집값 변동과 연금액을 연계하는 문제는 분석 가능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야 하고, 연금 지급의 안정성과 재정건정성도 확보돼야 한다”며 “주택가격 변동에 따라 월 지급금이 바뀌면 주택가격이 하락했을 때 월 지급금을 낮추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안정적 노후생활을 지원하는 제도 운영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운 방향이다”고 밝혔다.
또 “주택연금 가입 시부터 주택가격상승률 등 주요 변수와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사전에 합리적으로 예측하므로 산출된 연금액에 주택 가격 상승분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입자들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주택 소유권을 공사에 이전하고 연금을 받는 ‘신탁방식 주택연금’을 출시해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도 배우자에게 연금수급권이 자동으로 승계될 수 있도록 하고,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 제도를 도입해 연금수급자의 필수 생활자금 압류를 방지할 수 있게 했다.
주금공은 “가입자가 연령과 경제 상황에 맞게 연금액을 설계하는 ‘초기 증액형 주택연금’과 ‘정기증가형 주택연금’ 같은 신상품 출시를 통해 주택연금의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입자들도 만족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서,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서.(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는 쿠바 체류시절 두 가지 칵테일을 즐겨 마셨는데, 그 술이 ‘모히토’와 ‘다이키리’다. 헤밍웨이는 매일 아침 ‘라 보데기타’에서 모히토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고, ‘엘 플로리디타’에서 한 번에 열 잔 넘게 다이키리를 마셨을 정도로 두 술을 사랑했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저서에서 선보인 뛰어난 영감이 술에서 비롯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에 가면 헤밍웨이의 흔적을 좇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헤밍웨이와 책을 사랑하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
집중과 사색이 필요한 독서에 몸의 긴장을 푸는 술이라니, 언뜻 책과 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팬뿐 아니라 한국에도 술과 책을 동시에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작은 2013년 상암동에 생긴 ‘북바이북’이다.
북바이북은 책과 맥주를 합한 ‘책맥’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곳이다. 칵테일과 커피를 파는 ‘부장고’, 요리책 전문 책방 ‘쿡쿠프’, 일본의 대표적인 책방 ‘츠타야’ 등 김진양 북바이북 대표가 일본 책방들을 발이 부르트도록 찾아다니며 참고한 덕분에 한국에 북바이북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책바’가 주목받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되고 김영하 작가의 방문으로 입소문을 탔다. 술의 향기에 젖은 독서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술 마시는 책방’ 두 곳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직접 체험해봤다.
‘책맥’을 처음 선보인 북바이북
상암동에서 시작한 북바이북은 현재는 광화문에서 통합점을 운영하고 있다. 광화문역 1번 출구에서 바로 보이는 건물 1층으로 들어가면 된다. 띄엄띄엄 떨어진 좌석, 서가에 정갈하게 꽂힌 책들을 보면 평범한 동네서점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음료와 디저트, 맥주를 판매하는 카운터와 책방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커피와 차, 토스트, 약과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카운터를 지나자 포스트잇에 적힌 방문객들의 방명록으로 빼곡히 채워진 벽면이 나타난다.
북바이북은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함께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스페인식 레몬 맥주 ‘끌라라’가 북바이북의 대표 메뉴다. 기자는 중고책 서가에서 북바이북 로고가 찍힌 ‘무진기행’을 선택했다. 중고라 정가의 30% 가격에 결제한 다음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투명한 캔에 담겨 나오는 끌라라에는 얇게 썬 레몬 두 조각이 띄워져 있다. 고려의 시조인 태조 왕건이 한 처녀에게 물을 청하자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줬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물을 급히 마시다 체할까 걱정돼 나뭇잎을 띄웠다는 처녀처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다 취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불상사를 우려한 마음이었을까. 의도야 어쨌든 덕분에 숨을 고르고 천천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양이 줄어들수록 맥주의 레몬 향이 더 강해진다. 적당히 취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 잔 같은 느낌이다.
김진양 북바이북 대표는 책과 술의 조합에 대해 “북바이북에서 맥주는 책을, 독서를, 책이 있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굳이 진지하지 않아도, 심각하지 않아도 책을 가까이할 수 있고, 책이 있어 편안한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맥주”라고 설명했다.
좁지만 다양한 신청곡에 분위기가 바뀌는 책바
연희동에 가면 북적이는 바가 아닌, 책과 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용한 공간 ‘책바’를 작은 골목에서 찾을 수 있다.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맞은편에서 ‘현대부동산’과 ‘추앤추 한의원’ 사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구석에 숨은 책바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는 처음이시죠? 반갑습니다.” 어렵게 책바에 도착하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책방 주인이 자리로 안내한다. 처음 들어선 책바는 공간이 협소하다. ‘바 안에서는 1~2명만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책장이 열리면서 안쪽에 있는 자리가 나타났다. 버튼 하나로 책장이 열리고 닫히는,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읽기에 책바는 어두운 분위기다. 하지만 자리마다 녹색 원통형 조명이 배치돼 있어 책을 읽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자리에 앉으니 책방 주인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메뉴판이 범상치 않다. 술의 도수에 따라 ‘시’, ‘에세이’, ‘소설’로 분류된다. 흥미로운 건 다양한 주종의 술과 더불어 술이 소개된 소설의 문구가 메뉴판에 함께 적혀 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술을 직접 마셔보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실 술을 골랐다면 이젠 책을 고를 차례다. 책바에서는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빈손으로 온 고객을 위해 책을 대여하기도 한다.
서가에 꽂혀 있는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며’를 골랐다. 그리고 한때 ‘악마의 술’이라고 불린,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다는 압생트를 주문했다. 이 술은 역사적으로 많은 오해를 샀지만 실제 독성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향이 특이했다. 옅은 초록빛에 풀 냄새가 났다. 의외로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50도 이상인 술이기에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씩 들이켰다.
책을 읽다 보니 금방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책바는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면 바에 있는 손님들에게 마감 전 듣고 싶은 곡을 신청받는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요란한 음악은 신청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신청한 다양한 곡을 들으니 분위기가 새롭게 바뀐다. 다 읽지 못한 책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마감곡을 들으며 읽던 챕터를 마무리한 다음 자리를 털고 나왔다.
사라지는 책방, 시니어들의 선택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전 회장은 반대를 무릅쓰고 광화문 금싸라기 땅에 교보문고를 만들면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말했다. 종이책 세대인 시니어들은 지금 세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은 시니어들조차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다. 물론 시니어들의 잘못은 아니다.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진 환경 탓이다.
이런 상황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많은 책방이 사라지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던 ‘책과 밤낮’, 25년간 은평구민들의 곁을 지켜왔던 ‘불광문고’가 올해 폐업했다. 대형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매출 기준으로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에 이어 서점 업계 3위였던 ‘반디앤루니스’도 올해 33년 역사를 마무리했다. 올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발간한 ‘2020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국내 서점은 2003년 3589개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976개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가을이 되니 동네책방만의 개성과 분위기가 더 그리워진다. 책을 좋아하는 시니어라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도서관과 대형서점으로 한정되는 걸 아쉬워할 만하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려 해도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으로 누릴 수 있는 콘텐츠가 아주 많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흥미로움을 전한다. 서점이나 카페에서 오래 책을 읽자니 부담스럽다. 코로나19로 운영 시간이 짧아진 탓에 도서관 이용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이지만 책에 빠져보고 싶은 시니어가 있다면 술과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술이 긴장을 풀어줘 책에 더 편안히 스며들도록 돕기 때문이다. 독서의 계절 10월이 가기 전에 술이 깃든 책방에서 체험하는 새로운 책방 문화가 신선함을 전할 것이다. 술과 책,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조화를 경험하고 나오는 길에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올랐다. “나의 끌라라는 북바이북에서, 나의 압생트는 책바에서.”
7.5% 수준이었던 장기요양 등급 인정률이 지난해 10%를 넘어서면서,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도 일정 부분 의료서비스 적용과 돌봄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로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노인의 수도 함께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 인정자 중 서비스 미 이용자 비율은 △2016년 7만6436명(14.7%) △2017년 8만7893명(15.0%) △2018년 11만419명(16.4%) △2019년 13만1033명(16.9%) △2020년 14만5482명(16.9%) △2021년 7월 기준 15만7035명(17.1%)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서비스 미이용 사유로는 요양병원 이용(33.7%)과 가족 등에 의한 직접 요양(21.6%)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더라도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의료‧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행 장기요양보험이 노인 돌봄에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하는 이유는 장기요양보험이 일종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보험이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과 연계해 대부분 국민이 납부하는 국가보험으로, 어르신에게 돌봄 서비스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차원의 공공복지 제도로 운영된다.
장기요양보험은 혜택을 제공하는 기관과 지원 금액의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장기요양서비스는 일반 의료기관이나 다른 복지기관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요양원이나 방문요양센터와 같은 ‘장기요양시설’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일반 병원이나 요양병원, 요양보호사가 아닌 일반 간병인에게 받는 돌봄 비용은 한 푼도 보조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또 방문요양서비스의 경우 월별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과 시간의 한도가 정해져 있어, 요양보호사의 365일 24시간 가정 방문을 원할 경우 보호자가 80%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장기요양서비스는 다른 노인 돌봄 복지와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노인 돌봄 제도로는 장기요양서비스 이외에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가사·간병 방문 지원 사업, 의료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가족요양비 등 여러 서비스가 있지만, 장기요양서비스와 중복으로 이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의 한계 때문에 장기요양보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민간보험사의 간병보험, 장기요양 특약 보험 등으로 가족 돌봄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의 대비도 중요하지만, 일각에서는 제도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 장기요양서비스가 노인의 상태 변화와 의료 필요도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대상자 중심의 의료적 관리와 돌봄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슬픈 일일수록 알리고 나눠야 한다는 핑계로 허례허식만 늘어난 우리나라 장례·추모 문화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변화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인해 접객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추모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80.9%가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소모적인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장례 준비 및 절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추모보다 접객에 치우친 문화 등 관례에 얽매여 피로감이 쌓인 데 따른 응답으로 해석된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는 복합장례 공간 ‘채비’를 마련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삼일장을 간소화한 ‘1일 가족장’과 빈소 임대료·식대를 없앤 ‘무빈소 가족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1일 가족장은 채비에 빈소를 차려 하루 동안 직계존비속을 비롯한 친인척을 초대해 고인을 기리고 추억을 나눈다. 무빈소 가족장은 일회성 추모식을 진행한 후 장례를 마무리한다.
고인이 운명한 직후부터 부고하고 빈소가 차려지면 정신없이 조문받기에 치우친 장례식 대신 오롯이 가족들끼리 진심으로 지나간 이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기혁 채비 홍보팀장은 “코로나19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의식은 간소하게 하고 추모와 애도가 중심이 되는 고인 중심의 장례식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며 “국내 상조 회사가 이익을 독식하는 불합리한 구조의 개선을 위해 장례용품의 원가를 공개하고 공동 구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상조 회사와는 달리 불필요한 품목을 제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추모·성묘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623개의 국내 장사시설에선 코로나19에 따라 성묘객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흥원이 위탁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유족들이 직접 고인에 대한 온라인 추모관을 만들고, 차례상·분향·헌화·사진첩 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현실(VR) 조문·추모관 서비스 업체 별다락은 3D 모델링으로 만든 샘플 조문·추모관을 자체 누리집에서 선보였다. 별다락은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조차 꺼려진 상황에서 누구나 빈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무빈소 온라인 장례식을 기획했다. 박수인 별다락 대표이사는 “장례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납골당 예약과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고자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부고장 서비스와 함께 메타버스 추모관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 안정적인 3D 화면으로 추모관을 볼 수 있게 구축하고, 이후 가상공간 안에서 아바타가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실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61세 이상 절도 범죄 피의자는 2016년 1만 4021명에서 지난해 2만 1341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19세 이하, 20~30세, 31~40세, 41~50세의 절도 범죄는 모두 줄었다. 51세~60세 절도 범죄만 소폭 늘었다. 유독 고령층 절도 범죄 피의자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절도액으로 따지면 특히 소액 절도 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절도 범죄를 재산 피해액별로 나눈 결과 1000만 원 이하, 1억 원 이하 등 모든 구간에서 절도가 줄었지만 유독 1만 원 이하 소액 절도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만 원 이하 절도는 2016년 1만 1506건에서 지난해 1만 1971건으로 증가했다. 이른바 ‘노인 장발장’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절도는 요즘 경찰들 사이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전통 범죄로 인식된다. 도둑질해도 취할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은 데다, CCTV로 발각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계가 나아지지 않고 코로나19로 경제위기에 내몰리자 노인들이 소액 절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지만 일각에선 생활이 빈곤해진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 세금을 낭비하며 사회가 구제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노인 세대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때 각종 사회복지가 온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령층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될 때 가입 기간과 기업 규모 같은 조건 때문에 많은 노인이 제외됐다”며 “한국사회에서는 노인을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복지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후 고용불안정이 오면서 복지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채 가족까지 노인을 부양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 노인 빈곤율은 줄어들겠지만 지금 노인 세대를 손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더라도 노인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돈뿐만 아니라 의료, 주거, 여가 등 다양한 사회 복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노인의 사회복지서비스,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 필요하다”며 “미래에 고령 인구가 더 많아질 것을 공공임대처럼 단순 주거 공간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사회복지사의 관리를 받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친부 살인’을 소재로 도스토옙스키가 평생 탐구해왔던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녹여낸 작품이다. 2017년 초연 당시 고전의 무대화에 이상적인 표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 시리즈에 지속적으로 함께하고 있는 배우 정동환이 지난 공연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6시간 동안 1인 5역을 소화하며 50년이 넘는 배우 인생의 끝없는 열정을 보여줄 배우 정동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2017년 초연을 함께했어요. 그때 ‘아, 이게 연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50년 가까이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연극의 본질을 그 당시 7시간 공연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쉬워지는 세상에서 연극만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인문학적 예술관이 가능한 장르라는 본질이죠. 그래서 나진환 연출이 재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진환 연출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감탄할 때가 많을 정도로, 추구하는 인문학적 연극 세계가 아주 의미 있습니다. 그의 연극론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함께 치열하게 연극하고 싶어요.
1인 5역을 맡으셨는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맡은 5개 역할은 도스토옙스키, 조시마 장로, 대심문관, 식객, 변호사입니다. 이들은 극의 화자이기도 하고, 상상의 인물이기도 하고, 극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존경받는 인물이기도 하죠. 각 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 관객들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어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극의 중간중간에 나타나서 인물의 내면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인물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연습 과정에서 어려움은?
이번에 제 대사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죠. 배우는 공연이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새로운 걸 채울 수 있어요. 그래서 초연 때 아무리 외웠어도 재공연을 하면 다시 새롭게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어난 대사량이 쉽지 않네요. 하지만 대사를 곱씹을수록 도스토옙스키의 탁월한 통찰력에 놀라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는?
1부 3시간, 2부 3시간. 이렇게 시간만 생각하면 관람이 엄두가 안 나실 수 있어요.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극장에서 6시간이라니 걱정이 되기도 하겠죠. 하지만 모든 것이 변화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끝나지 않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나란 존재, 인간이란 존재, 사회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극장을 찾아주세요. 그 답을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연극은 원작이 가지는 인문학적 힘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현대적인 연극 언어로 표현되어, 오늘날의 가장 본질적인 인간 문제에 대한 예술적인 무대를 선사할 것입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연습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매 순간이 소중하고 인상적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이렇게 연극을 준비하고 관객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은?
50년이 넘게 배우생활을 했지만 저는 제 생의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올해 유독 공연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함께하겠습니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일정 10월 12일~10월 31일
장소 이해랑예술극장
연출 나진환
출연 정동환, 한윤춘, 정수영, 주영호, 박결이, 이기복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