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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골목 맛집 이야기
- 한낮, 때로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집 근처로 잠깐 나가 점심 한 끼 맛나게 먹고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국 오전 내내 집안일을 마치고 아침에 가족들이 남긴 음식들을 냉장고에서 무심히 식탁에 꺼낸다. 집에서 대충 때우는 점심이 급기야는 맥빠진다. 그렇다고 배달음식은 내키지 않는다. 아줌마도 가끔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의 식사라도 여유롭고 풍성한 기분이 드는 밥상이었으면 할 때가 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한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로 슬슬 걸어 나가 음식점 창가에 앉아 한낮의 햇살을 바라보며 주문한 음식을 조용히 혼자 먹는 상상을 해본다. 약속이 없어도 누군가가 차려주는 점심상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물론 가정식 백반과 같은 메뉴는 원하지 않는다. 지난해 그런 곳을 발견했다. 필자가 사는 지역 중심가의 번쩍거리는 빌딩 거리가 아닌 한 블록쯤 들어간 뒷골목의 도로변에 작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어느 날 눈에 들어왔다. 실내가 넓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주방과 홀을 씩씩하게 오가는 젊은 청춘들이 이 음식점의 셰프들이었다. 요리를 공부한 가까운 친구들 넷이 의기투합해 이 음식점을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파스타의 값이 고급 레스토랑의 절반 가격인 데다 맛도 꽤 좋았다(평일 점심에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 그래서 파스타나 피자가 생각날 때면 가까운 친구나 이웃들과 편한 마음으로 몇 번 가봤다. 며칠 전에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을 만났다. 점심 무렵이라서 몇몇 팀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달 만에 만난 그분과 회포를 풀면서 바라보는 창밖 거리는 어느덧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이 오가는 활기찬 풍경을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바라보았다. 함께 세월을 보내며 지금껏 이어져온 이웃이 있어서 이럴 때 좋다. 식전 빵과 커피 서비스도 이어진다. 일명 혼밥이 유행하는 요즘 동네 골목에서 친구나 이웃을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도 활력소가 된다. 그 자그마한 공간에서 몇 시간 편안히 즐거울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우선 맛집의 첫째 조건으로 손색없이 맛있었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도 될 만큼 저렴한 가격대가 마음에 든다. 동네라서 편안했던 그 집이 가까운 데 있어서 다행이었고. 물론 그래서 조용히 혼밥도 가능할 만큼 거리낌이 없어서 또한 좋다. 몇 달 만에 찾아갔던 날도 문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셰프복을 입고 서빙하는 젊은 청춘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온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오면서 혹시 이 집이 없어졌을까봐 걱정했어요." 했더니 "하하하, 네. 잘 버티고 있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 그 목소리가 우렁차고 건강해서 기분이 좋다. 젊은 청춘들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누구라도 가끔씩 찾아와 가볍게 한낮의 식사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이 집이 쭈~욱 번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2017-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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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에게 지어드린 새 옷
-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시게 되면 우리는 어떤 옷을 입혀드려야 할까? 물론 수의를 입고 가시지만 때가 되면 갈아입으실 다른 옷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버지께서 당시에 공부만 하던 5남매를 이 세상에 남겨두시고 1976년 엄동설한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으니 올해로 만 41년이 된다. 중국의 천자가 쉬어갔다는 천자봉 아래 명당자리에 아버지를 모셨지만 그동안 산소의 봉분이 무너져 내려앉아 땜질하듯 손을 봐도 소용이 없어 전문업체에 의뢰해 지난 주말에 봉분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잔디만 사서 3형제가 새로 단장을 해보려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내 여동생에게 전문업체에 견적을 의뢰해보라고 했더니 60만원이나 견적이 나와 내심 깜짝 놀랐다. 견적을 받은 막내아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무튼 그런 일을 해보지 않아 전문 업체에 의뢰하기로 하고 계약금 10만원을 먼저 보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전문업체가 아니면 힘든 일이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새로 단장된 봉분을 보면서 60만원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아우와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함께 작업을 했다. 새로 만들어진 봉분이 너무 예뻐서 배도 고프지 않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새로 옷 한 벌 사서 입혀드리는 기분이 들어 마냥 좋았다. 한편으로는 너무 늦게 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 오전 8시 반부터 경상도에 사는 여동생 둘(넷째와 막내 동생)도 달려와 함께 작업을 했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아내가 준비해준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인사를 드렸다. 새로운 봉분 앞에서 인사를 드리니 너무 감계가 무량했다. 몸이 안 좋아서 이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한 둘째 아우와 아내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카톡으로 사진을 찍어보냈더니 다리가 아파 집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내와 아우는 기분이 참 좋단다.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울컥 샘솟듯 솟았다. 울산에서 직장을 다닐 때 필자와 아내는 20년 가까이 성묘를 함께 다녔다. 그때마다 필자가 낫질을 잘 못했는데 시골 일을 좀 해본 아내가 대신 낫질을 해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가 고마웠다. 그랬던 아내가 다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니 그 고왔던 색시가 집안일을 너무 해서 건강이 나빠진 것 같아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다. 비석에는 3형제 이름과 손자 재흥이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 두 누이동생이 그것을 보더니 왜 자신들의 이름이 빠졌냐고 물어와 난처했다. 좀 서운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왜 빠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오래전 일이고 경황이 없었던 때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손자들도 많이 태어났으니 이제 비석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다음번에는 두 여동생의 이름과 매제들 이름까지 반드시 명기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고마운 마음에 산을 내려오면서 아우들에게 남녘 바다가 조망되는 멋진 찻집에서 차를 샀다. 산소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막내는 매제와 함께 우리 형제들을 맛있는 횟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대접했다. 좋은 동생들을 두어 필자는 정말 행복했다. 특히 예쁘고 착한 두 여동생을 우리에게 곁에 두고 가신 부모님께 새삼스럽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귀갓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머위 대와 향내 나는 나물과 막내 여동생 농장에서 생산한 대추까지 한아름 선물로 받았다. 필자도 두 여동생들에게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셋째 아우와 필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족의 행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의 행복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자기 탓으로 돌려야 얻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서울은 먼 길이었지만 도란도란 대화를 하면서 오니 지루하지 않았다. 돌아가신 분에게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옷은 봉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봉분이 예쁘고 아름다우면 후손들 기분도 좋아지기 때문일까? 60만원 투자로 아버진 새 옷도 입혀드리고 우리 형제들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시간은 새 옷을 지어 입으신 아버지께서 고마워서 우리 형제들에게 보내주신 감사의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7-04-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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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신비주의로 살래. 그게 속 편해”
- 허비되기 쉬운 건 청춘만은 아니다. 황혼의 나날도 허비되기 쉽다. 손에 쥔 게 많고 사교를 다채롭게 누리더라도, 남몰래 허망하고 외로운 게 도시생활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에 들어온 지식, 가슴에 채워진 지혜의 수효가 많아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은하계를 덧없이 떠도는 한 점 먼지이지 않던가.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어둠속을 부유하는 먼지의 신세를 면하기 위해, 저마다 나름의 별이 되기 위해, 타성에 젖은 삶을 바꾸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북 김천시 구성면 우두령(해발 650m) 기슭에 사는 정현선(58)씨 내외. 이 부부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안락하게, 그러나 따분하게 살았던 것 같다. 모두가 성난 말처럼 냅다 달리며 지지고 볶는 도회의 풍속을 견디어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일종의 허기나 갈증 같은 게 따개비처럼 들러붙었던 모양이다. 그게 귀촌이라는 거사를 도모하게 했다. 정씨의 남편 김보홍(63)씨는 축구선수 출신으로 체육 분야 직종에 종사했다고 한다. 정현선씨 역시 농협 직원으로 일하며 서울이라는 정글을 섭렵했다. 부부가 밖의 일로 분주했던 나머지 안에서는 정작 얼굴을 마주할 짬이 드물었다지. 부부란 전우와 같아서, 또는 난적과 같아서 단합에도 능하지만 분쟁 역시 빈발하기 마련이다. 이 부부는 전우애나 전투정신을 고취할 여가 자체가 없었단다. 애정 표현도, 부부 싸움도 한가한 시간이 주어지고서야 가능한 게 아니겠는가. 그들에겐 오래 묵은 숙원이었다. 귀촌 말이다. 도시가 오직 탁류일 리 있을까마는, 시골이라고 다만 청류일 리 있을까마는, 마음은 자꾸만 촌으로 향했더란다. 해서, 근 10여 년간 전국 도처의 산간을 순례하며 정처를 물색했다. 부부 둘 다 태어나 성장기 한때에 놀았던 물이 시골이었기에 향수라는 것, 그 못 말릴 본능이 가슴으로 들솟기도 했다. 정현선씨의 얘기는 이렇다. “틈이 나면 주먹밥을 싸들고 전국 산천을 돌아다녔어요. 강원도 화천에서 지리산 자락 구례까지, 일삼아 여행삼아 많이도 누볐어요. 그러나 마음에 딱 드는 곳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좋다 싶은 땅은 값이 비싸고, 저렴한 땅은 길이 없거나 하는 식으로 여건이 열악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급매물을 소개받았는데, 가격이나 위치나 괜찮다는 판단이 섰어요. 지금 저희가 사는 이 집과 그렇게 인연이 됐죠.” 시골생활에 넌더리를 내고 역(逆)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살던 집을 헐값으로라도 서둘러 처분하고 시골을 탈출한다. 매력적인 급매물은 순식간에 임자를 만나게 마련이다. 정씨 부부가 사들인 급매물은 임야 포함 2만여 평 부지 위에 지어진 2층집. 산 중턱에 자리한 집이라서 조망이 기차게 후련하다. 우두령 일대는 고험한 산악지구다. 기세 등등, 하늘을 찌르며 솟구친 백두대간 고봉들이 저마다 똘똘하고 출중하다. 산이 거구라 골도 웅숭깊다. 골짜기 푸른 물살은 은어 떼처럼 반짝이며 솰솰 굽이쳐 흐른다. 촌 가운에서도 후미진 산촌을 애호하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탁 치며 쾌재를 부를 경관이다. 원주민과의 융화에 실패하다 우두령 자락으로는 절기 따라 봄비가 내리고, 가을 단풍이 물감을 흘려 내리고, 겨울엔 수북이 눈이 내려 설경이 흐른다. 산꾼들도 우두령 산간을 오르거나 내리기를 무시로 한다. 백두대간을 타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니었으나, 정씨 내외는 귀촌 직후 민박집 쥔장으로 변했다. 대간을 타는 사람들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대간을 타는 분들이, 이곳에 잠잘 집이 없어 불편하다, 산꾼들을 상대로 민박집을 하는 게 어떠냐, 그런 권유들을 해왔어요. 그래 2층 방에 등산객들만을 상대로 민박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그들에게 서울 얘기, 세상 얘기, 산 얘기를 듣는 게 참 즐거웠어요. 적막한 산중에서 뜻밖에도 사교를 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술이며 음식이며 이것저것 퍼주는 바람에 소득은 신통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심하고 식초 생산에 나섰어요.” “산촌에서 나오는 온갖 재료로 식초를 만드는 거예요? 그건 초심자도 가능한 업종인가요?” “산골에서 마냥 놀기만 하면 무슨 재미겠어요? 흔히 자연을 즐기고자 귀촌을 하지만 시골에서 지내다 보면 욕심이 생겨 귀농의 형태로 양상이 변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가 그런 케이스죠. 사실, 서울에서 귀촌 교육을 받으며 식초 공부도 미리 해두었어요.” “이른바 천연식초라는 걸 생산하는 농가가 많아요. 이 집만의 특별한 식초 제조법이라도 있나요?” “저희는 일반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진정한 전통 발효식초를 만들어요. 제가 산골에 와 살며 이젠 정말이지 착하게 살자는 생각을 신념처럼 갖게 되었어요. 소득을 위해서만 식초에 도전한 건 아니에요. ‘착한 음식’으로서의 식초 만들기로 신념을 실천하고 싶은 거예요.” 착하게 살자! 산골 자연이 들려준 뉴스였던 모양이다. 자연은 소리 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라고. 그런 자연의 질문을 받은 뒤엔 마침내 내가 나에게 되묻는다. ‘너여! 너는 누구인가?’ 월든 숲에 살았던 소로우처럼 자연에 관한 무한한 영감과 감수성을 지니긴 어렵지만, 산촌 자연 속에 사노라면 자못 성찰적인 눈매로 뒤를 돌아보게 된다. 비로소 내 삶의 굴곡과 상처가 아프게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회심(回心)이 돋아 자연을 닮은 삶의 생태를 꿈꾸기도 한다. 귀촌의 재미는 이 대목에서도 짭짤하게 우러난다. 귀촌한 이들이 흔히 토로하듯이, 정현선씨 역시 내면을 스스로 살피는 삶을 사노라 말하고 있다. 도시에서보다 한결 느긋해지고 수굿해졌단다. 화통하게 잘 웃고, 잘 표현하고, 뭐든 앞장서 차돌처럼 당차게 행동하는 개성의 소유자로 보이는 이 여자는 산촌의 나날들이 흐뭇하다. 식초 분야의 실력자로 소문이 나 곳곳의 귀촌·귀농센터에 강사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요즘은 가양주를 만들어 상품화를 모색하고 있다. 귀촌 성공 사례로 알려져 견학을 오는 사람들도 많다. 들입다 몰입한 덕에 얻은 근사한 성과들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귀촌 5년 세월 중 4년간은 심히 괴로웠다지? 왜지? 정씨 내외는 마을 원주민들과 오붓하게 어울려 사는 일에 유난한 고초를 겪었던 것이다. 귀촌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타향살이다. 이 타향살이에 차질이 생기면 이젠 귀양살이 입문이다. “저희는 말이죠, 귀촌 교육을 통해 마을 원주민들과의 융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내려왔어요. 융화에 실패하면 지속할 수 없다,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 그런 걸 염두에 두었죠. 그러나 막상 부딪혀보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고통스러웠어요. 귀촌이라는 게 자칫하면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어떤 식의 불화가 벌어졌죠?” “시골에선 남자들의 술자리가 잦습니다. 서로 거들어야 할 농사일도 많아요. 저의 남편은 이런 자리 저런 자리 가리지 않고 열심히 동참했어요. 집안일은 뒤로 밀어두고 이웃의 농사일을 거둔다거나, 봉사할 일은 기꺼이 봉사했어요. 하루 종일 남의 농사를 돕다가 밤이 깊어서야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린 밤들이 참 많았어요. 그렇게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건 갈등, 소외, 뒷담화, 그런 것들이더라고요. 이 집을 도와주면 저 집에서 불만을 품고, 저 집을 도우면 이 집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하고… 도저히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재미나 보람은커녕 하루하루가 고역스러웠어요.”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마찰이나 갈등은 양념처럼 섞여드는 거 아녜요? 산간벽지 특유의 배타성 같은 걸 염두에 두진 않았나요?” “저희 부부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어 행동하는 일에 인색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이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마음을 열고 안간힘을 다했어요. 그럼에도 벽을 허물기 어려웠어요. 맞아요, 벽촌의 풍습이라는 거, 도시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곳만의 풍토라는 게 엄연하구나, 그걸 넘어서기 정말 어렵네? 차라리 서울로 돌아가는 게 답이겠네? 막판엔 그런 판단이 서더라고요.” ‘신비주의 처세’로 바꾼 뒤 비로소 찾은 평화 이른바 역귀촌을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원주민과의 갈등이다. 주민들의 심리와 정서를 내 것처럼 헤아려 보듬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귀촌을 해서 단숨에 인기를 끌 묘한 비결이라는 게 있겠는가. 더 통 크게 마음을 여는 수밖에 없다. 똑똑한 티를 내기보다는 얼간이인 양 어설프고 만만하게 처신하는 것도 썩 괜찮은 쇼일 수 있다. 민첩하게 생각을 굴릴 줄 아는 인물에 속할 정씨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테지만, 정작 그녀는 고민과 고독 속에서 끙끙거렸던 것 같다. “주민과의 관계가 불편해지자 부부싸움도 늘어나더라고요. 어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였죠. 급기야 마을 사람 하나가 저희 집 진입로를 철망으로 막아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어요. 진입로 땅을 사들이는 것으로 해결했지만 정말 뿔이 나더라고요. 이게 뭔가? 이러려고 시골에 왔나? 회의가 마구 몰려들었고, 마침내 남편 입에서 서울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나 제가 반대했죠. 실패하고 돌아가다니, 그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날 이후 생각을 완전히 바꿔먹는 것으로 살 길을 찾아냈어요.” “뭐죠, 그게?” “신비주의! 이제 나 신비주의로 산다! 그런 거요. 하하하.” “마음을 여느라 공연히 힘만 빼기보다는 차라리 빗장을 거는 쪽으로? 은둔처럼?” “해탈이죠. 비닐이고 뭐고 마구잡이로 노천에서 소각하는 모습을 참지 못해 그러지 말라 권유할 경우, ‘뭐야? 너나 잘해!’ 하는 투로 반응하는 사람들과는 싹 등 돌리고 사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어요. 그건 적중한 처세였어요. 비로소 속 편하게 살 수 있게 됐으니까요.” 정씨는 고등어처럼 싱싱한 언사로, 말끔한 표정으로 ‘신비주의 처세’ 이후의 만족과 안심을 토로한다. 기다리고 참고 끌어안으면 상처가 아물 수 있다. 고통이라는 씨앗을 발아시켜 멀리 가는 향을 뿜는 꽃을 피울 수도 있다. 산골 벽촌이라는 쓸쓸한 공동체를, 텃세를, 폐쇄적 문화를 하나의 상처로 가늠해 나의 행보를 인내 속에서 조절하고 조화하는 처신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것일 수 있다. 군인이 돼 별을 달고 싶은 꿈을 먹고 자랐다는 정씨는 전혀 다른 방책으로 곤경을 벗어났다. 굴종에 가까운 나약한 타협 대신, 나의 길 내가 간다는 식의 투지로 고뇌를 해결했다는 게 아닌가. 그러고서야 산골짝에서 무슨 재미를 볼 수 있을꼬 싶지만, 내가 가는 길이 바로 지름길이라는 것도 여지없는 진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 2017-04-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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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도 잘해요’
- 필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데 결혼 11주년이 지났을 때였다. 그때 친정어머니께서는 필자의 집, 친정집, 병원을 매일같이 오가셨다. 남편과 어린 두 아들은 전기 압력밥솥으로도 밥을 할 줄 몰랐고, 세탁기는 더더욱 사용할 줄 몰랐다. 그래서 친정어머니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딸의 집 식사와 빨래와 청소를 하시면서 한 달간 아주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퇴원 후 남편과 아들에게 집안일을 조금씩 가르쳤다. 다행히 두 아들은 재활용 분리수거와 청소, 식사 준비를 조금씩 스스로 하게 됐고 남편은 아주 어쩌다 건조된 세탁물 정리와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계속 연습을 시키고 습관을 들인 결과인지 결혼한 두 아들은 현재 재활용 분리수거나 식사 준비 등 직장을 다니면서도 며느리를 많이 도와주면서 재밌게 살고 있다. 재활용이나 주방일을 도움받을 때마다 필자는 아들들에게 “미래의 며느리가 어머니가 정말 잘못 가르쳐서 제가 힘들다구요”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 말이 효과를 본 것 같다. 자녀를 모두 분가시키거나 결혼시킨 후 단출하게 사는 시니어 부부의 경우 그렇게 살다가 누가 먼저 세상을 뜰지 모르기 때문에 집안일은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일상적인 일조차 전혀 적응이 안 된 분이 혼자 남겨질 경우 정말 힘들다고 한다. 이는 남자이든 여자이든 다 마찬가지다. 여자가 혼자되면 남자보다 적응을 잘하고 산다는 얘기도 있지만 예외도 있다. 잉꼬부부였던 지인이 몇 년 전 사별을 했다. 사업가였던 남편은 정말 자상해서 살아 있을 때 아내가 힘들어할까봐 재활용 분리수거는 물론 장도 같이 보러 다니고 장본 물건들을 차에 싣고 날라주고 했다. 또 어쩌다 아내 없이 혼자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설거지는 물론 행주까지 깨끗하게 빨아 탁탁 털어 잘 마르도록 정리해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상했던 남편이 암 진단 받고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나니 재활용 분리수거할 때도 남편 생각이 나서 힘들고 장보는 날에도 힘들게 물건을 들고 오다 보면 짐 무게만큼 마음의 상처도 컸다고 한다. 며칠 전 70대 중반의 형님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는데, 항상 약속 장소에 먼저 와 계시던 분이 늦게 나타나셨다. 웬일인가 여쭈어보니 세끼 식사를 꼬박 챙겨 드시는 남편을 위해 점심을 챙겨드리고 나오느라 늦으셨다는 것이었다. 나이 들고 보니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프로그램 제목이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사도 혼자 할 줄 알아야 장수시대가 더 이상 재앙이 되지 않는다. 함께 어울리는 관계도 중요하지만 혼자서 시간을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여럿이 모여 건배사 날리면서 시끌벅적한 모임도 좋지만 혼자서 술도 차도 밥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 시니어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혼자서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훈련하는 대한민국 가정과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2017-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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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싱글-PART4]다르고 달달한 싱글들의 모임, <봄빛클럽> 난타 소모임
- 싱글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8월 말부터 매주 금요일 모여 난타 연습과 스포츠 댄스를 배운다. 강남시니어플라자 대표 싱글 모임인 회원 중 8명. 11월 말에 있을 플라자 내 교육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난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싱글들의 모임이라 그럴까? 생기가 넘친다. 왠지 모를 자연스러움에 나이까지 잊게 만든다. 그렇지만 속내는 알 수 없다. 탐색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 말이다. 격 있는 싱글들이 모인 김에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당신들의 속내, 지금 연애가 하고 싶습니까? 난타와 댄스스포츠를 가르치는 이복자씨 속사정 난타 소모임의 반장격인 이복자씨를 제일 먼저 만나 살아온 얘기를 들어봤다. 초등교사로 은퇴한 이복자씨는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무용을 공부했고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면서도 무용학교 입시 안무가로 젊은 시절 제법 잘나갔다. 스포츠 댄서로서도 한 획을 그었다고 자부하는 이복자씨. 그랬던 그녀는 재작년 황혼이혼을 했다. 작년 9월부터는 싱글의 몸으로 봄빛클럽 회원이 됐다. 지금은 나름의 재능을 살려 회원들에게 난타와 댄스스포츠를 가르친다. 이복자 황혼이혼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남편의 술버릇 때문이었죠. 젊을 때는 교사라서 못하고, 아들 결혼식에 빈자리를 만들기 싫었습니다. 결국 이혼했어요. 아들이 결혼하고 나서 호주로 떠났는데 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혼자 있다 보니 외로웠어요. 자존심상 주위에 혼자된 사실을 알리고 싶지도 않고요. 그러다가 봄빛클럽을 알게 됐습니다. 법적으로 혼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상담도 받은 뒤 회원이 되면 싱글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건전하고 나 또한 싱글이니까 마음놓고 얘기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봄빛클럽 안에 최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말 그대로 탐색 중이다. 그녀에게는 분명한 것 하나가 있다. 이복자 남자 경제력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과 연금으로도 두 명 충분히 살 수 있거든요. 마음이 맞고 편한 상대를 만나고 싶어요. 사실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분에게 당신이 편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뭐 어때요? 여자라도 마음에 들면 말하는 게 맞죠. 말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웃음)? 하나, 둘 회원들이 모이고 왁자하게 웃음꽃이 폈다 난타 모임은 발표회를 위해 급조된 모임이다. 이곳에 모인 회원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매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진 촬영을 위해 테이블 주위에 회원들이 오순도순 모였다. 봄빛클럽 단장이었던 이활주씨와 난타를 가르치는 이복자씨, 이영조·최연서·현정원·김순섬씨. 그리고 이복자씨의 댄스스포츠 파트너인 박노용씨도 나오지 않은 회원을 대신에 자리를 채웠다. 이날 모인 사람 중 유일하게 가정이 있는 남자다. 본격적으로 싱글 남녀와 대화를 열다 싱글이신데 젊었을 때와 지금 이성을 만나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영조젊을 때는 좀 화끈하잖아요. 그런데 나이든 사람들의 만남은 하루하루 만나면서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거죠. 서로가 함께 있으면서 취미를 공유하고 같이 모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복자 모여서 떠들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외로움도 해소하는 거죠. 최연서 젊었을 때의 연애는 쓰나미 같은 것이고, 지금의 연애는 밀물 같아요. 이 나이에는 쓰나미처럼 사랑할 수 없어요. Q.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최연서 우리 생각은 시시때때로 바뀌어야 맞잖아요? 다른 사람 보면 또 바뀌고 그래야죠. 우린 싱글이니까요. 어떻게 사람이 같은 사람만 좋아할 수가 있어요(웃음)? 이복자 취미활동을 하다 보면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만남을 갖는 사람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Q. 주로 어디서 만나시나요? 이영조사람이 그리울 때 저는 주로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합니다. 집에 볼 만한 영화도 많고, 노래방 기계도 있어요. 그런데 전부 다 모여 먹고 마시다 보면 같이 영화 보고, 노래 부를 사람이 없더라고요. 다음에 영화 볼 때는 몇 사람만 와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때 갑자기 최연서씨가 이영조씨와 이복자씨가 함께 영화 을 봤다는 얘기를 꺼낸다. 야한 장면이 나오는데 둘이 괜찮았냐며 소녀처럼 묻는다. 이복자 문제는 그런 거를 같이 봐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는 거 아냐? 이제 완전히 고목이 됐나봐. 지금 연서씨가 얘기하니까 그런 게 있었나보다 하지. 이제는 그런 장면을 봐도 감정이 막 생기고 그런 게 없더라고요. Q.댄스스포츠 같은 거 하다 보면 찌릿한 느낌 없나요? 최연서 그럴 만한 사람을 만나면 그렇겠죠. 그런데 친구 사이로 생각하는데다가 배우는 데 집중해서 그런지 잘 몰라요, 그런 거. 이복자 지금은 댄스스포츠를 배우고들 있으니까 배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라도 더 배워서 안 잃어버리려고 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잘하나 못하나 그거에만 신경을 쓰지 남녀라는 느낌이 없어요. 이영조 지금 자꾸 내용을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거 아닌가요? 수줍어서인지 즐거워서인지 다들 박장대소한다. 격조 있는 싱글들이 만났으니 뭔가 있을 거 같다고 느꼈다. 이활주 우리가 만나봐야 한 달에 번개까지 해서 한두 번 만나요. 좀 얘기하다가 식사하고 노래방 가고, 끝나면 집에 가기 바쁘니까 따로 시간 내서 한잔 더, 혹은 차라도 한잔 이런 걸 못 해요. 지금 그것을 파악하는 중이지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서로를 많이 알게 됐어요. Q.솔직히 말해보셔요, 다들 연애는 하고 싶으세요? 최연서 좋은 친구는 만들고 싶죠. 김순섬 마음 통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Q. 얘기가 잘 통할 때 연애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으신가요? 이영조 희망사항이죠. 문제는 생각하는 이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이곳에서 혹시 남녀가 불이 붙으면 이 모임에 나올까요(웃음)? 관둡니다. 그건 분명해요. 이복자 자기들끼리 만나야 하니까. 이영조 맞아요.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둘이 만나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Q. 혹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헤어졌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김순섬 다시 들어오지는 않겠지. 자존심이 있는데 헤어졌다고 들어오나? 이활주 사실 예를 들어 “나 누구하고 만난다”고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존심이고 뭐고 없어요. 시치미 떼고 다시 오면 오는 거죠.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모임 회원 중 많게는 몇 사람 혹은 한두 사람은 서로 신상 탐색을 위해 밖에서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이 모임은 싱글 모임인데 다른 모임과 차이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이복자 제 친구들 중에는 싱글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하고 모임을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바삐 집으로 가요. 남편 밥 챙겨주러요. 집안일이 그렇게 딱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같은 싱글들은 집에 빨리 가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여기는 싱글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위화감은 없어요. Q. 싱글 모임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김순섬 다른 내 친구들은 싱글이 아니니까 내가 만나고 싶을 때 못 만나요. 그런데 여기는 내가 전화하면 만날 수 있어요. 요즘 다른 친구들한테 자랑해요. 너희들 없어도 요새 나는 잘 놀고 있다고요(웃음). Q. 같이 갔던 장소 중에 좋았거나 기억에 남는 곳이 있었나요? 현정원 춘천 갔을 때도 재밌었고, 대하도 먹으러 갔었어요. 11월에는 충남 태안에 천리포수목원으로 2박 3일 계획하고 있어요. 봄빛클럽에서 희망하는 사람들만 갑니다. 솔직하지 못한 싱글 남녀들의 머뭇거림에 이날 객원 멤버로 참여한 무용실 원장 박노용씨가 한마디한다. 박노용 너무 생각이 깊어요. 만나는 거 자체는 흥미롭고 좋은데 열지 못하는 거죠. 가정이 있는 제가 느끼기에도 몇 가지 장단점이 느껴집니다. 자유로운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좋아 보이기도 하네요. 각자에게 주는 감정이 참 세밀합니다. 그런데 젊음이 떠나서 그런가 들이대는 게 부족해요(웃음). 이활주 그 말이 맞을 거예요. 다른 사람 눈치를 보게 돼요. 가족의 눈 등 일단 다른 사람들의 눈이요. 좋아하는 상대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알아가면서 좋은 감정을 만들 수도 있으련만. 최연서 자신에게도 신중해야 하고 남들도 생각해야 하고 젊었을 때랑은 다를 수밖에 없죠. 이복자 나이 들어보니 감정은 뒷전이고 이성적으로 이것저것 가리게 되니까 빨리 뭐가 안 이뤄지는 거죠. 박노용 남녀 간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따뜻한 친구는 얻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싱글 모임이 좋은 거 같아요. 최연서 누군가 말하기를, 이성 친구는 딱 보고 1분 내로 결정하라더군요. 단 지성과 양심 중에 양심 쪽을 택하라고 하더군요. 나이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은 만남이 달라요. 시니어 싱글 남녀. 이들도 결국은 진짜 사랑을 만나고 싶고, 지금까지의 삶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젊은 사람들처럼 사랑을 표현하고 내세울 수 없다. 삶에 대한 책임감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보다 클 수밖에 없다. 바로 이 마음이 시니어들이 사랑을 생각하는 방식이 아닐까.
- 2016-11-0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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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싱글 PART2] 혼자라도 잘 입고(衣), 잘 먹고(食), 잘 사는(住) 방법
- 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1) 직접 디자인하는 나만의 옷 ‘스트라입스(stripes.co.kr)’ 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2) 쇼핑 걱정 덜어주는 코디박스 ‘유어스타일리스트(yourstylist.co.kr)’ 패션으로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유어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해보자. 일대일 상담(카카오톡 이용)을 통해 기본 상·하의를 비롯해 신발, 양말, 재킷 등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코디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담이 없고, 반송이나 교환도 무료로 가능하다. “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2016-10-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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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환자 좋은 의사 되기] 회전근개 파열 겪은 중년여성과 정형외과 전문의의 라뽀
- 온 가족의 식사 후 설거지를 하다가, 혹은 몇 년째 키워오던 강아지를 쓰다듬다가, 평생 해왔던 천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어깨 힘줄이 끊어진다. 툭 소리도 없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맞은 것도 아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흔하게. 바로 회전근개(回轉筋蓋) 파열이라 질환이다. 이 질환을 앓았던 김선옥(金善玉·51)씨와 서울바른세상병원 김형식(金亨植·42) 병원장을 통해 회전근개 파열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김선옥씨는 평범한 주부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부처럼,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김씨는 남편 사업이 갑작스럽게 기울어진 후 남편을 대신해 가족을 챙기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식당일을 했다. 그런데 밤낮없이 고단한 일을 해서인지 어느 날부터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좀 불편하긴 했지만 통증은 없었어요. 아프기 시작한 것은 올 1월부터였어요. 어깨가 너무 아파 잠에서 깰 정도였죠. 안되겠다 싶어 동네 의원을 찾았더니 진통제만 주더라고요. 그래도 참을 만해서 버티며 살았는데 올 4월부터 통증이 매우 심해졌어요. 누워서는 잠을 잘 수 없어 앉은 채로 잠을 청했을 정도였어요. 그때 서울바른세상병원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김 원장님을 찾아갔어요.” 김선옥씨는 특별히 어깨를 다친 일은 없었다고 했다. 평소에 심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일도 팔을 크게 쓰는 작업은 아니어서 더욱 의아했다고 한다. “팔에 힘이 빠지고 저릿저릿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목에 문제가 생겼나 했어요. 목에 문제가 생기면 그렇다고 해서요. 그런데 알고 보니 한쪽 어깨에 이상이 생기면서 몸의 균형이 깨져 생긴 통증이라고 하더군요.” 김선옥씨는 4월에 이 병원을 찾았고 5월에 바로 수술을 받아 지금은 회복 중에 있다. 목 질환과 구분하는 방법은 ‘팔 들기’ 김형식 원장은 정형외과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환자가 김선옥씨 같은 환자라고 말했다. “많이들 오해하십니다. 보통 척추에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하는 방사통과 회전근개 파열과 통증의 형태가 비슷하니까요. 또 요즘에는 의학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환자분들이 스스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고요. 두 통증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팔을 머리 위에 올려보는 것입니다. 이때 편하면 척추 쪽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반대의 경우는 어깨를 의심해야 합니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와 연결되는 팔꿈치 위쪽 팔뼈(상완골) 맨 위에 붙어 있는 어깨 쪽 근육의 힘줄이 파열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쪽 어깨 끝(견봉)을 만져보면 팔과 어깨가 연결되는 쏙 들어간 부위다. “김선옥 환자는 병원에 오셨을 때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힘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죠. 게다가 염증도 심했고 물까지 차 있었어요. 그래도 힘줄이 끊어진 지 아주 오래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렵지 않게 수술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어깨 힘줄이 끊어졌는데 오래 참을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의외로 많다고 설명한다. “힘줄 손상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에는 제대로 인지를 못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주변 근육이 힘줄 손상을 보완해주면서 상처에 익숙해져버린 경우죠. 이런 경우에는 애써 수술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생활할 때 불편함을 못 느끼는 데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정형외과 의사들은 조금만 수술하면 예뻐지는데, 완벽해지는데 하면서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사의 욕심이 아니라 환자의 요구잖아요. 그 속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있다. 병원에서는 동결건 혹은 유착성 관절낭염이라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오십견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병이다. 오십견으로 오해하고 방치하는 병 “오십견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특별한 치료 없이도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회전근개 파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치료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무척 까다로워지고 어렵게 수술을 한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거든요.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회전근개 파열을 오십견으로 오해하고 방치해버려요.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낫질 않으니까 그제야 병원에 오는데 이미 심각해진 후죠.” 회전근개 파열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끊어진 힘줄을 다시 이어주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끊어진 고무줄이 반대 방향으로 튕기는 것처럼 힘줄도 끊어진 부위가 시간이 갈수록 멀어진다. 이렇게 끊어진 상태로 방치하면 또 다른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상완골과 견봉 사이의 마찰로 관절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염증이 심해지면 일반적인 수술로는 회복이 어렵고 인공관절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생한다. 김 원장은 이런 방치가 의사로서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무릎관절염의 경우 큰 통증이 없다면 최대한 수술을 미루고 본인 무릎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쓰도록 유도하는 타입이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견봉의 타고난 모양이 발병의 원인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던 주부가 특별한 외상이나 충격도 없이 힘줄이 끊어지다니. 게다가 김선옥씨는 이제 갓 50을 넘긴 비교적 젊은 나이다. 뭐가 문제였을까? 김형식 원장은 그 원인을 견봉, 다시 말하면 어깨를 덮고 있는 뼈의 모양에서 찾는다. “어깨 관절을 덮고 있는 견봉은 사람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모양을 하고 있죠. 일자 모양의 편평형과 약간 굽은 커브형 그리고 문제가 되는 후크형이 있어요. 후크형은 갈고리 모양으로 견봉 아래쪽에 뼈가 톡 튀어나온 형태를 말하는데, 이 튀어나온 부분과 어깨 관절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힘줄과 마찰을 일으켜요. 결국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힘줄 조직이 뜯겨져 나가고 마지막에는 끊어지고 마는 것이죠.” 평범한 주부인 김씨의 힘줄이 어느 날 갑자기 끊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무직 사람들이나 40대의 젊은 나이에도 힘줄이 끊어져 회전근개 파열에 시달릴 수 있다. 다행히 김선옥씨의 경우엔 상처가 크지 않아 수술로 힘줄을 이어붙일 수 있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수술이었기 때문에 치료는 특별히 어렵지 않았습니다. 수술은 의사들이 앵커라고 부르는 실이 달린 쐐기를 상완골 끝에 박아 힘줄이 뼈에 붙을 수 있도록 잘 묶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요. 물론 이것으로 수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상완골의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주고 주변 염증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과정도 거칩니다. 수술은 모두 다 내시경을 통해 이뤄져요. 최소한의 상처만 남겨 빠른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말이죠.” 몸은 아팠지만 부부 사이 돈독해져 기뻐 김선옥씨는 빨리 수술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주변에서 나쁜(?) 유혹이 많았다. “주변에서 엉뚱한 조언들이 많았어요. 수술 안 해도 놔두면 낫는다는 얘기부터, 요가만 열심히 하면 좋아진다는 얘기도 있었죠. 그래도 이 병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으니까,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제일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원장님을 보면서 신뢰도 생겼구요. 원장님이 어깨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살펴주셔서 더 좋아졌어요(웃음).” 현재 재활중인 김씨는 수술로 인한 휴식이 부담스러운 듯 빨리 나아 일을 다시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회복이 더딘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다른 환자에 비해 회복이 좀 늦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몸치’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몸치라서 그런지 재활운동도 너무 힘들어요.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도통 몸을 일으킬 수가 없더라고요.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파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물이 계속 쏟아졌어요. 그러다 도망가기도 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저에게 많이 실망하고 스스로를 나무랐어요. 내 몸을 이렇게 방치했나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 남편과 금실이 좋아진 것도 그중 하나다.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에요. 본인 때문에 일터로 나가게 됐고, 일하다가 병을 얻었다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갖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만회하겠다고 수술 후에는 목욕도 시켜주고, 집안일도 도맡아줘서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씨는 몸이 완쾌되고 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물음에 운동이라고 대답했다. 평소에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주변 공원도 걷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노력들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남편과 함께. 한 번 큰 병을 앓고 나니 지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어깨 박사가 됐다. 주변에서 어깨 문제만 생기면 자신을 찾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병원에 가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저도 치료를 좀 더 빨리 받았으면 재활이 쉬웠을 텐데, 치료가 늦어 이렇게 고생하잖아요. 물론 저보다 더 병원에 늦게 와서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요. 그래서 늘 지인들에게 얘기해요. 일단 병원에 가서 얘기 들어보고 다른 방법을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 일단 병원부터 가라고 말이죠.”
- 2016-10-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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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에 무슨일이 생겼나고요?
- 직장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맞벌이 주부는 슈퍼우먼이 아닌 한 힘이 든다. 게다가 명절날 시댁 가서 이런저런 일을 거들고 집에 오면 녹초가 다 되니 무슨 핑계 거리라도 만들어 시댁에 안 가거나 음식 장만에 열외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만도 하다. 일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곱게만 자라 시집 온 대부분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느낄 만도 하다. 명절음식은 가짓수도 많고 양도 많다. 잘못했다고 야단맞을 까봐 겁도난다. 심지어 명절 후유증으로 이혼하는 사례도 있다하니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추석때 힘든 시댁 일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아픈 척 깁스를 하는 며느리가 늘었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가짜깁스 판매업체에서 나와서 하는 말이 “(매출이) 한 100%정도 올랐다고 보시면 돼요. 명절 앞두고 가사노동이나 개인적인 핑계거리가 없어서 필요하신 분들”이라고 한다. 물론 연출용 깁스가 며느리만 애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연극에 소품으로도 쓰이고 결근(결석)이나 조퇴용으로도 사용하니 전부 명절 때문에 늘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례나 제사음식을 간소화하는 음식문화 혁명이 필요하다. 조상에 대한 정성이라고 하여 한 상 그득 그득 쌍아 올리고 겨울에 수박을 다 올린다. 주부들의 말을 빌리면 ‘그래도 명절인데’ 초라한 음식상은 친척들 눈치가 보이고 ‘그래도 조상님 제사상인데’ 정성스럽게 최고급품을 준비해야지, 하는 유교적 효의 문화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어 간단히 하기도 어렵다. 예절과 관련한 음식문하는 주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림이나 국가에서도 물꼬를 터주고 각 가정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가족회의를 열어 원만하게 해결하였으면 한다. 명절 때 남은 음식처치에 집집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고 명절 후에는 각 방송사에서 남은 음식 조리법이 어김없이 방영된다. 음식물 쓰레기로 쓰레기 하치장이 몸살을 앓을 정도로 넘쳐난다. 사회 지도층 인사부터 명문가에서부터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여 차례상, 제사상을 간소화 하는데 앞장서고 각종 언론에서도 이를 널리 홍보하면 차츰차츰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출용 깁스를 사용하는 일이 비록 일부의 일이라고는 하나 이런 세태까지 등장한 것은 집안일을 분담하지 않는 낡은 가부장적 문화와 어떻게든 과중한 책임에서 벗어나보려는 ‘이기주의’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가족회의를 통해 음식준비를 줄이고 음식 장만에 가족 모두 역할분담을 새롭게 만들어 즐거운 명절, 진심으로 조상을 섬기는 제사상 차림이 되었으면 한다.
- 2016-10-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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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특집] ‘추석 명절병’ 이렇게 이기세요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모든 것이 풍족한 날이다. 그러나 이 즐거운 명절은 생각보다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시기다.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평소와 달라지기도 하고, 평소에 하지 않는 무리한 자세나 행동도 문제다. 무엇보다 그리 달갑지 않은 그 누군가와의 조우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생각보다 어려운 명절나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들어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가장 대표적인 명절 질환은 바로 가족이나 친척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이런 지인들과의 스트레스는 일종의 대인공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평소에 고부간이나 동서 간, 시누이와 올케 간 등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관계를 평소에 돈독하게 해 놓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이런 증상은 명절만 피하고 나면 좋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명절이 지나도 앙금은 남게 마련. 이런 앙금들이 쌓이면 되레 큰 감정의 폭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해소하는 것이 좋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가족 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 간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어선 안 되죠. 양쪽을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쪽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간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나머지 가족들은 특정 구성원에게 집안일이 몰리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 가족 간의 서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 감정만 상하게 만들 뿐이죠.” 기름진 식사 계속되면 담석증 주의해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고생하며 차린 음식이지만 무작정 폭식하다간 되레 화를 부를 수 있다. 추석에는 송편이나 떡, 갈비찜, 각종 부침 등 기름지고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들을 먹게 된다. 이런 요리들을 과식하면 배탈이나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위쪽 배 또는 명치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자주 든다면 담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밀가루 음식이나 고기를 먹은 후 소화가 잘 안 된다면 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 담즙 속 염분과 콜레스테롤 양이 변하면서 담낭의 운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담석증은 대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에 따라 우상 복부의 통증이나 소화불량, 황달, 발열 등이 나타난다. 위경련, 급체 등 위장장애와 혼동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나 CT를 통해 담석증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담석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담낭염이나 담낭이 터지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술 상처를 최소화하는 ‘단일공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선호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추석 때 과식을 하거나 배탈이 나면 위장이 예민해져 복부질환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 많더라도 평소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연휴 이후에도 복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허투루 넘기지 마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안 하던 집안일 몰리면 관절과 힘줄에 무리 명절이 되면 유난히 날라야 하는 짐들이 많다. 평소에 충분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급하게 들다가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져 급성요통이 생기거나 척추분리증 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척추분리증은 뼈마디를 연결하는 부위에 결손이 생겨 서로 분리되는 질환이다. 척추분리증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척추뼈를 제대로 잡아 주면 굳이 수술로 뼈를 붙이지 않아도 평생 별 탈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치료 없이 방치하다간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집안일이 늘어 어깨와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명절 질환이다. 보통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뼈나 관절, 근육의 이상이라고 여기는데, 사실은 힘줄염으로 인한 급성 통증인 경우가 많다. 힘줄염은 손목이나, 팔꿈치, 어깨 등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으로 발생 부위가 관절과 가까워 관절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부평힘찬병원 김태호 원장은 “근육이 수축하면 힘줄을 통해서 뼈로 힘이 전달되고 관절 운동이 이루어지는데, 명절에 지나친 가사노동으로 인해 반복적인 힘이 가해져 근육이 계속 긴장돼 힘줄을 다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부들이 명절에 흔히 걸리는 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묘 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철에 흔한 질환인 유행성 출혈열과 쯔쯔가무시병 등을 조심해야 한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잔디에 눕지 않고, 긴소매 옷을 입고 산에 가는 것이 좋다. 농사를 도울 때도 맨발로 논물 속에 들어가지 말고 장화를 신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모처럼 농촌을 방문했다가 벌에 쏘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나무나 땅속의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고 벌에 쏘인 경우 전신이 붓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있으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밤이나 감을 따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낙상사고도 명절에 빈번한 사고 중 하나다. 여성들의 고질병 수족냉증 명절이 되면 여성들은 앉은 자세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전을 부치는 것도, 수다를 떠는 것도 바닥에서 이뤄진다. 게다가 그 바닥이 차갑다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명절의 이런 환경으로 혈액순환은 힘들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손발이 차가워져 수족냉증이 야기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수족냉증의 증상은 주기적 또는 지속적으로 두통이나 현기증, 수족의 떨림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흥분하기 쉽고, 권태감, 긴장감, 압박감 등이 나타난다. 강남자생한방병원 이상운 원장은 손과 발이 냉하고 따뜻해도 곧 차지는 것을 한방에서는 복부나 허리의 오랜 냉기가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수족이 냉해지는 경우는 당귀나 천궁뿌리 말린 것, 혹은 유자를 넣은 물에 목욕을 하면 혈액순환을 높여 냉증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마른 쑥이나 무 잎을 끓인 목욕법도 냉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다만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 않은 38~40도 정도가 적당하고, 자주 목욕하기 힘들면 손발을 매일 뜨거운 물에 담가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러진 치아는 우유에 보관 명절에는 아무래도 육류나 견과류의 섭취가 많다보니 자칫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라면 가까운 병원을 바로 찾으면 되지만, 온 국민이 쉬는 추석인데 문을 연 치과를 찾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럴 때 부러지거나 빠진 치아는 물에 씻으면 안 되며, 생리식염수나 차가운 우유 등에 담가 가는 것이 좋다. 우유의 칼슘 성분은 치아 표면의 부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생리식염수가 없다면 젖은 수건으로 치아를 감싸 습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고, 빠진 치아를 혀 밑에 넣고 신속하게 치과를 방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뉴페이스치과병원 정명호 원장은 “치아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치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가 부러진 후 치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신경, 턱관절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상태가 심각하다면 응급실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치과는 응급실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각 치과대학에선 치과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명절에 주변에 문 연 약국을 찾고 싶다면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하면 된다. 대한약사회에서는 ‘휴일지킴이약국’(www.pharm114.or.kr) 웹사이트를 통해 명절이나 휴일에 운영하는 약국을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방전 없이 급하게 살 수 있는 의약품의 종류나 의약품의 복용법 등의 관련정보도 얻을 수 있고, 집에 보관 중인 약을 복용해도 되는지 의약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 ‘E-Gen’(www.e-gen.or.kr)도 꼭 즐겨찾기 해야 할 웹사이트다. E-Gen에서는 주변에 급히 찾을 수 있는 응급실이나 병원, 민간 구급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도 운영하는 어린이 병원 정보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손주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 놓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병원 정보뿐만 아니라 응급상황 대처요령,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비치 위치나 사용법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 2016-09-0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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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단상
- 작은 가슴에 기쁨과 희망, 좌절도 품고 산다. 마치 뷔페식당처럼 한 접시에 담겨 있다. 세 가지 이상의 물감을 섞으면 탁한 색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지하철도 그런 것 같다. 붐비는 시간이었다. 옷차림도 산뜻한 말쑥한 청년이 내 뒤에 섰다.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를 받는 것 같았다. “ 선배님, 안녕하세요. 아, 그 일은 제가 처리 못 했는데요. 그럼요 제가 해야죠. 당연하죠. 안심하세요. 곧 처리하겠습니다.” 아주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들렸다. “ 아, 미친 새끼. 어디에다 지랄이야.”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한참을 육두문자를 쏟아 내었다. 그의 세련된 차림과 얼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40대로 보이는 여자가 전화를 받으며 지하철에 올랐다. 몇 정거장을 지나도록 통화는 계속되었다. 집안일이며 식구들, 요리에 관한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쏟아 내었다. 머리가 어찔거리기 시작해서 몇 사람이 그 여자를 돌아다보았다. 필자는 듣고 싶지 않아도 그 여자네 저녁 메뉴를 다 들어 버렸다. 장을 봐서 식탁에 오르는 과정만큼이나 길었다. 머리가 흰 할머니가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러자 앞에 앉았던 청년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할머니가 극구 사양하며 다시 앉으라고 했다. 그러자 청년은 금방 내린다며 앉으시게 했다. 그러나 청년은 금방 내리지 않았다. 노출이 심한 여성이 자리에 앉더니 화장을 시작했다. 파운데이션을 두드려 바르더니 볼 터치를 했다. 눈을 치뜨며 마스카라, 속눈썹까지 올리고, 립스틱까지 바르고 나서야 화장케이스를 넣었다. 필자는 구경 잘했다. 그러나 고개를 숙일 때마다 걱정되었다. 속이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아주 앳되어 풋내가 날 것 같은 남녀가 탔다. 문 앞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섰다. 남자는 가만히 서 있는데 여자가 남자를 끌어안고 턱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고 뭐라 속삭였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사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나이 지긋한 연배는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슬그머니 민망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마 집에 가서 오늘 본 것을 한마디 할 것 같다. 술 없이도 취하는 나이가 20대고, 병 없이도 아픈 나이가 20대 아니던가? 어리석음조차도 젊음의 특권이다. 아주머니가 시장을 본 듯 보따리를 들고 탔다.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필자에게 걸어온다. 마늘이 하도 싸서 샀는데 장아찌를 담그려고 한다. 아들, 며느리가 잘 먹어서 그래야 한다고. 자기는 어디서 내리는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온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데 옆자리의 아주머니만 깨어 있는 것 같다. 마치 시골 장터에서 만난 사람 같다. 사람 있는 곳에 희로애락이 있었다.
- 2016-08-22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