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의 장년층을 골든 에이지(Golden Age)라고 한다면, 건강도 그에 맞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 세대에 비하면 경제적 여력도 높고 소비 환경도 풍성해졌으며, 일일(一日) 지구촌 시대를 맞아 해외여행도 아주 일반화되었지만, 그에 더불어 활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인생의 황금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적절한 운동과 휴식만으로 활력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하다.
가장 좋은 의사는 식의(食醫)이기 때문에 잘 먹는 것도 건강한 삶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이다. 식사의 질도 중요하지만, 필수 영양소의 섭취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비타민과 각종 영양제는 범람하고 있지만, 어떻게 먹는 것이 정답일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즉, 관심은 많지만,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것이 영양제 복용의 현실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 영양조사 분석에 따르면 영양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40.0%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성별로는 여성 44.9%, 남성 35.1%로 여성의 복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64세가(47.4%) 복용 경험률이 높았으며, 복용자 3명 중 1명은 2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양제 복용에도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다. 복용제품의 수에만 근거해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으나 2가지 이상을 병용할 때는 동일성분이 중복돼 과잉섭취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정제품 복용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구성 성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이보충제의 복용 동기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친지 등 주변 인물의 권유에 의한 복용이었으며, 의사의 권유를 복용 동기로 응답한 경우는 6% 미만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의 조언 없이 식이보충제를 선택하고 복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식이보충제 복용률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식이보충제 이용자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났으며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턱대고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불문하고 복용하기보다 의사나 전문인의 조언에 따라 적합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단, 영양제 복용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자신의 상황, 나이, 질환에 맞게 사용할 경우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질병의 치료까지 가능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편두통 환자가 진통제와 비타민 B를 함께 복용할 경우 진통제의 양을 줄여도 될 정도로 통증이 현저히 완화된다고 보고되어 있다.
또한 암환자에게 영양제 복용은 큰 도움이 된다. 암환자들은 식욕 부진과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로 인하여 음식 섭취만으로는 영양 요구량을 충족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방사선 치료는 체내의 비타민 E, C, B, 엽산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영양제로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크론씨 병이나 만성 소화 장애 환자는 엽산의 체내 흡수율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결핍된 비타민 및 엽산을 영양제로 보충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영양제 복용은 이와 같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영양제를 잘못 복용한 경우, 어떤 일이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다. 특히,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은 것으로 오해하여 과량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양제의 독성은 급성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천천히 발전하여 만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특히, 철분이 함유된 영양제의 경우, 위장 장애를 일으켜 메스꺼움, 복통, 위출혈, 검은색 설사를 유발하며, 심한 경우 간이 손상되거나 혼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을 과량 복용할 경우 글루코사민 성분이 당을 상승시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폐경 후 뼈가 약한 경우 칼슘을 복용할 때 체내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를 복용할 때, 여기에 철분제를 함께 복용한다면 오히려 칼슘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복용하여야 한다. 자신의 연령대와 건강상태에 꼭 필요치 않은 불필요한 영양제를 남용하는 경우도 금해야 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복용하는 영양제를 중심으로 원칙을 잘 지켜 복용함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경우와 잘못 복용함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 경우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칼슘과 비타민 D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골다공증과 골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을 다량 섭취해도 활성형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칼슘이 뼈로 원활하게 흡수되지 않으므로 비타민 D를 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타민 D는 혈액중 칼슘 농도를 유지해주고 장에서 칼슘을 흡수해 뼈조직으로 흡수되는 작용을 돕는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변비가 나타나면 복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비타민 D를 과량으로 복용할 시 피부건조, 식욕부진, 탈모, 탈수, 오심, 구토 등의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초콜릿과 비타민 D를 같이 섭취하면 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비타민 A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비타민 A는 표피세포의 분화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하면 피부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점막세포의 형태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데, 비타민 A를 공급하면 피부가 다시 정상이 된다. 현재 비타민 A 계통 약물들은 여드름, 건선 등과 같은 피부질환에 스테로이드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임신 전 3개월부터 임신 초기 3개월까지 비타민 A를 1만IU/일 이상 섭취한 여성으로부터 기형발생 증가가 보고되어 있으므로 임신 3개월 이내 또는 임신을 희망하는?부인에 투여할 경우는 용법·용량에 주의하고 반드시 비타민 A 투여는 5000IU/일 미만에 머물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과량 복용 시 피부건조증, 탈모, 체중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비타민 C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콜레스테롤이 산화과정을 거치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데, 비타민 C는 산화과정을 억제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을 예방한다. 2000명 이상의 일본 농촌 거주자들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 C의 혈중 농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뇌졸중의 위험도가 낮았다. 또한 미국에서 8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16년 동안 심혈관계 질환과 비타민 C 복용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를 섭취한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이 28% 적게 발생하였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비타민 C의 일일 권장량은 미 FDA 기준으로 일일 400mg이며, 일정기간 이상 과량 섭취 시, 체질에 따라 요로결석이나 통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과량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엽산 효과 발현이 잘된 경우 아미노산, 핵산 합성에 필수이며 세포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신 전부터 엽산을 복용하면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60~100%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엽산이 풍부한 식사는 심혈관계 질환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엽산은 비타민 B 6에 속하는 것으로서 하루 복용량이 최대 1mg이하로 알려져 있다. 종합 비타민제에는 대부분 엽산이 충분량 포함되어 있고, 단독 제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엽산이 들어간 제제들을 중복해서 복용할 시, 복용량의 합계가 일일 최대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한, 도파민이라는 교감신경 흥분물질의 파괴를 초래하므로 도파민이 부족해지는 질병인 파킨슨씨병 환자들은 절대 복용하면 안된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1.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비 오는데 전화도 안 받네. 워런 도사님 거기는 어디야?” BJ(Broadcasting Jockey) 오작교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혼잣말을 하다가 채팅창을 보며 대화를 한다. 아프리카TV 최고령 BJ 진영수(74)씨의 최근 인터넷 1인 방송이다.
#2. BJ 슈기(최슬기·21)가 떡볶이 네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쩝쩝 소리를 낸다. 이어 치즈 스틱을 먹는다. 끊임없이 “후루룩 쩝쩝”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인터넷 1인 방송 ‘슈기 잘 먹는 먹방’이다.
#3.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중계방송하는 양띵(양지영·25)은 1인 방송 구독자 및 애청자가 201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에 관심 있는 10~20대에게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진영수씨는 인터넷 1인 방송을 통해 인생 상담도 하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전달하며 네티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1인 방송을 하면서 우울증도 극복하고 삶이 활기차다고 말한다. 최슬기씨는 먹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기업 임원 월급 수준인 월 15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양지영씨는 게임방송으로 연예인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KBS 진행자로 진출했다.
인터넷 1인 방송 열풍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만 22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1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1인 방송 시청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 1인 방송자(BJ), 시니어층까지 다양
인터넷 1인 방송은 특별한 기술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로 PC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혹은 주문형(VOD) 방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1인 방송자(BJ)들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다음-카카오, 네이버,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1인 방송은 대화창이 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쌍방향 방송을 할 수 있다. 먹방, 쿡방, 게임방송, 증권방송, 인생상담, 스포츠 중계, 공부방송, 뷰티방송 등 방송 콘텐츠는 제한이 없다. 방송하는 사람 역시 일반인부터 연예인 등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젊은 10대나 20대가 1인 방송을 많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영수씨처럼 중·장년과 시니어에서도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19~50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터넷 개인방송 관련 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1인 방송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64.3%는 1인 방송을 시청자의 다양한 욕망을 표출해주는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1인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50.2%가 ‘콘텐츠가 재미있어서’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37.2%), 실시간 참여가 가능해서(24.8%), 전문가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21.3%), 누군가와 소통하는 느낌이라서(18.3), 함께 댓글을 달면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어서(14.5%)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11.7%), 대리만족하려고(1.7%) 순이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이 2016년 내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꼽은 소비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가 바로 1인 방송을 비롯한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방송을 하는 BJ 중 양띵, 악어, 대도서관, 허팝, 최군, 슈기, 김이브, 영국 남자, 소프, 쿠쿠크루 등 유명 BJ들은 연간 2억~4억 원의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면 누구나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BJ가 될 수 있다.
◇ MCN 사업자들 국내의 콘텐츠 내보내
1인 방송 BJ의 수입 창출원은 크게 두 가지다. 아프리카TV의 1인 방송처럼 방송을 본 네티즌이 100원짜리 별 풍선을 구입해 마음에 드는 1인 방송자에게 주면 이것이 수입으로 직결된다. 또 하나의 이윤 창구는 유튜브 등 1인 방송에 붙는 광고를 통한 수입이다.
외국의 경우는 1인 방송으로 연간 135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등장했다. 미국 경제잡지 10월 14일자에 게재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유튜브 스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유튜브 1인 방송 스타 중 게임방송을 하는 퓨디파이(방송자 펠릭스 셀버그) 채널은 구독자가 4000만 명에 이르고 수입이 1200만 달러(135억원)에 달한다. 코미디 패러디를 전문으로 하는 스모시(방송자 이언 해콕스, 앤서니 파딜라) 채널은 구독자 2136만 명, 수입 858만 달러이다.
1인 방송의 잠재적 사업성과 문화적 파급력에 주목한 기업과 방송사들이 앞다퉈 1인 방송자를 양성하고 관리해 이윤을 창출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CJ E&M에서 운영하는 ‘다이아TV’다. 다이아TV는 현재 417개 1인 개인 방송을 운영, 관리하고 있으며 구독자 수가 2701만 명에 달한다. CJ E&M의 다이아TV 다음 규모의 MCN 사업자는 ‘트레저 헌터’다. 양띵, 악어, 김이브 등 유명 BJ가 속한 트레저 헌터는 채널 수 38개에 구독자 수가 850만 명에 이른다.
이밖에 최근 아프리카TV와 연예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조인트 벤처 ‘프릭’역시 인터넷 1인 방송을 관리하는 MCN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이아TV 등 국내 MCN 사업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MCN사업자와 제휴해 1인 방송 콘텐츠를 해외에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 1인 방송이 대중문화 판도를 바꾸다
급부상하고 있는 1인 방송은 미디어 산업 지형도를 바꿀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참여로 방송이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이용과 인기가 급증하면서 1인 방송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MBC, KBS 등 지상파 TV와 1인 방송의 결합이 눈에 띄는 변화다. 요즘 인기가 높은 MBC 프로그램 은 바로 1인 방송과 TV 방송을 결합한 포맷이다. KBS도 최근 1인 방송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BS가 8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는 1인 방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1인 방송 콘텐츠는 방송을 비롯한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문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영주 박사는 “MBC, KBS 등 지상파 TV에 유입되기 시작한 1인 인터넷 방송이 언젠가는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 사업자들을 능가하는 빅파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1인 방송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구글은 2020년이면 전통적 방송사 스튜디오들은 25%에 그치고 75%를 1000여 개의 1인 채널과 MCN 사업자들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디어와 IT 전문가들은 “1인 방송은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방송, 대중문화의 흐름도 선도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다”고 진단한다.
최근 들어 정부도 1인 방송 지원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1인 방송 제작자 양성에 나섰다. 신중년도 이제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며 수입과 보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1인 방송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진영수씨를 비롯한 신중년 1인 방송자들은 “신중년이 1인 방송을 하면 생활에 활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와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의 접촉 기회가 많아져 삶의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사회도 삶의 질이 중요시되는 단계로 접어든 지 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도 일주일에 하루는 강제로 제 시간에 퇴근하는 날을 맞춰놓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너나없이 ‘저녁이 있는 삶’을 소중한 가치로 얘기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보건의료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의 요구는 외상을 낫게 하고, 성인병의 진전을 늦추며, 불치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편안한 몸의 상태를 다시 찾아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진료의 질을 평가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 ‘통증 관리’가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통증에 대해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연구가 활발해진 것이다.
2명 중 1명 꼴로 수면 장애
현재 암성 통증과 비암성 통증을 합하여 만성적인 통증 환자로 분류되는 사람들만 해도 성인 인구의 약 10% 이상인 250만 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각종 만성 질환자의 증가 추세로 인해 만성통증 환자의 수도 같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만성통증은 질환이 완쾌되었거나 부상이 아물었는데도 불구하고 극심한 아픔이 끊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집중력 장애와 기억력 감소, 수면 장애, 활동범위 축소를 가져오고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이나 가사활동, 여가활동의 수행이 어렵게 되고 정신적 고통의 만성화로 인해 가족을 포함한 대인관계의 전반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육체적 활동의 강도와 상응하는 통증의 발현으로 인해 전반적인 활동 기피 현상이나 이차적인 운동 저하로 인한 근육 약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심근 허혈과 같은 혈류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통증의 강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2명 중 1명꼴로 수면 장애를 나타내며, 30%에 가까운 환자들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의 폐해가 많다.
또한 만성통증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므로 이차적인 부양비와 의료비의 지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파생시킨다.
결국 이 통증은 단순히 환자가 참을 수 있는 범위 외의 것이 많다는 것이며, 직접 통증을 치료하지 않고서는 완치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심한 통증에는 피할 수 없는 필요악
국내 많은 의료진이 만성통증환자에게 무작정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만 사용할 경우, 통증 억제효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위장 장애나 신장 손상 및 혈전 생성 등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통증의 강도에 따라 약한 통증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중간 정도의 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도 비교적 약한 트라마돌계와 코데인, 그리고 심한 통증에는 모르핀, 옥시코돈, 하이드로모르폰이나 펜타닐 같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가 통각신경세포를 파괴하여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대상포진의 치료에도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 대한피부과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전국 20개 대학병원의 대상포진 환자 1만9884명을 조사한 결과, 그중 56.7%에 달하는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 중 7%는 통증과 합병증으로 입원 치료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 우려에 대해서도 국내 의료계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성 진통제는 천정효과(Ceiling effect, 용량을 증가시키면 더 이상 진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계점)가 없기 때문에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용량의 제한 없이 증량이 가능하며, 증량 자체가 중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 사회적 위험 경계해야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업고 우리나라보다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장려했던 미국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나타났다. 1997년, 다른 통증 치료법으로 효과가 없는 환자의 경우에만 평가와 카운슬링을 거쳐 마약성 진통제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자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10년간 메타돈, 하이드로코돈, 옥시코돈 등의 마약성 진통제의 1인당 구입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결과는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예기치 않았던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이 크게 증가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5년 동안 약물중독에 의한 사망률은 무려 550%나 증가했다. 사망자 295명 가운데 남성이 67.1%에 달했고, 사망자의 63.1%는 처방전 없이 불법 구입한 약제, 즉 비합법적으로 구입한 약물 복용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이다.
또 전체의 21.4%는 사망하기 1년 전 5명 이상의 의사로부터 규제 약물을 처방받는 이른바 닥터쇼핑을 하며 의약품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닥터쇼핑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 2배가량(16.7% 대 30.9%)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구입경로를 조사한 결과, 합법적인 진료와 처방을 거쳐 원하는 만큼의 약물을 구입하기 어려운 10~20대들은 노점상이나 기타 불법적인 구매선을 통해 약물을 구했고, 경제적으로 구입 능력이 있으면서 증상 호소 등을 통해 비교적 의사의 동조를 이끌어내기에 용이한 30, 40대의 연령층은 가능한 한 여러 병원에서 닥터쇼핑을 한 것이었다.
결국 약물에 의한 중독사의 93.2%는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자명하다.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을 통제할 뚜렷한 대책 없이 효과만 강조하여 사용을 장려할 경우, 국민 건강이 도리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마약성 진통제를 과잉 처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특히 인터넷에 의한 구매 열풍이 다른 나라보다 꽤 높은 편이며, 위조 발기부전 치료제나 불법 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형편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부득이하게 사용할 때에도 환자가 정상적으로 복용하고 있는지, 임의로 복용하고 있지 않는지, 처방전 분실 사유로 인해 처방전이 중복 발행되는 일이 잦은지, 환자의 혈중이나 요 중에서 검출되는 마약성 진통제의 함량이 정상적인지, 처방 당시 환자가 어떠한 종류든지 중독의 기왕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관리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1992년 경희대 약학대학 졸업
2000년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겸 의약품안전사용교육 사업단장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1)“내가 물어볼 테니 알아맞혀 봐. ‘뚝에치’가 뭐어게? ‘깐에짝’은?”
2)한 신입 사원에게 부장이 “우리 어머니 수연에 와 달라”고 말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망신을 당한 그는 무식을 만회하려고 에티켓 사전을 뒤진 끝에 ‘망구’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가 “자당 어른께서 망구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라고 하자 부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뭐? 우리 어머니가 할망구라구?”
3)“안여돼 같으면서 에바 그만 떨고 김천 가자. 그런데 문상도 버카충 되니?”
1)은 1960년대의 수수께끼다. 답은 ‘말뚝에 까치’, ‘뒷간에 볼기짝’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이런 문답이나 언어의 희롱은 재미있는 놀이이자 장난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수께끼나 스무고개라는 말은 거의 사어가 됐다.
‘수연’과 ‘망구’를 아시나요
2)는 소설가 이창동(문화부장관 역임)의 콩트 의 내용이다. 수연(壽宴)은 생일잔치, 망구(望九)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 그러니까 81세다. 같은 세대인데도 한자어를 몰라서 빚어진 불통 사례다.
3)은 요즘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을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문장이다. 어른들을 위해 ‘번역’하면 “안경 쓴 돼지같이 생겼으면서 보기 흉한 애교 그만 떨고 김밥천국이나 가자. 그런데 문화상품권도 버스카드 충전 되니?”라는 뜻이다. 에바는 오버(Over)의 변형이다.
세 가지 사례는 우리의 어문생활이 통시적으로 얼마나 급변해왔으며 공시적으로는 단절과 괴리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준다. 1945년 광복 이후 70년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어문생활도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었다. 능곡지변(陵谷之變) 고안심곡(高岸深谷) 천선지전(天旋地轉)의 이 달라짐은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 금석지감(今昔之感)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긍정적이지 못한 게 많은 것이 문제다. 언어의 민주화는 언어의 자유화를 넘어 언어의 천박화를 촉진했다.
한글문화연대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2013년 12월에 실시한 말문화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 사회의 말 사용 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92.6%(매우 문제가 많다 33.9%+문제가 있는 편 58.7%)로 압도적이었다. ‘문제가 없다’는 응답은 7.4%(전혀 문제가 없다 1.1%+별 문제가 없는 편 6.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70년간의 변화와 과제를 정리한다. 일제 잔재와 외래어 남용, 경음화 추세의 가속, 단축어 신조어의 유행, 욕설과 공격성 심화, 유행어 은어의 변천, 남과 북의 언어 괴리, 이 여섯 가지를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청산 안된 일제 잔재와 끝없는 외래어 남용
어문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우리의 어문생활은 국어 건설기(1894년 갑오개혁~1970년 국어순화정책), 국어 순화기(1970~1980년대 중반), 국어 관리기(1980년대 중반 이후)로 분류할 수 있다. 국어 건설기의 특징은 1)일제 강점기에 조선어를 제대로 세우려는 투쟁 2)새 나라 건설과 이에 따른 한국어 정비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술 출판 과학기술 같은 모든 분야에서 일본말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그런 말을 많이 알아야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치부되곤 한다. 일제가 남겨 놓은 일본식 땅이름의 유래를 잘 모르는 채 버스 안내판이나 도로 표지판, 행정관서나 시설물에 그 이름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의 영향이 커진 데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영어가 득세하면서 이제는 영어를 많이 써야 유식해 보이게 됐다. 한자와 한문 사용은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로마자와 영어가 차지했다. 한글전용과 한자교육 문제의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쏘주’ ‘쐬주’ ‘도꾜’...경음화 추세의 가속
1960년대의 영화나 방송을 보면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만큼 발음이 연하고 순하고 말이 느려서 요즘 감각으로는 촌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말이 빠르고 급하다. 특히 경음이 많아졌다. 소주→쏘주, 쐬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주가 달다 해서 쏘주가 달다는 뜻의 ‘쏘달’이라는 상품이 나왔을 정도다. 숙맥은 콩인지 보리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라는 뜻인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쑥맥이라고 발음한다.
우리는 일어를 표기할 때 ㅊ ㅋ ㅌ ㅍ 등 격음 위주로 하고 있다. 東京의 표기는 경음인 도꾜가 아니라 도쿄다. 하지만 이를 납득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적으로 잘 발달된 우리나라의 욕은 가속되는 경음화 경향을 잘 알게 해 준다.
‘해품달’ ‘쏠까말’ ‘슈키라’... 단축어 신조어의 유행
요즘 젊은 세대는 긴 말을 참지 못한다. 긴 것은 석 자 이내로 줄이고 석 자인 것도 두 글자로 줄여 버린다. ‘인터넷강의’는 ‘인강’, ‘해를 품은 달’은 ‘해품달’,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넝굴당’, ‘별에서 온 그대’는 ‘별 그대’다. 일본인들이 축소 지향의 민족이라면 우리는 단축 지향의 국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인터넷에 떠 있는 ‘어른들이 모르는 신조어’라는 자료(출전 불명)에 의하면 어른들이 가장 못 알아듣는 말은 쏠까말, 정줄놓, 흠좀무, 이뭐병 순이다. 차례로 풀이하면 솔직히 까놓고 말한다, 정신줄을 놓았다, 흠,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이런 뜻이다. 그런 식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일 수 있다.
최근 인터넷 검색어에서 상위에 올랐던 ‘슈키라’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슈퍼 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름인데, 이렇게 풀어서 알려 줘도 슈퍼 주니어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으니 유행어와 소통은 역시 어려운 문제다.
아이들은 ‘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신기하다 멋지다 내가 졌다, 이런 뜻의 감탄사 대용어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두루 쓰이는 단어다. 어느 지공거사(65세 이상인 지하철 공짜 이용자)에게 뜻을 물었더니 ‘소금에 절여 둔 음식 너무 오래 잘못 보관하면 풍기는 냄새와 맛?’ 이렇게 답이 왔다.
욕설과 공격성 심화... 도 넘은 인터넷 막말
오늘날 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공격성 폭력성이다. 1) 익명성에 숨어 자행하는 인터넷 언어폭력의 증대 2) 거의 모든 문장에서 뜻도 모르고 추임새처럼 뱉어대는 욕설 3) 막말과 비속어로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방송 언어의 악순환 4) 정치권이든 일반인이든 정치적 견해차에 따라 마구 쏟아내는 극단적 공격 언어, 이런 것들이 문제다.
요즘 아이들은 욕 없이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몇 년 전 버스 안에서 대화를 하면서 한마디도 욕을 하지 않은 중학생들을 본 할머니가 그 학생들을 표창하라고 학교에 알린 일이 있을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10월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언어생활에 대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자.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에 대해 89.4%가 ‘언어폭력으로 사회문제다’라는 데 동의했다. 중복 답변을 허용한 이 문항에서 사회문제라는 생각은 ‘또래 간의 친근감 표현(57.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40.4%)’이라는 답변보다 훨씬 비율이 높았다.
말로 하는 욕설도 문제이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SNS상에서 댓글을 쓰면서 마구 내갈기는 구어체 욕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일상의 대화보다 더 심각한 게 인터넷 막말이다. 일정한 이슈가 생길 경우 자신의 성향과 기호에 맞지 않으면 무조건 욕설을 동반한 비난을 하기 일쑤이고 ‘신상 털기’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과 명예훼손, 인권침해. 인격살인을 서슴지 않는 폭력성이 사회 전반에 광범하게 퍼져 있다.
유행어 은어, 민주화 정보화 이후 일반인 주도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유행어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정보화의 단계별로 다양하게 변해왔다. 초기에는 각종 정보를 선점하는 오피니언 리더, 특히 정치권의 언어가 언중을 지배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초대 대통령 이승만), “민생고부터 해결하자.”(점심 먹자는 뜻/1961년 5·16 군사쿠데타 ‘혁명공약’에서 따온 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전 대통령), “이 사람 믿어 주세요.”(노태우 전 대통령) 이런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정보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유행어의 중심은 정치권이나 오피니언 리더에서 일반대중으로 바뀌었다. 국어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고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는 힘이 국가로부터 언중으로 넘어온 것과 비례해서 유행어의 중심도 이동하게 됐다. 산업화와 대중사회의 출현, 정보통신혁명 등 사회 구조와 개인 삶의 변화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언어와 유행어를 생성하게 만든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70년대 이후 ‘웃으면 복이 와요’를 비롯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양산해 냈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칙칙 카포 싸리싸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카 므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의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를 기억하시는지? 구봉서와 배삼룡이 만들어 낸 이 긴 이름은 몇 년 전 탤런트 현빈이 ‘시크릿 가든’이라는 TV드라마에서 읊어댐으로써 40년 만에 다시 유행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개그 프로그램이 유행어를 만들고, 그 반대로 이미 유행 중인 유행어가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함으로써 더 확산되는 시대다.
남과 북의 언어 괴리... 여자 대 녀자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는 “같은 말은 공통된 민족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민족 통일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말과 글이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서로 다른 정치 체제 속에서 각자 국어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이제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게 많아졌다.
북쪽이 어려운 일제 한자말을 쉬운 토박이말로 많이 다듬은 것과 달리, 남쪽은 일어나 한자어를 그대로 쓰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백열전구 대 전등알, 소프라노 대 녀성고음, 산맥 대 산줄기, 코너 킥 대 구석차기, 이런 식으로 표현이 서로 다르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남측은 두음법칙을 지켜 한자어 소리를 자리에 따라 다르게 적지만 북측에선 항상 한 가지로 적는다. 노인 대 로인, 여자 대 녀자, 선열(先烈) 대 선렬, 이렇게 엇갈린다. 북한에서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 단어를 붙여 쓰며 의존명사와 보조용언도 대개 붙인다. ‘무엇때문에’, ‘우리들전체’, ‘울듯말듯하다’ 등을 그런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차이가 커지자 남북 학자들은 1995년 중국 옌볜(延邊)에서 처음 학술회의를 연 이후 남북 정보통신 용어 통일, 우리말 살리기, 자판배치 공동안, 우리 글자 배열순서와 부호계 공동안 등을 만들었다.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은 겨레말 큰사전 편찬 활동이다. 2005년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결성돼 추진해왔으나 당초 발간 목표 2013년은 벌써 지났다. 통일부는 1월 29일 제270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이 편찬사업에 32억여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무상 지원키로 했다.
어문생활의 성숙과 발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한국어는 사용 인구 80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13위권의 언어다. 많은 언어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앞으로도 소멸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어는 이제 생존 자체를 고민할 게 아니라 성숙과 발전을 지향해야 할 단계다.
언어의 변천은 시류에 따른 것이고 누가 강제로 유도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시민사회를 성숙시키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바람직한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 어문생활에 독버섯처럼 번진 공격성을 약화시키고 순화시켜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우리말 속에 들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그러니 남을 공격하는 막말과 욕설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점을 알게 해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리고 우리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고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나.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말조심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말에 관한 말이 이렇게 풍부한 민족이 있던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시조까지 있다.
어문단체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각급 학교 교원, 신문과 방송의 언론 종사자들이 다 노력해야 할 일이다. 특히 유행을 좇아 어법에도 맞지 않고 어원도 불분명한 조어를 무분별하고 천박하게 양산해 내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어문파괴 행위부터 없어져야 한다.
올해로 차납 서른을 맞이한 경희대학교 오양가(吳洋嘉· 60) 겸임 교수. 불가에서의 나이를 ‘법랍’이라 하듯, 그녀는 차를 만난 이후 나이를 ‘차납’이라 한다. 짙게 우러난 그녀의 다도 30년은 그윽한 향으로 우리 문화 곳곳에 번지고 있다. ‘차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뇌와 시련도 ‘차인’이라는 사명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오양가 교수의 다도 인생을 돌아봤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재능과 감성
어린 시절 어머니는 늘 차를 우려 그 향과 온기로 손님을 맞이했다. 그런 어머니를 도와가며 자연스레 차를 가까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땐 그것이 그저 평범한 우리나라의 예절인 줄로만 알았다.
“성인이 되고, 행다(行茶)를 처음 봤을 때 ‘아, 내가 고향에 돌아왔구나!’라고 느꼈어요. 어릴 때 어머니랑 늘 하던 건데, 내가 그동안 서양문물에 젖어 다 잊고 살았구나. 내가 왜 플루트를 사랑하고 클래식을 더 고상하다 생각했을까? 그런 깨달음이 있은 후 우리 전통문화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플루트보다 대금을 더 사랑하게 된 거죠.”
어머니가 끼친 영향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때 무용가로도 활약했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오 교수는 무용을 비롯해 발레, 체조, 양궁, 펜싱, 미술 등 다재다능한 끼를 발휘했다.
“차는 ‘찻상에 표현되는 종합예술’과도 같기 때문에 우리 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은 물론, 그와 어울리는 음악, 꽃꽂이, 손놀림, 복식, 도기 등 갖춰야 할 영역이 많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키워온 재능들은 제가 다도를 하며 다양한 영역을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어머니는 조개껍데기를 밥그릇으로 사용하시는가 하면, 돌담 밑에 달맞이꽃을 한 아름 키워 서치라이트처럼 꾸며놓곤 하셨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신 분이셨어요. 그런 어머니의 감성이 제가 하는 모든 것들에 접목됐고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죠.”
격을 지킨 사람만이 그 격을 파할 수 있다
한국의 차 문화 보급을 위해 달려온 30년. 행다를 익히고 기본을 갖추기까지 10년, 다도를 연구하고 자신의 다법을 정립하는 데 10년, 그리고 창작 다법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익히는데 10년. 오 교수의 30년은 그렇게 정직하게 흘러갔다.
“처음 10년은 좋든 나쁘든 배운 것을 거스르지 않고 똑같이 연습했어요. 혼자 차를 마실 때나, 아들에게 차를 줄 때나 누구를 만나도 순서를 지켜 차를 올렸죠. 절대 차를 쉽게 보지 않고, 그 누구보다 기본에 충실했어요. 기본이 배어 있어야 잘못된 것을 파악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계(契)도 지킨 사람이 파할 수 있듯, 무언가를 엄격히 지켜보고 행한 사람만이 필요에 의해 그 격을 파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경지를 경험해볼 필요가 있고, 그 후에 격을 파하고 자신의 것을 정립할 수 있어요.”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가장 한국적인 다도를 정립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하지만 다도가 언제 어디서 왔는지, 또 그 순서와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된 문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다도를 우리 전통의 다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죠. 하지만 일본에서 왔다 해서 ‘이건 안 해’가 아니라, ‘우리만의 것으로 가장 한국답게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차 다(茶)’ 자만 보이면 다 챙겨 봤고, 공부가 될 때마다 방향과 순서를 바꿔가며 그 행위에 대해 연구했죠. 다도를 하는 데 물 넣고, 차 넣고, 우리는 것은 전 세계가 같지만, 그 퍼포먼스 속에 한국의 생각, 한국의 몸집, 한국의 철학, 한국의 예술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누구와 견주더라도 자신 있으니까요.”
손끝에서 느껴지는 한국의 숨결
오 교수는 행다에서 보이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 한국의 사상과 멋을 담아내기 위해 깊은 고뇌와 마주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그릇을 엎으면 그 집의 살림을 엎었다.’ 해서 그릇을 엎어두지 않았죠. 그런 풍습이나, 어른들의 이야기도 한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제 다법에 적용했어요. 그래서 일본 다도는 엎어놓은 잔을 바로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하는데, 제 다법은 잔을 바로 세워둔 상태에서 시작하죠.”
오 교수의 행다를 본 이들은 그녀의 평온한 움직임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매료되곤 한다. 특별할 것 없이 스쳐 지나가는 동작 하나에도 뜻이 있고, 오 교수의 생각과 노력이 담겨 있다.
“손놀림 하나에도 한국의 온화함과 곡선의 미를 살리려 했어요. 이 세상에 아무런 기물이 없을 때 인간이 물을 마시려면 어떻게 했겠어요? 양손을 모았겠죠. 거기서 영감을 받아 잔을 잡을 때도 옹달샘 담아내 듯 양손으로 잔을 감싸요. 다기를 잡을 때도 내가 아이를 안았을 때처럼 편안한 모습을 하려 하고, 손동작 할 때도 초가집의 곡선을 형상화하곤 했죠. 그렇게 무언가가 정립될 때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연습을 끊임없이 했어요. 당시엔 집에 전신거울이 없었는데, 밤이면 베란다 유리창이 제 거울이 됐죠. 밤이면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어디가 비뚤어졌는지,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곡선을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또 연습했어요.”
사람의 본질을 사랑하게 하는 매개체, 차
전통문화를 전수받는 이들은 스승의 손사위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과 기풍까지 고스란히 담아내야 한다. 오 교수는 그런 제자들에게 ‘본질을 바라보는 눈과, 진심 어린 마음’을 강조한다.
“손동작과 기교는 연습시키면 누구나 흉내는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영혼 없는 몸짓은 한낱 껍데기에 불과하죠. 사람의 본질을 바라볼 줄 아는 혜안과 그를 향한 진심을 겸비해야 해요. 육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죠. 겉으로 드러난 그 사람의 스펙이나 환경, 액세서리를 다 거둬낸 본질 있잖아요.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요. 그 안목을 키우려면 ‘수신(修身)’ 즉, 자신을 다스리고 반성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죠.”
사람을 위해 차가 존재하는 것이지, 차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터. 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중요하다. 그 마음을 차를 매개로 전하는 것이 다도의 본질이며, 그 속에서 차 문화의 아름다움이 꽃필 수 있는 것이다.
“차는 그저 마셔서 입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그 마음을 달래는 데 의미가 있어요. 다도를 통한 수신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매개로 상대를 만났을 때 함께 이루어져요. 내 인격체가 반듯하고 교양을 갖추었을 때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원활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함께 마음을 다스리는 거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처럼 다도를 통해 수신을 이루고, 그 문화가 번지면 곧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의미가 있어요.”
존재의 이유, 차 그리고 가족
“그냥 전부 같아요. 내 인생의 전부. 가족 외에는 다 차였으니까요. 차가 머릿속에서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어요.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더라도 다 차로 귀결됐어요. 지금 보면 차에 너무 심취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취미도 즐기고, 모임도 가고 했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 생활이 전혀 없었어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차에만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차만 바라볼 수 있었을까요? 내 청춘을 오로지 차에 미쳐 보내고 나니, 어느새 나는 늙어서 환갑이 돼버렸지 뭐예요. 돌이켜보면 ‘나도 참 힘겨웠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때는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차에 몰입해 있었지만요.”
‘차인’으로서 안아야 했던 힘겨운 세월에 가장 버팀목이 되어 준 것 역시 ‘차인’이라는 사명감이었다. 그리고 차인으로 살아온 세월만큼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오 교수에게 ‘가족’은 늘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는 오로지 ‘차’와 ‘가족’이라고 말하는 그녀. 하지만 차에 몰입했던 세월만큼 가족과 함께 나누지 못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늘 미안한 마음이다.
차가 있는 곳엔 늘 향이 함께 했기에
과거 우리 선비들은 향을 사르고 차를 마시며 꽃과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네 가지 아취(雅趣, 고아한 취미) 있는 일로 꼽았다. 그동안 차인들의 노력으로 차 문화는 뿌리를 내려 뻗어가고 있는데, 향은 아직 그 쓰임과 문화에 대해 생소해 하는 이들이 많다.
“차가 있는 곳에 향이 있고, 향이 있는 곳에 차가 있어요. 늘 함께 하죠. 하지만 항상 차를 해 오면서도 ‘향’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동안은 차를 연구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바빠 향을 더불어 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이제는 향에 대한 갈증을 채워보려 해요. 앞으로는 다도를 해왔듯 향도를 해나갈 계획이에요.”
한국의 향도는 활발한 태동을 일으키고 있다. 오 교수 또한 지난 자신의 다도 발자취를 거슬러 그 시작과 나란히 향도 문화 전파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처음 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은 없어요.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는 것이고,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프로가 되는 거잖아요. 향도 시연을 창작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다도가 그랬듯 향도 역시 기본을 익힌 후 연구를 통해 창작해야 해요. 대만이나 중국, 일본의 향도를 살피고 공부를 해서 가장 한국적인 향도를 탄생시켜야죠.”
차인(茶人) 30년 세월이 내게 남긴 것
“전통문화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고독하죠. 남이 알아주지 않고, 돈도 안 되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오로지 차 문화 보급을 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초등학교 운동회부터 OECD 장관 접빈 다례, 조정사신연 행사 등 수많은 행사를 치러냈지만 정말 힘든지 모르고 했어요. 거의 자비로 봉사하다시피 해왔지만, 그날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차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면 흐뭇하고 그 자긍심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행사장 테이블에 마련된 차를 즐기는 것이 이제는 생소한 문화가 아니다. 이처럼 ‘티 테이블 셋팅’ 에 대한 익숙함이 싹트기까지 오 교수는 끊임없이 곳곳에 다도의 씨앗을 심고, 애정의 물줄기를 적셔주었다. 모든 것을 바쳐 한국의 다도를 각인시켜 왔지만, 정작 오 교수 자신은 소박하게 남길 바랐다.
“나중에 우리 후배들이 나를 떠올렸을 때 ‘아, 오양가 선생님은 참 아름다운 차인이었어’라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저 그렇게 ‘아름다운 차인’으로 남았으면 해요.”
천의보다법은 차문화와 우리나라 보자기문화를 접목한 오양가 교수의 창작 다법이다. 천의보라는 명칭은 하늘의 보배로운 옷자락이라는 뜻으로, 복의 기원과 함께 소중한 기물을 싸는 보자기에 차를 우릴 다완(茶碗, 차를 마실 때 쓰는 그릇)을 싸 더욱 귀중함을 나타냈다. 보자기를 싸면 상보를 대신하고, 펼치면 찻상이 된다. 행다 시에 중복되는 행위와 기물을 최대한 줄여 절제미와 단순미가 돋보인다.
청계천으로 떠내려간 지식들…
1938년 출간된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 칠성네 아주머니가 방망이를 두들기며 빨래하던 청계천은 나에게는 헌책방과 고물상이 즐비한 기억으로 새겨져 있다.
고등학교 때 조금이라도 싸게 참고서를 구입하기 위해 기웃거리던 거리를 국문과 진학 후 전공 관련 자료를 찾느라 다시 뒤졌을 때 캐캐한 책 냄새는 은은한 향기로 다가왔고, 수많은 책들이 자꾸 속삭이는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책벌레보다는 수집광에 가깝다고 할까.
도쿄살이 18년에 책이 그립고 자료가 땡기면 곧잘 도쿄 진보초(神保町) 일대의 ‘간다(神田) 고서점가’를 찾는다.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서 도쿄대학 근처의 헌책방을 기웃거리도 한다.
지금은 매주 화요일이 되면 대학 강의를 마치고 일부러 고서점 거리를 지나 다른 대학으로 걸어간다. 약 180개의 서점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처럼 늘 듬직한 미소로 반겨준다.
‘책의 거리’ 간다 진보초의 공식 사이트(http://jimbou.info)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서점 거리임을 자랑하면서 176개의 고서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52군데 고서점과 6군데 신간서점의 재고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도 공개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역사가 제일 오래됐고 규모도 가장 큰 전국고서적상업협회(JADOB)가 운영하는 ‘일본의 고서점’ 공식 사이트(http://www.kosho.or.jp)를 통해서는 전국 2200여 개의 고서점이 등록한 약 600만 권의 고서를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으며, 고서점의 소개 및 이벤트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나 역시 진보초와 도쿄대 일대의 고서점에서 구할 수 없던 백화점, 박람회, 운동회 등 한국 근대사의 자료를 먼지방의 고서점으로부터 직접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사이트 덕분이었다.
반면에 우리 사회가 청계천을 통해 배운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옛것을 없애고 부수는 것은 쉽지만 이를 다시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 어쩌면 헌책방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그 속에 담긴 지식도 함께 떠내려간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버리면 쓰레기, 모으면 자료, 활용하면 가치
‘헌책방’보다는 ‘고서점’이 연구자들의 귀중한 자료라는 인상 덕분에 좀 세련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훈훈한 정겨움은 역시 전자가 더 진할지 싶다. 하긴 이 거리의 출발도 가난한 학도들의 얄팍한 주머니와 뗄래야 뗄 수 없었다.
100여년 전 메이지유신 이후 이 지역에는 도쿄대학의 전신인 도쿄카이세(開成)학교를 비롯해 메이지(明治)대학, 주오(中央)대학, 니혼(日本)대학의 전신인 각종 학교들이 연이어 설립돼 많은 학생들과 연구자가 모이는 거리로 자리 잡았다.
1913년 이 일대에 큰 화재가 발생해 잿더미로 변한 뒤 당시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와나미 시게오(岩波茂雄)가 고서점을 열었고 이듬해인 1914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대표작 ‘마음’을 간행하면서 출판업에도 진출해 문학 작품과 철학서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일본을 대표하는 출판사 이와나미서점의 시작이자 간다 고서점 거리의 출발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화폐 1000엔권에 초상이 실릴 정도로 존경을 받는 일본의 국민작가로 이와나미의 간판도 그가 쓴 것이라고 하며, 이런 인연으로 1916년 향년 49세의 나이로 그가 세상을 떠난뒤 '나쓰메 소세키 전집'도 이와나미서점에서 발행돼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1920년 도쿄고서적상업협회(TADOB)가 설립됐으며, 1921년 문화학원이 개교되면서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 관계서를 다루는 서점까지 등장해 고서점 거리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유명해졌다.
지난 2001년 일본 환경성은 독특한 향기가 풍기는 이 거리를 ‘향기로운 풍경 100선’으로 뽑기도 했는데, 현재는 서점 이외에도 각종 사업시설과 수많은 식당, 멋진 분위기의 레스토랑까지 등장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서점 탐방을 즐기고 있다.
매년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3월말 진보초 벚꽃거리 페스티벌로 ‘봄 헌책 축제’가 열리며,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100군데 서점이 참가하는 ‘도쿄 명물 간다 헌책 축제’가 성대하게 개최된다.
올해로 55회째를 맞이하는 간다의 헌책 축제는 특별 전시 및 판매, 자선 경매, 각종 강연회와 좌담, 관련 영화 상영 및 토크쇼, 그리고 다양한 체험교실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애호가는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이 시기에 맞춰 ‘진보초 북페스티벌’도 사흘간 거리와 광장에서 총 매장 면적 5000 평의 규모로 함께 열려 300만 점의 각종 서적(총 재고수는 무려 1000만 권)이 넘쳐난다.
올해로 24회째이며 헌책 판매뿐만 아니라 낭독회, 문학상 수상, 공개 방송, 다양한 검정시험 도전, 그리고 연주회 등 각종 공연도 마련돼 찾는 이들의 눈과 귀도 즐겁게 만든다.
이처럼 이 거리의 서점 주인들은 틈만 나면 먼지를 털고 표지를 닦으면서 누구보다도 ‘헌책’의 새로운 가치를 신뢰한다. 버리면 그냥 1kg 당 60 원 선에서 거래되는 폐지에 지나지 않는 헌책. 이런 헌책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내용에 따라 분류돼 새 주인과 만나 값진 가치를 발한다.
따라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실천하는 거리가 바로 이곳이며, 시니어 세대의 향수 어린 추억을 떠올리는 무대가 아니라 지금도 젊은이들이 옛것의 소중함을 느끼고 새로운 가치를 캐어내는 산 교육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헌책 시장의 규모는 가치 창조의 시금석
일본의 출판과학연구소가 지난해 출판물의 판매액을 1조7000억 엔으로 추정했으며, 인프레스 종합연구소가 간행한 ‘전자서적 비즈니스 조사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 출판물도 1013억 엔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억 엔대를 넘어서 2018년에는 3000억 엔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헌책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헌책 체인망인 '북오프(Book-off)'가 2011년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중고서적의 시장은 873억 3300만 엔 규모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다른 업체가 조사한 헌책 구입 방법에서는 점포를 찾아가 직접 구입한 적이 있는 사람이 81%, 반면에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적이 있는 사람은 49%(중복응답)였다. 그 이유로 “책 상태를 알 수 없는 게 불안”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본에서는 국회도서관을 비롯해 국공립도서관과 대학도서관 등 대규모 도서관을 제외한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의 경우 책을 구매한 지 5년 정도 지나면 정리해 폐기하게 되는데,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기도 하지만 보통 많은 책들이 헌책방으로 유입된다.
또한 개인들도 나이가 들어 신변을 정리하면서 재산과 함께 골동품, 미술품, 서적 등을 상속하거나 팔며, 혹은 기부한다. 여기에 각 출판사들의 재고서적까지 가세하면 헌책방을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는 책들이 끊임없이 넘쳐난다고 하겠다.
‘간다 고서점가’의 산책은 서점마다 인문, 자연, 과학, 기술, 미술, 공연, 사진, 대중문화, 아동도서, 외국잡지 등 특화된 전문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잘 분류된 서가를 걷는 기분이 든다. 책의 향기 속에 흠뻑 빠져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환상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시니어 세대의 인기를 모았던 절판 서적들이 다시 복각돼 출판되는 예도 크게 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가 아니더라도 ‘잘 익은 된장맛’ 같은 헌책의 가치를 알고 아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거리에서 수많은 ‘온고지신’의 향기는 계속 퍼져나갈 게 분명하다.
근현대사의 풍파 속에 복개와 복원 끝에 떠내려간 청계천의 헌책방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가슴 아프며 부럽기 그지없다.
노후생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이미 노동능력을 상실한 노인들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문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약 1350조 원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연간 10조 원 정도를 어르신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는 기초연금 수급자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25일,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64%인 410만 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됐다. 대상자 410만 명 가운데 20만 원 전액을 받은 노인은 57%, 각각 16만 원씩 32만 원을 받은 부부 노인은 36%였다. 나머지 7%의 노인들은 20만 원 미만의 ‘삭감된 금액’을 수령했다.
20만 원씩 받는 410만 명의 노인 중 최하위 40만 명의 기초생활 수급권자 노인들에겐 이 기초연금이 ‘그림의 떡’이 된다는 것. 기초생활보장법에서 기초연금 20만 원을 소득으로 보고 기초연금을 받음과 동시에 8월 20일 생계급여 20만 원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대상자에게 기초연금이 지급은 됐지만, 이를 새로운 수입으로 간주해서 기존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액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삭감하여 지급하므로 실질적으로는 기초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것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이로 인해 혼선이 야기되고 이렇게 대상 인구의 규모가 줄었고, 내용도 일부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일반노인은 20만원 받고 극빈 노인은 0원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빈곤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황당 복지, 막장 복지”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당사자 노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상대적 박탈감에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시청 한 사회복지사는 “이행특례라든지 기초연금을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만 가겠다고 하면 그렇게 기초연금을 뺏어갔다고 생각 안들거라 봅니다. 하지만 안면 있는 어르신께는 입이 안 떨어져요”라며 안타까워 했다.
중복수급이라는 이유로 지급된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를 삭감한다는 얘기에 방권순씨는 “나라에서 용돈 준다길래 무지 좋아라 했구먼. 왜 나만. 생계급여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지급하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노인이기에 지급하는 거잖아요. 따라서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은 별개의 정책아닙니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폐지를 줍고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의 삶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노인 빈곤율이 2012년 말 기준으로 48.5%에 달한다. 640만명 노인 중 절반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이중 가난한 40만 명의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급여를 줄이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건가.
노인이라서 무조건 복지서비스 받아야 한다?
노인에 적합한 직업 개발로 사회적 심리적 고립감과 소외감을 덜어줘야 하며, 긴 여가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여가시설운동시설과 적절한 프로그램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인의 건강문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령화 충격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지출(24조 7687억원)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인 2008년에는 30.8%였지만 2013년에는 36.0%를 차지했다.
노인의 진료 전달 체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노인복지에 대한 인식과 기반은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아직까지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비하여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가나 사회 차원의 현실적 노인복지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우리로서 어쩌면 날로 심화되고 있는 노인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모두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이에 따라 노인이라고 무조건 복지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사라져 경제적 능력이 있는 노인들은 오히려 사회에 베풀 수 있는 그런 건전한 정신이 함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인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국가나 사회가 주도적으로 행해야 할 것이지만 모든 것을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서로 의존하고 협조해야 한다.
아직 노인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정기구가 없다. 노인을 위한 행정업무가 분산되어 있어 업무상의 혼란으로 인해 당면 노인문제의 해결이나 노인복지향상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행정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가 없다. 노인복지발전을 저해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정부는 보건복지부내에 노인복지업무만을 관장하는 기구를 두고 또한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기구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필히 노인전담부서에는 노인문제를 인식하여 훈련된 전문요원을 배치하여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성찰로 발걸음해 나간다면 노인복지법 개정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결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간다. 배움은 먹고 살 수 있는 기회와 기술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삶의 보람이자 유희로서도 기능한다. 이러한 배움의 기능은 노년기에 속한 이들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을 일한 분야에서 나와야 하는 그들로서는 먹고 살 경제활동을 하려면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또한 퇴직금과 안정된 연금 디자인으로 경제적 문제가 없는 시니어라 할지라도, 교육은 그들의 삭막할 수 있는 나머지 삶의 풍요로움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노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한국에서 평생교육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더위보다 뜨거운 배움의 열정 ‘인생학교’
일이든 취미든 스스로 삶을 디자인하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시니어의 모습은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롤모델이 된다.
여전히 가슴 뛰는 열정으로 꿈꾸고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 어디일까? 입시에 모든 걸 걸고 있는 학원가?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배움은 제도에 적응하기 위한 강제적인 행위인 경우가 많다. 진정 배움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는 곳은 다름 아닌 ‘평생교육의 장’ 노인복지관이다. 그러나 현장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지표가 보여주는 65세 이상 시니어들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7%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황남희 인구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은 개인의 경제 수준 및 교육 수준, 다른 사회참여 활동으로 확인됐다. 인구사회학적 요인을 통제한 후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요인을 살펴보면, 월평균용돈 및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평생교육 참여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투자비용이 평균 21만 원으로 소액이다.
황 연구위원은 노년층이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는 공동인식을 갖고 노년기 평생교육 관점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복지법과 평생교육법에 의해 정부 주체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분리되어 있어 노년기 평생교육은 여가복지만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여가복지시설로 분리되는 교육기관에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교육부의 평생교육법에서는 대상이 법조항으로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혼선 때문에 실무적으로 노년층은 평생교육법에 의한 평생교육의 대상이 아니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시니어 관련 분야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다. 은퇴자나 명예퇴직, 베이비부머세대들은 기존의 주교육 대상인 청년층과는 다른 특성이 있으며, 특히 생애주기 특성상 신체적 건강수준과 교육에 대한 심리상태, 관심영역 등이 상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 교육하는 자에 한해 시니어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과목의 추가이수제도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황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인생학교를 통해 평생교육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
“학창시절 즐겨 부르던 팝송노래를 배우면서 친구도 사귀고 건강도 챙기니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강남시니어플라자에서 만난 김복순(71)씨는 셔틀버스로 이곳에 와 각종 건강·복지 프로그램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김씨는 “하모니카, 생활영어, 요가 등을 배우고 물리치료를 하거나 야외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분당에 사는 이모(76)씨는 “신문이나 잡지를 보며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몇몇 친구들과 매일 이곳에서 만나 놀고 밥먹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시니어건강복지센타는 병의원과 협약을 맺어 신경과·정형외과·치과·안과 ·한의원 등 진료 과목별 정기검진 시스템도 구축됐다. 무료 건강검진 혜택부터 인생과 세무·법률·재테크 등 전문분야별 상담도 펼쳐진다.
전주에 있는 꽃밭정이 노인복지관에는 요가, 라인댄스, 근력강화운동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사교성을 높이는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탁구장과 당구장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북에만 특성화되어있는 순환운동(맞춤식 운동법)과 본인에게 맞는 맞춤 운동법으로 6개월 동안 집중관리를 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미 마을의 모임터로 자리매김한 복지관은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항상 활기가 넘친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해 베이비부머의 행복한 내일 만들기를 돕는 ‘내일행복학교’를 열었다. 내일행복학교는 은퇴 후 새로운 배움을 통해 흥미롭고 설레는 노년을 기획하고자 한다거나, 지난 평생을 일과 가정에 몰두한 자신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휴식과 치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제2의 인생에 도전하기를 꿈꾸는 베이비부머를 위한 교육과정이다.
내일행복학교는 연간 총 5기가 진행될 계획이며, 각 기수별로 총 5개 과정(노년설계아카데미, 창업아카데미, 직업전문아카데미, 창의직업아카데미, 힐링아카데미)이 포함되어 있다. 바리스타 교육, 설문조사원 교육, 영상제작 교육, 소자본창업 교육 등 각 과정은 중복 수강도 가능해, 다양한 경험을 희망하는 베이비부머에게는 희소식이다.
워킹, 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색소폰, 요리교실, 도슨트 등 평생교육은 다각화 중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인 여가복지시설인 노인복지관·복지센터가 7곳으로 가장 많은 강남구는 총 현재 340여개의 노인 여가·학습 프로그램이 분기별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강남시니어플라자는 강남구의 고학력, 고소득 노인들이 복지관 이용에 가지고 있던 기존 선입견을 없애고자 2011년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개관해, 노인복지관 최초 실비이용과 프로그램 질적 수준 업그레이드 등을 시도했다.
운영 초기에는 실비이용에 대한 거부감 등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빈번했으나, 개관 3년 만에 이용회원이 7000명이 이르는 성공적인 성과를 얻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복지관을 넘어서 도서관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양상이다. 관악구에서는 2011년부터 노인 자서전 발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4명의 자서전을 발간해 도서관에 비치했다. 그 외에도 도서관은 인생이모작의 기회로도 역할하고 있다. 구로구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지역 복지관까지 확대해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개설한 ‘이야기활동 전문가 3급’ 과정은 55세 이상 노인 30여명이 수강하고 있다.
최근 평생교육의 커리큘럼은 생활영어, 팝송, 요가, 바리스타, 네일아트, 댄스, 동화 구연 등등 다종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평생교육이 단순히 소비만 이뤄지는 소비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도와주는 생산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다.
이처럼 평생교육의 효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평생교육이라는 혜택을 받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우선 성별로 보면 여성, 소득 수준 및 건강 상태가 좋은 노년층의 평생교육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노년층 평생교육의 중요한 조건에 생활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연령집단별로는 65~69세가 7%, 70~74세가 8%, 75~79세가 7%, 80~84세가 5%, 85세 이상이 2% 수준.
교육 참여빈도는 주 2~3회가 4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이 주 1회로 37%였다. 노년층의 평생교육은 생활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경우의 호응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 제공기관은 노인복지관 46%, 시‧군‧구민 회관/동‧읍‧면 주민센터 18%, 종교 기관 16%, 사설문화센터 및 학원이 5% 순이었다. 각 지역의 노인복지관은 지역에서 기업이나 종교 기관에게 수주를 줘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맡는 곳의 성향에 따라 노인복지관의 운영하는 양상도 달라진다.
참여 프로그램은 여가 및 취미가 43%로 가장 많았고, 일반 교양 21%, 건강 관리‧운동 20%, 정보화 13%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교육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평생교육 정책 개선에서는 노년층의 교육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고들 한다. 음력 6월과 7월 사이 초복, 중복, 말복이 있는 삼복기간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 나라사람들은 복날이면 평소보다는 더 특별한 음식을 먹어 몸보신을 하려 한다. 하지만 매년 복날이 찾아오면 예외 없이 삼계탕만을 찾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무더위에 이미 체력은 저 밑까지 떨어진지 오래고, 복날만 되면 들리는 “삼계탕 먹으러 가자”라는 말은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올해만큼은 좀 더 특별한 보양식으로 몸도 마음도 재충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양반의 여름 보양식 '임자수탕'
# 재료
기본 재료: 닭 1마리, 대파 1대, 마늘, 생강, 녹말가루, 밀가루, 소금, 흰 후춧가루
들깻국 재료: 들깻가루 1/2컵, 닭 육수 3컵, 소금, 흰 후춧가루
쇠고기완자 재료: 다진 쇠고기 50g,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달걀
고명 재료: 달걀, 미나리 6줄기, 오이 1/4개, 표고버섯 1장, 붉은 고추 1개, 잣 1/2큰술
# 만드는 법
1. 손질한 닭과 대파·마늘·생강을 넣어 우려낸 육수를 면포를 이용해 맑게 걸러둔다.
2. 삶은 닭살은 결대로 찢어 다진 마늘·소금·흰 후춧가루로 밑간하고, 걸러낸 육수는 차게 식혀 기름을 제거한다.
3. 들깨는 닭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고운 채에 걸러 깻국을 만들고, 소금과 흰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4. 다진 쇠고기는 밑간을 하고, 직경 1.5cm 크기로 완자를 빚어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진다.
5. 씨를 뺀 오이와 붉은 고추, 표고버섯을 2cm, 3cm의 골패모양으로 썰고 녹말가루를 묻혀 끓는 물에 말갛고 매끄럽게 데쳐낸다.
6.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미나리 초대를 붙여 밀가루, 달걀을 묻혀 팬에 지지고, 황백지단을 만들어 같은 골패모양으로 썰어둔다.
7. 준비한 그릇에 닭고기와 오이·표고·붉은 고추·미나리 초대·완자·잣 등을 넣고 시원한 들깻국을 부어 완성한다.
"품격있게 즐겨라." 최고급 호텔 보양식.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진귀보양탕'
가격: 진귀보양탕 24만원, 수라상차림 1人 30만3000원(진귀보양탕 포함)
재료: 오골계, 전복, 도가니, 홍삼 등 몸에 좋은 최상의 재료를 진국으로 푹 고아 원기회복에 탁월한 고급 보양식
효능: 소화 흡수, 회복기 환자, 동맥경화, 고혈압에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미네랄,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원기 회복에 최고라 할 수 있다.
문의: 온달 02-450-4518
# 서울 신라호텔 '황실 불도장'
가격: 福코스 1人 20만원, 喜코스 1人 30만원 (황실 불도장 포함)
재료: 몸을 보양하는 귀한 식재료인 상어지느러미와 자연송이, 오골계, 관자, 화고버섯, 사삼(해삼의 일종) 등을 넣고 쪄내 깊은 맛이 일품인 보양식
효능: 국내 명사들의 단골 보양식 1호 불도장은 고단백질과 칼슘 등이 풍부하면서도 소화 흡수가 빨라 식욕을 증진시켜주는 귀한 보양식. 땀을 많이 흘리거나 허약한 사람에게도 기운을 북돋워 준다.
문의: 팔선 02-2230-3366
#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여름 보양식 특선'
가격: 장어ㆍ농어코스 1人 14만5000원, *민어코스 1人 16만5000원
재료: 삼복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민어코스 요리 (전채요리 5종, 하모 맑은 국, 민어 타다키·회·유안야키·튀김·매운탕 등으로 구성)
효능: 민어는 노인이나 큰병을 치른 환자의 건강 회복에 좋으며 민어의 부레는 젤라틴이 주성분이고 콘드로이틴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노화를 예방하고 피부에 탄력을 준다.
문의: 미카도 02-6282-6751
【전문】
‘저렴한 보험료 + 다양한 보장내용’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실버보험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광고 문구다. 그러나 당장 보상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 보상내용과 다르게 광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정확한 보상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타인에 의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 발병으로 인한 보상문제 협의시 분쟁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기 전 기존에 가입한 보험 상품들과 중복된 보장 내용이 있는 지,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병으로 일부 특약 및 보험상품 가입이 제한이 될 수 있는 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본문】
50·60·70세대 실버보험 가입자 10명중 3.5명은 자녀가 직접 가입해 주거나 지인 추천 등 사실상 본인의지와 상관없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중 3.4명은 보험사명 등 기본적인 사실도 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고, 10명중 2.3명은 보험금이 덜 나왔다고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년 세대들이 정보 습득 능력이 젊은 세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장 내용 조차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실제 수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실버보험의 특성까지 감안까지 향후 소송 등 분쟁 소지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버보험이 가격이 저렴하고 보장내용이 많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면에 광고 등 접근성에 따른 표면 만족도와 실제 체감 만족도간 괴리현상이 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실은 고품격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www.bravo-mylife)’가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50·60·70세대 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버보험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10명중 3.5명 "자녀 가입, 지인 추천 등 타의로 가입"
설문조사 결과 ‘실버보험에 가입하게 된 경로가 어디냐’는 물음에 50·60·70세대 46.3%는 ‘보험설계사’라고 답변해 빈도수가 가장 컸다. 이어 △지인의 추천(21.7%) △자녀가 가입해줌(13.5%) △홈쇼핑(8.6%) △텔레마케팅(4.9%) △인터넷(1.2%) 등이 뒤따랐다. 이렇다보니 ‘홈쇼핑’과 ‘인터넷’ ‘텔레마케팅’을 제외하면 지인 추천이나 자녀 가입 등 사실상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입하는 비율이 3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니어세대 실버보험 가입자 10명 중 3.5명이 사실상 자신의 의사가 아닌 타인 주도나 권유로 가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나이가 많을수록(50대·6.4%, 60대·17.3%, 70대·21.7%) 자녀가 가입해주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버보험이 아직 자식들이 대신 들어주는 ‘효(孝)보험’ 성격이 강한 게 현실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보험사명 등 기본적인 사항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응답자 중 65.6%만이 ‘실버보험 상품의 보험사명, 가입자명, 가입금액, 납입기간, 보장범위, 해지환급금 등에 대해 알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34.4%는 ‘모르고 있다’ 고 답했다. 특히 ‘모르고 있다’라는 답변 중 ‘거의 모르고 있다’도 19.3%에 달했다.
특히 ‘보험금 수령 당시 보험사의 보험금 책정이 본인 생각과 비교해 어떠했는가’ 라는 물음에 ‘비슷했다’라는 답변이 54.7%로 가장 많았지만 ‘덜 나왔다’는 응답도 22.7%에 이르렀다. ‘더 나왔다’는 답변은 13.3%에 머물렀다. 노년세대 10명중 2명 정도는 보험금 수령금액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 "보상금액-보상범위 놓고 다툼 가능성 높다" 우려
현재 가입한 실버보험 상품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물음엔 75.4%가 ‘만족’이라고 답했다. ‘불만족’이라는 의견은 12.3%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 당시를 기준한 것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에 대한 가입자들의 실제 만족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실버보험 가입 후 질병 발생으로 보험금을 수령하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년층 69.3%는 ‘없다’라고 답변했다. 10명 중 7명은 이미 가입은 했으나 아직 보험금 수령 등 혜택을 받아보지 못했다.
한편 응답자 중 12.7%가 ‘라이나생명’에 가입했다고 응답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본지 빅데이터 분석 결과 라이나생명은 의료실손-종신- 연금보험 등 3대 보험 소비자 만족도에서 가장 낮은 1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생명(12%) △삼성화재(8.8%) △한화생명(8.8%) △동부화재(5.7%) △메리츠화재(5.7%)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