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2년 경남 합천군 초계면의 한 시골 마을 방앗간 집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우리 집은 아들만 여섯인 아들 부자 집이다. 원래 어머니는 아들만 일곱을 나으셨는데 첫 째는 돌도 못 넘기고 잃었다고 한다. 그 후 집안의 귀한 첫 아들로 태어난 나는 태어난 후 사흘 동안 눈을 뜨지 않아 부모님의 애를 태웠고, 어릴 때 비행기만 떠도 놀라서 경기가 드는 아이였다고 한다.
우리형제들은 모두 호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일 년 씩 어리게 되어있다. 돌까지 살아남으면 호적에 올려주었다. 아마 첫째를 돌전에 잃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 덕분에 나는 퇴직 시 명퇴금을 1년 치나 더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고향 마을에서 한집 사이를 두고 결혼을 하셨는데 그 중간 집에 사시는 분이 중매를 하셨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은 동네에서 잉꼬부부로 소문난 금슬이 좋으신 분이셨다. 아버님은 엄격하시고 강직한 분이셨다. 반면 어머님은 따뜻하고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아들들을 한없이 칭찬하고 격려하시고 보듬어 주신분이다. 우리 형제들은 우리집안의 유일한 여자 분인 어머님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우리 형제들은 돌아가신 지가 15년이 지났지만 모이면 어머니 애기를 자주하고 다섯째는 대기업의 임원이지만 술 한 잔 되면 보고 싶다고 울곤 한다.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은 지극하셨다. 손자들이 많았기에 우리는 돌만 지나면 사랑방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잤다. 할아버지는 손자들 이불을 덮어주시고 음식도 챙겨주셨다. 손자들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친구 분들이 오실 때면 언제나 불러 인사를 시키셨다. 우리형제들은 그 당시 초등학교에서 형제들 모두가 급장을 다 하던 때라 자랑이 대단하셨다. 내가 나중에 취직이 되어 첫 월급을 새 돈으로 할아버지께 용돈을 드렸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그 돈을 보관하고 계셨던 분이다.
우리 할머니는 연약하신 분이지만 우리 형제들은 모두 할머니 등에 업혀 자랐다. 낳아주신 분은 어머니이고 키워주신 분은 할머니이다. 할머니 등은 손자들의 코 때가 지워지는 날이 없었다. 서울에서 방학 때 내려가면 맨발로 뛰어 나오시던 분이다. 나는 첫 손자로서 조부모님의 사랑을 한없이 받고 자랐다.
우리 집의 가훈은 우애(友愛)이다. 할아버지는 손자들에게 어릴 때 귀가 닿도록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셨다. ‘조선팔도 다 다녀도 형제같이 화합할까’ 할아버지께서 항상 우리에게 하시던 말씀이다. 우리 형제들은 이 말씀을 어머님 돌아가신 15주기 때 고향 우리 집 정원에 비석으로 새겼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모범생 이었다. 한 학년에 두 반인 작은 시골 학교였지만 나는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6년간 급장을 했고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부모님도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소먹이기, 풀베기, 나무하기 등 집안일도 잘 도와드렸고 어머니가 가지 오이 등을 장에 갖다 팔아야 할 때는 리어카에 실어다 드리는 착한 아들이었다.
나는 1968년 무장공비 김신조가 청와대 담을 넘어 공격하던 해 서울 경기상업고등학교로 유학을 왔다. 경기상고는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하지만 우수한 아이들이 많았다. 청운중학교와 같은 교정이어서 청운 중학교 출신도 많았다. 고향 초계중학교에서는 서울로 두 명이 유학을 왔는데, 친구는 배제고등학교를 가고 난 경기상고에 입학했다. 친구는 고모 집에서 다니고 나는 삼촌 집에서 다녔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나는 은행원이 되었고 친구는 고대의대를 나와 강릉의 유명한 외과의사가 되었다.
경기상고는 일제 강점기에는 경기도립상업고등학교로 도상이라 불렸던 학교로 일제 때부터 훌륭한 선배들이 많았다. 당시 정·재계에는 태완선 총리, 김종희 한국화약 회장님 등을 비롯한 분들이 포진해계셨고 특히 금융권에는 임원들이 많았다.
내가 경기상고를 선택한 것도 유연이다. 아버지와 서울에 올라와 어떤 학교를 가야할지 고심할 때 삼촌 이웃에 양정고등학교 선생님으로 퇴직한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도상을 추천해주셨다. 아버님은 대구상고를 나와 제일은행에 취직한 고향의 내 친구 형으로부터 ‘은행에 취직을 하니 당장 선생님의 월급보다 많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아들을 은행에 취직시키고 싶어 하셨다. 양정고 퇴직 선생님은 상고 중에는 도상이 최고라며 당장 도상을 추천해 연희동에서 청운동까지 버스를 갈아타면서 먼 길을 삼년을 다녔다.
상고에서 은행에 취직하는 것은 인문계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같았다. 매년 어느 은행에 몇 명이 합격했는지 통계를 내고 홍보하던 때였다. 우리학교는 한 학년이 7개 반으로 6개 반이 취직반이고 마지막 7반이 진학 반이었다. 취업반은 은행 취직을 위한 전략을 세워 공부했다.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은 한국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순으로 가고 다음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을 갔다. 나는 신설된 한국신탁은행을 지원 했다. 신설된 은행이 향후 전망이 나을 거라고 선생님이 추천해 주셨다. 그해 경쟁률이 높아 우리학교에서는 나를 포함해 두 명 만이 합격했다. 대졸 중견 30명, 상고 졸 초급 60명을 모집했는데, 대졸 중견은 서울 대 출신이 반이 넘고, 나머지는 연대, 고대 등 대부분 명문대 출신이 전부였다. 71년 당시는 지금처럼 삼성, 현대, 엘지 같은 대기업이 성장하기 이전 이어서 공무원, 한전, 은행 등으로 인재들이 몰리던 시기였다.
그 당시 은행의 대우는 좋았다. 복지제도가 좋고 각종 수당이 수시로 나왔다. 그러나 입행을 하고나니 아무래도 대학을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야간 학부에 시험을 봐 합격했다. 그러나 말단 직원이 대학 수업시간에 맞추는 것이 어려워 포기하고 다시 이듬해 야간 전문대학인 서대문에 위치한 국제대학을 지원 해 입학했다. 이 학교는 야간만 있는 대학으로 저녁 6시에 수업을 시작해 그 당시 인기가 있었다. 나는 경영학과에 입학했는데 정원이 30명으로 우수한 인재가 많았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상고출신이 많았다. 적은 인원의 대학이지만 그 당시 매년 사법, 행정고시, 공인 회계사 등의 합격자들을 배출했던 시기이다. 내 친구도 산업은행에 다니면서 공인회계사 전국 수석 합격했다.
그때는 그야 말로 주경야독을 했던 시기이다. 은행의 업무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대학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만 했다. 상사들의 눈치도 봐야 했다. 저녁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라면으로 때우기가 일수였다. 4년을 그렇게 생활하니 위장병이 생길 것 같았다. 토요일도 근무하던 때라 일요일은 도서관에서 공부해야했다. 그래서 나의 이 시기는 다른 애들처럼 취미생활을 하거나 연애를 할 틈이 없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큰 짐이 있었다. 둘째 동생이 서울로 올라와 중대 앞에서 자취를 하면서 같이 공부했다. 얼마 후에는 막내를 제외한 세 명의 동생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와 동생들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학비와 쌀을 올려 보내주시지만 아들들이 공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에 나는 힘을 보텔 수밖에 없었다. 나는 75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해 12월에 군에 입대를 했다. 나 혼자 만의 일이라면 대학 2학년 정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좋겠지만 동생들을 남겨놓고 입대할 수가 없어 4학년을 마치고 친구들이 다 제대를 할 즈음 입대를 해야만 했다. 내가 입대를 해도 은행은 본봉의 월급이 나오는 때라 그 돈으로 동생들은 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이야기 한다. 동생들이 형의 월급을 받으려 은행에 갔던 시절을…
둘째 동생은 중앙대 법대에 나왔다. 졸업 후 삼성생명에 입사해 항상 전국에서 일등의 업적을 내는 유능한 직원이 되었다. 신한생명 초기에 스카우트되어 신한그룹 최연소 임원이 되어 부사장 까지 승진해 8년이나 임원생활을 하고 지금도 퇴직해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 때 동양중학교 학생으로 다니던 다섯째 동생은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지금은 롯데 칠성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필리핀 펩시콜라 사장을 5년 동안 역임했고 우리 동생 중 아직도 떠오르는 별이다. 나머지 두 동생도 대구에서 사업을 잘하고 있다. 힘든 시기를 넘겨 좋은 결과가 있어 보람은 있는 일이었다.
79년 제대를 앞두고 아버지의 권유로 첫선을 보았다. 휴가 중 서울의 작은 다방에서 맞선을 보았는데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평생의 배필을 선택 했는지 신기하다. 서로의 가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부모님께서 미리 선을 봐 합격점을 준 상태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면장님의 둘째 딸이라 자라면서 큰 힘든 일은 해본 적 없이 곱게 자란 규수였다. 그 당시 나는 장남으로서 결혼 후에도 동생들을 데리고 있어야 할 형편이어서 아내를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나를 따르는 여자도 있었고, 은행에서 자취집에까지 찾아온 여자도 있었지만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79년 6월 제대를 하고 11월에 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내가 장남이라 전통혼례식을 올리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신부 집에서 아내는 족두리를 쓰고, 난 사모관대를 쓰고 혼례를 올렸다. 동네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멍석을 펴놓고 상위에는 살아있는 닭이 퍼덕 거렸다. 첫날밤은 신부 집에서 보내기로 하는데, 그 날 밤 신랑을 짓궂게 장난을 거는 사람 들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 나와 아내는 저녁에 해인사로 피신하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밤중에 택시를 타고 해인사로 향하던 신혼 여행길에 노루가 튀어 나와 놀라던 추억이 새롭다.
내가 아내를 단한번의 선을 보고 선택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니 내 일생의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 아내는 검소하고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지금 형제들이 성공하여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은 대부분 아내의 공로인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스런 일을 꼽으라면 신혼초기 아내가 힘들 때 너무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생들 뒷바라지에 아이들 키우기 힘들 때 연탄불 한번 갈아준 적이 없고, 아이들 한번 제대로 봐준 적이 없다. 아내는 밤중에 아이가 깨어 울면 남편 잠 못 자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까봐 아이를 다른 방으로 대려나가 밤새 혼자 방을 새우곤 했다. 아내는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고 오직 나를 위해 정성을 쏟은 그런 여자였다.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은행에 입행해 퇴직을 하기까지 만 38년을 다녔다. 지나고 보니 나는 직장 운은 좋았고 축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은행이란 직장은 안정되고 복지가 훌륭하고 좋은 직장이었다. 아이들 대학까지 등록금을 주고 집을 마련하도록 사원주택 아파트를 주고, 월급날 하루도 늦은 적이 없고 지점장 시절 억대가 넘는 연봉에 퇴직금도 적지 않은 직장이다. 재직 시에도 지점장 명함이면 누구나 신뢰하고 인정을 해주는 곳이다.
나는 초년 시절부터 성실했고 열심히 노력했다. 언제나 상사의 인정을 받았고 지점에서 언제나 대부계 같은 요직을 담당했다. 자기계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88년에는 해외 OJT연수를 미국 시애틀 은행으로 다녀왔다. 그 후 은행의 중요 부서인 종합기획부에 과장으로 근무하고, 카드 사업부, 개인금융부 등에서 차장으로 근무했다. 1998년 지점장으로 나갈 때 까지 황금기의 시절을 보냈다.
카드사업부에 근무할 때는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았다. 일본 JCB카드사, 미국 비자사, 마스터 카드사, 유럽 유로페이 등 카드사를 매년 연수를 다니면서 여행할 수 있었다. 특히 시애틀 연수 후 미주, 유럽, 하와이, 동남아, 핀란드, 스페인, 지중해 해협 등 유럽 전역을 장기간 여행한 경험은 좋은 기회였다.
은행 승진도 남보다 늦지 않게 진급했다. 지점장 진급은 아이러니컬하게도 IMF 덕분에 빨랐다. 선배들이 명퇴를 하고 서울은행, 제일은 행이 매스컴에서 회자될 때 오히려 해택을 보았던 셈이다. 하나은행과의 합병 시에도 많은 직원이 퇴직을 했지만 그때도 살아남아 십년이 넘도록 지점장 생활을 하고 임금피크제 까지 일 년을 하고 퇴직할 수 있었다. 당시의 상황으로는 은행원의 천수를 다한 셈이다.
지점장 생활은 10년 동안 시흥남, 관양동, 수원, 서빙고, 부천, 성남 등 6개 점포를 거쳤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점포는 처음으로 부임한 석수역 앞에 위치한 시흥남지점 이다. 첫 지점장 발령을 받고 휴일 혼자 점포를 찾아가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많이 고심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내는 많은 걱정을 했다. 사교성도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 점포영업을 잘 할 수 있을 까 걱정을 많이 해, 지점장으로 승진을 했는데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듯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지점 실적이 부진하여 평가에 하위 성적을 받으면 명퇴의 우선대상자가 되어 퇴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예상외로 난 지점장으로서의 점포경영을 십년이상 훌륭히 잘 수행했다. 내가 부임한 점포는 전임 점포장이 실적 부진으로 불명예 퇴진한 곳이 많았지만 나는 훌륭히 점포를 잘 부활시켰다. 나는 점포 경영의 핵심은 직원들의 관리와 경영 전략에 있다고 믿는다. 점포장의 철학과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 핵심은 사람의 관리에 있다고 확신한다.
2009년 1월 은행을 퇴직했다. 재직 시에 시간이 없어 못했던 골프를 학교친구들이나 동생들과 같이할 수 있어 좋았다. 5월에는 홀인원을 하는 행운도 누렸다.
양재천과 대공원을 몇 년을 걸으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퇴직 1년 전에 과천어울림 남성합창단에 입단했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연습해서 매년 연말에 시민회관에서 정기공연을 한다. 벌써 정기 공연을 일곱 번을 넘겼다. 7년이 지난 셈이다. 단원이 30명이 넘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친구를 많이 알게 되었다. 플루트는 퇴직 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아들결혼식 때 연주하고 퇴직직원 모임 등에서도 연주했다. 지금은 동호회를 만들어 매주 목요일 부림동 문회센터에서 연습하고 레슨도 받는다.
퇴직 후 5년을 쉬고 나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4년 새로운 준비를 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유통관리사를 3개월 동안 과천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해 합격을 했다. 그리고 경영지도사 공부를 시작해 지난해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듬해 3월 호서대글로벌창업대학원에 입학해 이제 졸업을 위해 논문 준비 중이다
2014년에는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에서 시니어플래너 과정을 공부하고 같이 공부한 동료들 5명이 KSP교육협동조합을 만들고 나는 이사장직을 맡았다.
다음해는 도심권이모작센터의 열린강사에 선정되어 평생 처음 강사로서 강의를 3차례 해보았다.
2015년에는 KDB 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 과정을 공부하고 시니어블로거협회에 참여하게 되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머니투데이 방송에 시니어 악기배우기라는 주제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KBS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의 패널로도 출연하고 한겨레신문 시니어통신에 기고도 했다. 2016년 3월에는 공무원연금공단 미래설계교육 여가 주거부문 강사로 선정되었다. 매달 2회 제주, 설악산, 수안보, 천안 등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원 동문들과는 석사 박사과정을 마친 24명의 동문들이 참여해 컨설팅프렌즈라는 컨설팅회사를 창업했다. 졸업을 하면 이 멤버들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퇴직 후 만 7년의 세월이 지났다.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의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은 알 것 같고, 인생이란 직접 경험해보아야만 알게 되는 것이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지금부터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아내와 내가 건강하고 아들과 딸은 독립하여 제 몫을 잘하고 있다. 손녀의 재롱이 귀엽고 한 때 어려웠던 시절을 보냈던 동생들과 할아버지의 가훈처럼 화목하게 지낸다. 이러한 가족 간의 사랑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주변의 사람들도 돌아보고 작은 재능이지만 나누는 삶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음악이 바뀌는 데 따라 우리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저금리와 고령화’ 또는 ‘5저(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저자산가치) 2고(고령화·고소득화)’로 표현되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투자전략과 성향은 바뀌고 있는가.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점차 줄여 나가는 대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둘째, 늘어나는 금융자산의 구성 또한 기존의 은행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위주의 틀에서 크게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은 예금 비중을 낮추는 대신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연금 비중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주식 및 펀드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 일부 부동산을 팔아치우거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을 팔아 모두 연금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 연금의 규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노후생활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그 이상의 연금을 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부분은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과 펀드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주식과 펀드는 손실의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아니다. 만약 노후에 필요한 자산과 연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위험을 크게 안고 갈 필요가 없다. 그저 여윳돈의 일부를 ‘놀멍놀멍’이라는 제주도 사투리처럼 천천히 노는 듯 재미삼아 굴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자기 나름 촉각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간의 여윳돈 투자가 배우자와 자녀, 손주 등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대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서 활기차고 열린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의 투자는 재미와 함께 치매 예방약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노후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면 보다 신중하면서도 야무진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고수익을 노리고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므로 투자성과에 내 노후를 걸면서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딱 맞아떨어지는 사자성어가 ‘여조삭비(如鳥數飛)’.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처럼 배우기를 쉬지 않는 동시에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 물론 이 같은 공부와 연습이 생업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가 무작정 날갯짓만 열심히 할까? 날갯짓에는 다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쪽으로 얼마만큼 날아갈 것인가 등을 미리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후준비를 위한 위험자산 투자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금융자산 중 어느 정도를 주식과 펀드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것인가. 적절한 투자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언제까지 위험자산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금융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가 하는 법칙으로는 ‘100 ? 나이’가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자신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나온 경험칙이다. 젊은 나이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돌아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30세라면 금융자산의 70%(100-3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60세가 되면 그 비중을 40%(100-60)로 줄이는 것이다. 젊어서 투자에 실패할 경우 회복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있지만 나이 들어서 투자했다가 손실이 클 경우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 경험이나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지식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100-나이’의 법칙에 따를 경우 위험자산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급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갈 경우 손실이 커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성향과 경제 및 금융환경 등을 따져보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목표로 하는 수익률 기대치 또한 매우 중요한 좌표의 하나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high return, high risk’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수익률 목표치가 높을수록 위험도 더 많이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 1% 시대에 투자수익률 5% 안팎이면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발품을 팔면 그래도 2% 남짓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골치 썩여 가면서 2~3%대 투자수익이라면 아예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약간 더 높은 4~5%대, 운이 좋아 5~6%대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은 마음은 물론, 몸도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 또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자산투자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하는 게 좋을까. 한국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주식시장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주주 수에서는 20% 안팎, 시가총액에서는 34~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60대 이상을 대부분 은퇴한 그룹으로 본다면 그만큼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가운데 투자수익이 절실한 층도 가세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자교육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r尻哲史) 소장은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10~15년 정도는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은퇴하고 나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어놓고 빼 쓰기만 했다면 이제 저금리·고령화시대를 맞아서는 은퇴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위험자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투자는 나이 70세, 75세가 아니라 8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춤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건강을 지켜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자 보약이 될 것이다.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경제성장이 불투명한 지금, 부모에서 자식으로, 손주에게 자산을 배분하는 ‘세대간 원조’가 필요한 시대이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밝힌 부등식 자본의 수익률(r)이 경제성장(g)을 능가한다는 의미[r>g]다. 즉 자본가가 주식과 투자로 번 돈이 일반국민의 소득 성장보다 커져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런 격차의 시대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자산을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자신의 세대만 행복을 누릴 것이 아니라 쌓은 재산은 다음 세대에게 선물해야 한다. 자산가들은 금융자산, 부동산, 현금 등 세 가지 별로 남기는 사람과 남기지 않은 사람들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정리 이태문 동경 통신원 gounsege@gmail.com
◇ 금융자산
>> 남기자 파
△ 장기투자로 자산을 늘린다
장기투자란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해 그 성장과 함께 돈이 늘어나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장기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작하는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일반적으로 일해온 사람이라면 막대한 자산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걸 더욱 늘려서 처음으로 ‘어떻게 남길까’라고 생각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퇴직 후에도 20년 정도 인생은 계속되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활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있다. 장기투자를 시작하면 돈이 느는 흐름을 타고 생활할 수 있어 여유를 유지하게 된다.
△ 장기투자를 후세에 남긴다
진짜 투자가는 ‘돈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세상에 돌린다’는 가훈 아래 일하고 기업을 응원하는 것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몇 대에 걸쳐 부를 축적해 가는 것이다. 알뜰하게 쌓아올린 돈이기에 소중하게 길러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는 것이다. 자산을 물려줄 때는 자손에게 그러한 교육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점, 자신이 그 기업을 응원하는 이유 등을 자식과 손주에게 알려줄 것. 그러면 후손들도 돈과 함께 ‘그런 식으로 살아가라’라는 당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의미 있게 돈을 쓸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엔이라는 돈을 상속해도 받은 쪽은 2~3년 놀며 살면 끝나 버린다. 과연 그게 좋은 상속이라고 하겠나?
그리고 어떤 투신도 소액으로 현금화할 수 있어 주식과 달리 받는 측도 쪼개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식과 손주의 부담도 배려해야 한다.
>> 안 남기자 파
△ 의미 있는 기부를 한다
돈을 소중히 키우면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기부는 자신의 꿈과 생각, 인간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다. 기부를 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죄 만들기’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부를 받는 곳의 활동이 시간이 걸리는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정으로 기부를 그만두면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기부처의 활동도 중지되고 만다. 특히 기부의 도움으로 활동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낭패를 당하게 된다. 돈을 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자기 세대에서만 기부가 끝나지 않도록 자식과 손주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기부하면서 활동에 참가
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불투명한 곳에는 기부하지 말 것. 그리고 기부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부처에 노동력을 제공하면 더 의미있게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 가능한 범위에서 도우미 활동을 지원한다. 기부만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고령자도 정년 퇴직 후 평생 사회와 이어질 수 있다. 자식과 손주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돈만이 아니라 기부활동에 관한 생각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 부동산
>> 남기자 파
△ 신축 아파트 경영
부동산을 똑똑하게 남기는 대표적인 방법은 신축 아파트 경영이다. 갖고 있는 자금으로 땅을 대출 구입해 아파트를 짓고, 월세로 경영하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젊은 사람들은 도심에서 살기를 동경한다. 그런 20~30대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아파트 경영은 장래에도 안정된 투자라고 하겠다.
자신은 월세 수입으로 얻은 돈에 연금을 얹어 입지 조건이 좋은 아파트를 빌리든지 사든지 해서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면 된다. 그리고 10~20년 뒤 도심에 구입한 아파트 대출을 다 갚은 시점에 손주에게 물려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손주에게는 월세수입이 큰 도움이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도 있다.
△ 좋은 대출은?
임대 병용 주택을 지어서 한쪽은 빌려주고 또 다른 한쪽에 사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월세 수입으로 대출을 갚고 남은 돈을 생활비로 돌린다. 그 경우 아파트 대출(투자대출)이 아니라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낮은 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좋은 대출’이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입주자가 갚도록 하는 것이다. 남은 월세수입은 자신의 재산.
>> 안 남기자 파
△ 일찌감치 판다
손주에게 확실하게 월세수입이 있는 아파트를 남기길 권하고 싶지만, ?아파트 경영이란 모험은 못 하겠다’라는 사람들에게 다음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지금 사는 집을 매각할 것.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알다시피 거품이 빠지고 나서 토지가격이 상승할 기미는 없다. 오히려 내려갈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 매각해서 역 앞 아파트로 이사하는 쪽이 무난하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빈부의 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원리라고 말했는데, 일본에서 현재 두드러진 것은 ‘토지의 격차’다. 값이 오르는 토지와 떨어지는 토지로 양극화됐다.
팔 것을 생각한다면 도심에 사는 사람은 혹시 상승할지도 모르는 토지가격의 변동을 조사하고, 교외와 지방에 사는 사람은 서둘러 매각하길 권한다.
△ 빌린다
입지가 좋은 집이라면 누군가에 빌려주고 자신은 역 앞 아파트에 살자. 20만엔 정도로 빌려주고 10만엔에 역 앞 아파트를 빌리면 남은 10만엔이 생활비다. 다만 ‘아무도 빌리지 않겠지’라고 판단되는 곳이라면 빌려주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살고 있는 집을 매각해 그 집을 빌려 살 수도 있다. 해외에 살고 있는 딸 내외가 귀국해서 살 집을 사전에 구입해 두는 경우이다. 교섭하기에 따라서는 딸 내외가 귀국하기 전까지 싸게 빌려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다.
△ 기부한다
전국에 빈집이 820만호나 있는 시대. 인구감소의 사회가 도래하기에 향후 빈집이 증가할 것은 틀림없다.
아무리 집과 토지를 무상으로 기부한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와 NPO법인으로부터 ‘필요없다’는 답변을 받는 것도 각오해 둘 필요가 있다. 어느 시의 경우 집을 기부한다고 신청해도 이미 빈집이 1만호나 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해체비용도 들고, 빈터로 만들면 고정자산세가 6배가 된다. 기부를 생각한다면 서둘러 결정하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식들에게 절대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 물려주면 그때부터는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 나이든 자산가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돈이라도 갖고 있어야 자식들이 자주 찾아와서 노년이 외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일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한 일본인 친구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의 큰어머니는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67세의 사촌형에게 재산을 상속했다고 한다. 92세라고 하면 일본인의 평균수명을 생각할 때 특별히 오래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이다. 그런데, 92세 고령자라면 그 배우자 또한 비슷한 수준의 고령자일 것이고, 자녀들도 젊어야 50대 후반이나 환갑을 넘은 나이일 것이다. 즉, 일본의 노인이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갖고 있던 재산이 거의 확실하게 노인에게 상속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老老(노노)상속이 일본에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돈이 노인들 수중에서만 돌고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젊은 세대에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미래의 꿈을 가진 벤처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0여년의 일본의 장기 경제불황은 ‘돈 쓰지 않는 부자 노인’과 ‘돈이 없어 소비하지 못하는 가난한 젊은 세대’라는 이중적인 사회구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60대 이상의 고령세대는 일본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노인은 지금과 같이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에 언제 어떤 고생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현금을 움켜쥐고만 있다. 본인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
돈 가진 세대가 소비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니 경제 또한 활성화되지 않는다.일본의 정책당국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을 해왔다. 특히, 노인들 수중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젊은 세대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우대제도를 도입했다. 부모가 자녀들의 주택 구입자금, 교육자금, 결혼·출산·육아비용 등에 원조를 할 경우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면제해주도록 한 것도 이런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은 고령세대가 보유한 자산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전체 가계금융자산 중 60세 이상의 고령세대가 보유한 비율은 30%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715만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세대로 편입된 이후이다. 그때쯤이면 고령세대가 보유하는 가계금융자산의 비율은 50~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정책당국의 대응책이 나오지 않고 고령세대의 인식도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판 老老상속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정책도 자산가들의 마음가짐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산가들은 자신들이 그 동안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이나 노력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난 30~40년 동안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자산가격이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고성장시대의 혜택을 받은 세대로서 사회공헌 조직을 만들거나 기존의 사회공헌단체에 기부활동을 함으로써 그동안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자산가라면, 그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은 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00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70세 된 자녀에게 상속을 한다면 그 재산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에 투자하거나 꿈이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재산상속과 자녀들의 효도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을 잘 시켜서 자녀들 스스로가 부모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모르지만 돈을 미끼로 찾아오게 만든다면 그 노년이 얼마나 비참해지겠는가? 차라리 노부부 둘만 남았거나 사별해서 혼자되었을 경우에라도 외로움에 견딜 수 있는 능력, 고독력을 키우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보유재산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거나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싶어도 노부부가 몇 살까지 살게 될지 또는 노후생활비가 얼마나 들지를 예측할 수 없어서 지원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우선, 현역시절에 가입해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나 즉시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본생활비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지를 먼저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계산해본 결과, 이들 연금으로 기본생활비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나머지 재산 중 일부는 안심하고 사회공헌 활동 또는 자녀 지원에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이든 고령세대 자산가들에게는 재산 축적과 사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재산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이것은 국가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뿐 아니라 그 불황의 여파는 다시 자신과 자녀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
누구나 다 아는 공자님 말씀 한 자락. 공자(孔子)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었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았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무려 2500년이 흐른 지금 적어도 마흔부터 예순까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요즘 마흔이라는 나이는 말 그대로 유혹의 시기이고, 나이 쉰이 되었어도 하늘을 알기는커녕 나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예순 줄에 들면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줄 알았더니 더 노여워지기가 십상이다.
공자님 이야기로 길게 시작하는 이유는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에 따라 우리의 성향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인생은 춤(Life is a dance)’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인생이 춤이라면 우리는 어떤 춤을 추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것이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When the music changes, so does the dance)”라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속담을 춤에만 적용하고 실생활에서는 적용을 못해서인지 춤은 잘 추는지 모르지만 먹고 살기가 수백 년 동안 힘들다. 반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나라와 기업, 개인들은 바뀌는 음악에 맞춰 춤을 잘 바꿔온 경우가 아닐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대의 초저금리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는 거기에 맞춰 우리가 가진 자산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과도하게 부동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낮은 금리에도 손실 위험이 없는 은행 예금에만 돈을 넣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기고에서 필자는 2001년 83%로 고점을 기록한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2014년 68%로 낮아진 데 이어 2020년대 초반에는 60% 안팎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1만 ~ 2만 달러 시대의 ‘내 집 마련’에서 소득 3만 달러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은 집을 넘어 ‘늘어나는 소득을 어떤 자산으로 굴릴 것인가, 즉 예금·보험·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자산관리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행 예금이여! 잘 있거라, 나는 간다’이다. 유명한 소설 제목과 유행가 가사를 적절히 조합한 것이다. 그럼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누가 몰라서 은행에 돈을 예금하겠는가! 막상 집이 싫다고 나와 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경우와 같은 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융자산 중 예금이나 채권, 연금·보험과 같은 안전자산, 즉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자산에 80%를 넣어두고 있다. 반면 주식이나 펀드처럼 수익률이 높을 수는 있지만 원금 손실위험을 안고 가는 투자자산에는 20%만을 배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는 현금 및 예금(결제성+단기저축성+장기저축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2.0%로 가장 높고, 그 뒤를 보험 및 연금이 31.5%, 채권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산에서는 주식과 투자펀드가 각각 15.6%, 3.7%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04년 말의 경우 현금 및 예금 비중이 50.1%로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보험 및 연금 비중이 22.6%, 채권 비중이 9.8%로 총 안전자산 비중이 82.5%였다. 반면 투자자산인 주식 및 투자펀드(2013년 이전 통계의 경우 주식과 투자펀드를 따로 구분치 않고 있음)는 16.4%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동안 현금 및 예금 비중은 50.1%에서 42.0%로 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반면 보험 및 연금 비중은 22.6%에서 31.5%로 늘어나고 주식 및 펀드 비중은 16%대에서 19%대로 늘어나고 있다. 그간에도 저금리를 참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보험 및 연금, 주식 및 펀드로 대거 돈을 옮기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노후생활비의 20~3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이 급증하여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일본처럼 제로금리인 가운데서도 현금 및 예금 비중이 여전히 56%를 넘는 나라도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인들처럼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은행 예금을 선호할 것인가? 일본의 경우 워낙 쌓아놓은 금융자산이 많기도 한 데다 국민성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다. 하지만 동적이면서 화끈한 국민성에 한쪽으로 쏠리는 신드롬 현상을 자주 일으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금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경제규모(GDP)에서 전 세계 경제의 23%의 압도적 1위인 데다 금융 및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 무역거래에서는 80% 이상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유럽의 금융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에서는 점점 더 아메리칸 스탠더드(American standard)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로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도와 속도의 문제일 뿐 미국형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현금 및 예금, 보험 및 연금 등 안전자산 비중이 50%, 주식 등 투자자산 비중이 50%로 반반씩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현금 및 예금 비중은 14.4%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가계들도 현재 80%인 안전자산,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42%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금 및 예금 비중을 더 줄이는 대신 주식과 펀드 등 투자자산으로 돈을 이동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간 즉시연금(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목돈을 맡기고 연금으로 받는 상품)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비중이 높아진 보험 및 연금의 경우 추가적 비중 제고보다는 지키는 선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 위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다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자산으로 옮겨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음악이 바뀌고 있다면 그에 맞는 춤을 찾아내고 그 춤을 배우는 게 인생이다.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인생 90년’의 시대를 맞이한 장수사회 일본, 10월 13일 간행된 경제시사지 [프레지던트(President)](통권 884호)는 특집 ‘부자 노후 빈곤 노후, 당신은 어느 쪽?’을 기획해 정년 후 꿈의 라이프를 위협하는 6가지 강적을 정리하면서 그 퇴치법을 소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후의 불안감을 없애는 전문가의 조언을 포함해 그 해소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연금 감액
수입 대비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일본의 소득대체율은 일본 정부가 설정한 표준세대의 경우 평균 수입 월 34만8000엔 가운데 62.7%를 차지한다. 연급 지급은 21만8000엔이다.
이것이 전문가가 추정한 재정 검증의 결과, 최악의 경우 2015년에는 50% 수준인 약 17만 엔으로, 나아가 2072년 35% 수준인 약 12만 엔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닛세기초연구소의 주임연구원 나카시마 쿠니오(中嶋邦夫)씨는 “연금 감액에 대응하는 법은 ①절약하기 ②계속 일하기 ③돈 모으기의 세 가지 선택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절약은 어렵고 저축이 없으면 일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30년 후에는 인구의 약 40%가 65세 이상이 된다. 국민의 40%가 일하지 않으면 나라가 꾸려지지 않기에 고령자라도 일하는 게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잡지는 최악의 경우로 연금 삭감률을 후생연급 22%, 기초연급(국민연금) 60%로 내다보면서 기초연금만 수령하는 자영업자와 후생연금 및 기업연금을 수령하는 회사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생겨나 ‘세대간 격차’만이 아닌 ‘세대대 격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연금감액을 전제로 한 충분한 저축액은 얼마일까? 파이낸셜플래너 고야 요이치(小屋洋一)씨는 “3000만 엔 정도는 준비해 뒀으면 한다”고 조언하면서 “연금생활자는 평균 매년 70만 엔 정도 지출 초과로 퇴직 후 25년을 지낸다고 가정한다면 합계 1750만 엔이 필요하며, 연금지급액이 20% 줄어들 것을 가정한다면 1000만 엔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경단련(경제인단체연합) 소속의 대기업은 평균 2000만 엔의 퇴직금이 나오지만, 중소기업은 평균 1000만 엔 정도로 그중에는 지급하지 않는 기업도 있기에 집이 없고 개호를 받는 경우 더 추가 비용이 발생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민간의 연금상품과 저축으로 미리 노후에 대한 만전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둘째, 팔리지 않는 집
일본 총무성의 2013년 주택 및 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총주택수 6063만호 가운데 13.5%가 빈집이라고 한다.
부동산 컨설턴트 나가시마 오사무(長嶋修)씨는 “고령자가 돌아가시면 빈집으로 방치되고, 젊은 사람들은 신축 맨션에 살려는 구도이다. 게다가 현재 일본의 주택소유율은 약 60%이지만, 집 구입 의향이 저하돼 앞으로 더욱 떨어질 거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확실하게 가격 상승이 예측되는 부동산과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경우는 제외하고 팔린다면 지금 당장 파는 게 좋다.
향후 20년 일본의 주택가격은 매년 2%씩 하락된다는 계산도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올해 8월부터 실행된 ‘개정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의 이른바 ‘콤팩트시티정책’에 따른 우대조치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의 물건을 노려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콤팩트시티란 시가지의 공동화 현상을 해소해 범위를 작게 유지하면서 걸어다닐 수 있는 범위의 생활권에 커뮤니티를 재생해 살기 편안한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또한 현재 지은 지 20~25년이 넘으면 가치가 제로로 평가받고 있지만, 내년부터 바뀌는 중고주택에 대한 건물평가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 햇수는 같아도 건물의 질과 노화 정도 등에 따라 자산 가치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자산 가치가 평가받는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셋째, 의료비 부담 증가
올 4월부터 70~74세 고령자의 의료비 자기 부담률이 10%에서 20%로 올랐는데, 현재 국민이 병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지불한 의료비(국민의료비)는 연간 약 40조 엔으로 그 가운데 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 의료비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20세에서 59세까지는 자기부담과 보험료 합계가 의료비보다 적어 흑자이지만, 60세부터는 의료비가 늘어나 적자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는 국내총생산(GDP)이 성장률을 앞질러 공적비용 부담은 2025년에 현재보다 10조 엔 이상 늘어나 25조 엔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현역 세대의 세금이 고령자 의료비를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건강보험제도의 상황도 심각해 국민건강보험은 2012년도 3000억 엔 남짓 적자를 냈다. 건강보험조합 연합회에 따르면 일반 기업의 회사원이 가입한 건강보험조합도 1419개 중 67%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플래너 나이토 마유미(內藤眞弓)씨는 “민간의료보험은 의료비 부담이 아무리 무거워져도 입원 등의 계약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의 공적 의료보험 보장이 잘돼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의료비만으로 사용될 돈이 150만 엔 정도 있으면 충분하다. 보험에 납입할 돈을 저축으로 돌려 노후를 준비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는 국민개보험제도 가운데 ‘고액요양비제도’가 있어 보험 내라면 아무리 고도의 의료를 이용해도 의료비 10만 엔 정도를 지불하면 되기에 의료비가 수백 만엔에 달하는 경우는 없다.
넷째, 간병 비용 증가
일본의 간병보험제도는 2015년에 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베이비붐세대가 후기 고령자가 되는 2025년을 목표연도로 한다.
현재의 정책 방향성인 ‘의료에서 간병으로(자립지원)’와 ‘시설에서 주택으로’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간병 초점은 ‘어떠한 간병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거기에 얼마나 비용이 들까’로 옮겨지고 있느냐다.
공적시설의 특별 양호노인홈에 입주할 경우 매달 9만6000 엔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설도 부족하고 희망자도 많아 대기해야 한다.
민간시설의 경우는 도쿄를 예로 월 14만8000 엔에 식사비 등 비용을 포함하면 매달 부담액은 20만 엔 정도. 재택 간병의 경우에도 6만 5000 엔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금전적 비용만이 아니라 간병 때문에 가족이 구속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간병시설 이용자가 보통 입주 후 평균 7년 정도 산다고 보는데, 따라서 재택 간병의 경우도 같은 정도의 기간을 상정하고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문가는 자신의 힘으로 배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에서 혼자 일어나 변기에 이동하는 정도의 근력은 재활 운동을 하면 되돌아온다며 고령자가 퇴원하면 가족들이 밥상 옆에서 식사를 돌보려고 하는데 과보호로 인해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돼 갈수록 쇠약해진다고 덧붙였다.
각종 간병시설에서도 재활운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같은 비용이 든다면 1일 서비스라도 재활운동을 중시하는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섯째, 무직 자식
일본에서는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는 히키코모리, 전혀 일하려는 의사가 없는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자식을 둔 가족이 늘고 있다.
니트의 고령화에 따른 가계의 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2014년도 학교 기본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등교’를 이유로 30일 이상 장기 결석한 초등·중학생은 약 12만 명으로 전년도보다 약7000 명이나 증가했다.
학교를 가지 않는 학생들이 그대로 은둔형 외톨이로 이어지고, 취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프리타(아르바이트로 평생 생계를 이어가려는 사람을 일컬음)와 파견노동자, 그리고 가사돕기도 잠재적 무직이라고 하겠다.
전문가는 부모가 자신의 사망 후 구체적인 자식의 생존 계획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 자식 나이 40세가 포인트라고 지적한다. 자식이 젊을수록 계획이 장기에 걸쳐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 금액도 커지고 현실감도 점점 옅어지는데, 향 후 자식이 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금만큼은 체납하지 않고 꼬박꼬박 내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부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사망할 경우 연금수입이 줄어들기에 1명분의 생활비가 높아지고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부모 사망 후 자식이 혼자 생활하기쉬운 주택 확보를 강조했는데, 넓은 집은 광열비와 유지비, 세금 등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24시간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작은 중고 맨션을 고르되 단독주택이라면 건평수를 줄이고 남은 토지를 팔거나 주차장으로 빌려준다든지 월세용 주택으로 재건축해 수입원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여섯째, 정년연장 및 재고용
일본에서는 2013년 4월 ‘개정고령자고용안정법’이 실시돼 기업에 대해 희망하는 사원 전원을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시켰다. 이 법률은 노령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에 맞춰 고용 연령의 상한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인정한 조치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약14만 개 회사 가운데 65세 이상 일할 수 있는 기업은 66.5%로 종업원 301명 이상의 대기업은 48.9%에 머물렀다. 나아가 정년 폐지를 선택한 기업은 2.6%, 70세 이상 일할 수 있는 기업도 전체의 18.2%에 지나지 않았다.
법률 내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의 실상을 보더라도 주3일 근무, 두 사람이 한 명분의 업무를 담당 등의 근무형태를 합리적인 재량 범위로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어 정년 후 일의 내용이 크게 변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후생노동성의 조사에서도 정년 후 22.3%는 계속고용을 희망하지 않았고, 1.2%는 희망했지만 조건이 안 맞아 계속 고용되지 않았다.
경영인사 컨설턴트 에노모토 마사카즈(榎本雅一) 씨는 재고용은 보너스도 없고 연수입도 40%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라며, 정년의 연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고용으로 연수입이 큰 대기업에서 일했던 사람일수록 삭감액이 커서 60% 정도 줄어드는 회사도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급료의 변화뿐만 아니라 많은 부하를 거느렸던 관리직이 위탁 형태로 재고용돼 계약직으로 신입사원과 같은 마찬가지로 대우받으며 상사가 된 아랫사람의 꼼꼼한 지시를 받아야 한다며 꾹 참고 버틸 것인지 때려치우고 그만 둘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또 인간관계와 든든한 파벌로 출세해 온 ‘회사 인간’보다는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익혀온 ‘일하는 인간’이 회사 내외에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기에 기술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환영받는다며 명확하게 정년 후 플랜이 있는 사람을 빼고 가능하면 회사에 꽉 달라붙는 것이 좋을 거라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정년 연장, 재고용 이외에도 독립해 현역시대의 전문성을 확대시킨 인사, 회계, 영업, 판로 개척, 경영 조언 등을 대행하거나 하청받는 ‘확대고용’의 형태도 제안했다.
끝으로 “경험이 없는 곳에 도전해도 성공은 어렵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 정년을 경험 리셋이 아닌 일하는 방법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은 ‘확대고용’을 생각해 봐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장년층과 베이비부머세대, 퇴직자들, 즉 시니어들이 공통적으로 최대의 관심 정보는 뭘까? 바로 일자리다. 재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고 연금은 부족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은 2012년 63.1%로 1995년 63.6%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상으로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가고 있고, 여성과 중장년층의 고용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시간제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숫자만 채우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 시니어들 재취업은 정부와 기업의 전직지원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재취업에 절망
비자발적, 자발적이든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던 퇴직자들은 인생2막을 열기 위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재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시니어 계층의 재취업과 창업에 대한 절박한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장년층 구직자들을 위한 전직 서비스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고, 기업들이 퇴직자를 바라보는 편견도 넘어야 할 벽이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1년 전부터 50대 초반 A씨는 6개월 동안 ‘전직지원전문가’에게 심리상담, 진단과 피드백,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전직교육, 취업알선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퇴직 후 곧바로 자신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했다.
퇴직이 배우자의 사망에 이은 가장 큰 심리적인 충격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퇴직은 개인에게 또한 매우 큰 시련이다. 게다가 고령화사회 정년퇴직 연령이 낮아지는 노동시장의 형태 속에서 퇴직은 고급 인력들의 사회 참여 폭이 작아지는 사회 해체의 문제와도 연관돼기 때문에 퇴직자들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고민은 매우 커져갔다.
따라서 그 동안 회사를 위해 기여한 근로자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그 대안으로서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프로그램)가 도입되고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또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훈련제도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년연장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고령화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서 전직지원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의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며, 일자리가 행복의 조건인 상황에서 이직하는 근로자가 가급적 실업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전직지원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퇴직자에게 일시적 희망 퇴직금이나 복리후생보다는 근로능력이 있는 중·장년 근로자를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의 재취업과 창업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재취업에 대한 비틀린 시선이다. 시니어들에게 정부가 주도하는 재취업 지원이 시니어들의 전문성이나 그간 해왔던 일들과는 상관없는 일감들을 맡기기 일쑤라는 불평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실행이 잘 안되는 이유
소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일지라도 퇴직을 앞둔 1주일 전에 단발성으로 워크샵을 가거나 온라인 상담정도에 그친다. 이력서 쓰는 방법 알려주거나 면접 보는 스킬정도. 직전 퇴사 처리된 회사에 대해 악의를 품지 않도록 잘 달래주는 일이 겨우 아웃플레이스먼트라고 시늉하는 행태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의 평판에만 신경쓰는 저비용 고효과를 기대하는 변형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흉내내고 있다는 의미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에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개념도 모르고 있는 곳이 많다. 퇴직자들이 아웃플레이스먼트제도를 요구하지 않아서 도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HR부서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정보를 아예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 기업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가 IMF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전직지원장려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과 퇴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해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할만큼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퇴직자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 시에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보다는 현금 보상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위로금을 선호하는 퇴직자들, 전직지원 서비스 요구해야
이런 이유들로 인해 도입 초기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기업은 많이 늘었지만,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만 커진 시장 규모는 역설적으로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같은 퇴직(전직)자에 대한 재취업, 창업 알선 등 지원서비스가 의무화 되면 전직지원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늘어 날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자 가운데 장년을 대상으로는 전직지원 장려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4월 무려 8300여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1조3000억원 가량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억4457만원에 이르렀다. 또 한국시티은행은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에서 5년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4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혜택도 보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회사도 최대 2억원을 넘게 퇴직위로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감원인데,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
경력관리체계가 자리 잡힌 일본,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재취업 지원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치룬 해외 선진국에서는 재취업-창업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들이 우리나라보다 고도화되어 있다. 일본은 정부의 ‘헬로워크’와 민간의 ‘시니어살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헬로워크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고용안정 기회 확보를 위해 만든 공공직업안정소의 애칭으로 전국에 약 500개가 만들어져 있다. 취직 상담, 직업 교육, 직업 소개, 고용보험 관련 업무 등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실 일본에서도 헬로워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무 능력을 가진 중·고령자들을 위해 단순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시니어살롱’은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구인구직 및 직업 교육, 상담을 진행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일본의 국가 공인 경력관리체계가 안착됨에 따라, 경력관리모델에 의해 노년에도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베이비붐이란 단어의 탄생지인 미국은 비영리단체(NPO)가 잘 정비돼 있어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계층의 재취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NPO는 200만 개 정도 있는데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각종 교육 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업 인구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미국 전체 취업 인구의 10% 가까이가 NPO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나온다. 즉 취업 알선 분야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분야 자체가 일자리까지 제공할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각 지역사회 내에서의 재취업 지원 활성화 시작
우리나라도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대안들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매 시기마다 열리는 다양한 일자리 박람회와 함께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이 경제단체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40대 후반 항공회사 출신 조기 퇴직자는 “간혹 일자리를 연결해 줘도 그곳에서 추천해주는 일자리들이 너무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앞으로 10년 뒤에도 폐지가 노인 일자리를 감당하는 비극적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고용정보원 한 연구원은 전직지원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퇴직자에 대한 전직지원은 결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선진 외국처럼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나 통계치 목표에 기준을 두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모색한다면 퇴직자들이 전직 및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퇴직 후 재취업은 이제 근로자 개인의 것으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의 전직과 노후설계 지원은 기업이 정부, 전문가와 손잡고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전직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에 따라 기본교육만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체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기본교육은 퇴직을 앞둔 대상자의 변화, 심리, 가족, 건강, 여가, 경력, 법률, 재무, 인생설계 등 퇴직후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말한다.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기업에 따라 집합교육 및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단계인지라 전직지원에 대한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전직지원 상담의 경우에는 개인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하고 있다.
상담 및 컨설팅의 경우는 개인의 재무상태나, 경력 활용방안, 법률적 문제나 여가활용 방안 등 개인의 문제를 1:1로 전문가에 의해 심층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며 창업이나, 재취업의 경우 컨설팅을 통해 재취업 실행까지 지원 하도록 해야 한다.
P&G, 수출입은행, 한전, KT에서는 이러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퇴직 예정자 뿐만 아니라 이미 퇴직한 사람들도 유용하게 접할 수 있어 향후 기업들이 전직지원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 그룹, 계열사별로 18개 경력컨설팅센터 운영 중
한편 대기업들도 자사의 직원들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를 차차 갖춰나가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처음 탄생한 개념으로 우리 말로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 또는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80% 이상이 이를 실행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IMF 이후 기업에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정부에서는 실업률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지속 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 그룹을 들 수 있다. 삼성은 회사를 떠난 임직원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퇴직 관리를 해주는 경력컨설팅센터를 2001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각 계열사별로 1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40~50대 중장년 퇴직(예정)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임원, 정년퇴직자(또는 예정자), 퇴직자(또는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문역 전직, 정년준비, 전직 상담을 해주며 재취업 알선뿐만 아니라 재교육, 창업지원을 하면서 퇴직 후 삶을 계획할 수 있게끔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총 3천 600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 센터측의 얘기다.
센터 관계자는 “전직지원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회사는 내부 고객으로서의 근로자와의 계속적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퇴직과 관련한 근로자 개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심리안정 후 여기서는 6단계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일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자산을 체크, 가족, 건강, 여가, 관계 등을 탐색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가 국내 전직지원서비스의 롤모델로 부각되면서 LG, SK 등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직지원장려금제도 부활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 재취업보다는 더 늦기 전에 생애설계부터 하지”
전문가들은 재취업 준비를 자신의 장점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척박한 재취업 환경을 갖고 있는 현재에 그를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시니어 본인은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실행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어찌 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재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는 아직 현실적으로 시니어들의 취업 지망과 기업이 인재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의 격차가 큼을 우회해서 알려준다. 물론 시니어들의 눈높이 낮추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기업에서 시니어들을 고용하는 일에 거부감을 갖는 풍토 또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시니어 재취업에 있어 정부에서 기업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세금 감면, 인센티브 등이 보다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대다수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정년은 57세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기업의 장년 채용 기피 관행이 있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 재취업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보완책을 내놓아 중장년 고용률의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와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서구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 130년, 스웨덴 85년, 미국 70년 등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에 따라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 제도와 노인복지 서비스 등에 대해 점차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까지 25년이 소요돼 그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더 짧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속도를 염두에 둘 때, 서구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정책과 경험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선진국 대사와의 만남을 통해 들은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비교해봤다.
◇ 정년까지 가는 스위스 완행열차, 정년 전 멈춰버린 대한민국 급행열차
정년보다 이른 한국의 정년퇴직문화에 대해 은퇴강국으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요르그 알 레딩 대사는 “한국이 하루 14시간 일하고 이른 나이에 은퇴한다면 스위스는 8시간씩 정년까지 일하는 셈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느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적절한 노후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퇴직하기 마련이다. 이와는 다르게 스위스인들은 일을 하면서도 평소 여가활동은 물론 노후준비도 완성도 있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만족스러운 노후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위스 국민에게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와도 같다. 개인이 마련한 노후설계 외에도 ‘3층 연금제’가 은퇴 후에도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3층연금이란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을 말하는데 이들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노년에 일정수준 이상의 수입을 노인에게 안겨주기 때문에 은퇴 이후에도 생활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공적 연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근로자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른점은 현재의 취업세대가 노인들은 연금을 내주는 직불방식 연금이라는 점이다. 스위스에서는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보니 세대간 갈등문제는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 빈곤 없고 소외 없는 독일 노인, 빈곤하고 소외당하는 한국 노인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독일 또한 공적연금을 젊은세대가 노년층을 부양하는 직불방식을 택했다. 독일의 노인들은 4가지 생활보장 수단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의 국민연금과도 같은 공적연금이다. 이외에도 직장에서 제공하는 직장연금보험, 개인연금 그리고 연금이 최저 생계비에 미달하는 노인에겐 국가가 세금으로 충당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노인빈곤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못한 실정에서 그 자체의 심각성 뿐만 아니라 노인 소외현상, 고독사 등 2차적인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독일의 롤프 마파엘 주한 대사는 “지난해 알렌바흐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본인이 외롭다고 느끼는 독일노인은 4%에 불과했다. 한국과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독일은 한국처럼 대도시가 없다. 보통 인구 5000~10만명 이하의 작은 도시가 대부분이고 노인층이 다양한 클럽 활동이나 교회, 지자체 단체 등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노인소외 현상은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와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서구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 130년, 스웨덴 85년, 미국 70년 등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에 따라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 제도와 노인복지 서비스 등에 대해 점차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까지 25년이 소요돼 그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더 짧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속도를 염두에 둘 때, 서구 선진국의 고령화 대응정책과 경험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선진국 대사와의 만남을 통해 들은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비교해봤다.
◇ 복지천국 노르웨이, 연금제도 원칙은 같아도 우리 재정에 알맞은 방법 찾아야
노인 복지에 대해서는 가히 ‘천국’, ‘유토피아’라 칭하는 노르웨이의 노인복지 핵심은 국민연금이다. 세계 10대 산유국에 속하는 노르웨이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익금으로 조성한 국민연금 규모가 840억 달러(882조원)다. 이는 전세계 최고치이며,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연금(423조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 노인의 연평균 소득은 7만8637달러(약 8339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노인의 연평균 소득 1만4541달러(약 1543만원)의 5배가 훌쩍 넘는다.
노르웨이의 톨비요른 홀테 대사는 “노르웨이 복지 시스템은 사회복지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복지를 통해 인생 경로 전반에 걸쳐 벌어질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연금 제도의 기본원칙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재정적이고 사회적인 보장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복지 시스템은 은퇴 이전 소득과 연계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은퇴를 늦게 할수록 연금수령액을 높여 좀 더 일을 오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퇴직, 질병, 노화 등으로 인해 소득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한 소득으로 노후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노르웨이 연금제도의 기본원칙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원칙은 같아도 재정규모와 분배의 차이가 불러오는 노인의 삶의 질은 현저히 차이난다. 노르웨이의 재정형편과 비교가 안되는 우리나라로서는 적은 재정으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시행 초기인 기초연금에 대해 이런저런 찬반 의견과 문제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노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스웨덴, ‘사오정’, ‘오륙도’가 난무하는 대한민국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세대간 갈등이 노인 복지예산 배정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스웨덴의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는 이러한 원인을 세대간 경제적 의존에서 찾으면서 각자가 독립된 세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웨덴은 복지제도를 둘러싸고 큰 세대차이가 없다. 태어나서부터 대학까지 모두 무료로 다니며 혜택을 받고, 대학 졸업 시점인 25세부터 은퇴 시점인 65세까지는 세금을 내고, 그 이후에는 다시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는다”며 “이러한 구조는 국민 자신이 내가 복지를 내놓을 시기와 받을 시기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세대간 충돌이 덜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인터내셔널에서 전세계 91개국 노인들의 소득, 건강, 고용 등을 평가 대상으로 복지수준과 삶의 질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총점 39.9점으로 67위에 머물렀고, 1위는 총점 89.9점으로 스웨덴이 차지했다. 스웨덴의 경우 정년을 못 채우고 퇴직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노인의 소득과 고용 등의 평가항목에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법적으로도 한 사람을 해고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사오정(사십대, 오십대에는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오륙도(오십대, 육십대까지 계속 회사에서 근무하면 도둑놈이다)라는 은어가 통하는 대한민국과는 상반된 이야기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 사회는 젊은이들의 창의력과 열정만큼 노인들의 경험을 중시한다. 하물며 노인공경 사회로 잘 알려진 한국에서 그들의 능력을 저평가하는 것은 이해가 지 않는다”며 “한국의 낮은 출생률을 고려할 때 머지않아 노년층의 경험을 더 높이 사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 전 은퇴한 김한식(58·인천)씨는 최근 들어 한숨이 깊어졌다. 퇴직 후 예금이자와 연금으로 생활해 왔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사실상 이자소득이 0%대로 접어들면서 생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만기를 앞둔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 대출이자도 낮아졌다 하니 이참에 집을 담보로 창업에라도 나서야 할지 고민이 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이 속속 예금과 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1%대 예금 금리’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실상 이자소득 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령화로 은퇴자 등 이자 생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연 5.87%에 달하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2010년 3.86%, 지난해 2.89%를 거쳐 올해 6월에는 2.68%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두 달 새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고객들의 체감금리는 연 2.2~2.3%에 불과하다. 그런데 지난 1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연 2.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2%대 예금 금리는 이제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 당장 노년층이 문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다. OECD 평균은 13%이고 미국 24%, 일본 22%, 호주 27%다.
이런 가운데 노후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60∼80%대 비중을 보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 특히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의 2011년 기준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를 기록하며 30%도 채 되지 않는다.
공·사적 연금 가입률이 낮고 노인 복지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자소득 감소는 노년층의 소비 감소와 생활수준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가계가 받는 타격도 크다. 2012년 가계 이자소득은 49조원으로 이자소득이 총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했다. 이자소득 감소가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정부의 가계구조 개선 정책에 따라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기준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5.7%를 기록,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대출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42.3%) 역시 5월(42.6%)에 이어 40%대를 유지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득기반 확충을 위해 임금, 배당 등 기업이 가계로 이전하는 소득을 늘리고, 저축률 제고, 연금기반 확충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