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은퇴] 놀멍놀멍 vs. 여조삭비(如鳥數飛)

기사입력 2015-09-21 13:40 기사수정 2015-09-21 13:40

음악이 바뀌는 데 따라 우리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저금리와 고령화’ 또는 ‘5저(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저자산가치) 2고(고령화·고소득화)’로 표현되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투자전략과 성향은 바뀌고 있는가.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점차 줄여 나가는 대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둘째, 늘어나는 금융자산의 구성 또한 기존의 은행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위주의 틀에서 크게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은 예금 비중을 낮추는 대신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연금 비중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주식 및 펀드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 일부 부동산을 팔아치우거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을 팔아 모두 연금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 연금의 규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노후생활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그 이상의 연금을 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부분은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과 펀드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주식과 펀드는 손실의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아니다. 만약 노후에 필요한 자산과 연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위험을 크게 안고 갈 필요가 없다. 그저 여윳돈의 일부를 ‘놀멍놀멍’이라는 제주도 사투리처럼 천천히 노는 듯 재미삼아 굴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자기 나름 촉각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간의 여윳돈 투자가 배우자와 자녀, 손주 등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대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서 활기차고 열린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의 투자는 재미와 함께 치매 예방약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노후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면 보다 신중하면서도 야무진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고수익을 노리고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므로 투자성과에 내 노후를 걸면서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딱 맞아떨어지는 사자성어가 ‘여조삭비(如鳥數飛)’.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처럼 배우기를 쉬지 않는 동시에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 물론 이 같은 공부와 연습이 생업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가 무작정 날갯짓만 열심히 할까? 날갯짓에는 다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쪽으로 얼마만큼 날아갈 것인가 등을 미리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후준비를 위한 위험자산 투자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금융자산 중 어느 정도를 주식과 펀드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것인가. 적절한 투자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언제까지 위험자산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금융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가 하는 법칙으로는 ‘100 ? 나이’가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자신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나온 경험칙이다. 젊은 나이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돌아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30세라면 금융자산의 70%(100-3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60세가 되면 그 비중을 40%(100-60)로 줄이는 것이다. 젊어서 투자에 실패할 경우 회복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있지만 나이 들어서 투자했다가 손실이 클 경우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 경험이나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지식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100-나이’의 법칙에 따를 경우 위험자산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급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갈 경우 손실이 커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성향과 경제 및 금융환경 등을 따져보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목표로 하는 수익률 기대치 또한 매우 중요한 좌표의 하나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high return, high risk’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수익률 목표치가 높을수록 위험도 더 많이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 1% 시대에 투자수익률 5% 안팎이면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발품을 팔면 그래도 2% 남짓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골치 썩여 가면서 2~3%대 투자수익이라면 아예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약간 더 높은 4~5%대, 운이 좋아 5~6%대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은 마음은 물론, 몸도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 또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자산투자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하는 게 좋을까. 한국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주식시장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주주 수에서는 20% 안팎, 시가총액에서는 34~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60대 이상을 대부분 은퇴한 그룹으로 본다면 그만큼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가운데 투자수익이 절실한 층도 가세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자교육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r尻哲史) 소장은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10~15년 정도는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은퇴하고 나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어놓고 빼 쓰기만 했다면 이제 저금리·고령화시대를 맞아서는 은퇴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위험자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투자는 나이 70세, 75세가 아니라 8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춤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건강을 지켜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자 보약이 될 것이다.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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