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말다툼이 잦다. 다툼의 주제는 나라경제도 아니고, 집안경제도 아니고, 자식교육도 아니다. 항상 좀스럽고 하찮은 일로 다투는데 그 이유는 딱 두 가지, 남편이 입는 옷과 남편이 먹는 음식 때문이다.
음식은 자기를 위해서 먹고, 옷은 상대방을 위해서 입는 것이 예의라고들 하는데, 옷 꼴이 말이 아닐 때 보다 못한 필자가 몇 벌 사온다. 입으면 디자인이나 색상이 매우 잘 어울리고 품위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새로 사온 옷에 대해 타박과 잔소리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러면 으레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자기 것은 양말 한 짝도 사오지 말란다. 그러면서 입기는 잘만 입고 다닌다.
필자는 남편 옷을 자주 사지는 않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에 여러 벌 산다. 그래서 옷 때문에 전쟁을 치루는 횟수는 몇 번 안 된다. 하지만 음식은 날마다 매끼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해대니 보통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게 아니다. 필자는 서울 태생이고, 남편은 충북 태생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나서 자란 사람에게, 어릴 때 먹던 충청도 음식을 해내란다. 해주면 그 맛이 아니라고 안 먹는다. 너무나 얄미워 남편만 아니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필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말 부부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둔 부인들이다. 그 정도로 남편과 떨어져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다. 남들은 남편이 잠시라도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데, 필자는 오죽하면 떨어져 사는 게 소원이겠는가!
이런 남편이 하루는 느닷없이 간단하게 짐을 챙기란다. 선배가 갑자기 중국엘 같이 가자고 해서 한
1주일 정도 중국엘 다녀와야겠다는 것이다. 뭐? 뭐라고? 내 귀를 잠시 의심했지만 이내 기쁨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래도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섭섭해할까봐.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다. 결혼하고 최초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남편이 중국엘 갔다.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남편이 집에 없으니 어디선가 콧노래가 들려온다. 점차 집 안이 콧노래로 가득 찼다. 아니! 이 소리는 아들의 노랫소리가 아닌가! 우리 모자는 이렇게 남편이 현관문을 나선 그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바로 해방의 기쁨을 가득 담은 눈빛이었다.
우리 모자는 평소에 남편이 건강에 나쁘다며 못 먹게 하던 라면, 치킨, 피자, 자장면, 탕수육 등을 메뉴 바꿔가며 시켜 먹었고, 매일매일 즐겁고 행복한 웃음꽃을 피우며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전화가 걸려왔다.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남편이었다.
수화기 속 남편 목소리는 무척이나 반가운 듯 들렸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흥분되고 들뜬 하이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내일 집에 갈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순간 깜짝 놀라서 “벌써?” 했다. “아니! 이 사람이! 뭐가 벌써야? 1주일이나 됐는데.” 남편이 섭섭했나보다. “아차! 벌써 1주일이 지났나?” 하아! 아들과 함께 지낸 꿈같은 일주일은 그렇게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