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만큼 여행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고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TV를 틀면 나오는 여행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단체여행에서 배낭여행, 저가여행, 테마여행까지 내용도 다양해졌다. 시니어의 은퇴 후 버킷리스트에도 여행은 항상 우선순위다.
최근에는 액티브 시니어를 중심으로 배낭여행이나 장기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시니어의 최근 여행 트렌드를 볼 수 있다. 70대 배우들이 함께 떠난 ‘꽃보다 할배’는 배낭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윤식당’은 해외에서 살아보는 여행을 꿈꾸게 했다. 이처럼 단순 관광을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여행에 관심이 높아졌다.
교육과 여행의 꿈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교육 여행’
시니어 맞춤형 여행의 대표적인 트렌드는 ‘교육 여행’이다. 시니어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교육여행 프로그램으로는 ‘로드 스칼라(Road Scholar)’가 대표적이다. 로드 스칼라는 ‘길 위의 학자’라는 뜻으로 1975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단체다. 150개국에서 5500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해 1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이 단체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평생교육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탐험하고 모험하며 세상이 하나의 큰 교실이 되는 셈이다. 프로그램은 관심사나 지역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된다. 관심사 종류는 트레킹부터 사진, 오페라, 조류 관찰, 국립공원 탐방 등 무궁무진하다.
뒤늦게 외국어를 배우려는 시니어도 많다. 노후의 여가시간이 어학을 배우는 데 최적의 조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장기간 살면서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약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머물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해준다. 예를 들면 스페인 세비야에서 스페인어를 배우며 건축, 요리 등을 체험하는 식이다. 머무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로드 스칼라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손주와 함께 떠나는 세대 간 여행도 인기다. 자연이나 도시 관광뿐만 아니라 손주와 서핑을 배우거나 영화제작도 경험하는 이색 프로그램들이 있다. 주목할 것은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별로 활동단계(activity level)와 야외활동단계(outdoor level)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강 상태와 여행 취향에 따라서 단계를 선택하면 된다. 프로그램별로 일정, 비용, 건강, 취향의 단계가 있어 개인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혼자 떠나도 외롭지 않은 ‘혼행’ 상품
두 번째 트렌드는 ‘혼행(혼자 여행)’이다. 혼행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로지 나 자신에 집중해서 언제든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또 평소 가족과 여행 다닐 때와 달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클럽 투어리즘(Club Tourism)’은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맞춤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주로 50~70대. 대략 남성이 30%, 여성이 70% 비중을 차지한다. 친구,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의 신청은 받지 않는다. 고객 간에 버스 좌석이나 방을 정하는 일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모두 혼자 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일도 없고 외롭지 않다. 하루 여행부터 해외여행까지 가능하며 60대, 70대 등 연령대별 상품도 있다. 또 여성 한정 여행도 가능하다.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까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특히 혼자 떠나는 호화 상품의 경우 1인이 2석을 이용하는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호텔에서는 1인 1실로 숙박한다.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은 소규모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며,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안내원이 동행하기 때문에 위험할 일도 없다.
세 번째 트렌드는 ‘케어(care) 여행’이다. 시니어는 나이가 들면서 무릎이 안 좋아져 오래 걷기도 힘들고, 건강 문제로 여행을 가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과 걷는 속도를 맞춰야 하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행이 인기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가 안 됐지만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클럽 투어리즘은 ‘지팡이와 휠체어로 즐기는 여행’을 주제로 고령자들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유니버셜디자인센터’를 만들어 여행할 때 느끼는 불편한 점도 연구한다. 또한 70세 이상을 위한 ‘편안한 여행’ 상품들은 하루 평균 적게는 한 곳, 많게는 세 곳 정도 투어를 해 일정이 비교적 여유롭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고, 아침에도 느지막하게 출발해 여유롭다. 이동 중에도 한 시간 반마다 휴식을 취한다. 장시간 걷지 않으며 버스 참가 인원도 제한한다.
첨단기술로 각광받는 ‘스마트 여행’
마지막 트렌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smart) 여행’이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여행과도 밀접하다. 과거에는 책이나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여행을 갔다. 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폰의 지도를 활용해 관광지를 찾아다닌다. 앱을 이용한 외국어 번역도 필수다. 일명 ‘스마트 관광’이라 부르는 스마트 여행은 ICT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한 뒤 실시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영국 런던박물관이 2010년 만든 ‘스트리트 뮤지엄(Street Museum)’ 앱은 증강현실을 이용해 과거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만약 내가 런던의 특정 장소에서 이 앱의 3D 뷰를 선택하면, 현재 위치의 과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또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증강현실 기술로 도자기나 조각의 숨겨진 뒷면까지 3D 입체영상으로 보여준다.
고령화로 액티브 시니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행 업계는 시니어에 주목하고 있다. 길어진 노년기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여행이 삶에 가져다주는 활력은 노후를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이 더 많아진다면 여행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지 10여 년이 됐다. 이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시니어 역시 스마트폰 보유율과 SNS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5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또 50대의 SNS 이용률도 2014년 21.5%에서 2016년 33.4%로 1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60대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시니어가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대인의 일상, ‘SNS’에 있다
최근 시니어도 빠르게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사진이나 건강 정보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으로 은행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족 간에도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나눈다. 또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에서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많다. SNS의 가장 큰 순기능은 바로 ‘소통’이다. 온라인은 연령과 성별을 초월한다. 그래서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SNS도 중요하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이용하고 있는 SNS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7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위 ‘인스턴트메신저’를 이용하는 사람의 9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SNS 이용자 10명 중 6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 그 뒤를 카카오스토리(47.6%), 인스타그램(30.5%), 네이버밴드(29.7%)가 잇고 있다. 이들이 SNS를 하는 이유는 ‘친교(76.5%)’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또 다른 사람이 올린 콘텐츠를 보거나(55.3%), 취미나 여가 등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43%) 이용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이들은 SNS를 이용하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68%), 최신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66.4%)도 생각했다. 또 직접 만나지 않아도 SNS를 통해 얼마든지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특히 저출산으로 ‘식스포켓(six pocket)’, ‘에잇포켓(eight pocket)’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에 더해 이모, 고모, 삼촌까지 모두 아이 한 명을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다. 손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는 모태 디지털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들과 소통하려면 인터넷과 SNS 활용은 필수다.
SNS가 주는 3가지 장점
SNS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첫째, 돈을 벌 수 있다. 요즘은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린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 수익으로 연결된다. 일상생활, 반려동물 이야기, 먹방(먹는 방송) 등 다양한 내용을 동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도 들어오며,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제품 협찬 등으로 수익원이 다양하다. 또 창업을 하거나 소규모 자영업을 할 경우 SNS를 통한 홍보가 가능하다. 입소문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SNS는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SNS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을 비롯해 다른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36년 만에 브라질에서 귀국한 이찬재(76)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내 손주들을 위한 그림들’이라는 SNS 계정을 운영한다. 브라질에 있을 때 한국과 뉴욕에 사는 손주들이 그리워 2015년부터 SNS에 매일 그림을 올렸다. 이러한 사연이 영국 BBC에 소개되며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사실 그는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돌보던 손주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 그림으로 손주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한국의 옛 모습에서 최근의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그가 그린 그림은 700여 점을 넘어섰다. 그에게는 33만여 명의 팔로워도 있다. 전시회도 개최하고 그림도 판매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SNS를 시작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점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카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일본인 니시모토 키미코(90). 72세에 사진을 배운 그녀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개구리 분장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현재 약 8만 명의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녀의 유쾌한 사진을 보면 구순의 할머니라는 상상이 전혀 안 된다. 사진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책도 출간했다. 이외에 노부부의 커플룩, 먹방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시니어도 많다.
SNS를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SNS는 더 이상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SNS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어떤 SNS를 이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각각의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프로필을 기반으로 지인들과 연결된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관심사를 올릴 수 있는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다. 만약 그림이나 패션 사진을 주로 올리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 적합하다. 각 SNS 앱은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다음은 계정 만들기다. 사용할 SNS를 결정했다면 가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이름과 휴대폰 번호 또는 이메일, 생일, 성별을 입력한다. 또 시니어가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스토리는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SNS 활용 교육을 무료로 하는 시도별 지자체도 많다. 가까운 지자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등록하면 된다. 교육 참가가 어렵다면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다.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SNS 사용법을 검색하면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용어와 사용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신비한 SNS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시니어는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에서 취미까지 활용 범위가 넓다.
외로움은 시니어의 4대 고통 중 하나라고 한다. SNS에서는 멀리 사는 자녀, 친구와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아직 SNS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디지털 세상이 주는 즐거움을 이번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A라는 사람은 “될 대로 돼라.”
B라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 수는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겨우 열넷, 열다섯 살이었던 우리들에게 이따금씩 이런 물음을 넌지시 던지면서 조용히 자신을 성찰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시던 분이 있다. 바로 통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 박순직 선생님이다. 필자가 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은사님 중 한 분인데 그 후 ‘아무렇게나 살 수는 없다’가 필자 생활의 지표가 되었다.
“사과 반쪽이 남아 있으면 A라는 사람은 ‘겨우 요것밖에 안 남았어?’ 하고 B라는 사람은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았네'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겠어요? 이왕이면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면서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거울을 볼 때는 얼굴만 보지 말고 마음도 비춰보도록 하세요. 혹시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없는지, 터무니없는 욕심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하면서요.”
야학교 동급생 석순이는 부모님을 일찍 여윈 가엾은 아이였으나 어려운 세월을 살아낸 사람 특유의 원숙함과 포용력이 몸에 배어 있다. 필자에게 그녀는 눈 쌓인 고향집이고 품 넉넉한 어머니다. 야학 시절 석순이네 집은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건넌방 책꽂이에는 당시 한창 낙양의 지가를 올리던 ‘설국’, ‘양 치는 언덕’, ‘빙점’ 등의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끝끝내 그 책들을 모른 척했다. 그때만 해도 지독한 국수주의자였고 그래서 손해 보는 것은 필자였지만 어쨌든 너무 싫어했던 일본인들의 문화는 접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신적인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대로 추종자에게 투영되게 마련인데 당시 박 선생님은 배일사상이 아주 투철하신 분이었다.
일본인을 가리켜 ‘쪽바리놈들’이라고 하실 정도로 극도로 싫어했던 박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민족의 시인 김소월을 좋아했다. 그 덕에 필자도 김소월의 시를 좋아하게 됐다. ‘진달래꽃’, ‘산유화’, ‘가는 길’,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을 외우고 다녔는데 처음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김소월의 시가 시시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우리 민족의 정서를 너무도 곱게 그리고 섬세하게 그린 그분의 시야말로 진짜 시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특히 ‘진달래꽃’은 어려운 세월을 내색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이 땅의 여인들의 고우면서도 강인한 심성을 너무도 잘 그려낸 시다.
“우리는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른 아침이면 홀로 깨어 평원에 어리는 안개와 지평의 한 틈을 뚫고 비쳐오는 햇살 줄기와 만나야 한다. 가만히 마음을 열고 한 그루 나무가 되어보거나 꿈꾸는 돌이 되어봐야 한다. 그래서 자기가 대지의 한 부분이며, 대지는 곧 오래전부터 자기의 한 부분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약한 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 속에서 세상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배워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대지 전체가 어머니의 품이고, 그곳이 곧 학교이며 교회라고 믿는다. 대지 위의 모든 것이 책이며 스승이고 서로를 선한 세계로 인도하는 성직자들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교회와 책과 스승을 알지 못한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중에서
얼마나 철학적이고 시적인가! 인디언들의 생각을 적어놓은 이 책을 읽은 후 필자 가슴에는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게 일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서부극에 그려진 대로 그들을 잔인하고도 호전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편견이(평화롭게 살고 있는 인디언들을 침략하고 학살한 것은 미국인들이었다). 필자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박 선생님을 통해서였다. 얼마 전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필자에게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박 선생님은 야학 시절부터 늘 좋은 책을 선정해서 팔자에게 권유해주시곤 했다. 그러면 그 책을 어떻게든 구해서 보곤 했다. 박 선생님은 시간을 최대한 쪼개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분이기도 하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책상머리에서만 외우려 하지 말고 몇 개 적어서 화장실에도 붙여놓고 몇 개는 부엌에도 붙여놓고 설거지할 때마다 한 번씩 들여다보세요. 버스 타고 갈 때도 영어 단어를 외우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분들이 우리 선생님들이었다.
특히 박 선생님은 학구적이고 의지가 남달랐다. 새우젓 장사를 하시며 어렵게 선생님을 공부시킨 어머님의 기대가 헛되지 않게 부단히 노력하셔서 교수님이 되었다. 선생님에게 야학 활동은 단순히 감상적 차원이 아니라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필자가 농대에 있어봐서 안다. 연구, 실험, 거기에다 학부 학생들 강의까지 대학원 시절이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그런데 선생님은 시간, 경제적인 면 어느 것 하나 여유가 없는 가운데서도 학부 시절은 물론이고 대학원 시절까지도 야학 활동을 하셨다.
1985년 봄, 통신대학교 국문학과 1학년에 입학한 필자는 수원시 고등동에 살고 계시던 박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들쳐 업고 간 세 살 난 아들을 방바닥에 뉘어놓은 후 선생님께 마음을 다해 큰절을 드렸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은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시하고 싶어서였다.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A 씨의 사례다. 그동안 로봇은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차가운 금속, ‘로보트 태권V’ 같은 추억 속의 만화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이 최근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제조업에서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반면 ‘서비스 로봇’은 청소에서 간병까지 일상에서 쉽게 활용된다. 과거에는 산업용 로봇이 로봇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 로봇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소셜 로봇’
특히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시니어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소셜 로봇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로봇’은 인간과 대화도 나누고 교감하는 감성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이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데다 모습이나 체형도 사람 또는 동물과 비슷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일하던 로봇이 어떻게 인간과 감정을 소통하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일까. 그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소셜 로봇의 경우 이러한 신기술을 융합한 음성 인식과 감정 표현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로봇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면서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령화사회는 소셜 로봇의 등장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 8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화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혼자 사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유럽과 일본 등은 일찌감치 다양한 케어 로봇을 개발해왔다. ‘케어 로봇’은 쉽게 설명하면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봇이다.
중소기업청의 로봇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케어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신체 지원 로봇’이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이동하거나 목욕할 때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생활 지원 로봇’이 있다. 생활 패턴을 파악해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해주거나 물건을 찾아주는 일 등이다. 마지막으로 외롭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정서 지원 로봇’이 있다.
로봇으로 레크리에이션에 치매 예방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일본 정부는 고령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와 간병 수요가 급증하자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간호 인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에는 38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로봇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소셜 로봇으로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소셜 로봇인 페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출시했다. 키가 120cm로 작지만, 인간과 모습이 비슷하며 감정도 공유한다. 또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통해 지능이 업그레이드된다.
페퍼는 하나의 커다란 스마트폰처럼 목적에 맞는 다양한 페퍼용 앱을 설치해 사용한다. 소프트뱅크는 로봇도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플랫폼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퍼는 요양시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하고 노인들의 말벗 역할도 거뜬하게 수행한다. 또 체성분과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카운슬러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소프트는 페퍼의 대항마로 40cm짜리 케어 로봇 ‘팔로(Parlo)’를 출시했다. 팔로에 내장된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요양시설 등에서 혼자 30분간 체조를 진행할 정도로 실무형 로봇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한편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어 로봇으로 ‘파로(Paro)’가 있다. 파로는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간호용 로봇이다. 귀여운 모습의 파로는 인조 항균 섬유로 덮인 피부에 센서가 있어 손으로 만지면 반응하고, 간단한 단어도 이해한다. 연구 결과 파로는 심리치료는 물론 치매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기도 했다.
장·단점 꼼꼼히 파악해야
일본 정부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는 로봇 구입 자금을 보조해왔다. 20만 엔(약 190만 원) 이상의 로봇을 구입하면 전액을 지원하고, 1개 시설당 총 300만 엔(약 2890만 원)까지 한도를 두고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는 간병 로봇에 개호보험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호보험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보험을 말한다. 간병 로봇에 보험이 적용되면, 이용료의 80~90%를 보조받을 수 있어 간병 로봇 시장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일본 간병 로봇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16%나 성장한 34억 엔(약 328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산업용 로봇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서비스용 로봇 개발이 유럽, 일본에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한 대표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한 치매 예방 로봇 ‘실벗(Silbot)’이다. 현재 노인복지관, 치매지원센터에서 인지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적인 느낌 때문에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주는 장점도 많다. 로봇이 간병 업무를 보조하면 간병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로봇은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서 위급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기 쉽다. 게다가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더라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현재 케어 로봇은 보행을 보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배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시켜주는 등 세분화된 실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트렌드를 교체할 다음 패러다임이 ‘로봇’이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일상에서 필수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로봇이 간호를 한다는 비판에 “기계적인 인간과 인간적인 로봇 중 어느 것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1가구 1로봇 시대가 고령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9월 12일 365mc네트웍스는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스템의 공개장소로 서울 광화문의 포시즌즈 호텔을 골랐다. 이 장소는 이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인류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대결을 치른 장소이기 때문이다. 365mc의 김남철 회장도 그런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이 장소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장소를 떠나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료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전 거래일에 상승 마감했던 코스닥 시장이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로 인해 오늘은 하락 출발했다. 15일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닥 지수는 1.44포인트(-0.22%) 하락한 663.97포인트를 나타내며, 660선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이하생략·2017년 9월 15일자).
9월 14일 주식 시장의 주요 상승 테마는 주류(+3.34%), 게임(+3.05%) 관련주 테마였으며, 풍력에너지(-2.98%), 통신(-2.58%) 관련주 테마는 하락세를 보였다(이하생략· 2017년 9월 14일자).
위에 작성된 두 가지 기사의 토막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다. 바꿔 말하면 사람이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문장들은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시험운용 중인 로봇기자 ‘이투봇(e2BOT)’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이 로봇기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증권시장의 시황이나 테마주 동향, 환율까지 분석해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기사를 내놓는다. 속보가 생명인 증권시장에서는 최적화된 기자인 셈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먼 미래가 아닌 우리 눈앞에 있다. 이미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읽는 많은 기사는 로봇에 의해 쓰이고 있다. 물론 이 기사는 아니다.
인공지능의 주된 관심사는 암 치료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는 의료 분야는 역시 암이다. 아무래도 유병률, 사망률이 높고 정복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의학적, 산업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정확히 말하면 환자의 진료기록이나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 가능한 방법을 권고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 대신 수술을 하거나 몰랐던 병을 찾아주는 만능 기계는 아니다. 왓슨은 2012년 처음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며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했으며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가천대 길병원이 최초로 도입했다. 2016년 12월 5일은 가천대의 왓슨을 통해 국내에서 최초로 진단이 이뤄진 날로 기록됐다. 왓슨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61세(당시) 남성 조태현씨에게 치료법을 제안했다.
당시는 알파고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인공지능 의사’에 쏟아지는 관심은 지대했다. 많은 언론이 몰렸고, 서울의 5대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왓슨을 찾아 떠난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중대형 병원의 인공지능 도입을 가속화했다.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이 뒤를 이어 왓슨을 도입했다. 수도권 대형병원과 환자유치 경쟁을 펼쳤던 지방병원들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품이 꺼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쟁 병원의 왓슨 도입 이후 걱정했던 것보다 병원에 미친 영향이 적다는 평가가 많다”며 “차라리 예산을 고가의 수술 장비 등에 투자해 실질적으로 치료 수준을 높이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왓슨이 암 치료 방법을 의료진에게 제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CT와 같은 의료영상 결과를 직접 판독해 병을 찾아내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홍콩중문대 연구팀은 지난 9월 인공지능 식별 기술을 통해 폐암과 유방암 환자의 영상을 판독해 암을 진단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놓칠 수 있는 초기 암 조직도 발견해내며 판독 시간은 길어야 10분이라고 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일본에서도 발표됐다. 지난 6월 국립연구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인공지능을 통해 유방암 판독이 가능해졌으며 의사가 의심한 병변의 85%를 발견해냈다고 밝혔다.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시대 올까?
인공지능의 도입이 가장 늦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한의학에서도 조심씩 성과는 나고 있다. 권영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6월부터 ‘인공지능 기반 임상실습용 한의진단 전문가시스템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한의사가 환자 진료 과정에서 행하는 ‘한의학적 진단’을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시켜 한의학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다. 왓슨의 한의학 버전인 셈이다.
지방흡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지방흡입과 다이어트 치료로 잘 알려진 365mc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지방흡입 인공지능 ‘M.A.I.L. System(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System)’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M.A.I.L. 시스템’은 모션 캡처 기술로 지방흡입 수술 집도의의 전체 수술 동작을 저장, 이를 통해 누적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지방흡입술은 작은 알갱이로 분리된 지방조직의 특성 때문에 흡입 도구인 핸드피스를 움직이는 ‘스트로크’라는 동작을 수술 한 회당 2만 번 가량 반복하게 된다. 이 동작의 정확도에 따라 지방흡입술의 성공 여부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좌우되기도 한다. 365mc는 이 점에 착안해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학습을 수술 중 의사의 스트로크 동작에 접목해 M.A.I.L .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앞으로 로봇이 의사의 동작을 흉내 낼 수 있는, 즉 인간을 치료하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이다. 365mc 김남철 회장은 “로봇이 진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먼 미래의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의사의 동작을 기록한다는 것은 앞으로 로봇이 동작을 따라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로봇수술 등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접목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곁에 두고 있다. 바로 일본이다.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던 A씨는 지난 2012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종로의 상가 건물 소유주였던 어머니에게 A씨의 삼촌 B씨가 접근해, 사후에 재산을 모두 자신이 맡는다는 위임장과 유언장을 받아낸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원의 상속재산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냈지만, B씨는 법원의 결정 직전에 건물을 급히 팔아버렸다.
결국 소송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은 치매로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들을 배제하고 동생에게 모든 재산의 관리 처분 권한을 준 위임장은 무효라며, 건물을 산 매수인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유언자 의사 정상 여부 판정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민법에선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 성년후견 심판 등의 제도로 법률 행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모든 성인은 기본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같은 법률 행위와 관련해 치매 같은 질환으로 인해 의사능력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람에게도 현실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없거나 사소한 건망증이 나타나는 초기 치매의 경우 일상생활에는 장애가 없지만 병력이 법적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남겨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일이다.
일본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메디컬리서치라는 회사는 최근 ‘의사능력감정(意思能力鑑定)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유언 작성 전 작성자의 뇌 대사 기능을 아밀로이드 PET-CT 등의 장비를 이용한 진단과 정신과 전문의의 면담을 통해 의사능력의 유무를 감정하는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일본은 치매환자 1300만 명 시대가 도래했고, 치매로 인한 상속 분쟁이 2014년 1만2577건에 달했다”며 “치매환자라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의사능력감정을 통해 의사능력이 인정되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의사능력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합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법원에서 법적 분쟁으로 인해 소견서 작성을 요청받는 일이 왕왕 있다”며 “의학적으로 의사능력을 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법적으로 첨예한 경우 소견서 작성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의 의사 출신 성용배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유언장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인지능력과 관련한 진료나 감정을 받고, 진료기록, 소견서 등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의사능력의 존부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문제제기의 소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매환자를 위한 일본 최초의 원격진료 서비스도 얼마 전 시작됐다. 준텐도(順天堂)대학교병원은 지난 7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IBM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환자나 보호자는 아이패드를 통해 병원과 치료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병원 측은 “환자의 내원에 필요한 신체적,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가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를 돕는 간병인을 통한 정보도 의사가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효율적인 진료 서비스 제공과 함께 지역 병원과의 연계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측은 원격진료가 활성화돼 자료가 축적되면 치매환자의 빅데이터 분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서울대학교병원이 원격치매센터를 설립해 일찌감치 원격진료 서비스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이어 정부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수년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돼왔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정보통신기술 활용의료’로 명칭을 바꾸고 대상도 축소해,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언제부턴가 TV를 틀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젊은 댄스 보컬 그룹들이 자주 보였다. 바로 10대 스타 ‘아이돌’이다. 이제 단순한 인기를 넘어 우상화되고 있는 아이돌의 팬들은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아이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H.O.T.’부터 최근 방송을 통해 국민투표로 뽑힌 ‘Wanna One(워너원)’까지 아이돌 팬덤 문화 변천사를 들여다보자.
아이돌 1세대, 은행 앞에 줄서던 여고생들
지금은 은행 업무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처리하는 시대. 그런데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은행 앞에서 줄을 섰다고? 그렇다. 1996년 현재 1세대 아이돌로 분류되는 H.O.T.가 데뷔했을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 보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PC통신 시절이었다. 콘서트 티켓도 각 지역의 특정 은행에서만 판매를 했기 때문에 H.O.T.의 콘서트 소식이 들리면 여고생들은 티켓을 구하기 위해 학교도 빠진 채 새벽부터 은행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중 금수저들은 은행 거래가 많은 부모님을 통해 은밀하게 콘서트 티켓을 미리 확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빠’들을 보기 위해선 끈기와 노력은 필수였다.
앨범 발매일이면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동네 음반점도 함께 바빠졌다. 오빠들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한정 브로마이드를 준비해서 가게 문 앞에 ‘-월 –일 H.O.T. 2집 발매(브로마이드 선착순)’라는 홍보 글을 써 붙였다. 여고생들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선착순에 들기 위해 조퇴도 불사했다. 오죽하면 H.O.T.의 음반 발매일이 되면 교육청에서 조퇴 금지라는 공문을 학교마다 보낼 정도였다.
2012년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을 보면 여주인공 은시원(정은지 분)이 좋아하는 가수의 방송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보관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처럼 TV 다시보기가 없던 시절엔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선 비디오 녹화가 유일한 수단이었다. 학원 때문에 방송을 놓치는 날이면 방송을 온전히 녹화하기 위해 부모님께 부탁을 해야만 했다. 어디 그뿐이랴. 1년에 한 번 모든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드림 콘서트나 연말 시상식 때는 혹여 우리 오빠들 기죽을까봐 오빠들을 상징하는 색깔의 우비와 풍선을 들고 현장지원 사격도 불사했다. 콘서트장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 풍선의 색깔이 그해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빠순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빠순이’는 1990년 중·후반 혜성같이 등장한 1세대 아이돌을 “오빠, 오빠” 하고 부르며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는 여고생들을 낮잡아 부르는 용어였다. 어른들이나 또래 남자들이 “쯧쯧, 저 빠순이들” 하며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겨 팬클럽 문화가 후퇴했냐고? 그럴 리가! 그들은 마치 잔 다르크처럼 꿋꿋하게 오빠들을 응원하고,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팬클럽 차원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으로 통 크게 기부도 하는 등 편견에 정면대응하며 건전한 문화 정착에 힘썼다.
아이돌 2세대, 아이돌 굿즈로 무장하라
1990년대를 풍미했던 H.O.T.와 젝스키스, 신화 등 굵직굵직한 그룹들의 잇따른 해체와 개인 활동으로 1세대 아이돌들이 주춤하던 시기가 지나고 2004년 드디어 2세대 아이돌의 대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동방신기(東方神起)가 데뷔한다. 출중한 외모와 노래 실력을 갖춘 동방신기를 필두로 빅뱅(2006), 소녀시대(2007), 카라(2007)의 데뷔로 비로소 2세대 아이돌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1세대 아이돌과 2세대 아이돌 팬 문화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그 사이 인터넷 강국으로 변모한 대한민국의 위상 덕분에 팬클럽 활동에 최적화한 환경이 아닐까!
2세대 아이돌 팬들은 주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앨범을 구매한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초도 한정 스티커나 비공개 사진이 있기 때문에 앨범 구매를 포기할 수 없다. 간혹 1990년대처럼 줄을 서서 앨범을 구매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악수회 티켓이 포함된 앨범이 큰 서점에서 판매될 경우에만 해당한다.
만약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와 악수를 하고 싶다면 소속사에서 공지한 앨범 판매처에 3시간 전에 도착해서 멤버들 수만큼 앨범을 구입하고 악수회 티켓을 받으면 된다.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팬서비스다. 콘서트의 경우 소속사에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주소와 예매일을 알려주면 그날부터 팬클럽 홈페이지 게시판은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지역별 PC방 목록이 공유되고, 구인 사이트에는 본인 대신 좋은 좌석을 예매해줄 대리인을 구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업데이트된다. 이외에도 ‘S대 도서관 컴퓨터가 제일 빠르다더라’, ‘통신사 근처 PC방이 제일 빠르다더라’ 등등 수많은 추측과 가설이 난무한다.
콘서트 티켓을 성공적으로 예매했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콘서트 티켓을 얻은 사람들은 콘서트장에서 자신을 빛내줄 굿즈 구입까지 마쳐야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멤버의 개인 홈페이지에서 만든 티셔츠, 야광 머리띠, 응원봉은 물론이고 콘서트장에서 땀을 닦아줄 수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간혹 콘서트장 앞좌석에서 관람하다가 멤버들이 손을 내밀 때 자신의 수건을 받아주기라도 하면 그날은 팬질 인생 최대의 계를 탄 셈이다. ‘쌀 화환’은 또 어떻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드라마나 뮤지컬 등에 진출하면 제작 발표회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으리으리한 쌀 화한을 보낸다. 꽃은 시들면 버려지기 때문에 10kg의 쌀 포대를 모아 화환을 만드는 것인데 그 쌀들은 전국 각지의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부된다. 이 얼마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문화란 말인가!
2세대 아이돌들은 본격적인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 데뷔한 2pm의 경우 ‘왜 한국에서 안 보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은 현재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활동 중이다. 일본의 가장 큰 공연장인 도쿄돔을 마비시킬 정도로 뜨거운 아이돌의 한류 열풍은 아직까지 식을 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내가 뽑는다
그리고 바야흐로 2017년, 2세대 아이돌들의 해체와 각종 개인활동들로 주춤했던 가요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엑소(EXO), 트와이스(TWICE), 에이핑크(APINK) 등 이른바 슈퍼 아이돌들의 등장으로 팬들은 벌써부터 그들을 지원사격해줄 준비를 모두 마쳤다. 각종 시상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1등을 하기 위해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매일 투표를 하는 정성은 기본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방한 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데뷔시키기 위해 팬클럽들은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휴대용 휴지에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의 얼굴을 인쇄해 나눠주거나 커피차를 빌려 커피를 나눠주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아이돌 굿즈는 더욱 다양해졌다. 소속사에서 멤버들의 얼굴을 본떠 인형을 만들어 1차 판매하고 2차로 인형 옷, 인형 소품(침대, 베개, 가방 등)들을 판매한다. ‘그런 걸 누가 사!’ 분명 그런 생각이 들것이다. 하지만 품절되는걸 보면 ‘나만 안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팔린다.
MINI INTERVIEW
허윤정(26)씨는 워너원 멤버 라이관린의 팬이다. 우연히 빠지게 된 아이돌 덕분에(?) 굿즈 제작까지 취미로 하고 있다.
“예쁜 쓰레기는 예쁨으로서 그 효용가치를 다했다는 말처럼, 저는 라이관린의 예쁨을 담아낸 무언가를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죠. SNS에 판매 글을 올렸는데 싱가포르에 사는 팬이 연락을 줘서 120장을 사갔어요. 아이돌에 너무 빠지면 회의감이 올 것 같아서 요즘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중이에요. 이런 활동이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시너지가 되는 것 같아서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가는 요즘이에요(웃음).”
일본에서 건강한 노인들이 대대로 많이 살아 장수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의 개발 등에 힘입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장수촌의 특징 또한 ‘백세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노후야말로 ‘백세인생’을 즐길 수 있는 전제 조건이다. 의료기술과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 ‘백세인생’의 힌트를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촌에서 찾아보자.
지난 2010년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전국 평균수명에 따르면, 남성은 나가노현 마쓰카와촌(長野県 松川村)이 82.2세, 여성은 오키나와현 기타나카구스쿠촌(沖縄県 北中城村)이 89세로 집계됐다. 톱 30을 살펴보면 남성은 나가노현이 40% 넘게 차지했고, 여성은 오키나와현이 20%를 웃돌았다. 특히 나가노현은 2013년 발표에서도 남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남성은 나가노현, 여성은 오키나와현
장수 요인에 대해서는 고령자의 높은 취업률, 지역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신토불이 식생활, 전국 2위의 온천 숫자, 주민과 밀착된 지역의료 등이 언급됐지만, 안티에이징 연구의 1인자인 시라사와 다쿠지(白澤卓二) 교수가 나가노현 북부의 산골인 다카야마촌(高山村)을 집중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시라사와 교수는 장수의 비결로 식사, 운동, 보람 등 3가지를 꼽으면서, 다카야마촌의 고령자들은 그 지역의 야채와 과일, 면역력을 높이는 된장 등 발효식품을 중심으로 한 옛날 식생활을 계속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형적인 산골이라 마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대부분이 건강하게 일하고 있어 일이 삶에 대한 보람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밖에도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마다(山田) 온천을 비롯해 다카야마촌에는 온천이 여덟 군데나 있어 온천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온천욕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칼로리 소비를 촉진해 신진대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온천 성분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지만, 야마다 온천의 유황천은 모세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온천은 몸뿐만 아니라 기분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와 함께 늘어나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물질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오키나와 장수마을, 오기미촌
오키나와에서 자주 쓰는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말이 있다. 즉 식사를 할 때 전체 포만감(飽滿感) 중 80% 정도 만족할 때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의미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가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기미촌의 노인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문화·전통 예능이다. 나무들이 우거져 푸른 숲을 이루고 찬연한 빛을 쏟아내는 태양, 맑은 공기와 맑은 물 등 천혜의 자연 속에서 지내는 유유자적한 삶을 꼽을 수 있다. 서두르지도, 무리하지도 않으면서 느긋하게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 ‘낙원의 시간’이야말로 자랑할 만한 장수 비결이다.
둘째, 오기미촌 사람은 일본인들의 평균적인 식생활과 비교할 때 육류를 많이 섭취하고, 녹황색 채소의 섭취량이 3배가량 많으며, 두부와 같은 콩류 섭취도 1.5배 많고, 과일 종류도 많이 섭취한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소금 섭취량이다. 일본 후생성이 권장하는 1인 1일 소금 섭취량은 10g인데 오기미촌은 그 목표 이하인 9g밖에 안 되는 지역으로 보고됐다.
셋째, 활발한 사회활동이다. 오키나와의 온난한 기후는 1년 내내 야외활동을 가능하도록 해주는데, 현재 오기미촌의 총인구는 약 3500명이지만, 이 중 90세가 넘는 장수 노인은 80명이나 된다. 이 마을의 노인들은 ‘살아 숨 쉬는 한 현역’이라는 의식이 강해 고령자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밭일을 하거나 마을의 전통 산업인 파초포의 실을 뽑는 등 노동을 하며 마을 행사,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활동도 열심히 한다.
넷째, ‘상부상조(유이마루, ゆいまる)’의 정신이 뿌리 깊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유이마루’란 간단하게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며 서로 돕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사탕수수 수확, 모내기 등의 농사일뿐만 아니라, 집 신축이나 무덤 공사, 마을 공공사업과 같은 봉사활동 등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품앗이 정신과도 통한다.
다섯째, 게이트볼과 노래방을 즐긴다. 마을 곳곳에 마련된 게이트볼 경기장에는 날씨만 좋으면 많은 사람이 모여 해질녘까지 지치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또한 노래방에서도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사람이 많다. 고독하게 혼자 지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장수촌의 몰락, 타산지석으로
야마나시현(山梨県) 유주리하라촌(棡原村)은 1968년 도호쿠대학 교수와 의사 등 전문가들에 의해 ‘일본 제일의 장수촌’이라고 불린 뒤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곳 사람들은 자연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평지가 적고 경사진 산비탈을 이용한 밭일을 주로 했고 식생활은 고기와 생선, 보리와 잡곡, 마, 콩, 야채 등을 주식으로 했다. 노인들은 80세, 90세가 넘어도 원기왕성하게 밭에 나가 일을 했는데,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비피더스균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웰치균은 적어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또한 허리와 다리가 건강한 덕분에 심폐기능도 활발한 상태를 유지, 심장병과 뇌졸중 등 생활 습관병 환자도 보이지 않았으며, 암으로 죽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제일의 장수촌 마을은 점점 그 명성을 잃어갔다. 1953년 널찍한 도로가 개통되면서 이 도로를 통해 풍부한 물자들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당연히 그 물자 중에는 고기와 생선 등의 식재료들도 있었고, 전통적인 거친 식사는 서구형 식생활로 급격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80~90대 노인들은 전통적인 먹거리로 식생활을 이어갔지만, 그 자식들인 50~60대들은 거친 밥상보다는 부드러운 밥상을 선호했고 우유, 빵, 햄, 요구르트, 컵라면, 과자 등 서구형 식생활에 익숙해져갔다. 그 결과 젊은 세대들은 점차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에 걸렸으며,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자식들도 많아졌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의 장례를 치루는 기현상 속에 장수촌의 존재감도 사망선고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태문 일본 통신원 gounsege@gmail.com
정년퇴직 이후의 삶,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며 그 실마리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의욕과 체력이 따라주는 젊은 시절부터 ‘취미의 씨’를 뿌려두는 게 중요하다.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을 물으면 “젊었을 때 했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꽤 된다.
그러나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걸 방해하는 건 의욕도 체력도 아니고 ‘오래 계속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이자 타이밍’이니 남은 삶에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재미’와 ‘보람’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의 ‘애호가’일 것이다.
일본 시니어들의 취미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계속할 수 있는 취미로 주식, 등산, 워킹, 낚시, 독서, 자수, 골프, 볼링, 시쓰기, 체스, 데생, 원예, 역사, 장기, 분재, 서예, 유화, 과자만들기, 수묵화, 시계수집, 게이트볼, 꽃꽂이 등을 꼽는다. 크게 몸을 움직이는 취미, 머리를 쓰는 취미, 손동작이 필요한 취미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러한 취미는 운동 부족을 해소해주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 또한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넓혀주고 쓸쓸한 노후의 고독도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60대 남녀의 인기 취미 순위
350개 이상의 취미를 소개하는 일본의 ‘취미찾기닷컴’이 조사한 인기 순위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60대 남성은 혼자 하는 여행, 사이클링, 오토바이, 재택근무, 사진, 전자공작(PIC), 절과 신사 순례, 주식, 워킹 순으로 조사됐다. 60대 여성의 경우는 혼자 하는 여행, 재택근무, 온천 순례, 절과 신사 순례, 워킹, 자수, 양궁, 등산, 심리학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참고로 50대 남성의 취미로 사격, 50대 여성의 취미로 소설쓰기, 기타, 퍼즐 맞추기 등이 눈에 띄었다.
내 꿈을 찾아라~ 인생은 60부터
일본의 주쿄(中京) TV는 매주 일요일 아침 5시 45분부터 을 방송하고 있다. ‘아라칸’은 Around Kanreki의 줄임말로 칸레키는 우리말로 환갑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환갑 전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꿈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힌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 방송에서 소개된 이색 취미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2015년 12월 6일 방송에서는 빙상 위의 컬링(curling)이 아닌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관에서 즐길 수 있는 ‘커롤링(curolling)’이 소개됐다. 20여 년 전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래 경기 인구 40만 명을 자랑하는 인기 스포츠로 체력보다는 두뇌게임이라는 점에서 ‘마루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2016년 1월 10일에는 미술 취미로 ‘어탁(魚拓)’이 소개됐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어탁’은 기존의 수묵(水墨) 중심이 아니라 색채와 구도 등을 바꿔가며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꼭 물고기가 아니어도 되며 모든 사물의 본을 떠서 작품으로 만드는 ‘탁화(拓畵)’라는 장르가 새롭게 소개됐다.
그다음 주인 1월 17일에는 카우보이 복장으로 차려입고 컨트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컨트리 댄스가, 3월 13일에는 1960~1970년대에 붐이 일어나 일렉트릭 기타에 빠졌던 세대들이 밴드를 결성해 제2의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이, 4월 17일에는 실제 동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리얼 양털 퀼트 아트가, 8월 7일에는 다양한 무늬가 특징인 넥타이를 재활용해 가방과 인형 등을 만드는 리폼이 소개됐다. 이 밖에 9월 4일에는 경이로운 종이접기의 세계, 9월 11일에는 걸리버 여행기를 방불케 하는 미니어처의 세계, 10월 9일에는 종이를 오려내 그림을 만드는 ‘키리에(切り絵)’, 10월 23일에는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철도 모형 등이 소개됐다. 2017년에 들어와서는 우쿨렐레와 돌하우스(미니어처 장난감 집), 천사의 소리 핸드벨 음악, 볼펜 그림의 세계 등이 전파를 탔다.
이색(異色) 취미보다는 다양한 취미
인구가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취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이색적이라는 이유로 주목을 끌던 취미들은 최근 덕후(마니아, 광)들이 등장하며 주류와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고 있다. 그만큼 취미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역시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 개척하는 자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에게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과 뇌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주산, 바둑, 장기, 손글씨, 그림, 색칠하기, 민요, 노래방, 꽃꽂이 등을 권한다. 간단한 요리를 만들게 하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시키는 것도 좋다.
몸 푸는 기분으로 이런 취미는 어떨까?
사단법인 일본 화살불기 레크레이션협회는 폐활량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화살불기를 권한다. 실제로 전국의 화살불기 교실에는 60~70대 회원들이 많은데 90세가 넘은 고령자도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은 모으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수집한 물건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취미활동을 확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도자기 수집을 하는 사람이 도예 교실을 다니며 직접 만들어보거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어떨까? 또 인물과 동물, 자연 풍경 등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은 독거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자신의 취미와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능기부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도 좋다.
이처럼 좀 더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다. 먼저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에게 ‘안성맞춤’인 취미를 선택해보자.
슬슬 발동을 걸어보자
지난 2014년 5월에 구성된 댄스 그룹 ‘TGK48’은 일본 기후 현 다지미 시의 고령자들이 만든 그룹이다. 그룹명은 일본의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다지미, 겐키(건강), 고레샤(고령자)’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고’를 기치로 내걸고 2016년 8월 60대 42명, 70대 21명, 80대 1명 등 총 64명(남성은 5명)으로 구성된 ‘TGK48’은 힙합도 소화하는 본격 댄스 그룹으로 공공시설을 빌려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가량 연습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최근 춤을 잘 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크고 작은 행사와 스포츠 대회에 출연,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강사 레슨비 등 연간 100만엔가량의 운영비는 다지미 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고령자의 의료비와 개호비 등의 삭감과 관련해 길게 내다본 다지미 시의 획기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2016년 3월 16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TGK48’ 멤버 35명의 체력을 측정한 결과 전 항목에 걸쳐 동세대의 일반인들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깜빡이는 빛을 보고 도약하는 데 걸리는 ‘전신 반응속도’는 무려 0.3초대로 2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5초간 빠르게 스텝을 밟는 ‘서서 스텝핑’의 평균 횟수도 60대 멤버가 40.1회, 70대 멤버가 37.7회를 기록해 젊은이 못지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의 체력을 측정한 기후대학교 교육학부의 가스가 히카루 교수는 “힙합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몸의 움직임을 맞추는 춤으로 신경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데이터 포기 말자, 저렴하게 쓰는 무선 와이파이
국내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해외여행 갈 때는 특히 정보가 많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해외에서는 데이터 설정을 따로 해야 한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해외여행지에서 데이터를 마구 쓰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요금이 많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고 데이터 기능을 아예 꺼버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데이터 기능을 꺼버리면 우리가 사용하는 카톡은 물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다. 패키지여행을 하더라도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내용 중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해서 찾아볼 때가 있는데 데이터를 아예 꺼놓으면 접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각 통신사의 데이터 로밍 서비스다. 그런데 데이터 로밍 서비스는 혼자서만 사용해야 하고 여행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조금 부담스럽다. 이럴 때 최근에 많이 애용되는 도구인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바로 ‘포켓와이파이’라는 이름을 가진 디지털 도구다.
단체여행 갈 때 여럿이 함께 쓸 수 있는 ‘포켓와이파이’
포켓와이파이는 현지 통신망을 잡아 무선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통신 기기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사용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 됐기 때문에 해외여행 때도 꼭 챙겨야 할 도구가 되었다. 포켓와이파이는 스마트폰처럼 작게 만들어져서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가장 중요한 건 요금이다. 여행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며 아시아에서는 하루 사용 요금이 5000원 정도다. 앞서 이야기한 서비스인 데이터 로밍에 비하면 반값 정도밖에 안 돼 사용자에게 부담이 적다. 요금 외 포켓와이파이의 장점은 기계 하나에 여러 사람이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대 10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므로 20명이 단체여행을 갈 경우 포켓와이파이 두세 개만 있으면 충분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대여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포털 검색창에서 포켓와이파이를 검색한 뒤 해당 업체에 여행지, 여행기간, 연락처를 작성하고 금액을 결제하면 여행 가는 날 공항에서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길 찾듯 목적지를 알려주는 ‘구글지도’
해외여행을 할 때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으면 스마트폰에 있는 지도로 여행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지금 위치해 있는 곳이 어딘지, 근처에 약국이나 은행이 있는지, 쇼핑센터는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모두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다음지도나 네이버지도는 국내에 특화된 지도라서 해외에서는 각 나라에 맞는 지도를 선택해야 한다. 그중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도가 바로 구글지도다. 해외 어디에서든 사용이 가능한 구글지도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아침에 공원을 걷고 싶으면 근처 공원을 구글지도로 검색할 수 있다. 이때 위치해 있는 곳이 일본이므로 일본어나 영어로 검색해야 할 것 같지만 구글지도는 한글로도 검색이 가능하며 검색 결과도 한글로 나온다.
예들 들어 삿포로에 있는 공원을 가고 싶으면 검색창에 ‘삿포로 공원’이라고 입력하면 된다. 삿포로에 있는 가까운 공원들이 검색되면서 현재 자신이 위치해 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얼마나 걸리는지, 도보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까지 나온다. 혼자 여행을 떠날 때 좀 더 편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러한 디지털 필수품을 꼭 챙겨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