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말다툼이 잦다. 다툼의 주제는 나라경제도 아니고, 집안경제도 아니고, 자식교육도 아니다. 항상 좀스럽고 하찮은 일로 다투는데 그 이유는 딱 두 가지, 남편이 입는 옷과 남편이 먹는 음식 때문이다.
음식은 자기를 위해서 먹고, 옷은 상대방을 위해서 입는 것이 예의라고들 하는데, 옷 꼴이 말이 아닐 때 보다 못한 필자가 몇 벌 사온다. 입으면 디자인이나 색상이 매우 잘 어울리고 품위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새로 사온 옷에 대해 타박과 잔소리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러면 으레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자기 것은 양말 한 짝도 사오지 말란다. 그러면서 입기는 잘만 입고 다닌다.
필자는 남편 옷을 자주 사지는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에 여러 벌 산다. 그래서 옷 때문에 전쟁을 치루는 횟수는 몇 번 안 된다. 하지만 음식은 날마다 매끼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해대니 보통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는 서울 태생이고, 남편은 충북 태생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나서 자란 사람에게, 어릴 때 먹던 충청도 음식을 해내란다. 해주면 그 맛이 아니라고 안 먹는다. 너무나 얄미워 남편만 아니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필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말 부부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이다. 그 정도로 남편과 떨어져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다. 남들은 남편이 잠시라도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데, 필자는 오죽하면 떨어져 사는 게 소원이겠는가!
이런 남편이 하루는 느닷없이 간단하게 짐을 챙기란다. 선배가 갑자기 중국엘 같이 가자고 해서 한
1주일 정도 중국엘 다녀와야겠다는 것이다. 뭐? 뭐라고? 내 귀를 잠시 의심했지만 이내 기쁨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래도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섭섭해할까봐.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다. 결혼하고 최초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남편이 중국엘 갔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어디선가 콧노래가 들려온다. 점차 집 안이 콧노래로 가득 찼다. 아니! 이 소리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아닌가! 우리 모자는 이렇게 남편이 현관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바로 해방의 기쁨을 가득 담은 눈빛이었다.
우리 모자는 평소에 남편이 건강에 나쁘다며 못 먹게 하던 라면, 치킨, 피자, 자장면, 탕수육 등을 메뉴 바꿔가며 시켜 먹었고,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며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전화가 걸려왔다.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이었다.
수화기 속 남편 목소리는 무척이나 반가운 듯 들렸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흥분되고 들뜬 하이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내일 집에 갈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순간 깜짝 놀라서 “벌써?” 했다. “아니! 이 사람이! 뭐가 벌써야? 1주일이나 됐는데.” 남편이 섭섭했나보다. “아차! 벌써 1주일이 지났나?” 하아! 아들과 함께 지낸 꿈같은 일주일은 그렇게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동네에 먹자골목이 있다. 길 좌우로 200m 정도 각종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잘되는 집은 손님들이 줄을 서지만, 안 되는 집은 파리만 날리다가 몇 달 못 가 없어지고 다시 다른 업종이 들어오는 일이 반복된다. 한 달에도 몇몇 점포들이 문을 닫고 새로운 음식점이 문을 연다. 개업 화환들이 화려하게 입구를 장식한 개업 음식점들을 보면 희망이 가득해 보이지만, 상례로 보아 몇 달 못 가 또 문 닫을 거라는 예상이 되면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새로 문을 연 호프집 옆에 얼마 안 가 새 호프집이 생긴다거나, 치킨집이 있는데 또 치킨집이 생기면 둘 중 한 집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지금의 자영업 시장은 인테리어 업자만 돈을 버는 구조다.
강남의 잘 꾸며놓은 고깃집에 갔었다. 손님보다 종업원 수가 더 많아 보였다. 2층이 경관이 좋아 2층으로 가려고 했더니 2층은 서빙이 안 된다며 그냥 1층에 앉으라고 했다. 넓은 1층에도 손님이 앉아 있는 곳은 몇 테이블 안 되었다. 월세는 꼬박 내야 하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되니 주인은 속이 바짝바짝 탈 것이다.
손님이 많기로 소문난 강남 대형 쇼핑몰은 젊은이들이나 몰려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요리하는 음식점들도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자주 가는 쇼핑몰인데도 이런 음식점들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 장사가 잘될 리 없다. 시설은 깨끗하게 잘해놓았으나 한창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도 손님이 얼마 안 되었다.
잠실의 한 삼계탕 집은 한때 손님이 벅적였는데 최근 문을 닫았다. 삼계탕 한 그릇에 1만5000원을 받아 돈을 좀 버는가 했더니 적자라며 문을 닫은 것이다. 겉으로는 손님이 많아 남는 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큰 시설을 유지하자니 관리비에 인건비에 카드 수수료까지 떼이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계탕 집을 정리하고 아파트 단지 안에 김밥 등을 파는 분식집을 차렸는데 현금 장사에 손님이 많아 오히려 낫더란다. 음식 값이 싸서 손님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권리금을 내고 점포를 확보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봐야 성공 확률은 10% 정도다. 20~30%는 문도 못 닫고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고, 나머지는 적자란다. 외식 산업 성공률은 매우 낮다. 잘되는 업소라 해도 끝까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줄을 서다가도 손님들의 취향이 바뀌어 어느 순간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여기에 건물주가 집세를 올리거나 자기가 운영한다며 내보내는 일도 발생한다.
건물주들은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건물 값이 오른다. 현재 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집세도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장사가 잘되면 집세를 올리는 건물주도 많다. 자영업자들은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를 쉬지 않고 일한다. 그래야 겨우 살아남기 때문이다. 반면 건물주들은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앉아서 거저 돈을 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세상살이가 쉽다. 하루 종일 일해도 남는 게 없는 자영업자들에 비하면 뭔가 불공평해 보이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런 정도의 현상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모순은 모순이다. 공평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보인다. 새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조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지난 10년간 치킨 집을 운영해오던 친구가 문을 닫는다며 친구들을 초대했다. 한창때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하고 나서 실업자로 6년을 놀았다. 부인이 그 사이에 치킨 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댔다. 그러다 부인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치킨 집을 인수해 부부가 같이 10년을 운영해온 것이다. 그간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치킨 집들이 다 문을 닫았는데 굳건히 버텼다. 브랜드의 힘이기도 했고 친절과 성실, 그리고 배달 서비스의 신속함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자녀들 시집, 장가 다 보냈으니 더 이상 고생하면서 돈을 벌 목적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 사이에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로 죽다 살아난 고초도 겪었다. 인근 아파트들이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향후 영업 전망도 밝지 못한 것도 문을 닫는 이유 중 하나였다.
치킨 집 운영은 고된 일이다. 더운 여름날에도 치킨을 튀겨내려면 죽을 맛이다. 추운 날에도 배달을 하려면 고생이 막심하다.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처음에는 연중무휴로 일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은 쉬어가며 일하라고 충고하자 그러겠다더니 올림픽 등 특수가 오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친구들 모임에도 못 나와 친구들이 치킨 집으로 모였다. 덕분에 우리 친구들은 맛있는 치킨과 맥주를 무한 리필해가며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돈을 받기가 미안하다며 돈을 안 받았다. 그러나 그러면 부담이 되어 못 간다고 하자 1인당 1만원으로 마음껏 먹고 가는 것으로 했다. 단, 주말은 바쁘니 피해달라고 했다.
이 친구가 원래 마초 같은 남자라서 부인에게 고압적이었다. 그러나 함께 일하면서 성격이 많이 고분고분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고생하는 부인을 물끄러미 볼 때 미안한 마음에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부인도 그만한 위치라면 남편에게 할 말은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와도 배달을 나가야 하니 같이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생각은 굴뚝이지만, 전화 벨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주문이 오면 달려나가야 했다.
치킨 집 운영은 주문을 기다리는 일이라 예측 불가능함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재료를 잔뜩 준비해놓았는데 웬일인지 주문이 뚝 끊기는가 하면 반대로 주문이 폭주해 생 땀을 흘리기도 했단다. 물론 올림픽, 월드컵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는 주문이 많아 나름대로 대비를 잘 했다. 그러나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주문 때문에 애로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 치킨 집을 접으면 강원도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노후를 보내겠단다. 부인도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부인 명의로 전원주택을 사준다 하자 동의했단다. 사실 누구 명의가 되든 결과는 마찬가지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마음으로는 넓은 텃밭에 이것저것 가꾸며 살고 싶지만 육체적인 능력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소규모로 욕심을 줄였단다. 농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저절로 크는 과일나무나 심어 재미로 따먹는 수준을 넘어서지 않으려 한단다. 덕분에 강원도에 갈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우리 나이쯤 되니 강원도에 가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통지표에 ‘의자에 앉는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는 말과 함께 나오던 단골 멘트는 ‘나름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오류가 많다’였다. 필자는 그 시절 자그마한 걸상에 비스듬히 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마루 사이에 낀 지우개 가루를 쉽게 파내는 방법 따위를 생각하느라 골몰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 말씀이 맞다.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올 땐,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노량진의 오래된 동네라 구불구불 골목이 많았다. 필자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경우의 수를 조합해보느라 분주했다. 가끔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헤매기도 했지만 나만의 지름길을 발견하면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수학 문제를 풀 땐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풀려고 애를 썼다.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정답에 동의하기 어려워 국어 성적은 늘 형편없었다.
새로운 것을 찾는 성향은 어른이 돼서도 여전했다. 특히 운전할 때 도드라졌다. 길을 가다 막히면 망설임 없이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운이 좋게 지름길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길을 찾지 못해 되돌아 나와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 오늘도 또 길을 잘못 들었잖아. 제발 아는 길로 가” 하며 뒷좌석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왜 아는 길 편안한 길을 놔두고 굳이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는 걸 즐길까? 집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이쪽 혹은 저쪽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일.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세탁소에 맡긴 세탁물을 찾으며 치킨 먹을래 피자 먹을래? 집으로 전화 거는 일. 이런 시시콜콜한 일상 너머에 존재하는 거대하고 새로운 세상은 헤매지 않고는, 호기심 없이는 발견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필자에겐 낯선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요란한 소리와 불규칙한 진동, 간질간질함에서부터 설렘은 시작된다. 입국 허가 스탬프를 찍어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뚝뚝하지만 생김새는 저마다 다르다. 칭다오 버스 안에서 맡았던 퀴퀴하고 쿠린 냄새는 여행을 후회하게 만들고, 말간 얼굴에 순진한 미소로 다가와 빵 값을 사기치던 하노이 소녀에겐 버럭 화를 내기도 했지만 이런 불쾌함이나 두려움도 낯섦이라는 필터를 통과하고 나면 행복한 경험이다.
“여행은 문과 같다. 우리는 이 문을 통해 현실에서 나와 꿈처럼 보이는 다른 현실, 우리가 아직 탐험하지 않은 다른 현실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기 드 모파상의 말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찾는 필자의 삶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뭐든지 척척,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잘되는 사람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뭘 해도 저렇게 운이 잘 따르나’ 싶다. 부럽다가도 얄밉고, 성공 비법이 뭘까 궁금할 때도 있다. 막걸리 전문 주점 ‘가제트 술집’은 8년 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변두리 골목에 7평 남짓한 좁디좁은 공간에 문을 열었다. 개업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더니 맛집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매스컴도 꽤 탔다. 현재까지 전국 12개 ‘가제트 술집’이 매일 밤 손님맞이를 위해 불을 밝힌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평가하는 ‘가제트 술집’의 ‘가제트 오빠(?)’ 김경범(45) 대표. 그의 인생역전 운빨 성공기를 좀 들춰보자.
6년 전 괜찮은 술집이 있다는 지인을 따라 나섰다가 ‘가제트 술집’을 알게 됐다. 그런데 막걸리 집이라니. 홍대 옆 합정동이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을 때였다. 막걸리도 지금처럼 즐겨 찾는 이가 흔치 않았다. 그런데 웬걸? 술집 안은 빈틈없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술집이다! 회전율이 빠른 국수집, 밥집도 아닌 술집 대기 줄이 길기도 길었다.
“그때는 그랬어요. 요새는 경기가 안 좋은 것도 있고 본점과 2호점이 인근에 있어서 기다리지는 않아요.”
안경 쓴 얼굴,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내는 이 사람이 바로 가제트 술집 김경범 대표다. 왜 굳이 술집 이름이 ‘가제트 술집’이냐고 묻는다면? 사진을 보면 대충 감이 잡히지 않을까? 그런데 그의 얼굴이 애니메이션 주인공 가제트만큼 낯이 익다. 소소하게나마 TV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비추는 현역 배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2016 무한상사’에도 얼굴을 내비쳤고, SBS 드라마
과 영화 등에도 출연한 바 있다. 막걸리집 사장님이라는 직함은 배우의 삶이 이끌어준 또 다른 삶 중의 하나인 셈이다.
배우 인생에 막걸리 들어오다
인기 배우가 아닌 이상 배우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캐스팅 기회 때문에 일정한 일을 갖는 것이 부담스럽다. 배우인 김경범 대표도 술집을 열기 전 여러 직업을 섭렵했다. 연기 선생은 기본이고 오징어 장사, 목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카타르 현장 취업을 며칠 앞두고 양국 간 마찰로 해외 일자리를 포기했고, 중국 내 유통 사업도 생각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단념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것이 막걸리 아이템이었다.
“2009년 9월이었는데 막걸리 박람회를 한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접하고 기록해놓았어요. 그런데 마침 박람회 날이 이사하던 날이더라고요. 박람회가 열리는 곳으로 이삿짐 차를 몰고 갔어요. 막걸리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죠. 그런데 막걸리 맛이 정말 다 다른 거예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막걸리 파는 술집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겁 없는 결정이었다.
올(all) 빚, 올(all) 도움으로 가제트 술집 문 열다
“그때 어떻게 시작했나 몰라.”
잠시 회상에 젖은 김경범 대표. 이 사업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난한 배우에게는 대출도 허락되지 않았다.
“대출이 되겠어요? 고맙게도 후배 중 주차 요원이었던 놈 하나가 전세자금담보대출로 1000만원을 꿔줬어요. 그리고 지인한테도 1000만원을 꿨고요.”
오로지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기반을 마련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전부 다 빚이었고 도움이었다고 했다.
“당시 홍대 근처 상권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 권리금이 어마어마했어요. 물어보는 곳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갈 수 없었어요.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허름하고 작은 부동산 하나가 보였습니다.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부동산 이름이 엘 샤다이(전능하신 하나님)더라고요. 그곳에서 지금의 가제트 술집 본점 자리를 안내해줬습니다.”
체계적인 상권 조사도 없었다. 가끔 가는 근처 닭집이 월 800만원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게 정보의 전부였다. 그리고 인테리어가 관건이었다. 당시 빈티지 인테리어로 꽤 유명했던 시나브로 자매가 가제트 술집의 대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일을 보냈어요. 구구절절했죠. 시골에서 상경해 연극을 하다 보니 먹고는 살아야겠고, 절박한 심정으로 부탁드립니다, 아니 감히 여쭤보겠다면서 인테리어를 부탁했어요. 솔직히 한 명은 반대, 한 명은 찬성했다더라고요. 결국 저랑 만나고 난 다음에 해주기로 하셨어요. 솔직히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해주셨어요. 빈티지 핸드메이드라는 것이 작품과 상업의 중간인데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웠습니다.”
한 달에 80만원만 벌면 좋겠다
2009년 11월, 가제트 술집이 드디어 오픈했다. 열자마자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도 처음에는 몰랐다.
“지금도 전화가 와요. 웨이팅(대기) 시간 얼마나 걸리느냐고요. 신기해요, 옛날 생각하면. 그런데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잘된 거 같아요.”
한 달에 딱 80만원 벌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다. 돈 욕심이 없었다. 80만원 벌려고 한 사람이 150만원 버니까 너무 좋았다.
“손님이 앉아서 죽치는 거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즐겁게 하니까 잘된 거예요.”
김경범 대표는 1년 반 만에 지인에게 빌렸던 돈을 다 갚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자기처럼 창업한다고 하면 뜯어 말린다. 본인은 운이 좋았던 것이지 빚은 원래 못 갚는 것이 빚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길을 잠시 접어두고 김경범 대표가 얻은 것은 너무 많다. 부인이 생겼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을 이뤘다. 창업을 열망하는 후배, 현역 은퇴자의 조언자로 나서 창업을 도왔다. 그래서 10개의 가맹점과 2개의 직영점을 가진 이른바 프랜차이즈 가제트 술집으로 거듭났다.
평균대 위를 오르다, 배우와 가제트 사이
반면, 김경범 대표는 무대와 촬영 현장을 그리워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배우로서의 삶이 까마득히 멀어져 간 것 같아 부쩍 아쉽다. 그래서 요즘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인터뷰가 잡혀 있던 날도 중국어 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중국어는 솔직히 반반이에요. 배우적인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이 있어요. 솔직히 내 생활에서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오디션보다는 감독, 작가, 스태프를 자주 만나야 해요. 지금 사드문제 때문에 한류가 단절됐다지만 언젠가 다시 좋아질 거잖아요. 그때 김경범이라는 배우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캐스팅에서 유리하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사업적인 면에서는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내가 전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제트가 계속 승승장구할 거란 보장도 없고 말이죠. 블루오션인 중국에 치킨도 삼겹살도 아닌 막걸리 전문점은 어떨까. 강남이 아닌 합정동 뒷골목에 막걸리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들어왔던 것처럼요.”
물론 사업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센스가 다양하게 발휘됐다.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기획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경범 대표가 맛으로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꼭 무대 위 배우의 모습과 닮아 있다.
“대다수 음식점 주인이 자기 음식은 다 맛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에요. 관객이 재미없으면 재미없는 건데 우기면 무슨 소용이에요. 관객에게 연기로서 만족감을 주듯, 납득할 만한 맛으로 손님에게 다가가야죠. 계속 손님의 입맛을 맞춰간 것이 주요했던 거 같아요. 최고의 맛이 아니라 만족감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잖아요. 공연할 때 배우와 관객과의 관계처럼 손님이 과연 맛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속적으로 고민해요.”
그렇다면 김경범 대표의 앞으로의 계획은? 커가는 아이와 화가인 부인을 위해 사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이제 슬슬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서고 싶다고 한다.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굳이 배우를 하지 않더라도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갈 계획이라고.
“지금도 차 안에 유튜브에 관한 책이 있어요. 예전에는 돈을 좀 무시했는데 이제는 더 열심히 벌어보려고요. 배우가 꼭 아니어도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밑바닥 배우 인생에서 우리 동네 뒷골목 세련된 막걸리 집으로 손님 취향 제대로 저격한 김경범 대표. 이제 다시금 꿈의 무대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운빨을 모으고 모아 또 한 번 날려보겠다는 홈런 한방! 그럼 두 손 모아 기다려볼까?
혼자라서 힘들고, 불편하고, 못 살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사는 건 혼자이지만, 싱글라이프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가 당신의 생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 CHAPTER 1. 의(衣) 생활 아재 패션 탈피하는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은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다. 홀아비와 중년신사는 셔츠 한 장 차이로도 갈릴 수 있다.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느낀다면, 패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1) 직접 디자인하는 나만의 옷 ‘스트라입스(stripes.co.kr)’
패션 컨설턴트가 체형, 상황, 피부톤, 얼굴형,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맞춤형 서비스다. 기성복이 아닌, 자기 몸에 맞춰 결점은 보완하고 매력은 살리는 최적의 핏으로 디자인한 옷을 제작할 수 있다. 넥타이 연출법, 트렌드 컬러, 직업별 코디 등 유익한 패션 정보도 있어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싱글족을 위한 추천 셔츠 7종도 판매한다.
2) 쇼핑 걱정 덜어주는 코디박스 ‘유어스타일리스트(yourstylist.co.kr)’
패션으로 젊은 감각을 뽐내고 싶다면 유어스타일리스트를 이용해보자. 일대일 상담(카카오톡 이용)을 통해 기본 상·하의를 비롯해 신발, 양말, 재킷 등 원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결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코디 상품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부담이 없고, 반송이나 교환도 무료로 가능하다.
“귀찮은 빨래, 스마트폰만 있으면 괜찮아요!”
세탁물이 많지 않은 1인가구용 미니드럼세탁기와 스타일러(살균·먼지제거·탈취 등 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적은 양의 세탁물을 관리하기엔 실용적이지만 이불이나 커튼 등을 세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단점. 셔츠 한 장에서부터 침구까지 세탁을 해결주고, 직접 세탁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세탁 서비스 앱’이 주목받고 있다. 세탁물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고 수거 장소와 시간을 정하면 편리하고 빠르게 빨래를 해결할 수 있다.
◇ CHAPTER 2. 식(食) 생활 장보기 걱정 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생수, 쌀, 야채, 과일 등 주기적으로 장을 봐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혼자 지내다 보니 사려 했다가도 잊어버릴 때도 있고, 자주 장을 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잡지나 우유처럼 주기별로, 원하는 만큼 받아볼 수 있는 서브스크립션(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냉장고가 텅텅 비는 날은 없을 것이다.
1) 쿠팡 정기배송(www.coupang.com)
라면, 통조림, 반조리·냉동식품, 조미료, 소스 등 즉석·가공식품을 비롯해 생수, 우유, 커피, 탄산음료 등 마실 거리와 시리얼, 과자, 사탕 등 간식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나 다이어트 제품, 잡곡, 견과류, 애완 사료도 주문 가능하다. 월 1회부터, 4개월에 1회까지 주기를 고를 수 있고, 제품 수량도 원하는 만큼 선택할 수 있다.
2) 돌리버리(www.doleivery.co.kr)
수입과일 전문브랜드(Dole)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1주에서 4주까지 기간을 설정하고 화~금요일 중 하루를 고르면 된다. 1인가구를 위한 바나나 1송이, 파인애플 1개, 코코넛 1개, 패션프루츠 1팩, 용과 1개 등으로 구성된 싱글박스(1~2인용, 1만9800원)가 있다.
간편하고 맛있게 삼시 세끼 챙기기
배달음식 하면 짜장면, 치킨, 피자 등을 떠올리겠지만 요즘은 1인가구를 위한 건강하고 실속 있는 배달음식 서비스가 늘고 있다. 요리 솜씨가 없는 이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매일 같은 반찬이 지겨운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특한 서비스다.
1) 에이엠푸드(www.amfood.co.kr)
매일 새벽 우유를 배달해주듯 아침을 배달해주는 곳이다. 우유처럼 새벽에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관문 배송주머니를 통해 전달받는다. 핑거푸드, 다이어트식단, 덮앤밥, 모닝죽 등으로 분류해 미리 짜놓은 한 달 식단대로 제공한다. 원하는 콘셉트를 고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건강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월 12만원)
2) 배민프레시(www.baeminfresh.com)
도시락뿐만 아니라 반찬, 국, 빵, 커피, 신선주스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저염·친환경·유기농·프리미엄 메뉴가 있어 건강을 염려하는 싱글족의 걱정을 덜어준다. ‘아내의 식탁’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원하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레시피와 정량의 재료가 함께 배달돼 요리가 쉽고 편리해진다.
3) 식스레시피(www.6recipe.co.kr)
양을 사더라도 1인분씩 조리하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 그렇다고 오래두고 먹기엔 신선도가 떨어지니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식스레시피는 필요한 재료를 1인분에 맞춰 소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자투리 재료가 생기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새벽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를 제공한다.
◇ CHAPTER 3. 주(住) 생활 집안일 미루지 말고, 가사도우미 앱을 활용하자
주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어야 기분도 쾌적하고 생활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혼자 살다 보면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혼자 청소하기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럴 땐 가사도우미 앱을 사용해 청소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한 우리 집 지킴이 ‘케이티 홈캠&홈매니저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을 관리하고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홈캠’ 서비스를 이용하면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로 집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고,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케이티텔레캅 직원이 출동하도록 연계돼 있다. ‘홈매니저’는 가스안전기(밸브 자동 잠금 기능), 도어락(실시간 문 열림 상태 확인), 열림 감지기(외부 침입 감지), 플러그(에너지 절감 및 전력량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extra :: 생활+
의식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편리하고 즐거운 싱글라이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1)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글로시데이즈(www.glossydays.kr)’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뷰티 전문가가 고른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는 정기배송 박스와 한정된 시즌에 맞춰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박스가 있다. 평균 6만원 상당의 화장품 5종을 월 1만65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매월 15일 옵션을 선택하면 박스가 배달되는데, 이 절차가 번거롭다면 3~12개월 선불권을 이용하면 된다.
2) 싱글라이프 트렌드와 정보를 한눈에 ‘1집(1hows.com)’
이미 혼자 살고 있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 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이트다. 플레이스(PLACE), 푸드(FOOD), 리빙(LIVING), 러브(LOVE) 등 싱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살펴볼 수 있다.
3) 생활 심부름 서비스 앱 ‘띵똥’
배달하지 않는 맛집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마트 또는 편의점 장보기, 퀵서비스, A/S, 각종 관공서 업무, 약국 방문, 선물 배달 등 다양한 생활 심부름을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대행한다. 365일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하고, 서비스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출산과 수명연장,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9월 27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KCERN) 제29회 정기포럼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한 각계 분야 패널들의 조언을 담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이남식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고령화 위기 진단’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번 포럼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은 사용자(실제 고객)와의 공감을 중요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니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이면서 훨씬 더 폼 나고 위엄 있게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토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시니어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창조경제연구회의 이민화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고령화”라고 언급하며 “속도는 빠르게, 질은 나쁘게 늙어가는 게 한국의 문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KSM(KCERN Silver Model)을 제시해 고령화 현상 및 정책을 분석하며, 고령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긱은 일종의 소규모 밴드로 인력 매칭 직업의 종말과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긱 플랫폼, 일본의 클라우드웍스 등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시니어 프리랜서와 사내 기업가 양성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초고령화 국가가 되기까지 10년 남았다. 만약 고령화가 선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제도와 기술혁신 등으로 4차산업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김일섭 aSSIT 총장의 진행으로 패널 토론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자들은 대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 경쟁이 과열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은데, 그보다는 기술창업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시니어창업기술센터가 23곳, 여기에 투입된 기업만 430여 개다. 이곳에서 중·장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보조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니어가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소기업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 모델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멘토 모델이다. 은퇴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등 세대 간 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의 지혜와 집단의 지성이 존중되는 형태로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 단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은퇴자와 청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그동안 노인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연령 차별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시니어 스스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후의 경제력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유익한 삶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노호성 웰니스IT협회&협동조합 부회장은 ‘맞춤형 행복 플레이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해 논의할 때 그들의 건강과 체력은 기본”이라며 “시니어의 체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젊은 세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가령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 등은 그들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를 찾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 겸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관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오갈 뿐”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갈 주체가 필요하다. 연구소나 언론 등 객체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람찬 노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사회의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어릴 적부터의 친구 셋이 오랜만에 만났다. 한 친구가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어 자리를 못 비워 두 사람이 가게로 갔다. 저녁시간은 치킨 배달이 많아 바쁘니 점심시간에 만났다.
치킨 집 친구는 올해 말까지만 치킨집을 하다가 은퇴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부부가 같이 장사하느라고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돈도 벌 만큼 벌어 노후자금은 확보해놨다는 것이다. 이제 그 친구를 치킨집에서 볼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친구도 그만 둘 날이 며칠 남았다며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그만둘 생각을 하니 주문에도 더 적극적이고 친절해졌다고 한다. 그동안 쓰던 주문 전화번호도 꽤 알려져 있는데 프리미엄을 받고 넘겨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적당한 권리금을 갖고 들어올 작자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수년간 자리를 지켰을 만큼 어느 정도의 매출은 보장이 되는 가게인데도 그 동네가 곧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재입주하기 전까지는 매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약점이 있다. 결국 권리금을 좀 깎아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치킨집이 팔리면 양평에 전원주택을 하나 사서 노년을 텃밭이나 가꾸며 살겠다고 했다. 마침 먼저 자리 잡은 친구가 있어 마음을 굳힌 것 같다. 농사지어 수익을 낸다는 것은 또다시 노동을 요구하니 어렵고 과일나무 심어 과일이나 따 먹고 즐기는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전철로도 갈 수 있으니 앞으로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또 한 친구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파는 사업을 하는 친구다. 비서 한 명 두고 몇 명 안 되는 직원들과 일하는데 지식을 파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은퇴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의 최고 좋은 방법이 일하는 거라는데 하는 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늘 바쁘게 살아 자주 볼 수 없어서 원망을 많이 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차츰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 덜 받는 방향으로 회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어릴 적 어울리던 친구 세 명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다. 최근 카톡으로 자주 연락하고 산다. 그러다 보니 이제야 자주 만나자는 스케줄을 짜게 된다. 일단 그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보내는 스케줄을 짠다. 당일 만남은 물론 일박으로 단풍여행 계획도 짜본다. 당일이면 계룡산 정도를 행선지로 잡고 일박이면 경상도의 우장산이나 전라도의 내장산까지도 가보자는 계획을 짜본다. 내년 3월에는 한국 친구들이 미국에 부부동반으로 열흘간 놀러간다는 계획도 잡아본다. 미국 친구 한 명은 벌써 캠핑카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내년부터는 우리 친구들이 65세가 된다. 각자 다른 길에서 바쁘게 살았다. 다시 모여 풀냄새 난초 냄새나는 우정의 지란지교로 돌아가야 한다. 딸린 식구도 생겼다. 모두의 공통점은 여행이나 자주 다니자는 것이다. 어딜 가나 경로우대를 받을 수 있으니 더 좋다. 그러자니 내 주변의 스케줄을 줄여야 한다.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부터 정리해야 한다. 놀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행을 감당할 체력도 다져야 한다. 의상이나 신발 등 장비도 점검해야 한다. 여행 갈 때 새 신을 신었다가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으니 신발도 지금부터 길을 들여놓아야겠다.
우리 집에서 버스 세 정거장 아래에 전통 재래시장이 있다.
이 시장은 새로 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운동하러 갈 때 배낭을 메고 나가서 오는 길에 시장도 보고 올 수 있어 좋다.
아파트 뒤편으로 몇 년 전 새로 산책로가 생겼는데 우리 동네는 청계천 복원처럼 서울의 예전 개천을 정비하여 깨끗한 하천으로 바꾸는 사업이 끝나 참으로 깔끔하고 예쁜 산책길을 갖게 되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부터 흘러내린 개천물을 따라 정릉 초입까지 2km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이제 무릎이 고장 나 산이 가까이 있음에도 올라갈 수 없는 시니어들에게 최적의 운동코스로 환영받고 있다.
왕복 4km면 시니어의 하루 운동량에 적합하다고 하여 필자도 열심히 걷는 중이다.
사계절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도 멋져서 고운 색의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자태를 자랑하는 봄철과 한여름엔 녹음이 싱그럽고 콸콸 웅장하게 쏟아져 내려가는 계곡물이 장관이어서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차분한 갈색 세상으로 바뀌는 가을철, 새하얀 눈이 꽁꽁 언 계곡물 위로 살포시 쌓여 온통 순백의 세상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런데 낮에는 몰랐는데 어느 날 저녁 무렵 산책길을 따라 걷다가 시장쯤 오니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와 와글와글 사람들이 재미있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산책길 위쪽 시장통 거리에서 각각 음식점마다 자기 집 마당 쪽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노천카페 겸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치킨집, 주꾸미볶음집, 삼겹살집, 피자집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 앞에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노천카페라면 그림이나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멋있는 가게 앞 길가에 예쁜 공간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차를 마시거나 맥주와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우리 동네 노천카페는 그렇게 세련되지는 않지만 친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맥주잔을 부딪치는 모습을 보니 어느 멋진 노천카페 부럽지 않을 듯하다.
이웃집 가족들이 함께 나왔는지 산책로 아래에서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개울 속의 작은 물고기를 관찰하기도 하고 돌 징검다리를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수풀 속 곤충을 탐색하기도 하며 놀고 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엄마아빠들 끼리는 시원한 맥주잔으로 건배도 하며 친목을 갖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남자들끼리 또는 여자들끼리 모여앉아 길가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그들의 소속감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살면서 한 번도 직장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나 실제로도 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동료끼리 몰려가 회식을 하거나 모이는 장면은 부럽기만 한 일이었다.
어느 곳에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마음이 든든할 것이다.
일부러 산책길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와 무리지어 담소하는 그들을 지나쳤다.
산책로가 생기기 전 이곳은 더러운 하천으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하천정비가 끝나고 조성된 산책로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나와 길가에서의 담소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으니 매우 고맙고 만족스러운 풍경이다.
여기저기 자리 잡고 즐겁게 떠드는 무리를 지나면서 필자도 저 속에 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참으로 즐겁고 정겨워 보이는 노천카페 풍경이다.
이투데이 뉴스 화면에 관심 가는 기사가 떴다. 바로 우리 동네 경전철 이야기이다.
‘난항 겪는 서울 경전철, 우리 동네 경전철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으로 위치를 보니 필자가 사는 동네를 지나는 우이~신설동 노선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북한산 국립공원이 있는, 서울에서도 개발이 덜 되고 자연적 환경이 좋은 곳이다. 이곳은 풍치지구로 지정되어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주변 환경보호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개발이 안 되니 아마 강남의 어떤 곳처럼 집값이 폭등하는 일은 절대 없을 동네이다.
몇 년 전 온 동네가 들썩이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 동네 코앞에 경전철이 생긴다는 뉴스였다. 우리 동네는 강남 어느 곳에 비해 집값 땅값이 매우 저렴한 곳인데 당시 이 일로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아들의 결혼을 대비해 집을 구하는 중이었는데 경전철 소식으로 필자는 막차를 타서 평소보다 매우 비싸게 아파트를 장만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바로 경전철 앞에 위치하진 않지만, 경전철로 인해 편리해질 교통으로 역세권에 든 이곳에 집값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경전철이 지나는 역이 될 장소엔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커피집이 생기고 새로운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좁은 도로에 공사가 시작되어 매우 혼잡하고 시끄러웠는데도 아마 공사 후의 상권을 생각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예정대로 공사가 끝나지 않으니 커피숍은 문을 닫았고 지금은 프랜차이즈 돈가스 집과 유명브랜드 치킨집이 깔끔한 모습으로 들어섰다. 이 가게들도 경전철 개통 후의 프리미엄을 생각했을 것이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을 출발해 수유동~미아동~정릉~돈암동~보문동을 거쳐 신설동에 이르는 10.7㎞ 구간의 경전철은 소형 객차를 2~3량만 이어 운행하는 일종의 '미니 전철'이다. 대형 객차를 6~10량 연결해 운행하는 기존 지하철보다 건설비와 운영비가 적게 들어서 교통 병목 지역이나 특수 목적의 산업. 주거 단지 등 수송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전철이 꼭 필요한 구간에 주로 설치된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지하철이 멀고 도로가 좁아서 서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취약지구로 꼽히는 이 일대에 신교통수단인 지하 경전철을 도입해 교통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우이~신설 경전철은 서울시 최초의 경전철로서 완성되면 우이동 지역에서 도심까지의 접근이 편리해짐은 물론 소요시간도 많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시는 기존 4호선 성신여대 입구 역, 6호선 보문역, 1호선과 2호선 신설동역에서 환승이 가능하여 기존 지하철의 이용 효율성을 더욱 높일 것이고, 수요의 분산으로 출퇴근 시 혼잡한 지하철 4호선의 이용 불편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도 경전철 개통 후의 기대감으로 복잡한 공사현장을 몇 년째 참는 중인데 도무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몇 번의 공사 중단 끝에 올 9월엔 개통식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렸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끝났어야 하는 공사가 서울시와 사업자 간에 이견이 있어 자꾸만 늦춰진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잘 마무리되어 빨리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역 주변은 산뜻하게 변모할 테니 우리 동네가 한층 깔끔하게 발전할 것이다.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