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신상호(74)는 실험적 현대 도예의 전위이자 전사다. 그의 작업엔 형식이 없으며 경계가 없다. 일찍이 전통 도예의 권위자로 부상했던 그는 해적선과 같은 거침없는 도발과 활보로 혁신적 도예를 구현했다. 이런 그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과 맺은 인연이 깊다. 돔하우스에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을 만들어 붙인 장본인이며, 미술관 초대관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니까. 미술관 설립 과정에도 깊이 간여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항해의 방향을 그가 노정했다. 즉 탄탄한 초석을 깔아놓은 셈이다.
“전통 분청만이 아니라 현대미술까지 아우르고, 나아가 도자와 건축이 만나는 전시가 펼쳐지는 특성화된 미술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이걸 시에 제안했는데 흔쾌히 수용하더라. 지방 소도시가 미술관을 만들어 지속시킨다는 게 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해시가 해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극복하고 외국에서도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미술관으로 성장시켰다. 아마도 김해시로선 보물 같은 공간일 거다.”
좋은 미술관이란 어떤 걸 말할까?
“개성적인 건축,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이렇게 두 날개로 비상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이 모두 이 둘을 겸비했다.”
선생이 만난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은?
“스페인에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다. 빌바오는 원래 철강 산업의 메카로 풍요로운 도시였으나 포항제철에 밀려 폐허처럼 망가졌다. 그러나 구겐하임미술관 건립으로 마법과도 같은 반전을 맞이했다. 미술관으로 그야말로 대박이 났으니까.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관광객들이 미술관 앞에 줄을 섰고, 돈이 몰렸으며, 마침내 금융도시로 떠올랐다. 미술관 하나가 가져오는 시너지 효과가 이렇게 강력하다.”
구겐하임미술관의 무엇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나?
“건축물의 힘이다. 티타늄 강판으로 외벽 전체를 마감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것이다. 재미있는 건 티타늄 강판의 입수 경로다. 러시아가 우주로 쏘아 올리기 위해 만들다가 경제 사정으로 방치한 로켓의 티타늄 외장재를 사서 가져왔으니까.”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외벽 티타늄에 노을빛이 비치면, 미술관 앞으로 흐르는 강물에 환상적인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의 컬렉션은 차치하고 그 한 장면만으로도 탄성을 토한다. 외벽의 재료가 과시하는 힘이 이렇게 압도적이다. 신상호가 건축과 도자의 협주를 몹시 중시하는 이유가 집힌다.
그나저나 도예는 왜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걸까. 넌, 저리 가라! 미술계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그 점에 내가 한이 맺혔다.(웃음) 과거엔 대학에 도예과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폐과 되고 소수만 남았을 정도다. 기능적 쓰임새와 미에 치중해온 도예 풍조 탓이다. 철학과 실험정신을 개발해 치고 나가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함께 아우르는 비전을 가지고. 그러자면 도예 예술가들이 더 공부해야 한다.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
신상호에 따르면 새롭지 않은 건 예술도 아니다. 남의 흉내를 내는 건 사망진단서를 자체 발부하는 행위와 같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그가 요즘 회심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자그마치 100호 내지 200호 사이즈에 이르는 ‘파이어드 페인팅’ 작업에 빠져 있다는 것.
흙보다 사람과 가까운 게 있을까. 무슨 덧말이 필요할까. 사람도 종국엔 흙으로 돌아간다. 초봄이면 싹눈을 틔우는 상추씨 하나는 흙에서 올라오는 기적적인 함성이다.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귀소(歸巢)인 흙. 김해시에 있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이 원초적 물질인 흙으로 빚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이다. 도자(陶瓷) 전문 미술관이니까.
‘클레이아크’(Clayarch)란 무슨 뜻일까.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뜻하는 아크(Arch)를 합성한 단어다. 흙과 건축의 좋은 사이를, 즉 양자의 협력에 따른 조화로운 관계를 함의한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하 ‘김해미술관’)은 2006년 3월에 문을 연 공립미술관이다. 김해시에 딸린 김해문화재단이 만들었다. 도자는 건축을 통해 그 영토를 확장하고, 건축은 도자를 도입해 재료적 다양성과 예술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조 관계의 모색과 실험을 위해 설립했다. 과거 분청사기의 한 본거지였던 김해 지역의 문화적 특질을 돋우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김해미술관 입구에 닿자 미술관의 웅장한 동체가 시야를 압도한다. 햐! 대형 미술관이다. 크고 폼 나고 야무진 문화공간들이 주로 수도권에 쏠려 있는 현실에 비출 때 반가운 이변이라 할까. 더구나 김해라는 소도시에 있으니 담대한 에너지의 결집으로 개관한 걸 알 수 있어 한결 돋보인다. 과연 관람객이 오긴 오려나? 애초 그런 걱정이 앞섰을 테다. 대중의 일상과 유리되다시피 한 게 미술관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미술관엔 찾아오는 발길이 잦다. 볼 만한 걸 볼 수 있고, 즐길 만한 걸 즐길 수 있어서다.
미술관에 들어서 맨 먼저 눈길이 꽂히는 건 거대한 전시관인 돔하우스의 외관이다. 도자기 물레를 형상화한 이 원형 건축물 외벽은 통째 예술이다. 도예의 거장 신상호의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 구운 그림) 타일 4000여 장이 빼곡히 박혀 있다. ‘파이어드 페인팅’이란 흙에다 그린 그림을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 작품이다. 쉽게 말해 ‘타일 예술’이다. 기계적으로 생산되는 건축재로서의 일반 타일과 달리, 신상호는 판 하나하나마다 다른 그림을 손수 그려 넣어 그 가치를 예술로 끌어올렸다. 몬드리안이나 클레의 기하학적 추상을 연상시키는 그림들이 아우라를 뿜는 것이다.
건축물에 입힌 ‘예술의 옷’에 해당하는 이 웅장한 조형물은 김해미술관의 ‘1호 소장 미술품’이다. 아울러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와 의미를 알리는 심벌이다. 재미있게도 이 예술적 타일들은 접착제를 통해 벽에 붙여지는 진부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 알루미늄 프레임에 끼워 벽에 고정했으니까. 따라서 부착 과정에서 건물에 아무런 부상을 입히지 않았으며, 필요할 경우 옷을 갈아입히듯 다른 패턴의 타일로 손쉽게 교체할 수도 있다. 건축과 도자의 자유분방한 협연이 가능한 거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의 메인 전시관인 돔하우스로 들어서자 넓고 높아 시원한 공간이 펼쳐진다. 중앙홀의 지붕을 이룬 대형 유리 돔으로 들이치는 빛살로 환하다. 벽에 낸 사각형 유리창들 역시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창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광량이 달라 반영(反影)의 농담 역시 다르다. 수직으로 곧추 선 하얀 벽, 둥글게 휘어진 회색 벽, 원형 기둥, 층계 커브 등의 배합으로 공간에 생동감과 미감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층고가 어마어마하다. 해서 개방감으로 후련하다. 기하학적인 선들로 분할한 유리 돔은 우람해 공간감을 더욱 확장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이 도자의 소우주라는 은유? 이쯤이면 건축도 예술이다. 김해미술관은 세계 3대 디자인상에 꼽히는 ‘2020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설계자는 건축가 김경훈(정림건축 디자인그룹장)이다. 그는 자연과 인공이 공존함으로써 감성적 소통이 가능한 건축 디자인을 추구한다.
1, 2층 전시실에서는 기획전 ‘일곱 개의 달이 뜨다’가 펼쳐진다. 상상과 이상의 대상으로 인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달을 테마로 한 전람회로, 7명의 도예 작가가 참여했다. 작품 경향은 분방하다. 전통 분청을 슬쩍 모던하게 변용한 작품도 있지만, 이것을 과연 도예라 할 수 있을지 의아할 지경의 탈장르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과감한 이미지 차용, 회화적이고 조각적인 양상, 중의적인 심미성과 고도의 조형성 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빛 그림이 서서히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까지 볼 수 있다. 실용성에 기반을 둔 전승 도예의 고루한 형식을 해체, 증대된 표현력과 메타포로 달을 얘기하고 삶과 세계를 해석함으로써 현대 도예의 외연과 흐름이 어떤 것인지 엿보게 하는 전시회다.
김해미술관은 이처럼 수준 있는 전시회의 연쇄적 개최로 도예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고자 한다. 생각보다 흥미롭고 예상보다 기발한 현대 도예를 통해 따분한 일상을 일깨울 만한 자극과 감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거다. 도예 전시만 이 미술관의 전공은 아니다. 흙으로 만든 가장 유능한 사물에 속할 건축에도 관심을 쏟는다. 일찍이 개관 이듬해인 2007년에는 아프리카 흙집 전시회인 ‘아프리카전’을 펼쳤다. 김해미술관이 도자와 건축을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행진할 것임을 예고했던 셈이다. ‘아프리카전’에서는 묵직한 이벤트가 펼쳐지기도 했다. 말리의 흙집 전문가를 불러들여 전시관 안에 직접 흙집 사원을 짓게 했던 것.
김해미술관의 면적은 1만 평이 넘는다. 이 너른 부지에 돔하우스 외에도 갖가지 건물이 있다. 전기 가마를 설치한 세라믹창작센터는 해외 작가까지 입주시키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자체험관에서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도자 교육이 펼쳐진다. 공간 뒤편 언덕에 있는 클레이아크 타워는 미술관의 등대 역할을 맡았다.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 1000여 장을 붙인 20m 높이의 탑이다. 건물 외부를 치장한 유리와 중정의 수변 공간으로 존재감이 도드라지는 큐빅하우스는 돔하우스와 쌍을 이루는 대형 전시관이다. 한마디로 있을 것 다 있다. 중요한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을 채워 넣었다.
김해미술관을 가거들랑 소풍처럼 노닐 일이다. 그러라고 정원과 산책로, 벤치 등을 공들여 꾸며놓았다. 정원은 다양한 수종들의 경합으로 싱그럽고 수려하다. 나직한 언덕을 오르내리게 돼 있는 산책로의 굽이들은 선율처럼 부드럽고. 전시장의 작품들에서 받은 감상의 여흥을 한잔의 차처럼 음미하기 좋은 산책길이다. 미술관엔 역시 산책로가 있어야 제맛이 난다.
세상은 모든 게 빠르게 흘러간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받는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급격한 변화의 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을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온라인 명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 주로 거래됐던 명품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까지 확장돼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1년 출범한 머스트잇을 비롯해 발란, 캐치패션, 트렌비가 대표적이다.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각각 2500억 원, 1080억 원, 560억 원, 512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주 이용층인 MZ세대 외 다른 세대 유입도 예상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각 사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주지훈, 김혜수, 조인성, 김희애 등 유명 배우들을 CF 모델로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다.
명품 거래의 장벽을 허물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플랫폼이 명품 거래의 장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오프라인에서 명품 거래를 하려면 오픈런(개장 전 매장 앞에서 줄을 서다 문이 열리면 안으로 뛰어가는 것)을 거쳐야 한다. 길게 늘어진 줄에서 기다리다 매장에 입장해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명품은 재고가 적고, 인기 많은 상품은 금방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힘들게 매장에 들어가 구경조차 못 하고 허탕 치는 일은 없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면 PC, 모바일 화면에서 여러 상품을 구경하고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심리적 장벽도 허물어진다. 명품은 비싸다. 구경은 자유지만 구매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고가의 물건들이 즐비한 매장에 들어섰을 때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플랫폼에서라면 부담 없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종류의 상품을 아이쇼핑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실제 물건을 보는 기쁨이 있지만 전시돼 있는 물건만 봐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은 명품들을 화면에 펼쳐놓고 비교하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명품 거래 호황의 중심은 MZ세대다.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는 플랫폼에서 여러 상품의 가격을 비교해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구매에 그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사서 거기에 웃돈을 얹어 파는, 이른바 ‘리셀’을 통해 수익을 내기도 한다. 명품을 단순 소비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도 삼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가품 논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이점은 MZ세대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중장년층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명품 거래를 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명품 거래를 하기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절한 플랫폼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명품 거래 플랫폼에 가품 문제 등 소비자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플랫폼을 이용하기 전 각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명품을 수입하는지, 어떤 플랫폼에 소비자 신고가 많이 접수되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유통경로다. 최근 업계 후발주자인 캐치패션이 플랫폼들의 명품 유통경로에 문제를 제기했다. 캐치패션은 동종 업계 3사인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캐치패션은 3사가 해외 주요 명품 판매 채널과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음에도 상품 정보를 사용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공식 유통 플랫폼이 제작한 이미지와 상품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명품 업체들과 정식 계약을 맺은 것처럼 표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3사는 계약을 맺은 것이 맞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통경로가 확실하지 않으면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플랫폼별로 해외 명품 매장, 해외 온라인 플랫폼, 병행 수입 등을 활용해 물건을 들여오다 보니 유통 과정에서 가품이 섞일 우려가 있다. 이 교수는 “명품을 유통하는 방법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소비자 개인이 가품을 가려내기 어려우므로, 소비자들이 가품 걱정을 하지 않도록 자체 검수 과정을 강화하는 플랫폼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완연한 겨울이다. 날씨가 추울 때는 주말에 전시회를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요즘 교과서에서 본 유럽 미술 거장들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표적인 전시회 세 가지를 추천한다. 내년까지 전시가 이어지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떤 전시를 가면 좋을지 알아보자.
'살바도르 달리 : Imagination and Reality'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
일시 : 11.27 ~ 2022.03.20
무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다. 그의 국내 첫 공식 회고전이 서울 동대문 DDP에서 내년 3월 20일까지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는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으로 '괴짜 천재 작가'로 통했다. 녹아서 흘러내리는 시계 등이 등장하는 몽환적이고 독특한 그림들이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복제품이 아닌 진짜 원화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과의 공식 협업으로 성사됐으며, 유화와 삽화를 비롯해 설치작품, 영상, 사진 등 총 140여 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달리의 유년 시절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시기별 작품을 조명하고 작가가 영향을 주고받았던 인물도 소개한다.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샤갈 특별전 : Chagall and the Bible'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일시 : 11.25 ~ 2022.04.10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회고전이자, 샤갈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이 오는 2022년 4월 10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된다.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 유대인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다.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을 바탕으로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해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기존 국내에서 진행된 샤갈 전과 달리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또한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공개된다.
샤갈은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는 시간 동안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이런 샤갈이 성서를 통해 전달하는 인류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를 올 연말 따뜻함을 전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초현실주의 거장들展'
일정 : 11.27 ~ 2022.03.06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초현실주의 거장들展'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주요 작품을 포함해 180여점을 선보였다.
본 전시는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총 6개의 주제로 구성으로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하고 확산하였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의 메인이 된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의 1937년 작 '금지된 재현'이다. 등돌리고 선 남성이 거울 속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살바도르 달리의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만 레이의 '복원된 비너스' 등 초현실주의 대표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Exhibition
◇IN TO THE WILD - 이바 트린쿠나이테 개인전
일정 2022년 1월 8일까지 장소 ART Corner H
발트 3국 아트 신에 등장한 리투아니아 작가 이바 트린쿠나이테(leva Trinkunaite). 그의 개인전 ‘IN TO THE WILD’(인 투 더 와일드)가 햇빛담요재단의 복합문화예술공간 ‘Art Corner H’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리투아니아 루벤 아트 파운데이션(Lewben Art Foundation)의 전폭적인 지지로 성사됐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 사이의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평면 회화 속에서 조망한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생태계적 위치 불평등에 주목했다.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닌 자연과 동물이 주체가 되어 인간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을 작품에 표현해냈다.
이바 트린쿠나이테는 유럽 신진작가들의 회화 연대기로 평가받는 ‘Young Painter Prize’에서 입상한 바 있으며, 발트 국가 특유의 독특한 정서를 담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작 총 13점이 전시되며, 전시 수익금은 보호종료아동의 한 끼를 위한 ‘밥집 알로’의 식사비로 기부된다.
◇ 한글, 공감각을 깨우다
일정 12월 23일까지 장소 사비나미술관
이번 전시의 부제는 ‘눈, 코, 귀, 입, 몸으로 느끼는 우리말’이다. 13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한글의 소리, 형태, 구조 등을 다각도로 탐구해 한글을 다양한 형식의 시각예술로 구현했다. 특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자 중 가장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공감각적 요소에 주목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47점이 소개된다. 오감을 활용해 작품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관객은 즐겁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Book
◇플라멩코 추는 남자(허태연·다산책방)
올해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허태연 작가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장편으로 출간됐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등 한국 문학 중심에 있는 소설가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심사위원회는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따뜻한 작품이며, 가독성이 매우 좋다”고 호평했다.
제목만 보면 청춘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67세의 허남훈이다. 허남훈은 실제 허태연 작가의 아버지 이름이다. 허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1997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이야기 속에서라도 그분이 살아 계시길 바라며 아버지의 이름을 주인공에게 줬다”고 말했다.
남훈은 26년 동안 굴착기를 운전하며 반평생을 살았다. 마침내 은퇴를 결심한 그는 자신의 중고 굴착기를 거래하기 위해서 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소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의 굴착기 자랑만 늘어놓다 거래는 불발되고, 이후에도 몇 명을 더 만나지만 거래는 불발된다.
스스로도 ‘전형적인 꼰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남훈은 변화를 결심하고, 과제를 마련한다. 남훈의 과제는 ‘청결하고 근사한 노인 되기’ 같은 소박한 것들이지만 ‘스페인어 배우기’, ‘플라멩코 배우기’같이 노인인 그에게 험난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남훈의 최종 과제는 스페인에서 ‘진짜 가족’ 만나기다. 남훈의 좌충우돌 가족 찾기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시니어 세대는 나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할 것이고, 젊은 세대는 부모님을 떠올릴 것이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꿈을 내려놓고 억척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던 부모님. 그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이시아 고타·궁리)
일본 오사카시 공원 한편에는 일본 최초 민간형 어린이 호스피스인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있다. 책의 저자인 저널리스트 이시아 고타는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를 짓기까지 분투한 사람들의 기록을 담았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논픽션 스토리다.
◇탑으로 가는 길(김호경·휴앤스토리)
금융회사 CEO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증권맨이 문화유산답사기를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2년여에 걸쳐 전탑과 모전석탑을 찾아 나섰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문화재에 진심인 그가 전하는 정보는 유쾌하고 유익하다.
◇냄새들(김수정·꿈꾸는인생)
영화기자로 10년을 일하다 작가가 된 그녀. 에세이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이후 두 번째 책을 냈다. 들 시리즈 네 번째 책이기도 한 ‘냄새들’은 냄새에 관한 책 같지만 기억에 관한 책이다.
냄새에 예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다.
●Stage
◇잭 더 리퍼
일정 12월 3일~2022년 2월 6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공연장
연출 신성우
출연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 신성우, 김법래, 강태을, 김바울, 이건명 등
3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배우 신성우가 연출을 맡았고, 잭 역을 맡아 연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다니엘 역에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MJ, 인성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돼 눈길을 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회색 도시 런던이 배경이다. 당시 실제로 일어난 미해결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 중 극 형태다. 퍼즐 조각처럼 얽힌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가는 스릴러 뮤지컬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번 시즌 역시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전개,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인 넘버로 강렬한 짜릿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
◇엘리펀트 송
일정 11월 26일~2022년 2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김지호
출연 전성우, 강승호, 김현진, 신주협, 이석준, 정원조, 정상운, 고수희, 이현진 등
자비에 돌란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연극 ‘엘리펀트 송’은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가 로렌스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환자
마이클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리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과 반전이 극의 포인트다. 2015년 11월 국내 초연 후 매 시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썸씽로튼
일정 12월 23일~2022년 4월 10일
장소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이지나
출연
강필석, 이충주, 양요섭, 서경수, 윤지성, 임규형, 황순종, 남경주, 정원영, 이영미, 안유진, 이채민 등
지난해 초연한 ‘썸씽로튼’이 1년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초연을 성공으로 이끈 강필석, 서경수와 함께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양요섭, 전역 후 첫 뮤지컬 복귀를 앞둔 윤지성이 출연을 확정해 기대를 더한다. ‘썸씽로튼’은 1595년 르네상스 시대, 인류 최초로 뮤지컬을 제작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바텀 형제와 함께 셰익스피어, 노스트라다무스 등 톡톡 튀는 캐릭터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인사동 골목의 널찍한 지하 1층 공간에 칼, 창, 도끼, 철퇴, 심지어 주사위까지, 철로 만든 다양한 것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등 동양 도검부터 중세 유럽 배경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창과 칼도 있다. ‘한국의 마지막 칼 장인’, ‘도검 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한정욱(69) 씨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칼 전시장 ‘나이프 갤러리’의 모습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격언도,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흥미를 잃게 되니 업으로 삼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중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위해 필요했던 작은 칼을 시작으로 50여 년간 칼과 함께한 한 씨다. 2001년 인사동에 나이프 갤러리를 오픈해 취미를 업으로 삼은 지도 20년이 흘렀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그에게 지난날의 소회와 현재의 감정에 대해 들어봤다.
한번 태어나 한번 사는 인생
“직장생활을 21년 했는데, 해외출장도 다니고 성과도 내고 재밌었어요. 만족스럽게 일을 했어요. 언론사에서 일할 때는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 인터넷국 국장도 지냈고요. 돈과 만족은 잠깐의 행복을 주지만 그게 오래 가진 않더군요. 언론사에 1년 정도 있어 보니 한번 태어나 한번 사는 인생, 더 늦기 전에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프 갤러리를 오픈하기 전, 한 씨는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했다. 짧은 교사 생활을 했고, 광고대행사에서도 일했다.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후에는 언론사에서 일할 기회도 있었다. 번듯한 직장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이 주는 행복도 있었다. 하지만 늘 마음 한켠에는 더 뜨거운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고 느낀 한 씨는 인사동에서 나이프 갤러리를 열어 수집한 칼들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경기도 양주에 전통 방식으로 쇠를 내리는 제철소 ‘정강원’을 세웠다.
칼이 좋아서 하게 된 일. 지금은 도검뿐 아니라 주방 칼, 주사위까지 철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든다. 한 씨는 자신의 일을 ‘작은 제철소를 운영한다’고 표현한다. 일반적인 제철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제철소처럼 철광석으로 철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철로 제련한다는 것.
“사철 제련은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문헌에서부터 숱하게 나오는 전통 제련 방식이에요. 철광석을 녹이면 선철이 나와요. 그런데 선철은 탄소함유량이 높아서 잘 부서져요. 무기로는 못 쓰죠. 반면 사철을 제련하면 탄소함유량이 낮은 강철이 나와요. 선철은 담금질해도 단단해지지 않지만, 강철을 담금질하면 무기가 될 수 있죠.”
사철로 만든 강철은 철광석으로 만든 선철보다 단단하다. 철광석으로 철을 뽑을 때는 1500도 내외의 온도로 가열한다. 반면 사철은 그보다 높은 1800도에서 가열한다. 해변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모래에서 철 성분을 걸러내 더 높은 온도에서 제련해야 하는 만큼 작업은 더 길고 고되다.
철을 뽑아낸 후에는 불에 달궈 두드리는 ‘단조’와 철을 접는 ‘접쇠’라는 과정을 거친다. 철의 불순물을 없애 강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규모 있는 제철소에서는 50여 명 이상이 이 과정에 동원되지만 정강원에서는 한 씨와 직원 몇 명이 소수 인력으로 해낸다. 지난한 주조 과정이지만 수익이 적어 사업성은 떨어진다.
“그만두고 싶은 때도 많았습니다. 직원 5명 중 두 명은 제철 일을 하고, 세 명은 외국 물건을 수입해서 판매합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제철에다 쏟아부으며 버티고 있어요. 전통적인 제련 방식을 고수하고 지킨다 해서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공로를 인정받는 것도 아니에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2015년에 인간문화재 심사를 봤어요. 9년을 문화재청이랑 씨름해서 ‘야장’ 항목에 심사를 봤죠. 하루에 꼬박 여덟 시간을 망치질해가며 이틀 동안 심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계보가 없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떨어졌죠. 그때 많이 속상했습니다. 예순넷의 나이에 마지막 시험을 보고 나니 그런 타이틀에는 관심이 없어졌어요.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아무도 안 하니까 합니다.”
인정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자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 망치질 한번이 생각대로 잘 됐을 때, 칼날 형태가 잘 잡혔을 때 기쁨을 느낀다. 결과물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았을 때조차 ‘내 실력으로 이 정도면 됐지’라며 다음 작품을 기약한다.
“같은 나이대 친구들은 집에서 쉬면서 손주를 보거나 하는데, 매일 일을 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요. 이제는 그저 건강하고 밥 잘 먹는 것. 그리고 지금 하는 일로 용돈 벌이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뭔가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이 일을 한동안 계속하려고 합니다.”
사람은 철과 닮았다. 뜨겁게 달궈지고 두드려지면서 강인해진다. 철광석보다 뜨거운 온도에서 제련되는 사철처럼, 한 씨의 삶도 남들보다 뜨겁다.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고 얻은 한 씨의 즐거움은 사철 제련으로 만들어진 철처럼 질기고 강인한 것이지 않을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돈이 주는 행복은 평생 가지 않습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세속적 가치와 관계없는 꿈 하나 정도는 품고 살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그동안 위축됐던 전시 업계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각 지역에서는 사진전, 특별전, 소장품전 등 다양한 전시가 속속 열리는 추세다. 이 가운데 부모는 추억하고, 자녀는 경험할 수 있는 ‘뉴트로’ 전시회 3개를 꼽았다.
인천도시역사관 특별전
그때 그 시절엔 농촌 사람들이 한참 도시로 몰려들었고, 빨리 아침을 먹고 출근해야 했으며 학생들은 저마다 도시락을 메고 등교했다. 그래서 사회는 가볍고, 잘 끓고, 잘 늘어나고, 깨지지 않는 그릇을 요구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등장한 ‘서양에서 온 은’, 양은은 순식간에 식기의 판도를 뒤바꿨다.
그렇게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생활용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양은은 돌잔치 기념 밥상, 회사 선물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중금속 검출 등 안전 문제로 대두하자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면서 사라졌다.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열리는 ‘양은, 반짝이는 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만’에서는 양은 냄비, 양은 찬합을 포함해 과거 일상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 인기 상영작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양은으로 만든 달고나 기구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만하다.
양은 도시락을 사용했던 세대와 양은이 낯선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해당 전시회는 오는 1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한강, 낙동강, 금강의 옛 모습은?
‘우리 강 추억 사진전’은 과거 1960~70년대 한강·낙동강·금강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12월 4일까지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나라기록관과 국립공주대 공주학연구원, 부산어촌민속관으로부터 협조를 받았으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터미널 등 소규모 여유 공간을 활용해 전시를 마련했다.
이번 사진전은 우리 강의 옛 모습과 함께해 온 지역 주민의 삶을 느낄 수 있으며 사진과 함께 노래 가사, 시 등 지역 정서를 담은 문화를 소개한다. 한강 사진전은 ‘흐르는 시간 속, 한강의 추억’을 주제로 옛 한강 다리의 모습, 꽁꽁 언 한강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아이들, 가족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등 역사와 재미를 담은 사진들이 이천종합터미널에 전시된다.
낙동강 사진전은 ‘삶을 나르던 나룻배와 낙동강’을 주제로 낙동강 옛 나루터,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포다리와 을숙도 외나무다리 등을 고령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공주역에서는 ‘금강교를 건너 옛 금강의 기억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금강교 모습, 겨울철 강에서 얼음을 캐는 사람들, 금강교를 배경으로 촬영한 졸업 앨범 사진 등이 전시된다.
유럽 빈티지 장난감展
어릴 적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 곧 제일 친한 친구였던 유년 시절. 소중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주인공들이 현실로 찾아왔다. ‘유럽 빈티지 장난감전: 신비한 장난감 가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뤼셀 장난감박물관과 런던 폴록스 장난감박물관과 함께한다. 세계적인 장난감 마스터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된 빈티지 장난감의 세계를 1월 2일까지 서울웨이브 아트센터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유럽 각지에서 수집된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빈티지 장난감 약 5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된 장난감들을 통해 유럽의 사회, 문화, 역사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빈티지 장난감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이고, 청년층에게는 새로움이다. 전시 공간 역시 유럽의 오래된 도시 어딘가에 있는 장난감 컬렉터의 저택을 훔쳐보듯 구성되어 있어 장난감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관련된 스토리를 따라 더욱 풍성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Exhibition
◇게오르그 바젤리츠 : 가르니 호텔
일정 11월 27일까지 장소 타데우스 로팍 서울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이며, 196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이다. 바젤리츠는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회화 12점과 드로잉 12점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인 '가르니 호텔(hotel garni)'은 프랑스어로 저가 호텔을 의미한다. 이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에서 착안된 발상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상의 과정을 거쳐 고안된 제목이다.
바젤리츠는 독일 미술판의 한계를 느끼며 표현주의적이고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통해 독일 신표현주의를 이끌었다. 특히 그는 1969년부터 '거꾸로 뒤집은 그림(인물화)'을 발표, 이는 바젤리츠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이번 전시 그림들 역시 모두 뒤집혀있다. 자화상을 비롯해 40년의 뮤즈 아내 앨케, 사슴, 말 등의 그림이 돋보인다. 그의 거꾸로 보는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꽃의 시간
일정 11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한국자생식물원
'꽃의 시간'의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색채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30년 가까이 꽃을 모티브로 유려한 채색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소재로 한 희화와 판화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작품에 착안된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Collage your Nature'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Book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강봉희·사이드웨이)
지난해 2월 대구 발 코로나19 확진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주목받은 이가 있다. 모두가 꺼려하고 있을 때 발 벗고 나서 시신들을 수습한 사람. 그의 이름은 강봉희로, 장례지도사로 산 지 벌써 20여 년 이다.
40대 중반, 방광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기도 했던 그는 그때부터 건축업을 그만두고 죽음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700여 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맡아왔다.
특히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수많은 무연고 고독사의 시신이다. 이와 함께 그는 누군가 고독하게 죽었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사회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그 시간에 부모님이나 소외된 이웃에게 연락하고,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은 과거에는 '염장이'라고 불렸고,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현재도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더불어 장례 시설은 혐오시설로 통하고, 잘못된 장례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는 죽음을 무서워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도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멀리 있지 않은 죽음, 그것을 인지하고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그의 생각을 읽어보며,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할지 느껴보자.
◇하버드 건강 습관 (다카하시 사카에·이너북)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한 경력이 있는 정신과 의사는 '마음'이 아닌 '몸'에 대해 얘기한다. 몸 상태가 개선되면 마음의 병은 뒤따라 나아진다는 것. 사소한 생활 습관만 바꿔도 비만, 음주, 중독(의존증), 발기부전, 불면, 스트레스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그의 비법을 배워보자.
◇기후 위기, 마지막 경고 (서형석·문예춘추사)
북극곰으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기후 위기의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형석 기후환경연구원 대표는 기후 위기의 실태를 알려주고, 인류 생존을 위한 대응법을 제시한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기후 위기를 직면해야 할 때가 왔다.
◇너의 바다가 되어 (고상만·크루)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고상만 작가는 돌고래의 모성애 실화에서 감동을 받아, 가족애 소설을 집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의 위로를 전해준다.
●Stage
◇레베카
일정 11월 16일~2022년 2월 27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출연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등
다프네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감동적인 로맨스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이와 함께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강렬한 선율과 화려한 세트로 매 시즌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이문드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12개국, 총 10개 언어로 번역돼 공연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 초연 이후 2019년 다섯 번째 시즌까지 총 687회 공연에 총 관람객 83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특히 초연부터 '레베카'의 흥행 주역으로 통해온 배우 옥주현,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 역으로 출연해 많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11월 24일~2022년 2월 2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레오,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등
매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 통한 '프랑켄슈타인'이 3년 만에 네 번 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특히 배우 박은태가 이번에도 참여해 기대를 더한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전쟁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 편
일정 11월 13일~2022년 2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유연석, 이석훈, 고은성, 이상이, 오만석, 정성화, 이규형, 정문성, 이정화, 유리아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유연석과 이상이는 두 번째 출연이고, 이석훈과 고은성은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코미디극이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다.
가을이라 해도 날씨는 여전히 온화하다. 강릉으로 떠나며 날씨를 검색해보았더니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예보다. 환절기의 쌀쌀함을 즐길 때는 아닌 것 같아 머플러랑 니트를 주섬주섬 더 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릉은 언제나 따스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곳은 언제나 따스하게 날 맞는다. 아마 앞으로도 또 그럴 것 같은 강릉.
명주동 거리, 강릉의 ‘핫플레이스’이라고 했다. 명주(溟州)는 신라 시대에 강릉을 이르던 지명으로 ‘바다와 가까운 아늑한 땅’이란 뜻이다. 1500년 전의 고도 명주는 예부터 문화·행정의 중심지이던 곳인데 강릉 시청이 옮겨가면서 한물간 구도시가 되어버린 듯했다. 그런데 이젠 달라졌다. 구도심 귀퉁이 마을인 명주동 일대가 요즘의 레트로 바람을 타고 찾아가고 싶은 원도심으로 변신했다.
가을볕 아래 명주동 문화마을 천천히 걷기
강릉 대도호부 관아 건너편에서 시작해 그 주변 동네와 골목 한 바퀴를 느릿느릿 걸으며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어릴 적 추억도 소환하고, 숨겨진 예쁜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걷는 내내 이어지는 풍경. 드라마 시대극을 연상케 하는 오래된 주택과 상점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나미 명주. 시나미는 ‘천천히’ 또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말이다.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공존하는 뉴트로 강릉의 모습이 보인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 골목에서는 저절로 천천히 걷게 된다.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벽돌담 모퉁이를 돌면 유년의 뜰에서 늘 보았던 백일홍이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 있다. 반쯤 열린 나무 대문 앞으로 한 무더기씩 뿌리내린 채 꽃을 피워 올린 소박한 식물들이 예쁘다.골목 여행을 하는 이들을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 배려다. 저절로 따스함을 얻는다. 낡은 담벼락에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바른 글씨체로 세 줄 적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세월이 느껴지는 담장에 켜켜이 스며 있는 옛이야기를 느끼며 그 길을 걸어간다. 쭉 걷다 보면 빈티지하면서도 멋스러운 건물들이 간간이 눈길을 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봉봉 방앗간’ 건물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장면으로 더 유명해진 집이다. 근처의 작은 공연장, 박물관, 예술마당, 프리마켓 등의 문화공간에 슬슬 가을 분위기가 덧입혀지는 중이다. 골목길을 걷다 잠깐 앉았다 갈 수 있도록 가게 앞에 의자를 놓은 인심이 더 멋진 풍경을 만든다. 그 의자에 한 번씩 앉아 사진을 담는 여행자들 덕분에 아예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찾아가 보고 싶은 ‘인싸들의 강릉 여행지’가 되었고, 곳곳에 젊음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도 풍겨난다.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 단장한 소박한 점포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여행자와 연결해주고 쇠락한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신구(新舊)가 공존하는 원도심 거리답게 옛집을 개조한 카페 ‘오월’의 격자무늬 창문 너머로 동네 할머니가 뒷짐 지고 걸어가시던 골목길 풍경 또한 가을볕에 아련하다. 정겨운 가을날이다. 강릉의 구도심을 온몸으로 느끼며 마실 가듯 천천히 느릿느릿 타박타박 걸었던 명주동 골목 나들이다.
강릉 대도호부 관아
명주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건너편 강릉 대도호부 관아(사적 제388호)에 들어가 보는 것도 의미 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강릉 대도호부 관아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걸쳐 중앙의 관리들이 강릉에 내려오면 머물던 곳이다. 강릉 임영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객사문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대청이 있는데 '임영관'이라고 쓴 현판 글씨는 공민왕이 낙산사 가는 길에 들러서 쓴 친필이다. 현재 객사문은 이 터의 남측에 국보 제51호로 지정 보존되어 있고, 서측은 임진왜란 이후 경주에 있던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셔다 봉안했던 집경전(集慶殿) 터다. 해설사님의 해박하고 구수한 해설로 역사적 사실이 더욱 흥미롭다. 누구나 원하면 미리 신청해서 해설사님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관아 곳곳에 우뚝 선 고목이 되어버린 은행나무는 가을이 한창이었다.
바다 언덕 위에 펼쳐진 예술 세계
이제는 시원한 바다를 보며 예술과 자연, 인간이 공존하는 전시 공간에서 감성을 충전할 때다. 묵은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시간이다. 강릉의 괘방산 자락을 배경으로 등명마을에 자리 잡은 ‘하슬라 아트월드’. 산과 바다와 하늘과 바람과 햇살이 함께하는 아트월드다.
조각가 부부가 힘을 모아 만들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움을 선보이고 있는 하슬라 아트월드. 하슬라는 고구려 때 부르던 강릉의 옛 지명이다. 현대 미술관, 아비지 갤러리, 터널 설치미술, 체험학습실, 피노키오 박물관, 마리오네트관 등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가 터널을 통과하고 고래 뱃속 터널을 지나 지하 계단, 그리고 피노키오 전시관과 마리오네트 전시관까지 감상하는 내내 눈이 즐겁고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곳.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해안 절벽 위에 위치한 야외 조각공원은 예술 정원으로 3만3000평의 드넓은 자연 속에 있다. 어딜 돌아보아도 산과 바다. 이처럼 바다가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 또 어딜지. 이어지는 스카이워크를 통해 다시 한번 자연을 만끽한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건강하게 로스팅한 산야초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다. 문화예술 공간에서 하루나 이틀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해 아트월드 안에 호텔도 있다.
설화 속의 월화거리 즐기기
강릉을 떠나기 전 전통시장인 강릉중앙시장에도 잠깐 들러봐야 하지 않을까. 강릉역으로 가는 길에 들른 시장통엔 매스컴을 통해 이미 유명해진 아이스크림호떡과 치즈호떡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맛집들이 즐비하다. 마늘빵과 닭강정 역시 인기여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모습이다. 군것질을 하며 시장 구경을 즐기다 보면 여행은 더욱 흐뭇하다.
중앙시장을 지나 KTX를 타러 가는 길목에 월화거리로 가는 화살표가 있다. 강릉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교동의 ‘월화거리’는 강릉 도심을 지나던 폐철도 부지에 조성된 공원 시설이다. KTX 강릉선 개통으로 강릉 도심 철도가 지하화되면서 옛 지상 철길은 유휴지로 남게 됐다. 강릉시는 기차가 달리지 않게 된 이 공간을 공원화한 것이다.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월화 풍물시장은 기존에 있던 시장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졌다. 메밀전병이나 감자떡 등 강원도 토속음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간식거리로 옛 분위기를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월화거리는 강릉 월화정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화랑 무월과 강릉 지방 토호의 딸 연화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경주로 돌아간 무월에게서 연락이 없고 연화는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상황에 처한다. 이에 연화는 산책하던 연못의 잉어에게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두 사람이 다시 만나 혼인하게 된다는 것이 월화 설화의 주요 내용이다. 사랑의 메신저가 잉어라니. 무월과 연화의 이름에서 따온 월화정이 있는 이곳을 월화거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걷는 내내 눈길을 끄는 갖가지 구조물이나 꽃 조형물들이 시민들과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강릉역에서 부흥마을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노선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시장과 월화거리를 지나며 강릉역이 저편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에 서울 강릉 간 KTX가 개통되면서 114분 만에 강릉에 도착할 수 있어 강릉 당일 여행이 쉬워졌다. 강릉선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면 청량리-상봉-양평-만종-횡성-둔내-평창-진부-강릉 도착이다. 일상을 벗어나 바다도 보고 하루쯤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을 때 강릉이 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으면서 콘텐츠가 개인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펀더풀’과 음원에 투자하는 ‘뮤직카우’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MZ세대가 이용하지만 시니어 이용자도 늘고 있다. 8일 펀더풀에 따르면 펀더풀 이용자 24.3%가 40대, 8.5%가 50대다. 전체 콘텐츠 투자자 3명 중 1명이 40대 이상 이용자인 셈이다. 콘텐츠의 경우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웹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고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은 그간 투자사들만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투자를 개인들에게까지 확장했다. 펀더풀은 투자를 원하는 콘텐츠 제작사와 접촉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증권투자 상품을 만든다. 개인은 50만~5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이 끝나면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는다.
펀더풀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이 구매한 증권은 한국예탹결제원에 보관되므로 콘텐츠에 관심 있는 시니어들이라면 투자해볼 만한 영역이다. 다만 다른 투자처들이 그렇듯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투자한 콘텐츠는 투자상품설명서에 제시된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수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투자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귀속된다. 펀더풀 웹사이트에 게재된 ‘투자 위험 고지’에 따르면 콘텐츠들은 한국거래소 상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장 증권으로 발행된다. 이에 대해 펀더풀 측은 “증권의 환금성에 제약이 있다는 점과 예상 회수금액에 대해 일부 혹은 전부를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원하는 시기에 수익증권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콘텐츠 투자 상품들은 청약기간, 투자기간, 증권 발행일, 정산 시기를 정해두고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 청약 기간 내에 투자를 철회할 수 있지만 청약기간 이후에는 정해진 투자 기간 동안 증권화된 상품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콘텐츠 투자 기간은 보통 6개월이다. 단기 투자할 생각하고 투자했다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지분의 일부를 사들여 이를 주식처럼 분할하고 경매에 올린다. 플랫폼 내 경매인 ‘옥션’에서 음악은 ‘주’라는 단위로 거래된다. 투자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가지고 있는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배당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시스템 내 ‘마켓’에서 이용자들끼리 음원을 거래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음원에 투자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음원투자는 저작권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구매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가진 것이 저작권이 아니라 저작권 지분만큼 저작권료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경진 뮤직카우 마케팅 팀장은 “지적재산권인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면 저작권법에 따라 권리자 전원 합의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투자자 1명이라도 해당 음악의 유통을 반대하면 유통이 금지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며 “법령상, 실무상 제한이 도리어 회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어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새로운 대체투자 상품이다 보니 투자상품으로서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우려도 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자본시장법상 포함되는 범주가 없어 금융제도권이 아닌 전자상거래법과 통신판매업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진 팀장은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를 위해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플랫폼 영업과 자산관리를 분리하고, 혁신금융에 신청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힘쓰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을 해소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음원 투자가 증권화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늘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대체수단으로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상품과 플랫폼에 대해 잘 알아보고 안전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